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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서쪽 외곽에 있는 도시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17세 남성이 경찰에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이에 경찰의 과잉 대응을 규탄하는 시민들이 프랑스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28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전날 경찰관 2명은 낭테르의 한 도로에서 노란색 차량을 멈춰 세운 뒤 운전석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하지만 차량이 앞으로 나아가자 총구를 겨눴던 경찰관이 방아쇠를 당겼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경찰관이 운전석에 있던 나엘 군(17)에게 “네 머리에 총알이 박힐 거야”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영상에 녹음됐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당초 운전자가 경찰관들을 향해 돌진했기 때문에 총을 쐈다고 설명했지만, 영상엔 경찰관들이 차 옆에서 운전석 안을 살펴보고 있을 때 운전자가 앞을 향해 출발하는 장면만 담겨 거짓 해명 논란이 일었다. 나엘 군은 총성이 들리고 나서 수십m를 이동한 뒤 어딘가에 부딪혔고, 곧 숨을 거뒀다. 경찰은 나엘 군이 교통 법규를 위반했다고 보고 차를 멈추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인 27일 낭테르 등에서는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버스 정류장을 파손하고 한 교도소 보안초소를 공격하기도 했다. 다음날 늦은 밤까지 일드프랑스 지역, 리옹 교외, 툴루즈 등으로 시위가 번졌다. 28일까지 시위대 약 150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나엘 군에게 총을 쏜 경찰관(38)을 체포해 과실치사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설명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PSG)는 트위터에 “나의 프랑스가 아프다.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올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당초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 등 자신과 갈등을 빚어 온 정규군 수뇌부를 납치하려 했지만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에 이를 들키자 일종의 ‘플랜B’ 성격으로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8일 보도했다. 미국 등 서방 정보기관은 감청을 통해 이에 관한 첩보를 사전 입수했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은 당초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남부 지역에서 쇼이구 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납치하려 했다. 22~25일 해당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두 사람을 생포한 후 지휘체계 일원화를 명분으로 바그너그룹의 세력을 약화시켜려던 두 사람의 움직임을 뒤집으려고 한 것이다. 프리고진은 이 계획이 누설되자 23일 수도 모스크바 진격으로 계획을 긴급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프리고진은 전쟁 지휘 주도권을 두고 내내 두 사람과 대립했다. 특히 지지부진한 전황에 대한 문책 성격으로 올 1월 프리고진과 가까운 세르게이 수로비킨 우크라이나전쟁 총사령관의 자리가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으로 교체되자 큰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장에서의 잔혹함으로 유명한 수로비킨은 모든 것을 다 파괴한다는 뜻의 ‘아마겟돈’ 별명이 있다. 전권을 쥔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바그너그룹이 용병을 모집하는 주요 통로였던 ‘죄수 징집’ 권한을 박탈했다. 바그너 용병들에게도 다음달 1일까지 러시아군과 정식 계약을 맺어 사실상 정규군 휘하에서 움직이라고 명령했다.서방 정보기관은 프리고진이 반란 계획을 실행하기 전 수로비킨 등 일부 군 장성에게 이를 알렸으며 자신의 반란에 동조해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수비로킨은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 진격에 나선 24일 프리고진을 향해 “반란을 중단하라”고 비판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수로비킨이나 다른 장성이 반란에 호응하지 않자 모스크바 코앞까지 진격했던 프리고진은 자신의 사면과 바그너그룹의 벨라루스 주둔을 조건으로 반란을 전격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사태로 프리고진과 군 수뇌부 모두 상당한 타격을 입은 만큼 양측 모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숙청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록 반란에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수로비킨은 이미 체포됐다고 현지 매체 모스크바타임스 등이 전했다. 수로비킨은 프리고진을 비판하는 영상을 공개한 이후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서방 정보기관은 푸틴 대통령이 반란 사태의 후폭풍을 수습한 후 쇼이구 장관 역시 축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반란 중단 후 국영TV나 대중 행사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FSB가 사전에 프리고진의 반란 계획을 알고도 모스크바 진격을 막지 못한 것을 두고 푸틴 대통령의 정보기관 장악력에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36시간 무장 반란’을 중재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반란이 극적으로 종료되기까지 24일(현지 시간) 하루 동안 이어진 줄다리기 협상의 막전막후를 생생히 밝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사살해 반란을 진압하려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앞으로 프리고진의 운명이 순탄치 않음이 은연중에 드러난 것이다.●“나쁜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 푸틴 설득 벨라루스 국영통신 벨타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27일 언론, 정치인, 사법기관 지도자 등을 독립궁으로 초청해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 간 자신을 중재인으로 한 협상의 뒷얘기를 공개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의 군 사령부를 점령한 뒤인 24일 오전 10시 10분 푸틴 대통령과 첫 통화를 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전화를 계속 받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렸고, 프리고진을 사살하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이어 “‘나쁜 평화가 어떤 전쟁보다 낫다’면서 서두르지 말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루카셴코와 프리고진은 ‘20년 지기’로 서로 신뢰하는 사이다. 푸틴의 요청을 받은 루카셴코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11시 프리고진과 통화가 성사됐다. 처음 30분간 욕설이 일반 어휘보다 10배나 많을 만큼 두 사람이 거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프리고진은 요구 사항을 묻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 군 총참모장을 넘기라. 그리고 푸틴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싸운 양대 축 간 갈등이 반란의 직접적인 원인이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아무도 쇼이구, 게라시모프를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당신도 나만큼 푸틴을 잘 알잖느냐”라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침묵하더니 “그들은 우리(나와 바그너그룹)를 목 졸라 죽이고 싶어 한다. 우리는 모스크바로 갈 것”이라고 고집을 부렸다. 이에 루카셴코 대통령은 “가는 도중에 당신은 벌레처럼 짓눌려질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는 “푸틴이 오랫동안 이 같은 일(사살)에 대해 내게 말했다”고 회견에서 첨언했다. 그런 다음 푸틴 대통령에게 다시 전화를 건 루카셴코 대통령은 “우리는 프리고진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러면 협상이 없을 것이다. 바그너그룹은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에서 싸웠던 사람들이라 무엇이든 할 것이고, 우리도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후 5시. 프리고진은 전화를 걸어와 “당신의 모든 조건을 받아들이지만 우리가 멈추면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고, 루카셴코 대통령은 “내가 당신을 벨라루스로 데려오고 완전한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 같은 사실을 전하자 푸틴 대통령은 “내가 약속한 대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순순히 응했다고 한다. 프리고진의 벨라루스행(行)과 형사기소 철회 등을 보장했다는 것이다. 루카셴코 대통령과 프리고진이 6, 7차례 협상을 하는 사이 모스크바에서 200km 떨어진 곳에는 러시아 정부의 방어선이 구축됐다. 약 1만 명의 병사와 경찰도 배치됐다.● 프리고진 신변 안전 보장받았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의 설명대로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사살하는 방안을 제안한 게 사실이라면 그의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신변 안전 보장을 받고 벨라루스로 건너온 프리고진이 언제든 암살 위협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푸틴의 꼭두각시’로 불릴 정도로 러시아에 의존적인 데다 이미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 자금 수사 등 처벌의 명분을 찾고 있다. 러시아 현지에서는 28일 항공기 추적 전문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를 인용해 프리고진의 전용기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를 떠나 모스크바로 향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앞서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전술핵무기가 상당 부분 이전됐다고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이미 상당한 핵무기가 벨라루스로 반입됐기 때문에 그것을 보호하고 있고 보호할 것”이라면서 “러시아인들과 벨라루스인들이 함께 (핵무기를) 경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방에선 프리고진의 벨라루스행이 새로운 위험의 시작임을 예고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프리고진 때문에 벨라루스가 불안정해지고 우크라이나에 위협이 되며 유럽 전체에도 문제가 된다”고 분석했다. 해외로 망명한 벨라루스 야당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프리고진이 범죄자들을 데려와 폭력을 일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36시간 무장 반란’을 중재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반란이 극적으로 종료되기까지 24일(현지 시간) 하루 동안 이어진 줄다리기 협상의 막전막후를 생생히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도중에 살해하려 했다는 사실을 공개해 앞으로 프리고진의 운명이 순탄치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정의의 행진’ 선언 이후 거침없이 모스크바로 돌진하던 프리고진에게 “벌레처럼 박살날 것(crushed like a bug)”이라며 거친 욕설과 함께 경고하는 동시에 “(철수하면)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달래며 모스크바 진격을 막았다고 밝혔다. 그는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 도착했다고 발표한 직후인 27일 이 같은 뒷얘기를 공개했다. ● “나쁜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 푸틴 설득벨라루스 국영통신 벨타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의 군 남부군관구 사령부를 점령한 뒤인 24일 오전 10시 10분 푸틴 대통령과 첫 통화를 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전화를 계속 받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렸고, 프리고진을 살해하는 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쁜 평화가 어떠한 전쟁보다 낫다’면서 서두르지 말라고 푸틴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루카셴코와 프리고진은 ‘20년지기’로 서로 신뢰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프리고진을 설득한 과정도 소개했다. 24일 오전 11시경 프리고진과 통화가 성사된 그는 “‘당신은 (모스크바로 가는 과정에) 벌레처럼 박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통화 초반 30분간 특히 욕설을 많이 했는데 나중에 (통화 내용을) 살펴보니 보통 어휘보다 욕설이 10배는 많았다”며 험악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또 반란의 배경에 대해 그는 “전선에서 싸운 두 사람이 충돌했다”며 프리고진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갈등이 직접적 원인이었음을 공식화했다. 프리고진은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참모총장의 경질을 바랐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아무도 당신에게 두 사람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며 “모스크바는 어쨌든 방어될 것이고 당신이 반란을 계속하면 러시아는 혼란과 슬픔에 빠질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전했다.이후 프리고진은 이날 오후 5시 전화를 걸어와 “당신의 모든 조건을 받아들이지만 우리가 멈추면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고, 루카셴코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 내가 당신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루카셴코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통화해 이같은 사실을 전하자 “내가 약속한 대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순순히 응했다고 밝혔다. 프리고진의 벨라루스행(行)과 형사기소 철회 등을 보장했다는 것이다. ● “프리고진에게 안전 보장 강조”루카셴코 대통령의 발언대로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살해하는 안을 제안했다면 이는 그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신변 안전을 보장받고 벨라루스로 건너온 프리고진이 언제든 암살 위협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푸틴의 꼭두각시’로 불릴 정도로 러시아에 의존적인 데다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그룹 자금 수사 등 처벌의 명분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현지에서는 28일 항공기 추적 전문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를 인용해 프리고진 소유의 항공기가 이미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를 떠나 모스크바로 향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편 루카셴코 대통령은 앞서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전술핵무기가 상당 부분 이전됐음을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승진 군 장성들에 대한 견장 수여식에서 “이미 상당한 핵무기가 벨라루스로 반입됐기 때문에 그것을 보호하고 있고 보호할 것”이라면서 “러시아인들과 벨라루스인들이 함께 (핵무기를) 경비하고 있다. 바그너는 어떤 핵무기도 경비하지 않을 것”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핵무기가 외국에 배치되는 건 옛 소련 붕괴 이후 해외 배치 핵무기의 자국 내 이전이 완료된 1996년 이후 27년 만이다. 서방에선 프리고진의 벨라루스행이 새로운 위험의 시작임을 예고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프리고진 때문에 벨라루스가 불안정해지고 우크라이나에 위협이 되며 유럽 전체에도 문제가 된다”고 분석했다. 해외로 망명한 벨라루스 야당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노브스카야는 “벨라루스 국민들이 가장 큰 피해자다. 프리고진이 범죄자들을 데려와 폭력을 일상화할 것이다. 벨라루스의 안정을 해치고 국경도 위험해진다”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36시간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철군 결정 사흘 뒤인 27일(현지 시간) 벨라루스에 도착했다. 크렘린궁과 철수를 조건으로 거래한 대로 벨라루스에 입국한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바그너그룹에 대한 기소를 취소하고 무장 해제 작업에 착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혼란 확산을 막기 위해 서둘러 뒷수습에 나섰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에 지급한 2조5000억 원의 사용처를 조사하겠다고 밝혀 ‘보복’ 여지를 남겼다.● 루카셴코 “프리고진, 벨라루스 도착”벨라루스 국영 방송에 따르면 프리고진과 러시아 정부 간의 중재를 이끌어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프리고진이 오늘 벨라루스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27일 프리고진의 전용기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이 민스크 주변 공군기지에 착륙했다고 항공기 추적 전문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은 이날 오전 5시 32분경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州)에서 이륙한 뒤 오전 7시 20분경 민스크 주변으로 하강했다. 해당 항공기는 미국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제재 목록에 등록된 프리고진의 전용기와 식별 부호가 일치한다. 로스토프주는 프리고진이 24일 일시 점령했던 지역이다. 프리고진은 25일 새벽 차량을 타고 로스토프주 내 로스토프나도누의 군 본부를 떠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행방이 묘연했다. 앞서 프리고진은 26일 반란 중단 결정 이후 처음 공개한 11분짜리 텔레그램 음성 메시지에서 “(러시아군으로부터) 미사일과 헬리콥터 공격을 받았다. 그것이 (반란의) 방아쇠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의의 행진’의 목표는 바그너그룹의 파괴를 피하는 것이었지 정부 전복을 위한 행진이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한때 그가 러시아 당국에 구금됐다는 관측도 나왔다. 26일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프리고진을 조사하고 있으며 크렘린궁은 형사 조치를 철회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다음 날 FSB는 바그너그룹에 대한 형사 기소를 취하했음을 분명히 했다. FSB는 성명을 통해 “(반란) 참가자들이 범죄 실행을 위한 직접적인 행동을 멈췄고, 이를 비롯한 수사 상황을 고려해 23일 조사를 개시한 형사 사건을 27일 종결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도 텔레그램에 “바그너그룹의 군용 중장비는 러시아 정규군에 이양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군인, 사법 당국이 내전 막아내”푸틴 대통령은 무장 반란 종료 뒤 처음으로 26일 밤 TV 연설에 나서 “이번 상황은 모든 협박과 혼란이 실패할 운명임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성난 표정이었다. 바그너그룹 반란군이 별다른 저항 없이 모스크바 200km 이내까지 신속히 진군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태 처음부터 대규모 유혈 사태를 피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반란에 참여한 바그너그룹 병사들은) 국방부와 계약하거나 집에 가도 된다. 아니면 벨라루스로 가라”며 처벌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하지만 프리고진이라는 이름은 언급조차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일단 반란죄를 묻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반란 수괴’ 프리고진이 푸틴 대통령의 보복을 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및 러시아 보안기관 책임자들이 참석한 회의를 주재했다. 또 크렘린궁 대성당 광장에서 야외 연설을 하며 “군인과 사법 당국이 내전을 막아냈다”고 치켜세우고 이번 반란 중 항공기 격추로 사망한 장병들을 위해 1분간 묵념을 요청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전했다. 프리고진은 쇼이구 장관 등을 비난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들을 재신임하며 빠르게 국정 장악력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36시간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철군 결정 사흘 뒤인 27일(현지 시간) 벨라루스에 도착했다. 크렘린궁과 철수를 조건으로 거래한 대로 벨라루스에 입국한 것이다.러시아 정부는 바그너그룹에 대한 기소를 취하하고 무장 해제 작업에 착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혼란 확산을 막기 위해 서둘러 뒷수습에 나섰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에 지급한 2조5000억 원 사용처를 조사하겠다고 밝혀 ‘보복’ 여지를 남겼다.● 루카셴코 “프리고진 벨라루스 도착”이날 벨라루스 국영 방송에 따르면 프리고진과 러시아 정부 간의 중재를 이끌어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프리고진은 오늘 벨라루스에 도착했다”고 밝혔다고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로이터통신은 27일 프리고진의 전용기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이 민스크 주변 공군기지에 착륙했다고 항공기 추적 전문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은 이날 오전 5시 32분경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州)에서 이륙한 뒤 오전 7시 20분경 민스크 주변으로 하강했다. 해당 항공기는 미국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제재 목록에 등록된 프리고진의 전용기와 식별 부호가 일치한다. 로스토프주는 프리고진이 24일 일시 점령했던 지역이다. 프리고진은 25일 새벽 차량을 타고 로스토프주 내 로스토프나도누의 군 본부를 떠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행방이 묘연했다.앞서 프리고진은 26일 반란 중단 결정 이후 처음 공개한 11분짜리 텔레그램 음성 메시지에서 “(러시아군으로부터) 미사일과 헬리콥터 공격을 받았다. 그것이 (반란의) 방아쇠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의의 행진’의 목표는 바그너그룹의 파괴를 피하는 것이었지 정부 전복을 위한 행진이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한때 그가 러시아 당국에 구금됐다는 관측도 나왔다. 26일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프리고진을 조사하고 있으며 크렘린궁은 형사 조치를 철회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다음 날 FSB는 바그너그룹에 대한 형사 기소를 취하했음을 분명히 했다. FSB는 성명을 통해 “(반란) 참가자들이 범죄 실행을 위한 직접적인 행동을 멈췄고, 이를 비롯한 수사 상황을 고려해 23일 조사를 개시한 형사 사건을 27일 종결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도 텔레그램에 “바그너그룹의 군용 중장비는 러시아 정규군에 이양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군인, 사법 당국이 내전 막아내”푸틴 대통령은 무장 반란 종료 뒤 처음으로 26일 밤 TV 연설에 나서 “이번 상황은 모든 협박과 혼란이 실패할 운명임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성난 표정이었다. 바그너그룹 반란군이 별다른 저항 없이 모스크바 200km 이내까지 신속히 진군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태 처음부터 대규모 유혈 사태를 피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반란에 참여한 바그너그룹 병사들은) 국방부와 계약하거나 집에 가도 된다. 아니면 벨라루스로 가라”며 처벌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하지만 프리고진이라는 이름은 언급조차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일단 반란죄를 묻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반란 수괴’ 프리고진이 푸틴 대통령의 보복을 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및 러시아 보안기관 책임자들이 참석한 회의를 주재했다. 또 크렘린궁 대성당 광장에서 야외 연설을 하며 “군인과 사법 당국이 내전을 막아냈다”고 치켜세우고 이번 반란 중 항공기 격추로 사망한 장병들을 위해 1분간 묵념을 요청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전했다. 프리고진은 쇼이구 장관 등을 비난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들을 재신임하며 빠르게 국정 장악력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5일(현지 시간)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에 대해 “러시아에 전례 없는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며 “모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23년간 장기 집권해온 ‘스트롱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실각설까지 거론되면서 이번 반란이 러시아를 비롯해 국제질서에 큰 변화를 초래할 ‘티핑 포인트’(변곡점)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란은 36시간 만에 마무리됐지만 러시아에선 “상상할 수 없던 일이 일어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혼란에 빠졌다. 푸틴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러시아의 엘리트 계층은 그동안 푸틴이 보장해 주던 경제적 부와 정치적 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며 불안에 휩싸였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반란을 되레 권력 강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대파를 숙청하며 내부 기강을 세우고, 우크라아나 공세 수위를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측근들, 푸틴 대선 불출마 요구할 수도”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 CNN 등 4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의 권위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 공개적으로 표면화됐다”며 “분명한 균열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목할 대목은 러시아 내부의 누군가가 푸틴의 권한과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직접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무장반란 사태가) 어디로 갈지 추측하기 어렵다. 우리는 아직 (이번 사태의) 마지막 장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에서 거론되던 ‘포스트 푸틴’ 체제에 대한 대응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링컨 장관은 ‘푸틴 정권 붕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항상 모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내부에선 푸틴 대통령의 통치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모스크바 신문의 콘스탄틴 렘추코프 편집자는 미 뉴욕타임스(NYT)에 “푸틴 대통령이 무장 반란으로 러시아 엘리트들의 부와 안보를 보증할 수 있는 지위를 결정적으로 잃었다”고 지적했다. 서방의 제재에도 크렘린궁이 보장한 사업 기회와 특혜를 누려왔던 엘리트층이 더 이상 푸틴 대통령의 권위와 통솔력을 신뢰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전쟁에 대한 불만 등에도 푸틴 대통령을 떠받쳤던 힘은 그만이 러시아를 통합, 유지할 수 있다는 ‘정치적 안정성’이었다. 이와 관련해 전직 크렘린궁 고문이던 세르게이 마르코프 씨는 NYT에 “러시아 국민이 푸틴 대통령을 사랑한 이유가 국가의 견고함과 정치적 안정이었다”며 “이제 그런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드러났다”고 했다. 렘추코프 편집자는 “푸틴 대통령 측근들이 내년 봄 대선에서 그에게 불출마를 권할 수 있다”고 봤다. ● “푸틴, 장악력 되찾으려 더 잔인해질 것”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원인으로 지목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사태 이후 처음으로 26일 우크라이나 점령지 군부대를 방문한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나 프리고진은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프리고진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다고 익명의 사법당국 소식통을 인용한 현지 매체 보도도 나왔다. 이번 반란이 푸틴 대통령의 실각을 가져올 ‘게임 체인저’가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이번 반란을 되레 권력 강화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맥위니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교수는 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 기고를 통해 “푸틴은 정치력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할 것이고,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면 전환을 위해 우크라이나 공격을 강화하거나 군 수뇌부를 대거 문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럽의회 의원인 라데크 시코르스키 전 폴란드 외교장관도 BBC에 “푸틴은 이번 사태에 동요하는 인사들을 숙청할 것”이라며 ”정권이 더 권위적이고 잔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이 수도 모스크바로 돌진하던 중 극적으로 반란을 멈췄다. 러시아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를 통해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철군하는 조건으로 그와 병사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합의하며 사태는 36시간 만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스트롱맨’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더해 통제력 약화까지 노출시키며 23년간의 장기 집권 중 가장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24일(현지 시간) 오디오 메시지를 통해 모스크바로 향하던 병력에 기지로 철수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무장 반란의 이유에 대해 “그들(러시아군)이 바그너그룹을 해체하려고 해 우리는 23일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모스크바로) 정의의 행진을 시작한 것”이라며 “하루 만에 모스크바 200km 이내까지 왔다”며 전력을 부각시켰다. 중재를 이끌어낸 벨라루스 대통령실은 “푸틴 대통령과 합의하에 루카셴코 대통령이 프리고진과 협상했다”고 밝혔다. 합의 도출 직후 바그너그룹은 이날 오후 늦게 반란을 통해 점령 중이던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푸틴 대통령이 긴급 TV 연설을 통해 “등에 칼이 꽂히는 상황”이라며 ‘가혹한 대응’을 예고했지만, 합의 도출 이후 크렘린궁은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입건을 취소했다. 무장 반란은 36시간 만에 중단됐지만 2000년 집권 이후 강력한 통솔력으로 ‘스트롱맨’으로 불린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줬다. 바그너그룹은 하루 만에 800km를 진격해 모스크바 코앞까지 다다랐다. 푸틴 대통령이 통제하지 못하는 세력이 얼마든지 모스크바로 빠르게 진격해 권력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반란은 실패했지만 그 충격파는 몇 달간 계속돼 정치적 불안정을 부채질하고 푸틴 대통령이 지도자로서 적합한지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6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세에도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악의 길을 택하는 자는 스스로를 파멸시킨다”며 이번 사태를 반격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달 초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반격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24∼48시간이 상황 전개에 결정적인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프리고진, 푸틴 집권후 크렘린궁 연회 주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만들어 해결사 역할 北, 바그너그룹에 미사일 등 제공반란 이후엔 바로 푸틴 편들어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62)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으나 이번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 바그너그룹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 북부 부차 등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 용병 모집을 위해 살인 혐의로 복역 중인 재소자, 후천면역결핍증(AIDS) 환자 등도 받아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이들의 잔혹함과 각종 만행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여론전에서 크게 밀리는 계기가 됐다. 프리고진은 1961년 푸틴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한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부터 절도, 강도, 사기 등으로 소년원과 교도소를 드나들었고 출소 후 핫도그 장사로 돈을 벌었다. 1997년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이던 푸틴의 눈에 들어 그와 가까워졌다. 푸틴의 집권 후 크렘린궁의 연회에 각종 음식을 제공했고 당시 러시아를 찾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인사를 접대해 ‘푸틴의 요리사’로 불렸다. 20여 년 전 자녀들과 동화책을 펴낸 이력도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한 2014년 프리고진은 체첸 전쟁에서 활약한 전직 특수부대원 드미트리 웃킨 등과 바그너그룹을 만들었다. 나치 독재자 히틀러를 추종하던 웃킨이 히틀러가 좋아한 19세기 독일 음악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이름을 붙였다. 바그너그룹은 크림반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러 세력을 지원하며 우크라이나 정부와의 대립을 부추겼다. 시리아 리비아 수단 말리 등 중동과 아프리카 주요국에서는 현지 독재 정권을 도우며 광물 채굴 등 각종 이권 사업을 따냈다. 바그너그룹이 챙긴 돈의 대부분이 푸틴의 통치 자금으로 쓰였다는 관측이 많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해 1월부터 수천 명의 바그너 요원을 우크라이나로 보내 사회 불안을 조장했다. 침공 이후에는 “2, 3일 만에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할 수 있다”고 호언하던 러시아 정규군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자 프리고진이 푸틴의 신임을 믿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파워게임을 벌인다는 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반란으로 양측의 불화가 사실로 드러났다. 현재 바그너그룹이 어느 정도 전력을 유지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영국 국방부는 올 1월 “바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에서 5만 명의 전투원을 지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바그너그룹과 북한의 관계도 관심이다. 지난해 12월 미 백악관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에 쓰일 미사일, 로켓 등을 러시아군 대신 바그너그룹에 인도했다”며 양측의 밀착을 공식화했다. 다만 김정은 정권의 전복을 가장 두려워하는 북한은 반란 이후 바그너그룹이 아닌 푸틴 정권의 편에 섰다. 2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임천일 외무성 부상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대사를 만나 “반란이 순조롭게 평정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뜻을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병(私兵)’으로 불리던 최측근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은 왜 푸틴의 등에 칼을 꽂았을까. 그 배후에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누적된 바그너그룹과 러시아 정규군의 해묵은 갈등이 있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프리고진이 정규군을 이끄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의 권력 다툼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국면 전환을 노리고 초유의 반란을 단행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수도 모스크바로 진격한 바그너그룹이 불과 36시간여 만에 모스크바와 불과 200km 떨어진 옐레츠까지 손쉽게 진격한 것도 관심을 모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히틀러조차 점령하지 못했던 ‘러시아의 심장’ 모스크바가 일개 용병조직에 뚫릴 뻔한 것이다.● 프리고진 vs 쇼이구 ‘파워게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 시간) 이번 반란의 배경으로 프리고진과 쇼이구 장관의 갈등을 주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자 프리고진은 정규군의 전술 운용을 줄곧 비판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 했다. 특히 프리고진은 올 1월 자신과 가깝던 세르게이 수로비킨 우크라이나전 통합사령관이 지지부진한 전황의 책임을 지고 지휘권을 상실하자 격노했다. 이때부터 양측의 권력 다툼 또한 본격화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임박한 지난달 프리고진은 정규군이 고의적으로 바그너그룹에 대한 보급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바그너그룹이 혈투를 벌이며 도네츠크, 바흐무트 등 주요 도시를 점령하는 성과를 냈는데도 러시아군이 이를 인정해 주기는커녕 정상적인 보급조차 방해하고 있다며 “바그너 전사들이 파리처럼 죽어간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정규군의 통제권 안에 묶어두려는 쇼이구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하며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쇼이구 장관은 이달 10일 모든 비정규군에 국방부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고, 프리고진은 다음 날 “국방부와 더 이상 계약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반란이 시작된 23일에는 쇼이구 장관이 바그너그룹에 대한 로켓 공격을 명령했다는 영상을 게시하고 “이 ‘인간쓰레기’는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히틀러도 못 뚫은 모스크바 코앞까지전 세계를 제패하려 했던 히틀러조차 점령하지 못했던 모스크바 코앞까지 일개 민간 용병회사인 바그너그룹이 진격했다는 것도 많은 의문을 낳는다. 바그너그룹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모스크바 인근 옐레츠까지 정규군과 간헐적 교전을 벌였지만 큰 저항 없이 순조롭게 진격했다. 프리고진은 “로스토프나도누 군 사령부를 접수할 때 (군이) 총알 한 발 쏘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방해하지 않았다”며 러시아군의 대응이 유명무실했다고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정규군이 바그너그룹의 반란을 사실상 묵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한다. 푸틴 대통령과 정규군 수뇌부의 지도력이 예상보다 훨씬 약한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NYT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21일부터 프리고진이 러시아군 수뇌부를 겨냥한 군사 행동을 준비하고 있음을 인지했다. 타국 정부가 반란 이틀 전부터 파악한 정보를 러시아군은 입수하지 못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24일 TV 연설에서 프리고진을 향해 “등에 칼을 꽂은 반역”이라고 비판한 뒤 프리고진과 전격 합의한 것, 로스토프나도누를 떠난 프리고진의 행방이 아직 묘연한 것도 의문을 더한다.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과 대립한 쇼이구 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군 총참모장 등에게 어떤 처분을 내릴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쇼이구 장관을 문책하면 프리고진의 손을 들어주는 꼴이 될 수 있고, 군 수장에게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도 없다는 점에서 일종의 진퇴양난이다. 모스크바의 긴장은 극에 달했다. 24일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과 시내 주요 박물관 등은 모조리 폐쇄됐다. 당국은 장갑차와 병력이 주둔하는 검문소를 마련하고 주민들의 통행 자제를 촉구했다. 모스크바로 향하는 일부 도로에서는 바그너그룹의 진격을 막기 위해 굴착기 등 중장비가 고의로 도로를 파헤치는 모습도 포착됐다. 모스크바 당국은 시민 안전 등을 위해 월요일인 26일도 휴일로 지정하기로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무장반란을 일으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로 향하던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이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바그너 그룹은 벨라루스로 철수하기로 해 반란은 마무리됐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리더십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2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에 따라 무장반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벨라루스로 이동할 것이라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루카셴코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개인적으로 약 20년 동안 알고 지냈기 때문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동의를 받아 이 같이 중재했다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프랑스가 지난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도시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지지한 점에 대해 “1차 투표에만 해당한다”고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프랑스의 사우디 지지에 실망감을 표출한 이탈리아에 대한 지지 여지를 남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2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해 사우디 리야드 지지 발표에 대해 “이제 문제는 얼마나 많은 라운드가 필요할지다. 우리가 (사우디를) 지지한다고 밝힌 것은 국제기구에서 흔히 볼 수 있듯 첫 번째 라운드에만 유효하다”며 “그 다음은 두고 봐야한다”고 전날 밝혔다. 그는 “이 결정은 지난해 사우디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고, 그것이 우리가 받은 유일한 요청이었다”며 “사우디로부터 우리에게 중요한 주제에 대한 약속을 받을 수 있었다”고도 했다. 로이터는 프랑스의 사우디 지지에 대해 이탈리아가 실망을 표현했다며, 이번 프랑스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은 이탈리아를 지지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말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프랑스를 공식 방문했을 때 석유 공급 문제를 논의하며 사우디 지지 방침을 밝혔다.2030 엑스포 개최지는 올해 11월 말에 열리는 제17차 BIE 총회에서 179개 회원국의 비밀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회원국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3분의 2 이상의 표를 받는 회원국이 나와야 한다. 3분의 2 이상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가장 적은 표를 받은 후보를 빼고 2차 투표에 들어간다. 최종 2개 후보 중 더 많은 표를 받은 곳이 최종 개최지가 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두고 한국과 경쟁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탈리아는 각각의 강점을 살린 유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사우디는 ‘오일 머니’를 과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탈리아는 고대 로마의 유구한 역사와 첨단기술의 공존을 강조하며 유명 배우 러셀 크로의 찬조 연설까지 곁들였다. 2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투자장관은 “리야드 엑스포 개최에 78억 달러(약 10조 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에 진출할 외국 기업에 투자 기회와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겠다고도 했다. 사우디는 앞서 19일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인근 ‘그랑팔레’에서 엑스포 개최지를 선정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대표단을 초청한 행사도 개최했다. ‘그랑팔레’는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 유명 가수의 공연 등이 열리는 곳이다. 파리 곳곳을 누비는 택시에 리야드 엑스포 관련 광고도 부착했다. 이탈리아는 윤석열 대통령을 앞세운 한국과 마찬가지로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직접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멜로니 총리는 20일 파리에서 열린 BIE 총회의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서 직접 연사로 나서 “전통과 혁신을 조화시키겠다”고 영어로 말했다. 이탈리아는 고대 로마의 검투사를 주제로 한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주인공인 크로가 등장한 찬조 영상도 공개했다. 그는 로마 명소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한 이 영상에서 “로마는 세계의 수도”라고 했다. AP통신은 한국의 부산 엑스포 유치 노력에 대해 “BTS, 넷플릭스의 메가 히트작 ‘오징어게임’, 삼성 스마트폰, 현대차 등을 보유한 문화·경제 강국 한국이 (엑스포 같은) 국제 행사를 통해 세계의 인정을 받는 데도 관심이 있다”고 소개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두고 한국과 경쟁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탈리아는 각각의 강점을 살린 유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사우디는 ‘오일 머니’를 과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탈리아는 고대 로마의 유구한 역사와 첨단기술의 공존을 강조하며 유명 배우 러셀 크로의 찬조 연설까지 곁들였다. 2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투자장관은 “리야드 엑스포 개최에 78억 달러(약 10조 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에 진출할 외국 기업에게 투자 기회와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겠다고도 했다.사우디는 앞서 19일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인근 ‘그랑 팔레’에서 엑스포 개최지를 선정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대표단을 초청한 행사도 개최했다. ‘그랑 팔레’는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 유명 가수의 공연 등이 열리는 곳이다. 파리 곳곳을 누비는 택시에 리야드 엑스포 관련 광고도 부착했다. 이탈리아는 윤석열 대통령을 앞세운 한국과 마찬가지로 최고지도자인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직접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멜로니 총리는 20일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의 경wod 프레젠테이션(PT)에서 직접 연사로 나서 “전통과 혁신을 조화시키겠다”고 영어로 말했다. 이탈리아는 고대 로마의 검투사를 주제로 한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주연인 크로가 등장한 찬조 영상도 공개했다. 그는 로마 명소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한 이 영상에서 “로마는 세계의 수도”라고 했다. AP통신은 한국의 부산 엑스포 유치 노력에 대해 “BTS, 넷플릭스의 메가 히트작 ‘오징어게임’, 삼성 스마트폰, 현대차 등을 보유한 문화·경제 강국 한국이 (엑스포 같은) 국제 행사를 통해 세계의 인정을 받는 데도 관심이 있다”고 소개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북한을 저지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웠던 보람이 정말 컸지요.” 6·25전쟁 정전(1953년 7월 27일) 70주년을 맞아 10일(현지 시간)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 생말로의 자택에서 만난 참전용사 폴 로랑 씨(94)는 전후 처음으로 1989년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를 찾았을 때를 회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휴전 뒤 인천에서 또 다른 전쟁터인 베트남으로 떠날 때 인천 주변 지역이 100% 파괴됐던 모습을 보면서 너무 슬펐다”면서 “그랬던 한국이 전후 정부의 통치에 여러 문제가 있었음에도 이렇게 발전했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1949년 알제리에서 군 생활을 시작했던 로랑 씨는 1951∼1952년 베트남을 거쳐 1953년 4∼10월 유엔군 프랑스대대 소속으로 6·25전쟁에 중사로 참전했다. 그는 주로 휴전이 이뤄질 때까지 중공군과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진 중가산 전투에서 싸웠다. 당시 프랑스는 육해군 3241명을 파병해 292명이 전사했다. 현재 고령으로 남은 생존자는 29명. 1953년 당시 부대의 최연소자(24세)로서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를 떠나 부산에 닿았던 벅찬 감정을 잊을 수 없다. “미군들이 음악을 화려하게 연주하며 우리 대대 환영식을 거대하게 해줬어요. 당시엔 전쟁에 대한 두려움보단 ‘공산주의를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죠.” 그는 “당시 나는 물론이고 참전을 자원한 다른 군인들도 의지가 단단했다”면서 “중공군의 반격을 받았을 땐 매 순간 ‘실수하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라도 경계를 놓을 수 없었다”고 했다. 로랑 씨는 전쟁에서 숨진 동료들을 떠올리면서 “나는 전쟁에서 살아남아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서 오랜 세월 이렇게 잘 살고, 오늘 인터뷰를 하다니 정말 운이 좋다”면서 “동료들이 많이 숨져 너무 슬펐지만, 자유를 지키려 싸웠으니 영예롭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노르망디=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두고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나토 주요 회원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가 서로 이견을 노출한 것이다. 18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임기가 석 달 남은 가운데 유력한 후임 사무총장 후보가 부각되지 않고 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이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이 시큰둥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백악관에서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월리스 장관 선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도 “더 넓은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사실상 나토를 주도하는 미국이 월리스 장관을 비토한 것으로 풀이된다. 월리스 장관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확대하도록 지나치게 영국 정부를 닦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월리스 장관을 마뜩잖아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 속하지 않은 국가 인물이 또다시 나토 사무총장을 맡는 것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EU 소속이 아닌 노르웨이 출신이다. 브렉시트를 통해 EU에서 이탈한 영국 인사가 사무총장이 되면 EU 회원국이 아닌 국가에서 잇달아 수장을 맡는 것이다. 이에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이 나토 ‘킹 메이커’가 될 권리는 없다”며 “월리스 장관 선출을 무마하려는 그의 시도는 브렉시트에 대한 보복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결국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유임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을 방문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에게 유임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대반격이 진행되고 있어 전쟁이 결정적 단계에 접어든 시점에 나토 수장이 바뀌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에 대한 가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년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창설 75주년 기념 나토 정상회의까지 그가 계속 사무총장을 맡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노르웨이 매체 NRK가 보도했다. 2014년 4년 임기 사무총장직을 맡은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한 차례 연임한 데 이어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1년을 연장해 9년째 재직 중이다. 역대 나토 사무총장 가운데 최장기 재임이다. 임기는 9월 말 끝나지만 다음 달 리투아니아 나토 정상회의에서 유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북한을 저지하기 위해 혼신을 다해 압박했던 보람이 정말 컸지요.”6·25 전쟁 휴전(1953년 7월 27일) 70주년을 맞아 10일(현지 시간)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 생 말로의 자택에서 만난 참전 용사 폴 로랑 씨(94)는 전후 처음으로 1989년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를 찾았을 때를 회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휴전 뒤 인천에서 또 다른 전쟁터인 베트남으로 떠날 때 인천 주변 지역이 100% 파괴됐던 모습을 보면서 너무 슬펐다”면서 “그랬던 한국이 전후 정부의 통치에 여러 문제가 있었음에도 이렇게 발전에 성공했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덧붙였다.로랑 씨는 14세 때부터 사무직 비서로 일을 시작해 20세에 군에 입대한 뒤 1949년 알제리에서 군 생활을 시작했다. 1951~1952년 베트남을 거쳐 1953년 4~10월 유엔군 프랑스 대대 소속으로 한국전쟁에 중사로 참전했다. 그는 주로 중공군이 남측 영토 탈환을 꾀한 중가산 전투에서 싸웠다. 당시 프랑스는 육해군 3241명을 파병해 292명(프랑스인 268명, 프랑스대대 소속 한국인 24명)이 전사했다. 현재 고령으로 남은 생존자는 29명. 24세에 부대의 최연소자로서 프랑스 남부 마르세이유를 떠나 부산에 닿았던 그는 부산 땅을 밟을 때의 벅찬 감정을 잊을 수 없다. “미군들이 음악을 화려하게 연주하며 우리 대대 환영식을 거대하게 해줬어요. 당시엔 전쟁에 대한 두려움보단 ‘공산주의를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죠.” ‘공산주의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로 한국전쟁 참전을 자원했던 그는 “내가 기대하고 원했던 임무를 맡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느껴지질 않았다”며 “당시 나는 물론이고 참전을 자원한 다른 군인들도 의지가 단단했다”고 했다. 다만 중공군의 반격을 받았을 땐 매순간 ‘실수하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라도 경계를 놓을 수 없었다.로랑 씨는 같은 대대에서 군인은 아니었지만 학생 신분으로 프랑스 군인들을 돕던 당시 스무살 한국인 학생 J.K 한 씨를 그리워했다. 프랑스어 실력을 늘리고 싶어 통역 등 대대 활동을 도왔던 한 씨는 로랑 씨와 가족과 장래 꿈을 이야기하면서 힘든 시간을 함께 버텼다.“한국 남부에 대가족을 두고 온 친구였는데 편지가 고향에 잘 전달되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동생을 엄청 예뻐해서 유난히 얘길 많이 했죠. 살아있다면 90세쯤일 텐데 과학자의 꿈은 이뤘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네요.”로랑 씨는 당시 연애 중이던 지금의 부인 이베트 씨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용기를 잃지 않으려 했다. 큼직한 상자 안에 빼곡히 꽂힌 빛바랜 편지들을 보여주며 “나를 걱정하면서도 용기 내라는 짧은 편지를 전해준 아내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그는 전쟁에서 숨진 동료들을 떠올리면서 “내가 전쟁에서 살아남아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서 오랜 세월이 이렇게 잘 살고, 오늘 당신을 만나 인터뷰를 하다니 정말 운이 좋다”면서 “동료들이 많이 숨져 너무나도 슬펐지만, 자유를 지키려 싸웠으니 영예롭다고 생각한다”고 도 말했다.정전 상태가 70년 이어지고 있는 점에 대한 안타까움도 내비쳤다. 로랑 씨는 “당시 모두들 종전을 원했지만 한국도 중국도 사상자가 너무 많았다”면서 정전의 불가피했음을 얘기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보는 그의 마음은 남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을 소환합니다. 우크라이나는 당시 작지만 용감했던 한국하고 닮았어요.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잘 지원하곤 있지만 한국을 닮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더 지원을 보탰으면 좋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중립 성향인 아프리카의 7개국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정상을 연이어 만나 종전을 촉구했지만 두 국가 모두 사실상 거부했다. 이 아프리카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며 식량난이 더욱 심각해졌다.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세네갈, 잠비아, 이집트, 콩고민주공화국, 우간다, 코모로 7개국 지도자들은 16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철수한 뒤에만 협상이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현재 상황에서 협상은 전쟁을 동결할 뿐”이라고도 했다. 7개국 지도자들은 다음 날인 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도 만났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전쟁은 끝나야만 한다”고 촉구하며 흑해를 통한 곡물 운송로 개방, 양국 포로 교환, 고향을 떠난 어린이들의 귀환 등을 강조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당사자들의 정당한 이익을 인정하고 공정성의 원칙에 따라 평화를 확립하려 한다면 그 누구와도 건설적인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대화 참여를 거부한 적이 없다. 우크라이나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탓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논의된 합의문 초안이라는 문서를 아프리카 정상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문서에 주둔 부대 규모와 장비, 인력 수가 명시됐고 이에 합의한 우크라이나 협상단 대표의 서명도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이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흑해 곡물 수출 제한으로 세계 곡물가가 급등한 것에 대해선 “세계 식량 시장 위기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결과가 아니라 서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시장의 모든 식품을 휩쓸어 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단언할 수는 없지만, 흑해 곡물협정 연장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매년 파리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스타트업 박람회 비바테크 현장을 찾아 주로 영어로 연설했다. ‘영어 하는 프랑스 대통령’은 외국인 투자자의 호감을 끌고 투자하기 좋은 나라 이미지를 부각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자국어와 자국 문화에 대한 자존심이 남다른 프랑스인들이 국제행사에서 영어를 쓰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마크롱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개막한 비바테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프랑스어로 연설해 오히려 눈길을 끌었다. 연설 내용에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영어를 쓰는 인공지능(AI)에 맞서 소프트파워를 키우는 명분으로 프랑스어를 쓰는 대형 AI 모델을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세계 프랑스어권 국가에서 프랑스어 AI 데이터베이스 개발자 2억 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어 AI 언어처리모델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2개사를 언급하며 이들 같은 곳을 더 육성하기 위해 공적 자금 4000만 유로(약 559억 원)를 투입하겠다고도 했다. 다른 유럽 주요국 수장들은 이 같은 자국어 AI 육성 방침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날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더 인상적이었다. 그가 프랑스어 AI 개발을 서두르는 이유는 올해 돌풍인 생성형 AI 챗봇 ‘챗GPT’가 대개 영어로 된 데이터베이스를 학습해 정보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영어권 국가 시각에 치중하기 쉬운 영어로 된 정보만 집중 입력되면 챗GPT 같은 생성형 AI는 미국이나 영국 등에 유리한 정보를 무한 재생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마크롱 대통령은 영어권 중심 정보가 생성형 AI에 의해 정설처럼 굳어지면 프랑스에 외교적, 경제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종속되지 않는 프랑스 독자 외교 노선을 강조하는 그로서는 AI 정보 전쟁의 패자(敗者)가 되는 것을 두려워할 만하다. 그렇다면 한국어가 외교나 학술, 문화 분야에서 공식 언어로 통용되지 않는 한국으로선 더욱 심각한 일이다. 한국어 자료를 충분히 입력받지 못한 생성형 AI는 훗날 우리가 당연히 진실이라고 믿는 명제를 진실이라고 토해내지 못할 수 있다. ‘독도는 한국 땅’이고 ‘동해가 맞고 일본해는 틀리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독도와 동해 관련 일본어로 된 정보가 더 많이 유입되면 우리 생각과는 상반되는 내용이 사실로 굳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기자가 챗GPT에 ‘독도는 한국 땅인가 일본 땅인가’라고 질문하니 ‘독도 주권 문제는 논쟁 대상이며 최종 결정은 국제법, 협상 등을 통해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AI의 정치적 편향성은 우려할 만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유럽 논문 공유 플랫폼 ‘리서치게이트’에 실린 뉴질랜드 오타고 폴리테크닉 논문에 따르면 챗GPT에 정치적 성향 테스트 15건을 실시한 결과 14건은 좌파 선호 관점을 나타냈다. 챗GPT에 정치적 쟁점을 물으면 중립적으로 보이는 ‘정치적 의견이 없다’ ‘판단할 수 없다’는 답을 내놓곤 하지만 정밀 분석해 보면 그 맥락에는 편향성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국가 경제 측면에서도 AI 한국어 처리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 한국인 사용자가 무료 또는 싼값에 기존 AI 모델 의존도를 높이는 사이 외국 AI 개발사들은 그 비용을 높일 수 있다. AI가 낳을 부작용을 막는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규제에 치중하느라 한국 맞춤형 AI 개발의 타이밍을 놓친다면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영어권, 일본어권 AI의 식민지화를 피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중립 성향인 아프리카의 7개국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정상을 연이어 만나 종전을 촉구했지만 두 국가 모두 사실상 거부했다. 이들 아프리카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며 식량난이 더욱 심각해졌다. 1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세네갈, 잠비아, 이집트, 콩고민주공화국, 우간다, 코모로스 7개국 지도자들은 전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철수한 뒤에만 협상이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현재 상황에서 협상은 전쟁을 동결할 뿐”이라고도 했다. 7개국 지도자들은 다음날인 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도 만났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전쟁은 끝나야만 한다”고 촉구하며 흑해를 통한 곡물 운송로 개방, 양국 포로 교환, 고향을 떠난 어린이들의 귀환 등을 강조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당사자들의 정당한 이익을 인정하고 공정성의 원칙에 따라 평화를 확립하려 한다면 그 누구와도 건설적인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대화 참여를 거부한 적이 없다. 우크라이나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탓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논의된 합의문 초안이라는 문서를 아프리카 정상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인 이 문서에 주둔 부대 규모와 장비, 인력 숫자가 명시됐고 이에 합의한 우크라이나 협상단 대표의 서명도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이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흑해 곡물 수출 제한으로 세계 곡물가가 급등한 것에 대해선 “세계 식량 시장 위기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결과가 아니라 서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시장의 모든 식품을 휩쓸어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단언할 수는 없지만, 흑해곡물협정 연장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흑해 봉쇄로 고조되는 식량난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유엔(UN)과 튀르키예 중재로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흑해 곡물 협정을 맺었다. 양국은 이후 2차례 협정을 연장했고, 이견 끝에 지난달 18일 다시 연장에 합의했지만 러시아가 협정 탈퇴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식량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화웨이 인공지능콘택트센터(AICC)는 우수한 기술로 고객 생산성을 높여 드립니다.”14일(현지 시간) 개막한 유럽 최대 스타트업 박람회 ‘비바테크’ 행사장인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베르사유 한가운데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 전시관이 차지했다. 중국계인 우융 화웨이 프랑스 법인 이사는 각국 기자들에게 “프랑스어로 설명해도 괜찮겠느냐”면서 유창한 프랑스어로 이렇게 홍보했다.화웨이는 “중국 정부에 정보를 빼돌린다”며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 각종 규제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날 파리 중심에서 프랑스 법인이 연간 2억9600만 유로(약 4091억 원)의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며 투자 성과를 강조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국면에서 독자 행보를 이어가는 프랑스가 중국 간판 기업의 투자를 톡톡히 끌어내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화웨이 프랑스 법인 이사인 샤를 카트리노는 “20년간 프랑스에서 사업하며 파트너 업체들과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양국의 정치적 영향은 없다.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올해 7회째로 17일까지 열리는 비바테크에는 화웨이 알리바바 같은 중국 대기업과 함께 구글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 및 세계 스타트업 2500여 곳이 참가해 투자 유치에 애를 쓰고 있다. 한국은 주최 측 주력 파트너인 ‘올해의 국가’로 선정됐다. 국내 스타트업 45곳이 LVMH 로레알 같은 다른 파트너와 함께 행사장 중심부에서 통합관을 운영했다.● 보조금-세금 혜택… 佛 FDI 56% 급증 경기 침체 등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비바테크를 비롯한 각종 투자 유치 행사로 대규모 외국인 투자를 이끌어내 주목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422억 달러(약 54조 원)로 전년(270억 달러)에 비해 약 56% 늘었다. 이로 인해 창출된 일자리는 지난해 5만8810개로 전년보다 31% 늘었다.이런 성과의 비결에 대해 이날 비바테크를 찾은 제롬 쥘리앵 주한 프랑스대사관 상무 참사관은 “프랑스 정부는 2030년까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국내외 첨단기술 기업에 보조금 540억 유로(약 75조 원)를 지급하기로 해 벌써 글로벌 기업 170곳이 지원했다”며 “혁신 기업에 대한 세율도 2017년 30%대에서 25%로 낮췄다”고 설명했다.프랑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유망 스타트업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한국 중소기업벤처부와 KT, 삼성C랩 지원으로 유럽 시장 진출을 꾀하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업 ‘모레’ 윤도연 대표이사는 “AI 시장은 커지는데 미국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을 독점해 (가격 경쟁이 이뤄지지 않으니) 생산 비용이 크게 늘고 있다”며 “유럽 시장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다른 AI 반도체 소프트웨어를 찾는 수요를 잡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행사장 찾아 “AI에 5억 유로 투입”프랑스 정부의 지원으로 확장세에 접어든 스타트업들도 눈에 띄었다. 프랑스 바이오 기술 업체 ‘비옥세지’ 시드네 로스탕 최고경영자(CEO)는 “창업 초기 8년간 법인세를 최대 50% 감면받아 창업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각종 정부 지원금과 세금 혜택을 받아 현재 외부 펀딩 없이 순수 자기자본으로 운영하고 있다.해마다 비바테크를 방문해 영어 연설로 투자를 이끈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도 행사장을 찾았다. 2시간가량 행사장을 둘러보며 세계 각국 투자자의 관심을 받은 그는 이 자리에서 AI 개발에 5억 유로(약 70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2030년까지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스타트업 100곳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마크롱 대통령은 16일 비바테크 참석차 파리를 찾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만난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의 전기차 생산 공장 유치를 설득할 것으로 전망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