파인 김동환의 두딸,가족사 담은 에세이집-소설 펴내

  • 입력 1997년 6월 10일 10시 12분


지원 채원자매. 그리고 영식 영주 오누이. 파인 김동환의 성(姓)을 함께 물려받았지만 긴 세월, 메워지지 않는 마음의 골을 안고 살아온 그들…. 그들의 뒤엔 어둠의 흔적처럼 두 여자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파인의 본부인이었던 신원혜씨와, 그의 오랜 연인이었던 소설가 최정희씨. 파인을 닮아 시인이 됐다는 신씨의 딸 김영주씨(58). 사춘기 시절, 「가장(家長)의 빈자리」는 감내하기 힘들었다. 그 빈자리에 고통처럼 차오르는 엄마의 눈물…. 소녀는 가끔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고 한다. 『엄마의 눈물 속은 얼마나 컴컴할까…』 그리고는 6.25가 터졌다. 돌연한 파인의 납북…. 두 가정은 사랑과 증오의 끈을 일시에 잃고 「영원처럼」 단절됐다. 그러나 세월은 상처를 아물게 하고 모든 것을 감싸 안는걸까. 나이들어 쓴 「…巴人, 내 아버지/하늘 밑을 파고 그를 묻었다」는 시구엔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그리움이 진하게 배어있다. 언제부터인가 지원 채원자매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어머니 몰래 「그 여인」, 병석의 최정희씨를 만나러 간다. 『운명이라더니…그 끝나지 않는 인연을 내가 가고 있구나』 그의 독백은 시로 이어진다. 「…/지치도록 슬픈 저것들 모여/세월이라 하지 않느냐/…/저리도록 아픈 저것들 밀려와/인생이라 하지 않느냐」 캐나다에 이민가 살고 있는 김영주씨. 그가 지난 시절을 따뜻한 시선으로 어루만진 글들이 책으로 나왔다. 「내가 사는데서 그대의 집 갑절로 그립다」(장문산) 우연일까. 오랜만에 선보인 김채원씨의 장편소설 역시 화해와 만남, 그리고 동행에의 바람으로 간절하다. 「달의 강」(해냄). 소설의 갈피갈피엔, 북으로 끌려간 아버지 파인과 분단의 상처가 쓰라린 가족사의 이면처럼 배어있다. 『최근에 TV에서 닥터 지바고를 다시 봤어요. 순간, 우리집이 문학의 보고(寶庫)였구나…. 우리 가계의 이야기를 그대로 쓰면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까지 정치라든지, 역사라든지 하는 것들과 무심하게 살아왔는데…』 소설은 뚜렷한 줄거리가 없다. 섬세한 내면을 지나는 다양한 빛의 무늬가 수채화처럼 펼쳐질뿐…. 북조선 국적을 갖고 있는 하자. 그리고 도쿄에서 파리유학을 준비하는 나. 둘도없는 친구지만 이들 사이에는 건너기 어려운 남과 북의 단절이 놓여있다. 서로가 서로의 체제를 음흉스럽고 왠지 으스스하게 느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서로를 닮아간다. 「자전거를 타는 두 처녀」를 통해 이러한 심상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나는 니 뒤에 타니?/타라. /…/우산을 펼까?/펴. /…/멀리 아주 멀리까지 가는 거다 달을 이고서. /그래 임진강을 지나서…」. 「남과 북」은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둘이지만 함께 가는 하나라는 메시지가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30년만에 「실명」인 하자의 전화를 받았어요. 그러고는 이 소설을 쓰게 됐지요.…아, 또 얼마전에는 언니한테서 책이 왔어요. 내가 몰랐던 언니의 아픔, 그리고 우리는 하나라는 고마움이 복받쳐 밤을 꼬박 새웠지요…』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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