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성과급-참스승인증制등 잇단 철회…국민불신만 키워

  • 입력 2001년 11월 22일 18시 19분



정부가 ‘개혁’을 명분으로 추진해 온 각종 교육 관련 정책이 혼선을 보이고 있어 교사와 학부모들로부터 “교육정책에 일관성이 부족해 혼란스럽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원정년 문제처럼 정치권과 관련 단체의 힘에 밀려 혼선이 초래된 경우도 있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다 무산된 경우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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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학부모 반발에 오락가락▼

교원성과금제는 교사와 교원단체 등의 집단 반발에 밀린 대표적인 경우. 교육부는 당초 교직사회의 경쟁력을 유도한다는 명분으로 전체 교사의 70%에 한해 성과금을 차등 지급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조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단체들이 “성과 측정이 불가능한 교직의 특수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해 결국 내년부터 모든 교사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후퇴했다.

중등교원 자격증 소지자 3900여명을 교육대에서 일정 과정을 이수토록 한 뒤 초등교사로 충원하려던 정책도 교대생들의 반발로 교육대 특별편입학제로 바뀌었다.

교육부가 교직사회의 정서를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하다 자진 철회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참스승 인증제’가 꼽힌다.

교육부가 98년 8월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로부터 존경받는 교사를 참스승으로 공식 인증하겠다고 발표한 ‘참스승 인증제’는 “누구는 가짜 스승이냐”는 교사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촌지 문제 때문에 스승의 날을 5월에서 2월로 바꾸려다 “교직사회를 촌지나 받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한다”는 항의 때문에 철회했다.

학생들이 담임교사를 직접 선택하고 학부모가 교원을 평가하도록 한다는 제도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 사라졌다.

2000년 4월에는 문용린(文龍鱗) 당시 교육부장관이 TV에 출연해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과외비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교육부가 과외를 부추긴다”는 비난이 일자 수일 만에 없었던 일로 한 적도 있다.

국내 대학원을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원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로 추진된 ‘두뇌한국(BK)21’ 사업도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지원금 나눠먹기’로 변질되고 말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정책의 혼란이 이 지경까지 온 것은 현 정부 출범 초기에 교육부가 교사집단을 개혁 대상으로 몰아 이들의 반발을 초래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교직사회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태도 때문에 교사들은 교육부가 추진하는 정책이라면 거부반응부터 보이는 바람에 대부분의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장관도 7개월에 한벌꼴 교체▼

교육정책 주무 장관의 잦은 교체도 문제로 꼽힌다. 현 정부 3년 9개월 동안 교육부장관은 모두 6명으로 평균 재임기간이 7개월에 불과하다. 교육에 대한 장관들의 철학도 달라 장관이 바뀔 때마다 전 장관의 정책이 폐기되는 사례가 많았다.

교원노조의 합법화를 계기로 이익집단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커진 것도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교원단체를 인정하고 함께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책개발 등에 서로 협조해야 할 교육부와 교원단체 간 힘겨루기만 거듭해 결국 교육부는 이들에게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한준상(韓駿相·교육학) 교수는 “정부가 교원노조나 한국교총 등 각종 교육관련 단체들의 집단 이익성 요구를 올바른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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