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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LG전자 마곡업무센터에서 흉기를 휘둘러 LG전자 직원 2명을 다치게 한 협력업체 직원 정모 씨(60)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서울남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기노성)는 살인미수 혐의로 정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정 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11시경 서울 강서구 LG전자 마곡업무센터에서 칼날 길이 10㎝의 등산용 칼을 휘둘러 LG전자 소속 팀장과 팀원 등 2명을 여러 차례 찌른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은 목과 옆구리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LG전자 측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아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실제 해고 통보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LG전자 측의 담당 업무 교체 요청을 해고 통보로 오인해 범행을 저질렀다. 반면 피해자 측은 평소 정 씨가 업무를 버거워해 협력업체 대표를 통해 담당자 교체를 요청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법원은 지난달 29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5일 정 씨가 피해자 2명 모두를 살해할 의도를 갖고 범행한 것으로 판단해 특수상해 혐의를 제외하고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하도 달라붙어서 퇴치 스프레이를 샀어요.”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만난 김동하 씨(29)는 여름철 불청객으로 꼽히는 러브버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러브버그가 어두운 옷에는 잘 붙지 않는다는 얘기에 상·하의를 검은색으로 통일했는데도 소용이 없자 벌레 퇴치 약을 장만했다는 얘기다. 김 씨는 “지난해는 거리를 다니기 불편할 정도로 러브버그가 많았는데, 올해도 비슷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최근 몇 년 새 여름마다 수도권 곳곳을 뒤덮었던 러브버그가 올해도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민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광진구에서 식품 판매장을 운영하는 권예령 씨(31)는 “오늘 낮에만 러브버그를 100마리 가까이 잡았다”며 “러브버그가 밝고 바람 없는 곳에 더 꼬인다는 얘기가 있어, 매장 조명등을 다 꺼두고 마감 후에도 선풍기를 켜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북구 미아동에 사는 학부모 정모 씨(43)는 “아이가 등교하다가 입에 러브버그가 들어갈까 봐 마스크를 씌웠다”고 했다. 마포구의 한 파스타 가게 점원 김은정 씨(26)는 방역업체까지 불렀다. 최근엔 러브버그 출몰 지역을 공유하는 웹사이트도 등장했다. 뉴스와 이용자 제보를 바탕으로 러브버그 출몰 가능성을 지역별로 표시해 주는 ‘러브버그.com’이다. 이 사이트에는 지난주에만 3600건이 넘는 제보가 들어왔다. 운영자 박제구 씨(32)는 “러브버그 정보를 한눈에 확인해, 자주 출몰하는 공원이나 산책로를 피할 수 있게 해주려고 지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여름에도 러브버그 대발생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친환경 방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3, 4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서울시가 서울·인천·경기와 인접 강원·충남·충북 56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러브버그 유충 서식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서울·인천은 1개 조사 지점을 제외한 모든 지점에서 러브버그 유충이 확인됐다. 경기도는 31개 시군 중 15곳이었다. 김동건 삼육대 환경생태연구소장은 “러브버그는 낙엽 등을 소화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조차 과하면 오히려 산림 토양에 해로울 수 있다”며 “부처와 관계기관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생태 및 방제 연구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국립산림과학원은 러브버그의 밀도 조절을 위해 친환경 방제제 3종을 활용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고진영 기자 goreal@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이 건 전화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인 ‘010’으로 변조해 준 사설 중계소 운영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파주경찰서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및 사기 혐의 등으로 총책인 30대 남성 등 일당 5명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초부터 올해 2월 28일 검거 당시까지 경기 파주시와 인천 등 수도권 일대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거점을 마련하고 사설 중계소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해외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과 10억 원이 넘는 돈을 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경찰이 피해금이 입금된 계좌를 추적해 특정한 범죄 수익은 11억8200여만 원이다.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기소 전 몰수 추징보전 인용 결정을 받았다. 또 일당의 은신처에서 발견된 휴대전화 700여 대와 노트북, 와이파이 공유기, 현금 7000만 원을 압수했다.이들은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이 국내로 전화를 걸면 시민들에게 익숙한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표시되도록 발신 번호를 변조해 줬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다량의 대포폰과 통신장비를 설치하고 거점을 수시로 옮겨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

6·3 지방선거 다음 날인 4일 오전 11시경 서울 중구 약수역 사거리에서는 중구 도시디자인과 직원들이 선거 현수막을 떼어내는 작업으로 분주했다. 현수막을 고정한 노끈을 잘라내고 각목으로 둘둘 말아 모으자 1t 트럭 적재함이 금세 가득 찼다. 이들이 제거해야 할 관내 현수막은 620여 개로 각목까지 포함하면 2t에 육박하는 무게다. 이날 작업 현장에 투입된 한 직원은 “지방선거는 출마자가 많아 현수막을 떼어내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린다”고 말했다. 지방선거가 끝나자 전국 폐기물 처리장에는 쓸모를 잃은 선거 현수막이 몰려들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 현수막은 선거가 끝난 뒤 정당과 후보자 등 설치한 주체가 철거해야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며칠씩 방치되다가 지방자치단체가 대신 철거해 폐기하는 게 보통이다. 선거 현수막은 일회성 쓰레기이자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적받아 왔다. 폴리염화비닐(PVC)이나 폴리프로필렌(PP) 같은 합성수지로 만든 탓에 잘 썩지 않고, 소각하면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에 따르면 1t을 소각할 때마다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는 PVC의 경우 1.4t이며, PP에선 3.1t이 나온다.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소각되는 현수막이 보통 400t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매번 최소 600t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셈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 폐현수막을 자원으로 다시 쓰려는 노력 덕분에 재활용률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21대 대통령선거 당시 발생한 폐현수막 1062t 중 610t(57.4%)이 재활용됐다. 2024년 22대 총선(29.2%)이나 2022년 8회 지방선거(24.8%)에 비해 개선된 수치다. 일부 지자체는 선거 전부터 현수막을 재활용할 채비를 해뒀다. 서울 송파구는 수거될 300여 개의 폐현수막 중 80%를 재활용할 계획이다. 5일 송파구 직원 5명은 지하철 5호선 개롱역 교차로 일대에서 수거한 현수막을 오금동의 한 재활용 창고로 실어 날랐다. 창고 직원 이경숙 씨(66)는 “그냥 버려질 수도 있는 폐현수막을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제품으로 되살리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현수막 1장은 가방 5개나 앞치마 2개로 변신해 관내 유치원과 복지관 등으로 전달된다. 합성수지 대신 친환경·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현수막의 사용을 유도하자는 제언도 나온다. 프랑스는 후보가 발송하는 선거 홍보물 등에 재활용 섬유를 50% 이상 함유한 종이 등을 사용했을 때만 비용을 보전해 주고 있다. 소순창 건국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선거 공보물에 대한 ‘탄소 중립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일정 비율 이상의 친환경 소재를 활용할 시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검찰이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을 받아 온 검찰 수사관들에 대해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상설특검(특별검사 안권섭)으로부터 관련 사건을 넘겨받은 지 두 달 만인 5일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은 “압수물 업무 담당자 등이 의도적으로 관봉권 포장·띠지를 훼손·폐기하고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폐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의혹은 서울남부지검이 2024년 12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현금 다발 5000만 원의 한국은행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를 분실한 사건이다. 띠지에는 현금 검수일·기계 식별 번호 등이 기재돼 있어 자금 흐름 추적의 단서가 되는데 이를 분실하면서 증거 인멸과 윗선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수사팀이 관련 증거를 고의로 폐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대검찰청은 감찰을 벌여 지난해 10월 ‘실무상 과실은 있었으나 윗선의 증거 은폐 지시는 없었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이후로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상설특검이 수사를 이어왔지만, 3월 5일 활동을 종료할 때까지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해 특검법에 따라 사건을 검찰로 이첩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유명 인플루언서 양정원 씨(37)의 사기 사건을 무마한 의혹을 받는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팀장이 양 씨의 남편 이모 씨(45)로부터 룸살롱 접대를 받고 이틀 뒤 “신속히 무혐의 종결하라고 했다”고 회신한 것으로 확인됐다.5일 이 씨의 뇌물 공여 혐의 등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2월 20일 강남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당시 강남서 수사팀장이던 송모 경감을 만나 51만 원어치 향응을 제공했다. 당시 양 씨는 필라테스 학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로부터 사기 등 혐의로 고소당해 수사를 받고 있었다. 접대 이틀 후인 2월 22일 송 경감은 이 씨에게 전화해 “○○○(양 씨 담당 수사관) 불러서 신속히 무혐의 종결하라고 얘기했어”라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해 7월 2일에도 송 경감에게 55만 원 상당의 유흥주점 접대를 했다. 같은 달 22일엔 명품 스카프 등 총 100만 원어치의 선물을 건넸다. 공소장에는 송 경감이 이튿날 이 씨에게 “결과로 말해줄게”라며 “자네 부인은 잘 끝날 거야”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송 경감은 올 4월 20일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은 대가성 등에 다툼이 있다며 기각했다.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2일 서울대가 인공지능(AI) 기반 교육과 연구 혁신을 위해 ‘챗GPT 에듀’를 1일 도입했다고 밝혔다. 교수와 학생, 직원 등 전 구성원에게 무료로 AI 서비스를 제공해 ‘AI 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챗GPT 에듀는 교육기관 전용 생성형 AI 서비스다. 강의 자료 생성과 맞춤형 튜터링 등 교육·연구에 특화된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사업은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무료로 최신 AI 기술 접근을 지원함으로써 AI 서비스 격차를 허물기 위해 추진됐다. 향후 대학 내 모든 분야에서 AI 활용 환경이 정착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챗GPT 에듀 외에도 AI 기반 코딩 도구인 코덱스와 챗GPT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등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대는 챗GPT 에듀 도입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AI 전환(AX)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개발사인 오픈AI와의 글로벌 연구 협력도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고길곤 서울대 정보화본부장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AI 선도 국가가 되는 데 기여한다는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기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2일 서울대가 인공지능(AI) 기반 교육과 연구 혁신을 위해 ‘챗GPT 에듀’를 1일 도입했다고 밝혔다. 교수와 학생, 직원 등 전 구성원에게 무료로 AI 서비스를 제공해 ‘AI 격차’를 줄인다는 취지다. 챗GPT 에듀는 교육기관 전용 생성형 AI 서비스다. 강의 자료 생성과 맞춤형 튜터링 등 교육·연구에 특화된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사업은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무료로 최신 AI 기술 접근을 지원함으로써 AI 서비스 격차를 허물기 위해 추진됐다. 향후 대학 내 모든 분야에서 AI 활용 환경이 정착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챗GPT 에듀 외에도 AI 기반 코딩 도구인 코덱스와 챗GPT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등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서울대는 챗GPT 에듀 도입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AI 전환(AX)을 선도한다는 구상이다. 개발사인 오픈AI와 글로벌 연구 협력도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고길곤 서울대 정보화본부장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AI 선도 국가가 되는 데 기여한다는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기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전국 곳곳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낮 12시 반경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주민센터는 정장을 입은 직장인 등 유권자 40여 명이 건물 1, 2층 계단을 빼곡히 채우며 서 있었다. 대부분 점심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사전투표를 하러 온 것. 사전투표를 위해 연차를 냈다는 직장인 이종석 씨(28)는 “이번 선거를 통해 통합된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여의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는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여기서부터 30분 소요 예상됩니다’라는 대기줄 안내판이 입구에 설치되기도 했다. 이른바 ‘사전투표 오픈런’을 한 유권자도 있었다. 서울 중구 광희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를 찾은 김종호 씨(40)는 오전 5시 50분부터 투표소 앞에서 투표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김 씨는 “용산구로 출근해야지만, 한 표를 위해 시간을 쪼개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생애 첫 투표를 한 강모 씨(19)는 “도지사, 시장, 시의원 등 후보들이 많아서 고민이 됐지만, 내 한 표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사전투표소에서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8시 30분경 대구 수성구 고산2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사전투표소 기표소 안에서 기표가 완료된 투표용지 1장이 발견됐다. 한 유권자가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하려다 이를 발견하고 행정복지센터 측에 항의한 것. 행정복지센터가 파악한 결과 앞서 기표소를 이용한 다른 유권자가 총 7장의 투표용지 중에 1장을 놓고 간 것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투표용지는 ‘노출된 투표용지’로 보기 때문에 무효표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경남 양산시의 한 사전투표소에서는 관외 투표자가 “투표용지를 1장 덜 받았다”고 주장해 선거관리위원회가 추가 투표용지를 발급하는 소동이 있었다. 양산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5분경 양산시 동면에 있는 한 사전투표소에서 관외 투표를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 발급기 화면에는 ‘7장 발급’으로 표시됐지만 실제로는 양산시장 선거 투표용지를 제외한 6장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1장을 추가 발급했고, 해당 유권자는 추가 투표 후 회송용 봉투를 봉인해 투표를 마쳤다. 중앙선관위는 “해당 봉투에 투표용지가 2장 들어갔다면 개표 과정에서 무효표 처리된다”고 밝혔다. 또 이날 경기 용인시 기흥구 상하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에서 기표소 내부를 촬영한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용인동부경찰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해당 SNS 사용자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양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전국 곳곳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이날 낮 12시 반경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주민센터는 정장을 입은 직장인 등 유권자 40여 명이 건물 1, 2층 계단을 빼곡히 채우며 서 있었다. 대부분 점심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사전투표를 하러 온 것. 사전투표를 위해 연차를 냈다는 직장인 이종석 씨(28)는 “이번 선거를 통해 통합된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여의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는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여기서부터 30분 소요 예상됩니다’라는 대기줄 안내판이 입구에 설치되기도 했다.이른바 ‘사전투표 오픈런’을 한 유권자도 있었다. 서울 중구 광희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를 찾은 김종호 씨(40)는 오전 5시 50분부터 투표소 앞에서 투표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김 씨는 “용산구로 출근해야지만, 한 표를 위해 시간을 쪼개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생애 첫 투표를 한 강모 씨(19)는 “도지사, 시장, 시의원 등 후보들이 많아서 고민이 됐지만, 내 한 표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일부 사전투표소에서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8시 30분경 대구 수성구 고산2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사전투표소 기표소 안에서 기표가 완료된 투표용지 1장이 발견됐다. 한 유권자가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하려다 이를 발견하고 행정복지센터 측에 항의한 것. 행정복지센터가 파악한 결과 앞서 기표소를 이용한 다른 유권자가 총 7장의 투표용지 중에 1장을 놓고 간 것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투표용지는 ‘노출된 투표용지’로 보기 때문에 무효표 처리했다”고 밝혔다.경남 양산시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관외 투표자가 “투표용지를 1장 덜 받았다”고 주장해 선거관리위원회가 추가 투표용지를 발급하는 소동이 있었다. 양산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5분경 양산시 동면에 있는 한 사전투표소에서 관외 투표를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 발급기 화면에는 ‘7장 발급’으로 표시됐지만 실제로는 양산시장 선거 투표용지를 제외한 6장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1장을 추가 발급했고, 해당 유권자는 추가 투표 후 회송용 봉투를 봉인해 투표를 마쳤다. 중앙선관위는 “해당 봉투에 투표용지가 2장 들어갔다면 개표 과정에서 무효표 처리된다”고 밝혔다.또 이날 경기 용인시 기흥구 상하동 행정복지센터 사전 투표소에서 기표소 내부를 촬영한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용인동부경찰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해당 SNS 사용자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양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검찰이 대형 병원장 등이 연루된 1000억 원대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꾸려진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1호 사건이다.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신동환)는 28일 섬유 소재 관련 상장사인 DI동일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DI동일 임원과 대형 병원장 등 이 2024년 초부터 법인 자금과 금융회사 대출금 등을 통해 1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해 허위 매수나 고가 매수 등 시세조종 주문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DI동일 주가는 2배 이상으로 폭등했다가 급락해 적잖은 개인 투자자가 손실을 봤다. 이들이 시세조종으로 챙긴 부당이득은 총 4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가 이뤄진 NH투자증권도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3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이 사건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 금지,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불공정 거래 척결을 위해 금융위·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전문 인력으로 꾸린 합동대응단의 1호 사건으로 주목받았다.이날 DI동일 측은 입장문을 내고 “당사는 압수수색 영장에 피의자로 적시되지 않았다”며 “조사에 성실하고 투명하게 협조하겠다”고 밝혔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서울 강서구 LG전자 마곡업무센터에서 협력업체 직원이 흉기를 휘둘러 LG전자 본사 직원 2명이 다쳤다. 협력업체 직원은 도주 중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27일 서울 강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8분경 강서구 LG전자 마곡 업무단지인 사이언스파크 2층에서 “남성 두 명이 칼에 찔린 채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피해자들은 50대 남성과 40대 남성으로, 각각 옆구리와 팔을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중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인 60대 남성은 범행 직후 도주하다 사건이 벌어진 지 40여 분 만인 이날 오전 11시 58분경 서울 마포구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에서 특수상해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그는 평소 소지하던 총 23cm 길이의 접이식 칼로 본사 직원들을 찌른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하철로 도주하던 중 서울 마포경찰서 월드컵지구대 소속 경찰들의 검문에 붙잡혔다. 마포경찰서는 기초 조사를 마친 뒤 강서경찰서로 신병을 넘겼다. 경찰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조사 결과 피의자는 본사 직원들과 업무상 갈등이 생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협력업체 소속인 그는 LG전자 측 요청으로 협력사에서 그가 담당했던 프로젝트가 변경되자 그동안 함께 일했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협력사는 LG전자와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피해자 2명은 LG전자에서 자동차 전장(전기 및 전자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의 신병을 확보한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에 피해자가 말을 막 하고 나를 하대하고 무시했다”며 “오늘 해고 통보를 받아 분노해 범행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다만 피해자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평소 피의자가 업무를 버거워해 협력업체 대표를 통해 업무 교체를 요청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괴롭힘이나 해고 통보 등 주장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LG전자 측은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으로 자체 조사에도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올해 3월 원청의 사용자 책임 범위를 넓힌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 노동자의 교섭 요구 등이 늘어났지만, 실제 현장에서 여전히 갈등 조정 창구가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명목상 소속은 협력업체지만 실제 업무 등은 원청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누적된 갈등이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을 야기했을 수 있다”며 “원청 사업장 내 근무하는 협력사 직원에 대한 관리 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서울 강서구 LG전자 마곡업무센터에서 협력업체 직원이 흉기를 휘둘러 LG전자 본사 직원 2명이 다쳤다. 협력업체 직원은 도주 중 경찰에 긴급체포됐다.27일 서울 강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8분경 강서구 LG전자 마곡 업무단지인 사이언스파크 2층에서 “남성 두 명이 칼에 찔린 채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피해자들은 50대 남성과 40대 남성으로, 각각 옆구리와 팔을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중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피의자인 60대 남성은 범행 직후 도주하다 사건이 벌어진 지 40여 분 만인 이날 오전 11시 58분경 서울 마포구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에서 특수상해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그는 평소 소지하던 총 23cm 길이의 접이식 칼로 본사 직원들을 찌른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하철로 도주하던 중 서울 마포경찰서 월드컵지구대 소속 경찰들의 검문에 붙잡혔다. 마포경찰서는 기초 조사를 마친 뒤 강서경찰서로 신병을 넘겼다. 경찰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조사 결과 피의자는 본사 직원들과 업무상 갈등이 생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협력업체 소속인 그는 LG전자 측 요청으로 협력사에서 그가 담당했던 프로젝트가 변경되자 그동안 함께 일했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협력사는 LG전자와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피해자 2명은 LG전자에서 자동차 전장(전기 및 전자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남성의 신병을 확보한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에 피해자가 말을 막 하고 나를 하대하고 무시했다”며 “오늘 해고 통보를 받아 분노해 범행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다만 피해자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평소 피의자가 업무를 버거워 해 협력 업체 대표를 통해 업무 교체를 요청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괴롭힘이나 해고 통보 등 주장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LG전자 측은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으로 자체 조사에도 착수한다는 계획이다.이번 사고와 관련해 올해 3월 원청의 사용자 책임 범위를 넓힌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 노동자의 교섭 요구 등이 늘어났지만, 실제 현장에서 여전히 갈등 조정 창구가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명목상 소속은 협력업체지만 실제 업무 등은 원청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누적된 갈등이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을 야기했을 수 있다”며 “원청 사업장 내 근무하는 협력사 직원에 대한 관리 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혜민 씨(28)는 최근 집으로 온 ‘종이 선거 공보물’을 뜯지도 않고 그대로 버렸다. 온라인상으로도 공보물을 확인할 수 있어 굳이 종이로 볼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씨는 “휴대전화를 통한 배포 등 공보물을 더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거 공보물은 후보자의 경력, 전과 유무, 핵심 공약 등이 담긴 자료로 유권자가 후보자의 자질을 따져 볼 수 있는 일종의 검증서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총선이나 대선에 비해 후보자가 많다 보니 제작 배포해야 할 공보물도 늘어나 비용도 만만치 않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쓰인 후보자 공보물은 5억8000만 부에 달했다. 발송에 쓴 세금은 약 299억 원이었다. 올해 등록된 후보자가 4년 전 선거(7616명)보다 213명(2.8%) 늘어난 7829명이라 인쇄 규모 역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김 씨처럼 가정에 배포된 종이 선거 공보물을 열어 보지도 않고 버리는 유권자가 선거 때마다 적지 않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2월 26일부터 3월 31일까지 유권자 68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종이 공보물을 ‘자세히 읽는다’고 답한 비율은 11.4%였다. 반면 공보물을 읽지 않거나 봉투째 버린다고 답한 비율은 36%로 3배가 넘었다. 국민 10명 중 9명은 공보물을 제대로 읽지 않고 있는 것. 유권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핵심 수단인 공보물을 일괄적으로 인쇄물로 배포하는 대신 전달 방식을 다양화해 도달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공보물은 종이 인쇄물 외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유권자들에게 휴대전화나 e메일로 발송하는 등 접근성을 높이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22대 국회에서도 전자식 선거공보물을 도입하거나 공보물을 재생 종이로 만드는 등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3건 발의됐지만 모두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유권자가 공보물을 받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희망하는 유권자만 전자문서 형태의 공보물을 발송하는 등 대안을 마련한다면 후보자의 정보나 공약을 유권자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혜민 씨(28)는 최근 집으로 온 ‘종이 선거 공보물’을 뜯지도 않고 그대로 버렸다. 온라인상으로도 공보물을 확인할 수 있어 굳이 종이로 볼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씨는 “휴대전화를 통한 배포 등 공보물을 더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선거 공보물은 후보자의 경력, 전과 유무, 핵심 공약 등이 담긴 자료로 유권자가 후보자의 자질을 따져볼 수 있는 일종의 검증서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총선이나 대선에 비해 후보자가 많다보니 제작 배포해야 할 공보물도 늘어나 비용도 만만치 않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쓰인 후보자 공보물은 5억8000만 부에 달했다. 발송에 쓴 세금은 약 299억 원이었다. 올해 등록된 후보자가 4년 전 선거(7616명)보다 213명(2.8%) 늘어난 7829명이라 인쇄 규모 역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하지만 김 씨처럼 가정에 배포된 종이 선거 공보물을 열어보지도 않고 버리는 유권자가 선거 때마다 적지 않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2월 26일부터 3월 31일까지 유권자 68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종이 공보물을 ‘자세히 읽는다’고 답한 비율은 11.4%였다. 반면 공보물을 읽지 않거나 봉투째 버린다고 답한 비율은 36%로 3배가 넘었다. 국민 10명 중 9명은 공보물을 제대로 읽지 않고 있는 것.유권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핵심 수단인 공보물을 일괄적으로 인쇄물로 배포하는 대신 전달 방식을 다양화해 도달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공보물은 종이 인쇄물 외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유권자들에게 휴대전화나 e메일로 발송하는 등 접근성을 높이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22대 국회에서도 전자식 선거공보물을 도입하거나 공보물을 재생 종이로 만드는 등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3건 발의됐지만 모두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유권자가 공보물을 받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희망하는 유권자만 전자문서 형태의 공보물을 발송하는 등 대안을 마련한다면 후보자의 정보나 공약을 유권자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

서울의 한 자치구 민원실에는 공무원 누구나 이름을 아는 40대 여성 주민이 있다. 그는 2023년 1월부터 이달까지 “인근 병원 직원이 불친절하니 징계하라”는 민원을 82건 접수했다. 의료기관 종사자의 응대 태도는 법적 규제 대상이 아님에도 구는 32건가량 답변과 설득을 이어갔다. 이후 동일 민원이 3회 이상 반복되면 종결할 수 있다는 법 조항에 따라 해당 민원을 종결 처리하자, 이 주민은 “왜 종결했느냐”며 토씨만 바꾼 채 같은 민원을 다시 밀어 넣고 있다.● ‘반복 민원’으로 종결, 1.3%뿐이처럼 악성적인 반복 민원을 끊어낼 법적 출구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민권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 4월까지 전국 행정기관에 접수된 국민신문고 민원은 총 6433만 건이다. 그런데 이 중 반복 민원으로 분류돼 종결 처리된 사례는 1.3%인 84만 건에 불과했다. 이는 1970년 민원사무처리규정 제정 당시 명기한 ‘무조건 접수’와 ‘신속·친절’ 원칙이 현재의 민원처리법까지 이어져 온 탓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등 행정기관은 부당한 민원이라도 일단 접수해 통상 14일 이내에 답변을 마쳐야 한다. 국민 권익을 위한 배려가 도리어 악성적인 반복 민원에 악용돼 정작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 등 다수의 권리가 뒤로 밀리게 된 것이다. 악성 민원을 차단할 유일한 장치는 ‘3회 이상 접수 시 종결’ 조항뿐이다. 하지만 이는 내용을 살짝 바꾸거나 민원인의 명의를 바꾸는 꼼수에 쉽게 무력화된다. 부산 해운대구에는 지난해 12월 “아파트 단지에서 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사람을 처벌하라”는 취지의 민원이 반복 접수됐지만, 여러 사람이 번갈아 접수했기 때문에 종결 처리할 수 없었다. 올해 2월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도 특정 단체 소속으로 의심되는 여러 명이 “(구청이 관리 중인) 동물을 직접 보호하겠다”며 민원을 170건 접수했지만 민원인이 모두 달랐기 때문에 일일이 답변해야 했다.● “규정대로 끊어내면 ‘보복 민원’ 폭탄” 학교도 마찬가지다. 전북 군산시의 한 초등학교는 올해 운동회에서 ‘음식 금지’, ‘천막 밖 이동 제한’ 등 경고문을 내걸었다. 지난해 운동회 당시 “흙 묻은 손으로 음식을 먹게 놔뒀다”, “우리 애는 햇빛 알레르기가 있다” 등 10여 명의 학부모가 번갈아 민원을 제기한 데 따른 조치였다. 적법하게 종결 처리해도 이를 빌미로 후속 민원이나 소송을 쏟아내면 현장 공무원으로선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강원 춘천시에선 한 90대 주민이 2024년부터 “타인 소유 건물을 철거해 달라”는 민원을 반복해서 제기했다. 관련 부서가 동일 민원으로 판단하고 종결 처리했지만, 그는 이를 문제 삼아 최근까지 20여 차례 민원실을 찾아와 욕설하며 소란을 피웠다. 담당 직원은 “종결 처리해서 꼬리 민원을 감수할지, 그냥 참고 답변을 반복할지 중에서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그나마 종결 대상도 국민신문고 등을 통한 전자·서면 민원에 국한됐기 때문에 전화나 방문 민원은 사각지대다. ● 日·英은 악성 민원 전화 차단까지반면 해외 주요국은 민원 횟수와 무관하게 그 요구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면 민원권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은 직원의 업무 환경을 위협하는 행위를 ‘카스하라(カスハラ·고객 괴롭힘)’로 정의하고 경찰 신고 등으로 적극 대응한다. 특히 불합리한 민원을 반복해서 제기하면 대응 창구를 단일화거나 “더 이상 응대할 수 없다”고 답변할 수 있다. 실제 오사카부는 한 해 e메일 1만여 건과 전화 700여 건을 쏟아낸 한 여성 민원인의 전화를 금지하는 소송을 벌여 승소했다. 영국도 민원인의 통화 빈도가 과하면 번호를 차단하거나 접촉 시간과 횟수를 제한한다. 나아가 해당 민원인의 관청 출입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 호주는 민원인이 종결 처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후부턴 무응답으로 일관한다. 호주 연방 옴부즈만은 2021년 발행한 지침에서 한 반복 민원인에게 “새로운 근거를 내지 않으면 응대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사례를 명기했다. 우리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12일 X(옛 트위터)에 “고질 만성화된 반복 민원은 민원인의 삶을 황폐화하고 행정 낭비를 초래한다”고 적었다. 행안부는 ‘3회 이상 반복’에 해당하지 않아도, ‘업무 방해 등 의도가 있는 경우’ 등까지 종결 대상 민원으로 분류하는 민원처리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소수의 악성 민원까지 수용해야 하는 ‘무조건 접수’ 원칙을 유지할지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방문·전화 반복 민원도 종결 처리하거나 접촉 단계에서 제한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해외처럼 반복 민원을 접수 단계에서 분리·종결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부산 한 자치구의 6급 주무관은 사실상 단 한 명의 민원인을 ‘전담 마크’하고 있다. 상대는 20년 넘게 재개발 보상금 1000억 원을 요구하는 60대 여성이다. 이미 일부 보상이 이뤄졌고 그가 주장하는 행정 과실도 수사기관에서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거의 매일 “구청장 나오라”고 고성을 지르는 통에 아예 전담 직원을 두기로 한 것이다. 담당자는 몇 시간이고 그의 하소연을 들어주느라 다른 업무를 못 하고 있다. 19일 국민권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2025년 국민신문고를 통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248곳에 접수된 민원은 총 4152만 건이다. 그런데 연도별로 각 지자체의 최다 민원인 10명이 제기한 민원이 188만 건에 달했다. 전체 민원인(334만 명)의 0.1%에도 못 미치는 이들이 민원 비중의 4.5%를 차지한 것이다. 지자체·연도별 상위 1명의 민원도 5년간 67만 건이 넘어 하루 평균 368건꼴이었다. 대다수는 토씨만 바꿔 ‘복붙’하거나, 인공지능(AI) 등으로 대량 생산한 사례다. 이석환 한국정책학회장(국민대 행정학과 교수)은 “극소수가 다수의 권리를 뺏는 실태를 개선하려면 악성 민원을 차단할 독립위원회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2024년 9월 5일 전북의 한 초등학교. 5, 6학년들이 손꼽아 기다려 온, 1박 2일간의 수학여행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전교생이 45명인 학교에서 상급생이 한꺼번에 빠져나가자 교정은 조용했다. 오후 3시경, 적막을 깨고 교무실의 전화기가 울렸다. “아이들이 목말라 죽겠다는데 물은 없고 거기 인솔자도 없다네요.” 5학년 학부모 김모 씨의 전화였다. 수학여행을 간 아이가 물을 못 마시고 있는데 돌봐주는 선생님도 없다는 것. 당시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현장에는 교감과 담임 교사가 동행했고 학생들에겐 음료수도 나눠 준 상태였지만 김 씨는 항의를 멈추지 않았다.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뒤로도 김 씨의 문자메시지에 시달리던 담임 교사는 같은 달 30일 휴직했다. 그 후로 1년여간 학교는 조용할 날이 없었다. 예전에도 ‘오예스를 간식으로 나눠 주지 마라’ ‘수업 중 자세를 지적했다’ 등 여러 차례 항의했던 김 씨는 수학여행 이후 더 많은 민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새로 부임한 담임 교사 송모 씨(42)는 ‘아이를 째려봤다’는 등의 이유로 아동학대범으로 몰렸다가 오명을 벗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학교로 여러 차례 출동해야 했다. 불안을 느낀 학부모들이 자녀를 전학 보내면서 전교생은 20여 명으로 반 토막 났다. 학교는 고심 끝에 수학여행을 올해부터 당일치기 현장 학습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학교 측은 표면상으론 안전을 이유로 들었지만, 송 교사는 “단 한 명의 민원 때문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고 했다. 1%도 안 되는 소수의 민원이 다수의 일상을 어떻게 바꿨는지, 615일간의 과정을 살펴봤다. “아이들 목말라 죽겠다해” 등 줄민원… 2년간 담임 6번 바뀌어[1% 민원에 휘둘리는 사회] 〈1〉 초등학교 ‘1박2일’ 수학여행 실종기“불량식품 주지 마라” “수업중 째려봤다”잇단 항의에 담임 수시로 교체… 학대 신고도교권보호위 ‘교권 침해’ 인정했지만… 민원 학부모 전용 ‘교감 직통폰’ 생겨교사 “경찰 자주 찾아와 수업에 차질”● 오예스로 시작된 담임 교체교사들이 기억하는 김 씨의 첫 번째 민원은 2024년 6월 20일, 과학 교사가 나눠준 오예스 때문이었다. 김 씨는 자녀의 담임 교사에게 전화해 따졌다. “학교에서 불량식품 안 먹여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집에서 (오예스는) 불량식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금지하고 있어요.”보름 뒤인 7월 2일에는 장문의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김 씨의 자녀가 반 친구와 다툼을 벌이자 담임 교사가 둘을 각각 불러 상담했는데, 이를 두고 “교사의 권한을 이용한 과도한 지적은 명예훼손이자 학대 의심 행위”라고 경고한 것. 이후 담임 교사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호소하며 병가를 냈고, 끝내 교단을 떠났다.이후 55일 동안 교사 3명이 그 반을 거쳐 갔지만 누구도 한 달 이상 담임을 맡지는 못했다. 그중 한 교사가 아이에게 수업 중 자세를 지적한 것을 두고도 김 씨는 교감에게 전화해 항의했다. “자세가 살짝 흐트러지면 (교사가) 와서 등을 찌르고 가서 아기가 아프다네요. 그게 선생이 할 짓이에요? 미치지 않고서야.”김 씨와 학교의 갈등은 다섯 번째 담임 교사가 부임한 9월, 수학여행에서도 반복됐다. 학교에 따르면 당시 아이들은 오전에 이미 음료를 나눠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김 씨는 담임 교사가 휴직하기 전까지 ‘아이의 건강 상태에 대해 (전임자로부터) 인계받지 못했냐’ ‘누구 잘못인지 따져보자’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반 담임은 총 6번 바뀌었다.● ‘교권 침해’ 인정됐지만 처분 불응갈등은 해가 바뀐 뒤에도 계속됐다. 김 씨는 새로 부임한 담임인 송모 교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수업 중에 교사가 자녀를 째려 봤다는 등의 이유였다. 해당 교사는 입건되지 않고 사건은 종결 처리됐지만, 이 과정에서 김 씨 등의 신고로 학교에 경찰이 출동한 횟수만 8번에 달했다. 송 교사는 “하도 경찰이 자주 오다 보니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창밖으로 누가 지나가면 두리번거리게 됐다”고 했다.학교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관할 교육청은 피해 교사들의 요청에 따라 2024년 10월과 지난해 6월 두 차례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열었다. 교보위는 교사의 교육 활동을 침해한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조치를 심의하고 의결하는 기구로 사건과 무관한 교사와 학부모, 변호사, 경찰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교보위는 김 씨의 교권 침해가 인정된다며 그에게 특별 교육 30시간과 심리치료 15회를 이수하라고 통보했다.특별한 사유 없이 교보위의 처분에 불응하면 최고 300만 원의 과태료를 물 수 있지만, 김 씨는 특별 교육과 치료를 모두 받지 않았다. 관할 교육지원청이 실시한 상담 프로그램에도 교사들만 참여했다. 여기에 참여한 한 교사는 “이 프로그램을 교사만 받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다”고 했다.2024년 12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북지부는 김 씨를 담임 교사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지만, 교사 본인의 요청에 따라 이를 취하했다. 해당 교사는 ‘교육청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취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런 내용들이 알려지자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학교를 찾아 현장 의견을 듣기도 했다. 최 장관은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하다”며 “중대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에 엄정하게 대응하기 위해 관할청 고발과 학교장 처분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교감 책상 위의 ‘검은 전화기’하지만 당국이 내놓은 해법은 교사들의 기대와는 달랐다. 올해 3월 16일, 학교 교무실에는 낯선 휴대전화가 하나 생겼다. 관할 교육지원청의 제안으로 개설된 이른바 ‘직통 업무폰(핫라인)’이었다. 김 씨가 “학교와 소통이 어렵다”고 하자 교육지원청이 학교 측과 협의해 교감에게 바로 연결되는 전용 회선을 마련해준 것.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다른 학부모들이 들끓었다. 김 씨의 지속적인 민원 이후로 다른 학부모들은 간단한 상담을 하려 해도 교무실 내선 번호를 거쳐야 하는 등 소통 채널이 과거보다 복잡해졌는데, 오히려 김 씨에게는 민원의 문턱을 낮춰준 셈이기 때문이다. 자녀가 이 학교에 다니는 40대 학부모는 “조용히 학교를 믿고 따르는 부모에게는 (교사의) 개인 연락처도 안 알려주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전용 전화기를 내주는 게 상식이냐”며 “나도 악성 민원인이 돼야 하나 회한이 든다”고 했다. 관할 교육지원청 담당자는 “전례 없는 일이긴 하지만 원활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휴대전화를) 지급했다”며 “특별 대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김 씨는 알려진 내용 일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수학여행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아이가 지병이 있어 물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당시 2시간째 놀이기구 순서를 기다리던 중이라 아이가 직접 사러 가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에버랜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교사들이 아이를 방치한 채 카페에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교보위 통보에 대해선 “관련 서류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씨는 최근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담임 교사로부터 자녀를 분리해 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있다. 송 교사가 단체 대화방 등에서 학생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또 그는 오예스에 대해선 “유통기한 문제도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재직했던 복수의 교사는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당일치기’가 된 수학여행결국 이 학교는 올해 3월 1박 2일 수학여행을 포기했다. 총 4차례의 회의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당일치기 현장 학습으로 대체하면서 프로그램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놀이공원에서 학생이 직접 동선을 짜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지만, 올해는 처음부터 끝까지 교사 인솔하에 이동하게 했다.적잖은 학부모와 학생이 1박 2일 수학여행을 유지하길 원했지만 이는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5, 6학년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1일 1회형 △1일 2회형 △기타 등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대상자 9명 중 3명은 선택지에도 없던 ‘1박 2일 부활’을 적어낸 것. 의견 칸에는 “왜 꼭 당일치기여야 하나” “심도 있는 체험을 위해 1박 2일이 필요하다” 등의 의견도 함께 달렸다. 한 교사는 “학생에게 1부터 10까지 지시하는 건 교육이 아니다”라며 “수학여행을 통해 자기 주도적 학습을 기를 수 있는데, 그 기회를 뺏기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달라진 건 수학여행만이 아니었다. ‘학년 간 갈등을 예방한다’며 점심시간 운동장 이용 요일을 학년별로 구분하는 규칙도 새로 생겼다. 교내 물놀이 행사도 또 다른 분란이 생길까 봐 취소될 뻔했다. 한 저학년 학부모는 “아이가 ‘축구를 같이할 수 있는 친구가 3명밖에 안 남았다’고 한다. 언제까지 이 학교에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11일 오후 전북의 한 도시 외곽에 있는 이 초등학교 운동장은 텅 빈 채 고요했다. 교사들에 따르면 2년 전만 해도 운동장에서는 학년 구분 없이 뒤섞여 축구하는 아이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아이들이 줄지어 전학을 가면서 전교생은 지난해 27명으로 쪼그라들었고, 올해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자녀가 이 학교를 졸업한 한 학부모는 “김 씨의 민원 이후로 담임 교사가 수시로 바뀌었고 수업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많은 친구가 떠났다”고 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맞벌이 부부인 김모 씨(32)는 지난해 8월 결혼식을 올리고 남편과 신혼집에서 같이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가족관계증명서에서는 여전히 ‘남남’이다. 신혼집 마련을 위해 대출을 알아보던 중 법적 부부가 되는 순간 오히려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남편과 소득을 합치니 정부 지원 대출 기준을 가볍게 넘겼지만 서류상 미혼을 유지하면 저렴한 이자로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었다”며 “연간 수백만 원의 이자를 더 내면서까지 ‘공식 부부’라는 타이틀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5쌍 중 1쌍 “신고 미루는 게 합리적 선택”김 씨처럼 대출 등에서 기혼자가 불이익을 받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를 피하려고 전략적으로 미혼 상태를 유지하는 신혼부부가 늘고 있다. 13일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혼인신고를 한 24만326쌍 가운데 4만7096쌍(19.6%)은 혼인 후 1년 이상 지나 신고한 사례였다. 신혼부부 5쌍 중 1쌍꼴로 1년 넘게 법률혼 관계를 미룬 채 살았다는 의미다. 혼인 후 1년 이상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우는 2020년 2만7372쌍(12.8%)에서 2022년 2만9348쌍(15.3%)으로 늘어났고, 2024년에는 처음으로 4만 쌍을 넘었다. 서류상 부부가 되는 것을 유예한 사례가 5년 새 1.7배로 늘고, 그 비율도 6.8%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신혼부부들은 “혼인신고를 안 해서 생기는 불이익은 별로 없지만, 신고로 인한 불이익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인 게 주택담보대출의 이자 부담이다. 주택도시기금에서 지원하는 디딤돌 대출의 경우 소득 수준과 대출 기간에 따라 금리가 2.85∼4.15%로 시중보다 낮다. 그런데 문제는 생애 최초로 주택을 사는 미혼자의 경우 소득 상한이 연 7000만 원인 반면에 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부부 합산 8500만 원이 된다는 점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각자 연봉이 4250만 원만 넘어도 대출 대상에서 탈락하게 되는 구조다. 가령 2억4000만 원을 디딤돌 대출 최저 금리(연 2.85%)로 받으면 한 해 680여만 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반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4.38∼6.98%)은 연간 이자 부담이 약 1050만∼1675만 원에 이른다. 매년 적게는 약 400만 원, 많게는 1000만 원 가까이 더 내는 셈이다.● 세금도 불이익… “제도 개선해야”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적 미혼을 택한 이들도 있다. 지난해 1월 결혼한 송모 씨(36)는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고자 혼인신고를 미뤘다. 송 씨는 “남편과 각자 집이 있는데 혼인신고를 하면 즉시 1가구 2주택자가 돼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부부 합산 소득이 1억3000만∼1억4000만 원 수준인 송 씨는 “정책 대출을 받기엔 소득이 높은 어중간한 계층에게 결혼은 불필요한 호사”라고 했다. 이런 ‘결혼 페널티’가 젊은 층에서 혼인신고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신혼부부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을 미혼자의 2배 수준으로 상향하고, 자산 요건도 1인 가구의 1.5배 수준으로 완화하거나 지역별 주택 가격에 연동해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주택기금과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 함께 시장, 재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여러 가지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혼인신고가 주거 마련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성훈 대구가톨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략적 미혼 현상은) 수도권처럼 주거비 부담이 큰 지역에서 결혼보다 주거 안정이 우선 과제가 된 결과”라며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을 현실화하고, 혼인 여부보다 실질적인 무주택 상태와 자산 수준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맞벌이 부부인 김모 씨(32)는 지난해 8월 결혼식을 올리고 남편과 신혼집에서 같이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가족관계증명서에서는 여전히 ‘남남’이다. 신혼집 마련을 위해 대출을 알아보던 중 법적 부부가 되는 순간 오히려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남편과 소득을 합치니 정부 지원 대출 기준을 가볍게 넘겼지만 서류상 미혼을 유지하면 저렴한 이자로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었다”며 “연간 수백만 원의 이자를 더 내면서까지 ‘공식 부부’라는 타이틀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5쌍 중 1쌍 “신고 미루는 게 합리적 선택”김 씨처럼 대출 등에서 기혼자가 불이익을 받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를 피하려고 전략적으로 미혼 상태를 유지하는 신혼부부가 늘고 있다. 13일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혼인신고를 한 24만326쌍 가운데 4만7096쌍(19.6%)은 혼인 후 1년 이상 지나 신고한 사례였다. 신혼부부 5쌍 중 1쌍꼴로 1년 넘게 법률혼 관계를 미룬 채 살았다는 의미다.혼인 후 1년 이상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우는 2020년 2만7372쌍(12.8%)에서 2022년 2만9348쌍(15.3%)으로 늘어났고, 2024년에는 처음으로 4만 쌍을 넘은 것. 서류상 부부가 되는 것을 유예한 사례가 5년 새 1.7배로 늘고, 그 비율도 6.8%포인트 상승한 것이다.신혼부부들은 “혼인신고를 안 해서 생기는 불이익은 별로 없지만, 신고로 인한 불이익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인 게 주택담보대출의 이자 부담이다. 주택도시기금에서 지원하는 디딤돌 대출의 경우 소득 수준과 대출 기간에 따라 금리가 2.85~4.15%로 시중보다 낮다. 그런데 문제는 생애 최초로 주택을 사는 미혼자의 경우 소득 상한이 연 7000만 원인 반면에 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부부 합산 8500만 원이 된다는 점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각자 연봉이 4250만 원만 넘어도 대출 대상에서 탈락하게 되는 구조다. 가령 2억4000만 원을 디딤돌 대출 최저 금리(연 2.85%)로 받으면 한 해 680여만 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반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4.38~6.98%)은 연이자 부담이 약 1050만~1675만 원에 이른다. 매년 적게는 약 400만 원, 많게는 1000만 원 가까이 더 내는 셈이다.● 세금도 불이익… “제도 개선해야”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적 미혼을 택한 이들도 있다. 지난해 1월 결혼한 송모 씨(36)는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고자 혼인신고를 미뤘다. 송 씨는 “남편과 각자 집이 있는데 혼인신고를 하면 즉시 1가구 2주택자가 돼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부부 합산 소득이 1억3000만~1억4000만 원 수준인 송 씨는 “정책 대출을 받기엔 소득이 높은 어중간한 계층에게 결혼은 불필요한 호사”라고 했다.이런 ‘결혼 페널티’가 젊은 층에서 혼인신고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신혼부부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을 미혼자의 2배 수준으로 상향하고, 자산 요건도 1인 가구의 1.5배 수준으로 완화하거나 지역별 주택가격에 연동해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 함께 시장, 재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여러 가지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혼인신고가 주거 마련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성훈 대구가톨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략적 미혼 현상은) 수도권처럼 주거비 부담이 큰 지역에서 결혼보다 주거 안정이 우선 과제가 된 결과”라며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을 현실화하고, 혼인 여부보다 실질적인 무주택 상태와 자산 수준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