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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3일 국가기록원에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과 녹음기록 등 자료 일체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서를 송부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회담 관련 내용이 나올지 주목된다. 국회가 이날 요구한 자료에는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회의록 이외에도 정상회담 사전 준비 및 사후 조치와 관련한 회의록, 보고서, 전자문서를 포함한 부속자료 등이 포함돼 있다. 우선 민주당은 내심 회의록과 사전·사후 회의록을 통해 새롭게 드러날 사실들이 가져올 폭발력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에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공방에서 다소 수세에 몰렸는데 이번 기회에 만회하겠다는 속내가 깔려 있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은 사전에 회담의 예상의제를 검토한 전략회의 자료와 사후 10·4선언 합의문 이행계획을 수립한 실무회의 자료가 공개되면 노 전 대통령의 NLL에 대한 견해가 명확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NLL 및 남북공동어로구역 획정과 관련한 사전·사후 회의에는 당시 김장수 국방부 장관, 김관진 합참의장, 윤병세 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 등이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 NLL을 중심으로 ‘등거리 등면적’ 원칙이 수립됐고 고수됐다는 주장이다. 그해 11월 열린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위한 사전 준비회의에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참석했던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당시 서해 어장의 분포 지역 때문에 등거리 원칙은 다소 변할 수 있어도 최소한 면적 균형은 맞춰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따라서 사전·사후 회의록이 공개되면 노 전 대통령이 ‘등거리 등면적’ 원칙을 포기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질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민주당은 아울러 김만복 전 국정원장, 조명균 전 대통령안보정책비서관 등 남북 정상회담 배석자들이 국정원이 공개한 회의록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에 누락된 부분이 있다고 기억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회의록 전문뿐만 아니라 관련 부속자료 전체를 추가로 살펴보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정문헌 의원은 통화에서 “정상회담 사전 준비 과정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황당한 내부 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올 수 있다”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날 개연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새누리당은 사전·사후 회의록이 또 다른 공방의 소재로 변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상회담의 핵심은 회담 당시의 회의록인데 민주당이 사전·사후 회의에서의 논의 내용을 갖고 ‘포기 발언은 없었다’는 식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원내 핵심 당직자는 “회의록 이외의 자료는 민주당이 입맛에 맞게 주장하기에 딱 좋은 빌미가 될 수 있다”면서 “열람한 자료의 공개도 법적 제한으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한바탕 공방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벌써부터 국정원에서 보관하고 있는 육성 녹음파일에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국가기록원의 관련 자료 열람 후에도 공방이 계속되면 국정원에 의해 기밀해제된 녹음파일을 공개해 논란의 종지부를 찍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핵심 당직자는 이와 관련해 “국민이 녹음된 대화를 직접 들으면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NLL 포기라는 사실이 증명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회의록 전문과는 달리 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육성에는 두 사람의 감정이나 어감, 회담장 분위기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새누리당 소속인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이날 “국가기록원 자료에 대한 열람과 공개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국정원에 있는 음성파일 공개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 위원장은 “NLL 논란을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길”이라며 “앞서 국정원이 정상회담 회의록을 기밀해제하고 일반문서로 재분류함에 따라 해당 녹음파일도 함께 기밀해제된 것으로 본다. 7월 중순 이후에도 논란이 지속되면 전격적으로 국정원에 녹음파일 공개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성호·민동용 기자 sungho@donga.com}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분화(分化)?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문제를 놓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 의원은 지난달 30일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확인 시 정계 은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고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는 대화록 원본 공개를 제안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1일 안 지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은 대통령기록물의 공개와 전임 대통령을 현재의 정쟁(政爭)에 끌어들여 공격하는 일에 대해 옳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공개에 반대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같은 ‘친노’로 분류되지만 태생과 색깔이 달라 정책이나 사안에선 공동전선을 형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지사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처럼 노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으로 인연을 맺었다. 2002년 대선 때 후보 캠프에서 자금 등 궂은일을 도맡아하면서 정작 노 전 대통령 재임 때는 불법 대선자금 등에 연루돼 노 전 대통령의 곁을 떠나 있었다. 반면 문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부산 인맥 좌장 격으로, 노무현 정부 내내 청와대 참모로서 지근거리에 있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대선후보였던 문 의원은 ‘부산 친노’ 중심의 선거를 치렀고, 안 지사는 대선 내내 문 의원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오히려 문 의원을 위협하는 무소속 후보였던 안철수 의원과 회동해 눈길을 끌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가 대선 이슈로 떠올랐을 때는 재협상을 요구하는 문 의원과 달리 안 지사는 “노무현 정부의 협상은 잘됐지만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으로 나빠졌으니 비준에 반대한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며 한미 FTA 비준 반대론자들을 공박하기도 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여야는 2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과 녹음 자료, 사전 준비 회의, 사후 조치 회의 관련 자료와 보고서를 전부 제출하라’는 자료제출요구안 처리를 위해 막판까지 표 단속에 애를 썼다. 회의록 공개를 둘러싸고 벌인 비난전이 무색하게 양당은 이날 요구안 본회의 통과를 위해 ‘초당적(?) 협력’을 펼친 것이다. ○ 역풍 우려해 ‘표 단속’ 나선 여야 전날인 1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회담 회의록 원본 공개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을 때에도 실제로 자료제출요구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가 가능한 데다 양당 안에서도 “정상 간 대화록의 공개는 두고두고 외교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문제 제기가 나오는 등 반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요구안의 본회의 통과를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요구안을 본회의까지 올려놓고 통과시키지 못하면 ‘실제로는 공개 의지도 없으면서 정쟁 소재로만 이용했던 것 아니냐’는 역풍이 일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비록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굴한 태도를 보였다손 치더라도 회의의 전체적인 맥락과 사전 준비 과정을 보게 된다면 NLL 포기 발언을 한 게 아니라는 주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김한길 대표는 통상적인 ‘권고적 당론’보다 수위가 높은 ‘강제적 당론’으로 의원들에게 찬성표를 당부했다. 반대 의원에게는 징계를 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였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 역시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당에서 모을 수 있는 찬성표가 130표도 안 된다”며 우려했다. 민주당이 요구안 찬성을 강제적 당론으로 확정했다는 소식을 이날 오후 2시 40분경 본회의가 열린 뒤에야 전해 들은 새누리당은 본회의를 잠시 정회하고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당론 처리를 결의했다. ○ 면책특권 이용해 일반 공개할까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자료제출요구안에는 반대 17표와 기권 2표가 나왔다. “외교 후진국으로 낙인찍힐 것”이라며 줄곧 공개에 반대해 온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 등 17명이 반대했으며, 민주당 김영환 의원과 진보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기권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표결에 앞서 반대 토론을 자청하고 “민족적 이익과 한반도 평화에 직결되는 문제가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국회가 국가기록원이 갖고 있던 자료를 받는 것은 진통 끝에 결정됐지만 국회가 열람용으로 제출받은 자료 내용을 외부에 어떻게 공개하느냐 하는 문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은 “정식으로 요구서가 접수되면 법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장과 국회 해당 상임위 여야 간사 등이 협의해서 열람 인원, 방식, 범위 등을 정하게 될 것”이라며 “많은 기록물 사이에서 필요한 기록물을 검색하고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협의가 잘된다고 하더라도 2, 3일 안에 열람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국회의원이 열람하더라도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열람자가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형 또는 7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해진다. 이 때문에 ‘국회 위원회에서 일단 자료를 외부에 공개한 뒤 국회의원이 국회 안에서 직무와 관련해 한 발언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는 면책특권을 이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장강명·최창봉 기자 tesomiom@donga.com}
2일 국회의원의 겸직과 영리업무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19대 국회의원 중 변호사, 의사 등 보수를 받는 일을 겸직하는 의원들은 앞으로 무보수로만 일을 해야 한다. 다만 교수인 19대 의원은 국회법에 따라 이미 휴직을 한 상태여서 사직을 하도록 하면 소급입법의 우려가 있다는 주장에 따라 휴직 또는 사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교수 출신 현 의원에게는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대 국회에서라도 앞으로 재·보궐선거를 통해 들어오는 교수 출신 의원들은 당선 다음 날 바로 교수직을 사퇴하도록 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현재 국회 사무처에 등록된 겸직 신고 현황에 따르면 교수를 겸하고 있는 의원은 현재 새누리당 17명, 민주당 12명이다. 이 개정안은 아울러 ‘국회 회의 방해죄’를 신설해 국회에서 열리는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등에서 폭력을 사용하면 최고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과거 국회에서 벌어졌던 ‘쇠망치’, ‘최루탄 투척’ 같은 행위는 다시 보기 어렵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의원연금으로 불렸던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은 19대 의원부터는 의원직을 물러나서 해당 연령이 되어도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정당의 전당대회에 버스 등을 이용해 당원을 동원하는 것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정당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중앙당이 개최하는 전국 단위의 최고 대의기관 회의에 참석하는 당원에게 정당 경비로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를 각각 매수와 이해유도죄의 처벌 대상 및 기부행위에서 제외시킨 것. 진보정의당은 논평을 내고 “이는 돈봉투 사건을 통해 논란이 됐던 전당대회 동원경선을 합법화하는 법안으로 후보들이 불법적으로 제공해 오던 것을 정당이 합법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민주화운동의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처장은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기념곡 지정 여부에 대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질의에 “국회에서 결의안을 채택한 만큼 기념곡 지정을 신속하게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박 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기념곡 지정을 반대해왔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번 논란의 핵심은 친노(친노무현)와 친박(친박근혜) 세력 간 충돌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1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논란에 대해 “친노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한 세력이라고 낙인찍히는 순간 정치적 생명이 끝나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반격할 수밖에 없고 친박은 이참에 국가 안보를 저버린 친노의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당초 친박 진영에서는 회의록이 공개되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대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굴욕적인 자세, 아마추어리즘 등이 국민의 비판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회담 대표의 ‘격(格)’을 문제 삼아 남북당국회담을 무산시킨 당당한 외교와 대비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나아가 친박 일각에서는 “국군통수권자로서 굴욕적인 자세를 보인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는 세력이 사라져야 야당도 건전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친노 진영은 똘똘 뭉쳤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달 24일 회의록 공개 이후 자신의 트위터 등에 정부와 국가정보원 등을 공박하는 글 18건을 남겼고, 자신의 정치생명까지 걸었다. 침묵하던 이해찬 전 총리와 노무현재단도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며 총반격에 나섰다. 친노 진영의 총반격에는 자칫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실체적 진실로 굳어질 경우 친노의 정치적 재기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는 위기의식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정원의 회의록 공개에 대한 절차 문제를 제기하며 정치적 의도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고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새누리당은 남재준 원장의 회의록 공개 이후 오히려 당내에서 공개 자체에 문제 제기를 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무성 의원의 대화록 대선 전 입수 발언 논란도 불거지면서 자중지란의 모습도 보였다. 여권 내부에서는 “친노와 전쟁이 붙었는데 싸울 생각은 안 하고 당이 도망갈 퇴로만 찾는다”는 한숨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친노 진영의 공세가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기보다 당 안팎의 수세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는 정도라 양측의 승부를 가늠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편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1일 회동을 갖고 국가기록원이 소장한 회담 회의록 원본 공개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열람만 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원본 및 회의 녹음파일 등을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지는 2일 양당 원내대표의 최종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동정민·민동용 기자 ditto@donga.com}
국회사무처(사무총장 정진석)는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국회 출장에 많은 시간을 허비함으로써 생기는 업무의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국회는 올해 초부터 국회의사당 본관에 정부 공무원이 일을 볼 수 있는 스마트워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국회와 세종청사 간의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도 준비하고 있다. 정 사무총장은 30일 “정부의 세종시 이전에 따른 공무원들의 불편사항을 최소화하고 출장비 등 관련 예산을 절감할 수 있도록 국회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청사에는 현재 총리실을 비롯해 7개 부처가 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각하, 미안합니다.” 1987년 6월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전두환 대통령과 마주 앉은 노태우 민정당 대표가 말했다. 전날 대통령직선제로의 개헌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6·29선언을 발표한 노 대표의 “미안하다”는 말은 발표 일정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데 대한 사과로 들렸다. 그의 사과는 진심이었을까. 촬영을 끝낸 사진기자단이 회의 장소에서 나온 뒤 문이 닫혔다. 두 사람만의 회담이 시작됐다. 》 26년 전 오늘(29일) 대한민국 역사는 분기점에 섰다. 회사원 ‘넥타이 부대’가 적극 가담한 6월의 시위대는 직선제를 따냈고 민주화는 그 첫걸음을 뗐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2차장이자 5공화국의 실세였던 이학봉 전 의원(75)에게 야당 의원들이 물밑접촉을 시도했다. 이들은 이 전 의원에게 “진짜 이 ‘작품’이 누구 것이냐”고 물었다. 노 대표가 선언을 발표했음에도 야당은 정말 노 대표가 결정했는지, 아니면 전 대통령이 막후에서 주도했는지 정확히 알고 싶어 했다. 누가 주역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그에 맞춰 야당의 향후 대응 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6·29선언의 주인에 대한 정설은 없다. 그러나 오늘의 화두는 두 사람 중 누가 진짜 6·29선언을 주도했는지가 아니다. 국회는 27일 본회의를 열어 추징금의 시효를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직계 가족 명의로 된 부동산 등도 범죄와 연관된 사실이 드러나면 추징하도록 하는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실상 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군 형법상 반란·내란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형과 함께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추징금 가운데 1672억 원은 여전히 미납 상태다. 6·29 아침에 ‘문제적 인간’ 전두환을 들여다봤다.▼ 全 측근 “전재산 29만원? 그럼 손가락 빨고 살았겠나” ▼‘오야붕’ 전두환 “그건 모독입니다.” 5공화국 시절 수도방위사령관과 국군보안사령관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고명승 성우회장(78·전 3군사령관)은 발끈했다. 기자가 전 전 대통령 주변에 여전히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가 결국은 숨겨 놓은 재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물은 뒤끝이었다. 퇴임 후 25년이 흐른 지금도 전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매주 월요일 오전에는 핵심 측근들이 모인다. 이른바 티타임이다. 많으면 12명까지 오지만 대체로 7, 8명이 참석한다. 고 회장을 비롯해 5공의 핵심으로 불린 ‘2허 1이’의 이학봉 전 의원과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76), 장세동 전 안기부장(77), 김진영(75)·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79), 이원홍 전 문화공보부 장관(84), 이상희 전 내무부 장관(81), 유흥수 전 치안본부장(76) 등 5공 시절 청와대, 군, 내각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2허 1이’ 중 허삼수 전 의원(77)은 최근 잘 나오지 않고 있고, 장 전 부장은 한동안 뜸하다가 최근 몇 년 새 다시 나오고 있다. 민정기 전 비서관은 이 모임을 “말동무를 해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나이 70, 80 넘은 분들이 뭐 하시겠어요. 주로 옛날이야기, 군 시절 이야기를 하는 거죠.” 딱히 모임의 주제도 없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하며 건강은 어떤지 물어본다. 전 전 대통령이 외부 손님을 맞았을 때 ‘골방 샌님’같이 세상물정에 어둡지 않도록 여러 정보를 들려주거나, 전 전 대통령이 “이렇게 하면 어떻겠느냐, 저렇게 하면 어떻겠느냐”라고 여러 사안에 대해 물을 때 각자의 의견을 말하는 사랑방 같다는 것. 이들에 대해 “여전히 아첨하고 있다”는 소리도 없지 않다. 그러나 75세가 넘은 사람들이 무슨 관직을 할 것도 아니고, 장관을 시켜줄 수도 없는데 무엇을 바라서 모이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들은 전 전 대통령을 어쩌면 한 가문의 ‘오야붕’(두목)으로 여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들을 몰고 다닌다는 전 전 대통령의 이미지는 경조사 현장에서 두드러진다. 자주 못 보는 측근들에게는 상가(喪家)나 예식장에 갈 일이 생길 때마다 “별 약속 없으면 와라” 하며 동행을 청한다. 빈소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근처의 식당을 단골 삼아 가기도 한다.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을 갈 때는 옆 개포동의 ‘ㅅ’ 국수집,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갈 때는 근처 올림픽파크텔 지하의 한식집, 종로구 동숭동 서울대병원에 갈 때는 효자동 ‘ㅂ’칼국수 등이 그렇다. 결혼식에 갈 때는 혼인을 축하하며 신랑신부에게 잘 살라는 덕담을 담은 ‘축혼문(祝婚文)’을 써주기도 한다. 평소에도 서예를 즐겨 하는 그는 세로로 자를 대가며 붓을 놀리는데 때로는 두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전 재산 29만 원’ 전 전 대통령은 제주의 한 고급호텔을 가끔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호텔은 공중에서 보면 포도송이처럼 생겼다고 한다. 객실료는 회원이 아닌 경우 스위트가 하룻밤에 220만 원이고 일반 객실은 40만 원대 중반과 90만∼100만 원대의 두 종류가 있다. 골프 코스가 있어 골프를 즐길 수도 있다. 문제는 한때 전 전 대통령에게는 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다고 알려진 점이다. 검찰은 2003년 2월 추징금 미납액(당시 1872억 원)을 내지 않고 있는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을 공개해달라고 법원에 요구하는 재산명시신청을 냈다. 이에 따른 재판이 4월 열렸고 그가 제출한 재산목록에는 ‘현금은 없고 예금과 채권을 합쳐 29만1000원’이라고 명시됐다. 그 뒤부터 ‘전 전 대통령의 전 재산은 29만 원’은 하나의 명제처럼 돼버렸다. 전 전 대통령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29만 원은 1997년 금융재산 약 300억 원을 추징당할 때 압류된 통장 중 휴면계좌에서 2003년까지 발생한 이자의 총액이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전 전 대통령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형성된 돈이라는 뜻이다. 또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고 이야기한 적도 없는데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는 것. 민 전 비서관은 “2008년에는 그동안 휴면계좌에 이자 4만7000원이 남아서 추징됐다. 그렇다면 왜 그때는 전 재산이 4만7000원뿐이라고 안 했는지 모르겠다”며 반박했다. 그는 또 “검찰이 (재산을 찾다) 안 되니까 뭐든 (추징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을 해서 2010년에는 강연료 300만 원을 자진 납부했다”고 했다. 그럼 전 전 대통령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 걸까. 이 전 의원은 “영부인(이순자 여사)이 이때까지 손가락 빨고 살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의 장인인 이규동 전 성강문화재단 이사장은 육군 경리감을 지낸 자산가였다. 이 전 이사장은 생전에 땅 20만 평(약 66만 m²)을 매입해 외아들 창석 씨 명의로 해놨는데 이후 창석 씨가 자신의 누나들에게 이 땅을 나눠줬다고 한다. 이 땅에서 생기는 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여사는 2004년 130억 원대의 거액을 비밀 관리해 온 사실이 검찰에 적발돼 이를 모두 추징금으로 대납한 적이 있다. 이 여사는 적발 당시 이 돈이 비자금이 아니라 결혼 초기 친정에서 10년을 얹혀살면서 아끼고 모은 돈을 종잣돈으로 해서 키운 자산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1995년 비자금 수사 당시 전 전 대통령이 비자금의 상당 부분을 무기명채권 구입에 쓰거나 가·차명계좌에 분산시켰을 것으로 봤다. 이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뭉텅이 자산이 발견되기도 했다. ‘호화 골프’로 지탄받는 데 대해 그의 주변에서는 나름대로의 해명 논리를 내세운다. 전 전 대통령에게 1년에 한 번 정도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5공 시절 공직을 지냈거나 국회의원을 했던 인사들을 비롯해 전 전 대통령과 일면식이나 인연도 제대로 없는 중소기업인들이 그야말로 줄을 선다고 한다. 이런 이들이 골프를 주선하고 식사를 대접한다. 우리나라 주요 골프장은 전직 대통령에게는 그린피를 받지 않고 있으며 주말보다는 가격이 싼 평일에 주로 치기 때문에 전 전 대통령이 대여섯 명과 함께 와도 그리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해명이다. 200여 명을 데리고 골프를 했다는 소문이 난 적도 있다. 한 단체의 회원들이 골프행사를 평일에 하면서 전 전 대통령을 초청한 일이 와전됐다는 것이다. 사실 전국 주요 리조트는 전 전 대통령에게 회원 대우를 해주거나 회원권을 주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대통령이 찾는 곳이라는 게 알려지면 그만큼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제주 고급호텔도 그런 식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초에 세배하러 온 사람들에게 상당한 세뱃돈을 준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민 전 비서관은 “수백 명이 아침부터 들락날락하는데 어떻게 따로 만나서 그만한 액수의 세뱃돈을 줄 수 있겠는가”라며 “찾아온 사람들이 50여 명씩 죽 서서 악수하면서 인사를 나누고 마련된 커피나 식혜, 떡을 먹고 마시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따로 만나는 인사는 3부요인 정도라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복권이 됐지만 이는 피선거권만 해당할 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받고 있지는 못하다. 대통령 연금도 없다. 경찰에서 경호를 하지만 이는 예우라기보다는 국가적 차원에서 전직 국가원수에게 발생할지 모를 불상사를 방지해 국가기밀의 유출과 국가적 손해를 막자는 차원일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상당수 국민은 경찰 경호도 국민 세금이라며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정치자금의 ‘운명’ 추징금 2205억 원이 확정되고 금융자산 약 300억 원을 추징당한 뒤인 1990년대 후반 또는 2000년대 초반, 전 전 대통령의 가족은 회의를 열었다. 내내 아버지의 굴레가 될 추징금인데 각자 가진 것들을 내놓아 대납을 해서라도 좀 편하게 해드리자고 의견을 모았다. 가족과 창석 씨를 비롯한 친척들이 각자 살 집만 남겨두고 처분할 수 있는 자산을 다 긁어모아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보니 600억 원가량이 됐다. 이 돈으로 추징금을 대납하려니 ‘저 나쁜 놈들. 나머지 1000억 원은 어디에다 숨겨놓고 일부만 내놓고는 오리발 내밀려고 한다’는 지탄을 받을 게 틀림없다는 쪽으로 얘기가 흘러갔다. 오히려 문제만 더 키우는 셈이 될 것 같아 흐지부지됐다고 한다. ▼ 300억 추징뒤 가족회의… 대납 안해 ▼한 측근은 “사람들은 ‘아니, 자식들이 노숙자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아버지를 빨리 추징금 족쇄에서 풀어줘야 되는 것 아니냐’고들 한다”며 “하지만 자식들이 갹출해서 일부라도 대납을 하게 된다면 세상은 ‘잘했다’라고 하기보다는 ‘아들, 딸에게 (재산을) 숨겨놓고는 이제야 내놓는다’고 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설령 미납한 추징금에 버금가는 액수를 대납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이제 보니 숨겨놓은 재산이 더 많이 있었구먼’이라고 힐난할 게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는 더이상 숨겨놓은 재산이 없다는 걸 강조하는 전 전 대통령 측의 일방적인 설명이다. 대통령 재임 중 재벌 총수 등에게서 받은 뇌물로 판단해 재판부가 매긴 추징금 2205억 원에 대해 전 전 대통령 측은 개인적으로 착복하지 않고 대부분 당 운영비와 선거자금, 각종 격려금으로 다 썼다고 주장한다. 이 전 의원은 “1995년 당시 재판 과정에서도 드러났지만 재임 중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 약 500억∼600억 원, 민정당 창당 및 당 운영에 7년간 약 500억∼600억 원, 그리고 1987년 대선을 치를 때 당시 후보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약 700억 원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검찰의 1995년 수사 내용과 다르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700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 중 5400억 원을 민정당 창당자금 및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고 퇴임 시 나머지 1600억 원(이자 포함 3000여억 원)을 갖고 나와 관리했다고 발표했다. 즉, 이 전 의원이 주장하는 두 번의 총선, 1987년 대선, 민정당 창당 및 운영에 사용된 정치자금은 5400억 원에 포함되고 검찰이 추징 대상으로 적시한 2205억 원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205억 원의 사용처는 여전히 묘연한 셈이다. 과거 20년 이상 전 전 대통령을 보좌하다 지금은 생업에 종사하는 한 측근은 “전 전 대통령이 퇴임하실 때 비자금 일부를 가지고 나오셨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전 전 대통령은 자기를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자신이 정치적 보호막으로 쓸 수 있는 세력을 꾸릴 수 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측근은 전 전 대통령이 정치자금과 자신의 돈은 구분해서 사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자금을 개인적으로 쓰거나 자식들에게 증여하지는 않았으리라는 얘기다. 측근들은 1970∼1990년대 한국 정치가 당 총재가 책임지고 정치자금을 걷어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국민이 이해해 달라고 하소연한다. 다른 측근은 “언론에서 추징금 문제를 두고 ‘전 전 대통령이 꽁꽁 숨겨두고 잘도 버틴다’는 식으로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만 보기에는 그동안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들어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가명·차명계좌가 적발되거나 몰랐던 땅이 나타나는 등 의심을 접을 수 없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 또한 전 전 대통령 자제들(3남 1녀)의 재산 형성 과정의 미심쩍은 부분들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다. 이 3남 1녀의 재산 총액은 약 29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시공사 대표)가 2004년 7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드러났다. 페이퍼컴퍼니 설립 5개월 전에는 검찰이 동생 재용 씨에게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중 73억 원이 흘러들어 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재국 씨의 페이퍼컴퍼니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어떤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는 추론은 타당하다. ‘예금 29만 원’이라는 재산목록을 법원에 제출한 이듬해인 2004년에는 서울 강남에 땅 51평을 숨겨뒀다는 사실이 드러나 검찰이 압류했다. 처남 이창석 씨와 전 전 대통령 자제들 간의 ‘이상한 거래’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종합편성TV 채널A는 이 씨 명의였던 거액의 부동산이 재용 씨에게 넘어갔고 그 과정에서 수억 원의 세금을 포탈한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백담사 그 이후 전 전 대통령이 백담사에서 2년 1개월 동안 머물다 하산한 뒤 노 전 대통령이 퇴임했거나 할 무렵의 어느 날이었다. 과거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참여했던 40여 명이 전 전 대통령과 함께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라운딩을 마치고 막걸리를 돌리며 회식을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전 전 대통령이 “한마디 할 게 있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며칠 전 밤새 한숨을 못 자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어떤 문제든지 노 대통령 욕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내가 노 대통령 욕을 하면 당신들이 나를 전직 국가원수로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이 후계자로 정해 대통령까지 만들었다고 생각한 노 전 대통령이 5공 비리 청산을 한다며 자신을 백담사로 보낸 것을 그때까지 용납할 수가 없었다. 백담사에서 불공을 드리며 ‘원한을 품어 오래 두지 말고 성내는 마음에 머물지 말라’는 법문을 수도 없이 외웠지만 40년 동지의 정치적 배신에 대해서는 마음을 다스리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 며칠 전 자신의 육사 후배이기도 한 어떤 측근에게서 “범인(凡人)이 욕하는 것이야 울화통이 터져서 한다고 이해하겠지만 각하는 국가원수를 지내셨지 않습니까. (쓰라린) 기억까지 잊어버릴 수는 없겠지만 이제 욕은 그만하십시오”라는 말을 듣고는 긴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어떤 측근은 전 전 대통령을 향한 여론과 민심의 비판적 눈초리에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한 측근은 “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정치를 재개할 뜻이 없었다”면서 “만약 밑에 있던 사람들로 당을 만들어 국회에 10명만이라도 진출시켰더라면 이렇게까지 우리 처지를 대변할 사람이 없었겠느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1995년 검찰의 칼날이 전 전 대통령의 목줄을 겨냥한 까닭은 그가 당시 DJ 세력과 정치적 연합을 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전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전 전 대통령이 정치를 재개하려고 했다면 누구한테 먼저 같이하자고 했겠습니까. 저나 허화평, 허삼수 씨 아니었겠습니까. 그런데 전혀 그런 말씀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전 의원 등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DJ와의 연합설은 확실하지 않지만 전 전 대통령이 정치 재개를 꾀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1996년 2월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1990년 2월 3당 합당 이후 5공 세력을 재규합해 정치를 재개하기 위해 5공 출신 인사를 비롯한 정치인 200여 명에게 수천만∼수억 원씩 모두 500억 원대의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이러한 사전 정지 작업을 바탕으로 1996년 2월경까지 가칭 ‘원(元) 민정당’을 창립해 그해 4월 총선에 대비한다는 구상을 했던 것이다. 지난해 대선 때는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다음 전직 대통령으로 YS는 만났지만 전 전 대통령은 찾지 않았다고 해서 두 사람이 여전히 불편한 관계라는 추측이 나왔다. 5공 정부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에서 공개적인 추도회를 열지 못하게 하는 등 박 대통령을 ‘핍박’한 것이 이유라는 해석도 곁들여졌다. 그러나 다른 측근은 “사실 박 대통령이 당시 연희동을 찾아오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때 연희동 자택의 수도 파이프가 새는 등 하자가 생겨 큰 보수공사를 하느라 전 전 대통령이 지방에서 약 보름간 머물고 있었다는 것. 전 전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통령) 후보가 되면 보통 바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오지 않아도 된다. 내가 알아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고 한다.다시 6·29 ‘노태우 회고록’(2011년)에서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6월 10일 이후부터는 직선제와 김대중 씨 사면·복권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다’고 했다. “그달 24일 저녁 전 전 대통령이 자신을 청와대로 불러 직선제를 제의하자 ‘옳지! 내가 의도했던 대로 일이 잘 풀렸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자리에서 “어렵지 않겠습니까?”라고 반문(反問)한 것은 전 전 대통령이 직선제를 한다고 했다가 번복하지 않도록 ‘앞으로 절대 변하지 않을 결심’으로 굳혀야겠다는 생각에서 쓴 반어법이라고 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의 직선제 결심을 거듭 확인하곤 “모든 것을 제게 맡기고 관여하지 말아 주십시오. 앞으로 운명은 제가 책임지고 개척해 나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배석했던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가 큰절을 올렸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후 29일까지 연희동 집에서 대국민 선언 준비에 골몰했다. 그 사이 청와대에서 불렀지만 가지 않았다.” ▼ “全, 3金 단일화 안될거라 판단… 직선제 수용하라 해” ▼전 전 대통령 측의 이야기는 매우 다르다. “전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에게 직선제 개헌 결심을 밝힌 날짜는 6월 24일이 아니라 17일이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직선제로 간다면 (대통령)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반대했다. 전 전 대통령은 19일 직선제 수용을 건의한 김용갑 민정수석비서관을 보내 노 전 대통령을 설득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날 오후 늦게 청와대로 불러 단둘이 만났을 때 노 전 대통령이 직선제를 수용하겠다면서 자신이 민주화 조치를 선언하면 전 전 대통령이 반대하는 모습을 연출해 달라고 했다. 국민을 상대로 그럴 수는 없다고 판단한 전 전 대통령은 22일 노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만나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24일 전 전 대통령은 청와대 별관에서 은밀히 만난 노 전 대통령이 직선제 개헌 결심을 굳히자 선언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 재량권을 부여했다. 그리고 27일 장남 재국 씨가 배석한 가운데 발표 날짜를 29일로 확정했다는 것이다.” 직선제 개헌을 전 전 대통령이 먼저 제의했다는 점 말고는 일치하는 대목이 거의 없다. 누구의 말이 옳은지는 두 사람만이 알겠지만 병석의 노 전 대통령은 사실상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전 전 대통령은 이 사안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2011년 ‘노태우 회고록’이 나온 뒤 전 전 대통령의 태도에 약간의 변화가 나타났다고 한다. 슬쩍슬쩍 6·29에 대해 한두 마디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말들을 했다고 한다. “내가 보니까 야당이 단일후보가 안 되지(싶었다). 단일후보만 돼도 (노태우 전 대통령과) 싸울 만했는데, 단일후보가 안 될 것 같아서 노태우(전 대통령)보고 수용하라고 했다.” 그러니까 단지 1987년 6월의 시국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직선제 수용을 노 전 대통령에게 제안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이 전 의원은 “아마 사전에 정보기관을 통해 야당 단일후보 가능성, 직선제를 수용하지 않았을 때의 국민적 파장 등을 다 검토한 뒤에 최종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더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6·29선언은 6월 항쟁에 항복한 결과라기보다는 야당 후보가 분열했기 때문에 나온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섬뜩한 말로 들렸다. 역설적으로 야당 후보 분열 가능성이 없었다면 6·29선언은 없었을 것이고, 유혈사태가 빚어졌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회고록 요즘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준비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관련 자료를 찾아달라고 주문을 하고 있다. 그는 퇴임 후 25년 동안 공개적으로 정치적인 발언을 거의 하지 않았고 언론 인터뷰는 공식적으로는 일절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 민 전 비서관은 “평생에 있었던 모든 일을 담아서 나중에 어떤 평가를 받든 자신의 인생을 정리해서 남기겠다는 생각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팔순을 넘긴 나이 탓에 회고록이 1, 2년 안에 완성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나오게 되면 이 여사의 회고록과 함께 출간될 가능성이 있다. 회고록에는 자신을 평생 옭죄고 있는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가 담길 것이다. 그리고 김근태의 고문과 박종철 고문치사, 이한열의 죽음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 측근들은 모두 5·18특별법에 의한 YS 정권의 역사 바로 세우기 재판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란모의라는 것은 없었으며, 광주에서의 발포명령도, 확대계엄령 선포도 전 전 대통령과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도 이들의 생각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전 전 대통령은 ‘후흑(厚黑)의 대가’일지도 모르겠다. 후흑학은 중국 청조가 멸망하는 시기에 등장한 학문으로 중국 통치술의 성공 원리를 ‘뻔뻔함’과 ‘음흉함’으로 설명한다. 12·12에 성공한 뒤 보안사령부에서 샴페인을 따며 축하를 하던 신군부 장성들의 모습이, 5·18 광주에서 공수부대가 휘두르는 곤봉을 머리에 맞으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던 청년의 모습이 지금도 사람들의 뇌리에 아른거리고 있다. 했던 말을 반복하는 일이 잦아졌다는 전 전 대통령. 그의 회고록엔 과연 어느 정도 솔직한 얘기가 담길까.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여야는 25일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원내대표 회동을 열고 다음 달 2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계획서를 처리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국정원 국정조사를 하려면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도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도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 관련 문제들에 대해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정조사를 하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도 동시에 털고 가자는 의미였다. 회의록이 공개됨으로써 새누리당으로서는 국정조사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국정조사 대상부터 여야가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전현직 국정원 직원에 대한 매관매직 의혹, 국정원 여직원 불법 미행·감금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민주당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27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국정조사 촉구 대국민 서명운동’ 등 국회 밖 선전전을 어떻게 바꿀지 결정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던 지난해 10월 10일. 제2차 정상회담의 공식수행원이었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사진)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백종천 전 대통령안보실장과 함께 국회 기자회견장에 섰다. 이들은 당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주장한 ‘제2차 정상회담의 비밀녹취록’이 존재하지 않고 비밀 회담이나 합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회담에서 NLL 관련 이야기는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서해평화수역에 관한 이야기가 있기는 했지만 그 내용은 실무진이 구체적으로 할 이야기였다”며 ‘NLL 논란’을 일축했다. 이 전 장관과 김 전 원장 등은 이후에도 줄곧 관련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해왔다. 이 전 장관은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22일 “(회담록 발췌본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을 때까지도 이를 부인했다. 그는 되레 “(국정원의) 발췌본이라는 것은 원본을 발췌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조작이 가능하다. 누군가 조작했다고밖에 볼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는 이’의 맞대응을 한 셈이다. 24일 국정원이 회의록 전문을 공개한 뒤 이 전 장관은 “나는 정 의원의 발언이 하나부터 열까지 틀렸다는 표현은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의 발언록 버전이 여러 개 있는 것 같다”고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김 전 원장은 계속 전화를 받지 않다가 뒤늦게 통화가 연결되자 “회의록 관련해서는 일절 노코멘트”라고만 했다. 그러나 회의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제2차 정상회담에 배석해 노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오간 이야기를 모두 들었고 김 위원장에게 직접 의견도 개진했다. 이 전 장관은 경원선 철도 연결과 관련해 김 위원장에게 “위원장님의 결단에 따라서는 세계에 평화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절대적인 기회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40년 동안 오침(午寢·낮잠)이라는 법을 모릅니다”라고 하자 이 전 장관은 “대단하십니다. 훌륭하십니다”라고 찬사를 보낸 것으로 기록돼있다.이정은·이남희 기자 lightee@donga.com}
진보정당의 당명(黨名)에서 ‘진보’란 용어가 사라지려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통합진보당의 ‘종북(從北)’ 논란으로 진보란 용어가 수난을 겪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진보신당(대표 이용길)은 23일 경기 과천시민회관에서 재창당대회를 열고 당명을 녹색사회노동당(약칭 노동당)으로 바꾸는 방안을 처리하려 했다. 의결 정족수가 부족해 부결되기는 했지만 두 달 뒤쯤 열릴 다음 대회에서는 개명이 확실시된다. 진보신당 측은 “행사가 오후 1시에 시작됐지만 당명 개정 안건이 오후 10시에 상정돼 자리를 뜬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최근 당원을 대상으로 새 당명을 묻는 조사를 했고, 노동당이 1위를 했다. 진보신당은 심상정 의원, 노회찬 조승수 전 의원 등 민주노동당 내 민중민주(PD) 성향 인사들이 일심회 사건 등을 이유로 탈당해 2008년 3월 결성했다. 2011년 9월 이들 3명이 탈당하면서 세력이 약화됐다. 강동원 의원 탈당, 노회찬 공동대표의 의원직 상실 등 잇단 악재로 원내 4당(의석수 5석)으로 내려앉은 진보정의당도 다음 달 21일 전당대회를 열고 당명을 바꿀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사회민주당이 유력하다”며 “진보에 붙은 ‘종북’이란 꼬리표를 떼는 동시에 북유럽 사회민주주의를 모델로 한 대중정당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이 1조 원 가까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전 대통령이 불법으로 조성한 재산이 9344억 원”이라며 ‘전두환 추징법’의 6월 국회 처리를 주장했다. 전 원내대표는 △1988년 퇴임하면서 청와대에서 1000억 원을 챙긴 의혹 △30대 재벌 총수로부터 받은 5000억 원의 뇌물 수수 의혹 등을 제시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주말인 9일 같은 시간에 나란히 행사를 열었다. 민주당은 오후 2시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진보정의당,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등과 함께 ‘경제민주화 국민대회·전국 을(乙)들의 만민공동회’를 개최했다. 김한길 대표는 인사말에서 “을이 살아야 경제도, 갑(甲)도 살 수 있다”며 “을을 지키기 위한 법, 경제민주화 관련 법 35개를 반드시 처리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업종별 점주들의 피해사례 발표회, ‘을’들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내용을 담은 ‘경제민주화 공동선언’도 이어졌다. 당 관계자는 “6·10 민주항쟁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행사를 연 것은 26년 전 정치민주화가 중요했듯 이제는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안 의원은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성우빌딩 사무실에서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개소식을 열었다.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소장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소설가 조정래 씨와 이옥 덕성여대 명예교수도 이사진에 합류했다. 안 의원은 내일의 중심 연구 과제는 민생이라고 강조하면서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공동체의 복원”이라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지난달 25일 강연에서 ‘노동 중심 진보정당 건설’을 언급했던 데 대해 “정당정치에서 노동의 참여를 강조한 것이지만 노동 중심의 노동 대표 정당을 만든다는 것(관측)은 틀린 얘기”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만민공동회는 몇 주 전부터 잡아놓았던 것인데 안 의원이 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행사를 한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왔다. 안 의원은 3일에도 민주당이 ‘재집권’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한 시간(오후 3시)에 정책토론회를 연 적이 있다. 그러나 안 의원 측은 “날짜와 시간이 겹친 것은 우연”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8일 전북 전주시를 방문해 지지자 250여 명과 모악산을 등반했다. 최근 전북일보(3일 보도) 등 지역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에서 아직 창당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점을 들어 당내에선 “안철수 견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9일 트위터에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내년 6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있고 대통령 취임 100일을 갓 넘긴 지금, 대선(출마 여부)을 스스로 말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 시장이 강연(5일)에서 대권 도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갈 생각이 없다. 서울 시정부터 반듯하게 잘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성급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남희·민동용 기자 irun@donga.com}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사진)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김 전 장관은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제 저는 정치를 떠나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다”며 “그동안 지역주의에 맞서 수없이 도전하고 좌절했지만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오래전부터 정계 은퇴를 고민하던 차에 최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에서 자신의 이름이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자 크게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4일 김 전 장관은 민주당 문재인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정계 은퇴의 뜻을 밝혔다. 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너무 큰 희생이었던 걸 잘 알기에 아무 말씀 못 드렸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의리로 버텨 오셨는데,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적었다. 김 전 장관은 1985년 12대 총선 때 민한당 후보로 부산 영도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1990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에 반대해 민주당에 잔류한 이래 지난해까지 부산에서만 총선과 지방선거에 7번 도전했으나 모두 낙방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노무현 정부에서 대한체육회장 등을 지냈으며 대표적인 친노 인사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설립해 역외탈세를 했다는 의혹이 드러나면서 여야는 4일 한목소리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 의혹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전두환 추징법’의 6월 국회 통과를 강조한 반면 새누리당은 역외 탈세에 초점을 맞췄다. ○ 野 “전두환법 통과시켜야”, 與 “역외탈세 집중해야”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4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는 해외 페이퍼컴퍼니 설립자 명단을 조속히 입수해 그 내용을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며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성역 없는 조사를 통해 엄중히 의법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강화하고,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외탈세 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두환 추징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전반적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이) 지켜봐 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두환 비자금’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며 “전두환 추징법을 6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과 국세청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추징 시효 만료 시한인 10월까지는 얼마 안 남았다”고 말했다. 진보정의당 이지안 부대변인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전두환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국회에 제출돼 있는 전두환법 전두환 추징법은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정식 명칭이다. 개정안은 추징이 확정된 뒤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고 3년이 지날 경우 강제 추징 절차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도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강제노역 등에 처하도록 했다. 또 불법 취득한 재산임을 알고도 증여나 양도를 받은 사람에게 추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에, 추징 시효가 10월 10일까지인 전 전 대통령을 겨냥해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지난달 발의했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에게까지 소급해 적용하는 것은 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인척에게 재산을 빼돌렸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차장인 박주민 변호사는 MBC라디오에 출연해 전 전 대통령의 불법재산 징수의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전두환 추징법 통과를 꼽으면서도 “전재국 씨의 역외탈세, 재산은닉에 대해서는 충분한 자료가 드러나 있지 않다”며 전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와 연결짓기가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국회에는 전 전 대통령 재산 추징과 관련해 여러 건의 법안이 제출돼 있다. 지난해 민주당 유기홍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 개정안’은 전현직 대통령 등이 취득한 불법재산이 본인 외 제3자에게 귀속한 경우에도 몰수·추징이 가능하도록 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소명이 안 되는 재산의 80%는 추징하는 내용의 ‘특정고위공직자에 대한 추징 특례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우원식 의원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몰수·추징 시효를 2020년까지 연장하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3일 독자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는 데 대해 “내가 가는 길이 쉬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며 “목숨을 걸고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대선 때는 사람들의 염원에 끌려서 (선거에) 나왔지만 이번에는 내 선택으로,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는) 자유의지로 나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10월 재·보선에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낼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모든 선거구에 다 (후보를) 내는 것은 아니다. 형편대로 후보를 낼 것”이라고 답했다. 싱크탱크 격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최장집 이사장이 ‘안철수 신당’의 기조를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으로 제시한 데 대해 “서민과 자영업자, 노동계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데는 최 이사장 언급에 100% 동의한다”면서도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진보가 가진 특징이 있어서 제가 진보라고 하면 그 틀 속에 빠져서 헤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평소 경제는 진보, 노동은 보수라고 자처해온 안 의원은 “노동자 정책 방향과 안보가 기존 진보와 다를 수도 있는데 그걸 (진보로) 규정하다 보면 설득이 잘 안된다”고 덧붙였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3일부터 6월 임시국회가 열린다. 지난달 새롭게 진용을 정비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원내 지도부 간 ‘입법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창조경제 지원’이라는 창과 민주당의 ‘을(乙)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경제민주화 입법’이라는 창이 맞선다. 여야 원내대표 인터뷰를 통해 박근혜정부 원년의 정국 향배를 조망해 본다. 》▼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북한인권법 통과에 야당도 협조해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일부 원전의 가동 중단 사태에 대해 “정부 차원의 노력이 미흡할 경우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6월 임시국회 개회를 하루 앞둔 2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1시간가량 만난 그는 국정 현안에 대해 비교적 뚜렷한 목소리를 냈다. 탈북 청소년 9명의 북송에 대해 그는 “관계 당국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갑을 관계’ 이슈에 대해선 “갑이 망하면 을도 존재할 수 없다”며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북송 사태와 관련해 북한인권법 처리를 두고 야당과 의견을 나눴나. “협상 과정에서 강하게 의견을 제기했다. 기본적으로 신체의 자유, 즉 인권에 관한 사안인 만큼 야당도 다른 이유를 내세우지 말고 북한인권법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 ―민주당의 ‘을을 위한 국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갑의 횡포를 근절하자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1 대 99 식의 편 가르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현실엔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다. 남양유업 사건도 대리점 매출이 줄고 점주들도 힘들어졌다. 갑을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박근혜정부를 ‘삼불’(불통 불안 불신)이라고 비판했다. “지나치게 인색한 평가다. 인사문제를 불통으로 지적했다. 박근혜정부는 과거처럼 코드 인사나 패거리 인사를 하지 않았다. 나아진 측면도 있다. 북한 문제를 불안이라고 했는데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대북 원칙을 확고히 지키면서 긴밀한 국제 공조를 통해 오히려 국민의 불안을 해소했다. 공약 이행이 미흡하다며 불신을 얘기했는데 출범한 지 100일도 안 된 정부를 두고 공약 이행 여부를 판단한 것은 너무 빠른 것 아닌가.” ―통상임금에 대한 노사정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어떤 과정을 구상하나. “노사정 간에 충분한 대화를 하고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안이 나오면 국회가 그것을 어떻게 입법화할지 논의하는 것이 순서다.” ―원전 가동 중단 문제와 관련한 국회 차원의 대응은…. “지식경제부 장관 때부터 굉장히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원전 마피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래된 문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로 시스템도 갖추고 근본적인 대수술로 가야 한다.” ―정부의 ‘공약가계부’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폭 축소된 것을 두고 여당의 반발이 크다. “지방 공약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정부가 ‘공약가계부’를 발표하면서 신규 SOC사업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은 것 때문에 오해가 생겼다. 신규 사업을 시작하려면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앞으로 정부와 협조해 지방 공약 실천 계획도 내놓을 것이다.” 길진균·권오혁 기자 leon@donga.com ▼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모두 처리할 것”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을(乙)의 눈물을 닦아 주는 국회는 갑과 을을 편 가르기 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원내대표실에서, 그리고 2일 전화로 진행된 두 차례 인터뷰에서 그는 “갑의 이익이 을의 고혈을 빨아 생성된다면 건강한 환경일 수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해 민주당이 발표한 ‘세비 30% 삭감’ 문제에 대해선 “새누리당과 합의해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자신의 정치적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홍준표 식’ 국정조사는 하지 않겠다.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전반적인 공공의료 서비스의 업그레이드를 목표로 하겠다.” ―라오스에서 탈북 청소년 9명이 북송됐다. 새누리당은 북한인권법 통과를 요구한다. “북한인권법이 없어서 그런 일이 발생한 게 아니다. 재외공관의 무사안일한 업무 태도의 병폐를 단면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정부 여당의) 북한인권법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북한고립법’에 가깝다. 북한의 잘못된 태도는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 다만 교류와 평화라는 남북관계 기본 틀을 깨서는 안 된다.” ―원전 부품 비리가 계속 터진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일로 아주 심각하게 따져야 한다. 원전 사업체 간에 배타적인 카르텔을 구성한 ‘원전 마피아’가 있을 확률이 높다. 검찰의 엄정한 수사로 이를 발본색원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정조사는 그 다음이다.” ―6월 국회에서 포기할 수 없는 법안은…. “일감 몰아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재고 밀어내기와 관련된 경제민주화법안을 모두 처리하는 게 정치권의 도리다.” ―‘을(乙)을 위한 국회’는 편 가르기로 보일 수 있는데…. “현재 상황은 종속적이고 수직적인 갑을관계를 수평적이고 대등하게 바꿔야 하는 시점이다. 을의 고통을 해결해줄 뿐 아니라 갑이 건강해지도록 환경을 개선시켜 주는 것, 그것이 상생이다.” ―원내대표로서 장기 어젠다는 무엇인가. “노동과 임금,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두 가지 이슈를 보편적인 생활의제로 만드는 것이다. 노동과 임금은 노조가 구성된 사업장의 이념적 문제만이 아니다. 또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양성평등과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본질적 해법이다. 이를 위한 당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 ―안철수 의원 측은 다당제를 강조한다. “대통령중심제에서는 양당구조가 안정적이다. 의원정수 축소나 정당공천제 개선이 곧 정치쇄신이라 말하는 것은 국민 기만행위다. 정치쇄신의 가장 핵심적 의제는 권력구조 개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헌특위가 구성돼야 한다. 분단국가에서는 독일식 내각책임제가 맞다고 생각한다.”민동용·이남희 기자 mindy@donga.com}
“이제는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의 주인공이고 싶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요즘 보좌진이나 기자들에게 종종 하는 얘기다. 안 의원 측은 안 의원이 지난해 대선 이후 82일간 머물렀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연유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안 의원은 숙소 인근 스탠퍼드대를 산책하다 학내에서 열리는 세미나나 강연회를 참관하곤 했는데, 한 유명 배우의 강연을 듣고서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 배우는 “영화 주인공은 배역의 캐릭터가 길어야 6개월 간다. 그러나 TV 드라마의 주인공은 캐릭터가 오래 지속된다”고 했다는 것. 극장에서 단기간 상영되는 영화 속 캐릭터는 금세 사람들에게서 잊혀지지만, ‘24’나 ‘CSI’처럼 길게는 10년 가까이 방영되는 드라마의 경우에는 주인공이 배역의 캐릭터와 동일시되면서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된다는 취지였다. 안 의원 측의 한 인사는 30일 “안 의원은 지난해 대선 때의 자신에 대해 영화 주인공 같았다고 인식하는 듯하다”고 했다. 진면목을 드러냈다기보다는 ‘반짝’ 하고 주어진 캐릭터에 끼워 맞춰 산 것이란 생각을 하는 것 같다는 얘기다. 그래서 안 의원이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하는 것은 드라마 주인공처럼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고 각인하는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장기적인 흥행’에 성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그는 풀이했다. 안 의원이 추구하는 ‘새 정치’라는 목표는 단숨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긴 호흡을 갖고 한 발 한 발 움직이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하는 주변 인사들도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비판한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박지원 의원도 “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은 누구도 용납할 일이 아니다”고 가세했다. 김한길 대표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을 모욕하면 대한민국 국민이 모욕감을 느낀다”고 지적한 데 이어 이틀째 북한을 비판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성 김 주한미국대사와 면담을 한 자리에서는 “한반도 문제가 미국 정부의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려나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된다”며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주문했다. 민주당이 그간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보다는 중국의 역할을 강조해온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6자회담 재개 문제에 대해서는 온도 차이를 보였다. 김 대표는 “비핵화를 전제로 6자회담이 열린다는 것은 순서가 바뀐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고 따졌다. 성 김 대사는 “비핵화를 위한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보장 없이 서둘러 협상을 재개하는 데는 아주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천하이(陳海) 주한 중국대사관 부대사는 이날 지난달 하순 한중친선협회 차원으로 중국을 방문했던 여야 의원 10명을 초청한 만찬 행사에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시비곡직(是非曲直)을 분명히 해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 참석 의원이 전했다. 이는 북핵 문제 등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져 원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공개 석상에서 ‘윤창중 사태’를 사과했지만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면서 공세를 이어갔다. 전날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이남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비서진들의 총사퇴를 요구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김한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박 대통령은 ‘오기 인사’가 불러온 나라 망신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인사원칙을 천명해야 한다”며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근원적 책임자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 “청와대가 파악한 진상을 밝히고 신속하게 책임질 사람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위기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상황이 마감된다”며 청와대 위기관리 시스템의 개선을 주문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잘못된 인사를 강행한 대통령 본인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만큼 인사 잘못에 대한 사과가 먼저 이뤄졌어야 했다”며 “공직기강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박 대통령의 사과 형식에 대해서도 “살짝 비켜 가려고 한 것 아닌가. 스스로 나와서 국민에게 하는 직접적인 사과를 요구했는데 이를 피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사건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윤 전 대변인 사건과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는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최고위에서 “청와대가 엄중하고 빠른 진상 규명을 한 뒤 철저한 처벌 또는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윤창중 사건으로 인해 큰 성과가 덮여 버리고 이상하게 방향이 돌아가고 있다. 방미 성과가 실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전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개기월식이 있어 달이 가려져 있다 하더라도 지구의 그림자 뒤에는 활짝 핀 보름달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사무총장직을 사의한 서병수 의원은 “혁혁한 성과 등을 감안하면 좋은 일에는 항상 ‘마(魔)’가 있기 마련”이라고 발언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민동용·권오혁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