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美기업 신뢰추락 세계증시 휘청<상>

  • 입력 2002년 6월 26일 17시 27분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미국 기업의 신뢰 붕괴 문제가 26일 한국 증시를 강타했다. 엔론사태에서 시작돼 월드컴으로 이어진 일련의 사건은 기업의 잘못된 회계 관행과 최고경영자(CEO)들의 부도덕한 행위가 그 골자다. 미국 기업의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한국 증시에 영향을 주는지, 한국 기업의 회계 관행과 CEO들의 경영 행태에는 문제가 없는지를 3회에 걸쳐 점검한다.】

▽다양한 부정행위〓전세계 투자자의 믿음을 앗아가는 미국 기업들의 행태는 외환위기를 불러온 과거 한국 기업의 잘못된 경영관행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회계조작. 매출 가공계상이나 순익관리 부채은닉 등을 통해 회사 돈을 몰래 빼돌리거나 회사의 실적이 사실보다 크거나 작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월드컴은 네트워크 장비 보수에 들어간 비용을 자본지출 비용으로 불법 계상해 현금흐름표까지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론사태 이후 글로벌크로싱 다이너지 타이코인터내셔널 등 과거 미국 유수의 기업들이 회계조작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사건이 터지고 난 뒤의 솔직하지 못한 태도도 한몫을 하고 있다. 엔론과 마찬가지로 글로벌크로싱도 파산신청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분식회계 의혹 조사를 전후해 회계 서류를 폐기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홍춘욱 한화투신운용 팀장은 “문제가 된 기업들은 대부분 증시가 활황일 때 본업에 충실하지 않고 수십개의 작은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면서 덩치를 키운 기업들”이라고말했다.

기업들은 주가가 계속 오를 때에는 돈을 들이지 않고 다른 회사를 합병할 수 있고 합병을 하면 이전의 부실 회계를 감추기가 쉽다. 그러나 최근 주가가 내리고 독점시비가 불거져 더 이상의 합병이 어렵게 되자 과거의 치부가 드러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 보고서 사건이나 아서앤더슨의 엔론과 월드컴 등에 대한 부실감사 의혹, 신용평가회사들의 신용평가 적정성 논란도 신뢰 붕괴를 재촉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타이코의 CEO인 데니스 코즐로브스키가 분식회계와 탈세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등 CEO의 부도덕성도 드러나고 있다.

▽어떻게 전달되나〓기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미국 및 유럽 투자가들의 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그 결과는 주식 투매로 이어진다. 월드컴의 주가는 전날의 83센트에 비해 57% 하락한 26센트였다.

이는 지난해 9·11테러 직후 미국 항공사들의 주가가 60% 폭락한 것과 유사한 현상. 코즐로브스키씨가 3일 전격 사퇴하자 타이코의 주가가 27%나 내리기도 했다.

홍 팀장은 “합병을 통해 미국 기업 주식을 취득했던 다수의 유럽 투자자들이 ‘더 이상 미국 시장을 믿을 수 없다’며 시장에 주식을 내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외국인투자가인 미국과 유럽 투자가들의 심리가 위축되면 미국이 아닌 한국 등 다른 지역의 증시에서도 투자규모를 줄이고 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하는 데 따른 영향을 받는다.

김지영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신뢰의 붕괴는 경기악화나 기업실적 부진보다 투자심리를 더 위축시킨다”며 “26일 증시 폭락은 외국인의 투매를 걱정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민감한 반응이 손절매로 이어지면서 더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4월 중순까지만 해도 한국 증시는 기업 실적 호전 등에 힘입어 미국 증시와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신뢰 붕괴로 인한 미국 증시 하락의 부담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2001년 하반기 이후 미국 기업 신용도 하락 관련 기업과 이슈
기업이슈
엔론회계장부 조작
글로벌크로싱
메릴린치애널리스트가 투자자 오도 리포트 작성
다이너지회계장부 조작
아델피아 커뮤니케이션스오너 가족 지급보증
타이코인터내셔널세금 포탈 및 장부 폐기
월드컴회계장부 조작
앤더슨엔론사 회계 부실감사 등
무디스, S&P기업신용평가 적정성 문제
자료:삼성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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