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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이달부터 모든 은행이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예대금리 차)를 매달 한곳에서 공개한다. 또 대출, 보험 비교 서비스에 이어 은행 예금 상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등장한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리 정보 공시제도 개선 방안’을 6일 발표했다. 최근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경고해 온 금융당국이 은행 간 금리 경쟁 환경을 조성해 대출 금리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투명한 예대금리 차 공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 은행 예대금리 차 한데 모아 매달 공시우선 모든 은행의 예대금리 차가 은행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한 달에 한 번씩 비교, 공시된다. 은행들은 지금도 분기마다 경영공시 항목으로 예대금리 차를 공개하고 있지만 주기가 3개월로 긴 데다 개별 은행 홈페이지에 공시해 소비자들이 제때 맞는 정보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은행들은 매달 저축성 수신 금리와 가계 및 기업의 대출 금리, 이를 통한 예대금리 차를 모두 공시한다. 예대금리 차 기준도 대출 잔액에서 신규 취급액으로 바뀐다. 현재 은행연합회에서 매달 제공하는 대출 금리도 세분된다. 지금은 은행별 자체 5단계 신용등급에 맞춰 공개되지만 앞으로는 신용평가사의 9단계 신용점수에 맞춰 공시된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신용정보에 맞는 금리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예금 금리 또한 소비자들이 실제로 적용된 금리를 알 수 있도록 현재 제공되는 기본 금리, 최고 우대금리에 더해 전달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가 추가로 공시된다. 7월 금리 정보부터 공시될 수 있도록 은행권은 관련 전산시스템 개편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은 예대금리 차 등 금리 정보가 정확하게 공개되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높아지고 은행들의 금리 경쟁을 유도해 대출자의 비용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금 비교 플랫폼으로 금리 경쟁 유도금융위는 은행들의 금리 산정 체계를 정비하고 직접적인 금리 경쟁 촉진에도 나서기로 했다. 대출 금리의 경우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대출 종류와 규모에 따라 차등화된 원가가 적용되도록 개선한다. 예금 금리도 매달 1회 이상 시장 금리 변동을 점검해 기본금리에 반영될 수 있게 정비할 계획이다. 그동안 은행들이 예금 기본금리는 그대로 두고 우대금리만 조정해 일부 고객만 혜택을 본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은행들의 예금 금리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여러 은행의 예금 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예금 상품 중개업을 ‘혁신금융 서비스’(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해 시범 운영한다. 현재 대출 상품은 토스, 카카오페이, 핀다 등 온라인 비교 플랫폼이 활성화됐지만 예금 상품은 관련 규정이 없어 서비스가 이뤄지지 못했다. 승진, 취업 등으로 신용도가 개선된 대출자가 이자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금리 인하 요구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8월부터 반기마다 은행별 운영 실적을 공시하기로 했다. 지난해 은행권의 금리 인하 요구권 수용률은 30%에도 못 미쳤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장단기 금리 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대출 금리가 낮아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이번 대책을 통해 예대금리 차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커지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이달 12일부터 연 2%대에 불과한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300조 원에 육박하는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미국, 호주 등 연금 선진국처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5일 금융위원회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디폴트옵션의 주요 내용을 규정하는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에 따라 가입자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12일부터 디폴트옵션이 도입된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인 근로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사전에 정한 금융상품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을 자동 운용하는 제도다. 미국, 호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10년 이상 디폴트옵션을 운용하면서 연평균 6∼8%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반면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295조6000억 원으로 커졌지만 86.4%가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돼 평균 수익률이 2.0%에 그쳤다. 12일 도입되는 디폴트옵션에 따라 퇴직연금 사업자는 △타깃데이트펀드(TDF), 머니마켓펀드(MMF), 부동산인프라펀드 등 펀드나 △원리금 보장형 상품 또는 △이 둘을 섞은 상품으로 디폴트옵션 상품을 마련해 고용부 심의위원회를 거쳐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정부는 10월 중 첫 번째 심의위를 거쳐 승인된 상품을 발표할 방침이다. 심의위는 펀드 등에 대해선 자산 배분의 적절성, 손실 가능성, 수수료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IRP는 가입자가 자유롭게 디폴트옵션을 지정할 수 있고 DC형은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 가입자들은 퇴직연금 전액을 디폴트옵션에 맡길 수도 있다. 정부는 가입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경쟁을 높이기 위해 디폴트옵션의 운용 현황과 수익률 등을 분기별로 공시할 예정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올해 상반기(1∼6월)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보이고, 증시가 연저점으로 떨어지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대외 요인이 한국 경제를 강타하는 만큼 정부가 내놓을 대응책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1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올해 상반기 수출입 통계를 발표하며 “3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수출 활성화 대책들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역 전반에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인천 남동공단의 모터 전문기업 에스피지(SPG)에서 수출업계와 간담회를 가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하반기 수출 여건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물류 현장에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짚어보고 추가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무역금융을 확대하고 물류, 공급망 등 현안 대응을 위한 금융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날 코스피가 연저점인 2,305.42로 추락하자 금융위원회는 금융시장합동점검회의를 열고 4일부터 올 9월 말까지 증권사의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를 면제키로 했다. 또 이달 7일부터 3개월간 상장기업의 1일 자기주식 매수주문 수량 한도 제한도 완화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 이후에도 증시 폭락이 이어질 경우 금융사들의 출자로 조성된 10조 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를 투입하는 방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증시도 52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냈다. 미국 S&P500지수는 상반기에 20.6% 떨어져 1970년(―21.0%) 후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미증유의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 서서히 다가오는 모습이고 어쩌면 이미 시작됐을지 모른다”며 “최선을 다해 위기에 대비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새로운 트리거(방아쇠)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5월 5.4%에 이어 6월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우리은행에 이어 신한은행에서도 일반적인 범위를 벗어난 거액의 외환거래가 이뤄져온 것으로 드러나 금융감독원이 수시 검사에 착수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신한은행으로부터 서울 지역 지점에서 과도한 규모의 외국환 송금 거래가 드러났다는 보고를 받고 지난달 30일 해당 지점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신한은행의 외국환 이상 거래 액수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은행에서 문제가 된 8000억 원 규모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도한 외국환 송금이 발견됐다는 보고에 따라 수시 검사에 나섰고 정확한 거래 금액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요소가 있는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에서도 서울의 한 지점에서 최근 1년 동안 8000억 원 가량의 의심스러운 외환거래가 이뤄진 사실이 내부 감사를 통해 포착돼 금감원이 조사 중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농협상호금융은 금리 상승기를 맞아 영농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새출발 농촌희망 저금리 대출’을 선보인다고 30일 밝혔다. 농협중앙회가 최대 1.5%의 이자를 지원해 고객은 최저 연 2%대의 대출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청년 창업농, 귀농인, 농·축협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지역 농·축협에서 운전자금 용도의 신규 대출이나 기존 영농자금의 대환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1인당 대출 한도는 5000만 원, 만기는 3년 이내다. 농협 측은 농업인 2만여 명에게 450억 원 규모의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앞으로도 농업금융 지원은 물론이고 농가 일손 돕기, 우리 농산물 소비 촉진 등 다양한 농업·농촌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농업인과 함께하는 100년 농협을 만들겠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신한은행 신입행원 채용 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30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 회장 등은 2013~2016년 외부에서 청탁을 받은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 및 부서장 자녀 명단을 관리하며 특혜를 제공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조 회장이 신행은행장으로 재임하면서 특정 지원자 3명의 인적 사항을 인사부에 알려 채용 업무에 개입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지원자 3명 중 2명은 정당한 채용 과정을 거쳤을 수 있고, 나머지 1명도 조 회장의 관여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금융권에서는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조 회장의 3연임 도전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 3월 회장에 취임한 조 회장은 2020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임기는 내년 3월에 만료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가 지난해 4조 원이 넘는 연간 순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가운데 사법 리스크도 해소돼 3연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태성기자 kts5710@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서로 다른 회사의 신용카드를 한꺼번에 분실해도 ‘어카운트인포’(금융정보 통합조회)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한번에 분실 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이와 같은 신용카드 분실 일괄신고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29일 밝혔다. 기존에는 카드사에 전화하거나 카드사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분실 신고를 할 수 있었다. 소비자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일괄신고 접수 채널을 넓힌 것이다. 어카운트인포 앱에서 현재 사용 중인 카드를 확인한 뒤 분실 신고하면 된다. 본인 명의의 신용, 체크, 가족 카드가 대상이며 해외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일괄신고를 접수시키면 본인 명의의 모든 카드가 정지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돈에 기술과 과학을 더해 사회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 보려고 합니다. 브라이언임팩트재단을 한국의 ‘빌&멀린다게이츠재단’으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이사장(55)은 2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강조했다. 네이버 공동 창업자인 김 이사장은 2012년부터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를 운영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0조 원의 재산 중 절반을 기부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브라이언임팩트재단을 세운 김범수 전 카카오 의장은 지난달 말 김 이사장에게 재단 이사장 자리를 넘겼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세계 최고 부자였던 빌 게이츠가 세운 빌&멀린다게이츠재단은 질병·빈곤 퇴치에 교육, 정보기술(IT) 등을 접목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김 이사장과 김 전 의장은 절대빈곤을 벗어난 한국 상황에 맞는 새로운 기부 방식을 찾기 위해 이 재단을 참고 모델로 삼고 있다. 김 이사장은 “한국은 이제 연간 복지 예산이 200조 원에 이르는 나라”라며 “빈곤층을 위해 퍼주는 방식의 기부도 여전히 의미가 있지만 사회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기부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과거엔 거액의 대학 장학금을 기부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었지만 이제는 사업하는 것처럼 효율적인 기부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김 이사장은 “IT 전문가인 김 전 의장도 중대한 사회 문제를 IT나 과학 기술로 풀어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무보수로 재단 이사장을 맡은 김 이사장은 최근 대학 교수, 과학 전문가, 정부 관계자 등 각계각층의 사람을 만나 재단 사업을 어떻게 구체화할지 고민하고 있다. 현재 고려대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과학 전문기관과 손잡고 사회 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 대형 공모전을 열어 프로젝트를 선정한 뒤 상금 1억5000만 원 등을 장기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의료 분야 연구진과 함께 10∼20년 장기 과제로 장애인의 조기 노화 연구를 진행하는 일도 협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만들고 장애인 복지 제도의 틀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자체적으로도 박사급 인력을 중심으로 기술, 과학 관련 사업을 연구하는 조직을 꾸리고 있다. 김 이사장은 “김 전 의장도 은퇴 이후 합류할 수 있겠지만 우선은 내가 새로운 기부의 틀을 만들고 있다”며 “일반적인 사회공헌을 포함해 수십억, 수백억 원 단위의 사업을 먼저 진행하면서 장기적으로는 1조 원 이상도 투입할 수 있는 대형 사업을 발굴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카카오 의장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현역’인 김 전 의장이 일찌감치 재산 절반을 기부하기로 한 데 대해 “김 전 의장이 5년 전부터 ‘이건 내 돈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종종 했다”고 김 이사장은 전했다. 그는 “물려받지 않고 직접 부를 일궜고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이 있는 1세대 IT 창업자 가운데 각자의 방식으로 부를 사회에 돌려주는 이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9억 원을 초과한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대출 연장 조치가 이달 21일부터 만기가 돌아온 모든 대출에 소급 적용된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이후 전세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건부터 고가주택 전세대출 보증 연장이 가능하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최근 발표된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의 일환이다. 그동안 전세로 거주 중인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가격이 9억 원을 초과하면 만기 때 전세대출을 갚아야 했다. 하지만 6·21부동산대책을 통해 같은 집에 계속 전세로 거주한다면 시세 상승으로 9억 원 초과 고가주택 보유자가 돼도 전세대출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당초 정부는 올 3분기(7∼9월)부터 이번 조치가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발표 시점 이후 만기가 돌아오는 전세대출까지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디지털 플랫폼 기업과 관련해 데이터 접근성 활성화, 알고리즘 투명성 제고 등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종호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 대표,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이런 내용을 포함한 디지털 플랫폼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돼 온 디지털 플랫폼의 부작용을 해소하면서 플랫폼 업계의 혁신은 지원하는 정책 방안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장관은 “플랫폼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부 부작용도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므로 규제 체계 정립이 필요하다”면서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플랫폼 시장을 고려할 때 규제의 방식이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 플랫폼 기업의 책임 제고, 자율 규제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 가운데 참석자들은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해 민간이 주도하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민간 주도의 자율규제 기구가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과기정통부는 관련 업계, 전문가들이 함께 혁신과 공정의 가치를 포괄하는 디지털 플랫폼 발전 전략을 올해 안에 마련하기로 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이달 9일 찾은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이스트 사옥 지하 1층의 관제실. 전면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건물의 전력소비와 온도, 조명 관리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지하 6층, 지상 25층 연면적 5만1170m²에 이르는 대형 건물의 출입과 보안, 냉난방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공지능(AI) 빌딩 오퍼레이터’ 화면. KT가 국내 최초로 개발해 보급에 나서고 있는 AI 기반 친환경 건물 에너지 관리 기술이 건물의 냉난방 등을 최적화하고 있는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AI 활용해 건물 에너지 소비 최적화2019년을 기준으로 국내 에너지 소비의 약 20%는 건축물에서 발생한다.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기존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KT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AI 빌딩 오퍼레이터를 통해 건축물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면서 모든 이해관계자의 삶을 개선하는 ‘넷 포지티브(Net Positive)’ 활동에 나서고 있다. KT광화문 이스트 사옥의 경우 연간 7억∼8억 원의 에너지 비용을 지출한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의 에너지를 열 및 공기 환경 관리를 담당하는 냉난방 공조 설비가 소모한다. 기존에는 설비의 가동 스케줄을 운영자가 직접 건물 자동화 시스템(BAS)에 입력하는 식으로 운영해 왔다. 하지만 운영 품질이 운영자의 전문성에 의해 좌우되고 에너지 절감에도 한계가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AI가 가동 스케줄 판단을 대신하는 로보오퍼레이터 기술 등이 적용된 AI 빌딩 오퍼레이터는 건물과 설비 상태를 정확히 반영하면서 다양한 변수를 미리 예측해 최적화된 방식으로 설비와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다. 실제로 KT는 2020년 1월부터 KT광화문 이스트와 대전 세이브존 등 12개의 건물을 대상으로 실증사업을 진행해 건물을 쾌적하게 운영하면서도 10∼20%의 에너지를 절감하는 효과를 입증했다. 올해 정부로부터 녹색기술인증과 신기술인증을 획득한 KT는 친환경 건물 관리 시스템을 앞으로 국내 다양한 건축물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AI 빌딩 오퍼레이터를 적용할 수 있는 건물은 국내에서 5만 동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KT는 이들 건물 전체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원자력발전소 1기의 발전량에 해당하는 에너지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KT는 냉방에 막대한 전력을 쓰는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에서도 AI가 공기, 온도, 습도를 최적화하는 ‘AI IDC 오퍼레이터’ 기술을 지난해부터 본격 활용하고 있다. KT 융합기술원 관계자는 “독일 등의 선진국에서는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기반으로 한 건물 에너지 절약을 탄소중립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건축물, IDC 영역에서 기대되는 에너지 절감량이 상당히 크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과 상생하며 AI 개발 돕는 서비스도 KT는 클라우드 기반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 제공 서비스 ‘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HAC)’을 통한 상생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학교나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 신생 회사들의 GPU 인프라 투자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다. AI 응용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 처리와 분석을 하는 고성능의 컴퓨터 자원이 대규모로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높은 연산능력을 가진 GPU는 필수적인 자원으로 꼽힌다.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은 GPU 인프라를 이용하기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자(CSP)로부터 고정할당 방식의 인프라를 빌려와야 했다. 하지만 GPU를 활용하지 않는 기간에도 이용료를 계속 지불해야 해 부담이 컸다. KT의 HAC는 ‘사용한 만큼만 받는다’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개념을 GPU에도 적용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만큼만 자원을 할당받아 사용하고 이후에 반납하는 식의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해당 시스템을 이용 중인 AI 개발사 커먼컴퓨터 관계자는 “스타트업에서는 AI 학습 시 대규모 GPU를 구성하기 쉽지 않은데 HAC를 통해 클러스터링된 GPU를 클라우드상에서 손쉽게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종량제 모델을 통해 실제 운영에 있어서 비용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앞으로 휴일이나 밤늦은 시간에도 약국 앞에 설치된 ‘의약품 화상 판매기’(사진)를 통해 의약품을 살 수 있게 된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쓰리알코리아가 신청한 의약품 화상 판매기 실증특례 시범사업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화상 판매기는 약국이 문을 닫았어도 카메라와 모니터를 통해 당직 약사가 환자에게 원격으로 복약지도를 하면 의약품을 곧장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현행 약사법상 의약품 판매는 약국과 일부 편의점에서만 가능하다. 쓰리알코리아는 2013년 화상 판매기를 개발해 2019년 1월 시범사업을 신청했지만 정부가 그간 허용 여부를 결정하지 않아 상용화되지 못했다. 이번 결정으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해열제와 위장약 등 안전상비의약품 13종 외에도 알레르기약과 제산제 등 다양한 일반의약품이 화상 판매기를 통해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는 “약국이 운영되지 않는 시간에도 약을 사고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판매기 시범사업에 반대해온 대한약사회는 이날 정부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조양연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불법 의약품 유통과 기기 오작동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이의를 제기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SK텔레콤의 비대면 성인 인증 서비스도 임시허가를 받았다. 특정 제품을 사거나 시설에 출입할 때 미리 등록된 신분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성인 여부를 안면인식을 통해 판단해 주는 서비스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도 임시허가를 받았다. 스마트폰 삼성페이(삼성월렛)에 운전면허증을 등록해 쓸 수 있는 서비스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모바일 내비게이션 ‘티맵(TMAP)’에서 전국 16만여 개 소화전의 위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티맵모빌리티는 소방청과 ‘소방용수시설 길 안내 서비스 제공 등 화재 대비·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티맵모빌리티는 티맵 지도 서비스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소방청 내부망 시스템과 연계해 전국 16만6000여 개의 소화전 위치 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미 지난달 24일부터 관련 서비스를 개시한 가운데 지속적으로 소화전 위치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티맵 이용자는 내비게이션을 켜고 ‘소화전’을 검색하면 가까운 거리 순으로 소화전 위치까지 길 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지상식, 지하식, 급수탑 등 소화전이 어떤 방식으로 설치돼 있는지도 미리 확인이 가능하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앞으로 휴일이나 밤늦은 시간에도 약국 앞에 설치된 ‘의약품 화상 판매기’를 통해 의약품을 살 수 있게 된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쓰리알코리아가 신청한 의약품 화상 판매기 실증특례 시범 사업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화상 판매기는 약국이 문을 닫았어도 카메라와 모니터를 통해 당직 약사가 환자에게 원격으로 복약지도를 하면 의약품을 곧장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현행 약사법상 의약품 판매는 약국과 일부 편의점에서만 가능하다. 쓰리알코리아는 2013년 화상 판매기를 개발해 2019년 1월 시범사업을 신청했지만 정부가 그간 허용 여부를 결정하지 않아 상용화되지 못했다. 이번 결정으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해열제와 위장약 등 안전상비의약품 13종 외에도 알레르기약과 제산제 등 다양한 일반의약품이 화상 판매기를 통해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는 “약국이 운영하지 않는 시간에도 약을 사고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판매기 시범사업에 반대해온 대한약사회는 이날 정부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조양연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불법 의약품 유통과 기기 오작동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라며 “이의를 제기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SK텔레콤의 비대면 성인인증 서비스도 임시허가를 부여 받았다. 특정 제품을 사거나 시설에 출입할 때 미리 등록된 신분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성인 여부를 안면인식을 통해 판단해주는 서비스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도 임시허가를 받았다. 스마트폰 삼성페이(삼성월렛)에 운전면허증을 등록해 쓸 수 있는 서비스다. 한라대산학협력단 컨소시엄은 자율주행 순찰로봇의 실증특례를 부여 받았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전업 배달원으로 일할 경우 월평균 소득은 370만∼4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20%는 월 500만 원 이상을 벌었다. 월 700만 원 이상을 버는 경우는 전체의 2%에 불과하다. 국내 대형 배달대행 플랫폼 ‘바로고’가 오토바이 배달이 주업인 음식 배달원들의 평균 소득을 분석한 결과다. 배달업계에서는 2년 넘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배달 수요가 커지면서 음식 배달이 노력한 만큼 수입을 거둘 수 있는 직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지난달에 월 20일 이상 출근해 월 600건 이상의 배달을 완료한 배달원의 평균 수입은 373만8000원으로 조사됐다. 구간별로 보면 300만∼500만 원의 수입을 거둔 배달원이 79.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500만∼700만 원의 수익을 올린 비율은 18.4%였다. 일부 배달원이 연 1억 원 이상을 버는 경우가 있다고 인증하면서 화제를 모았지만 전업 배달원 대부분은 300만∼700만 원의 월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억대 연봉’을 바라볼 수 있는 700만∼1000만 원의 월수입을 올린 경우는 2.0%에 그쳤고, 수익이 월 1000만 원 이상인 경우는 0.1%에 불과했다. 배달업계에서는 소득이 배달 건수에 비례하는 구조상 일부 고소득 배달원의 경우 노동 강도가 상당히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건당 배달료는 계절, 날씨 등에 따라 편차가 클 수 있지만 월간 수입은 큰 편차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2∼4월 전업 배달원의 평균 수입은 각각 393만5000원과 406만7000원, 373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배달업계에서 겨울 성수기로 보는 2, 3월과 봄 비수기로 보는 4, 5월 사이에 최대 30만 원가량의 수입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고른 수입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 동안 배달원들의 소득이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도 관찰된다. 2020년 5월 335만4000원이었던 평균 수입은 지난해 5월 360만6000원, 올해 5월에는 373만8000원으로 늘었다. 2∼4월의 경우에도 2020년 320만∼330만 원가량이었던 평균 수입이 지난해에는 330만∼350만 원으로, 올해는 370만∼400만 원으로 높아졌다. 배달업계에서는 올해 초 전반적인 배달료 인상이 이 같은 소득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봄, 가을에 수입이 다소 줄어드는 경향은 있지만 전업 배달원은 대체로 안정적인 소득을 거두는 직업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배달 산업. 국내에서는 약 30만 명이 배달 일을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때 그때 한 건씩 계약하며 일하는 ‘배달 기그(gig·임시직) 노동’의 세계를 기자가 자전거로 직접 체험해봤다..》기자가 체험한 ‘배달의 세계’ ‘이 배달 콜을 받아, 말아….’ 3월 12일 밤 가랑비 속에 집을 나섰던 기자는 시간이 갈수록 굵어지는 빗방울에 고민에 빠졌다. 주말에 한두 시간씩 자전거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비를 흠뻑 맞으며 배달을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서울 은평구 백련산 주변의 비탈진 동네. 빗길에 자전거 바퀴가 밀려서 위험할 수 있겠다고 느끼면서도 ‘좀 더 배달하고 들어가자’고 결정한 이유는 바로 돈이었다. 비 때문에 건당 배달료가 치솟는다는 것이 배달 앱을 통해 확연히 눈으로 느껴졌다. 빗방울이 굵어지던 상황에서 클릭한 세 번째 마라탕 배달은 1.8km의 짧은 배달거리에도 5500원의 배달료가 찍혔다. 폭우로 바뀌어 고민 끝에 수락한 네 번째 배달은 0.5km에 4000원이었다. 하이라이트는 그 다음 연어전문점의 배달. 6100원으로 ‘역대 최고’를 찍었다. 눈비 내리는 심야엔 건당 배달료가 1만 원 가까이까지 오를 수도 있겠다는 것이 실감나는 상황이었다.○ 넉 달 동안 건당 4000원꼴 수입… 거리 두기 풀리자 ‘뚝’신발까지 다 젖었던 이날 밤, 5건 배달료의 총액은 2만4490원. 건당 4900원꼴이었다. 다른 날보다 배달거리는 짧으면서도 수입은 많았다. 첫 배달을 완료한 시각이 오후 10시 56분, 마지막 배달을 끝낸 건 0시 19분. 집에 돌아오는 시간을 감안해도 시간당 1만 원 정도는 벌 수 있었다. 운동 겸 체험을 해보겠다며 배달을 시작한 것은 올해 2월. 대형 배달플랫폼이 운영하는 ‘배민커넥트’와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두 앱을 깔고 두 시간가량 온라인 안전교육을 이수하면 바로 배달을 시작할 수 있다. 배달 앱을 켜고 배달 시작을 클릭한 뒤에 들어오는 호출 중에서 고르면 된다. 배달거리·경로와 배달료를 보고 괜찮으면 수락하고 싫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단건 배달을 할 수 있는 두 앱에서는 도보, 자전거, 이륜차, 자동차 등의 배달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 가까운 거리의 배달만 배정해주는 도보 배달을 경험해 본 뒤에 집에서 놀고 있던 입문용 산악자전거(MTB)로 배달 수단을 바꿨다. 이용이 의무화돼 있는 보온·보냉 배달가방은 당근마켓에서 1만 원을 주고 샀다. 주말 야간을 위주로 2∼5월까지 넉 달 동안 수행한 배달은 총 50건. 배달료 총액은 20만2800원이었다. 건당 4000원꼴인데 그날그날 배달한 시간을 계산해 시급을 따져보면 7000∼8000원 정도인 날이 많았다. 비가 와서 건당 배달료가 5000∼6000원까지 치솟는 ‘운수 좋은 날’은 그리 많지 않았다. 배달 수요와 배달 인력 공급이라는 두 요소가 빚어내는 배달료 편차는 상당히 컸다. 올해 초에는 배달 앱 사이의 단건 배달 경쟁으로 배달료가 치솟으면서 사회적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4월 18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자 배달료가 뚝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2월부터 4월 중순까지 평균 4000∼4500원 정도였던 배달료가 5월(10건)에는 평균 3300원꼴로 낮아졌다. 오전 1시 정도가 되면 배달 앱에서 배정해주는 배달 콜 자체가 확연히 적어지기도 했다. 배달업계에서는 5월 이후에는 외부 활동과 외식이 늘어나는 계절적인 요인도 배달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갑을’ 관계에서 자유로운 ‘기그 노동’의 세계“이 꼭대기까지 진짜 자전거 타고 올라오셨어요?” 지난달 14일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급하게 수락한 배달이 문제였다. 탕수육 박스를 받아 가방에 담고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아 가면서 목적지를 살펴보다가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다. 자동차로 올라가기도 겁이 날 정도로 가파른 은평구 신사동고개 꼭대기였다. 낑낑대며 가까스로 도착한 목적지에는 젊은 부부가 집 앞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예상보다 크게 늦어진 배달에 불만을 쏟아내려나 잔뜩 긴장했다. 다행히 부부는 “전기자전거도 아니고 일반 자전거로 고개를 올라온 것이 대단하다”며 밝은 표정으로 음식을 받았다. 아르바이트에 나서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왜 늦었냐”고 호통 치는 손님이나 “빨리 좀 배달해 달라”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음식점주를 자주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넉 달 동안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이날처럼 배달이 늦었던 경우가 두어 번 있었지만 “늦어서 미안합니다. 맛있게 드세요”라는 말을 먼저 건네면 “고맙습니다”라며 음식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주문지에 ‘문 앞에 두고 벨 눌러주세요’ 혹은 ‘문 앞에 두세요. 아기가 자요. 벨 X’와 같은 문구를 써놓은 비대면 배달이 절반가량이어서 말을 섞을 일 자체가 적기도 했다. 일종의 ‘갑을 관계’가 수반되는 고용인-피고용인 구조와 달리 건건이 계약하는 방식의 이른바 ‘기그 노동’ 세계에서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상당히 적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음식점과 주문자가 함께 부담하는 배달료를 배달 앱으로부터 수령하는 구조 속에서 그 누구도 배달원의 ‘갑’은 아니다. 직접 관리할 수 없는 ‘익명 배달원’의 손을 빌려 고객에게 음식을 전달하면서 ‘좋은 별점’을 받아야 하는 배달음식점은 오히려 음식이 뒤섞이지 않으면서도 빨리 잘 배달해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입장일 수도 있다. 실제로 등에 메는 배달가방에는 넣기 힘든 널찍한 피자상자를 픽업할 때 난처해하는 기자의 모습을 본 한 피자집 점주가 먼저 나서서 해법을 찾아준 경험도 있었다. 빨간색 노끈으로 상자를 묶어서 손가락에 걸고 자전거를 탈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일부 배달음식점은 배달음식 수령공간을 따로 마련해 놓아서 음식점주와 얘기를 나눌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놓기도 한다. 수령부터 전달까지 ‘완전 비대면’으로 이뤄진 배달도 적지 않았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원들이 일부 고압적인 점주나 손님 때문에 힘들었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여전히 있지만, 배달이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으면서 과거에 비해서는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배달 알바 늘어나지만 세금·보험 등은 제각각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약 30만 명의 음식 배달원이 활동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원할 때만 일하는 ‘투잡 배달원’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소속 양향자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 음식 배달원에 해당하는 ‘퀵서비스 배달원’ 업종으로 국세청에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배달원 3만2000여 명 가운데 상위 70∼80%, 80∼90%, 90∼100% 구간의 소득은 각각 연 142만여 원, 33만여 원, 4만여 원씩으로 집계됐다. 양 의원실 관계자는 “배달원 전체가 신고한 자료는 아니지만 투잡 혹은 아르바이트로 배달에 나서는 사례가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경향이 관찰된다”며 “배달 수요를 감안하면 지난해 이후 더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 콘텐츠 창작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속성이 없는 ‘기그 노동’이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세금이나 보험 등의 사회적 시스템이 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배달업을 대표하는 기업인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앱을 둘 다 사용해보니 세금과 보험료 징수 체계가 서로 달랐다. 쿠팡이츠에서는 모든 배달 건에 3.3%의 소득세·지방세를 일률적으로 징수하는 반면 배민에서는 소득세·지방세 징수가 불규칙적이었다. 배민에서는 1주일을 결산한 소득이 3만 원을 넘을 때만 세금을 떼고 있기 때문이다. 건당 세액이 1000원 미만이면 징세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른바 ‘소액부징수’ 제도 등을 감안해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모호한 기준 속에 최근 배달업계에서는 이 소액부징수 제도를 악용해 “세금 안 내고 배달할 수 있다”며 배달원을 모집하는 배달대행 업체가 등장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전업 여부에 따라서 서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고용·산재보험 등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배달 소득에는 소액부징수 제도를 적용할 수 없게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양 의원은 “일상 곳곳에서 ‘기그 노동’이 늘어나고 있지만 세금이나 보험제도 등은 아직 명확한 기준이 안 세워져 있다”며 “갈수록 다양해지는 노동 형태를 감안한 제도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한달 20일 넘게 일한 배달원 평균 374만원 벌어… 상위 2%는 700만원 넘어 배달원 연소득이 1억?… 전업 종사자 얼마나 벌까겨울 성수기-봄 비수기 큰 차이 없어안정적 수입 가능한 직업 자리매김 전업 배달원으로 일할 경우 월평균 소득은 370만∼4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20%는 월 500만 원 이상을 벌었다. 월 700만 원 이상을 버는 경우는 전체의 2%에 불과하다. 국내 대형 배달대행 플랫폼 ‘바로고’가 오토바이 배달이 주업인 음식 배달원들의 평균 소득을 분석한 결과다. 배달업계에서는 2년 넘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배달 수요가 커지면서 음식 배달이 노력한 만큼 수입을 거둘 수 있는 직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지난달에 월 20일 이상 출근해 월 600건 이상의 배달을 완료한 배달원의 평균 수입은 373만8000원으로 조사됐다. 구간별로 보면 300만∼500만 원의 수입을 거둔 배달원이 79.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500만∼700만 원의 수익을 올린 비율은 18.4%였다. 일부 배달원이 연 1억 원 이상을 버는 경우가 있다고 인증하면서 화제를 모았지만 전업 배달원 대부분은 300만∼700만 원의 월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억대 연봉’을 바라볼 수 있는 700만∼1000만 원의 월수입을 올린 경우는 2.0%에 그쳤고, 수익이 월 1000만 원 이상인 경우는 0.1%에 불과했다. 배달업계에서는 소득이 배달 건수에 비례하는 구조상 일부 고소득 배달원의 경우 노동 강도가 상당히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건당 배달료는 계절, 날씨 등에 따라 편차가 클 수 있지만 월간 수입은 큰 편차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2∼4월 전업 배달원의 평균 수입은 각각 393만5000원과 406만7000원, 373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배달업계에서 겨울 성수기로 보는 2, 3월과 봄 비수기로 보는 4, 5월 사이에 최대 30만 원가량의 수입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고른 수입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 동안 배달원들의 소득이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도 관찰된다. 2020년 5월 335만4000원이었던 평균 수입은 지난해 5월 360만6000원, 올해 5월에는 373만8000원으로 늘었다. 2∼4월의 경우에도 2020년 320만∼330만 원가량이었던 평균 수입이 지난해에는 330만∼350만 원으로, 올해는 370만∼400만 원으로 높아졌다. 배달업계에서는 올해 초 전반적인 배달료 인상이 이 같은 소득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봄, 가을에 수입이 다소 줄어드는 경향은 있지만 전업 배달원은 대체로 안정적인 소득을 거두는 직업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친환경이라는 강력한 표어는 자동차 산업의 오래된 주인공을 바꿔놓고 있다. 기계 기술의 정점이자 자동차의 심장이었던 엔진, 변속기는 이제 배터리와 모터 앞에서 힘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런 친환경의 물결에 밀려서 퇴장하는 것은 엔진룸만이 아니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인테리어 소재까지 친환경적으로 바꾸겠다는 기업이 늘고 있다. 평범한 자동차의 실내를 상상해보자. 조금 어두운 색깔의 플라스틱 소재가 대시보드를 구성하고 가죽 시트, 섬유 재질의 천장 소재 등이 적당히 섞여 있는 공간이 떠오를 수 있다. 고급 차라면 천연가죽의 비율이 높아질 수 있고 천연의 나이테 무늬를 잘 살린 원목, 정교하게 세공한 금속 부품도 배치될 수 있겠다. 이런 전통적인 자동차 실내에서 일찌감치 대체가 시도된 소재는 천연가죽이었다. 이탈리아에 자리 잡은 소재기업 ‘알칸타라 S.p.A’가 생산하는 알칸타라 소재는 차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천연가죽 대체 소재다. 스웨이드와 비슷한 촉감의 알칸타라는 천연가죽 고유의 장점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가볍고 오염에 강하다는 장점을 인정받았다. 페라리 같은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와의 협업에도 성공하면서 고급 자동차 소재로 자리를 잡았다. 천연가죽은 동물의 몸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한계와 더불어 동물 사육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가 배출된다는 지적까지 받으며 지속적으로 도전받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순수 전기 콘셉트카에서 버섯과 선인장으로 만든 인조가죽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 들어 각광받는 것은 ‘재활용’이다. 중·저가 차량의 실내 공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석유 기반 플라스틱, 화학섬유를 재활용 소재나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대체하는 움직임이다. 기아는 첫 전용 전기차인 ‘EV6’의 도어 포켓과 바닥 매트에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소재를 적용했다. 차 한 대에 500mL 페트병 약 75개에 해당하는 재활용 소재를 쓴다. 바다에서 건져낸 폐어망을 재활용한 소재 등이 주목받는 가운데 볼보는 플라스틱 페트병이나 코르크 등으로 만든 ‘노르디코’ 소재로 전기차 시트의 천연가죽을 대체하고 있다. 친환경, 특히 탄소 배출을 줄이는 과제는 사실 복잡한 문제다. 전기차로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충전에 필요한 에너지 상당량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상황은 여전하다. 차 실내에 친환경 소재를 써서 얼마나 큰 환경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친환경이라는 거대한 변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사실 대다수의 완성차 기업은 친환경 실내 소재를 내연기관차보다 순수 전기차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면서 홍보에도 나서고 있다. 기름을 태우는 대신 전기를 쓰는 차가 친환경 인테리어까지 품고 있다는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글로벌 차 업계의 친환경 전쟁은 이제 엔진룸을 벗어나 마케팅을 비롯한 여러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방송통신위원회는 결합상품을 판매하면서 이용자에게 경품 혹은 약관 외 요금감면을 차별적으로 제공한 7개 방송통신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105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사업자별 과징금은 KT 49억여 원, LG유플러스 36억여 원, SK브로드밴드 10억여 원, SK텔레콤 6억여 원 등이다. 방통위는 이들이 인터넷과 유료방송서비스를 결합해 판매하면서 일부 이용자에게 차별적으로 경품을 제공한 것을 문제 삼았다. 서비스 이용요금과 품질을 통한 경쟁을 왜곡하고 일부 이용자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조사 결과 사업자별로 평균 경품금액의 상·하한 15%를 벗어나 경품을 제공하는 등 정해진 ‘경품고시’를 위반한 비율이 평균 47.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LG유플러스는 20대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20대 전용 다이렉트 요금제’를 내놓았다고 12일 밝혔다. 이 요금제는 월 1만9800원의 100Mbps(초당 메가비트) 광랜과 500Mbps(월 2만6400원)·1Gpbs(월 3만3000원)의 기가급 인터넷 등 3가지로 구성됐다. LG유플러스는 기존 인터넷 요금제에 기본으로 포함됐던 와이파이를 빼고 요금을 4400원가량씩 내렸다고 설명했다. 가입 신청일 기준으로 만 20∼29세만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 전용 요금제로 LG유플러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입할 수 있다. 약정 기간은 1년으로 일반적인 요금제보다 짧다. 방학이나 휴학 등으로 집(자취방)을 비울 경우 최대 1년간 서비스를 일시 정지할 수 있고 거주지를 옮길 때 이전 설치비 1회 면제 혜택도 준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KT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2차 발사 성공을 위해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안정적인 통신회선을 지원하고 주요 전송시설 보안을 강화했다고 12일 밝혔다. 누리호는 15일 오후 3시에서 7시 사이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나로우주센터는 KT로부터 임차한 통신회선을 통해 누리호 발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발사 성공 시에는 비행 위치와 비행 상태 관련 데이터를 수신한다. KT는 지난해 10월 누리호 1차 발사 때보다 통신망 전송 구간의 안정성과 품질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발사 당일 추적 회선의 안정화를 위해 전송 장비를 신형으로 교체했고 일부 단일 전송구간은 완전한 이원화를 마쳐 통신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했다. 제주 추적소의 전용 회선, 팔라우 추적소와 연결된 국제 회선에는 무선(Microwave) 백업전송망을 추가로 개통해 유사시에 활용한다. 이들 회선에는 오류 발생 시 자동으로 다음 망으로 넘어가도록 해 끊김 없는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자동 절체’ 기능도 적용했다. 또 주요 전송시설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고 발사 당일에는 긴급 상황에 대처할 전담 요원을 배치한다. 참관 인파가 예상되는 우주발사 전망대, 남열해수욕장 등에는 원활한 통신을 위해 이동기지국 차량 2대를 배치한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