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18번홀 잡아야 그린재킷 보인다…마스터스 11일 개막

  • 입력 2002년 4월 10일 18시 17분



코스 곳곳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와 목련은 눈길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봄의 제전’이라는 찬사를 듣는 빼어난 풍광을 감상하는 일도 그들에게는 사치로만 여겨지는 듯 보였다.

올시즌 미국PGA 첫 메이저대회인 제66회 마스터스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 17가지나 되는 깐깐한 출전 자격을 거친 89명의 ‘골프 명인’들이 연습라운드를 돌며 코스 점검을 끝냈다. 지난해보다 285야드나 늘어난 전장에다 9개홀을 뜯어고친 대대적인 보수작업과 빠르고 딱딱하기로는 첫 손가락에 드는 ‘대리석 그린’.

‘성형 수술’받은 오거스타 코스를 테스트한 출전 선수들의 일성은 한결같이 “너무 까다롭다”였다. 또 하도 어려워 기도없이 지날 수 없다는 ‘아멘 코너(11∼13번홀)’와 함께 18번홀(파4)을 최대 승부홀로 꼽았다.

지난해 보다 60야드나 길어진 465야드의 마지막 홀은 페어웨이 왼편에 벙커와 나무까지 들어차 있어 장타자조차도 발목이 잡힐 공산이 커졌다. 벙커를 넘기려면 티샷을 335야드나 날려야 한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우승하려면 마지막 날 18번홀에서 2위와 2∼3타차는 앞선 선두여야 마음이 놓일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주요선수 조편성 및 1,2라운드 출발시간(한국시간)
1라운드
2라운드
선수
11일 22:58
13일 01:43
예스퍼 파네빅,크리스 디마르코,폴 맥긴리
11일 23:09
13일 01:54
데이비드 듀발,어니 엘스,그레그 노먼
11일 23:31
13일 02:16
레티프 구센,스콧 매카론,콜린 몽고메리
11일 23:53
13일 02:38
타이거 우즈,부바 디커슨,이자와 토시
12일 01:43
12일 22:58
데이비스 러브3세,닉 프라이스,브래드 팩슨
12일 02:05
12일 23:20
비제이 싱,토마스 비요른,저스틴 레너드
12일 02:16
12일 23:31
세르히오 가르시아,데이비드 톰스,폴 에이징어
12일 02:27
12일 23:42
필 미켈슨,다렌 클라크,앙헬 카브레라
12일 02:38
12일 23:53
존 댈리,마이크 위어,니클라스 파스트

지난해 16언더파로 우승하며 코스 개조의 빌미를 제공한 타이거 우즈(미국)는 “무엇보다 장타와 정확도를 겸비해야 된다”고 말했다. 웨지로 가볍게 2온에 성공했던 지난해와 달리 1번홀에서는 8번 아이언을, 14번홀에서는 7번 아이언 정도로 세컨드샷을 해야할 만큼 거리 부담이 생겼다는 것. 우즈는 또 “그린 빠르기가 14 정도는 될 것 같다”며 “비가 오지 않고 바람마저 불면 80타대 스코어도 속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스팀프미터로 재는 그린 스피드는 보통 11 정도면 아주 빠른 수준이지만 마스터스의 그린은 이를 훨씬 웃도는 것.

최근 4년간 모두 공동 6위 이내의 성적을 냈던 데이비드 듀발(미국)은 메이저대회에서 단 한번도 쓰지 않았던 7번 우드를 캐디백에 챙겨 넣었다. 듀발은 “7번 우드는 공을 띄우거나 세우기 쉬우며 러프 탈출과 내리막 라이에서 2번 아이언보다 낫다”고 밝혔다. 듀발은 이 비장의 무기로 230∼250야드 거리를 공략, 메이저 2연승을 노릴 작정.

길어진 코스와 혹독한 그린 상태에 따라 쇼트 게임이 챔피언을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파온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졌으므로 그린 주변에서 얼마나 가깝게 핀에 붙여 타수를 줄이느냐가 승부의 열쇠라는 얘기다.

첨단 장비와 눈에 띄게 나아진 골퍼들의 신체조건에 맞서 난이도를 한층 높인 코스에서 누가 그린재킷의 주인공으로 탄생할 것인가. 그 해답은 오로지 ‘오거스타의 신(神)’ 만이 알고 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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