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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사’ 안에 아다치 미쓰루 있다.” 요즘 인터넷에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응사)와 전작인 ‘응답하라 1997’(응칠)을 일본 만화가 아다치 미쓰루의 작품과 비교한 게시물이 많이 올라온다. 아다치는 ‘H2’ ‘터치’ ‘러프’ ‘크로스 게임’ 같은 스포츠 만화로 1990년대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일본 만화가. 사춘기 소년들의 우정과 사랑에 대한 묘사가 섬세해 ‘소년용 순정만화’로 불린다. 1990년대 아다치의 작품을 즐겨 보던 10대와 20대는 요즘 ‘응사’를 즐겨 보는 주요 시청자이기도 하다. 》아다치 만화에는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남녀가 커가면서 첫사랑을 느끼고, 남자 주인공은 성격도 좋고 유능하며, 주인공에게는 죽은 형제가 있다는 설정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모두 ‘응사’와 ‘응칠’에 나오는 설정들이다. ‘응사’의 나정(고아라)과 쓰레기(정우)는 오래전부터 집안끼리 아는 사이다. 대학생이 돼서는 같은 집에서 살면서 신체 접촉도 거리낌 없이 한다. 나정은 친오빠 같은 쓰레기에게 사랑을 느낀다. 나정에겐 일찍 세상을 뜬 오빠가 있다. 수석을 놓친 적 없는 의대생 쓰레기는 ‘허당’ 기질이 다분하면서도 속 깊은 인물이다. ‘응칠’의 주인공 시원(정은지)과 윤제(서인국)는 소꿉친구였으며 삼각관계를 이뤘던 윤제의 형 태웅(송종호)은 원래 세상을 뜬 시원 언니의 연인이었다. 성격 좋은 윤제와 태웅은 커서 검사와 대선후보가 된다. 아다치의 작품에서 소재로 활용되는 야구는 ‘응사’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나정을 두고 쓰레기와 경쟁을 벌이는 칠봉(유연석)은 야구선수이며 그는 아다치 작품 속 주인공들처럼 변화구보다는 직구, 정면승부를 선호한다.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쓰는 동작은 중요한 순간이나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나정은 오빠의 기일(忌日)에, 그리고 쓰레기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 평소와 달리 모자를 눌러쓰고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은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출하기보다는 은밀한 방식으로 드러낸다. 악역이 없고, 서로 경쟁하지만 관계가 틀어지지 않는 점도 만화와 드라마의 공통점이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아다치 만화에서는 남자 주인공들이 삼각관계에 빠지더라도 상대의 감정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덕분에 끝까지 우정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응답하라…’란 제목이 ‘러프’의 마지막 대사(“당신을 좋아합니다.…응답하라. 오버!”)에서 비롯됐다는 설, ‘응칠’에 자주 나오는 델리스파이스의 노래 ‘고백’은 아다치에 대한 제작진의 오마주(존경의 표시)라는 해석도 있다. ‘고백’은 델리스파이스 멤버인 김민규가 아다치의 대표작 ‘H2’를 모티브로 만든 노래다. ‘응사’와 ‘응칠’의 신원호 PD는 “아다치 작품을 참고한 것은 아니지만 드라마 속 첫사랑의 감정이 아다치 작품의 정서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1990년대를 보내면서 쌓아온 정서를 드라마에 담다 보니 당시 인기를 끈 아다치 작품과 닮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미국 미시시피 강 하류에 사는 열네 살의 엘리스(타이 셰리든). 사랑이 식은 부모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는 그는 연상의 고교생 누나를 흠모하는 사춘기 소년이다. 엘리스는 친구 넥본(제이컵 로플랜드)과 함께 찾아간 무인도에서 십자가가 박힌 구두를 신고 팔에 뱀 문신을 한 남자 머드(매슈 매커너히)를 만난다. 머드는 어린 시절부터 사랑해 온 여자 주니퍼(리스 위더스푼)를 위해 살인을 저지른 인물. 그러나 소년들은 머드에게 식량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그가 주니퍼와 무사히 도망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 ‘왜 우리를 돕느냐’는 주니퍼의 질문에 엘리스는 답한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니까요.” 28일 개봉하는 ‘머드’는 소년의 모험담과 추격전 형식을 도입했지만 사실 남자의 사랑과 성장을 다룬 영화다. 머드와 엘리스는 여러모로 닮았다. 특히 ‘영원한 사랑’을 믿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머드는 성장한 엘리스로 해석할 수 있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영화가 끝날 즈음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물었던 ‘봄날은 간다’의 상우(유지태)도 떠오른다. 소년 엘리스에게 목숨 걸고 사랑을 지키는 남자 머드는 영웅과 같은 존재다. 주변 남자들은 대부분 사랑을 가볍게 생각하거나 회의하는 인물들이다. 이혼을 앞둔 엘리스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사랑을 믿지 마라. 그게 널 잡아먹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머드와 주니퍼의 사랑을 맹목적으로 신뢰했던 엘리스도 시간이 흐르며 세상의 복잡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 사이 엘리스는 첫사랑이라 믿었던 누나에게 상처를 입는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제프 니컬스는 데뷔작 ‘테이크 쉘터’(2011)로 실력을 인정받은 신예 감독. 영화의 배경이 된 아칸소 주 출신으로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머드’의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러닝타임(130분)이 길고 소년의 감정을 묘사하는 초반부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후반부는 흡인력이 있다. 무엇보다 미국 남부 사투리를 구사하는 머드 역의 매커너히와 두 소년 배우의 연기가 볼만하다. 15세 관람 가.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KBS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1부터 tvN ‘꽃보다 할배’(꽃할배)와 ‘응답하라 1994’(응사)까지…, 잘나가는 프로그램 뒤에는 ‘여의도 연구소’가 있다? 최근 방송가에는 이른바 ‘여의소연구소’ 돌풍이 거세다. 새누리당의 싱크탱크 조직이 아니다. 여의도연구소는 이명한 CJ E&M 제작기획총괄 국장(43), 나영석(37), 신원호 PD(38)와 이들의 프로그램을 줄곧 맡아 온 이우정 작가(38)가 과거 KBS 시절부터 함께해 온 친목모임의 별칭. 이들이 과거 함께 일했던 KBS ‘해피선데이’의 이름을 따 tvN ‘해피선데이팀’, 이 국장의 이름을 붙여 ‘이명한 사단’으로 불리기도 한다. 요즘 이들의 활약은 특히 눈에 띈다.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을 만든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지난해 tvN ‘응답하라 1997’에 이어 올해 ‘응사’를 또 한번 성공시켰다. 이 작가는 또 과거 ‘1박2일’을 함께 했던 나영석 PD와 ‘꽃할배’를 내놓아 히트시켰다. 두 사람이 29일 선보일 ‘꽃보다 누나’는 이승기 이미연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등 쟁쟁한 스타 출연진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국장은 이 프로그램들의 CP를 맡았다. 사실 이들의 인연은 2003년 KBS ‘자유선언 토요대작전-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에서부터 시작됐다. ‘장미의 전쟁’은 이 국장의 첫 연출작이자, 이우정 작가가 메인 작가로 데뷔했던 프로그램. 당시 조연출이 이 국장의 5년 입사 후배이자 고향(충북 청주) 후배이기도 한 나영석 PD였다. 이들은 2004년부터 ‘해피선데이’를 함께 했으며 나 PD의 입사동기인 신원호 PD가 프로그램에 합류하며 지금의 라인이 구축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프로그램에선 비슷한 정서가 포착된다는 점이다. 이른바 ‘촌놈’ 정서는 ‘1박2일’과 ‘응답하라…’ ‘꽃보다…’ 시리즈를 아울러 공통적으로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이 국장은 “프로그램 메인작가였던 이 작가가 경남 진주 출신이고 연출자들도 그런 촌놈 코드에 애정이 있다. 이런 공통된 취향이 작품에 고스란히 배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형식면에서도 시대적인 흐름을 읽어 내면서 디테일을 섬세하게 잡아내고, 출연진의 궁합이 살 수 있도록 출연자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은 이들 작품의 공통점이다. 예컨대 ‘꽃할배’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다섯 명의 출연자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잡고, 여기에 편집을 통해 깨알 같은 에피소드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이는 평범한 사람들과의 만남에 주목한 ‘1박2일’이나 1990년대의 시대상을 살리며 등장인물 간의 관계에 집중한 ‘응칠’ ‘응사’와도 닮아 있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들 작품에 대해 “완벽히 새로운 형식이라기보다는 당시 유행하는 리얼버라이어티, 관찰예능, 1990년대 복고 트렌드를 명확히 포착하고 거기에 특별한 요소를 더했다”며 “과거 KBS 시절엔 중장년층의 사랑을 받았다면 최근에는 케이블에서 젊은층으로까지 인기를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한국에서 TV 드라마는 늘 비난의 대상이었다. 자극적이며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은 초기 TV 드라마부터 현재까지 줄곧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막장’이라고 무시해도 TV 드라마는 방송의 핵심 장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다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TV 드라마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방송학회의 학자 8명이 TV 드라마를 학술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TV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1960년대와 1970년대 작품에 주목한 연구가 많다. 조항제 부산대 신문학과 교수는 197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끌었던 멜로드라마 ‘아씨’ ‘여로’ ‘새엄마’를 중심으로 당시 국가주의 정서가 드라마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고선희 서울예술대 극작과 교수는 ‘드라마의 대모’ 김수현 작가의 1970년대 작품을 중심으로 근대성의 문제를 살폈다. 특히 이영미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초빙교수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왕과 대통령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비교 분석한 내용이 눈에 띈다. 이 교수는 1960, 70년대 사극에 충의효열 같은 가족윤리만 강조됐다면 1980년대에는 정치가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하기 시작하고 1990년대 이후에는 정치 속 개인에 대한 탐구가 시작됐다고 해석했다. 또 2000년대 이후 여성 작가가 사극을 집필하면서 과거 남성 작가들이 주목한 야망과 권력투쟁에서 벗어나 개인의 성장에 주목한 사극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학술논문집의 성격이 강해 쉽게 읽히진 않는다. 다만 사회를 읽는 틀로 드라마를 분석한 것은 흥미롭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MBC ‘일밤-진짜사나이’ 제작진이 논란이 된 소설가 이외수 씨(사진)의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 강연을 방송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MBC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천안함 폭침 사건의 전사자와 유가족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이 씨의 강연 부분은 편집해 방송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 씨는 ‘진짜사나이’ 해군 2함대 사령부편을 촬영 중이던 16일 제작진의 초청으로 강연을 했다. 그러나 이후 천안함 폭침을 ‘소설 쓰기’라고 한 이 씨의 과거 발언을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지적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이 씨는 MBC의 결정에 대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한민국은 국민이 정부의 발표에 반하는 의견을 제시하면 국회의원이 외압을 가해 강연이나 TV 출연을 금지하는 ‘민주(헐)공화국’”이라며 “사살당한 기분”이라고 썼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여자, 정혜’(2005년)라는 영화가 있다. 김지수가 연기한 정혜는 단조로운 일상을 사는 사연 많아 보이는 여자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깜깜한 거실에 누워 습관처럼 TV 홈쇼핑 채널을 틀어 놓는다. 홈쇼핑 채널 시청이란 이 여자의 무기력한 생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영화의 영향 때문일까. 한때 나는 ‘홈쇼핑 채널 시청자=무기력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요즘 홈쇼핑 채널을 즐겨본다. 딱히 살 물건이 없는데 그냥 틀어 둘 때도 많다. 최근 몇 년 사이 내 인생이 무기력해져서는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보다는 방송 프로그램으로서 홈쇼핑 채널을 ‘재발견’했다고 하는 편이 옳다(고 해두자). 한국의 홈쇼핑 방송은 알고 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많다. 진행자인 쇼호스트들은 생방송에서 하나같이 놀라운 말솜씨를 보인다. 저렴한 아이템을 팔 땐 서민적인 태도로 ‘여러분, 세상에 이런 가격이!’라며 오버를 떨었던 쇼호스트가 명품을 팔 때는 ‘영광인 줄 알아 이것들아’ 같은 고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너무 어리거나 과하게 예쁘지 않다는 건 잘나가는 쇼호스트의 공통점이다. 믿기진 않지만 “제가 66사이즈를 입었는데…” “저도 애 낳고 뱃살이 참 고민이거든요. 그런데 이 제품은…” 이런 말을 하면 전화기 버튼을 누르고 싶어진다. “이번 시즌 유행 스타일” “요즘 맛있는 제철음식”이라며 깨알 같은 정보를 주는가 하면, 유아 및 어린이 교재를 팔 땐 자기 집에서 아이와 노는 장면을 공개하기도 한다. 제품당 방송 시간은 1시간 정도 되는데 지루하진 않다. 화려한 세트에 경쾌한 댄스음악, 카메라 워크는 현란하다. 쉴 새 없이 자막 공세도 펼친다. 소비자가 궁금한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보내면 쇼호스트 혹은 PD가 즉각적으로 답해준다는 점에서 무척 ‘인터랙티브’하다. 요즘은 연예인 출연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주로 라디오 DJ나 요리 전문가 출신 방송인으로 ‘말발’이 좋은 중장년 여성이 요리나 살림 얘기를 하는 토크쇼 형식이다. 그 덕분에 ‘쇼퍼테인먼트’라는 말도 생겼다. 제작진은 “미국의 대표 홈쇼핑 채널인 QVC나 HSN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자랑한다. 홈쇼핑 프로의 백미는 제품이 매진되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이다.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습니다” “곧 매진될 것 같습니다” 같은 진부한 멘트가 ‘진짜’였음이 밝혀지는 순간, 마치 야구 경기의 ‘만루홈런’을 구경한 듯한 희열과 ‘나도 살 걸’ 하는 후회가 교차한다. 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방송이란 말인가.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9일 시작한 SBS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세결여)는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김수현 작가가 2년 만에 내놓는 지상파 드라마라는 점 외에도 주인공 오은수를 비롯해 주요 배역을 누가 맡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한가인 송지효 김사랑 같은 여배우들이 캐스팅 물망에 올랐고, 일부는 대본 리딩에까지 참석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캐스팅이 늦어지자 전작 ‘결혼의 여신’은 2주간 연장 방송됐다. 결국 방송 한 달을 앞두고 오은수 역으로 캐스팅 된 배우는 이지아였다. ‘한국 드라마의 대모’ 김 작가는 드라마 작법뿐만 아니라 캐스팅에서도 남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출연진이 확정된 후 대본 리딩을 시작하는 것과 달리 김 작가 작품의 경우 대본 리딩 과정에서 작가가 생각하는 캐릭터와 부합하지 않을 경우 출연자가 교체되기도 한다. 겹치기 출연도 안 된다. 한 방송 관계자는 “김 작가는 배우가 자신의 작품에만 집중하길 원한다. 스타나 중견 연기자라도 예외는 없다”고 전했다. ‘세결여’ 연출자인 손정현 PD는 “(김 작가가) 한 차례도 빠짐없이 대본 리딩에 참여해 배우의 연기를 지도한다”면서 “그만큼 배우에게 요구되는 연기의 수준이 높다”고 전했다. ‘김수현 사단’은 들어가기는 까다롭지만 일단 들어가면 든든한 ‘백’이 된다. 김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서 검증된 배우는 꾸준히 기용하는 편이다. ‘세결여’의 주연급 배우인 엄지원이나 하석진은 작가의 전작인 ‘무자식 상팔자’에서, 송창의는 ‘인생은 아름다워’ ‘천일의 약속’에서 연기력을 검증받았다. 김수현 사단인 강부자 김용림 김용건 한진희 김자옥 오미연 양희경 등 대부분의 중견 연기자들은 4∼10차례 김 작가 작품에 출연했다. 배우의 인기나 이름값에 의존하지 않고 때론 논쟁적인 인물을 과감하게 기용하는 것도 김 작가 캐스팅의 특징이다. ‘세결여’의 주연으로 발탁된 이지아는 서태지와의 비밀결혼과 이혼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가수 조영남과 이혼한 뒤 드라마 출연에 어려움을 겪던 윤여정을 변함없이 기용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위안부 화보’ 파문으로 방송 출연을 포기했던 이승연은 ‘사랑과 야망’으로 복귀했으며, 동성애자 커밍아웃 이후 방송 출연이 어렵던 홍석천도 ‘완전한 사랑’의 출연 기회를 얻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최근 김 작가의 작품에는 톱스타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연기력이 있지만 빛을 보지 못한 배우들을 선호하는 것 같다”며 “이는 작품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배우들은 김 작가 작품에 출연했다는 경력만으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연기력 향상의 효과도 거둔다. 안혁모 IHQ연기아카데미 원장은 “심은하는 ‘청춘의 덫’ 출연을 계기로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한고은도 ‘사랑과 야망’으로 연기력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시청률 기복이 심하지 않은 데다 작품성도 높기 때문에 배우로서는 김수현의 작품을 탐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아야, 니는 나를 삼, 오, 칠, 구로 보냐? 띄엄띄엄 보냐고. 나가 이라고 콩알만 하게 생겼어도 알 건 다 아는 승인(성인)이거든! 콘돔을 사믄 당당히 말하믄 될 거슬, 아 뭐더라 존심 빠질 맨치롬 헛소리를 해싸?”-8회, 콘돔을 사다 들킨 해태(손호준)에게 tvN ‘응답하라 1994’(응사)에서 전남 여수 출신 여대생인 윤진이의 언어는 이렇게 살벌하면서도 다채롭다. 윤진이와 고향도 나이도 같은 배우 민도희(19)는 150cm 남짓한 키에 예쁜 외모로 윤진 역을 맡아 전라도 사투리를 차지게 구사한다. ‘염병’ ‘지랄’ ‘주둥아리’는 일상어다. 그는 요즘 ‘김수미 이후 최고의 욕쟁이 캐릭터’로 주목받는다.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민도희는 기대와 달리 표준어로 “욕쟁이는 아니지만 윤진이 말투는 진짜 내 말투다. 인터뷰할 때만이라도 (표준어를) 연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제 사투리보고 ‘오버’라고 하는 분도 있는데, 인정해요. 여수 살 때도 친구들 사이에서 사투리 심하다고 아줌마나 할머니라고 불렸어요. 친한 친구들은 ‘(윤진이가) 꼭 니처럼 나온다’고 해요.” 지난해 걸그룹 ‘타이니지’ 멤버로 데뷔할 때만 해도 그에게 사투리는 골칫거리였다. 소심한 ‘트리플 A형’이라는 민도희는 “사투리 쓰는 게 부끄러워 말을 줄이고 ‘신비주의’ 전략을 썼다”고 했다. 그러나 진한 사투리는 ‘응사’에 캐스팅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응사’의 신원호 PD는 그에게 “다른 애들은 사투리를 억지로 하는데, 너는 서울말을 억지로 한다”고 평했다고 한다. “(1994년과 현재를 오가는 드라마에서) 현재 장면에서는 다들 표준어를 써야 했는데, 너무 어색한 거예요. 결국 저만 ‘(사투리) 못 고친 애’로 가기로 했죠.” 민도희는 원래 서인국 팬이지만 극 중 윤진이는 ‘서태지 빠순이’다. 그래서 ‘서태지와 아이들’ 영상을 찾아보고 주변 서태지 팬들로부터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같은 또래니까 대학생 윤진이 연기는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30대 후반의 윤진이는 어려워요. 같은 사투리라도 좀 더 아줌마같이 하려고 하는데….” 얼마 전 윤진의 미래 남편이 삼천포(김성균)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두 사람의 입맞춤 장면도 나왔다. 극에서는 삼천포가 두 살 어린 설정이지만 사실 김성균은 민도희보다 14세 위다. 그래서 “애 아빠인 삼천포 오빠가 많이 미안해한다”고. 민도희는 요즘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는다. 최근에는 영화 출연 제안도 왔다. “성동일 선배님이 연기의 기본을 쌓은 후엔 사투리가 큰 도움이 될 거래요. 앞으로 표준어 발음 연기도 더 노력해야죠. 그래도 사투리의 감은 계속 간직하려고요.”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나는 한때 아이를 싫어했다. 휴대전화에 담긴 자기 아이 사진을 타인에게 끝없이 보여주는 걸 ‘폭력’이라고 부르던 시절도 있었다. 아이만 보면 ‘예뻐 죽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어른들의 말씀은 옳다. “너도 네 자식 낳아봐.” 맞다. 내 자식은 예뻤다. 이제 2년차인 초보 엄마 주제에 감히 자식 키우기에 대해 논한다면, 육아는 ‘빡센’ 연애와 닮았다. 사랑에 빠진 증상은 무척 비슷하다. 아침에 일어날 때 그 혹은 그녀가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축복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일하면서 종종 그 사람의 소식이 궁금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기도 한다. 애인이 없는 친구보단 애인이 있는 친구와 대화가 잘 통한다. 때로 남들에게 우리 애인을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기도 한다. 둘이 함께한 흔적을 기록한 사진으로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도배한다. 대화를 할 때는 평소와 달리 어린애로 퇴보한 듯 ‘떼떼’거리는 말투로 이야길 나눈다. 다만, 이 연애는 체력적으로 무척 힘들다. 어린 애인은 매력적이지만 독선적이기도 하다. 자기만을 바라봐 주기 바라며, 원하는 것이 생기면 밤낮이나 상황을 가리지 않고 요구한다. 설득이나 타협이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빡센 연애를 하는 동안에는 늘 시간에 쫓겨 허덕여야 한다. 물론, 이 모든 어려움을 한순간 다 잊게 할 만큼 그 혹은 그녀의 애교는 감동적이다! 구구절절 육아와 연애를 비유한 이유는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때문이다. 연예인 아빠들의 48시간 육아기를 그린 이 프로그램은 관찰예능을 표방하지만 나는 오히려 연예인의 가상결혼을 그린 MBC ‘우리 결혼했어요’나 수많은 로맨스 드라마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육아를 경험하는 아빠들의 모습은 연애의 어려움과 기쁨을 이야기하는 오빠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물론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위주로 편집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육아의 ‘당의정’ 부분만이 유독 도드라지긴 했다. 화면 속 추성훈의 딸 사랑이는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육아의 전부는 아닐 거다. ‘우결’의 그 결혼생활이 실제 결혼생활과 꼭 닮지만은 않았듯이.(우리집 얘긴 아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의 추가 연장 방송 가능성이 높아지자 온라인에서는 이 드라마의 임성한 작가 퇴출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오로라 공주’에 나오는 여배우 백옥담이 임 작가의 조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캐스팅 특혜 의혹도 제기됐다. MBC는 14일 작가의 요청에 따라 ‘오로라 공주’를 175회로 연장하는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배우들의 잦은 하차와 막장 스토리로 논란을 빚은 이 드라마는 원래 120부작으로 기획됐으며, 9월 150부작으로 한 차례 연장된 바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는 8일부터 이 드라마의 연장 반대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이 시작돼 14일 오후 현재 약 2만 명이 참여했다. 서명에 참여한 누리꾼들은 “배우 강제 하차에 이어 연장도 작가 맘대로” “막장 드라마 작가 대신 다른 작가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옥담의 출연 특혜 논란도 다시 불거졌다. ‘오로라 공주’에서 노다지 역으로 나오는 백옥담은 임 작가 오빠의 딸로, 임 작가의 전작인 ‘아현동 마님’(2007년)과 ‘신기생뎐’(2011년)에도 출연했다. 누리꾼들은 “최근 출연진이 잇따라 하차한 후 백옥담의 분량이 늘었다. 드라마가 연장되면 비중은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는 “캐스팅은 제작진과 작가가 상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관례”라고 해명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다음 영화 10편의 공통점은? ‘공정사회’ ‘뜨거운 안녕’ ‘48미터’ ‘미스터 고’ ‘감기’ ‘노리개’ ‘배우는 배우다’ ‘롤러코스터’ ‘더 파이브’ ‘결혼전야’. 올해 개봉작이라는 것 말고 하나 더 있다. 배우 마동석(42)이 출연한 영화라는 것. 올 하반기 한국 영화는 마동석이 출연한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로 나뉜다. 최근 그가 주연을 맡은 ‘더 파이브’와 ‘결혼전야’는 딱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한다. 13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마동석은 담담했다. ‘충무로 대세’라고 치켜세우는 말에는 ‘뭘 또 그렇게까지’ 식의 반응으로 일관했다. 그는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매년 영화 6, 7편씩 촬영해 왔다”고 했다. “10년 전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저예산 영화에 단역으로 많이 출연했어요. 역할이 주어지면 무조건 했죠. 제가 작품을 고를 수 있게 된 건 비교적 최근 일이에요.” 마동석의 경력은 독특하다. 열여덟 살에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간 후 “식당 설거지부터 나이트클럽 문지기까지” 다양한 일을 했다. 대학(콜럼버스 스테이트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체육을 전공한 후에는 트레이너 일을 하며 유명해졌다. 그는 이종격투기 선수 마크 콜먼, 케빈 랜들맨의 개인 트레이너였으며 국내 배우 정우성, 조인성, 공유 등의 몸 관리도 맡았다. 배우로 데뷔한 건 서른 살이 넘어서였다. “영화평론을 전공한 동생 도움을 받아 할리우드에서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어요. 무모했죠. 주변 사람들은 ‘뜬금없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사실 배우는 어릴 적부터 꿔온 꿈이었어요.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외국인으로서 한계를 느끼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운동할 당시 체중이 110kg이었던 그는 “배우가 되기 위해 30kg을 줄였지만 이후 감독의 요구에 따라 몸무게를 늘렸다 빼기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할 때 한창 몸을 키웠는데 다음 작품인 ‘비스티 보이즈’ 할 땐 6주 만에 17kg을 뺐어요. 최근에는 ‘뜨거운 안녕’에서 조폭 출신 뇌종양 환자 역을 맡아서 10kg 뺐고, 윤종빈 감독 ‘군도’ 촬영하느라 다시 찌웠죠. 살 뺄 땐 안 먹고 운동해요. 근데 요즘엔 찌우는 게 쉽지 않아요. 나이가 들어서인지.” 초기에 맡은 배역은 주로 단순한 조폭이나 형사였지만 요즘엔 역할이 다양해졌다. 직업이 같더라도 반전 있는 역이 많고, 최근에는 열혈 기자(‘노리개’), 사랑에 빠진 꽃집 사장(‘결혼전야’) 연기도 했다. 살벌한 표정으로 관객을 압도하다 허를 찌르는 애드리브를 구사해 관객을 웃기는 것이 그의 특기다. 마동석은 프로 레슬러의 삶을 그린 영화 ‘더 레슬러’의 미키 루크처럼 자신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역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운동 말고 10년 넘게 꾸준히 해온 일은 연기뿐”이라는 그에게 연기의 매력은 뭘까. “고통을 즐긴다고 해야 하나. 연기를 하다 보면 때로 힘들 때가 있지만 고통의 그 순간을 넘긴 뒤 오는 환희 같은 게 있어요. 그런 점에선 연기와 운동이 꽤 닮았네요.”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연예계 11월 괴담은 올해도 어김없네요. 11월에 좋지 않은 기운이라도 있나.”(온라인 커뮤니티 ‘엠엘비파크’ 게시글 중) 이수근, 탁재훈, 토니안, 붐, 앤디 같은 유명 연예인의 불법 스포츠 도박 파문이 확산되고 가수 에일리의 누드 사진까지 유출되자 ‘연예계 11월 괴담론’이 다시 떠돌고 있다. 11월 괴담은 가수 유재하와 김현식이 1987년과 1990년 11월 1일에 요절하면서 퍼지기 시작했다. 이후 듀스 김성재 사망(1995년), 클론 강원래의 교통사고(2000년), 배우 황수정 히로뽕 투약 혐의 구속(2001년)도 모두 11월에 발생하면서 ‘11월 괴담’설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에이미의 프로포폴 투약 사건, 아이유와 은혁의 스캔들이 터졌다. 올해 11월도 예외가 아니다. 도박 사건과 누드 사진 유출 외에도 11일엔 슈퍼주니어 멤버 은혁의 트위터가 해킹당해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크릿 전효성의 신상정보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돼 TS엔터테인먼트가 유출 경로를 파악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연예계가 원래 사건사고가 많은 곳이긴 하지만 요새는 유난히 사건이 많다. 특히 올해 11월 괴담은 폭탄급이다”라는 반응이다. 일부 누리꾼은 “누가 숨겨 놨던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이때 풀어놓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 “원래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고 스포츠신문에서 스캔들거리를 찾다 보니 나온 말이 이제 낙인처럼 사용되는 것 같다” 등 여러 해석을 내놓았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농구가 돌아왔다. 농구를 소재로 한 예능과 드라마가 여럿 전파를 타고 있다. KBS ‘우리 동네 예체능’은 지난달부터 농구 특집을 시작했다. 단체 스포츠로는 농구가 처음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tvN ‘응답하라 1994’의 주인공 나정(고아라)은 농구선수 이상민의 열혈 팬이다. 같은 방송사의 ‘빠스껫 볼’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농구 선수들을 다루는 드라마다. 왜 농구일까. 제작진에게 수많은 스포츠 종목 가운데 하필 농구를 소재로 삼은 이유를 물었다. 실내 스포츠라 촬영이 쉽다는 설명부터 1990년대를 추억하는 대표적인 코드라는 해석까지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이들이 말하는 ‘농구여야만 했던 이유’를 소개한다. ○ 섭외할 연예인이 많다 “1990년대 농구 붐 덕분인지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남자 연예인 가운데 농구를 즐겨 하는 이들이 많다.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집에 농구대를 설치해 놨을 정도다. 또 실내 스포츠라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촬영할 수 있다. 예능에서는 출연자마다 캐릭터를 잡고 그에 맞는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는데 다섯 명은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숫자다.”(KBS ‘우리동네 예체능’ 이예지 PD)○ 박진감 넘치는 촬영이 가능하다 “농구는 역동적이고 실험적인 화면을 만들기 좋은 종목이다. 농구 장면을 촬영할 때 촬영감독과 스태프가 농구공의 움직임을 생동감 있게 잡아내기 위해 농구 코트를 같이 뛰고 있다. 이런 시도는 축구라면 절대 불가능했을 거다. 축구장은 너무 넓고 축구선수와 축구공의 동선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배구도 실내 스포츠이지만 농구에 비해 포지션에 따라 움직임이 한정돼 있다.”(tvN ‘빠스껫 볼’ 곽정환 PD)○ 1990년대 코드를 상징한다 “‘농구대잔치’부터 미국 NBA와 마이클 조던, 만화 ‘슬램덩크’, 드라마 ‘마지막 승부’까지 1990년대는 농구의 시대였다. 극 초반에 문경은 우지원 김훈 등 1990년대 농구 스타를 등장시켜 시대적 배경을 압축적으로 소개하고 그 시대의 추억을 자극할 수 있었다. ‘빠순이’ 나정이가 스무 살이 되면서 진짜 첫사랑을 경험하는 과정을 그리는 데도 농구는 유용한 장치로 활용됐다.”(tvN ‘응답하라 1994’ 이명한 CP)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비둘기집’의 작곡가 김기웅 씨(사진)가 11일 담도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미8군 무대의 기타리스트로 데뷔한 고인은 독학으로 작곡을 익혀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으로 시작되는 ‘비둘기집’을 비롯해 ‘저녁 한때 목장 풍경’ ‘저 꽃 속에 찬란한 빛이’ 등을 작곡했다. 최근에는 고 천상병 시인의 ‘귀천’에 곡을 붙여 직접 노래도 불렀고, 서울 소망교회 장로로 활동하며 복음 성가를 만들었다. 유족으로는 부인 전문자(소망교회 권사), 큰딸 소은(방배중 음악교사), 둘째딸 소혜(재미 첼리스트), 아들 장호 씨(작곡가)가 있다. 빈소는 서울 한양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3일 오전 7시 30분. 02-2290-9456}

프리랜서 방송인 전현무(36)가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에 지각을 거듭해 빈축을 사고 있다. 매일 오전 7시 MBC 라디오 ‘굿모닝FM 전현무입니다’를 진행하는 그는 11일 방송 시작 전에 스튜디오에 도착하지 못해 초반 20분을 휴대전화로 진행했다. 그는 방송에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미국 출장을 다녀왔는데 인천공항에 도착해 올림픽대로에 진입한 순간 차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현무는 SBS ‘월드 챌린지―우리가 간다’ 촬영을 위해 미국 샌디에이고에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프로 진행을 맡은 지 나흘 만인 9월 5일에도 30분가량 지각했다. 2개월여 동안 두 번 지각을 한 것이다. 누리꾼들은 “더 빠른 비행기를 타거나 제작진이 미리 대타를 세우게 했어야 했다” “프로를 많이 하는 건 좋지만 다른 프로에 해가 될 정도로 하는 건 잘못이다”라며 그를 비판했다. “10년 넘게 진행하면서도 지각 한 번 안 하는 DJ도 많다. 새삼 그들이 대단해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에선 “직장인들도 1년에 한두 번은 지각한다. 대중의 반응이 가혹한 것 같다”고 그를 두둔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요즘 TV 예능 프로그램의 떠오르는 기대주는 연예인 가족이다. 연예인 자녀가 주말 주요 예능 프로를 장식하고 연예인 배우자와 부모, 시댁과 처가 식구까지 연예인 가족의 방송 출연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과거에도 연예인 가족은 아침 주부 대상 토크쇼를 중심으로 드문드문 방송에 출연했지만 최근엔 주인공으로 부각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 성공 이후 KBS는 11월부터 연예인 아빠의 육아기를 그린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정규 편성했다. 연예인 부모와 자녀가 출연하는 집단 토크쇼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 연예인 딸과 어머니가 등장하는 KBS ‘맘마미아’, 연예인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출연하는 채널A ‘웰컴 투 시월드’ 등 지상파와 케이블에는 연예인 가족 예능 프로가 10개가 넘는다. 연예인이 손자 손녀를 돌보는 프로까지 나왔다(SBS 파일럿 ‘오 마이 베이비’, TV조선 ‘오냐오냐’). 방송계 관계자들은 연예인 가족이 예능에 전면적으로 등장하게 된 이유를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방송 트렌드에서 찾는다. 연예인의 ‘진짜’ 가족이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호기심거리가 되는 데다 연예인이 가족과 함께 출연하면서 그동안 숨겨왔던 모습을 공개해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낸다는 것. ‘붕어빵’의 백정렬 CP는 “연예인과 가족이 함께 나오면 주목도가 높고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리얼하다”면서 “큰 틀은 기존 연예인에게 기대지만 일반인 가족이 주는 신선함으로도 어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의 가치가 부각되는 사회적 분위기도 이들 프로그램의 인기에 한몫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박중민 CP는 “가족 해체가 심화되고 사는 게 팍팍하다고 느낄수록 역으로 방송에서는 가족 간의 사랑을 소재로 다룬 프로그램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연예인들도 이를 반기는 기색이다. 가족과 함께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대중적 호감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자녀 앞에서 절절매는, 그리고 일반인과 전혀 다르지 않은 연예인 부모의 모습은 친근함을 준다. ‘아빠! 어디가?’ 출연자들이 CF에서 종횡무진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연예인 가족은 이를 발판 삼아 연예계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실제로 방송인 김구라의 아들 동현 군이나 박찬민 SBS 아나운서의 딸 민하 양도 ‘붕어빵’으로 인기를 끌면서 본격 연예활동을 시작했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연예인 2세에 대해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운 게 있기 때문에 남다르다. 인지도가 높은 것도 이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예인 자녀를 비롯한 가족이 방송을 통해 부각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과거 ‘아빠! 어디가?’ 속 연예인 자녀의 안티 카페가 문제되기도 했다. ‘이미지 권력의 세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중매체의 힘이 커지며 방송에서 좋은 이미지를 갖는 것 자체가 힘이 되는 시대에 연예인 가족이 연예인 못지않은 지위를 쉽게 획득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예인이 되기 위해 수만 대 1의 경쟁을 뚫고 ‘서바이벌’을 한 뒤에도 방송 출연을 담보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예인 가족이기 때문에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이 일반인에겐 특권처럼 여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는 최근 가장 주목받은 사이트다. 여성 혐오와 호남 비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공격, 민주화 왜곡, 신상털이로 특징지어지는 일베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쓰레기 집합소’로 관심을 주면 안 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일본의 넷우익처럼 사회적으로 실패한 젊은층의 비뚤어진 욕구 표출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일베를 ‘촛불시위의 쌍생아’로 바라보며 ‘본질적으로 진보 좌파의 증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촛불시위에서 드러난 급진성, 욕망의 정치, 윤리적 이상주의가 일베에서 반전된 형태로 계승됐다”고 강조한다. 괴담으로 얼룩진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전후로 민주화 후퇴에 대한 “급속한 환멸과 실망감이 사람들을 차악이 아닌 최악으로 치닫게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일베가 현실의 국가와 사회에 무엇인가를 요구하지 않고 온라인 공간 내에서 인정받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일본의 넷우익과도 구분 짓는다. 예컨대 일본 넷우익이 스스로를 피해자로 여긴다면 일베 사용자들은 자신들을 ‘잘나고 강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일베충’으로 희화화할 수 있는 것도 그런 자신감의 반영이다. 저자는 최근 진보 진영에서 주목받는 20대 논객이다. 그는 서문에 “‘일베의 사상’이 무엇이고 어디에서 유래하는지를 봐야만 일베를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진보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이 책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저자는 “일베의 사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난날 촛불을 들었던 이들이 자기 자신의 정치적 상상력을 반성하고 바꿔 나가야 한다”고 썼다. 그래서 이 책은 일베보다 일부 진보 진영에 더 불편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서른여섯 미혼 여성 이영애. 뚱뚱하고 예쁘지 않다. 영세한 광고회사 디자이너지만 본업 외에 광고영업 일도 한다. 성실하고 씩씩한데 불의를 보면 못 참는 ‘막돼먹은’ 성격. 연애를 하면 아낌없이 퍼주다가,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쿨하지 못하게 헤어진다. 요즘 그는 새로 옮긴 회사의 바람둥이 노총각 사장을 짝사랑 중이다. “대본을 보면 가끔 답답하죠. 얘, 미쳤니? 저런 사람을 왜 좋아해? 연애 기술도 그렇지, 서른여섯이 넘도록 발전이 없어요.” tvN 시트콤 ‘막돼먹은 영애씨’(막영애)에서 7년째 타이틀 롤을 맡고 있는 김현숙이 답답한 듯 목소리를 높이자 옆에 있던 한상재 PD가 영애를 두둔했다. “그런데 그렇게 자기감정에 솔직하니까, 예쁜 척 포장하지 않으니까 우리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거 아니겠어요.” 막영애는 케이블계의 ‘전원일기’로 불린다. tvN 개국 초기인 2007년 시작해 올해 시즌12에 이르렀다. 횟수로는 220회 가까이 된다. 캐스팅 당시 16부작 시트콤을 생각하고 시작했던 김현숙은 ‘동갑내기’ 캐릭터 영애와 함께 6년을 보냈다. 2010년 시즌8 서브 PD로 합류한 한상재 PD는 이번 시즌부터 메인 연출을 맡았다. “200회가 넘으니까 헷갈려요. 작가들과 회의하면서 이런 소재 우리가 언제 하지 않았느냐고 서로 물어봐요. 그런데 삶이 원래 반복되잖아요. 요즘은 조금 겹치는 거 알아도 그냥 하죠.” 막영애는 일과 사랑에서 주로 ‘을’에 머무르는 30대 노처녀의 이야기다. 페이크 다큐(허구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표현하는 방식) 형식의 이 작품에서 영애의 삶은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과는 많이 다르다. 영애의 연애 상대도 거래처인 ‘족발·보쌈집’ 사장 아들, ‘훈남’ 직장 동료 정도. 수많은 사무실 에피소드는 작가들이 직간접으로 경험한 것들이다. 그래서 이 시트콤은 특히 20, 30대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는다. “겉으론 강해 보여도 속이 여린 건 영애랑 저랑 닮았어요. 그런데 식성은 달라요. 저는 고기보단 해물이랑 채소 좋아합니다. 연애할 때 ‘밀당’도 잘하고, 불의를 보면 꾹 참죠.” 시즌12에서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오랜 직장이던 ‘아름다운 사람들’의 사장이 사업을 접고 귀농하면서 영애는 동종업계인 ‘낙원종합인쇄사’로 이직했다. 한동안 팀장으로 승진하고 집도 장만해 ‘골드미스’ 반열에 오른 듯했으나 이직과 함께 도로 평사원이 됐으며, 남자친구와 혼수 문제로 파혼하고 후배에게 돈까지 떼여 빈털터리가 됐다. “영애가 너무 많은 걸 가진 여자가 됐더라고요. 앞으로 더 다양한 얘기를 뽑아 내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했죠.”(한 PD) “결국 시청자들이 영애의 적이죠. 영애가 어려울 때 응원은 하더라도, 진짜 잘되는 꼴은 못 보는 거예요.”(김) 영애의 새 직장 적응기인 시즌12는 14일 막을 내린다. 시즌13은 내년 상반기에 방송된다. “앞으로도 영애의 사랑은 계속될 겁니다. 다만 영애 남자친구가 되면 극에서 일찍 하차해야 하는 아픔이 있죠. 결혼은 좀 이르지 않나요? 그럼 종영해야 하니까….”(한 PD)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무슨 멜로물 서브 남주를 이런 식으로 만드나요? 이런 애가 여주 만나 개과천선한다, 이러려고요?”(커뮤니티 82쿡 게시글) SBS 수목드라마 ‘상속자들’을 둘러싸고 학교 폭력서클 일진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상속자들’은 최상류층 자녀들이 다니는 제국고를 배경으로 가난한 여주인공 차은상(박신혜)과 재벌 2세 남주인공 김탄(이민호)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문제는 차은상을 두고 김탄과 경쟁을 벌이는 주연급 조연 최영도(김우빈)가 일진인데 꽤 매력적이라는 점. 김탄 역시 과거엔 일진이었다. 지난달 24일 방영분에서는 영도가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을 괴롭히면서 “앞으로도 계속 이럴 거야. 우리가 너의 고용주가 될 테니까”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사배자 전형 입학자를 왕따와 폭력의 대상으로 묘사한 것은 지나쳤다” “피해자의 아픔보다는 가해자의 매력이 더 부각됐다”고 비판했다. 한편에서는 “드라마 속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차별은 현실 어른 세계에 대한 비유이며,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평가는 과장됐다”는 주장도 나왔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지난달 30일 프랑스에서 개봉한 봉준호 감독(사진)의 영화 ‘설국열차’가 상영 닷새 만에 관객 20만 명을 모으며 봉 감독의 전작 ‘괴물’을 넘어섰다. 영화의 배급사인 CJ E&M은 4일 글로벌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렌트랙(RENTRAK)’을 인용해 4일 오전(현지 시간)까지 닷새간 ‘설국열차’가 총 19만2132명의 관객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봉 감독의 전작 ‘괴물’의 2006년 프랑스 흥행 성적(15만9000여 명)을 넘어선 기록이다. 당시 ‘괴물’은 200여 개 스크린에서 상영됐고, 이번 ‘설국열차’는 300여 개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다. ‘설국열차’는 또 지난주 프랑스에서 개봉한 22편의 작품 중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토르: 다크월드’에 이어 흥행 2위에 올랐다. ‘설국열차’는 개봉 첫날인 지난달 30일 300개 관에서 상영돼 8위로 출발했으나 3일에는 전체 영화 중 박스오피스 5위로 뛰어올랐다. CJ E&M 관계자는 “‘설국열차’가 경쟁작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음에도 르몽드 1면에 소개됐고 프랑스 내 10여 개 매체가 별 다섯 개 만점을 줘 입소문이 나고 있다”면서 “현재의 속도라면 한국 영화 중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31만5000명) 기록을 조만간 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3일 프랑스 동포 초청 간담회에서 ‘설국열차’ 사례를 언급하며 “‘설국열차’가 동명의 프랑스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콘텐츠 간 융합, 기술과 문화 간 융합이 양국 사이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8월 1일 개봉한 ‘설국열차’는 현재까지 국내 관객 934만 명을 넘겼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