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사진)는 북한이 ‘선차적 공정’이라며 연일 촉구하는 종전선언과 관련해 “지금 우리가 뭐라고 얘기하기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13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종전선언 시기에 대한 질문에 “싱가포르 합의가 이행되는 것이 출발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비핵화에 대해 더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종전선언에 이를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결국 답은 현재 진행 중인 외교와 협상에 달려 있다”면서 “한반도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거기에 어떻게 다가갈지는 외교가 답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해 구체적 언급은 피하면서도 “남북관계의 개선을 바라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는 같이 가야 한다”고 했다. 비핵화 프로세스가 작동해야 남북경협도 활발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산 석탄 반입과 관련해 미국의 독자제재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도 법에 따라 조치를 하고 있다. 그 결과를 지켜보고 한국 정부의 행동을 기다려야 한다”며 “그 다음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6·12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두 달이 넘도록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이 13일 열린다. 정부는 북한과 물밑 조율을 통해 ‘평양 정상회담’으로 의견을 좁혔고, 고위급 회담에서 ‘8월 말 9월 초’의 세부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9월 중하순으로 예상되는 유엔총회에 함께 가는 방안까지 논의하려고 한다. ○ 11년 만에 평양행 열리나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고위급 회담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시기 및 장소, 방북단 규모 등에 대해 합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근거 없이 말하는 게 아니며 (남북 간) 여러 채널을 통해 회담 준비를 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9일 북측이 먼저 제의해 이뤄졌지만 그 전후 남북이 국가정보원과 통일전선부 라인 등을 가동해 회담 일정에 대해 상당 부분 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미 합의한 ‘가을 평양 정상회담’을 당겨 ‘연내 종전선언’을 촉진하려 하고 있다.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인 9·9절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에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9·9절 전후, 늦어도 9월 중하순 유엔총회 전에는 정상회담을 하자는 입장이다. 정부는 평양 회담에 무게를 두고 북측과 이미 장소 조율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비핵화 프로세스가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국빈 대접’을 받는 모양새가 서로 이상하고, 평양에서 열병식을 한참 준비하는 상황에서 평양행이 어렵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논의 끝에 평양행으로 굳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당국자는 “남북 정상 간의 신뢰, 그리고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면서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판문점 혹은 원산 개최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합의한 것(평양 회담)도 지키지 않으면서 다른 장소를 논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세부 일정에 대해선 아직 합의를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는 만나자고 요구했지만 북측이 확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시기는 13일 만나봐야 한다”고 했다.○ 비핵화 등 정상 간 합의문도 논의할 듯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는 정상회담 일정뿐만 아니라 정상이 만나 합의할 비핵화나 종전선언 회담 안건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이와 관련해 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고위급 회담에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참여한 것에 대해 “비핵화 문제, 남북 정상회담 문제, 4·27 합의 내용에 대해서 가장 적임자”라며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북한은 고위급 회담에서 철도 문제 등 남북 경협에 속도를 내자고 압박할 듯하다. 대표단 5명 중 김윤혁 철도성 부상(철도),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도로),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개성공단) 등 경제인사가 3명이다. 이에 정부는 조속한 종전선언 추진으로 대화 방향을 틀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조치에 별 성과가 없는 데다 북한산 석탄 밀반입 건까지 터진 상황에서 남북만의 경협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변인은 ‘미국이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긍정적으로 보느냐’는 질의에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거의 실시간으로 미국 쪽과 정보를 교환하고 협의해 나가고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 기자}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을 하루 앞둔 12일 정부에 대해 “남북 관계를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다룬다. 황당하고 어이없다”고 날을 세웠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판문점 선언 이행에 대해 “관계 개선의 거세찬 실천적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 조성에 그치고 있다”며 “(그 원인은) 미국의 대조선 제재 책동과 그에 편승한 남측의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전 보수집권 시기 조작된 ‘단독 대북제재’와 유엔 ‘제재’라는 것들을 부둥켜안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해도 이쪽저쪽의 눈치를 보는 민망스러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도 했다. 이 매체는 이어 “서해지구의 쥐꼬리만 한 군통신선 연결하는 극히 사소한 문제까지도 대양 건너의 (미국) 승인을 받느라”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에) 발동발전기 들여오는 것도 제 마음대로 결심하지 못하고”라며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유엔에 제재 예외조치를 받으며 남북교류를 추진하는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다른 선전 매체인 ‘메아리’는 “종전선언 채택 등 단계적이며 동시적인 행동 조치를 통해 호상(상호) 신뢰를 실천으로 보여줄 때 비핵화 과정이 전진을 이룩할 수 있는 효율적인 추동력이 마련될 것”이라며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를 놓고 정부를 더 압박하고 나섰다. 한편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 시간) 복수의 관리들을 인용해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한국이 (그동안) 조용히 북한 입장을 지지해 왔다”고 전했다. 비핵화 협상을 상대적으로 지지해온 진보 성향의 NYT마저 북한에 밀착되는 한국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차기 회담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회담이 13일 판문점에서 열린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을 딱 한 달 앞둔 9일 북측이 먼저 제의해 이뤄졌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에 다시 중재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이날 오전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명의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13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자’는 통지문을 보냈고, 정부는 이를 수락했다. 북측 대표단 명단 통보는 없었다. 통일부는 “조 장관을 수석대표로 대표단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표단에 박선원 국가정보원장 특보의 참가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1월 9일, 3월 29일, 6월 1일에 이어 올해 네 번째다. 최근 종전선언과 비핵화 이행의 선후(先後)를 놓고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의 모멘텀을 높이기 위해 이미 합의한 ‘가을 평양회담’이 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종전선언과 북-미 2차 정상회담 등을 견인하기 위해 이달 말 ‘여름 평양회담’이 열리거나 판문점에서의 원포인트 회담 가능성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준비 시한이 촉박하긴 하지만 8월 평양 정상회담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 기류를 전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8·15 광복절 연설에 기존 평화와 공동 번영 등의 메시지를 넘어서 새로운 남북, 북-미 관계를 제시하는 문구를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9월 유엔총회 종전선언과 관련해 활발한 접촉이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아직 미국은 부정적 기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다음 달 정권 수립일을 앞두고 평양 김일성광장 등지에서 열병식을 준비 중인 것이 포착됐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전략무기의 모습은 현재까지 포착되지 않는 가운데 병력과 장비가 평양에 집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70주년인 만큼 대규모 열병식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북-미 정상 간에 2차 회담 얘기까지 오가는 만큼 신형 전략무기를 공개하지 않고 생방송도 자제하며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앞서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전날인 2월 8일 건군절 70주년 열병식 때처럼 이번에도 비교적 조용히 치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손효주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6일(현지 시간) 처음으로 채택했다. 다른 목적으로의 전용 가능성을 차단하면서도 지원 결정을 신속히 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어 국제사회 대북지원의 물꼬가 뚫릴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안보리가 대북 인도적 지원의 신속화(to speed the delivery of humanitarian aid)를 위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채택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초안을 낸 이 가이드라인은 지원 품목과 수량, 지원 배경뿐만 아니라 관련 금융 거래 및 불법 전용을 막기 위한 조치 등 10개 항목을 명시했다. 가이드라인 마련을 통해 대북 지원 절차가 제도화되면서 지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7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국제사회에 1억1120만 달러(약 1250억 원)의 지원을 요구했지만 아직 10.8%인 1200만 달러(약 135억 원)만 채운 상태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이란 인도적 선의에 미국이 대북 인도적 지원으로 답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9월 정부가 세계식량기구(WFP)의 아동·임산부 대상 영양강화 사업에 450만 달러, 유니세프의 아동·임산부 대상 백신 등 사업에 35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공여하기로 했는데 이번 조치로 집행이 더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10월 시작되는 북한 인구주택총조사에 600만 달러를 지원하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인구조사는 이미 지난해 시범조사가 실시돼 지원엔 문제가 없다. 인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인구조사 지원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은 뒤 트럼프는 칭찬하고 비핵화 로드맵을 담당하는 국무부 관리들은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강조해 대화의 끈을 유지하면서 미 행정부 내 대북 강경파의 입지를 축소시키기 위해 ‘분리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6일 개인 논설에서 “지금의 (북-미 관계의) 일시적 난관을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부닥친 우여곡절이라고 보고 있다”고 규정한 뒤 “미국이 제재 압박이라는 구석기 시대의 돌도끼를 버리고 신뢰와 존중의 자세에 얼마나 가깝게 다가서는가에 따라 미래의 모든 것이 결정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문은 “첫 조미 수뇌 상봉과 회담을 성사시켜 새로운 역사의 첫걸음을 내디딘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과는 달리 국무성(국무부)을 비롯한 미 행정부는 제재 압박 전략에 매달리며 과거로 뒷걸음치고 있다”며 “강도적 논리에 집착되어 있는 미 국무성(국무부)을 비롯한 관료 집단은 선임 행정부들이 실패한 교훈에 대해 깊이 고심해 보아야 한다”며 꼭 집어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5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나 비핵화 약속을 했고, 1년 이내에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비핵화 시한’에 대한 김정은의 구체적인 언급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그러면서도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북한의 실제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 비현실적으로 순진한 견해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국무부 또한 금강산관광 재개 등 재제 완화에 대해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제재는 완전히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6일 전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이달 중순 개소하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남측 소장 자리 개설을 놓고 통일부가 대통령의 지시를 어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통령은 남북 관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청와대 직속의 ‘차관급 소장’ 방침을 내렸지만 통일부가 이런 방침을 어기고 내부 간부 수요를 위해 ‘국실장급’으로 북측과 몰래 협의를 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6일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개성공단을 오가며 실무적으로 총괄해온 통일부 당국자가 북측에 ‘통일부 국장급 인사와 맞춰 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또 해당 간부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지침에 따라 그런 요구를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즉, 통일부가 대통령의 지침에 따른 정부 유관 부처의 협의 결과 달리 독단적 행동을 했고, 그 배후엔 장관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보도에 대해 청와대와 통일부는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조명균 장관은 관련 보도 내용을 일일이 부인하며, 강력 대응을 간부들에게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통일부 당국자는 “해당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관련 내용은 통일부가 아닌 외부 관계자를 통해 보도된 것으로 안다”면서 “잘못된 보도를 바로 잡기 위해 정정보도 등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황인찬기자 hic@donga.com}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사진)은 3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추모식 참석을 위해 북한을 다녀온 뒤 “북측으로부터 올해 안에 편안한 시간에 평양을 방문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올해 안으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 회장을 비롯해 이영하 현대아산 대표 등 현대그룹 관계자 15명은 이날 오전 10시 강원 고성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방북한 뒤 6시간 만에 돌아왔다. 현 회장이 방북한 것은 2014년 12월 이후 3년 8개월 만이다. 추모식에는 남측 인사 30명과 맹경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 인사 20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은 헌화, 묵념 후 현대와 북측이 각각 추모사를 낭독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맹 부위원장은 현 회장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추모행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영철 아태평화위 위원장도 “아태는 현대에 대한 믿음에 변함없고, 현대가 앞장서 남북 사이 사업을 주도하면 아태는 언제나 현대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대남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대와의 인연을 ‘첫사랑’이라고 표현했던 것을 3일 공개하기도 했다. 양측 간 분위기는 좋았지만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인 대북 제재가 풀려야 현대 측도 남북 경제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현 회장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금강산 관광 재개는 북핵 관련 여건이 조성되고,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보장 문제가 해결된 상황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황인찬 기자}
북한이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 없이 대북제재 해제와 종전선언 채택을 요구하자 미국이 강경 메시지를 퍼부었다. 특히 지난달 우리 외교안보 수뇌부들이 줄줄이 워싱턴으로 가 대북제재 완화 등을 요청한 뒤여서 한국 정부에도 대북 속도조절을 주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신경전 사이에 한국이 샌드위치처럼 낀 상황인 셈이다.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공화당)은 2일 미국의소리(VOA)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 정부가 한국의 제재 유예 요청을 몇 가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는데, 현재로서 바뀐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제재 완화는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가 실질적인 진전을 보였을 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발표한 대북제재 주의보의 한국어(한글)본을 이날 공개했다. 북한 정부 및 노동당과 교신이나 거래할 경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사실상 남북한 정부를 동시 겨냥했다. 미 국무부가 대북제재 주의보를 우리말로 번역해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종전선언을 하려면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상당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백악관은 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새 친서를 받았다고 2일 밝혔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서신은 6·12 싱가포르 회담 공동성명의 후속 조치와 북-미 정상 간 약속을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참전용사 유해 봉환 직후 트위터를 통해 “좋은 서한에 감사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황인찬 hic@donga.com·구가인 기자}
북한이 한국 정부가 한미 공조에서 이탈해 독자적으로 대북제재 해제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2일 ‘판문점선언 이행의 주인은 우리 민족’이라는 개인 논설에서 “지금 미국은 싱가포르 조미(북미)공동성명과는 배치되게 일방적인 비핵화 요구와 ‘최대의 제재압박’을 고집하면서 북남관계의 ‘속도 조절’까지 운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의 이런 부당한 입장과 태도가 조미관계 개선의 장애로 되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외세의 눈치를 보며 구태의연한 ‘제재압박’ 놀음에 매달린다면 북남관계의 진정한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며 “현 정세는 북남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독자적인 판단과 결심에 따라 풀어 나갈 것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비핵화 진전 없이 제재 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제재 완화를 요구하며 한미 공조에 균열을 내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신문은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청와대 주인은 바뀌었지만, 이전 보수 정권이 저질러놓은 개성공업지구 폐쇄나 금강산관광 중단에 대한 수습책은 입 밖에 낼 엄두조차 못하고”라면서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촉구하기도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비핵화 이행엔 미적거리면서 개성공단 재가동 등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한국 정부도 남북 경협을 통해 종전선언 분위기 조성에 나서자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전례 없이 동시다발적 경고 시그널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에 대해 “비핵화 없이 제재 완화는 없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대북제재 대열에서 이탈하지 말라”고 사인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상원 동아태소위원장 “개성공단 재개, 실수될 것” 미 의회는 여야 가릴 것 없이 비핵화 조치 없는 남북 경협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여기엔 대화파로 분류됐던 의원들도 가세했다. 미 의회의 대북 온건파 중 한 명으로 통하는 벤 카딘 민주당 상원의원은 2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북핵 프로그램이 제거될 때까지 제재는 확고하게 유지돼야 한다”면서 “미국은 제재가 준수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그 어떤 나라보다 이해관계가 많은 한국도 제재를 준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카딘 의원은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 반입됐다는 보도에 대해선 “대북제재에 반하는 거래들이 이뤄지고 있다면 실망스럽다”고 했다. 카딘 의원이 앞서 4월 말 한미 정상이 빠르게 김정은과 관계를 회복할 때엔 “외교적 승리”라며 극찬했던 것을 감안하면 평가가 냉정해진 셈이다.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제재 완화는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가 실질적인 진전을 보였을 때 이뤄지는 것”이라며 ‘선(先)비핵화, 후(後)제재완화’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비핵화 시간표도 없고 관련 조건도 합의되지 않은 만큼 제재 완화는 매우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는 한 발짝도 내딛지 않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개발 정황이 포착되고 최근 석탄을 실은 북한 선박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데 따른 것이다. 대표적인 지한파인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공화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 정부가 한국의 제재 유예 요청 중 몇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는데, 현재로서 바뀐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한국 정부에 재가동을 요구하는 개성공단에 대해선 “재가동은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은 제재 이행에서 같은 선상에 있다. 그리고 계속 그렇게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국무부, 대북제재 주의보 ‘한글본’ 처음 공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달 23일 발표한 대북제재 및 집행조치 주의보의 한글 번역본을 2일 공개했다. PDF 파일 23쪽짜리 한글본은 ‘북한과 공급망 연계가 있는 사업체의 위험요소’라는 제목 아래 북한이 원산지를 속이는 실태, 해외의 북한 노동자 고용 문제 등을 지적했다. 특히 평양으로 흘러가는 달러 공급원 중 하나인 북한 해외 노동자에 대해선 “모두 42개국에서 북한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며 실태도 자세하게 소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제재 주의보를 발표하면서 한글 번역본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월 발표했던 해상 관련 대북제재 주의보는 중국어로만 번역됐다.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이어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대북제재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지켜보겠다는 시그널인 셈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개성공단을 재개하라는 북한의 요청에 맞장구를 치면서 종전선언을 계속 언급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행보에 불편한 심경을 여러 경로로 표현하는 것 같다”며 “한미일이 제재 준수의 핵심인데 비핵화 진전 없는 상황에서 ‘앞서 가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 노동자들의 대표적인 달러벌이 파견지 중 하나였던 중동의 카타르가 대북제재 결의 조기 이행 차원에서 남아있는 북한 노동자 전원을 송환하겠다고 밝혔다. 카타르는 지난달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해 최근 공개된 대북제재 결의 2397호 이행보고서에서 “남아있는 북한 노동자에 대한 송환 절차가 고용주들과 조율을 거쳐 마무리 지어질 것”이라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일 전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12월 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하면서 2019년 말까지 회원국들에 모든 북한 노동자를 추방하도록 명시했다. 카타르에는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1000여 명의 북한 노동자가 있었지만, 이후 송환자가 늘어 올해 6월 기준 150명이 남아있다고 카타르 정부는 밝혔다. 카타르가 유엔 결의 시한보다 앞서 이번에 조기 송환을 결정하면서 평양으로 흘러가는 달러는 더 마르게 됐다. 러시아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송환이 최근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달 30일 평양∼블라디보스토크 구간에 고려항공 소속 여객기 2대와 수송기 3대가 이례적으로 함께 운항했는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 준비보다는 북한 노동자 송환에 투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한 정부 소식통은 “러시아에는 약 2만 명의 북한 노동자가 있는데 단계적 송환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 매체들이 31일 우리 정부에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촉구했다. 노동신문은 ‘무엇이 북남관계의 새로운 여정을 가로막고 있는가’라는 논평에서 “청와대 주인은 바뀌었지만, 이전 보수 정권이 저질러놓은 개성공업지구 폐쇄나 금강산관광 중단에 대한 수습책은 입 밖에 낼 엄두조차 못하고 도리어 외세에 편승하여 제재·압박 목록에 새로운 것을 덧올려 놓고 있는 형편”이라고 비난했다. 금강산관광에 대해 “자기 민족의 명산을 부감(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하는 데 외세의 제재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라고 했다. 5월 4건의 투자계획서를 공개하며 금강산 개발 의지를 밝힌 북한이 8월 이산가족 상봉과 현대아산 관계자들의 방북을 계기로 관광 재개를 촉구한 것이다. 신문은 남북 철도·도로 협력에 대해선 “남조선 당국은 공동 점검과 공동 조사, 공동 연구 등 돈 안 되는 일들만 하겠다는 심산”이라고 했다.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속 있게 진행되는 것은 거의 없다” “비누거품에 불과하다” 등으로 불만감을 드러냈다.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광고해대는 남조선 당국의 온당치 못한 행태는 지금 온 겨레의 규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제재와 대화가 병행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워싱턴 뉴욕 등 미국 동부까지 핵탄두로 타격할 수 있는 새로운(New)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산에 들어간 정황이 미 언론에 동시다발적으로 포착됐다. 김정은이 올해부턴 도발을 중단한 채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잇달아 가지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고 최근엔 미국에 체제보장과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지만, 동시에 뒤로는 핵무력 향상에 매달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도 북한의 ICBM 개발을 부인하지 않고 있어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향후 비핵화 프로세스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북한이 평양 외곽의 미사일 생산공장인 산음동 병기연구소에서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새로운 ICBM을 만들고 있다고 미 정보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산음동 공장은 화성-15형을 비롯해 ICBM 2기를 생산한 곳이다. WP는 “최소 1기 이상, 아마도 2기의 ICBM을 제작 중”이라며 “(이 가운데) 최소 1기는 화성-15형”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신형 ICBM이나 화성-15형의 개량형 개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도 익명의 미 정부 고위 관료를 인용해 미국의 정찰 위성이 지난해 ICBM을 생산했던 북한 공장 안팎으로 차량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산음동 공장에) 북한 당국이 사무실과 박물관으로 추정되는 건물 두 채를 새로 건설했다”며 “건물이 들어선 자리는 북-미 정상회담이 있기 직전인 6월 5일까지만 해도 텅 비어 있었다”고 전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31일 시작된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앞두고 북한의 미사일 개발 움직임을 사실상 언론을 통해 공개하면서 대북 압박에 나섰고, 북한도 오히려 미사일 개발 공개를 계기로 비핵화 협상력을 높이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 일각에서 김정은이 비핵화에 나서도록 하기 위해선 군사적 옵션을 다시 꺼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북한이 또다시 ICBM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비핵화 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는 이날 보도 후 “북한 동향에 대해서는 한미 정보기관에서 유심히 보고 있다”며 입장 표명을 자제한 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북-미가 종전선언을 놓고 비핵화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남북미 3자 간 종전선언을 제안했으나 김정은이 거부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김정은이 종전선언을 강하게 요구하면서도 “중국을 포함한 4자 선언이 돼야 한다”며 선을 그었기 때문. 싱가포르 회담 후에도 비핵화 조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김정은이 중국의 개입을 경계하는 미국의 ‘약점’을 꼭 집어 4자 종전선언을 고집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트럼프가 종전선언 제안했지만 “중국 없이 안 돼” 북-미 비핵화 협상에 정통한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30일 “싱가포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의 주체를 남북미 3국으로 제안했으나 김정은이 중국이 제외된 종전선언 체결에 부정적이었고 그래서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달 초 평양을 찾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빈손’으로 돌려보낸 직후 외무성 성명을 내 “종전선언을 빨리 발표하는 것은 조미 사이 신뢰 조성을 위한 선차적 요소”라며 촉구했는데 이 역시 4자 종전선언을 촉구한 것이라고 한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3자’ 또는 ‘4자’로 주체가 명기됐던 종전선언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5월 22일 백악관 회담을 통해 급격히 ‘3자’로 균형추가 기울었다. 실제로 한미는 싱가포르에서 ‘3자 종전선언’을 심도 깊게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무부는 종전선언이 국제법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도 집중 검토했다고 한다. 정전협정 이후 60여 년간 미국이 만들었던 대북 압박용 법안이나 정책이 종전선언과 충돌하지 않는지, 한미 동맹과 대북 군사적 옵션에 미치는 영향까지 면밀히 살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전체적인 틀로 봤을 때 종전선언이 향후 비핵화 협상에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종전선언문 가안까지 작성 청와대는 종전선언문 가안까지 마련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것은 아니지만 실무적 차원에서 북-미 정상회담 후 바로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도 있어 선언문 가안을 마련해 놨었다”고 전했다. 이어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라 정상들이 마음만 먹으면 비핵화 이행 여부와 상관없이 할 수 있다”면서 “법적 절차가 얽혀 있는 평화협정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판문점 선언에서 가능성을 열어놨던 3자 선언을 트럼프 면전에서 거부한 것은 결국 중국의 강한 입김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은 최근 외교채널을 동원해 우리 정부를 상대로도 종전선언 참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5일 국회에 출석해 “중국의 참여는 종전선언이란 합의에 무게를 더하는 방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미 외교가에선 미국이 비핵화 과정에 중국의 개입을 어느 정도 용인할지가 비핵화 및 종전선언 논의의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의 본격 개입을 고민하고 있다. 중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하면 비핵화의 결과로 이어질 평화협정의 당사국이 되고, 그만큼 동북아의 새 질서를 짜는 데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부담이다. 그러나 종전선언 논의가 늦춰지면 비핵화 조치도 지연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전술적 선택’을 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 신고 및 검증을 조기 수용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중국의 참여를 받아들이는 중재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전선언에 중국이 들어오면 중국도 향후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의 책임을 지게 되며 대북제재 유지의 의무도 더 커진다”면서 “중국 배제론이 아닌 활용론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 기자}
북한이 송환되는 미군 유해를 담을 ‘조립식 나무상자’를 판문점을 통해 반입한 것이 확인되면서 당초 예상대로 65주년 정전협정일인 27일에 맞춰 송환 일정이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보관하던 유해 송환용 나무상자가 이번 주 초에 북측으로 넘어갔다. 북한이 약 2주 전부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작업에 들어간 데 이어 유해 송환에도 나서며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약속한 것들을 일부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구체적인 송환 규모나 경로는 공개되지 않았다. 6·25전쟁 때 ‘장진호전투’가 치열했던 함경남도 장진에서 미군 유해가 많이 발굴된 것을 감안하면 직선거리로 약 100km 떨어진 원산 갈마비행장에 미군 수송기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에 앞서 17일 미군 기관지 성조지는 “북측에서 50∼55구의 유해가 27일 항공편으로 송환돼 오산 미군기지나 하와이로 갈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일단 육로로 판문점을 통해 오산으로 이송된 후 항공편으로 하와이로 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군사기지가 밀집한 원산에 미군 수송기를 들이는 건 북한에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북으로 넘어간 나무상자들은 완성된 형태가 아닌 나무판 형태의 조립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전히 수습되는 유해도 있지만 일부만 회수될 수 있는 만큼, 상자 크기를 맞춤형으로 조립해 기내에서 차지하는 면적을 줄이려는 것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에 대한 칭호가 ‘여사’에서 ‘동지’로 5개월여 만에 바뀌었다. 노동신문은 26일 김정은의 강원도 시찰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 동지가 리설주 동지와 함께 현지지도했다”고 전했다. 리설주는 2012년 북한 매체에 처음 등장한 후 ‘동지’로 불리다 올 2월 8일 건군절 열병식 보도를 계기로 ‘여사’로 호칭이 변했다. 하지만 리설주에 대한 여사 칭호엔 북한 내부의 부정적 여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지도자의 생존 배우자로서는 1970년대 김일성의 부인 김성애 이후 40여 년 만에 ‘여사’ 칭호를 받았기 때문. 1989년생으로 알려진 리설주에게는 너무 빠른 대접이란 인식도 있었다.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생모 외에는 여사 칭호를 자제하고 있다. 한국 인사 중에는 이희호, 권양숙, 김정숙 등 전현직 대통령 부인과 문익환 목사의 부인 박용길 씨 등이 북한 매체에서 여사로 불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02년 의원 시절 방북 때 여사로 불렸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에 나섰다. 문 대통령을 ‘그 누구’라고 칭하며 북-미 관계에 대해 “감히 입을 놀려댄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정은이 하반기 본격적으로 이어질 비핵화와 종전선언 세부 논의에 앞서 한국을 강하게 압박해 미국에 간접적으로 부담을 주면서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꾸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北 “운전자는커녕 조수 노릇도 못 한다” 노동신문은 20일 ‘주제 넘는 허욕과 편견에 사로잡히면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다’라는 개인 논평에서 문 대통령이 13일 ‘싱가포르 렉처’에서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한 발언을 정조준했다. 신문은 “더욱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갑자기 재판관이나 된 듯이 조-미(북-미) 공동성명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그 누구가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감히 입을 놀려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주제 넘는 발언” “맹목과 주관으로 일관된 편견” “결과를 낳은 엄연한 과정도 무시한 아전인수 격의 생억지” “제 처지도 모르는 희떠운(분에 넘치고 버릇없는) 훈시”라며 맹폭격을 했다. 또 “운전자는커녕 조수 노릇도 변변히 하지 못한다”고도 비하했다.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후에도 비핵화 실천 방안에 대한 진척이 없자 합의를 촉구한 것을 두고 “참견 말라”며 선을 그은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한 문 대통령을 원색 비난한 것을 두고 하반기 들어 북한의 대남·대미 전략기조가 변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6, 7일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빈손’으로 돌려보낸 뒤 “일방적이고 강도 같은 비핵화 요구만 들고나왔다”고 비판한 지 2주도 안 돼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까지 비난한 것. 노동신문의 이날 보도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서울’을 본보기식으로 비난하고 압박하며 결국 워싱턴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에는 종전선언 양보를, 한국에는 민족공조를 강조하며 각종 지원을 거세게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탈북 여종업원 송환도 강도 높게 요구했다.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0일 “여성 공민(탈북 여종업)들의 송환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지 않으면 일정에 오른 북남 사이의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은 물론 북남 관계에도 장애가 조성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특히 북한은 “통일부 장관 조명균을 비롯한 현 남조선 당국자들의 철면피한 처사”라며 3∼6일 통일농구단을 이끌고 평양을 다녀온 조 장관을 콕 찍어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북한이 7월 27일 정전협정 65주년 전후로 한 미군 유해 송환부터 8·15 광복절 공동 행사 및 이후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등에서 다시 ‘몽니’를 부리며 몸값을 높이려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장 25일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의 생사 확인을 담은 회보서가 순조롭게 교환될지 관심이 쏠린다. 남 원장은 “북한이 당장 미국에는 유해 송환 대가로 거액을 요구하고, 한국에는 평양 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반대급부로 각종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일단 태세 전환을 한 만큼 당분간 압박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 답보상태 비핵화 ‘돌파구’ 모색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0일 오전 회의를 마친 뒤 곧바로 미국 워싱턴으로 극비리에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실장의 방미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5월 3일 극비리에 워싱턴을 찾은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이번 방미에서 정 실장은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싱가포르 회담과 이달 초 폼페이오 장관의 세 번째 방북 이후 답보 상태인 북-미 간 비핵화와 종전선언 논의를 촉진하는 한편 남북 관계 진전의 속도 점검을 위해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산 석탄의 국내 유입 논란과 관련해 미 측의 오해를 풀기 위한 설명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 기자}

“휴양소 목욕탕의 욕조가 어지럽고 침침하고 비위생적이다. 양어장들의 물고기 수조보다 못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온천으로 유명한 함경북도 온포휴양소를 찾아 이렇게 일갈했다. “(김일성) 수령님과 (김정일) 장군님의 업적을 말아먹고 죄를 짓게 된다”고 꾸짖기도 했다. 이달 초 북-중 접경지역인 평안북도 일대 경제시찰에 나섰던 김정은이 이번엔 러시아와 접한 함경북도 일대 시찰에 나서 ‘대단히 격노’한 것을 노동신문이 17일자 1∼9면에 걸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김정은은 1981년 건설 시작 후 38년째 완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어랑천 발전소를 찾아선 “벼르고 벼르다 오늘 직접 나와 보았는데 말이 안 나온다”라고 했다. 이어 평소 현장에는 안 나오다가 “준공식 때마다는 빠지지 않고 얼굴을 들이미는 뻔뻔스러운 행태”라며 내각 등 책임자들을 비판했다. 청진 가방공장을 찾아선 “태도가 매우 틀려먹었다”고 했다. 김정은은 2월 평창 겨울올림픽 때 북한 예술단을 태우고 왔던 만경봉 92호를 건조한 청진 조선소를 찾아선 “새로 계획하고 있는 현대적인 화객선을 건조하는 사업을 이곳 조선소에 맡길 것을 결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향후 크루즈 사업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새 전투함선을) 몸소 시험 항해도 해보시면서”라고 신문은 전하기도 했다. 북한이 전날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사면을 밝힌 데 이어 이날 경제 현장을 독려한 것은 탁상행정을 부각시켜 관료들을 질책하는 한편 민생은 각별히 챙기는 지도자 모습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간부들은 바짝 긴장한 채로 수첩에 지시를 적는 반면, 일선 근로자들은 환하게 웃는 김정은의 팔짱을 낀 채로 기념촬영을 한 사진이 북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보도 시점을 보면 이번 함북 시찰이 13∼16일 이뤄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송영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도 함북 나진, 선봉을 13, 14일 다녀왔다. 북방위 관계자는 “현지에서 북한 철도성과 지역 당 관계자만 만났다. 김 위원장의 시찰은 몰랐다”고 했다. 김정은은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위해 국제기자단이 원산을 찾았을 때도 인근 지역의 경제시찰에 나섰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정권수립 70주년(9월 9일)을 앞두고 3년 만에 사면을 단행하며 경축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북한은 노동신문 16일자 1면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의의 정령을 공개하며 “공화국 창건 일흔 돌을 맞으며 조국과 인민 앞에 죄를 짓고 유죄판결을 받은 자들에게 대사(大赦·사면)를 실시한다”며 “내각과 해당 기관들은 석방된 사람들이 안착되어 일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실무적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정령은 12일 결정됐으며 사면 시행은 다음 달 1일자로 이뤄진다. 김정은은 집권 첫해인 2012년 김일성 100회 생일에, 2015년에는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각각 사면을 실시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철저히 구현하여 인민대중의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생활을 보호”했다며 김정은의 애민주의를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이번 사면이 대북제재로 생겨난 주민 불만을 잠재우고 내부를 독려하려는 조치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사면 대상이나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정치범까지 사면된다면 ‘국가전복음모죄’ ‘간첩죄’ 등으로 북에 억류돼 있는 한국인 6명의 석방이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