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여파 달라진 美사회상]범죄 발생건수 줄고…

  • 입력 2001년 9월 29일 17시 47분


동시 다발 테러 참사의 여파로 미국에서 갖가지 변화가 생기고 있다. 테러범을 찾기 위한 수사 덕분에 범죄 발생건수가 크게 줄어드는가 하면 주요 도시에선 또 다른 테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미국의 USA투데이지는 테러 이후 미국 본토 치안력이 사상 최대 규모로 강화되자 마약 밀매와 불법이민 등 범죄 발생건수가 놀라울 정도로 급감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오가는 마약 밀매 규모는 참사 후 2주 동안 전년 동기에 비해 80% 정도 급감했으며 미국 본토 전역에서 실시중인 테러 용의자 색출전이 마약 밀매범들을 극도로 위축시키고있다고신문은 전했다.

불법이민의 경우 대표적인 밀입국 통로인 캘리포니아주 샌이시드로 지역에서는 평소 매주 500명 안팎이 몰래 입국했으나 지난주에는 3분의 1선인 160명선으로 줄어들었다.

국방부 건물이 공격당한 미국 수도 워싱턴은 최근 주말이면 시민들이 교외의 자택으로 서둘러 귀가하고, 관광객과 여행객의 발길이 뚝 끊어져 시내가 텅 비어 버리는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워싱턴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이 보안문제 때문에 잠정 폐쇄되고, 백악관 및 의사당 진입로가 봉쇄된 데다 모든 정부청사 박물관 전시관들에는 경찰 등이 늘어서 단속을 하는 바람에 어렵게 워싱턴을 찾은 얼마 안 되는 관광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스미소니언박물관, 링컨기념관, 케네디센터 등 유명 박물관 및 전시관 등에는 관람객이 전년 동기 대비 최고 75% 정도 감소했다. 대부분의 호텔과 공연장도 썰렁해 이들 업종 종사자들은 감원 걱정을 하고 있다.

뉴욕 마천루의 상징이던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범들의 공격으로 맥없이 무너지자 초고층 빌딩에 대한 생각과 건축설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CNN방송은 최근 여론 조사 결과 미 국민의 35% 정도가 이제는 초고층 건물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고 보도했다.

건축 설계에서도 강철 기둥 대신 불에 녹지 않는 콘크리트 기둥을 선택하고 소방용 승강 시설을 강화하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상하이(上海)에 건설되고 있는 높이 421m의 국제금융센터는 건물 중심부의 콘크리트 기둥 강화, 15층마다 화염 및 유독가스를 막는 화재 대피층 건설 등 미래지향적 건축법으로 세계 건축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소방용 승강기를 신설하려는 고층 건물의 리노베이션 작업이 곳곳에서 진행중이라고 외신이 전했다.

<권기태기자·파리〓박제균특파원>

kkt@d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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