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가 들어선 뒤 건교부장관의 평균 재임기간은 7개월 남짓. 임기가 1년 이상인 장관은 이정무(李廷武) 김윤기(金允起)씨 등 두 명밖에 없다. 김용채(金鎔采) 전 장관은 17일에 그쳤고 오장섭(吳長燮) 전 장관도 5개월이 채 안된다.
장관이 바뀐 이유도 다양했다. 현정부 초기에는 뚜렷한 과실이 없더라도 개각이 있을 때 ‘끼워넣기’식으로 바뀌어 ‘자민련 몫 챙겨주기’라는 비판이 있었다. 올 들어서는 개인비리 의혹이나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바뀌기도 하고 DJP 공조파기로 스스로 물러나기도 했다. 장관 재임기간이 올 들어 ‘초단기’로 된 점도 눈에 띈다.
현정부 첫 건교부장관으로 1년2개월 남짓 장관을 맡아 비교적 ‘장수 장관’이었던 이정무씨는 개인적으로나 정책판단에서 별 논란 없이 조용하게 지내다 99년 5월의 개각 때 경질됐다. 그러나 민감한 현안에는 가급적 손을 대지 않으려 해 너무 소극적이었다고 말하는 공무원이 많다.
국세청장을 안정남씨에게 물려주면서 건교부장관으로 옮겨왔던 이건춘(李建春)씨는 8개월 가까이 재직하면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이자 건교부의 해묵은 과제였던 그린벨트 해제의 기본틀을 만들었다. 올해 발표된 그린벨트 해제(조정)의 구체적 내용도 이 전 장관 재직시 마련된 기본틀을 별로 벗어나지 않았다. ‘정치적 배려’로 임명됐지만 비교적 건교부 안에서 긍정적 평가를 듣는 편.
토지공사 사장에서 발탁된 김윤기 전 장관은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나흘 앞두고 바뀌었지만 개항준비 등 업무를 무난히 처리했다는 평. 그러나 올해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건교부에 대한 항공안전 2등급 판정이 김 전 장관 재직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장관 퇴진 후 책임론에 시달렸다.
‘자민련 몫’으로 입각한 오장섭 전 장관은 취임 초부터 재산변칙 거래 등의 의혹에 시달리다 결국 항공안전등급 격하에 대한 직접적 책임을 지고 5개월도 안 돼 물러났다.
김용채 전 장관은 임동원(林東源) 전 통일부장관 퇴진문제를 계기로 DJP 공조가 깨지면서 스스로 장관직을 떠났다. 김 전 장관은 짧은 재임기간에 그린벨트 해제를 발표해 이번 국정감사에서 “잠시 머문 장관이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다수 공무원들은 건교부가 더 이상 비전문가의 논공행상이나 정치적 배려 같은 ‘외풍(外風)’에 휘둘리지 않고 경제부처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구자룡·황재성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