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회의록’ 정치권 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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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金 회의록 행방불명]
盧측 “회의록 MB정부가 선거 악용”… MB측 “어이없다… 기록원 보안 철저”

운영위 긴급 전체회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실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18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왼쪽)과 하종목 대통령기록관장이 뭔가를 얘기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운영위 긴급 전체회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실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18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왼쪽)과 하종목 대통령기록관장이 뭔가를 얘기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 18일 정치권은 ‘사라진 회의록’의 책임 공방으로 뜨거웠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대통령기록물의 생산, 유통, 보관을 담당했던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 김경수 전 대통령연설기획비서관, 그리고 이창우 1부속실 행정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기록원이 끝내 회의록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기록원의 참여정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에서 5년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기록관장을 직권면직 처리해 기록관에서 쫓아냈다”며 “이명박 정부가 일방적으로 관리한 회의록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에 악용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유출된 의혹이 드러났다”고 전 정부를 겨냥했다. 이명박 정부가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기록관 내부에서 회의록을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문재인 의원도 이날 트위터에 “지정기록물 제도는 기록생산 정부와 생산자가 일정 기간 그 기록으로 인해 정치적 공격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 맞습니까?”라며 “그런데 우리는 온갖 핍박을 당하고, 기록을 손에 쥔 측에서 마구 악용해도 속수무책 우리의 기록을 확인조차 못하니, 이게 말이 됩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역시 이명박 정부에 회의록이 실종된 책임을 묻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말 어이가 없다”며 “기록원이 어떻게 대통령기록물을 관리하고 지정기록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까지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감히 하지도 못할 말”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라는 얘기다.

민주당은 회의록 실종의 책임을 이명박 정부에 돌리면서도 내심 회의록이 없다는 사실에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배재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황망한 심경을 감출 수 없고, 납득할 수도 없다”며 “대화록 부재가 확인된다면 국민적 의혹의 눈초리가 국가기록원을 관리해온 이명박 정부로 쏠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회의록 원본 공개를 통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을 정리하려다가 자칫 회의록의 실체도 보지 못할 지경에 몰리자 ‘회의록 원본 공개’를 처음 요구한 문 의원에게 원망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회의록을 공개해도 NLL 공방은 계속되리라고 우려했는데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새누리당은 회의록 원본이 기록원에 없다는 것을 확신하는 분위기 속에 친노 진영을 겨냥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당시에 문서를 (대통령기록관에) 이전했다는 것에 일차적으로 주목해야 한다”며 “정확히 다 찾아봐도 없다면 과연 제대로 전달된 것인지, 보관은 제대로 된 것인지, 제대로 이전됐다면 분실 또는 손상된 것인지 (확인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불리한 기록을 폐기하도록 지시했거나 퇴임하면서 관련 기록을 봉하마을로 가져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록 파문을 놓고 “없는 자료를 찾기 위해 여야가 헛심을 쓰는 것 아니냐”며 “논란이 해소되기는커녕 정쟁만 확대돼 결국 국민만 힘들게 하고 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동용·권오혁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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