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서울아산병원이 단일 의료기관으로는 세계 최초로 간 이식 9000건을 달성했다. 1992년 8월 처음으로 뇌사자 간 이식 수술을 한 뒤 32년 8개월 만이다. 15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지난달 30일 11시간에 걸쳐 8999번째와 9000번째 간 이식 수술을 동시에 진행했다. 간암 및 간경화 환자와 알코올성 간경화 환자가 각각 조카의 간을 기증받았다. 두 건 모두 살아 있는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생체 이식’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진행한 간 이식 수술은 85%가 생체 이식이다. 생체 이식은 뇌사자 이식에 비해 수술이 까다롭고 합병증 발생 위험도 높다. 전체 이식의 1년 생존율은 98%로 미국 주요 병원의 간 이식 1년 생존율 평균인 92%보다 높다. 서울아산병원은 1998년 간에 새로운 중간 정맥을 만들어 피가 잘 배출되도록 하는 ‘변형 우엽 간 이식’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생체 이식 성공률을 높였다. 2000년에는 2 대 1 생체 간 이식을 고안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올해 6월부터 고온 현상이 나타나는 등 더위가 빨리 찾아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보건당국이 지난해보다 닷새 일찍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 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 온열질환은 장시간 더위에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탈진 등이다. 노년층은 자칫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 체계를 15일부터 9월 30일까지 운영한다고 밝혔다. 역대 가장 빨리 시작해 가장 오랫동안 감시 체계를 가동한다. 감시 체계 운영 기간은 처음 도입된 2011년 65일이었으나 점점 늘어 올해는 134일이다. 온열질환자는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온열질환자는 3704명으로 2023년(2818명)보다 31.4% 증가했다. 65세 이상이 30.4%를 차지했고 인구 10만 명당 온열질환자도 80세 이상(15.4명)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등 노약자가 취약하다. 온열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는 지난해 34명으로 2018년(48명) 이후 가장 많았다. 이들 중 60세 이상이 23명(67.6%)이었다. 질병청 관계자는 “외출하기 전에 기온을 확인하고 폭염이 발생하면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며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 등 폭염 대비 건강수칙을 잘 지켜 달라”고 했다. 질병청은 이 기간 응급실을 운영하는 전국 500여 개 병원과 광역자치단체, 보건소 등과 협력해 일일 감시체계를 운영한다. 올해부터는 참여기관에 온열질환 발생 예측 정보를 제공한다. 기온 예보에 따라 온열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하고 해당일부터 이후 3일까지 온열질환 발생 위험등급을 4단계로 나눠 공지한다. 가장 높은 단계인 4단계는 시도에서 19명 이상 온열질환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표한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기후변화로 올여름 이른 더위가 예상되면서 보건당국이 지난해보다 5일 빨리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운영한다. 감시체계는 2011년 도입 이래 역대 최장기간인 134일간 운영된다.14일 질병관리청은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15일부터 9월 30일까지 운영한다고 밝혔다. 열사병, 열탈진 등이 대표적인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이다.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 시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고, 방치 시에는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질병청은 여름철 온열질환 발생에 대한 정보를 신속히 공유해 국민의 건강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응급실을 운영하는 전국 500여 개 의료기관과 관할 보건소 및 시도와 협력해 일일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여름이 길어지면서 감시체계 운영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기상청은 올여름 6월부터 고온 현상 나타나고 7, 8월에는 무더운 날이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질병청은 감시체계 운영을 지난해보다 5일 앞당겼다. 감시체계 운영 기간은 처음 도입된 2011년 65일(7월 1일~9월 3일)이었으나, 점차 늘어 올해는 134일(5월 20일~9월 30일)로 확정됐다.온열질환자도 늘었다. 지난해 파악된 온열질환자는 총 3704명으로 전년(2818명) 대비 31.4%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년층이 전체 환자의 30.4%를 차지했고, 인구 10만 명당 온열질환자 수도 80세 이상(15.4명)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온열질환자 절반 이상(55.6%)은 열탈진을 겪었으며, 환자는 실내(21.3%)보다 실외(78.7%)에서 3.7배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도 34명으로 2018년(48명)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이 중 60세 이상이 23명으로 67.6%, 실외 발생이 28명으로 82.4%를 차지했다. 추정 사인은 대부분(94.1%) 열사병으로 조사됐다.올해부터는 감시체계 참여기관에 온열질환 발생 예측 정보도 시범 제공한다. 기온 예보에 따라 온열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하고, 당일부터 3일 후까지 온열질환 발생 위험등급을 4단계로 나눠 제공한다. 가장 높은 단계인 4단계는 대부분 지역에서 온열질환이 발생해 현저한 피해가 예상되는 수준으로, 시도에서 19명 이상의 온열질환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표된다. 질병청은 “예측 정보를 통해 병원 보건소 등에서 선제적으로 환자 대응에 나서고, 지자체는 폭염 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폭염대비 건강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특히 온열질환에 취약한 어린이, 노약자, 만성질환자는 보호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외출 전 기온 확인, 폭염 시 외출 자체, 햇볕 차단,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 등 폭염대비 건강 수칙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눈 상태가 제 생각과 정반대였어요. 안과에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특수 안경을 통해 백내장 환자 시야를 체험한 황성일 씨(68)는 “평소 작은 글씨는 잘 보이고 큰 글씨가 잘 안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특수 안경을 써 보니 정반대였다”며 이같이 말했다.‘2025 서울헬스쇼-도심 속 건강 축제’가 13일 막을 올렸다. 동아일보·채널A가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후원으로 15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혁신적인 스마트 헬스케어 기술을 선보이는 기업이 다수 참가했다. 대웅제약은 인공지능(AI) 기반 실명 질환 진단 보조 솔루션 ‘위스키’를 소개했다. AI 영상 진단 솔루션 기업 뷰노는 AI 기반 심전도 측정 기기 ‘하티브’를 선보였다. 행사장엔 △스마트러닝존 △메디컬존 △빅파마&바이오존 △스마트헬스케어존 △힐링 라이프존 △슬림&안티에이징 △금융헬스케어존 △공공라이프존 등 8개 분야 76개 부스가 마련됐다.올해 서울헬스쇼에서는 서울광장 인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 금융웰빙 토크 콘서트’가 함께 열렸다.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산 관리 로드맵 등이 소개됐다.개막식에는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의힘 원내부대표 김소희 의원,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회장 등이 참석했다.AI 기기에 양손 갖다 대니 “심장 나이 58세입니다” 바로 측정첨단 헬스케어 즐긴 건강축제척추 스캔 마사지에 외국인 “굿”… 공복혈당 검사 부스 문의 줄이어풍선 빨리 크게 불기 폐활량 대회도주형환 “건강한 노후, 국가 지속 과제”“제 나이가 75세인데, 심장 나이는 58세라네요.”13일 오후 ‘2025 서울헬스쇼’ 행사장을 찾은 박한균 씨(75)는 인공지능(AI) 영상 솔루션 기업인 뷰노의 심전도 검사기를 체험하고 한시름 놓았다. 태블릿 크기만 한 화면 양옆을 손으로 잡고 바닥에 발을 대면 심전도가 측정된다. AI는 심전도 파형을 분석해 부정맥 종류를 확인하고 데이터를 종합해 심장 나이를 산출한다. 박 씨는 “심장 질환을 걱정했는데 결과가 잘 나와 다행”이라며 밝게 웃었다.● 집에서 척추건강 관리할 수 있어이날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는 홈헬스케어 전문기업 세라젬이 스캔 방식으로 척추 길이와 굴곡을 분석한 뒤 맞춤형 마사지를 제공하는 척추 관리 의료기기를 선보였다. 캐나다 간호사 낸시 루이스 씨(69)는 “가평 한국인 친구 집에서 이 기기를 사용해 봤는데 압력이 인상적이었다”며 “집에서 척추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카본 플레이트가 내장된 러닝화인 카본화 체험을 제공하는 뉴발란스 부스에도 관람객이 대거 몰렸다. 동료와 함께 부스를 찾은 직장인 안국현 씨(27)는 정장 구두를 벗고 카본화를 신은 뒤 러닝머신에 올라 3분간 달렸다. 안 씨는 “착용감이 좋고 달릴 때 부담이 적다”고 했다.대웅제약은 안구 질환을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전시했다. 김지은 씨(45)는 “나이가 들수록 눈 건강이 중요한데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현대백화점 계열의 가구·매트리스 전문 브랜드 지누스는 방문객이 직접 매트리스에 눕거나 앉아보며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당뇨 관리 필요성 깨달아”공복 혈당을 검사할 수 있는 한국당뇨협회 부스에는 이날 오전부터 문의가 이어졌다. 최진영 씨(81)는 공복 혈당이 dL당 249mg으로 나오자 깜짝 놀랐다. 공복 혈당이 dL당 120mg 이상이면 당뇨로 진단된다. 최 씨는 “이제라도 관리해야겠다”고 했다.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에서는 폐활량을 확인하는 대회를 열었다. 6초 안에 풍선을 25cm 이상 불면 폐활량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5명씩 3팀이 도전했는데 1명만이 25cm 이상 풍선을 불었다. 우승자 권현승 씨(34)는 “매주 풋살을 하는데 꾸준한 운동이 폐활량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걷기 양을 측정해 목표를 달성하면 편의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주는 서울시 ‘손목닥터9988’ 소개 부스도 발길을 잡았다. 손목닥터에 가입한 신혜주 씨(60)는 “일주일에 2번 1시간 정도 서울식물원을 산책한다. 적립 포인트를 활용할 수 있어 이익이 2배”라고 말했다.● “국가 지속 가능성 위해 건강한 노후 필요”이날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은 건강한 노후에 관한 관심과 정책적 노력을 강조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기념사에서 “65세 이상 인구의 건강한 노후 생활을 마련하는 것은 국가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큰 과제”라며 “서울헬스쇼가 노력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는 시민들의 저속노화와 무병장수를 위한 정책들을 앞세워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에 이 행사가 CES(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전시회)처럼 발전하길 바랐는데, 올해 와보니 그렇게 발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해에 이어 서울헬스쇼를 찾았는데 다이어트 같은 운동을 하기 딱 좋은 도심 속 건강 축제인 것 같다”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닥터헬기가 이곳 서울광장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13일 오전 11시 반 ‘2025 서울헬스쇼’가 열린 서울 중구 서울광장 상공에 응급 의료 전용 헬기인 닥터헬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헬기는 고도 60m 지점까지 내려와 서울광장을 크게 3바퀴 돌며 저공비행했다. 헬기 동체에 한글로 적힌 ‘닥터헬기’ 문구가 눈으로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가까워지자 시민들은 헬기를 향해 두 손을 흔들며 “신기하다”고 탄성을 질렀다. 서울광장 상공은 비행금지 구역이지만,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언제 어디든 닥터헬기가 출동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날 특별 허가를 받아 비행했다.‘하늘을 나는 응급실’로 불리는 닥터헬기는 구급차가 빠르게 도착하기 어려운 장소에 중증이상이나 뇌혈관질환 등 중증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나선다. 전문의를 포함한 의료팀이 100여 종의 전문 장비와 의약품 등을 갖추고 5분 안에 출동한다. 현재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제주 한라병원 등 전국 거점 병원 8곳에 배치돼 있다. 2011년 첫 임무를 시작한 후 지난해까지 총 1만5912건이 운영됐다. 특히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에는 환자 1146명이 닥터헬기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이수연 양(14)은 “기사나 책에서만 보던 닥터헬기가 서울 하늘에 뜬 걸 보다니 너무 신기하다”며 “앞으로 닥터헬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들리면 ‘시끄러운 소리’가 아니라 ‘구급대원이 생명을 살리는 소리’로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가 11일 별세했다. 향년 97세.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14살 때 중국 옌지로 끌려가 3년간 일본군 위안부로 고초를 겪었다. 해방 후에도 중국에 머물다가 2000년 6월 58년 만에 귀국했고 이듬해 국적을 회복했다. 2002년부터 20년 가까이 일본, 호주 등에서 일본군 위안부 참상을 알렸다. 빈소는 용인 쉴낙원, 발인은 14일 오전 10시. 031-672-1009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입양과 장애는 삶의 배경 중 하나일 뿐 자신을 결정짓는 요소가 아니에요. 저와 같은 배경을 지닌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고 진정으로 가슴이 뛰는 일을 좇으며 살았으면 좋겠어요”두 다리가 없는 선천적 장애를 안고 태어나 입양됐지만 국가대표 수영선수로 활동하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던 김세진 씨(27)가 입양의 날을 맞아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9일 보건복지부는 장애 아동 및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 해소와 인식 개선의 공로를 인정해 10일 제20회 입양의 날 기념행사에서 김 씨에게 대통령 표창을 수여한다고 밝혔다.●‘종합선물세트’에서 ‘로봇다리 수영선수’까지생후 6개월째에 입양된 김 씨는 오른쪽 무릎 아래와 왼쪽 발목 아래가 없는 선천적 무형성 장애를 가지고 있다. 장애와 입양 등의 배경이 겹치며 어려움이 많았다. 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 씨는 “장애인이면서 입양아였다. 한부모가정에 저소득층이다 보니 주변에서 ‘종합선물세트’라고 불렀다”라며 “동급생 아이가 장애인이랑 학교 못 다니겠다고 말하거나 의족을 망치로 부수기도 해 초등학교 때만 전학을 7번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어려운 요건에도 김 씨는 좋아하던 수영을 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9살부터 수영을 시작한 김 씨는 2009년 영국 내셔널 주니어 장애인 수영 챔피언십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2016년에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비장애인과 10km 장거리 수영을 겨루기도 했다. ‘로봇다리 수영선수’라는 별명도 붙었다. 김 씨는 “수영을 할 때면 살아있는 것 같았다”라며 “‘장애인’ 수영선수가 아닌 ‘수영선수’로서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장애아동, 입양아동 아닌 ‘나’로 살 수 있는 세상 돼야19세 이른 나이에 선수 생활을 은퇴한 김 씨는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후 현재 게임 회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에서 근무 중이다. 김 씨의 업무는 모든 플레이어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접근성 개선하는 컨설팅과 교육을 하는 것이다. 김 씨는 “어느 순간부터 ‘수영선수 김세진’보단 ‘장애인의 희망’으로 인식되는 것 같더라”라며 “장애인이란 정체성에 메이지 않고 오롯이 인간 김세진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른 진로를 찾게 됐다”라고 말했다.500회가 넘는 강연을 하며 다양한 입양아동과 장애아동도 만나왔다. 김 씨는 “아이들이 누구라도 겪을법한 사소한 문제도 입양과 장애 때문이라고 생각해 슬퍼하곤 한다”라며 “비슷한 경험담을 얘기해주면서 입양과 장애는 삶의 배경 중 하나일 뿐 사람을 결정짓는 요소가 아니라고 얘기해준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경과 상관없이 온전히 자신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한편, 정부는 건전한 입양 문화의 정착과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해 5월 11일을 입양의 날로, 입양의 날로부터 일주일 기간을 입양 주간으로 제정했다. 입양의 날 기념행사에서는 김 씨 외 15명의 표창 수상도 진행된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신체 활동이 줄고 식습관 서구화 영향으로 20, 30대도 당뇨병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당뇨는 심장병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병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고, 만성신부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과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일상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등 ‘헬시 플레저’(건강한 기쁨)를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 30대 5명 중 1명 당뇨 전 단계 대한당뇨병학회가 발간한 ‘2024년 당뇨 팩트 시트’에 따르면 2022년 19∼39세 당뇨병 유병률은 2.9%로 30만619명이 당뇨병을 앓았다. 당뇨병은 공복혈당이 dL당 126mg 이상이거나 당화혈색소가 6.5% 이상인 경우에 해당된다. 같은 해 19∼39세 청년의 당뇨병 전 단계 유병률은 20.8%에 달했다. 당뇨병 전 단계는 당뇨병은 아니지만 공복혈당이 100∼125mg이거나 당화혈색소 5.7∼6.4%인 경우를 뜻한다. 2030 청년 5명 중 1명은 당뇨병이거나 당뇨병 위험이 큰 셈이다. 전문가들은 20, 30대 당뇨는 일단 살을 빼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족 중에 당뇨병 환자가 있다면 자신도 위험 요인이 있지 않은지 미리미리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젊은층은 당뇨병에 걸려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거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할 때가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19∼2022년 19∼39세 당뇨병 환자가 치료(당화혈색소 6.5% 미만)에 성공한 비율은 27.8%에 그쳤다.● ‘한 정거장 미리 내려 걷기’ 등 일상 속 운동을당뇨를 예방하거나 관리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운동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인은 평소 걷는 것을 귀찮게 여기는 등 신체 활동이 적은 경우가 많다.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2023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최근 1주일 동안 걷기를 1회 10분 이상, 1일 총 30분 이상 주 5일 이상 실천한 비율은 19∼29세에서 52.6%, 30∼39세는 41.3%에 불과했다. 신체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운동량을 크게 높이기 어려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1시간을 하루 3, 4번으로 쪼개어 운동하는 방식도 효과가 있다고 했다. 헬스장에서 매일 1시간씩 뛰거나 근력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올림픽에 출전할 게 아니라면 한 번에 몰아서 운동하는 것과 여러 차례 나눠서 운동하는 것 사이에는 운동 효과 차이가 없다”며 “유산소, 무산소를 나눠 운동하는 것보다 일단 신체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 쓰레기 봉투를 버리며 15분간 동네 한 바퀴를 뛰고 출근한 뒤 짬을 내서 15분 정도 팔굽혀펴기나 스쾃을 할 수 있다. 또 퇴근할 때 한 정거장 먼저 내려서 15분간 걷는다면 하루 45분 동안 운동한 셈이다. 운동을 할 곳이 마땅하지 않다면 회사 복도를 걷거나 승강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스트레스 관리하고 ‘헬시 플레저’ 찾아야” 스트레스가 당뇨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급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부신 피질 호르몬 등의 분비가 급증해 인슐린 저항성이 약화되고 스트레스성 고혈당이 발생한다. 스트레스성 고혈당이 자주 발생하면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명상, 취미 활동 등 ‘헬시 플레저’를 찾는 게 필요하다. 문준호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당뇨 발생이 많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이나 담배를 찾을 때가 많은데 명상, 운동 등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야식을 먹는 습관이 있다면 시간 제한 다이어트,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다면 칼로리 제한, 탄수화물 섭취가 너무 많다면 단백질 섭취량 증가 등의 방법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장기간 이어진 당뇨는 치료하기 쉽지 않지만 20, 30대에는 운동, 식이요법 등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젊었을 때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향후 60∼70년 삶의 질에서 차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65세 이상 2명 중 1명은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층에서 중성지방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 대사증후군 유병률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이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의 건강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대한비만학회가 최근 발간한 ‘비만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체지방률에 따른 비만 유병률은 65세 이상 노인에서 52.8%로 조사됐다. 체지방률에 따른 비만은 체지방률이 남자 25% 이상, 여자 35% 이상인 경우에 해당된다. 전체 성인에서는 41.5%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인 비만율이 전체 성인보다 높은 셈이다. 노인 연령대에서 비만율이 증가하는 데에는 줄어든 기초 대사량 영향이 크다. 나이가 들면 지방보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근육량이 줄어든다. 같은 양을 먹어도 소모 칼로리가 줄어들면서 쉽게 체중이 늘게 되는 것이다. 노화로 인해 신체 활동이 줄어든다는 점도 비만이 증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노년기 비만은 단순한 체중 증가를 넘어 삶의 질과 관련되는 문제다. 근육량 감소가 진행되는 노인 시기에 비만까지 겹치면 관절염이 악화되면서 신체 활동이 더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크게 저하되고, 보행 장애나 낙상 위험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노년기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 낮은 강도의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욕심내서 운동을 할 경우 관절이 손상돼 오히려 살이 더 찌는 경우가 많다”며 “중년 이후에 운동을 처음 시작한다면 하루 15분 운동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노인이 비만 예방 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다면 하루 15∼20분 정도 저강도 운동에서 시작해 일주일에 5∼10분씩 천천히 늘려가는 게 좋다. 일과 중에 걷는 시간을 늘리거나 수영, 아쿠아 워킹, 실내 자전거 타기 등 관절에 충격이 덜 가는 운동을 취미로 하는 것도 좋다. 단백질 위주의 균형 잡힌 식사도 권장됐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소화력이 떨어지고 치아가 좋지 않다 보니 탄수화물 위주의 부드러운 식사를 많이 하고 육류 등 단백질을 적게 먹는 경향이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근육이 많아야 에너지가 소비돼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며 “생선이나 살코기, 두부 같은 단백질이 다량 포함된 음식을 충분히 먹어 근육이 없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한국은 지난해 12월 인구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인구 5명 중 1명은 노년기를 살고 있는 셈인데, 그중 절반 이상이 노쇠 전 단계(약 50%)이거나 이미 노쇠 상태(약 10%)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쇠란 신체적·인지적 기능이 떨어지면서 질병이나 장애가 생기기 쉬운 상태를 말한다. 자연스레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뜻하는 노화와 다르다. 전문가들은 ‘노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노쇠는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건강한 식습관 형성, 일상 속 가벼운 운동 등으로 노년의 건강 악화를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이 내놓은 ‘식생활 및 건강관리 가이드북’을 통해 건강한 노년을 맞이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 짠 음식 피하고 골고루 식사해야 노년기에는 영양 불균형을 주의해야 한다. 식사 질이 낮거나 적정량을 섭취하지 못하면 노쇠와 근감소증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영양학회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개정 및 활용 연구’에 따르면 노년층은 단백질, 칼슘 등의 주요 영양소를 평균 필요량보다 적게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남성은 고기, 생선, 달걀, 콩류 등을 하루 4번, 여성은 하루 3번 섭취할 것이 권고된다. 칼슘 보충을 위해 우유나 두유를 하루에 한 컵 이상 마시는 것도 필요하다. 김치를 제외한 채소를 끼니마다 한두 가지씩 섭취하고, 제철 과일도 매일 챙겨 먹는 것이 좋다. 과다한 나트륨 섭취는 줄여야 한다. 짠 음식은 피하고, 소금 함량이 낮은 양념과 향신료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이나 찌개를 먹을 때는 국물보다는 건더기 위주로 먹는 것이 좋다. 이윤환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고기를 많이 먹으면 암에 걸린다, 소식이 장수에 도움이 된다 등의 말을 듣고 극단적인 식단을 실천하다가 영양결핍을 겪는 노인들이 많다”라며 “무엇보다도 골고루 잘 먹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식습관은 사회적 활동 등 다른 요소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이 교수는 “친구, 이웃 등 사람들과 어울려 식사하는 것이 노년 식생활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다”라며 “집에 혼자 있기보단 경로당에 나가는 등 사회적인 활동을 하면 좋다”라고 조언했다. 이 외에 규칙적인 식사, 청결 유지, 충분한 수분 섭취, 음주 절제 등을 통해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질환 예방 위해 나에게 맞는 운동 꾸준히 해야 건강을 유지하고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운동도 필수적이다.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유연성 운동, 균형 운동을 고루 포함해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 심혈관 건강 증진을 위해선 유산소 운동이 필수다. 걷기, 자전거 타기, 댄스, 수영 등의 운동 중 원하는 운동을 골라 중강도 유산소 운동은 주당 150분 이상, 고강도 운동은 주당 60분 이상 하는 게 좋다. 낙상과 골절을 막기 위해선 근력 운동도 빼놓을 수 없다. 일주일에 2, 3일은 주요 근육 강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노년기엔 특히 생활에 필요한 힘이 나오는 하체 운동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근력 운동이라고 해서 무리하게 기구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 윗몸일으키기, 앉았다 일어나기, 계단 오르기 등 체중을 이용하는 운동으로도 충분하다. 가이드북은 8회 정도 했을 때 힘이 드는 근력 운동을 10회까지 하는 것을 2∼4번 반복할 것을 권고한다. 유산소 운동이나 근력 운동 후 몸이 따뜻해진 상태에서 유연성 운동을 병행하면 부상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주 2∼3회 10분간 규칙적으로 목, 어깨, 허리, 고관절 등을 스트레칭하면 된다. 뒤로 걷기, 옆으로 걷기, 발끝으로 걷기 등의 균형 운동도 낙상 예방에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원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운동의 목적에 따라 필요한 운동의 종류나 강도는 달라질 수 있다”라며 “절대적인 최고의 운동 방법은 없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년기에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 서서히 횟수나 강도를 늘려가는 게 가장 좋다”라고 말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중 일부가 병원 복귀 의사를 묻는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병원을 그만뒀다. 이번 설문조사는 의료계가 정부에 이달 말 이전 전공의 추가모집을 요청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 출신인 임진수 전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전날부터 전공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직 전공의 5월 추가모집 요청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문항에는 5월 전공의 추가모집 요청 동의 여부, 추가모집과 함께 논의할 사안 등이 포함됐다. 임 전 이사는 “5월이 지나면 졸국(수련병원 의국 졸업) 연차 전공의는 복귀해도 시험 응시가 어렵다”라며 “조사를 통해 추가모집을 원하는 이들의 의향을 파악하려 한다”고 밝혔다. 임 전 이사는 7일 설문조사 ‘중간 결과’를 대한의학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현행 규정상 수련을 3개월 넘게 중단한 3, 4년 차 레지던트는 내년 2월 실시하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올해 상반기 전공의 수련은 3월 시작됐기 때문에 전문의 시험에 응시하려면 적어도 이달 말까지는 수련병원에 복귀해야 한다. 전공의는 연간 2차례 모집하고 하반기(7∼12월) 모집은 9월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전공의 수련 교육과 전문의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은 추가모집을 요청하는 사직 전공의에게 “5월 (전공의 추가) 모집을 정부에서 받아들이게 하려면 명분이 필요하다”며 “얼마나 많은 인원이 실제 복귀할 수 있는지 설문으로 숫자를 보여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15세 이전에 술을 처음 마신 사람은 성인이 된 뒤 음주를 시작한 사람보다 알코올 중독 등 음주 관련 문제를 겪을 확률이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국립암센터는 최근 이런 연구 결과를 담은 ‘어린이·청소년 음주 예방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어릴 때 처음 술을 접한 사람은 청소년기에 술을 만취할 정도로 자주 마실 위험성이 크다. 지난해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고생 3명 중 1명은 술을 마셔본 적이 있고, 최근 한 달 이내 술을 마신 학생 4명 중 1명은 초등학교나 이전에 처음 술을 접했다.음주 습관은 성인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15세 이전에 음주를 시작할 경우 성인이 돼 술을 접한 사람보다 알코올 의존, 중독과 같은 어려움을 겪을 확률도 4배 높았다.또 중고생 3명 중 1명은 부모나 친척 등 주변 어른으로부터 술을 권유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이드라인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술을 권하거나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술에 대한 관대한 태도와 인식이 주변 환경에 민감한 아이들의 음주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어린이와 청소년은 성장 과정에서 신체·정서적으로 복잡하고 다양한 변화를 겪는다. 이 시기 음주는 신체와 정신 건강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가이드라인은 “술을 마시면 판단력이 흐려져 사고나 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음주 시기가 빠를수록 인지 기능, 기억력, 학업 성취도가 저하된다”고 지적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노년에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자택에 머물면 의료비와 돌봄 비용 등으로 10개월간 41만 원 이상 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발간한 ‘통합돌봄 시범사업 2차 연도 평가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팀은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2개 지방자치단체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2만1438명을 대상으로 사업 시행 전후 의료비, 돌봄 비용 등을 조사했다. 통합돌봄 시범사업은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지자체와 함께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지원한다.시범사업에 참여한 65세 이상은 사업 시행 직전 10개월간 의료비와 장기요양 비용으로 1인당 766만5010원을 사용했고, 시범사업에 참여한 뒤 10개월간 1인당 817만8458원을 지출했다. 반면 참여하지 않은 65세 이상은 직전 10개월간 1인당 778만6212원을 사용했고, 사업 시행 이후 10개월간 1인당 871만2587원을 지출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했을 때는 의료비와 장기요양 비용으로 51만3448원 늘어났으나 참여하지 않았다면 이보다 많은 92만6375원이 증가한 것이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와 장기요양 비용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통합돌봄 여부에 따라 41만2927원의 비용 차이가 발생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층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자택에서 계속 사는 게 사회적으로도 비용이 덜 드는 지속가능한 방법”이라고 말했다.‘찾아가는 병원’ 덕에… 당뇨로 발 괴사 70대 “내 집서 편하게 치료”[시한폭탄 된 ‘돌봄 부담’]내년 시행 ‘통합돌봄’ 시범현장 가보니장기요양-재택 의료 등 돌봄 통합… 의사-간호사-영양사 등 정기 방문병원 진료 넘어 생활습관도 관리“지방 간호사 부족… 인력 확대 시급, 부처-지자체 유사사업 정리도 필요”“어르신, 오늘 혈당이 dL당 129mg이네요. 너무 좋아요. 당뇨약은 잘 챙겨 드시고 계시죠?”지난달 3일 광주 서구 김영준 씨(78) 자택에 서해현 시니어통합의원 원장과 김하진 간호사가 방문했다. 김 간호사가 혈압과 혈당을 재는 동안 서 원장은 김 씨에게 건강 상태와 생활 습관 등에 대해 물었다. 서 원장은 “발에 뜸을 놓으면 덜 아프지만 나중에는 상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당뇨발에 뜸을 놓아선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당뇨 합병증으로 양쪽 발이 괴사된 김 씨는 상태가 악화돼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부 통합돌봄 시범사업을 통해 의사와 간호사가 한 달에 두 번씩 자택에 방문하며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당뇨발 치료뿐만 아니라 식사, 수면 등 생활 습관까지 살핀다. 김 씨는 “병원에서 한 달 정도 입원하라고 했었는데, 원장님과 간호사님 덕분에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됐다”며 “이분들이 내게 천사”라고 말했다.● “통합돌봄 덕분에 집에서 생활하며 치료”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통합돌봄법)은 내년 3월 전면 시행을 앞두고 현재 47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통합돌봄은 현재 따로 운영되는 의료와 장기요양, 사회보장 등을 연결해 노인 등에게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하려고 추진하는 사업이다.김 씨는 장기요양 4등급 판정을 받아 방문요양 서비스만 받고 있었으나 통합돌봄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재택의료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당뇨병을 앓고 있어 가사 도움뿐만 아니라 진료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 간호사는 “김 씨는 수액이나 항생제 등 의료적 도움이 필요하다”며 “과거 억지로 입원했으나 김 씨가 병원을 좋아하지 않아 병세가 호전됐다가 악화되는 등 오락가락했다”며 재택의료 대상자로 선정된 이유를 설명했다. 혈당이 dL당 500mg을 넘을 정도로 당뇨가 심각했던 김 씨는 통합돌봄 서비스를 받은 이후 전북에 있는 가족을 방문하러 갈 정도로 증세가 호전됐다.통합돌봄은 기존 장기요양보험 등과 달리 질병, 신체 기능, 사회생활 기능, 정신건강 등 15개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통합판정체계에 따라 지역돌봄서비스, 전문 의료진 진료 등 세분화된 도움을 받게 된다. 현재 돌봄 서비스 대상자가 장기요양 등급에 따라 결정되고 의료는 개인의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자택 찾아가 퇴원 환자 식단까지 관리통합돌봄이 시행되면 단순히 집에서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을 넘어 노인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활 습관까지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 진천군은 퇴원한 노인의 재입원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동네 돌봄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의사 1명, 간호사 5명, 영양사 1명, 사회복지사 1명으로 구성된 돌봄스테이션은 퇴원 노인을 찾아 간호 진료 영양 재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지난해 11월 늑골 골절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채원분 씨(84)는 돌봄스테이션을 통해 식단 관리를 받고 있다. 올해 3월 24일 채 씨 자택을 찾은 이인희 간호사와 김하늘 영양사는 채 씨의 혈압, 빈혈수치를 검사했고 식단에 대한 교육도 진행했다. 이들은 음식 모형과 칼륨이 풍부한 음식 7가지가 나와 있는 종이를 채 씨에게 보여주며 섭취해야 할 음식과 피해야 할 음식을 설명했다. 채 씨는 “선생님이 이렇게 염려해주는데 내가 누워만 있을 수 없어서 (거동 보조기) 끌고 밖에서 1시간 동안 햇빛을 쬐다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간호사 역할 확대-유사 사업 통폐합 필요전면 시행을 앞둔 통합돌봄은 방문간호 확대, 유사 사업 통폐합 등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노인들이 자택에 머물며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받으려면 간호사의 역할과 인력 확대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지방에서는 보건소나 보건지소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부족해 방문간호를 시행할 여력이 되지 않는 지역이 많다.통합돌봄이 의료법 등 기존 법과 충돌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의료법 33조에 따르면 의료인은 병의원에서 의료행위를 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해 요청할 경우에는 예외로 인정되지만 현장 불안감은 여전하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통합돌봄이 전면 시행됐을 때 현행 의료법과 충돌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정부 부처와 지자체별로 따로 추진하는 비슷한 사업에 대한 ‘교통 정리’도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질병관리청은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 등 각종 재택의료 사업들을 진행 중이다. 서동민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사업별로 각기 다른 의료 돌봄 전달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일원화하거나 서로 연결해야 한다”며 “통합돌봄지원법에 명시된 돌봄 협의체 등에서 이런 사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광주=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진천=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엄마 치매 증세가 더 심해지면 제가 직장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이에요.” 직장인 박모 씨(55)는 치매 등으로 장기요양보험 4등급 판정을 받은 80대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경기 고양시에서 살고 있다. 4등급을 받으면 요양보호사가 찾아오는 방문요양 서비스를 하루 3시간, 월 24일 쓸 수 있다. 서비스를 더 이용하면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박 씨는 “엄마가 현재 타인의 도움을 일부 받으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증세가 악화하면 누군가 24시간 옆에서 도와줘야 할 것 같다. 제가 사직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처럼 고령 부모를 돌보는 중장년층이 경제적, 사회적 부담을 호소하는 가운데 공적 돌봄 체계를 지탱하는 장기요양보험 지출이 10년 만에 3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핵가족화, 여성의 경제 활동 증가 등으로 예전처럼 가족이 돌보기는 어려워진 가운데 장기요양보험 지출 증가로 공적 부담마저 커지면서 돌봄 부담이 초고령사회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요양 등급에도 가족 돌봄 부담 여전”장기요양보험 재정 지출이 늘고 있지만 박 씨처럼 여전히 개인이 돌봄을 짊어지는 사례가 많다. 부모가 장기요양보험 등급 판정을 받아도 방문요양, 간호 등 재가급여 서비스가 현실적으로 보호자와 수급자가 필요한 만큼 충분히 제공되진 못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기요양보험에서 등급 판정을 받았다면 요양보호사가 많은 시간 동안 옆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서비스 시간이 짧다”며 “가족이 어쩔 수 없이 나머지 시간을 돌보게 된다”고 말했다.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돼도 경제적 부담은 여전하다. 김모 씨의 70대 어머니는 뇌졸중으로 하루 종일 누워 지낸다. 병원에 갈 땐 사설 구급차를 이용한다. 김 씨는 “사설 구급차는 1회 이용료가 15만 원이다. 요양보호사가 도와줄 때도 있지만 교통비가 부담스러워 내가 대신 가서 대리 처방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부모가 건강할 때 간병보험, 요양보험, 재가급여보험 등 보험 상품에 미리 가입하기도 한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50대 남모 씨는 최근 친정아버지와 시어머니 간병보험에 가입했다. 남 씨는 “형제가 없어 친정아버지가 편찮으시면 돌봄 비용을 내가 다 책임져야 한다. 부담을 덜기 위해 나와 남편도 간병보험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노인 돌봄에 대한 사적 부담 비율이 높은 편이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2023년)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한 65세 이상 81.4%가 가족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장기요양보험 등 공적 서비스를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964∼1974년에 태어난 2차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와 자식을 함께 돌봐야 하는 이중 부양을 하면서도 자신들은 부양받지 못하는 세대”라고 했다.● 장기요양보험 지출 3년 새 8조 원 넘게 증가노인 돌봄에 개인 부담이 이렇게 높은데도 장기요양보험 대상자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 노인 인구 증가로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는 2019년 77만2206명에서 지난해 116만5030명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보험료율을 인상하지 않으면 장기요양보험 수지는 적자가 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공단 중기 재정 전망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 지출은 올해 18조5092억 원에서 2026년 21조1306억 원, 2028년 26조9364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건보공단은 현 장기요양보험료율(소득의 0.9182%)을 인상하면 2028년 수입이 26조9411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지만, 장기요양보험료는 준조세 성격이 강해 인상 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장기요양 서비스 기능 조정과 보험료율 인상, 서비스 효율화 등 공공 돌봄의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장기요양 서비스는 방문요양, 데이케어센터, 방문목욕 등에서 1개만 이용할 수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급자는 한 가지가 아니라 복합적인 서비스를 원한다. 현재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서비스 기능을 조절할, 이른바 장기요양 코디네이터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간병도 간병이지만 제때 끼니를 챙겨 줄 사람이 필요해서 시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어머니와 사별하셨고 고령이라 친구분도 거의 남지 않으셨어요.”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백모 씨(54)는 3년 전 방광암 수술을 받은 80대 시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셨다. 시아버지는 수술받은 뒤 암이 완치됐고 거동도 가능하다. 백 씨는 애초 시댁을 오가며 반찬을 해드리고 직접 부양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아버지가 방에 혼자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 계시는 것을 보고 말동무라도 만드시라고 요양병원에 모시기로 했다. 시아버지를 모시느라 지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일상생활이 가능한데도 가정 등에서 돌보기 어려워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3년 요양병원 입원 환자 중 65세 이상은 30만539명으로 전체 입원 환자(35만2812명)의 85.2%에 달했다. 요양병원 전체 입원 환자 중 노인 환자 비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80.7%에서 2021년 82.1%, 2022년 84.8%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요양병원 입원 노인 중 상당수가 사회적 입원 환자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사회적 입원이란 의학적으로 꼭 입원할 필요가 없는데도 병원에 머물며 돌봄을 받는 것을 뜻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졌고, (가정 등에서) 돌봄 공백으로 치료가 끝난 뒤에도 요양병원에 남아 있는 사회적 입원이 늘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입원이 늘어난 이유는 역설적으로 요양병원이 돌봄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가장 쉽고 저렴한 선택지라서다. 요양원에 입소하려면 원칙적으로 장기요양보험에서 1, 2등급 판정을 받아야 하지만 요양병원은 등급 판정 없이도 입원할 수 있다. 등급 판정을 받지 않고 요양원에 들어가려면 비용을 100%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요양원 대신 요양병원에 입소하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저렴하다. 경기 군포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일하는 한 사회복지사는 “장기요양보험에서 1, 2등급 판정을 받지 않았지만, 병원에서 퇴원한 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다시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건보 재정 낭비를 초래하는 사회적 입원을 막기 위해선 요양병원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요양병원은 장기요양보험에 연계된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돌봄을 목적으로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는 것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장기요양보험에서 1, 2등급 판정을 받지 않아도 입원할 수 있어서 요양병원이 노인 돌봄을 위한 손쉬운 선택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단순히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 요양병원에 입소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치료가 필요한 환자 위주로 운영되도록 기능을 재정립할 계획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 발표한 초고령화 대응 방안에서 요양병원을 의료 중심형이나 치매 안심형 등을 중심으로 기능을 재정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요양병원 기능을 재정립하는 동시에 의료, 요양, 돌봄이 연계된 통합 지원을 통해 사회적 입원을 하지 않아도 될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위기 청소년’ 3명 중 1명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우울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4명 중 1명은 자살, 자해를 생각한 적이 있어 청소년 정신건강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29일 여성가족부 ‘위기 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위기 청소년 33%는 최근 1년간 2주 내내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슬픔이나 절망감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직전 조사인 2021년(26.2%)보다 6.8%포인트 증가했다. 위기 청소년은 가정이나 학업,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말한다. 최근 1년간 자살을 시도한 위기 청소년은 8.2%로 직전 조사(9.9%)보다 소폭 줄었다. 다만 자해를 시도한 비율은 18.7%에서 21.5%로 2.8%포인트 늘었다. 자살 시도와 자해 시도 비율 모두 여성이 남성보다 2, 3배 많았다. 자살 시도 이유는 심리 불안(37.3%), 가족 갈등(27%), 학업 문제(15%) 등의 순이었다. 황여정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보호복지연구본부장은 “청소년기 가장 중요한 사회적 지지 체계는 가정이다. 위기 청소년은 가정의 지지 기반이 상당히 취약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 때문에 사회적 고립감을 강하게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위기청소년’ 3명 중 1명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우울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4명 중 1명은 자살, 자해를 생각한 적이 있어 청소년 정신건강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29일 여성가족부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위기청소년 33%는 최근 1년간 2주 내내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슬픔이나 절망감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직전 조사인 2021년(26.2%)보다 6.8%포인트 증가했다. 위기 청소년은 가정이나 학업,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말한다.최근 1년간 자살을 시도한 위기 청소년은 8.2%로 직전 조사(9.9%) 보다 소폭 줄었다. 다만 자해를 시도한 비율은 18.7%에서 21.5%로 2.8%포인트 늘었다. 자살 시도와 자해 시도 비율 모두 여성이 남성보다 2, 3배 많았다. 자살 시도 이유는 심리 불안(37.3%), 가족 갈등(27%), 학업 문제(15%) 등의 순이었다.황여정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보호복지연구본부장은 “청소년기 가장 중요한 사회적 지지 체계는 가정이다. 위기 청소년은 가정의 지지 기반이 상당히 취약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 때문에 사회적 고립감을 강하게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20대 여성 김지영(가명) 씨는 몇 년 전 사귀었던 남자 친구 때문에 두려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까지도 직장에 찾아와 폭력을 행사하며 행패를 부려서다. 김 씨는 과거 교제할 때도 자신을 자주 때렸던 남자 친구와 결국 헤어지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옛 남자 친구는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다. 나를 만나지 않으면 가족에게도 찾아가겠다”는 협박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를 긴급 상담하고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여성 긴급전화(1366)에 걸려 온 스토킹 피해 상담이 1만4553건으로 전년과 비교할 때 61% 넘게 늘었다.● 여성 스토킹 피해 1년 새 61% 증가28일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발표한 여성 긴급전화 운영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피해 상담은 29만3407건으로 2023년 29만4328건과 엇비슷했다. 스토킹 피해 상담은 지난해 1만4553건으로 2023년(9017건)보다 61.4% 증가했다. 교제 폭력 피해 상담도 같은 기간 23.4%(9187건→1만1338건) 늘었다. 여가부 관계자는 “2023년 7월 스토킹 방지법이 시행되는 등 스토킹, 교제 폭력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지난해 상담을 원하는 피해 여성도 늘었다”고 말했다. 연인, 헤어진 연인, 배우자, 헤어진 배우자 등 ‘친밀한 파트너’의 폭력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여성 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토킹 가해자의 72.4%는 친밀한 파트너였다. 평생 1번 이상 친밀한 파트너에게 폭력을 당한 여성은 19.4%로 2021년(16.1%)보다 3.3%포인트 늘었다. 최근 1년간 친밀한 파트너로부터 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3.5%였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소속 서혜진 변호사는 “교제 폭력이 발생할 때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피해자가 신고하면 경찰이 확실하게 보호해야 하며 가해자는 분명히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스토킹 피해자가 경찰 등 수사기관 등을 거치지 않고 바로 법원에 가해자 접근금지 등을 청구할 수 있는 ‘피해자 보호 명령 제도’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스토킹 피해자는 해당 제도의 보호 대상에서 빠져 있다.● 여성 긴급전화 상담 과반은 가정폭력여성 긴급전화는 가정폭력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를 위해 연중무휴 24시간 초기 상담과 긴급 보호 서비스를 지원한다. 지난해 피해 상담 중 가정폭력은 14만8884건으로 2023년(16만1041건)보다 1만2157건 감소했으나 전체의 50.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스토킹(5.0%), 성폭력(4.8%), 교제 폭력(3.9%), 디지털 성범죄(1.7%), 성매매(0.9%)의 순이었다.여성 긴급전화에 걸려 온 남성 상담도 꾸준히 늘고 있다. 절대 수는 많지 않지만 ‘매 맞는 남편’ 등 폭력을 당하는 남성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전체 상담 중 남성 비율은 2022년 5.2%, 2023년 5.9%, 2024년 6.3%로 증가세다. 남성 상담은 가정폭력(66.2%), 디지털 성범죄(13.1%), 스토킹(12.6%) 등의 순이었다. 가정폭력 등 피해자와 자녀를 가해자와 격리해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인 ‘긴급피난처’는 지난해 4486명이 이용했다. 조용수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여성 긴급전화를 이용해 신속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20대 여성 직장인 김지영 씨(가명)는 몇 년 전 사귀었던 남자 친구 때문에 두려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까지도 직장에 찾아와 폭력을 행사하며 행패를 부려서다. 김 씨는 과거 교제할 때도 자신을 자주 때렸고 결국 헤어지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옛 남자 친구는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다. 나를 만나지 않으면 가족에게도 찾아가겠다”는 협박을 지속하고 있다.지난해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를 긴급 상담하고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여성 긴급전화(1366)에 걸려 온 스토킹 피해 상담이 1만4553건으로 전년과 비교할 때 61% 넘게 늘었다.● 여성 스토킹 피해 1년 새 61% 증가28일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발표한 여성 긴급전화 운영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피해 상담은 29만3407건으로 2023년 29만4328건과 엇비슷했다. 스토킹 피해 상담이 지난해 1만4553건으로 2023년(9017건)보다 61.4% 증가했다. 교제 폭력 피해 상담도 같은 기간 23.4%(9187건→1만1338건) 늘었다.여가부 관계자는 “2023년 7월 스토킹 방지법이 시행되는 등 스토킹, 교제 폭력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지난해 상담을 원하는 피해 여성도 늘었다”고 말했다.연인, 헤어진 연인, 배우자, 헤어진 배우자 등 ‘친밀한 파트너’의 폭력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여성 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토킹 가해자 72.4%는 친밀한 파트너였다. 평생 1번 이상 친밀한 파트너에게 폭력을 당한 여성은 19.4%로 2021년(16.1%)보다 3.1%포인트 늘었다. 최근 1년간 친밀한 파트너로부터 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3.5%였다.한국여성변호사회 소속 서혜진 변호사는 “교제 폭력이 발생할 때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피해자가 신고하면 경찰이 확실하게 보호해야 하며 가해자는 분명히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정부는 최근 스토킹 피해자가 경찰 등 수사기관 등을 거치지 않고 바로 법원에 가해자 접근금지 등을 청구할 수 있는 ‘피해자 보호 명령제도’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스토킹 피해자는 해당 제도의 보호 대상에서 빠져있다.● 여성 긴급전화 상담 과반은 가정폭력여성 긴급전화는 가정폭력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를 위해 연중무휴 24시간 초기상담과 긴급 보호 서비스를 지원한다. 지난해 피해 상담 중 가정폭력은 14만8884건으로 2023년(16만1041건)보다 1만2157건 감소했으나 전체 50.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스토킹(5.0%), 성폭력(4.8%), 교제 폭력(3.9%), 디지털 성범죄(1.7%), 성매매(0.9%)의 순이었다.여성 긴급전화에 걸려 온 남성 상담도 꾸준히 늘고 있다. 절대 수는 많지 않지만 ‘매 맞는 남편’ 등 폭력을 당하는 남성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전체 상담 중 남성 비율은 2022년 5.2%, 2023년 5.9%, 2024년 6.3%로 증가세다. 남성 상담은 가정폭력(66.2%), 디지털 성범죄(13.1%), 스토킹(12.6%) 등의 순이었다. 가정폭력 등 피해자와 자녀를 가해자와 격리해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인 ‘긴급피난처’는 지난해 4486명이 이용했다.조용수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여성 긴급전화를 이용해 신속하게 도움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지난해 건강보험 보험료 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인 11조3000억 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최근 10년간 건강보험 재정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료 수입은 83조9520억 원, 보험 급여비는 95조2529억 원으로 집계됐다. 보험료 수입에서 급여비를 뺀 보험료 수지는 11조3009억 원 적자였다. 보험료 수지 적자는 2015년 2조4533억 원에서 2019년 10조3001억 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인 2020년(9조3442억 원)과 2021년(6조4995억 원) 다소 줄었으나 2022년부터 다시 늘었다. 지난해 보험료 수지 적자는 2015년과 비교할 때 4.6배에 달한다. 다만 매년 보험료 수입 대비 13∼15% 수준인 정부 지원금과 적립금 운용 수입 등을 더하면 전체 건강보험 재정 수지는 흑자로 전환된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 수지는 1조7244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김 의원은 “정부 지원금을 늘려 달라는 손쉬운 구호에만 매몰돼 ‘가짜 흑자’에 스스로 속아 넘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와 제도의 지속성을 담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