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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데이(11월 11일)의 매출 증대 효과가 밸런타인데이(2월 14일)나 화이트데이(3월 14일)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는 최근 3년간 주요 ‘데이 마케팅’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분석 대상은 최근 3년 동안의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한우데이(11월 1일) 관련 매출 실적이다. 롯데마트는 이 ‘기념일’들을 각각 20일 앞둔 시점부터 해당 일까지의 매출을 분석해 비교했다. 여러 ‘데이’ 중 매출의 평균 성장률이 가장 높은 날은 빼빼로데이였다. 빼빼로데이와 그 직전 6일(총 7일) 동안의 막대과자 매출은 평상시 7일(빼빼로데이 14일 전∼20일 전)의 83.1배에 이르렀다. 한우데이의 행사 이전 7일 매출은 평상시의 50.8배로 두 번째로 높았다. 밸런타인데이(평상시의 9.1배)와 화이트데이(평상시의 7.2배)가 그 뒤를 이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조사 결과와 관련해 “화이트데이와 밸런타인데이에는 연인끼리 선물을 교환한다는 의미가 강하지만 빼빼로데이에는 연인은 물론이고 친구나 직장 동료들에게도 선물을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막대과자는 초콜릿이나 사탕에 비해 가격이 싸서 고객들의 부담도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대한항공은 3분기(7∼9월)에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3조1652억 원, 영업이익 2407억 원을 냈다고 10일 발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0.3% 늘었다. 대한항공은 “저유가로 유류비가 987억 원 절감되는 등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으로 영업이익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2014 스포트라이트 어워드’ 대상 수상현대건설은 세계적인 마케팅 조사기관인 LACP가 주관한 ‘2014 스포트라이트 어워드(국제 기업홍보 및 보고자료 평가대회)’에서 애뉴얼 리포트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고 10일 밝혔다. 현대건설은 총 6개 평가 항목 중 5개 항목에서 만점을 받는 등 100점 만점에 99점으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LACP가 발표한 ‘톱 100 월드와이드 위너스’ 부문에서도 세계 7위에 랭크됐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약 5000개 업체가 참가했다.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2기 7억 달러에 수주삼성중공업은 로열더치셸이 발주하는 부유식생산설비(FPU) 하부구조 1기와 미주지역 석유회사가 발주하는 해상플랫폼 등 해양플랜트 2기를 총 7억 달러에 수주한다고 10일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두 건 모두 계약 체결 전이지만 FPU는 장기공급계약을 독점 체결하고 해상플랫폼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설계에 이미 착수했다”고 말했다. ■이마트, 40% 싼 기저귀 시판이마트는 기존 제품보다 40%가량 싼 ‘이마트 크린베베 기저귀’를 13일부터 선보인다고 10일 밝혔다. 이 기저귀는 이마트가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유한킴벌리와 함께 만든 테이프형 제품으로 1박스(대형 120개들이)당 가격은 2만9900원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2중 흡수층이 적용돼 기존 유명 제품에 맞먹는 흡수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로 불릴 정도로 중국의 쇼핑 성수기인 광군제(光棍節·11월 11일)를 앞두고 국내 유통 및 뷰티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중국인 ‘역직구족’을 잡기 위한 할인 행사가 속속 마련되고 있다. 광군제는 총각 독신 솔로 등을 뜻하는 중국어 ‘광군(光棍)’에 명절을 뜻하는 ‘제(節)’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혼자’를 뜻하는 숫자 1이 들어가는 1월 1일, 11월 1일, 11월 11일이 여기에 해당한다. 젊은 중국인들은 ‘솔로의 날’로 불리는 광군제 기간에 소개팅을 하거나 술을 마시며, 독신 생활을 자축하거나 연인을 찾아 나선다. 이런 광군제를 한국의 ‘빼빼로 데이’처럼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11월 11일을 쇼핑 대목으로 바꾼 곳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80%를 장악한 오픈마켓 타오바오(淘寶)다. 타오바오는 2009년부터 매년 11월 11일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열었다. 지난해 타오바오에서는 하루 만에 6조3000억 원에 이르는 상품이 거래됐다. CJ오쇼핑이 중국에 세운 홈쇼핑채널인 동방CJ도 최근 50% 할인 행사를 열어 하루 평균의 4배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올해 일반 매장들도 할인 행사에 대거 합류하면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광군제가 미국의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11월 추수감사절 다음 날)’와 ‘사이버먼데이(블랙프라이데이 다음주 월요일)’의 중국판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규모가 커지자, 국내 업체들까지 중국인 고객을 잡기 위한 할인 행사에 나서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타오바오의 글로벌 사이트인 티몰 글로벌에 공식 입점해, 6개 브랜드의 500여 개 품목을 판매한다고 9일 밝혔다. 특히 광군제를 노린 할인 화장품 행사를 지난달 15일부터 열고 있다. 한방화장품인 ‘후 공진향 인양 2종 세트’의 경우 예약 시작 10일 만에 5000세트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주요 오픈마켓도 관련 행사를 마련했다. 11번가는 광군제와 ‘11’이라는 콘셉트가 겹친다는 데 주목하고, 화장품과 패션 상품 등을 최대 68% 할인하는 ‘쇼킹 세일’과 ‘코리아 붐’ 행사를 지난달 말부터 열고 있다. G마켓은 글로벌 사이트인 ‘글로벌샵’을 통해 패션·뷰티 상품 등을 최대 50% 할인하는 ‘G마켓 자이언트 위크’ 행사를 16일까지 연다. ▼ 국내 고객 대상 할인도 잇따라 ▼중국 소비자와 국내 소비자를 함께 겨냥한 행사도 있다. 롯데백화점의 온라인몰인 롯데닷컴은 광군제를 맞아 글로벌 사이트에서 ‘환러거우(歡樂購·행복한 쇼핑)’ 행사를 열고 있다. 11일까지 11대 인기 상품을 5∼14% 할인하는 행사다. 뿐만 아니라 롯데닷컴과 엘롯데는 총 200억 원 규모의 물량을 최대 70% 할인하는 ‘코리아 광군제, 온라인 빅 쇼핑데이’ 행사를 10일부터 이틀간 진행한다. ‘역직구’ 등 쇼핑 활동의 국경이 약해지자, 업계에서는 쇼핑 성수기가 연말에서 11월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11번가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나 광군제 같은 외국의 쇼핑 대목은 모두 11월이다. 국내 시장도 이들의 영향으로 최근 대형 행사를 11월에 집중시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최고야 best@donga.com·권기범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자연히 자신의 역동적인 야외활동 모습을 손쉽게 기록할 수 있는 촬영장비도 대중화되고 있다. 특히 예전에는 ‘전문가용 장비’로 취급받던 ‘액션 캠코더(액션캠·몸이나 기구에 부착해 역동적인 모습을 찍는 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고프로(GoPro)’는 액션캠 시장에서 세계 최고로 꼽히는 브랜드다. 2004년 미국의 닉 우드먼이 만든 이 브랜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기자는 이 중 지난달 시판된 ‘고프로 히어로4’ 시리즈 중 ‘실버’(49만5000원) 제품을 3일 오후 직접 사용해 봤다. ‘히어로4 실버’는 ‘히어로4’ 시리즈 가운데 중간급에 속하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중간급이라고 해도 풀HD(1920×1080)급 동영상과 1200만 화소의 사진 촬영이 가능해 전문가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 제품의 강점은 따로 있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용자환경(UI)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히어로4 실버 뒤쪽에는 가로 4.5cm, 세로 3.5cm 크기의 터치스크린이 장착돼 있다. 고프로 제품이 터치스크린을 채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크린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 봤다. 마치 스마트폰의 ‘밀어서 잠금해제’ 기능처럼 손가락을 스크린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자 터치 모드가 활성화됐다. 이를 통해 촬영모드와 해상도 설정, 사진·동영상 미리보기 등 기능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제품을 제어하는 기능도 신기했다. 히어로4 실버는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인 ‘고프로 앱’을 이용해 카메라와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 일단 연결이 되면, 스마트폰을 리모컨처럼 이용해 촬영, 정지, 모드 변경, 설정, 미리보기 등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기자가 카메라와 1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스마트폰으로 제품을 작동해 보니 촬영 화면이 끊김 없이 고스란히 스마트폰으로 전송됐다. 셀카(셀프 카메라)나 자연관찰 용도로 사용해도 좋을 듯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6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자전거에 히어로4 실버를 부착해 주행하면서 녹화를 해 봤다. 이미 해가 저물어 어둑어둑한 상황이었지만 잔디밭이나 주변 사람들이 또렷하게 기록됐다. 빛이 아예 없는 곳은 잘 촬영되지 않았지만, 주황색 가로등 불빛만 있는 곳에서도 녹화에 지장이 없었다. 공원 한쪽에 마련된 발목 높이의 물에 제품을 반쯤 담근 뒤 촬영을 해 봤다. 물에 잠긴 부분과 물에 잠기지 않은 부분이 말끔하게 구분돼 찍혔다. 실제로 이 제품은 수중 스포츠 같은 활동에 맞춰 방수 기능도 지원하고 있다. 카메라를 감싸고 있는 ‘하우징’에 따라 생활 방수 수준인 수심 3m부터 최대 40m까지 방수가 된다. 다만 설정 메뉴가 아직 한글화되지 않았다는 점, 스마트 리모컨이나 머리띠 등 옵션으로 구매해야 하는 상품이 많다는 점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고프로 이외의 다른 브랜드들도 액션캠 시장을 활기차게 공략 중이다. 소니는 최근 액션캠 신제품인 ‘미니 AZ1(HDR-AZ1)’을 선보였다. 기존 제품의 65%에 불과한 가벼운 무게(62.5g)가 특징. 파나소닉이 올 9월 내놓은 ‘HX-A500’은 고정 장치 없이 몸에 직접 착용할 수 있어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지난달 29일 경기 부천시 소사구 경인로의 역곡남부시장. ‘옛날 홍두깨 손칼국수’ 가게 안에서 하얀색 조리복을 입은 젊은이가 어른 몸통만 한 도마 앞에 섰다. 그는 미리 준비한 하얀 반죽을 커다란 홍두깨로 힘차게 눌러 펴기 시작했다. 이어 펴진 반죽에 밀가루를 뿌리고는 직사각형 모양의 큰 식칼로 반죽을 솜씨 좋게 잘라냈다. 어느새 하얀 칼국수 면이 완성됐다. 반대편에는 맑은 빛깔의 멸치육수가 커다란 냄비에서 끓고 있었다. 청년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남은 반죽을 이용해 수제비를 만들어냈다. 손으로 떼어낸 밀가루 반죽이 육수 속에 빠질 때마다 퐁당퐁당 하는 소리가 들렸다. 물이 끓기 시작하자 그는 칼국수 면과 양파 호박 당근을 추가로 넣고, 큰 나무젓가락으로 냄비 속을 휘휘 저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것은 바지락이 수북이 담긴 큰 국수그릇. 3분이 다 됐음을 알리는 스톱워치가 울리자 청년은 끓여낸 면과 수제비를 그대로 그릇 위에 부어냈다. 그 위에 채 썬 대파와 김, 깨를 올리자 맛있는 바지락 칼국수가 완성됐다. 칼국수는 누가 봐도 1인분 치고는 많은 양이었다. 정이 듬뿍 담긴 ‘시장표 음식’ 그대로였다. 시장에 있는 보통 칼국숫집과 다른 점은 두 가지. 요리를 내온 사장이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청년 이호준 씨(25)라는 점, 그리고 바지락 칼국수의 가격이 4000원밖에 안 된다는 점이었다.○ 많아도 잘되는 칼국수 가게 보고 무릎 탁 “처음에는 호텔이 너무 좋아 보였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사업, 내 가게’를 하고 싶었어요. 이 씨는 수원의 한 대학 호텔조리학과를 졸업한 뒤, 2010년 동안 서울의 호텔에서 주방 인턴사원으로 일했다. 1년 동안이었다. 그는 한식당과 중식당을 겸한 호텔 음식점에서 하루 종일 양파를 까는 등 허드렛일을 도맡아했다. 종일 끓는 기름 앞에서 탕수육을 튀기고 나면 그 열기에 팔뚝의 잔털이 다 타 없어진 적도 있었다. 이 씨는 “사람들에게 요리를 선보이는 과정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배운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에는 온통 창업 생각뿐이었다. 처음에는 피자나 파스타 같은 것을 파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이탈리아 요릿집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시장조사를 해 보니 이미 비슷한 가게가 너무 많았다. 창업 자금도 변변치 않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고민이 깊어질 즈음, 전북 고창군에서 30년 넘게 칼국수 식당을 한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이 씨의 외할머니는 당시 몸이 좋지 않아 일을 쉬면서 그의 집에서 요양 중이었다. 그는 ‘전통시장’과 ‘칼국수’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매료됐다. “칼국수는 굉장히 재미있는 사업 아이템이었어요. 길에서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는 너무나 평범한 음식인데도 사람들이 계속 붐비는 가게가 많았어요. 신기했죠.” 그는 외할머니로부터 가르침을 받기 시작했다. 호탕한 성격의 외할머니는 육수 제조 비법, 반죽 숙성법 같은 ‘방법론’부터 ‘시장 칼국수는 양이 많아야 사랑받는다’ ‘손님들에게는 가격을 깎아 주는 것보다 뭐라도 더 얹어 주는 게 좋다’ 같은 ‘전통시장 경영론’까지 전수했다. 이 씨는 여기에 자신만의 비법을 더했다. 우선 만들어져 나오는 식품회사 국수(건면) 대신 직접 만든 생면을 쓰기로 했다. 생면을 쓰면 면을 그때그때 끓여내야 해 번거롭지만 맛을 생각하면 건면을 사서 쓰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수분 함량이 높은 생면은 건면에 비해 면발이 부드럽고 쫄깃하거든요. 생면 칼국수를 연구하려고 대전에 있는 유명한 집 칼국수를 먹으러 가기도 했어요.” 이 씨는 반년간의 연구 끝에 만족할 만한 반죽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고 지난해 6월 역곡남부시장에 가게를 열었다.○ 평범한 이름 대신 자신만의 브랜드 준비 그의 가게의 콘셉트는 확실하다. 바로 ‘싸게, 맛있게, 그리고 푸짐하게’다. 지난달 29일 오전 9시경 찾은 가게에는 60대 주민 2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들은 “오전 느지막이 일터로 나가기 전 ‘속풀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가 끝날 때 즈음인 오전 11시가 넘자 이번에는 초등학생 3명이 가게를 찾았다. “수업이 오전에 끝나 집에 가다가 출출해서 들렀다”고 했다. 이렇게 팔려나가는 국수가 하루에 100그릇이 넘는다. 손님들이 이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가게를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이 씨의 가게에서 가장 싼 잔치국수는 한 그릇에 2000원이다. 손칼국수는 3000원, 바지락칼국수는 4000원, 제일 비싼 팥 칼국수도 5000원밖에 하지 않는다. 보통 상가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양은 큰 대접에 한 가득일 정도로 푸짐하다. 이 씨는 “싸고 양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 시장표 국수의 철칙”이라며 “마진이 적더라도 이렇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리다매를 위해 이 씨는 가게를 꾸밀 때부터 비용을 최소화했다. 26m²(약 8평)가 채 안되는 가게에는 단출하게 테이블 7개만 놓여 있다. 원래 꽃집이었던 가게를 칼국수 집으로 재단장하는 데는 약 3000만 원이 들었다.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작업은 이 씨가 직접 했다. 냉장고 그릇 수저 등 위생과 관련된 중요한 조리용품은 새것으로 하되, 가능하면 중고 제품을 최대한 활용했다. 테이블 상판은 새것을 쓰지만 다리는 중고를 이용하는 식이었다. ‘무료’로 제공되는 밥을 짓는 밥솥은 이 씨가 자취하던 시절 쓰던 것이다. 인건비도 최소화했다. 손님들이 몰리는 오후 12∼2시에는 일을 도와주는 아주머니를 두지만 나머지 시간에는 혼자서 모든 일을 한다. 젊으니까 가능한 일이다. 이 씨는 “가끔은 어르신들이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왜 사장님 대신 아르바이트생이 국수를 만드냐’고 묻기도 한다”며 웃었다. 이 씨는 요즘 가게 간판을 바꾸려 준비하고 있다. ‘홍두깨 손칼국수’라는 평범한 이름 대신에 자신만의 ‘브랜드’를 내세우기 위해서다. 매운 맛을 내주는 ‘얼큰 칼국수’도 개발 중이다. 가장 기분이 좋을 때는 손님들이 “면이 참 맛있다”고 칭찬할 때다. “요즘엔 오전 7시에 출근해서 하루 종일 일합니다. 호텔에 출퇴근할 때보다 더 바쁘죠. 하지만 ‘내 가게’라고 생각하면 힘든 줄을 모르겠어요. 이곳에서 성공을 거둔 후 다른 사람들에게 기술을 전수해 2호점, 3호점도 만들 겁니다.”부천=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영원한 갑을관계는 없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갑을관계는 상황에 따라 역전되거나 달라진다. 중소기업 사장에겐 절대 ‘갑’인 대기업 임원도 공권력 앞에서는 약자가 된다. ‘손님을 왕처럼 대한다’는 백화점 판매원도 자신이 사는 아파트 경비원에게는 ‘갑’으로 군림한다.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갑을관계의 악순환을 끊는 해법은 무엇일까. 한때 ‘갑’이었다가 지금은 ‘을’이 된 이들의 경험담에서 그 해답을 찾아봤다. 》 ○ “나도 갑이었습니다” 물티슈 제조 중소기업 우일씨앤텍의 이상업 부사장은 10년 동안 대기업 계열사인 유통회사에 다녔다. 이 부사장은 당시 자신이 ‘슈퍼 갑’이었다고 회상했다. 초임 과장 시절 그는 납품업체로부터 구입한 물건 가운데 팔리지 않은 물건을 강제로 반품시켰다. 그는 “재고 처리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실적 욕심에 재고 부담을 납품업체에 떠넘겼다”며 “이때가 내 생애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순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과거 철없던 제 행동을 뒤늦게 후회했습니다.” 여러 의류 브랜드를 거느린 대기업에서 퇴직한 뒤 2005년부터 편의점을 운영하는 강모 씨(57)는 대기업에 다니던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 매장을 돌며 실적 관리를 했던 강 씨는 매장의 실적을 높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는 “할인 행사를 강요하거나 신제품이 출시되면 할당량을 정해 채우라고 강요한 적이 많았다”며 “그렇게 해서라도 실적을 높이는 게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퇴직 후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업종은 달라졌지만 이제 강 씨가 본사 직원들의 눈치를 보고 실적 압박을 받는 점주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내게 머리를 조아리던 점주들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잘못된 행동으로 상처를 준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 당신도 언젠가는 을이 됩니다 한때 ‘갑’이었다가 ‘을’이 된 이들은 계약상의 갑을관계가 부당한 권력관계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누구라도 을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카드회사의 입사 4년 차 영업사원인 김모 씨(29)는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갑의 달콤함을 맛보았다. 대학 학생회 간부이던 김 씨는 당시 연간 1억 원에 달하는 학내 복지사업권을 쥐락펴락했다. 이 사업권을 따내려는 업체들로부터 값비싼 식사를 대접받는 것은 기본이고 매번 동아리 수련회(MT) 비용도 지원받았다. 행사비 명목으로 수백만 원을 지원받기도 했고 겨울이면 스키장도 무료로 다녀왔다. 김 씨는 “작은아버지뻘인 업체 직원에게 사업 제안서의 형식과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퇴짜를 놓기도 했다”며 “직장생활을 하면서 만난 진상 고객들이 과거 내 모습 같아 부끄러웠다. 갑을의 심정을 모두 잘 알고 있어서 이제라도 나쁜 ‘갑’이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백화점에서 스포츠 브랜드 매장들을 관리하는 매니저 정모 씨(29)는 입점 업체들을 돌며 매출을 올리라고 독려하는 일을 한다. 나이는 어렸지만 백화점 본사 직원인 그의 말을 무시할 수 있는 입점 업체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한 홈쇼핑 업체의 온라인 쇼핑몰 바이어를 만나면서 갑에서 을로 추락했다. 온라인 쇼핑몰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방 백화점의 특성상 “제품 가격을 더 낮추라”는 온라인 쇼핑몰 바이어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정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백화점 마진의 절반을 온라인 쇼핑몰에 넘겨야 했다”며 “그제야 내가 ‘갑질’을 했던 입점 업체들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을도 바뀌어야 한다 ‘갑’이었던 ‘을’들은 ‘을’의 자세가 달라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공공기관 출신 중소기업 사장인 최모 씨(48)는 “갑의 횡포를 막으려면 을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기업 간 거래를 얼어붙게 하거나 거래처가 납품업체에 피해를 떠넘기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고 갑이 자발적으로 개선하길 기대하는 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실효성이 없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중소기업이 틈새시장을 개척하거나 경쟁력을 높여 ‘갑’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을’이 되는 게 가장 현실적이면서 근본적인 해법”이라며 “갑을관계에서 비롯된 권력관계가 특히 강력한 산업 현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어떠한 제도가 생기더라도 결코 ‘갑’의 횡포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부당한 갑의 횡포를 겪게 되면 이를 신고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창구를 활용하라는 조언도 있다. 대기업 출신인 이상업 부사장은 “비교적 젊은 초임 대리나 과장들의 갑질이 심한 편”이라며 “이럴 때에는 임원들이랑 만나 얘기하면 풀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장 직원들의 횡포를 직접 맞대응하기보다는 고위급 직원을 통해 해결하거나 거래처의 윤리경영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옴부즈만 제도를 적극 이용하면 갑의 횡포를 줄일 수 있다는 조언이다. 또 이 부사장은 침묵하는 ‘을’의 자세에 대해서도 따끔한 충고를 했다. 그는 “불편부당한 일을 당해도 참으며 굴욕적인 자세를 계속 유지하면 그게 관행이 된다”며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김호경 whalefisher@donga.com·김현수·권기범 기자}

상인들이 말하는 부천 역곡남부시장은 ‘다이내믹한 시장’이다. 이곳에서는 특히 지난해 경기도로부터 명품점포로 선정된 ‘장수옛날손국수’와 이호준 사장의 ‘옛날 홍두깨 손칼국수’ 등이 고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역곡남부시장은 1980년대 자연적으로 형성된 전통시장이다. 70여 곳의 점포가 영업 중이다. 약 300m에 걸쳐 다양한 점포가 자리 잡고 있으며, 영업 면적은 2000m²(약 600평)에 이른다. 지하철 1호선 역곡역 1번출구로 나오면 걸어서 7, 8분밖에 걸리지 않아 입지도 좋다. 부천뿐만 아니라 서울 지역의 고객들도 시장을 찾기에 편리하다. 시장 입구에 서면 다른 시장에 비해 시장길 폭이 넓은 것이 눈에 띈다. 시장 상인들이 합심해 매대를 설치하는 한계선인 ‘가이드라인’을 정해놓은 덕이다. 상인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상인들이 너도나도 매대를 앞으로 내세우는 바람에 사람들이 다니기에 길이 비좁았다”며 “길을 넓히고 난 뒤로 고객들은 동선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시장도 깔끔해졌다”고 말했다. 시장 한가운데에서는 독특한 인테리어의 ‘장수옛날손국수’가 눈에 띈다. 가게 왼쪽에는 분홍 연두색으로 된 독특한 컬러의 면(麵)이 죽 늘어서 있다. 백년초 검은쌀 쑥 등을 이용해 다양한 색깔을 낸 국수를 전시해 놓은 것이다. 이 점포는 방부제를 쓰지 않고, 하루에 정해진 양만 생산한다. ‘장수옛날손국수’의 김창수 대표는 “명품점포라는 이미지에 맞게 옷도 개량 한복으로 바꿔 입고, 매장 인테리어도 전통 한옥 스타일로 바꿨다”고 말했다. 역곡남부시장은 약 10년 전 근처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잠시 침체기를 맞았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정부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상인대학을 열어 마케팅 기법 등을 함께 배우는가 하면, 단체로 앞치마를 맞춰 입는 등 분위기를 띄우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최문규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수석컨설턴트는 “명품점포 선정 이후 상인들의 인식이 개선됐고, 몇몇 점포가 인터넷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시장을 찾는 외부 손님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부천=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롯데마트는 5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호수로에 빅마켓(창고형 할인점) 5호점인 킨텍스점을 공식 오픈한다고 3일 밝혔다. 롯데 빅마켓 킨텍스점은 지하 3층∼지상 2층 건물로, 크기는 1만7483m²(5298평·영업면적 기준)다. 이는 일산 지역 대형 유통업체 건물 중 가장 큰 것이다. 지상 1층에는 4076m²(1235평) 크기의 식품 매장이, 지상 2층에는 5818m²(1763평) 규모의 비(非)식품, 하이마트 매장이 들어선다. 롯데는 지하 1층(8603m²·2607평)에 주로 대형마트에서 선보이는 형태의 푸드코트와 키즈 카페, 커피전문점 등 20여 개의 편의시설도 입점시켰다. 또 취급 품목 수를 기존 점포(3000여 개)보다 15% 늘렸다. 롯데 빅마켓 관계자는 “킨텍스점은 빅마켓 최초의 신축 점포”라며 “약 4km 거리에 있는 미국계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 일산점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나보다 위치가 높거나 입장이 유리한 사람에게 ‘갑질’을 당해본 적이 있다.” 한국 직장인 10명 중 9명은 ‘그렇다’고 답했다. 동아일보와 잡코리아가 지난달 22∼30일 직장인 7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는 거래 관계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는 ‘갑’이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뜻하는 ‘갑을 관계’가 기업 간 거래뿐 아니라 조직문화와 일상생활에서도 만연해 있음을 뜻한다. ‘갑질’을 한 사람으로는 직장상사(61.3%)가 가장 많이 꼽혔다. 납품 원청업체 등 거래처(38.3%)와 규제담당 공무원(13.8%)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했고’ ‘유리한 지위를 이용해 미묘한 부담을 줬다’고 답했다. 갑의 횡포는 변함이 없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4월 대기업 임원이 여성 승무원을 폭행한 이른바 ‘라면 상무’ 사건 이후 우후죽순으로 발의된 갑을 관계 관련 법안 대부분은 아직도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 방지법’으로 알려진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 4건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유통대기업의 보복금지 조항 등이 담겨 있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5건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법과 제도의 정비와 함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선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현수 kimhs@donga.com·권기범 기자}
한 백화점에서 지난해까지 패션 잡화 상품기획자로 근무했던 장모 씨(28)는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30대 매장 관리자들(협력업체 소속)에게 “지금 뭐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이곤 했다. 이들은 대부분 규정에 어긋난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에게 ‘원칙적으로 안 된다’고 대응한 사람들이었다. 장 씨는 ‘돈을 돌려주거나 해서 조용히 처리하라’고 엄포를 놓는 일을 일상처럼 반복했다. “매장에서 고성이 오가면 매출이 떨어지고, 본사 차원에서 점포가 낮은 평가를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요.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미안했지만 솔직히 그런 불만을 하나씩 해결하는 게 더 복잡하고 귀찮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보다 권력관계에서 ‘열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갑질’을 해본 이들은 얼마나 될까. 동아일보는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함께 20∼50대 직장인 724명에게 ‘갑질의 경험’에 대해 물어봤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369명(51.0%)은 ‘지위·직급이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에게 ‘자신의 행동이 갑질이라고 인정하느냐’고 묻자 10명 중 6명(225명·61.0%)은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이 ‘갑질’이 아니라고 대답한 사람도 39.0%(144명)나 됐다. 또 이들은 ‘갑질’의 이유를 자기 자신이 아닌 상대방에게서 찾았다. ‘상대를 불편하게 한 이유(복수 응답)’에 대해 물었을 때, 절반이 넘는 191명(51.8%)이 ‘상대가 요령을 피우거나 편법적인 방법으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서 이를 질책하기 위해’라고 답했다. 119명(32.2%)은 ‘회사의 이익, 높은 사람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이야기했지만 상대방이 민감하게 반응했을 뿐이라는 응답도 18.7%(69명)나 됐다. 결국 상대방에 대한 낮은 신뢰수준 또는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상대가 자신을 우습게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갑질’의 주요 원인이란 점, 그리고 ‘갑질’이 문화적으로 깊이 뿌리 박힌 결과 자신의 행동이 ‘갑질’이란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도 상당수라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유통업은 최근 ‘갑질’ 논란에 가장 많이 휘말린 업종이다. 특히 TV 홈쇼핑 업계는 ‘불공정거래의 종합선물세트’로 불릴 정도로 수년 전부터 납품 비리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초 드러난 롯데홈쇼핑의 납품 비리 사건. 최고경영자(CEO)부터 임직원까지 비리에 연루된 데다 치밀하게 돈을 받아 챙긴 모습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 진행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도 홈쇼핑 업체의 ‘갑질’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업체는 자동응답전화(ARS) 할인 등 판촉비용의 최대 90%를 납품업체가 부담하도록 했다. 현행법상 납품업체는 50%를 초과하는 판촉비용을 분담해서는 안된다. 이처럼 홈쇼핑 업계에서 대형 납품 비리가 횡행하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허가제인 홈쇼핑은 채널 수가 한정돼 납품업체들의 진입 장벽이 높다. 채널은 적은데 홈쇼핑에 납품하려는 회사가 많다 보니 홈쇼핑은 자연스레 ‘슈퍼 갑’의 지위를 누린다. 홈쇼핑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이를 통한 매출 비중이 70%에 이를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홈쇼핑에서 제품을 파는 한 중소 전자업체 관계자는 “영세업체 처지에서는 자체 마케팅을 하느니 로비를 하는 게 싸게 먹힌다”며 “그 덕분에 최근에는 중간 상인 역할을 하는 벤더들도 향응비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관련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가 홈쇼핑 업체들에 공정거래법 대신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하기로 한 것도 이런 흐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은 관련 매출액의 2%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지만,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대금 또는 연간 임대료의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산정하기 때문에 그 액수가 더 커진다. 한편 홈쇼핑과 함께 갑을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프랜차이즈 업계에 대해 2일 공정위가 메스를 가했다. 갑을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도소매업, 외식업, 교육서비스업 등 3개 가맹 분야의 표준계약서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본사가 편의점 점주에게 야간영업 등 24시간 영업을 강제할 수 없도록 했다. 또 가맹점주에게 인테리어나 간판 등 점포 환경을 바꿀 것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했다. 가맹점주가 가맹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은 2개월에서 4개월로 늘어난다.권기범 kaki@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

《 한국 사회에서 ‘갑을(甲乙) 관계’는 단순한 계약 관계가 아니다. 업무의 영역을 넘어 사생활에서까지 갑이 을에게 복종을 요구하는 특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도처에서 비정상적 권력 관계인 ‘갑을 문제’가 생겨난 까닭은 무엇일까.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그 이유를 들어봤다. 》○ 일제강점기·산업화 거치며 내재화 갑을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최근이지만 그 뿌리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훨씬 이전이다. 상당수 전문가는 조선시대의 관존민비(官尊民卑·벼슬아치를 우러러보고 일반 백성은 낮추어 봄)에서 갑을 관계의 연원을 찾는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말하는 갑을 관계는 일제강점기에 그 뼈대가 완성됐다는 견해가 많다. 식민지 경험은 우리의 뇌리에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논리를 심었다. 일제의 철권통치와 민족 차별 분위기에서 식민지 백성들은 잘살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횡포에서 보호받기 위해 출세를 해야 했다. 전우영 충남대 교수(심리학)는 이와 관련해 “시스템이 약자를 보호하는 기능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개인이 자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힘 있는 위치에 가려는 성향이 커진다”고 해석했다. 물론 이런 심리 이면에는 ‘출세하면 남에게 갑질을 해도 된다’는 논리가 자리 잡게 된다. 권위주의와 비정상적 갑을 관계는 사실 동전의 양면이다. 일본 역시 전통적인 갑을 관계로 사회적 진통을 겪어 왔다. 라경수 일본 가쿠슈인대 교수는 “일본에서는 갑을 관계라는 표현을 계약서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지만 한국과 유사한 사회적 불평등 구조 자체는 일본 사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갑을 논리는 집약적 경제성장을 이룬 산업화를 겪으면서 더욱 공고해졌다. 성장 중심적 사고가 자리 잡으면서 경쟁이 심화됐고, 여기서 뒤처진 낙오자를 ‘을’로 여기는 게 당연시됐다. 결과적으로 종전에는 가정을 제외한 가장 가까운 공동체로 여겼던 학교와 직장 내에서조차도 갑을 관계가 생겨났다. 인사조직컨설팅 전문가인 양진영 박사(심리학 기반 코칭그룹인 PBCG 소속)는 “같은 조직 내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관계를 갑을로 여긴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심하고 삶이 빡빡해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부당한 권력 관계가 ‘갑을 관계’로 정의되며 사회적 논의의 도마에 오른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이때부터 선거구 구분이나 법률용어로만 쓰여 왔던 ‘갑’과 ‘을’이란 표현이 권력 관계를 의미하는 말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2000년대 초반은 권위주의 타파와 함께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이라며 “집약적 경제발전을 거치며 그동안 묵과돼왔던 일상적인 삶에서의 권력 관계에서도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벤츠 검사’ ‘그랜저 검사’ 등 사회 고위층의 갑질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저서 ‘갑과 을의 나라’에서 ‘이렇게 일부 고위 공직자의 비위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의 무의식 속에 ‘갑’이 되면 떵떵거리고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고 분석했다.○ ‘연못 속 고래’와 성과주의의 그늘 경제적 관점에서 갑을 문제는 ‘힘의 불균형’에서 주로 발생한다.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의 권력 차가 크면 클수록 을의 자율적 선택권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국내 내수시장을 보면 작은 연못에 큰 고래 몇 마리가 살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라며 “과거 산업화 시대에 해외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육성한 대기업들이 내수시장에서 시장 장악력을 무기로 연못에서 ‘갑질’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2000년대 말 경기침체를 계기로 부각된 성과주의와 효율 우선주의가 을의 피해를 더 심화시켰다고 말한다. 이런 풍토는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재고를 강제 할당하는 ‘밀어내기’ 등으로 나타났다. 현용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공정거래센터장)는 “언제든지 다른 하청업체로 대체될 수 있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며 “이는 고유 개발능력 부재로 이어져 경쟁력 감소의 악순환을 부른다”고 말했다. 지나친 성과주의는 최근에 이슈가 된 서비스업 감정노동자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서비스업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용주들이 종사자들에게 필요 이상의 친절을 강요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저절로 손님과 직원 사이에 ‘절대적’ 갑을 관계가 생겨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갑을 관계의 제도적 해결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주에게 부당하게 광고비를 전가한 베트남 쌀국수 프랜차이즈본부 ‘포베이’에 과징금 부과 없이 시정조치만 내렸다. 이 업체는 드라마에 상호와 매장 모습을 노출하는 조건으로 맺은 광고 계약에 들어간 2억여 원의 비용 가운데 7000여만 원을 가맹점주들에게 일방적으로 부담하게 해 문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갑의 횡포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갑질이 적발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에 복종적인 갑을 권력 관계가 심화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공정위가 2011년 1월∼2014년 9월 불공정행위를 한 기업에 내린 ‘경고’ 이상 행정조치 가운데 검찰 고발로 이어진 비율은 2.5%에 불과했다.최고야 best@donga.com·권기범 기자}

돼지고기 가격의 강세가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송년회 시즌에도 비싼 돼지고기를 먹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달 1∼29일 돼지고기(탕박)의 평균 도매가격은 4674.5원(1kg 기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평균 가격인 3123.0원보다 49.7%나 올랐다. 삼겹살 가격도 크게 뛰어 29일 기준으로 1kg에 1만8768원이다. 2만 원대였던 9월 말보다는 떨어졌지만 지난해 같은 날(1만5823원)보다 18.6% 비싸다. 돼지고기 가격은 연말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센터는 11, 12월의 돼지고기 지육(내장 사지 꼬리 등을 제거한 단계의 고기) 가격이 1kg에 4700∼4900원 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업관측센터는 11월 돼지고기 생산량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 줄어드는 반면 수요는 11.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마트는 돼지고기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대형 할인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마트는 11월 5일까지 국내산 삼겹살을 100g당 990원에 선보이는 할인행사를 연다. 이마트 관계자는 “삼겹살 가격이 계속 높아 매출이 올해 약 5% 감소했다”며 “개점 21주년을 맞아 움츠러든 소비 심리를 되살리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국제 산악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황금피켈상’ 수상자(2002년)는 의외로 무덤덤했다. 기자가 “해발 8000m급 고봉을 오르면서 죽음의 위기를 맞은 적은 없나”라고 물으면 “높은 산을 오르면 위험은 언제나 따라오는 것”이라고 답하는 식이었다. 28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만난 스페인 출신 산악인 알베르토 이뉴라테기 씨(46·트렉스타 글로벌 홍보대사·사진)는 최연소(1992년·당시 24세)로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성공한 전설적인 산악인이다. 세계에서 10번째로 8000m급 고봉 14곳에 모두 올랐다. 그의 대답은 눈 덮인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 생긴 절벽)가 가득한 곳을 헤쳐 온 베테랑 산악인치고는 너무도 밋밋했다. 그런데 2002년 안나푸르나 등정 이야기를 꺼내자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그는 당시 정상에 도전하던 중 약 7000m 높이에서 산소통의 도움 없이 일주일을 버텨야 했다. 기상 악화로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했다. “제가 산에서 고생한 이야기를 하면, 가족들이 더이상 산에 오르지 못하게 할 겁니다. 지금도 산으로 떠날 때면 가족들이 ‘하루가 1년 같다’고 합니다.” 그럴 만도 했다. 그는 14년 전 산에서 친형을 잃었다. 가셔브룸 2봉(8035m)을 오른 뒤 내려오던 길이었다. 이뉴라테기 씨는 최근 들어 조금 다른 이유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희귀 신경변성질환 환자를 돕는 스페인 재단 ‘더블유오피(WOP·Walk On Project)’를 돕기 위해서다. 그는 6000m급, 7000m급, 8000m급 고산을 새로운 경로나 희귀 경로로 오르는 ‘678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에게는 아들(7세)이 있다. “아들과 히말라야에 오르고 싶으냐”고 물었다. 대답은 ‘아니요’였다. “산악인이기 이전에 아버지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11월 1일 ‘한우데이’를 맞아 주요 대형마트들이 대대적인 할인 행사에 나선다. 한우데이는 ‘소 우(牛)’자를 파자하면 1이 세 개 나온다는 점에 착안해 전국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11월 1일로 정했다. 올해로 7회째이며 추위가 시작되는 때에 단백질을 섭취하자는 뜻도 담고 있다. 주요 대형마트들은 한우데이 전후로 한우고기를 40∼50% 할인하는 행사를 연다고 28일 일제히 밝혔다. 행사를 가장 먼저 시작하는 곳은 롯데마트.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전 점포(마장휴게소점 제외)에서 냉장 한우 전 품목을 약 40% 할인 판매한다. 단, 롯데멤버스 가입 회원이 지정된 신용카드(롯데·신한·KB국민)로 결제했을 때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혜택을 적용할 경우 100g당 7200원에 판매되는 ‘1등급 냉장 한우 등심’ 가격은 4150원, 3800원에 판매되는 ‘1등급 냉장 국거리, 불고기’ 가격은 2190원이 된다. 홈플러스는 2개월간의 사전 준비를 통해 구매한 물량 500t을 투입할 계획이다. 홈플러스 훼밀리카드 소지 고객에게 한우 전 품목(간편 팩 상품 제외)을 평소보다 40% 싸게 판매한다. 이마트는 31일과 11월 1일 이틀 동안 한우데이 행사를 연다. 삼성 KB국민 신한 현대카드를 이용해 구매하는 고객은 한우 전 품목을 40% 싸게 살 수 있다. 사골잡뼈 등 일부 제품은 50% 할인 판매된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11월 1일 '한우데이'를 맞아 주요 대형마트들이 대대적인 할인 행사에 나선다. 한우데이는 '소 우(牛)'자를 파자하면 1이 세 개 나온다는 점에 착안해 전국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11월 1일로 정했다. 올해로 7회째이며 추위가 시작되는 때에 단백질을 섭취하자는 뜻도 담고 있다. 주요 대형마트들은 한우데이 전후로 한우고기를 40~50% 할인하는 행사를 연다고 28일 일제히 밝혔다. 행사를 가장 먼저 시작하는 곳은 롯데마트.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전 점포(마장휴게소점 제외)에서 냉장 한우 전 품목을 약 40% 할인 판매한다. 단, 롯데멤버스 가입 회원이 지정된 신용카드(롯데·신한·KB국민)로 결제했을 때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혜택을 적용할 경우 100g당 7200원에 판매되는 '1등급 냉장 한우 등심' 가격은 4150원, 3800원에 판매되는 '1등급 냉장 국거리, 불고기' 가격은 2190원이 된다. 홈플러스는 2개월간의 사전 준비를 통해 구매한 물량 500t을 투입할 계획이다. 홈플러스 훼밀리카드 소지 고객에게 한우 전 품목(간편 팩 상품 제외)을 평소보다 40% 싸게 판매한다. 이마트는 31일과 11월 1일 이틀 동안 한우데이 행사를 연다. 삼성·KB국민·신한·현대카드를 이용해 구매하는 고객은 한우 전 품목을 40% 싸게 살 수 있다. 사골잡뼈 등 일부 제품은 50% 할인 판매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행사에서는 이틀 만에 한해 매출의 10분의 1을 넘는 실적을 올렸다"며 "한우데이를 정착시키는 한편, 매출을 끌어올리는 계기로도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아웃도어·패션 업체들이 아동용 아웃도어 의류 시장에 대한 본격 공략에 나서고 있다. 경기 침체에도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부모들을 겨냥한 것이다. 블랙야크는 25, 26일 경기 가평군 푸름유원지에서 ‘블랙야크 키즈와 함께하는 악동캠핑’ 행사를 진행했다고 27일 밝혔다. 가족 100개 팀이 참가한 이 행사에서 블랙야크는 아동용 다운재킷 등을 홍보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열었다. 블랙야크는 올해 5∼13세 아동용 제품 종류를 지난해의 1.5배로 늘리고, 전용 매장 수도 지난해 말 6개에서 올해 10월 현재 65개로 늘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다른 업체들도 아동용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K2는 최근 성인용 베스트셀러 제품인 ‘마조람’과 ‘코볼드’ 등을 아동용으로 만든 ‘키즈 마조람 다운재킷’과 ‘키즈 코볼드 다운재킷’을 선보였다. LS네트웍스는 26일 아웃도어 브랜드 잭울프스킨의 2014년 가을·겨울 시즌 키즈 라인 제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관련 이벤트를 열었다. 패션 업체들도 적극적이다.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23일 ‘UU(유유) 컬렉션’을 발표하면서 아동 전용 아웃도어 제품을 함께 선보였다. 유니클로는 이 중 보온성과 속건성(빨리 마르는 성질)을 갖춘 ‘후리스(플리스)’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을 많이 즐기는 트렌드도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예스24가 운영하는 패션전문 쇼핑몰인 아이스타일24가 9월 25일∼10월 26일 유·아동 아웃도어 의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어린이용 상·하의 세트 상품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4%나 늘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15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마릿수도 줄어든 데다, 이상하게 크기도 작아졌어요.” 24일 오전 제주 제주시 임항로 제주시수협수산물공판장 옆 선착장. 수산물 유통업체인 한라에스앤에프의 허윤호 이사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맞은편에 있는 선원들도 운반선 ‘307 태성호’에 담긴 고등어를 뜰채로 꺼내면서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등어는 통상 10월부터 많이 잡히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어획량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태성호 선원들은 “‘10월 고등어’가 3분의 2는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옆에서는 “부산공동어시장에 들어온 배는 대부분 빈 배라더라”는 소식도 들려왔다. 고등어 어획량은 올해 들어 들쭉날쭉하고 있다. 국산 고등어 물량의 80%가 거래되는 부산공동어시장의 1∼6월 물량은 지난해보다 60%가량 줄었다. 7∼9월에는 반대로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60% 늘어나더니 10월 들어서는 다시 감소세(22.1%·1∼24일 기준)로 돌아섰다. 10월부터 많이 잡히기 시작하는 500g 이상의 ‘상급’ 고등어의 어획량도 크게 줄었다. 한라에스앤에프의 신호필 부장은 “물속에서 알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수십 년 어부 생활을 한 사람들도 종잡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달 들어 가격도 치솟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1∼24일 거래된 고등어 평균 가격은 kg당 7306원(상급 기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3% 오른 것이다. 지난달 평균 가격(5568원)에 비하면 31.2% 뛰었다. 김영태 롯데마트 수산팀장은 “최근 가을 태풍까지 겹쳐 가격이 더욱 요동치고 있다. 본격적인 고등어철인 12월까지는 물량과 가격이 계속 오락가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자 대형마트들은 물량 확보에 나섰다. 실제로 이날 태성호를 통해 들어온 고등어 중 400g 정도 되는 것은 롯데마트가 전량 매입했다. 유통 단계를 줄이는 직거래 방식을 도입해 안정화에 나선 것. 롯데마트는 이렇게 들여온 고등어를 마리당 2500원(400g 내외·31일까지)에 선보이고 있다. 제주=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롯데백화점은 창조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중소기업의 창조적 활동을 돕는 한편, 정보통신기술(ICT)과 쇼핑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2일 부산 부산진구 가야대로 부산본점 9층에 상설 중소기업 상생관인 ‘드림플라자’를 열었다. 66m²(약 20평) 크기의 드림플라자는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을 위해 만들어진 편집매장이다. 화장품 액세서리 생활용품 등 중소기업의 상품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롯데백화점은 특히 인테리어 등 드림플라자 운영 전반에 들어가는 비용 전부를 지원하고 있다. 드림플라자 설치와 운영은 롯데백화점이 7월 중소기업중앙회와 맺은 상생 업무협약(MOU)에 따른 것이다. 부산본점 매장은 서울 중구 남대문로 본점에 이은 두 번째 매장이다. 롯데백화점은 예술을 통한 상생 활동인 ‘아트 브리지(Art Bridge)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이 활동은 디자인 역량이 부족한 중소 협력사와 예술 작가들을 연결해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협력사와 작가를 잇는 ‘다리(Bridge)’ 역할을 함으로써, 협력사들이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를 위해 팝아티스트 임지빈 씨 등 12명을 섭외했다. 그리고 이들의 작품 35개를 한데 묶어 중소협력사에 상품 제작용 기초 자료로 제공했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이 자료를 ‘스티커북’으로도 제작했다. 중소협력사들이 마음에 드는 스티커를 제품에 직접 붙여보고, 여러 구상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이를 통해 중소 협력사들이 예술작품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ICT와 쇼핑을 접목시키려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기존 쇼핑 분야에 활용되지 않은 신기술 아이디어나 기술력을 가진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열었다. 우수작은 10월 말 최종 선정한다. 선정된 아이디어는 연구 개발을 거쳐 롯데백화점 매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완신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은 “정보통신기술과 쇼핑을 접목시키는 등 창조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활동들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겨울 고가 패션’의 대명사였던 모피의 인기가 해가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프리미엄 패딩이 인기를 끌면서 모피 시장을 잠식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6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백화점의 모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가량 감소했거나 성장을 멈춘 상황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매출은 약 10% 줄었고, 신세계백화점도 11% 줄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소폭(3.7%) 성장했다. 매출 감소가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2011년까지는 20∼30%의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2012년 성장률이 5%가량으로 주춤하더니, 지난해에는 아예 6% 감소했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매출도 2012년에 비해 17% 줄었다.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이 최근 들어 인기가 치솟고 있는 ‘프리미엄 패딩’의 영향 때문에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실제 2012년 이후 프리미엄 패딩 매출이 크게 오르면서 백화점들은 앞다퉈 유명 브랜드를 들여오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현대백화점의 프리미엄 패딩 매출이 지난해보다 배 넘게 증가하는 등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급 겨울 외투’의 상징이었던 모피의 자리를 100만∼200만 원대의 프리미엄 패딩이 채우고 있다”며 “최근 모피 업체들이 중저가 시장 등을 공략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