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손용조/땀으로 연 제주 씨돼지 수출길

  • 입력 2001년 9월 27일 18시 51분


지난해 3월 필리핀으로 씨돼지를 수출하기 위해 검역 등 관련 절차를 모두 마치고 항공선적을 기다리던 중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경기도 파주 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모든 수출이 중단된 것이다.

그로부터 돼지 수출이 재개되기까지는 1년2개월이 걸렸다. 제주도는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청정지역 인증을 받아 수출 재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제주청정 씨돼지 114마리가 필리핀으로 팔려나갔다.

그리고 구제역 발생 1년6개월 만인 이달 20일 한국 전체가 OIE로부터 구제역 청정국 인증을 받았다. 그 직후인 22일에는 말레이시아에 씨돼지 20마리를 수출했다. 수출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의미는 적지 않았다.

구제역이 발생한 뒤 씨돼지 수출에 이르기까지 축산농가들은 수많은 고충을 겪었다. 구제역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번씩 축사를 돌아보면서 질병의 원인을 막아야 했다. 전국의 모든 축산농가가 이런 노력 끝에 청정국 인증을 받기에 이른 것이다.

1년6개월 동안 돼지 사육 농가를 강타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방역은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엄격하게 시행돼야 한다. 특히 깨끗한 환경은 질 높은 씨돼지를 생산하는 밑거름이다.

혈통개량 기술도 높이고 축사시설, 기자재, 축분처리시설 등 모든 분야에서 바이어들이 한국의 씨돼지를 사고 싶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다행히 제주도는 청정지역인데다 관련 기관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외국의 돼지 수입 바이어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성장했다.

씨돼지 수출은 고부가가치 벤처사업이다. 수입국의 양돈산업에 직접 참여하는 계기를 만들기 때문에 파급 효과도 크다. 아직은 수출량이나 수출가격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좋은 혈통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외국의 인지도는 계속 높아질 것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있듯이 축산농가들이 내일을 위해 오늘의 어려움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손용조(서귀포 서흥축산영농조합 대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