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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캐피털 회사의 최대주주 A 씨는 보유 중인 기업을 팔기 위해 인수 후보군을 1년 가까이 찾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A 씨는 “금리가 낮은 시기에는 캐피털 회사로 다양한 투자를 할 수 있어 금융권 오너들의 관심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연체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 등으로 캐피털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 같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부동산 PF 위기가 현실화된 가운데 캐피털사들의 연체액 부담이 금융업권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과 달리 고위험, 고수익 PF 대출에 주력해 온 것이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부메랑이 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부지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어 캐피털 업계의 부실은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캐피털 PF 연체액, 금융권 최대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캐피털 회사들의 부동산 PF 연체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 1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증권(8730억 원), 저축은행(5000억 원), 보험(5000억 원) 등 타 금융권과 비교할 때 가장 많은 수준이다. 캐피털 업계의 부동산 PF 대출액은 24조 원으로 은행(44조2000억 원)과 보험(43조3000억 원)보다 절반 가까이 적은데도 연체액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캐피털사의 주된 수익은 자금 조달 금리와 리스, 렌털 등 대출 금리의 차이인 ‘이자 마진’이다. 부동산 경기가 상승세를 그린 2017년부터는 수익 극대화 차원에서 부동산 PF 대출을 급격히 늘리기 시작했다. 캐피털사들은 저금리 시기 부동산 호황기 때 중·후순위 대출과 브리지론(토지 매입 전 단기대출)에 집중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신용등급 A급 이하 캐피털의 자기자본 대비 PF 대출과 브리지론 비율은 각각 150%, 83%로 저축은행과 증권 등 다른 업권보다 크게 높았다. 이에 신용평가사들은 PF 대출 건전성이 악화된 오케이캐피탈, M캐피탈, DB캐피탈 등의 신용등급 또는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노효선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캐피털의 PF 대출 부담은 타 금융권 대비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A급 이하 회사는 부실 대출 정리 과정에서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올해 신용등급·실적 악화 본격화 우려 연초 이후 금융당국이 PF 리스크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캐피털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25일 2금융권 임원들을 소집해 브리지론 예상 손실의 100%만큼을 충당금으로 쌓을 것을 당부했다. 이에 지난해부터 감소세에 접어든 캐피털사들의 실적이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감원에 따르면 캐피털사의 작년 상반기(1∼6월) 순이익은 1조62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1.7% 줄어들었다. 자산 기준 업계 5위권인 오케이캐피탈은 지난해 3분기(7∼9월)까지 누적 순손실 규모가 1331억 원에 달했다. 캐피털은 별도의 수신 기능이 없어 유사시 정부의 지원을 받기도 어렵다.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 최대주주의 추가 자금 투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연내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하거나 새 주인을 찾는 회사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후순위 PF 대출 비중이 높은 캐피털사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며, 대주주의 증자 여력이 부족한 회사는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회사의 경우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국내 A시중은행의 해외 대체 투자 담당자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 폭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 맨해튼 지역에 가장 안전하다는 선(先)순위 대출을 했지만, 자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외 부동산의 선순위 대출에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건 자산 가격이 60% 이상 폭락했다는 뜻이다. A은행은 이 대출을 비롯한 미국 내 부동산 투자 자산이 1조 원에 달한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확산하면서 국내 금융계에도 후폭풍이 일고 있다. 관련 자산에 수십조 원을 투자한 국내 금융사들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고,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에 가입한 개인투자자들도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제2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및 다가구주택 부동산 대출 잔액(4조7000억 달러)의 20%에 가까운 9290억 달러(약 1236조 원)의 만기가 연내 돌아온다. 일각에선 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올해 최대 15% 추가 하락하며 부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억만장자 투자자 배리 스턴리히트 스타우드캐피털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앞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1조 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실 여파는 국내 금융사까지 미치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금융사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규모는 55조8000억 원에 달하는데 이 중 25%인 14조 원이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 시중은행들이 물려 있는 액수도 상당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4대 금융지주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16조5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는 역대 최대인 9조 원가량의 대손충당금을 쌓았지만 최근 해외 부동산 대출 손실이 예상되면서 올해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해외 부동산 자산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며 “투자 기관들끼리 조율해서 부실 자산을 신속하게 정리하고, 우량 자산은 추가 투자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부동산 펀드’ 개인투자자 ‘제2 ELS’ 우려도 해외 상업부동산 위기 비상올 만기 4365억 중 4104억 개인투자獨 빌딩 투자펀드는 수익률 ―82% 해외 부동산 가치가 폭락하면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의 펀드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13일 기준 ―81.89%에 달한다. 미국 뉴욕과 벨기에 브뤼셀 빌딩에 투자한 ‘한국투자뉴욕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1호’(―30.91%)와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15.96%) 등도 손실을 보고 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공모펀드로 투자한 일본 삿포로 호텔이나 미국 항공우주국(NASA) 본사 건물 등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공모펀드로 인수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오피스 빌딩을 지난해 10월 매입가 대비 20%가량 낮은 금액에 매각하기도 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는 총 4365억 원으로 이 중 4104억 원을 개인들이 투자했다. 투자자 수만 1만 명을 넘어선다. 만일 만기 연장이 불발될 경우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가 ‘제2의 홍콩발 ELS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부실 문제는 전 세계 금융사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자금을 댄 미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는 지난해 4분기(10∼12월)에만 2억6000만 달러(약 35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에 직면했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부동산 투자 관련 손실충당금을 전년 대비 4.7배로 높였다. 일본의 중소은행인 아오조라은행도 상업용 부동산 대출 관련 충당금 때문에 15년 만에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 추세로 글로벌 금융사들의 부실 위기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데이터 분석회사 그린스트리트는 “상업용 부동산의 평가 가치가 여전히 너무 높다”며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올해 최대 15%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올 들어 한 달여 만에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액이 5대 시중은행에서만 5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ELS 판매사에 대한 2차 현장검사에 나선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상품 가운데 올해 들어 이달 7일까지 총 9733억 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왔다. 하지만 투자한 고객들이 돌려받은 돈은 4512억 원에 그쳤다. 평균 손실률이 약 53.6%로, 손실 규모는 5221억 원이다. 올해 말까지 홍콩H지수 ELS 상품은 총 15조4000억 원어치 만기가 돌아온다. 현재 홍콩H지수가 5,300 선을 보이며 2021년 상품 판매 당시 고점(약 12,000)의 절반을 밑돌고 있어 전체 손실액은 7조 원 안팎까지 커질 수 있다. 투자자들의 예상 피해 규모가 커지자 상품을 판매한 금융사에 대한 배상안(책임분담안)을 요구하는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은 이달 16일부터 5개 은행, 6개 증권사 등 홍콩H지수 ELS 주요 판매사들에 대한 2차 현장 검사에 나선다. 이를 바탕으로 가급적 이달 말까지 책임분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권에선 당국이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와 관련한 규제책을 추가로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2차 현장검사가 나온 이후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 여부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미국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현황을 사업장 단위로 점검한다.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신속한 정리를 돕는 차원에서 대주단 협약 개정에도 나설 예정이다. 12일 금융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트를 사업장 단위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금융사 및 업권별 위험을 살펴보는 데 주력해 왔다면, 이제부턴 개별 투자 건이나 사업장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인한 담보인정비율(LTV)의 변화, 기한이익상실(EOD·대출 만기 전 자금 회수 요구) 발생 사유 등을 중점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EOD 발생 시 선순위 투자자가 자산 매각을 결정하면 중·후순위 투자자의 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또 금감원은 해외 부동산에 대한 현장 실사가 어려운 점을 악용해 손실 인식을 미루는 금융사들이 있는지도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이 같은 ‘핀셋 관리’에 나선 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뉴욕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의 주가는 상업용 부동산에 내준 대출 손실 우려로 폭락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잔액은 55조8000억 원이었는데, 이 중 북미 지역 비중이 64.2%(35조8000억 원)로 가장 높았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중 전국 3800여 개 금융사들이 참여하는 ‘PF 대주단 협약’도 개정할 방침이다. 부실 사업장을 조속히 정리하기 위해 대출 만기 연장 기준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대주단이 만기를 연장하려면 채권액 기준 66.7% 이상 동의해야 하는데, 이를 75%로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부동산 PF의 뇌관으로 꼽히는 미착공 브리지론(토지 매입 등을 위한 단기대출)의 경우 만기 연장 가능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준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방안이 이달 중 확정된다. 상장사와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를 얼마나 이끌어 내느냐가 제도 안착의 관건으로 꼽힌다. 12일 금융당국 및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최상목 부총리 주재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방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상장사들이 한국거래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가치 개선 계획에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치를 포함시킬 것을 권고하는 방안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처음 언급됐지만 현재까지는 개괄적인 방향만 제시됐다. 업계에선 정부가 상장사와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이끌 만한 유인 동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주주가치를 높인 우수 상장사들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더라도 기관들의 자금 유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가업 승계, 상속 등을 둘러싸고 대기업 오너 일가들 사이에서 파열음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 경제 태동기를 이끌었던 기업의 상당수가 3, 4세 경영에 돌입했지만 혈육 간 ‘불편한 동거’가 마지못해 이어지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세대가 내려가며 유대 관계가 약해진 데다 상속 후 오너 일가의 지배력도 떨어져 ‘내 몫’을 챙기려는 기류도 강해진 탓으로 풀이된다. 재계와 금융투자 업계에선 이 같은 대기업 일가 내 분쟁이 앞으로 보다 빈번해지고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가족 전체 분쟁으로 ‘확전’ 양상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분쟁 소송 건수는 총 268건이었다. 1년 전(175건)보다 약 53%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최근 들어선 대기업 오너 3, 4세 사이의 다툼이 잦아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에서 벌어진 ‘형제의 난’은 경영권 분쟁이 가족 단위로 확산된 사례로 회자된다. 형제간 갈등에 아버지는 물론이고 누나, 친척까지 가세해 ‘전면전’으로 치달았다. 당시 장남 조현식 고문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서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과 차녀 조희원 씨를 우호 주주로 맞이했다. 방어하는 입장인 차남 조현범 현 회장은 조양래 명예회장과 큰아버지(조석래 효성 명예회장)가 이끄는 효성그룹(효성첨단소재)을 우군으로 확보했다. MBK의 공개매수가 실패하면서 형제간의 다툼은 조 회장 측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조양래 명예회장을 겨냥한 법적 다툼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선 2020년에도 조 회장이 그룹의 후계자로 발탁되자 다른 형제들이 즉각 반발하며 조 명예회장에 대해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성년후견이란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 결정이 어려운 성인에 대해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다. 올 들어선 형제와 모녀 간의 경영권 다툼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한미약품그룹이 지난달 12일 OCI그룹과의 통합을 발표하자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사장과 차남 임종훈 사장은 이에 반발하며 17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임 창업주의 아내인 송영숙 회장과 딸인 임주현 사장이 제대로 된 검토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당시 임종윤 사장은 “이번 통합은 절차상 문제가 있으며 우호 지분을 모아 승부를 볼 것”이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일단락됐더라도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고 갈등이 이어지기도 한다.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은 지난달 8일 여동생인 구지은 부회장 대표이사, 구명진 사내이사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구 전 부회장은 고(故) 구자학 아워홈 창업주의 장남이자 회사 지분 38.6%를 보유 중이지만, 2021년 6월 여동생 세 명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패해 해임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아워홈 측은 “고소 관련 내용에 대한 전반적인 사실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에서 가치투자 1세대로 꼽히는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장기간 동업, 가족 경영 등을 해 온 대기업들조차 3, 4세대 경영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사이가 멀어져 분쟁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대감 약화, 상속세 부담도 영향그동안 대기업에서 형제간 다툼은 선대에서 후계 구도를 명확히 정리하지 않았을 때 주로 발생해 왔다. 2000년 현대그룹, 2015년 롯데그룹에서 벌어졌던 ‘왕자의 난’이 대표적이다. 최근 벌어지는 오너 3, 4세 간의 분쟁은 과거 사례들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적통이 누구냐를 두고 싸우기보단 주식, 상속액 등의 실익을 챙기기 위한 모습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대표이사는 “오너 일가의 경우 아래 세대로 갈수록 명분 대신 실리를 우선시하는 분위기”라며 “창업주가 일궈 놓은 가업을 이끌기를 원치 않는 3, 4세도 많고, 가급적 현금을 상속받아 본인들이 원하는 삶을 살길 희망한다”고 귀띔했다. 형제간 갈등이 남매, 모녀 등으로 확산된 배경엔 달라진 가족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영권, 상속 분쟁 과정에서 참여를 꺼려 온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이전에는 대기업 일가에서 결혼한 딸이 출가외인으로 간주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의 권한이 강해지고, 여기에 각자도생 문화까지 맞물리면서 결혼한 오너 3, 4세 여성들도 ‘내 몫’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특유의 유교 문화에 자본주의가 결합되면서 다양한 부작용이 생겼고 많은 3, 4세 여성들이 유류분을 못 받은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며 “많은 대기업 총수 피상속인들이 장자를 지나치게 우대해 왔기 때문에 ‘형평성’을 문제 삼는 자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도 오너 간 경영권 분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OCI그룹과의 통합 과정에서 불거진 한미약품그룹 일가의 갈등은 한국 기업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 창업주가 2020년 별세하자 대주주 일가는 500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마련해야 했고, 이를 위해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OCI그룹과 합병하는 ‘묘수’를 찾아냈다. 당초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에 지분을 팔아 상속세 재원을 확보하려 했으나 이 거래가 불발되자 다른 카드를 부랴부랴 찾은 끝에 나온 방안이었다. 하지만 OCI그룹과의 합병은 결국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 됐다. 김경률 청운택스컨설팅 대표세무사는 “상속세율은 기본적으로 최소 50%인데 오너 3, 4세들의 경우 납부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크다”며 “가업상속공제가 있지만 해당 제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혜택을 못 보는 중견기업도 많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영권 분쟁주 ‘묻지 마 투자’ 주의해야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상장 기업의 경영권 분쟁을 주가에 호재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양측이 모두 주식을 더 많이 보유하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이 주가 상승 요인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최근 분쟁이 펼쳐진 기업들의 주가는 매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는 공개매수가 진행된 지난해 12월 5일부터 22일까지 1만5850원에서 2만3750원 사이를 오갔다. 해당 기간 한국앤컴퍼니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335만2182주로 11월 일평균 거래량(32만 주)의 10.5배에 달했다. 경영권 분쟁이란 재료를 가지고 수많은 투자자들이 ‘단타 대회’를 펼친 결과다. 심지어 한국앤컴퍼니의 경우 공개매수 과정에서 선행매매 의혹이 제기돼 금융감독원이 거래 내역을 직접 들여다보고 있다. 조 고문과 MBK가 공개매수 계획을 밝히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20일부터 12월 4일 사이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30.1% 상승했다. 한미사이언스 주가도 임종윤 임종훈 사장의 반발로 형제-모녀 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자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임종윤 사장이 지난달 중순 X(옛 트위터) 계정에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에 대해 회사 측이나 가족에게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를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올리자 직후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상장사에 무작정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한 글로벌 사모펀드의 부대표는 “경영권 분쟁이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재료가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며 “일반 투자자들이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변동성이 크고 거래량도 폭증해 웬만해선 건드리지 않는 게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우석 경제부 기자 wskang@donga.com}

국내 유일의 컨테이너선사 HMM(옛 현대상선)의 매각이 끝내 무산됐다. 매각 측인 KDB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채권단)와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하림)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거래에 참여한 당사자들은 물론 매각 무산 과정을 지켜본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아마추어 협상 같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채권단 내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데다 유력한 인수 후보군을 초청하는 데도 실패해 시작부터 설익은 딜(deal·거래)이었다는 것이다. 국내 해운업계 재편이 시급한 상황에서 약 7개월 동안 입찰을 진행하며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졌다.● 채권단-하림, 동상이몽 이어져 7일 채권단은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림과의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부터 7주간 협의해 왔으나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하진 못했다. 이날 하림도 “거래 협상이 무산된 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채권단과 하림은 매각 이후 HMM의 경영 주도권을 놓고 막판까지 대립했다. 우선 채권단은 하림이 HMM의 유보금(약 10조 원)을 해운업 발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HMM이 국내 유일한 국적 선사인 만큼 정부 측이 사외이사로 합류해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HMM이 또다시 어려워지면 혈세 투입이 불가피해 정부 측이 관리, 감독할 여지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림은 채권단이 약 10%의 지분을 남겨두고 경영에 계속 간섭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받아쳤다. 채권단의 요구를 거의 다 수용했는데도 ‘관치’ 기조로 협상을 파국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하림 고위 관계자는 “협상에 몇 차례 임하면서 ‘무늬만 매각’이란 생각이 끊이지 않아 굴욕적이었다”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비싸게 지불하고 사는데, 채권단이 영구적으로 간섭하는 입장을 고수하면 누가 인수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양측은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와 관련해서도 엇갈리는 입장을 보였다. 하림은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사모펀드 특성을 고려해, 5년간 지분 매각 제한에서 JKL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해진공이 반대하자 하림은 JKL의 지분 매각 제한 기간을 3년으로 줄여 달라고 최후 통첩을 건넸다. 그러나 해진공은 이 역시 불가능하다는 입장과 함께 JKL을 컨소시엄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고, 하림이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반발하면서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 산은-해진공 입장 차 커 재입찰도 난항 이번 매각이 무산되면서 HMM은 당분간 채권단 관리 체제로 유지된다. 채권단은 HMM의 재입찰을 최대한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거래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채권단의 이 같은 계획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다른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당장 7주간의 주주 간 계약 협상 과정에서 산은과 해진공의 의견이 합치하지 않는 경우가 계속 반복됐다”며 “양측의 엇갈리는 이해관계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HMM 매각이 무산된 데에는 관계 기관 모두의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산은은 영구채 물량이 남아 있는데도 입찰 공고상에 관련 내용을 명확히 담지 않아 시장의 빈축을 샀다. 결국 본입찰 과정에서 동원과 하림이 정반대의 계약 조건을 내놓는 상황으로 이어져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 해진공은 전 세계 해운업의 재편 국면에서 빠른 결정이 필요한데도 지나치게 세세한 조건들을 요구하며 소모적인 협상을 이어갔다. 하림은 팬오션 유상증자(약 3조 원), 인수금융(약 2조 원) 등의 자금 조달 계획을 내놨지만, 일각에서 제기된 자금 부족 우려를 온전히 해소하진 못했다. 한편 이번 매각 무산에 대해 HMM의 육·해상노조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동안 HMM 노조는 자금력이 약한 하림이 인수하면 회사 유보금이 해운업 발전을 위해 쓰이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손실이 종목형 ELS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2021년 당시 주가가 현재의 두 배가 넘었던 LG화학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올해 처음으로 종목형 ELS에서 60%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한 미래에셋증권의 ‘미래에셋대우 29492회 ELS’는 58.17%의 손실이 확정된 채 투자자들에게 상환됐다. 앞서 지난달 22일 만기를 맞은 LG화학·현대차 기초의 ‘미래에셋대우 29466회 ELS’도 57.74%의 손실을 냈다. 두 ELS의 발행 금액은 각각 5억500만 원, 7억 원 상당이다. 해당 ELS에 투자했다면 원금의 절반도 돌려받지 못한 셈이다. LG화학 연계 ELS 상품들이 발행됐던 2021년 1∼2월 LG화학의 주가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2021년 연초부터 급상승한 주가는 그해 2월 5일 102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그해 하반기(7∼12월)부터 주가는 떨어지기 시작해 2022년에는 50만 원 선, 지난해에는 40만 원 선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6일 LG화학은 전날보다 0.96% 하락한 46만2500원에 마감했다. 통상 3년 만기로 발행되는 ELS는 최초 발행 시점부터 6개월이 지날 때마다 조기 상환 평가를 진행하는데, LG화학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 가면서 조기 상환 기준 가격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종목형 ELS 손실 규모는 향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3년 새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기초자산으로 둔 ELS는 2021년에만 3000억 원 넘게 팔렸다. 당시 판매된 네이버 연계 ELS 126개 중 89개가 올해 만기를 맞는다. 발행 금액으로는 약 2448억 원에 달한다. 30만 원대 후반과 40만 원대 중반 사이에서 오르내린 네이버 주가는 2021년 7월 26일 고가 기준 최고 46만50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네이버는 6일 종가 기준 20만5500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카카오 주가 역시 최고 17만 원대에서 5만 원대로 폭락했다. 2021년 발행된 카카오 기초 ELS는 약 804억 원 상당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국내 기술주들의 성장 부진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개별 종목을 기초로 한 ELS의 투자 손실마저 불가피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국내 1위 해운사 HMM 매각이 끝내 무산됐다. 하림그룹과 KDB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 간의 주주 간 계약 협상이 무산됐기 때문이다.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경영권 매각이 최종 결렬 됐다고 7일 밝혔다.산은과 해진공은 우선협상대상자와 7주에 걸친 협상기간 동안 상호 신뢰하에 대화에 성실히 임했으나, 일부 사항에 대한 상반된 견해로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설명했다.앞서 산은과 해진공은 팬오션·JKL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양 측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주식 매매 계약 및 주주 간 계약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 왔다. 양측은 한 차례 협상 기간을 연장해 6일 자정까지 협상을 이어갔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매각 작업이 무산되면서 산은과 해진공은 HMM 지분 57.9%를 그대로 보유한 대주주로 남게 된다. 산은과 해진공 측은 아직까진 HMM의 재매각 시점을 확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산은과 해진공이 단기간에 재매각을 추진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매각 이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하려하는 해진공 측 입장이 인수 희망기업에게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해진공이 까다로운 요구를 계속해서 관철시키려 하는 과정에서 거래가 난항으로 흐르게 됐다”며 “매각 이후에도 정부의 입김이 남는 구조라면 그 어떤 대기업도 HMM을 인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3년 전 시중은행에서 공공기관으로 옮긴 정모 씨(34)는 이직 전까지 창구에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을 판매했다. 그는 “지수가 30% 넘게 떨어지지 않으면 5∼6% 수익을 얻을 수 있고, 그렇게 떨어질 확률은 매우 낮다고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 상한선은 막혀 있고 손실 하한선은 없는 고위험 상품이지만 지점에서 제시한 목표 판매량을 채워야 해 손쉽게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며 “팔면서도 내심 불안했다”고 고백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임직원의 절반 넘는 인력이 ELS 판매 자격증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의 임직원이 보수가 높은 ELS 판매에 주력하면서 5대 은행이 최근 3년간 벌어들인 수수료만 7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이 각 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5대 은행에서 ‘파생상품 투자권유자문 인력(파생상품 투권인)’ 자격증을 보유한 임직원은 총 4만2831명이었다. 이는 5대 은행의 전체 임직원 수(약 8만2000명) 대비 약 52%에 해당한다. 은행원이 업무 중에 파생상품을 취급, 판매하기 위해선 금융투자협회에서 주관하는 파생상품 투권인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은행원의 절반 이상이 해당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회사의 ‘권고 사항’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은 △승진 심사 시 가점 부여 △영업점 직원의 필수자격증 권장 △관리자 승진 위한 자격 포인트 등의 형태로 파생상품 투권인 취득을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 자격증을 소지한 은행원이 ELS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시중은행 PB센터 차장은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석 달 정도만 공부하면 웬만해선 다 딸 수 있는 자격증”이라며 “소지 유무를 가지고 ELS 상품 이해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5대 은행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ELS를 고객에게 판매해 6815억7000만 원의 수수료 이익을 남겼다. 2021년 가입한 투자자들이 수익은커녕 원금 회수를 걱정하는 처지와 상반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설 연휴 직후 2차 현장점검에서 ELS 판매사 조사를 신속히 끝낸 뒤 이달 중 큰 틀의 배상기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날 2024년 업무계획을 발표한 이복현 금감원장은 “ELS 판매사에서 재가입을 명분으로 적합성 원칙을 지키지 않고 그냥 ‘믿고 가입하세요’라며 스리슬쩍 권유했다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판매사의 자율배상을 이끌기 위한 노력도 병행 중이다. 배상기준안은 손실의 60% 배상을 권고했고 금융사는 40% 배상에 동의하는 상황이라면, 40%라도 먼저 피해자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이 원장은 “배상 규모에 대한 시각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본인들이 수긍하는 부분은 자발적으로 일부라도 드릴 수 있다면 당장 유동성이 생겨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교보생명은 신창재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사진)이 1200여 명의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올해만 네 차례 ‘열정 토크쇼’를 진행했다고 5일 밝혔다. 신 의장은 매년 초 천안 연수원에서 800여 명의 영업 현장 지점장급, 본사 팀장급 간부 등을 대상으로 경영현황 설명회를 개최해 왔다. 올해에는 1월 말에서 2월 초까지 본사 근무 직원들과 약 2시간씩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추가로 가졌다. 경영 현황 설명회는 교보생명의 지난해 경영을 평가하고, 임직원들과 금년도 경영 방침을 공유하는 자리다.신 의장이 소통 행보를 늘린 것은 구성원과 변화를 함께 도모하기 위해서다. 충분한 소통 없이는 직원들의 마음을 사기 어렵고 생존을 혁신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토크쇼에 참석한 한 직원은 “회사가 처한 상황과 경영 방향성을 최고경영자(CEO)로부터 직접 허심탄회하게 들을 수 있어 조직원으로서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신 의장은 직원들에게 “보험사업자로서 고객들이 생명보험으로 미래의 역경을 돕는 ‘상부상조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한 보험금 지급을 넘어 역경에 처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정상적인 생활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종합 솔루션을 제시해야 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신 의장은 지난해 7월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만 별도로 초청해 ‘건강한 조직문화’를 주제로 1시간 이상 만남의 시간을 가진 바 있다. 당시 신 의장은 “X세대 상사를 무조건 꼰대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상호간의 차이점을 잘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X세대 상사를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올해 1월 한 달에만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에서 4000억 원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KB국민, 신한, 하나은행이 당분간 ELS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NH농협은행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원금 비보장형 ELS를 팔지 않고 있습니다.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은 ‘ELS를 계속해서 판매하겠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우리은행 측은 지난달 31일 “금융 소비자의 투자상품 선택권 보호 차원에서 판매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우리은행이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건 홍콩H지수 폭락의 여파에서 자유로운 편이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은 400억 원입니다. KB국민(7조8000억 원), 신한(2조4000억 원), NH농협(2조2000억 원), 하나(2조 원) 등에 비해 크게 적습니다. 잔액 규모가 미미해 은행권의 ELS 불완전판매 논란에서도 빗겨나 있습니다.우리은행 측은 “상품 판매와 관련된 내부통제 제도를 개선해 홍콩H지수 ELS 판매를 선제적으로 제한했다”며 “판매 창구,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해 타행 대비 판매 및 손실 규모가 미미한 상황”이라고 강조합니다.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다른 은행과 차별화된 메시지를 던진 점을 높이 평가하는 동시에 ‘운이 좋았다’는 분석도 함께 나옵니다. 우리은행이 ELS를 팔기는 했지만 '보수적으로 판매할 수 밖에 없던 상황'도 크지 않았냐는 겁니다.홍콩H지수 폭락에 앞서 우리은행은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를 순서대로 겪었습니다. 2020년엔 DLF 사태로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고, 그로부터 1년 뒤에는 라임 사모펀드 이슈가 불거졌습니다.당시 우리은행 투자상품부서에서 근무한 한 관계자는 "홍콩H지수 ELS는 꾸준히 출시되어야 한다는 의견과, 중국 리스크와 연동되는 홍콩H지수의 변동성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던 시기"라며 "고심 끝에 홍콩H지수 편입 상품을 '총판매 금액의 5% 이내'에서 팔기로 했었다"고 귀띔했습니다.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금융위원장 출신인 임종룡 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후광을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습니다. 금융당국이 ELS 판매 중단까지 검토하며 은행권을 연일 압박하는 상황에서, 은행이 ‘나름의 소신’을 밝히고 유지하는 것 자체가 임 회장의 존재 덕분 아니냐는 겁니다.어쨌든 우리은행이 이번 ELS 사태를 타 은행과 상반된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모든 은행들이 다 파는 흔한 상품을 넘어 차별화된 양질의 상품을 일반 고객에게 제공하는 계기로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올해 들어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이 본격화된 가운데 개인투자자가 시중은행의 불완전판매로 손해가 발생했다며 분쟁조정을 처음으로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투자자들도 조정 절차를 준비 중이어서 결렬 시 집단소송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까지 주요 ELS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검사하고, 사례가 확인되면 배상 기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 ELS 첫 분쟁조정… 결렬 시 소송전 예고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H지수 ELS 투자자 A 씨는 이날 ‘ELS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분쟁조정을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신청했다. B 시중은행에 2억79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홍콩H지수 ELS가 불티나게 팔린 2021년 이후 투자자가 직접 분쟁조정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 씨뿐 아니라 16명의 개인투자자도 투자 금액, 경위, 가입 절차 등을 정리한 뒤 분쟁조정을 순차적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이들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로집사법률사무소에 따르면 A 씨를 포함한 17명의 ELS 투자 금액은 총 35억 원이었다. 이정엽 로집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가능성을 고려해 투자금 전액을 손해액으로 청구했다”며 “아직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분들이 많은데 손실률이 50% 이상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투자자들은 은행들이 ELS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정보 제공을 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홍콩증권거래소 특성상 외국인·기관투자가 비중이 높은데도 거래 규모와 변동성이 큰 이유를 안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소비자의 투자 성향에 부적합한 상품 가입을 권유한 점도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은행권은 ELS의 경우 불완전판매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021년 도입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맞춰 ELS 판매 과정을 녹취 중이고, 고령 투자자에 대해선 투자성향 분석 등의 기록까지 남겨뒀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분조위의 조정 결정은 법적 의무가 없는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 조정을 신청한 투자자들이 조정 결과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소송전(戰)으로 번질 수 있는 것이다. 법률대리인 역시 시중은행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가능성도 열어둔 상황이다. KB국민, 신한, 하나, NH농협 등 4대 시중은행은 고객 손해배상 요구 등과 관련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잇달아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있다. ● 불완전판매 여부·배상기준 내달 나올 듯 금감원은 이번 주까지 주요 ELS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뒤 불완전판매 입증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이달부터 6월 말까지 총 8조4000억 원 규모의 홍콩H지수 ELS 만기가 예정돼 있어, 배상 기준을 빠르게 마련해야 투자자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어서다. 금감원은 다음 달 중 불완전판매 검사 결과, 판매사별 배상 기준안 등을 차례대로 발표하기 위해 판매사 검사 현장에 분쟁조정 담당 인력도 파견해 둔 상태다. 다만 금감원 내부에선 배상 대상과 기준을 어떻게 산정하느냐를 두고 고민이 깊다. 라임 등의 사모펀드 사태 때와 달리 ELS 상품 자체의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H지수 ELS 판매에 대한 관리 감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15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2019년 은행권의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사태 당시 감사원이 감사 청구를 받아들인 바 있어 감사 결과에 따라 시정조치까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 방안에서 배제됐던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자들도 3월부터 이자를 환급(캐시백)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소상공인 40만 명에게 총 3000억 원 규모의 이자를 돌려주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 은행권→2금융권 이자 캐시백 확대 금융위원회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자 환급,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개편 등을 추진한다고 31일 밝혔다. 2금융권도 이자 환급에 동참하고, 대환 프로그램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새로운 내용이다. 앞선 지난해 말 은행권은 연 4%가 넘는 금리로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에게 최근 1년간 낸 이자의 일부를 돌려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환급 정책의 적용 대상은 저축은행, 상호금융(농·수·신협 등), 새마을금고, 카드·캐피털에서 연 5% 이상 7% 미만의 금리로 사업자 대출을 보유했던 개인사업자와 법인 소기업이다. 금리 구간이 연 5.0∼5.5%인 경우 0.5%포인트를 일괄 차감하는 방식으로 환급을 진행한다. 연 5.5∼6.5%에 대해서는 5%와의 차이만큼, 연 6.5∼7.0% 구간에는 1.5%포인트를 일괄 차감하는 식으로 각각 환급해준다. 예를 들어 연 6%의 금리로 8000만 원을 대출받았다면 1년 치 환급액은 8000만 원에 1%포인트(6%―5%)를 곱한 80만 원으로 산정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방식으로 약 40만 명이 수혜를 볼 것으로 분석했다. 1인당 이자 지원이 가능한 대출액은 최대 1억 원이기 때문에 1인당 최대 환급액(1.5%포인트 일괄 차감)은 150만 원이다. 2금융권 대출자들은 올해 3월 말부터 이자 환급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은행권은 이에 앞서 5일부터 8일까지 이자 환급을 실시할 예정이다. 다만 은행권과 달리 2금융권 이자 환급은 대출자가 별도의 신청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에 대해 신진창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예산으로 집행하는 사업이라 금융사가 중진공에 대출자의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세부 사항은 3월 초에 다시 말씀드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혜자 적어 실효성 의문 지적도 금융당국은 소상공인이 받은 연 7%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5.5% 이하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는 프로그램도 올 1분기(1∼3월) 중 확대 개편한다. 당초엔 2020년 1월부터 2022년 5월 말까지 대출받은 경우만 적용됐지만 지난해 5월 말까지 대출을 받은 경우에도 대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대환 이후 1년간 대출금리를 최대 5.0%(기존 5.5%)로 적용하고, 보증료(0.7%)도 면제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취약계층을 지원한다는 ‘생색내기’에만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고금리 부담 완화 대책이 소상공인에게만 집중돼 급여소득자들의 박탈감이 커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2금융권 이자 환급의 경우 수혜자가 적어 효과가 실제로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책 금융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며, 국가 재정 대신 민간이 스스로 참여할 수 있게 분명한 인센티브 대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앞으로 기업의 대주주들이 자기주식(자사주)을 활용해 지배력을 편법으로 강화하는 통로가 막힐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 금지를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의 관심이 쏠린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안은 결국 제외돼 ‘반쪽짜리 대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자사주 마법’ 사라진다 금융위는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상장법인 자사주 제도 개선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자사주 제도가 선진국과 달리 대주주 지배력 확대 등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기업 인적분할 과정에서 일반 주주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사주란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다시 취득해 보관 중인 주식을 뜻한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사주 취득 후 소각’이 주주 환원책으로 대두되면서 국내에서도 1992년부터 상장사를 중심으로 자사주 취득을 단계적으로 허용해 왔다. 하지만 기업들이 대주주 지배력 확대,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자사주를 취득한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한 당초 취지에 역행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주주환원율은 연평균 29%로 중국(31%)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금융위는 기업의 지주회사 전환 시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자사주 마법’이 발생해 온 점을 지적했다. 인적분할로 지주사와 사업 회사로 쪼개지면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가 분할 비율만큼 지주사로 넘어가고, 동시에 지주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사업 회사의 신주(새로 발행되는 주식)로 전환된다. 의결권, 배당권 등의 주주권이 없는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면서 대주주가 별도의 출연 없이 사업 회사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인적분할에 대한 법령, 판례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대주주들은 계속해서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자사주를 활용해 왔다. 한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 CJ, LG, GS, OCI 등 굵직한 대기업의 오너들은 지주회사, 계열사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자사주 카드’를 써 왔던 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진작에 막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상장사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을 금지하기로 했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일반 주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또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 보유, 처분 등에 대한 공시가 의무화된다. 기업의 자사주 처리 계획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빠져 일각에서는 이날 발표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제외된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까지 마쳐야 주주 가치가 높아진다고 볼 수 있는데, 의견 수렴 과정에서 기업이 난색을 표해 관련 내용이 아예 빠졌기 때문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마다 자사주를 남용하는 방식이 다양해 소각 의무화가 필요하다”며 “국내에서 자사주 소각을 기업의 자율로 맡기고 성공한 사례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재계 안팎에선 자사주 외엔 사실상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다는 점을 들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부회장은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경영권 보호 수단이 사실상 자사주 하나밖에 없는데, 기업들이 적법한 수단을 이용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것에 대해 이를 ‘악용’한다고 보는 것은 시각 자체가 잘못됐다”며 “‘자사주 마법’은 지배구조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지 자사주만의 문제로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대내외적으로 산재한 어려운 과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고객 가치의 제고가 모든 업무의 효용을 판단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올해 경영전략 지향점을 ‘고객가치 제고를 향한 실질적인 성과 창출’로 정하고 6가지 중점 추진 부문을 선정했다. 김 행장이 제시한 중점 과제는 △중소금융 시장에서의 확고한 지위 확대 △균형 성장을 통한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 △디지털 전환의 실질적 성과 창출 △빈틈없는 내부통제 체계 확립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 △직원 가치 제고 등이다. 우선 김 행장은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위기 극복을 돕고 금융 애로를 해소하는 것을 최우선과제로 삼았다. 4조5000억 원 규모의 위기 극복 상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상생금융 방안과 별개로 자체 이자감면 제도(리밸류업 프로그램)를 마련해 취약 대출자의 연착륙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소상공인을 위한 전용 펀드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맞춤형 금융 지원도 실시할 방침이다. 김 행장은 정책금융을 공급해 대한민국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데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1조 원 규모의 ‘수출기업 설비투자 특별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의 금융지원을 대폭 확대한다. 국가 선정 유망산업 및 첨단기술 산업에 대한 특화상품 공급을 강화하고, 위축된 벤처 시장의 활성화를 돕기 위한 모험자본도 9000억 원 규모로 공급한다. 김 행장은 “대구, 광주 등 지방 권역에 창업기업 종합 육성 플랫폼인 ‘IBK창공’을 추가로 개소할 계획도 갖고 있다”며 “독일 현지에서 데모데이를 개최하는 등의 방식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해외 진출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전 세계로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작업도 계속해서 추진한다. 선진국에서는 금융 중개, 투자은행(IB) 등의 사업으로 우량 수익자산을 증대시키고 신흥국에선 현지에 진출한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접근 중이다. 이와 함께 퇴직연금, 외환, 카드 등 비이자 부문를 강화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IBK카드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 편의를 높이고 신상품, 디지털 기술 등을 접목한 맞춤형 개인연금 서비스도 강화해가는 추세다. 김 행장은 “자체 스마트뱅킹 서비스 ‘i-ONE 뱅크’를 개방형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은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연이어 내고 있다. ‘IBK BOX 플랫폼’을 통해 기업의 대출 신청 문턱을 완전히 제거했으며 금융권 최초로 개인사업자 간편인증서를 인가받기도 했다. 앞으로도 이같이 시장을 선도하는 서비스를 출시해 기업 금융시장을 주도적으로 선도할 계획이다. IBK기업은행은 빈틈없는 내부통제 체계를 확립해 금융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준공 예정인 하남데이터센터 이전 사업을 안전하게 이행하고, 디지털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종합적인 장애 대응 체계도 구축한다. 또 고객 가치 측면에서 불필요한 저(低)부가가치 업무와 비효율적인 업무를 과감히 없애기로 했다. 구성원의 역량이 회사 역량으로 직결되는 점을 고려해 직원들의 경력 개발 로드맵과 역량지수를 마련하고 인사 운용과 적극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 행장은 “직원 보호를 비롯해 행복하고 보람 있는 회사를 구현하기 위해 저부터 앞장서겠다”며 “고객과 직원, 주주 모두의 가치를 크게 높이는 은행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한 한 시중은행에서 상품 선정 업무 담당 직원이 다수의 증권사로부터 수차례 골프 접대를 받아 중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ELS 판매 금지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하나은행은 모든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 시중은행 본점에서 ELS 상품 구조를 결정하고 증권사 선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 A 씨는 지난해 6월 ‘청렴 유지 의무’ 위반으로 중징계인 정직 3개월을 받았다. A 씨는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다수의 증권사로부터 15차례 골프 접대 등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캐디 비용을 제외한 골프 비용은 A 씨를 접대한 증권사에서 모두 부담했다. A 씨의 비위는 제보를 통해 알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은행 측은 A 씨가 징계를 받은 건 맞지만 ELS 상품 선정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은행 관계자는 “상품 선정에 있어 A 씨가 의견을 냈을 수는 있지만 ELS 상품 선정 과정이 시스템화돼 있고, 내부 통제 절차가 갖춰져 있어 담당 직원 개인이 임의로 상품을 선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H지수 ELS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불완전판매 논란에 이어 또다시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불거진 은행을 향한 눈초리가 곱지 않다. 지난해 11월 기준 H지수 ELS의 총 판매 잔액 19조3000억 원 중 15조4000억 원(79.6%)의 만기가 올해 돌아온다. 한편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행에서 ELS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한 의원의 질의에 “상당 부분 개인적으로 공감한다”며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고위험 상품이라 하더라도 상품 구조가 단순한데 고위험인 것도 있고 구조 자체가 복잡한 것도 있다”며 “어떤 창구에서 판매하는 것이 소비자 보호의 실질에 맞는 것인지 이번 기회에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시중은행들 가운데 처음으로 모든 ELS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하나은행 비예금상품위원회가 22일 판매 중단을 권고한 데 따른 조치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최저 1%대 금리로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는 신생아 특례 대출 신청 첫날인 29일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며 사이트 접속에만 1시간 안팎이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신생아 특례 대출 상품 접수가 시작된 직후부터 주택도시기금 기금e든든 사이트는 접속이 잘 되지 않았다. 오후가 돼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접속 대기자는 400∼500명을 오갔고 접속까지 1시간여를 기다려야 했다. HUG 관계자는 “접속자가 많이 몰렸지만 서버 다운 등의 심각한 상황까진 벌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저출산 극복 대책으로 나온 신생아 특례 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 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에 대해 주택 구입이나 전세 자금을 저리에 대출해 주는 제도다. 대상 주택은 주택가액 9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다. 또 연소득이 1억3000만 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신생아 특례 대출 등의 정책금융 상품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특례 보금자리론도 애초 계획을 훌쩍 넘어선 44조 원어치가 공급돼 가계 빚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된 바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45조1000억 원 늘어났다. 2022년 증가 폭(27조 원)의 1.7배 수준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제도(신생아 특례 대출)가 좋다고 해서 소득 수준이 안 되는데 돈을 빌려주는 게 도와주는 것인지에 대해선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금융에서도 어느 정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30억 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려 개인 용도로 사용한 대부업체 대표이사가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금감원은 대부업체 대표 A 씨를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29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A 씨는 2011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12년 동안 가지급금의 형태로 회삿돈 28억 원을 받아 썼다. 가지급금이란 회사가 회사 대표, 임직원, 다른 법인 등에 임시로 빌려주는 돈을 뜻한다. 금감원의 조사 결과 A 씨는 회사에서 돈을 빌리면서 정당한 이자나 변제기일을 약정하지 않았고, 원금도 상환하지 않았다. A 씨는 28억 원을 본인 소유의 해외 법인 출자금, 동생·부인·지인의 외제차 리스료로 사용했다. 또 A 씨는 본인이 100% 소유한 관계사에 회삿돈 4억4000만 원을 빌려주고도, 만기 이후에 돈을 돌려받으려 노력하지 않았다. 이렇게 유출된 회삿돈은 모두 32억4000만 원으로 대부업체의 전체 자산총계(49억 원)의 약 66.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 담당자가 대출을 취급한 뒤 합리적인 채권 회수 조치를 취하지 않아 형법상 배임죄 소지가 있다”며 “서민 금융을 공급하는 대부업체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고 회삿돈 일부를 사실상 대주주의 사금고로 써 왔다는 점이 드러난 사례”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불법 사례가 적발된 만큼 점검 대상을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대부업체 전체(963개·작년 6월 말 기준)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총자산 대비 특수관계인 거래 비중이 높은 곳에 대해선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은 또 대부업체의 대주주 결격 요건에 횡령, 배임 등의 불법 행위도 포함될 수 있도록 금융위에 대부업법 개정을 건의하기로 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국내 은행권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약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에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건전성 관리에 나설 예정이다. 25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6%로 집계됐다. 연체율은 1개월 전보다 0.03%포인트, 1년 전보다는 0.19%포인트 올랐는데 2019년 11월(0.48%) 이후 최고치다. 기업대출 부문이 0.52%로 전월 말 대비 0.04%포인트 오르며 전체 연체율 상승을 이끌었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율은 전월보다 각각 0.05%포인트 상승한 0.61%, 0.56%였다. 반면 대기업대출 연체율(0.18%)은 전월 대비 0.01%포인트 하락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전월 말보다 0.02%포인트 높아진 0.39%였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연체율은 전월 대비 0.01%포인트 오른 0.25%에 그쳤지만, 주담대를 제외한 연체율은 0.76%로 한 달 새 0.05%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신규로 발생한 연체액은 총 2조7000억 원으로 전월보다 3000억 원 늘어났다. 정리된 연체채권 규모도 2조 원으로 한 달 전 대비 7000억 원 증가했다. 금감원은 대출 부실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은행권에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를 요구할 계획이다. 연체율이 높은 은행에 대해선 부실채권의 매각, 정리를 유도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이 연말에 연체채권을 정리하는 점을 고려하면 12월 말 연체율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신규 연체가 늘어난 만큼 연체율이 계속해서 상승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