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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스페이드 핸드백을 산다는 것은 미국 여성들에겐 성인이 된다는 의식과 같았다.”(뉴욕타임스) 실용적이면서도 발랄한 디자인으로 ‘성인 여성들의 첫 가방’으로 사랑을 받아온 미국의 유명 핸드백 브랜드 ‘케이트 스페이드’의 창립자인 디자이너 케이트 스페이드가 5일(현지 시간) 미 뉴욕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55세. 뉴욕경찰(NYPD)은 “초기 조사 결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1962년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태어난 스페이드는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언론학을 공부한 뒤 뉴욕에서 마드무아젤 잡지의 어시스턴트 패션 에디터로 일했다. 그는 당시 시대를 풍미하던 요란한 장식이 가득한 핸드백에 불만을 느꼈다. 남편 앤디 스페이드와 멕시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던 중 “단순하면서도 현대적인 가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털어놓던 그에게 남편은 “핸드백 회사를 차려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 직후 스페이드는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의 길에 나섰다. 스페이드 부부가 1993년 설립한 핸드백·액세서리 브랜드 ‘케이트 스페이드 뉴욕’은 눈에 띄는 색감과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금세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첫 패션쇼 이후 스페이드는 가방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안감에 붙어 있던 금속 사각형 브랜드 라벨을 가방 밖에다 붙였는데 이는 브랜드의 상징이 됐다. 100∼400달러(약 10만7000∼42만8000원)의 가격대에 판매돼 고가의 명품 가방을 사기엔 부담을 느꼈던 10대 후반∼20대 중반 여성들에게 ‘첫 핸드백’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스페이드 부부는 브랜드가 한창 잘나가던 1999년 지분의 56%, 2006년엔 나머지 지분 44%를 고급 백화점 니먼마커스에 팔았다. 2016년에는 남편과 함께 액세서리 브랜드 ‘프랜시스 밸런타인’을 출시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딸인 첼시 클린턴은 이날 트위터에 “대학생 때 할머니가 나에게 첫 케이트 스페이드 가방을 선물했고 그 가방을 아직도 갖고 있다”고 썼다. 할리우드 배우 리스 위더스푼도 트위터에 “훌륭하고 재능 있는 여성이었던 그를 매우 그리워할 것”이라며 추모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북한에서) 분명히 긍정적인 징조를 포착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징조가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입니다.” 4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에서 만난 페터 마우러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총재(62)는 ‘한반도 해빙 분위기가 조성된 이후 북한 인권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1∼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 후 한국을 찾은 마우러 총재는 이낙연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을 만나 한국 정부의 ICRC 지원 확대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한반도 관련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마우러 총재는 “현재 ICRC의 대북지원 프로그램 규모는 별로 크지 않다”며 “이는 우리의 뜻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데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ICRC 평양사무소의 직원은 총 21명. ICRC가 북한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도주의적 지원 프로그램은 식수·위생시설 공급, 재활치료, 의료지원, 무기 오염 제거 등이다. 그는 “(한반도 해빙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아직은 제약에 대한 실질적인 변화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정세가 개선될 것이란 희망을 갖고 활동을 확대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엔 “대북제재가 ICRC 프로그램 지원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면서도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프로그램도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재 대북제재 중 인권문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재정분야 그리고 기계 수입과 관련된 제재”라며 “식수, 위생, 보건, 식량 등 북한 주민들의 생계유지와 직결된 사안은 경제 제재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부에도 무조건적인 인도주의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우러 총재는 한반도의 가장 큰 인도주의적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 실종자 생사 확인에도 ICRC가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남북 적십자사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에 우리가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왔다”며 “이 분야가 ICRC의 우선순위 활동인 만큼 축적된 경험이 많다”고 말했다. 이산가족이 상봉할 때 겪는 정서적 갈등에 대한 지원, 유해 발굴·관리 기술 등에 대한 다수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를 위해선 양측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다뤄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대답할 수 없는 정치적 질문”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지난달 북한 적십자위원회가 요구한 탈북 여종업원 송환 문제에 대해선 “정치적 이슈와 인도주의적 이슈의 교착점에 있는 문제”라면서 “만약 양측이 원한다면 여종업원들이 정확히 어디로 가고 싶어하는지 객관적인 의사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독일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렉산더 가울란트 공동 원내대표가 다시 한번 나치 독일의 과오를 축소하려는 듯한 발언을 해 반발을 샀다. 가울란트 대표는 2일 독일 튀링겐주 제바흐에서 가진 AfD 청년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는 1000년간의 성공적인 독일 역사에서 단지 ‘새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치 치하) 12년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받아들였다”면서도 “우리는 그 빌어먹을 12년 이상의 영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울란트 대표의 발언이 있은 지 몇 시간 뒤 크리스티안 뤼트 AfD 대변인은 트위터에 화난 표정으로 주먹을 쥔 히틀러 사진을 올려놓고 “히틀러를 새똥에 비유한 아이디어는 꽤 매력적”이라는 사진 설명을 달아 논란을 더 키웠다. 그러자 이 트윗은 삭제됐다. 독일 정치권 인사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의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AfD와 가울란트 대표는 5000만 명의 전쟁 희생자와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새똥’으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녹색당의 카트린 괴링에카르트 공동 원내대표도 “독일 역사는 ‘나치즘, 증오, 선동이 깊은 수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가울란트 대표의 발언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와 후손, 친척들의 얼굴을 때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우리(미국)는 대중 외교 관계의 99%를 무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중국이 보기엔 남중국해 문제의 우선순위가 낮은 것처럼 비칠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CNBC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과 북핵 문제에 집중하는 동안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입지를 확고히 해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통령 인터뷰 녹취록 저장 웹사이트 ‘팩트베이스’에 따르면 올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남중국해를 언급한 횟수는 단 한 차례도 없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남중국해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 범위에서 멀어져 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조용한 행보는 중국에 ‘프리 패스’를 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에 대해 역대 미국 정부처럼 구두 경고와 ‘항행의 자유’ 작전으로 대응해 온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들어 강력한 대중(對中) 반격 카드를 꺼내 들고 있는 건 미국 내의 이런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효과를 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식의 과격한 경고 발언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케네스 매켄지 미 합동참모본부 중장은 “미국 군대는 서태평양의 작은 섬들을 점령한 많은 경험이 있다”며 남중국해 내 중국이 만든 인공 섬을 없애버릴 수 있다는 암시를 해 중국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어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2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는 (주변 국가들에 대한) 협박과 강요가 목적”이라고 대중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대중 강경 발언의) 그 다음 차례는 트럼프 대통령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말뿐만 아니라 행동도 심상치 않다. 싱가포르에서 아시아안보회의가 개최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미 공군은 전략폭격기 B-52를 대만 부근 상공까지 전개했다. 지난달 22, 24일 두 번에 걸쳐 B-52 2대를 남중국해 방향으로 전개시킨 지 일주일 만이다. 지난달 30일 매티스 장관은 71년 만에 태평양사령부의 이름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바꾼다고 선언하며 중국 견제의 중장기 포석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반격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해리 해리스 전 태평양사령관 자리를 이어받은 필립 데이비드슨 사령관은 4월 의회에 제출한 서한에서 “미국과 전쟁이 나지 않는 한 중국은 남중국해상에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며 사실상 중국의 영향력을 인정했다. 테일러 프레이블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정치학)도 2일 CNBC에 “미국은 중국이 이미 하고 있는 일을 못 하게 막으려 하고 있다”며 “이는 시작하지 않은 일을 못 하게 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소속 부인과 의사였던 조지 틴들(71)이 27년간 1만여 명의 여성을 진료하면서 50여 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AP통신,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에 따르면 틴들은 1990년부터 2016년까지 USC 학생 보건소에 근무하면서 진료하던 환자의 주요 부위를 더듬거나 사진을 찍고, 환자의 몸에 대한 성적인 발언 등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그는 중국인 유학생 환자들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여성 52명을 조사 중인 경찰은 피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 측은 이 같은 틴들의 비위를 알고도 수년간 묵인한 데다 틴들이 징계를 받지 않고 퇴임할 수 있도록 휴직 처리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맥스 니키아스 USC 총장은 지난달 25일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금까지 대학 측과 틴들을 상대로 20건 이상의 소송이 제기됐고, 대학 측이 개설한 핫라인 신고처에는 400명 이상의 여성이 피해 신고를 해왔다. 틴들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틴들이 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주요 부위를 만지거나 사진을 찍은 것은 정당한 의료 행위로 해석될 수도 있다. 지난달 29일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기자회견에서 “(혐의) 대부분은 부적절한 발언에 관한 것이다”며 “피해자들의 더 많은 증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남가주대’라고도 불리는 USC는 로스앤젤레스 도심에 있어 한인 학생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 꼽힌다. 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은 지난달 24일 트위터를 통해 “USC 한국인 유학생이 피해를 입었다는 단서나 제보는 아직 없지만 아시아 유학생들이 주로 피해를 봤다는 보도를 감안하면 한국인 유학생이 피해를 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피해 사례가 있으면 총영사관으로 알려 달라”고 밝혔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 관저에서 90분간 진행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만찬 식탁에는 미국 본토의 맛을 보여줄 수 있는 미국산 쇠고기 스테이크 등이 올랐다. 미 국무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메뉴를 보면 이날 만찬은 코스 메뉴로 식전 음식으로는 비브 양상추·콩샐러드, 부라타 치즈와 램프 페스토 소스를 곁들인 크뤼디테(신선한 야채 모둠)가 제공됐다. 메인 메뉴로는 필레미뇽(뼈 없는 쇠고기 부위를 베이컨으로 감아 구워 만든 스테이크)에 옥수수 퓌레, 데친 셀러리 및 시금치를 곁들였다. 후식으로는 비엔나식 초콜릿 수플레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올랐다. 김치 등 한국 음식은 식탁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만찬 시작 전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아일러 스카치위스키로 건배했다. 스코틀랜드 6대 위스키 생산지 중 한 곳인 아일러섬에서 제조된 이 술은 스모키 향이 나는 독특한 풍미로 유명하다. 이런 메뉴 선정에는 폼페이오 장관의 개인 취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음식을 좋아한다. 그는 우리나라(미국)에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식사를 대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무부는 만찬 메뉴판에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이 각각 영문과 한글로 서명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서명 아래에는 만찬 날짜인 ‘5.30’이 적혔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를 본격적으로 견제하고 나서자 잠잠해지는 듯했던 미중 무역전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9일 미국이 기습적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은 ‘핵심 이익을 수호하겠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해 “국제 관계에서 매번 태도를 바꾸고 한입으로 두말하는 것은 위신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중국은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미국이 고집스럽게 제멋대로 나오면 중국은 반드시 결연히 힘 있는 조처를 통해 정당한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상무부도 29일 오후 11시 반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미국이 어떤 조치를 내놓든지 중국은 국민 이익과 국가 핵심 이익을 수호할 자신감과 능력,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핵심 이익’은 중국이 남중국해, 대만, 티베트 등 영토주권과 관련해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해온 분야에만 써온 표현이어서 중국의 반발 강도를 보여준다.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국의 첨단 과학기술에 대해 강력한 견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날 AP통신, 로이터통신 등은 미 국무부가 로봇, 항공 등을 전공하는 중국 대학원 유학생의 미국 비자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로봇과 항공은 중국이 첨단기술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올라서겠다는 ‘중국제조 2025’ 계획의 핵심 분야다. 통상 미국은 비자 발급 시 최대 기간을 보장해 왔다. 익명의 국무부 관계자는 AP통신에 미 상무부의 감독 대상 리스트에 오른 기업에서 연구원이나 관리자로 근무하는 중국인이 비자를 발급받고자 할 경우 특별 신원조회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지침도 전달됐다고 밝혔다. 조회 절차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이 조치는 다음 달 1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백악관은 미중 무역전쟁 ‘휴전’ 약속을 깨고 29일 성명을 통해 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500억 달러(약 54조 원)어치의 중국산 수입품 목록을 다음 달 15일까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영국 프리미어리그 명문 축구클럽 첼시의 구단주이자 러시아 석유 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52·사진)가 이스라엘 시민권을 취득했다. 28일(현지 시간) 영국 BBC,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지난주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이스라엘대사관에서 비자를 신청한 아브라모비치는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와 여권을 발급받았다. 유대인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이스라엘의 ‘귀환법’에 따라 시민권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아브라모비치는 시민권 취득과 동시에 이스라엘 최고 부호로 등극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영국 비자 갱신이 늦어지자 영국 방문 편의를 위해 이스라엘 시민권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시민은 비자 없이 영국에서 6개월까지 머무를 수 있다. 그는 2015년 영국에 최소 200만 파운드(약 28억6000만 원)를 투자하면 주어지는 ‘투자자 비자’를 발급받았다. 하지만 비자가 지난달 만료됐으나 비자 갱신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지연돼 그는 영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19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FA컵 결승전에서 첼시가 우승하는 장면도 지켜보지 못했다. 그의 비자 문제는 3월 영국에서 발생한 ‘이중 스파이 독살 시도’로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하자 영국이 꺼내 든 대러 보복조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전몰장병을 추모하는 미국 현충일 ‘메모리얼데이’(5월의 마지막 월요일·올해는 28일)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 성과를 자랑하는 트윗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날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메모리얼데이 기념식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남녀들을 기리고자 이곳에 모였다”며 “우리는 절대 우리의 영웅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행사 참석 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의 경제, 역대 가장 낮은 흑인과 히스패닉의 실업률, 군사력 재건 외에도 더 많은 것을 이뤘다. 좋다(Nice)!”라며 자신의 국정 성과를 한껏 자랑했다. “즐거운 메모리얼데이 보내라(Happy Memorial Day!)”는 인사말도 덧붙였다. 이에 미국의 진보 성향 참전군인단체 보트베츠(VoteVets)는 역시 트위터를 통해 “전몰장병을 추모하는 날에 자기 홍보를 하고, 사랑하는 전사자들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즐거운(Happy)’ 기념일이 되라는 것은 끔찍하다”고 비판했다. CNN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사자에 대한 추모를 단순히 자신의 국정 성과를 자랑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직 대통령들은 경건한 추모 메시지를 전했다.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 중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41대)은 “퍼레이드에 참석하지 못해 매우 유감”이라며 “나라를 위해 고귀한 희생을 한 모든 애국자에게 영원한 감사를 드린다”고 트위터에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메모리얼데이 퍼레이드에 매년 참석해 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44대)도 “우리는 전사한 영웅들에게 진 빚을 진정 갚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제가 만났던 시리아, 예멘, 팔레스타인 등 전쟁을 겪고 있는 나라의 아이들은 자신이 겪은 고통보다도 꿈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더 좋아했어요.” ‘전쟁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미래를 꿈꿀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힐트 카펠라레 유니세프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대표(57)는 이렇게 대답했다. 비참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은 꿈도 희망도 없을 것이란 기자의 섣부른 예단이 깨져 나갔다. 유니세프에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려고 23~25일 방한한 카펠라레 대표는 24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그곳의 아이들도 한국의 아이들만큼이나 밝다”고 덧붙였다. 이어 “다만 전쟁이 아이들을 아이답게 살지 못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 시리아 알레포에서 만난 소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몸의 일부가 마비된 소녀였어요. ‘네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말을 걸자 소녀는 ‘물리치료사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어요. 그 소녀는 유니세프 덕분에 2주에 1번씩 물리치료사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소녀에게도 물리치료사가 돼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꿈이 생겼던 거죠.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 놓이던 간에 주변으로부터 매일 무언가를 배워요. 아이들은 고통 속에 살아가면서도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전문가들을 보며 꿈을 키워가는 셈이죠.” 중동·북아프리카에 사는 1억6000만 명의 아이 중 전쟁의 직접 영향권에 드는 아이는 약 3000만 명. 시리아 예멘 리비아 팔레스타인 남수단에서 내전이 진행되고 있으며 레바논 요르단 수단 알제리 등 주변국은 수많은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예멘에선 10분에 1명꼴로 아이들이 죽어간다. 팔이나 다리를 잃고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아가야 하는 아이도 많다”며 “아이들이 겪고 있는 극심한 고통을 설명할 만한 적절한 단어가 없다. ‘잔혹하다(brutal)’란 표현도 적절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빈곤층이 늘어나면서 부양할 가족을 줄이기 위한 조혼(早婚)이 횡행하고, 아이들을 노동으로 내모는 경우도 많다. 그는 “유니세프가 전쟁을 멈추게 할 순 없다. 하지만 고통 받는 아이들을 도울 수는 있다”며 “유니세프의 역할은 아이들이 계속 꿈꿀 수 있도록 아이들이 있는 현장에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0년 전만 해도 유니세프의 도움을 받던 한국이 이제는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한 것은 ‘혁명’”이라며 “한국의 경험을 배워 중동·북아프리카 국가들에도 적용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1962년 우리나라 아동 지원 사업을 위해 한국에 사무소를 개설했던 유니세프는 1993년 지원사업 종료를 선언하고 철수했다. 이제는 공여국 위치로 올라선 한국과의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지난해 다시 서울사무소를 개소했다. “고통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아이들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루 일과의 시작으로 삼는다는 ‘트윗’이 책으로 엮여 나온다. 21일 미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 등에 따르면 미국의 유명 코미디 프로그램 ‘더 데일리 쇼’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모음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박물관’을 7월 31일 출간한다고 밝혔다. 이 책에는 “난 매우 안정적인 천재”와 같이 많이 회자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모아놓은 ‘걸작’, 트럼프 대통령의 미래 예언 트윗을 모은 ‘트럼프스트라다무스’ 등의 목차가 담길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것’이 책 소재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미 대선 이후 1년 반이 지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서점가에서 ‘핫 콘텐츠’로 통한다. 지난달 17일 발간된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더 높은 충성심’은 이번 주 뉴욕타임스(NYT) 논픽션 베스트셀러 3위를 기록 중이다. 코미 전 국장은 이 책에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스캔들에 대한 수사를 두고 갈등을 빚다 자신을 해고한 트럼프 대통령을 ‘충성심에 집착하는 마피아 두목’에 비유해 논란이 됐다. 백악관 인사 200여 명을 취재해 백악관 속사정을 폭로한 마이클 울프의 ‘화염과 분노’(1월 발간)는 약 15주간, 역시 ‘러시아 스캔들’을 다룬 언론인 마이클 이시코프와 데이비드 콘의 공저 ‘러시안 룰렛’(3월 발간)은 약 6주간 베스트셀러 순위 안에 머물렀다. 미국 출판업자 애덤 벨로는 “미디어에서 트럼프 대통령 이야기가 고갈되지 않는 만큼 출판 분야에서도 트럼프 열풍이 지속될 것”이라고 할리우드리포터에 전했다. 현재 출판업계에서는 ‘트럼프 책이 아니면 관심을 받지 못한다’ ‘(트럼프 때문에) 정치 분야 이외의 논픽션 서적 판매량이 줄고 있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라고 CNN은 전했다. 돌출 행동을 일삼는 트럼프 대통령을 이해하려는 수요 또한 서점가의 트럼프 열풍에 기여하고 있다. 17일 CNN에 따르면 조너선 파월 전 영국 외교관은 “작년 12월 북한에 갔을 때 정부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이해하기 위해 ‘거래의 기술’을 읽었고 올해 초에는 ‘화염과 분노’ PDF본을 읽고 있더라”라고 전했다. 책 읽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트위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책을 추천하고 있다. 8일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세 달 반 동안 트위터 팔로어들에게 최소 7권의 책을 소개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천한 책들은 자신을 옹호하는 내용이거나 폭스뉴스 관련 인사들이 썼거나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이 낸 것들이다. 이 책들의 저자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천 목록은 다독가로 알려진 전임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추천 리스트와는 사뭇 다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세븐이브스’ 같은 SF 소설부터 ‘지하철도’ ‘저지대’ 등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책을 추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한 책이 19권이나 되는 ‘다작 작가’다. 이 중 1987년 출간한 ‘거래의 기술’은 트럼프 대통령의 변칙적인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최근 소개되기도 했으나 대작(代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이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트위터’마저 책으로 출간된다. 21일 미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 등에 따르면 미국의 유명 코미디 프로그램 ‘더 데일리 쇼’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모음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박물관’을 7월 31일 출간하겠다고 밝혔다. 출판사 랜덤하우스에 따르면 책에는 “난 매우 안정적인 천재”와 같이 많이 회자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모아놓은 ‘걸작’, 트럼프 대통령의 미래 예언 트윗을 모은 ‘트럼프스트라다무스’ 등의 챕터가 담길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것이 책 소재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미 대선 이후 1년 반이 지났지만 ‘트럼프 열풍’은 여전히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지난달 17일 발간된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더 높은 충성심’은 이번주 뉴욕타임스(NYT) 논픽션 베스트셀러 순위 3위를 기록 중이다. 1월 발간된 마이클 울프의 ‘화염과 분노’는 약 15주간, 러시아 대선개입 스캔들을 다룬 언론인 마이클 이시코프·데이비드 콘의 책 ‘러시안 룰렛’은 약 6주간 베스트셀러 순위 내에 머물렀다. 지난해 물러난 숀 스파이서 전 백악관 대변인도 ‘더 브리핑’이라는 제목의 책을 7월 중 출간할 예정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디어의 관심을 끌고 있는 핫한 인물이라는 걸 증명한다. 미국 출판업자 애덤 밸로우는 “미디어 수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이야기가 고갈되지 않는 만큼 출판 분야에서도 트럼프 열풍이 지속될 것”이라고 할리우드리포터에 전했다. 현재 출판업계에서는 ‘트럼프 책이 아니면 관심을 받지 못한다’ ‘(트럼프 때문에) 비정치 논픽션 서적 판매량이 줄고 있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라고 최근 CNN은 전했다. 돌출 행동을 일삼는 트럼프 대통령을 이해하고자 하는 수요도 이런 인기에 기여하고 있다. 17일 CNN에 따르면 조나단 포웰 전 영국 외교관은 “작년 12월 북한에 갔을 때 정부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이해하기 위해 ‘거래의 기술’을 읽었으며, 올해 초에는 ‘화염과 분노’ PDF본을 읽고 있었다”고 전했다. 책 읽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트위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책을 추천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8일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세 달 반 동안 트위터 팔로워들에게 최소 7권의 책을 소개했다”며 책의 면면을 소개했다. 이 책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는 내용이거나(‘거대한 저항’ ‘진짜로 무슨 일이 있었나’ ‘도널드 트럼프의 운명’) △폭스 뉴스 관련 인사들이 썼거나(‘내 안의 빛’ ‘러시아 사기극’)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이 쓴 것(‘자본주의자의 귀환’ ‘나비 상자’)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의적이다. 이러한 책 추천 리스트는 다독가로 유명한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추천 리스트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븐이브스’ 같은 SF소설부터 ‘지하철도’ ‘저지대’ 등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책을 추천해왔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추천한 책 대부분을 읽지 않았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비꼬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 이름으로 출간된 책도 19권에 달하는 ‘다작 작가’다. 이 중 1987년 출간된 ‘거래의 기술’은 트럼프 대통령의 변칙적인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최근 소개가 되기도 했으나 대작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16일 USA투데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중 9권으로부터 최근까지 인세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북한의 반발로 다음 달 12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불투명해지면서 ‘협상의 달인’이라고 자부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작 북한 문제에 대해선 스스로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 시간) ‘협상가 트럼프는 대통령 트럼프가 겪고 있는 북한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쉽게 정상회담 제의를 수락함으로써 큰 지렛대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WP는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겪고 있는 문제들은 이미 1987년 출간된 자신의 자서전 ‘거래의 기술’에 다 나와 있다며 대통령이 이를 충실하게 따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사업가로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책에서 최고의 협상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11가지 원칙을 소개했다. 거래와 협상에 통달했다고 자부하는 그이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선 국제사회의 환호를 받는 데 눈이 멀어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11가지 원칙 중 하나는 ‘레버리지(협상을 유리하게 만들 지렛대)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하는 그 순간 큰 레버리지를 잃었으며, 한반도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냄으로써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을 잘 알라’는 자신의 조언도 실천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외교정책은 부동산 거래보다 훨씬 복잡한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일일 정보 보고를 잘 읽지 않고 일정이 없는 시간 대부분을 TV 뉴스를 시청하는 데 할애하는 등 정보 분석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선택지를 다양화하라’는 책의 조언처럼 선택지가 다양할 때 협상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짐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와 비핵화된 북한’이라는 하나의 선택지만을 내세워 왔다고 덧붙였다. WP는 “협상가 트럼프는 대통령 트럼프가 협상 입지를 스스로 약화하는 방식에 대해 예상했어야 한다. 모두 그의 책에 나와 있기 때문”이라고 기사를 마무리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물고문 전력 논란으로 험난한 인준 과정을 거쳤지만 결국 미국의 정보 수장 자리에 오른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취임식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찾아 지지를 보냈다. 21일 버지니아주 랭글리의 CIA 본부에서 열린 해스펠 국장 취임식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해스펠 국장은 세계적인 존경과 CIA 동료들의 신뢰를 얻은 사람”이라며 “그가 첫 여성 CIA 국장 자리에 오름으로써 우리는 자랑스러운 역사의 이정표를 세웠다. 이건 아주 큰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적들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지나는 굳세고 강하다”며 “미국을 지키는 일이라면 지나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스펠 국장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앞에서 취임선서를 한 뒤 “작전 담당관에서 이 자리까지 오르는 데 약 50년이 걸렸다. 지난 두 달여를 지내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더라”고 말해 험난했던 인준 과정에 대한 소회를 내비쳤다. 여성 최초로 CIA 국장이 된 것에 대해선 “고정관념에 맞서 장벽을 무너뜨리고 후배들을 위해 문을 열어준 여자 선배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해스펠 국장은 “1년 전쯤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장이 ‘CIA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정보기관이며 나는 그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최고다. 우리의 목표는 항상 최고가 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워야 하지만 거기에 머물러선 안 된다. 끊임없이 배우고 적응하고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전임 국장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비롯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우리는 (무아마르) 카다피(전 리비아 국가원수)에게 ‘우리가 당신을 보호해 줄게. 우리는 군사력을 제공할 것이고 이 모든 걸 주겠어’라고 말한 적이 없다. 우리는 들어가서 그를 제거(decimate)했다. 이라크에서도 그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하고 북-미 정상회담까지 재고할 수 있다고 위협한 지 이틀 만인 17일(현지 시간) 말문을 열었다. ‘트럼프식 북한 비핵화 해법’을 기자들에게 11분간 쏟아내며 ‘몰살’ ‘섬멸’ ‘제거’ 등을 뜻하는 단어 ‘decimation’을 7차례나 언급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해선 “리비아와는 전혀 다른 모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하는 것”이라며 북한을 달랬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지 않으면 ‘완전한 섬멸(Total decimation)’의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위협하며 ‘당근과 채찍’을 휘둘렀다. ○ “완전한 섬멸”, 정상회담 합의 후 첫 대북 위협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반발을 불러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을 배제했다. 그는 “카다피에 적용된 모델은 완전한 섬멸이었다. 우리는 거기에 들어가 그를 무너뜨렸다”며 “우리(북-미)가 합의하지 못한다면 그 모델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또 “만약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음 단계로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합의한다면 김정은은 매우매우 행복할 것”이라며 “그는 강력한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통령이 정치적 안전장치 제안과 새로운 위협을 짝지어 ‘미스터 김’(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려고 했다”며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후 대통령의 첫 번째 직접적인 대북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 “북한 큰 부자가 될 것”, ‘한국 모델’ 제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이것은 김정은과 같이하는 것”이라며 “그는 그 나라를 통치할 것이고 그의 나라는 큰 부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제 보장’과 ‘경제 성장’이 대가로 주어질 수 있다는 걸 명시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건 사실 산업적 측면에서 한국 모델”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의 납세자가 아닌 미국의 훌륭한 민간 자본이 북한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며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미국인들이 북한의 사회간접자본과 에너지시설, 농업 등의 분야에 투자해 북한이 자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도울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협상하고 있다”며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북-미 간 물밑 협상이 진행 중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판을 깨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어디서 만나고, 어떻게 만나고, 어떤 방에서 만날지 등을 협상 중이다. 곧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경제 책사 류허(劉鶴) 국무원 부총리 일행이 2차 미중 무역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과연 그게 성공할까 의심스럽다”며 “내가 의심하는 이유는 중국이 너무 버릇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위은지 기자}

물고문 전력 논란에 휩싸였던 지나 해스펠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사진)의 인준안이 16일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가결됐다.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 표결이 남았지만 돌발 변수가 없는 한 통과가 확실시돼 미 최초 여성 정보국장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날 상원 정보위는 해스펠 지명자의 인준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0표, 반대 5표로 가결 처리했다. 상원 정보위는 공화당 의원 8명, 민주당 의원 7명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마크 워너 의원은 해스펠의 물고문 전력을 문제 삼아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표결 하루 전인 15일 해스펠 지명자가 직접 쓴 ‘반성문’을 받고 마음을 바꿨다. 해스펠 지명자는 워너 의원에게 보낸 서한에 “CIA는 가혹한 구금·심문 프로그램을 시행하지 않았어야 했다. 미국은 전 세계에 모범이 돼야 하며 나는 이것을 지지한다”고 적었다. CIA 국장으로 지명된 이후 2013년 CIA 해외비밀공작 총책임자였던 해스펠이 CIA 태국 비밀감옥에서 자행된 물고문 등 가혹한 심문기법을 지휘했느냐가 논란이 됐다. 야당인 민주당은 사퇴시키겠다며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논란이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해스펠은 한때 사퇴까지도 고려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만류로 인준 절차를 계속 밟았다. 본회의 표결은 이르면 17일, 늦어도 다음 주중 진행될 예정이다. 상원 정당별 분포 비율은 공화당 51석, 민주당 49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본회의 표결에서 공화당에서 3명이 반대표를 던지고, 민주당에서 6명이 찬성표를 던져 해스펠 지명자가 무난히 과반 찬성을 얻고 정보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16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결정된 것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백악관은 “리비아식 핵 폐기 모델(선 핵 포기, 후 보상)을 활용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 북한의 공세에 백악관이 일단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이날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을 예방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여전히 유효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어떠한 결정도 없었으며, 우리는 통보받은 내용이 없다. 우리는 아무 것도 보지 못했고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것(리비아식 모델)이 우리가 사용하는 모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샌더스 대변인은 “우리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딱 떨어지는 모델(cookie cutter model)은 없다”며 “이건 ‘트럼프 대통령 모델’이다. 대통령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방식을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100% 확신한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은 최고의 협상가이며 우리는 이 부분에 있어 매우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오전 폭스뉴스의 ‘폭스&프렌즈’에도 출연해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여전히 희망적”이라며 “우리는 계속 그 길(북-미 정상회담)을 향해 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것이 어려운 협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준비해왔다.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회담이 성사되지 않으면 우리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최대의 압박 전략을 계속할 것”이라는 언급도 빠트리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는 경우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백악관의 이 같은 반응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16일 “미국이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한다면 북-미 회담을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담화를 발표한 뒤 나온 반응이다. 김 제1부상 명의의 담화 발표에 앞서 북한은 한미 연합 공군훈련인 ‘맥스선더’를 문제 삼아 이날 0시 반경 우리 정부에 통지문을 보내 이날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통보했다. 또한 ‘리비아식 핵 폐기 모델(선 핵 포기, 후 보상)’을 주장해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올 1월 13명의 자녀를 더러운 방 침대에 쇠사슬로 묶어 놓고 학대해 충격을 줬던 ‘쇠사슬 13남매 사건’이 발생한 지 4개월 만에 미국에서 또 10남매가 오물로 뒤덮인 집에서 가혹 행위를 당한 정황이 드러났다. 14일 AP,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페어필드 경찰이 조너선 앨런(29)과 부인 아이나 로저스(30)가 10명의 자녀를 감금하고 학대한 흔적을 발견한 건 3월 31일이었다. 이날 실종신고가 접수됐던 12세 아이를 돌려보내기 위해 이 부부의 집을 방문한 경찰은 오물과 쓰레기로 뒤덮인 집 안에 생후 4개월∼11세 아이 9명이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경찰은 10남매를 즉각 집에서 격리하고 로저스를 방임 혐의로 체포했다. 6주간의 조사 끝에 경찰은 11일 남편 앨런을 고문 및 아동학대 혐의로 추가 체포해 구금 중이다. 캘리포니아 경찰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집 안 바닥에 인분과 동물의 배설물, 쓰레기, 썩은 음식들이 널려 있었고 집 안 일부에는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쓰레기가 쌓여있었다”며 “이런 곳에서 아이들이 오랜 기간 물리적 정신적 학대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2014년부터 부모의 의도적인 학대행위가 있었다고 진술했으며, 몸에서 학대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 타박상과 화상, 반복적으로 BB탄 총알을 맞아 남은 상처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부부는 순전히 가학증을 만족시키기 위해 폭력을 일삼았다”고 말했다. 아직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부부는 “상황이 과장됐다”며 아동학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로저스는 14일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집이 지저분했던 이유는 내가 아들을 찾기 위해 집 안을 헤집어놨기 때문이다. 나는 아들을 찾지 못할까 봐 매우 두려운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또한 “남편이 몸에 문신이 많아 무서운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 대단한(amazing) 사람이다. 나도 대단한 엄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AP는 “이날 집 내부를 둘러봤지만 여전히 더러운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1월 발생한 ‘쇠사슬 13남매 사건’과 비슷한 점이 많다. 이 사건의 주범인 데이비드 터핀(57)과 루이즈 터핀(50) 부부는 2010년부터 2세부터 29세까지인 13명의 자녀를 집에 감금한 채 하루에 한 끼만 주고 목욕은 1년에 한 번 이상 하지 못하게 하는 등 학대를 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부부의 범행 동기는 지금까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던 두 부부는 어린 나이에 가정을 이루면서 부모가 될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16세에 첫 아이를 낳은 로저스는 “나와 남편 모두 결손가정에서 자랐다. 대가족을 이루고 싶었다”라며 “아이를 많이 키운다는 이유로 부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항변했다. 루이즈의 여동생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언니는 어머니의 묵인 아래 돈 많은 소아성애자에게 지속적으로 성적 학대를 당해 왔다”며 “어머니는 ‘너희를 키우려면 돈이 필요하다’며 우리의 애원을 무시했다”고 털어놨다. 루이즈도 16세에 처음 남편을 만나 납치당하다시피 결혼을 했다는 지인의 증언이 보도되기도 했다. 몇 년간 두 부부의 아동 학대가 지속됐지만 정작 주변의 이웃들은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두 부부 모두 ‘홈스쿨링’을 핑계로 아이들을 집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지 경찰은 앨런 부부에 대한 추가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킬 경우 미국 민간부문의 투자를 허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3일(현지 시간) 오전 ‘폭스 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는 데 동의한다면 미국은 미국 민간부문이 북한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의 세금이 아닌 민간부문의 투자를 통해 북한을 도울 것”이라며 “북한에 엄청난 양의 에너지 시설을 건설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구체적인 사업 분야를 밝혔다. 이어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미국인들이 북한의 사회간접자본과 농업 분야에 투자해 북한이 자국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도록 돕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11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를 하는 과감한 조치를 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는 따뜻했고, 김 위원장의 전략적 결정이 포함된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미국의 역사에 지금은 긴밀한 동반자인 적국들이 종종 있었다는 사실과, 북한과도 이와 똑같은 일을 이뤄낼 수 있다는 희망을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북한의 각종 개발 사업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자본이 투입되고 핵 폐기에 따른 직접적인 비용까지 분담하는 방식의 빅딜에 어느 정도 합의했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길에 동행한 국무부의 핵협상 전문가인 브라이언 훅 정책계획국장은 이날 미 P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 1기 임기가 만료되는 2020년까지)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가 가능할 수 있다”며 “이는 전적으로 북한의 의지에 달렸다”라고 말했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위은지 기자}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차기 노벨 평화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작 ‘내부자들 단속’엔 실패하면서 국내 정치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이너 서클은 양분돼 있다”고 분석했다. 한 부류는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대외용 인사’들, 다른 부류는 배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저지른 일들을 뒤처리하는 ‘해결사’들이다. 후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바탕으로, 그를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일도 저지를 준비가 되어 있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폴리티코는 “최근 해결사들이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면서 트럼프의 이너 서클 세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즉,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는 안 됐던 ‘해결사’들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것. 대표적인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의 ‘원조 해결사’ 마이클 코언(52)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일해 온 코언은 지난달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자택, 사무실을 압수수색 당한 후 성추문 스캔들의 열쇠를 쥔 인물로 떠올랐다. 앞서 그는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 스테퍼니 클리퍼드(예명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추문 스캔들에 대해 입을 다무는 대가로 13만 달러(약 1억4000만 원)를 건넨 사실을 시인했다. 사정 당국은 13만 달러의 출처를 추적해 선거자금법 위반 여부를 살피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거대 통신사 AT&T가 타임워너 합병과 관련해 코언에게 자문료 명목으로 60만 달러(약 6억4000만 원)를 제공한 사실이 확인돼 11일 랜들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에게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자발적으로 미디어의 주목을 끌고 있는 인물도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법무팀에 합류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74)이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2016년 대선 때 물심양면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도우며 충성심을 증명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클리퍼드에게 전달된 13만 달러를 트럼프 대통령이 변제했다”고 폭로하면서 성추문 스캔들의 새 국면을 자초했다. 이에 “코언이 돈을 전달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돈으로 변호사에게 갚았다”고 입장을 바꿔야 했다. 2016년 대선 기간에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역대 가장 건강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기록을 공개했던 주치의 해럴드 본스타인도 폭로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불러준 대로 진단서를 받아썼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이 탈모약을 복용한다고 밝힌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보디가드들이 자신의 집을 강제로 수색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은밀한 해결사’에서 ‘폭로하는 내부자’가 된 이들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심을 증명했지만 백악관 입성엔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줄리아니 전 시장은 행정부 초기 국무장관 후보자로도 거론돼 왔지만 1년 반의 기다림 끝에 그에게 돌아온 자리는 트럼프 법무팀의 변호사에 불과하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