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이야기]「30대 허리」81학번의 어제와 오늘

  • 입력 1996년 12월 7일 20시 11분


「許 燁기자」 대학 81학번. 「80년 광주」와 전두환 군사정권의 등장 등 숨막히는 정치사회 상황에서 대학에 입학했고 재학시절 내내 최루가스와 팔매질에 가슴앓이했던 이들. 졸업정원제가 도입돼 대학생 수가 크게 늘면서 「학생대중」이라는 낱말의 첫 주인공이기도 했다. 대학입학으로부터 15년이 훌쩍 지나 30대 허리에 이른 이들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연세대 사회학과 81학번의 「마당발」 장재영씨(35·현대경제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는 뿔뿔이 흩어져 제 갈길을 가고 있는 동기생들을 아우르느라 분주하다. 연세대 사회학과 81학번은 90여명. 사회심리계열로 입학했고 2학년이 되면서 과배정을 받았다. 장씨는 『당시 정치사회 상황탓에 학생운동이 학교분위기를 지배하는 가운데 적극가담파 중도파 방관파 등 동기생들이 삼분돼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모임은 서너달에 한번. 한번 모임에 15∼20명이 모이지만 『새삼스레 대학동기모임이냐』며 비협조적인 친구도 있다. 특히 결혼한 여자동기생들은 『(남편 때문에)곤란하다』고 머쓱해 해 일찍 전화를 끊고 말 때도 있다. 동기생 명단에는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박사의 손자 혁상씨, 나웅배 전부총리(당시 국회의원)의 아들 진호씨 등도 올라 있다. 여학생은 3분의1 정도. 동기생인 이영창씨(35·대우증권 차장)는 『동지의식과 의리로 뭉치기도 했지만 과 특성상 개성파가 많았다』며 『재학시절의 성향에 비해 엉뚱하게 빠진 친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동기생 심상도씨(35·동서한의원)는 진짜 외도케이스. 그는 졸업후 경산대 한의학과를 다시 다녀 한의사가 됐다. 컴퓨터관련사업체를 운영하는 정열씨(35·컴스쿨 대표)도 재학시절 『뭔가 해낼 물건』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열적이었고 「겟유스트」 청바지로 알려진 보성어패럴의 김호준씨(35)와 함께 성공한 개인사업가로 분류된다. 충무로에서 조감독으로 일하는 임상수씨(35)는 졸업후 영화공부에 탐닉, 감독데뷔를 벼르고 있다. 정치권에서 일하는 동기생은 정두환씨(서석재의원비서관)와 홍경선씨(김학원의원비서관). 특히 학생운동에 적극적이었던 정씨는 재학시절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씨와 한자까지 같아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여학생중에는 미국 모토롤라 본사의 상무 조미진씨(35)가 가장 활동적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일하는 노광표씨는 「운동권학생」이었고 동기 이종희씨와 「과커플」을 이뤘다. 이씨는 현재 글짓기학원을 운영중. 유명을 달리한 이들도 있다. 김모씨가 수년전 사고로 사망했고 임모씨는 재학시절 강제징집된 뒤 총기사고로 세상을 떴다. 연세대 사회학과 81학번들이 그려내는 삶의 궤적은 변화무쌍하게 진행중이다. 질풍노도처럼 살았던 이들의 동기 모임에서도 이제는 직업과 관련된 정보나 신변이야기가 많이 오간다. 이들과 동기생으로 전북대 교수가 된 정철희씨(35·사회학)는 『나도 개인적으로 80년대 상황이 준 문제의식이 학문의 출발점이 됐다』며 『당시 상황이 지금 30대들의 삶에 끼친 영향은 흥미로운 연구과제가 될 만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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