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동아신춘문예/동시부문]당선소감 및 심사평

  • 입력 1996년 12월 31일 18시 15분


▼ 당선소감/서재환 ▼ 참으로 기쁘다. 이런 날 하늘에서 함박눈이라도 펑펑 쏟아진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참고 기다리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내게도 기회가 올 거라 믿었다. 그 믿음과 수고가 헛되지 않았음을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좋은 집을 짓기 위하여 정성껏 벽돌을 포개어 올리는 건축가의 심정으로 작품을 써 왔다.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쌓아올린 것을 헐어 버리고 다시 시작하였다. 당선작 「새달력」도 역시 그런 과정을 수없이 반복한 끝에 얻어진 작품이다. 앞으로 더욱 따뜻하고 아름답고 깔끔한 색실 같은 동시들을 많이 써서 동심결핍증 정서결핍증을 앓고 있는 많은 어른과 아이들의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싶다. 끝으로 제 작품을 뽑아 주신 심사위원님과 동아일보사, 늘 애정어린 마음으로 지도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여러 은사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 밖의 나를 아는 모든 선후배 문우(文友)들, 「쪽배」 동시조(童時調) 동인들과도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61년 전남 담양 출생 △95년 한국 예술신학대 문예창작과 졸업 △현재 글짓기와 논술강사 ▼ 심사평/노원호 ▼ 예년에 비해 응모 작품 편수도 많았고, 응모자의 능력도 어느 수준까지 올라 있어서 매우 희망적이었다. 그러나 응모된 작품 중에는 아직도 기존의 동시 형태를 그대로 답습하거나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이들 작품에서는 신춘문예가 바라는 패기와 참신성이 없어서 심사위원의 눈길을 끌 수가 없었다. 동시는 성인시를 쓰다 안되니까 한 번쯤 써 보자는 식의 차선의 문학으로 생각해서는 큰 잘못이다. 전체 응모작 가운데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돌절구」(최영숙), 「좋은 사이」(이봉희), 「종이의 꿈」(이혜영), 「그리움」(차경숙), 「생일날」(조예랑), 「새 달력」(서재환) 등 여섯 편이었다.「돌절구」는 산업화의 발달로 차차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의 전통적인 사물에 애착을 보인 점은 좋았으나 주제가 너무 밖으로 드러나 있었다. 「좋은 사이」는 몇 편의 연작 형식으로 써서 동시를 다루는 능숙한 솜씨는 인정되었으나 소재가 너무 평범하고 두 사물의 대비가 조금 작위적이었다. 「종이의 꿈」은 새로운 감각으로 나타낸 시적 표현은 돋보였지만 작품에 담긴 상징적인 이미지가 낡아있었다. 당선작인 「새 달력」은 다른 사람의 작품에 비해 시적 형상화가 잘 되어 있고 달력의 숫자들에 각각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한 것이 돋보였다. 그리고 작품 전반에 깔고 있는 시적인 분위기도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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