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號 긴급진단-1]"생사여부 결단 빠를수록 좋다"

  • 입력 2001년 10월 4일 18시 40분



≪우리 경제의 최대 걸림돌인 하이닉스반도체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반도체 경기 회복은 점점 더 멀어지고 하이닉스가 보유한 현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지만 국내 채권단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한 상태다.

경제전문가들은 이제 하이닉스 문제를 보다 근본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살리려면 누가 봐도 충분하다고 할 만큼 지원해 확실히 살리고,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는 것. 3회에 걸쳐 시장에서 주문하는 ‘근본적 회생책’과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채권단 및 정부의 이기주의를 짚어본다.≫

반도체 D램 생산 능력이나 기술력을 떠나 하이닉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채가 너무 많다는 사실. 하이닉스는 정부의 ‘빅딜 정책’에 따라 99년10월 옛 LG반도체를 흡수 합병했다. 당시 기업들이 겪고 있던 위기의 본질은 지불 불능이라는 ‘유동성 위기’였으나 정부는 엉뚱하게도 장기 경쟁력 강화 방안인 사업교환(비즈니스 스와프)을 들고 나온 것. 빅딜은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보였으나 해당기업은 과도한 부채를 떠안아 치명적인 내상을 입었다.

▽짓누르는 부채〓하이닉스는 LG반도체를 인수할 때 부채 3조9244억원을 떠안고 현금 2조5600억원은 2002년 상반기까지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99년말 하이닉스의 총자산은 20조3880억원인 반면 총부채는 무려 11조8650억원이나 됐다. 부채가 총자산의 절반을 넘다보니 그 해 이자만 9630억원을 내야했다. 99년 영업이익 6460억원으로는 이자도 내지 못한 것.

작년에는 영업이익 1조5000억원으로 이자비용(1조1040억원)은 감당할 수 있었지만 재고자산 및 연구개발비 감액손실, 자산 매각 등으로 인한 손실이 3조3000억원이 발생해 순손실 규모가 2조4860억원이나 됐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우수한 기업이라도 1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하루빨리 결단을 내려야〓채무조정은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은 충분한데 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져 무너지는 기업을 살려내 채권회수비율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미래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정도로 부채를 줄여주고 유동성 해결을 위한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대원칙.

한 시중은행장이 제시한 해결 방안은 이렇다.

“먼저 채권단이 하이닉스 부채 50%이상을 탕감한다. 손실분담차원에서 주주는 주가를 5000원으로 만들기 위한 감자를 단행하고 채권단은 주당 5000원에 총부채의 30%를 출자전환한다. 투신권도 0%에 가까운 수준으로 금리를 낮춰야 한다. 그러면 부채가 2조원으로 줄어들며 ‘하이닉스는 살아난다’는 믿음이 형성된다. 이후 채권단의 신규 자금 지원을 받아 설비투자 및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 지금 나와 있는 방안으로는 회생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모든 채권단이 신규자금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다른 한 은행 관계자는 “이런 회생안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채권의 20∼30%라도 건지는 것이 한푼도 못 건지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라며 “살리겠다면 지금 결단을 내려야 비용도 절약되며 채권단의 동의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이닉스에 회생 가능성이 없다면 하루빨리 법정관리에 넣어 기업 매각에 들어가야 제값에 팔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실기업은 그냥 놓아두면 간부들의 도덕적 해이와 내몫챙기기, 기술 인력 이탈, 투자 지연, 재무 부실 심화 등으로 시간이 갈수록 회사가 안에서부터 썩어 팔려고 해도 제값을 못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권은행들은 이해가 엇갈려 있다. 현재 하나 주택은행 등은 확실하게 살려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이들은 한빛 조흥 외환 산업은행 등 하이닉스 대출금이 많은 대형 은행들에 하루 빨리 결정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우자동차의 사례에서도 봤듯 ‘시간은 부실기업의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우자동차의 사례에서도 봤듯 ‘시간은 부실기업의 편이 아니다’.

이 때문에 하나 주택은행 등은 한빛 조흥 외환 산업은행 등 하이닉스 대출금이 많은 은행들에 하루 빨리 결정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 사이에서도 서로 처한 상황에 따라 이해가 엇갈리는 바람에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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