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짜리 청바지」광고 세대별 반응

  • 입력 1997년 1월 4일 20시 06분


「청바지 한벌, 1백만원에 팔겠습니다. 단 1백명에게만」. 지난해 12월21일과 25일 다르크라는 신생 의류업체가 모 스포츠신문에 낸 광고다. 이 광고가 나가자마자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회사측의 설명을 들은 뒤 4백여명은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비싸다」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반응을 보였으나 65명은 「그렇다면 나도 한벌 사겠다」고 구입의사를 밝혔다. 이 회사가 설명한 「1백만원짜리 청바지」의 내막은 이렇다. 「청바지의 소비자가격은 12만5천∼16만원이다. 그러나 만약 이 청바지를 1백만원에 구입하는 고객은 「백년회원」으로 등록되고 한번 구입한 청바지가 해지거나 싫증이 나면 언제든지 몇번이고 다른 새 청바지로 바꿔 준다. 기한은 1백년. 권리는 상속된다」. 이 청바지를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 사겠다는 이는 대개 젊은이들. 「열번만 바꿔 입으면 본전은 뽑는 것 아니냐」 「애인에게 특이한 선물을 하고 싶다」 등이 이들의 변. 중 노년층은 「가뜩이나 불경기라고 난리인데 과소비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 「회사가 망하면 1백만원만 떼이는 것 아니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 회사 崔永義(최영의)부장은 이에 대해 『이번 행사는 손해볼 각오를 하고 회사 홍보차원에서 마련했다. 고객이 손해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고객과의 약속을 보장하기 위해 판매금액 전액을 고객 명의로 은행에 예치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부장에 따르면 이 회사의 속셈은 이같은 이벤트로 고객들의 관심을 끈 뒤 청바지 「보상판매」를 시도해 보겠다는 것. 지금까지 일부 가전제품에 대해서는 보상판매가 이뤄져왔지만 의류는 흔하고 내구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그냥 버려지기 일쑤였다. 청바지의 경우는 옷감이 질기다보니 겉은 멀쩡하지만 「싫증난다」는 이유로 입지 않고 처박아 두거나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 회사는 이같은 낭비를 막기 위해 헌 청바지를 가져올 경우 2만원을 보상해주고 새것으로 교환해 주겠다는 것. 또 청바지의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가죽라벨에 회사로그를 새긴 14K 반(半)돈(시가 2만원상당)짜리 금판을 붙인 것도 특징이다. 최부장은 『이렇게 모은 헌 청바지는 불우이웃에 나눠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거래개선국 광고팀장 張學珉(장학민)씨는 『철저한 보상절차를 마련해 소비자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회원을 1백명으로 한정해 요즘 유행하고 있는 왕자병 공주병 환자들에게 호소하는 등 꽤 성공적인 광고로 보인다』며 『그러나 요즘같은 불경기에 바지 한벌에 1백만원 운운하는 것은 돈 없는 사람들의 좌절감을 부추길 수도 있으므로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李澈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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