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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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04-19~2025-05-19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유윤종의 클래식感]고전음악을 사랑하며 나이 들기

    기자가 어릴 때 거실 서고에는 ‘101인의 음악가’(이성삼 지음)라는 책이 꽂혀 있었다. 한번은 호기심 삼아 가장 오래 산 작곡가가 누구인지 찾아보았다. 답은 1957년에 92세로 세상을 떠난 장 시벨리우스였다. 이 책은 기자가 태어나기 7년 전인 1958년에 출간됐으니 당시의 최신 정보를 담은 셈이다. ‘90세를 넘겨 사는 사람도 있네’라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오늘날 주변에 90세를 넘은 분은 수두룩하다. 대략 60세에 정년을 맞는다고 해도 아직 그 절반 이상의 삶이 남을 수 있는 시대다. 나이 든 작곡가들이 이룩한 걸작도 있을까? 어린 시절의 호기심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며, 찾아보았다.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는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진 뒤 40대가 되어서는 미식을 비롯한 취미에 골몰했다. 말년에 그는 본업이라기보다는 거의 취미로 소품들을 썼고 지인들만 모인 파리 근교의 살롱에서 발표했다. 65세부터 죽기 직전인 76세까지 쓴 이 곡들을 로시니는 ‘노년의 과오(P´ech´es de vieillesse)’라고 불렀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죽기 전해에 84세로 관현악 반주가 붙은 가곡집 ‘네 개의 마지막 노래’를 작곡했다. 가장 놀라운 사례는 미국 작곡가 엘리엇 카터다. 2012년 103세로 세상을 떠난 그는 죽기 직전까지 작곡을 이어나갔다. 때로 긴 창작 기간은 시대와 불화를 빚기도 한다. 카를 라이네케가 1908년 84세의 나이로 플루트 협주곡을 발표했을때 이 협주곡은 ‘한 세대 전 브람스가 플루트 협주곡을 쓴 것 같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이 곡은 시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했고 사랑받는 곡으로 남았다. 이 곡은 13일 데이비드 이 예술감독이 지휘하는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가 플루티스트 조성현 협연으로 이 악단 정기연주회에서 연주한다. 연주가들로 시선을 옮겨 보면 어떨까? 3중주단 ‘보자르 트리오’ 멤버로 친숙한 피아니스트 메나헴 프레슬러는 95세까지 녹음 활동을 계속했고 이후에도 연주회 무대에 서다 2023년 100세로 타계했다. 지휘자로는 지난해 ‘97세 거장’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를 이 코너에 소개한 바 있다. 올해엔 98세 현역이다. 20세기가 끝나갈 무렵, 미국의 유력 언론이 미국 내 직업을 3000여 가지로 분류해 각 직종의 평균수명을 조사한 바 있다. 최고 장수 직업 중 하나가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다. 이유로는 ‘딱 부러지는 은퇴 시점이 없이 컨디션에 맞춰 적당한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이어나간다’ ‘지역사회의 관심을 받는다’ 등을 꼽았다. 신문기자의 수명은 최하위 그룹에 위치했다. 몸이 악기인 성악가들은 어떨까? 기자는 2016년 테너(당시엔 바리톤) 플라시도 도밍고, 바리톤 레오 누치, 소프라노 조반나 카솔라의 노래를 듣고 경탄한 일을 이 코너에서 전했다. 그들의 나이는 각각 75세, 74세, 71세였다. 국립오페라단 단장을 지낸 바리톤 박수길은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기타리스트 김우재 반주 슈베르트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콘서트에서 ‘눈물의 비’ 등 여섯 곡을 노래한다. 그는 올해 84세다. 음악에 대해 글 쓰는 사람의 평균수명도 알 수 있을까? 찾기는 힘들었다. 그렇지만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이나 상임지휘에서 은퇴한 지휘자가 적당한 활동을 이어가듯이, 지속적으로 적당한 정신적 노동을 이어간다면 행복한 ‘롱테일’ 만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밀란 쿤데라는 장편소설 ‘불멸’(1988년)에서 이렇게 적었다. ‘큰 불멸과 작은 불멸이 있다. 작은 불멸은 생전에 알고 지낸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추억, 큰 불멸은 생전에 그를 몰랐던 이들의 머릿속에도 남는 어떤 인물에 대한 추억.’ 지난 시대에 큰 불멸은 역사에 분명한 흔적을 남긴 위인이나 대가에게만 가능했다. 그러나 정보가 다매체 다품종화된 시대엔 개인적으로 몰랐던 사람까지 기억하게 만드는 ‘큰 불멸’도 다양한 층위를 갖게 됐다. 내가 느끼고 공부하고 밝혀낸 일들이 후세에 검색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 또한 작으나마 쿤데라의 ‘큰 추억’이 말하는 범주에 포함될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작지만 큰 불멸’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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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서양 넘나드는 예술언어-음악실험… 신작 오페라 ‘물의 정령’ 세계 초연

    서울 예술의전당이 신작 오페라 ‘물의 정령(The Rising World)’을 세계 초연한다. 동서양과 시대를 넘나드는 예술 언어와 음악적 실험을 담은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은 가상의 왕국이다. 연못과 호수에 물이 넘치고 예고 없이 폭우가 쏟아진다. 신하들은 이런 일이 공주의 병과 관련 있다고 믿는다. 옛 기록을 통해 ‘물의 정령’이 인간의 몸에 깃들 수 있음을 알게 된 왕국은 물시계 장인을 소환해 병든 공주를 구하려 하는데…. 이 오페라의 극작가 톰 라이트는 “이 작품은 덧없음과 실재, 이성과 혼돈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드라마”라며 “물은 시간과 영혼, 기억과 회복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작곡은 호주를 대표하는 현대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가 맡아 르네상스 다성음악부터 현대 전자음향까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소리의 세계를 선보인다. 특히 거문고를 작품에 접목해 전통에 뿌리를 둔 새로운 음향적 차원으로 확장했다는 설명이다. 음악적으로 난해한 요소가 적고 일반 대중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연습에 참여한 출연진들은 전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2022년부터 오페라하우스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매년 자체 오페라를 제작하면서 세계 초연 신작 오페라를 준비해 왔다”며 “해외 작곡가가 작곡한 뮤지컬 ‘웃는 남자’가 성공적인 K뮤지컬로 평가받는 것처럼, 국악기와 물시계 등 한국적 소재를 담으면서도 해외 작곡가와 대본가의 새로운 시선으로 신선한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물의 정령’은 남성 중심 서사에서 벗어나 두 명의 여성 캐릭터인 공주(소프라노 황수미)와 장인(메조소프라노 김정미)이 극을 이끌어간다. 황수미는 “물과 시간에 갇힌 공주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 공감했다. 세계 초연 무대에서 깊은 울림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정미는 “영웅적 여성 캐릭터를 맡아 감회가 남다르다. 음악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도전적인 작품”이라고 밝혔다. 지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신작을 다수 지휘한 스티븐 오스굿이, 연출은 국제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한 스티븐 카가 맡는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아 자연음향 악기와 전자음향의 대비를 통해 과거와 미래, 질서와 혼돈의 대립을 드러낸다. 합창에는 노이 오페라 코러스가 출연한다. 예술의전당은 해외 오페라 극장에서도 이 작품의 공연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메리 핀스터러의 소속사인 세계적 음악 출판사 쇼트뮤직과 악보 출판에 대해 협약을 맺고 작품을 제작했다고 예술의전당은 밝혔다. 해외 공연은 이르면 2027년을 목표로 추진 중이며, 해외 제작진과 국내 창작진의 콜라보를 통해 오페라 제작 노하우 교류도 기대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시작 30분 전부터는 무대 위에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아르떼뮤지엄과의 협업으로 물을 주제로 한 영상 ‘별이 빛나는 해변(starry beach)’이 펼쳐진다. 25, 29,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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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의전당 신작 오페라 ‘물의 정령’ 세계 초연…5월 25일 개막

    서울 예술의전당이 신작 오페라 ‘물의 정령(The Rising World)’을 세계 초연한다. 동서양과 시대를 넘나드는 예술 언어와 음악적 실험을 담은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은 가상의 왕국이다. 연못과 호수에 물이 넘치고 예고 없이 폭우가 쏟아진다. 신하들은 이런 일이 공주의 병과 관련 있다고 믿는다. 옛 기록을 통해 ‘물의 정령’이 인간의 몸에 깃들 수 있음을 알게 된 왕국은 물시계 장인을 소환해 병든 공주를 구하려 하는데…이 오페라의 극작가 톰 라이트는 “이 작품은 덧없음과 실재, 이성과 혼돈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드라마”라며 “물은 시간과 영혼, 기억과 회복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작곡은 호주를 대표하는 현대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가 맡아 르네상스 다성음악부터 현대 전자음향까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소리의 세계를 선보인다. 특히 거문고를 작품에 접목해 전통에 뿌리를 둔 새로운 음향적 차원으로 확장했다는 설명이다. 음악적으로 난해한 요소가 적고 일반 대중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연습에 참여한 출연진들은 전했다.예술의전당 관계자는 “2022년부터 오페라하우스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매년 자체 오페라를 제작하면서 세계 초연 신작 오페라를 준비해 왔다”며 “해외 작곡가가 작곡한 뮤지컬 ‘웃는 남자’가 성공적인 K-뮤지컬로 평가받는 것처럼, 국악기와 물시계 등 한국적 소개를 담으면서도 해외 작곡가와 대본가의 새로운 시선으로 신선한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물의 정령’은 남성 중심 서사에서 벗어나 두 명의 여성 캐릭터인 공주(소프라노 황수미)와 장인(메조소프라노 김정미)이 극을 이끌어간다. 황수미는 “물과 시간에 갇힌 공주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 공감했다. 세계 초연 무대에서 깊은 울림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정미는 “영웅적 여성 캐릭터를 맡아 감회가 남다르다. 음악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도전적인 작품”이라고 밝혔다.지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신작을 다수 지휘한 스티븐 오즈굿이, 연출은 국제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한 스티븐 카르가 맡는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아 자연음향 악기와 전자음향의 대비를 통해 과거와 미래, 질서와 혼돈의 대립을 드러낸다. 합창에는 노이 오페라 코러스가 출연한다.예술의 전당은 해외 오페라 극장에서도 이 작품의 공연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메리 핀스터러의 소속사인 세계적 음악 출판사 쇼트뮤직과 악보 출판에 대해 협약을 맺고 작품을 제작했다고 예술의전당은 밝혔다. 해외 공연은 이르면 2027년을 목표로 추진 중이며, 해외 제작진과 국내 창작진의 콜라보를 통해 오페라 제작 노하우의 교류도 기대하고 있다.이번 공연은 시작 30분 전부터는 무대 위에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아르떼뮤지엄과의 협업으로 물을 주제로 한 영상 ‘별이 빛나는 해변(starry beach)’이 펼쳐진다. 25, 29,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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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소리와 현악기의 어울림, 특별한 팀워크로 보여줄 것”

    영국 음반전문지 그래머폰 선정 ‘우리 시대 위대한 현악4중주단 5곳’과 BBC 뮤직매거진 선정 ‘지난 100년간 가장 위대한 10개의 현악4중주단’에 나란히 선정된 타카치 콰르텟이 창단 50주년을 맞아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2006년을 시작으로 네 번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을 멤버로 영입한 뒤로는 2022년에 이어 두 번째 내한이다. 이번 공연에서 타카치 콰르텟은 하이든 현악4중주 66번 Op.77-1, 힌데미트 현악4중주와 소프라노를 위한 ‘멜랑콜리’, 라벨 현악4중주 F장조를 프로그램에 올린다. 힌데미트의 ‘멜랑콜리’는 도이체 그라모폰(DG) 아티스트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약 중인 소프라노 박혜상이 함께한다.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타카치 콰르텟의 첼리스트이자 창단 멤버인 페예르 언드라시는 박혜상의 공연 참여에 대해 “다섯 번째 연주자가 함께하는 작업은 언제나 신선한 자극이다. 리허설의 밀도도 높아지며 함께하는 연주자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그 과정 자체가 매우 교육적이고 흥미롭다”고 전했다. 그는 힌데미트의 ‘멜랑콜리’에 대해 “인간의 목소리와 현악기가 섬세하게 어우러지는, 매우 특별한 팀워크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팬데믹 시기에 박혜상을 만나 함께 작업했던 인연이 있다”고 소개했다. “박혜상은 아름다운 목소리와 뛰어난 인토네이션, 음악에 대한 호기심과 섬세함을 지닌 멋진 연주자죠. 저는 현악4중주에 성악이 더해지는 형태를 특히 좋아하는데, 박혜상이 독일 오페라 레퍼토리를 부르는 것을 듣고 이번 힌데미트 연주가 매우 기대됩니다.” 하이든의 현악4중주 Op.77 No.1을 첫 곡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폐예르는 “하이든의 음악을 제대로 전달하고자 항상 최선을 다한다. 그의 작품은 독창성과 유머, 끊임없는 아이디어로 가득하다”고 강조했다. 페예르는 “기술적인 완성도뿐만 아니라, 어떤 곡을 연주하든 그 안에서 적절한 캐릭터와 표현을 찾는 것이 4중주단의 가장 큰 과제”라고 밝혔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현악4중주단은 살아 숨 쉬는 유기체와 같다. 2020년에 이 콰르텟의 일원이 된 것은 큰 영광이자 책임”이라고 말했다. 50주년을 맞아 한국 무대에 서는 소감에 대해 페예르는 “지난 연주에서 한국 관객들이 연주를 얼마나 집중해서 들어주는지, 곡의 의미를 담아 연주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귀 기울여 받아들여 주는지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공연이 끝난 뒤 쏟아진 뜨거운 박수에 록스타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20년 넘게 음악적 고향이 되어 준 한국을 찾을 수 있다는 것에 늘 깊이 감사한다”고 감회를 밝혔다. 페예르는 타카치 콰르텟이 50년 동안 명성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 대해 “어떤 곡이든 살아 숨 쉬는 음악으로 만들고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실험해 온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음악 작업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는 걸 관객도 느끼게 되는 순간, 그 진정성이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페예르는 우리 콰르텟의 근간입니다. 그의 옆에 앉아 연주하는 것은 매일 수업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죠”라고 전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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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재 오닐의 타카치 콰르텟, 소프라노 박혜상과 만난다

    영국 음반전문지 그라머폰 선정 ‘우리 시대 위대한 현악4중주단 5곳’과 BBC 뮤직매거진 선정 ‘지난 100년간 가장 위대한 10개의 현악4중주단’에 나란히 선정된 타카치 콰르텟이 창단 50주년을 맞아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2006년을 시작으로 네 번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을 멤버로 영입한 뒤로는 2022년에 이어 두 번째 내한이다.이번 공연에서 타카치 콰르텟은 하이든 현악4중주 66번 Op.77-1, 힌데미트 현악4중주와 소프라노를 위한 ‘멜랑콜리’, 라벨 현악4중주 F장조를 프로그램에 올린다. 힌데미트의 ‘멜랑콜리’는 도이체 그라모폰(DG) 아티스트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약중인 소프라노 박혜상이 함께 한다.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타카치 콰르텟의 첼리스트이자 창단 멤버인 페예르 언드라시는 박혜상의 공연 참여에 대해 “다섯 번째 연주자가 함께하는 작업은 언제나 신선한 자극이다. 리허설의 밀도도 높아지며 함께하는 연주자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그 과정 자체가 매우 교육적이고 흥미롭다”고 전했다. 그는 힌데미트의 ‘멜랑콜리’에 대해 “인간의 목소리와 현악기가 섬세하게 어우러지는, 매우 특별한 팀워크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리처드 용재 오닐은 “팬데믹 시기에 박혜상을 만나 함께 작업했던 인연이 있다”고 소개했다. “박혜상 씨는 아름다운 목소리와 뛰어난 인토네이션, 음악에 대한 호기심과 섬세함을 지닌 멋진 연주자죠. 저는 현악4중주에 성악이 더해지는 형태를 특히 좋아하는데, 박혜상 씨가 독일 오페라 레퍼토리를 부르는 것을 듣고 이번 힌데미트 연주가 매우 기대됩니다.”하이든의 현악4중주 Op. 77 No. 1을 첫 곡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폐예르는 “하이든의 음악을 제대로 전달하고자 항상 최선을 다한다. 그의 작품은 독창성과 유머, 끊임없는 아이디어로 가득하다”고 강조했다.페예르는 “기술적인 완성도뿐 아니라, 어떤 곡을 연주하든 그 안에서 적절한 캐릭터와 표현을 찾는 것이 4중주단의 가장 큰 과제”라고 밝혔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현악4중주단은 살아 숨 쉬는 유기체와 같다. 2020년에 이 콰르텟의 일원이 된 것은 큰 영광이자 책임”이라고 말했다.50주년을 맞아 한국 무대에 서는 소감에 대해 페예르는 “지난 연주에서 한국 관객들이 연주를 얼마나 집중해서 들어주는지, 곡의 의미를 담아 연주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귀 기울여 받아들여 주는지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공연이 끝난 뒤 쏟아진 뜨거운 박수에 록스타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20년 넘게 음악적 고향이 되어준 한국을 찾을 수 있다는 것에 늘 깊이 감사한다”고 감회를 밝혔다.페예르는 타카치 콰르텟이 50년 동안 명성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 대해 “어떤 곡이든 살아 숨 쉬는 음악으로 만들고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실험해 온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음악 작업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는 걸 관객도 느끼게 되는 순간, 그 진정성이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페예르는 우리 콰르텟의 근간입니다. 그의 옆에 앉아서 연주하는 것은 매일 수업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죠.”라고 전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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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작곡가들 영혼 속으로 피아노 선율 타고 여행 갈래요?

    2021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인 캐나다 피아니스트 브루스 류(28)가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2023년 내한 리사이틀 이후 2년 만의 한국 무대다. 도이체 그라모폰(DG)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그는 이번 무대에서 차이콥스키의 ‘사계’ 전곡, 스크랴빈 피아노 소나타 4번,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소나타 7번 등 ‘올 러시안’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류는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러시아인의 영혼이 겪는 감정의 사계절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한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는 쇼팽에 특화된 이미지로 인식되곤 하는데….“러시아 작곡가들의 음악은 감정의 깊이와 극적 표현이 뛰어나다. 복잡한 리듬과 조성, 자기 나라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점도 매력적이다. 차이콥스키의 서정, 프로코피예프의 대담함, 스크랴빈의 몽환적 분위기 등 다양한 인간의 본질을 담고 있다. 이 다양한 감정의 결을 하나의 아치(arch)처럼 구성하려 한다.” ―차이콥스키의 ‘사계’를 1부와 2부에 여섯 곡씩 나누어 연주하는 이유는….“차이콥스키 ‘사계’는 열두 달마다의 감정과 분위기가 섬세하게 다르다. 두 부분으로 나눠 연주할 경우 각각의 곡이 더 깊이 호흡할 수 있고, 관객도 그 변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열두 곡 중에서 특히 11월 ‘트로이카(삼두마차)’를 좋아한다.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감정의 결을 발견하게 된다.” ―세계 각지를 다니며 공연해 왔는데, 한국 관객에 대한 느낌은….“한국 관객은 열정적이면서도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 진심에서 우러나는 반응이 느껴진다. 함께 호흡하며 음악의 흐름에 진심으로 몰입해 주는 관객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때문에 한국에서의 공연은 언제나 특별하다.” ―비슷한 세대의 한국 피아니스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한국 피아니스트 중에서 조성진은 아티스트로, 또한 친구로 깊이 존경하는 인물이다. 그의 연주는 매우 섬세하고, 구조적인 이해와 감정 표현 사이에서 아름다운 균형을 보여준다. 임윤찬 같은 젊은 피아니스트들에게서도 놀라운 성숙함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은 개성 있고 진지한 접근을 통해 국제 무대에서 의미 있는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에게 영향을 준 예술가를 꼽는다면….“과거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들 중 특히 코르토, 프리드만, 미켈란젤리, 프랑수아 같은 이들의 시적이고 감성적인 연주를 자주 듣는다. 빌 에번스, 오스카 피터슨 같은 재즈 피아니스트들에게서도 터치와 화성 감각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음악 외에도 무용가나 화가, 심지어 포뮬러 원 드라이버 같은 사람들에게서도 창조적인 영향을 받는다. 항상 호기심을 유지하며 나의 음악을 확장시켜 나가고자 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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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 2년 만에 내한…“한국 공연 언제나 특별해”

    2021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인 캐나다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28)가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2023년 내한 리사이틀 이후 2년 만의 한국 무대다. 도이체 그라모폰(DG)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그는 이번 무대에서 차이콥스키의 ‘사계’ 전곡, 스크랴빈 피아노 소나타 4번,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소나타 7번 등 ‘올 러시안’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리우는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러시아인의 영혼이 겪는 감정의 사계절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려 한다”고 밝혔다.―이번 리사이틀에서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한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는 쇼팽에 특화된 이미지로 인식되곤 하는데….“러시아 작곡가들의 음악은 감정의 깊이와 극적 표현이 뛰어나다. 복잡한 리듬과 조성, 자기 나라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점도 매력적이다. 차이콥스키의 서정, 프로코피예프의 대담함, 스크랴빈의 몽환적 분위기 등 다양한 인간의 본질을 담고 있다. 이 다양한 감정의 결을 하나의 아치(arch)처럼 구성하려 한다.”―차이콥스키의 ‘사계’를 1부와 2부에 여섯 곡 씩 나누어 연주하는 이유는.“차이콥스키 ‘사계’는 열두 달마다의 감정과 분위기가 섬세하게 다르다. 두 부분으로 나눠 연주할 경우 각각의 곡이 더 깊이 호흡할 수 있고, 관객도 그 변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열두 곡중에서 특히 11월 ‘트로이카(삼두마차)’를 좋아한다.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감정의 결을 발견하게 된다.”―세계 각지를 다니며 공연해 왔는데, 한국 관객에 대한 느낌은.“한국 관객은 열정적이면서도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 진심에서 우러나는 반응이 느껴진다. 함께 호흡하며 음악의 흐름에 진심으로 몰입해주는 관객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때문에 한국에서의 공연은 언제나 특별하다.”―비슷한 세대의 한국 피아니스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한국 피아니스트 중에서 조성진은 아티스트로, 또한 친구로 깊이 존경하는 인물이다. 그의 연주는 매우 섬세하고, 구조적인 이해와 감정 표현 사이에서 아름다운 균형을 보여준다. 임윤찬 같은 젊은 피아니스트들에게서도 놀라운 성숙함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은 개성 있고 진지한 접근을 통해 국제 무대에서 의미 있는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본인에게 영향을 준 예술가를 꼽는다면.“과거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들 중 특히 코르토, 프리드만, 미켈란젤리, 프랑수아 같은 이들의 시적이고 감성적인 연주를 자주 듣는다. 빌 에반스, 오스카 피터슨 같은 재즈 피아니스트들에게서도 터치와 화성 감각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음악 외에도 무용가나 화가, 심지어 포뮬러 원 드라이버 같은 사람들에게서도 창조적인 영향을 받는다. 항상 호기심을 유지하며 나의 음악을 확장시켜 나가고자 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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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강남 ‘라이프 스타일’, 어떻게 전국 표준이 됐나

    올해 2월 서울시가 강남구와 송파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했다가 한 달 만에 이를 뒤집으면서 부동산 시장은 크게 출렁거렸다. 강남, 서초, 송파구를 뜻하는 ‘강남 3구’는 대한민국 성장의 상징이자 욕망의 집결체다. 강남구 하나만으로도 부산이나 인천의 70%에 달하는 지역내총생산을 기록한다. 미슐랭 가이드에 오른 맛집도 가장 많다.‘도시문헌학자’인 저자가 40여 년간 강남 3구에서 살며 경험하고 관찰한 내용과 정부 보고서, 도시계획가들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강남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한다. 한국 현대사의 압축판과 같은 다양한 개발의 참여자, 실패와 성공이 뒤엉킨 역사가 펼쳐진다. 불패 신화로 불리는 강남도 미완의 계획에서 시작됐다. 군사안보적 목적에서 개발이 시작됐지만 1970년대 들어 정부는 수도를 충청권으로 옮기는 ‘임시행정수도 백지계획’(건설계획)을 추진하며 강남 개발에 미온적이 됐다. 그 뒤로는 민간의 욕망이 정부의 역할을 대신했다. 재벌기업부터 원주민인 농민, 강북에서 이주한 철거민까지 뛰어들었다.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대단지 아파트를 공급할수록 오히려 아파트 붐이 일며 가격이 더 상승하는 일이 반복됐다. 강남이 이제 한 지역이나 부동산 시장을 넘어 거대한 사회적 구조가 되었음을 보여준다.책은 농촌 시절 강남의 모습부터 오늘날의 아파트, 산업, 교통망까지 세세한 기록과 현상을 해부한다. 특히 저습지를 매립해 개발한 결과 강남이 수해와 싱크홀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한다.‘모두가 강남에 사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강남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말처럼 저자는 오늘날 ‘강남적’ 삶의 양식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한다. 아파트단지, 수변 공간, 복합 쇼핑몰로 구성된 이런 생활양식은 잠실에서 등장해 이제 전국 신도시의 모델이 됐다. 반도체 벨트를 따라 강남의 영향력이 경기도를 넘어 충청도까지 확장되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과거의 강남 개발이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의 열망으로 꽃을 피웠던 것처럼, 앞으로도 재산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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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브로 친숙한 레이 천, 10년 만에 韓 찾은 RSB와 유롭스키 지휘로 내달 공연

    “독일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에는 따뜻하고 오래된 독일 사운드와 베를린의 건강한 명쾌함, 솔직성이 혼합돼 있습니다. 물론 필요한 경우엔 무뚝뚝함도 표현할 수 있죠.”(블라디미르 유롭스키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음악감독) 베를린의 정통 사운드를 대표하는 베를린 방송교향악단(RSB)이 다음 달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갖는다. 2015년 이후 꼭 10년 만의 내한이다. 1923년 독일 공영 라디오의 개국과 함께 창단된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은 세르지우 첼리비다케, 오이겐 요훔 등 거장들의 지휘 아래 독일 특유의 유려하면서도 구조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 왔다. 2002∼2015년 이 악단 수석지휘자로 재임한 마레크 야노프스키와 함께 2003, 2009, 2011, 2015년 등 네 차례 한국을 찾은 바 있다. 이번 내한공연에선 2017년부터 수석지휘자로 활동 중인 유롭스키가 지휘봉을 잡아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교향곡 1번으로 이어지는 ‘올 브람스’ 프로그램을 연주한다. 러시아 출신인 유롭스키는 2021년까지 15년간 런던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로 재직했으며, 현재 뮌헨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24년에는 영국 음악계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찰스 3세 국왕으로부터 대영제국 훈장 사령관 기사 작위(KBE)를 받았다. 2008, 2019년 등 두 차례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한국 팬들과 만났다. 유롭스키는 최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것은 고전주의 이전에서 후기 낭만주의로, 다시 오늘날 음악으로 순식간에 전환할 수 있는 민첩성과 속도다. 한마디로 만능 악단”이라고 말했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할 협연자로는 대만 출신 호주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천이 나선다. 2008년 메뉴인 콩쿠르, 2009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그는 2023년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에서 두 차례 공연하는 등 한국 팬들에게 낯익다. 한국 유튜브 채널 ‘또모’에서 한국 입시생으로 위장해 교수들을 놀라게 하는 영상이나 한국 영재와 초견 배틀을 펼치는 영상, 아이유의 ‘밤편지’를 바이올린으로 커버한 영상 등을 공개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천이 2022년 이후 사용하는 악기는 전설적 바이올리니스트 야샤 하이페츠가 한때 소유했던 1714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돌핀’이다. 이전에는 브람스의 친구로 유명한 요아힘이 사용했던 1715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요아힘’으로 연주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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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윤찬 ‘쇼팽 에튀드’ 앨범… BBC 뮤직어워드 3관왕

    피아니스트 임윤찬(사진)의 쇼팽 에튀드(연습곡) 앨범이 23일(현지 시간) 발표된 영국 BBC 뮤직 매거진 어워드에서 3관왕에 올랐다. 임윤찬은 해당 어워드에서 최고상인 ‘올해의 음반’과 ‘올해의 신인’, ‘기악부문상’ 등 3개 부문을 동시에 수상했다. 한 앨범이 이 세 개 부문을 모두 수상한 것은 2006년 이 상이 제정된 이후 처음이다. ‘올해의 신인’ 수상자가 ‘올해의 음반’까지 수상한 것 역시 처음이다. BBC 뮤직 어워드는 영국의 그래머폰상과 프레스토 음악상, 프랑스의 디아파종상 등과 함께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클래식 음반상이다.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 앨범은 그가 음반사 데카에서 발매한 스튜디오 녹음 데뷔 앨범으로 지난해 4월 발매됐다. 앞서 2024년 그래머폰 피아노부문상과 올해의 젊은 음악가상을 받았으며 프레스토 ‘금주의 녹음’ 등을 수상한 바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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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만에 호흡 맞추는 음악 절친, 시간을 연주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과 피아니스트 김다솔.36세 동갑내기 벗이 8년 만에 함께 무대를 만든다. 다음 달 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듀오 리사이틀 ‘시간의 조각’에서다.두 연주자는 23일 서울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영욱 교수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10대 시절부터 같은 길을 바라보고 서로 응원하며 성장해 왔다”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오랜 음악적 동료로서의 특별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1989년생 부산 출신인 김영욱과 김다솔은 중학생 시절 한예종 예비학교(현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처음 알게 됐다. 이후 독일 유학 시절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음악적 동료로 성장했다. 2012년 첫 듀오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2014년, 2017년 등 꾸준히 듀오 무대를 열었다. 이후 각자 바쁘게 활동하다가 8년 만에야 다시 듀오 무대를 갖게 됐다. 김영욱은 ‘한국 대표 현악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멤버로도 음악 팬들에게 익숙하다. 김다솔도 2017∼2021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등 개인적으로 야심 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이번 리사이틀의 제목 ‘시간의 조각’은 특정 주제를 염두에 두고 정한 것이 아니다. 각자 음악 인생에서 하고 싶었던 곡들을 모으며 자연스럽게 붙인 이름이다. 김영욱은 “특정한 주제로 묶기보다는 8년이란 시간 동안 우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줄 수 있는 곡, 음악 인생에서 하고 싶었던 곡들을 넣으면서 시간에 의미를 두고자 했다”고 설명했다.현대곡이지만 바로크 시대를 오마주한 스트라빈스키의 ‘이탈리아 모음곡’으로 시작해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2번, 풀랑크의 소나타,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1번으로 이어진다. 네 곡 모두 두 연주자가 “이건 언제 하지?”라며 오랜 시간 만지작거린 곡들이다. “작품들의 색깔이 분명해 의식의 흐름처럼 음악이 자연스럽게 전달될 것”이라는 김다솔의 말처럼 관객에게 다채로운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서로의 음악적 호흡에 대해 두 사람은 “연습 중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다”고 했다. 김영욱은 “처음부터 서로의 연주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빠르게 알아채곤 했다”고 말했다. 김다솔도 “늘 연주 전에 서로의 연주를 들으며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첫 듀오 무대 이후로는 의심의 여지 없이 계속 함께 연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각자 교육자로서도 활발히 활동 중인 둘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무대에서의 성숙함도 더해졌다고 말했다. 김영욱은 2022년부터 한예종 교수로 활동해 왔고, 김다솔은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 교수를 지낸 뒤 올해 1학기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다.이번 리사이틀은 다음 달 1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3일 부산문화회관과 11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으로 이어진다. 두 연주자는 “앞으로도 함께 더 많은 작품을 다루면서 오래오래 음악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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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갑내기 두 연주자, 함께 해온 ‘시간의 조각’ 더듬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과 피아니스트 김다솔.36세 동갑내기 벗이 8년 만에 함께 무대를 만든다. 다음 달 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듀오 리사이틀 ‘시간의 조각’에서다.두 연주자는 23일 서울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영욱 교수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10대 시절부터 같은 길을 바라보고 서로 응원하며 성장해 왔다”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오랜 음악적 동료로서의 특별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1989년생 부산 출신인 김영욱과 김다솔은 중학생 시절 한예종 예비학교(현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처음 알게 됐다. 이후 독일 유학 시절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음악적 동료로 성장했다. 2012년 첫 듀오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2014년, 2017년 등 꾸준히 듀오 무대를 열어오다각자 바쁘게 활동하다가 8년 만에야 다시 듀오 무대를 갖게 됐다. 김영욱은 ‘한국 대표 현악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멤버로도 음악 팬들에게 익숙하다. 김다솔도 2017~2021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등 개인적으로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이번 리사이틀의 제목 ‘시간의 조각’은 특정 주제를 염두에 두고 정한 것이 아니다. 각자 음악 인생에서 하고 싶었던 곡들을 모으며 자연스럽게 붙인 이름이다. 김영욱은 “특정한 주제로 묶기보다는 8년이란 시간 동안 우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줄 수 있는 곡, 음악 인생에서 하고 싶었던 곡들을 넣으면서 시간에 의미를 두고자 했다”고 설명했다.현대곡이지만 바로크 시대를 오마주한 스트라빈스키의 ‘이탈리아 모음곡’으로 시작해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2번, 풀랑의 소나타,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1번으로 이어진다. 네 곡 모두 두 연주자가 “이건 언제 하지?” 라며 오랜 시간 만지작거린 곡들이다. “작품들의 색깔이 분명해 의식의 흐름처럼 음악이 자연스럽게 전달될 것”이라는 김다솔의 말처럼 관객에게 다채로운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서로의 음악적 호흡에 대해 두 사람은 “연습 중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다”고 했다. 김영욱은 “맨 처음부터 서로의 연주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빠르게 알아채곤 했다”고 말했다. 김다솔도 “늘 연주 전에 서로의 연주를 들으며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첫 듀오 무대 이후로는 의심의 여지 없이 계속 함께 연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각자 교육자로서도 활발히 활동 중인 둘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무대에서의 성숙함도 더해졌다고 말했다. 김영욱은 2022년부터 한예종 교수로 활동해 왔고, 김다솔은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 교수를 지낸 뒤 올해 1학기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다.이번 리사이틀은 다음 달 1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3일 부산문화회관과 11일 통영국제음악당으로 이어진다. 두 연주자는 “앞으로도 함께 더 많은 작품을 다루면서 오래오래 음악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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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덟 살때 본 공연 감동에 첼로의 길 반세기… AI시대 ‘느린 음악’이 더 소중하게 느껴져”

    50년 전인 1975년 3월, 동아일보 주최로 이화여대 강당에서 열린 첼리스트 야노스 스타커(슈터르케르 야노시) 독주회는 여덟 살 어린이의 삶을 바꿔놓았다. 첼리스트 양성원(58·연세대 교수)이 이런 첼로와의 인연 50주년을 기념해 에드워드 엘가의 작품들을 담은 새 앨범 ‘에코 오브 엘레지(Echo of Elegy)’를 15일 데카 레이블로 발매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작곡된 엘가의 첼로 협주곡과 피아노 5중주를 담았다. 양성원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신영체임버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두 곡 모두 내면적이면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애가(哀歌)의 감정을 담고 있다”며 “첼로 협주곡이 상처와 기억의 음악이라면 5중주는 시적이고 영적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첼로 협주곡은 한스 그라프가 지휘하는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1919년 이 작품을 엘가 자신의 지휘로 초연한 악단이다. 양성원은 “이 협주곡은 나의 음악적 여정에서 언제나 곁을 지킨 동반자”라며 “첫 화음을 연주하는 순간부터 첼리스트들은 위엄인지 슬픔인지, 혹은 둘 다인지 계속해서 (내면을 표현하는) 시험에 들게 된다”고 말했다. 피아노 5중주는 피아니스트 박재홍,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과 임지영, 비올리스트 김상진이 함께했다. 그는 “엘가가 마지막 순간까지 곁에 두고 들었던 작품”이라며 “후기 실내악 작품들이 엘가에게 얼마나 각별한 의미였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친(고 양해엽)과 형(양성식)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환경에서 자란 양성원이 첼로를 선택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고 한다. 여덟 살 때 본 스타커 공연의 감동이 평생을 좌우했다. 프랑스 파리 음악원을 졸업한 뒤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스타커의 제자가 됐다. 어린 시절의 우상이 평생의 사부가 된 것이다. 50년 음악 여정 중 첼로를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두 차례 있었다. “파리 음악원 재학 시절에 경쟁에 지쳐 잠시 첼로 케이스를 닫았죠. 1990년대 초반에는 비행기와 리허설로 반복되는 삶에 의문이 들어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었어요. 결국 다시 첼로 케이스를 열게 만든 계기는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마음을 흔드는 연주를 보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양성원은 5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첼로와 50년’ 마라톤 콘서트도 준비하고 있다. 윌슨 응이 지휘하는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차이콥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엘가 첼로 협주곡,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세 곡을 하루에 연주한다. 그는 “단순한 음악적 이벤트가 아니라 음악 인생 전체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라며 “내 음악을 가능케 했던 모든 분께 바치는 무대”라고 전했다. 양성원은 프랑스 본 베토벤 페스티벌과 평창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 트리오 오원의 리더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한 지금, 오히려 사람의 감정을 울리는 ‘느린 음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며 남은 음악 인생은 나눔의 시간으로 채우고 싶다고 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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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근대음악 거장 라벨의 대표곡, 미묘한 심리극으로 풀어내

    올해는 프랑스 근대음악의 거장 모리스 라벨(1875∼1937)이 탄생한 지 150주년이 된다. 동시대 작곡가 스트라빈스키가 ‘스위스 시계공 같다’고 평한 라벨의 음악은 극한의 정밀한 리듬감과 뜬구름 같은 몽환적 세계 사이를 오간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면서 가장 ‘라벨 같지 않다’는 평을 듣는 작품이 그의 관현악곡 ‘볼레로’(1928)다. 안 퐁텐 감독의 ‘볼레로: 불멸의 선율’은 두 세계대전 사이인 파리의 예술적 격변기를 배경으로 이 작품의 탄생 과정과 라벨의 삶을 담아낸 음악 전기영화다. 영화는 세 주요 등장인물의 3중주를 연상시키는 미묘한 심리극으로 전개된다. 작곡가 라벨(라파엘 페르소나), 그에게 발레음악으로 볼레로를 의뢰한 무용가 이다 루빈슈타인(잔 발리바르), 당대 파리 예술계의 대모이자 뮤즈였던 미시아 세르(도리아 틸리에)다. 로마 대상 다섯 번의 탈락, 제1차 세계대전의 참전, 어머니의 죽음 등 라벨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과 가장 어두웠던 시간들이 교차하며 ‘볼레로’가 탄생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2009년 영화 ‘코코 샤넬’로 국내 관객에게도 익숙한 퐁텐 감독은 무용수 출신의 경력을 살려 라벨을 둘러싼 예술계의 분위기를 그려냈다. 라벨의 모습이 담긴 무성영화 자료를 연구하며 자세와 움직임까지 재현했다는 페르소나의 연기는 이 작곡가의 엄격한 자기 평가가 가져온 강박증과 내성적 측면에 초점이 쏠리지만 다소 단선적으로 느껴진다. 화면에 가장 생명력을 불어넣은 인물은 발리바르가 연기한 루빈슈타인이다. 스스로 야심 많은 한 예술가이자 공연계에서 뼈가 굵은 기획자로서 강한 의지와 의도된 도발로 주변을 장악하는 여성 무용가가 섬세한 배색의 팔레트처럼 표현됐다. 영화는 시작 부분부터 다양한 편성과 스타일로 연주되는 ‘볼레로’를 보여주면서 이 작품이 오늘날 세계 곳곳에 변주되는 ‘밈’임을 강조한다. 영화 속에서 라벨은 이렇게 말한다. “그 음악이 내 다른 작품을 다 잡아먹잖아.” 그 말은 진실이다. 라벨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이국적이고 독특한 색채를 지닌 이 작품은 이 정밀한 작곡가에 대한, 얼마간 고정된 시선을 제공해 왔다. 다행히 영화에서는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가 연주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과 관현악곡 ‘라 발스’ 등 다른 작품들도 들을 수 있다. 두 세계대전 사이의 전간기(戰間期)가 직전 시대인 제1차 세계대전 이전의 이른바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기)와 큰 차별성 없이 안온하고 평화롭게만 그려진 점은 아쉽다. 실제 이 시대는 본격적인 산업화에 따른 노동계급의 대두와 모더니즘이 역동적으로 분출되던 때였다. 군중이 등장하는 장면도, 당대 대도시의 모습이 드러나는 장면도 없다. 실제 라벨의 인생은 독주곡 같은 간명함부터 1차대전 전후의 대(大)관현악적인 측면까지 담긴 삶이었고 ‘볼레로’ 자체도 관현악 작품이지만 이 영화의 인상은 시종일관 실내악적이다. 30일 개봉.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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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클래식感]삶의 마지막을 들여다본 말러의 후기 작품들

    벚꽃의 시간이 지나갔다. 아쉬워할 것 없다. 말러의 가곡집 ‘대지의 노래’는 마지막 6악장 ‘송별’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사랑스러운 대지는 봄이 오면 곳곳에 꽃이 피어나고 새롭게 푸르러진다. 그리고 먼 곳엔 영원히 푸른 빛이! 영원히… 영원히….’ 서울 예술의전당이 주최한 올해 교향악축제도 20일 막을 내렸다. 상징색이 능소화를 연상시키는 주황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었지만, 교향악축제도 ‘The new beginning(새로운 시작)’이라는 올해 주제가 말해주듯 매년 새롭게 돌아올 것이다. 자연이 약속한 일은 아니니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마음을 모아 주자. 매년 교향악축제가 사랑해 온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은 올해 1번, 4번, 5번 등 세 곡이 연주됐다. 1번 3악장과 5번 1악장에 장송행진곡이 있지만 결국에는 자연을 찬미하며 낙관적인 피날레로 끝나는 곡들이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희망과도 어울린다. 그런데 교향곡을 비롯한 말러의 곡들이 모두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말러는 ‘교향곡에는 세계가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밝음도 어두움도 담은 세계다. 그런데 8번 교향곡에서 ‘하나의 우주’를 완결했다고 자부한 뒤 말러는 어두워졌다. 다음 교향곡은 9번이 되어야 했지만 6개 악장 모두 독창자가 있어 가곡집을 연상시키는 이 곡에 말러는 교향곡 대신 ‘대지의 노래’라는 제목을 붙였다. 당송대의 한시를 독일어로 번역한 것에 곡을 붙인 작품이다. 이 곡의 후반 절반 길이를 차지하는 부분이 마지막 6악장 ‘송별’이다. 친구의 떠나감을 노래했지만 삶과의 송별을 상징했음은 분명하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곡을 쓰기 한 해 전인 1907년 말러의 장녀가 성홍열로 갑자기 숨을 거뒀다. 말러 자신도 심장병이 삶을 갉아먹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차츰 다가오는 하인(Hain·독일 민화의 죽음의 신)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말러는 한 곡 한 곡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교향곡도 구름 사이의 햇살은 잠시뿐이다.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고별’에서 가져온 이별의 모티브가 ‘대지의 노래’를 이어 9번 교향곡까지 지배한다. 말러는 마지막 교향곡인 10번을 끝맺지 못했다.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이 곡의 마지막 5악장 악보에 말러는 부인 알마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었다. “이 의미를 당신만 안다. 잘 있어요! 당신을 위해 살고, 당신을 위해 죽다.” 전곡의 구조는 완성됐지만 대부분 선율만 있거나 간단한 화음만 붙어 있던 이 곡은 말러가 죽은 뒤 반세기나 지나 음악학자 데릭 쿠크가 완성했다. 처음 이 ‘완성본’에 동의하지 않았던 알마는 완성 악보를 녹음한 연주를 듣고는 눈물을 터뜨리며 동의했다.기자는 8월 13∼21일 세계 여름 클래식 축제의 두 정점으로 꼽히는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찾아간다. 15일에는 전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올스타 오케스트라’인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루체른 페스티벌 개막연주회에서 리카르도 샤이 지휘로 연주하는 말러 교향곡 10번(데릭 쿠크 버전)을 듣고, 18일에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이 축제 메인 악단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에사페카 살로넨 지휘로 연주하는 ‘One Morning Turns into an Eternity(어느 아침이 영원으로 바뀌다)’를 관람한다. 이 콘서트의 전반부는 쇤베르크의 ‘기대’로, 후반부는 말러 ‘대지의 노래’ 마지막 악장 ‘송별’로 꾸며졌다. 두 작곡가의 작품을 연결해 새로운 무대 예술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적합한 날짜를 따르다 보니 오늘날 세계 콘서트홀의 숨은 주인공인 말러의 만년의 내면을 탐구하는 여정이 되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차이데’도 감상한다.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에서는 지난해 일대 논란을 불러왔던 필리프 스퇼츨 연출 베버 ‘마탄의 사수’를 관람할 예정이다. 여행 얘기가 길어지지만 기자는 6월 2∼13일 스칸디나비아 3개국의 대표 오페라극장에서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푸치니 ‘토스카’, 레하르 ‘메리 위도’를 관람하는 북유럽 여행도 앞두고 있다. 두 여정에 관심 있는 분은 초록 검색창에서 ‘투어동아’를 쳐보시길.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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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묘한 심리극으로 담아낸 ‘볼레로’ 작곡가의 삶

    올해는 프랑스 근대음악의 거장 모리스 라벨(1875~1937)이 탄생한 지 150주년이 된다. 동시대 작곡가 스트라빈스키가 ‘스위스 시계공 같다’고 평한 라벨의 음악은 극한의 정밀한 리듬감과 뜬구름같은 몽환적 세계 사이를 오간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면서 가장 ‘라벨 같지 않다’는 평을 듣는 작품이 그의 관현악곡 ‘볼레로’(1928)다.안느 퐁텐 감독의 ‘볼레로: 불멸의 선율’은 두 세계대전 사이인 파리의 예술적 격변기를 배경으로 이 작품의 탄생 과정과 라벨의 삶을 담아낸 음악 전기영화다.영화는 세 주요 등장인물의 3중주를 연상시키는 미묘한 심리극으로 전개된다. 작곡가 라벨(라파엘 페르소나즈), 그에게 발레음악으로 볼레로를 의뢰한 무용가 이다 루빈슈타인(잔느 발리바), 당대 파리 예술계의 대모이자 뮤즈였던 미시아 세르(도리아 틸리에)다. 로마 대상 다섯 번의 탈락, 제1차 세계대전의 참전, 어머니의 죽음 등 라벨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과 가장 어두웠던 시간들이 교차하며 ‘볼레로’가 탄생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2009년 영화 ‘코코 샤넬’로 국내 관객에게도 익숙한 퐁텐 감독은 무용수 출신의 경력을 살려 라벨을 둘러싼 예술계의 분위기를 그려냈다.라벨의 모습이 담긴 무성영화 자료를 연구하며 자세와 움직임까지 재현했다는 페르소나즈의 연기는 이 작곡가의 엄격한 자기평가가 가져온 강박증과 내성적 측면에 초점이 쏠리지만 다소 단선적으로 느껴진다. 화면에 가장 생명력을 불어넣은 인물은 발리바가 연기한 루빈슈타인이다. 스스로 야심 많은 한 예술가이자 공연계에서 뼈가 굵은 기획자로서 강한 의지와 의도된 도발로 주변을 장악하는 여성 무용가가 섬세한 배색의 팔레트처럼 표현됐다.영화는 시작 부분부터 다양한 편성과 스타일로 연주되는 ‘볼레로’를 보여주면서 이 작품이 오늘날 세계 곳곳에 변주되는 ‘밈’임을 강조한다. 영화 속에서 라벨은 이렇게 말한다. “그 음악이 내 다른 작품을 다 잡아먹잖아.” 그 말은 진실이다. 라벨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이국적이고 독특한 색채를 지닌 이 작품은 이 정밀한 작곡가에 대한, 얼마간 고정된 시선을 제공해 왔다. 다행히 영화에서는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가 연주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과 관현악곡 ‘라 발스’등 다른 작품들도 들을 수 있다.두 세계대전 사이의 전간기(戰間期)가 직전 시대인 제1차 세계대전 이전의 이른바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기)와 큰 차별성 없이 안온하고 평화롭게만 그려진 점은 아쉽다. 실제 이 시대는 본격적인 산업화에 따른 노동계급의 대두와 모더니즘이 역동적으로 분출되던 때였다. 군중이 등장하는 장면도, 당대 대도시의 모습이 드러나는 장면도 없다. 실제 라벨의 인생은 독주곡 같은 간명함부터 제1차 세계대전 전후의 대(大)관현악적인 측면까지 담긴 삶이었고 ‘볼레로’ 자체도 관현악 작품이지만 이 영화의 인상은 시종일관 실내악적이다. 30일 개봉.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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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블랙홀 피했더니 외계인이 코앞에… 긴급행동 지침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반세기 동안 인간이 찾지 않은 달에 올해 다시 인간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 중이다. 스페이스X 설립자 일론 머스크는 화성을 식민지로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인류가 ‘여러 행성에 사는’ 종족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밉든 곱든, 귀 기울일 만한 대목이다.좋다. 그동안 꿈꾸었던 진정한 21세기가 열리나 보다. 가자, “저 머나먼 곳, 그 너머를 향하여!”그런데 잠깐, 준비 없이 가도 될까? 저자는 이렇게 권고한다. “여러분이 우주에서 살아남기를 바랍니다. 이왕이면 더 많은 지식을 활용해서요.”그의 말대로 ‘하얀색 뭉게구름에 온화한 미풍이 부는 천국’, 지구를 벗어나면 무엇을 호흡하게 될까. 금성의 대기는 황산, 화성의 대기는 이산화탄소로 되어 있다. 목성과 토성에는 엄청난 폭풍이 분다.우주 대부분의 공간에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다. 산소도 없으니 질식은 기본이고, 몸속의 성분들이 빠져나가려 하면서 몸이 부어오르게 될 것이다. 초미세 운석들이 피부를 파고들 수도 있다. 물론,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완벽한 우주복을 입는다면.태양 방사선과 자기장의 위험, 우주 방사선 등 우주의 냉혹한 현실을 저자는 가감 없이 전한다. 복잡한 천체물리학과 양자역학의 개념들도 조금은 알기 쉬운 형태로 다가온다. 그래도 중성자별… 암흑물질… 우주끈… 아직은 낯설다.많이 들어본 블랙홀로 가보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지구를 땅콩만 한 크기로 압축하면 블랙홀이 되는 거예요. 땅콩 알레르기가 있어도 걱정 마세요. 더 중요한 문제가 있으니까요.” 문제란 압도적인 중력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에서는 아무도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안녕히.모든 ‘물리적’ 문제도 극복하고 더 넓은 공간을 정복할 수 있다면 그다음 궁금해지는 문제가 있다. 외계인을 만나면? 영화 ‘E.T.’처럼 온화하고 친절한 존재들이 나를 맞이해줄까. 그들이 지구를 침공할 수도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하다. “물론 부모님은 여러분이 특별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인류와 지구 전체에는 외계 종족이 탐낼 것이 별로 많지 않아요.”책을 나가는 마지막 장의 제목은 ‘마지막 경고’다. “우주 탐사는 힘들고 걱정해야 할 것이 아주 많은 일이 맞아요. 심장이 약한 사람에게 적합한 일은 아니죠.” 저자가 우리에게 공포심을 주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갖가지 위험을 극복하고 우주로 나아가려는 인간의 용기와 지혜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 이 책의 진정한 의도로 읽힌다.“우주는 아름답기도 하죠. 숭고하고, 특이하고, 경이롭고, 물질과 에너지의 찬란한 색채로 그려진 캔버스입니다. 나약한 사람들을 걸러내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대담하고 호기심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훌륭한 안내서가 될 거예요.”저자는 NASA 고문을 지냈으며 유럽에서 차세대 우주탐사선 개발에 참여했다. 여러 과학 TV 채널에서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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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심포니 새 예술감독에 로베르토 아바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이탈리아 지휘자 로베르토 아바도(70)를 제8대 예술감독으로 임명했다고 15일 밝혔다. 임기는 2026년 1월 1일부터 3년.아바도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를 지낸 세계적 지휘자 고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조카다. 뮌헨 방송교향악단, 파르마 베르디 페스티벌, 스페인 소피아 여왕 예술 궁전의 음악감독을 역임했으며 볼로냐 시립극장 필하모닉 상임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특히 1992년부터 7년 동안 뮌헨 방송교향악단을 이끌며 악단의 재도약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왔다. 이탈리아 음악 평론가 협회(ANCM)로부터 ‘프레미오 아비아티’상을 수상했다.아바도는 RCA 레이블로 음반 14종을 발매했으며 로시니 오페라 ‘탄크레디’로 1997년 에코 클래식 독일 음반상을 받았으며 벨리니 오페라 ‘카풀레티 가문과 몬테키 가문’으로 1999년 BBC 매거진 ‘올해 최고의 음반상’ 후보에 올랐다.국립심포니와 아바도는 2023년 서울 예술의전당 주최 오페라 ‘노르마’와 올해 3월 정기연주회 베르디 ‘레퀴엠’ 등 두 차례 호흡을 맞추며 호평을 받은 바 있다.아바도는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강점은 개척성과 유연성이다. 특히 음악적 역량과 새로운 길을 탐색하려는 호기심이 가장 큰 장점이며 함께 만들어갈 음악이 매우 기대된다”고 밝혔다고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전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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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스무살 잔치에 초대합니다

    대한민국 대표 실내악 축제인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올해로 스무 돌을 맞이한다. 이달 22일부터 5월 4일까지 13일 동안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윤보선 고택 등에서 14회의 공연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예술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의 주도로 2006년 시작된 SSF는 올해 예정 공연 14회를 포함하면 20년 동안 총 289회의 공연을 선보이게 된다. 첼리스트 다비드 게링가스, 현악4중주단 줄리어드 콰르텟, 피아니스트 당타이손 등 개인과 악단을 합쳐 403 ‘명+팀’이 이 무대에 섰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중학생 시절인 2009년 스승 신수정 교수와 함께 SSF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주제는 축제 스무 살을 축하하는 ‘20 Candles(촛불 20개)’다. 20명의 음악가를 하루에 만나고(4월 23일 ‘20 for 20’), 여러 작곡가의 ‘작품번호(Opus) 20’ 곡들을 듣고(4월 27일 ‘Opus 20’), 작곡가들이 20대에 쓴 곡들을 20대 위주의 연주자들이 선보이는(5월 3일 ‘달콤한 20대’) 등 20년의 역사성에 의미를 부여한 프로그램들이 눈길을 끈다.강동석 예술감독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윤보선 고택 부근 안동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년 동안 연주 수준도 매우 높아졌고 특히 젊은 연주자들의 실내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SSF에서 연주한 실내악 곡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해 성과를 내기도 했다”며 여러 면에서 성과를 자부한다고 자평했다. 20년 동안 SSF에 참여해 온 비올리스트 김상진(연세대 교수)은 “강동석이 SSF의 색깔”이라고 말했다. “강 선생님은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네트워크를 갖고 계시죠. 이 축제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데 강동석이라는 구심점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사업가 기질은 전혀 없으신데도(웃음), 그 이상을 따르는 음악가들과 스태프, 후원자들이 있죠.” 올해 축제에는 2024년 아트실비아 실내악 콩쿠르 우승팀인 리수스 콰르텟, 동양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성악 강사를 지낸 베이스 바리톤 안민수, 2025년 미국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던 존 애덤스의 ‘Girls of the Golden West’ 앨범에서 활약한 소프라노 이혜정이 새로운 얼굴로 합류한다. 원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참여해 온 김상진과 피아니스트 김영호도 무대에 오른다. 세계적인 관악 연주자들인 마티어 듀푸르(플루트), 올리비에 두아즈(오보에), 로망 귀요(클라리넷), 로랑 르퓌브레(바순), 에르베 줄랭(호른)도 예년과 다름없이 참여한다. 예능과 클래식을 아우르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와 한국을 대표하는 아벨 콰르텟, 아레테 콰르텟도 함께한다. 축제 주변 프로그램인 프린지 페스티벌도 이달 5일부터 20일까지 남산 YTN 타워, 세브란스 병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다. 미래의 거장을 꿈꾸는 젊은 음악가들과 아마추어 시민 실내악단이 SSF의 매력을 시민들에게 전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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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무살 잔치 여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올해 주제는 ‘촛불 20개’

    대한민국 대표 실내악 축제인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올해로 스무 돌을 맞이한다. 이달 22일부터 5월 4일까지 13일 동안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윤보선 고택 등에서 14회의 공연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예술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의 주도로 2006년 시작된 SSF는 올해 예정 공연 14회를 포함하면 20년 동안 총 289회의 공연을 선보이게 된다. 첼리스트 다비드 게링가스, 현악4중주단 줄리어드 콰르텟,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 등 개인과 악단을 합쳐 403 ‘명+팀’이 이 무대에 섰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중학생 시절인 2009년 스승 신수정 교수와 함께 SSF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올해 주제는 축제 스무 살을 축하하는 ‘20 Candles(촛불 20개)’다. 20명의 음악가를 하루에 만나고(4월 23일 ‘20 for 20’), 여러 작곡가의 ‘작품번호(Opus) 20’ 곡들을 듣고(4월 27일 ‘Opus 20’), 작곡가들이 20대에 쓴 곡들을 20대 위주의 연주자들이 선보이는(5월 3일 ‘달콤한 20대’) 등 20년의 역사성에 의미를 부여한 프로그램들이 눈길을 끈다.강동석 예술감독은 14일 오전 종로구 윤보선 고택 부근 안동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년 동안 연주 수준도 매우 높아졌고 특히 젊은 연주자들의 실내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SSF에서 연주한 실내악 곡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해 성과를 내기도 했다”며 여러 면에서 성과를 자부한다고 자평했다.20년 동안 SSF에 참여해 온 비올리스트 김상진(연세대 교수)은 “강동석이 SSF의 색깔”이라고 말했다. “강 선생님은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네트워크를 갖고 계시죠. 이 축제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데 강동석이라는 구심점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사업가 기질은 전혀 없으신데도(웃음), 그 이상을 따르는 음악가들과 스탭, 후원자들이 있죠.”올해 축제에는 2024년 아트실비아 실내악 콩쿠르 우승팀인 리수스 콰르텟, 동양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성악 강사를 지낸 베이스 바리톤 안민수, 2025년 미국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던 존 아담스의 ‘Girls of the Golden West’ 앨범에서 활약한 소프라노 이혜정이 새로운 얼굴로 합류한다. 원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참여해온 김상진과 피아니스트 김영호도 무대에 오른다. 세계적인 관악 연주자들인 마티어 듀푸르(플루트), 올리비에 두아즈(오보에), 로망 귀요(클라리넷), 로랭 르퓌브레(바순), 에르베 줄랭(호른)도 예년과 다름 없이 참여한다. 예능과 클래식을 아우르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와 한국을 대표하는 아벨 콰르텟, 아레테 콰르텟도 함께한다.축제 주변 프로그램인 프린지 페스티벌도 이달 5일부터 20일까지 남산 YTN 타워, 세브란스 병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다. 미래의 거장을 꿈꾸는 젊은 음악가들과 아마추어 시민 실내악단이 SSF의 매력을 시민들에게 전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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