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제재」 사회적 기준따라 변한다

  • 입력 1997년 6월 5일 08시 19분


음란물 제재의 역사는 음란성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돈키호테」 「로미오와 줄리엣」도 당대에는 음란한 작품으로 돌팔매를 맞았다. D 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 플로베르의 「보봐리부인」,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는 재판에 회부됐다. 보들레르의 「악의 꽃」은 「음란한 몇구절을 빼야 출판할 수 있다」는 판결을 받았다. 지난 34년 「북회귀선」을 낸 헨리 밀러는 재판은 말할 것도 없고 분노한 군중들에 의해 집이 불태워지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각 외설재판에서 판매금지조치는 있었어도 작가를 구속한 사례는 드물었다. 출판인 서해성씨는 『역사적 사례를 보아도 한 작품안에서 외설과 예술은 병립할 수 있는 것』이라며 『외설적인 작품이라고해서 예술로서의 가치도 부정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현대한국문학사에서 외설논쟁의 시발은 정비석의 「자유부인」(54년작)이 꼽힌다. 교수부인의 춤바람을 다뤄 「풍기문란」이라고 비난받았던 이 소설은 그러나 법의 처벌은 받지 않았다. 최초로 법정에 회부된 문학작품은 69년 염재만의 소설 「반노」. 변강쇠와 옹녀같은 두 남녀가 부부가 돼 정욕을 불사르다 남편이 헛된 애욕에서 눈을 뜨고 아내곁을 떠난다는 줄거리. 1심에서 벌금 3만원형을 받았다. 작가는 이에 불복, 항소해 7년만에 무죄판결을 얻어냈다. 당시 「반노」는 3선개헌을 앞둔 박정희 대통령이 「퇴폐척결」을 내세우자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해 처벌대상이 됐다. 최근의 가장 뜨거웠던 외설논쟁은 92년 마광수교수의 소설「즐거운 사라」. 판매금지조치가 내려지자 출판사를 옮기면서까지 재출간해 결국 구속됐던 마교수는 1심에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나기까지 두달여간 옥살이를 했다.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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