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 ‘우병우 라인’으로 몰려 자리를 내놓거나 옷을 벗은 검찰 간부들은 “억울하다”며 항변했다. ‘청와대 2인자’였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환자복 차림으로 법정에 나와 “심장이 멎을 것 같다”며 호소했다. 그리고 ‘나쁜 사람’으로 찍혀 내쫓긴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은 차관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8, 9일 이틀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개국공신이 역적이 되고, 간신과 충신이 뒤바뀌는 모습이 마치 대하 사극을 보는 듯하다. 》 문재인 대통령은 9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 기획재정부 2차관에 김용진 한국동서발전 사장, 국토교통부 1차관에 손병석 국토부 기획조정실장을 임명하는 등 3차 차관급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노태강 문체부 2차관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참 나쁜 사람”으로 불린 뒤 지난해 5월 강제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던 그는 1년 1개월 만에 차관으로 복귀했다. 노 신임 차관은 “지난 3, 4년간의 일은 모두 소화됐다. 차관 임명 소식을 듣고 ‘평창 겨울올림픽이 얼마나 남았지?’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청문회와 법정에서 과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 지금 체육계의 가장 큰 현안은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차관은 자신과 함께 경질된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사무총장)의 복귀에도 힘쓸 뜻을 밝혔다. 이날 도종환 문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사무실에 들른 그는 “장관 후보자께서도 진 전 과장의 복귀에 관심이 많다. 조만간 진 전 과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체육의 핵심 가치는 공정성이다. 바로잡을 것이 있다면 바로잡겠다”며 체육 개혁에 대한 뜻을 비쳤다. 노 차관은 문체부 체육국장을 맡고 있던 2013년 5월 청와대로부터 대한승마협회 관련 조사 지시를 받고 진 전 과장과 함께 관련 보고서를 올렸다가 좌천됐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전국승마대회에서 준우승을 한 뒤 최 씨 측이 판정에 불만을 제기한 상태였다. 노 차관은 당시 승마협회 내에 최 씨와 반대파 간 파벌 싸움이 있었고 양측 모두 잘못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렸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노 차관과 진 전 과장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하며 인사 조치를 지시했다. 노 차관은 이후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옮겼으나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이 사람이 아직도 (공직에) 있느냐”고 문제 삼으면서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이후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직을 제의했지만 거부했다. 노 차관은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해 국제체육과장과 체육국장을 지낸 체육전문가다. 온화한 성격이지만 업무 처리는 매우 꼼꼼하다. 노 차관은 “내 마음속에 앙금은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함께 했던 동료들을 다시 보게 되면 울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경남 창녕(57) △대구고 △경북대 행정학과 △행정고시 27회 △문체부 국제경기과 서기관 △문체부 국제체육과장 △주독일 한국문화원장 △문체부 체육국장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양 기자! 이번에 우리가 큰일을 냈어.” 2010년 2월 초 김영균 한국유소년축구연맹 부회장(현 회장)으로부터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왔다. 사상 처음으로 스페인의 명문 FC 바르셀로나(바르사)에 백승호가 입단하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백승호에게 바르사 유니폼이 없어 스포츠용품업체로부터 빌려서 입게 한 뒤 사진을 찍어 2월 11일자로 단독 보도했던 기억이 바로 어제 일 같다. 1년 뒤 이승우와 장결희도 바르사 유니폼을 입게 됐다. 2011년 겨울 바르사를 찾았다. 세계 최고의 팀답게 바르사 유소년팀은 월드스타를 만드는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7세부터 18세까지 연령별로 8개 그룹을 만들어 세계 최고의 기술축구를 전수하고 있었다. 바르사는 7세부터 12세까지는 5개 그룹으로 나눠 7인제 축구를 가르친다. 엔트리는 11명이다. 12세부터는 그라운드 전체를 쓰는 11인제 축구를 본격적으로 가르친다. 인판틸 A, B(12∼14세), 카데테 A, B(14∼16세), 후베닐 A, B(16∼18세). 각 그룹 수준별로 20, 21명이 엔트리다. 18세를 넘어가면 진짜 프로가 된다. 프로B와 A가 있다. 프로A가 1군이다. 바르사 유소년팀에 입단했다고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매년 평가해 기대 이하인 선수는 가차 없이 솎아 낸다. 현지에서 백승호를 돌보는 어머니 김미희 씨는 “승호 친구가 매년 8명 이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매년 새로운 유망주를 선발해 남은 선수들과 경쟁시킨다. 이런 바르사 유소년 시스템 속에서도 1군 선수가 될 확률은 지극히 낮다. 2∼4년에 1명꼴로 1군 선수가 탄생할 정도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스페인) 등은 이 바늘구멍을 통과해 세계적 선수가 됐다. 바르사는 축구 실력보다 인성을 더 중요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모든 선수가 18세까지는 학교에 가야 하며 별도로 인성교육도 받는다. 2011년 당시 바르사 알베르트 푸이츠 유소년팀장은 “축구도 잘해야 하지만 평상시 생활에서도 모범을 보여야 한다. 우리 선수들은 프로가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어려서부터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백승호(바르사 B)와 이승우, 장결희(이상 후베닐A)는 아직 바르사에서 뛰고 있다. 바르사의 검증을 잘 견뎌내고 있다는 의미이며 메시 같은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증명할 기회는 극히 드물다. 간간이 1군에 불려 올라갈 때 보여줘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20일 개막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은 절호의 기회다. 이 월드컵은 스타 탄생의 장이다. 메시와 티에리 앙리(프랑스),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등이 이 무대에서 스타로 떠올랐다. 장결희는 컨디션 난조로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백승호와 이승우는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다. 백승호와 이승우가 이 무대에서 확실하게 빛을 발해 월드스타 대열에 오르고 바르사 1군에도 합류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20세 이하 월드컵은 조기 대통령선거를 마치고 처음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 스포츠 이벤트다. 20일 한국과 기니의 개막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응원한다면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34년 만에 ‘4강 신화’에 도전하는 태극전사들도 힘을 받지 않을까. 한국이 승승장구하면 국민을 하나로 단결시켰던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추억’도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선농단(先農壇)역사문화관은 20일부터 9월 말까지 문화재청과 함께 동남아시아와 유럽 여러 나라의 풍년 기원 자료들을 볼 수 있는 세계의 이색 농경문화전을 연다. 선농단역사문화관은 지난해와 올해 이색 설렁탕 대회를 여는 등 다양한 행사로 주목받고 있다. 선농단역사문화관장은 코리아헤리티지센터의 김혜리 대표(39)다. 코리아헤리티지센터는 2015년부터 서울 동대문구 선농단역사문화관을 위탁 관리하고 있다. 문화재청과 지방자치단체가 건립한 문화관을 사회적 기업이 위탁 관리하는 첫 사례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김 대표는 2008년 숭례문 화재 사건을 계기로 문화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숭례문 화재 이후 문화재청과 노동부가 시작한 문화 분야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문화재가 한순간 날아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니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유산도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국민들이 문화유산을 향유하도록 돕는 사회적 기업을 2009년 만들었습니다.” 코리아헤리티지센터는 문화재청과 고용노동부가 인정한 문화재형 사회적 기업이다. 김 대표는 역사 전문가 6명과 함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재에 대한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문화유산 교육 강사도 양성하고 있다.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의 일환이다. “제가 선농단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1년 문화재청 ‘생생문화재 사업’ 공모에 응모하면서입니다. 선농단 등 동대문구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조선의 해가 뜨는 생생 코스’가 선정됐습니다.” 김 대표는 이때부터 선농단의 가치와 의미를 알리기 위해 힘썼다. 선농단은 고려시대부터 임금이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리고 백성들과 함께 직접 소를 몰아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의식을 진행하던 곳이다. 김 대표는 “사회가 급격히 도시화되면서 농업의 중요성과 가치가 옅어져 가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선농단역사문화관에는 선농단의 역사는 물론이고 한국 농경 활동의 역사와 농사짓는 법, 농경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김 대표는 도시농부학교(학생 및 일반인 대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농사짓는 법도 전수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매년 열리는 선농대제에 지난해부터 설롱요리대잔치 행사를 가미해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는 “제례행렬과 제례의식, 제례악 등으로 진행되는 행사에 설렁탕 경연이 들어가자 관심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선농대제는 조선시대 선농단에서 풍년을 기원하던 제사다. 올해는 4월에 열렸다. 우리가 평소 자주 먹는 설렁탕은 선농단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금이 선농대제를 지낸 뒤 백성들에게 소를 잡아 끓인 국밥과 술을 내렸는데 그 국밥을 선농단에서 내린 것이라 하여 선농단으로 부르다 선농탕, 설렁(롱)탕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곳곳에 알려지지 않은 문화재가 많다. 동대문구에는 선농단을 비롯해 서울약령시, 세종대왕기념관, 홍릉수목원, 청량사, 연화사 등 요소요소에 볼거리가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는 “알려지지 않은 문화유산을 계속 찾아 국민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문화 아이템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인 스포츠용품 업체 ㈜낫소는 최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불기소 결정서를 받았다. 낫소가 공인구 계약과 관련해 축구협회 관계자들을 사기죄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2002년부터 축구협회 경기 사용구를 후원하고 있는 낫소는 지난해 말 계약을 2020년 말까지로 연장했다. 연간 후원금은 기존(8억2600만 원)의 약 4배(32억5000만 원)로 인상됐다. 이번엔 국내에서 낫소 공에만 독점적으로 축구협회 상표권인 호랑이 마크를 찍을 수 있는 조항도 넣었다. 낫소는 그동안 경기구만 후원했지만 축구협회가 타사에 1년씩 계약해 호랑이 마크를 찍어 일반에 팔게 했던 것까지 막고 싶었다. 하지만 계약 기간이 시작됐는데도 타사에서 계속 호랑이 마크가 찍힌 공을 팔자 낫소는 축구협회가 독점적 지위를 보호하지 않는다며 고소한 것이다. 문제는 재계약 과정에 있다. 축구협회는 후원 업체와 계약 기간이 끝날 때가 되면 우선 협상 기간이라고 해서 기존 후원사에 재계약 우선권을 준다. 이때는 다른 업체와 접촉하지 않는 게 관례다. 그런데 스포츠용품 업계에서는 축구협회가 타사와 접촉했고 이 과정에서 경쟁이 붙어 후원금이 3배 가까이 올랐다고 알려져 있다. 낫소는 다소 무리한 금액이었지만 경기구로 채택되면 전국 초중고교 축구팀들이 훈련구로 사용하는 파급효과 때문에 다시 계약했다. 이 계약과 관련해 실무자 한 명은 낫소의 고소가 들어오자 2월 사표를 내고 잠적했다. 다수의 축구계 관계자들은 ‘위에서 시켜서 한 일인데 책임은 밑으로 미뤄서 사표를 냈다’고 증언하고 있다. 요즘 축구인들은 축구협회란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성과를 강조하면서도 주먹구구 행정을 펼쳐 축구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한국 축구 수장에 오른 정몽규 회장은 “한국 축구 1년 예산을 1000억 원대에서 2000억, 3000억 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조직을 팀제로 바꾸고 경쟁을 붙였다. 하지만 부작용이 컸다. 팀별로 경쟁하다 보니 서로 돕던 끈끈한 조직문화가 사라졌다. 다른 팀 일은 딴 세상 일이었다. 실무 간부들은 윗사람 눈치만 봤고 하위 직원들의 의견은 무시했다. 축구경기로 치면 조직력이 무너지고 개인플레이만 하고 있는 셈이다. ‘낫소 사태’도 이 과정에서 나타났다. 성과를 위해 ‘상명하복’식으로 무리하게 진행하다 탈이 난 것이다. 정 회장 취임 5년째를 맞는 2017년 축구협회 1년 예산은 약 800억 원으로 300억 원가량 줄었다. 삼성전자와 E1, 카페베네 등이 협회 후원을 중단했다. 축구도 무형의 가치인 이미지를 먹고 산다. 각급 대표팀이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축구 전반에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야 기업들이 관심을 가진다. 한국 축구는 이미 월드컵 성적에 따른 급격한 가치 상승과 하락을 경험했다. 그래서 축구협회는 우수 선수 육성과 대표팀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등으로 축구의 가치를 높이려 노력하고 그 가치를 기반으로 마케팅을 해야 한다. 후원사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15년 도움을 준 후원사를 하루아침에 등을 돌리게 만든다면 기업들이 축구를 보는 시각이 어떨까. 한국축구대표팀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다. 축구협회가 정신 바짝 차리고 제대로 된 행정 지원을 펼쳐 본선 진출을 이뤄내길 기대한다. 그래야 축구의 가치가 다시 상승할 것이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응답하라 1999.’ 23일 ‘전주성’은 과거의 향수를 물씬 풍겼다. 전북과 포항은 이날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1999년 유니폼을 입고 혈전을 벌였다. 이른바 ‘레트로 매치(과거 회귀 매치)’였다. 전북은 녹색과 노란색, 흰색이 섞인 유니폼을, 포항은 시안블루 유니폼을 입고 맞섰다. 전주종합운동장도 팬들을 향수에 젖게 했다. 이곳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 프로축구 경기가 열리던 곳이다. 전북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이 열리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을 당분간 쓸 수 없어 전주종합운동장을 새로 단장해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9000여 명의 팬들은 전북대 근처 전주시 도심에 있는 전주종합운동장을 찾아 ‘전북 현대 다이노스’ 시절을 떠올리며 경기를 지켜봤다. 전북은 포항의 5경기 무패 행진(4승 1무)을 멈춰 세우고 2-0으로 완승하며 5승 2무(승점 17)로 하루 만에 선두를 되찾았다. 전북은 전반 2분 정혁이 프리킥을 골로 연결했고 후반 11분 김신욱이 김보경의 크로스를 받아 넣은 데 힘입어 시즌 시작 후 무패 행진(5승 2무)을 이어갔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날 경기장을 찾아 포항 양동현과 김신욱 등 ‘장신 골잡이’를 점검했다. 4승 1무 2패(승점 13)가 된 포항은 3위로 밀렸다. 수원은 22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안방팀 강원에 2-1로 역전승을 거두고 올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의 주인공은 찰떡궁합을 과시한 김종우와 외국인 선수 매튜 저먼이었다. 김종우는 0-1로 끌려가던 전반 33분 미드필드 왼쪽에서 절묘한 크로스를 날렸고 이를 매튜가 머리로 받아 넣었다. 후반 31분에도 김종우가 띄워 준 볼을 매튜가 헤딩으로 골로 연결했다. 수원은 5무 1패 만에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제주는 안방에서 대구를 4-2로 제압하고 4승 2무 2패로 승점 14를 기록했다. 제주는 전북이 포항을 잡는 바람에 하루 만에 2위로 밀렸다. 전남은 울산을 5-0으로 완파했고 서울은 인천에 3-0 완승을 거뒀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갈 길 바쁜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명문 FC 바르셀로나(바르사)가 팀 주축 네이마르(25·사진)의 3경기 출전정지 징계로 리그 우승을 놓칠 위기에 직면했다. 스페인축구협회는 12일 “네이마르가 심판과 감독, 팀 관계자 등을 경멸하거나 무시하면 안 된다는 징계규정 117조를 위반해 3경기 출전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네이마르는 9일 열린 말라가와의 정규리그 31라운드 방문경기에서 후반 20분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며 대기심을 향해 빈정대듯 박수를 쳤다. 스페인축구협회는 네이마르의 행동이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경고 누적에 따른 1경기 출전정지에 규정 위반에 따른 2경기 출전정지를 더 부과했다. 이번 징계는 국내 리그에만 해당된다. 이에 따라 네이마르는 16일 레알 소시에다드, 24일 레알 마드리드, 27일 오사수나전까지 출전하지 못한다. 말라가에 0-2로 지고 이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도 유벤투스(이탈리아)에 0-3으로 완패해 분위기가 뒤숭숭한 바르사로선 큰 악재를 만난 것이다. 특히 바르사는 리그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엘클라시코’ 방문경기에서 네이마르 없이 싸워야 하는 게 뼈아프다. 바르사는 1경기를 더 치른 가운데 승점 69로 레알 마드리드에 승점 3점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 맞대결에서 패하면 이번 시즌 우승은 물 건너갈 수도 있다. 브라질 출신 슈퍼스타 네이마르는 아르헨티나의 영웅 리오넬 메시와 함께 바르사 공격의 핵심이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각종 교육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 선거에 나서거나 대통령을 한 인물들도 교육개혁을 외쳤지만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대학입시 정책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피상적인 접근만 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운동과 공부에 있어 이분법적인 사고가 여전히 존재한다. 운동선수는 운동만, 일반학생은 공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인식이 달라지고는 있지만 운동선수도 공부를 하고 일반 학생도 운동을 해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에 무감각한 사람이 많다. 아직 ‘운동 기계’는 물론 학원가를 정처 없이 떠도는 학생들이 양산되고 있는 배경이다. 운동과 공부는 따로 뗄 수 없다는 과학적인 결과물들이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는 2007년 3월 26일자로 ‘더 강하게, 더 빠르게, 더 현명하게’란 커버스토리를 게재해 화제를 모았다. 존 레이티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쓴 ‘스파크(Spark)’란 책을 토대로 운동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각종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스파크에는 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뇌에서 유래한 신경 성장인자인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가 나온다는 결과물들이 즐비했다. 레이티 교수는 “운동을 해야 머리도 좋아지고 뇌가 각종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내려온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A sound Mind in a Sound Body)’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국내에서도 이런 과학적 결과를 반영한 교육 프로그램이 일부에서는 진행되고 있다. ‘0교시 체육 수업’이 대표적이다. 등교하자마자 체육을 먼저 하고 수업을 시작한다. 운동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결과에 따라 만든 프로그램이다. 또 방과 후에는 다양한 스포츠클럽에 참여하게 해 학생들의 건전한 성장을 도우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학생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학교별, 지역별로 실시하는 곳과 실시하지 않는 곳으로 나뉜다. 특히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참여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지원금을 주는 학교평가와 연계돼 있어 마지못해 참여하는 학교도 있다. 모든 학교가 참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명문 사학들은 스포츠를 중시한다. 세계적인 리더를 키운다고 표방한 하버드대는 신입생을 뽑을 때 학업성적 외에도 과외활동, 품성 및 인성, 운동능력 등 4가지 분야를 평가한다. 특히 중고교 시절 스포츠 선수로 활동하며 주장을 맡았던 학생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리더로서 갖춰야 할 기본을 스포츠를 통해 습득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리더십과 협동심, 성실성, 사회성, 인내력 등을 스포츠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 학교의 공통된 인식이다. 리더는 최소한 이런 기본 인성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공부하는 학생은 속칭 ‘국영수(국어 영어 수학)’만 잘하면 성공했다. 최근 창의적이고 리더십 있는 인재가 줄고 있는 이유에 대해 특정 과목만의 성적으로 줄 세우기 하는 후진적인 교육 시스템 탓이란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선진국과 같이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다양하게 즐기며 공부도 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 우리나라에선 요원한 일일까. 차기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어본다.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봄바람과 함께 산과 들판이 녹색으로 물들고 꽃이 피면서 주말 도심엔 달리는 사람들의 물결이 넘쳐난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활짝 펴고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최근엔 ‘인간 승리의 드라마’로 알려진 42.195km 풀코스보다 즐겁게 달리는 10km 마라톤에 젊은 남녀들이 몰리면서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멋진 자태를 뽐내며 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달리기에 가장 기본인 신발과 러닝복은 물론이고 모자, 헤드 밴드, 암 밴드, 선글라스, 휴대전화 밴드, 이어폰…. 특히 러닝복의 다양성이 눈에 띈다. 지난달 19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8회 동아마라톤에서 마련한 마스터스 10km 부문에서는 멋진 몸매에 맞는 마라톤 용품과 장비를 갖추고 달리는 선남선녀들이 가득했다. 한마디로 패션이 서울 도심을 달렸다. 마라톤 패션을 주도하는 집단은 20, 30대의 젊은 남녀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마라톤 참가가 늘면서 각종 마라톤대회가 ‘젊어지고’ 있다. ‘꼰대들’만 달리는 것으로 알려진 과거 마라톤과는 차원이 달라지고 있다. 다만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젊은 남녀들이 몸매를 과시하기 위해 ‘과감한’ 패션을 연출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편하고 즐겁게 달리기 위해 ‘기능성’ 패션을 착용하고 있는 것이다. 운동화와 운동복만 있으면 달릴 수 있다는 ‘구식’ 생각이 젊은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달리는 데 최적화된 복장. 달리는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모토다. 달림이들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아디다스 ‘얼티메이트 타이츠’, 일명 ‘쫄 팬츠’는 허리 밴드를 얇게 처리해 땀 배출을 원활하게 했다. 일반 밴드보다 21% 가벼운 소재, 28% 빠르게 마르게 한 스포츠 과학의 산물이다. 바람막이 윈드재킷은 물론이고 가슴 부분을 꽉 잡아주는 브라톱, 머리의 땀을 흡수할 수 있는 헤어밴드, 휴대전화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하는 암밴드 등 편하고 즐겁게 달릴 수 있다면 젊은 세대에게 비용은 큰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마라톤에 입문한 회사원 이윤미 씨(36)는 “가볍고 편한 복장, 달리기 편한 복장을 하고 달린다. 그래야 달리는 것도 즐겁다”고 말했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마라톤을 시작한 이 씨는 주중에 2회 달리고 매주말 5∼10km 마라톤에 출전하며 삶의 활력소를 얻고 있다. 국내에서 달리는 젊은 여성들이 급격히 증가한 배경엔 대형 스포츠용품업체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자리하고 있다. 나이키는 2008년 전 세계 수십 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10km 마라톤대회를 만들었다. 당시 애플사의 아이폰과 나이키 운동화를 연계해 운동량을 데이터화하는 ‘나이키 플러스’를 확산시키기 위한 이벤트였다. 물론 다양한 패션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에게 용품을 팔고자 하는 계산도 있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국내에서만 3만 명이 넘는 사람이 신청해 달렸고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명이 달렸다. 그동안 마라톤은 ‘인간승리’ 드라마의 표상이었고 성취감을 자극했지만 ‘힘들다’는 이유로 젊은층을 파고들지는 못했다. 10km는 달랐다. 어느 정도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거뜬히 완주할 수 있었다. 마라톤을 ‘꼰대 스포츠’로 치부했던 젊은이들이 뛰어든 배경이다. 한 포털의 마라톤 동호회인 휴먼레이스 카페 회원은 약 1만7000명. 2008년 젊은이들을 주축으로 만든 이 카페엔 요즘 떠오르는 ‘2030’이 50%를 넘는다. 특히 여성들의 참여가 눈부시다. 올 서울국제마라톤 10km 부문에는 역대 최대인 약 1만5000명이 참가했는데 이 중 여성 비율이 36%였다. 특히 20대에선 여성 비율이 절반에 가까웠다. 마라톤을 지도하며 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초보자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아디다스 런베이스서울은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는데 1년간 1만5000명이 찾았다. ‘2030’이 대세였다. 손나자용 런베이스 코치(28)는 “평일 약 50명, 주말엔 70∼100명이 마라톤을 하러 온다”고 말했다. 실내에서 피트니스, 필라테스, 요가 등으로 몸매를 가꾸던 젊은 여성도 야외로 나와 달리고 있다. 10km 마라톤은 여성들에게 ‘신세계’를 열어줬다. 겨우내 실내에서 운동하다가 야외에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짜릿한 기분을 던져줬다. 달리니 몸매가 달라졌다. 성봉주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운동생리학)는 “육상 선수들 몸매를 본 적이 있는가. 육상 선수 출신 모델이 많다. 육상은 인간 몸매를 균형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중력을 거부하며 달리는 마라톤은 몸을 균형적으로 발달하게 해준다. 특정 부위를 발달시키는 운동을 하다가 달리기를 하면 바뀌는 몸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달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보디빌딩 미스터코리아 출신 창용찬 대한스포츠아카데미협회 회장은 “요즘 헬스의 트렌드가 조화이다. 근육만 키우는 웨이트트레이닝보다는 달리기 등 유산소 훈련도 강조한다. 그래야 체지방이 더 줄어 더 멋진 몸매를 만들 수 있다. 헬스클럽에 트레드밀(러닝머신) 등 유산소운동 기구가 50% 정도 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내에서만 운동하던 여성들이 야외에서 달리면서 몸매가 달라지고 색다른 만족감도 얻으면서 10km 마라톤에 몰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물론 기능성만이 마라톤 대회를 ‘패션쇼’장으로 만들진 않는다. 젊은 여성들의 패션 감각이 10km 마라톤대회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전직 스포츠용품회사 관계자는 “젊은 여성들은 운동할 때도 연출을 한다. 똑같은 복장을 계속 착용하지 않는다. 대형 스포츠용품 회사들이 이런 젊은 여성들을 타깃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최근 유행하는 꽉 끼는 레깅스부터 시작해 쇼츠와 브라톱 등을 여러 개 준비해 연출하며 달린다는 설명이다. 이런 여성들을 타깃으로 스포츠용품 업체들은 다양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아디다스 런베이스는 달리기 초보자들을 마라톤으로 입문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런베이스서울의 경우 남산에서 가까운 이태원동에 자리를 잡고 스트레칭부터 달리기에 필요한 체력까지 키워준다. 참여자들에게 남산과 한강을 여럿이 함께 달리는 기회도 준다. 런베이스서울 강문희 매니저(27)는 “매달 4회에 걸쳐 다양한 주제로 야외에서 달리는 ‘오픈런’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여성을 사로잡는 대회로는 아디다스의 마이런 부산(4월 16일)과 마이런 서울(가을 예정)이 있다. 마이런 부산의 경우 10km 대회이지만 대회 주최 측은 여성을 위해 8km 부문을 만들었다. 10km에 부담을 가진 여성들을 위한 배려다. 여성들을 페이스메이커로 활용해 부담 없이 달리게 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5km, 7km 등을 운영하다가 8km 부문을 새로 만들었다. 나이키는 지난해부터 여성만 달리는 하프마라톤을 만들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러닝 크루’에 가입해 달린다. 과거 마라톤 동호회이지만 마라톤이란 중압감을 주는 표현을 거부하고 달리는 사람들의 모임을 강조하는 동호회다. 헬스클럽을 다니다가 유산소 운동의 필요성을 느껴 2년 전부터 마라톤에 빠져든 권수정 씨(41)는 50∼60명 되는 ‘크루고스트’란 러닝 크루에서 운동한다. 동호인들과 혹은 혼자서 매일 달리고 주말에는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권 씨는 “달려서, 사람을 만나서 좋다”고 말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그냥 달리지도 않는다. 사회 트렌드로 등장한 ‘기부 달리기’를 하고 있다. 1m 1원을 기부하는 기존 기부와 비슷하지만 개념은 다르다. 광복절을 맞아 8.15km를 달리고 기부하는 ‘815기부’, 세월호를 기억하는 ‘416기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1225기부’ 등 크루별로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 함께 달리며 기부도 하고 있다. 마라톤계에서도 젊은이들이 10km 마라톤에 참가하는 것을 환영한다. 확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10km로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하프, 풀코스까지 달리는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권수정 씨도 10km로 시작했지만 하프는 물론이고 풀코스만도 3회를 달렸다. 올 서울국제마라톤 풀코스에서 3시간58분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대형 용품회사들이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젊은 여성들을 달리게 만들었지만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고 말한다. 학창시절부터 여성들은 신체활동에 적극적이지 못했는데 10km 마라톤 붐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성봉주 박사는 “아주 좋은 현상이다. 여성이 달려야 사회가 밝아진다. 여성이 달리면 장기적으로 남편은 물론이고 아이들까지, 가족이 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흔들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을 위해 대한축구협회가 한국인 수석코치와 피지컬트레이너를 투입하기로 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위원장 이용수) 관계자는 5일 “대표급 선수들의 성격과 특징은 물론이고 활용도까지 세세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경험 많은 국내 수석코치와 대표팀 체력을 업그레이드하는 피지컬트레이너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석코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피지컬트레이너는 오성환 축구협회 전임 피지컬트레이너(운동생리학 박사)로 낙점됐다.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가 대표팀 선수들의 체력을 담당하고 있지만 한국 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아는 ‘한국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축구협회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아직도 한국 선수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승점 13으로 A조 2위를 달리고 있다. 조 2위까지 본선티켓이 주어지지만 한국은 최근 중국에 0-1로 패하고 시리아에 졸전 끝에 1-0으로 이기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원정경기에서 1무 2패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3경기를 남겨 놓고 2경기를 원정경기로 치르는 한국으로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협회 기술위원회는 3일 비난 여론에 시달리는 슈틸리케 감독 경질 여부를 놓고 토론을 벌인 뒤 유임을 결정했고 수석코치와 피지컬트레이너를 새로 선임하는 것과 대표선수를 선발할 때 경험 및 팀에 대한 헌신성을 가진 선수를 발탁할 것을 슈틸리케 감독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이용수 위원장은 이날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슈틸리케 감독을 만나 이런 결정 사항을 전달했고 슈틸리케 감독도 수용하기로 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북한의 핵 위협이 계속되는 가운데 남과 북에서 스포츠 ‘남북 대결’이 잇달아 열린다. 6일 강원 강릉하키센터에서 여자아이스하키, 7일 북한 평양에서 여자축구 남북 대결이 각각 열린다. 북한은 2일 강원 강릉에서 막을 올리는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2그룹(4부 리그) 출전을 위해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20명과 코치 지원인력 10명 등 30명 규모의 선수단을 1일 한국에 파견한다. 북한은 2월 말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 참가 신청을 했고 정부가 허가했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강원본부 등 일부 단체는 2일 남북 공동응원단 발대식을 열고 북한 팀 응원에 나선다. 6일 열리는 남북 대결에는 개성공단기업인회, 금강산기업인회, 종교인, 실향민 등 400여 명이 함께 남과 북을 응원할 예정이다. 한국은 북한과의 대결에서 4전 전패의 열세를 보이다 지난해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4-1로 승리하며 처음으로 북한을 이겼다. 한국은 최근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며 꾸준히 전력을 보강해 대등한 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단 41명(선수 23명, 코치진 및 지원인력 18명)은 2일 중국을 거쳐 3일 평양에 입성한다. 한국은 5일부터 11일까지 평양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축구대회 B조 예선에서 7일 북한과 경기를 치른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예선 때 ‘북한 하늘에 태극기와 애국가를 사용할 수 없다’며 한국과의 안방경기를 거부했던 북한이 이례적으로 허용하면서 성사된 평양에서의 남북 대결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평양에서 경기를 치른 것은 1990년 10월 11일 열린 남자축구대표팀 ‘남북 통일축구대회’ 1차전이 마지막이다. 당시 한국은 북한에 1-2로 패했으나 서울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1-0으로 이겼다. 현재 한국 여자대표팀 사령탑인 윤덕여 감독과 북한 여자대표팀의 김광민 감독이 당시 선수로 출전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이 28일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에서 시리아를 1-0으로 꺾고 승점 3점을 챙겼지만 팬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23일 중국과의 원정경기에서 졸전 끝에 0-1로 패하면서 일어났던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잠들지 않고 있다. 시리아전에서 전반 4분에 선취 득점을 했지만 골 결정력 부족과 수비 불안 등 고질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종예선에서 7번 싸웠다. 단 한 번도 맘 놓고 경기를 본 적이 없다. 선수 선발이 ‘그 나물에 그 밥’이고 전술에서도 전혀 변화가 없었다. 이런 상태로 계속 가면 큰일이 난다.” 한때 대한민국 축구의 아이콘으로 활약했던 한 축구 원로는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맡은 지 3년이 다 돼 가는데 보여준 게 도대체 뭐냐”고 말문을 열었다. 2014년 9월 한국 사령탑을 맡은 슈틸리케 감독이 ‘변했다’는 느낌을 주는 전술이나 전략을 단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한탄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대한축구협회가 나서서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한국 축구가 망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싸울 상대에 대한 분석도 없고 상대를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 위원은 “슈틸리케 감독은 주위에서 지적하는 문제점을 남의 일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선수 선발이나 전술에서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데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백서를 쓸 정도로 자세하게 지난 경기에 대한 분석을 하고 어떻게 바뀔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한국 축구에 희망이 없다”고 덧붙였다. 강신우 전 MBC 해설위원도 “고비가 왔으면 어떡하든 탈출하려는 모습이 보여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전 위원도 선수 선발과 전략, 상대 분석 등에서 새로운 게 없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부탁한 한 방송 해설위원은 “지금 체제로 가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대한축구협회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대표팀 감독이라면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3년 가까이 축구대표팀에서 진화라는 두 글자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슈틸리케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를 퇴보시켰다. 선수 선발 등을 납득할 수 없는데 선수들이 어떻게 감독을 믿고 경기를 할 수 있겠는가”라며 “다시 최종예선을 시작하는 6월까지 시간이 있으니 슈틸리케 감독 체제로 계속 가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 승점 13점으로 우즈베키스탄(승점 12점)을 제치고 A조 2위를 달리고 있으나 승점 차가 1점에 불과하다. 조 2위까지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받을 수 있고 조 3위를 하더라도 플레이오프가 있어 월드컵 티켓을 획득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대표팀 주장 기성용(스완지 시티)은 “감독님은 많은 준비를 했다. 그러나 어떤 플레이를 주문해도 선수들이 보여주지 못했다”고 슈틸리케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결국 그 선수들을 움직이게 하는 역할도 감독이 해야 한다. 선수들이 감독이 주문하는 어떤 플레이도 못 했다면 결국 감독 책임인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선수들을 움직일 수 없다면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새로운 사령탑을 앉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점 특혜 후유증이 대학 축구에까지 미친 것일까. 26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연세대가 24일 개막한 대학축구 U리그에 참가하지 않았다. 연세대는 28명 중 14명이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USF)의 ‘학업 성적 C0 미만 출전 금지’ 규정에 적용돼 선수 부족으로 U리그에 출전할 수 없다는 공문을 지난주 초 축구협회에 보냈다. 연세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선수로 차출된 선수 등을 감안하면 가용 인원이 10여 명에 불과해 출전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축구부 관계자는 “지난해 정유라 사태로 학사 관리가 엄격해지면서 교수들이 전반적으로 학점을 짜게 줬다. 규정은 규정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KUSF는 직전 2학기(올해의 경우 2016년 1, 2학기) 성적 평균이 C0 미만이면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을 올해부터 적용하고 있다. U리그를 운영하는 축구협회는 ‘참가 신청 마감 후 뒤늦게 불참하기로 한 팀은 징계를 받는다’는 규정에 따라 조만간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할 예정이다. 하지만 연세대가 선수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불참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축구협회는 징계수위를 고민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인간은 시속 200km의 자동차 안에선 전혀 위험을 느끼지 못하지만 들이나 산에서 만난 뱀을 보고는 기겁을 하고 놀란다.’ 진화심리학자들이 인간이 진화하긴 했지만 아직 원시적인 본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자칫 실수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시속 200km가 넘는 자동차 안에선 편안해하면서도 뱀을 보곤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점에서 인간 본성은 아직 원시시대에 더 가깝다는 얘기다. 원시시대에 가장 큰 인간의 특징은 움직임이다. 요즘 말로 하면 운동능력이 뛰어나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맹수로부터 생명을 지키거나 사냥감을 따라잡기 위해선 달리기 능력이 중요했다. 잘 달리는 사람이 대접받고 살아남았다.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5000m와 1만 m, 마라톤까지 제패한 ‘체코의 인간기관차’ 에밀 자토페크는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고 했다. 미국 AP통신 종군기자 출신 크리스토퍼 맥두걸도 2010년 ‘본 투 런(Born to Run)’이란 책에서 달리기를 예찬했다. 달리기는 인간의 가장 원시적인 본능이라는 것을 멕시코의 한 원시부족을 통해서 보여줬다. 최근 휴일을 맞아 모처럼 서울 한강변을 달렸다. 풀코스에 6회 도전해 5회 완주한 마스터스 마라토너로서 매주 달리고 있는데 달리기 명소 한강을 다시 느끼고 싶어 오랜만에 행주대교부터 원효대교까지 왕복 30km를 달렸다. 편의점에서 물을 사서 마시고 힘들 땐 걸으면서 약 4시간 동안 달리며 20년 넘게 마라톤 담당 기자로 일한 필자는 안타까운 현실을 실감했다.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사람은 많았는데 달리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손으로 꼽을 정도의 사람만 달려 지나갔을 뿐이다. 한때 국내에서는 ‘마라톤 붐’이라고 할 만큼 달리는 사람이 많았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을 무렵인 1997년부터 마라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 한때 공식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만 약 80만 명, 건강을 위해 달리는 사람은 400만 명 정도로 추정됐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각종 마라톤대회 참가 인원도 줄었고 수천 개이던 대회 수도 나날이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자전거를 비롯해 다양한 스포츠로 전향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로 각광을 받았던 마라톤이 혼자 고통을 감내하며 지루한 싸움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스포츠와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마라톤의 묘미는 은근과 끈기다. 2009년 뉴욕 마라톤에 참가했을 때 400여만 명이 거리거리에서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황홀해하며 완주한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마라톤 완주는 ‘칭찬받아야 한다’며,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레이스가 종료될 때까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완주 자체가 ‘인간 승리’였다. 다행히 19일 열리는 올 동아마라톤에는 역대 국내 대회 최다인 3만5000여 명이 참가한다. 특히 10km 참가자 1만5000여 명 중에는 20, 30대 남녀가 60%가 넘는다. 외환위기 때 마라톤을 완주하며 역경을 극복했다는 사람이 많았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구직난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이 서울 도심을 달리며 희망을 찾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역대 최다 인원 참가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다시 ‘원시 본능’ 달리기 붐이 일기를 기대한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USF)가 올해부터 학업 성적 C0 미만인 선수들에게 리그 출전을 못 하도록 하자 대학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KUSF는 대학스포츠운영규정 제25조를 올 시즌부터 적용한다고 7일 밝혔다. 이 규정에 따르면 KUSF 주최 리그에 참가하려는 선수는 직전 2학기(올해의 경우 2016년 1, 2학기) 성적 평균이 C0 미만이면 출전할 수 없다. KUSF 회원 대학 92개교 중 KUSF가 운영하는 축구와 농구, 배구, 핸드볼 등 4개 종목에 참가하는 59개 대학 선수 1450명에게 해당된다. KUSF는 당초 2015년부터 이 규칙을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각 대학에 적응 및 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2년간 미루다가 올해부터 적용하게 됐다. KUSF는 회원 대학 선수들을 대상으로 성적을 분석해 올 시즌 출전하지 못하는 102명을 각 대학에 통보하고 있다. KUSF의 이런 조치에 일부 현장 관계자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축구 관계자들의 반발이 심하다. 이 규정에 따르면 축구에서는 올 시즌 89명이나 출전하지 못한다. 한 대학축구 관계자는 “대학축구의 경우 KUSF 규정에 영향을 받는 회원 대학은 51곳이지만 이 규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 비회원 대학도 34곳이나 된다. 비회원 대학 선수들이 학점과 관계없이 출전하는 것에 비추어 보면 이번 조치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KUSF는 “대학들과 2년 넘게 협의해 온 사안”이라며 강행 방침을 확인했다. 한편 농구는 7명, 배구 4명, 핸드볼 2명이 올 시즌 리그에 출전하지 못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지난달 24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대한체육회 주최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워크숍이 열렸다. 이용식 가톨릭관동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의 주제 발표가 끝난 뒤 한 지도자가 손을 들어 “일선 현장의 얘기를 듣는다고 모이라고 했는데 과연 우리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각 경기단체 및 시도교육청 관계자, 일선 지도자들이 그룹을 나눠 이 교수의 발표에 대해 토론을 벌인 뒤 그룹별로 의견을 전달하는 자리였다. 주최 측은 “당연히 여러분의 목소리가 반영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스포츠 관계자들은 “이번에도 정부가 기준을 정하고 현장은 따르면 된다는 식으로 발표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지난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이 드러난 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는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아직 정부가 추진하는 개선책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저학력제를 의무화하고 대학입시에 내신성적을 반영하는 등 선수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더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체육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선수는 공부를 안 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1972년 만든 체육특기자 제도 탓이다. 이 제도에 따라 선수는 학과 성적에 상관없이 경기 실적만으로 대학에 갔다. 엘리트 선수를 체계적으로 양성해 각종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 대한민국이란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자 한 제도였다. 이 제도는 한국을 스포츠 강국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부작용도 많았다. 경기력만 키우면 된다는 인식에 지도자들의 폭력이 묵인됐다. 경기 실적 조작과 입시 부정도 만연했다. ‘운동기계’를 양산해 중도에 운동을 그만둔 선수들 대다수는 물론이고 심지어 세계를 제패한 스타 선수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왔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도 다양한 처방을 내렸다. 일정 학력 수준이 안 되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하는 최저학력제를 권고했지만 이를 지키는 학교는 거의 없었다. 대학에도 수능과 내신성적을 반영하라고 했지만 ‘경기력’을 우선으로 선발하는 관행을 버리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선수들은 ‘공부하면 피해를 본다’는 생각에 운동에만 매달리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이용식 교수는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체육특기자 제도를 전면 개선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공부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체육행정가와 지도자, 선수 및 학부모, 그리고 일반 국민에게까지 잘못 뿌리 내린 체육특기자 제도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을 공부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전면 도입해야 한다. 다만 발상의 전환은 필요하다. 전문가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선수가 되겠다고 작심한 고등학교 이상 학생들에게 속칭 ‘국영수’ 위주의 수업은 의미가 없다. ‘체육창직(체육을 통한 직업 창출)’을 연구하고 있는 오정훈 서울체중 교감은 “체육도 공부의 한 영역이다. 선수들이 운동을 그만둬도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특화된 교육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선수들에게 ‘스포츠 영어’와 ‘스포츠 과학’ 등 체육 분야에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교육을 하면 어떨까. 그리고 대학입시에 이 성적을 반영하면 선수를 자연스럽게 스포츠 전문가로 양성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드러난 문제점만 해결하려는 방식은 오래 못 간다. 45년간 바뀌지 않은 이유다.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하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파나소닉코리아는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에서 최고의 장비로 관객들에게 선명하고 인상적인 장면들을 전달할 계획이다. 고품질에 현존하는 프로젝터 중 최고의 밝기를 자랑하는 3만 루멘 프로젝터(‘PT-RZ31K)가 평창에 등장한다. 파나소닉 ‘PT-RZ31K’ 프로젝터는 대형 이벤트에 적합한 프리미엄급 레이저 프로젝터다. 콤팩트한 무게임에도 고해상도 이미지가 출력된다. 작동도 안정적이다. 이 프로젝터는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의 개폐회식에서도 사용될 계획이다. 파나소닉은 1988년 캘거리 겨울올림픽을 시작으로 올림픽 파트너십 프로그램(TOP)의 멤버로 참여해 왔다. 파나소닉은 ‘스포츠를 통해 세계평화를 기원한다’는 올림픽 정신에 입각해 AV기기(시큐리티 카메라 포함), 디지털카메라, 방송기기 등 다양한 전자제품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및 2016 리우 패럴림픽에서 공식 행사 파트너로 선정돼 턴키 비주얼 오퍼레이션을 제공했다. 장비 후원 외에도 프로젝트 시스템 디자인, 기술 상담, 시스템 설치를 비롯하여 비주얼 시스템의 현장 운영 및 유지를 포함한 턴키 비주얼 솔루션을 제공했다. 파나소닉은 세계인들에게 올림픽의 감동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파나소닉코리아 또한 올림픽 전기전자 분야 월드와이드 스폰서로 활약 중인 일본 본사와 발맞춰 많은 사람들에게 올림픽의 감동과 열정을 전달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도 파나소닉은 ‘열정을 나누자(Sharing the Passion)’는 슬로건 아래 AV 장비를 비롯해 LED 스크린과 디지털 카메라, 프로젝터 등의 방송 장비는 물론이고 시스템 장비와 시큐리티, 백색가전 제품도 후원한다. 파나소닉코리아는 평창 겨울올림픽 ‘D―365’ 행사에서 올림픽 공식 후원사로서 제품 전시 체험 부스를 마련한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후원하는 안마의자와 디지털 카메라 등의 제품을 전시하며 방문객에게 포토월에서 촬영한 사진을 현장에서 출력해주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또한 겨울올림픽 종목인 컬링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하여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증정한다. 노운하 파나소닉코리아 대표는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파나소닉은 장기간 올림픽을 후원하며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로 많은 사람에게 현장의 생생한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은 3일부터 5일까지 강원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크로스컨트리·노르딕복합 월드컵에 참석해 모든 일정을 소화하며 전 세계에서 온 관계자들을 만났다. 4, 5일에는 국내 스키 관계자들과 함께 스키를 탔다.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겨울올림픽을 준비하는 관계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준비하는 스키인들은 요즘 신이 났다. 역대 최고의 지원을 받으며 경기력 향상에만 힘쓰면 되기 때문이다. 2014년 11월 대한스키협회장을 맡은 신 회장은 올림픽에 500억 원, 협회에 4년간 100억 원을 지원하며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 회장의 열정이 스키인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6세 때부터 스키를 탄 신 회장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시절까지 스키 선수로 활약한 스키 마니아. 취임 이후 대표선수들은 물론이고 협회 임원들과 스키를 함께 타는 ‘스킨십’으로 현장 격려를 자주 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6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FIS 총회에서는 집행위원에 당선됐다. 당시 롯데그룹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128개 회원국 중 80여 개국이 무기명 투표로 하는 선거에서 당선된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대한스키협회장을 맡은 뒤 1년 6개월 동안 세계 각국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니며 대한민국을 알린 결과였다. 그만큼 열정적이었다. 신 회장은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를 앞두고 있던 지난해 11월 26일 평창에서 열린 스노보드 월드컵 빅 에어 시상식에 이어 지난달 16일 열린 2017 국제스키연맹 알파인 극동컵 대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주위에서는 “신 회장의 스키에 대한 사랑과 평창 겨울올림픽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말한다. 특히 사드 부지 제공과 지주사 전환 등 여러가지 이슈로 롯데그룹이 아직 안팎으로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이와 별개로 스키협회장으로서 자신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회장은 한국 스키의 도약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핀란드 등 스키 강국과 훈련 및 기술 전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국내 선수 기량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크로스컨트리는 핀란드에서, 알파인은 미국, 스노보드와 프리스타일은 캐나다에서 각각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2015년 한국을 방문해 평창 겨울올림픽 첫 번째 외국인 홍보대사를 맡은 ‘스키 여제’ 린지 본(33·미국)도 신 회장이 초청해 이뤄낸 결과였다. 국내 선수 육성을 위한 투자도 역대 최대다. 겨울올림픽 사상 첫 메달 획득을 위해 노르웨이 출신의 한국인 스키 크로스컨트리 선수 김마그너스(19)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지난해 2월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2016 겨울청소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크로스 프리 종목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김마그너스는 한국 스키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신 회장은 해외 우수 선수와 코치진을 지속적으로 영입했다. 스키협회는 선수단의 사기 진작을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올림픽 메달 포상금은 물론 국내 경기단체 최초로 4∼6위까지도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설상 유망주를 육성하기 위해 올림픽은 물론이고 유스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컵, 주니어 세계선수권 등 주요 국제대회에도 인센티브를 제공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혼란한 가운데 대회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만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평창으로선 최순실 스캔들이 터진 게 고마울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순실 씨가 평창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조카 장시호 씨와 K스포츠재단을 통해 돈을 빼돌리려 했던 계획이 드러나지 않고 대회를 맞았다면 훨씬 큰 난관에 봉착했을 수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평창은 더 좋은 기회를 갖게 되는 셈”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당초 평창 겨울올림픽은 박 대통령이 대회 개막을 알리고 올 12월 대선에서 선출된 차기 대통령이 대회를 마무리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최 씨의 국정 농단으로 야기된 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면 조기 대선을 치러 선출된 새로운 대통령이 모든 것을 총괄하게 된다. 신임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시작하고 처음 맞는 국제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잘 개최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국민 통합을 이루려 할 것이다. 신임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거라는 뜻이다. 그래서 평창 올림픽의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사실 평창 올림픽을 잘 치르기 위해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다. 대회 시설 등 하드웨어는 어떡하든 갖추겠지만 대회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회를 실질적으로 치러야 하는 인적 파워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을 치르는 데 필요한 최소 인원을 1200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2010년 밴쿠버가 약 1500명, 2014년 소치가 약 2000명을 투입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조직위가 지난해 말부터 부족한 인원을 긴급 수혈하고 있지만 이제 900명을 넘겼다. 대회를 치를 때까지 1198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절대 숫자는 최소 인원에 맞춘다고 하지만 내용이 부실하다. 스포츠 이벤트를 치러봤던 민간의 전문가들이 절실한 상황인데 대부분 공무원으로 채워졌다. 현재 조직위 전체 인원의 절반 정도가 공무원이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자존심 강한 공무원들이 전혀 모르는 분야에서 어떻게 일할지 걱정이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국토교통부 공무원이 스포츠 마케팅을 담당하는 식이니 당분간 조직위 내에서 불협화음이 나올 것이란 얘기다. 정부는 정치적인 이유로 국제스포츠 이벤트 전문 고위 인사들을 배제하기도 했다. 조직위의 가장 큰 걱정은 부족한 재정이다. 올림픽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 아직 4000억 원이 더 필요하다. 민간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대신 공무원들로 채운 이유도 돈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을 영입하기엔 비용이 너무 커 공무원들을 파견 받은 것이다. 지난해 9월 터진 ‘최순실 게이트’로 조직위가 스폰서십을 받기가 더 힘든 상황이 됐다. 대한민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평창이 남았다. 평창 관계자들은 탄핵 심판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빨리 해소되기를 바라고 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을 1년 남겨두고 평창을 알리는 문화행사가 대대적으로 펼쳐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는 대회 개막 1년 전(G-1년)인 2월 9일을 전후로 ‘이제는 평창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서울과 강원에서 문화 대향연을 펼친다고 24일 밝혔다. 2월 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세계적인 첼리스트 정명화 씨와 한국을 대표하는 명창 안숙선 씨 등이 출연하는 ‘평창 겨울올림픽 성공 기원 음악회’를 시작으로 문화올림픽을 표방한 평창 겨울올림픽 알리기 행사가 열린다. 8일엔 서울광장에서 대회 카운트다운 시계 제막식이 열린다. 9일 오후 6시 30분부터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리는 G-1년 기념식에서는 성화봉이 공개되고 2018명이 참가하는 올림픽 대합창, 케이팝 콘서트와 홀로그램을 결합한 공연이 열린다. 강원도는 9일부터 평창과 강릉, 정선 일원에서 총 55건의 문화 프로그램 대장정을 시작한다. 강원도 내 18개 시군 공연단과 전국 시도 공연단 등이 참가한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주제로 타악 공연 등이 펼쳐지는 강릉 신날레와 버스킹(2월 3∼26일)을 비롯해 평창 겨울음악제(2월 15∼19일) 등 음악의 향연이 펼쳐진다. 경포호 및 경포해변 300곳에서 열리는 눈조각 전시회(2월 6∼19일) 등 다양한 이벤트도 열린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자타가 인정하는 막걸리 전문가 이창주 다큐멘터리 감독(64)은 술을 입에 대지 않은 지 4개월이 넘었다. 1년 동안 어떤 술도 마시지 않는 절제를 한 뒤 다시 전국의 막걸리를 마시고 싶어서다. 사실상 원점에서 막걸리의 ‘참맛’을 느껴 보겠다는 생각이다. 막걸리를 즐기던 애호가였던 그는 한국의 전통이 사라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다 막걸리의 길로 들어섰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도 있는데 우리나라 고유의 막걸리가 없어지고 있는 세태를 좌시할 수 없었다. 막걸리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그는 일본 요코하마에서 영상 공부를 하던 1980년대 후반 막걸리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했다. 가족이 300년 전 조선에서 건너온 후쿠이 할머니를 통해 일본에서는 한(恨)일 수밖에 없었던 막걸리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일제의 탄압 속에 끌려온 조선 사람들의 유일한 낙은 고향에서 먹던 막걸리를 마시며 향수에 젖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조선 사람들은 집에서 막걸리를 만들어 마셨다. 하지만 이 막걸리가 집안을 망가뜨리는 화근이 되기도 했다. 일본인들이 간토 대지진 때 조선 사람을 간별해 대량 학살할 때 집을 뒤져 막걸리가 있으면 가족을 몰살시켰다. 막걸리는 조선 사람은 마시고 일본 사람은 마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쿠이 할머니도 똑같이 당했다. 외할머니로부터 전수받은 비법으로 어머니가 빚은 막걸리를 아버지가 즐기고 있었다. 후쿠이 할머니가 어린 시절 동네에서 이런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했는데 그게 화근이 돼 아버지가 비명에 가게 된 것이다. 당시 아버지는 몽둥이로 맞아 죽었다. 후쿠이 할머니는 그때부터 막걸리를 더 귀하게 여겼다. 막걸리를 두 손으로 기도하듯 소중하게 마셨다. 이후 전통 누룩이 사라져 한국 토종 막걸리를 마실 수 없었다. 이 감독이 토종 막걸리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한 시발점이 됐다. 1997년 한국으로 돌아온 이 감독은 2000년대 중반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원하는 기금으로 일본 방송에 한국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만들 기회를 잡으면서 본격적으로 막걸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일본에서 한류 스타가 뜨고 막걸리 열풍이 일면서 시작한 ‘한류 프로젝트’였다. 한국의 음식과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국내에서도 일본에서 시작된 막걸리 열풍이 역으로 들어와 인기를 얻고 있던 시점이었다. 2005년부터 3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한국 음식과 문화, 막걸리 공부에 들어갔다. 전국 군이나 읍 단위로 2, 3개의 막걸리가 있었다. 3000여 종류의 막걸리가 존재했다. 하지만 대표성을 가진 막걸리는 10여 개로 좁혀졌다. 부산, 경남 진주 창원 산청, 전남 여수, 전북 전주 정읍 남원 무주, 경북 안동 봉화 울릉, 제주…. 전국을 돌면서 맛있는 막걸리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두 가지라는 점을 파악했다. 누룩과 물. 둘 다 지역적으로 다 달랐다. 막걸리 맛이 다 다른 이유였다. 2007년 ‘한국의 맛과 멋’을 주제로 일본 방송에 제공할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한국 전통 막걸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제작했다. 당시 한국 전통 음식과 문화 등 TVK에 50부작을 만들어 수출할 때 막걸리도 포함시킨 것이다. 2008년 요코하마TV에서 방영할 ‘한국의 맛과 멋의 재발견’이란 다큐멘터리 시리즈 30부작을 제작할 때도 55분짜리 전통 막걸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2008년을 전후로 ‘국민술’로까지 칭송되던 막걸리의 인기가 가파르게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막걸리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매출이 떨어지자 그나마 전통 방식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던 도가들도 입국(粒麴)을 쓰기 시작했다. 입국은 일본 누룩이다. 다양성이 생명인 막걸리가 ‘획일적인 맛’으로 가고 있었다. 일본 후쿠이 할머니가 한국에서 수입된 막걸리를 처음 마신 뒤 한 말이 “한국의 맛이 아니다”였다. 대부분 입국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저마다 독특한 맛을 자랑했지만 향료를 쓴 것에 불과했고 만드는 과정은 ‘입국식’이었다. 전통이 사라지고 있었다. 현실은 토종 막걸리가 살아남을 수 없었다. 막걸리는 소주 맥주보다도 싸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가격을 소주나 맥주 값보다 높게 설정하면 팔리지 않았다. ‘싼 술’ 이미지가 막걸리 도가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그렇다 보니 비용을 절감해야 했고 가성비가 높은 입국을 쓰게 된 것이다. 입국은 가격이 쌌다. 막걸리 제조 과정을 앞당길 수 있고 맛도 고르게 유지할 수 있었다. 토종 누룩은 균을 유지하기도 힘들고 막걸리를 제조하는 과정도 까다롭다. 제조 과정에서 자칫 실수하면 술맛이 달라진다. 대부분의 도가가 입국을 선호하게 된 배경이다. 한국 토종 누룩으로 만들지 않은 막걸리가 어떻게 한국을 대표하는 술인가. 그때부터 이 감독은 토종 막걸리의 우수성을 알리고 보존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제대로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국충길(麴t길)의 누룩 전쟁.’ 다큐멘터리 영화 제목이다. 누룩 국, 깊을 샘 충, 맛좋은 물 길. 한국 토종 누룩과 좋은 물로 막걸리를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통을 고수하는 막걸리를 살리는 국충길이란 인물을 내세워 토종 누룩의 역사와 우수성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500년 넘은 토종 누룩을 쓰는 금정산성막걸리가 전통을 어떻게 이어왔는지를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부산 동래에 살다 일본으로 건너간 후쿠이 할머니와 그의 후손들도 등장한다. 후쿠이 할머니가 전 재산을 털어 ‘한국의 막걸리’를 만들라고 하는 스토리가 가미된다. 부산에서 한국과 일본으로 갈라진 ‘토종 막걸리’의 후손들이 전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논픽션에 픽션을 가미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토종 막걸리가 온갖 세파 속에서 살아남는 과정을 그린다. 시나리오도 완성됐다. “누룩은 귀신이다. 누룩은 그 집안과 함께 산다. 그런데 누룩이 없어지다니…. 대한민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귀신을 마셔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일본 귀신을 마시고 있다. 입국만 계속 쓰면 한국 전통 막걸리는 다 사라진다.” 이 감독은 국내에서 크게 3개 도가만 토종 누룩을 쓰고 있다고 했다. 금정산성막걸리와 송명섭막걸리, 그리고 경남 산청 일대에서 밀주를 담는 할머니들. 특히 이 감독이 금정산성막걸리에 꽂힌 이유는 대를 이은 희생과 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16세기부터 500년 가까이 전통을 이어오던 금정산성막걸리는 1960년대 들어 정부가 쌀 부족을 이유로 누룩 제조를 법으로 금지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전통 방식을 고수하던 사람들이 다 포기했다. 하지만 금정산성막걸리 유청길 사장의 어머니만 몰래 누룩을 만들었다. 땅굴을 파서 숨기면서 ‘전통’을 이었다. 1980년 민속주 제도가 생기면서 합법적으로 막걸리를 빚을 수 있는 길이 열렸고 금정산성막걸리는 ‘민속주 1호’가 됐다. 어머니가 “막걸리는 돈이 안 된다”며 말려 직장을 다니던 유 사장은 1990년대 말 ‘전통’을 잇기 위해 막걸리의 길로 들어선다. 토종 누룩을 비싼 값에 팔라는 일본 기업의 요구를 “매국노가 될 수 없다”며 거부하고 외로운 길을 가고 있다. 토종 누룩으로 만든 막걸리는 유산균이 많다. 금정산성막걸리는 시간이 갈수록 요구르트 화가 되고 나중엔 식초가 된다. 국내에서 식초가 되는 막걸리는 드물다. 유산균이 많은 막걸리와 소주를 동물의 위에 한 달 동안 보관하는 실험을 했는데 막걸리를 담은 위는 위벽이 두꺼워졌고 소주를 담은 위는 위벽이 헐었다는 결과도 있다. 이 감독은 8년 전 노인들의 삶이란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강원 정선을 찾았다 아예 정착했다. 물 좋고 공기 맑은 그곳에 스튜디오를 차려놓고 막걸리 다큐멘터리 영화를 가다듬었다. 시나리오를 보충하고 사재도 털고 펀딩을 해 배우들까지 섭외했다. 촬영을 시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적어 펀딩하기 힘들었지만 이제 촬영만을 남겨뒀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제동이 걸렸다. “시나리오를 본 사람들이 주연은 영화배우 송강호 씨로 해야 한다고 했다. 서민적이고 고집스러운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단다. 그런데 송강호 씨가 누구인가. 국내 톱스타가 아닌가.” 고작 10억 원짜리 다큐멘터리를 찍는데 톱스타를 동원할 수는 없다. 그래서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감독은 금정산성막걸리 유청길 사장을 주연으로 쓸 생각이었다. 유 사장에게도 이미 통보했다. 하지만 사라져 가는 토종 막걸리를 살리기 위해 나선 길, 흥행도 생각해야 했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막걸리 다큐멘터리 영화는 내가 만든다기보다는 막걸리 애호가들이 만드는 것이다. 토종 누룩 막걸리가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은 누구나 영화 속 주인공 ‘국충길’이 될 수 있다. 전통 막걸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영화의 제작자이다.” 이 감독은 학창 시절 음악과 비디오에 미쳐 살았다. 존 레넌과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등 컨트리가수 음악에 빠져 있었다. ‘인스턴트 카르마’, ‘이매진’, ‘헬프 미 메이크 잇 스루 더 나이트’…. 당시 앨범에는 비디오도 함께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 비디오를 보면서 영상에 관심을 가졌다. 청년 시절 부산에서 DJ와 신문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기도 했다. 1978년 당시 부산에서 가장 좋았던 AID 아파트를 사서 독립하라며 어머니가 주신 800만 원을 몽땅 비디오 장비에 투자하고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다큐멘터리 감독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후쿠이 할머니를 만나면서 막걸리와 연을 맺었다. 다큐멘터리 감독을 하며 작곡가 고 박춘석, 길옥윤 씨의 음악저작권을 관리했고 한국음악산업협회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1990년대 말 한류 붐이 일었을 때 문체부 지원으로 음반한류 기획자로 한국 대중음악을 소개하는 CD 25만 장을 찍어 전 세계에 배포하는 일도 했다. 음반과 영상을 제작하는 일을 하면서도 그의 머릿속엔 후쿠이 할머니와 금정산성막걸리가 늘 맴돌고 있었고 이제야 막걸리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게 됐다.정선=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