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에 대한 의혹에서 시작된 3기 신도시 관련 투기 의혹이 광역 및 기초의원들로 확산하고 있다. 광역 및 기초의원들은 이번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조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동아일보가 정부 관보와 서울 경기 인천의 시·도보에 공개된 광역 및 기초의원 재산 현황(2019년 말 기준)을 전수조사한 결과 최소 4명이 3기 신도시 발표 전에 해당 지역 내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 지역의 구의회 A 의원의 아내와 자녀 2명은 경기 부천시 오정동 토지 2곳(총 3996m²)을 2015년 8월과 2016년 11월에 각각 사들였다. A 의원 아내의 땅은 소나무가 빽빽하게 심겨 있었다. 자녀 2명이 3억4000만 원에 산 토지는 누군가 밭으로 농사를 지은 흔적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기도의회 B 의원의 아내는 부천시 대장동 대지 2곳(273m²)을 2018년 4월에 매입했다. 이곳은 도로가 연결되지 않아 투자 가치가 높지 않은 ‘맹지(盲地)’다. 이 땅들은 정부가 2019년 5월 발표한 3기 신도시 부천 대장지구에 포함됐다. 의원 2명은 “토지 개발 정보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농사를 짓거나 텃밭으로 가꾸기 위해 토지를 매입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소속 경기도의 한 시의회 C 의원의 모친은 하남 교산지구를, 같은 당에서 탈당한 시흥시의회 D 의원의 딸은 광명·시흥 지구가 각각 신도시로 확정되기 전에 땅을 샀다. 민주당은 C 의원의 투기 의혹과 관련한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D 의원에 대해선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국회의원의 ‘땅 투기’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양향자 양이원영 김경만 의원과 가족들이 신도시 등 택지개발지역의 땅을 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경제민주주의21 등 시민단체는 “검찰이 직접 투기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는 12일 100여 명(16건)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 대상에는 참여연대 등이 처음 의혹을 제기한 LH 직원 13명과 별도 신고를 통해 접수된 공무원 등이 포함돼 있다.지민구 warum@donga.com·김태성 / 부천=유채연 기자}

“(부동산 정보를 얻는 것이)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부러우면 이직을 하든가.” 9일 오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이용자가 쓴 글이었다. 게시글을 올린 이는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신도시 투기 의혹은)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 물 흐르듯 지나갈 거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다”면서 “(정부 등이) 털어봐야 차명으로 (투자를)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것인가”라고 적었다. 게시글에는 “공부 못 해서 (LH에) 못 와놓고 (투기 의혹으로)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 돌림하는 거는 극혐(극도로 혐오)한다”고 적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를 겨냥해 “입사하면 내부 개발 정보 바탕으로 ‘거액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지원자 받았으면 지금 공부 잘했다고 주장하는 본인보다 몇 배로 잘했을 사람들이 지원해서 떨어졌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게시글은 10일 현재 사라진 상태지만 내용을 캡처한 사진이 블라인드뿐만 아니라 외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확산되며 LH 직원들을 비판하는 게시글이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블라인드에 가입하려면 이용자가 재직 중인 회사의 e메일 인증을 거쳐야 하는 만큼 LH 현직 직원이 올린 글로 추정된다. 다만 퇴직자도 본인이 탈퇴하지 않으면 블라인드 계정을 유지할 수 있어 LH 현직 직원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LH 직원 e메일을 인증한 또 다른 이용자는 “솔직히 사내에서 듣기로 정치인, 국회의원이 더 많이 해먹은 것으로 들었다”며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우리 쪽에 정보 요구해서 투기한 것을 몇 번 봤다”고 했다. 이 댓글 역시 내용을 캡처한 사진으로만 확산 중이며 원본은 사라진 상태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부동산 정보를 얻는 것이)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부러우면 이직을 하든가.” 9일 오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이용자가 쓴 글이었다. 게시글을 올린 이는 “어차피 한 두 달만 지나면 (신도시 투기 의혹은) 사람들 기억에서 잊어져 물 흐르듯 지나갈 거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다”면서 “(정부 등이) 털어봐야 차명으로 (투자를)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것인가”라고 적었다. 게시글에는 “공부 못해서 (LH에) 못 와놓고 (투기 의혹으로)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 돌림하는 거는 극혐(극도로 혐오)한다”고 적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를 겨냥해 “입사하면 내부 개발 정보 바탕으로 ‘거액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지원자 받았으면 지금 공부 잘 했다고 주장하는 본인보다 몇 배로 잘했을 사람들이 지원해서 떨어졌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게시글은 10일 현재 사라진 상태지만 내용을 캡처한 사진이 블라인드뿐만 아니라 외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확산되며 LH 직원들을 비판하는 게시글이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블라인드에 가입하려면 이용자가 재직 중인 회사의 e메일 인증을 거쳐야 하는 만큼 LH 현직 직원이 올린 글로 추정된다. 다만 퇴직자도 본인이 탈퇴하지 않으면 블라인드 계정을 유지할 수 있어 LH 현직 직원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LH 직원 e메일을 인증한 또 다른 이용자는 “솔직히 사내에서 듣기로 정치인, 국회의원이 더 많이 해먹은 것으로 들었다”며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우리 쪽에 정보 요구해서 투기한 것을 몇 번 봤다”고 했다. 이 댓글 역시 내용을 캡처한 사진으로만 확산 중이며 원본은 사라진 상태다. LH의 직원으로 추정되는 다른 이용자는 3일 블라인드에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이 있느냐”며 “내부 정보를 활용해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부동산 투기한 건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쓰기도 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9일 경찰이 경남 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등 전국 16곳에서 벌인 압수수색은 LH 직원들이 신도시 개발 관련 내부 정보를 입수해 투기에 활용했는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두고 진행됐다. LH 본사에서 압수한 기밀 문건 등 각종 전산 자료와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 13명의 휴대전화, 노트북 등을 분석해 불법적 ‘연결 고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들 직원 13명 외에도 공무상 얻은 정보로 투기에 나선 직원들이 추가로 나올 것으로 보고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직원 자택에서 토지개발 관련 지도 발견 경기남부경찰청의 이날 압수수색은 LH 직원 13명이 부패방지법상 ‘공직자의 업무상 비밀 이용 금지 조항’을 위반했는지를 따져보기 위한 첫 번째 강제 수사 절차다. 경찰은 3기 신도시 검토부터 선정까지 각종 내부 문건을 생산해 각 지역본부와 실무 부서 등에 전파한 LH 본사를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켰다. 특히 개발 사업 관련 각종 전자문서와 직원들이 사내망으로 주고받은 e메일과 메신저, 전자결재 내역 등을 관리하는 본사 IT기획운영처를 집중적으로 압수수색했다. 내부에서 검토된 개발 관련 정보에 누가 접근했고 이 같은 기밀 정보가 어떤 경로를 거쳐 공유됐는지 등을 샅샅이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광명·시흥신도시 조성과 보상 계획 등을 실무적으로 검토한 광명시흥사업본부와 과천의왕사업본부도 압수수색해 투기 의혹을 받는 직원 13명이 사용했던 PC 등을 확보했다. 서울 강남구, 경기 성남시 등 이 13명의 거주지에서도 개인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압수했다. 수사관들은 이들 직원의 거주지에서 토지의 위치와 지목 등 개발 관련 세부 정보가 담긴 지도를 발견하기도 했다. LH 직원이 투기 대상 지역을 가족과 공유하려는 등의 목적으로 특수 지도를 집에 보관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경찰은 직원들이 사내 기밀 정보를 입수해 공유한 뒤 해당 지역 지도를 토대로 구체적으로 투자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의혹 등을 확인하기 위해 본사에서 확보한 기밀 문건 등 전산 기록과 이들의 휴대전화, PC 분석 결과를 정밀 대조할 계획이다.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현재 13명 외에 추가로 연루된 직원들이 파악될 가능성도 있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이었던 과천의왕사업본부는 투기 의혹으로 직무에서 배제된 직원 13명 중 8명이 근무했던 곳이다. 경기 시흥시 과림동, 광명시 옥길동 등 5개동 10개 필지를 사들인 3급 직원 A 씨 등 5명은 과천의왕본부의 한 부서에서 지난달까지 함께 근무했다. 이들이 개발 관련 내부 정보를 공유하는 등 투기 관련 모의를 한 정황이 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투기 의혹에 연루된 전직 LH 직원 등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7일 만에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 3일 걸려 LH 직원들의 광명·시흥신도시 투기 의혹은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2일 처음 제기했다. 경찰은 5일 LH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3일 뒤인 8일 오후에야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다음 날인 9일 오전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경찰의 압수수색이 다소 지연되면서 LH 측이 자료를 은폐할 시간을 벌어준 셈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8일 오후 8시 40분경 LH 본사 사옥 15개 층의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는 사진이 올라와 “증거를 인멸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이 사진을 올린 박모 씨(35)는 “LH 본사를 지나 매일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평소에 이렇게 불이 켜진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지민구 warum@donga.com·권기범 / 광명=김윤이 기자}
“주인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쓸모없는 ‘맹지(盲地)’를 사서 뭘 하려나 싶었죠.” 5일 오후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 산중턱에 있는 토지(3174m²). 임야로 분류된 이 땅은 여러 공장과 철망에 둘러싸인 데다 도로에서 100m 이상 떨어진 완벽한 맹지다. 주변 공장 직원은 “이런 토지도 투자를 하는지 몰랐다”고 했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 역시 “‘맹지를 사면 망한다’는 부동산 격언이 있다. 딱 그 말이 들어맞는 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땅의 가치를 누군가는 알고 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주전남지역본부의 직원 A 씨 등 6명이 2018년 1월 3억 원을 주고 이 땅을 공동으로 매입했다. 이 토지는 광명·시흥 신도시 조성 예정지로, 국토교통부 등이 3일 LH 직원들의 보유를 추가 확인한 4개 필지 가운데 하나다. 5일 동아일보가 지역 부동산중개사무소 등과 함께 확인해본 결과, 이 4개 필지는 모두 사실상 맹지였다. 3개 필지는 도로에서 한참 떨어져 있었고, 나머지 1개 필지는 도로에서 그리 멀진 않지만 비닐하우스 등에 가로막혀 맹지나 다름없었다.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누가 투자하라고 했다면 사기꾼인 줄 의심할 정도다. 확실한 개발 정보가 없다면 절대 매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H 전북지역본부 소속 직원 B 씨가 가족과 2019년 12월 6억5000만 원에 매입한 노온사동의 다른 토지(4298m²)도 상황은 비슷했다. 주변에 민가 등이 있긴 했지만 이 토지에만 별다른 건물이 올라가지 않은 채 도로와 한참 떨어져 있었다. 이 토지는 인근에 사는 한 농민이 세를 주고 마늘 농사 등을 지어왔다고 한다. B 씨가 땅을 매입한 뒤에도 해당 농민은 계속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인근 부동산중개사무소는 “신도시 계획이 나오기 전이라 땅 주인이 바뀐 뒤에는 가건물을 지어 농사를 짓는 주민이나 주변 공장 창고 용도로 세를 주려는 줄 알았다”고 전했다. 정부 조사 대상에 포함된 노온사동의 한 밭(992m²)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다. 왕복 6차로에서 70m 떨어져 있고 비닐하우스로 둘러싸여 차량이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이 밭은 LH 경기사업본부 소속 직원 C 씨가 2018년 2월 가족과 함께 3억1500만 원에 사들였다. LH 과천사업단에서 근무했던 D 씨는 국토부 조사 결과 시흥시 과림동, 무지내동 외에도 광명시에 위치한 옥길동의 농지 526m²를 2017년 8월에 샀다. 주변은 허허벌판으로 가까이 접근하기도 어려웠지만, D 씨가 소유한 토지엔 용버들이 심어져 있었다.광명=박종민 blick@donga.com·이기욱 / 지민구 기자}
4일 오후 경기 시흥시 무지내동의 한 농지. 바로 옆 한 고교 운동장과 비슷한 크기(5905m²)인 토지 바닥엔 검은색 비닐이 씌워진 채 작은 왕버들이 심겨 있다. 한 주민은 “보통 잡초를 자주 제거하기 힘든 사람들이 검은색 비닐을 씌워 놓는다”라고 말했다. 이 농지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들이 광명·시흥지구 신도시 발표를 앞두고 투기를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땅 가운데 하나다. LH 현직 직원인 A, B 씨와 A 씨의 부인이자 LH 직원인 C 씨 등 4명은 2018년 4월 19억4000만 원을 들여 이 농지를 매입했다. A 씨와 B 씨는 농협에서 각각 5억8500만 원, 5억2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B 씨는 2015년 인근 지역인 과천사업단장을 지냈다. A 씨는 2019년부터 과천사업단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과천의왕사업단 보상 담당자로 근무했다. A 씨는 무지내동 농지 매입보다 7개월 앞선 2017년 9월 27일 광명시 옥길동에 있는 농지 526m²를 1억8100만 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이곳은 국토교통부가 3일 추가로 확인한 필지 네 곳 중 하나다. 해당 토지들을 살펴보면 이 농지처럼 소유자인 LH 직원의 경력에는 유독 ‘과천사업단’이나 이후 확대 개편된 ‘과천의왕사업단’이란 경력이 자주 등장한다. 이들이 이 사업단에서 실제로 근무한 시기도 상당 부분 겹친다. 이 때문에 신도시 관련 정보를 서로 공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019년 6월 한 소유주로부터 매입한 필지 2곳도 마찬가지다. 농지 2739m²를 구매한 2명 가운데 1명은 2019년 과천사업단장을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필지를 매입한 4명 가운데 3명은 A 씨와 같은 과천의왕사업단 보상 담당자로 일했다. 3개월 뒤인 그해 9월에 해당 지역에서 토지 330m², 연면적 273.5m²의 2층 건물을 공동 매입한 C 씨도 과천사업단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에는 한 과천 주민이 과천사업단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A 씨와 C 씨를 업무 담당자로 지목한 글이 남아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22억5000만 원을 주고 매입한 농지 5025m²를 4개 필지로 나눠 공동 소유한 7명의 명단에도 등장한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4일 의혹을 처음 제기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관계자를 불러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민변 측은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의 명단과 토지 매입 명세 등의 자료를 경찰에 전달했다. 광명=박종민 blick@donga.com / 지민구 / 시흥=김태성 기자}
1, 2일 강원 지역에 최대 88cm의 눈이 내리며 고속도로 등에서 많은 시민이 심각한 정체를 겪는 과정에서 당국의 미흡한 제설작업 등이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월 6일 서울 강남대로 등에서 벌어졌던 ‘폭설 대란’과 비슷한 양상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원 지역은 지난달 28일 오후 4시경 ‘1일 오전부터 많은 눈이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의 대설예비특보가 발표됐다. 기상청은 1일 오전 4시 20분에도 강원지역에 많게는 50cm 이상 눈이 올 수 있다고 예보했다. 이런 예보 내용은 행정안전부와 강원도, 한국도로공사 등에 실시간 통보됐다. 하지만 서울∼양양, 속초∼동해 고속도로에는 오전 10시경 염화칼슘 등을 뿌리는 작업이 시작됐다. 눈을 밀어낼 수 있는 제설차 등 장비 166대는 오후 2시 전후에야 본격적으로 투입됐다. 고속도로엔 오후 1시 반부터 상당히 많은 눈이 쌓였고, 서울로 향하는 차량이 대거 몰려 있던 상황이었다. 도로공사가 고속도로 진입 통제를 한 건 오후 4시 반경이었다. 서울 폭설 대란 때와 마찬가지로 제설 차량이 한 박자 늦게 투입돼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고속도로가 막히며 제때 현장에 도착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폭설로 2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5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94명이 다쳤다. 도로공사 측은 “대다수 차량이 월동 장비를 갖추지 않은 데다 차량이 일시에 몰려 제설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명했다.지민구 warum@donga.com / 속초=이인모 기자}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편의점에 갔더니 정말 100명 넘게 바글바글했어요. 너무 배고팠는데 겨우 커피와 초콜릿만 간신히 사왔어요.” 1일 오후 9시 반경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 서울 방향 내린천휴게소에 당도했던 김은정 씨(43·여)는 당시 상황을 “재난영화”에 비유했다. 그는 속초 톨게이트에서 약 58km 떨어진 휴게소까지 가는 데 무려 8시간이 걸렸다. 몇 시간씩 차에 갇혀 있던 시민들은 이미 다른 음식점 등은 문을 닫아 편의점에서 요기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좁은 곳에 너무 많이 몰려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 걱정도 들었다”며 “딸아이가 너무 힘들고 배고파해서 어쩔 수 없이 인파를 비집고 들어가 먹을 걸 샀다”고 했다.○ “4시간 동안 제설차 1대도 못 봐” 강원 지역에 1일 오전부터 내리던 진눈깨비가 눈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간은 오후 1시 반경이었다. 시간당 3cm의 눈이 쏟아지며 1일 서울∼양양과 동해, 영동고속도로 등은 순식간에 마비돼 버렸다. 한국도로공사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고속도로 주요 구간에 제설제를 살포했지만, 쏟아지는 눈이 쌓이며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후 들어 눈발이 거세진 것을 확인한 도로공사는 눈을 밀어낼 수 있는 제설차 166대를 본격적으로 투입했다. 하지만 이미 고속도로 위는 서울로 향하는 귀경 차량으로 가득 차버려 현장으로 이동하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1월 6일 수도권에서 퇴근시간대에 폭설이 내려 제설차가 주요 도로에 투입되지 못했던 상황과 똑같았다. 실제로 동해시에서 출발해 양양 방향으로 가던 이문환 씨(33)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동해고속도로에서 제설차는 1대도 보지 못했다”며 “운전자가 눈길 위에 버리고 간 차량을 정리하는 인력도 없어 도로 위는 아수라장 상태였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이에 대해 “투입 가능한 제설차를 모두 동원해 고속도로 내 구간별로 분산시켜 운영했으나, 일부 장비가 정체 구간에 갇혀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제설 차량과 인력이 보이지 않자 일부 시민들은 직접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바퀴가 눈에 파묻혀 움직이지 못하는 차들을 주변 운전자들과 함께 밀어 이동시켰다고 한다. 몇몇 시민들은 직접 눈을 치워 이동로를 만드는 사례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양양군에서 경기 수원으로 출발했던 김승연 씨(51)는 오후 5시경 한계령 인근을 지나다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들이 쓰러져 통행을 방해하는 것을 보고 직접 톱으로 잘라내기도 했다. “마침 차량에 톱이 있어서 동행한 지인 2명과 나뭇가지를 손으로 부러뜨리고 톱질을 하면서 도로를 막은 나무 4그루를 치웠어요. 주변에 제설 인력이 보이지 않아서 직접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등교, 출근 늦어 망연자실” 2일 초중고교가 개학했지만 강원 지역 폭설로 도로에서 고립되며 일부 학생들은 학교에 출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양양군에서 1일 오후 3시경 초등학생 자녀 2명과 서울로 출발한 길모 씨(41·여)는 국도를 경유해 2일 오전 9시 반경에야 집에 도착했다. 귀가하는 데 무려 18시간 30분이 걸렸다. 결국 길 씨의 아이들은 개학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계속 차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바로 보낼 수가 없었어요. 오전 11시쯤 간신히 학교에 갔습니다.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야 하는 날에 아이들이 너무 고생을 한 거죠. 저 역시 오후에 간신히 출근했어요.” 강원 지역에선 도로 제설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한 부모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한다. 2일 강원 지역의 온라인 커뮤니티 ‘맘 카페’ 등에선 “2일 오전 9시 50분에야 ‘폭설로 등교하지 못한 학생들은 결석 처리하지 않겠다’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이렇게 늦게 안내를 하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는 하소연이 올라왔다.이윤태 oldsport@donga.com·김윤이·지민구 기자}

3·1절인 1일 서울에서는 오전부터 비가 내렸으나 도심 80여 곳에서 집회가 개최됐다. 몇몇 집회는 진행 도중 수십 명씩 모여들어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으나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이날 이전까지 서울에서 개최를 신고한 집회와 기자회견이나 1인 시위 형식을 빌려 예고된 집회는 모두 1670여 건에 이르렀다. 하지만 오전 일찍부터 서울 전역에 비가 내리며 대다수 집회는 열리지 않았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집회 및 차량시위 62건, 기자회견 16건, 1인 시위 7건 등이다. 종로구 광화문광장과 보신각 일대, 청와대 분수 앞 광장 등에선 주로 기자회견 형식으로 개최됐다. 일부 집회는 기자회견으로 시작했다가 주위에서 수십 명이 몰려들며 집회 형태로 바뀌기도 했다. 오후 2시 50분경 보신각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보수단체는 처음엔 방역수칙에 맞춰 9명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주변에서 합세하며 40명을 넘어섰다. 경찰은 즉시 “이곳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처벌될 수도 있다”고 안내방송을 하며 해산을 명령했다. 이에 일부 참가자는 “구경만 할 뿐인데 왜 제지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집회를 제지하는 경찰들과 가벼운 몸싸움을 벌였고, 청와대 방향으로의 이동도 시도했다. 경찰은 이를 미신고 집회와 행진 시도로 보고 사법 처리를 검토할 예정이다. 일부 집회에선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벗고 발언을 하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오전 11시경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 보수단체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선 마이크를 잡은 발언자들이 계속 마스크를 벗었다. 경찰이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수차례 권하자 “야외에선 한두 명 안 써도 괜찮다”며 반발하는 이도 있었다. 서울 도심 150곳에서 ‘쪼개기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던 우리공화당은 중구 명동 등 곳곳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명동에선 100여 명이 모여 행사를 지켜보기도 했다. 다만 방역당국이 우려했던 대규모 집회로 번지지는 않았다. 이날 도심에서 열린 집회와 기자회견은 대부분 참석 인원 9인 이하 수칙이 지켜지는 모양새였다. 참가자들보다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현장을 촬영하는 유튜버들이 더 눈에 띄기도 했다. 대부분 보수 성향으로 추정되는 유튜버들은 광화문 곳곳에서 ‘정부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통제 수단으로 삼고 있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법원이 집회 금지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해 광화문광장 주변 집회금지구역에서 개최가 가능해졌던 집회들도 별문제 없이 끝났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인근에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주변에 경찰 병력을 배치하기도 했다. 지민구 warum@donga.com·김윤이·이기욱 기자}

3·1절인 1일 서울에서는 오전부터 비가 내렸으나 도심 80여 곳에서 집회가 개최됐다. 몇몇 집회는 진행 도중 수십 명씩 모여들어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으나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이날 이전까지 서울에서 개최를 신고한 집회와 기자회견이나 1인 시위 형식을 빌려 예고된 집회는 모두 1670여 건에 이르렀다. 하지만 오전 일찍부터 서울 전역에 비가 내리며 대다수 집회는 열리지 않았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집회 및 차량시위 62건, 기자회견 16건, 1인 시위 7건 등이다. 종로구 광화문광장과 보신각 일대, 청와대 분수 앞 광장 등에선 주로 기자회견 형식으로 개최됐다. 일부 집회는 기자회견으로 시작했다가 주위에서 수십 명이 몰려들며 집회 형태를 바뀌기도 했다. 오후 2시 50분경 보신각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보수단체는 처음엔 방역수칙에 맞춰 9명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주변에서 합세하며 40여 명을 넘어섰다. 경찰은 즉시 “이곳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처벌될 수도 있다”고 안내방송을 하며 해산을 명령했다. 이에 일부 참가자들은 “구경만 할 뿐인데 왜 제지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집회를 제지하는 경찰들과 가벼운 몸싸움을 벌였고, 청와대 방향으로 이동도 시도했다. 경찰은 이를 미신고 집회와 행진 시도로 보고 사법 처리를 검토할 예정이다. 일부 집회에선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벗고 발언을 하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오전 11시경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 보수단체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선 마이크를 잡은 발언자들이 계속 마스크를 벗었다. 경찰이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수차례 권하자, “야외에선 한두 명 안 써도 괜찮다”며 반발하는 이도 있었다. 1일 서울 도심 150곳에서 ‘쪼개기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던 우리공화당은 중구 명동 등 곳곳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명동에선 100여 명이 모여 행사를 지켜보기도 했다. 다만 방역당국이 우려했던 대규모 집회로 번지지는 않았다. 이날 도심에서 열린 집회와 기자회견은 대부분 참석 인원 9인 이하 수칙이 지켜지는 모양새였다. 참가자들보다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현장을 촬영하는 유튜버들이 더 눈에 띄기도 했다. 대부분 보수 성향으로 추정되는 유튜버들은 광화문 곳곳에서 ‘정부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통제수단으로 삼고 있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법원이 집회 금지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해 광화문광장 주변 집회금지구역에서 개최가 가능해졌던 집회들도 별 문제 없이 끝이 났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인근에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주변에 경찰 병력을 배치하기도 했다. 광화문과 청와대 인근 등을 도는 차량 시위는 오전 11시경부터 예정대로 진행됐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으나 심각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합법적 집회는 최대한 보장했으나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행위는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3·1절을 맞아 서울에서 경찰에 신고됐거나 기자회견 등의 형식으로 열릴 예정인 집회가 1670여 건에 이르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비슷한 성향의 단체들이 ‘쪼개기 집회’로 신고한 경우가 있어 당일 대규모 집회로 번질 우려도 있다. 서울시와 경찰에 따르면 1일 서울에서 9인 이하 참석이거나 금지구역이 아닌 지역 개최를 신고한 집회는 1500건이 넘는다. 여기에 기자회견이나 1인 시위 등의 형식으로 열려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집회도 170건 안팎이다. 10인 이상이거나 금지구역에 해당돼 경찰이 금지 통고했던 집회 102건 가운데 3건은 법원의 허가로 열릴 수 있게 됐다. 통고를 받았던 집회 가운데 10건은 주최 측이 금지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내자, 법원이 3건에 대해서 방역지침 준수 등을 조건으로 집회를 허용해줬다. 차량 집회를 포함한 이 3건은 모두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신고했던 집회다.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집회는 대규모 집회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리공화당은 1일 오후 1시 ‘국민 총력 투쟁 집회’를 독려하며 종로나 을지로 등 150여 곳에 9인 이하 집회를 신고했다. 경찰은 서울 도심에 110여 개 중대를 투입해 방역수칙이나 집회시위법 위반을 면밀히 살필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문제점이 적발되면 곧장 해산 명령을 내리는 등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3·1절 쪼개기집회 대규모 번지면… ‘광복절 집단감염’ 재연 우려대한호국단 등 집행정지 3건 인용1600건 쪼개기집회등과 합쳐지면 수천명 집결 대규모 불법집회 우려경찰, 광화문광장등 안전펜스 설치 “서울 도심엔 5000여명 인원 투입”3·1절을 하루 앞둔 2월 28일 경찰은 일찌감치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에 ‘안전 펜스’ 설치 준비를 시작했다. 두 곳 모두 집회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나 만일의 경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경찰 등은 현재 서울에서 개최를 신고했거나 기자회견 등으로 형식을 갖춘 집회 1670건이 모두 예정대로 열리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집회를 신고했더라도 실제로는 개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9일 ‘한글날 집회’처럼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거나, 9인 이하로 신고했던 집회가 합쳐지며 대규모 불법 집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이달 초 청와대 인근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쪼개기 집회를 열다가 250여 명이 모여들었던 사례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단 소수 집회로 신고해놓은 다음 장소를 바꾸거나 행진 등을 통해 한곳에서 합세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 집회’와 같은 상황은 가장 우려되는 경우다. 당시 광화문광장은 소규모 집회만 허용됐으나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렸고,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법원이 일부 인용해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개최가 가능해진 집회 3건 가운데 2건은 사실상 같은 단체에서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인근에서 인원 30명으로 허용된 ‘경제활동 보장촉구 집회’의 신고자인 A 씨는 광화문광장 북쪽에서 집회를 여는 자유대한호국단 회원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집회 금지 통고를 받은 다른 단체들도 “비대면 방식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집회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등은 청와대 사랑채 인근과 광화문광장 등에 모두 1400여 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신고했다가 경찰로부터 금지 통고를 받았다. 우리공화당은 정오경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오후 1시경엔 서울 150여 곳에서 동시 소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최소 1500여 명이 동시에 같은 목적의 집회를 개최하는 셈이다. 서울경찰청은 1일 서울 도심에 110여 개 중대, 5000여 명의 인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현재 ‘차벽’ 설치는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상황에 따라 대응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건 기자회견이건 참여 인원을 초과하는 등 불법적인 면이 드러나면 즉각적으로 강력 대처하겠다”고 설명했다.권기범 kaki@donga.com·김태성·지민구·신희철 기자}

“5명 이상 모여 계시면 안 돼요. 2m 이상 떨어지세요.” 기온이 16도까지 오른 27일 토요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중학생 10명이 돗자리 3개를 붙여 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 걸 본 함기철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방역단속반장이 다급하게 주의를 줬다. 함 반장이 방역 수칙 위반을 지적하자, 학생들은 “그것 봐, 붙어 있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라며 돗자리를 띄우기 시작했다. 3·1절까지 이어지는 사흘 연휴를 맞아 야외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런데 날씨까지 따뜻해진 탓인지 다소 방역수칙 준수에 느슨해진 모습들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27일 하루 여의도한강공원에서만 단속반의 계도 조치에 걸린 사례가 400건을 넘었을 정도다. 마스크 미착용이 310건이었고, 5인 이상 모임도 118건이었다. 일단 공원을 찾는 시민의 숫자 자체가 워낙 많아졌다. 여의도한강공원은 지난주 토요일인 20일 2만9330명이 방문했으나, 27일엔 5만3950명으로 늘어났다. 인근에 있는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은 오후부터 개찰구를 빠져나가려면 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공원 측은 1시간 간격으로 방역수칙 주의사항을 방송하고, 방역단속반이 지속적으로 순찰을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후 3시경 약 1시간 정도 단속반과 동행했더니, 현장에서 마주한 수칙 위반이 10건 이상이었다. 어른 3명과 아이 6명이 모여 있던 이들은 “직계가족이 아니면 5인 이상 모일 수 없다”고 안내하자 “야외에선 가능하지 않느냐”며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여의도한강공원의 황인견 안내센터팀장은 “방역수칙을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나 은근슬쩍 수칙을 따르지 않는 분들도 보였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피로감이 쌓인 시민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과태료 부과보단) 최대한 협조를 구하는 방식으로 순찰을 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주변 시민들조차 눈살을 찌푸리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28일 정오경 광진구에 있는 뚝섬한강공원에서는 성인 11명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음식을 나눠 먹었다. 심지어 술에 취해서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한강공원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방역수칙이 느슨해진 광경은 자주 드러났다. 마포구 경의중앙선 홍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경의선숲길 야외 잔디밭 등에선 휴일에 오후 10시가 넘어서자 서너 명씩 술자리를 갖는 청년들이 많아졌다. 인근 주민 차모 씨(48)는 “마스크도 쓰지 않고 몰려 앉아 있는 이들이 많아 감염이 발생할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야외에서도 많은 인원이 가까이 모여 대화를 하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나들이를 가더라도 소수의 인원이 음식물 섭취를 자제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윤이 yunik@donga.com·이기욱·지민구 기자}

3·1절을 하루 앞둔 2월 28일 경찰은 일찌감치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에 ‘안전 펜스’ 설치 준비를 시작했다. 두 곳 모두 집회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나 만일의 경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경찰 등은 현재 서울에서 개최를 신고했거나 기자회견 등으로 형식을 갖춘 집회 1670건이 모두 예정대로 열리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집회를 신고했더라도 실제로는 개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9일 ‘한글날 집회’처럼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거나, 9인 이하로 신고했던 집회가 합쳐지며 대규모 불법 집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실제로 이달 초 청와대 인근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쪼개기 집회를 열다가 250여 명이 모여들었던 사례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단 소수 집회로 신고해놓은 다음 장소를 바꾸거나 행진 등을 통해 한곳에서 합세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 집회’와 같은 상황은 가장 우려되는 경우다. 당시 광화문광장은 소규모 집회만 허용됐으나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렸고,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법원이 일부 인용해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개최가 가능해진 집회 3건 가운데 2건은 사실상 같은 단체에서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인근에서 인원 30명으로 허용된 ‘경제활동 보장촉구 집회’의 신고자인 A 씨는 광화문광장 북쪽에서 집회를 여는 자유대한호국단 회원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집회 금지 통고를 받은 다른 단체들도 “비대면 방식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집회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등은 청와대 사랑채 인근과 광화문광장 등에 모두 1400여 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신고했다가 경찰로부터 금지 통고를 받았다.우리공화당은 정오경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오후 1시경엔 서울 150여 곳에서 동시 소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최소 1500여 명이 동시에 같은 목적의 집회를 개최하는 셈이다.서울경찰청은 1일 서울 도심에 110여 개 중대, 5000여 명의 인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현재 ‘차벽’ 설치는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상황에 따라 대응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건 기자회견이건 참여 인원을 초과하는 등 불법적인 면이 드러나면 즉각적으로 강력 대처하겠다”고 설명했다.김태성기자 kts5710@donga.com지민구기자 warum@donga.com}
보수·진보 단체들이 다음 달 1일 3·1절 일부 집회가 방역을 이유로 금지되자 9인 이하 ‘쪼개기 집회’들을 무더기로 신고하고 나섰다. 서울 도심에 신고한 집회만 1300건이 넘는다. 경찰은 현장에서 강제 해산 등을 통해 통제할 방침이지만 대규모 집회로 번질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지금까지 3·1절 신고 집회는 모두 1478건으로, 10인 이상 참석이거나 금지구역에서 신고한 집회 102건은 금지 통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고 광화문광장 등 도심 일부 지역을 금지구역으로 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22일까지 1367건이 신고됐던 집회는 3일 동안 111건이 더 늘어났다. 집회는 예정 시간 48시간 전까지 신고가 가능해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당일 9인 이하 집회 참가자들이 모여들어 대규모 집회로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집회가 10인 이상으로 늘어나거나 감염병 확산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해산 절차를 밟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근무시간에 술을 마셨다는 의혹 등으로 감찰 조사를 받고 있는 서울 강남경찰서장이 대기발령 조치됐다. 경찰청은 “강남경찰서장인 박모 총경의 후임으로 김형률 국가수사본부 수사구조개혁2팀장을 전보 발령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은 내부 제보를 바탕으로 박 총경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재직할 때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비위 의혹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박 총경의 비위 의혹에 대한 세부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단계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할 것 같아 대기발령을 결정했다”며 “현재는 감찰 단계로 구체적인 혐의가 확인되면 정식 수사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보에 따르면 박 총경은 근무시간에 술을 마시고 늦게 복귀하거나 사무실에서 음주를 했다고 한다. 술자리에 여성 경찰들을 불러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박 총경은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은 23일 내부 제보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으며, 조만간 박 총경에게 직접 사실관계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신체적 체벌과 학대에는 경계가 없어요. 아이를 향한 ‘물리적 폭력’은 어떤 예외도 없이 잘못된 행위라는 생각부터 자리 잡아야 합니다.”(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겨운 시기지만, 설 연휴 전후로 연이어 들려오는 아동학대 치사 사건들이 또 모두의 마음을 찢어놓았다. 8일 경기 용인에서 40대 이모 부부에게 군사정권 ‘물고문’을 방불케 하는 학대를 당하다 목숨을 잃은 10세 소녀를 시작으로, 경북 구미에선 이사 가며 내버린 두 살배기 여아가 10일 숨진 채 발견됐다. 전북 익산에 사는 20대 부부는 태어난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해 구속 수감됐다. 그런데 끔찍한 학대를 저지른 어른들의 변명은 소스라치게 엇비슷했다. 이모 부부는 “소변을 가리지 못해 훈육 차원에서 욕조 물 속에 넣었다”고 했으며, 20대 부부는 “아이가 자주 울고 분유를 토해서 가르치다가”라고 말했다. 심지어 초반에는 학대 행위를 숨기고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던 점도 닮았다. 박 교수는 이를 “아동학대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반응”이라고 짚었다. 사고의 원인을 아이가 제공했다고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성인들은 거의 공통적으로 ‘아이를 가르치고 잘못을 고쳐주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가벼운 훈육이라 여겼던 체벌이 거듭되며 학대로 이어지는 걸 간과하는 거죠.” 사실 지난달 8일엔 친권자의 ‘자녀 징계권’을 폐지하는 민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같은 날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경찰이 수사하도록 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학대로 세상을 떠난 ‘정인이’의 재발을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신체적 처벌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아동학대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를 근절하려면 여론에 떠밀린 성급한 입법이나 행정 조치 대신 확실한 예방 시스템을 갖추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녀 체벌이 법으로 금지된 미국 역시 아동학대는 발생한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척은 물론 교사나 이웃 등 누구라도 학대 정황을 발견해 신고하면 즉시 아이가 보호 조치를 받는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지면 아동 학대는 줄어들 수 있다. 무엇보다 체벌은 어떤 경우라도 훈육이 될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이뤄져야만 한다. 잠깐의 편의를 위해 물리적 힘에 기대면 돌이킬 수 없는 늪에 빠질 수 있다. 유미숙 숙명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전히 많은 어른들이 제대로 된 훈육 방식을 몰라 아이를 신체적으로 체벌하는 경우가 잦다”며 “사회적으로 올바른 훈육 형태를 부모들에게 교육하는 시스템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민구 사회부 기자 warum@donga.com}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가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인 강난희 씨가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쓴 손 편지가 온라인에 공개됐다. 박 전 시장의 지지자 모임인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박기사)은 “강 씨 측에서 6일 총 3장 분량의 편지를 보내왔다”고 7일 밝혔다. 공개된 편지 3장 가운데 2장은 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쓴 것이다. 강 씨는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저는 박원순의 삶을 믿고 끝까지 신뢰한다. 우리 가족은 박원순의 도덕성을 믿고 회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강 씨는 박기사가 인권위의 발표 뒤 “인권위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피해자에게 위로를 드린다”고 입장문을 발표하자 이에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편지에는 “박기사의 입장문을 본 뒤 저희 가족은 큰 슬픔 가운데 있다”고 쓰기도 했다. 편지 가운데 나머지 1장은 지난달 25일 인권위 결정이 있기 전 인권위에 보내는 탄원서 형식으로 쓰였다. 강 씨는 “나의 남편 박원순은 여성의 인권에 주춧돌을 놓은 분”이라며 “박원순의 인권을 존중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적었다.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은 “강 씨가 지지자들에게 사적으로 입장을 전한 것은 자유지만, 편지를 2차적으로 온라인에 공개한 지지자들의 행위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피해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해 달라.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 인권위 결정 등을 통해 확인된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박종민 blick@donga.com·지민구 기자}
경찰이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 2명에게 사과했다. 이들이 경찰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한 뒤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지 28년 만이다. 경찰청은 5일 사과문을 내고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재심 청구인과 가족 등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부산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곽병수)는 전날 이 사건의 피의자로 몰려 복역한 최인철 장동익 씨가 제기한 재심청구 재판에서 강도살인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영장 없이 불법으로 체포했고 ‘수사 과정에서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을 종합할 때 무죄가 인정된다”고 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경찰이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 2명에게 사과했다. 이들이 경찰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한 뒤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지 28년 만이다. 경찰청은 5일 사과문을 내고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재심 청구인과 가족 등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부산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곽병수)는 전날 이 사건의 피의자로 몰려 복역한 최인철 장동익 씨가 제기한 재심청구 재판에서 강도살인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영장 없이 불법으로 체포했고 ‘수사 과정에서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을 종합할 때 무죄가 인정된다”고 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 부산 사상구 엄궁동 낙동강변에 주차된 차량에 있던 남녀를 납치한 뒤 여성은 성폭행 후 살해하고 남성에게는 상해를 가한 사건이다. 최 씨 등은 1991년 다른 사건으로 경찰에 구속됐다가 이 사건의 범행을 자백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법원에선 경찰의 고문에 따른 허위 자백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1993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경찰청은 “당시 수사 진행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못한 부분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다시는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전형적인 행정 실패예요. 노숙인이 검사를 받은 뒤 갈 데가 어디 있겠어요?” 노숙인지원단체 ‘홈리스행동’은 최근 노숙인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증가를 한마디로 꼬집었다. 서울역 희망지원센터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집단 감염은 지원시설 관련 확진자가 2일 64명까지 늘어났다. 홈리스행동이 ‘행정 실패’라고 보는 이유는 간명하다. 노숙인이 처한 상황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시민은 휴대전화 연락처를 적어내고, 집에 가서 ‘자가 격리’를 하며 결과를 기다린다. 하지만 이를 노숙인에게 적용하면 무용지물이다. 단체 관계자는 “휴대전화와 거주지가 있다면 왜 노숙생활을 하겠느냐”고 했다. “노숙인은 검사 받은 뒤 보통 지원단체 직원의 번호를 남겨요. 갈 데가 없으니 당연히 다시 거리로 나갑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임시거처라도 마련했어야죠. 떠도는 신세인데 연락 안 되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자기가 확진됐는지조차 모르고 있겠죠.” 최근 코로나19에 확진됐지만 소재 파악이 안 됐던 노숙인은 모두 3명. 수색에 나선 경찰이 어렵사리 2명을 찾아 치료시설로 보냈지만, 50대 1명은 아직도 행방을 찾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묘한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 일각에서 노숙인들이 코로나 방역에 훼방을 놓고 있다며 비난이 거세진 것이다. 하지만 홈리스행동이 지적했듯, 현재 노숙인 방역의 구멍은 그들 탓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은 지난해 초부터 1년 가까이 이어졌다. 노숙인 등 주거취약계층을 관리하기 어렵다는 걸 지자체 등은 당연히 인지하고 있었어야 할 문제다. 그런데 여태껏 관련 역학조사 가이드라인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건 직무유기에 가깝다. 방역당국의 때늦은 대책은 이미 감염자가 대거 나온 뒤에야 쏟아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일 “노숙인 등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30분 안에 확진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노숙인이 머물 별도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도 2일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선제적 검사 등 강화된 방역 조치를 ‘곧’ 시행하고 격리 공간의 추가 확보 등을 위해 지원단체 등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하는 요셉의원의 신완식 원장은 “노숙인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취약한 계층이란 건 이미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며 “급하게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관리체계를 처음부터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혹시 지금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는 대책이 땜질식 처방의 또 다른 버전이 아니길 바란다. 애꿎은 이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려지는 건 이번 한 번으로도 족하다.지민구 사회부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