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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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4-04-21~2024-05-21
음악57%
인사일반17%
문학/출판13%
칼럼10%
문화 일반3%
  • 6080 피아노 거장들이 온다… 설레는 클래식 팬들

    2022년 이후 내한 무대에서 인상적인 연주를 펼치며 코로나19에 지친 음악 팬들을 위로해준 피아니스트들이 한국을 다시 찾아온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알렉산드르 말로페예프(23)는 2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2022년 9월에 이은 두 번째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모차르트 소나타 14번, 쇼팽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폴로네이즈’,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1번 등을 연주한다. 말로페예프는 2022년 9월 첫 내한 리사이틀에서 베토벤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등을 선보이며 ‘노래하듯 자연스러운 연주’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는 같은 해 10월 장윤성 지휘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1, 3번을 협연하고 지난해 12월에는 브람스와 슈만의 5중주곡을 아벨 콰르텟과 협연하는 등 국내 팬층을 넓혀가고 있다. 13세 때 차이콥스키 영 아티스트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으로 불리고 있다.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는 “말로페예프는 단순한 신동이 아니다. 깊이, 기술, 음악적 연상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2017, 2018, 2022년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내한 리사이틀에서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강력한 타건과 웅혼한 해석, 정교한 기교를 자랑한 조지아 피아니스트 엘리소 비르살라제(82)는 30일 금호아트홀에서 슈베르트 악흥의 순간 D780, 브람스 소나타 1번,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7번 등을 연주한다. 명교사 겐리히 네이가우스의 제자로 러시아 피아니즘의 정통 계보에 속하는 비르살라제는 독일 뮌헨 음대 교수로 재직하며 보리스 베레좁스키, 알렉세이 볼로딘, 박종화, 김태형 등 뛰어난 피아니스트들을 제자로 배출했다. 음반 목록이 넓지 않아 예술성에 비해 덜 알려진 면이 있지만 광대한 다이내믹과 치밀한 분석력을 함께 갖춘 그의 연주는 실제 공연에서 큰 열광을 불러오기로 유명하다. 캐나다 피아니스트 샤를 리샤르아믈랭(35)은 2014년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했고 2015년 쇼팽 국제콩쿠르에서 조성진에 이어 2위에 올라 한국 피아노 팬들에게 특히 낯익은 얼굴이다. ‘쇼팽에 진심인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그는 2022년 11월 첫 내한 리사이틀에서 쇼팽 전주곡집 24곡 전곡 등을 선보였다. 6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에서는 1부에 그라나도스와 알베니스의 스페인 피아노곡을 연주하고 2부는 쇼팽의 왈츠 여덟 곡 등으로 꾸민다. 캐나다 피아니스트 마르크앙드레 아믈랭(63)과는 인척 관계가 아니지만 두 사람은 종종 피아노 듀오로 호흡을 맞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 아시아인 최초로 쇼팽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아시아 피아니스트의 전설’이 된 베트남 피아니스트 당타이손(66)은 다음 달 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2022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층에서 3층까지 전석을 매진시킨 뒤 2년 만이다. 현존 최고의 쇼팽 해석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는 이번 리사이틀 1부를 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은 가브리엘 포레의 녹턴 1번으로 시작해 드뷔시 ‘2개의 아라베스크’와 ‘어린이 차지’ 등으로 장식한다. 2부는 쇼팽 뱃노래 F샤프단조로 시작해 왈츠 다섯 곡 등 쇼팽 곡들만으로 꾸민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1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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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클래식感]스메타나 탄생 200주년… 그는 카렐 다리를 지켰다

    체코 수도 프라하의 관광 명소인 카렐 다리를 동쪽으로 건너 오른쪽으로 돌면 블타바강 변에 1936년 세워진 스메타나 박물관이 눈에 들어온다. ‘체코 국민음악의 아버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1824∼1884)를 기리는 장소다. 박물관 앞에는 스메타나의 동상이 있다. 동상과 15세기 지어진 카렐 다리, 블타바강, 멀리 프라하 성이 그림엽서 같은 정경을 이룬다. 스메타나의 교향시 ‘블타바(몰다우)강’의 유장한 선율을 연상시키는 풍경이다. 스메타나의 박물관과 동상이 카렐 다리 가까이 있는 것은 그가 ‘블타바강’을 썼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스메타나는 이 다리 위의 바리케이드를 지키는 방어 책임자였다. 1848년 3월 프라하에서는 오스트리아 제국 통치에 반대하는 봉기가 일어났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대부분 지역을 뒤흔들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시민 혁명의 일환이었다. 프랑스인이나 독일인들의 요구는 시민들의 자유를 확대하고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었지만 체코인들의 목표는 독립 국가를 세우거나 최소한 자치권을 부여받는 것이었다. 프라하 봉기의 지도자는 스메타나의 친구이자 시인인 카렐 하블리체크였다. 애국심이 끓어오른 스물네 살의 스메타나도 혁명파 시민군에 가담했다. 그가 작곡한 시민군 노래는 자유주의자들 사이에서 애창됐다. 6월이 되자 합스부르크 왕가의 군대가 시민군을 진압하기 위해 몰려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스메타나를 비롯한 시민군은 카렐 다리에 바리케이드를 쌓았고 하블리체크는 친구인 스메타나에게 바리케이드를 지키는 책임을 부여했다. 그러나 일거에 들이닥친 황제군은 바리케이드와 시민군을 쓸어버리고 프라하에 구체제를 회복했다. 놀랍게도 스메타나는 투옥되지 않았다. 통제의 압력을 완화함으로써 불안을 잠재우려는 오스트리아의 의도 때문이었을 것이다. 혁명의 지도자였던 하블리체크도 감형 끝에 석방됐다. 이후 스메타나는 다시 깊어진 고국의 정치적 억압에 더해 세 딸의 잇따른 죽음 등 개인적 불운까지 겹친 가운데 스웨덴의 예테보리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시간이 흘러 오스트리아 제국에 한층 자유로운 분위기가 조성되자 1861년에 그는 프라하로 돌아왔다. 카렐 다리 아래를 흐르는 유장한 물줄기를 1875년 교향시 ‘블타바강’에 담아내면서 스메타나는 혁명의 열기를 핏줄의 고동으로 느꼈던 20대의 젊은 날을 회상했을 것이다. 1848∼49년 유럽 혁명이 가져온 성과는 미미했지만 이 격정의 시기를 통과한 사람들의 마음에는 자유와 애국심의 불길이 꺼지지 않고 자라고 있었다. 스메타나 한 세대 뒤 그의 후예인 체코의 드보르자크, 노르웨이의 그리그 등에 의해 만개한 민족주의 음악의 결실도 이 혁명의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크건 작건 19세기 중반을 통과한 혁명의 이상이 움터 각국의 민족적 색채로 화려한 꽃을 피워낸 결과였기 때문이다.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의 한가운데를 통과한 시민 혁명은 스메타나 외에 다른 여러 나라 작곡가들의 삶에도 뚜렷한 영향을 남겼다. ‘왈츠의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 1세는 혁명을 억압하는 보수파 편에 서서 ‘라데츠키 행진곡’을 작곡했다. 아들인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혁명파 편에 서서 프랑스 국가를 연주했다가 체포됐다. 독일 음악극의 아버지 바그너는 드레스덴에서 건물에 올라가 시민들을 선동했다는 죄로 독일에서 추방됐다. 그는 13년 동안 다시 독일 땅을 밟을 수 없었다. 일찍이 러시아에 점령된 고국 폴란드를 떠나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쇼팽의 경우는 한결 불운했다. 파리 살롱계가 혁명의 여파로 줄줄이 리사이틀을 취소하면서 생계가 막막해진 것이다. 쇼팽은 새로운 청중을 찾아 영국 런던으로 향했고, 습하고 탁한 런던의 공기에 건강을 상하고 만다. 혁명이 종식된 1849년에 그는 세상을 떠났다.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는 현악 4중주단 토너스 콰르텟이 연주하는 스메타나 탄생 200주년 기념 음악회가 열린다.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경희대 교수), 김예지, 비올리스트 한연숙, 첼리스트 이강호(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가 스메타나 현악 4중주 1번 ‘나의 생애에서’와 드보르자크 현악 4중주 12번 ‘아메리카’ 등을 연주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4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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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첼로 거장 슈타커 탄생 100년… 韓-日두 제자가 바치는 선율

    “슈타커 선생님이 1975년 3월 동아일보 주최·신수정(서울대 명예교수) 선생님 반주로 이화여대 강당에서 독주회를 여셨죠. 어린 저도 공연을 보았고, 제 인생을 바꾸는 경험이 됐습니다.”(양성원·57·연세대 음대 교수) 헝가리 출신 첼로 거장 야노스 슈타커(1924∼2013·사진)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축제가 서울과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 롯데콘서트홀에서 7월 3∼5일, 도쿄 산토리홀에서 5∼7일 펼쳐지는 ‘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이다. 양성원과 일본 첼리스트이자 산토리홀 대표인 쓰쓰미 쓰요시(堤剛·82) 등 슈타커의 제자 두 사람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슈타커는 부다페스트 리스트 음악원을 나와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으로 건너가 콘서트와 음반 녹음 활동을 펼치면서 인디애나대에서 여러 첼리스트를 양성했다. 두 음악감독은 1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승에 대한 추억으로 얘기꽃을 피웠다. “슈타커 선생님은 ‘전통과 역사를 먼저 배운 뒤에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늘 강조하셨죠.”(양성원) “제자의 단점은 메워주고 장점을 찾아 길러주는 스승이셨습니다. 여러 첼리스트를 길러내셨지만 그 개성은 각기 다 다릅니다.”(쓰쓰미) 양성원은 1967년 동아일보 주최로 서울 시민회관에서 열린 첫 내한연주회를 비롯해 1970, 1975년 동아일보 주최로 열린 연주회 등 신문 스크랩을 공개하며 스승을 회고했다. “제가 선생님께 작별인사를 드릴 때 ‘횃불을 계속 들고 가라’고 하셨죠. 후대를 위해 길을 밝히라는 이 말씀은 내 삶의 이정표로 남아 있습니다.” 그는 29일 발매할 앨범 ‘에코 오브 로망스’를 슈타커에게 헌정하겠다고 밝혔다. 쓰쓰미는 “슈타커 선생은 한국인 음악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시절에 ‘한국에 음악의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3일 콘서트에서는 쓰쓰미와 양성원, 마크 코소워(밤베르크 교향악단 수석) 등이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연주한다. 4일엔 미국 첼리스트 게리 호프먼이 베토벤 첼로 소나타를, 일본 차세대 첼리스트 우에노 미치아키가 코다이 무반주 첼로 소나타를 연주하며 2부에서 ‘슈타커 센테니얼 앙상블’이 첼로 앙상블 음악을 연주한다. 5일 ‘협주곡의 밤’에는 이승원 지휘 서울시향과 세 솔리스트가 하이든 첼로 협주곡 2번과 슈만, 드보르자크의 협주곡을 연주한다. 5일 공연에서는 산토리홀에서 진행되는 쓰쓰미의 스피치를 롯데콘서트홀에서 중계한다. 첼리스트 한재민은 6일 산토리홀에서 코다이 무반주 첼로 소나타를 연주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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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트 오케스트라 첫 내한… 최정상 메조소프라노가 부르는 ‘푸른 수염의 성’

    “메트 오케스트라는 무대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항상 주의를 기울이며 작품이 변화하는 느낌을 표현해 냅니다. 세계 최고의 오페라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이죠. 이것이 이 오케스트라를 세계 최고중 하나로 만든 이유입니다.”(야니크 네제세갱/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음악감독)세계 성악가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소속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이하 메트 오케스트라)가 처음 한국을 찾아온다.1883년 창단돼 구스타프 말러,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브루노 발터 등 전설적 지휘자들의 조련을 받아온 이 악단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6월 19일 버르토크 오페라 ‘푸른 수염의 성’ 등을 무대에 올리고 20일에는 모차르트의 콘서트용 아리아들과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2018년부터 이 악단과 메트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캐나다 지휘자 야니크 네제세갱(49)이 지휘봉을 든다. 네제세갱은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거쳐 현재 메트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으며 북미 출신 지휘자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다.이번 공연은 화려한 성악 협연진들로도 눈길을 모은다. 19일 버르토크의 ‘푸른 수염의 성’은 메조 소프라노 중 현역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엘리나 가랑차가 주인공 주디트 역으로 출연한다. 라트비아 출신 가랑차는 2008년 메트로폴리탄에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여주인공인 로지나 역으로 데뷔했고 이후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메조소프라노가 주목받는 거의 모든 역할을 정복해 왔다. 2003년엔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의 ‘궁정가수’ 칭호를 받았다.‘푸른 수염의 성’은 성의 성주가 결혼한 아내들을 잇달아 살해한다는 샤를 페로의 동화에서 소재를 따왔다. 푸른 수염 역에는 메트와 LA오페라,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에서 활약해온 베이스바리톤 크리스티안 반 혼이 출연한다. 메트 오케스트라는 19일 ‘푸른 수염의 성’에 앞서 공연 전반부에는 바그너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과 드뷔시 ‘펠레이스와 멜리장드’ 모음곡을 연주한다.20일 공연에서 모차르트 콘서트 아리아들은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가 노래한다. 모차르트 ‘나는 가리라, 그러나 어디로?’와 ‘베레니체에게… 태양이 떠오른다’ 등을 선보인다. 오로페사는 2019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비벌리 실즈 아티스트상을 받았고 유럽과 미국의 대표 오페라 극장들을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이번 공연에 앞서 지휘자 네제세갱과 협연자들은 공연의 의도 등을 묻는 동아일보의 E메일 질문에 자세한 답변을 보내왔다. 다음은 일문일답.<지휘자 야니크 네제세갱>―이번 공연의 곡목을 선정하는 데 무엇을 중요하게 고려하셨는지요.“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버르토크의 ‘푸른 수염의 성’은 극적인 색채와 넓은 음악의 팔레트를 보여주는 역작입니다. 바그너 ‘방랑하는 네덜란드인’ 서곡과 드뷔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를 공연 초반에 넣은 것은 두 작곡가가 버르토크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이번 공연의 협연자인 엘리나 가랑차와는 비제 ‘카르멘’ 공연을 함께 했고 이는 영상물로도 발매됐습니다.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가랑차는 의심할 여지없이 우리 시대 최고의 메조 소프라노 중 한 사람이죠. 2009년의 카르멘 공연 뿐 아니라 최근에는 빈 쉔브룬 궁전의 빈 필하모닉 여름 콘서트에서 함께 하는 등 여러 무대를 함께 했습니다. ‘푸른 수염의 성’ 여주인공은 극적인 힘과 소리의 뛰어난 컨트롤이 필요하고 그게 가랑차의 강점입니다.―이번에 공연할 말러 교향곡 5번에 대해 말한다면.“4악장 ‘아다지에토’는 이 교향곡의 핵심입니다. 현악기의 절묘한 멜로디가 있고 말러의 오스트리아적 분위기를 전달하며 오페라처럼 이야기를 전합니다.―2017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해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한 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콘서트홀’이라고 했습니다.“우선은 아름다운 음향 때문에 그렇게 말했습니다. ‘필하모니 드 파리’나 도쿄 산토리홀과 비슷한 소리입니다. 하지만 훌륭한 홀이란 훌륭한 관객 없이는 없는 것입니다. 한국 관객들은 특별합니다.”―2018년 메트를 처음 맡을 때 느낌은 어땠는지요.“가족에게 저는 ‘이건 한 사람에게 너무나 커다란 일’이라고 말했고 메트를 이끌게 된 것은 내 생애 최고의 영광 중 하나입니다. 140년 이상을 쌓아나간 메트의 유산은 내게 음악가로서의 의미를 제시해 줍니다.”―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에서 번스타인 역을 맡은 브래들리 쿠퍼에게 지휘법을 지도하셨는데….“지휘법을 알려주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커티스 음악원과 몬트리올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 등에서 여러 지휘자를 가르쳤으니까요. 브래들리와 나는 2015년 처음 만났는데 그 뒤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매우 친해졌습니다.”<소프라노 엘리나 가랑차>―이번에 공연할 버르토크의 오페라 ‘푸른 수염의 성’에서 여주인공 주디트는 사랑과 두려움을 넘나들어야 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가스라이팅이나 ‘스톡홀름 증후군’과 연결시킵니다. 주디트의 캐릭터를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할까요?“극에서 푸른 수염의 성을 돌아다니는 주디트의 여정은 복잡하고도 다층적입니다. 주디트에 대한 해석은 그가 푸른 수염을 사랑하면서도 그의 성에 숨겨진 비밀을 발견하는데 따라, 그가 어떻게 불안과 두려움에 빠져드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신뢰와 호기심을 따르지만 강박과 긴장이 있는 여정이라고 나는 해석합니다. 그의 내적인 갈등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주디스를 생생한 인물로 만들고,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하려 합니다.”―비제 ‘카르멘’의 카르멘 역, 생상스 ‘삼손과 델릴라’의 델릴라 역으로 특히 사랑받아 왔습니다. ‘푸른 수염의 성’의 주디트는 이들과 어떻게 다를까요?“델릴라나 카르멘은 자신의 매력을 이용해 목표를 달성하는 유혹적인 캐릭터로 곧잘 묘사됩니다. 반면 주디트는 사랑과 호기심 때문에 푸른 수염에게 끌리는 동정적인 여성으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델릴라나 카르멘처럼 주디트도 자신의 갈등에 직면하며 자신의 욕망이나 두려움과 싸웁니다. 델릴라는 매력적이고 카르멘은 대담하다면 주디트는 감정적입니다.”―2022년 영국 로열 오페라의 ‘삼손과 델릴라’에 테너 백석종과 함께 출연했습니다.“백석종 씨는 다른 가수들에게 기꺼이 도움을 주고 친절합니다. 자신의 역할에 대해 전문적이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잘 경청하는 훌륭한 동료였습니다.”―가장 좋아하는 역할이나 하고 싶은 역은 무엇인가요?“좋아하는 배역은 베르디 ‘아이다’에서 아이다를 질투하는 공주 암네리스입니다. 암네리스 역은 내가 오페라 가수가 되기를 결심하는 계기를 만든 역할입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역은 베르디 ‘팔스타프’의 퀵리 부인입니다. 그는 반드시 어른스러울 필요가 없으며 더 활기차거나 젊게 묘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외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의 아주체나 역이나 바그너 ‘로엔그린’의 오르투르드 역도 해보고 싶습니다.”―남편이 지휘자 카렐 마크 시숑입니다. 댁에서 음악 얘기도 하시나요?“전혀요, 하하하! 집에서 음악 얘기는 금기죠. 집에서는 서로 부부와 부모로서의 역할을 즐길 뿐입니다.”<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모차르트의 아리아를 부르는 데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요.“이번에 부를 곡들에 나타나는 간결함이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잘 보여줍니다. 쉬워 보일수록 더 부르기 어렵습니다. 가수에게 부족한 점이 더 쉽게 들리기 때문이죠. 모차르트를 노래하려면 ‘무기고’에 감정적인 미묘함, 프레이징(분절법) 등 많은 것이 들어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보여야만 합니다. 훌륭한 피겨 스케이터를 보는 것처럼, ‘와, 정말 쉬워 보이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합니다.”―예전에 플루트를 공부했고 모차르트의 협주곡을 연주했다고 들었습니다.“플루트 공부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사랑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악기는 가사가 없기 때문에 더 쉽게 사랑할 수 있었죠. 하지만 가수가 되면서 가사가 붙었고, 이는 내게 새로운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가사가 붙든 안 붙은 음악은 언어를 넘어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을 전달합니다.”―당신의 콜로라튜라(목관악기와 비슷한 기교)는 매우 정밀해서 놀라울 정도입니다. 매일 연습이 필요한가요?“거의 매일 연습합니다. 하지만 목소리를 아껴야 하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으로 연습해야 합니다.”―부모님이 쿠바 출신이고 프랑스 문화의 자취가 있는 뉴올리언스에서 성장했는데, 이 배경이 음악적 성장에 영향을 주었나요?“절대적이죠! 부모님이 음악을 사랑하셔서 저는 노래하는 걸 격려 받으면서 자랐습니다. 루이지애나에서 자랐기 때문에 프랑스어를 공부했고, 저는 프랑스어 노래를 좋아합니다. 프랑스에서 찾을 수 있는 색채와 프랑스 시, 작곡가들을 사랑합니다.”<베이스바리톤 크리스티안 반 혼>―버르토크 ‘푸른 수염의 성’에서 푸른 수염 역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푸른 수염 역할은 극단적인 요소들을 요구합니다. 굉장히 높은 음과 낮은 음, 굉장히 큰 음과 굉장히 여린 음을 모두 표현해야 합니다.”―푸른 수염은 악인일까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일까요?“저는 푸른 수염이 ‘모두가 사랑하는 나쁜 놈’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은 늙고 피곤하면서도 아름다운 젊은 여성을 데려오지만 그것은 그가 부자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는 매력 있는 남자입니다. 그를 표현하는 음악을 들으면 전부 악하지만은 않습니다. 분명 차가운 마음만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메트 오케스트라가 특별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메트 오케스트라는 가수와 함께 숨쉬는 데 익숙합니다. 특정 가수가 좋은 상태인지 아닌지, 그가 고갈된 상태인지 여유가 있는지 바로 알아채고 공연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한 건 이 오케스트라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가수들과 백년 넘게 호흡해왔기 때문입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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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암호화폐’라는 신기루, 끝까지 파고들어가다

    “십몇 년 전에 암호화폐로 피자 한 판을 사먹었대. 놔뒀으면 1억 원이 넘는 건데.” 모임에서 심심치 않게 듣는 얘기다. 하지만 2022년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과 가상화폐 루나의 대폭락으로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는 된서리가 몰아쳤다. 투자해도 좋은 걸까. 블룸버그의 탐사전문 기자인 저자는 2021년부터 2년 동안 세계 암호화폐 시장을 밀착 취재했다. 바하마의 FTX 사옥부터 투자자들이 파티를 여는 대형 요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매력적인 이성을 가장해 투자자를 유인하는 캄보디아의 사무실 현장까지 찾아다녔다. 그러다 2022년 FTX 파산 사태가 터졌고, 저자는 ‘암호화폐의 왕’이라고 불린 이 회사 설립자 샘 뱅크먼프리드를 체포되기 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난다. 취재의 시작은 암호화폐의 은행으로 불린 테더코인이었다. ‘테더가 약속을 어기고 불안한 투자를 한다’는 정보를 접한 저자의 눈에 테더코인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FTX와 뱅크먼프리드가 들어왔다. 그는 ‘선을 행하기 위해 최대한 돈을 많이 벌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FTX 파산 당시 서른 살에 불과했던 그는 벌어들인 돈을 개발도상국의 전염병 예방과 지구온난화 방지 같은 일에 기부했지만 저자의 눈에는 ‘돈을 벌기 위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핑계’로 보였다. 저자는 비트코인을 공용화폐로 선언하고 자국 화폐를 없앤 엘살바도르도 찾아간다. 현지인들은 ‘비트코인은 쓰레기다’라며 달러만 받았다. 필리핀에서 암호화폐 ‘스무스러브포지션’이 불러온 현실도 기가 막혔다. 게임을 해서 점수가 오르면 이 암호화폐를 받을 수 있었고 가격이 급상승하자 사람들은 생업을 걷어치운 채 게임에 몰두했다. 2021년 스무스러브포지션이 폭락하자 이들은 주저앉았다. 암호화폐는 실제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데 가격이 오른다. 어떻게 가능할까. 저자가 만난 그 누구도 그 원리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저자는 이를 폰지 사기에 비유한다. 신규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을 지급하는 다단계 사기 수법을 뜻한다. 실제 자신을 취재하는 저자에게 뱅크먼프리드는 ‘폰지 사기나 다름없다는 식으로 쓰면 흥미롭겠네’라고 말한다. 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체포 직전에 만난 그는 여전히 “FTX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내 실수였을 뿐”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저자의 눈에 그는 고객의 돈으로 도박을 한 범죄자였으며 인출이 보장되지 않는 암호화폐란 뜬구름이었다. 지난해 ‘오르는 숫자(Number Going Up)’란 제목으로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이와 비슷하게 뱅크먼프리드를 직접 만나 취재한 마이클 루이스의 책 ‘무한히 계속하기(Going Infinite)’와 함께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Number Going Up’은 워싱턴포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에 포함됐다. 루이스의 책은 ‘뱅크먼프리드에게 지나치게 동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FTX 파산과 루나 폭락 이후 암호화폐 시장은 어떻게 됐을까. 저자에게는 ‘놀랍게도’ 테더는 아직 건재하다. 암호화폐의 대명사인 비트코인은 2017년 개당 1000만 원을 넘어선 뒤 2207일 만인 올해 3월 11일 1억 원을 찍었고 5월 초 현재 8000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숫자를 보여도 저자는 같은 말을 할 것이다. “가격이 오르니까 암호화폐를 사야 한다는 건 컬트 집단이 세계 종말과 자신들의 구원을 확신하는 것과 같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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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미로운 바이올린 선율로… ‘퀸엘리자베스’ 녹일 K클래식

    세계 최고 권위의 음악 경연으로 꼽히는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가 올해 바이올린 부문으로 6일 개막했다. 본선 진출자 69명 중 한국인이 7명으로 대부분 국내외 유명 콩쿠르에서 상위 입상을 했거나 활발히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어 2015년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에 이은 이 부문 두 번째 우승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최종 결선 결과는 현지 시간 6월 1일 밤 12시 무렵(한국 시간 2일 아침) 발표된다. 국가별 본선 진출자 수는 미국 13명, 중국 9명, 한국 7명, 일본·프랑스 각 6명 순이다. 한국인 본선 진출자 중 최송하(24)는 2022년 이 콩쿠르 첼로 부문 우승자인 언니 최하영(26)의 동생이어서 2년 차이를 둔 자매 입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음대에 재학 중이며 2018년 베를린 국제 콩쿠르 현악 부문 최우수상, 지난해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 2위와 청중상을 수상했다. 올해 2월 서울 마포문화재단 신춘음악회에서 KBS교향악단과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4번을 협연했다. 김은채(27·한스아이슬러 음대)는 2022년 카를 닐센 국제콩쿠르 3위에 이어 2023년 명문 콩쿠르인 칼 플레시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해 눈에 띈다. 김하람(26·커티스 음악원)은 지난해 하얼빈 콩쿠르 3위, 파가니니 콩쿠르 6위에 올랐다. 양에스더(24·줄리아드 음악원)는 지난해 이자이 콩쿠르 3위에 올랐다. 오해림(25·커티스 음악원)은 2022년 뉴잉글랜드 음악원 협주곡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현악4중주단 ‘아레테 콰르텟’ 멤버로 알려진 유다윤(23·한스아이슬러 음대)은 지난해 롱티보크레스팽 콩쿠르 2위에 올랐다. 임아나(27·런던 왕립음악원)는 올해 아르스 클라시카 콩쿠르와 마이클 힐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올해 심사위원은 16명이며 한국인으로는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서울스프링페스티벌 예술감독)과 이경선(인디애나 음대 교수)이 참여한다. 강동석은 1976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3위에 입상하며 이 대회 최초의 한국인 입상자가 됐고 2015, 2019년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경선은 1993년 이 콩쿠르 결선에 올랐다. 강동석은 2009, 2018년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장, 이경선은 2015년 같은 콩쿠르 심사위원을 지냈다. 올해 콩쿠르에서는 6∼11일 열리는 본선을 통과한 24명이 준결선(13∼18일)에 진출하며 최종 12명이 5월 27일부터 6월 1일까지 보자르 아트센터에서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결선 연주를 펼친다. 우승자는 경연 마지막 날인 6월 1일 밤 12시 무렵 발표되며 벨기에 왕가가 수여하는 2만5000유로(약 3600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 콩쿠르 전 과정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홈페이지에서 실시간 중계된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역대 한국인 입상자로는 바이올린 부문 임지영, 첼로 부문 최하영, 성악 부문 홍혜란(2011년) 황수미(2014년) 김태한(2023년), 작곡 부문 조은화(2008년) 전민재(2009년)가 있다. 바이올린 부문은 임지영·강동석 외 1985년 배익환이 2위, 2009년 김수연이 4위에 입상했다. 주벨기에 한국문화원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조직위원회와 2015년부터 업무협약을 맺고 한국인 연주자들의 참가를 지원하고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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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노 전설 빈자리, 名교육-연주로 채울게요”

    피아니스트 한지호(32·사진)가 미국 인디애나대 음대 교수로 임용됐다. 인디애나대는 이 대학 교수로 재직해온 명피아니스트 메나헴 프레슬러(1923∼2023)가 지난해 타계한 뒤 피아노과 신임 교수를 물색해 왔다. 인디애나대 음대는 줄리아드 음악원, 커티스 음악원, 뉴잉글랜드 음악원 등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명문으로 꼽힌다. “프레슬러 선생님의 빈자리에 가게 된 셈이니까 큰 영광이죠. 어릴 때부터 그분의 팬임을 자처할 정도로 좋아했기 때문에 서거하신 후 인디애나대 홈페이지를 살펴보다가 공고를 보고 부랴부랴 지원했어요.” 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지호는 “어떤 피아니스트들이 몇 명이나 지원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프레슬러는 전 세계 피아노 3중주단의 대명사였던 ‘보자르 트리오’의 피아니스트로 85세까지 활약했다. 한지호는 “프레슬러 선생님처럼 실내악 활동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인디애나대 음대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전 서울대 교수)이 지난해부터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지호는 “이 선생님을 물론 잘 알지만 뵐 기회가 없었다. 함께 화음을 맞출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지호는 독일 에센폴크방 음대에서 학사를 취득한 뒤 하노버국립음대 석사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2014년 피아노 부문으로 열린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고, 같은 해 독일 ARD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와 청중상, 현대음악 특별상을 받았다. “제가 일찍 독일에 와서 한국에서 연주할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으로 고국에서 많은 연주 기회가 열리게 됐죠. 정말 감사한 대회였습니다.”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과 한국 무대에서 활동해온 그는 4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김성진 지휘 김천시립교향악단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했다. “라흐마니노프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해서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청중이 매우 따뜻했고 집중해 주시는 분위기여서 만족스러운 무대였습니다.” 그는 6월 20일 금호아트홀 연세 ‘아름다운 목요일’ 무대에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과 함께 선다. 하반기에는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바이올린을 위한 편곡 작품들을 연주하고, 내년 1월에는 프랑스에서 탄생 100주년을 맞는 프랑스 작곡가 피에르 불레즈(1925∼2016)의 작품들로 리사이틀을 할 예정이다. 그는 “유럽에서 예정된 활동이 많아 독일 에센에 있는 집도 처분하지 않고 놔뒀다. 미국 유럽 한국 등 세 곳을 분주히 다니며 교육과 연주에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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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뮤직 클래시컬, K연주자 협업 늘릴 것”

    “한국 클래식 음악 시장은 세계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애플뮤직 클래시컬의 세계적 성공에 한국 유명 연주가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올리버 슈서 애플뮤직 부사장(사진)은 올 1월 24일 서비스가 시작된 클래시컬 한국 서비스의 성과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그를 24일 줌으로 인터뷰했다. ―애플뮤직 클래시컬은 지난해 3월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한국에선 올 1월에 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기다림이 길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요. “애플뮤직 클래시컬은 지금까지 녹음된 클래식 음악에 대한 5000만 개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니다. 클래식 팬들은 특정 연주가, 특정 연주 버전 등 다양하게 검색을 하는데 이걸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여러 언어로 표시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한국 출시 이후 3개월의 성과를 평가하신다면…?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수와 스트리밍 수 모두 당초 전망을 넘어섰고 팬들과 아티스트들이 전해 오는 반응도 기대 이상입니다.” (구체적 수치를 묻는 질문에 슈서 부사장은 ‘국가별 숫자를 밝히기보다는 서비스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답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임윤찬, 조성진과 작곡가 정재일 등이 협력 아티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피아니스트 비중이 높은 편인데 협력 아티스트들을 늘려나갈 계획인지요? “아직 시작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연주가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여러 영역의 연주가들과 협력을 늘려 갈 계획입니다. 서울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통영국제음악제 등 기관과도 협력하고 있는데 이런 쪽으로도 협력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애플뮤직 클래시컬의 특징 중 하나가 협력 아티스트들이 선정한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자신들의 연주뿐 아니라 자신들이 영향을 받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주들을 소개하는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지요. “애플뮤직 클래시컬은 아티스트의 연주뿐 아니라 그들의 생각까지 음악 팬들과 공유하는 것을 중시합니다. 이것은 저희 DNA의 핵심이며 팬들도 정말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애플뮤직은 공간 음향 기능을 제공하는데 애플 외의 기기에서는 기능이 제한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애플뮤직의 공간음향은 (브랜드 상관없이) 모든 스마트폰과 이어폰, 헤드폰에서 체험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좌우 두 방향을 넘어 공간으로 확대되는 음향을 즐길 수 있습니다.” ―기존 애플뮤직 앱에서 제공되던 다운로드 기능이나, 스마트TV 등 인텔리전스 기기로의 캐스팅 기능은 애플뮤직 클래시컬 앱에선 찾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얼마간 시간이 필요합니다. 애플뮤직 클래시컬의 기능을 계속 추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팬이라고 밝힌 슈서 부사장은 “새로운 녹음은 음악 산업의 심장과 같기에 전담 팀에서 새로운 레코딩을 지원하고 있다”며 “한국 음악 팬의 풍부한 지식과 열정은 한국 음악시장을 앞으로 더욱 주목받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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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훈이 심사위원 울린 그 노래… 오페라 ‘죽음의 도시’ 국내 초연

    2021년 6월 영국 카디프 콩쿠르 결선. 심사위원 로버타 알렉산더(소프라노)가 이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인 바리톤 김기훈의 노래를 듣던 중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이내 그가 눈물을 닦는 모습은 TV로 고스란히 중계됐고, 많은 이들이 이 장면을 지켜봤다. 당시 김기훈이 부른 노래는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1897∼1957)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에 나오는 아리아 ‘나의 갈망, 나의 망상이여’였다. 이 곡은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리톤 김태한이 당시 결선에서 부른 네 곡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국립오페라단이 20세기 초 작곡계 신동 코른골트가 스물세 살 때 작곡한 오페라 ‘죽음의 도시’를 국내 처음으로 무대에 올린다. 5월 23∼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죽음의 도시’는 벨기에의 고도(古都) 브루게를 무대로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자의 환상적인 얘기를 그려낸다. 주인공 파울은 죽은 아내와 닮은 무용수 마리에타를 집으로 초대한다. 꿈과 현실이 혼동되는 가운데 파울은 마리에타의 목을 조르고, 정신을 차린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정돈된 방을 보고는 도시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코른골트는 20세기 초 작곡가 말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푸치니의 응원과 도움을 한 몸에 받은 음악계의 기린아였다. 유대인이었던 그는 나치의 그림자가 유럽에 짙게 드리워지자 미국으로 이주했고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기초를 정립했으며 ‘로빈후드의 모험’ 등 영화음악으로 오스카상을 두 번 수상했다.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죽음의 도시’ 프로덕션 미팅에서 이 작품 연출을 맡은 스위스 연출가 줄리앙 샤바스는 “현실과 꿈, 환각 사이의 대화를 시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원작과 달리 산업화된 도시의 거친 모습을 무대에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지휘자 로타르 쾨니히스는 “다양하고 풍성한 색깔을 느낄 수 있는 낭만적 오페라다. 푸치니의 오페라를 좋아한다면 이 작품도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파울 역은 테너 로베르토 사카와 이정환이, 죽은 아내 마리와 그를 닮은 무용수 마리에타를 동시에 연기하는 여주인공 역은 소프라노 레이철 니컬스와 오미선이 노래한다. 사카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바그너 오페라에서 ‘눈부시게 밝고 자연스러우면서 영웅적 색깔을 가진 테너’라는 호평을 받았다. 니컬스도 영국 로열 오페라 등을 중심으로 바그너 오페라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사카는 2020년 벨기에 라모네 극장에서, 니컬스는 2022년 러프버러 페스티벌에서 ‘죽음의 도시’에 출연한 바 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 CBS소년소녀합창단이 출연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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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클래식感]“카네기홀에 어떻게 가죠?” “연습, 연습, 연습”

    26일 올해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스물한 번째 순서로 열린 홍석원 지휘 광주시립교향악단 콘서트에서는 옛 소련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협주곡 2번이 첫 곡으로 연주됐다. 3악장에서 피아니스트 신창용의 두 손이 음계를 따라 빠르게 낮은음과 높은음을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웃음이 피식 새어 나왔다. 쇼스타코비치는 ‘하농’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샤를 루이 아농(1819∼1900)의 ‘거장 피아니스트의 60가지 연습곡집’을 여기서 풍자했다. 아농의 연습곡집은 손가락 힘을 기르기에 그만이라고 평가된다. 작곡가 라흐마니노프는 “아농 연습곡집이 20세기 초 러시아 음악원들의 의무 평가곡이었기에 러시아가 걸출한 피아니스트들을 낳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곡은 왼손과 오른손이 같은 음계로 단조롭게 오르내리기 때문에 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고역이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올해 애플뮤직 ‘클래시컬 세션’에서 공개한 연주에는 아농의 ‘그레그와의 당나귀 론도’와 체르니의 ‘로드 변주곡’이 있다. 손열음은 “어렸을 때 재미없게 친 연습곡들의 작곡가이지만 연습곡뿐 아니라 아름다운 곡도 많다”고 전했다. 드뷔시의 피아노곡집 ‘어린이 차지’ 첫 곡 제목은 ‘그라두스 아드 파르나숨 박사’다. 아농 연습곡집을 연상시킬 정도로 단조롭게 오가는 음계가 특징이다. ‘그라두스 아드 파르나숨’은 이탈리아 작곡가 클레멘티의 연습곡으로 ‘예술의 신 아폴로와 뮤즈들에게 바쳐진 파르나소스 봉우리로 오르는 발걸음’을 뜻한다. 피아노 연습에 매여 지겨워하는 어린 피아니스트의 모습이 이 곡에서 그려진다. “하루 연습을 빼먹으면 나 자신이 알고, 이틀 연습을 안 하면 비평가들이 알고, 사흘 안 하면 세상이 다 안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처음 한 사람에 대해서는 바이올리니스트 하이페츠, 피아니스트 파데레프스키 등 여러 설이 있지만 연주가라면 누구나 이 말을 금언처럼 외우고 있다. 대연주가에게 ‘카네기홀로 어떻게 가죠’라고 묻자 “연습, 연습, 연습”이라고 답했다는 얘기도 있다. 역시 누가 한 말인지는 엇갈리지만 연주가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이처럼 연습은 의무이자 벗어나기 힘든 운명이다. 대첼리스트를 넘어 첼로라는 악기의 위상을 한 단계 올려놓은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1876∼1973)는 젊었을 때 산을 오르다가 굴러떨어지는 돌에 왼손을 맞았다. ‘이제 연주를 못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보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제는 연습에서 벗어나겠죠’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훗날 회상했다. 그런 카살스는 95세 때에도 매일 세 시간씩 연습했다. 한 기자가 “지금도 그렇게 매일 연습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그는 “연습하면 실력이 느는 걸 느끼고 있기 때문이죠”라고 답했다. 최근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음반사 데카에서 내놓은 쇼팽 연습곡집이 음반전문지 그래머폰의 ‘이달의 녹음’으로 선정되는 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쇼팽 연습곡집 Op. 10과 Op. 25는 피아니스트가 마주치는 여러 기술적 도전에 응할 수 있도록 작곡되었을 뿐 아니라 한 곡 한 곡이 예술적으로도 독자적인 세계를 창조하도록 설계됐다. 임윤찬은 지난달 손에 무리가 생겼다며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리사이틀 등 몇몇 연주를 취소했다. 쇼팽 연습곡집 발매를 맞아 가진 줌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1, 2주를 쉬니 손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무리하면 안 되기 때문에 조절하면서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속에 들어가서 피아노만 치고 싶다고 했던 그의 열정이 자칫 손의 무리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안락의자에 파묻힌 마음 편한 감상자들은 대부분 연주자의 내면과 예술성에 대해서부터 얘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만 시간을 쌓아 올린 연주자의 땀과 고독한 연습이 있다. 유명 연주자뿐 아니라 그 길을 향해 묵묵히 걷는 수많은 연주자와 그 지망생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도 음악 팬들에게 꼭 필요한 역할일 것이다. 아폴로 신과 아홉 명 뮤즈가 기다리고 있는 파르나소스 봉우리에 그 연주가들 모두가 오르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그 과정부터가 아름다운 것이라고,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우리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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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여성 운동, SF 작가… 규범 너머 시대 앞선 엄마와 딸

    갓 태어난 딸의 이름을 어머니와 같은 ‘메리’로 지을 때는 200여 년 뒤 이런 책이 나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영국과 유럽 사회의 변혁을 온몸으로 헤치며 지성사와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모녀의 이중(二重) 전기다. 딸은 SF 문학의 효시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1797∼1851), 그를 낳고 열흘 만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는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쓴 계몽주의 사상가이자 ‘페미니즘의 어머니’로 불리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1759∼1797)다. 미국 영문학자인 저자는 두 사람의 생애를 각각 20개의 장(章)으로 나누어 차례로 교차시킨다. 모녀 모두 유년기는 평탄하지 않았다. 어머니 메리의 아버지는 폭력적이었고 딸 메리는 의붓어머니의 견제와 차별을 감당해야 했다. 두 여성 모두 도버 해협 건너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 나갔다. 어머니 메리는 프랑스 혁명 직후의 살벌한 파리에 외국인 여성의 몸으로 뛰어들었다. 딸 메리는 의붓여동생까지 데리고 유부남인 시인 퍼시 셸리와 사랑의 도피를 감행했다. 어머니 메리의 대표작 ‘여성의 권리 옹호’는 33세 때인 1792년에 출간돼 돌풍을 일으켰다. 이 책에서 그는 “매력만으로 여성이 평가받도록 훈련받아선 안 된다. 남녀 모두 더 높은 열망을 지녀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는 남녀가 평등할 때만 진정한 사랑이 가능하다고 믿었고 철학자 고드윈과 평등한 가정을 구축했다. 메리 셸리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계승자인지는 오랜 논쟁거리였다. 오랫동안 딸 메리는 ‘어머니의 가치보다 사교계에서의 입지나 신경 쓴 인물’로 치부됐다. 저자의 최대 관심은 ‘그 어머니에 그 딸’의 정당한 위치를 찾아주는 것이다. 특히 메리 셸리가 어머니에 대해 쓴 글에 주목한다. 딸은 어머니에 대해 “그는 억압받는 사람들의 삶에 따르는 슬픔을 경험했으므로 이러한 슬픔을 덜어주려는 간절한 열망이 마음속에 불타올랐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저자는 ‘프랑켄슈타인’에 숨은 어머니에 대한 갈망을 찾아낸다. 메리 셸리는 이 소설의 배경을 ‘7월 31일에 월요일이 돌아오는 해의 12월에서 9월까지’로 설정했다. 어머니 메리가 그를 임신하고 출산한 뒤 사망한 1796년 12월∼1797년 9월과 일치한다. 저자는 어머니 메리가 스스로를 부른 별명 ‘무법자(outlaw)’가 모녀 모두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세상을 변화시킬 책을 썼을 뿐 아니라 속박을 거듭해서 깨뜨렸고 규범에 도전했다.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혁명의 문을 열었다.” 당대 지식계의 총아였던 두 여성의 배우자뿐 아니라 시인 콜리지, 워즈워스, 키츠, ‘프랑켄슈타인’ 착상 현장에 함께했던 바이런, 미국 정치가 겸 정치철학자 존 애덤스 등 당대 지성의 별들이 함께하는 일화들이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원제 ‘낭만적 무법자들(Romantic Outlaws·2015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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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선 “베를린 필 특유의 소리, 연습부터 벅찬 감동”

    “연습에 들어간 뒤부터 베를린 필이 가진 특유의 소리에 벅찬 감동을 받았습니다. 단원들 사이의 호흡이 정말 잘 맞는 점이 특히 흥미로웠어요.” 지휘자 김은선(44·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이 세계 최고 명문 악단으로 꼽히는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지휘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정명훈 이후 두 번째다. 그는 18∼20일(현지 시간) 베를린 필을 지휘해 쇤베르크의 ‘기대(Erwartung)’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을 연주했다.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김은선은 과감한 프로그램을 지휘해 기억에 남는 저녁을 남겼다”고 평했다. 김은선은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무대로 들어가고 나갈 때는 음악에 몰두해서 객석의 반응을 잘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악장 사이마다 박수가 나오더라”며 “일반적인 콘서트 관습과는 다르지만 저와 오케스트라는 ‘관객들이 연주를 매우 좋아하고 있구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쇤베르크의 ‘기대’에는 기대와 다른 일도 일어났다.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독창이 함께하는 이 곡을 미국 소프라노 태머라 윌슨이 협연할 예정이었는데 공연 일주일 전에 개인 사정으로 협연을 취소해 리투아니아 소프라노 아우스리네 스툰디테가 급히 무대에 올랐다. “재작년에 이 곡을 오페라 형식으로 공연하신 분이죠. 낮은 알토 음역에서 소프라노의 극고음까지 쏟아내야 하는 역할인데 예전에 연주한 곡이기도 하지만 짧은 기간에 너무 훌륭하게 해냈어요.” 타게스슈피겔은 두 사람의 호흡에 대해 “여성의 힘이 승리했다. … 화상을 입을 정도의 에너지를 발산했다”고 평했다.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은 김은선의 특기곡 중 하나다. 올 2월 김은선이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이 곡을 연주했을 때는 뉴욕타임스가 ‘악보를 자유롭게 해석해 꿈과 같은 연주를 펼쳤다’고 평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20세기 초 작품 중에서도 낭만성이 강한 교향곡과 당시 급진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쇤베르크의 곡을 함께 무대에 올린 셈이다. “쇤베르크는 올해 탄생 150주년이고 ‘기대’는 올해 초연 100주년이죠. 같은 시대에 낭만주의를 끝까지 구현한 사람과 그걸 파괴하고 나아가려 한 사람을 함께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좋은 프로그램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김은선은 사흘간의 공연 과정이 줄곧 기대 이상의 체험이었다고 말했다. “지휘자로서 원하는 방향을 전달했을 때 각 파트의 수석들이 제 의도를 살려 자기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을 펼쳐 나가는 점이 정말로 멋졌죠. 지휘자로서는 굉장히 편한 일이거든요. 사흘 동안 같은 프로그램을 연주하면서 뒤로 갈수록 단원 각자의 역량을 더 마음껏 뿜어내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악감독으로 재직 중인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의 향후 계획을 묻자 그는 “1년에 한 번씩 바그너의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다. 올해는 10월에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공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초연 200주년을 맞아 기념 콘서트도 열 계획이라고 소개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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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원, 말코 콩쿠르 우승… 24개 교향악단 지휘 특전

    지휘자 이승원(34)이 20일(현지 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폐막한 2024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3년마다 열리는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는 덴마크 라디오 교향악단이 창단 지휘자인 니콜라이 말코를 기념해 1965년 창립한 대회다. 이승원은 말코 콩쿠르 홈페이지를 통해 “1차 예선에서 하프시코드(피아노의 전신) 반주가 포함된 버전으로 하이든의 교향곡 ‘열정’을 연주했는데 심사위원들과 오케스트라가 그 아이디어를 이해해줘 감사했다. 덴마크 국립 교향악단과 일주일 내내 함께한 것은 환상적인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우승으로 이승원은 상금 2만 유로(약 3000만 원)를 받았으며 수상에 따른 특전으로 24곳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게 된다. 3년간 덴마크 국립 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인 파비오 루이시의 특별 지도도 받는다. 이승원은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비올라 전공으로 졸업했으며 2009∼2017년 현악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비올라 연주자로 활동했다. 함부르크음대 대학원 지휘과를 졸업한 뒤 라이프치히음악원 교수를 거쳐 미국 신시내티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부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BMI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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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 “지금까지 듣지 못한 ‘노래’ 흘러나와”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의 쇼팽 연습곡(에튀드)집이 19일 발매됐다. 영국 명문 음반사 데카에서의 데뷔 앨범이자 그의 첫 스튜디오 녹음이다. Op.10과 Op.25의 두 곡집은 피아니스트의 기교를 최대한 발휘하도록 설계된 동시에 24곡 각각이 독자적인 조형미를 추구해 낭만주의 피아노곡집의 정수로 꼽힌다. 임윤찬은 이중 ‘이별의 곡’으로 알려진 Op.10-3을 올 2월 싱글 음원으로 미리 공개한 바 있다.앨범에서 가장 먼저 귀를 붙드는 부분은 당겨 잡은 템포다. 대부분의 트랙에서 오늘날의 다른 연주자들보다도, 호로비츠, 소프로니츠키, 코르토 등 지난 시대 대가들보다도 빠른 편이다. 이 템포 설정이 예사롭지 않다.멜로디 라인(선율선) 뿐 아니라 왼손의 베이스나 중간 음역을 비롯한 수많은 성부에서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여러 곡이 진행될수록 빠르게 당겨 잡은 템포 대부분이 이 여러 노래들의 자연스러운 연결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느껴진다. 각각의 악절(프레이즈)이 긴 호흡으로 다가오고, 끊어졌던 안쪽 성부들이 눈에 잡힐 듯한 모습으로 이어진다.20일 앨범 발매 기념 화상 간담회에서 기자는 “쇼팽이 Op. 10의 연습곡집을 쓸 때와 비슷한 나이인데 동년배로서의 공감을 가졌는지”를 물었다. 임윤찬은 “특별히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질문이 틀렸었다. 20대 초반 둘의 만남이 아니라 ‘애늙은이’ 쇼팽을 ‘애늙은이’ 임윤찬이 만난 것이었다. 대신 임윤찬은 “24곡의 성격을 다 다르게 나누고, 그 한 곡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는 게 더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 곡들을 24개의 정서적 드라마로 인식했음을 보여준다.인상 깊은 부분은 일부만 추려도 많다. Op. 10-2나 10-5에서는 기술적인 매끈함과 탐미적인 음량 배분, 또렷이 들리는 안쪽 성부들의 노래가 돋보인다. ‘혁명’ 연습곡으로 불리는 Op.10-12는 왼손의 극적인 기복을 계속 바꾸는데 그 호흡의 폭이 유장해 압도적인 격정을 자아낸다. Op 25-10의 거대한 강약대비도 색다른 울림을 준다.이번 앨범 발매에 대해 그는 “10년 동안 속에 있었던 용암을 밖으로 토해낸 느낌”이라고 했다. 20세기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소프로니츠키가 ‘위대한 예술은 일곱 겹 갑옷을 입은 용암과 같다’고 한 말을 오마주한 것이다. 임윤찬은 코르토, 프리드먼 같은 이전 시대 쇼팽 연습곡집의 대가들을 연급하며 “이들처럼 근본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근본 있는 음악가는 귀로 듣고 머리로 생각할 시간이 없이 그냥 심장을 강타하는 음악가라고 생각합니다.” 소프로니츠키 등 이전 대가의 연주를 직접 오마주하거나 인용한 부분은 찾기 힘들었다. 예외는 Op.25의 9번이다. 왼손의 강박(强拍)을 악보와 다르게 겹쳐 치며 강세를 준 부분은 이그나츠 프리드먼의 앨범에서 영향을 직접 받았다고 그는 전했다.임윤찬은 이 앨범으로 영국 유명 음반전문지 ‘그라머폰’이 뽑은 5월 ‘이달의 선택’에 올랐다. 그라머폰은 “그의 쇼팽은 유연하고 깃털처럼 가벼우며, 디테일 뿐 아니라 구조적 감각도 매력적이다. 젊음의 활력을 발산한다”고 소개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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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가족’에 꽂히다

    국내 대표 실내악 축제인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올 인 더 패밀리(All in the Family)’란 주제로 펼쳐진다. 올해로 19회를 맞은 SSF는 23일 서울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리는 개막공연 ‘클래시컬 패밀리’를 시작으로 5월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폐막공연 ‘비극의 피날레’까지 가족을 여러 각도로 해석한 공연이 14회에 걸쳐 열린다. 축제엔 국내외 연주가 60명이 참여한다. 15일 서울 종로구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동석 SSF 예술감독(바이올리니스트)은 “가족에는 친족뿐 아니라 음악적인 가족들도 있다. 예를 들어 현악4중주단은 진짜 가족보다 더 많이 시간을 보내는데 이 또한 다른 의미의 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민족적 배경을 가진 작곡가들, 시대를 앞선 작곡가들, 비슷한 개인사를 가진 작곡가들, 같은 악기들의 앙상블 등 다양한 ‘패밀리’를 주제로 삼았다”고 밝혔다. 26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비극의 패밀리’ 콘서트에서는 역사적으로 같은 뿌리를 갖고 있으면서도 오늘날 적이 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작곡가들을 조감한다. 이 축제의 ‘시그니처’로 윤보선 고택에서 열리는 고택음악회는 27일 열린다. ‘기념일’을 주제로 올해가 탄생 또는 서거 기념 해인 푸치니, 포레, 스메타나 등의 작품을 연주한다. 30일 ‘몰토 에스프레시보!’라는 제목으로 연주하는 에스프레시보 피아노 콰르텟에도 눈길이 간다. 실내악의 대가인 바이올리니스트 제이미 라레도는 아내인 첼리스트 샤론 로빈슨, 피아니스트 조지프 칼리히슈타인과 ‘KLR 3중주단’으로 45년 동안 활동하다 칼리히슈타인이 세상을 떠나자 피아니스트 안나 폴론스키, 비올리스트 밀레나 파야로판 더 스타트와 새 4중주단 에스프레시보 콰르텟을 꾸려 오랜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이번이 첫 연주다. 5월 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뮤지컬 패밀리’는 가족처럼 호흡을 맞춰온 현악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등이 무대에 오른다. 5월 3일 같은 곳에서 열리는 ‘나보다 나은 반쪽’에는 비올리스트 이화윤과 첼리스트 조영창 등 부부 음악가들이 출연한다. 5월 4일 가족음악회 ‘유머레스크’에는 코믹 듀오 ‘이구데스만 앤드 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주형기의 주도로 빵빵 터지는 음악 속의 유머가 펼쳐진다. 2017년부터 이 축제에 함께한 피아니스트 박상욱은 기자간담회에서 “솔리스트들은 혼자 외롭게 싸우는 존재들인데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실내악을 만들 때 굉장한 쾌감이 있다”고 말했다. 2020년부터 SSF에 출연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는 “실내악에는 사우나에서 땀을 빼듯 ‘클렌징’하는 느낌이 있다. ‘그렇지, 이게 음악을 하는 이유였지’라고 느낀다”고 전했다. 강동석 예술감독은 “솔로는 자기 것만 연습하면 되지만 실내악은 다른 사람과 유연하게 적응해야 한다. 실내악을 못 하는 음악가는 좋은 음악가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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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복 입은 비올레타, 경성 모던보이를 만나다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히로인 비올레타가 한복을 입고 찾아온다. 서울시오페라단은 25∼28일 세계 오페라 역사상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라 트라비아타’를 ‘라 트라비아타·춘희’라는 제목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춘희(椿姬)는 1948년 이 오페라의 국내 초연 후 두 세대 넘게 익숙하게 불려온 이름이자 원작소설 제목인 ‘동백꽃 여인’을 뜻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시대 배경을 20세기 초 경성(서울)으로 옮겼다. 여주인공 ‘비올레타’는 기생으로 위장해 국권 회복을 위한 자금을 모으는 강인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그의 연인 알프레도는 유학을 마치고 온 양복 차림의 젊은이로,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은 유교적 가치관이 확고한 ‘사대부’로 표현된다.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이래이 연출가가 연출을 맡고 프랑스 희곡 전문가인 조만수 충북대 교수가 드라마투르크(극의 조언을 하는 전문가)로 참여한다. 16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아티스트라운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겸 제작발표회에서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경성 배경의 ‘라 트라비아타’를 떠올렸다. 서양식 가옥과 전통 가옥의 만남, 양장과 한복의 만남 등 외래 문화와 전통 문화가 서로 엇갈리고 만나는 시대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래이 연출가는 “라 트라비아타가 탄생할 당시 유럽의 상황을 20세기 초 경성을 배경으로 한 격동에 대입하자는 박 단장의 제안에 매력을 느껴 흔쾌히 동의했다. 비올레타가 본디 지녔던 가치와 알프레도를 만나면서 알게 된 개인적 자유의 가치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잘 표현하겠다”고 밝혔다. 여주인공 비올레타 역으로 소프라노 이혜정 이지현, 그의 연인 알프레도 역에는 테너 정호윤 손지훈,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 역에는 바리톤 유동직 김기훈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성악진이 출연한다. 이지현과 손지훈은 이번 공연에서 처음 한국 오페라 무대에 오른다. 여자경이 지휘하고 코리아쿱오케스트라와 마에스타오페라합창단이 출연한다. 5만∼17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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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민, ‘교향곡 거장’ 브루크너 본고장서 지휘

    지휘자 박영민(59·추계예술대 교수)이 19세기 교향곡 거장 안톤 브루크너(1824∼1896)의 교향곡을 그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오스트리아 린츠의 브루크너하우스에서 지휘한다. 브루크너는 19세기 말 세계 음악의 중심으로 불린 오스트리아에서 독일 출신의 브람스와 함께 교향곡의 전통을 쌓아 올린 작곡가다. 60세 때 초연된 교향곡 7번에 이르러서야 음악계의 인정을 받았다. 후배 작곡가로 그와 교유한 구스타프 말러도 교향곡의 장대한 규모와 건축적인 구성에서 브루크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 ‘낭만적(Romantische)’은 50세 때 작곡한 작품이며 그의 중기 교향곡 중 가장 널리 연주된다. 박영민은 11월 29일 브루크너하우스의 메인홀인 브루크너홀에서 헝가리 솔노크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메인 연주곡은 브루크너 중기의 대표작인 교향곡 4번 ‘낭만적’이다. 앞서 25일에는 솔노크 콘서트홀, 28일에는 부다페스트의 리스트 아카데미홀에서 솔노크 오케스트라와 같은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브루크너하우스는 린츠 근교 마을 안스펠덴에서 태어난 브루크너를 기념하기 위해 브루크너 탄생 150주년인 1974년에 문을 열었다. 매년 가을 브루크너 페스티벌이 열리는 등 브루크너 연구와 연주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1470석 규모의 브루크너홀은 탁월한 음향으로 유명하다. 박영민은 “브루크너의 성지인 브루크너하우스에서 그의 가장 사랑받는 교향곡 중 하나인 교향곡 4번을 지휘하게 된 데 특별한 의미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유럽과 일본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왔다. 올 2월 25일에는 불가리아의 소피아 필하모닉홀에서 소피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지휘했고, 5월 9∼11일 일본 후쿠야마에서 열리는 후쿠야마 국제음악제에서 콘서트 5회를 지휘한다. 내년 5월 7일에는 스위스를 대표하는 콘서트홀인 취리히 톤할레에서 독일 만하임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모차르트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K 364와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박영민은 “2018년 가족들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중심으로 활동하게 됐는데 그 직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중부 유럽에서 오래 시간을 보냈다. 유럽의 음악 중심지에서 음악 관계자들을 소개받으면서 여러 지휘 기회가 열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 클래식 음악의 수준이 크게 향상됐지만 지리적 한계 때문에 일부 정상급 솔리스트를 제외하면 결국 교육 시장으로 소화되는 수밖에 없어 아쉬움을 느껴왔다. 국내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연주자들이 이제는 세계 무대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민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지휘자 미하엘 길렌을 사사했으며 1996년 모차르테움 국제재단의 파움가르트너 메달을 수상했다. 원주시립교향악단 초대 상임지휘자와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지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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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탄생부터 죽음까지… 삶은 ‘호르몬’과 함께 흐른다

    엄청난 노력과 인내 끝에 다이어트에 성공했는데 요요 현상이 와서 수포로 돌아갔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였다. 나는 의지 부족인가. 그렇지 않다. 뇌의 시상하부에 입력된 ‘설정된 체중값’이 호르몬을 통해 식욕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네덜란드의 내분비 전문의인 저자는 엄청난 ‘특종’을 내놓지 않는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장내 미생물의 역할과 생후 2년 이전의 ‘소(小)사춘기’를 유독 강조하지만 처음 들어보는 얘기는 적다. 좋은 소식은, 이 책이 호르몬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삶의 각 단계에 맞춰 풍성하게 정리해 준다는 점이다. 호르몬의 역할은 생명의 성립 직후부터다. 수정 후 첫 2개월 동안 남자 태아에게서는 항뮐러관호르몬이 분비돼 여성의 생식기가 될 구조들을 없앤다. 여자 아기는 출생 이후에 이 호르몬이 분비돼 사춘기 이전에 난자가 성숙하는 일을 막는다. 이 호르몬 수치가 높은 어린이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질 확률이 높다. 임신 중 식욕이 높아지거나 이상한 음식에 손이 가는 여성은 남자아이를 임신했을 확률이 높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남자는 아이가 생기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진다. 공격성이 줄어들고 온화해지는 것이다. 몸무게에서 2kg 남짓을 차지하는 장내 미생물은 다양한 호르몬의 생산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이미 ‘나의 일부’다. 중추신경계를 통해 호르몬 생산과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미생물과 우리 뇌가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역사에서 끄집어낸 일화들도 책의 흥미를 높여 준다. 영국의 메리 1세는 임신하지 않았는데 젖이 나왔고 젊은 나이에 시력을 해쳤다. 저자는 이를 뇌하수체의 종양 때문으로 추정한다. 호르몬 분비의 이상 때문에 메리 1세는 자식을 갖지 못했고 튜더 왕조는 종말을 고했다. 나이 들면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며 건강에 여러 영향을 미친다. 폐경 증후군으로 힘들어하는 여성에게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단기간에 증상을 완화시킨다. 테스토스테론이 줄어 컨디션 난조를 겪는 남성도 테스토스테론 투여가 도움을 준다. 호르몬은 청춘을 되찾아주는 만병통치약일까. 에스트로겐을 장기간 투여받은 여성은 암과 심혈관 질병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남성에게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지면 몸에 더 많은 에너지원을 저장할 수 있고 무모함이 줄어 장기적으로 생존에 도움을 준다. 인체의 호르몬 피드백 시스템이 건물의 온도조절장치처럼 각 시기의 신체에 적합한 호르몬 수치를 계속 조정해 주는 것이다. 요요 현상으로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희망은 있다. 단기적 해결에 집착하지 않고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면 식욕 호르몬 수치도 변화한다. 저자는 ‘호르몬 투여가 만능 해결책’이라는 유사과학을 불식시키는 게 이 책의 주요한 목적이라고 밝힌다. “인간은 호르몬의 노예가 아니며, 신체와 정신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결과가 바로 우리”라는 결론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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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클래식感]싹터 오르는 생동… 봄에 듣고 싶은 음악들

    서양 언어에서 봄을 나타내는 단어들은 스프링(영어) 프랭탕(프랑스어) 프륄링(독일어) 등이다. 예외 없이 약동하는 듯한, 신선한 느낌을 준다. 반면 동양 언어의 ‘봄’ ‘춘(春)’은 조는 듯한, 꿈꾸는 듯한 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고(故) 이어령의 글에 나오는 얘기다. 거의 반세기 전에 읽은 이야기이니 인용이 정확하지는 않을 것이다. 슈만의 교향곡 1번은 제목이 ‘봄의 교향곡’이다. 슈만은 당대 최고 인기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와 결혼한 다음 해 이 곡을 완성했다. 신부 아버지의 맹렬한 반대를 극복한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은 음악사를 넘어 인류사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사랑 중 하나가 되었고, 젊은 작곡가는 겨울을 넘겨 맞이한 인생의 봄을 이 교향곡에 담았다. 영어 스프링(Spring)은 ‘용수철’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마지막 4악장에서는 시작하자마자 6초 남짓한 동안 현악부의 선율이 세 옥타브나 솟아오른다. 놀라운 탄성계수다. 동양의 ‘봄’ ‘春’이 마냥 수동적이고 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단어들은 고요하게 싹터 오르는 거룩함과 상서로움, 서기(瑞氣)를 담고 있다. 슈만의 교향곡 1번이 ‘프륄링’이라면, 그가 1번 교향곡을 마치고 바로 써나간 교향곡 4번은 ‘거룩한 봄’으로 다가온다. 긴 고난이 지나고 지평선 끝에 따뜻한 빛이 쏟아지는 느낌이랄까. 박태준의 가곡 ‘동무생각’이 묘사한 ‘봄의 교향악’의 느낌은 이 곡에 더 가깝다고 할 만하다. 봄은 젊음의 계절이고, 젊음은 아름답지만 때로는 아픔도 동반한다. 18세기가 저물어갈 무렵 전 유럽의 젊은이들을 강타한 슬픔의 이야기가 있었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한 세기 뒤 프랑스 작곡가 쥘 마스네가 이 비극을 오페라 ‘베르테르’로 만들었다. 베르테르는 고대 켈트족의 시인으로 알려진 오시안의 시를 읽으며 이룰 수 없는 사랑에 탄식한다. 아리아 ‘왜 나를 깨우는가, 봄의 산들바람이여’에서 그렇게 훅 하고 쳐들어오는 청춘의 격동을 맛볼 수 있다. 이탈리아 작곡가 토스티의 가곡 ‘4월’도 대기에 향훈이 넘치는 사랑의 계절을 노래한다. “그대 느끼지 못하나요, 대기 속에 봄이 퍼뜨리는 향기를?/그대 마음속에 느끼지 못하나요, 새로이 속삭이는 종달새의 노래를?/4월이에요! 사랑의 계절이죠!” 토스티는 영국 왕실의 성악 교사로 작곡 인생의 황금기를 보냈다. 그 시기에 그의 고국 이탈리아에서 근대 오페라의 찬란한 역사를 펼쳐나간 인물이 토스티의 열두 살 아래 벗으로 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은 푸치니다. 오페라 ‘나비부인’은 미군에게 속아 가짜 결혼을 한 게이샤가 결국 목숨을 끊는 비극적 사랑을 담고 있다. 두 시간에 달하는 오페라 전체의 배경이 꽃이 아름답게 피어난 동아시아의 봄을 그려낸다. 첫날밤의 설렘과 환희가 펼쳐지는 1막부터 기다림과 배신이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까지 그렇다.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집에서 여주인공은 이렇게 노래한다. “어떤 갠 날, 보일 거야/먼 수평선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배가 나타나./하얀 배인데 항구로 들어오면서 고동을 울릴 거야./보여? 그이가 온 거야!/복잡한 시가지로부터 작은 점처럼, 한 남자가 언덕을 걸어 올라와./누굴까? 뭐라고 말할까?/먼 데서 부르겠지. “나비!” 나는 대답하지 않고 숨어 기다릴 거야./놀라게 하려고, 또 조금은, 내가 죽을 것 같아서.” 이 노래의 팬 중에는 소설가 겸 사회비평가 조지 버나드 쇼도 있었다. 지인이 찾아오면 축음기로 이 노래를 들려주며 눈을 감은 채 감탄의 신음소리를 뱉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푸치니의 시대에 거대한 교향곡의 기념비를 쌓아올렸던 오스트리아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는 심장병을 얻은 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교향곡을 계획하다가 독일어로 번역된 한시(漢詩)를 바탕으로 교향곡인지 가곡집인지 장르가 모호한 곡 ‘대지의 노래’를 완성했다. 마지막 악장 ‘송별’의 끝부분은 이렇다. “나는 고향을 찾아간다. 더 이상 낯선 곳에서 헤매지 않으리. 내 마음은 고요하며 때를 기다린다. 사랑하는 대지에 봄이 오면 어디나 꽃이 피어나고 새로운 초록이 펼쳐지리. 그리고 먼 곳엔 푸른빛이! 영원히, 영원히….”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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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텍 교수 된 금난새 “예술 감성 보태 글로벌 도약”

    “포항공대(포스텍)가 국내 손꼽히는 대학을 넘어 세계적인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예술적 감성을 보태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지휘자 금난새(77·성남시립예술단 예술총감독·금난새 뮤직센터 음악감독)가 3월 1일 포스텍 특임교수로 임명됐다. 금 지휘자는 “포스텍 캠퍼스에 2021년 건립된 스타트업 육성 공간 ‘체인지업 그라운드’를 중심으로 콘서트와 세미나, 마스터클래스, 특강 등을 열며 포스텍의 인문예술적 환경 제고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 지휘자의 포스텍 특임교수 영입에는 지난해 9월 부임한 김성근 총장의 예술에 대한 관심이 계기가 됐다. “김 총장이 하버드대 재학 시절 여름마다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인 탱글우드 음악축제를 관람하는 등 열정적인 음악 팬이었어요. 포스텍 재학생들이 세계에 나가 창의력 있는 교양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캠퍼스에서 문화와 예술을 폭넓게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제게 얘기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12월 김 총장이 금난새 뮤직센터(GMC)에 찾아와 특임교수직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1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트리클럽에서 자신이 로스앤젤레스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열린 신년음악회에 김 총장이 세계가전전시회(CES)에 참관 중이던 포스텍 교수진 및 학생들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고 그는 전했다. “활동 계획을 현재 수립 중으로 우선 매년 두 차례의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열 예정입니다. 캠퍼스를 넘어 포항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관현악 교육을 실시하는 ‘오케스트라 아카데미’를 실시하고 앞으로 해외 유명 연주가가 내한할 때 포스텍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는 등의 아이디어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금 지휘자는 “미래에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과학 영재들에게 포스텍에서의 예술적 체험이 큰 자산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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