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광석, 목 뒤쪽에 삭흔 없어…부인 진술과 다른 점 다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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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9월 21일 1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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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사진=동아일보DB
김광석. 사진=동아일보DB
가수 고(故) 김광석의 외동딸 서연 양이 10년 전 숨진 것이 뒤늦게 드러나 김광석에 이어 딸의 사망과 관련해서도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손수호 변호사는 김광석의 죽음과 관련 “일반적인 자살의 경우와 다른 부분이 적지 않지만, 과장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손 변호사는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제기되었던 (김광석 죽음과 관련된) 의혹을 사실에 입각해 객관적으로 짚어봐야 하는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김광석의 죽음을 둘러싼 그간의 의혹들을 짚었다.

김광석은 1996년 1월 6일 새벽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고, 경찰은 부인 서해순 씨의 진술에 근거해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결론을 냈다.


손 변호사에 따르면 당시 가족을 포함한 지인들은 평소 그의 언행을 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리가 없다며 사망 원인에 의문을 제기했다.

스스로 생을 끊기 전날 오후 그는 다음 음반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고, 저녁에는 절친한 가수 박학기 씨를 만나 다음 년도에 함께 공연을 하자고 제의하는 등 앞으로의 음악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후에는 늦은 시각까지 팬미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랬던 그가 불과 몇 시간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지인들의 주장이다.

아울러 손 변호사는 객관적인 정황에 입각해 자살이라는 사인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했다.

손 변호사는 첫 번째로 자살 도구로 사용됐던 전깃줄을 언급하며 “목을 매달 정도로 길지 않았다. 또 전깃줄을 높은 곳에 걸거나 묶었어야 되는데 그때 쓰였을 의자나 받침대도 주변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며 전깃줄에 목을 매단 채 자살을 했다는 부인 서씨의 진술에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김광석이 발견된 자택의 계단 구조 상 목을 매당 장소가 아니었다”며 “부인의 진술대로 당시 현장을 재구성해보려고 노력을 해도 잘 되지 않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는 삭흔(목에 끈을 두르고 난 뒤 남는 끈 자국)을 꼽으며 “사체 발견 당시 목에 줄이 세 바퀴 감겨있었다는 부인의 이야기와 달리 (실제) 시신에는 한 줄의 삭흔만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손 변호사는 삭흔의 위치를 지적하며 “목의 앞부분에만 (삭흔이) 있었다. 뒤쪽에는 없었다”며 “이게 누군가 뒤에서 줄로 목을 감아 졸랐을 때 발견되는 형태로, 적어도 목을 매 자살했을 때 발견되는 일반적인 형태와는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손 변호사는 생전 ‘메모왕’이라 불렸던 김광석이 단 한 장의 유서도 남기지 않은 점,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라는 부인의 진술과 달리 부검 당시 체내에서 우울증 약 성분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손 변호사는 부인 서씨와 관련해서도 “지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김광석 씨가 사망하기 전 지인들에게 부인과 사이가 좋지 않다, 이혼을 생각한다고 자주 이야기했다”며 몇 가지 의문점을 제시했다.

손 변호사는 “서씨는 시신을 발견한 다음 바로 신고하지 않고, 1시간 정도 지체했다“며 “그 지체된 1시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부인은 심폐소생술 등을 했다라고 했지만 확인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광석 사망 후 그의 가족과 서 씨 간 재산 다툼이 있었던 점을 언급하며 “김광석 씨가 사망 전 마치 이혼을 결심하기라도 한 것처럼 3집, 4집, 다시부르기 1,2 음반의 저작권을 아버지에게 양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매하기로 한 음반도 아버지 이름으로 계약을 했다”고 설명했다.

손 변호사에 따르면 서 씨는 김광석의 죽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음반의 저작권이 자신과 딸에게 있다며 김광석의 아버지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고, 분쟁 끝에 그의 아버지가 사망하면 딸인 서연 양이 권리를 넘겨받는 것으로 조정이 성립됐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 이후 서 씨가 시아버지의 저작권을 침해해 음반을 발매해 다시 법정다툼이 시작됐고, 소송이 한창이던 2005년 김광석의 아버지가 사망해 김광석의 어머니와 형이 이어 소송을 진행한 결과, 2008년 저작권은 딸 서연 양에게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후에도 서 씨는 김광석의 동료들과 음반 커버사진 저작권 등의 이유로 마찰을 빚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서연 양이 2007년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 씨를 향한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손 변호사는 “김광석 씨의 본가 유족들은 서 씨가 딸의 죽음을 10년 동안 숨겼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엄마가 딸의 죽음을 감춘 것이 김광석 씨의 사망 또는 재산다툼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손 변호사는 “경찰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딸은 2007년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뒤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폐렴이었다”며 경찰, 의료 기관 등이 죽음에 관여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 씨가 의도적으로 딸의 사망 사실을 숨겼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손 변호사는 “(서 씨가 딸의) 사망신고를 했는지 확인은 못했지만,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딸이 생존한 것처럼 감추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2005년 김광석의 아버지가 사망한 후 손녀인 서연 양에게 저작권이 상속됐고, 서연양이 사망하면 엄마인 서 씨가 그 권리를 상속하게 된다는 합의가 2008년 대법원의 판결로 이루어진 이상, 서 씨가 딸의 죽음을 은폐해 얻게 되는 실질적인 이익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손 변호사의 설명이다.

아울러 손 변호사는 서 씨가 딸의 죽음을 친가 쪽에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짐작이지만 이미 관계가 굉장히 악화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라며 “도의적으로는 알리는 게 맞지만, 오랜 기간 소송을 거치며 감정이 상해 알리지 않은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끝으로 손 변호사는 우울증으로 자살을 택한 연예인들을 언급하며 “자살로 보기 어려운 사정이 지금도 여러 가지 발견되는데 처음 조사할 때 타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충실히 조사했다면 의혹이 남지 않았을 것”이라며 수사기관의 초동수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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