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본 한국인의 영어]열의 높지만 교육방식 잘못

  • 입력 2002년 2월 18일 18시 46분


한국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고 지금은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어 양국의 영어교육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일본은 한국이 영어교육을 향상시키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궁금해하고 한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일본인보다 영어를 잘 할 것이라는 믿음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나는 한국 학생들이 영어공부에 얼마나 열성인지, 교육부가 낡은 교육관행을 개혁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설명해 주기도 한다.

토플 성적만으로 영어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토플은 영어능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많이 사용된다. 한국인의 토플 평균 성적은 533점, 일본인은 504점이고 토익은 한국인이 480점, 일본인이 451점이다. 통계상으로는 한국이 더 높지만 이것만으로 우열을 따지기는 쉽지 않다.

한국은 영어 구사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듣기 평가를 도입하고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성급한 평가일지 모르지만 수능의 듣기평가가 토플의 듣기 성적을 올리는데 약간의 기여를 했다고 본다.

이런 긍정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일본보다 한국의 영어교육을 더 좋게 보았던 내가 최근 이런 자신감을 가질 수 없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서는 영어 붐과 함께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지만 토플 성적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것처럼 영어 구사능력의 향상도 미미하다. 토플의 다른 영역에 비해 듣기평가의 성적이 낮은 것을 보면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말하기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영어 작문 수준은 세계 최상위권의 교육 성취도를 자랑하고 주요 무역국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영문 홈페이지는 너무 조악해 불편한 경우가 많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번 방한 때 방문하는 도라산역에 설치된 입간판에 ‘Pyongyang’을 ‘Pyungyang’이라고 적어 놓은 것도 좋은 예다. 단순한 표기 문제 같지만 영어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어색하다.

일본인이 언어 구사 능력은 떨어지는 것 같아도 각 기관의 홈페이지나 관광안내서 등의 영어는 한국보다 나은 것 같다. 외국인이나 전문가를 고용해 바로 잡는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냐는 논란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인력풀을 개발하기 위해 영어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은 세계 무대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 이런 점에서일부 초등학교에서 영어로만 수업을 하거나 자립형 사립고를 도입하는 것과 같은 최근의 교육실험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본다.

로버트 파우저(일본 가고시마대 교수·응용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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