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진

김윤진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구독 32

추천

국제부에 있습니다. 알아둘 만한 해외 소식을 전합니다.

kyj@donga.com

취재분야

2026-02-28~2026-03-30
미국/북미35%
국제정세15%
중동15%
국제일반15%
중국6%
인사일반3%
국제정치3%
경제일반3%
국제인물3%
음악2%
  • [단독]“안락사약, 20g에 40만원” 불법 거래… 해외 한국어 사이트도

    “몸무게 70kg이면 (약은) 20g이 치사량입니다. 폐쇄회로(CC)TV 없는 곳에 ‘물건’ 넣어둘 테니 찾아가시면 됩니다.” 13일 ‘안락사약’ 브로커라고 스스로 소개한 A 씨는 보안 메신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한 ‘물건’은 스위스와 네덜란드 등 해외에서 안락사에 사용되는 B 성분 의약품을 뜻한다. 국내에서 이 약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의료 현장에서도 진정제와 마취제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개인 간 거래는 엄격히 금지돼 있다. 하지만 A 씨는 비트코인으로 40만 원을 송금하면 이 안락사약을 ‘전문배송팀’이 집 근처까지 가져다줄 수 있다며 기자를 유혹했다.● 안락사약, 국내서 최소 10명 사용 전 세계적으로 안락사 허용 논쟁이 거센 가운데, 국내에서도 보안 메신저나 해외 사이트를 통해 안락사약이 불법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불법 약물 거래는 엄단해야 하지만, 우리 사회가 난치병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완화의료에 무관심한 채로 ‘존엄한 죽음’에 대한 논의마저 금기시하는 사이 환자들이 음지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017년부터 지난해 9월 말까지 부검한 사망자 가운데 스위스 등에서 안락사에 사용되는 B 성분이 검출된 사례는 총 1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8명이 20, 30대였다. 국과수에 의뢰되지 않은 사례까지 감안하면 실제 B 성분 사용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B 성분 약물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해외 한국어 사이트까지 등장할 정도로 관련 수요는 적지 않다. 13일 한 해외 안락사약 판매 사이트에서는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다”며 “평화롭고 고통 없는 죽음을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2년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2월 10일부터 한 달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안락사약’ 관련 키워드가 1543건 올라왔다. 해외에서 안락사약을 들여오려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C 씨는 2016년 해외 사이트를 통해 안락샤약을 밀수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안 아프게 죽을 방법을 찾다가 (약을) 해외에서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진술했다.● “고통 끝낼 환자 권리도 고려해 달라” 안락사를 희망하는 이들 중에는 난치병이나 중증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부터 안락사약을 구매하려고 알아보고 있다는 60대 D 씨는 “12년 전부터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불법인지 알면서도 고통을 끝낼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2020년 정체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돼 하반신이 마비된 이명식 씨(62)는 “매일 면도칼에 베이는 듯한 고통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이걸 멈출 환자의 권리도 우리 사회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안락사약 등 생명을 단축하는 약물을 팔거나 처방하는 적극적 안락사는 불법이다. 형법상 자살 방조에 해당해 최고 징역 10년에 처할 수 있다. 사기만 해도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국내에서도 임종을 앞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스스로 중단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는 했다. 같은 법에 따라 말기 환자의 통증을 경감시키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도 제도화됐다. 문제는 여전히 그 대상이 암 환자 등으로 좁고 정부 지원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중앙호스피스센터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국내 호스피스 치료 병상은 1711개로 집계됐다. 2022년 암 사망자 8만3378명에 비해 턱없이 적다. 특히 요양병원에선 연명의료가 일상적으로 이뤄지지만, 그중 90% 이상이 윤리위원회를 두지 않고 있어 연명의료 중단을 승인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안락사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국내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안락사를 돕는 스위스의 비영리단체 ‘디그니타스’에 가입한 한국인은 2022년 말 기준 117명으로 2019년 58명에 비해 3년 새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 9월 디그니타스에 가입한 김모 씨(39)는 “뇌출혈을 겪은 이후 고통을 참기 어려워져 안락사가 가능한 나라로 떠나는 방안마저 고민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헌재, 안락사 관련법 6년 만에 정식 심판 안락사를 허용하는 해외 국가는 늘어나고 있다.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네덜란드에선 이달 5일 드리스 판 아흐트 전 총리(93)가 아내와 동반 안락사를 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의사 조력 사망 제도가 11개 주(州)에서 법제화돼 있다. 반면 국내에서 안락사 관련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지적 속에 사실상 수년째 멈춰 있다. 2022년 6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가 희망하면 의사가 약물 등을 제공해 스스로 삶을 마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조력 존엄사법’(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정부 부처와 윤리계 등의 반대 속에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헌법재판소는 적극적 안락사 허용 여부를 정식 심판에 올려 결정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의사 조력 안락사를 허용해 달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청구를 정식 심판하기로 지난달 16일 결정한 것. 전문가들은 적극적 안락사에 대한 논의를 신중히 시작하는 한편, 고통이 심한 난치병 환자들이 대안으로 삼을 만한 완화의료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 교수는 안락사약 불법 거래에 대해 “(환자 입장에선) 대안이 없고 (안락사약이) 유일한 선택지라고 판단해 불법 거래까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2-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초교 ‘정서행동검사’ 부모가 작성… 학생 정신건강 관리 구멍

    초중고교 학생들의 정신적 문제나 사회성이 결여된 행동을 발견하기 위한 ‘정서·행동 특성검사’가 형식적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 배경으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습격한 중학생 A 군(15)의 사례가 거론된다. A 군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정서·행동 문제를 일으켰지만, 배 의원 사건에 이르기까지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시작된 정서·행동 문제는 조기 발견과 치료 여부에 따라 예후가 확연히 다른 만큼, 학교 내 정신건강 관리 체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격 반항하나’ 질문에 학생 스스로 응답… “실효성 의문” A 군의 정서·행동 문제 등을 다뤄 온 상담 전문가 B 씨는 29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A 군은 수년 전 초등학생이었을 때도 위험한 물건을 학교에 가져오거나, 여자 동급생을 따라다니는 등의 행동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다”며 “지난해 여름에도 학교 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해서 주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B 씨는 “학교에서 A 군을 다루기 어려워했고, 학교 차원에서 제대로 된 조치는 뒤따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A 군이 이른 나이부터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지만 현행 교육 체계 내에서 적절한 개입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초중고교 현장에선 ‘정서·행동 특성검사’가 주기적으로 이뤄지지만, 효과가 적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검사는 정서, 행동에 문제를 가진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기관과 연계해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로, 2007년부터 교육부가 시행해 왔다. 초교 1, 4학년과 중1, 고1에게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이상 징후를 보인 학생은 ‘관심군’으로 선별한다. 문제는 검사 과정 자체가 형식적이라는 점이다. ‘흥분해서 과격하게 반항한다’, ‘나는 솔직하게 답변하고 있지 않다’ 등 65개 검사 문항에 학생 스스로 응답하는 방식인 탓에, 마음만 먹으면 문제가 될 답변을 피할 수 있다. 심지어 초등학생은 부모가 대신 설문한다. 부모가 아이를 세심히 관찰하지 않거나, 학생 문제가 가정폭력 등에서 비롯됐다면 문제를 발견할 수 없는 구조다. 경기 용인시의 상담교사 류모 씨는 “이걸로 과연 고위험군을 발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관심군 선별 이후에 심리상담센터 등 전문기관과 연계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충북 청주시의 한 초등학교 상담교사 유모 씨(48)는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그럴 리 없다’며 (전문기관 연계를) 거절하면 손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2년 초중고 내 정서·행동 ‘관심군’으로 분류된 8만676명 중 2만140명(25.0%)이 전문기관과 연계되지 않았다. ● 학교 2곳당 상담교사 1명꼴 교육부 관계자는 정서·행동 특성검사에 대해 “학생 심리 상태를 개략적으로 파악하는 선별검사”라고 설명했다. 정밀 분석을 위해 개발된 검사는 아니라는 뜻이다. 경기 의정부시 등에서 6년 넘게 전문상담교사로 일한 김모 씨(45)는 “사회성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받는 학생조차 관심군으로 분류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학교 내 정서·행동 위기 학생에 대한 관리가 부실한 가운데 관련 청소년 범죄는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정신장애를 가진 미성년자 범죄자 수는 2018년 345명에서 2022년 511명으로 4년 새 48.1% 늘었다. 미성년자 범죄자 1만 명당 비율로 따지면 2018년 52.2명에서 2022년 83.7명으로 60.3% 증가했다. 교육부는 올해 중 정서·행동 특성검사 문항을 개편할 방침이다. 현장에선 검사 문항을 개선하는 것만으론 부족하고, 상담 인프라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전국 초중고교 1만2100곳에 배치된 전문상담교사는 5602명으로, 학교 2곳당 1명꼴이었다. 교사 모임 ‘마음친구’의 최경희 공동대표는 “일선 상담교사는 학교폭력 업무를 병행하느라 정작 상담에 충분한 시간을 쏟기 어렵다”고 말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1-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