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5000억 황금시장” 정관계 상대 60억원이상 뿌린듯

  • 입력 2003년 4월 28일 0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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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휘장 사업 관련 금품 로비의 대상이 월드컵조직위원회는 물론 정부 및 정치권 핵심 인사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장차관급 이상 인사만 2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대통령의 친인척 및 고위 공무원 등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이용호 진승현 최규선 게이트의 폭발력을 능가하는 대형 게이트가 될 전망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권한이 있는 곳에 로비가 있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사건이라는 얘기가 무성하다.

휘장 사업은 티셔츠나 열쇠고리 모자 배지 등에 월드컵 엠블럼이나 마스코트 등을 상표화해주고 수익을 올리는 ‘상품화 사업권’으로 ‘공식 파트너’ ‘공식 공급업체’ 지정권과 함께 국제축구연맹(FIFA)의 3대 마케팅 사업 중 하나.

로비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2000년 당시 한일 월드컵의 휘장사업 시장 규모는 한국이 5000억원, 일본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업계에서는 이 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겼다.

FIFA는 공식 마케팅 대행사인 스위스 ISL사를 통해 국내 휘장 사업권자로 ISL의 자회사인 영국의 CPLG사와 홍콩의 PPW사가 합작해 만든 CPP(Copyright Promotion Partners) 코리아를 지정했다.

그러나 CPP는 사업 초기부터 월드컵조직위와 문화관광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등 관계기관의 강한 반대에 부닥쳤다. 한국이 주최하는 ‘잔치’에서 왜 외국 기업만 이익을 보느냐는 게 이유였다. 따라서 이를 무마하기 위한 CPP측의 로비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회사측은 조직위와 정관계 인사들에게 무차별적인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회사는 사업권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2001년 12월 코오롱TNS에 사업권을 넘겨주게 됐다.

한편 CPP측 사업에도 관여하다 코오롱TNS 사업에 깊이 관여한 모 인사는 2000∼2001년 월드컵 홍보관 설치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당시 정권 실세를 상대로 거액의 금품 로비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정관계 로비에 들어간 돈이 6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월드컵 관련 제품 생산 업체들은 월드컵 개최 도시의 고위 관계자에게 납품 청탁과 함께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다.

당시 인천 전주 대구 수원 등 개최 도시 10곳의 가로수에 꽂는 월드컵 깃발과 플래카드 등의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업체 선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자체장 등을 상대로 거액의 금품 로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미 수개월 전에 이 같은 첩보를 입수했으며, 로비를 벌인 업계관계자 20∼30명에 대한 계좌추적 등을 통해 상당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CPP측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월드컵조직위 김용집(金容鏶) 전 사업국장에 대한 형사처벌 수순에 들어간 것은 이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를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앞으로 검찰 수사는 휘장 사업권자와 생산 업체들의 중점 ‘로비 대상’이 됐던 고위 인사들에 대한 소환조사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사건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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