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총장사퇴-후속인사 전망]"결국 총장도…"검찰수뇌부 술렁

  • 입력 2003년 3월 10일 0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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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각영(金珏泳) 검찰총장이 9일 전격 사퇴함으로써 검찰 인사 파동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사실 김 총장의 사퇴는 이번 사태 발생 이전부터 예견된 사안이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부터 민주당 등 여권으로부터 김 총장을 흔드는 발언이 잇따랐고 노 대통령 역시 “법률로 임기(2년)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강제로 나가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소극적인 임기 보장으로 일관했기 때문.

노 대통령은 특히 이날 평검사와의 토론에서 김 총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검찰 수뇌부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을 표했다. 따라서 김 총장이 더 이상 버티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는게 검찰 내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김 총장의 사퇴로 검찰 수뇌부는 대폭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비록 현 검찰총장 1기 아래인 사시 13회 간부 가운데 1명이 검찰총장에 오른다 하더라도 차기 검찰총장 동기생 4명은 관행에 따라 검찰을 떠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

특히 차기 검찰총장은 노 대통령의 신임을 절대적으로 받는 사람이 임용됨으로써 총장 임기 2년을 꼬박 채울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동기생 간부들은 더 이상 검찰에 남아 있을 명분도 없다.

게다가 총장이 사시 14회 아래 기수에서 발탁 임명된다면 인사 폭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차기 총장에는 송광수(宋光洙) 대구고검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송 고검장은 정치색이 별로 없는 데다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내 흔들리는 검찰 조직을 추스르는 역할에 적임이라는 평.

검사장급 승진 인사도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사시 13회 기수에서 총장이 나온다 하더라도 총장 동기생들이 사퇴할 경우 검사장 자리가 모두 10개가 비게 되기 때문.

게다가 이날 토론회에서 탄력을 받은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이 고검장 승진대상에 사시 16회까지 포함시킬 경우 옷을 벗는 검찰 간부가 잇따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경우 사시 15회까지의 검찰 간부 20명 가운데 17명은 ‘치욕’을 감수하든지 아니면 관행대로 검찰을 떠나야 한다.

법무부는 검사장 승진 인사를 위해 사시 22회 검사들까지 인사 파일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사시 17∼21회의 간부 가운데도 상당수가 옷을 벗는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들은 이날 김 총장이 사퇴하자 앞으로의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깊은 고민에 휩싸여 있다. 노 대통령이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들을 대부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과 불신을 야기한 주역들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노 대통령이 옥석을 가리지 않고 검찰 간부들을 이렇게 싸잡아 매도할 수 있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검찰 간부들의 ‘사퇴 도미노’를 거론하고 있어 주목된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金총장 취임서 퇴임까지▼

지난해 11월 11일 취임한 김각영(金珏泳) 검찰총장이 9일 사퇴서를 제출함에 따라 또 한 명의 단명 총장(약 120일 재임)으로 남게 됐다. 김 총장 직전의 이명재(李明載) 전 검찰총장은 10개월,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은 5개월 남짓 자리를 지켰다.

김대중(金大中) 정부 말기에 취임한 김 총장은 정권 교체기의 검찰 총수로서 선거를 치르면서 끊임없는 외풍(外風)에 시달려야 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 시절에는 임기제(2년) 검찰총장에 대해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재신임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말도 몇 차례 들었다.

새 정부 출범 후에는 현대상선의 대북 비밀송금 의혹 사건 수사를 유보하면서 검찰총장 탄핵 시비에 휘말렸으며 한시적 특별검사제를 전격 수용, 검찰 안팎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 취임 직전에는 4대 재벌기업인 SK그룹의 부당내부거래 및 분식 회계 의혹을 수사하면서 권부의 미움을 샀다는 소리도 들렸다.

김 총장의 복무 방침은 정의와 인권. ‘서울지검 피의자 사망 사건’으로 자리에 오른 김 총장은 수사시 인권보장 등 검찰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스를 대기 시작하다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새 정부 들어 첫 번째로 단행된 검찰 고위 인사에서 김 총장은 그동안의 관행과는 달리 아예 인선 과정에서 배제돼 버렸다. 이 때문에 검찰을 지휘할 수 있는 입지를 잃어버린 데다 평검사들의 성명 파동으로 막다른 형국에 몰렸다. 이후 재신임을 약속한 노 대통령마저 극도의 불신을 표했던 것.

그는 퇴임사에서 “인사권을 통해 검찰권을 통제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사가 확인됐으며 검찰인의 열망인 공정한 시스템에 의한 인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청와대를 겨냥해 뼈있는 말을 던졌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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