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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협력사와의 상생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동반 성장을 바탕으로 제조 경쟁력을 강화해 대내외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LG전자는 협력사의 제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십 년간 쌓은 자동화 및 생산 분야의 전문 지식을 활용해 협력사 생산성 개선에 나서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83개 협력사 대표와 함께 2025년 협력회 정기총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맞춤형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제공 방안 등을 논의했다. LG전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곳을 ‘등대 협력사’로 육성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도입하고 제조 공정을 혁신한 기업을 ‘등대 공장’으로 선정하는 것에 착안한 아이디어다. LG전자는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을 위해 지난해 11월 경기 평택시 LG디지털파크에서 ‘협력회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당시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각 사업본부장 및 최고경영진이 대거 참석했다. 조 대표는 83개 협력사 대표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지속 성장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LG전자와 협력사 경영진은 이 자리에서 중국 업체의 추격과 기술 경쟁 등 대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또한 지난해 7월에는 인도네시아 LG전자 생산 법인에서 해외 진출 협력사 32곳 임직원들과 함께 생산성 우수 사례를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태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한 6개 협력사가 생산 및 품질 공정의 개선 사례를 공유했다. LG전자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과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매년 8조 원대의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LG전자는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총 8조3900억 원을 투입했다. 글로벌 경영 변수가 적지 않았음에도 공격적 투자를 이어간 것이다. 2022년에는 8조2100억 원, 2023년에는 8조4400억 원을 R&D 및 시설 투자에 투입한 바 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효성그룹은 신시장을 개척해 글로벌 산업계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원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사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효성중공업은 미국과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전력기기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2020년 인수한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생산기지를 증설하고 노후화된 대형 변압기(LPT) 교체 수요 공략을 본격화했다. 현재 미국에 있는 변압기의 70%가 설치된 지 25년 이상 지나 지속적인 교체 수요가 예상된다. 유럽에서도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으로 초고압 변압기와 차단기 수출이 늘고 있다. 2020년에는 아이슬란드 최초로 디지털 변전소에 가스절연개폐기를 공급하며 시장점유율을 확대했다. 효성중공업은 변전소 디지털화에 맞춰 반도체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가스절연개폐기를 독자 개발한 바 있다.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 시장에서 지난 15년 동안 세계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스판덱스는 ‘섬유의 반도체’라 불리는 신축성이 있는 고부가가치 기능성 섬유다. 효성티앤씨는 독자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옥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를 가공해 만든 바이오 스판덱스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효성티앤씨는 향후 바이오 섬유시장 개척을 통해 저변을 늘릴 방침이다. 또 효성화학은 2013년 세계 최초로 폴리케톤 상용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폴리케톤은 내마모성, 내충격성, 내화학성이 뛰어나다. 열전도율도 낮아 수도계량기, 전력량계, 자동차, 식품용 컨베이어벨트, 화장품 용기 부품, 정수기 등에 두루 사용된다. 사용처와 사업 규모가 꾸준히 늘면서 폴리케톤은 효성화학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LG그룹은 도전과 변화의 DNA를 강조하며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미국발 관세 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심화했지만 고객을 향한 혁신으로 위기를 돌파겠다는 것이다.구광모 ㈜LG 대표는 9일 경기 이천시 LG인화원에서 열린 LG어워즈에서 “앞으로도 차별적 미래 가치를 향한 여정은 계속될 것이며 언제나 최우선에 둬야 할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고객”이라며 “LG의 도전과 변화의 DNA를 더욱 진화시켜 또 다른 최초·최고의 차별적 가치로 이어가고 고객에게 더욱 사랑받는 LG의 미래를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올해로 7회째를 맞은 LG어워즈는 고객의 삶을 바꾼 제품과 서비스 혁신 사례를 발굴해 시상하는 행사다. 2019년 첫발을 뗀 이후 총 492개 팀, 4000여 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LG는 올해 처음으로 LG어워즈 ‘명예의 전당’을 만들었다. 명예의 전당에는 지금까지 고객감동대상을 받은 이들의 이름과 수상작이 새겨진 명패가 전시된다. LG는 명예의 전당을 LG인화원 연암홀 로비에 마련해 모든 구성원이 수상자의 성과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구 대표는 “그동안의 혁신 노력을 모아 이곳 인화원에 명예의 전당을 만들었다”며 “앞으로 여기에 새겨질 여러분의 이름과 노력은 많은 LG인에게 도전과 열정의 가이드북이자 촉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올해 LG어워즈에서는 고객감동대상 3팀, 고객만족상 39팀, 고객공감상 45팀 등 총 87팀, 680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수상 기준은 △기대를 넘어선 고객 경험을 제공했는지 △고객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온 사례인지 △실제 제품 프로세스나 표준 사례로 도입될 수 있는지 등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는 LG 임직원 1만4000여 명이 심사에 참여했다.문성국 LG전자 책임은 에어컨 위생 관리의 불편을 해결한 ‘클린뷰’ 기능을 개발해 개인 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 기능은 버튼 하나로 에어컨 내부를 열어 위생 상태를 쉽게 점검하고 청소할 수 있도록 했다. 에어컨 내부 위생에 대한 고객들의 불안감, 직접 제품을 분해해서 확인해야 했던 불편함 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단체에 수여되는 기반 혁신 부문 대상은 LG에너지솔루션 인프라FA 기술담당 조직이 받았다. 이들은 잦은 설비 변경과 물동 변화가 많은 이차전지 공장에 자율 이동 로봇을 활용한 물류 혁신 솔루션을 만들어 냈다.또한 미래혁신 부문 대상은 카메라 모듈 기술 발전에 이바지한 LG이노텍 광학솔루션사업부 팀이 수상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한화솔루션은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지난해 말 ‘와이어&케이블’(W&C) 사업부를 신설했다. 앞으로 W&C 사업부는 독립적인 기능을 갖추고 본격적인 케이블 소재 사업의 성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W&C 사업부는 카를로 스칼라타 전 프리즈미안 최고상업책임자(CCO)가 이끈다. 그는 글로벌 케이블 업계에서 2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영업과 사업개발 분야 베테랑이다. 한화솔루션은 세계적인 전력망 수요 급증 전망에 따라 초고압 케이블 소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순도 절연 소재인 가교폴리에틸렌(XLPE)은폴리에틸렌(PE)에 특수 첨가제를 넣어 열에 견디는 성능을 향상시킨 제품이다. 전력케이블의 송전 효율과 내구성을 높이는 데 쓰인다. 한화솔루션은 송전망 용량 확대 추세에 맞춰 기존 XLPE를 개량해 성능을 높인 차세대 초고압급 소재(SEHV)도 개발했다. SEHV는 최대 550㎸(킬로볼트)의 초고압 케이블에서도 안정적인 송전 품질 유지가 가능해 현재 상용화된 케이블 중 가장 높은 전압인 500㎸급 케이블에 적용할 수 있다. 매년 7%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글로벌 초고압 케이블용 XLPE 시장은 2023년 기준 93만7000t에서 2030년 125만9000t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솔루션 XLPE 생산량은 연간 11만 t 규모로 오스트리아 보레알리스, 미국 다우에 이은 세계 3위 규모다. 스칼라타 한화솔루션 W&C 사업부장은 “한화솔루션 W&C 사업부는 고부가 케이블 소재의 혁신을 지속하고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의 수요를 충족하는 차세대 솔루션 개발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한국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은 미국발 통상 전쟁을 기회로 삼아 미국 시장 선점에 나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동남아 4개국(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에서 생산된 태양광 셀과 패널에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반덤핑관세는 국가와 기업에 따라 6.10∼271.28%, 상계관세는 14.64∼3403.96% 부과된다. 이번 조치로 트리나솔라, 징코솔라 등 동남아에서 태양광 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던 중국 업체들이 타격을 받게 됐다. 지난해 미국의 동남아 4개국 태양광 셀 의존도는 94.4%에 달했다. 이번 관세 부과에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한국 태양광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솔루션이 약 3조 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하는 태양광 제품 통합 생산 시설 ‘솔라 허브’는 올 하반기(7∼12월) 완공된다. 이미 미국에 태양광 모듈 공장을 가진 OCI홀딩스는 2억6500만 달러(약 3800억 원)를 추가 투자해 내년 상반기(1∼6월)부터 미국 텍사스주에서 태양광 셀을 생산한다. 전력을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도 한국 업체들의 전망이 밝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발족과 함께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145%까지 부과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은 지난해 기준 북미 ESS 배터리 시장의 87%를 장악했다. 이 때문에 한국 ESS 배터리 업체들은 최근 미국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하반기부터 미 미시간주 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한다. 삼성SDI도 2027년 ESS 배터리의 미국 현지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ESS 업체들의 기술력이 좋기에 빠르게 중국 제품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풍력 발전에서는 LS전선이 미국 버지니아주 공장에서 2028년 풍력발전용 해저케이블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CS윈드도 2021년 2억 달러(약 2800억 원) 이상을 들여 인수한 미국 콜로라도주 공장에서 풍력 타워를 생산 중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한국능률협회가 주관하는 2025년 ‘한국의 경영자상’ 수상자로 안와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대표를 비롯한 4명이 선정됐다. 알 히즈아지 대표는 울산에 약 9조 원을 투자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백정호 동성케미컬 회장, 박용준 삼진어묵 대표도 각각 금융, 신소재 기술, 식음료 분야에서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며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올해로 55회를 맞이한 한국의 경영자상은 국내 경제 발전을 주도한 경영자를 대상으로 상을 수여한다. 시상식은 다음 달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LG전자가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인 차량용 전기·전자장비와 냉난방공조 사업에서 나란히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LG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1∼3월) 매출이 22조7398억 원, 영업이익은 1조2591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24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 늘었다.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매출액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7% 줄었지만 1조 원대를 지켜내며 선방했다.LG전자의 실적을 받쳐 준 것은 자동차 부품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와 냉난방공조 사업을 하는 ES사업본부였다. 두 사업본부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VS사업본부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조8432억 원, 영업이익은 1251억 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 141.5% 늘었다. 유럽 완성차 업체 대상으로 한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수주 잔액이 100조 원에 이른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완성차 업계의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출시가 늘자 이와 관련한 차량용 전기·전자장비 사업도 호조를 보인 것이다.ES사업본부의 매출은 3조544억 원, 영업이익은 4067억 원이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0%, 21.2% 늘었다. 영업이익률이 전 사업 부문 중에 유일하게 두 자릿수인 13.3%였다. LG전자가 공을 들이는 아시아, 인도, 중남미 해외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현지 맞춤형 벽걸이 에어컨이 판매 호조를 보인 결과다. 동시에 대형 건축 시설물에 들어가는 공조시스템의 판매도 늘면서 실적이 크게 뛰었다.가전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의 매출은 6조6968억 원, 영업이익은 6446억 원이었다. 신모델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영업이익률 9.6%로 준수한 실적을 보였다. 다만 TV나 노트북 등을 맡는 MS사업본부는 매출(4조9503억 원)과 영업이익(49억 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97.3% 감소했다. 시장 경쟁이 심화한 데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상승해 수익성이 나빴다.2분기에는 미국발 통상전쟁의 가속화로 불확실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생산기지별 원가경쟁력을 개선하고, 프리미엄 제품을 강화해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ES사업본부는 데이터센터용 칠러(초대형 냉방 기술) 사업을 통해 상승세를 이어갈 계획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국내 기업들의 제조업 경기 전망이 4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제조업이 79.2, 비제조업은 90.8이었다고 23일 밝혔다. BSI가 기준치인 100을 밑돌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이번 제조업 BSI 수치는 코로나19 발발 직후였던 2020년 8월(74.9) 이후 최저치다. 철강, 석유화학 등에서 경영 악화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최근 글로벌 통상 이슈까지 영향을 미친 탓이라고 한경협은 분석했다. 비제조업 7개 업종 중에서는 5월 연휴 특수가 예상되는 여가·숙박·외식(142.9), 운수·창고(107.7)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업종이 모두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전체 산업에 대한 5월 BSI는 85.0이었다. BSI 전망치는 2022년 4월(99.1) 이후 38개월간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 역대 최장 기간 부진 기록을 매달 새롭게 경신하는 중이다. 기존에는 2018년 6월부터 2021년 2월까지 33개월간 기준치를 밑돌았던 게 최장 구간이었다. 한국 내수경기가 장기 하락의 덫에 걸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내놓은 ‘내수 소비 추세 및 국제 비교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내수 소비는 1996년까지 성장세를 유지했으나 이후부터 추세적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1988∼1996년에 9.1%였던 평균 소비 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인 1997∼2002년에는 4.5%로 낮아졌다. 2003년 카드 대란 이후에는 3.1%(2003∼2007년),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2.4%(2008∼2019년)로 또 낮아졌다.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이후에는 1.2%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두고 보세요. 앞으로는 인공지능(AI)이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회사의 주요 의사 결정을 하게 될 것입니다.” 1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AI의 미래를 그렸다. 배 원장의 진단이 가볍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그가 현재 국내 AI 정책 개발과 산업발전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광운대에서 전자공학 학사, 석사, 박사를 마친 배 원장은 2020년부터 LG AI연구원장 자리를 맡았다. 이제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초거대AI추진협의회 회장 등의 직함도 갖고 있다. 최근에는 LG AI연구원에서 국내 최초의 추론 AI 모델인 ‘엑사원 딥’을 출시하는 성과도 냈다. 미국 스탠퍼드대가 발표한 ‘주목할 만한 AI 모델’에 한국 AI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것도 LG AI연구원의 ‘엑사원 3.5’였다. ● “수석 과학자급 AI 만들 것” 배 원장은 “앞으로 단순히 정보를 모으는 정도가 아니라 함께 토론하고 가설도 세우는 AI가 필요할 것”이라며 “수석 AI 과학자를 키워 나간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AI가 대학원생처럼 관련 논문을 빨리 찾아 정리해 주는 수준”이라며 “수석 과학자급 AI는 사람이 보지 못했던 영역까지 탐색해 소재를 찾고 그것을 제품화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를 위해 수학, 과학 문제를 잘 풀어내도록 추론 모델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가 지난달 공개한 추론 AI ‘엑사원 딥 32B’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 영역에서 94.5점을 받았다. 89.9점을 받은 중국의 딥시크 R1을 앞섰다. 배 원장은 “추론 AI 모델의 등장이 새로운 과학 문명의 또 하나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추론 모델을 활용해 LG 계열사들과 이미 많은 문제를 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은 화장품 개발에, LG이노텍은 공정 무인화에 엑사원을 활용 중이다. 또 LG전자 노트북 온디바이스(기기 탑재형) AI에도 엑사원이 적용된다. 배 원장은 주요 경영적 판단도 AI가 관여할 것이라고 했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며 톤을 높여 실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거대 언어모델 AI인) 엑사원 3.0과 3.5를 개발할 때 AI로 의사결정을 했다”며 “지난해에 70B(매개변수 700억 개) 모델로 엑사원을 만들겠다고 AI에 물으니 지금 우리의 자원과 역량으로는 연내에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AI와 일주일쯤 토론을 한 끝에 결국 32B 모델을 빠르게 개발해 우선 이를 확산시키는 게 유리하다는 답을 도출했다”고 했다. 결국 LG는 해당 모델을 매개변수 320억 개 규모로 개발했다. 매개변수는 마치 뇌에서 뉴런을 이어주는 정보 전달망 시냅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 많을수록 AI 성능이 좋아지지만 지나치게 많으면 실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AI로 360도 경영분석 필요” 배 원장은 “지금은 경영진들이 요약된 보고서만 보고 의사결정을 하는데 앞으로 CEO들도 AI를 통해 사안을 360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LG 계열사는 ‘LG AI전자’ ‘LG AI 유플러스’ 등으로 불릴 정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 시장을 선점하고자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지만 한국의 개발 여건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배 원장은 “미국 빅테크들은 거대 언어모델(LLM) 하나 만들 때 수십만 대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가지고 학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LG AI연구원은 연구조직별로 (GPU 차례를) 기다렸다 사용할 때도 있을 정도”라며 “20분의 1 수준의 GPU 자원으로 만들려면 더 효과적으로 해야 한다. 사업적 성과를 증명하며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했다. 배 원장의 목표는 AI 후발주자 신세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는 “연내 엑사원 4.0을 비롯해 추가로 AI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며 “그러면 내년 스탠퍼드대 보고서에 주목할 만한 AI 두세 개는 등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지원해주면 개발 속도가 더 가속화하고 다양한 모델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란 바람도 빠트리지 않았다. 최종 목표를 묻자 원대한 꿈을 밝혔다. “이제 딥시크, 오픈AI를 따라잡았다가 아니라 다 넘었다고 할 정도의 일을 하고 싶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모델을 만들어야죠.”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무선 청소기의 최대 단점은 배터리 지속 시간과 흡입력이다. 생각보다 빨리 방전되고 흡입력도 시원치 않은 제품들이 많다. 전선으로부터 해방되는 대가라며 받아들이기엔 너무 불편한 요소들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비스포크 AI 제트 400W’는 무선 청소기의 고질적인 불편함을 유의미하게 개선했다. 비스포크 AI 제트 400W를 23일까지 일주일가량 사용해 보니 삼성전자가 왜 제품 이름에 ‘400W’라는 표현까지 붙였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만큼 흡입력에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출시된 제품보다 흡입력이 29% 개선됐다. 전 세계에 현존하는 무선 청소기(시장 점유율 1% 이상 브랜드 기준) 중 흡입력이 가장 좋은 제품이라는 삼성전자의 주장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느꼈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은 물론이고 밥을 짓다가 흘린 쌀이나 콩 등 일반적인 오염물은 몽땅 빨려 들어갔다. 흡입력이 워낙 세다 보니 마룻바닥의 깊은 틈새나 베란다 유리 문틀의 먼지까지 깔끔하게 제거됐다. 특히 겉보기엔 깨끗했던 패브릭(직물) 재질의 소파도 청소기로 빨아들이니 고운 입자가 먼지 통에 쌓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섬유에 올올이 박혀 있는 먼지까지 처리해 준 것이다. 흡입력이 강한 데다 청소기 관절들도 잘 구부러지는 덕분에 소파 밑 청소도 쉬웠다. 그동안 로봇청소기의 손길이 제대로 닿지 않았던 곳이다. 강한 바람을 뿜어내는 ‘에어 블로어’ 기능도 예상외로 훌륭했다. 청소기 주둥이를 에어 블로어 전용 기구로 바꾸면 최대 초속 28m의 바람이 쏟아졌다. 오랫동안 먼지가 쌓였던 책장을 향해 쏴보니 책들이 흔들거릴 정도로 바람이 강력했다. 먼지를 한바탕 날려 보낸 뒤, 추후 바닥에 가라앉은 먼지를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책장이나 인형 먼지 청소를 손쉽게 마무리지었다. 외출 후 외투의 먼지를 떨어내 깔끔하게 관리하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었다. 에어 블로어 기능은 의류 건조기의 열교환기 먼지를 날릴 때도 유용했다. 그동안은 건조기 깊숙이 쌓인 먼지가 웬만한 솔로는 말끔하게 제거되지 않아 청소할 때마다 찜찜했다. 배터리가 두 개인 것도 장점이었다. 대용량 배터리(3970mAh)와 기본 배터리(2200mAh) 중 상황에 맞춰 고를 수 있다. 대용량 배터리로는 일반적인 청소를 약 100분간 이어갈 수 있다. 그렇지만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하면 청소기가 무거워지고 충전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가볍게 청소할 때는 기본 배터리를 쓰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능도 쓸 만하다. 바닥 상태에 따라 AI가 알아서 흡입 세기를 조절해줬다. 마루를 지날 때보다 카펫 위를 지날 때 더 강하게 청소가 이뤄지는 식이다. 같은 마룻바닥을 청소할 때도 오염도가 더 높은 곳은 더 강한 힘으로 먼지를 빨아들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완급 조절을 통해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무것도 조작하지 않았는데 AI 판단으로 청소기 흡입력과 소음이 갑자기 커져 놀랄 때도 있었지만 금세 적응됐다. 청소기 흡입구를 다른 것으로 교체하면 물걸레 청소도 됐다. 기기 내부에서 가열한 55도 이상 고온의 물이 분사돼 바닥 얼룩이 잘 지워졌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 기준으로 160만∼170만 원대에 달하는 출고가는 무선 청소기 제품 중 가히 싸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본체 무게를 2㎏대로 경량화했다지만 바닥을 계속 쓸고 다니기에 살짝 무겁게 느껴진 것도 개선되면 좋을 만한 부분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국내 기업들의 향후 경기 전망이 3년 2개월 연속해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미국발 글로벌 통상이슈까지 겹쳐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모습이다.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매출액 기준 국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85.0으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BSI가 기준치인 100을 밑돌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BSI 전망치는 2022년 4월(99.1) 이후 매달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 역대 최장기간 부진 기록을 매달 새롭게 경신하는 중이다. 올해 들어서는 1월 84.6, 2월 87.0, 3월 90.8로 반등하는 듯했으나 4월(88.0)부터 두 달 연속 하락했다.업종별 나누면 제조업이 79.2, 비제조업이 90.8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제조업은 2020년 8월(74.9)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철강이나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경영 악화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최근 글로벌 통상 이슈까지 확대돼 대부분의 제조업 업체에서 경영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한경협은 분석했다.비제조업 7개 업종 중에서는 5월 연휴 특수가 예상되는 여가·숙박·외식(142.9), 운수·창고(107.7)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업종이 모두 부정적으로 전망됐다.조사 부문별 BSI는 내수(87.2), 투자(87.2), 수출(89.1), 고용(89.1), 채산성(89.9), 자금 사정(90.7), 재고(103.3) 등 모든 영역에서 부정적이었다. 재고는 기준선 100을 넘으면 과잉이기 때문에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특히 수출 지수가 9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0년 9월(88.5) 이후 처음이다.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미국발 관세 정책과 주요국의 맞대응으로 국제교역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등 수출 주력 업종에 대한 투자 촉진과 세제 지원 등을 통해 기업 심리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미국이 동남아 4개국(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을 통해 우회 수출되는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21일(현지 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동남아 4개국에서 생산된 태양광 셀과 패널에 대한 반덤핑관세, 상계관세를 발표했다. 이번 반덤핑관세는 국가나 기업에 따라 6.1∼271.28%, 상계관세는 14.64∼3403.96%로 부과된다. 상무부는 이들 상품이 자국 시장에 헐값으로 판매되고 있고,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6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판결을 거쳐 확정된다. 이번 고율 관세 부과는 한화큐셀과 퍼스트솔라 등 7개사가 모인 ‘미국 태양광 제조업 무역동맹 위원회’가 지난해 4월 미국 상무부에 조사를 요청한 데 따른 결과다. 이들은 동남아에서 미국에 태양광 제품을 수출하는 곳은 대부분 중국 업체라고 주장했다. 상무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미국 태양광 시장의 약 70%를 점유한 중국 제품이 퇴출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국내 태양광 기업들은 이번 관세 부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과도하게 낮은 가격에 유통되던 태양광 제품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내 업체들은 미국발 ‘관세 전쟁’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 면제 품목에 태양광 개발의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과 웨이퍼를 포함한 덕이다. OCI는 말레이시아에서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다. OCI는 최근 2억6000만 달러(약 3700억 원)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에 태양광 셀 공장을 짓기로 했다. 한화솔루션도 총 3조 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제품 통합 생산 시설인 ‘솔라 허브’를 건설하고 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LG전자가 일본 도요타의 북미법인으로부터 우수 부품 공급사에 주어지는 ‘2024 최고가치혁신상’(사진)을 수상했다고 22일 밝혔다. LG전자는 최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도요타 북미법인의 ‘연례 공급사 비즈니스 미팅’에서 해당 상을 전달받았다. LG전자가 도요타로부터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LG전자는 2011년 내비게이션 박스 공급을 시작으로 도요타와 협력 관계를 이어 오고 있다.도요타 북미법인은 매년 기술력과 품질, 원가, 공급 능력, 가치 혁신 등을 기준으로 협력사의 성과를 평가해 우수 공급사를 선정한다. 공정 개선, 물류 최적화 등 원가 절감 활동을 도요타와 공동으로 진행한 부분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LG전자는 설명했다. 또한 LG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글로벌 부품 공급망이 불안정한 와중에도 제조 혁신 등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카메라의 수중 촬영 기술을 활용해 1년 만에 농구장 25배 면적의 산호초를 복원하는 성과를 냈다. 2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해양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인 ‘코랄 인 포커스’를 통해 지난해부터 미국 플로리다주와 인도네시아 발리, 피지 비티레부섬 등에서 산호 1만1046개를 심었다. 복원 면적은 1만705㎡로 농구장(420㎡)의 약 25배 규모에 이른다. 해당 지역은 산호초의 주요 서식지이지만 해양 환경 파괴로 인해 산호초 군락이 심각하게 훼손돼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를 복원하고자 지난해부터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해양과학연구소 ‘스크립스’, 미국 비영리단체 ‘시트리’와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프로젝트를 위해 수중 촬영에 최적화된 갤럭시 스마트폰 ‘오션모드’를 개발해 각 지역 활동 단체에 제공했다. 이 단체들은 오션모드가 탑재된 ‘갤럭시 S24 울트라’ 스마트폰을 활용해 수중 산호초 훼손 상태를 파악했다. 기존에는 부피가 큰 수중 카메라를 이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가벼운 스마트폰으로는 산호초 근접 촬영이 더 쉬웠다. 오션모드로 찍은 산호초 사진은 17개의 3차원(3D) 산호초 복원도로 제작돼 산호초 군락 복원을 진행하는 토대가 됐다.‘바다의 열대우림’으로 불리는 산호초는 다양한 해양 생물에게 서식지, 번식지 등을 제공한다. 더불어 강한 파도와 폭풍을 완화하는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해 해양 침식도 막는다. 삼성전자는 2021년 ‘지구를 위한 갤럭시’라는 비전을 선포한 뒤 스마트폰 등의 생산과 폐기에 이르는 사업 운영 전반에서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을 이어 왔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기업이 느끼는 규제 부담이 10년 전과 비교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7일 ‘지난 10년의 정책평가! 향후 10년의 혁신 환경’을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좌담회에 따르면 기업들이 느끼는 규제 부담 지수는 2015년 88.3에서 올해 102.9로 높아졌다. 기업부담지수(BBI)는 대한상의와 정책평가연구원이 규제나 조세 등에 대한 기업의 부담 수준을 측정한 것이다. 이 수치가 100을 넘기면 부담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노동 규제(112.0), 진입 규제(101.1), 환경 규제(99.3), 입지·건축 규제(99.2) 등 규제영역의 모든 세부항목에서 기업 부담이 10년 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선 행정에 대한 부담도 10년 전 76.8에서 올해는 111.3으로 늘었다. 전체 기업부담지수는 105.5로 2015년(109.5)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기준선(100)을 웃돌았다. 조세 부담은 120.9에서 100.7로, 준조세 부담은 122.5에서 112.5로 줄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조세 및 준조세 부담이 약간 줄었지만 규제와 규제행정에 대한 부담이 급증했다는 것이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국내 규제 환경을 과감하게 바꿔 기회 요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최근 흥국생명의 우승으로 끝난 프로배구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은퇴 시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한 김연경이 주인공이었지만 준우승팀 정관장의 메가왓티 퍼티위(메가)도 빛나는 조연이었다. 인도네시아 출신의 ‘에이스’ 메가는 무릎 부상에도 챔프전 시리즈 양 팀 최다인 총 153득점을 홀로 책임지며 최종 5차전, 5세트까지 가는 명승부를 이끌었다. 올 시즌 프로농구 신인상도 필리핀 선수(조엘 카굴랑안·KT)가 차지했고, 프로야구는 내년에 아시아쿼터제를 도입한다. 메가와 같은 ‘아시아 에이스’의 존재감이 스포츠계에서 커지는 것이다. 산업계에도 ‘제2의 메가’를 꿈꾸는 아시아 유학생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선수로 등판할 기회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국내 유학생 8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화이트칼라로 일할 때 필요한 ‘E-7’ 비자를 취득하기 용이하다는 응답은 2.7%뿐이었다. 86.5%가 졸업 후에도 한국에서 구직 계획이 있다고 답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한 스포츠 구단의 모기업에 물으니 “스포츠팀과 달리 대다수 일반 기업에서는 주요 보직은커녕 실무진 레벨에서도 아시아계 채용은 드문 수준”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국내 유학생 20만 명 중 9할을 차지하는 아시아계 대학(원)생들은 구직 활동 중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주로 저임금 생산직에서만 이들을 필요로 할 뿐, 화이트칼라 일자리에서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면접조차 거절당하는 게 예사다. 한 중국인 유학생은 “한국인 직원보다 수습 기간이 5∼6배 많다”고 말했고, 일본인 유학생은 “외국인은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기업이 상당수”라고 털어놨다. 관련 연구를 진행한 김꽃별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도 “이미 비자 문제가 해결된 이들만 채용하려는 회사가 많아 유학생들이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물론 기업들도 그 나름대로 사정은 있다. 생산직, 사무직 가릴 것 없이 인력이 모자란 중소기업은 똘똘한 아시아 청년들을 뽑고 싶어 한다. 하지만 외국인 신입사원에게 연봉 3996만 원을 부담 없이 지급할 중소기업이 많지 않다. 전문 인력용 ‘E-7-1’ 비자로 취업한 이들에게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80% 이상 연봉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아시아 유학생들이 한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인식도 발목을 잡는다. 물론 외국인이 채용 시장에 대거 뛰어들면 그만큼 구직 경쟁률이 높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좋은 인재가 몰리면 기업이 성장하고, 이것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능력 있는 외국인의 노동시장 진출을 나쁘게만 볼 일도 아니다. 당장 스포츠계에선 아시아 선수 덕에 리그 전체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첨단산업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훌륭한 인재를 흡수한 덕분에 급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마이크로소프트(사티아 나델라), 구글(순다르 피차이), 엔비디아(젠슨 황)의 최고경영자(CEO)는 모두 인도나 대만 출신이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미국이 전 세계 인재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아시아의 천재들을 불러와야 한다. 정관장도 메가를 모셔와 12년 만에 챔프전에 나갔다. 산업계에도 메가와 같은 에이스가 등장해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명승부를 이어가는 날을 꿈꿔 본다. 한재희 산업1부 기자 hee@donga.com}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사진)이 16일 MX사업부 구성원 전원에게 “앞으로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발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초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이자 DX부문장 직무대행을 맡은 뒤 처음으로 모바일 기기를 만드는 MX 사업부 직원 전원에게 이메일로 향후 경영 방향성을 공유한 것이다. 노 직무대행은 “디자인, 사용자 경험(UX) 그리고 매출 확대의 핵심 축인 판매단 운영에도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원준 MX 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역할과 관련해 “개발실을 포함한 품질, 고객 경험(CX), 제조, 구매 등 제품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공급단 조직을 담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노 직무대행이 DX 사업을 총괄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리더십 공백에 대비해 MX사업부에 COO 자리를 신설했다. 노 직무대행은 “모바일 시장에서 빠른 판단과 실행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최근 급작스러운 환경 변화 속에서 MX는 물론 DX 부문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중대한 새로운 역할을 맡으며 그 무게가 크게 느껴지지만 임직원들과 함께라면 잘 해낼 수 있다는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LS일렉트릭이 미국 텍사스주에 생산시설을 추가하며 전력 인프라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냈다. LS일렉트릭은 텍사스주 배스트럽시에서 북미 사업 종합 지원센터인 ‘LS일렉트릭 배스트럽 캠퍼스’(사진) 준공식을 열었다고 16일 밝혔다. 배스트럽 캠퍼스는 4만6000㎡ 부지에 건물 연면적 약 3300㎡ 규모로 조성돼 생산, 기술, 서비스 등 북미 사업 복합 거점 역할을 맡게 된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미국 시장과 배스트럽 캠퍼스는 LS일렉트릭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확실한 디딤판이 될 것”이라며 “2030년까지 2억4000만 달러(약 3400억 원)를 추가 투자해 생산 시설을 확충하고 현지 인력을 채용해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북미 전력 솔루션 허브로 키워 가겠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이번 투자는 LS일렉트릭의 ‘해외 매출 비중 70%, 미국 톱4 전력 기업’이라는 목표의 첫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배스트럽 캠퍼스에서 현지 빅테크 기업 데이터센터에 납품하는 중·저압 전력기기와 배전 시스템 등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북미 고객사에 공급하는 제품을 현지 생산해 미국발 ‘관세 전쟁’도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SK그룹이 국내에 이어 해외 폐기물 처리 사업도 정리한다. 그룹 차원에서 고강도로 진행 중인 리밸런싱(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이달 초 말레이시아 최대 폐기물 처리 업체 센바이로의 지분 30%를 매각하기 위한 입찰을 실시했다. 수처리·폐기물 분야 세계 1위인 프랑스 베올리아와 맥쿼리한국인프라펀드, 아이스퀘어 등의 사모펀드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SK그룹은 사업 재편 과정에서 증권사나 회계법인의 도움 없이 입찰을 직접 진행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5월 센바이로 지분을 취득하며 말레이시아 폐기물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현지 국부펀드 카자나가 센바이로의 최대 주주인 점을 고려하면 말레이시아라는 국가와 접점을 만들었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컸다. 하지만 지분 인수 3년여 만에 다시 매각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SK그룹이 국내외 폐기물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SK는 2020년 1조5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수처리·폐기물 자회사 리뉴어스, 폐기물 매립 회사 8곳을 8256억 원에 인수한 뒤 합병시키며 탄생한 리뉴원의 매각도 추진 중이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단순한 폐기물 소각, 매입 업체들을 모두 정리하려는 수순”이라며 “인공지능(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을 중심으로 재편하고 환경 관련 사업은 리사이클링(재활용)만 남겨두는 방향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폐기물 산업 성장성이 저조한 점도 이번 거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폐기물 업계 고위 관계자는 “폐기물업 관련 규제, 진입 장벽, 기존 사업자 카르텔 등을 고려할 때 폐기물 산업의 생태계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복잡한 편”이라며 “(SK그룹이) 폐기물 업체를 연달아 인수하기 전에 사업 타당성을 보다 상세히 분석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SK는 폐기물 사업을 매각하려는 것이 사업 재편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해부터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주도하고 있는 고강도 리밸런싱의 연장선이라는 얘기다. 이를 통해 SK는 미래 먹거리에 집중하는 동시에 일부 계열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려 하고 있다. 앞서 SK엔펄스·넥실리스 일부 사업부뿐 아니라 SK스페셜티·렌터카 등 알짜 자산까지 매각한 바 있다. 특히 시장에서 무리한 투자라는 지적이 잇따랐던 과거 ‘문어발식 투자’에 대한 자금 회수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센바이로 지분을 비롯해 매각 대상에 포함된 폐기물 자회사들은 SK가 인수한 지 5년도 채 안 됐다. 그룹 차원에서 선택과 집중을 위한 ‘군살 빼기’에 사활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SK그룹의 생각보다) 폐기물 산업의 성장성이 떨어지니 다시 매각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사업군 위주로 재편하려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처럼 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대기업은 많지 않은 편”이라고 평가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사진)이 미국발 ‘관세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을 경고하면서 ‘메가 샌드박스’를 통한 산업 혁신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메가 샌드박스는 규제 혁신에 중점을 둔 기존 샌드박스에서 나아가 광역 단위 지역에 특화된 전략 산업을 선정해 규제를 유예하고, 교육·인력·연구개발(R&D) 등 관련 인프라와 인센티브를 한데 묶어 지원하는 제도다. 13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최 회장은 KBS1의 ‘미래 사회로 가는 길, 메가 샌드박스’ 다큐멘터리에서 진행한 좌담회를 통해 “자유무역주의가 저물었다고 생각하고, 최소 수십 년을 아마 이런 보호무역주의 형태의 세상에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좋았던 시절이 끝났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금 우리나라는 안팎으로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의) 오픈AI는 10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챗GPT 사용자가 1억 명이 넘는다”며 “우리 내부에서는 그런 기업이 탄생하는, 새롭게 일자리를 만들고 확장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성장이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메가 샌드박스를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기존 특구는 대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제조 기반 특구에 불과했다. 기업이 진정으로 원하거나 수도권에서 이전할 수 있을 정도의 환경을 갖추지 못했다”며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