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석 신한증권 리서치센터 부장(42ㆍ사진). 증권가에서는 한국 증시의 역사를 누구보다 깊게 연구한 애널리스트로 꼽는 인물이다.
최근 한국 증시에는 과감한 미래 예측을 내놓는 사람이 스타로 떠오르는 경향이 자리잡았다. “오른다”건 “내린다”건 일단 화끈하게 소신을 밝혀 놓고 이것이 적중하면 능력을 인정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정 부장은 과감하게 소신을 밝히는 것을 꺼린다. “과거 주가가 급등했던 종목이 거품이 꺼지며 어떻게 폭락했는지를 경험한 사람은 미래를 쉽게 장담하지 못한다”는 게 그의 설명. 한국 증시처럼 변동성이 큰 증시에서 ‘화끈한 장담’은 투자자를 큰 곤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의미.
정 부장은 인터뷰 내내 “이번 강세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나 같은 사람은 강세장에서 제 역할을 못한다”고 자책했다.
그의 저서와 글을 읽어보면 과거 자신의 실패에 대한 분석이 여러 차례 사례로 나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추천 종목이 부도가 난 8년 전 경험을 예로 들며 “이때 나의 부주의에 따른 과오를 용서받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반성하는 글도 있다.
솔직히 시행착오를 인정하는 대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분석 방법을 찾아내려는 노력도 계속된다. 그의 글 중 상당수가 주가가 급등한 주식에 대해 특징과 유형을 분석한 것. 모두 그가 겪은 생생한 경험과 한국 증시의 역사를 토대로 한 것이다.
“역사는 기억하기 싫다고 해서 지워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정 부장이 저서 ‘주가학 원론’에서 밝히고 있는 소신이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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