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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선과 해운업을 중심으로 악성 기업 부채가 급증하면서 국내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가 15년 만에 최대치인 30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미뤄둔 채 정부, 은행, 기업들 간에 ‘부실 폭탄 돌리기’를 이어온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은행권의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 규모는 29조97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보다 5조7000억 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42조1132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15조9553억 원)과 비교해도 거의 2배 수준이다. 은행권 부실채권 증가에는 호황기 때 과잉 투자로 몸집을 키운 조선 해운 분야 대기업들이 경기 악화로 천문학적 손실을 낸 게 직격탄이 됐다. 대기업 부실채권은 한 해 동안만 7조3300억 원이 증가해 작년 말 현재 약 17조6900억 원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이 여파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부실채권도 전년의 2배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11조 원을 넘어섰다. 은행권 부실채권 규모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60조 원으로 가장 높았지만 2년 뒤인 2001년엔 18조 원까지 급감했다. 외환위기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부실기업을 털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미국 유럽 등과 달리 한국은 경제 구조개혁을 등한시한 채 오히려 ‘좀비기업’을 늘리며 부실 폭탄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구조조정 재원 마련 방안을 놓고 충돌 양상을 보였던 정부와 한국은행은 재정과 통화정책을 적절히 배합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일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한국판 양적완화’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청와대와 정부는 “한국판 양적완화는 한은이 무차별적으로 돈을 푸는 게 아니라 구조조정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선별적 양적완화”라며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은은 “정부의 재정 투입이 먼저”라는 입장이고 야당도 발권력 동원에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어 4일 출범하는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 논의가 진척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구조조정 ‘실탄’ 마련 방안의 장단점을 들여다봤다.○ 국책은행 ‘유동성 공급’보다는 ‘자본 확충’부터 한국판 양적완화는 크게 2가지 방식이 가능하다. 우선 한은이 산업은행의 산업금융채권(산금채), 수출입은행의 수출입금융채권(수은채) 등 국책은행이 발행한 채권을 사들여 두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방법이다. 하지만 한은이 시장을 거치지 않고 국책은행의 채권을 직접 사주려면 한은법 개정 등이 필요한 데다 채권 발행은 국책은행의 부채를 늘리는 것이어서 또 다른 부실을 키울 수 있다. 정부는 국책은행의 유동성 공급보다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책은행들이 손실을 감당할 수 있도록 자본을 늘려주는 방안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산은과 수은의 조선, 해운업 관련 대출은 20조 원이 넘는다. 국내 금융권 조선, 해운 여신의 60% 이상이 몰려 있어 자본 확충 없이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말 현재 산은과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각각 14.2%, 10.0%이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손실이 불어나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으로는 한은이 돈을 찍어 국책은행의 자본금을 직접 늘려주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한은의 수은 출자는 수출입은행법에 근거 조항이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산은에 대한 출자는 산은법을 바꿔야 해 여소야대로 재편된 국회 상황에서 야당이 반대할 경우 추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코코본드 발행 방안 새롭게 부상 이에 따라 정부는 한은이 산업은행의 ‘조건부 자본증권(코코본드)’을 인수해 산은의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을 새로 들고나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언론사 부장단 간담회에서 “국책은행 자본 확충을 위해 산은법 개정을 추진하고, 법 개정 전에는 코코본드 발행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코본드는 평소에는 채권처럼 사고팔 수 있지만 은행의 재무건전성이 나빠지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코코본드는 국제 규정상 ‘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산은의 재무 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 또 현행법으로도 유통시장에서 한은이 산은의 코코본드를 인수하는 게 가능해 법을 개정해야 하는 다른 방안보다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 산은의 재무 건전성과 신속한 자금 조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올 2월 유럽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발행한 코코본드가 이자 미지급 우려로 문제가 됐던 것처럼 투자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한은은 국책은행에 직접 출자하거나 코코본드를 인수하기 위해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다. 한은 관계자는 “보편적인 통화정책을 펼쳐야 할 중앙은행이 조선, 해운 등 특정 업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앙은행에 이런 역할을 맡기려면 국회에서 여야 간의 합의 등 최소한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재정 투입을 통해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해주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야당의 반발 등으로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한은의 발권력 동원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가능한 재정과 통화정책 수단의 조합을 생각해 보고 있다”며 “딱 하나의 방법을 쓰기보다는 폴리시 믹스(policy mix·정책 조합)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예금보험공사가 금융공기업 중 처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 금융당국이 금융개혁의 중점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금융권의 성과주의 문화 확산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 노사 대표는 이날 최하위 직급을 제외한 예보의 모든 직원에게 성과연봉제를 확대 적용하는 등의 내용으로 성과제도 개편안에 합의했다. 예보는 내년 1월 성과연봉제 확대 시행에 맞춰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세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2월 예보, 산업은행 등 모든 금융공기업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들 공기업은 금융권 사측을 대표하는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해 개별 노조와 협상을 벌여 왔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정부의 구조조정 작업이 시작부터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채권단과 노조, 중앙은행, 정치권 등이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속도를 제대로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구조조정 재원 마련 방안을 둘러싼 정부와 한국은행, 정치권의 불협화음은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자는 ‘한국형 양적완화’를 제안했지만 한은은 부정적인 반응이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통화정책 담당)는 29일 오전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한은 발권력 동원은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 정당한 절차를 거친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장이 확산되자 이날 오후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을 반박한 게 아니다.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양적완화에 반대하고, 정부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실업 대책을 먼저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양적완화 카드로) 돈을 찍어내는 건 당장 정부 재정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여 정부 성적표는 좋게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전 국민에게 골고루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진해운의 주요 채권단 중 하나인 신용보증기금은 이날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진행하는 채권금융기관에서 빠지겠다고 밝혔다. 정부 구조조정의 최우선 타깃인 조선업계에서는 노사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날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조합원 10여 명은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1박 2일 ‘상경투쟁’을 시작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채권단, 대주주, 근로자 모두가 책임을 져야 구조조정 과정에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것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정임수·김성규 기자}

1년여 전 국내 주식형펀드에 가입했던 회사원 김모 씨(37)는 최근 펀드를 환매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펀드 수익률이 약 ―7%로 손실을 봤는데도 운용보수, 판매보수 등의 명목으로 2% 가까운 수수료를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김 씨처럼 속을 썩이는 투자자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올해 10월부터 수익률과 연동해 성과보수를 받는 공모펀드가 처음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수익을 못 내면 수수료를 덜 받고 목표 수익률을 넘어서면 수수료를 더 받는 식이다. 또 6월부터 저축은행과 단위농협, 우체국을 비롯해 신용카드사 홈페이지에서도 펀드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이 같은 내용의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펀드 수익 못 내면 수수료도 절반만 현재 공모펀드 투자자들은 수익률에 관계없이 투자 기간 일정 수준의 총보수(운용, 판매, 신탁 보수)를 자산운용사에 내고 있다. 3월 말 현재 주식형펀드의 총보수는 평균 1.23% 정도다. 앞으로는 이런 고정적인 운용보수는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목표 수익률을 정한 뒤 이를 넘어서면 성과보수를 더 받는 공모펀드가 나온다. 예를 들어 운용보수를 0.5%만 받고 목표 수익률을 5%로 정해 이를 넘어서면 성과보수로 5%를 받는 식이다. 이 펀드에 1000만 원을 투자해 10%의 수익을 내면 13만5000원의 보수를 내야 한다. 반대로 10%의 손해가 나면 보수가 4만5000원으로 줄어든다. 성과보수가 적용되지 않는 일반펀드라면 10%의 손실이 났을 때도 9만 원 정도의 보수를 내야 한다. 지금도 운용사가 모든 펀드에 성과보수를 적용할 수 있지만 최소 투자금액 등의 요건이 까다로워 사모펀드에만 성과보수를 받는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모펀드에도 성과보수가 활성화되도록 관련 요건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며 “성과보수가 활성화되면 기본 수수료가 낮아져 투자자들의 비용 부담이 줄고, 운용사는 보수를 챙기기 위해 수익률 관리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보수 공모펀드의 목표 수익률과 보수 기준 등은 운용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할 방침이다. 그 대신 지나치게 높은 보수를 받거나 장기 투자자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성과보수의 상한을 반드시 두도록 했다.○ 저축은행·단위농협에서도 펀드 가입 펀드 판매수수료와 판매보수 체계도 개편된다. 6월부터 은행이나 증권사 지점에서 직원의 투자설명 없이 투자자가 직접 펀드를 선택해 가입하면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수수료와 보수를 받는 펀드 클래스(클린 클래스)가 새로 나온다. 또 6월부터 기존 은행과 증권사 외에 서민금융회사나 기관에서도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금융위는 재무 상태가 건전하고 안정적인 영업 기반을 갖춘 저축은행 30곳, 농협 신협 수협 등 상호금융 276곳, 우체국 221곳에도 펀드 판매를 허용했다. 우선 투자 위험도가 낮은 머니마켓펀드(MMF), 채권형펀드, 국공채펀드부터 판매하고 단계적으로 판매 상품을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신용카드사도 펀드 판매업을 할 수 있게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카드사는 카드 모집인이나 지점을 통해서가 아니라 홈페이지 등 온라인에서만 펀드를 판매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개별 펀드의 수익률과 수수료, 보수 등의 비용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게 비교공시 전용 홈페이지인 ‘펀드 다모아’도 하반기에 개설된다. 정임수 imsoo@donga.com·이건혁 기자}

KB국민은행의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모두 10개의 모델포트폴리오로 구성돼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힌 게 특징이다. 투자 위험도에 따라 모델포트폴리오를 ‘안정형’ ‘안정수익 추구’ ‘중수익 추구’ ‘적극수익 추구’ ‘고수익 추구’ 등 5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그 안에서 다시 절세보다 수익을 추구하는 ‘적극배분형(A형)’과 안정성과 절세 효과를 강화한 ‘적극배분형(S형)’, 시장금리 플러스알파의 수익을 추구하는 ‘시장중립형’으로 나눴다. 예를 들어 ‘중수익 추구 S형’은 국내 채권에 가장 많은 자산의 30%를 투자하고 해외 주식과 국내 주식혼합 상품에 각각 20%, 국내 채권혼합 상품과 현금성 상품에 각각 15%를 투자하는 유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일임형 ISA는 금융회사에 투자를 일임해 전문가가 직접 운용해주는 상품이기 때문에 모델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 인력의 전문성이 중요하다”며 “KB는 전문성, 수익성, 안정성을 겸비한 차별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외부 전문 운용인력을 보강하고 펀드평가 전문기관인 KG제로인과 전략적 업무제휴(MOU)를 맺어 전문성을 강화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5년간의 ISA 가입 기간 동안 고객의 재산을 보호하고 불완전판매를 예방하도록 맞춤형 연수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5월 31일까지 신규 ISA 가입 고객 432명에게 추첨을 통해 캐시백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 KB투자증권의 주식매매 수수료 면제 등 KB금융 계열사와 연계한 다양한 우대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앞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투자자문사와 손잡고 로보어드바이저를 접목한 ISA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금융공학 알고리즘을 활용해 고객 투자 성향을 분석하고 자산관리 방안을 제시해 운용을 해주는 서비스. 국민은행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의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보수가 저렴하고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ISA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1월 쿼터백투자자문과 제휴를 통해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자문형 신탁상품 ‘쿼터백 R-1’을 출시한 바 있다. 쿼터백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6개 자산군과 77개 지역, 920조 개 이상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투자대상을 선별하는 글로벌 자산배분 상품이다. 일반 펀드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는 상황에서 출시 2개월 만에 약 2%의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우리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저축은행과 손잡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담을 수 있는 ‘ISA 저축은행 예·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3월에는 저축은행중앙회와 손잡고 25개 저축은행의 예금을 ISA 상품으로 내놓았고, 이달 중순에는 예가람, JT, 고려 등 6개 저축은행과 단독으로 업무 협약을 통해 저축은행 적금을 ISA 상품으로 선보였다. ISA 저축은행 적금의 만기는 1년 이상, 3년 이내이며 3년 만기 기준으로 연 2.6∼3.4%의 금리가 적용된다. ISA 저축은행 예금은 만기가 6개월에서 3년 이내로 다양하며 1년 만기 기준으로 금리가 시중은행 예금보다 최고 0.7%포인트 높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ISA 전용 저축은행 예·적금 상품은 안전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찾는 고객에게 적합한 우리은행만의 차별화된 상품”이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업무 협약을 확대해 고금리의 ISA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다양한 ISA 전용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ISA 정기적금 출시를 기념해 4월 말까지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신탁보수(연 0.1%)를 면제해주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또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를 통해 로보어드바이저인 ‘로보어드-알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컴퓨터 알고리즘이 고객의 데이터와 금융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별 투자 상품 등을 추천해주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다. ‘로보어드-알파’는 △ISA형 △일반투자형 △연금설계형 등 3가지 유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 목적과 기간, 목표 수익률 등 6단계의 질문을 통해 고객의 투자 성향을 진단한 뒤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ISA형 서비스는 우리은행에서 판매하는 펀드 상품 400개, 매주 신규 발행되는 주가연계특전금전신탁(ELT) 등을 기반으로 모델포트폴리오로 제시하고 있다. 일반투자형과 연금설계형은 은행에서 판매되는 모든 금융상품들을 망라해 모델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로보어드-알파’는 별도의 로그인이 필요 없어 우리은행 고객이 아니더라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하반기에 로보어드-알파의 정식 버전이 오픈하면 일반 투자부터 은퇴 설계까지 전 부문에 걸쳐 상품 추천뿐만 아니라 상품 가입, 포트폴리오 변경, 사후 관리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또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누버거버먼과 손잡고 ISA 가입 고객 등을 위한 맞춤형 전략상품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IBK기업은행은 신탁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이어 이달 11일부터 일임형 ISA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가입자가 직접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는 ‘신탁형 ISA’와 달리 ‘일임형 ISA’는 금융회사가 가입자의 투자 성향에 맞춰 ‘알아서’ 목돈을 굴려주는 방식이다. 일임형 ISA는 은행 창구를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뱅킹을 통해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기업은행은 일임형 ISA로 ‘초저위험’부터 ‘고위험’까지 모두 7가지 모델포트폴리오를 선보이고 있다. 초고위험 상품은 안정성을 고려해 일임형 ISA에서 제외했다. 중위험 MP의 경우 국내 채권형펀드와 국내 성장형펀드에 자산의 40%와 30%가 각각 투자되고 국내 가치형펀드, 해외 선진국펀드, 머니마켓펀드(MMF)에 10%씩이 담긴다. 특히 기업은행은 일임형 ISA에 인공지능 자산관리 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를 접목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한 달에 한 번 자산배분 비중을 제안하고, ‘자산배분결정위원회’에서 3개월에 한 번 이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각 투자 성향별 모델포트폴리오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편입 상품을 결정하는 ‘스마트형’과 사람(전문 운용인력)이 결정하는 ‘플러스형’으로 나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와 전문 인력 간의 협업을 통해 효과적인 자산배분이 이뤄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앞으로 ISA에 가입한 뒤 모바일뱅킹인 ‘아이원(i-ONE)뱅크’에서도 편리하게 ISA 수익률을 조회하고 상품 추가 및 변경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 선보인 아이원뱅크는 예·적금, 펀드, 대출 등 200여 개 금융상품을 24시간 가입할 수 있는 모바일뱅킹이다. 채팅 상담, 개인별 맞춤형 상품 추천, 자산관리도 받을 수 있다. 또 기업은행은 기존 펀드 상품뿐만 아니라 펀드 보수를 낮춘 ISA 전용 펀드도 ISA 계좌에 편입이 가능하도록 상품을 구성했다. 기업은행은 ISA 가입 고객에게 은퇴 상담을 해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 영업점에서는 ‘IBK 평생설계 플래너’를 배치해 고객에게 전문적인 은퇴 상담을 해주고 있다.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에서도 ‘IBK 평생설계 시스템’을 통해 개인별 맞춤 은퇴 설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IBK 평생설계 시스템은 고객의 재무 상황과 은퇴 준비 현황 등을 토대로 ‘평생설계지수’를 산출해 은퇴 준비 정도를 진단한다. 국민연금 예상 가입 기간, 물가 상승률 등 통계정보를 활용한 간편 은퇴설계부터 재무목표를 반영한 종합 생애 설계까지 다양한 버전으로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정부와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에 추가 인력 감축을 포함해 지금보다 강도 높은 자구 계획을 요구했다. 또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양대 선사에 대해서는 용선료(선박을 빌리는 비용) 인하 협상 시한을 정하고 선주와의 협상이 결렬되면 법정관리 절차를 밟기로 했다. 정부는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제3차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협의체’ 회의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는 기존의 5대 취약 업종(조선, 해운, 건설, 철강, 석유화학) 중 78조 원의 빚더미에 눌린 조선과 해운업을 수술이 시급한 ‘경기민감업종’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형 조선사들은 감원, 임금 삭감 등의 고강도 자구 계획을 추가로 이행해야 한다. 정부는 현대상선과 해외 선주들 간의 용선료 인하 협상 시한을 다음 달 20일로 잡고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시한까지 협상 성과가 없으면 현대상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다만 정부는 양대 선사의 강제 합병이나 조선 3사의 ‘빅딜’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소유주가 있는 기업의 합병 및 사업부문 통폐합을 민간 자율이 아닌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괜찮은 철강과 석유화학은 ‘공급과잉업종’으로 지정됐다. 8월 시행될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에 따라 업계가 자발적으로 인수합병(M&A), 설비 감축 등을 추진하면 정부가 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출자를 통해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을 확충하기로 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량 실업이 우려되는 업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등 고용 대책도 마련된다. 임 위원장은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정부가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공급 과잉 업종의 재편 등 국내 산업의 대개조를 위해 꺼내든 로드맵은 크게 3가지 ‘트랙’으로 이뤄졌다. 한계 상황에 부닥쳐 수술이 시급한 조선과 해운업은 정부와 채권단이 직접 컨트롤하고 철강 석유화학 같은 공급 과잉 업종은 기업의 자발적인 합종연횡을 지원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또 건설업을 포함해 빚이 많은 대기업집단(그룹)과 개별 기업은 현재의 구조조정 시스템을 활용해 상시적으로 부실기업을 가려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을 벌였던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한층 더 세진 ‘구조조정 2라운드’에 돌입하게 됐다. 또 해운업계는 구조조정의 첫 관문인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 협상과 관련해 정부가 ‘데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범정부 구조조정협의체를 이끄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6일 ‘사즉생(死則生)’ ‘절체절명’ 등의 강경한 단어를 써가며 의지를 밝힘에 따라 그동안 총선 등으로 지지부진했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음 달 20일… 용선료 협상 ‘데드라인’ 양대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과도한 용선료 부담과 업황 부진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당장 수술대에 올라야 할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현재 해외 선주와의 용선료 인하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 조정에 성공하면 채권단이 ‘조건부 자율협약’을 통해 정상화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한진해운도 25일 현대상선과 같은 방식의 조건부 자율협약을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첫 단계인 용선료 협상의 성공 여부가 안갯속이다. 일부 선주가 용선료 인하 조건으로 국내 채권단의 지급보증을 요구해 협상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 달 20일까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법정관리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임 위원장은 “양대 선사가 2026년까지 지급해야 할 용선료가 5조 원 이상”이라며 “이를 낮추지 않으면 채권단의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기 전인 올해 말까지가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이라는 점을 감안해 해운업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정부는 양대 해운사가 ‘해운 동맹(얼라이언스)’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 거론된 양대 선사의 합병에 대해 임 위원장은 “현 시점에서 합병 논의는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적절치 않다”고 일축했다. 또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일가의 주식 처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기업에 이해관계가 있는 대주주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보이면 철저히 추적해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 정부 주도 ‘빅딜’은 없다 정부는 조선 ‘빅3’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강도 높은 자구 계획을 요구했다. 대우조선해양에는 인력 감축, 임금 삭감, 비용 절감 등의 계획을 세우고 다음 달 말까지 경영 상황에 따른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민간기업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에도 주채권은행에 자구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STX조선해양 등 부실이 더 심한 중소형 조선사들은 하반기에 법정관리 전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 주도로 조선사들을 합병하거나 사업 부문을 통폐합하는 ‘빅딜’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각 기업의 자발적인 포트폴리오 조정, 업종 전환 등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해양플랜트 등 부실이 큰 부문은 일부 기업이 사업 정리나 통폐합에 나설 수 있다. 철강 석유화학 업종은 업계의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수합병(M&A), 업종 전환 등 기업들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건설업은 지난해 건설 수주가 급증해 업계 전반의 불안 요인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개별 건설회사에 대해 채권단 주도의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에 정치권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여야정 협의체는 개별 기업 문제에 절대 관여해서는 안 되고 입법과 재정 지원을 통해 구조조정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김성규 기자}
정부와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에 추가 인력 감축을 포함해 지금보다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요구했다. 또 한진해운·현대상선 등 양대 선사에 대해서는 경영 정상화의 핵심 요건인 용선료(선박 임대비용) 인하 협상 시한을 따로 정하고 실패하면 법정관리 절차를 밟기로 했다. 정부는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제3차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열고 이 같은 구조조정 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는 기존의 5대 취약업종(조선·해운·건설·철강·석유화학) 중 78조 원의 빚더미에 눌린 조선과 해운업을 수술이 시급한 ‘경기민감업종’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형 조선사들은 감원, 임금 삭감 등의 고강도 자구계획을 추가로 이행해야 한다. 정부는 또 현대상선과 해외 선주들 간의 용선료 인하 협상 시한을 다음달 20일로 잡고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시한까지 협상 성과가 없으면 현대상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다만 정부는 양대 선사의 강제 합병이나 조선 3사의 ‘빅딜’ 등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소유주가 있는 기업의 합병 및 통폐합을 민간 자율이 아닌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은 사업구조 재편, 포트폴리오 조정 등의 ‘스몰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운, 조선업에 비해 숨통이 트인 철강과 석유화학은 ‘공급과잉업종’으로 지정됐다. 8월에 시행될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에 맞춰 업계가 자발적으로 인수합병(M&A), 설비감축 등과 같은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하면 정부가 이를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된다. 건설업은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될 ‘부실징후기업’으로 지정됐다. 정부는 또 한국은행의 출자를 통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을 확충하기로 했다.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국책은행들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량 실업이 우려되는 업종은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등 고용 대책도 병행하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구조조정은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며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정임수기자 imsoo@donga.com}

정부와 채권단이 조선업계 부실의 주범으로 지목된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 중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한 곳만 남기는 방식으로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업체들은 해양플랜트에서 손을 떼고 상선이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각자가 강점을 지닌 사업에 특화하도록 유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 3사의 규모가 큰 만큼 기업을 합치거나 버리는 ‘빅딜’이 아니라 개별 사업 분야를 조정하는 ‘스몰딜’로 방향을 잡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지금까지 조선업계 구조조정은 부실기업의 시장 퇴출 여부에만 관심을 가진 탓에 사업구조 재편과 같은 질적 측면은 고려하지 못했다”며 “모든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에 목을 매는 사업구조가 재편되지 않으면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간 국내 조선업체들은 해양플랜트 건설 경험이 적고 기술이 부족한데도 저가 수주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지난해 빅3의 영업손실 8조 원 중 7조 원가량이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했다. 사업 재편은 △금융지원 요건 강화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을 고사(枯死)시키거나 △빅3의 해양플랜트 부문만을 따로 분리한 뒤 통합법인을 만들어 빅3 가운데 한 곳이 이를 인수토록 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금융지원 요건을 엄격하게 하는 사업 재편은 지난해 중소 조선업체 구조조정 과정에서 효과를 봤다.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기술력이 떨어지는데도 가격을 후려쳐 해양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는 일을 막은 것이다. RG는 조선업체가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기 위해 금융회사에서 받는 보증이다. 금융기관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STX조선, 성동조선해양 등이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철수한 사례도 있다. 한편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 확충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26일 구조조정협의체 회의를 열어 국책은행의 자금조달 방안과 실업대책 등을 발표한다.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정임수 기자}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사진) 일가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발표를 앞두고 보유하던 한진해운 주식을 모두 처분한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당국은 기업 부실의 책임이 있는 전 최고경영자(CEO)이자 대주주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식의 도덕적 해이를 보였다는 점에서 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최 회장 일가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한진해운 주식을 매각하고 손실을 회피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최 회장과 두 딸은 22일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발표가 나오기 직전인 이달 6일부터 20일까지 18차례에 걸쳐 한진해운 주식 약 97만 주(지분 0.39%)를 30억 원에 모두 팔았다. 한진해운 주가는 자율협약 신청 결정을 발표한 22일 7.3% 하락한 데 이어 25일에도 하한가로 추락했지만 최 회장 일가는 이보다 앞서 주식을 처분하면서 10억 원 이상의 손실을 피한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면 최 회장은 현행법에 따라 최대 100억 원의 벌금 또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최 회장은 또 2014년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회사를 넘기기 전까지 극심한 경영난에도 수십억 원의 보수를 챙겼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최 회장은 한진해운이 1조1000억 원가량의 적자를 낸 2013∼2014년 두 해 동안 보수와 퇴직금 명목으로 97억 원을 받아 갔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역시 현대상선의 경영 상태가 악화되던 2013∼2015년 3년간 현대상선에서 27억 원, 현대엘리베이터에서 46억 원 등 모두 73억 원의 보수를 챙겼다. 최 회장 일가는 한진그룹 계열사 관련 매출 비중이 30%인 ‘싸이버로지텍’으로부터 지난해 5억5000만 원의 배당을 받기도 했다. 싸이버로지텍은 선박 및 터미널 운영 시스템 업체로 최 회장 일가가 지분 27.5%를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 부실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고 말했다.정임수 imsoo@donga.com·김지현 기자}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작업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한진해운이 25일 예정대로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공식 신청했지만 채권단은 자구계획이 미흡하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자구안의 핵심인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 협상 전략이 부재한 데다 오너 일가의 도덕성 논란 등이 겹치면서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이날 “한진해운으로부터 ‘조건부 자율협약’ 신청서를 받았지만 자구안이 구체적이지 않아 보완을 요청했다”며 “자료가 보완되는 대로 자율협약 추진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이날 국내외 사옥과 터미널, 벌크선 등을 매각해 4112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용선료 조정과 비협약 채권 채무조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추가 자구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 계획도 부족하고 ‘열심히 하겠다’는 내용뿐”이라며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계획이 담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진해운이 해외 선주들에게 지급해야 할 용선료는 연간 1조 원 안팎으로, 이를 조정하지 않으면 채권단의 지원은 무용지물에 그친다. 또 이날 신청서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포기 각서는 포함됐지만 당초 관심을 끌었던 조 회장의 사재 출연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사재 출연이 자율협약의 전제조건은 아니다”라면서도 “대주주가 고통을 분담하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300억 원 사재 출연을 포함한 강도 높은 자구안을 내놨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조 회장뿐 아니라 자율협약 신청을 앞두고 보유 주식을 매각한 최은영 전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에 대해서도 사재 출연 등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은 전체 5조6000억 원의 차입금 가운데 은행 대출이 7000억 원(12.5%)에 불과하고 회사채(1조5000억 원), 선박금융(3조2000억 원) 등 비협약 채권(비은행 채무) 비중이 높아 채무조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정임수 imsoo@donga.com·김성규 기자}

해운·조선업은 몸으로 말하면 상처가 너무 심해 썩은 부위다. 그냥 놔두면 상처가 다른 곳으로 전이될 수 있어 과감히 수술로 도려내야 한다. 한계 상황에 이른 두 업종을 살리기 위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구조조정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실현 가능성과 시사점을 정리해 봤다.○ “한 곳은 반드시 살린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수년 전부터 자산 매각 등 경영 정상화 노력을 기울였지만 장기적인 시장 침체로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조건이라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모두 살리려다 모두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둘 중 한 곳만 살린다’는 시나리오가 힘을 얻는다. 정부가 두 해운사 중 생존가능성이 더 큰 곳에 지원을 집중하고 다른 한 곳은 법정관리로 보내는 방식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4일 “해운 구조조정의 원칙은 ①둘 중 한 곳은 가능하면 반드시 살린다 ②다만 지나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방안을 선택한다면 두 회사 중 어느 곳을 고를 것인가가 관건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진해운을 살리고 현대상선은 법정관리로 보내는 방안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최근 현대증권 매각에 성공하면서 기류가 바뀌고 있다. 매각 대금으로 유동성을 확보한 데다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 인하 협상이 순항 중인 현대상선에 비해 한진해운의 상태가 결코 나을 게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현대상선이 자구안 실행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지만 5년 연속 적자로 영업망이 거의 붕괴됐다는 평가가 많다. 한진해운은 부채비율이 현대상선보다 낮고 아직 영업망이 건재해 지원이 이뤄진다면 현대상선보다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적잖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출자전환을 통해 두 회사 모두 KDB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시킨 뒤 산은 주도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 방안대로 되면 산은은 두 회사의 사업구조를 면밀히 분석한 뒤 겹치는 노선과 사업 분야 등을 재조정할 수 있다. 다만 이 방안이 시행되기 위해선 많은 전제조건이 붙어야 한다. 우선 두 회사가 용선료 인하 협상과 사채권(회사채) 만기 연장에 성공해야 한다. 해외 선주들과 사채권자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자회사 편입이 불가능하다. 한진해운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현대상선보다 차입금 구조가 복잡하고 비협약채권도 많아 사채권 협상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방안은 두 회사를 합병시키는 것이다. 당장 실현 가능한 것이라기보다 구조조정이 진행된 뒤 두 회사 중 한 곳이라도 자금 여유가 생겼을 때 가능한 방식이다. 정부도 지난해 말부터 합병 안을 검토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암 환자 두 명을 붙여 놓는다고 살겠느냐”며 “당장 착수한다 해도 수많은 주주의 동의를 받는 데만 1년도 넘게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빅2 체제 전환’ vs ‘자체 구조조정으로 빅3 유지’ 조선업은 해운업보다 덩치도 크고 관련 업종 근로자(약 20만 명)도 많아 정부의 고민이 더 깊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3사는 인력 감축을 비롯해 자회사 정리, 비핵심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해 왔다. 사상 최대의 적자를 낸 지난해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적인 부실을 일부 털어낸 3사는 올해 1분기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와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1000억 원대, 삼성중공업은 300억∼400억 원대의 흑자가 예상된다. 조 단위의 적자를 낸 대우조선해양도 190억∼400억 원대로 적자폭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에선 조선 3사가 지난해에만 6조 원 가까이 해양플랜트 부실을 반영한 만큼 더 이상의 대규모 적자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3사가 올해 1분기에 수주한 게 고작 4척밖에 되지 않는 등 일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서 2, 3년 내 작업장이 빌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주 가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3사 체제의 존속은 불가능하고 정부가 거제에 위치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합병시킨 뒤 현대중공업과 ‘빅2’ 체제로 운영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가뜩이나 ‘제 코가 석자’인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생각이 없어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우조선해양을 해외에 매각하는 건 최악의 선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조선업은 원천 기술로 세계시장에서 1등인 업종이라 대우조선해양을 해외에 매각하거나 정리하면 가장 좋아할 곳은 중국”이라며 “중국이 핵심 인력과 기술들을 자본을 앞세워 통째로 흡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전문가는 빅3 조선사가 자체 구조조정을 강하게 해나가면서 조선업 호황이 올 때까지 버티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은창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조선소들을 통폐합한 일본식 구조조정이 당장 생존에는 도움을 줬지만 이 과정에서 생산 규모가 줄고 인재들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정작 호황기에 접어든 후 한국에 조선 주도권을 빼앗기는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신수정 crystal@donga.com·김성규·정임수 기자}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됨에 따라 개인 투자자 및 금융회사들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일가가 이미 한진해운 주식을 팔고 떠난 것에 대해 부실기업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해운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국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판매한 채권은 모두 3조 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발행한 공모채와 회사채 신속인수제 차환 발행액은 각각 1조5040억 원과 1조2500억 원 규모다. 두 회사는 사모채를 통해서도 대규모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현대상선은 1500억 원 상당의 영구채와 해외사채를, 한진해운은 1960억 원의 교환사채와 2250만 달러의 해외변동금리부 사채를 각각 팔았다. 이들 채권은 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시중은행, 보험, 자산운용사, 개인투자자 등이 대부분 사들였다. 만일 두 회사가 법정관리로 가게 된다면, 그동안 자구계획으로 자산 대부분을 처분한 만큼 변제율(연체로 인해 채무자 대신에 정부가 빚을 갚아주는 비율)이 0%에 가까워 투자자들은 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게 될 상황에서 최 전 회장 일가가 자율협약 신청을 앞두고 주식을 모두 팔아치운 것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손실 회피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 전 회장 일가의 지분 매각 과정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조사 결과 한진해운 경영진의 불공정거래 의혹이 확인된다면 대주주의 모럴해저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적기에 구조조정을 미뤄 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우고 국민 세금을 낭비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책임론 역시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기업에 대한 정부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이 투자자와 금융기관의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일반 투자자뿐만 아니라 은행권의 대규모 손실 폭탄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한 은행들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는 1조7700억 원이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 파악되지 않은 시중은행들의 부실 위험도 상당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주요 은행들은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 대기업들의 신용위험을 정상 여신 기준인 B등급으로 평가하고 있어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막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한정연 기자 pressA@donga.com·정임수 기자}
국정 최대 화두로 떠오른 구조조정에 성공하려면 산업 대개조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액션플랜(실행계획)들을 속도감 있게 이끌 강력한 구조조정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2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26일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협의체’ 3차 회의를 열고 5대 취약 업종(해운 조선 철강 석유화학 건설)의 구조조정 추진 현황과 향후 계획을 점검한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협의체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주재하고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 관련 부처 차관들이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다. 하지만 과거 구조조정이 금융 당국의 주도 아래 부실기업을 솎아 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면 지금은 산업구조의 큰 틀을 다시 짜고, 이에 따른 정밀한 수술 작업이 병행돼야 하는 만큼 협의체를 경제부총리 산하로 격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구조조정을 직접 챙기겠다”고 말하면서 협의체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 구조조정 실무를 책임지는 범정부 협의체와 별도로 부처 간의 책임 떠넘기기, 오너와 노조의 반발, 정치권 개입 등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할 총사령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비공식적으로 구조조정 방안 등을 결정해 온 청와대 ‘서별관회의(비공개 경제금융점검회의)’ 대신 당정청 고위층이 참석하는 상시 기구가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 부총리, 임 위원장,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이 참여하는 서별관회의는 개최 일정, 회의 내용 등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는 “구조조정 관련 시비를 없애고 국회와의 협의를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구조조정 논의를 이끌 당정청 고위급 협의체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이 가시화되고 한진해운이 경영권을 포기하기로 한 가운데 정부가 금주 중에 구조조정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하는 등 산업 구조개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청와대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24일 청와대 본관 서쪽의 회의용 건물인 서(西)별관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거시경제정책협의회인 ‘서별관회의’를 열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논의했다”며 “고용조정이 예상되는 업종의 고용유지 지원 방안과 실업 발생 시 신속한 취업지원 방안도 함께 검토했다”고 밝혔다. 또 “26일 금융위원장이 주재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협의체’ 3차 회의에서 기업 구조조정 추진 상황과 향후 계획을 논의한 뒤, 그 결과를 금융위원장이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부처의 또 다른 관계자는 “회의에서는 부실이 심각한 해운·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향과 재원조달 계획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고 전했다. 기재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해운 조선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5대 취약 업종 가운데 수술이 시급한 곳으로 해운과 조선업을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 ‘빅3’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해운업계 ‘양대 선사’ 등 5개사의 지난해 당기 순손실은 6조4000억 원, 부채는 무려 78조 원에 달한다. 철강과 석유화학은 1분기 실적 호조로 최근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어차피 5대 취약업종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어려운 만큼 가장 부실이 심한 해운·조선업에 구조조정의 모든 역량을 모으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구조조정 실패로 국제해운동맹(얼라이언스)에서 퇴출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25일 긴급 점검회의를 열기로 했다.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정임수 기자}
올해 1, 2월에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4조 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도입으로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저신용자들이 이자 부담이 더 높은 제2금융권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주택금융공사 등 모기지론 양도분 제외)은 252조8561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4조2238억 원 증가했다. 1, 2월 두 달간의 증가 폭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11월 이후 최대 규모다. 두 달간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1조6117억 원 늘었고, 상가 및 토지담보대출,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2조6121억 원 증가했다. 통상 1, 2월은 주택 거래가 감소하고 연말 상여금으로 직장인들의 자금 수요도 줄기 때문에 대출이 그리 많이 늘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저금리 장기화로 제2금융권이 공격적인 대출 마케팅을 벌인 데다 수도권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은행권의 대출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대출 고객이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 달 2일부터 비수도권에서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돼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스웨덴 남부 대도시인 예테보리에 사는 40대 회사원 마리아 헤드룬드 씨는 최근 몇 년간 현금을 써본 적이 거의 없다. 10크로나(약 1400원)가 안 되는 물건도 항상 카드로 결제한다. 그는 “언제 어디서든 신용카드, 모바일카드로 결제할 수 있어 지갑에 100크로나를 모셔둔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1661년 유럽에서 가장 먼저 지폐를 발행한 스웨덴은 이제 거꾸로 동전과 지폐 등이 필요 없는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스웨덴에선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아예 현금을 사용할 수 없다. 세계적인 팝그룹 ‘아바’를 기념하는 아바박물관도 카드로만 입장권을 살 수 있다. 스웨덴 최대 은행인 SEB를 비롯해 주요 은행은 대부분의 영업점에서 현금 입출금 업무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 길거리에서 자활잡지를 파는 노숙인들도 모바일 카드결제기를 갖고 다닌다. 스웨덴에서 관광사업을 하는 이필립 씨는 “현금을 쓰는 사람이 워낙 없다 보니 식당의 팁 문화도 사라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신용카드에 이어 각종 ‘페이’(모바일 결제 서비스)들이 현금을 대체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동전과 지폐가 일상생활에서 사라지는 ‘결제 혁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르면 올 하반기(7∼12월)부터 마트, 편의점, 약국 등에서 거스름돈을 동전 대신 선불식 교통카드로 충전받거나 계좌이체로 받는 ‘동전 없는 사회’의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문종진 명지대 교수(경영학)는 “현금을 쓰지 않으면 지하경제가 양성화되면서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세계적 추세에 맞춰 발 빠르게 현금 없는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130만원 넘는 현금거래 금지… 스웨덴, 현금 내면 대중교통 못 타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는 한은 금융결제국 관계자들을 비롯해 금융보안원, 금융결제원, 이동통신사, 선불 교통카드 발행업체, 학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의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 구축을 위한 워킹그룹이 첫 공식회의를 연 것이다. 워킹그룹은 소비자가 동전으로 받는 거스름돈을 선불식 교통카드에 충전해 주거나 별도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계좌로 직접 이체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반기(7∼12월)엔 수도권을 중심으로 편의점, 마트, 약국 등 동전을 많이 쓰는 가맹점에서 시범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유통업체 등과 제휴해 잔돈을 포인트로 적립한 뒤 현금처럼 사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한은은 동전 발행 비용을 줄이고 동전 사용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선진국의 ‘현금 없는 사회’ 모델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를 만들 방침이다. 박이락 한은 금융결제국장은 “한국은 신용카드 인프라가 잘돼 있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페이’(간편결제 서비스)도 활성화돼 동전 없는 사회를 위한 기반이 충분히 마련됐다”고 말했다.세계 각국, 현금 시대의 종언 주요 선진국들은 한국보다 한발 앞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동전과 지폐 등 현금을 퇴출시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스라엘은 2014년 5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현금 없는 국가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9월부터 1000유로(약 130만 원) 이상을 거래할 때는 현금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물리고 있다. 스페인, 벨기에, 포르투갈 등도 현금 거래에 한도를 두고 있다. 스웨덴, 덴마크 등 현금 없는 사회에 빠른 속도로 다가가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은 동전, 지폐 등 현금 결제의 비중이 20% 안팎으로 다른 나라들의 평균치인 75%보다 훨씬 낮다. 벨기에와 프랑스는 현금 결제의 비중이 10%도 채 되지 않는다. 현금이 사라진 자리는 신용카드를 비롯해 금융과 정보기술(IT)이 결합한 핀테크를 발판으로 쏟아지는 모바일 결제들이 메우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에서 비(非)현금 지급 수단의 거래금액은 782조 달러로 2010년보다 2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도 지난해 각종 페이가 쏟아지고 모바일카드가 허용되면서 하루 평균 347조8000억 원이 비현금 지급수단으로 결제됐다. 특히 지난해 결제 건수 기준으로 신용카드가 전체 결제의 39.7%를 차지하면서 현금(36.0%)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현금 이용 비중은 전년도(38.9%)보다 줄었다.현금 사라지면 “실보단 득이 클 것” 세계 각국이 인간의 최고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현금을 없애려는 것은 현금 사용이 낳고 있는 각종 부작용 때문이다. 현금은 발행과 유통, 보관 등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한국에서도 10원짜리 동전 하나를 만드는 데 20원이 들어가 매년 동전을 새로 만드는 데에만 600억 원가량이 쓰인다. 마스터카드는 세계적으로 현금 없는 사회를 구현할 경우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5%에 해당하는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현금 대신 전자거래가 활성화되면 탈세나 뇌물 등을 없애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현금 결제 비중이 50% 이하인 국가들은 GDP에서 지하경제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12%이지만 현금 결제가 80%를 웃돌면 지하경제 비중이 32%로 치솟았다. 문종진 명지대 교수는 “한국은 지하경제 비중이 GDP의 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크게 웃돈다”며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정부의 세수를 확보해 국민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현금 없는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금 없는 사회에서는 중앙은행이 시중의 통화 흐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 통화정책의 효과를 더 높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효찬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경기불황 때는 중앙은행이 제로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낮춰도 불안감에 오히려 민간이 현금 보유를 늘리면서 정책 효과를 떨어뜨린다”며 “그러나 현금이 없으면 이런 부작용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와 페이 결제 과정에서 정보 유출이 발생할 수 있고, 국가기관이 개개인의 거래내용을 다 들여다볼 수 있어 ‘빅 브러더’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문 교수는 “정치적 목적으로 개인의 거래내용을 볼 수 없도록 법적 장치를 사전에 잘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강임호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한국지급결제학회 부회장)는 “현금만이 갖는 익명성과 편리함 때문에 현금이 완전히 사라지는 사회가 오긴 힘들 수 있다”면서도 “현금을 쓰면 불이익을 받는 사회가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정임수 imsoo@donga.com / 예테보리=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