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행정용어 너무 어렵다…「방사-대면수거」등 남용

  • 입력 1997년 2월 24일 20시 22분


[하태원 기자] 「문전수거방식에서 대면(對面)수거방식으로 전환」 「비대면(非對面)부재결재확산」 「신생아수유법」 「향토수종식재」…. 서울시와 자치구들이 사용하는 어려운 행정용어들이다. 마포구가 실시한다는 대면수거방식이란 주민이 수거차량에 직접 재활용품을 내놓는 방식. 강서구가 추진하는 비대면 부재결재는 상급자에게 서류를 올릴 때 사무실에 직접 찾아갈 필요없이 서면으로 처리한다는 말. 신생아 수유법은 갓난 어린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방법을 의미한다. 향토수종식재는 그 지방고유의 나무를 심는다는 뜻. 총무처에서는 지난 92년 「쉬운행정용어모음집」이란 책자를 발간, 각급행정기관에 쉬운 우리말 쓰기를 권장하고 있지만 서울시정과 구정엔 이처럼 아리송하고 어려운 용어들이 판을 치고 있다. 이 책자는 9천여 단어를 선정, 순화된 용어만을 쓰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일선 기관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수거→거두어 들인다 △방사→놓아 기른다 △살포→뿌리기 △진화→불끄기 △절개지→잘린땅 △중식→점심 △오수→구정물이나 더러운 물 △개수→고치다 등으로 사용하라고 하고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 용어뿐 아니라 문장도 「균열보수후 추가진행성 균열측정을 위한 교통통제를 실시할 예정」이라든지 「학교 및 자체수집된 수요희망자에게 배부하고 잔여량은 동 마을금고 등에 기증하여 활용한다」는 식이다. 한 시민은 『관청에서 나오는 자료들은 말이 왜 그렇게 어렵고 한자가 많은지 마치 고문서를 해석하는 느낌을 받게 만든다』며 『일반인에게 다가서는 행정의 출발점은 쉬운 우리말의 사용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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