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에게 회자되는 경기가 있다. 지난 1976년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 한국-말레이시아전. 빗속에서 열렸던 이 경기에서 차범근 현 SBS축구해설위원은 1-4로 뒤진 상황에서 경기종료 5분을 남겨두고 3골을 터뜨리며 극적으로 무승부를 만들었다. 차 위원의 당시 임팩트는 역대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79년 차 위원은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뒤 308경기에서 98골을 터뜨렸다. 당대 최고의 골잡이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그에게도 혀를 내두르게 했던 것이 있었다. 바로 ‘11미터의 러시안 룰렛’으로 불리는 승부차기다.
차 위원은 19살 때 국가대표로 처음 선발되어 출전한 이라크와의 아시안컵 조별예선에서 승부차기 상황을 맞았다. 선수들은 차 위원을 첫 번째 키커로 내세웠다. 당시 차 위원은 잔뜩 긴장한 나머지 공을 골키퍼 앞으로 데굴데굴 굴려버렸다. 다행히 심판이 골키퍼가 먼저 움직였다는 이유로 다시 한번 기회를 줬다. 그러나 두 번째 슛도 너무 세게 차버린 나머지 공이 관중석까지 날아갔다. 그 때 이후로 차 위원은 ‘승부차기 알레르기’가 생겼다고.
차 위원은 30일 미투데이의 ‘차범근위원에게 물어보세요’ 코너를 통해 “담이 약해서 승부차기를 싫어한다”고 밝혔다.
또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본선 일본-파라과이의 16강전 승부차기에서 일본이 실축한 것에 대해서는 “나는 5분 동안 3골도 넣어봤지만, 아무리 골을 많이 넣는 공격수라 해도 페널티킥을 잘 차는 게 아니다. 배짱이 좋아야한다”며 “(일본 대표팀의 수비수) 고마노가 실축하는 것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날 오전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고마노의 승부차기 실축으로 3-5로 패해 8강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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