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실주주 16명 4년간 319번 해외여행

  • 입력 2001년 11월 29일 18시 28분


거래 금융기관에 5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힌 부실기업 대주주 16명은 98년 1월부터 2001년 7월까지 미국 등 20개 국가를 319번이나 여행했다. 이들은 골프를 치고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며 귀금속이나 옷을 사는 데 신용카드로 5억6895만원이나 썼다. 국내 백화점 등에서도 20억3670만원을 사용했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떵떵거리며 산다’는 말을 그대로 입증한 셈이다. 감사원이 적발한 부실기업주 5281명은 부도 전에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배우자 또는 자녀 명의로 돌려놓는 등 ‘부도 준비’를 했기 때문에 기업이 망한 뒤에도 별 불편 없이 산다. 빼돌린 재산은 6조6545억원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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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해외 도피〓부실 기업주가 자주 이용하는 방법은 재산의 해외 도피. 서울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에 1조4212억원의 손실을 끼친 J사는 위장 수입(8829만달러), 수출대금 미회수(6799만달러) 등의 방법을 동원해 1억9828만달러를 빼돌렸다. M사도 수출대금 1억3174만달러를 받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1억6440만달러를 해외로 도피시켰다.

문을 닫은 N종합금융 대주주 김모씨는 실재하지 않거나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않는 미국과 프랑스 현지법인에 542만달러를 해외투자 명목으로 유출했다. 감사원이 확인한 부실기업주의 해외 도피 재산은 3억9645만달러에 이른다.

▽명의 변경〓재산을 배우자나 자녀 명의로 돌리는 방법도 책임 추궁을 피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모(母)회사인 D보험에 885억원의 보증채무가 있는 부실기업 S사의 전 대표이사인 김모씨는 99년 2월 본인 소유의 아파트(시가 3억3000만원)를 배우자에게 증여했다. 그것으로도 안심이 안돼 6개월 뒤에는 제3자에게 담보로 제공했다. D보험 회장이 99년 2월 외화도피 혐의로 구속되고 금융감독원이 같은 날 D보험에 대해 계열사 부당대출 등에 대한 특별검사를 벌이자 재산을 빼돌린 것.

H종금 임원 4명은 98년초부터 종금사가 대거 퇴출되자 같은 해 8월부터 99년 9월말까지 44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가족 10명에게 증여했다. 같은 종금사 전 대주주인 S씨는98년 11월 본인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서울 중구 소재 36억원 상당의 대지를 부인과 딸에게 증여했다.

공적자금 7915억원을 지원받은 S종금의 전 임원은 종금사가 영업정지되기 직전인 98년 2월 경기 성남시 소재 4억5000만원짜리 건물을 배우자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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