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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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4-15~2026-05-15
연극28%
문화 일반20%
인사일반13%
무용10%
문학/출판10%
칼럼7%
미술3%
미국/북미3%
역사3%
기타3%
  • BTS 정국 ‘세븐’, 빌보드 ‘핫 100’ 진입과 동시 1위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26·사진)의 솔로 데뷔곡 ‘세븐’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서 진입과 동시에 1위를 차지했다. K팝 솔로 가수가 ‘핫100’에서 진입과 동시에 1위에 오른 건 같은 팀 멤버 지민의 ‘Like Crazy’에 이어 두 번째다. 빌보드는 24일(현지 시간)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국의 ‘세븐’이 제이슨 올딘의 ‘Try That in a Small Town’과 모건 월런의 ‘Last Night’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정국은 이날 팬 커뮤니티인 위버스에 “더 위로 가자”란 소감을 남겼다. 빌보드는 이번 순위를 공개하기 전 분석 기사에서 “역대 가장 치열한 핫100 차트 경쟁”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팬덤이 두꺼운 올딘, 월런과 미국 10대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이 1위를 놓고 다퉜기 때문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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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민-소수자 위한 사랑 노래… 우린 다르기엔 너무 같죠”

    지워지고 번진 흔적이 그대로 남은 목탄 그림이 흐르듯 움직이고, 음악은 ‘우리를 갈라놓고 가로막기에 바다는 너무 얕다’고 위로한다. 제주 포도뮤지엄에서 볼 수 있었던 뮤직 애니메이션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의 음원이 전시 1년 만에 공개됐다. 동명 기획전의 취지를 담아 미술가 최수진과 음악가 나이트오프가 협업한 작품이다. 음원 공개 후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개인 플레이리스트에 이 곡을 포함시키며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최수진과 나이트오프를 17일 서울 용산구 티앤씨재단에서 만났다. 포도뮤지엄의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전은 이주민과 디아스포라(이산)가 겪는 어려움을 담았다. 전시의 취지를 음악과 영상으로 압축해 담은 것이 최수진과 나이트오프의 동명 작품이다. 나이트오프는 밴드 ‘못(Mot)’의 멤버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이이언과 ‘언니네이발관’의 기타리스트 이능룡이 결성한 듀오다. 세 예술가는 각자의 특성을 조금씩 양보하며 협업을 통해 작품을 만들었다. 색채가 돋보이는 회화 작업을 했던 최수진은 흑백 목탄에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을 그렸고, 개인의 내밀한 감정을 다뤘던 나이트오프는 보편적 사랑을 이야기했다. 이능룡은 “평소에는 음악을 먼저 만들고 영상을 제작했는데, 이번에는 함께 완성해 나가는 방식이어서 너무 우리의 색깔로 나아가지 않게 절제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영상은 마을에서 쫓겨난 주인공이 물에 빠진 강아지를 구하고, 이를 통해 배척당하던 마을에서 이해받는 내용을 그린다. 최수진은 4개월간 매일 목탄 그림 7000컷을 그리고, 이 중 4000컷을 영상에 사용했다. 그는 “그동안 목탄과 지우개 가루로 작업실이 가득 찼다”며 웃었다. 그리고 지우고 또 그리며 계속되는 영상은 ‘우린 다르기엔 너무 같다’는 노래 가사처럼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이어준다. 그는 “사람 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과정을 담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가사를 쓴 이이언은 난민뿐만 아니라 소수자를 위한 노래, 더 나아가 사랑 노래로 들리길 바랐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노래를 만들면 자칫 투박한 구호처럼 될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며 “지금까지 한 가사 작업 중 가장 오래 걸리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노래에서 ‘오래된 오해들을 웃어버려요’라는 부분은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날려 버린다는 의미도 되지만 연인의 화해로도 들린다. 그는 “사람들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곡이 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음원으로 공개된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는 8월 초 300장 한정판 LP로 발매된다. 포도뮤지엄의 동명 전시는 9월 3일까지 이어진다.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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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대 작가 3인, ‘욕망’에 자기최면을 걸다

    개개인이 갖는 욕망과 신체에 대해 탐구한 30대 작가 3명의 작품을 모은 전시 ‘오토힙노시스’(자기 최면)가 서울 강남구 지갤러리에서 8월 12일까지 열린다. 올해 처음 만들어진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자 우한나(35), 오가영(31), 듀킴(38)의 조각·설치 작품 1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예술가들의 작업이 개인의 욕망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려는 일종의 기술이라고 보고 ‘자기 최면을 건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런 주제 아래 우한나 작가는 여성의 신체나 피부를 연상케 하는 형태의 천 조각을 만들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커다란 바늘 조각도 등장했는데, 자신의 작업에서 중심이 되는 바느질 행위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국내뿐 아니라 홍콩 파라사이트, 영국 런던 현대미술연구소(ICA) 등 해외에서도 활발히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듀킴 작가는 신체에 관련된 금기와 욕망을 더 직접적으로 다룬다. 설치 작품 ‘미드나잇 선’에서 부드러운 실리콘을 금속으로 꼬집고, 그 아래로 체인을 달아 긴장감을 자아내는 식이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있는 오가영 작가는 사진을 디지털 데이터로 옮긴 뒤 자유자재로 변형하는 것을 통해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모닝 파크 스네일’은 어디에나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 달팽이를 외국인 유학생으로서 자신의 처지에 비유했다.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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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깨 힘 빼고 농담 더하고, 이래도 전시가 되네[영감 한 스푼]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오늘은 ‘영감 한 스푼’에 새로운 맛을 더해줄 게스트 필자를 모셨습니다. 큐레이터, 통번역자,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재용님께서 올해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의 유쾌한 전시들을 감상한 소감을 들려드립니다.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재용님이 ‘우리 한국의 전시들도 이렇게 농담도 하고 어깨에 힘을 뺐으면 좋겠다’며 나눈 이야기에서 이 뉴스레터는 시작되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아래에서 만나보세요 :)(*게스트 필자의 견해는 본 뉴스레터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비엔날레 전시 다 보기’…그 무모한 걸 해내다!많은 예술계 사람들에게 베니스 비엔날레는 일종의 도시 전설입니다. 여기저기서 소식을 듣긴 하지만 실제로 방문하는 사람은 드물고, 막상 방문을 하더라도 며칠 만에는 절대 다 볼 수 없는 규모거든요.‘베니스 비엔날레’라고만 하면 큰 전시 하나만 열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해 비엔날레 주제를 담은 (수백 명의 작가를 선보이는) ‘주제전’과 세계 각국이 저만의 전시를 선보이는 ‘국가관’, 거기에 수십여 개의 ‘병행전시’, 심지어 비엔날레 기간 동안 베니스 전역에서 열리는 또 다른 전시들까지…이 모두를 합치면 비엔날레가 열리는 6개월 동안 족히 100개 이상의 전시가 동시에 열립니다. 그러니 ‘언젠가 한 번은 비엔날레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봐야지’라는 다짐은 ‘올해는 꼭 다이어트에 성공해야지’라는 새해 다짐처럼 실현하기 쉽지 않고, ‘베니스 비엔날레를 봤다’는 말만으로는 도대체 그 많은 전시 중에 얼마만큼을 본 건지 알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무시무시한 규모를 자랑하는 예술 이벤트인 덕분에 베니스 비엔날레를 ‘올림픽’과 비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참, 우리가 아는 그 ‘올림픽’에 실제로 예술 부문이 존재한 적도 있었답니다. 이것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그리고, ‘2년에 한 번’이라는 의미의 ‘비엔날레’는 미술만 아니라 건축도 다루고 있습니다. 미술 비엔날레는 1895년에 시작해 내년으로 60회를 맞이하고, 건축 비엔날레는 1980년에 시작해 올해로 18회를 맞이했습니다.주로 한국에서 비평가,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저는 작년부터 새해 다짐만 같았던 ‘베니스 비엔날레 전부 다 보기’를 실천하기 위해 주변 동료들과 함께 아예 팀을 꾸려 베니스에서 몇 주 동안 시간을 보냈습니다.100여 개의 전시를 하나씩 다 보고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만든 팀의 이름은 ‘베니스로 떠난다’는 뜻의 ‘오프투베니스’인데요, 정직한 이름으로 팀을 만든 덕분인지 작년과 올해 미술, 건축 비엔날레에서 200여 개의 전시를 빼놓지 않고 볼 수 있었습니다.선발 과정을 거쳐 전시를 선보이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뭐든 보여준다면 왠지 엄청나고 비장하고 진지하고 심각한 내용이어야만 할 것 같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비엔날레의 주제전이나 각 국가별 전시 등에 참여하는 작가나 큐레이터, 건축가가 되었다고 상상해봅시다. 베니스 비엔날레 참가는 그야말로 일생일대의 기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르는, 6개월 동안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수십만 명의 전문가와 일반 관람객에게 자신의 작업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인 것이지요.그래선지 작년과 올해 미술과 비엔날레에서 본 수 많은 전시 중엔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것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작년 미술 비엔날레 기간 중에 독자적으로 열린 안젤름 키퍼 작가의 전시가 그랬습니다. 키퍼는 베네치아 총독의 관저이자 정부 시설로 쓰였던 ‘두칼레 궁전’에 있는 53×25×10미터 크기의 공간을 거대한 회화 작품으로 가득 채웠습니다.많게는 2000명의 사람이 모여 일하고 회의했던 곳을 21세기의 미술가 한 명이 자신의 작품 한 점으로 가득 채우다니… 전시를 볼 때는 감탄사를 연발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과했던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일시적으로 설치되어 폐기되는 작품이나 전시장 구조물은 대부분 재활용도 할 수 없는 소재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그래서일까요? 작년 미술 비엔날레에 이어 건축 비엔날레를 낱낱이 관람하기 위해 베니스를 찾은 올해는 거대하고 웅장한 설치물이나 엄청난 담론을 제시하는 작품, 전시보다 모두가 평소보다 심각한 척 어깨에 힘을 잔뜩 준 베니스에서 유쾌하게 농담하듯 선보이는 전시와 작품이 더 눈에 띄었습니다. 물론, 저 또한 유머가 희박한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 그런지 진지한 생각은 왠지 심각한 표정과 힘이 잔뜩 들어간 모습으로만 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버리기 쉽지 않았지만요.● 전시장 앞 등장한 ‘변기 살해 현장’(!)하지만 29개 국가가 영구적인 ‘파빌리온’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자르디니’ 공원에서 마주친 ‘변기 살해 현장’은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얀 수세식 변기를 산산조각낸 다음 전시장 앞에 파헤친 땅에 반쯤 드러나게 묻어놓고는 접근 차단봉을 둘러놨거든요.그런데 이 ‘사건 현장’은 핀란드 파빌리온이 선보인 전시 <Huussi>(‘후우씨’라고 읽습니다)의 도입부였습니다. ‘후우씨’는 핀란드의 전통 퇴비 화장실(한국에서는 이를 ‘푸세식’이라고 부릅니다)을 부르는 명칭인데요, 핀란드는 올해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예술 감독 레슬리 로스코가 제시한 “미래의 실험실”이라는 주제에 맞춰 전 세계의 수세식 화장실을 푸세식 퇴비 화장실로 교체하겠다는 진지하지만 농담 같은 내용으로 전시를 꾸몄습니다.자르디니 공원에 독립적인 건물이 없는 대부분의 나라가 전시장으로 사용 중인 옛 해군 병기창 ‘아르세날레’ 건물에선 건축 전시 아이디어를 쇼핑할 수 있는 팝업 슈퍼마켓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컴컴하고 길쭉한 건물을 칸칸이 나눠 각 나라의 전시가 이어지는 아르세날레 건물에서 도무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전시의 행렬 가운데 목이 말랐던 저는 어두운 전시장 너머로 (한국의 편의점처럼) 익숙한 조도의 빛을 보고선 시원한 음료수를 기대하며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찜통 더위 탓에 근처에 가기도 어려운 건물 밖 간이 매점을 대신해 쾌적한 실내 매점이 생긴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하지만 그곳은 다름 아닌 라트비아의 전시장이었습니다. 라트비아가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 처음 참가한 2002년부터 2021년 비엔날레까지 참여한 나라들이 각자의 전시를 통해 제안한 506개를 장바구니에 담아 계산할 수 있는 ‘건축 전시 아이디어 슈퍼마켓’을 만든 거죠.이곳에선 세계 각국이 비엔날레에 참여하며 주제로 삼았던 여러 아이디어를 담은 쇼핑 카탈로그도 한 부 얻을 수 있었는데요, 한국의 베니스 비엔날레 참여 역사상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받았던 전시 <한반도 오감도>가 ‘2014년도의 핫픽’으로 실려 있기도 했습니다. (506가지 건축 전시 아이디어를 쇼핑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도 마련되어 있으니, 한 번 들러보시길 추천드립니다.)이외에도 “집”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정말로 집을 한 채 빌려 비엔날레 기간 동안 ‘퍼포머’들이 돌아가면서 그곳에서 전시장 지킴이 겸 세입자로 살아가는 전시를 선보인 에스토니아, 지난 미술 비엔날레의 폐 건축 자재를 모아 온오프라인에서 열람할 수 있게 만든 독일 등 “미래의 실험실”이라는 진지한 주제를 이보다 더 경쾌한 농담처럼 풀어낼 수 있을까 싶었던 나라가 많았습니다.이런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들은 분명 농담을 잘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 경쾌한 전시들은 결코 밝지 않은 지구의 미래를 건축을 통해 풀어내는 전시라면 어련히 심각한 그래프와 도면, 정교한 모형으로 가득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저를 머쓱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비평가로서 또 큐레이터로서는 베니스에 우연히 만난 진지하되 가벼운 농담 같은 건축 전시를 한국에서도 더 많이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는 경험이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한 번쯤 그런 전시를 기획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기도 했고요. 지금까지 베니스에서 만난 많은 전시, 특히 한국관을 장식했던 전시들을 생각해보면 왠지 “농담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부터 떠오르거든요.◆ 박재용큐레이터, 통번역가, 비평가로 활동합니다. 동시대 예술과 이론 서가 ‘서울리딩룸’을 운영하는 장서광이기도 합니다. 베니스 비엔날레의 모든 전시를 다 훑어 보기위해 팀 ‘오프투베니스’를 동료들과 만들었고, 리서치 밴드 ‘NHRB’에서는 프런트맨을 맡고 있습니다. 올해 건축 비엔날레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내년 베니스 미술 비엔날레 방문을 위한 숙소 예약을 마쳤습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2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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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미로서 마주친 한국 설화… 뿌리 찾아가는 여정

    험상궂은 짐승과 할머니 신이 중앙을 지키고, 좌우로 알록달록한 색동 조각보가 걸렸다.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는 듯 불길한 분위기의 입구를 지나면 비좁은 통로로 가득한 미로가 나타난다. 관객은 어리둥절한 채 미로 속에서 벽에 걸린 작은 그림과 조각들을 만난다. 마침내 미로를 빠져나오면 마치 광장 가운데 무대처럼 설치된 전시대 위에 대형 회화 ‘트릭스터, 잡종, 짐승’(2023년)이 보인다. 한국계 캐나다 작가 제이디 차(40)의 국내 첫 개인전이 13일 열렸다. 차 씨는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에서 문을 연 ‘구미호 혹은 우리를 호리는 것들 이야기’ 전시에서 한국 문화와 설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33점을 선보인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한국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고 자란 차 씨는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라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끝에 그는 한국 역사와 민속, 신화를 공부했다. 그리고 거기서 얻은 이미지를 대중문화 등 동시대 문화와 결합해 작품으로 선보이며 미술계에서 빠르게 주목받았다. 이번 전시장 입구의 작품 ‘안내자와 짐승’ 역시 청바지의 소재인 데님을 이용해 한국 전통 신화 속 해태를 형상화한 것이다. 지난해 차 씨는 런던 공공미술관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 ‘바리공주’를 소재로 개인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전시에서 미술관에 한옥을 지었던 그가 이번 전시에선 가벽으로 미로를 만들어 눈길을 끈다. 차 씨는 “우선은 관객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지루함 없이 작품을 보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시 공간은 입구와 미로, 광장까지 크게 세 곳으로 구성됐다. ‘불길하고 초현실적인 입구’에서 ‘혼란스러운 미로’를 지나 ‘넓은 세계가 열리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낯선 세상에 태어나 혼란을 겪다가,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단단한 뿌리를 갖게 되는 성장 과정을 담은 것이다. 차 씨는 “내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조상과 연결되는지, 내가 겪은 심리적 여정을 담았다”고 했다. 이런 구성 속에 전시된 작품 ‘할머니 산’ ‘미래의 우리들’ 등은 주류 사회의 울타리에서 밀려난 것들을 주인공으로 다시 탄생시킨다. 무력하거나 불쌍한 존재로 여겨졌던 할머니는 지혜롭고 강인한 여신으로, 여우 갈매기 등 캐나다에서 천덕꾸러기 취급 받는 동물들은 신비로운 존재로 그려진다. 전시 제목의 구미호 역시 영리하고 진취적인 주체를 뜻한다고 한다. 10월 12일까지. 5000∼8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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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영웅, 팬클럽 이름으로 2억 기부… 김혜수-싸이-유재석 등 성금 1억씩

    연예인들도 이재민을 위해 기부에 나서고 있다. 가수 임영웅은 소속사와 함께 팬클럽 ‘영웅시대’ 이름으로 17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억 원을 전달했다. 배우 김혜수와 가수 싸이, 방송인 유재석도 이날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각각 1억 원을 기부했다. 유재석은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분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날 배우 김우빈과 신민아, 가수 이찬원도 각각 1억 원을 전달했다. 고향이 충북 청주인 배우 한효주도 5000만 원을 기부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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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산한 예술가의 자화상, 그래도 후회는 없다[영감 한 스푼]

    렘브란트 판레인(1606∼1669)은 미술사에서 네덜란드 황금기를 대표하는 화가입니다. 평생 회화 300점, 에칭(판화) 300점, 드로잉 2000점을 남겼는데, 그중에서도 자화상을 40여 점이나 남긴 것이 독특합니다. 렘브란트가 그린 자화상 중 그가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 그린 작품이 한국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에 출품된 ‘63세의 자화상’(1669년)입니다. 평생을 치열하게 살다 마지막을 눈앞에 두고 있었던 화가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그림을 통해 자세히 만나보겠습니다.34세 예술가의 패기작품 속 렘브란트는 단출한 모습입니다. 모자와 깃에 수가 놓인 재킷을 입고 있지만,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은 그의 얼굴과 흰 머리, 그리고 옷깃 일부분일 뿐입니다. 이 그림을 X선으로 촬영한 사진에서는 그가 손에 붓을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최종 작품에서는 그것조차 사라지고, 손을 조용히 모은 채 앞을 응시하는 남자만이 남아 있습니다. 63세의 자화상을 좀 더 자세히 보기 전에,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작품을 한번 보겠습니다. 렘브란트가 34세일 때 그렸던 1640년 자화상입니다. 이번 한국 전시에는 출품되지 않았지만 영국 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한 이 작품에서 렘브란트의 포즈와 표정은 비슷하지만, 나머지는 완전히 다릅니다. 34세 렘브란트는 장식이 달린 멋진 모자를 쓰고 흰 주름이 잡힌 고급스러운 셔츠에 벨벳과 모피로 장식된 재킷을 입고 있습니다. 이때 렘브란트는 네덜란드의 가장 인기 있는 초상화가로 자신만만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그가 입고 있는 옷과 장식은 이 작품이 그려진 1640년대가 아니라 100년 전인 1520년대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이 시기는 수많은 예술가가 동경했던 르네상스 예술이 정점에 달할 무렵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왕성하게 활동했던 1490년대부터 1527년까지를 ‘하이 르네상스’라고도 부릅니다. 또 그가 팔을 걸치고 있는 난간은 티치아노의 작품에서, 또 전체적인 인물의 분위기는 르네상스 거장인 뒤러나 라파엘로의 초상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렘브란트는 이 자화상을 그릴 무렵 대가들의 작품을 보고 따라 그리기도 했기에 그 영향이 물씬 배어납니다. 특히 의미심장한 건 렘브란트가 참고한 티치아노의 작품이 이탈리아 시인 루도비코 아리오스토를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입니다. 화가보다 더 높은 지위를 가진 것으로 여겨졌던 시인의 복장과 포즈를 차용해 스스로를 표현하면서 34세 렘브란트는 젊은 패기와 자신감을 뛰어난 기교와 함께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있는 그대로, 후회는 없다이제 다시 63세의 자화상을 보겠습니다. 나를 보여주기 위해 치장했던 화려한 모든 것들이 물러나고, 오른쪽 얼굴과 이마만 환한 빛을 받고 있습니다. 보석 달린 모자에 가려졌던 검은 머리칼은 이제 은발이 되었습니다. 정면을 똑바로 응시했던 야심에 찬 눈빛은 깊이 관조하는 눈빛으로 바뀌었습니다. 성공한 화가였던 렘브란트가 이 자화상을 그렸을 때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30대 때 렘브란트는 당시 평균 집값의 10배가 넘는 고급 주택을 매입하고, 르네상스 거장들의 드로잉을 수집하며 마음껏 취향을 즐기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다 1656년 그린 대작 ‘야경’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서 수입도 줄어들게 됩니다. 이해 렘브란트는 파산을 신청하고 자신이 수집했던 예술품, 그릇, 조각, 보석 등 모든 것을 경매에 넘깁니다. 이 모든 것을 겪고 난 화가의 얼굴은 그러나 놀랍도록 차분합니다. 심지어 듬성듬성해진 눈썹과 입가의 수염까지도 자세히 묘사했죠. 이 작품에서는 특히 물감을 두껍게 쌓아 올려 처진 피부를 입체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또 얼굴 피부에 감도는 회색, 흰색, 보라, 분홍과 노랑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렘브란트는 어떤 마음으로 이 자화상을 그렸을까요. 젊은 시절 어떤 자화상들은 컬렉터에게 판매하기 위해 그린 것도 있었고, 앞서 본 34세의 자화상은 예술가로서 패기를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이 자화상에서 렘브란트는 붓도 팔레트도 던져버리고 자신의 얼굴을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 얼굴 속에 담긴 인생의 여러 순간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파산해서 화려한 모든 것들을 떠나보내고, 생계유지를 위해 그림 도구만 겨우 지키게 된 렘브란트는 불행했을까요. 삶의 마지막 순간을 앞둔 그의 표정에서 그런 불행의 감정이나 후회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어진 때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고, 그것이 준 고통이나 슬픔이 만든 깊은 주름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합니다. 화려한 성공과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것만이 아니라, 삶의 진정한 순간들을 표현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예술이기에 렘브란트가 남긴 작품들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나이 든 화가는 자신이 그런 이야기를 남기고자 최선을 다했음을, 말년의 소박한 자화상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금요일 오전 7시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하시면 이메일로 먼저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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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십자가 틈새로 빛 보고 비 맞고… 새 명상관에 자연을 담았습니다”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82)는 대표작 중 하나인 일본 오사카 ‘빛의 교회’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내부 정면의 십자가를 막고 있는 유리창을 떼고 싶다고 했다. 빛의 교회는 벽을 십자가 모양으로 뚫어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그의 소망이 드디어 이뤄졌다. 천장을 십자가 모양으로 뚫어 하늘이 그대로 보이게 설계한 건축물이 한국에 만들어진 것. 강원 원주시 뮤지엄산 개관 10주년을 맞아 안도가 만든 새 명상관 ‘빛의 공간’이다. 18일 개관하는 명상관을 16일 미리 찾았다. 노출 콘크리트로 된 건물은 삼각형 모양의 입구로 들어가면 정사각형으로 된 고요한 공간이 나타난다. 천장에는 십자가 모양의 틈이 있어 비 오는 날에는 떨어지는 비를 맞고, 맑은 날에는 태양 빛을 바로 받을 수 있다. 빛의 공간에는 그 외 어떤 장식도 없다. 이곳에서 안도를 단독 인터뷰했다. 그는 “사람이 자연과 항상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느끼도록 만든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10년간 5개의 장기를 떼내는 큰 수술을 두 번 받았지만, 목소리에 힘이 있고 눈빛도 형형했다. 이번 명상관은 ‘플라톤의 입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플라톤은 물질의 4원소, 즉 물·불·흙·공기는 각각 정이십면체, 정사면체, 정육면체, 정팔면체이며 우주는 정이십면체라고 봤다. 안도는 이러한 도형들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 “플라톤은 정사각형, 원, 삼각형 등 모든 형태의 원점인 개념들을 제시했죠. 그런 플라톤의 입체가 건축물이 된다면 이런 모양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오사카에 있는 빛의 교회도 지속적으로 방문해 빛의 공간처럼 언젠가 꼭 유리를 제거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웃었다. 그는 “그곳의 목사님은 저를 볼 때마다 ‘안도 씨, 절대 유리는 뺄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갈 때마다 목사님을 설득한다”고 했다. 빛의 공간은 제한적인 공간에서 하늘과 빛을 마주하지만, 야외보다 더 생생하게 자연을 만나게 된다. 2019년 안도가 이곳에 지은 ‘명상관’이 곡선의 돔 형태로 관람객을 감싸 안는 모양새라면, 빛의 공간은 직선형으로 더 엄숙하고 강렬한 느낌을 준다. 그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은 결국 원형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플라톤을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로마의 신전 판테온의 천장에도 유리가 없는 원형 구멍이 있다. 그처럼 자연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고 말했다. 올해 4월 뮤지엄산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 ‘안도 다다오-청춘’은 개최 3개월 만에 누적 입장객 10만 명을 돌파했다. 안도는 “나는 정치도 경제도 모르지만 (한일 양국 간) 문화는 교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점을 한국인들이 이해해 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고졸 출신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1995년)을 수상한 안도. 그는 “15세 때부터 열심히 아이디어를 연구하며 일사불란하게 일하면 결과가 나오는 것이 건축이라고 생각했다”며 “누군가 나를 볼 때도 그런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할리우드 스타 등 유명인의 의뢰에도 깐깐하게 작업을 선택하는 그는 “‘내가 만든 것을 잘 사용해 주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열심히 사는 사람과 함께 일한다”며 “뮤지엄산은 앞으로 200, 300년 이상 사용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에서 뮤지엄산을 비롯해 제주의 본태박물관과 글라스하우스,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등을 설계했다. 국내에서 새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지 물었다. 지금은 없다고 답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저와 꿈을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달리고 싶습니다.”원주=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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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공과 몰락 모두 담은 자화상… 인스타 시대 이 화가가 남긴 메시지[영감 한 스푼]

    렘브란트 반 레인(1606-1669)은 미술사에서 네덜란드 황금기를 대표하는 화가입니다. 평생 회화 300점, 에칭(판화) 300점, 드로잉 2000점을 남겼는데, 그중에서도 자화상을 40여 점이나 남긴 것이 독특합니다. 회화만 40여 점(전체 약 80여 점)이니 회화는 10%를 넘는 비중입니다.이런 렘브란트가 그린 자화상 중 그가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 그린 작품이 한국을 찾아 전시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에 출품된 ‘63세의 자화상’(1669년)입니다. 평생을 치열하게 살다 마지막을 눈앞에 두고 있었던 화가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그림을 통해 자세히 만나보겠습니다.34세 예술가의 패기작품 속 렘브란트는 단출한 모습입니다. 모자와 깃에 수가 놓인 재킷을 입고 있지만,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은 그의 얼굴과 흰 머리, 그리고 옷깃 일부분일 뿐입니다.이 그림을 X선으로 촬영한 사진에서는 그가 손에 붓을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최종 작품에서는 그것조차 사라지고, 손을 조용히 모은 채 앞을 응시하고 있는 남자만이 남아있습니다.63세의 자화상을 좀 더 자세히 보기 전에, 극명한 대비를 이룰 수 있는 작품을 한 번 보겠습니다. 렘브란트가 34세일 때 그렸던 1640년 자화상입니다. 포즈와 표정은 비슷하지만, 나머지는 완전히 다릅니다.34세 렘브란트는 장식이 달린 멋진 모자를 쓰고 흰 주름이 잡힌 고급스러운 셔츠와 그 위 벨벳과 모피로 장식된 재킷을 입고 있습니다. 이때 렘브란트는 네덜란드의 가장 인기 있는 초상화가로 자신만만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흥미롭게도 그가 입고 있는 옷과 장식은 이 작품이 그려진 1640년대가 아니라 100년 전인 1520년대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이 시기는 수많은 예술가가 동경했던 르네상스 예술이 정점에 달할 무렵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왕성한 활동을 했던 1490년대부터 1527년까지를 ‘하이 르네상스’라고도 부릅니다.또 그가 팔을 걸치고 있는 난간은 티치아노의 작품에서, 또 전체적인 인물의 분위기는 북구 르네상스 거장인 뒤러나 라파엘로의 초상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렘브란트는 이 자화상을 그릴 무렵 대가들의 작품을 보고 따라 그리기도 했기에 그 영향이 물씬 배어납니다.특히 의미심장한 건 렘브란트가 참고한 티치아노의 작품이 이탈리아 시인 루도비코 아리오소토를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입니다. 시각 예술가보다 더 높은 지위를 가진 것으로 여겨졌던 시인의 복장과 포즈를 차용해 스스로를 나타내면서 34세 렘브란트는 젊은 패기와 자신감을 뛰어난 기교와 함께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있는 그대로, 후회는 없다이제 다시 63세의 자화상을 보겠습니다. 나를 보여주기 위해 치장했던 화려한 모든 것들이 물러나고, 오른쪽 얼굴과 이마만 환한 빛을 받고 있습니다. 보석 달린 모자에 가려졌던 검은 머리칼은 이제 은발이 되었습니다. 정면을 똑바로 응시했던 야심에 찬 눈빛은 깊이 관조하는 눈빛으로 바뀌었습니다.성공한 화가였던 렘브란트가 이 자화상을 그렸을 때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30대 렘브란트는 당시 평균 집값의 10배가 넘는 고급 주택을 매입하고, 르네상스 거장들의 드로잉을 수집하며 취향을 마음껏 즐기는 삶을 살았습니다.그러다 1656년 그린 대작 ‘야경’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서 수입도 줄어들게 됩니다. 이 해 렘브란트는 파산을 신청하고 자신이 수집했던 예술품, 그릇, 조각, 보석 등 모든 것을 경매에 넘깁니다.이 모든 것을 겪고 난 화가의 얼굴은 그러나 놀랍도록 차분합니다. 심지어 듬성해진 눈썹과 입가의 수염까지도 자세히 묘사했죠. 이 작품에서는 특히 물감을 두껍게 쌓아 올려 쳐진 피부를 입체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또 얼굴 피부에 감도는 회색, 흰색, 보라, 분홍과 노랑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렘브란트는 어떤 마음으로 이 자화상을 그렸을까? 젊은 시절 어떤 자화상들은 컬렉터에게 판매하기 위해 그린 것도 있었고, 앞서 본 34세의 자화상은 예술가로서 패기를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이 자화상에서 렘브란트는 붓도 팔레트도 던져버리고 자신의 얼굴을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 얼굴 속에 담긴 인생의 여러 순간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는 것처럼 말입니다.파산해서 화려한 모든 것들을 떠나보내고, 생계유지를 위해 그림 도구만 겨우 지키게 된 렘브란트는 불행했을까? 삶의 마지막 순간을 앞둔 그의 표정에서 그런 불행의 감정이나 후회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어진 때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고, 그것이 준 고통이나 슬픔이 만든 깊은 주름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합니다.화려한 성공과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것만이 아니라, 삶의 진정한 순간들을 표현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예술이기에 렘브란트가 남긴 작품들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나이 든 화가는 자신이 그런 이야기를 남기고자 최선을 다했음을, 말년의 소박한 자화상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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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보고싶은 것만 볼 수 있는 우물 안은 천국일까

    지금의 소셜미디어와 알고리즘이 사용자 맞춤형 정보만을 제공하며 우리를 ‘필터 버블’에 가둔다면, 소설 ‘당신이 보고 싶어 하는 세상’ 속 ‘옵터’는 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시각 등 지각까지 제어하며 더 크고 강력한 버블 속에 사용자를 가둔다. 증강현실 기술로 만들어진 ‘옵터’를 사용하면 반지하에서도 오션뷰가 펼쳐지고,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은 예쁘고 잘생겨지며, 상대가 나에게 욕설을 하거나 정치적으로 다른 의견을 말해도 듣기 좋은 말로 바뀌어 들린다. 이렇게 늘 원하는 것만 보고 듣는다면 우리는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장강명의 새 소설집인 이 책은 심훈문학대상을 받은 표제작을 포함해 일본의 권위 있는 공상과학(SF) 문학상인 성운상 해외 단편부문 후보작에 오른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등 단편 7편을 수록했다. 이번 소설집의 장르를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SF’로 규정한 저자는 과학과 기술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양한 상상력과 이야기로 풀어 나간다.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에서는 타인의 기억을 주입할 수 있는 ‘체험 기계’가 등장한다. 나치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1906∼1962)이 아우슈비츠 생존자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체험하고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기자의 시선으로 서술한다. 이를 통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도덕적 황금률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땐 비극을 낳는다고 역설한다. “타인은 지옥이고, 어쩌면 그 지옥이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곳에 있음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면서. 여러 편의 소설은 공통적으로 기술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결핍과 염원에 의해 전개된다는 걸 보여준다. 원하는 것만 보고 들으려는 마음이 필터를 만들고, 끔찍한 고통을 보상받으려는 마음이 ‘체험 기계’를 만들며, 관계의 불안에 대한 두려움이 ‘데이터 시대의 사랑’ 속 앱을 탄생시킨다. 그러나 그런 미래가 열렸을 때 펼쳐지는 새로운 혼란을 비추며 책은 묻는다. 기술이 정말 우리의 결핍과 아픔을 채워줄 수 있느냐고, 그것은 또다시 우리의 문제가 아니냐고.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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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독 수교 140주년 기념전 ‘베를린에서 서울로: 지평선 넘어’

    한독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한국 작가 8인, 독일 작가 8인의 작품 86점을 선보이는 전시 ‘베를린에서 서울로: 지평선 넘어’가 서울 갤러리 3곳에서 나뉘어 열리고 있다. 지난해 독일 베를린의 베르벨 폰 룩스부르크 갤러리에서 열린 ‘베를린, 서울을 만나다’전을 국내에서 새롭게 기획한 전시로, 서울 종로구 초이앤초이 갤러리, 강남구 호리아트스페이스 및 아이프라운지에서 볼 수 있다.한국과 독일의 젊은 미술가들이 ‘정체성’과 ‘존재’라는 공통된 주제를 회화와 입체 설치 등 다양한 형식으로 선보인다. 참여 작가는 데이비드 레만, 프릿츠 본슈틱, 헬레나 파라다 김, 레브 케신, 피터 헤르만, 로버트 판, 세바스티안 하이너, 수잔느 로텐바허, 정재호, 송지혜, 송지형, 남신오, 정소영, 이태수, 변웅필, 전원근이다.변웅필은 외모가 개인의 가치를 결정하는 사회에 느끼는 회의를 인물화로 표현한다. 헬레나 파라다 김은 한복 시리즈를, 정재호는 근대화 시대의 건물을 회화로 그렸다. 정소영의 설치 작품은 생태계의 법칙에 인간성을 빗대어 표현한 개념미술을 선보인다. 피터 헤르만은 도시의 일상을, 프릿츠 본슈틱은 버려진 물건들을 재조명한다. 송지혜는 과장된 표현방식으로 평범하고 우스꽝스러운 현대인의 삶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전시는 8월 24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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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에 대한 애정과 비판, 박수근과 통해”

    “박수근 화백(1914∼1965)이 가난했던 사람들의 선함과 진실에 천착했다면, 저는 그런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그리겠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박 화백의 형식적, 미학적 성취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깨달았습니다.”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서 13일 열린 제8회 박수근미술상 시상식에서 수상자 노원희 작가(75)가 말했다. 그는 “박 화백이 작품을 그리던 1950, 60년대에는 찬란한 별이 빛나는 밤하늘이 있었고 그 하늘을 마당 있는 집에서 바라봤다”며 “고르게 가난했지만 인간의 품위와 존엄을 지향했던 그 시절의 정신을 작품에 어떻게 살려야 할지 지금까지 고민해 왔고 앞으로도 고민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화백의 예술혼을 기리는 뜻에서 제정된 박수근미술상은 동아일보와 양구군, 강원일보, 박수근미술관이 공동 주최한다. 이인범 박수근미술상 운영위원장은 “평생에 걸쳐 은유적, 서정적 감수성으로 일상과 현실에 대한 애정과 비판의식을 표현한 노 작가의 작품세계는 박 화백의 예술 정신과 맥이 통한다”고 했다. 박 화백의 장녀인 박인숙 박수근미술관 명예관장은 “아버지의 예술 세계는 가난 속에 핀 꽃”이라며 “아버지가 화가의 꿈을 키웠던 이곳에서 노원희, 차기율 작가(전년도 수상 작가)를 모실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노 작가는 올곧은 자세와 작품성을 지켜온 정신적 고결함이 박 화백의 삶의 태도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노 작가는 이날 박 화백의 작품 ‘아기 업은 소녀’(1963년)를 조각으로 만든 상패와 창작지원금 3000만 원을 받았다. 제7회 박수근미술상 수상 작가인 차기율 인천대 조형예술학부 교수(62)의 개인전도 이날 개막했다. 차 교수의 작업 세계를 아우르는 회화, 설치, 기록물 등 200여 점이 10월 15일까지 전시된다. 차 교수는 “고난을 이기고 우뚝 선 박 화백을 흠모해 왔다”며 “더 전진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고 성실하고 뜨겁게 작업에 임하겠다”고 말했다.양구=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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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출신 시야오 왕, 국내 첫 개인전… 오일스틱-목탄 그림 8점 무료 전시

    흰 캔버스 위에 목탄으로 그어 내려간 선이 춤을 추듯 흐르고, 그 선의 끝에는 터진 폭죽처럼 색들이 매달려 있다. 오일스틱(막대 형태의 유화 물감)으로 그은 색과 목탄으로 그린 검은 선은 손끝으로 문질러 번지기도 해 움직임이 느껴진다.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국 출신 작가 시야오 왕(31)의 작품들이 처음 한국을 찾았다. 서울 강남구 페로탕 도산파크는 4일부터 시야오 왕의 개인전 ‘알롱제’를 열고 있다. ‘알롱제’는 발레에서 동작의 시작이나 끝에 팔을 뻗어 몸을 길게 늘이는 것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동작이 흐트러지지 않고 완성될 수 있도록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상태인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순간이 캔버스 위에 선을 그리기 직전의 마음과 비슷하다고 보았다.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신작 8점은 이렇게 마음을 집중하고 즉흥적으로 그린 추상화(사진)들이다.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명상을 하듯 떠오르는 생각을 흘려보내고, 몸의 감각에 집중하며 선을 그린다고 한다. 감각을 더 예민하게 느끼기 위해 발레를 배우고 있다. 산등성이를 떠올리게도 하는 선의 모습에 대해 그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중국 충칭은 산이 많고 앞으로는 양쯔강이 흘렀다”며 어릴 적 성장 배경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정적이며 감각적인 작품으로 최근 미술 시장에서 빠르게 주목받고 있다. 영국 런던 마시모데카를로, 독일 베를린 쾨니히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페로탕 개인전은 프랑스 파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의 작업을 추천받은 페로탕 갤러리 설립자 에마뉘엘 페로탕이 베를린 작업실을 방문해 30분 만에 전시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8월 19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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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8회 박수근미술상 노원희 작가

    화가 노원희 씨(75·사진)가 제8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로 10일 선정됐다. 동아일보와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 강원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이 상은 박수근 화백(1914∼1965)을 기리는 뜻에서 2016년 제정됐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노 작가는 1980년부터 민중미술을 이끈 ‘현실과 발언’ 창립 동인으로 활동했다. 구상 회화를 통해 한국 사회가 당면한 정치 사회 역사 젠더 환경 등 이슈에 대한 문제의식을 표현해 왔다. 심사단은 “노 작가는 일상과 현실에 대해 애정과 비판의식을 갖고 이를 서정적이고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치열한 작가 정신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13일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서 열린다. “사회사 없는 개인사 없어”… 40년간 화폭에 담은 ‘민중의 삶’ 엄혹한 1960년대 대학신문 기자시위대 취재하며 현실 문제 고민… 인권 변호사 조영래도 취재 “결핍 채우려 가정-작업활동 병행… ‘비판적 현실주의 작가’ 불렸으면” 노원희 작가(75)가 서울대 미대생이었던 1960년대. 당시 캠퍼스였던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은 위수령으로 군인이 늘 있었고 학교는 수시로 휴업했다. 서울대 대학신문 기자였던 그는 시위대를 따라다니며 현장을 취재하고 발언을 기록했다. 그런 그의 작품에는 일상에 숨은 공포와 폭력이 감돈다. 1980년 작품 ‘한길’은 어린이들이 노는 장면을 묘사했지만 먹구름이 잔뜩 꼈고, 한 아이가 굳은 표정으로 총구를 겨누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작품은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하이라이트’전에 미술관 대표 소장품으로 소개됐다. 서울 종로구의 자택에서 5일 만난 노 작가는 “사회사가 없는 개인사는 없다”며 “대학생 때 학보사 기자를 하며 자연스럽게 갖게 된 정치와 사회에 대한 관심이 작품에서 현실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에 가는 버스 안에서 전화로 수상 소식을 들은 그는 반나절 동안 시장을 거닐며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수상 전시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덜컥 걱정이 됐다는 것이다. 박수근의 작품 세계를 되짚어본 그는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박수근이 독학으로 탄탄한 조형 세계를 구축한 것이 놀라웠습니다. 그가 활동했을 당시 서민은 공동체 구성원 전부였죠. 다 같이 가난한 보통 사람들의 선함과 진실을 표현하고자 노력했고, 거기서 근원적 정신성이 느껴졌습니다.” 박수근의 다음 세대인 자신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그로 인해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다룬다고 설명했다. 노 작가는 인권변호사로 유명한 조영래 변호사가 대학 1학년일 때 그가 발언한 좌담회 현장을 취재했고, 1970년대 후반에는 야학운동가들과도 가깝게 교류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회 문제를 화폭에 담았다. 1980년부터 ‘현실과 발언’ 창립 동인으로 활동한 그는 민중미술가로도 불린다. 이에 대해 그는 “민중미술가라고 하면 민중의 삶에 동화되어 살아가야 하는데, 내가 그렇게 살고 있나 의문이 들 때도 있다”며 “비판적 현실주의 작가라는 명칭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삶의 큰 변화가 생긴 계기로 결혼을 꼽은 그는 여성의 현실에 대해서도 다뤘다. 거리에 널브러진 조리 도구 앞에서 프라이팬을 든 여성들이 우뚝 서 있는 2018년 작품 ‘무기를 들고’는 40년간 주부로 살며, 살림살이하는 사람들이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의식을 담았다. 노 작가는 “결혼 이후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작업 활동을 못 하게 된 작가들은 항상 결핍을 느낀다”며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가정생활을 하면서도 근근이 작업 활동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광화문에서 피켓 시위하는 사람들처럼 일상에서 만나는 사회 문제를 여전히 다루는 그는 최근 산업 재해를 주제로 몇 편의 작업을 해왔고, 당분간은 이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982년부터 2013년까지 부산 동의대 미술학과 교수를 지냈다. 제8회 박수근미술상은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인범 아이비리인스티튜트 대표)가 추천위원 5명을 위촉했고, 추천위원이 후보 11명을 선정해 심사위원회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다. 심사위원회는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이 위원장을 맡았고,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 김현숙 KISO 미술연구소장, 이준 삼성문화재단 자문위원, 윤동천 전 서울대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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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달새 10만명… ‘서양 미술사 교과서’ 같은 전시에 반했다

    국내 서양 미술 전시에서 르네상스 시대 회화는 만나기 쉽지 않다. 르네상스 시기인 15, 16세기 그려져 오래된 데다 초기에는 프레스코화처럼 벽에 그린 것이 많아, 작품이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경우가 적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20세기 초 인상주의까지 폭넓게 다뤄 눈길을 끈다. 최근 10년간 국내 미술 전시에서 볼 수 없었던 시대를 아우르고 있어 “서양 미술사 교과서 같은 전시”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2일 개막한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전이 10일 관람객 10만 명을 돌파한다. 하루 평균 2600여 명이 찾는 이 전시는 사전 예약이 마감되어도 현장에서 표를 바로 구매해 관람할 수 있다. 전시를 보다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7일 선유이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에게 들었다.● 미술사로 이해하는 세계사이번 전시는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수집 정책 덕분에 가능했다. 내셔널갤러리는 13세기부터 20세기까지 시대순으로 중요한 작품을 골고루 수집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에 전시 구상 단계에서부터 ‘작은 내셔널갤러리를 보여주겠다’는 콘셉트를 국립중앙박물관에 제안했다. 선 학예연구사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후기 인상주의까지 주요 작품이 다수 포함됐고,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뿐 아니라 네덜란드까지 다양한 국가의 명화들로 구성돼 있다”고 했다. 이어 “르네상스 예술로 신항로 개척, 과학 발달 등 당시 사회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듯이 긴 기간을 아우른 전시의 미술사를 통해 세계사를 익힐 수 있어 어린이 관객에게도 적극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성 제노비오의 세 가지 기적’은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이 자주 활용했던 선원근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하학적 건축물의 모양과 적절한 비율로 차분하게 그린 인물들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해부학, 기하학 등 과학의 발달이 바탕이 됐다. 빌럼 판더 펠더, 메인더르트 호베마 등 네덜란드 작가들이 그린 17세기 풍경화는 상업이 발달한 덕분에 탄생했다. 이 시기 네덜란드에서는 중산층도 그림을 구입하게 되면서 풍경이나 정물 등 대중적인 취향에 맞춘 작품들이 등장했다. 선 학예연구사는 “관객 중에서는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호베마의 작품이 왔다’며 감격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했다.● “오랜 기간 다시 보기 어려울 작품들” 전시의 큰 주제는 미술의 관심이 ‘신과 종교’에서 ‘사람’으로 확장돼 가는 과정을 담았다. 선 학예연구사는 “메인 주제 외 작가의 개인사, 회화 기법, 미술관의 역할 등 여러 관람 포인트가 있다”고 했다. 작품 설명 옆 ‘추가 설명 카드’에는 도록이나 작품 설명에는 넣기 어렵지만, 특별히 알려주고 싶은 흥미로운 정보와 작품의 뒷이야기를 담았다. 귀도 레니의 ‘성 마리아 막달레나’ 옆에는 ‘성스러운 그림을 그린 세속적인 이유’라는 추가 설명 카드가 있다. 거액의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잘 팔리는 소재인 종교를 다룬 작품 여러 개를 빨리 그려야 했던 레니의 아이러니한 인생사가 소개됐다. 관객에게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인 토머스 로런스의 ‘찰스 윌리엄 램턴(레드보이)’ 옆에는 이 작품을 세척하고 복원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도 볼 수 있다. 선 학예연구사는 “카라바조, 모네, 렘브란트 등 거장의 주요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로, 이번 전시가 끝나면 이들 작품은 오랜 기간 국내에서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9일까지. 7000∼1만8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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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써 10만 관객… ‘서양 미술사 교과서’ 같은 전시가 찾아왔다

    국내 서양 미술 전시에서 르네상스 시대 회화는 감상하기 쉽지 않다. 르네상스 시기인 15~16세기 그려져 오래된데다 초기작은 프레스코화 등 벽에 그려진 것이 많아, 보존 문제로 작품이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경우가 적다. 이 때문에 국내 관객에게 인기 있는 인상주의나 현대미술, 바로크 시대까지 전시가 이뤄진 것이 대부분이다.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가 이런 르네상스 시대부터 인상주의까지 넓은 시기를 다뤄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10년간 국내 미술 전시에서 볼 수 없었던 시대적 범위를 아우르며, ‘서양 미술사 교과서 같은 전시’라는 평가도 나온다.지난달 2일 개막한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전은 이번달 10일 관람객 10만 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하루 평균 2600명이 찾는 전시는 사전 예약이 마감되었더라도 현장 티켓 구매로 관람할 수 있다. 7일 선유이 학예연구사를 만나 전시를 더 알차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 서양 미술사 교과서 같은 전시이번 전시가 가능했던 것은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수집 정책 덕분이다. 내셔널갤러리는 13세기부터 20세기까지 시대순으로 중요한 작품을 골고루 수집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전시 구상 단계에서부터 ‘내셔널갤러리의 미니어처를 보여 주겠다’는 콘셉트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제안이 왔다.선 학예연구사는 “르네상스부터 후기 인상주의까지 주요 작품이 다수 포함됐고, 국가도 프랑스 이탈리아뿐 아니라 네덜란드까지 다양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며 “‘사람을 향하다’라는 지금의 주제가 확정되기 전에는 ‘서양미술사 교과서 본 듯한 전시’라는 수식어를 고려했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그는 미술사는 단순히 작품을 넘어 시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테면 르네상스 예술을 통해 신항로 개척, 과학 발달을 이해할 수 있다”며 “지난 10년간 이뤄진 국내 서양미술 전시를 연구했는데, 이렇게 르네상스부터 미술사를 통사로 엮은 전시는 없었다”고 했다.대부분의 서양 미술전은 특정 시기나 사조에 국한되거나 작가, 장르에 집중했다. 이는 르네상스 작품이 대여가 어려운 이유도 있으며, 내셔널갤러리처럼 고른 소장품을 가진 기관이 많지 않기도 하다. 또 르네상스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항온 항습 등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전시장도 국내에는 제한적이다. ● 뒷이야기 담은 서브 패널 주목전시의 큰 주제는 미술사가 인간에 관한 관심으로 흘러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큰 흐름은 시대적 순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선 학예연구사는 “메인 주제 말고도 서양 미술사의 흐름 등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포인트가 있다”고 설명했다.그중 일반인도 흥미롭게 볼 수 있을 만한 부분은 작품 설명 옆에 보조로 달린 ‘서브 패널’이다. 여기에는 도록이나 캡션에는 넣기 어렵지만, 학예사가 특별히 설명하고 싶은 가벼운 정보와 작품에 관한 뒷이야기를 담았다.이를테면 귀도 레니의 작품 ‘성 마리아 막달레나’ 옆에는 ‘성스러운 그림을 그린 세속적인 이유’라는 패널이 붙어있다. 여기에는 도박으로 진 큰 빚을 갚기 위해 잘 팔리는 소재의 비슷한 작품 여러 개를 빨리 그려야만 했던 레니의 아이러니한 인생사가 소개되어 있다.선 학예연구사는 “이밖에 시대적 배경 등 여러 가지 텍스트가 준비되어 있다”며 “취향에 맞는 정보를 골라서 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9일까지. 7000∼1만8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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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달음식 두고 쏜살같이 떠나는 라이더…‘고스트 워커’처럼 느껴졌어요”[영감 한 스푼]

    세계적 미디어아트 어워드인 ‘2023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김아영 작가가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최고상인 골든 니카상을 수상했습니다.오스트리아의 문화 교육 과학 재단인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예술과 기술, 사회의 접점을 찾는 뉴 미디어 아티스트를 발굴·지원하고 있습니다. 1979년부터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을 개최했고, 1987년부터는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시상식을 운영하고 있죠.김아영 작가가 수상한 부문은 ‘뉴 애니메이션 아트’입니다. 전 세계 1116명이 지원한 가운데 최고상인 ‘골든 니카’ 상은 김아영 작가가, 또 2등상인 ‘특별상’은 상희 작가가 수상했습니다.최고상을 받은 김아영 작가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만나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얼굴 없는 ‘고스트 워커’, 배달 라이더의 삶김민(민): 수상작인 ‘딜리버리 댄서의 구’의 스토리는 어떻게 탄생했나요?김아영(영): 저는 이야기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현실의 이슈를 항상 지켜봅니다. 이번에는 팬데믹 시기 동안 배달 음식을 먹으면서, 라이더들의 삶이 궁금했어요.배달 음식을 문 앞에 두고 얼굴을 볼 기회도 없이 쏜살같이 도망치는 사람들이 ‘고스트 워커’처럼 느껴졌죠.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이 궁금했습니다.민: 그래서 직접 라이더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고요.영: 여성 라이더를 수소문해 찾았어요. 며칠 전에도 그분을 만났는데. 우리나라 배달 플랫폼이 나오기 전부터 6년 동안 일한 베테랑이에요. 배달앱 작동 방식, 단가 책정, 알고리즘 작동법까지 배울 수 있었고, 그 친구 바이크 뒤에 타고 배달도 이틀 나가봤어요.민: 함께 나가보니 어떻던가요?영: 코로나가 심할 때 봄바람을 맞으며 서울을 질주하니 해방감이 느껴졌어요. 그런데 그 속에는 다양한 규칙과 프로토콜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죠. 특히 배달에서 한동안 굉장한 문제가 된 것이 ‘직선거리 ’알고리즘이에요.알고리즘은 픽업 장소부터 배달지까지 직선거리로 계산해서 배달료를 책정하는데, 그 사이에 고개를 넘을지 강을 넘을지 모르는 거잖아요. 거기에 불합리함이 있었고, 지금은 개선이 되었지만, 여전히 완벽하게 작동하진 않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또 피크 타임을 비롯한 여러 할증 정책이 라이더를 능수능란하게 관리하죠. 이런 것들은 알고리즘에 의해 작동된다고는 하지만, 그걸 설계한 건 사람이잖아요. ‘긱 이코노미’의 단면을 볼 수가 있었죠.민: 처음에 해방감을 느꼈다고 해서 신기했어요.영: 네 그런데 몇 시간을 해보니 젊은 시기에만 할 수 있는 노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가 들수록 신체가 너무 피로하니 번 돈을 치료하는 데 쓰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배달로 돌아오는 사이클을 벗어나지 못하는 거예요. 젊음을 담보로 하는 노동이죠.민: ‘딜리버리 댄서의 구’에서 저는 어떤 절망감이 느껴졌는데 그런 맥락일까요.영: 도시 안에서 작은 입자처럼 움직이는 사람들이 라이더라면, 영상 속에서는 끊임없이 자기와 동일하게 생긴 타자를 만나요. 거기서 위안을 얻고 호감과 연대감, 사랑까지도 시사하게 되는데. 둘은 함께 있고 싶지만 계속 같이 있을 수는 없는 조건이에요.젊은 세대가 처한 문제가 가진 조건은 모두 다르지만, Z세대가 가진 문제는 돌파가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고,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기에 자기 계발도 불가능한 처지에 내몰린 사람이 많아요.가상의 미래로 꿈꾸는 새로운 현실민: 사회적 문제에 관심 갖는 이유가 궁금해요. 예술가가 선택할 수 있는 소재가 다양하잖아요. 개인적 일상이나 삶부터 예쁘다고 느끼는 풍경이나 사물 등등. 그런데 그 중 사회적 문제를 출발점으로 삼는 계기가 있나요?영: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제 주변에 활동가가 많은데, 저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고. 할 수 있는 한에서 현실과 삶의 변하는 조건을 언급하고 싶어요. 그것이 나만이 만들 수 있는 가상의 이야기나 스토리텔링 방식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허구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는 문화적 사조 중에 ‘아프로 퓨처리즘’과 ‘에스노 퓨처리즘’이 있어요. 미국의 디아스포라를 경험한 흑인들이 극복할 수 없는 현실의 한계를 가상의 미래를 통해 뛰어넘는, 급진적인 방법론으로 나온 문학이에요.이를테면 우리는 뛰어난 기술을 가진 우주인인데 지구에 불시착했다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지어내면서 고달픈 현실을 극복하는 거죠.민: 현실이 너무 힘드니, 상상으로라도 뛰어넘으려고 하는군요.영: 백인 주류와 달리 그들의 현실은 처절하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예를 들면 수백 년 동안 이어진 노예제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SF적으로 상상해요. 현실을 다른 방식으로 체득하는 길이었던 것 같아요.민: 그런 점에서 ‘딜리버리 댄서의 구’ 리서치 과정에 여성 라이더를 콕 집어 만났다는 이유가 궁금해지네요.영: 여성 라이더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보이지 않아요. 이들의 삶은 더 고달프겠구나 싶었어요. 제가 여성이니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싶기도 했고요. 그 라이더를 만난 것은 ‘치맛바람 라이더스’라는 커뮤니티를 통해서예요. 여성 바이크 애호가의 커뮤니티인데, 서로 바이크 타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교류하는 곳이에요.민: 그런데 영상이나 설치 작업에서 심미적인 부분을 포기하지 않는 것도 인상 깊었어요.영: 제가 가진 미적 완성도에 대한 기준이 있고, 놓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요. 딜리버리 댄서의 구에서는 라이더 에른스트 모가 전사 같은 느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주체적일 수 없는 조건에 빠져 있지만 그래도 강단 있는 모습이길 바랐어요. 배우가 원래 짧은 머리였는데, 여성성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머리카락 연장을 했어요.싱글 채널 영상으로 최고상 수상민: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기술을 결합한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가장 역사가 오래된 기관이잖아요. 인스타그램에서 수상 소감에 ‘싱글 채널 영상’인데 상을 받게 돼 의미 있다는 언급을 봤어요. 어떤 의미인가요.영: 출품작들이 VR, XR, 인터랙티브, AI 등 수많은 하드웨어 장비를 사용하는 것들이 있었어요. 또 실험실 단위로 지원하기도 하죠. 그런데 저는 그냥 영상 하나거든요. 그런 작품에 상을 줬다는 결정이 놀라웠어요. 게다가 제 작품은 기술에 대한 담론이 불거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민: 기술을 활용해서 라이더의 시선이라던가, 게임 속 플레이어로 인간을 전락시키는 플랫폼의 단면 등을 보여줬다는 걸 중요하게 본 것 아닐까요?영: 올해부터 기술이 전면화되는 작품보다 예술적 실험에 방점을 두기로 했다고 들었어요. 그 부분에 저에게 좋게 작용을 한 것 같아요.민: AI 예술이 요즘 화제잖아요. 기술을 활용해 예술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해요.영: 저는 AI가 번역한 책이나 쓴 문학 작품에는 감흥이 없었어요. 바젤에서 미술관에서 봐야 할 것들을 챗GPT에게 물어서 그걸로 돌아다니기도 했는데 그런 편한 점은 있죠. 그런데 제게 예술이 흥미로운 건 시의 문장이나 영상을 만들기 위해 아티스트가 했던 고민에 있거든요. AI에는 그런 고민이 보이지 않아요.예술가가 자기 바닥을 치고, 자기와 싸우면서 그 경험에서 나오는 언어와 미학, 이런 것들을 되짚으면서 저는 감동을 하거든요. 그런데 AI는 우발적으로 튀어나오는 느낌이죠.민: 이번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수상한 두 작가분이 모두 공교롭게도 공공 기관의 지원을 받아 작품을 제작했어요. 예술가로서 이런 부분에 장단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영: 국공립 지원금이 없이는 지금까지 작업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2008년부터 지금까지 무수한 지원금을 문예위나 서울문화재단 등에서 받았고, 이런 것들이 없으면 장기적 계획을 세울 수가 없어요.한국은 미술 시장이 널리 활성화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원하는 작품을 하면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잘 안 되어 있어요.그러나 우려하는 부분은 많은 젊은 예술가들이 지원금에 완전히 의존하기도 한다는 점이에요. 이것을 벗어난 예술 세계 상상을 못 한다고 해야 할까요. 공공 지원금뿐 아니라 컬렉터를 비롯한 예술가를 위한 수익 체계가 다면화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민: 말씀 감사합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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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로 띄운 솜사탕 나무… “동심으로 전하는 위안”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그림 속에서 표현하기로 했어요. 그런 시간이 언젠간 올 수도 있다는 상상과 기다림을 담아 만든 작품들입니다.” 서울 강남구 갤러리나우에서 26일까지 개인전 ‘The Story of Wonderland’를 여는 동양화가 김인옥(68)이 말했다. 전시에선 그의 대표 시리즈인 ‘기다림’ 연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항금리 가는 길’과 ‘기다림’ 시리즈 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두 주제를 통해 고향과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다. 반추상 작업에 집중했던 작가는 1990년 작업실을 경기 양평군 강하면 항금리로 옮기면서 작업에도 변화를 맞았다. 작품 속에 솜사탕처럼 생긴 나무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모든 사람이 좌절했던 IMF 외환위기 시기에 어느 날 나무를 보니 답답하고 불쌍해 보였어요. ‘쟤는 저 자리를 벗어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늘로 띄워 보냈어요. 그다음엔 꿈을 담아서 그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초록색, 분홍색, 노란색을 더했죠.” 이 작품들의 특징은 동양화 기법으로 채색했다는 점이다. 작가는 “홍익대 대학원을 다닐 때 조복순 교수께서 ‘색채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채색화를 하라고 권했다”며 “부전공으로 서양화를 했기 때문에 채색이 나에게 맞았다”고 설명했다. 동양화 채색은 종이 위에 아교 백반을 섞어 막을 한 번 입힌 뒤, 여러 색을 중첩하면서 원하는 색을 입힌다. 두께감이 생기면서 유화와는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김인옥은 복잡하고 고단한 현실을 떠나 피폐해진 영혼이 위안받을 수 있는 세계를 추구한다”며 “가는 연기를 내뿜으며 평원을 달리는 기차가 암시하는 기다림, 아련한 서정은 동심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고 평했다. 김종근 미술평론가는 “자연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채색과 조형성으로 탄탄한 화면 구성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홍익대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1979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 입선하고 1992년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했다.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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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산 유년 기억이 내 작품의 원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살았던 유년 기억이 작품의 원천입니다. 힘든 시기를 거쳐 받은 박수근미술상은 제겐 영광이자 도약할 수 있는 힘입니다. 저처럼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분들께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난해 제7회 박수근미술상 수상 작가로 선정된 차기율 인천대 조형예술학부 교수(62·사진)의 말이다. 그의 개인전이 13일부터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 내 5개 전시관 중 현대미술관과 박수근파빌리온에서 열린다. 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아우르는 회화, 설치, 기록물, 영상 등 2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현대미술관에서는 ‘순환의 여행-방주와 강목 사이’를 주제로 회화와 설치 작품이 전시된다. 대표작인 설치 작품 ‘고고학적 풍경-불의 만다라’(2023년)가 전시실 하나를 가득 채운다. 인간이 가진 유한함과 한 시대를 살아가는 여행자로서 삶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강가의 돌이나 나무줄기처럼 자연에서 구한 재료를 활용한 작업도 만날 수 있다. 작가에게 돌멩이는 겉보기에는 단순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깎이고 굴리고 다듬어지며 견뎌낸 긴 여정을 의미한다. 두 번째 주제는 파빌리온에서 전시되는 ‘도시 시굴-삶의 고고학’이다. 작가가 이어온 발굴 작업의 일환으로, 지표면을 발굴해 소시민들의 기억과 일상을 추적한다. 기왓장을 천장까지 이은 설치 작품, 사람이 살던 터, 땅속에 묻힌 동물 뼈와 과자봉지 등 시간 속에 있던 오브제를 통해 삶에 대해 질문한다. 복층으로 이어진 파빌리온의 3개 전시실에서는 설치 작품과 함께 발굴 일지, 발굴 기록을 디오라마(축소 모형)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 발굴을 시작하며 기록한 흔적 등을 통해 치열한 작가 정신을 보여준다. 제7회 박수근미술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인범 아이비리인스티튜트 대표)는 차 작가에 대해 “미술계의 시류와 무관하게 동양 전통 철학에 기반한 주체와 타자론, 범신론, 샤머니즘에 대해 집요하게 탐구하고 다양한 매체 형식으로 작업해 왔다”고 밝혔다. 차 작가는 경기 화성의 갯벌을 끼고 있는 농촌에서 태어나 인천대 미술학과와 동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92년 단성갤러리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토탈미술관, 갤러리 쿤스트독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2002년 미국 버몬트 스튜디오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의 예술 정신을 계승하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박수근미술상은 2016년 시작됐다. 1회 수상작가 황재형을 필두로 김진열, 이재삼, 박미화, 임동식, 김주영 작가가 상을 받았다. 전시 개막식은 13일 박수근미술관 어린이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날 제8회 박수근미술상 시상식도 함께 개최된다. 전시는 10월 15일까지. 3000∼6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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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소녀, 내일은 광대… 우리는 매일 다른 욕망속에 산다

    술잔을 앞에 두고 한 손에는 담배를 쥔 여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짧은 금발 머리 여자의 진한 눈 화장, 옷깃과 소매에 있는 호피 무늬는 그녀가 애타게 갈망했던 무언가를 상징한다. 그러나 그것이 무너진 듯 화장은 눈물로 다 번지고, 여자는 허탈하게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미국 예술가 신디 셔먼(69)을 세상에 알린 시리즈 ‘무제 필름 스틸’ 중 하나인 1979년 작 ‘무제(우는 여자)’ 이야기다. 이 작품을 비롯해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셔먼의 작품 10여 점이 한국을 찾았다. 9월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에스파스 루이비통에서 열리는 ‘온 스테이지-파트Ⅱ’전에선 현대 사진 예술을 대표하는 작가 셔먼의 초기작부터 루이비통 미술관에서 처음 공개되는 그의 최신작까지 골고루 만나 볼 수 있다. ● 오늘은 소녀, 내일은 광대전시의 문을 여는 작품 ‘무제’(1979년)를 비롯한 ‘무제 필름 스틸’(1977∼1980년) 시리즈는 1950, 60년대 미국 할리우드 영화 속 전형적인 여성상을 흑백 사진에 담고 있다. 셔먼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가발, 의상, 화장을 비롯해 공간 등 모든 것을 연출해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여러 작품 속에서 그녀는 주부, 비서 등 다양한 직업을 비롯해 눈물을 흘리고 거울을 보는 등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셔먼은 어릴 때부터 스스로 분장하는 것을 즐겼고, 대학교 재학 중에도 파티 때마다 분장을 하고 등장했다. 그의 연인이자 동료 작가인 로버트 롱고(70)가 이를 사진에 담아 보라고 조언했고, 그 결과 ‘무제 필름 스틸’ 시리즈가 탄생했다. 그 다음으로는 셔먼이 패션 화보를 재해석한 작품들이 이어진다. 1982년 작품 ‘핑크 로브’는 셔먼이 누드모델을 연기한 모습을 담았다. 분홍색 담요를 끌어안고 있는 그는 연약한 소녀를 연상케 하지만, 2003년 작품 ‘광대’에서는 원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분장을 하고 우스꽝스럽게 연출했다. 미술사 거장의 작품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을 패러디한 시리즈 ‘역사 인물화’(1989∼1990년)와 최신 시리즈인 ‘남성’(2019∼2020년) 연작 중 한 작품도 볼 수 있다.● 욕망 속에 사는 현대인 단면 증언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수많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작업은 매일 다른 욕망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을 담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1970∼90년대 작업은 오늘날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전 세계 사람들의 자기 표현을 예고했다. 누구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식가, 여행자 등 자신의 다양한 면모를 뽐내는 시대를 앞서 보여준 것이다. 또 남성으로 분장하거나, 여성의 무수히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회적으로 규정된 남성성, 여성성을 해체하고 개인의 정체성을 탐구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의 ‘센터폴드’ 연작 중 한 작품인 ‘무제#96’은 2011년 경매에서 당시 사진 작품으로는 최고가인 389만 달러(약 51억 원)에 낙찰됐다. 2012년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2016년 로스앤젤레스 더 브로드 미술관, 2019년 영국 국립 초상화미술관과 밴쿠버 아트 갤러리에서는 그의 회고전이 각각 열렸다. 전시는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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