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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가이드는 별을 받는 것보다 별을 유지하는 것이 더 힘들다. 매년 발표되는 까닭에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지난해 별을 받은 4곳의 식당이 올해 명단에서는 제외된 가운데 코지마와 정식당이 지난해 별 1개에서 별 2개로 승급했다. 별 2개 이상을 받은 식당 중 한식이 아닌 곳은 코지마가 유일하다. 미쉐린 가이드는 ‘서울에서 가장 훌륭한 일본 요리를 제공하는 곳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2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서울 발표회장을 찾은 코지마 박경재 셰프(47·사진)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는 “30년 동안 이 길만 걸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남 신안군의 작은 섬인 우의도가 고향인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일식집을 하는 주위 친척이 많았다. 집에서도 오랫동안 고기잡이를 했다. 이런 환경에서 그가 생선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자연스러웠다. 그는 “바닷가 생활을 오래 해서 나에게 생선은 단순한 식재료이기보다는 어렸을 때의 추억이다. 그 덕분에 남들보다 생선을 좀 더 친숙하고 능숙하게 다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 뒤 본격적으로 일식집에서 일해보고 싶은 생각에 상경했다. 신라호텔 아리아케, 스시초희 등을 거쳐 2014년 지금의 코지마 문을 열었다. 그가 요리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식재료다. 그는 “지금까지 자연산 해산물만 사용했다. 양식과 자연산은 큰 차이가 난다. 대자연이 키워낸 재료의 맛과 질은 차원이 다르다”고 밝혔다. 내년 3월이면 그가 일식을 시작한 지 딱 30년이 된다. 그는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됐다고 해서 내가 하는 일은 변함이 없다. 내년에 별 3개를 따서 한 계단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스시를 내놓는 것만이 내 목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식당에서는 미쉐린 가이드 트로피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것은 좋은 일이고 감사하지만 내 요리의 본질은 교감이다. 나와 고객이 서로 신뢰감을 가지면서 정성을 쏟아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청와대의 요청은 딱 세 가지였어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공식 만찬은 국내외 안팎으로 화제가 됐다. 특히 독도새우를 이용한 잡채 요리에 대해 일본에서 불만을 나타내며 더욱 관심을 모았다. 이번 만찬은 모던 한식 1세대로 꼽히는 한식 전문가 한윤주 콩두 대표(50)가 총괄 기획했다. 그는 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의 중대한 일을 위해 최고의 재료로 국빈을 최대한 극진하게 대접하려고 했을 뿐인데 여러모로 화제가 돼 놀랐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 만찬을 기획·준비하면서 청와대 측에서 받은 요청은 단 세 가지였다. 그는 “첫째 너무 화려하지 않은 한국인이 정말 먹는 음식에 기반을 둔 한식, 둘째 국빈의 입맛을 최대한 고려할 것, 마지막으로 만찬의 콘셉트인 ‘위 고 투게더(We go together·함께 갑시다)’를 상징할 수 있을 것 등이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다양한 경로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알아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웰던 스테이크와 고급 생선요리인 가자미, 그리고 랍스터(바닷가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독도새우는 랍스터와 식감과 맛이 가장 비슷해 선택했다”고 말했다. 독도새우는 닭새우, 도화새우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는 “독도새우와 관련된 다양한 이름을 청와대 측에 전달했다. 최종적으로 독도새우라는 명칭을 결정한 것은 청와대였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일부러 일본을 자극하기 위해 ‘독도새우’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그는 “이번 만찬 메뉴의 식자재는 국내 다양한 지역에서 올라온 지역 대표 식자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료 앞에 지역명을 다 붙였다. 거제도 가자미, 고창 한우, 담양 간장 등 모두 지역을 대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굳건한 한미동맹의 상징으로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아우르는 말인 ‘수저’를 사용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중국 3국 모두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지만 밥을 먹을 때 동시에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위 고 투게더’의 콘셉트와 맞다고 생각해 기념 선물로 방짜 수저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번 만찬을 위해 그와 함께 워커힐호텔&리조트에서 나온 80여 명의 셰프 및 스태프와 9일간 준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찬 전에 간식을 먹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모두 비웠다. 특히 문 대통령과 42분간의 만찬 동안 음식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들었다”며 “이번 만찬으로 한미 양국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미쉐린 가이드는 별을 받는 것보다 별을 유지하는 것이 더 힘들다. 매년 발표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지난해 별을 받은 4곳의 식당이 올해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일식 특히 스시를 전문으로 하는 코지마는 지난해 별 1개를 받았다. 올해는 정식당과 함께 별 1개를 더 받아 별 2개에 이름을 올렸다. 미쉐린 가이드는 코지마에 대해 ‘서울에서 가장 훌륭한 일본 요리를 제공하는 곳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2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서울 발표회장을 찾은 코지마 박경재 셰프(46)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는 “30년 동안 이 길만 걸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남 신안군의 작은 섬인 우의도가 고향인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일식집을 하는 주위 친척들이 많았다. 집에서도 오랫동안 고기잡이를 했다. 이런 환경에서 그가 생선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것은 자연스러웠다. 그는 “바닷가 생활을 오래해서 생선은 단순한 식재료이기 보다는 어렸을 때의 추억이다. 남들보다 생선을 좀 더 친숙하게 대하고 능숙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 뒤 본격적으로 일식집에서 일해보고 싶은 생각에 상경했다. 이후 신라호텔, 스시초이 등에서 일식을 배웠고 2004년 지금의 코지마의 문을 열었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식재료다. 그는 “지금까지 자연산 해산물만 사용했다. 양식과 자연산은 큰 차이가 난다. 대자연이 키워낸 재료의 맛과 질은 차원이 다르다”고 밝혔다. 내년 3월이면 그가 일식을 시작한 지 딱 30년이 된다. 그는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됐다고 해서 내가 하는 일은 변함이 없다. 제대로 된 스시를 내놓는 것만이 내 목표다. 별 2, 3개를 따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식당에서는 미쉐린 가이드 트로피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것은 좋은 일이고 감사하지만 내 요리의 본질은 교감이다. 나와 고객이 서로 신뢰감을 가지면서 정성을 쏟아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미쉐린 가이드는 1900년 미쉐린 타이어 창업자인 앙드레와 에두아르 미쉐린 형제가 운전자에게 필요한 각종 식당과 숙소에 관한 정보를 담아 무료 배포하면서 시작됐다. 평가의 객관성을 위해 평가단은 비용을 직접 지불하고 익명으로 식당을 방문한다. 평가단이 누구인지는 철저하게 비밀로 부친다. 평가단은 미쉐린 가이드의 정직원으로 엄격한 훈련을 받는다. 서울 편 평가단은 한국인은 물론 다국적으로 이뤄져 있다. 보통 한국인, 외국인 한 명씩 2명이 한 조로 활동한다. 평가 기준은 △요리 재료의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요리의 창의적인 개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 등으로 알려져 있다. 미쉐린 가이드 측은 “전 세계 어디든 동일한 평가 기준을 적용한다. 뉴욕, 도쿄, 서울 등 어느 곳이든 별을 받은 식당의 질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두 번째 선정이기 때문에 네 번째 평가 기준인 일관성이 좀 더 강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여전한 ‘한식의 힘’을 보여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 최고 권위의 식당 평가·안내서인 미쉐린(미슐랭) 가이드의 선택은 한식이었다. 미쉐린코리아는 8일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서울에서 열린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8’에서 별 1~3개를 받은 식당 24곳을 발표했다. 처음 발표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4곳의 식당이 미쉐린 가이드의 선택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13곳이 한식을 기반으로 또는 한국적 식재료를 사용한 식당이었는데 올해도 13곳이 한식 바탕의 식당이다. 지난해에 이어 광주요그룹이 운영하는 가온과 신라호텔서울의 라연이 2년 연속 최고 등급인 별 3개(요리가 매우 훌륭해 맛을 보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를 받았다. 세계적으로 별 3개를 받은 식당은 110여 곳에 불과하다. 가온 김병진 총괄셰프는 “지난 1년 동안 한식에 대해 고민하며 책임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새롭게 별 2개(요리가 훌륭해 멀리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식당)를 받은 정식당과 코지마다. 정식당은 최근 미국 뉴욕에 ‘정식’(Jungsik) 식당을 내고 미쉐린 가이드 뉴욕에서 별 2개를 받았다. 평가단은 “김밥, 비빔밥, 구절판, 보쌈 등에서 영감을 얻은 독특한 요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별 1개(요리가 훌륭한 식당)를 받은 식당은 지난해보다 한 곳 줄었다. 대신 4개의 식당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이 중 도사, 익스퀴진, 주옥은 한식을 바탕으로 한 요리를 내놓고 있다. ‘미국에서 일식을 선보였던 해외 교포 백승욱 셰프가 한식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인다’(도사), ‘최대한 한국적인 재료를 사용하고 재료 각각의 개성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한식의 맛을 창조한다’(익스퀴진), ‘신창호 셰프가 운영하는 한식 비스트로로 나물을 이용한 생선 카르파초, 사골 버터 밥 등 창의적인 메뉴가 돋보인다’(주옥)는 평가를 받았다. 이유화 음식평론가는 “새롭게 식당을 발굴하기 보다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소폭의 변화만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유현수 셰프가 자신의 식당을 차리면서 나간 ‘이십사절기’(별 1개), 개조 공사로 휴업 중인 ‘피에르 가니에르’(별 2개) 등 지난해 별을 받았던 식당 중 4곳은 올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미쉐린 가이드 측은 “별을 받는다고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매년 다시 갱신을 하고 자격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라연의 김성일 총괄셰프는 “매년 결과가 발표되기 때문에 별을 유지하기 위한 과정은 힘들고 압박감도 많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별 등급 유지와 강등에 대한 불안감으로 셰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하기도 한다. 미쉐린 가이드의 인터내셔널 디렉터인 마이클 엘리스는 “미쉐린 가이드가 서울에 소개되면서 한국의 식문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그 어떤 종류의 음식이든 서울은 진정한 미식을 위한 종착지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홈페이지에서 이번에 별을 받은 식당에 대한 정보와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빕 구르망’ 명단도 확인할 수 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긴 생머리가 눈에 띄는 오른쪽 얼굴을 보면 영락없는 외국인처럼 보인다. 반면 왼쪽 얼굴을 보면 짧게 자른 머리 탓에 토종 한국 사람 같다. 9월부터 국립현대무용단에 합류한 매슈 민 리치(한국명 윤영민·31)의 비대칭적인 헤어스타일을 보면 한국계 미국인인 그의 정체성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미국 뉴욕에 있는 한인 미용실에서 잘랐어요. 보는 각도에 따라 한국인 또는 미국인처럼 보인다고 하더군요. 한국, 미국 어디든 잘 어울릴 수 있잖아요.” 그는 10∼12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슈팅스타’ 무대에 선다. 입양인 출신인 그가 한국무용수들과 함께하는 첫 공연이다.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6개월 만에 미국의 한 가정에 입양됐고, 지난해 6월 부산국제무용제 공연으로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성인이 된 후 프로 무용수로 활동하는 바람에 한국에 오고 싶어도 시간을 내지 못했어요. 양부모님이 한국 뿌리를 잊지 않게 한국 문화에 대한 영상과 사진을 많이 보여줬어요. 미국에서 한인 입양가족 모임에도 자주 데려가 주셨죠.” 그의 중간 이름은 ‘민’이다. 양부모님이 ‘민’이 성이라고 생각해 중간 이름으로 넣은 것이다. “지난해 입양기관에 가서 제 서류를 찾아보고 민이 아니라 윤이 성인 것을 알았어요. 그동안 민윤영이 제 이름인 줄 알았던 거죠. 그만큼 한국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12세 때부터 재즈 댄스로 춤과 인연을 맺은 그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2005년 뉴욕의 시더레이크 컨템퍼러리 발레단에 정단원으로 입단했다. 2003년 창단된 시더레이크 발레단은 2015년 문을 닫을 때까지 세계적으로 재능 있는 무용수와 오하드 나하린, 지리 킬리안 등 세계적인 안무가와 협업하며 최고의 현대발레단으로 이름을 알렸다. “10년간 세계 최고의 무용수들과 함께 활동하며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2008년 시더레이크 발레단에 입단한 한국인 현대무용가 최수진을 만나면서 고국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고 호기심을 키워 왔어요.” 미국,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그는 2015년 미국 무용잡지 ‘포인트 매거진’의 우수공연 12의 대표 무용수로 소개됐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댄스 매거진’의 2010년 9월호 표지 모델로도 섰다. 세계 각지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 그가 한국행을 택한 것은 한국을 제대로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대무용은 나라마다 스타일이 달라요. 최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의 현대무용과 한국 문화를 좀 더 깊게 알고 싶어서 오디션에 지원했어요. 한국무용도 배워보고 싶어요. 물론 궁극적으로는 한국에서 살면서 제 뿌리를 알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는 “해외에서 활동할 때는 제 검은 머리가 항상 튀었는데, 이번 작품을 연습하면서 거울에 검은 머리의 무용수만 보이니 무척 신기했다”며 “아직은 낯설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나 저 자신도 스스로를 한국인으로 생각하게 될 날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몸이 말을 건다.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에서 느낄 수 있는 신비한 경험이다. 방대한 톨스토이 원작을 1시간 50분 정도로 압축했다. 원작을 책이나 영화로 보지 않은 관객은 이야기를 쫓기가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무용수의 움직임만으로도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드라마 발레를 표방한 이번 작품은 그 어떤 작품보다 연극적인 움직임이 많다. 원래 발레가 몸으로 말하는 예술이라고 하지만 이번 작품은 마임 같은 움직임만으로도 인물의 감정 등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발을 들어 올리더라도 감정에 따라 높이가 다르고, 팔을 상대방 목에 휘감을 때도 정도에 따라 사랑을 갈구하는 진폭이 변한다. 무용수들의 동작은 섬세하면서도 정확하다. 현대발레, 고전발레 등을 자유롭게 오간 안무가 크리스티안 슈푸크 스위스 취리히 발레단 예술감독의 안무는 물론이고 그것을 표현한 국립발레단 주역 무용수들의 능력도 뛰어나다. 나무 몇 그루, 의자 몇 개, 샹들리에, 영상을 비춰주는 흰 천, 목제 테이블 등 무대소품은 단출하다. 하지만 효과적인 연출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시키며 기차역, 경마장, 무도회장, 들판 등을 수시로 오간다. 서정적인 라흐마니노프와 강렬한 루토스와프스키 음악은 원래 발레 음악으로 작곡되었나 싶을 정도로 극에 잘 어울린다. 한국 발레의 세계적 수준을 보여주고 싶었던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의 시도는 꽤 성공적이다. 내년 2월 10, 11일 이 작품은 강릉 올림픽아트센터 무대에 다시 오른다. ★★★★(★ 5개 만점)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모델 한현민(16·사진)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3일(현지 시간) 선정한 ‘2017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30인’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나이지리아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한현민은 188cm, 65kg의 체격으로 지난해 3월부터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국내 최대 패션쇼인 서울패션위크에서 3월 16개, 10월 20개 쇼에 서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아직 검은 피부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며 “나는 지금 꿈을 이루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꿈을 이루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4만8000여 명에 달하며 내년 영국 BBC가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할 예정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이 시대 연극인 25인을 인터뷰한 ‘지점(地點)에 사는 사람들’(연극과 인간·사진)이 최근 출간됐다. 그런데 저자의 경력이 이채롭다. 1983년 입사해 34년간 도쿄특파원, 정치부장,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을 거친 심규선 동아일보 고문이 올해 3월부터 약 5개월간 ‘연극인 열전’이란 제목으로 인터뷰한 연극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묶었다. 연출가 고선웅 이성열 류주연 김광보, 극작가 김은성 배삼식 김명화 등 평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극인뿐 아니라 조명디자이너 최보윤, 의상디자이너 이수원, 무대미술가 박동우, 분장디자이너 이동민 등 무대 뒤에서 무대를 빛나게 하는 연극인도 다뤘다. 왜일까? ―문화부는 물론이고 연극과도 인연이 먼데 어떻게 연극인을 인터뷰하게 됐나. “대학 다닐 때 연극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것이 영향을 끼쳤다. 정치부, 사회부 등에 오래 있었는데 그쪽과는 전혀 상관없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때 연극인들을 인터뷰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책 제목으로 사용된 ‘지점’은 어떤 의미인가. “‘지점’은 연극인들이 자주 쓰는 단어 중 하나다. 연극인들의 ‘직업어’이기도 하다. 면, 점, 것, 때, 모습, 특징, 관심 등 다양한 의미를 지점이라는 한 단어로 쓰고 있다. 연극인들이 별로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배우, 연출가뿐만 아니라 의상, 조명디자이너 등 무대 뒤 연극인도 다뤘다. “처음에는 한국연극협회의 의견을 들은 뒤 인터뷰할 인물을 선정했고, 그 뒤에는 그 사람들에게 다시 ‘누가 좋겠냐’고 물어 추천받았다. 의상, 조명 등 연극인들은 처음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더욱 열심히 질문지를 만들었다.” ―작품이 나올 때 인터뷰하는 것과 달리 각 연극인의 자서전 같은 느낌이다. “인터뷰 때 그 연극인의 일생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좌절, 보람, 현재, 미래 등을 폭넓게 물어봤다. 그 사람과 관련된 일이라면 모든 자료를 수집해 준비했다. 극작가를 인터뷰한다면 서랍 속 꽁꽁 숨긴 극본을 제외하고 그 작가가 출판한 책을 다 읽어봤다. 배우나 연출가의 작품은 직접 보거나 DVD를 구해 봤다.” ―인터뷰 뒤 연극을 보는 눈이 달라졌나.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갈고닦은 극작가의 말, 연출가의 말의 리듬, 배우의 대사 높낮이 등 인터뷰를 통해 느끼고 배운 것이 많다.” ―25인 이외에 더 많은 연극인을 인터뷰할 생각이 있는가.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서울에서 벗어나 지역 연극인들을 찾아 인터뷰해 또 다른 ‘지점에 사는 사람들’을 쓸 계획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지난해 폴란드에서 열린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때 현지 TV 해설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27)의 우승을 예상했다. 2위에 그치자 “1위보다 낫다”며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고, 앨범을 준비하던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협연자로 추천했다. 1위보다 먼저 데뷔 앨범을 발매한 김봄소리는 2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한국인으로는 워너클래식에서 앨범을 발매한 네 번째 바이올리니스트가 됐어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첫 협주곡 앨범도 바르샤바 필하모닉과 함께 연주했다고 해요.” 그는 금호영재로 데뷔한 뒤 2010년 센다이 국제콩쿠르 최연소 입상을 시작으로 2014년 뮌헨 ARD 국제콩쿠르 1위 없는 2위, 2016년 쇤펠드 국제 현악 콩쿠르 1위 등 6년간 13개 해외 유명 콩쿠르에 출전해 11번 입상했다. “무대에 서기 위해 여러 콩쿠르에 도전했어요. 요즘은 콩쿠르 과정이 인터넷 등으로 생중계되면서 꼭 1위를 하지 않아도 많은 연주 기회가 생기는 것 같아요. 앞으로 3년간 연주 일정이 빼곡히 있을 정도로 바빠졌는데 콩쿠르 경험이 자양분이 됐어요.” 그는 폴란드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와 함께 내년에 유럽 여러 도시에서 듀오 리사이틀을 펼친다. 연주를 보고 블레하츠가 먼저 이메일을 보내왔다. 최근 협연한 중국 유명 지휘자 탕무하이는 “봄소리와 사랑에 빠졌다”며 애정을 과시했다. “처음 블레하츠의 이메일을 받고 누가 장난치는 줄 알았어요. 예전부터 제가 팬이었거든요. 저는 음악이나 인간관계나 솔직한 것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음악과 사람 모두 진심으로 대하면 통할 수밖에 없어요.” 숨겨진 한국 음악 발굴이 목표다. ‘봄소리’라는 이름 때문에 아름다운 소리만 내는 것이 아니라 반전의 매력을 뽐내고 싶어 한다. “더 바빠지기 전에 많은 레퍼토리를 익히고 싶어요. 또 뛰어난 한국 연주자들이 많은데, 그에 못지않게 뛰어난 한국 작곡가들이 많아요. 그들의 곡을 발굴하고 연주할 기회를 많이 가져 해외에 널리 알리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여름철 떨어졌던 입맛이 슬슬 돌아온다. 수확의 계절에 걸맞게 동해 바다는 어선들로 북적이고 있다. 가을 동해 바다는 보물창고다. 이맘때 제대로 맛이 오른 생선이 있다. 바로 도루묵(사진)이다. 도루묵은 평소에는 동해 먼바다에서 살다가 산란기 때 알을 낳기 위해 동해 연안으로 온다. 산란 시기는 11월 말에서 다음 해 초까지 겨울철이다. 그래서 지금 이 시기는 산란기 전으로 살이 오를 대로 올랐다. 몸에 비해 상대적으로 품는 알이 많아 겉보기에 암컷 도루묵은 배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있다. 수컷보다 크기도 커진다. 그래서 ‘알도루묵’이라 부르기도 한다.살이 오른 만큼 영양가가 가득하고 맛도 최고다. 구워 먹으면 기름이 올라와 고소하다. 도루묵이 산란을 하고 나면 살이 푸석해진다. 12월의 도루묵은 알이 딱딱해져 맛이 떨어진다. 지금 이때를 놓치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다. 말짱 도루묵은 금물이다.》 [핫 플레이스 5]제철 요리는 한 계절을 맛보는 것이라고 했던가? 찬바람 불면 반가워지는 생선, 그중에서도 도루묵을 맛보러 떠나 보자. 오늘의 밥도둑, 술도둑은 도루묵이다.○ 어진 동해안 생선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 피문어, 오징어, 곰치, 망치, 도치 등 동해 생선들을 국과 매운탕, 두루치기 등으로 요리한다. 주 메뉴는 도루묵. 강원 속초 중앙시장에서 씨알 큰 놈으로 골라 매일 올라온다. 도루묵찜이 별미인데 황태 한 마리를 통째로 넣어 우려낸 육수에 무청시래기와 감자, 무를 밑에 깐다. 위에 도루묵을 올리고 숙성된 소스를 넣어 센 불에 조려내듯 끓이면 자작한 양념의 도루묵찜이 된다. 도루묵구이도 빠질 수 없다. 큰 도루묵만 선별해 소금으로 간을 해 굽는다. 손맛 좋은 주인장이 뚝딱 만들어 내는 반찬들도 주목하자. 도루묵 식해, 서거리깍두기는 따로 판매하라는 요청이 많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서울 서초구 강남대로18길 15-11, 02-2058-2933. 도루묵찜(대) 4만 원, 도루묵구이 3만 원.○ 월성식당 강원 강릉 주문진 수산시장길을 따라 빽빽하게 들어선 음식점 가운데 월성식당은 유난히 손님들로 바글거린다. 장치찜과 도루묵찌개 맛집으로 유명하다. 장치찜은 큼직하게 토막 낸 장치를 매콤한 양념으로 쪄냈다. 쫄깃한 살점도 맛나지만 양념을 밥 위에 덜어 비벼 먹어도 좋다. 도루묵찌개는 별미 중 별미다. 도루묵 열댓 마리가 들어간 찌개는 끓이면 끓일수록 국물이 자작해져 진한 맛이 난다. 쫄깃한 도루묵의 식감과 ‘꼬독한’ 알을 씹으면 소주 한잔 절로 생각난다. 1, 2호점이 근처에 있는데 2호점이 새로 지어져 깨끗하다.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시장3길 4-1, 033-661-0997. 도루묵찌개(대) 4만 원, 장치찜(대) 4만 원.○ 정선네생선구이 언제나 생선 굽는 냄새로 발길을 멈추게 한다. 꽁치, 임연수어, 삼치, 청어를 기본으로 참돔, 병어, 딱돔 등의 생선구이를 맛볼 수 있다. 열이 식지 않도록 연탄불에 달군 철판에 생선구이를 내줘 생선을 발라 먹는 내내 뜨끈뜨끈하게 먹을 수 있다. 제철 맞은 도루묵은 살보다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알로 가득 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홍어무침이나 간자미찜, 한치무침도 있어 골고루 시켜 맛보면 좋다. 어수선함과 왁자지껄함을 감수하며 술과 함께 즐기는 투박한 생선구이집이다.서울 관악구 봉천로 485 삼우빌딩, 02-882-4492. 도루묵구이 1만6000원, 참돔구이 1만8000원.○ 거진생태도루묵 경기 수원시 동수원 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생태탕, 도루묵 전문점으로 생태탕과 생태지리(맑은 탕)는 강원 고성 거진항에서 가져온 선도 좋은 생태로 끓인다. 인기 메뉴는 도루묵구이. 주문하면 한 접시에 5마리씩 나오는데, 알이 꽉 차 있어 술안주로 좋다. 가족 단위 손님 중 아버지를 따라 도루묵구이를 처음 맛보는 아이들도 고소한 맛에 부담 없이 먹는다. 직접 만든 창난젓과 가자미식해도 별미다. 매콤하고 칼칼해 찾는 이가 많아 포장 판매도 하고 있다. 맛깔 나는 밑반찬은 밥도둑이다. 내부는 깔끔한 온돌석에 단체 모임을 하기에도 좋다.경기 수원시 팔달구 중부대로 128번길 49, 031-222-2381. 도루묵찌개 1만 원, 도루묵구이 2만 원.○ 을지오뎅 서울 중구 을지로 골뱅이 골목에 자리 잡은 실내형포차로 일대 직장인들이 퇴근 후 술 한잔 곁들이기 좋다. 시샤모(열빙어)구이, 황태양념구이, 삶은 오징어 등도 좋지만 알이 꽉 찬 도루묵구이와 도루묵조림으로 입소문을 탔다. 도루묵구이는 크기가 크고 알과 살이 실해 제값을 한다. 도루묵조림은 양파, 감자, 무와 함께 국물이 거의 없다시피 뭉근히 조려서 나와 칼칼하다. 배부른 안주가 아니기에 2차 장소로 적당한 곳이다.서울 중구 수표로 54, 02-2274-5092. 도루묵구이 1만3000원, 도루묵조림(대) 2만5000원.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정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음식사계 기사는 동아닷컴()과 동아일보 문화부 페이스북(), 다이어리알()에 동시 게재됩니다. ▼구이는 뼈째, 찜은 양념과 함께▼1970년대 강원도에서 도루묵은 삽으로 퍼서 한 삽에 1000∼2000원에 팔던 흔한 생선이었다. 그러다 일본에서 ‘원폭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도루묵 알이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국내 도루묵은 일본으로 대부분 수출돼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헛수고했다’라는 뜻의 관용 표현인 ‘말짱 도루묵’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전해진 바에 따르면 조선시대 선조가 임진왜란으로 피란을 가다가 ‘묵’이라는 생선을 맛보고 그 맛에 만족해 ‘은어’로 부르도록 했다.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다시 궁궐로 돌아와 ‘은어’를 먹어 봤지만 그 맛이 아니었다. 결국 원래 이름인 ‘묵’으로 다시 부르게 하였고, ‘도로 묵으로 부르다’는 말에서 ‘도루묵’이 됐다는 것이다. 그저 우리말 유래라지만 도루묵은 참 억울한 생선이다. 이렇게 담백하고 맛이 좋은데 찬밥 신세라니…. 도루묵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손질하는 법을 알아보자. 도루묵은 다른 생선에 비해 비늘이 없어 손질하기가 매우 편하다. 구이를 하려면 흐르는 물에 꼼꼼히 씻고 지느러미를 잘라 주기만 하면 된다. 아가미 아래쪽에 꽤 날카로운 가시가 있고 턱에도 작지만 이빨이 있으니 특히 유의해야 한다. ‘어진’의 조영정 대표는 도루묵찜과 도루묵구이를 맛있게 먹는 법을 알려줬다. 도루묵찜은 요리 뒤 살이 흐물거려 자칫 잘못하면 부서지기 쉽다. 국자로 도루묵을 뼈째 떠서 양념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도루묵구이 역시 젓가락으로 헤집어 봐야 살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머리를 떼어 내고 뼈째 먹어야 맛있다. 두 손으로 도루묵 허리를 꺾어 입으로 가져가면 된다. 가시가 워낙 가늘어 꼭꼭 씹어 먹으면 된다. 도루묵 요리, 그중 찜이나 조림을 가정에서 할 때는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물의 양이다. 물을 많이 넣으면 비린내가 나서 간을 맞추기 어려워진다. 최대한 자작하게 맞춰 양념 간이 생선에 바로 밸 수 있도록 조리해야 한다.※도루묵 손쉬운 손질법과 맛있게 굽는 법 동영상(youtu.be/3wZKJpuzQFA) }
내년 국내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대이동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성시연 지휘자가 12월 공연을 끝으로 3년 임기를 마친다. 경기필하모닉은 6개월 정도 객원 지휘자 체제로 나가면서 새 지휘자를 물색할 계획이다. 9년간 수원시립교향악단을 이끌었던 김대진 지휘자가 5월 사임하면서 수원시립교향악단 지휘자 자리도 현재까지 공석이다. 여기에 9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선임된 인천시립교향악단 정치용 지휘자도 내년 교향악단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 경기지역 3개 교향악단 지휘자 자리가 공석이 된다. 일단 외국인 지휘자가 올 가능성은 낮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클래식 음악의 중심지인 유럽과 달리 한국은 지리적인 위치상 멀리 떨어져 있어 보수를 많이 준다고 해도 매력적인 일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지휘자가 맡을 가능성은 높지만 한정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휘자는 수십 명에 달하지만 객원이 아닌 상임지휘자로 악단을 이끌 기회는 극히 드물다. 부산시립교향악단 최수열 지휘자는 “교향악단의 숫자 자체가 적기 때문에 지휘 기회를 얻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지휘 공부를 많이 해도 지휘 경험을 쌓기 힘들면 감각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교향악단은 정체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몇 년 전만 해도 정명훈 지휘자가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이끌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임헌정 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어렵다는 말러 작품을 공연하면서 국내 오케스트라 음악이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는 화제를 끌 만한 요소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교향악단 지휘자가 많이 바뀌는 내년을 시스템을 개선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제성 음악평론가는 “유럽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한국인 지휘자들을 부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세계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스타 연주자가 많이 나왔듯이 한국인 스타 지휘자를 만들 매니지먼트와 극장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고 말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2003년 이탈리아에서 유학 중이던 소프라노 강혜명(39)은 우연히 한국과 일본, 프랑스가 공동 제작하는 오페라 ‘카르멘’(지휘 정명훈) 오디션 정보를 얻었다. 이 오디션은 일본, 한국 유명 성악가들이 참가해 ‘별들의 전쟁’이라 불렸다. “아무 경력도 없는 저는 무작정 주최 측에 전화했어요. 며칠간 전화로 부탁해 겨우 오디션을 볼 기회를 얻었죠.” 한 달 뒤 그는 합격 통보를 받았다. “비록 단역에 불과했지만 정명훈 지휘자가 제가 정말 절실해 보였다며 뽑아줬죠.” 이후 그는 2006년 정명훈이 지휘하는 일본 NHK신년음악회에 다시 뽑혀 진가를 입증받았다. 11월 17∼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라벨라오페라단 창단 10주년 기념작인 오페라 ‘돈 지오반니’에 출연하는 그를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번 공연은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이는 정선영과 지휘자 양진모,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바리톤 김종표 우경식, 소프라노 박하나, 테너 이현재가 나선다. 강혜명은 9월 두바이오페라하우스 개관 1주년 기념 공연에 유일한 한국인 성악가로서 돈 지오반니 주역인 돈나 안나로 출연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는 덜 알려져 있지만 그는 지난해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의 내한공연 무대에도 섰다. 함께 무대에 선 도밍고 콩쿠르 입상자 출신인 테너 김건우 문세훈, 소프라노 박혜상과 달리 유일하게 콩쿠르 출신이 아니었다. “제 이탈리아 매니저가 ‘스리 테너’ 공연을 기획하고 20년 넘게 도밍고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었거든요. 다행히 최종 후보 명단에 들어간 뒤 도밍고가 저를 선택해 무대에 섰어요.” 정명훈, 도밍고뿐만 아니라 그는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 소프라노 조수미와 르네 플레밍, 지휘자 미셸 플라송 등 유명 음악인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2004년부터 프랑스에서 활동하다 2012년 귀국했다. “이탈리아, 독일보다 인종차별이 없을 것 같은 프랑스도 보이지 않는 벽은 있었어요. 성악가로서 동양인의 한계를 절감했죠.” 고향 제주를 본거지로 음악회 출연과 중국 대학 출강으로 오페라 성악가와는 다른 삶을 살았다. 2015년 라벨라오페라단의 ‘안나 볼레로’에 출연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다시 오페라에 대한 매력을 느꼈어요. 성악가로서 오페라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인정받고 싶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탈리아로 갔죠.” 현재 그는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전 유럽 극장에 생방송되는 이탈리아 타오르미나 오페라 페스티벌 개막작인 ‘나비부인’ 주역을 맡았다. 내년에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극장 중 하나인 나폴리의 산카를로 오페라극장과 트리에스테 베르디극장에서 올리는 ‘라 트라비아타’ 주인공인 비올레타를 맡을 예정이다. 비올레타는 전형적인 서양 성악가의 역할로 동양인이 극히 맡기 힘든 배역 중 하나다. 그만큼 노래로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5년간 활동하며 오페라에 목이 많이 말랐어요. 이제 모든 기회들이 절실하게 다가와요. 성악가들이 40대가 전성기라고 하는데 저도 이제 40대가 진짜 전성기가 될 것 같아요.” 3만∼19만 원. 02-572-6773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성공기원 음악회인 ‘프라이드 오브 코리아’가 11월 3∼5일 서울 Yes24라이브홀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세계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인들이 모여 국악부터 클래식까지 모든 예술장르의 음악이 사흘간 펼쳐진다. 3일 서울 광진구 Yes24라이브홀에는 국악 작곡가 겸 평창 겨울올림픽 음악감독인 원일과 이번 음악회를 위해 만들어진 전통악기와 재즈밴드가 결합된 ‘슈퍼밴드’가 나선다. 안숙선, 전영랑 등 소리꾼들과 가야금 연주자 문재숙, 이슬기 등의 무대도 준비되어 있다. 4일에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양방언과 한국의 대표 영화음악감독이자 기타리스트인 이병우가 무대에 오른다.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와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이 무대를 펼친다. 전석 1만 원. 1인 4장까지 구입할 수 있다. 1544-1555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늦가을 공연계는 러시아 향기가 가득하다. 620년 역사를 자랑하는 러시아 모스크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이 ‘제28회 이건음악회’를 통해 처음으로 내한공연을 펼친다. 1397년 수도원 설립과 함께 창설된 이 합창단은 고대 비잔틴 성가를 비롯해 러시아의 대중 민요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한다. 성인 남성 30명으로 구성돼 웅장하고 강력한 러시아 합창 음악을 들려주며 미국 호주 영국 독일 등 해외 무대에도 자주 선보였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와 함께 러시아 국가를 부를 정도로 러시아를 대표하는 합창단이다. 니콘 스테파노비치 질라 지휘자는 “정교회의 예배를 지원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지만 성가 이외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도 많은 사람과 호흡하고 싶다”고 말했다. 27일 경기 고양 아람누리 음악당, 28일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회), 30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31일 광주 5·18기념문화센터 민주홀, 11월 1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02-2007-2277 옛 소련 조지아 출신으로 뛰어난 외모와 폭발적인 연주력을 지닌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도 11월 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과 2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국내 첫 리사이틀 무대를 갖는다. 지난해 루체른 심포니와의 협연으로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 부니아티슈빌리는 온몸으로 연주하는 듯한 격한 움직임과 독창적인 해석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연주회에서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과 러시아 출신인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모음곡 중 ‘세 개의 춤곡’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02-599-5743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이 바탕이 된 국립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도 11월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스위스 취리히발레단 예술감독 크리스티안 슈푸크가 안무한 작품으로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 주로 사용된다. 02-587-6181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오후 5시 정각, 문이 열렸다. 손가락에 최대한 정신을 집중해 마우스를 클릭했다. 벌써 ‘SOLD OUT(판매 완료)’ 글자가 곳곳에 보였다. 뚫어져라 컴퓨터 화면을 쳐다봤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 몇 분 만에 허탈한 마음으로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24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웨덴 브랜드 ‘아크네 스튜디오’가 48시간 동안 최대 75%까지 지난 시즌 상품을 세일했다. 몇 주 전부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홍보돼 많은 패션 커뮤니티의 화제였다. 상품 수도 적고, 인기 제품도 별로 없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도 나왔지만 대부분의 상품이 조기에 판매됐다. 홈페이지 위에 48시간의 숫자가 줄어드는 모습을 스톱워치처럼 보여준 것도 특이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마음은 다급해졌으리라. 쇼핑도 이제 손가락과 눈 운동이 필요한 ‘타임 리밋’ 스포츠인 건가.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한눈에 보기에도 커다란 등산용 신발, 무심한 듯 대충 밑단을 자른 청바지, 아버지가 낚시 갈 때 입을 법한 베스트, 주황색 등 화려한 색상의 패딩…. 이 정도면 ‘패션 테러리스트’의 구색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최근 이런 ‘못생긴 패션(어글리 패션)’이 뜨고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최근 못생긴 패션을 자랑하듯 올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알록달록한 아웃도어 점퍼, 조금 정도가 아니라 아주 큰 아버지의 낡은 재킷, 할머니가 입었던 촌스러운 스웨터를 입은 사진들에 호평이 많다. SNS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패션을 선도한다는 구치, 발렌시아가 등 하이엔드 패션하우스들이 이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 발렌시아가의 ‘트리플S’ 스니커즈는 패션을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웃돈을 얹어서라도 사고 싶어 하는 아이템이다. 100만 원이 넘는 비싼 가격에 도저히 잘 빠진 디자인이 아니지만 이 상품은 매장에 들여놓기가 무섭게 팔려 나가고 있다. 베트멍, 아디다스 등 수많은 브랜드가 투박하고 조잡해 보이는 못생긴 신발들을 내놓고 있다. 일반인의 예상과 달리 인기가 좋아 구하기 힘들 정도다.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드리스 판노턴은 한 패션 잡지에 “나를 포함한 많은 패션디자이너들이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못생긴 것을 더 좋아한다”라며 “못생긴 것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패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못생긴 패션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비판적인 입장의 한 패션디자이너는 “최근 경향은 주류 패션에 대한 반항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일시적인 유행”이라고 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못생긴 패션을 3년 전부터 유행했던 ‘놈코어(Normcore)’ 스타일의 확장판이라고 분석했다. 트렌드 예측 기관인 케이홀은 “남들과 비슷하면서 편안한 옷차림이지만 한 가지 포인트를 줬던 놈코어가 남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30여 년 전 부모님 세대 때의 패션을 가져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SNS의 등장과 패션 블로거들이 인기를 끌면서 그 어느 때보다 패션 유행 흐름이 빨라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패션에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현재나 1년 앞으로 다가올 유행보다 더 앞서가기 위해 극단적으로 나아가다 보니 못생긴 패션을 추구하게 됐다는 것이다. 허환 패션디자이너는 “완벽하게 새로운 패션은 생겨나지 않는다. 항상 기존의 틀에서 변형되고 발전될 뿐”이라며 “가장 패션적이지 않은 조합에서 출발한 못생긴 패션은 자신의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층에서 파격적으로 발전된 것”이라고 말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월간지 ‘춤’이 10월 500호를 냈다. 1976년 3월 창간호를 낸 뒤 한 달도 거르지 않고 41년을 달려왔다. 한국 무용지로서 최장수 기록이다. 제1세대 무용평론가인 고 조동화 선생(1922∼2014)이 창간한 ‘춤’지는 현재 외아들인 조유현 출판사 ‘늘봄’ 대표(56·사진)가 발행인을 맡아 대를 이어 내놓고 있다. 조 대표의 아내(조은경·54)는 주간을 맡고 있다. 500호를 맞은 것에 대해 조 대표는 “아버지가 쌓아 올린 것인데 오히려 누를 끼치지 않을지 두렵다. 창간호부터 지난 ‘춤’지를 살펴보며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이 보낸 원고와 작품들을 보면서 감동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와 조 주간은 춤을 전공하지 않았다. 서울대 언론학과를 나와 광고회사에서 일하다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조 대표는 “조동화 선생이 타계한 뒤 발행인이 되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온 조 주간도 2011년 당시 편집장이 그만두면서 ‘춤’지 제작에 참여해왔다. ‘춤’지는 ‘무용’이 아닌 ‘춤’을 제호로 사용해 ‘춤’이라는 명사를 문화어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또 각 분야 석학과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인물들을 필자로 끌어들였다. 유명인들을 춤 애호가로 만들면서 춤 예술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을 뛰어넘어 당당히 예술의 한 장르로 격상시키는 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용 평론에 대한 개념조차 없던 시절 ‘춤’지는 평론가 양성의 산실이었다. 춤 평론가로 활동 중인 박민경, 김경애, 정기헌, 성기숙, 이동우, 심정민 등이 모두 ‘춤’지를 통해 등단했다. ‘춤’지 500호를 기념해 ‘춤이 있는 풍경’이라는 단행본도 발간했다. 춤을 주제로 한 화가 500여 명의 글과 그림, 무용가 100여 명과 문화계 인사 50여 명의 글과 사진이 실렸다. 조 대표는 “춤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그동안 ‘춤’지의 이채로운 칼럼을 묶어 냈다”고 말했다. 화가 천경자, 서세옥, 백남준, 장욱진, 박노수, 김흥수 등을 비롯해 무용가 육완순, 배정혜, 문훈숙, 김복희 등이다. ‘춤’지 500호 기념식과 ‘춤이 있는 풍경’ 출판기념회는 25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린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은퇴 공연 다음 날 머리카락을 아주 짧게 자르고 염색하고 싶어요.” 11월 드라마 발레 ‘오네긴’을 끝으로 은퇴하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39)은 최근 은퇴 기자회견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로 머리카락 자르기를 꼽았다. 30여 년간 항상 어깨 길이로 머리카락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무용과 클래식 분야에서는 머리카락 길이와 색상에 대해 암묵적 규제와 금기가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파격도 존재한다. 2015년 유니버설발레단은 창작극인 ‘그램 머피의 지젤’을 무대에 올렸다. 당시 무용수들이 하얀색, 은색 가발을 쓰고 나와 화제를 모았다. 무용수들끼리 ‘귀신’ 같다며 서로를 보고 웃기도 했다. 클래식 작품에서 발레리나는 어깨 아래로 머리카락을 기른다. 유니버설발레단의 관계자는 “발레 ‘지젤’에서 주역 무용수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오는 장면이 있어 머리카락을 일정 길이 이상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길이만 빼면 자유로운 편이다.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한상이는 “탈색한 샛노란 머리가 아닌 이상 염색을 하거나 파마를 하는 무용수도 있다”고 밝혔다. 쪽머리로 무대에 서는 한국무용은 예상과 달리 머리카락 길이가 자유롭다. 가발 기술 발달 덕분이다. 한국무용가 김경숙은 “염색은 안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용과 발레 모두 금기 사항은 하나 있다. 바로 남성 무용수들의 수염이다. 클래식 작품에 어울리지 않고(발레), 전통이 아니기(한국무용) 때문이다. 머리카락도 길거나 아주 짧지 않은 길이를 요구한다. 현대무용은 머리카락의 길이와 색상에서 자유롭다. 현대안무가 안은미처럼 민머리로 활동하는 무용수도 많다. 현대무용 안무가 김보라는 “신체 일부인 머리카락은 무용에서 신체 도구로 사용되기 때문에 안무가에 따라 무용수에게 민머리나 긴 머리카락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 연주자의 머리카락은 취향과 개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클래식 관계자는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클래식 자체가 보수적이다 보니 삭발이나 튀는 염색 등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때 짧은 머리 스타일을 고수했던 피아니스트 지용은 눈에 띄는 외모 덕분에 구글의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는 긴 곱슬머리로 한때 팝스타 같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었지만 개성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악보를 잘 보기 위해 여성 연주자는 일반적으로 머리카락을 묶는 경우가 많다. 한 클래식 관계자는 “피아니스트 임현정,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 등은 자연스럽게 머리를 풀어헤쳐 연주가 보다 역동적으로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악기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지기도 한다. 피아니스트 한상일은 “피아니스트들은 항상 오른쪽 옆얼굴만 보여주기 때문에 옆얼굴을 가장 잘 보일 수 있는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첼로, 바이올린 연주자의 경우 머리를 묶거나 풀더라도 항상 오른쪽으로 내려놓는다. 자칫 연주 도중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 성악가들은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는 편이다. 테너 김석철은 “긴 곱슬머리가 무대에 잘 어울린다. 다만 바그너 오페라는 부랑자, 늑대인간 등이 주역이어서 어떤 머리스타일도 괜찮다”고 말했다. 여성 성악가들은 짧은 머리를 선호한다. 소프라노 서선영은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길지 않은 이상 대부분 가발을 씌우기 때문에 머리카락을 짧게 유지하는 편이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동아일보사가 주최하고 포스코 협찬, 중앙대 후원으로 열린 제57회 동아음악콩쿠르가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렸다. 이번 콩쿠르에서는 8개 부문에 389명이 참가해 중앙대 중앙문화예술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1, 2차 예선을 거쳐 36명이 본선에 올랐다. 이 중 21명이 입상의 영예를 안았다. 남자 성악 1위를 차지한 길병민 씨(23·서울대 졸)는 2015년 이 콩쿠르에 도전해 2위를 했다. 지난해 참가한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는 5위에 올랐다. 길 씨는 “두 번 도전한 콩쿠르는 동아음악콩쿠르가 유일하다. 2019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다시 도전해 1위를 차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시상식에서 1위 입상자 중 피아노 부문 1위인 이준우 씨(23·연세대 4년)는 한인하기념상과 함께 신수정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가 기탁한 기금으로 2차 예선에서 클래식 소나타를 가장 잘 친 참가자에게 주어지는 클래식소나타상도 수상했다. 여자 성악 1위인 이선우 씨(20·서울대 2년)는 정훈모기념상을, 남자 성악 1위 길 씨는 이인범기념상을 받았다. 또 로뎀우드윈드상은 오보에 1위 하수민 씨(21·연세대 3년)에게, 이종오바순상은 바순 1위 김민주 씨(21·서울대 3년)에게 돌아갔다. 20일 오후 6시부터 동아음악콩쿠르 홈페이지()에서 심사위원별 채점표를 확인할 수 있다. 심사평은 다음 주에 게재되며 본선 연주 동영상은 다음 달 6일 유료로 서비스된다. 다음은 입상자 명단. ▽작곡 △1위 김주원(33·충남대 교육대학원 졸) △2위 없음 △3위 김용환(29·경상대 졸) ▽남자 성악 △1위 길병민 △2위 정민성(26·연세대 졸) △3위 유기훈(30·연세대 졸) ▽여자 성악 △1위 이선우 △2위 박혜숙(21·서울대 4년) △3위 김현지(21·연세대 3년) ▽피아노 △1위 이준우 △2위 최영선(24·서울대 4년) △3위 유현성(27·연세대 대학원 1년) ▽오보에 △1위 하수민 △2위 없음 △3위 조연수(19·서울대 1년) ▽클라리넷 △1위 박상진(20·서울대 3년) △2위 김우진(21·한국예술종합학교 3년) △3위 곽지헌(24·서울대 4년) ▽플루트 △1위 김성찬(23·연세대 졸) △2위 이수연(20·연세대 2년) △3위 없음 ▽바순 △1위 김민주 △2위 임주형(19·한국예술종합학교 2년) △3위 조광현(19·한스아이슬러음대 2년)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