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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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04-02~2025-05-02
음악67%
문화 일반13%
문학/출판10%
칼럼7%
기타3%
  • 유튜브로 친숙한 레이 천, 10년 만에 韓 찾은 RSB와 유롭스키 지휘로 내달 공연

    “독일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에는 따뜻하고 오래된 독일 사운드와 베를린의 건강한 명쾌함, 솔직성이 혼합돼 있습니다. 물론 필요한 경우엔 무뚝뚝함도 표현할 수 있죠.”(블라디미르 유롭스키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음악감독) 베를린의 정통 사운드를 대표하는 베를린 방송교향악단(RSB)이 다음 달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갖는다. 2015년 이후 꼭 10년 만의 내한이다. 1923년 독일 공영 라디오의 개국과 함께 창단된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은 세르지우 첼리비다케, 오이겐 요훔 등 거장들의 지휘 아래 독일 특유의 유려하면서도 구조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 왔다. 2002∼2015년 이 악단 수석지휘자로 재임한 마레크 야노프스키와 함께 2003, 2009, 2011, 2015년 등 네 차례 한국을 찾은 바 있다. 이번 내한공연에선 2017년부터 수석지휘자로 활동 중인 유롭스키가 지휘봉을 잡아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교향곡 1번으로 이어지는 ‘올 브람스’ 프로그램을 연주한다. 러시아 출신인 유롭스키는 2021년까지 15년간 런던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로 재직했으며, 현재 뮌헨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24년에는 영국 음악계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찰스 3세 국왕으로부터 대영제국 훈장 사령관 기사 작위(KBE)를 받았다. 2008, 2019년 등 두 차례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한국 팬들과 만났다. 유롭스키는 최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것은 고전주의 이전에서 후기 낭만주의로, 다시 오늘날 음악으로 순식간에 전환할 수 있는 민첩성과 속도다. 한마디로 만능 악단”이라고 말했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할 협연자로는 대만 출신 호주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천이 나선다. 2008년 메뉴인 콩쿠르, 2009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그는 2023년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에서 두 차례 공연하는 등 한국 팬들에게 낯익다. 한국 유튜브 채널 ‘또모’에서 한국 입시생으로 위장해 교수들을 놀라게 하는 영상이나 한국 영재와 초견 배틀을 펼치는 영상, 아이유의 ‘밤편지’를 바이올린으로 커버한 영상 등을 공개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천이 2022년 이후 사용하는 악기는 전설적 바이올리니스트 야샤 하이페츠가 한때 소유했던 1714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돌핀’이다. 이전에는 브람스의 친구로 유명한 요아힘이 사용했던 1715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요아힘’으로 연주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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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윤찬 ‘쇼팽 에튀드’ 앨범… BBC 뮤직어워드 3관왕

    피아니스트 임윤찬(사진)의 쇼팽 에튀드(연습곡) 앨범이 23일(현지 시간) 발표된 영국 BBC 뮤직 매거진 어워드에서 3관왕에 올랐다. 임윤찬은 해당 어워드에서 최고상인 ‘올해의 음반’과 ‘올해의 신인’, ‘기악부문상’ 등 3개 부문을 동시에 수상했다. 한 앨범이 이 세 개 부문을 모두 수상한 것은 2006년 이 상이 제정된 이후 처음이다. ‘올해의 신인’ 수상자가 ‘올해의 음반’까지 수상한 것 역시 처음이다. BBC 뮤직 어워드는 영국의 그래머폰상과 프레스토 음악상, 프랑스의 디아파종상 등과 함께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클래식 음반상이다.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 앨범은 그가 음반사 데카에서 발매한 스튜디오 녹음 데뷔 앨범으로 지난해 4월 발매됐다. 앞서 2024년 그래머폰 피아노부문상과 올해의 젊은 음악가상을 받았으며 프레스토 ‘금주의 녹음’ 등을 수상한 바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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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만에 호흡 맞추는 음악 절친, 시간을 연주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과 피아니스트 김다솔.36세 동갑내기 벗이 8년 만에 함께 무대를 만든다. 다음 달 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듀오 리사이틀 ‘시간의 조각’에서다.두 연주자는 23일 서울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영욱 교수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10대 시절부터 같은 길을 바라보고 서로 응원하며 성장해 왔다”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오랜 음악적 동료로서의 특별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1989년생 부산 출신인 김영욱과 김다솔은 중학생 시절 한예종 예비학교(현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처음 알게 됐다. 이후 독일 유학 시절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음악적 동료로 성장했다. 2012년 첫 듀오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2014년, 2017년 등 꾸준히 듀오 무대를 열었다. 이후 각자 바쁘게 활동하다가 8년 만에야 다시 듀오 무대를 갖게 됐다. 김영욱은 ‘한국 대표 현악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멤버로도 음악 팬들에게 익숙하다. 김다솔도 2017∼2021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등 개인적으로 야심 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이번 리사이틀의 제목 ‘시간의 조각’은 특정 주제를 염두에 두고 정한 것이 아니다. 각자 음악 인생에서 하고 싶었던 곡들을 모으며 자연스럽게 붙인 이름이다. 김영욱은 “특정한 주제로 묶기보다는 8년이란 시간 동안 우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줄 수 있는 곡, 음악 인생에서 하고 싶었던 곡들을 넣으면서 시간에 의미를 두고자 했다”고 설명했다.현대곡이지만 바로크 시대를 오마주한 스트라빈스키의 ‘이탈리아 모음곡’으로 시작해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2번, 풀랑크의 소나타,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1번으로 이어진다. 네 곡 모두 두 연주자가 “이건 언제 하지?”라며 오랜 시간 만지작거린 곡들이다. “작품들의 색깔이 분명해 의식의 흐름처럼 음악이 자연스럽게 전달될 것”이라는 김다솔의 말처럼 관객에게 다채로운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서로의 음악적 호흡에 대해 두 사람은 “연습 중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다”고 했다. 김영욱은 “처음부터 서로의 연주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빠르게 알아채곤 했다”고 말했다. 김다솔도 “늘 연주 전에 서로의 연주를 들으며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첫 듀오 무대 이후로는 의심의 여지 없이 계속 함께 연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각자 교육자로서도 활발히 활동 중인 둘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무대에서의 성숙함도 더해졌다고 말했다. 김영욱은 2022년부터 한예종 교수로 활동해 왔고, 김다솔은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 교수를 지낸 뒤 올해 1학기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다.이번 리사이틀은 다음 달 1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3일 부산문화회관과 11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으로 이어진다. 두 연주자는 “앞으로도 함께 더 많은 작품을 다루면서 오래오래 음악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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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갑내기 두 연주자, 함께 해온 ‘시간의 조각’ 더듬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과 피아니스트 김다솔.36세 동갑내기 벗이 8년 만에 함께 무대를 만든다. 다음 달 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듀오 리사이틀 ‘시간의 조각’에서다.두 연주자는 23일 서울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영욱 교수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10대 시절부터 같은 길을 바라보고 서로 응원하며 성장해 왔다”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오랜 음악적 동료로서의 특별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1989년생 부산 출신인 김영욱과 김다솔은 중학생 시절 한예종 예비학교(현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처음 알게 됐다. 이후 독일 유학 시절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음악적 동료로 성장했다. 2012년 첫 듀오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2014년, 2017년 등 꾸준히 듀오 무대를 열어오다각자 바쁘게 활동하다가 8년 만에야 다시 듀오 무대를 갖게 됐다. 김영욱은 ‘한국 대표 현악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멤버로도 음악 팬들에게 익숙하다. 김다솔도 2017~2021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등 개인적으로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이번 리사이틀의 제목 ‘시간의 조각’은 특정 주제를 염두에 두고 정한 것이 아니다. 각자 음악 인생에서 하고 싶었던 곡들을 모으며 자연스럽게 붙인 이름이다. 김영욱은 “특정한 주제로 묶기보다는 8년이란 시간 동안 우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줄 수 있는 곡, 음악 인생에서 하고 싶었던 곡들을 넣으면서 시간에 의미를 두고자 했다”고 설명했다.현대곡이지만 바로크 시대를 오마주한 스트라빈스키의 ‘이탈리아 모음곡’으로 시작해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2번, 풀랑의 소나타,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1번으로 이어진다. 네 곡 모두 두 연주자가 “이건 언제 하지?” 라며 오랜 시간 만지작거린 곡들이다. “작품들의 색깔이 분명해 의식의 흐름처럼 음악이 자연스럽게 전달될 것”이라는 김다솔의 말처럼 관객에게 다채로운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서로의 음악적 호흡에 대해 두 사람은 “연습 중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다”고 했다. 김영욱은 “맨 처음부터 서로의 연주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빠르게 알아채곤 했다”고 말했다. 김다솔도 “늘 연주 전에 서로의 연주를 들으며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첫 듀오 무대 이후로는 의심의 여지 없이 계속 함께 연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각자 교육자로서도 활발히 활동 중인 둘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무대에서의 성숙함도 더해졌다고 말했다. 김영욱은 2022년부터 한예종 교수로 활동해 왔고, 김다솔은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 교수를 지낸 뒤 올해 1학기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다.이번 리사이틀은 다음 달 1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3일 부산문화회관과 11일 통영국제음악당으로 이어진다. 두 연주자는 “앞으로도 함께 더 많은 작품을 다루면서 오래오래 음악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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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덟 살때 본 공연 감동에 첼로의 길 반세기… AI시대 ‘느린 음악’이 더 소중하게 느껴져”

    50년 전인 1975년 3월, 동아일보 주최로 이화여대 강당에서 열린 첼리스트 야노스 스타커(슈터르케르 야노시) 독주회는 여덟 살 어린이의 삶을 바꿔놓았다. 첼리스트 양성원(58·연세대 교수)이 이런 첼로와의 인연 50주년을 기념해 에드워드 엘가의 작품들을 담은 새 앨범 ‘에코 오브 엘레지(Echo of Elegy)’를 15일 데카 레이블로 발매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작곡된 엘가의 첼로 협주곡과 피아노 5중주를 담았다. 양성원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신영체임버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두 곡 모두 내면적이면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애가(哀歌)의 감정을 담고 있다”며 “첼로 협주곡이 상처와 기억의 음악이라면 5중주는 시적이고 영적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첼로 협주곡은 한스 그라프가 지휘하는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1919년 이 작품을 엘가 자신의 지휘로 초연한 악단이다. 양성원은 “이 협주곡은 나의 음악적 여정에서 언제나 곁을 지킨 동반자”라며 “첫 화음을 연주하는 순간부터 첼리스트들은 위엄인지 슬픔인지, 혹은 둘 다인지 계속해서 (내면을 표현하는) 시험에 들게 된다”고 말했다. 피아노 5중주는 피아니스트 박재홍,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과 임지영, 비올리스트 김상진이 함께했다. 그는 “엘가가 마지막 순간까지 곁에 두고 들었던 작품”이라며 “후기 실내악 작품들이 엘가에게 얼마나 각별한 의미였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친(고 양해엽)과 형(양성식)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환경에서 자란 양성원이 첼로를 선택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고 한다. 여덟 살 때 본 스타커 공연의 감동이 평생을 좌우했다. 프랑스 파리 음악원을 졸업한 뒤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스타커의 제자가 됐다. 어린 시절의 우상이 평생의 사부가 된 것이다. 50년 음악 여정 중 첼로를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두 차례 있었다. “파리 음악원 재학 시절에 경쟁에 지쳐 잠시 첼로 케이스를 닫았죠. 1990년대 초반에는 비행기와 리허설로 반복되는 삶에 의문이 들어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었어요. 결국 다시 첼로 케이스를 열게 만든 계기는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마음을 흔드는 연주를 보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양성원은 5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첼로와 50년’ 마라톤 콘서트도 준비하고 있다. 윌슨 응이 지휘하는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차이콥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엘가 첼로 협주곡,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세 곡을 하루에 연주한다. 그는 “단순한 음악적 이벤트가 아니라 음악 인생 전체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라며 “내 음악을 가능케 했던 모든 분께 바치는 무대”라고 전했다. 양성원은 프랑스 본 베토벤 페스티벌과 평창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 트리오 오원의 리더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한 지금, 오히려 사람의 감정을 울리는 ‘느린 음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며 남은 음악 인생은 나눔의 시간으로 채우고 싶다고 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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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근대음악 거장 라벨의 대표곡, 미묘한 심리극으로 풀어내

    올해는 프랑스 근대음악의 거장 모리스 라벨(1875∼1937)이 탄생한 지 150주년이 된다. 동시대 작곡가 스트라빈스키가 ‘스위스 시계공 같다’고 평한 라벨의 음악은 극한의 정밀한 리듬감과 뜬구름 같은 몽환적 세계 사이를 오간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면서 가장 ‘라벨 같지 않다’는 평을 듣는 작품이 그의 관현악곡 ‘볼레로’(1928)다. 안 퐁텐 감독의 ‘볼레로: 불멸의 선율’은 두 세계대전 사이인 파리의 예술적 격변기를 배경으로 이 작품의 탄생 과정과 라벨의 삶을 담아낸 음악 전기영화다. 영화는 세 주요 등장인물의 3중주를 연상시키는 미묘한 심리극으로 전개된다. 작곡가 라벨(라파엘 페르소나), 그에게 발레음악으로 볼레로를 의뢰한 무용가 이다 루빈슈타인(잔 발리바르), 당대 파리 예술계의 대모이자 뮤즈였던 미시아 세르(도리아 틸리에)다. 로마 대상 다섯 번의 탈락, 제1차 세계대전의 참전, 어머니의 죽음 등 라벨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과 가장 어두웠던 시간들이 교차하며 ‘볼레로’가 탄생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2009년 영화 ‘코코 샤넬’로 국내 관객에게도 익숙한 퐁텐 감독은 무용수 출신의 경력을 살려 라벨을 둘러싼 예술계의 분위기를 그려냈다. 라벨의 모습이 담긴 무성영화 자료를 연구하며 자세와 움직임까지 재현했다는 페르소나의 연기는 이 작곡가의 엄격한 자기 평가가 가져온 강박증과 내성적 측면에 초점이 쏠리지만 다소 단선적으로 느껴진다. 화면에 가장 생명력을 불어넣은 인물은 발리바르가 연기한 루빈슈타인이다. 스스로 야심 많은 한 예술가이자 공연계에서 뼈가 굵은 기획자로서 강한 의지와 의도된 도발로 주변을 장악하는 여성 무용가가 섬세한 배색의 팔레트처럼 표현됐다. 영화는 시작 부분부터 다양한 편성과 스타일로 연주되는 ‘볼레로’를 보여주면서 이 작품이 오늘날 세계 곳곳에 변주되는 ‘밈’임을 강조한다. 영화 속에서 라벨은 이렇게 말한다. “그 음악이 내 다른 작품을 다 잡아먹잖아.” 그 말은 진실이다. 라벨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이국적이고 독특한 색채를 지닌 이 작품은 이 정밀한 작곡가에 대한, 얼마간 고정된 시선을 제공해 왔다. 다행히 영화에서는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가 연주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과 관현악곡 ‘라 발스’ 등 다른 작품들도 들을 수 있다. 두 세계대전 사이의 전간기(戰間期)가 직전 시대인 제1차 세계대전 이전의 이른바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기)와 큰 차별성 없이 안온하고 평화롭게만 그려진 점은 아쉽다. 실제 이 시대는 본격적인 산업화에 따른 노동계급의 대두와 모더니즘이 역동적으로 분출되던 때였다. 군중이 등장하는 장면도, 당대 대도시의 모습이 드러나는 장면도 없다. 실제 라벨의 인생은 독주곡 같은 간명함부터 1차대전 전후의 대(大)관현악적인 측면까지 담긴 삶이었고 ‘볼레로’ 자체도 관현악 작품이지만 이 영화의 인상은 시종일관 실내악적이다. 30일 개봉.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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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클래식感]삶의 마지막을 들여다본 말러의 후기 작품들

    벚꽃의 시간이 지나갔다. 아쉬워할 것 없다. 말러의 가곡집 ‘대지의 노래’는 마지막 6악장 ‘송별’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사랑스러운 대지는 봄이 오면 곳곳에 꽃이 피어나고 새롭게 푸르러진다. 그리고 먼 곳엔 영원히 푸른 빛이! 영원히… 영원히….’ 서울 예술의전당이 주최한 올해 교향악축제도 20일 막을 내렸다. 상징색이 능소화를 연상시키는 주황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었지만, 교향악축제도 ‘The new beginning(새로운 시작)’이라는 올해 주제가 말해주듯 매년 새롭게 돌아올 것이다. 자연이 약속한 일은 아니니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마음을 모아 주자. 매년 교향악축제가 사랑해 온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은 올해 1번, 4번, 5번 등 세 곡이 연주됐다. 1번 3악장과 5번 1악장에 장송행진곡이 있지만 결국에는 자연을 찬미하며 낙관적인 피날레로 끝나는 곡들이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희망과도 어울린다. 그런데 교향곡을 비롯한 말러의 곡들이 모두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말러는 ‘교향곡에는 세계가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밝음도 어두움도 담은 세계다. 그런데 8번 교향곡에서 ‘하나의 우주’를 완결했다고 자부한 뒤 말러는 어두워졌다. 다음 교향곡은 9번이 되어야 했지만 6개 악장 모두 독창자가 있어 가곡집을 연상시키는 이 곡에 말러는 교향곡 대신 ‘대지의 노래’라는 제목을 붙였다. 당송대의 한시를 독일어로 번역한 것에 곡을 붙인 작품이다. 이 곡의 후반 절반 길이를 차지하는 부분이 마지막 6악장 ‘송별’이다. 친구의 떠나감을 노래했지만 삶과의 송별을 상징했음은 분명하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곡을 쓰기 한 해 전인 1907년 말러의 장녀가 성홍열로 갑자기 숨을 거뒀다. 말러 자신도 심장병이 삶을 갉아먹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차츰 다가오는 하인(Hain·독일 민화의 죽음의 신)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말러는 한 곡 한 곡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교향곡도 구름 사이의 햇살은 잠시뿐이다.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고별’에서 가져온 이별의 모티브가 ‘대지의 노래’를 이어 9번 교향곡까지 지배한다. 말러는 마지막 교향곡인 10번을 끝맺지 못했다.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이 곡의 마지막 5악장 악보에 말러는 부인 알마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었다. “이 의미를 당신만 안다. 잘 있어요! 당신을 위해 살고, 당신을 위해 죽다.” 전곡의 구조는 완성됐지만 대부분 선율만 있거나 간단한 화음만 붙어 있던 이 곡은 말러가 죽은 뒤 반세기나 지나 음악학자 데릭 쿠크가 완성했다. 처음 이 ‘완성본’에 동의하지 않았던 알마는 완성 악보를 녹음한 연주를 듣고는 눈물을 터뜨리며 동의했다.기자는 8월 13∼21일 세계 여름 클래식 축제의 두 정점으로 꼽히는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찾아간다. 15일에는 전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올스타 오케스트라’인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루체른 페스티벌 개막연주회에서 리카르도 샤이 지휘로 연주하는 말러 교향곡 10번(데릭 쿠크 버전)을 듣고, 18일에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이 축제 메인 악단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에사페카 살로넨 지휘로 연주하는 ‘One Morning Turns into an Eternity(어느 아침이 영원으로 바뀌다)’를 관람한다. 이 콘서트의 전반부는 쇤베르크의 ‘기대’로, 후반부는 말러 ‘대지의 노래’ 마지막 악장 ‘송별’로 꾸며졌다. 두 작곡가의 작품을 연결해 새로운 무대 예술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적합한 날짜를 따르다 보니 오늘날 세계 콘서트홀의 숨은 주인공인 말러의 만년의 내면을 탐구하는 여정이 되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차이데’도 감상한다.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에서는 지난해 일대 논란을 불러왔던 필리프 스퇼츨 연출 베버 ‘마탄의 사수’를 관람할 예정이다. 여행 얘기가 길어지지만 기자는 6월 2∼13일 스칸디나비아 3개국의 대표 오페라극장에서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푸치니 ‘토스카’, 레하르 ‘메리 위도’를 관람하는 북유럽 여행도 앞두고 있다. 두 여정에 관심 있는 분은 초록 검색창에서 ‘투어동아’를 쳐보시길.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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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묘한 심리극으로 담아낸 ‘볼레로’ 작곡가의 삶

    올해는 프랑스 근대음악의 거장 모리스 라벨(1875~1937)이 탄생한 지 150주년이 된다. 동시대 작곡가 스트라빈스키가 ‘스위스 시계공 같다’고 평한 라벨의 음악은 극한의 정밀한 리듬감과 뜬구름같은 몽환적 세계 사이를 오간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면서 가장 ‘라벨 같지 않다’는 평을 듣는 작품이 그의 관현악곡 ‘볼레로’(1928)다.안느 퐁텐 감독의 ‘볼레로: 불멸의 선율’은 두 세계대전 사이인 파리의 예술적 격변기를 배경으로 이 작품의 탄생 과정과 라벨의 삶을 담아낸 음악 전기영화다.영화는 세 주요 등장인물의 3중주를 연상시키는 미묘한 심리극으로 전개된다. 작곡가 라벨(라파엘 페르소나즈), 그에게 발레음악으로 볼레로를 의뢰한 무용가 이다 루빈슈타인(잔느 발리바), 당대 파리 예술계의 대모이자 뮤즈였던 미시아 세르(도리아 틸리에)다. 로마 대상 다섯 번의 탈락, 제1차 세계대전의 참전, 어머니의 죽음 등 라벨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과 가장 어두웠던 시간들이 교차하며 ‘볼레로’가 탄생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2009년 영화 ‘코코 샤넬’로 국내 관객에게도 익숙한 퐁텐 감독은 무용수 출신의 경력을 살려 라벨을 둘러싼 예술계의 분위기를 그려냈다.라벨의 모습이 담긴 무성영화 자료를 연구하며 자세와 움직임까지 재현했다는 페르소나즈의 연기는 이 작곡가의 엄격한 자기평가가 가져온 강박증과 내성적 측면에 초점이 쏠리지만 다소 단선적으로 느껴진다. 화면에 가장 생명력을 불어넣은 인물은 발리바가 연기한 루빈슈타인이다. 스스로 야심 많은 한 예술가이자 공연계에서 뼈가 굵은 기획자로서 강한 의지와 의도된 도발로 주변을 장악하는 여성 무용가가 섬세한 배색의 팔레트처럼 표현됐다.영화는 시작 부분부터 다양한 편성과 스타일로 연주되는 ‘볼레로’를 보여주면서 이 작품이 오늘날 세계 곳곳에 변주되는 ‘밈’임을 강조한다. 영화 속에서 라벨은 이렇게 말한다. “그 음악이 내 다른 작품을 다 잡아먹잖아.” 그 말은 진실이다. 라벨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이국적이고 독특한 색채를 지닌 이 작품은 이 정밀한 작곡가에 대한, 얼마간 고정된 시선을 제공해 왔다. 다행히 영화에서는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가 연주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과 관현악곡 ‘라 발스’등 다른 작품들도 들을 수 있다.두 세계대전 사이의 전간기(戰間期)가 직전 시대인 제1차 세계대전 이전의 이른바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기)와 큰 차별성 없이 안온하고 평화롭게만 그려진 점은 아쉽다. 실제 이 시대는 본격적인 산업화에 따른 노동계급의 대두와 모더니즘이 역동적으로 분출되던 때였다. 군중이 등장하는 장면도, 당대 대도시의 모습이 드러나는 장면도 없다. 실제 라벨의 인생은 독주곡 같은 간명함부터 제1차 세계대전 전후의 대(大)관현악적인 측면까지 담긴 삶이었고 ‘볼레로’ 자체도 관현악 작품이지만 이 영화의 인상은 시종일관 실내악적이다. 30일 개봉.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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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블랙홀 피했더니 외계인이 코앞에… 긴급행동 지침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반세기 동안 인간이 찾지 않은 달에 올해 다시 인간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 중이다. 스페이스X 설립자 일론 머스크는 화성을 식민지로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인류가 ‘여러 행성에 사는’ 종족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밉든 곱든, 귀 기울일 만한 대목이다.좋다. 그동안 꿈꾸었던 진정한 21세기가 열리나 보다. 가자, “저 머나먼 곳, 그 너머를 향하여!”그런데 잠깐, 준비 없이 가도 될까? 저자는 이렇게 권고한다. “여러분이 우주에서 살아남기를 바랍니다. 이왕이면 더 많은 지식을 활용해서요.”그의 말대로 ‘하얀색 뭉게구름에 온화한 미풍이 부는 천국’, 지구를 벗어나면 무엇을 호흡하게 될까. 금성의 대기는 황산, 화성의 대기는 이산화탄소로 되어 있다. 목성과 토성에는 엄청난 폭풍이 분다.우주 대부분의 공간에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다. 산소도 없으니 질식은 기본이고, 몸속의 성분들이 빠져나가려 하면서 몸이 부어오르게 될 것이다. 초미세 운석들이 피부를 파고들 수도 있다. 물론,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완벽한 우주복을 입는다면.태양 방사선과 자기장의 위험, 우주 방사선 등 우주의 냉혹한 현실을 저자는 가감 없이 전한다. 복잡한 천체물리학과 양자역학의 개념들도 조금은 알기 쉬운 형태로 다가온다. 그래도 중성자별… 암흑물질… 우주끈… 아직은 낯설다.많이 들어본 블랙홀로 가보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지구를 땅콩만 한 크기로 압축하면 블랙홀이 되는 거예요. 땅콩 알레르기가 있어도 걱정 마세요. 더 중요한 문제가 있으니까요.” 문제란 압도적인 중력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에서는 아무도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안녕히.모든 ‘물리적’ 문제도 극복하고 더 넓은 공간을 정복할 수 있다면 그다음 궁금해지는 문제가 있다. 외계인을 만나면? 영화 ‘E.T.’처럼 온화하고 친절한 존재들이 나를 맞이해줄까. 그들이 지구를 침공할 수도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하다. “물론 부모님은 여러분이 특별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인류와 지구 전체에는 외계 종족이 탐낼 것이 별로 많지 않아요.”책을 나가는 마지막 장의 제목은 ‘마지막 경고’다. “우주 탐사는 힘들고 걱정해야 할 것이 아주 많은 일이 맞아요. 심장이 약한 사람에게 적합한 일은 아니죠.” 저자가 우리에게 공포심을 주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갖가지 위험을 극복하고 우주로 나아가려는 인간의 용기와 지혜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 이 책의 진정한 의도로 읽힌다.“우주는 아름답기도 하죠. 숭고하고, 특이하고, 경이롭고, 물질과 에너지의 찬란한 색채로 그려진 캔버스입니다. 나약한 사람들을 걸러내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대담하고 호기심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훌륭한 안내서가 될 거예요.”저자는 NASA 고문을 지냈으며 유럽에서 차세대 우주탐사선 개발에 참여했다. 여러 과학 TV 채널에서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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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심포니 새 예술감독에 로베르토 아바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이탈리아 지휘자 로베르토 아바도(70)를 제8대 예술감독으로 임명했다고 15일 밝혔다. 임기는 2026년 1월 1일부터 3년.아바도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를 지낸 세계적 지휘자 고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조카다. 뮌헨 방송교향악단, 파르마 베르디 페스티벌, 스페인 소피아 여왕 예술 궁전의 음악감독을 역임했으며 볼로냐 시립극장 필하모닉 상임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특히 1992년부터 7년 동안 뮌헨 방송교향악단을 이끌며 악단의 재도약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왔다. 이탈리아 음악 평론가 협회(ANCM)로부터 ‘프레미오 아비아티’상을 수상했다.아바도는 RCA 레이블로 음반 14종을 발매했으며 로시니 오페라 ‘탄크레디’로 1997년 에코 클래식 독일 음반상을 받았으며 벨리니 오페라 ‘카풀레티 가문과 몬테키 가문’으로 1999년 BBC 매거진 ‘올해 최고의 음반상’ 후보에 올랐다.국립심포니와 아바도는 2023년 서울 예술의전당 주최 오페라 ‘노르마’와 올해 3월 정기연주회 베르디 ‘레퀴엠’ 등 두 차례 호흡을 맞추며 호평을 받은 바 있다.아바도는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강점은 개척성과 유연성이다. 특히 음악적 역량과 새로운 길을 탐색하려는 호기심이 가장 큰 장점이며 함께 만들어갈 음악이 매우 기대된다”고 밝혔다고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전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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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스무살 잔치에 초대합니다

    대한민국 대표 실내악 축제인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올해로 스무 돌을 맞이한다. 이달 22일부터 5월 4일까지 13일 동안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윤보선 고택 등에서 14회의 공연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예술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의 주도로 2006년 시작된 SSF는 올해 예정 공연 14회를 포함하면 20년 동안 총 289회의 공연을 선보이게 된다. 첼리스트 다비드 게링가스, 현악4중주단 줄리어드 콰르텟, 피아니스트 당타이손 등 개인과 악단을 합쳐 403 ‘명+팀’이 이 무대에 섰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중학생 시절인 2009년 스승 신수정 교수와 함께 SSF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주제는 축제 스무 살을 축하하는 ‘20 Candles(촛불 20개)’다. 20명의 음악가를 하루에 만나고(4월 23일 ‘20 for 20’), 여러 작곡가의 ‘작품번호(Opus) 20’ 곡들을 듣고(4월 27일 ‘Opus 20’), 작곡가들이 20대에 쓴 곡들을 20대 위주의 연주자들이 선보이는(5월 3일 ‘달콤한 20대’) 등 20년의 역사성에 의미를 부여한 프로그램들이 눈길을 끈다.강동석 예술감독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윤보선 고택 부근 안동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년 동안 연주 수준도 매우 높아졌고 특히 젊은 연주자들의 실내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SSF에서 연주한 실내악 곡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해 성과를 내기도 했다”며 여러 면에서 성과를 자부한다고 자평했다. 20년 동안 SSF에 참여해 온 비올리스트 김상진(연세대 교수)은 “강동석이 SSF의 색깔”이라고 말했다. “강 선생님은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네트워크를 갖고 계시죠. 이 축제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데 강동석이라는 구심점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사업가 기질은 전혀 없으신데도(웃음), 그 이상을 따르는 음악가들과 스태프, 후원자들이 있죠.” 올해 축제에는 2024년 아트실비아 실내악 콩쿠르 우승팀인 리수스 콰르텟, 동양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성악 강사를 지낸 베이스 바리톤 안민수, 2025년 미국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던 존 애덤스의 ‘Girls of the Golden West’ 앨범에서 활약한 소프라노 이혜정이 새로운 얼굴로 합류한다. 원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참여해 온 김상진과 피아니스트 김영호도 무대에 오른다. 세계적인 관악 연주자들인 마티어 듀푸르(플루트), 올리비에 두아즈(오보에), 로망 귀요(클라리넷), 로랑 르퓌브레(바순), 에르베 줄랭(호른)도 예년과 다름없이 참여한다. 예능과 클래식을 아우르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와 한국을 대표하는 아벨 콰르텟, 아레테 콰르텟도 함께한다. 축제 주변 프로그램인 프린지 페스티벌도 이달 5일부터 20일까지 남산 YTN 타워, 세브란스 병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다. 미래의 거장을 꿈꾸는 젊은 음악가들과 아마추어 시민 실내악단이 SSF의 매력을 시민들에게 전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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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무살 잔치 여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올해 주제는 ‘촛불 20개’

    대한민국 대표 실내악 축제인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올해로 스무 돌을 맞이한다. 이달 22일부터 5월 4일까지 13일 동안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윤보선 고택 등에서 14회의 공연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예술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의 주도로 2006년 시작된 SSF는 올해 예정 공연 14회를 포함하면 20년 동안 총 289회의 공연을 선보이게 된다. 첼리스트 다비드 게링가스, 현악4중주단 줄리어드 콰르텟,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 등 개인과 악단을 합쳐 403 ‘명+팀’이 이 무대에 섰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중학생 시절인 2009년 스승 신수정 교수와 함께 SSF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올해 주제는 축제 스무 살을 축하하는 ‘20 Candles(촛불 20개)’다. 20명의 음악가를 하루에 만나고(4월 23일 ‘20 for 20’), 여러 작곡가의 ‘작품번호(Opus) 20’ 곡들을 듣고(4월 27일 ‘Opus 20’), 작곡가들이 20대에 쓴 곡들을 20대 위주의 연주자들이 선보이는(5월 3일 ‘달콤한 20대’) 등 20년의 역사성에 의미를 부여한 프로그램들이 눈길을 끈다.강동석 예술감독은 14일 오전 종로구 윤보선 고택 부근 안동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년 동안 연주 수준도 매우 높아졌고 특히 젊은 연주자들의 실내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SSF에서 연주한 실내악 곡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해 성과를 내기도 했다”며 여러 면에서 성과를 자부한다고 자평했다.20년 동안 SSF에 참여해 온 비올리스트 김상진(연세대 교수)은 “강동석이 SSF의 색깔”이라고 말했다. “강 선생님은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네트워크를 갖고 계시죠. 이 축제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데 강동석이라는 구심점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사업가 기질은 전혀 없으신데도(웃음), 그 이상을 따르는 음악가들과 스탭, 후원자들이 있죠.”올해 축제에는 2024년 아트실비아 실내악 콩쿠르 우승팀인 리수스 콰르텟, 동양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성악 강사를 지낸 베이스 바리톤 안민수, 2025년 미국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던 존 아담스의 ‘Girls of the Golden West’ 앨범에서 활약한 소프라노 이혜정이 새로운 얼굴로 합류한다. 원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참여해온 김상진과 피아니스트 김영호도 무대에 오른다. 세계적인 관악 연주자들인 마티어 듀푸르(플루트), 올리비에 두아즈(오보에), 로망 귀요(클라리넷), 로랭 르퓌브레(바순), 에르베 줄랭(호른)도 예년과 다름 없이 참여한다. 예능과 클래식을 아우르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와 한국을 대표하는 아벨 콰르텟, 아레테 콰르텟도 함께한다.축제 주변 프로그램인 프린지 페스티벌도 이달 5일부터 20일까지 남산 YTN 타워, 세브란스 병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다. 미래의 거장을 꿈꾸는 젊은 음악가들과 아마추어 시민 실내악단이 SSF의 매력을 시민들에게 전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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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예술의전당서 유성민 바이올린 독주회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NEC)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NEC 예비학교 교수를 지낸 바이올리니스트 유성민이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에서 피아니스트 한지은 협연으로 독주회를 연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Op. 12-2, 슈만 ‘세 개의 로망스’ Op. 22, 이자이 ‘생상스 왈츠 형식 연습곡에 의한 카프리스’, 레스피기 소나타 B단조 등 네 곡을 연주한다.유성민은 미국 케이프 코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부악장과 사이먼 심포니에타 악장을 역임 후 2015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귀국 독주회를 시작으로 매년 독주회를 열고 있다.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운지회 챔버 오케스트라 시리즈 등을 통해 현대음악으로 영역을 넓히는 등 활발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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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흐부터 바버까지, 피아노 역사를 듣다

    “깊고 예리한 리듬 감각과 음색의 탁월한 상상력을 갖춘 피아니스트. 자기 세대에서 가장 독창적인 예술적 목소리를 가진 연주자 중 한 명이다.” 지난해 12월 제19회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 참여한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가 이 콩쿠르에 참여한 피아니스트 유성호(29)에 대해 남긴 평가다. 이 대회에서 유성호는 피아니스트 선율과 함께 공동우승을 차지했다. 유성호가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버르토크 ‘세 개의 연습곡’ 작품 18,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2번, 슈베르트 소나타 D. 664, 바버 소나타 작품 26 등 다섯 곡으로 짠 80분의 육중한 프로그램이다. 전화 통화에서 그는 “거의 ‘피아노의 역사’ 같은 프로그램 아니냐”란 물음에 “그런 생각을 하고 준비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각기 뚜렷하게 대비되는 스타일의 곡들을 골랐습니다. 그 다양한 변화를 통해 피아노 음악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유성호는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세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이후 피아노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피아니스트의 길을 걸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예술사와 예술전문사를 전체 수석으로 입학 졸업한 뒤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당타이선을 사사하며 석사를 취득했다. 지금은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세계적인 명교수 아리에 바르디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예핌 브론프만, 보리스 길트부르그, 라하브 샤니, 드미트리 시시킨, 베아트리체 라나 등 수많은 명피아니스트를 키워낸 스승 바르디에 대해 그는 ‘걸어다니는 피아노 백과사전’이라고 했다. “후년이면 90세가 되시는데도 저희 제자들보다 젊은 에너지를 가지셨어요. 세부까지 치밀하게 가르침을 주시면서도 피아니스트 각자의 개성을 강조하며 가장 이상적인 밸런스를 잡아주시죠.” 이전 스승 당타이선에 대해서는 “엄격한 자기 수련의 모습을 스스로 보여주셔서 그 자세 자체에 영감을 갖게 만드는 분”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그는 1차 예선에서 연주한 쇤베르크의 모음곡 작품 25로 심사위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학교나 콩쿠르에서 ‘현대곡 해석을 잘한다’는 얘기를 들어왔다고 한다. “현대곡의 경우 참고할 만한 다른 연주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 말 그대로 악보를 파고들면서 꾸준히 연구해야 좋은 연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0년 뒤 기대하는 자신의 모습을 묻자 “특별히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기보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음악을 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연주 등의 일정으로 거의 매달 한국과 독일을 오가고 있는 그는 8월 대관령국제음악제 국제콩쿠르 우승자 시리즈에서 솔로 리사이틀을 연다. 지난해 윤이상 국제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한 중국 바이올리니스트 차오원 뤄와 듀오 리사이틀도 가질 예정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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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토벤 소나타는 문제 해결 과정… 천재적이고 짜릿”

    “베토벤 소나타는 1악장을 항상 ‘문제’로 시작해요. 발전부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천재적이고, 카타르시스를 주죠.”베토벤 소나타 전곡 음반 녹음을 계획한 지 21년 만에 지난달 9장으로 구성된 전집 음반을 내놓은 피아니스트 최희연은 이렇게 말했다. 그가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 ‘Testament’(유언, 성서)를 연다. 전집의 부제와 같은 제목이다. 베토벤의 마지막 3대 소나타 30, 31, 32번과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을 연주한다. 4일 서울 강남구 풍월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희연은 그간의 곡절 많았던 사연을 공개했다.그를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각인시킨 계기는 2002년부터 4년 동안 금호아트홀에서 이어 나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였다. 이를 계기로 2004년 가을부터 3년 동안 녹음이 예정됐다. “그런데 임신 중에 문제가 생겨 아기를 위해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 있게 됐죠. 그 얼마 뒤 녹음 프로젝트를 후원하신 분이 돌아가시면서 완전히 중단됐어요.”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수여한 ‘올해의 예술상’이 녹음의 열망에 다시 불을 붙였다. 2015년 베를린 텔덱스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시작했다. 2019년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를 녹음하고 나서야 전곡 녹음이 확정됐다. 팬데믹은 베토벤에 온전히 몰두할 기회를 주었고, 2023년 초 오랜 여정이 마무리됐다.그는 녹음 엔지니어 토마스 휩시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휩시가 베를린 필하모니에 있는 뵈젠도르퍼 피아노를 보여줬는데, 그 악기가 깊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음이 지속되는 시간이 굉장히 길고, 칸타빌레(노래하듯이) 사운드가 뛰어났어요. 빈에서 전통을 유지해 온 악기라서 그런지 베토벤을 연주하기에 적절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적절한 뵈젠도르퍼를 찾지 못해 예술의전당에 있는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연주한다.베토벤은 개인적으로도 그에게 특별하다. “제가 피아노를 연주할 때 어머니가 너무 좋다고 누구 곡이냐고 물어보실 때는 거의 다 베토벤이었어요. 아버지와 사별하신 뒤 힘드실 때 어머니에게 용기를 준 음악이었고, 저도 베토벤의 ‘뚫고 나가는 힘’을 느꼈죠.”그는 베토벤이 주는 힘이 이 시대에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유럽도 미국도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요. 베토벤이 주는 화합의 메시지가 이 시대에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최희연은 1999년 서울대 음대 역사상 최초로 공개 오디션을 통해 교수로 임용됐고, 2023년부터 미국 피바디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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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토벤 소나타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베토벤 소나타는 1악장을 항상 ‘문제’로 시작해요. 발전부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천재적이고, 카타르시스를 주죠.”베토벤 소나타 전곡 음반 녹음을 계획한 지 21년만에 지난달 9장으로 구성된 전집 음반을 내놓은 피아니스트 최희연은 이렇게 말했다. 그가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 ‘Testament’(유언, 성서)을 연다. 전집의 부제와 같은 제목이다. 베토벤의 마지막 3대 소나타 30, 31, 32번과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을 연주한다. 4일 서울 강남구 풍월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희연은 그간의 곡절 많았던 사연을 공개했다.그를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각인시킨 계기는 2002년부터 4년 동안 금호아트홀에서 이어나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였다. 이를 계기로 2004년 가을부터 3년 동안 녹음이 예정됐다. “그런데 임신 중에 문제가 생겨 아기를 위해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있게 됐죠. 그 얼마 뒤 녹음 프로젝트를 후원하신 분이 돌아가시면서 완전히 중단됐어요.”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수여한 ‘올해의 예술상’이 녹음의 열망에 다시 불을 붙였다. 2015년 베를린 텔덱스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시작했다. 2019년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를 녹음하고 나서야 전곡 녹음이 확정됐다. 팬데믹은 베토벤에 온전히 몰두할 기회를 주었고, 2023년 초 오랜 여정이 마무리됐다.그는 녹음 엔지니어 토마스 휩시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휩시가 베를린 필하모니에 있는 뵈젠도르퍼 피아노를 보여줬는데, 그 악기가 깊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음이 지속되는 시간이 굉장히 길고, 칸타빌레(노래하듯이) 사운드가 뛰어났어요. 빈에서 전통을 유지해온 악기라서 그런지 베토벤을 연주하기에 적절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적절한 뵈젠도르퍼를 찾지 못해 예술의전당에 있는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연주한다.베토벤은 개인적으로도 그에게 특별하다. “제가 피아노를 연주할 때 어머니가 너무 좋다고 누구 곡이냐고 물어보실 때는 거의 다 베토벤이었어요. 아버지와 사별하신 뒤 힘드실 때 어머니에게 용기를 준 음악이었고, 저도 베토벤의 ‘뚫고 나가는 힘’을 느꼈죠.”그는 베토벤이 주는 힘이 이 시대에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럽도 미국도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요. 베토벤이 주는 화합의 메시지가 이 시대에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최희연은 1999년 서울대 음대 역사상 최초로 공개오디션을 통해 교수로 임용됐고, 2023년부터 미국 피바디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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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는 음악, 듣는 미술

    “이번에는 옛 현악기 비올 연주를 들어보실 거예요. 비올은 남성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악기로 평가됐습니다. 그림을 보시면 여자가 시턴이라는 악기를 들고 있고, 남자가 비올을 가리키면서 손짓하고 있습니다. 비올은 남성을 상징했으니 결국 ‘나와 함께 연주하자’ ‘나와 함께 지내자’라는 의미로 구애를 하는 겁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은평구 통일로 이호철북콘서트홀. 해설자가 옛 그림을 화면에 띄운 채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이어 현악기 연주자 강효정이 연주하는 마랭 마레(1656∼1728) 곡 ‘인간의 목소리들’의 잔잔한 선율이 흘러나왔다. 이 콘서트는 이호철북콘서트홀에서 12월까지 여섯 차례 펼쳐지는 시리즈 콘서트 ‘무지카 픽투라, 픽투라 무지카(보는 음악, 듣는 미술)’의 첫 편이다. 시각정보디자인을 전공한 음악 미술 칼럼니스트 박찬이가 해설을 맡았다. 지난해 12월 나온 자신의 책 ‘음악과 이미지’에 소개된 그림과 음악 작품들을 중심으로 음악과 미술이 서로 조응하는 지점을 탐색한다. 이날 옛 악기 연주그룹인 ‘앙상블 상상과 용기’ 연주자들인 김수진(리코더) 최현정(바이올린) 신용천(오보에) 김희성(바순) 강효정(첼로 등 저음현악기) 최현영(하프시코드) 등 여섯 명이 쉽게 듣기 힘든 16세기 작곡가 샘슨의 ‘거룩한 뿌리’부터 바흐의 ‘푸가의 기법’까지 열 곡을 연주했다. 각자 해당 분야에서 국내 대표급 연주자로 꼽히는 이들이 꾸미는 앙상블과 화면에 투사된 옛 그림에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몰입했다. 남편과 함께 온 한 여성 관객은 “악기가 나오는 옛 그림에 이렇게 많은 상징들이 들어 있을 줄 짐작하지 못했다. 고전 낭만 시대의 음색과 다른 옛 악기 연주도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콘서트 시작 전 인사말에서 표문송 이호철북콘서트홀 관장은 “은평구를 비롯한 서울 서북부는 과거 문인들의 동네였는데, 오늘날에는 문화의 중심이 강남에 치우친 느낌”이라며 “새로운 문화 거점을 만들자는 의미로 이 공간이 생겼고 르네상스적인 예술의 본질을 여기서 돌아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호철북콘서트홀은 은평구에 거주했던 작가 이호철(1932∼2016)을 기리기 위해 은평구가 지난해 11월 옛 서울서부시외버스터미널 자리에 개관했다.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면 교육이나 행사가 없는 날도 누구나 이곳에서 책을 읽고 차를 마시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다.‘무지카 픽투라, 픽투라 무지카’ 시리즈는 ‘음악의 정원―하프시코드와 이미지’(5월 11일), ‘그려진 소리’(7월 6일), ‘류트와 노래의 메아리’(9월 날짜 미정), ‘오르가니스트의 발―오르간과 페달’(11월 2일), ‘헨델의 음악 갤러리’(12월 날짜 미정)로 이어진다. 이호철북콘서트홀에선 매주 토요일 미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연하는 ‘문예북흥’ 시리즈도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현기영 작가와 황지우 안도현 시인, 유홍준 교수 등이 관객과 만났고, 이번 달엔 나희덕 시인, 유현준 건축가, 가수 하림 순으로 만남이 준비되어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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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기억 잃는 스스로에게 “힘내”… 내 어머니의 ‘치매 일기’

    “실수했는지 주문을 이중으로 했나 보다. 전갱이는 이웃에 한 세트 드리고, 잼은 오래 놔둬도 되니 다행이었다. 이런 쓸모없는 바보.” 어머니가 달라졌다. 60대에 남편을 떠나보낸 뒤 시 짓기 모임, 신앙생활, 스페인어 공부 등 좋아하는 일에 열중하며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듣던 어머니였다. 그러던 어머니가 중요한 물건을 챙기지 않은 채 외출하고, 시간을 착각하고, 주문을 잘못하는 일이 잦아졌다. 2023년 기준 대한민국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9.25%. 같은 나이에 가벼운 인지장애 유병률은 28.32%다. 일본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저자와 그의 어머니가 달랐던 것은, 어머니는 꼼꼼하게 일기를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고 의사인 아들은 노년 인지 저하의 권위자라는 점이다. 저자는 어머니의 인지 저하를 4기로 나눈다. 1기(67∼75세)에 가족 뒷바라지에서 해방돼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던 어머니는 종종 자신의 정신이 쇠퇴했음을 토로한다. 2기(76∼79세)에는 인지 저하가 생활에 균열을 만들기 시작한다. 세탁소로부터 세탁비가 밀렸다는 말을 들은 어머니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돈을 주자는 아들들에게 화를 낸다. 3기(80∼84세)가 되면 인지 기능 저하에 맞서려는 의지를 잃기 시작한다. 일기는 드문드문 이어지다가 4기(85∼87세)에는 쓰지 못하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을 ‘인지 저하를 이해하기 위한 실용서’로 받아들이지 말기를 당부한다. 몇 세 또는 몇 년 차에 어떤 증상이 발생했다는 식의 경과는 사람마다 다르다. 저자가 말하는 책의 목적은 “한 여성이 손상된 인지 기능을 통해 외부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느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인지 저하에 대한 부분을 잊더라도, 한 시대를 살며 자녀들을 키워내고 만년에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 분투하며 성실히 기록을 남긴 한 사람의 삶이 큰 울림을 남긴다.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자신의 인지 능력이 손상됐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통설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다. 일기에서 어머니는 ‘나이를 먹는다는 게 이런 건지, 참담하다’며 거듭 괴로움을 토로하고, 아들이 쓴 인지 저하에 대한 책을 읽어본다. 아들이 출연해 인지 저하에 대해 설명하는 TV 프로그램도 관심 있게 시청한다. 어머니는 늘 사용하던 기계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고 대중교통으로 다니기 힘들어지면서 근심의 구름이 마음을 뒤덮기 시작한다. 그러나 취미인 시 쓰기를 포기한 뒤에도 ‘더 반듯해져야지, 힘내’라는 자기 격려를 잊지 않는다. 알츠하이머병이 명확히 진단된 뒤 어머니는 연구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라이프 리뷰’를 남겼다. 리뷰의 마지막은 자식들에게 주는 말로 끝난다. “각자의 길을 성실하게 걸어가다오. 마음으로 행복을 기원한다. 진심으로 고마워.” 마지막으로 그가 남긴 짧은 시는 이렇다. ‘모든 바람(소망) 다 이루어지리라곤 생각 않지만, 걸음만은 스스로 곧게 옮겨가기를.’ 이 시는 2022년 출간된 일본어 원서의 부제가 되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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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佛 대표 ‘현악4중주단’ 봄의 향연

    영국 왕립음악원 출신 연주가들이 창단한 벨체아 콰르텟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에벤 콰르텟.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현악4중주단들의 이름 중에서도 앞자리에 놓이는 두 팀이 3, 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잇따라 내한 공연을 펼친다. 에벤 콰르텟은 1999년 프랑스 파리 근교에 있는 불로뉴비양쿠르 음악원 재학생들로 결성됐다. 2004년 ARD 국제콩쿠르 현악4중주 부문에서 우승하면서 국제 무대에 등장했다. 2010년 ‘음악의 승리상’, 올해의 앙상블상 등을 수상했고 2009, 2015, 2019년 등 여러 차례 내한 공연을 펼쳤다. 2009년 라벨, 드뷔시, 포레의 4중주 음반으로 최고 권위의 음반상인 그라모폰상 최고상 ‘올해의 녹음’을 수상한 데 이어 2022, 2023년 그라모폰 실내악부문상을 2년 연속 수상하는 등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에벤 콰르텟을 나타내는 대표적 문구 중 하나가 “언제든지 재즈 밴드로 바뀔 수 있는 사중주단”(2009년 미국 뉴욕타임스·NYT)이다. 재즈 스탠더드와 팝송을 즉흥으로 연주하고, 전자악기 연주자와 함께하기도 한다. 멤버 중 비올리스트 마리 실렘은 2017년부터 함께하고 있으며, 첼리스트 오카모토 유야는 지난해 영입된 새 얼굴이다. 벨체아 콰르텟은 1994년 루마니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코리나 벨체아의 주도로 런던 왕립음악원 학생들이 결성했다. 2001년 그라모폰상 최우수 데뷔녹음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벨체아의 레퍼토리는 이 시대의 고전과 최신작을 망라한다. 계속해서 현대 작곡가들의 신작을 위촉하며 젊은 현악4중주단들을 코칭하는 일도 적극적으로 떠맡는다. 오늘날 가장 의욕적인 클래식 음반 레이블로 꼽히는 ‘알파’와 함께 베토벤 현악4중주 전곡, 브람스 현악4중주 전곡 음반 등을 내놓아 왔다. 2023년부터 한국계 호주인 강수연이 제2바이올린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에벤과 벨체아는 1일 통영국제음악제에서 합동으로 에네스쿠의 현악8중주를 연주했고 2일 멘델스존의 현악8중주를 함께 연주한다. 서울 공연도 연계성 있게 프로그램을 짰다. 에벤 콰르텟은 3일 베토벤의 첫 현악4중주인 현악4중주 1번과 후기의 대작인 현악4중주 13번 ‘대푸가’, 20세기 작곡가 브리튼의 ‘현악4중주를 위한 세 개의 디베르티멘티’를 무대에 올린다. 벨체아 콰르텟은 4일 베토벤 초기 4중주에 영향을 준 모차르트 현악4중주 20번 ‘호프마이스터’와 브리튼 현악4중주 3번, 베토벤 현악4중주 9번(‘라주모프스키 3번’)을 연주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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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벤-벨체아 콰르텟의 특별한 4월…서울서 내한 공연 펼친다

    영국 왕립음악원 출신 연주가들이 창단한 벨체아 콰르텟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에벤 콰르텟.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현악4중주단들 이름 중에서도 앞자리에 놓이는 두 팀이 3, 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잇따라 내한 공연을 펼친다.에벤 콰르텟은 1999년 프랑스 파리 근교에 있는 불로뉴비앙쿠르 음악원 재학생들로 결성됐다. 2004년 ARD 국제콩쿠르 현악사중주 부분에서 우승하면서 국제 무대에 등장했다. 2010년 ‘음악의 승리상’ 올해의 앙상블상 등을 수상했고, 2009, 2015, 2019년 등 여러 차례 내한 공연을 펼쳤다. 2009년 라벨, 드뷔시, 포레의 4중주 음반으로 최고 권위의 음반상인 그라머폰상 최고상 ‘올해의 녹음’을 수상한 데 이어 2022, 2023년 그라머폰 실내악부문상을 2년 연속 수상하는 등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에벤 콰르텟을 나타내는 대표적 문구 중 하나가 “언제든지 재즈 밴드로 바뀔 수 있는 사중주단”(2009년 미국 뉴욕타임스·NYT)이다. 재즈 스탠더드와 팝송을 즉흥으로 연주하고, 전자악기 연주자와 함께하기도 한다. 멤버 중 비올리스트 마리 쉴렘므는 2017년부터 함께 하고 있으며, 첼리스트 오카모토 유야는 지난해 영입된 새 얼굴이다.벨체아 콰르텟은 1994년 루마니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코리나 벨체아의 주도로 런던 왕립음악원 학생들이 결성했다. 2001년 그라머폰상 최우수 데뷔녹음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벨체아의 레퍼토리는 이 시대의 고전과 최신작을 망라한다. 계속해서 현대 작곡가들의 신작을 위촉하며 젊은 현악4중주단들을 코칭하는 일도 적극적으로 떠맡는다. 오늘날 가장 의욕적인 클래식 음반 레이블로 꼽히는 ‘알파’와 함께 베토벤 현악4중주 전곡, 브람스 현악4중주 전곡 음반 등을 내놓아 왔다. 2023년부터 한국계 호주인 강수연이 제2바이올린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에벤과 벨체아는 1일 통영국제음악제에서 합동으로 에네스쿠의 현악8중주를 연주했고 2일 멘델스존의 현악8중주를 함께 연주한다. 서울 공연도 연계성 있게 프로그램을 짰다. 에벤 콰르텟은 3일 베토벤 첫 현악4중주인 현악4중주 1번과 후기의 대작인 현악4중주 13번 ‘대푸가’, 20세기 작곡가 브리튼의 ‘현악4중주를 위한 세 개의 디베르티멘티’를 무대에 올린다. 벨체아 콰르텟은 4일 베토벤 초기 4중주에 영향을 준 모차르트 현악4중주 20번 ‘호프마이스터’와 브리튼 현악4중주 3번, 베토벤 현악4중주 9번(‘라주모프스키 3번’)를 연주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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