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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이라크와 맞닿은 시리아 국경지대 알까임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고위 장성 무슬림 샤흐단과 경호원 3명이 드론 공격으로 폭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앞서 이틀 전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흐리자데가 수도 테헤란 외곽에서 살해된 데 이어 혁명수비대 고위 간부까지 숨지면서 중동 긴장이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이란이 두 사건의 배후에 모두 이스라엘이 있다고 주장하며 ‘피의 보복’을 거듭 다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쿠드스군에서 병참 업무를 맡고 있는 샤흐단은 당시 이라크에서 시리아로 국경을 넘어 이동하던 중 드론 공격을 받고 숨졌다. 쿠드스군은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이란 혁명수비대 내에서 해외 작전 및 특수전을 담당하는 최정예 부대다. 주로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에서 친이란 성향의 시아파 민병대를 교육하고 무기 및 재정 지원을 해오고 있다. 샤흐단 역시 당시 무기를 운반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정확한 공격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스라엘은 줄곧 ‘혁명수비대가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시리아와 레바논 등에 무기를 밀반입한다’며 비난해 왔고, 수시로 시리아에 주둔한 이란 군 기지 등에도 공습을 감행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샤흐단의 사망 배후에도 이스라엘이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교롭게도 아비브 코하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샤흐단이 사망한 날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조직을 시리아에서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공격이 가해진 알까임 지역은 이스라엘이 통상적으로 작전을 감행하지 않는 곳이어서 무조건 이스라엘 소행이라고 추정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지난달 29일 이라크와 맞닿은 시리아 국경지대 알카임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사령관급 장성 무슬림 샤단과 경호원 3명이 드론 공격으로 폭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앞서 이틀 전 이란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수도 테헤란 외곽에서 암살된 데 이어 혁명수비대 고위 간부까지 숨지면서 중동 긴장이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이란이 두 사건의 배후에 모두 이스라엘이 있다고 주장하며 ‘피의 보복’을 거듭 다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쿠드스군에서 병참 업무를 맡고 있는 샤단은 당시 이라크에서 시리아로 국경을 넘어 이동하던 중 드론 공격을 받고 숨졌다. 쿠드스군은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이란 혁명수비대 내에서 해외작전 및 특수전을 담당하는 최정예 부대다. 주로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에서 친이란 성향의 시아파 민병대를 교육하고 무기 및 재정 지원을 해오고 있다. 샤단 역시 당시 무기를 운반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정확한 공격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스라엘은 줄곧 ‘혁명수비대가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시리아와 레바논 등에 무기를 밀반입한다’며 비난해왔고, 수시로 시리아에 주둔한 이란 군기지 등에도 공습을 감행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샤단의 사망 배후에도 이스라엘이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교롭게도 아비브 코하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샤단이 사망한 날 “이란을 지원하는 무장조직을 시리아서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공격이 가해진 알카임 지역은 이스라엘이 통상적으로 작전을 감행하지 않는 곳이어서 무조건 이스라엘 소행이라고 추정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지난달 27일 이란 수도 테헤란 외곽에서 살해된 핵 개발자 모센 파흐리자데(59)가 ‘원격조종 기관총’에 의해 숨졌다고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 등이 같은 달 29일 보도했다. 경호차 근처에서 폭발물이 터진 후 차와 오토바이를 탄 12명의 저격조가 사살했다는 기존 보도와 다르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저격조 외에 보급 등 후방 지원에만 50명이 추가 동원됐다는 설이 도는 등 치밀한 사전 계획에 의해 살해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시 파흐리자데는 방탄차를 타고 부유층 휴양지로 향하다 회전식 교차로에서 닛산 픽업트럭과 마주쳤다. 이 트럭에서 기관총이 발사됐고 그는 차에서 내려 피신하다 기관총 총격에 숨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무장 경호원이 탄 차량 3대가 그를 호위했지만 화력에서 압도적인 기관총을 당해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일부 목격자는 소셜미디어에 “당시 현장이 할리우드 액션 영화 같았다”는 글을 올렸다. 이란은 대낮에 수도 인근에서 자국 핵심 과학자가 무장 경호원을 대동하고도 살해됐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특히 강경파는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지목하며 ‘피의 복수’를 촉구했다. 현지 언론은 사건 현장에서 수거된 무기에 이스라엘 군수업체의 로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보수 외교 전문가 사돌라 자레즈는 “이스라엘 북부 항구도시 하이파를 폭격하자”며 군사 보복을 주문했다. 반면 엘리 코헨 이스라엘 정보장관은 암살 배후설을 부인하면서도 “이란 핵 과학자의 암살은 전 세계와 중동 평화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주장해 이란을 자극했다. 전문가들은 이란과 이스라엘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까지 최근 기지개를 켜면서 ‘외교와 대화를 통해 세계 각지 분쟁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조만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을 방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 중동 문제를 좌지우지하려는 시도에 대한 우려가 높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이란에서 핵 개발을 주도해 온 것으로 알려진 과학자가 이란 수도 테헤란 외곽에서 암살되면서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란이 테러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 방침을 밝히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중동 외교 구상이 취임 전부터 대형 악재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국영 IRA통신에 따르면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59·사진)가 27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동쪽으로 40km 떨어진 소도시 압사르드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통신은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파크리자데가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에 차 인근 트럭에서 폭발물이 터졌고, 이후 괴한들이 나타나 승용차에 총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사건 직후 공개된 사진을 보면 승용차 앞 유리창에 총탄 3발 이상이 관통한 것이 확인된다. 파크리자데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이어진 이란의 핵무기 개발 계획인 ‘아마드 프로젝트’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서방 측 반발과 제재 움직임으로 인해 2003년 해당 프로젝트는 공식적으로 폐기됐지만, 서구 정보기관들은 그가 이후로도 비밀리에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참여했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2011년 유엔보고서는 그가 이란의 핵무기 기술 개발에 참여했으며, 여전히 핵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반면 이란은 이와 같은 의혹 제기에 민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불과하다며 반발해 왔다. 이란은 파크리자데 암살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며 즉각 보복을 다짐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세계의 오만한 세력이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를 용병으로 삼아 자행한 범죄”라고 비난했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 또한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곧 전쟁 도발을 뜻한다”며 보복 의사를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전에도 이란 핵 개발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이란 핵 과학자들을 암살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2012년 1월 이란 핵 과학자 모스타파 아마디 로샨이 자신의 차량 밑에 부착된 자석 폭탄이 터져 사망했을 때에도 배후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지목됐다. 파크리자데 또한 이스라엘의 표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8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모사드가 이란에서 빼돌린 핵 개발 관련 기밀자료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파크리자데라는 인물이 지금도 진행 중인 핵 개발 프로그램의 책임자”라며 이름을 공개한 바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암살로 2015년 이란과 맺은 핵합의(JCPOA)를 복원하려는 바이든 당선인의 계획에도 어려움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내년 1월 취임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8년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란과의 핵합의를 복원하고, 외교적 루트를 통해서 이란과의 갈등을 풀겠다고 수시로 밝혀 왔다. 이란 내에서 현재 공식적으로 폐기한 핵 개발을 재개해야 한다는 강경파 목소리가 커질 경우, 외교적 타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 된다. 다만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방송은 이란 내부에서 신중 대응론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란 대통령실 전략문제연구소의 디아코 호세이니 연구원은 알자지라에 “이스라엘의 의도는 이란과 미국 차기 행정부 간 갈등을 부추기고 외교를 어렵게 하려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화상으로 진행된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22일(현지 시간) 의장국 사우디아라비아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85)의 폐회사까지 끝난 뒤 주최 측은 연사가 한 명 더 있다고 알려왔다. 연단에 나타난 이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35)였다. 개·폐막식 등 공식 행사엔 아버지인 국왕이 참석했지만, G20 정상 간 합의를 종합해서 발표하는 순간엔 그가 직접 발언대에 선 것이다. 8분간 이어진 그의 발언엔 ‘은둔의 석유 왕국’ 사우디를 국제무대 중심에 올려놓겠다는 야심과 포부가 담겼다. 이는 사우디가 아랍국가 최초로 G20 정상회의를 주최하면서 노린 효과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언론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밀리에 홍해 인근 도시 네옴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사우디가 자국 영토에 이스라엘 총리 방문을 허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은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마찬가지로 사우디 역시 이스라엘과의 수교 논의에 착수했을 것이란 추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오랜 적성국인 이스라엘과 대화할 정도로 무함마드 왕세자가 국내외 중요 사안을 좌지우지하고 있음도 뚜렷하다. 하지만 무함마드 왕세자의 국제무대 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사우디의 낙후된 인권 현실에 대한 비판과 시정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중동 맹주를 넘어 국제 사회 선진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을 가진 사우디가 이에 걸맞은 국가인지 증명하라는 요구가 더 커졌다는 의미다. 가디언은 19일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끌던 사우디 반부패위원회가 개혁을 명분으로 2017년 왕실 고위 인사를 포함해 350명 넘게 부패 혐의로 리츠칼턴호텔에 구금하고 조사했을 당시 심문관이 폭력을 행사했다고 전했다. 국제앰네스티 등은 사우디에서 여성 운전이 금지됐던 2018년 이전에 여성의 운전 허용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수감된 여성 운동가들이 아직 풀려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역시 “이번 회의는 인권침해 논란을 가리기 위한 연막”이라며 각국 정상에게 불참을 촉구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자는 G20 회원국의 목표와 여성·청소년에게 21세기를 열어갈 기회를 제공하는 사우디의 ‘비전2030’ 구상이 일치한다”며 여성과 아동 권리를 언급했다. 하지만 그 해법이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경제 지원을 늘리겠다는 원론적 언급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G20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위상을 높이려던 사우디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를 속속 마주하고 있다. 탈석유, 양극화 해소, 국제무대에서의 위상 강화 등은 사우디를 포함해 중동 아랍 산유국이 모두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에 대한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까. 임현석 카이로 특파원 lhs@donga.com}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공평한 보급과 개발도상국 백신 공급을 위한 자금 지원에 합의했다. 하지만 주요국들이 이미 초기 생산량의 대부분을 선(先)구매하면서 ‘백신 외교전’이 가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G20 정상들은 21, 22일(현지 시간)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코로나19) 면역 확산을 위한 세계 공공재(global public good)로서 (백신의) 역할을 인식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 초안에 합의했다. 정상들은 또 “우리는 모든 사람을 위한 적당한(affordable) 가격과 공정한 접근(equitable access)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내용도 선언문에 담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고 있는 백신 공유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국제백신공급협의체)’와 치료제 및 진단기기 공급 사업인 ‘액트 에이(ACT-A)’에 자금을 공여해 세계 취약계층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보급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제약사들은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 내년 생산량 대부분을 판매하기로 한 상황. 화이자·바이오엔테크는 내년까지 생산할 13억 회분의 백신 중 11억 회 분량을 이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에 판매할 예정이다. WHO는 코백스를 통해 모금한 자금으로 내년 말까지 20억 회 분량의 백신을 구입해 보급할 계획이다. 한국 역시 코백스를 통해 10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할 방침이다. 하지만 주요 제약사 중 현재까지 코백스에 백신 공급을 약속한 곳은 아스트라제네카에 그치고 있다. G20 정상회의에선 코로나19 백신을 두고 미중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코로나 백신을 모든 국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공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중국은 언제나 세계 평화의 건설자, 세계 발전의 기여자, 국제 질서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 이후 권력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개발 중인 백신을 개발도상국에 공급해 ‘코로나 백신 외교’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처음으로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미국 매체들은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은 WHO와 백신국제연구소 등 국제기구의 역할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코백스 선구매 공약 메커니즘’에 1000만 달러를, ‘ACT-A’에 5000만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도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공급을 위해 백신 특허권을 국제적으로 관리하는 ‘특허권 풀’ 만들기를 지원하겠다”며 코로나19 백신 협력 방침을 밝혔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베이징=김기용 /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행으로 추정되는 테러 공격이 잇따랐다. 아프간·이라크 두 나라서 최근 미군 병력이 일부 철수키로 하자 주춤했던 IS가 ‘힘의 공백’을 노리고 다시 기지개를 펼 조짐이다. 21일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아프간 수도 카불 시내 대학가, 쇼핑지역 등 도심지역에 로켓포 23발이 떨어져 최소 8명이 숨지고 31명이 다쳤다. 타리크 아리안 아프간 내무부 대변인은 “카불 시내에 소형트럭을 타고 진입한 테러범들이 시내에서 로켓포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로켓 테러에 앞서 카불 시내에서 차량 폭탄테러도 발생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기도 했다. IS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낸 성명을 통해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날 이라크에선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200㎞ 떨어진 바이지 마을 근처에서 이라크 경찰병력 등 보안군 7명이 지뢰제거 작업 중 총격을 받아 숨졌다. 이라크 당국은 IS 소행으로 추정했다. 지난달부터 카타르 도하에서는 미국 중재로 아프간 정부 대표와 무장반군 탈레반 간의 평화협상이 진행 중이며, 21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도하에서 양측 대표단을 만났다. 이런 시점에 중동 지역에서 테러가 잇따라 벌어진 것이다. 미국은 최근 아프간에 주둔중인 미군 병력 4500명과 이라크에 주둔중인 3000명을 내년 1월까지 각각 250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이 축소되면서 IS세력이 다시 활개를 칠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해외주둔 미군 감축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17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로켓 공격이 일어나 최소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임기를 불과 9주 남겨둔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 행보로 인한 후폭풍이 중동 정세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 등은 이날 바그다드 내 정부 청사 및 각국 대사관 밀집 지역인 ‘그린존’을 겨냥한 로켓 공격으로 현재까지 어린이 1명이 숨지고, 민간인 5명과 군인 2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총 7발의 로켓이 발사됐고 4발이 그린존 안에 떨어졌다. 특히 한 발은 미국대사관에서 불과 600m 거리에 떨어져 대사관 일부 건물이 흔들리고 직원들이 대피했다. 이날 공격은 미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 중순까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각각 2500명으로 감축할 것을 명령했다”는 발표를 하자마자 이뤄졌다. 현재 아프간과 이라크에는 각각 약 4500명, 3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공격 배후를 자처하는 세력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친이란 무장단체의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줄곧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를 주장하면서 미국과 대립해온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 ‘카타입헤즈볼라’는 지난달 “미군이 계속 이라크에 주둔하면 더 격렬한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도 불안한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백악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란 본토 핵시설 타격을 검토했다가 참모들의 만류로 철회했지만,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단체를 비롯해 이란에 타격을 줄 방법을 여전히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이란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이란 무장단체가 그린존을 공격할 것으로 확인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명분으로 삼아 이라크에서 이란과 대리전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래 자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중동 내 미군 철수와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을 중동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아왔다. 임기 막판 이와 같은 중동 정책 기조 ‘대못 박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중동에서의 갑작스러운 미군 감축으로 인해 발생한 권력 공백을 그동안 숨죽여온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이나 러시아, 중국 등이 채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아프간 역시 여전히 국내 정세가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군이 대폭 감축되면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군사행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너무 이른 아프간 철군이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 아프간이 국제 테러범의 무대가 되거나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물러난 IS가 아프간을 새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집권 공화당 역시 대통령의 ‘마이 웨이’에 우려를 보내고 있다. 테러 방지라는 미군 철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고, 중대한 외교안보 결정이 특정 대통령의 임기 막판에 이뤄져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로 크리스토퍼 크레브스 국토안보부 사이버·기반시설보안국(CISA) 국장을 해임했다. CISA 측은 최근 다른 미 정보기관과 함께 “이번 대선이 미 역대 대선 중 가장 안전한 선거였다”는 성명을 냈다. 카이로=임현석 lhs@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14일(현지 시간)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과 브라질의 23세 이하 친선경기가 열린 이집트 카이로 알살람 스타디움. 1-3으로 패한 한국 선수들은 지친 기색이 완연했다.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강호 브라질을 맞아 선제골을 넣고도 역전패한 아쉬움이 커보였다. 무거운 표정의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돌아가려 할 무렵 관중석에선 “잘 싸웠어요”라는 한국말이 들렸다. 5명의 한국 교민 응원단이었다. 이날 경기는 원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무관중으로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의 요청에 따라 이집트 정부가 최대 5명까지 관람 허가가 가능하다고 알려왔다. 한국대사관 측은 선착순 모집을 통해 이들 한국 교민에게 관람 기회를 부여했다. 3만 명을 수용하는 관중석에는 이들을 포함해 40여 명밖에 없어 적막감이 감돌았다. 관중석을 채운 사람들은 이집트, 브라질축구협회 관계자들이었다. 이들 가운데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한국 교민들은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며 전부 마스크를 착용했다. 주최 측에서 소리 내서 응원해도 괜찮다는 확인을 받은 뒤에야 이들은 경기 내내 열성적인 응원을 펼쳤다. 교민 임지은 씨(37)는 “요새 재미있는 일이 없었는데 한국 축구대표팀이 온다고 해 기뻐서 응원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팀의 슛이 상대 골망을 살짝 빗나갈 때마다 “에고, 아쉬워라”를 연발했다. 직장인 한지우 씨(37) 또한 “이집트에서 한국 경기를 볼 수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도 못했다”며 들뜬 목소리였다. 교민 강미성 씨(26)는 “수년간 이집트에서 살면서 한국팀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하는 걸 보니 같은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의 환호에 대표팀 선수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한 줄로 길게 늘어섰다. 그러고는 하나, 둘, 셋 구호를 세더니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5명뿐인 응원단을 위해서였다. 이들 응원단은 박수로 화답하며 “정말 잘했어요”라고 말했다. 축구 스타 백승호는 동갑내기 팬이라고 밝힌 직장인 김예진 씨(23)에게 경기 중 입었던 유니폼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집트 내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800명 정도다. 현지 거주 교민도 있지만 상당수는 아랍어를 배우려는 유학생과 국내 기업 소속으로 파견 온 주재원들이다. 그리운 고국을 떠올릴 만한 행사나 교류가 많지 않은 이들에게 선수들은 감격적인 팬 서비스를 했다. 비록 경기에는 졌지만 만족스러운 얼굴로 경기장을 떠나는 미니 응원단에 승패는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태극전사들이 응원단을 향해 건넨 마지막 인사는 이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임현석 카이로 특파원 lhs@donga.com}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14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U-23 친선대회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1-3으로 역전패했다. 이날 한국은 전반 7분 주장 이동경(울산)이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한국 23세 이하 대표팀이 역대 브라질을 상대로 4번째 경기 만에 처음으로 첫 번째 득점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브라질에 3골을 내리 허용해 패했다. 다음은 이동경과 일문일답. -경기에 대한 총평을 한다면.“일단은 브라질은 세계적인 팀인데 그런 세계적인 팀이랑 경기를 할 수 있는 것에 뜻 깊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졌지만 올림픽을 나갔을 때 이런 강팀들과 붙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를 한다고 생각하면 좋은 경험이 된 거 같다.”-경기 전 감독이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지시를 했나“우리가 자신감을 가지고 한다면, 좋은 플레이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빠른 패스나 움직임을 위주로 해서 상대편을 무너트리자고 했다.” -주장을 맡았는데 선수들과 어떤 얘기 나눴나.“일단 주장을 처음 맡았는데 선수들이 제가 처음이기 때문에 다 같이 하자는 마음이었고. 저희 또래들이나 그런 친구들이 다 같이 리더십을 가지고 도와줘서 좋았다.”-이번 대회 어떤 소득을 얻었는지.“일단은 저희가 부족한 점은 경기를 다시 보면서 살펴봐야 할 거 같다. 앞으로도 세계적인 팀들과 맞붙어야 하기 때문에 경기를 다시 살펴보면서, 보완할 점은 찾아서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카이로=임현석특파원 lhs@donga.com}

“더 좋은 경기할 수 있었는데 수비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바람에….” 김학범 남자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 감독은 14일 이집트 카이로 알살람 스타디움에서 브라질에게 1-3으로 역전패한 뒤 아쉬움을 드러냈다. 경기가 끝난 뒤 김 감독은 수비 불안과 관련해 “주축 선수들이 이번에 합류하지 않았다”며 전력 구성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수비는) 과정을 거쳐서 안정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향후 보완 과제로 꼽았다. 공격과 관련해선 “세밀함이 부족했고 결국 결정력이 승부를 갈랐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는 시작 전부터 이승우(신트트라위던) 등 소속팀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는 해외파 7명 선수에 대한 점검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김 감독은 해외파 선수들 중 올림픽에 참가할 선수들의 윤곽이 잡혔느냐는 질문엔 “윤곽이 잡혔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일부는 평가가 이뤄졌다. 더 지켜봐야 할 선수도 있다”며 몇몇 추려진 선수들을 대상으로 올림픽 승선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음은 김 감독과 일문일답. -경기 총평을 한다면.“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몸이 굳어 있었다. 지난 경기 이후 짧은 시간 안에 또 낮 경기를 해야 하다 보니까 여러 문제점이 있지 않았나 싶다. 이번 대회는 여러 선수를 보는 것에 의미를 뒀기 때문에 결과는 중요치 않다. 선수들에 대한 파악은 잘 할 수 있던 대회였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공격에 비해 수비가 아쉬웠는데.“수비는 어쩔 수 없다. 수비는 중앙수비수라든지, 사실 뛸 선수들이 아예 안 왔다. 다른 선수들을 가지고 봤는데, 역시 문제점이 많이 보였다. 그런 부분들을 지금은 과정이니까 다듬는 과정을 거쳐서 안정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최상 전력이 아니라는 평가인가.“당연하죠. 성인 국가대표팀으로 U-23 선수 6명이 빠져 나간 데다 수비의 주축으로 있는 선수들도 K리그 플레이오프 때문에 못 데려왔다.”-우리 대표팀 내에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나?“우리 선수들은 누굴 찍어서 눈에 띄는 선수라고 말하긴 어렵다. 전체적으로 골고루 파악하는 경기였다. (이승우 선수에 관심이 쏠렸는데) 그 선수도 마찬가지다. 누가 낫다 안 낫다고 평가하기 보다는 일단 이승우 선수가 가지고 있는 것과 우리 팀과의 조화랄까, 그런 부분을 계속적으로 지켜보겠다.”-오늘 브라질 팀을 상대해보니 어땠나. “브라질은 말할 것도 없이 세계 최강의 팀이다. 멤버도 유럽에 있는 선수들로 구성해서 굉장히 좋은 팀이다. 그런 팀을 상대로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는데 수비에서 그런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그것도 우리가 체크할 수 있는 사항 중 하나다.”-공격은 상당히 활발해지고 인상적이었는데. “공격도 좀 더 세밀해야 하고, 더 좋은 찬스를 만들 수 있었는데 결국은 골 결정력에 대한 차이가 있었다고 봐야겠죠.”-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는데, 결과에 만족하는가?“만족이랄 게 없다. 지도자가 만족이라고 할 게 없고. 선수들에 대한 체크는 많이 이뤄졌다.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선수기용을 했다. 부상 선수 빼고는 데려온 선수 대부분 뛰게 했다. 평가하고 지켜보기 위한 것이었는데, 그런 쪽으로 우리가 얻은 게 많다. 선수들을 평가할 수 있었다.”-대회 전 유럽파에 대한 최종 점검을 하겠다고 했는데 합류 선수에 대한 윤곽이 잡혔나?“윤곽이 잡혔다, 안 잡혔다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평가가 일부 이뤄졌고, 일부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선수들이 있는 거 같다.”-앞으로의 각오는. “이제 준비하는 과정이니까 한 계단씩 차분하게 밟아서 (도쿄)올림픽까지 준비하겠다. 이번 대회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이다.”카이로=임현석특파원 lhs@donga.com}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을 외치는 교민 응원단의 함성이 사라진 관중석은 적막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는 내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모의고사를 치르는 태극 전사들의 쩌렁쩌렁한 외침이 90분 내내 울려 퍼졌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과 이집트의 23세 이하 친선대회 1차전이 열린 13일 이집트 카이로의 알살람 스타디움. 당초 이 경기는 카이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시설 점검 문제 등으로 인해 킥오프 6시간 전에 변경됐다. 도쿄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한 양국의 자존심 대결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관중 환호가 없다 보니 취재석과 70m 거리의 그라운드에서 쏟아지는 감독과 선수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들렸다. 이날 한국 선수단의 외침에서는 이승우(신트트라위던) 등 6명의 해외파(교체 포함)를 투입하고도 이집트의 강한 압박에 고전한 대표팀의 답답함이 묻어났다. 호흡을 맞출 시간이 짧았던 공격진은 무득점에 그쳤고 수비진은 이집트의 빠른 역습을 막는 데 애를 먹었다. 김 감독은 전반 25분 대표팀이 수비에서 우왕좌왕하자 “뭐하는 거야”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 선수 중 가장 돋보인 선수는 골키퍼 송범근(전북)이었다. 경기 내내 동료들을 향해 “사람을 보라고” “(수비 진영으로) 들어와”라고 소리 지르다가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던 그는 수차례 선방을 펼치며 실점을 막았다. 송범근의 동물적 반사신경에 놀란 이집트 취재진이 기자에게 “한국팀 골키퍼의 이름은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 0-0 무승부로 첫 경기를 마친 대표팀은 14일 같은 장소에서 ‘삼바 축구’ 브라질과 맞붙는다. 김 감독은 “처음으로 조합된 수비진은 훈련시간이 부족했고 유럽파들은 소속 팀에서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하다 보니 체력에 문제를 드러냈다. 시차 적응 등 어려움들이 있지만 선수들이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 정윤철 기자}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올림픽 대표팀이 13일(한국 시간) 이집트 카이로의 인터내셔널스타디움에서 열린 이집트와의 ‘이집트 3개국 친선대회’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이후 10개월 만에 정식 경기를 치르는 김학범 감독은 이승우, 백승호, 정우영(프라이부르크), 김정민(비토리아 SC), 김현우(이스트라) 등 유럽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을 대거 선발 출전 시켰다. 경기 감각과 체력에 우려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유럽파들은 경기 초반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도쿄 올림픽 대표팀에 처음으로 승선한 이승우는 초반부터 좌우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활발하게 움직였다. 다음은 이승우와의 일문일답.―오늘 경기를 뛴 소감은 어떤가. “오늘 오랜만에 새로운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는데 첫 경기이다 보니 각 선수들의 장점과 단점을 서로 잘 몰랐고, 세밀한 부분을 놓쳤다. 우리가 승리할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최근 국가대표로서 다짐을 밝힌 온라인 글과 영상을 통해 국가대표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드러냈는데…. “국가대표로 소집이 된다는 점에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어떤 연령대 대표이든 경기를 통해서 성장할 수 있고 나라를 대표할 수 있다는 건 자부심을 느낄 일이다. 또 올림픽은 저 뿐만 아니라 국내파, 유럽파 할 것 없이 모두 자부심을 느끼는 대회다.”―65분 뛰었는데 체력적으론 어떤가? “팀에 합류한지 얼마 안 됐고, 한국에서 온 선수들은 시차도 있어서 전반적으로 선수들이 피로했는데. 이런 상황이라는 점은 처음부터 감안했던 거다. 결과가 아쉬울 따름이다.”―다음 경기 각오를 말해 달라. “(선수들이)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고. 저 또한 마찬가지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우리 팀이 쉽게 무너지는 수비가 아닌데……” 김학범 남자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 감독이 13일 이집트 카이로 알살람 스타디움에서 이집트와 0-0으로 비겼다. 경기 뒤 김 감독은 “선수 간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처음 구성한 수비 구성이고 훈련도 많이 하진 못했던 만큼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선수들을 체크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집에선 그동안 소속팀에서 뛰지 못했던 유럽파가 7명이나 선발됐고, 이번 경기선 그중 6명이 뛰었다. 김 감독은 유럽파 선수들과 관련해 “소속팀 일정과 병행하다 보니 체력문제가 보였다. 선수들이 유럽에서 성장했는지 못했는지를 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오늘 경기를 평가해 달라. “특별한 건 없다. 오늘 경기는 선수들을 체크하기 위한 과정의 하나다. 그런 부분을 중점으로 경기를 봤고, 승패 보다는 젊은 선수들이 그동안 얼마나 성장을 했는지를 점검했다.”―수비가 불안한 장면이 많았다. 경기 중 큰 소리로 질책하는 모습도 보였는데…. “수비가 첫 조합이다. 훈련할 시간도 없었고, 훈련도 제대로 못했다. 수비 불안은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본인들이 상황을 어떻게 소화하는지 보는 것이다. 우리 수비가 몇 번 확 열어줬는데, 그런 걸 체크해나간다고 보면 된다.”―경기를 하면서 맞춰가야 한다는 것인가. “맞춰가는 것보다 소집에서 적응까지 2, 3일 정도이다 보니 무리라는 것은 알지만, 대표급 선수라면 소화를 해야 한다.”―오늘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충분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도착하자마자 경기를 했고, 시차도 7시간이나 차이가 나는데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다. 다음 경기도 바로 해야 하는 상황이다. 갖춰 놓고 했다면 좋을 텐데 가릴 수 있는 처지는 아니고. 이 상황에 나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선수들이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보려고 한다. 선수들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겨내는 법을 알아야 한다. 토너먼트에 들어가면 비상식적인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는 법을 알아가야 한다.”― 경기 내용 측면에선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건 평가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 우리가 꼭 이겨야 하는 경기라기보다는 어린 선수들을 체크하는 과정이다.”―유럽파가 6명이나 뛰었는데…. “대부분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다보니 체력문제가 보였다. 예상했던 거다. 선수들에게도 다 뛰려고 하지 마라, 뛸 수 있는 만큼만 뛰라고 했고.”―유럽파 선수별로 평가하면. “유럽파는 선수들을 다 오랜만에 만났다. 선수에 대한 개별적인 평가는 지금 어렵다.”―골키퍼 송범근 선방이 인상적이었다. “K리그 우승팀에서 뛰는 선수다. 우승팀에서 뛰는 선수면 그 정도는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거 아니겠나.”―송범근이 수비조율에도 적극 가담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역할을 했다. 수비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있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을 거 같다. 우리 수비가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 수비가 아닌데 그런 현상이 생겼다.”―유럽파 점검은 이번 두 경기로 마무리 되나? “완전한 마무리라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나와 있으면서 성장했느냐를 안했느냐를 보는 단계는 될 수 있을 거 같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남자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과 이집트 대표팀 간 경기가 12일 오후 8시(현지 시간) 이집트 카이로 알살람 스타디움에서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무관중이라서 가능한 일이 경기 시작 전부터 벌어졌다. 당초 경기가 열리기로 한 곳은 카이로 인터네셔널 스타디움이었지만, 이날 오후 2시쯤 갑작스레 경기 장소가 알살람 스타디움으로 바뀌었다. 이집트 청소년체육부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경기장 변경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틀 뒤인 14일 이집트 성인 국가대표팀과 토고 국가대표팀 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경기를 앞두고 있어 경기장 시설 점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에서 뛰는 이집트 축구 최고 스타 무함마드 살라흐 출전이 예고돼 있어 경기장 점검에 각별히 공을 들이는 기색이었다. 선수단 버스만 옮기면 되다 보니 경기장을 옮기는 결정도 쉽게 내려졌다. 13일 U-23 대표팀 경기는 3개국(브라질 포함) 친선대회 참가국 소속 축구협회 관계자들과 외신 기자, 안전요원 등 50여 명을 위한 하프라인 인근 지정석을 제외하곤 전 관중석은 텅 비어 있었다. 지정석은 하프라인서 코치진 등을 바라보는 방향이었다. 이날 경기장 입장은 사전에 허가를 받고, 입장 허가를 받은 사람들로 한정했다. 무관중 경기라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은 없었다. 축구장과 기자 지정석까지는 약 70m 정도 거리였는데, 관중석에서 적막이 흐르다 보니 선수들의 목소리와 감독 지시 등을 들을 수 있었다. 마치 콘서트장처럼 선수들의 목소리와 공을 차는 소리가 중앙 무대에서 크게 울렸다. 김 감독은 전반 25분쯤 대표팀 수비 진영에서 선수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이자 “뭐하는 거야”라고 수비 라인을 향해 말했는데, 관중석에서도 들릴 정도였다. 주로 수비에서 아찔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벤치에서 일어나 지시를 내렸다. 경기장이 조용하다보니 선수들이 멀리서 감독을 바라보다가 지시를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맏형이자 수비조율 책임을 맡은 골키퍼 송범근도 이날 목소리를 자주 낸 선수다. 시종일관 수비진을 향해 “사람을 보라고”, “왼쪽으로 더 붙어”, “(수비 진영으로) 들어와”라며 소리 지르다가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다. 전반 중반부터 역습을 수차례 허용하면서 수세에 몰리자 송범근의 목소리가 더 자주 나왔다. 이집트 기자 중 한 명은 기자에게 “한국팀 골키퍼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 공격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자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백승호가 선수들을 향해 “대화를 해야 해”라며 소통을 강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상대적으로 별 대화나 목소리를 밖으로 내지 않는 이집트 선수들에 비해 한국 선수들이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활발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부족한 훈련 시간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번번이 공격 시도가 막히고 활로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걷는 장면이 많아지면서 지쳐 보이는 기색이 차츰 드러났다. 이날 경기장 지정석엔 이틀 뒤 상대하게 될 브라질 U-23 대표팀도 앉아 있었다. 안드레 자딘 브라질 U-23 대표팀 감독에게 한국 대표팀을 평가해달라고 하자 “굉장히 움직임이 빠르고, 잘 조직돼 있는 팀”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인상적인 선수를 묻는 질문엔 대답하지 않았다. 이집트 거주 교민들은 이날 경기 단체관람을 희망했으나, 무관중 경기로 결정되자 결국 방송을 보며 각자 응원했다. 현지에서 금요일마다 축구를 하는 교민 동호회에서는 경기를 각자 보되,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서 경기 소감을 나누면서 시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기력한 경기 끝에 0:0으로 비긴 것과 관련해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집트 청소년체육부는 한국과 브라질 U-23 대표팀과 경기가 열리는 14일 한국인 교민 응원 인원을 5명까지 허가했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11일 사우디아라비아 2대 도시인 홍해 인근 지다의 비(非)무슬림 전사자 묘지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4명이 다쳤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테러는 해당 묘지에서 열린 제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 행사에서 한 남성이 사제 수류탄을 던지면서 시작됐다. 이로 인한 폭발로 그리스 정부 관계자 등 최소 4명이 다쳤으며 사망자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는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등 유럽 각국 고위 외교관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범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번 사건이 이슬람권 전체에 거세게 불고 있는 반(反)프랑스 정서와 연관이 있는지를 둘러싸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16일 프랑스 남성 교사가 수업 중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 비평 만화를 보여줬다는 이유로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참수된 후 프랑스와 이슬람권의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특히 이날 행사에 프랑스 등 서유럽 주요국 관계자가 많았다는 점, 행사 장소가 비무슬림 묘지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난달 프랑스 파리와 니스 등에서 잇달아 발생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같은 종교 관련 범행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미 지난달 29일 지다에서는 사우디 남성이 프랑스 영사관 경비원을 흉기로 공격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한 소식통은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에 “이날 종전 기념 행사를 주최한 쪽은 프랑스”라고 밝혀 프랑스를 겨냥한 테러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다른 소식통은 “테러 목표는 프랑스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프랑스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이 비겁하고 정당하지 않은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9일 이집트 카이로 모카탐 지역의 생활용품 판매점 소프라를 찾았다. ‘메이드인 프랑스(Made in France)’ 제품을 일절 찾아볼 수 없었다. 주인 카드리 압델 카델 씨는 한 선반을 가리키며 “원래 프랑스 가정용품 브랜드 ‘테팔’의 그릇과 프라이팬이 있던 자리다. 프랑스가 이슬람교 선지자 무함마드를 계속 모욕해서 항의 차원에서 2주 전 테팔 제품을 모두 반품했다”고 말했다. 앞서 1일 카이로 북쪽의 신도시 엘사다트의 포쇼핑센터를 찾았을 때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냉장 매대를 꽉꽉 채웠던 프랑스 유제품 브랜드 ‘다논’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곳에서 만난 고객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골적인 반무슬림 정책을 펴고 있다고 성토하며 “마크롱은 무슬림을 모독하는 21세기 제국주의자”라고 했다. 지난달 16일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화를 수업 중 보여줬다는 이유로 프랑스 역사교사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참수됐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강경 대처에 나서고, 무함마드 풍자를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하면서 프랑스와 이슬람권의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겉으로는 극단주의 및 테러 방지를 앞세우지만 결국은 이슬람에 대한 비하와 차별이라는 게 이슬람권의 인식이다. 이에 중동 역시 프랑스 제품 불매 운동으로 맞서겠다는 기류가 뚜렷하다.○ 프랑스-중동의 갈등 역사 반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1월 취임 후 줄곧 무슬림 등 유색인종에 적대적인 정책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이자 유대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이스라엘, 반(反)팔레스타인’ 정책을 주도하며 이슬람권과 척을 졌다. 그런데도 이번처럼 북아프리카(이집트), 중동(이란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서남아시아(파키스탄), 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 등 이슬람권 전역에서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 각국 정상의 규탄, 시민들의 반미 시위가 일어난 적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슬람권의 격한 반프랑스 정서의 이유로 제국주의로 인한 역사적 연원, 19세기 나폴레옹 황제를 연상시키는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 등을 꼽는다. 특히 1916년 영국과 프랑스가 각각 자국 외교관 마크 사이크스, 프랑수아 피코의 이름을 따서 맺은 ‘사이크스-피코 협정’이 오늘날 중동을 세계의 화약고로 만드는 씨앗이 됐다고 여긴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은 현재 이슬람권 영토 대부분을 지배했던 오스만튀르크 제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을 앞두자 오스만 영토를 비밀리에 나눠 먹기 위해 이 협정을 맺고 자신들의 땅으로 만들었다. 이슬람 종파, 부족, 언어 등이 달랐던 곳에 두 열강이 자의적으로 국경을 긋는 바람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끝나고 열강이 물러난 후에도 중동 곳곳에서는 여러 세력이 각자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분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립, 걸프전, 이라크전쟁, 시리아 내전 등 중동 현대사를 뒤흔든 주요 사건이 모두 사이크스-피코 협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과관계를 맺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8세기 후반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이 서구 열강의 이집트 유물 약탈로 이어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프랑스 장교와 고고학자들이 이집트의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여러 상형문자가 새겨진 로제타석을 발견했다. 프랑스군은 이를 본국으로 가져가려 했지만 나폴레옹이 실각하자 영국이 이집트에 고립된 프랑스군을 본국으로 무사히 귀환시켜 주는 조건으로 손에 넣어 현재 런던 대영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이집트인들이 “영국과 프랑스 유명 박물관에 있는 수많은 유물은 다 제국주의 열강이 이집트에서 불법 약탈한 것”이라고 분노하는 이유다.○ “마크롱은 21세기 나폴레옹” 프랑스에는 ‘프랑스’와 ‘아프리카’를 프랑스어식으로 합친 ‘프랑사프리크(Francafrique)’란 단어가 있다. 실제 아프리카 전체에는 프랑스어가 가능한 인구가 1억 명에 달하고, 약 1만 명의 프랑스군이 주둔하고 있다. 제국주의는 사라졌지만 열강의 영향력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올 법하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5월 집권 후 중동의 레바논,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니제르 말리 모리타니 등 서아프리카 등 과거 프랑스가 점령했던 이슬람권 각국 정세에 전임자보다 훨씬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올해 8월 4일 프랑스가 1920∼1946년 지배한 레바논에서 약 200명이 숨진 폭발 참사가 발생하자 바로 레바논을 직접 찾아가 주민들을 위로하고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폭발 원인이 당국의 위험물질 방치 등 사실상 인재(人災)였고, 고질적인 부정부패와 경제난 등에 지칠 대로 지친 레바논 국민들은 일각의 신(新)식민주의 논란에도 마크롱을 격렬히 환영했다. 하지만 내정간섭 논란 역시 피할 수는 없었다. AP통신은 “이슬람권 소셜미디어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을 ‘21세기 나폴레옹’으로 부른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 사헬 지방에서 창궐하고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를 격퇴한다는 명분으로 이곳에서도 개입주의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마크롱 집권 전인 2013년 4000여 명의 병력을 파견했고 2016년 부르키나파소, 차드, 말리, 모리타니, 니제르 등 서아프리카 5개국이 참여한 아프리카 연합군 구성 역시 프랑스의 후원 아래 이뤄졌다. 프랑스가 무슬림을 대하는 태도가 자국 경제 상황에 따라 표리부동하게 바뀐 점도 이슬람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소속 사회학자 히샴 바네사 연구원은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1970년대 프랑스 제조업 경기가 호황이어서 무슬림 노동력이 많이 필요할 때 대형 자동차업체 르노는 자발적으로 무슬림을 위한 ‘기도실’을 만들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프랑스 제조업 쇠퇴와 맞물려 무슬림 인력에 대한 차별이 가속화했다”고 지적했다. 즉, 값싼 노동력이 필요할 때는 무슬림 관용 정책을 펴다 자국 경기가 안 좋아지고 반이민 정서가 높아지자 정교분리와 세속주의라는 명분을 내세워 무슬림을 탄압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동 내 패권 경쟁과 맞물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이슬람권 주요 지도자가 잇따라 마크롱 대통령을 거칠게 비판하는 것은 중동 맹주가 되겠다는 이들 지도자의 개인적 야심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구 대표 국가인 프랑스에 맞서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더 자극적이고 거친 언사로 마크롱과 프랑스를 공격한다는 의미다. 특히 이란, 터키 등은 모두 현 지도자가 장기 집권하고 있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경제난 등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상당해 자국 내 반대파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효과 또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터키는 최근 1년 반 동안 1340억 달러(약 150조 원)를 들여 자국 화폐 리라화 가치 하락을 막으려 했지만 최근 2년간 리라화 가치는 미 달러화 대비 약 45% 하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등 수니파 왕정 아랍국은 내심 ‘프랑스도 싫지만 터키와 이란이 중동 맹주로 부상하는 것 또한 싫다’는 자세다. 이란은 시아파 종주국이며 터키는 아랍과 민족, 언어가 다 다르다. 이들은 특히 터키가 이슬람 원리주의 및 정교일치를 주장하는 ‘무슬림형제단’을 적극 지원하는 것을 매우 껄끄러워한다. 자국 내 왕정 유지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니파 아랍국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에 내심 반색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 친이스라엘 기조로 중동의 혼란이 더 증폭된 만큼 다자주의를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중동의 혼란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바가트 코라니 이집트 아메리칸카이로대(AUC) 정치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보다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룰 수는 있겠지만 중동보다 아시아를 우선시하는 미 외교 기조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역할이 예전 같지 않은 중동에서 주요국의 패권 다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현석 카이로 특파원 lhs@donga.com}
지난 4년간 대이란 강경책을 펼쳐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르면 다음 주 이란을 겨냥한 대규모 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 대통령이 후임자가 되돌리기 어렵게 외교안보 정책의 ‘대못 박기’에 나섰다는 분석 속에 이란을 겨냥한 군사작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 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지난해 이란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 민간인 살해와 연루된 정부 관련 인사와 단체 등에 대한 제재안을 이르면 다음 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내 반정부 시위는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약 2주간 휘발유 가격 인상 등에 항의하며 전국적으로 펼쳐졌는데,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 등 225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과잉 진압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이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추가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8일 미국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매주 새로운 대이란 제재안을 발표하기로 하고, 미 국무부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이 협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액시오스는 2018년 5월 파기한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차기 조 바이든 행정부가 복귀할 수 없도록 제재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취임 이래 ‘이란 때리기’ 정책을 지속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9월에도 이란의 핵·미사일과 재래식 무기 관련 활동을 지원하는 27개 기관·개인에 대해 미국 내 자산 동결 등 제재를 시행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임기가 두 달 남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등 적성국에 대해 군사작전까지 전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지난 4년간 대이란 강경책을 펼쳐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르면 다음주 이란을 겨냥한 대규모 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 대통령이 후임자가 되돌리기 어렵게 외교안보 정책의 ‘대못 박기’에 나섰다는 분석 속에 이란을 겨냥한 군사작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 시간)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지난해 이란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 민간인 살해와 연루된 정부 관련 인사와 단체 등에 대한 제재안을 이르면 다음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내 반정부 시위는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약 2주간 휘발유 가격 인상 등에 항의하며 전국적으로 펼쳐졌는데,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 등 225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과잉 진압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이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추가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8일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매주 새로운 대이란 제재안을 발표하기로 하고, 미 국무부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이 협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2018년 5일 파기한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차기 바이든 행정부가 복귀할 수 없도록 제재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취임 이래 ‘이란 때리기’ 정책을 지속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9월에도 이란의 핵ㆍ미사일과 재래식 무기 관련 활동을 지원하는 27개 기관ㆍ개인에 대해 미국 내 자산 동결 등 제재를 시행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임기가 두 달 남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등 적성국에 대해 군사작전까지 전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승리 소식에 각국 정상들은 공식 외교 경로가 아니라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내고 통화하는 게 관례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인지라 각국 정상이 ‘어정쩡한 축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8일(현지 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당선인에게 “오늘날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함께 가자”라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및 해리스 후보의 당선은 역사적인 성취”라고 적었다.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미국의 새 대통령 당선인 조 바이든에게 축하를 건네고 싶다”면서 “그는 일생을 이 나라(아일랜드)의 진정한 친구로 지내왔다. 앞으로 그와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아일랜드계 혈통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8일 트위터에 “조 바이든 씨와 카멀라 해리스 씨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며 “미일 동맹을 한층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및 세계 평화, 자유 및 번영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적었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두고 각국 간 온도차도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 문제 등으로 마찰을 빚으며 대립 각을 세워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바이든 당선인 측에 보내는 성명을 통해 “(바이든의) 행운과 성공을 빈다”면서 “만약 우리가 이 시기의 큰 도전들을 극복하길 원한다면 우리 대서양 양안의 우정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가장 먼저 축전을 보내며 끈끈한 관계를 과시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도 침묵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활발히 친서를 주고받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뿐 아니라 북한 매체도 8일 오후까지 바이든 당선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 카이로=임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