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55

추천

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4-03-20~2024-04-19
음악50%
문학/출판17%
인사일반17%
칼럼10%
문화 일반3%
무용3%
  • “애플뮤직에 500만여 개 트랙의 세계 최대 클래식 카탈로그 적용”

    “애플뮤직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써온 덕분에 몰랐던 새로운 음악들과 숨은 명반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도움을 받다가 협업 아티스트로 활동하게 돼 영광입니다.”(피아니스트 임윤찬)클래식 음악을 위한 스트리밍 앱 ‘애플뮤직 클래시컬’이 출시 10개월 만인 24일 한국에 나왔다. 기존 애플뮤직 구독자들은 추가 비용 없이 애플뮤직 클래시컬을 사용할 수 있다.앱스토어에서 애플뮤직 클래시컬 앱을 검색해 설치했다. 앱을 열자 ‘최신 발매’ ‘단독공개 앨범’ ‘공간음향’ ‘아티스트별 플레이리스트’ ‘시대와 장르’ 등의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검색창에서 ‘푸치니’를 입력하니 작곡가 푸치니 대표 화면이 나왔고 ‘인기 작품’ ‘최신 앨범’ ‘아티스트 및 작곡가 소개’ 등의 하위 메뉴가 떴다. ‘인기 작품’ 메뉴에서는 푸치니 오페라 각각의 작품에 대한 대표 음반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범위를 좁혀가며 상세 검색을 할 수 있다. 작곡가와 연주자, 악기, 편성, 시대 등 다양한 분류의 카테고리 검색이 가능했다.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앨범에서 제법 상세한 작품 해설과 앨범 소개를 읽을 수 있었다.‘단독 공개 앨범’ 메뉴에서는 애플뮤직에서만 제공하는 앨범을, ‘클래시컬 세션’ 메뉴에서는 애플뮤직 협업 아티스트가 제공하는 추천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인 협업 아티스트로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임윤찬, 조성진이 선정됐다. 서울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통영국제음악제와도 파트너십을 맺어 각 기관의 기획공연 등 컨텐츠를 제공받는다. 아티스트별, 장르별, 시대별, 작곡가별, 무드별 플레이리스트에서 관심 있는 종류의 음악만 하루 종일 듣기도 가능하다.고음질 녹음도 감상할 수 있다. 수천 개의 레코딩에 대해 192kHz/24비트의 고해상도 무손실 음원이 제공되며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듯한 ‘돌비 애트모스’ 공간 음향을 체험할 수도 있다.29일 오후 서울 중구 애플명동에서는 애플뮤직이 주최한 애플뮤직 클래시컬 설명회가 열렸다. 임윤찬은 쇼팽의 연습곡 Op. 25 중 12번을 비롯한 세 곡을 시범 연주했다. 그는 아티스트가 직접 고른 플레이리스트에 스타니슬라프 노이하우스가 연주한 쇼팽 발라드 1번 등을 골랐다. 그는 “열 곡 정도 선택했는데 ‘이게 진정한 피아노 연주구나’라는 충격을 준 연주들이다. 내가 받은 느낌을 다른 분들도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선곡했다”고 밝혔다.간담회에서 애플뮤직의 조너선 그루버 총괄은 “클래식 음악은 여러 연주자가 같은 작품을 연주하기 때문에 다른 장르에 비해 복잡성이 크다. 여러 해 동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며 작곡가 2만 명, 작품 11만5000여 곡, 35만여 개 악장, 500만 개 이상 트랙에 알고리즘을 적용해 세계 최고의 클래식 카탈로그를 작성했다. 20만 명 이상의 연주가가 등장하며 이 카탈로그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29
    • 좋아요
    • 코멘트
  • 작곡가 진은숙, ‘음악계 노벨상’ 獨 지멘스賞 수상

    작곡가 진은숙(63·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사진)이 독일 에른스트 폰 지멘스 재단과 바이에른 예술원이 수여하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이하 지멘스 음악상) 수상자로 25일 선정됐다. 아시아인이 이 상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지멘스 음악상은 ‘음악계의 노벨상이나 필즈상’에 비유되는 클래식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통한다. 작곡 연주 등 클래식 전 분야를 통틀어 해마다 60세 이상의 음악가 1명을 시상한다. 상금은 25만 유로(약 3억6000만 원)다. 진은숙은 2004 그라베마이어(그로마이어) 상, 2005 쇤베르크 상, 2010년 피에르대공재단 음악상, 2017 비후리 시벨리우스 음악상, 2018 마리 호세 크라비스 음악상, 2019 바흐 음악상, 2021 레오니 소닝 음악상 등 최고 권위의 음악상을 받아 이번 지멘스 음악상 수상은 ‘음악상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진 작곡가는 25일 통영국제음악제 사무국을 통해 “제2의 고향인 독일에서 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 이전 어떤 상보다 더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멘스 음악상 역대 수상자로는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 올리비에 메시앙,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랴얀, 레너드 번스타인, 클라우디오 아바도, 다니엘 바렌보임,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 알프레드 브렌델 등이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 오케스트라 3곳 ‘말러 1번’ 대전

    서울시립교향악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수도권 4개 교향악단이 올해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 1번 D장조를 놓고 실력을 겨룬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야프 판즈베던 신임 음악감독 지휘로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콘서트 전반부에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한다. 관람권은 발매와 동시에 매진됐다. 판즈베던 감독은 올해부터 5년 동안의 임기 중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고 녹음해 음반으로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는 2008∼2021년 음악감독을 지낸 미국 댈러스 교향악단을 지휘해 말러 교향곡 3, 6번 음반을 내놓았으며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한 말러 교향곡 4번 음반에서는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바이올린 솔로를 연주하기도 했다. 서울시향은 정명훈 전 예술감독 지휘로 음반사 도이체그라모폰(DG)에서 말러 교향곡 1, 2, 5, 9번을 발매한 바 있다. 김선욱 신임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5월 23일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준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마르크 부치코프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12월 7일에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 지휘로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하피스트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가 글리에르의 하프 협주곡을 협연하며 콘서트 첫 곡으로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2024, 2025시즌 상주작곡가인 노재봉의 창작곡 ‘집에 가고 싶어’가 초연된다. 말러 교향곡 1번은 19∼20세기 전환기의 대표적 교향곡 거장인 구스타프 말러가 29세에 내놓은 첫 교향곡. 당시로서는 야심적인 규모인 4관 편성(목관악기 파트당 연주자가 4명씩)으로 작곡했다. 말러의 초기 가곡집인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에서 주요 주제를 가져왔으며 청춘의 고뇌와 희망이 깊이 드러난다. 후기의 교향곡에 비해 쉽게 친숙해질 수 있는 ‘말러 입문용 작품’으로 인기가 높다. 한 교향악단 관계자는 “말러 기념 연간도 아닌 해에 4개나 되는 수도권 악단이 같은 곡을 연주하게 된 것은 공교롭다”며 “단원들과 지휘자의 기량이 비교될 수 있는 만큼 각 악단이 한층 완성도 높은 연주에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빨간 양말’ 첼리스트 한재민 “18세 최연소라지만 숫자 신경 안 써요”

    2006년 2월 11일생. ‘빨간 양말’ 첼리스트 한재민이 열여덟 살의 꽃피는 봄을 준비한다. 2021년 15세 나이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하고 이듬해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에서도 우승하며 첼로 신동으로서 이름을 세상에 알린 그는 2024년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상주음악가 격)로 위촉돼 3월 27일 첼로 한 대만으로 그 첫 번째 무대를 연다. 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재민은 “음악 안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 최연소라는 숫자에 많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2021년 현악4중주단 에스메 콰르텟과 나란히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활동한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의 김민 음악감독(1942년생)과는 64년의 나이 차이가 난다. 무반주 리사이틀인 3월 27일 첫 무대는 코다이와 리게티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 카사도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존 윌리엄스 ‘세 개의 소품’을 들려준다. 이 무대의 ‘메인 디시’는 코다이의 소나타라고 한재민은 밝혔다. “코다이는 이 곡을 작곡하면서 ‘몇 년 뒤 모든 첼리스트가 연주할 곡’이라고 얘기했죠. 저와도 굉장히 잘 맞는 곡입니다. 사실 연주하기 힘든 작품이지만 끝내고 나면 큰 의미를 느끼게 될 것 같아요.” 그는 “악기 하나로 80분 이상을 채우는 데 설레고 부담도 있지만 그 부담감 때문에 뭔가 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서 두 번째 순서는 10월 30일 피아니스트 박재홍, 헝가리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슈토프 바라티와 함께 여는 3중주 무대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3중주 1번, 드보르자크 피아노3중주 4번 ‘둠키’, 차이콥스키 피아노3중주 A단조를 연주한다. “박재홍 피아니스트는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고 너무나 저를 잘 챙겨 주는 형님이에요. 흔쾌히 응해 주셨고, 바라티는 예전부터 꼭 함께 연주하고 싶었던 분으로 개인적 친분이 없는데도 제안을 수락해 주셨습니다. 좋은 팀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함께할 수 있게 돼 기대가 큽니다.” 에네스쿠 콩쿠르 때부터 신은 그의 빨간 양말이 화제에 올랐다. “강렬한 쇼스타코비치 곡을 연주했는데, 여성 연주자는 빨간 드레스를 입는다든지 하는 걸로 곡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지만 남자는 그럴 수 없어서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근처 백화점에 가서 빨간 양말을 사서 신었죠.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와서 그 뒤엔 거의 빨간 양말을 신고 연주합니다.” 그는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볼프강 에마누엘 슈미트를 사사하고 있다. “연주가는 도시나 사는 환경에서 배우는 게 있는데, 이제 독일에 적응해서 그곳을 많이 좋아하고 여러 아티스트들과 만나는 데도 재미를 느낍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형이 같은 건물에 살아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인모 형이 바빠서 거의 집에 없어요.”(웃음) 3월 27일 공연 5만∼9만 원, 10월 30일 공연 4만∼12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인공지능, 재앙 아닌 축복 되려면 국가가 통제해야”

    도구들로 세상을 바꿔 온 인간은 이제 ‘생각하는 기기’를 손에 넣었다. 인간 대신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고, 집과 기계를 설계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인공지능(AI)이다. 일부에서는 편하고 값싼 비서나 디자이너, 자문역을 기대하며 환호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대량 실직과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염려한다. AI가 가져올 새로운 세상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저자는 8년 전 이세돌과의 대결로 세계인의 시선을 모은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개발자이자 AI 기업 딥마인드와 인플렉션AI의 창립자다. 딥러닝(컴퓨터가 스스로 데이터를 조합 분석해 학습하는 기술)을 창안한 주역이기도 하다. AI가 세계를 어떻게 바꾸고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답하기에 맞춤한 인물이다. 책의 목적은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 세계와 일상의 여러 측면을 상세하게 그려 내는 데 있지 않다. 편의와 변혁을 가져올 인공지능이 갈등과 파괴를 가져올 수 있는 양날의 칼임을 설명하고, 암울한 시나리오를 미리 예방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저자의 의도다. 화려한 미래학적 예언이기보다는 나은 미래를 위한 협력을 촉구하는 수상록(隨想錄)에 가깝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손도끼와 불, 농경, 금속재료, 인쇄, 전기, 인터넷처럼 인류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온 기술적 변혁 중 하나라고 본다. 이 같은 기술적 변혁은 비용이 하락하고 수요가 늘고 기능이 향상되면서 대규모로 확산된다. 혼란은 필연적이다.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겠지만 제때 제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새로운 물결을 막을 것인가.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19세기의 기계화는 노동자들의 실직 같은 고통을 초래했지만 그 후손들은 생활수준 향상이라는 큰 혜택을 입었다. 문제는 AI의 위험은 한 번 발생하면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충격과 손실을 인류에게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AI가 설계한 사이버 공격이나 바이러스, 자동화된 전쟁이 인류를 멸망에 가까운 참화로 밀어 넣을 수도 있다. 저자는 AI 혁명의 큰 특징인 ‘권력 분산’과 ‘권력 집중’의 이중성에 주목한다. AI가 대중화되면서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최고의 변호사, 의사, 전략가, 협상가를 두는 것과 같은 힘을 얻게 된다. 반면 거대 기업들은 과거보다 더 크고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며 엄청난 혜택을 입을 것이다. 가장 큰 도전을 받는 대상은 국가다. AI가 기존의 권력을 재분배하면서 국가 기능에 대한 사회적 대합의가 무너질 수 있다. 교육이나 국방, 통화(通貨), 사법 같은 국가의 영역을 기업이 대신 맡게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저자가 마지막으로 희망을 거는 곳은 결국 국가와 정부다. “번영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필요하다. 국가의 통제력은 탄력적인 사회 시스템, 복지, 보안, 거버넌스를 유지해야 하는 앞으로의 과제에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 저자는 AI에 대해 능동적인 정부를 주문한다. 단순히 서비스를 아웃소싱하거나 외부 기관 또는 기업의 기술에만 의존해서는 통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 AI가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자체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이 책은 역설한다. 아울러 국가 간의 협력을 구축해야 하며 시민들이 대중운동을 통해 직접 압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겨울나그네 무대 200회 넘은뒤 카운트 안해”, “20년전 선생님과 작은 인연… 성악반주 꿈꿔”

    “제가 중학생 때니까 20년도 더 지난 일이죠. 라디오에서 박흥우 선생님 노래를 들었는데 너무 멋지게 부르시더군요. 박 선생님 홈페이지에 ‘선생님 노래를 더 듣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썼더니 제 주소를 물어보신 뒤 피아니스트 신수정 선생님과 녹음하신 ‘겨울나그네’ 음반을 보내주셨어요. 이 곡에 빠져든 계기였죠.”(정태양·피아니스트) 슈베르트 가곡집 ‘겨울나그네’의 국내 대표 해석가로 꼽히는 바리톤 박흥우(63)와 성악 반주 전문가로 활약 중인 피아니스트 정태양(35)이 ‘겨울나그네’로 만난다.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13일 본보와의 전화에서 정태양은 “10대 중반 라디오가 이어준 인연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제가 스무 살이 되면서는 성악 하는 친구들과 함께 박 선생님 콘서트를 찾아다녔고 저희가 연습한 노래를 들려드리면서 조언을 구했죠. 그러면서 성악 반주 전문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마음도 먹게 됐습니다.” 박흥우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석사를 취득한 뒤 가곡과 교회음악 전문 바리톤으로 활동해 왔다. 2011년에는 독일 십자공로훈장을 받았다. 정태양은 이탈리아 라스칼라 아카데미와 베르디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인재로, 바리톤 김기훈 김주택, 테너 존노 등과 호흡을 맞추며 국내에 드문 성악 전문 피아니스트로 활동해 왔다. ‘겨울나그네’ 전곡을 몇 번 무대에서 노래했는지 묻자 박흥우는 “2022년 200회를 넘은 뒤부턴 세지 않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1987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연 첫 독창회에서도 ‘겨울나그네’ 전곡을 불렀다. 2003년부터 피아니스트 신수정(대한민국예술원 회장)과 서울 서초구 모차르트홀에서 매년 열어온 ‘겨울나그네’ 전곡 리사이틀은 국내 ‘겨울나그네’ 대표 무대로 손꼽힌다. 겨울나그네는 슈베르트가 죽기 전 해인 1827년 빌헬름 뮐러의 시 24개에 곡을 붙여 만든 가곡집이다. 젊은이가 사랑에 실패한 뒤 방랑하며 황량한 주변 세계에 자신의 슬픔을 투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곡 ‘잘 자요’, 5곡 ‘보리수’, 24곡 ‘거리의 악사’ 등이 특히 널리 알려져 있다. 정태양은 “박흥우 선생님의 겨울나그네에는 갈수록 더 청년 슈베르트의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예전에는 음악가에 연륜이 더해지면 표현을 덜어낸다고 상상했어요. 하지만 늘 극적인 표현을 더해가는 박 선생님을 보며 예술가의 성숙을 느낍니다. 슈베르트 당시의 연주 관습을 강조하시지만 자유로운 슈베르트가 들리죠.” 박흥우는 “겨울나그네는 사랑과 아픔의 이야기를 넘어 인생 전체의 얘기를 표현한다. 부를 때마다 매번 해석이 새로워진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부분으로는 14곡 ‘백발’과 15곡 ‘까마귀’를 꼽았다. “‘까마귀’에서 피아노의 역할이 특히 멋지죠. 까마귀가 하늘을 빙빙 돌다가 조금씩 다가오는 걸 피아노가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끼치곤 합니다.” 그는 “슈베르트가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모습이 현대인의 삶에도 해답을 주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매번 겨울나그네를 노래한다”고 말했다. 전석 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예술의전당 공연 영상, 스마트폰-PC서 본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공연 영상을 PC와 모바일로 감상할 수 있는 공연영상 플랫폼 ‘디지털 스테이지’가 16일로 서비스 운영 한 달을 맞는다. 현재 ‘에센바흐 & KBS 교향악단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등 클래식 음악 영상과 국립발레단의 발레 ‘지젤’ 공연 등 50여 개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다. 올 12월 31일까지는 시범운영 기간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디지털 스테이지’ 애플리케이션(앱)을 검색해 설치한 뒤 회원 가입을 했다. 화면 아래쪽의 ‘장르’ 아이콘을 눌러 ‘클래식’을 선택하니 ‘정경화 & 케빈 케너 듀오 콘서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무반주 리사이틀’ 등 영상 목록이 표시된다. ‘안드리스 넬손스 &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with 조성진’을 선택해 ‘감상하기’ 버튼을 누르자 지난해 11월 15일 열린 콘서트 영상이 재생됐다. 공연 출연진과 프로그램 등 부가정보도 표시된다. 예술의전당 측은 “디지털 스테이지 앱은 아직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아이폰 전용 앱은 곧 등록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면 상단의 작은 화면에서 네모꼴의 화면 확대 버튼을 누르니 공연 실황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톱니바퀴 모양의 ‘설정’ 화면을 누르면 화면 품질과 원하는 장면을 찾기 용이한 ‘건너뛰기’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화면 품질에서 ‘자동’을 선택하니 풀HD급 고화질(1080p)의 화면이 송출됐다. PC에서는 포털 사이트에서 ‘디지털 스테이지’를 검색하면 홈 화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 모바일 앱이나 PC에서 TV로 화면을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은 제공되지 않았지만 화면 자체를 TV에 보내는 ‘미러링’ 기능을 이용해 대형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디지털 스테이지에서는 클래식이나 발레 외 연극 ‘오셀로’ ‘늙은 부부 이야기’, 가족공연 ‘피노키오’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제공된다. 2013년부터 공연 영상을 자체 제작해온 예술의전당은 앞으로 매달 새로운 영상을 업로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지사항’ 메뉴에선 매달 새로 올라올 영상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클래식 음반 레이블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독일 도이체 그라모폰(DG)과의 협업도 진행 중이다. 기자가 감상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콘서트 영상은 공연 당일 예술의전당이 촬영한 뒤 DG의 ‘스테이지 플러스’ 서비스로 전 세계에 스트리밍됐다.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비킹구르 올라프손 피아노 리사이틀도 스테이지 플러스를 통해 스트리밍됐으며 16일부터 디지털 스테이지에서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예술의전당은 시범운영 기간이 지난 뒤인 내년부터는 시청권을 온라인으로 구매해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유윤종의 클래식感]푸치니 100주기, 그의 놓칠 수 없는 보석들

    올해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큰 별인 자코모 푸치니(1858∼1924)가 세상을 떠나고 100년이 되는 해다. 이탈리아의 토레 델 라고 푸치니 페스티벌을 비롯한 세계의 오페라 축제와 극장들이 기념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오페라단이 9월 세계적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출연하는 ‘토스카’를 무대에 올리며 11월엔 ‘라보엠’을 공연한다. 솔오페라단이 ‘투란도트’와 다른 한 편을 준비 중이고 대구오페라하우스도 12월에 ‘라보엠’을 공연한다. 국립오페라단은 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신년음악회 이틀째 순서를 푸치니 아리아 하이라이트 무대로 꾸몄고 12월엔 2021년 공연했던 ‘서부의 아가씨’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 아쉬움도 있다.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투란도트’ 등 푸치니의 4대 흥행작은 이미 세계 오페라극장을 먹여 살리는 대표 레퍼토리다. 이 네 작품만으로 세계 오페라 공연 횟수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푸치니는 이 밖에도 오페라 여덟 작품을 더 작곡했는데 ‘잔니 스키키’ ‘마농 레스코’ 정도를 제외하면 무대 위에서 만나기 힘들다. 푸치니의 음악이 문제가 아니라 대본에 극적 박력이나 개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전막 공연이 아니더라도 갈라 콘서트 등을 통해 무대에서 자주 만나고 싶은 푸치니 오페라의 ‘눈대목(하이라이트)’들을 소개한다. 음원 검색을 위해 원어인 이탈리아어 제목도 함께 적었다. 푸치니 26세 때의 오페라 데뷔작인 ‘빌리’(1884년)에서는 주역 세 사람의 3중창과 합창이 어우러지는 ‘하나님의 천사여(Angiol di dio)’를 들어볼 만하다. 남주인공이 친척의 유산을 받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하자 연인과 마을 사람들이 그를 배웅하는 장면이다. 주인공의 여행은 비극으로 끝나지만 유려한 선율과 찬란한 관현악은 젊은 작곡가의 희망찬 출발을 알리는 듯하다. 두 번째 오페라 ‘에드가르’(1889년)에선 세상을 떠난 연인을 추모하는 여주인공의 아리아 ‘안녕, 나의 사랑이여’가 전곡의 정점을 이룬다. 6일 국립오페라단 신년음악회에서도 소프라노 한지혜가 노래했다. 이 노래는 바로 앞에 나오는 추모의 합창 ‘영원한 안식을(Requiem aeternam)’에 이어 들을 때 분위기가 더욱 살아난다. 푸치니는 흔히 ‘눈물 짜내는 작곡가’로 인식되지만, 이 합창에서는 그의 깊은 영성(靈性)이 느껴진다. 1917년 초연된 ‘제비(론디네)’는 빈 오페레타 스타일을 모방해 쓴 작품이다. 1막의 소프라노 아리아 ‘도레타의 꿈’ 한 곡만 자주 연주되지만 2막 파티 장면의 ‘그대의 신선한 미소를 마셔요(Bevo al tuo fresco sorriso)’를 빼놓을 수 없다. 테너 솔로로 시작해 소프라노와 합창이 가세하는 장면인데, 노을 너머 별이 총총히 뜨는 듯한 세기말 특유의 탐미적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이 오페라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2019년 국내 초연했다. 잘 공연되지 않는 푸치니 작품 중에서도 ‘빌리’와 이 작품은 꼭 한번 서울에서 만나보고 싶다. 푸치니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 직전의 ‘3부작(Il trittico·1918년)’은 단막 오페라 세 작품을 하룻밤에 공연할 수 있도록 구성한 작품이다. 2015년 솔오페라단이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해 이듬해 예술의전당 예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마지막 막인 ‘잔니 스키키’의 소프라노 아리아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O mio babbino caro)’에만 관심이 쏠리기 일쑤다. 3부작의 첫 막이자 첫 번째 작품인 ‘외투’에서는 2중창 ‘나의 꿈은 달라요(E' ben altro il mio sogno)’를 꼭 들어보기 권하고 싶다. 지루한 일상에 지친 여주인공이 젊은 정부(情夫)와 비밀스러운 눈빛을 교환하며 부르는 욕망의 노래다. 푸치니 일생의 주제였던 ‘수상한 노스탤지어(strana nostalgia)’가 가사에 그대로 들어간다. 아마도 푸치니가 대본작가에게 요구해 넣었을 것이다. 3부작 두 번째 작품인 ‘수녀 안젤리카’에서 현생의 고뇌와 천상의 평화가 절묘한 낙차의 대비를 이루는 마지막 부분 ‘아, 나는 저주받았다(Ah, son dannata)’도 좀처럼 잊기 힘든 장면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지휘자 되며 외골수 껍질 깨… 단원과 소통하는 음악할 것”

    “경기필하모닉은 무서운 오케스트라라고 느꼈습니다. 현악 파트는 유연하고 관악 파트는 힘 있죠.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확실한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악단입니다.”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김선욱(36)이 올해부터 2년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게 된 각오와 계획을 밝혔다. 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성장’과 ‘소통’, ‘호흡’을 강조했다. “경기필은 1997년 창단되었으니 제가 연주 활동을 시작한 시기와 비슷합니다. 음악적으로 함께 성장하는 것만큼 설레는 일은 없죠.” 그는 “피아노는 혼자서 외골수처럼 하는데 내게는 그 껍질을 깨도록 만든 계기가 지휘였다. 단원들과 의논하고 소통하는 음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특정 악단의 부지휘자 같은 직책 경험이 없다는 말에 대해 그는 “10년 넘게 피아노 협연을 할 때마다 전체 콘서트 리허설을 지켜보고 단원들의 생각도 물었다. 객원지휘자로서 1년에 교향곡 6∼7곡을 지휘한 것도 적은 경험은 아니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경기필은 올해 그의 지휘로 여섯 번의 정기공연을 갖는다. 12일에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스크랴빈 피아노협주곡을 협연하고 브람스 교향곡 1번으로 이어지는 2024 신년음악회를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연다. 10월 17, 18일에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 라이너 호네크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 콘서트, 12월 12, 13일에는 파리 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수석을 지낸 파스칼 모라게스가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을 협연하는 ‘버르토크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콘서트가 열린다. 정기공연 중 네 차례는 경기도와 서울에서 하루씩 이틀 동안 연다. 김선욱은 “호네크는 10월 공연에서 협연 외 악장 역할도 맡는다. 12월 협연자 모라게스도 목관 파트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단원들이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 첫해에는 현대곡이 한 곡(12월 진은숙 ‘수비토 콘 포르차’)뿐이지만 내년부터 더 많이 포함시키고, 공연들을 녹화해서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방안 등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작가가 짧은 소설 쓰는 것처럼 피아노로 나를 표현할 것”

    “60분이 조금 넘는 연주회 한 번씩에 자신을 표현한다는 게 작가가 짧은 글을 쓰는 것처럼 생각됐습니다.” 엽편소설(葉篇小說). 나뭇잎 한 장에 쓸 수 있을 만큼의 짧은 소설을 뜻한다. 2024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김준형(27)이 올해 이곳에서 선보일 공연들을 묶는 주제이기도 하다. 2021년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1위, 2022년 독일 ARD 콩쿠르 준우승에 오르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김준형은 11일 첫 공연 ‘Here & Now(여기 지금)’를 시작으로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4개 무대를 선보인다. 8일 오전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준형은 “음악적으로 고민이 많던 시기에 ‘운명처럼’ 상주음악가 제안을 받았다. 스스로의 못난 면까지 모두 짚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4개 중 첫 무대인 ‘Here & Now’에서는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4번과 코랄 전주곡 ‘주여 제가 간절히 부르나이다’ 부소니 편곡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2번,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연주한다. 핀란드 피아니스트 안티 시랄라 문하로 독일 뮌헨음대 현대음악과에서 수학 중인 김준형은 “독일에 살고 있는 만큼 독일과 가까운 작곡가 셋을 선택했다. 순수하고 투명해서 나 스스로를 잘 투영시켜 보여주는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와 ARD 콩쿠르 등을 거치면서 크게 발전했다고 회상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배움의 장이었습니다. 같은 곡을 쳐도 각자 자신만의 필터를 거친 것처럼 다른 해석이 나오는 데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이었던 피아니스트 아비람 라이헤르트(서울대 교수)의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제가 너드(Nerd·관심을 끄는 일에만 집중하는 외톨이) 같다고 하시더군요. 딱 제가 생각하는 저와 같았습니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그는 여러 심사위원들로부터 ‘객관적인 연주를 펼친다, 노련하다, 차분하다, 설득력이 큰 연주’라는 평을 받았다. 피아노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그는 “두 살 위 피아니스트 누나(김경민·2012년 하이든 국제콩쿠르 1위)를 따라다니며 레슨 받는 걸 보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일반적인 피아노 영재들보다 늦은 나이다. “연주를 앞두고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지난여름 우주를 다룬 유튜브 영상들에 몰두하면서 긴장이 사라지게 되더군요. ‘나같이 작은 존재가 뭐라고’ 싶고….”(웃음) 그가 피아노로 들려주는 ‘엽편소설’은 5월 9일 일본 피아니스트 구로키 유키네와 함께 슈만과 브람스의 곡을 소개하는 ‘아름다운 5월에’, 8월 22일 플루티스트 김유빈, 첼리스트 문태국과 드뷔시의 실내악을 연주하는 ‘풍경산책’, 11월 14일 리스트의 솔로곡을 연주하는 ‘종(鐘/終)을 향하여’로 이어진다. 전석 4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스톤헨지서 원자시계까지… 시간 측정의 역사

    닷새하고도 몇 시간 전 우리는 새로운 해를 맞이했다. 언제부터 1년 중 ‘바로 그날’이 1년의 시작이 되었을까? 그 정확한 시작을 관장하는 기준 시계는 누가 관리하며 어떻게 작동할까? 미국 유니언대 물리학 교수인 저자는 인류가 시간을 재고 규칙성을 발견하며 이를 기록해온 오랜 역사를 책에 담아냈다. 건립된 지 5000년이 넘은 아일랜드의 뉴그레인지 유적은 1년 중 가장 낮이 짧은 동지에만 햇빛이 중앙 묘실을 비춘다. 문명 초기의 시간 표시장치인 이런 유적은 영국 제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영국 솔즈베리의 스톤헨지도 그중 하나다. 1752년 영국은 대혼란을 겪었다. 의회가 9월 2일 다음 날을 9월 14일로 하도록 의결했기 때문이다. 지주들은 19일에 불과한 9월에 대해 한 달 치 임대료를 요구했고 농민들은 분노했다. 대륙에서는 한 세기 반 전 도입한 그레고리력을 뒤늦게 따른 데 대한 혼란이었다. 기존의 율리우스력은 1년을 365.25일로 정해 약 128년에 하루씩 실제 지구의 움직임보다 늦었다. 율리우스력을 계속 사용한다고 해도 일상을 사는 평민들에게 큰 불편은 없다. 러시아는 1918년까지 율리우스력을 썼다. “시간은 사회적 합의의 문제이며, 사회의 이해관계와 우선순위가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시간 측정은 공간 측정도 결정한다. 대양을 항해하는 배가 정확한 경도를 알기 위해서는 정확한 시계가 필요했다. 흔들리는 배에서는 진자식 시계를 쓸 수 없었고 나선형 스프링으로 문제가 해결됐다. 자본가들은 안정적인 수송망을 유지하며 막대한 부를 획득할 수 있었다. 18세기까지는 각 도시나 지역이 자신들의 시간을 공유하면 그만이었다. 철도와 전신의 탄생은 지역 간의 시차를 꼼꼼히 계산하도록 만들었다. 1883년 미국 철도회사들이 4개로 나눈 표준시에 합의했고, 이듬해 국제자오선회의에서 영국 그리니치가 경도 0도로, 그곳 시간이 국제 표준시로 합의됐다. 대양을 주름잡던 대영제국의 힘이 반영된 결과였다. 20세기는 시간 측정 대중화의 시대였다. 1896년 스위스의 한 시계회사가 1달러 시계를 출시했고 이 시계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국과 영국에서 수천만 개가 팔렸다. 1960년대 수정 진동자를 이용한 시계가 개발되면서 태엽식 시계는 ‘보급형’ 시계보다 덜 정확하고 더 비싼 사치품이 됐다. 오늘날 세계 표준으로 쓰이는 세슘 원자시계는 1초의 오차가 나기까지 수억 년이 걸리지만, 레이저를 이용한 더 정밀한 시계로 대체될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8만6400(60×60×24)분의 1 태양일인 1초도 1967년 ‘세슘133 원자 진동주기의 91억6263만1770배’로 정의됨으로써 천체의 움직임으로부터 독립적인 단위가 되었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미세하게 바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가 바뀔 때 등 특정 시점에 1초를 더할 수 있는 ‘윤초(閏秒)’가 도입됐다.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이 낯선 주제는 아니다. 비슷한 내용을 담은 책으로 알렉산더 데만트 ‘시간의 탄생’, 카를로 마리아 치폴라 ‘시계와 문명’, 어린이용 도서인 ‘시간과 시계의 역사’ 등이 나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고대 문명에서부터 기계공학, 물리학, 철학까지를 폭넓게 아우르면서 어렵지 않게 읽히는 데서 눈여겨볼 만하다. 원제는 ‘A brief history of timekeeping(시간 측정의 간략한 역사·2022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프라하 심포니… 바르샤바 필하모닉… 클래식의 향연

    2024년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의 첫머리를 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장식한다. 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프라하 방송교향악단과 함께 체코 수도 프라하를 대표하는 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9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바츨라프 스메타체크(1942∼1972년 재임), 이르지 벨로흘라베크(1977∼1989년), 현 도이치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 겸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피에타리 잉키넨(2015∼2020년) 등의 수석지휘자 아래에서 국제적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체코 대표 음반사인 수프라폰과 소니 클래시컬 등의 레이블로 음반을 발매해 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2020년 잉키넨의 뒤를 이어 취임한 수석지휘자 토마시 브라우너가 체코 음악사를 대표하는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곡들을 지휘한다. 모음곡 ‘전설’로 시작해 2011 앙드레 나바라 콩쿠르와 2014 파블로 카살스 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문태국의 협연으로 첼로 협주곡 B단조를 연주하고, 후반부에는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를 체코 본토 스타일로 선보인다. 6만∼20만 원. 이 공연을 시작으로 올해도 국제적 인지도를 가진 여러 오케스트라가 한국 무대를 찾는다. 다음 달 14일에는 폴란드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이자 쇼팽 국제콩쿠르 협연악단으로 낯익은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수석지휘자 안드레이 보레이코 지휘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선우예권이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하며 베토벤 교향곡 7번이 메인곡이다. 3월 8일에는 예술감독 다니엘 도즈가 이끄는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가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양인모가 비외탕의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협연하며, 메인곡은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다. 이 악단은 6월 26, 30일에 걸쳐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루돌프 부흐빈더 협연으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곡 전곡을 선보인다. 빈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음악 수도’ 빈의 무지크페라인에 상주하는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3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김봄소리가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할 예정. 이 외에도 올 상반기(1∼6월)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으로는 프란체스코 코르티 지휘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바흐 ‘마태 수난곡’(4월 3일·서울 롯데콘서트홀), 정명훈 지휘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5월 7일 서울 예술의전당,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마크 민코프스키 지휘 루브르의 음악가들 ‘모차르트 후기 3대 교향곡’(6월 14일 롯데콘서트홀), 다니엘 바렌보임 지휘 서동시집(西東詩集) 오케스트라(6월 15일 롯데콘서트홀,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야니크 네제세갱 지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6월 19, 20일 롯데콘서트홀) 등이 예정돼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피아노를 가지고 다니는 피아니스트

    “자기 악기를 가지고 다니는 건 솔리스트들의 관행이죠. 바이올린 여제 아네조피 무터도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가지고 다니지 않나요?” 197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폴란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8)이 이달 3, 5, 10일 세 차례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네 번째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피아노를 가지고 다니는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그는 이번 무대를 위해 유럽에서 피아노를 직접 옮겨온다. 2019년과 2022년 내한 공연에서 그는 피아노 건반과 액션(건반과 연결돼 피아노 현을 때리는 장치)을 가져와 연주회장의 피아노에 설치한 바 있다. 지메르만을 특징짓는 수식어는 ‘완벽주의자’다. 1999년엔 쇼팽 서거 150주년을 맞아 쇼팽 피아노협주곡 1, 2번을 연주하기 위해 ‘폴란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직접 조직했다. 공연 중 비밀 녹음이나 촬영 시도가 의심되면 바로 연주를 중단한다. 첫 내한 공연인 2003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에서는 무대 천장에 달린 방송용 마이크를 녹음용인 줄 알고 직접 선을 자르려고 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자신이 연주하는 모든 공연장의 음향 특성을 컴퓨터에 입력해 사전에 피아노를 조정한다. 최상을 유지하기 위해 연주는 연 15회 이하로 제한한다. 피아노를 직접 가지고 다니고, 여건이 되지 않으면 건반과 액션이라도 실어 나른다. 이는 선배 피아니스트인 이탈리아의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1920∼1995)와도 닮았다. 다른 점이라면 청년 시절 피아노 부품 제작에 참여했던 지메르만은 직접 조정 도구를 들고 피아노를 세부까지 조정한다는 점이다. 섬세해 보이는 인상부터 잦은 감기 등 호흡기에 문제를 달고 사는 것까지 고국의 대작곡가 쇼팽을 연상시키는 지메르만은 이번 공연 1부를 야상곡 네 곡과 소나타 2번 등 쇼팽 곡으로 장식한다. 2부에서는 드뷔시 ‘판화’와 폴란드 작곡가 시마노프스키의 ‘폴란드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연주한다. 그는 시마노프스키 피아노 작품집으로 2023년 그래머폰 피아노 부문상을 받은 바 있다. 지메르만은 폴란드 카토비체 음악원에서 피아노를 연마했다. 쇼팽 콩쿠르 우승 후 세계 피아노계의 최대 기대주로 도이체그라모폰(DG)에 소속돼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슈만과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앨범을, 예술적 커리어와 개성에서 늘 카라얀과 비교되는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집을 녹음했다. 7만∼18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1-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시칠리아에서 뜻밖에 만난 테너 리치트라의 자취[유윤종의 클래식感]

    7년 전 오늘, 2016년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 26일이었다.이탈리아 남부, 제주도의 열네 배 크기 섬인 시칠리아 제2의 도시인 카타니아를 찾았다. 산간도로를 내려오면서 펼쳐지는 도시의 수려한 풍경과 환한 햇살은 겨울을 완전히 잊게 했다. 시칠리아가 무대인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주요 선율을 줄곧 입으로 흥얼거렸다.가이드가 추천한 식당 ‘카노니카’에서 현지 스타일의 식사를 주문했다. 큰 테이블을 차지한 동양인들이 신기했던지 지배인이 말을 걸었다. “무슨 일로 이 도시에 오셨습니까?” “우리는 한국의 음악 애호가들입니다. 카타니아에서 태어난 작곡가 벨리니의 자취도 만나보고, 오페라도 보고, 시칠리아의 다른 명소들도 구경할 예정이죠.” “아, 그래요? 테너 살바토레 리치트라 아십니까?” “리치트라요?”귀가 번쩍 뜨였다. 그때도 겨울, 2003년 12월이었다. 리치트라와 서울 서초동 한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단둘은 아니고, 그가 첫 내한 리사이틀을 막 마친 뒤의 저녁 뒤풀이였다. 서른다섯 살의 시칠리아인은 유쾌한 수다쟁이였다. 끊임없이 음식에 대해 탄복했고, 공연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했으며 그날 배운 한국어를 복습하며 좌중의 웃음을 유발했다.“모든 게 즐거웠어요. 부디 한국에 자주 오세요.” 내가 건넨 인사처럼 곧 다시 볼 수 있을 줄 알았다.“우리 식당에 있는 친구가 리치트라의 간을 갖고 있어요. 포르투나토, 이리 와봐! 리치트라의 친구가 한국에서 왔어!” 지배인의 말이 옛 기억에서 나를 깨웠다. “리치트라의 간이라고요?”리치트라는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불꽃처럼 타오른 뒤 사라졌다. 2002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푸치니 ‘토스카’의 남주인공 카바라도시로 출연할 예정이었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독감에 걸려 개막 두 시간 전에 공연을 취소했다. 백업 가수(주역 가수의 이상에 대비해 같은 역을 연습하는 가수)였던 리치트라가 긴급 투입됐다.그날 리치트라는 1막의 테너 아리아 ‘오묘한 조화’를 부른 뒤 43초 동안 박수를 받았다. 3막의 ‘별은 빛나건만’에서는 46초 동안 박수가 이어졌다. 뉴욕 언론은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를 잇는 네 번째 테너를 기대한다면 리치트라는 그게 될 수 있다’고 썼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와 배역에 몰입하는 호소력 있는 음성 연기를 펼쳤던 리치트라는 이후 전 세계 성악팬들을 매료시켰다.그 불꽃의 빛은 밝지만 짧았다. 2011년 리치트라는 부모의 고향인 시칠리아에서 스쿠터를 타고 가다 벽과 충돌하는 사고를 일으켰고 9일 동안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팬들의 기도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났다. ‘구원자(Salvatore)’라는 이름을 가졌던 리치트라는 간 질환으로 사경을 헤매던 ‘운 좋은 사람(Fortunato)’ 포르투나토 씨에게 새 생명을 주었다.지배인의 부름에 포르투나토 씨가 왔다. ‘상남자’ 인상의 리치트라와 달리 가늘고 상냥한 인상이었다. 그가 들고 온 스크랩북에는 ‘오페라 스타가 이 남자에게 간을 선물하고 떠났다’는 제목의 기사와 방송 화면 캡처 사진들이 있었다. “지금도 리치트라의 부모님이 자주 전화로 제 안부를 물어요. ‘네가 잘 있으면 우리 아들이 잘 있다고 믿는다’고요.” 내가 “리치트라와 서울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고 했더니 지배인은 공짜 디저트를 수없이 내왔다.7년이 흘렀다. 1월 16일부터 23일까지 다시 시칠리아를 찾아간다. 리치트라가 세상을 떠난 곳이자 대작곡가 빈첸초 벨리니의 고향인 카타니아에서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 전통을 돌아보고, 시칠리아의 그리스 문화 중심지 시라쿠사와 아그리젠토, 영화 ‘시네마 천국’ 무대 체팔루, 시칠리아의 주도이자 문화 중심지 팔레르모 등 섬 곳곳을 돌아본다.영화 ‘대부 III’ 무대인 팔레르모의 마시모 극장에서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를 관람하고, 카타니아의 마시모 벨리니 극장에서는 내년 서거 100주년을 맞는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를 현대 작곡가 루치아노 베리오의 새 완성본 악보로 만나본다. 포르투나토 씨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함께하실 분은 인터넷 초록 검색창에서 ‘투어동아’를 쳐 보시기를.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12-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첼로로 풀어낸 색다른 두 ‘사계’

    첼리스트 김민지(44·서울대 교수·사진)에게 전화를 걸자 상큼한 연결음이 튀어나왔다. 비발디 ‘사계’ 중 ‘봄’ 1악장이었다. “연결음이 ‘사계’네요”라고 하자 그는 웃음으로 받았다. “그동안 잊고 있었어요. 이 콘서트를 준비하기 시작한 뒤에는 전화를 건 사람들마다 다 그 얘기를 하더군요.” 그는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 ‘사계’를 연다. 비발디 ‘사계’와 20세기 아르헨티나의 탱고 작곡가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를 자신의 첼로 솔로와 18인조 실내악단 협연으로 연주한다. 두 곡 모두 원곡은 바이올린의 솔로 파트로 친근한 곡들이다. 그는 “첼로는 표준 레퍼토리가 바이올린보다 좁고 새롭게 개척할 여지가 많다. 이 기회에 도전적으로 영역을 넓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민지는 2022년 대(大)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그 전해인 2021년에는 그의 아들인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의 첼로 협주곡 전곡 연주를 펼쳤다. “이번에는 바로크에서 현대곡까지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 보다 예전부터 염두에 두었던 두 ‘사계’가 머리에 떠올랐죠. 원곡에서 솔로를 맡는 바이올린은 고음부를 활용해 성격적으로 강렬하지만 첼로의 소리는 바이올린보다 낮고 더 울림이 풍성한 만큼 그동안 듣던 ‘사계’와는 색다르게 느껴질 겁니다. 첼로가 가진 장점들을 최대한 살리며 연습하고 있어요.” 이번 연주의 솔로 파트는 바이올린 악보를 그대로 사용하며 원곡의 조(調)를 바꾸지 않고 한 옥타브를 내려 연주한다. 그는 “바이올린 악보를 사용해도 기술적으로 연주하기 어려운 부분은 없다”며 “특히 가을과 겨울 악장들에서 느껴지는 첼로의 풍요한 색깔들이 감미롭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콘서트에선 두 ‘사계’ 외에 이탈리아의 생존 작곡가인 조반니 솔리마(61)의 ‘첼로들이여 울려라’를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이자 서울대 동료 교수인 첼리스트 김두민과 함께 연주한다. “솔리마는 첼리스트여서 이 악기를 너무 잘 알고 곡을 쓰죠. 첼로는 악기가 큰 만큼 움직임도 큰데 그런 점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곡입니다.” 반주를 맡은 18인조 실내악단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남훈(계명대 교수) 김덕우(중앙대 교수) 등 유명 연주자들이 참여한다. 김민지는 “좋아하는 후배들, 그리고 예전 같이 연주했을 때 눈여겨봤던 좋은 연주자들에게 부탁을 드렸다. 각자 스케줄이 있는 만큼 생각보다 전화를 많이 돌려야 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3만∼7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12-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공학의 美에 매료된 디자이너, ‘혁신 아이콘’으로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만들기 위해 5126개의 실패작이 나왔다. 그것들은 실패가 아니라 5127번째 시제품이 제대로 작동하기 전까지의 발견과 개선 과정이었다.” 이 책을 접하고 ‘사람 이름이었어?’ 혹은 ‘살아있어?’라는 반응을 보일 이에게도 다이슨이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올해 76세인 저자는 최근 부쩍 우리 일상에 가깝게 다가온 글로벌 기술기업의 창업자다. 책의 원제는 ‘Invention: A Life(발명: 인생)’이다. 오늘날의 기기 대부분은 발명가의 영감 대신 여러 새 기술과 개인들의 협업이 만들어낸다. 그러나 다이슨의 진공청소기, 헤어드라이어, 선풍기, 공기청정기 등은 기존에 있는 기기들을 개인의 영감과 혁신적인 신기술로 재창조한 산물이다. 그 배경에는 실생활에서 직접 불편사항을 알아내고 이를 뒤집는 도전정신, ‘바꾸려면 기존 모델을 쓸모없게 만드는 새 모델을 구축하라’는 혁신의 정신, 고난 속에서도 나아가는 끈기가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 영국 노퍽에서 태어난 저자는 공학도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저자는 예술대인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다 공학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엔지니어링 회사 로토크에서 상륙정 개발에 참여한 뒤 자신의 첫 회사에서 개발한 제품은 공 모양 바퀴를 가진 손수레 ‘볼배로’였다. 정원과 건축 현장을 겨냥해 만든 것. 제품은 성공했지만 그는 주주들에 의해 해임됐고 빈털터리가 됐다. 한 직원이 미국 회사로 옮겨 볼배로를 출시하자 이사회는 디자인을 도용한 미국 회사와 싸우려 했지만 저자는 구상하고 있던 진공청소기를 만들길 원했기 때문이다. 태어나 처음 자신의 소질을 발견한 분야가 장거리 달리기였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기약 없는 재기의 노력을 달린 끝에 그는 다시 일어났다. 좌절을 맛보게 했던 볼배로 개발은 행운도 안겨주었다. 수레 손잡이를 코팅하는 진공 시스템을 개선하려다 원심력으로 먼지를 분리하는 사이클론 분리(Cyclone Separation)의 원리를 알게 됐고, 이를 통해 알게 된 유체역학의 노하우는 다이슨의 진공청소기와 선풍기, 헤어드라이어 등에 응용되며 ‘바람의 다이슨’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진공청소기가 성공한 뒤에도 먼지봉투 판매에서 이익을 챙겨오던 경쟁 업체들의 견제가 있었고 혁신적인 핸드 드라이어를 개발한 뒤에는 종이 타월 업체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그는 직접 마케팅 현장에서 부딪치며 시장을 개척했다. “선구적인 일이 항상 성공할 수는 없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일이 너무 쉬울 것이다.” 다이슨은 2019년부터 싱가포르로 본사 이전을 시작해 2021년 마쳤다.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태평양 시장을 공략하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영국의 ‘전통적인 계급 강조’와 ‘제조업에 대한 존중 부족’에 대한 실망도 책에서는 읽힌다. 대신 고국 영국의 맘즈버리에는 ‘다이슨 기술 공학 대학’을 설립했다. 회사와 대학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에게 그는 이렇게 강조한다. “경험은 거의 쓸모가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척하고 발명하려면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야 하며, 그 영역에서는 경험이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실패에 거리낌이 없어야 합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12-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5년 꿈꾼 골드베르크 변주곡… 작은 우주를 얻었어요”

    “25년 동안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을 꿈꿨습니다. 각각의 변주를 펼칠 때마다 소우주(小宇宙) 하나씩을 발견하는 즐거움으로 충만해집니다.” 아이슬란드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39)은 2023년 한 해를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바쳤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바흐가 카이저링크 백작이라는 귀족의 불면증을 달래주기 위해 작곡됐다는 얘기로 유명하다. 건축적 구성과 치밀한 조형으로 바흐 건반 음악 중에서도 우뚝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올라프손은 이 곡의 전곡 음반을 10월 도이체 그라모폰(DG) 레이블로 내놓은 뒤 세계를 돌며 골드베르크 변주곡 콘서트를 펼치고 있다. 그가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온다. 변주들의 반복 여부에 따라 연주 시간 50∼90분이 걸리는 골드베르크 변주곡 단 한 곡으로 프로그램을 정했다. 음반 발매 후 올라프손은 “이 변주곡이 인생의 순환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처음에 나오는 ‘아리아’는 삶과 탄생에 대한 찬가와 같죠. 이어지는 변주곡들은 어린 시절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 등 우리 삶에서 언젠가는 겪게 될 일들처럼 생각됩니다. 어떤 사람은 ‘이 곡은 추상적인 작품일 뿐’이라며 이런 생각을 반박하겠지만, 내 느낌은 그렇습니다.” 그는 자주 ‘오늘날의 글렌 굴드’로 불린다. 바흐 음악의 명해석자로 유명한 캐나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의 계보를 잇는다는 뜻에서다. 많은 연주가들이 음반을 ‘콘서트의 열등한 대안’ 정도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레코딩에서 새롭고 독창적인 기회를 찾는 점에서도 올라프손과 굴드는 비슷하다. “나는 글렌 굴드와 같지 않고 그런 비교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반 녹음을 예술로 끌어올린 굴드와 비교된다는 건 기쁜 일입니다. 내게도 굴드가 1955년 녹음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최고입니다.” 올라프손은 이 곡을 녹음하면서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고민했다. “전체 변주들의 통일성을 강조하는 방법이 있고, 정반대로 각각의 변주를 서로 다른 세계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녹음 기간 동안 끝없이 고민하며 여러 가지 실험을 했고, 결국 각각의 변주에서 서로 같은 소리가 나지 않게 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렇게 선보인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은 굴드의 녹음 못잖은 찬사를 받았다. 영국 BBC 뮤직매거진은 “세련된 팔레트가 펼쳐지며 흠잡을 데 없는 터치는 깃털같이 가볍다”고, 독일 프레스토 뮤직은 “진지하고 성실하다. 절대 놓칠 수 없는 음반”이라고 평가했다. 올라프손은 미국 줄리어드음악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도이체 그라모폰 전속으로 필립 글래스, 드뷔시, 라모 등의 음반을 발매했다. 소리를 색(色)으로 느끼는 ‘공감각 아티스트’로 알려졌으며 자신의 앨범 표지 디자인까지 직접 맡는 점도 음반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어 왔다. 2019년 BBC 뮤직매거진 기악부문상을 받았고 영국 그래머폰 매거진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5만∼12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12-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바흐 옆에서 들려주듯 옛날 방식 그대로 연주

    바로크 음악을 비롯한 옛 음악을 당대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연주하는 이탈리아의 고(古)음악 연주단체 두 곳이 연말 서울 무대를 찾아온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한화그룹 주최 공연 시리즈 ‘한화클래식’은 12,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고음악 앙상블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와 이스라엘 출신 만돌린 연주자 아비 아비탈의 무대 ‘유니티(Unity)’를 마련한다. ‘화음의 정원’이라는 뜻을 가진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는 1985년 리코더 연주자 출신 지휘자인 조반니 안토니니가 창립했다.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와 오페라 녹음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아비탈은 도이체그라모폰(DG) 소속으로 음반을 내고 있으며, 만돌린 연주자 중 사상 최초로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토니니는 악단의 이름에 대해 “정원의 나무와 꽃들이 각기 다른 가운데 조화를 이루듯이 단원 각자가 개성을 잃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연주는 가볍고 밝으며, 때로는 공격적인 속도도 선보인다”고 밝혔다. 아비탈은 “열여덟 살 때 예루살렘에서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의 연주를 처음 들었다. 모든 음표에 실린 에너지와 연주가들의 헌신에 감동을 받았다”며 “최근 나와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가 DG 레이블로 함께 낸 비발디 바흐 등 다섯 작곡가의 협주곡 앨범은 내 커리어의 정점을 이룬다”고 말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바흐 리코더와 만돌린을 위한 협주곡 BWV 1060, 바흐 만돌린 협주곡 D단조 등 만돌린을 위한 협주곡들과 헨델 콘체르토그로소 작품 6-1 등이 연주된다. 현대 작곡가 조반니 솔리마가 첼로곡으로 쓴 작품을 국악기 피리를 위해 편곡한 ‘So’도 길이를 늘인 새 버전으로 선보인다. 안토니니는 “피리는 오보에와 비슷하면서도 여성의 목소리 같은 흥미로운 악기”라고 말했다. 전석 3만5000원. 16일에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2009년 창단된 이탈리아 밀라노의 ‘아카데미아 델라눈치아타’ 콘서트가 열린다. 하프시코드와 오르간 연주자이자 지휘자인 리카르도 도니가 건반 앞에 앉아 무대를 이끌고, 1986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마리오 브루넬로가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운 악기 ‘첼로 피콜로’를 협연한다. 첼로 피콜로는 비올라와 첼로의 중간 사이즈로 바이올린보다 한 옥타브 낮게 조율된다. 아카데미아 델라눈치아타는 창립 이후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 엔리코 오노프리 등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호흡을 맞추며 급성장했다. 아카데미아 델라눈치아타와 브루넬로가 협연한 타르티니의 첼로 피콜로 협주곡과 소나타 앨범은 디아파송 황금상을 수상했다. 지휘자 도니는 앞서 콘서트를 갖는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 단원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바흐의 첼로 피콜로 협주곡 BWV 972와 BWV 1054 등을 선보인다. 5만∼16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12-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베토벤, 내겐 정복 힘든 에베레스트이자 선생님 같은 존재”

    2021년 22세의 나이로 이탈리아 부소니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네 개의 특별상(실내악 특별상, 부소니 작품 연주상, 알리체 타르타로티상, 건반악기 트러스트상)까지 휩쓴 피아니스트 박재홍(24)이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병욱 지휘 인천시립교향악단 협연으로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전곡을 하루에 연주한다. 9월 신창용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5곡, 11월 백혜선의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2곡에 이어지는 ‘콘체르토 마라톤 프로젝트’의 세 번째 순서다. 12월의 첫날 박재홍을 만나 ‘베토벤 협주곡 다섯 곡을 하루에 치는 것’에 대해 들어보았다. ‘토크 만렙(최대 레벨)’이라는 별명처럼 그는 모든 질문에 대해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펼쳐 보였다. ―박재홍에게 베토벤은 어떤 작곡가인가요? “베토벤은 에베레스트 산처럼 평생 정복하기 힘든 작곡가이며 선생님과 같은 존재입니다. 내가 뭘 잘하고 못하는지 확실하게 알게 해주고, 호되게 꾸짖어주실 때도 있죠. 베토벤이 직접 쓴 악보를 보면 고친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많은 고뇌 끝에 나온 결과이니 모든 부분이 ‘그래야만 하는(Es muss sein)’ 거죠. 악보에 나와 있는 모든 것을 지키기만 해주면 쉽지만 그걸 지키기가 너무 어렵죠. 모든 음에 확신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연주하기 어려운 작곡가입니다.” ―다섯 곡이 비슷하면서 다르죠? “피아니스트 알프레트 브렌델이 ‘4번은 어머니, 5번은 아버지, 1∼3번은 자식들과 같다’고 얘기했죠. 공감이 갑니다. 베토벤의 교향곡들이 그렇듯이 홀수 번호는 더 중후하고 짝수 번호는 더 우아한 면도 있죠.” ―이 곡들을 하루에 듣는 것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예전에 박창수 대표가 주최하는 하우스콘서트에서 피아니스트 32명이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32곡을 이어서 연주한 일이 있어요. 박 대표가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는 10시간은 당연히 긴 시간이지만 한 작곡가의 인생을 불과 10시간으로 축약하는 것’이라는 얘기를 했어요. 베토벤의 협주곡 다섯 곡도 연주하는 데 세 시간 정도 걸리지만 그동안 한 작곡가가 자신의 틀을 깨고 새로운 틀을 수립하는 과정을 만나는 거죠.” ―베토벤이 협주곡 1, 2번을 썼을 때는 청력이 꽤 남아있을 때고 4, 5번을 쓸 때는 매우 악화된 상태였죠. “1번과 2번은 화음 연결과 프레이징(분절법)이 눈앞에서 사실적으로 일어나는 현상 같다면 4번, 5번에서는 신학적이랄까, 추상적으로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런 점이 청력의 악화와도 관계되는 것 같습니다.” ―부소니 콩쿠르 우승 직전인 2021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 연주는 ‘강건하고 거침없다, 유려하고 다이내믹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박재홍 씨의 ‘피지컬(키 187cm)’을 연주자로서 유리한 요소로 얘기하는데요. “사실은 체력이 좋지 않아요. 지금도 감기를 앓고 있습니다. 스스로는 힘 있는 연주자보다는 그 반대쪽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를 꼽는다면…. “러시아 피아니스트 미하일 플레트뇨프를 좋아해요. 처음 들을 때는 ‘저렇게 치면 안 되는데’ 하다가 이내 그게 정답인 것처럼 설득되죠. 특히 여린 소리를 정말 닮고 싶어요.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도 좋아하는 연주가죠.” ―내년의 중요한 계획은 어떤 것이 있나요. “베를린으로 활동의 터전을 옮기게 될 것 같아요. 어느 학교에서 공부하게 될 건지는 고민 중입니다.” 4만∼10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12-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6·25전쟁땐 창호지에 건반 그려 연습… 처음 피아노 배울때 생생한데 벌써 80년”

    “해방되기 직전에 당시 일본 유학을 다녀오신 최정선 선생님으로부터 처음으로 피아노를 배웠죠.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80년이 되네요.” 원로 피아니스트 장혜원(84·이화여대 명예교수·한국피아노학회 이사장·사진)이 피아노 인생 80년을 기념하는 ‘피아노와의 삶 80주년 장혜원 음악회’를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연다. 1부에서는 그가 20여 년 전 낙소스 클래식 인터내셔널 레이블로 음반을 발매해 세계의 인정을 받은 스카를라티와 피에르네의 피아노곡들을 연주한다. 2부에서는 그와 한국피아노학회가 작곡가들에게 위촉해 만든 소(小)협주곡 여섯 곡을 선보인다. 소협주곡 여섯 곡은 나인용 ‘달밤’, 신동일 ‘오빠생각’ ‘봄바람’, 정보형 ‘새야새야’, 김은혜 ‘아리랑’ ‘오 탄넨바움’ 등 익숙한 기존의 선율들을 주제로 한 3∼5분의 짧은 작품들이다. 라움 현악4중주단이 반주를 맡는다.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엔 현대에 바로크에서 낭만주의까지 다양한 스타일로 쓴 피아노곡이 많이 나와 있고, 오래된 피아노 교재들을 대체하고 있어요. 우리도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지난해부터 국내외 작곡가에게 위촉했고 40여 곡이 모였죠. 단지 피아노 솔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앙상블 교육까지 필요하다는 생각에 작은 협주곡으로 의뢰했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친숙한 선율들을 주제로 해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그는 “여러 작곡가에게 의뢰하는 소협주곡 작업은 작곡계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100곡 정도 모이면 교재로 만들어 해외에도 전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5학년 때 전쟁이 났어요. 전쟁 와중에도 어머니는 창호지에 피아노 건반을 그려 연습시키셨죠. 마침 제가 사사하던 이애내 선생님께서도 대구로 피란을 오셔서 계속 피아노를 연마할 수 있었어요. 늘 음악과 함께할 수 있었던 제 삶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는 이화여대 석사 과정 졸업 후 독일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돼 프랑크푸르트 국립음대에서 한국인 최초로 최고연주자 학위를 받았다. 36년 넘게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했고, 이화여대 음대 학장과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학장을 역임했다. 천안 이원문화원과 마포 이원문화센터를 설립해 운영해 왔으며, 대한민국 문화예술상과 독일연방공화국 십자공로훈장을 받았다. 음반사 낙소스 소속 아티스트로서 바흐의 피아노협주곡집과 하이든의 피아노협주곡집, 훔멜 피아노곡 전곡집, 스카를라티 소나타 전집, 피에르네와 이베르의 피아노 작품집 등을 발매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12-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