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워크숍]“너무부끄러워…억장무너진다”

  • 입력 2002년 5월 23일 18시 45분


워크숍에서 대화를 나누는 노후현후보와 한화갑대표 - 안철민기자
워크숍에서 대화를 나누는 노후현후보와 한화갑대표 - 안철민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를 포함해 소속 의원 105명이 참석한 가운데 23일 서울 여의도 서울시티홀에서 열린 민주당 워크숍에서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의혹, 노 후보와 당과의 관계 재정립, 6·13 지방선거 전략 등과 관련한 각종 제언과 ‘쓴 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DJ 아들 문제〓박인상(朴仁相) 의원은 김 대통령의 3남 김홍걸(金弘傑)씨의 구속과 관련해 “당이 최근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하며 비리 척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성구(姜成求) 의원은 “억장이 무너진다. 작년에 몸부림치던 때보다 더 심각하다. 산소호흡기가 필요하다. 아들문제 부패문제를 반전시킬 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김덕규(金德圭) 의원은 “정치를 하면서 요즘처럼 부끄러운 때는 처음이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이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아태평화재단 해체 등 민감한 문제까지 거론하자 이재정(李在禎) 의원은 “충정은 공감하나 대통령이 적절하게 해결하도록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김홍일 의원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지역구인 목포에 머물며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 쇄신안 논란〓노 후보와 당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과 함께 노 후보와 당이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될 수 있도록 당의 지원체제를 조속히 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라 제기됐다.

이상수(李相洙) 의원은 “노 후보가 말하는 당과 후보의 분리는 옳지 않다. 후보는 개인이 아니며 당의 후보이기 때문에 책임도 당이 져야 한다. 후보가 당무에 앞장서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호웅(李浩雄) 의원도 “당정분리라는 것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의 문제이다. 후보는 당과 일치해 나가야 한다”며 “지금 노 후보 진영을 보면 경선 당시 보좌진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상수 의원 등은 당 체제정비 방안으로 “대선기획단을 조기 발족하되, 기획단에 많은 의원들이 참여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부 의원들은 “최고위원 내부의 잡음을 없애야 한다”며 지도부 갈등을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노 후보가 이인제(李仁濟) 의원을 찾아가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한편 쇄신파 의원들은 중앙당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원내총무실과 정책위원회 등 정책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자민련과의 지방선거 공조〓충청권의 송석찬(宋錫贊) 의원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자민련과의 공조를 확실히 해야 하며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모두 공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석호(文錫鎬) 의원은 “지역연합이나 당 대 당 연합을 통해 지방선거나 대선을 돌파하긴 어렵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충청지역에서도 우리 후보를 내세워 당당히 싸워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

박병석(朴炳錫) 의원은 “자민련과 큰 틀에서 협조가 필요하나 선택적 공조여야 한다”며 “전면적 공조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의 자기반성〓노 후보는 워크숍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여론조사에서 국민 지지도가 떨어져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을 찾아간 것이 지지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는데, 설사 지지를 잃었다 해도 잘못되고 부끄러운 일로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하면서도 “원칙에 있어 양보하고 싶지는 않지만 과정이 용의주도하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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