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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기’와 ‘일본서기’ 등 일본 주요 고대 역사서들은 기원전 3세기에서 기원후 3세기인 야요이 시대에 이미 신라 백제 등 한반도 도래인들이 왜(倭)로 건너오기 시작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인물이 신라 왕자 천일창(天日槍)이다. 일본 고대사 연구가인 홍윤기 선생은 2012년 국학원 창립 1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에서 “야요이 시대 사람들은 나무 열매 따먹기, 바닷가 조개 줍기 등 원시적인 채집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천일창이 건너가 태양신 숭상을 전파하고 선진 벼 농사법을 전수했으며 대장간 철기 제작 기술까지 전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정착한 곳은 교토 효고 현 일대로 추정된다. ‘일본서기’에는 ‘오진왕 31년에 효고 현 아마가사키와 가까운 무코 항에 정박 중이던 배가 신라인들의 거주지에서 일어난 화재로 소실되는 사고가 일어나 신라에서 조선(造船) 기술자 집단을 보내 선박을 건조해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권태명 ‘한민족이 주도한 고대일본문화’에서 재인용) 신라 왕자 천일창과 함께 왜로 건너온 많은 신라인들은 제철을 비롯한 도자기 제작과 직물 분야에서 당시 한반도 선진기술을 전하며 왜의 국가 형성에 크게 기여한다. 이들 중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씨족이 5세기경 왜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되는 ‘하타(秦)’ 씨족이다. 이정면 미국 유타대 명예교수는 그의 책 ‘고대 한일관계사의 진실’에서 ‘신라인들의 씨족인 하타는 백제에서 건너온 아야(漢) 씨족과 함께 일본에 직조 기술을 전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이라며 ‘특히 닌토쿠왕부터 유랴쿠왕 시대까지 양질의 비단과 면, 방수 비단까지 생산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일본 고대국가 형성에 결정적 기여를 한 신라인들 하타 씨족은 명주실 뽑는 기술 외에 상업을 운영하고 발전시키는 일도 전했으며 배나 말을 이용해 무역을 하는 기술도 전했다고 한다. 이들에 의해 교토를 포함한 주변 지역이 농업과 직물 산업 이외의 수단을 통해 점점 부를 축적해 갔다. 이들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 교토 아라시야마(嵐山) 지역이다. 교토가 수도로 정해지는 헤이안 시대 때 귀족들의 별장지로 개발될 정도로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오사카와 인접한 교토 서부 끝에 있는 아라시야마는 한자 뜻 그대로 ‘바람이 부는 산’이다. 아라시야마 산 아래쪽에는 가쓰라가와 강(桂川)이 펼쳐져 있다. 올 4월 어둑어둑할 무렵 가쓰라가와 강을 찾았다.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1600여 년 전 이곳으로 온 신라인들을 생각했다. 그들에게 이곳은 휴양지가 아니라 치열한 삶의 터전이었다. 그렇다면 하타 씨족들은 어떻게 이곳에 터를 잡게 되었을까. 사실 가쓰라가와 강 일대는 가도노(葛野), 즉 갈대 벌판으로 불릴 정도로 사람이 살기에 좋은 땅이 아니었다. 지금도 태풍만 왔다 하면 강물이 넘쳐 주변 주택가가 온통 물에 잠겨 버린다. 하타 씨족들이 처음 건너온 5세기 때에는 지금처럼 제방 시설도 없었을 터이니 피해가 더욱 심했을 것이 분명했다. 신라인들은 현지인들이 버린 땅에 둥지를 틀고 서로를 의지해 가며 이민 생활을 시작했을 것이다. 이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강 상류에 제방을 쌓는 것이었다. 낮게 둑을 쌓아 강물이 한 번 머물다 지나가도록 해 유속을 조절했으며 양옆으로 수로를 파서 인근 들판으로 물을 댔다. 당시 신라인들이 제방을 쌓았던 곳을 지금 일본인들은 ‘오이가와(大堰川)’라고 부르는데 이는 ‘큰 제방을 쌓은 강’이라는 뜻이다. 당시 제방은 지금은 찾아볼 수 없지만 오이가와 주변에 양옆으로 매끈하고 길쭉한 수로가 건설돼 있는 것으로 보아 하타씨가 만든 제방이 현대판으로 업그레이드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날 취재에는 한일 고대사에 정통한 이노우에 미쓰오(井上滿郞) 교토산업대 명예교수가 동행했다. 칠순이 넘은 그는 가는 곳마다 당시 제방 상상도까지 수첩에 일일이 스케치해 가며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그는 “신라인들이 교토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그들이 없는 교토의 역사는 상상할 수 없다”며 “이전까지 밭농사밖에 지을 수 없었던 교토는 신라인들 덕분에 안정적으로 용수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농업 지역으로 탈바꿈했다”고 했다. 진지한 그의 모습에선 ‘당신들이 잘 모르는 당신들의 조상 이야기를 내가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졌다. 제방과 함께 이곳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건축물이라고 하는 다리 도월교(渡月橋·도게쓰쿄)도 신라인들의 작품이다. 이 다리는 본래 목조로 만들어졌으나 전란과 홍수로 수차례 불타거나 유실되어 1934년 콘크리트로 재건축된 것이다.○ 왜인들을 위해 제방을 쌓은 도창 스님 그런데 이곳에서 제방과 다리 건설을 진두지휘한 신라인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하타씨 출신의 진도창 스님(798∼875)이었다. 그는 교토 광륭사(廣隆寺·고류지) 9대 주지로 부임해 광륭사를 크게 중건한 인물이기도 한데 강물이 넘쳐 오이가와 제방이 무너지자 직접 가래를 들고 제방 축조 공사에 나서 사람들이 ‘보살이 환생했다’며 머리를 숙였다고 한다. 도창 스님은 836년 제방 공사를 벌이던 중 도월교를 지었는데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다리 난간에 붉은색 칠을 했다고 한다. 도월교 오른쪽에는 교토의 최고급 음식점들이 즐비한 거리가 나온다. 음식점 구경을 하다 보면 거리 입구에 서 있는 긴 비석을 놓치기 쉽다. 비석에는 ‘법륜사 도창 유업 대언지(法輪寺 道昌 遺業 大堰址)’라고 쓰여 있다. ‘도창 스님의 업적인 큰 제방터’라는 뜻이다. 법륜사(호린지)는 도창 스님이 수행했던 곳이다. 비석 글에 언제 세운 것인지는 안 나와 있지만 근래에 세운 것으로 보였다. 도래인 출신이지만 제방과 다리를 놓아 이 지역을 일군 도창 스님을 존경하는 일본인들의 마음이 전해져 왔다. 도월교를 건너자마자 법륜사가 나오는데 안타깝게도 매우 낡아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 절은 도창 스님의 발자취를 느끼기보다 전망대를 구경하러 온 방문객들이 더 많은 듯했다. 전망대에 서니 아라시야마, 도월교는 물론이고 멀리 교토 시내가 한눈에 펼쳐진다. 법륜사를 나온 뒤 길을 잃고 주택가를 헤매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한 아파트 건물 옆길로 들어섰다가 신기한 구경을 하게 됐다. 아파트 건물과 건물 사이에 좁은 수로가 있는 것 아닌가. 물살도 강해 큰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런 수로는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튿날 일본 사학자 나카오 히로시(仲尾宏) 교토조형예술대 교수를 만나자마자 수로의 정체부터 물었다. 역시 예상대로 신라인들이 농사를 위해 강물을 끌어들인 길이었다. 후세 일본인들이 길을 없애지 않고 더 과학적인 현대식 수로로 개축해 용수 공급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을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에 다음 날 다시 이곳을 찾았다. 전날 보이지 않던 비석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주택가 놀이터 옆이었다. 자세히 다가가 보니 ‘이치노이 제방비’라고 적힌 비석에는 도창 스님이 만든 제방 덕분에 여러 곳으로 물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비석은 1980년 이 지역 수리조합이 세운 것이었다. 도월교 입구에 세워진 도창 스님 공덕비에 이어 제방비까지 보니 코끝이 찡했다. 교토 정착에 성공한 하타 씨족은 서쪽 지역에서 벗어나 교토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김현구 선생은 책 ‘백제는 일본의 기원인가’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하타씨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또 얼마나 사실을 반영한 숫자인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5세기 후반에는 92부(部) 1만8670명으로 되어 있고 6세기 전반에는 7053호라고 되어 있는 기록들로 보아서 그 수를 짐작할 수 있을 따름이다.’ 흔히 교토는 첨단과 전통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세계적인 도시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교토야말로 먼 옛날 문명의 씨앗을 뿌린 우리 조상들과 또 이들을 적극 받아들여 번영을 이루는 데 성공한 일본인들이 어우러진 문명 교류의 가장 뜨거운 현장이었다.:: 하타(秦)씨 ::교토 서부 아라시야마 지역에 처음 정착한 한반도 도래인 집단으로 백제계도 일부 포함됐지만 신라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주류를 이뤘다. 하타씨 인구가 크게 불어나면서 8세기 전반 일본 전체 인구의 28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많았다고 전해진다. 아라시야마=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18회 ‘한일 평화대사 곤지왕’으로 이어집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28일 미일 양국이 개정한 방위협력지침(일명 가이드라인)에 대해 “미국이 요구해온 투명성 원칙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리퍼트 대사는 이날 서울 중구 대사관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은 한미일 3자 안보토의(DTT),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를 통해 한국과 가이드라인 문제를 협의해왔다”며 “개정 내용에 ‘한국 측과의 사전 협의’ 조항은 없지만 ‘충분한 주권 존중과 국제법 준수’ 규정은 (일본의 군비확장 우려를 해소할) 투명성 준수의 분명한 표현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라는 말을 되풀이한 데 대해선 “미 국무부가 답해야 할 사안”이라고 직답을 피했다. 이런 일본의 태도에 대해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사진)는 이날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나 “아베 총리의 ‘인신매매’ 발언에는 누가 위안부 문제에 책임이 있는지가 없다. 책임 있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 말도 안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누가 위안소를 운영했는지 주어를 빼고 책임 소재를 가린 채 “가슴 아프다”고만 했다. 더든 교수는 2월 일본 정부의 미국 역사교과서 왜곡 시도를 비판하는 미국 역사학자 19명의 집단성명을 주도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초청으로 방한한 더든 교수는 당시 성명을 발표한 뒤 일본에서 위협 e메일이 쇄도했고 살해 협박도 잇따랐다고 밝혔다. 친한국 인사로 낙인찍고 ‘북한 스파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더든 교수는 “유엔이 위안부라는 인신매매가 일본 정부에 의해 자행됐다고 밝혔고 고노 담화도 일본의 국가 책임을 인정했는데 아베 총리는 누구 소행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현재 위안부 논쟁은 역사 문제가 아니라 기억에 대한 문제”라며 “아베 총리는 ‘아름다운 일본’이라는 기억을 그리려 애쓰지만 상당 부분 진실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정미경 mickey@donga.com·조숭호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에 이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까지 당정청 핵심 경제 포스트를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출신이 장악하면서 새삼 위스콘신대 학풍이 주목받고 있다. 위스콘신대는 보수적인 지역인 중부에 있지만 개방적이고 자유주의적 학풍이 강하다. 경제학도 그런 영향을 받아 정부의 개입보다 시장의 자율을 강조하는 신고전학파 학풍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스콘신대 출신인 정주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위스콘신대 출신에게는 인근 시카고대 미시간대 등과 함께 미국 시장경제학파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미 경제학계에서는 중부 오대호 주변의 시카고대 위스콘신대를 일컬어 ‘민물 학파(fresh water)’라고 부르고 하버드대 등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동부 경제학파는 상대적으로 ‘짠물 학파(salt water)’라고 부른다. 위스콘신대는 주로 행정고시 출신의 한국 엘리트 공무원들이 선호하는 유학 코스였다. 특히 1980, 90년대에 한국 공무원이 대거 유학을 갔다. 하버드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보다 유명한 학교가 아니었는데도 엘리트 공무원들이 몰린 것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기금으로 매년 공무원 5∼10명의 유학길이 열리면서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총리와 유 원내대표는 각각 경제기획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근무하다가 위스콘신대 경제학과로 유학을 갔다. 유학 시기도 최 부총리(1985∼91년)와 유 원내대표(1983∼87년)가 상당 부분 겹친다. 동창들에 따르면 유학 시절 최 부총리는 진중했던 반면 유 원내대표는 의견이 분명하고 할 말을 다하는 다소 튀는 스타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함께 공부했던 한 경제학과 교수는 “최 부총리와 유 원내대표가 증세 문제를 놓고 대립하는 것은 위스콘신대 학풍과 관련이 있다기보다 개인적 신념의 차이”라며 “유학 후 정치적으로 걸어온 길도 다르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2010년부터 5년 연속 위스콘신대 총동문회장을 맡았고 유 원내대표는 동문회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로 12명이 희생된 사건을 계기로 ‘테러에 안전지대는 없다’는 위기의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표현의 자유를 핵심 가치로 삼는 언론사를 대상으로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감행된 이번 사건을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테러 척결 공조 체제 확립에 나섰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는 이번 테러를 규탄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수십만 명이 운집해 ‘내가 샤를리(테러를 당한 프랑스 잡지사)다’라고 외치며 행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이번 사건을 보고받은 뒤 발표한 성명에서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비겁하고 사악한 테러 행위”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9·11테러 이후 가장 오랜 대(對)테러 동맹국을 겨냥한 공포스러운 테러”라며 “테러리스트를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는 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하라고 행정부에 긴급 지시했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다른 지도자들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성명에서 “테러 척결을 위한 유엔 등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프랑스 경찰 당국은 “테러 사건 용의자 3명의 신원이 확인됐으며 이 중 한 명은 자수했고 나머지 2명을 긴급 수배했다”고 8일 밝혔다. 도주 중인 테러범 2명은 이날 프랑스 북부 엔 지역의 휴게소에 나타나 휘발유와 음식을 훔치고 총을 쐈다고 BBC가 보도했다. 정미경 mickey@donga.com·조숭호 기자}

“미국의 민간 정보망을 뚫을 수 있는 나라는 북한 중국 러시아 정도다.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 발생 직후 미 정보 당국자들로부터 북한의 소행일 것이라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미 4대 싱크탱크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우드로윌슨센터의 제인 하먼 원장(69·사진)은 18일 “소니 해킹 사건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한 사건”이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선 하원의원 출신으로 정보·군사·국가안보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하먼 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 제재 강화,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 기존 대응책보다 좀 더 높은 수위의 제재를 내놔야 하지만 동북아 안보상 북한을 너무 자극할 수 없다는 것이 딜레마”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 놓지만 북한이 먼저 변화의 신호를 보내야 대화에 나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한다”면서도 “해킹 사태로 당분간 북-미 대화, 6자회담 재개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북한 국제문서 조사사업’을 벌이고 있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및 북한대학원대,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날 한국을 찾은 하먼 원장은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 발표에 대해 “엄정한 제재 속에서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 미국은 열린 마음으로 돌아선다는 것을 보여준 이정표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미 정부가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와 소니 해킹의 북한 배후 발표를 연이어 한 것은 “북한에 무언의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먼 원장은 폴란드 출신 아버지가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왔기 때문에 과거사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는 “일본의 반성은 ‘위안부’라는 그럴싸한 이름이 아니라 ‘성노예’라는 정확한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하먼 원장은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이와 관련된 공식 논의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 이어 19일 다시 한 번 예방한 그는 박 대통령을 “‘강인함’과 ‘따뜻함’이 조화를 이룬 리더”라며 “최근 리더십 난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먼 원장은 “‘백악관 이너서클(측근)에 둘러싸여 고립돼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주도의 의회를 자주 방문해 의원 개개인과 스킨십을 늘리는 소통정치에 나서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 뒤 6년 동안 요즘처럼 의회에 마련된 대통령실에 자주 들러 의원들과 의견을 나눈 적이 없다”며 여운을 남겼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 여성이 사상 처음으로 신임 미국 태평양공군사령관에 올랐다. 미군 기관지 성조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신임 태평양공군사령관에 공군전투사령부 부사령관인 로리 로빈슨 중장(사진)을 내정했다고 16일 보도했다. 로빈슨 내정자는 이번 보직 내정과 함께 4성 장군으로 승진한다. 미국 역사상 전투 사령관 보직에 여성이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성조지는 밝혔다. 로빈슨 내정자는 미 공군에서 재닛 울펀바거 군수사령관에 이어 두 번째 여성 4성 장군이다. 2012년 임명된 울펀바거 사령관은 지금까지 전투 부대에 배치되지는 않았다. 로빈슨 내정자는 뉴햄프셔대 학군단(ROTC) 출신으로 1982년 공군 장교가 됐으며 2007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공중전 지휘통제관에 올랐다. 또 공군무장학교 교관, 552 항공통제비행단장, 17 훈련비행단장, 공군장관실 법무연락단장, 공군중부사령부 부사령관, 공군전투사령부 부사령관 등 야전군 지휘관과 지휘본부 참모 보직을 골고루 거쳤다. 공군 405 원정비행단 부사령관을 맡을 당시에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쟁에 출격하기도 했다. 로빈슨 내정자는 공군 가정 출신으로 아버지와 남자 형제 2명 역시 공군에서 복무했다. 남편 데이비드 로빈슨도 공군 소장으로 퇴역했다. 2005년 공군사관학교 출신의 딸 타린 로빈슨은 비행훈련 사고로 순직했다. 이달 초 미 해군에서는 미셸 하워드 중장이 대장으로 진급하면서 해군참모차장에 임명되는 등 최근 미군 내 여성들의 4성 장군 진급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허버트 칼라일 현 태평양공군사령관을 공군전투사령관으로 내정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중국이 아시아 곳곳에서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국가 국민 대부분은 이런 갈등이 향후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여론조사 분석기관 퓨리서치센터는 14일 발표한 ‘글로벌 인식 프로젝트’ 여론조사에서 “아시아 11개국 중 9개국에서 중국발(發) 전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올 3∼6월 세계 44개국, 4만864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국가별로 보면 필리핀이 ‘역내 군사적 충돌이 우려된다’는 응답이 93%로 가장 높았다. 2위는 일본으로 85%가 전쟁 가능성을 우려했으며 베트남과 한국이 각각 84%와 83%로 뒤를 이었다. 반면 당사국인 중국은 62%만 전쟁을 걱정했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리처드 와이크 퓨리서치센터 리서치 이사는 “중국과 직접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국가들 사이에서 전쟁 우려가 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중국과 밀접하게 연결되기를 원하면서도 안보에서는 중국의 군사력 확대를 걱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아시아인들의 생각은 최고 동맹국과 최고 위협국 조사 결과에도 반영됐다. 11개 아시아 국가 중 한국 일본 등 8개 국가가 최고 동맹국으로 미국을 꼽은 반면 중국을 꼽은 나라는 2개국에 불과했다. 중국과 가장 치열하게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 3개국은 중국을 최고 위협국으로 꼽았다. 한국은 최고 위협국으로 북한을 꼽았다. 조사 대상 44개국 중 미국에 긍정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는 비율은 65%로 중국(49%)보다 높았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신뢰도 역시 65%에 이르렀다. 이번 조사는 급증하는 중국의 글로벌 파워도 여실히 보여줬다. 중국이 궁극적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슈퍼파워가 될 것이라는 응답자는 50%로 2008년 조사 때 41%보다 늘어났다. 중국이 최대 슈퍼파워가 될 것으로 보는 응답자는 아시아 유럽 중동 남미 등에서 고른 비율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는 미국을 우려하는 비율도 높았다. 미국을 제외한 43개국 국민의 81%는 미 국가안보국(NSA)의 불법 정보수집 활동을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과 일본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올해 말 개정될 예정인 미일방위협정(가이드라인)에 반영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사진)은 11일 워싱턴에서 가진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과의 회담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결정을 지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일은 올해 안에 가이드라인을 개정한다는 목표에 따라 조만간 외무·국방 심의관급 협의를 도쿄(東京)에서 가질 예정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13일 보도했다. 헤이글 장관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대담하고 역사적이며 획기적인 일본 내각의 이번 결정은 지역 및 국제 안보와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역할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방위와 관련해 미국의 지원을 기대했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가이드라인 개정 방향에 대해 “‘그레이존’(무력공격에 이르기 전 단계의 도발)을 포함해 평시부터 긴급사태에 이르기까지 미일이 신속하고 끊김 없는 협력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으로 하고 싶다”고 밝혔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도 “일본과 같은 대국이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집단자위권 행사 결정을 적극 홍보했다. 그는 또 “한국 국방장관이 ‘예스’만 한다면 당장 서울로 날아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집단적 자위권을 비롯한 여러 현안을 논의하는 한일 국방장관 회담 개최를 희망했다. 한편 도쿄신문은 전수방위(專守防衛·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에 한해 방위력을 행사)를 원칙으로 해온 일본의 무기 조달이 공격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우려했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이번 방미 기간 중 8일 샌디에이고 해군 시설을 방문해 미 해병대가 적지를 기습 상륙할 때 사용하는 ‘강습양륙함’을 둘러본 뒤 이 함정의 해상 자위대 도입 검토를 시사했다. 그는 또 일본 항공자위대에 42기가 배치될 예정인 F-35 스텔스 전투기 제조공장을 시찰한 뒤 추가 도입 의욕을 표시했다. 워싱턴에서는 수직 이착륙 수송기인 오스프리에 시승한 뒤 2015년도 예산에 오스프리 구입비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불법 밀입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맛있기로 소문난 유명 레스토랑에서 새치기를 했다가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오바마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오스틴에서 연설을 마친 뒤 시내에 있는 유명 바비큐 레스토랑 ‘프랭클린’을 찾았다.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탑승을 위해 공항으로 가던 중 즉흥적으로 들렀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하지만 이 레스토랑은 붐빌 때는 두세 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탑승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은 “줄이 길군요. 유감이지만 끊겠습니다”라며 새치기를 했다. 그 대신 자신에게 순서를 양보한 가족에게 “밥값을 대신 내겠다”고 제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브루스 핀스태드 씨와 딸 페이스에게 “얼마나 주문해주면 되느냐”고 묻자 이들은 주저하지 않고 “쇠고기 3파운드, 갈비 2파운드, 소시지 0.5파운드, 칠면조 0.5파운드”라고 줄줄이 주문했다. 두 명의 식사로 너무 많은 양의 주문에 놀란 오바마 대통령은 “잠시만, 도대체 몇 명이 먹을 거냐. 농담이다”라며 되물었다. 사실 두 명만 줄을 서고 있었지만 테이블에 다른 가족들이 앉아 있었던 것.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자신이 포장해 가져갈 음식값과 핀스태드 씨 가족의 식대를 모두 합쳐 300달러(약 30만5000원) 이상을 지불해야 했다. 20달러짜리 지폐 여러 장을 꺼내 계산하려던 오바마 대통령은 금액이 300달러가 넘어가자 결국 신용카드를 꺼내 결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드를 꺼내들면서 수행원에게 “이거 사용 가능한 거냐”고 농담을 던졌는데 이때 신용카드 전면이 카메라에 찍히면서 카드 번호가 노출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과 중국이 9일부터 이틀간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제6차 미중 전략경제대화(S&ED)에서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인다. 이번 대화에 중국 측은 왕양(汪洋) 부총리와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미국 측은 제이컵 루 재무장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이 대표로 나선다. 이에 앞서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과 장예쑤이(張業遂) 외교부 상무부부장은 8일 제4차 미중 전략안보대화를 가졌다. 특히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첫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던 지난해 대화와는 달리 올해는 사이버 해킹 논란과 해상 영유권 갈등 등에서 양국 관계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가운데 진행된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7일 “미국과 중국의 최근 관계는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방중 이후 가장 험난한 상태를 맞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을 중국이 중국 봉쇄정책으로 보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국은 이번 대화에서 주요 안보 및 경제 현안들을 놓고 첨예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3대 핵심 쟁점으로는 영유권 갈등, 사이버 해킹, 위안화 평가가 꼽힌다. 특히 중국은 해킹 문제를 집중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정쩌광(鄭澤光) 중국 외교부 부장 조리(차관보)는 7일 “미국은 인민해방군 장교가 해킹에 관여됐다고 주장하거나 지역 해양 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중단하라”며 “해킹 기소는 미국이 조작했으며 이는 중국과의 대화를 앞두고 사이버 안보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하려는 자세가 부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중국과 주변국의 해양 분쟁에 개입하는 것도 ‘잘못된 행동’으로 미중 관계에서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은 이데올로기나 어느 특정 국가가 동맹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사실에 입각해 판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안화 평가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루 재무장관은 과거 위안화 저평가 문제를 거론한 적이 있어 이번 대화에서 추가 절상을 요구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중국은 올해 들어 위안화 가치가 상당 폭 오른 점을 강조하며 반격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 대화에서 북한 비핵화나 해상 영유권 분쟁 등 중요 이슈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안보 이슈는 물론이고 경제 이슈에서도 결실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케리 국무장관 등 미국 대표단이 베이징에 도착한 것은 중국과의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한편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대화에서 다뤄질 예정인 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와 관련해 시드니 사일러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담당 보좌관은 7일 “한국이 신중해야 한다”며 중국 주도의 AIIB 가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일러 보좌관은 “우리는 인프라 투자와 개발에 관여하는 금융기관으로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을 갖고 있으며 두 은행은 지배구조와 환경·사회적 세이프가드, 조달 측면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AIIB가 현 시점에서 이 같은 기준들을 이행할 수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2012년 리비아 벵가지 미국 영사관을 공격했던 무장세력의 지도자급 인물인 아흐메드 아부 카탈라가 체포됐다. 미 국방부는 17일 “특수부대가 연방수사국(FBI)과 공동 작전으로 카탈라를 15일 붙잡아 리비아 밖의 장소에 구금 중”이라고 밝혔다. 벵가지 영사관 습격 용의자 10여 명 중 체포된 인물은 카탈라가 처음이다. 2012년 9월 카탈라가 소속된 무장단체 안사르 알샤리아의 벵가지 영사관 공격으로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를 비롯한 미국인 4명이 목숨을 잃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벵가지 사태 발생 뒤 “테러범을 체포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카탈라 체포는 최근 이라크 사태 등 외교적 난제가 쌓이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모처럼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탈라는 미국으로 송환돼 신문받을 것”이라며 “이번 작전을 통해 미국인에게 해를 가한 자들은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알렸다”고 말했다. 이번 작전은 미 육군 소속 최고 정예부대인 델타포스가 수행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최근 회고록을 출간한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차기 대통령이 되면 국내외 모든 현안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더 잘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16일 CNN이 보도했다.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3%는 클린턴 전 장관이 외교정책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평가한 반면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 지지도는 40%에 그쳤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테러정책 지지도는 49%인 반면 클린턴 전 장관은 61%가 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정책에서도 63%가 클린턴 전 장관이 잘할 것이라고 답한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38%만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조사의 9개 정책현안에서 모두 클린턴 전 장관에게 뒤졌고 단 한 건도 50%를 넘지 못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16일 독일 주간지 슈테른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에서 여성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존경받고 있는 것을 볼 때 미국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며 “그것이 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일이 일어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NBC방송-애넌버그재단이 최근 25년 동안 재임한 4명의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클린턴 전 장관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42%의 압도적인 지지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은 18%로 2위에 올랐고 조지 W 부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각각 17%, 16%로 3, 4위에 올랐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 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이 북한 탄도미사일을 정밀 추적하고 요격하기 위해 일본에 ‘지휘통제 및 전투관리통신(C2BMC)’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제임스 사이링 미국 미사일방어청(MDA) 청장은 11일 하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에 제출한 2015 회계연도 국방예산안 보고서에서 “MDA는 (일본에 배치됐거나 추가 배치되는) X-밴드 레이더 기지 2기의 복합 운용을 통한 성능 향상을 위해 새로운 C2BMC 시스템을 일본에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C2BMC 시스템은 X-밴드 레이더의 탐지용 센서 시스템과 패트리엇(PAC-3) 미사일 요격시스템 등을 효과적으로 통합하기 위해 전투 관리부터 통신체제, 지휘통제를 아우르는 종합 시스템이다. 보고서는 또 “2006년 아오모리(靑森) 현 공군자위대 샤리키(車力) 기지에 X-밴드 레이더가 처음 배치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교토(京都) 부 교탄고(京丹後) 시 교가미사키(經ケ岬)에 추가 배치되면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탐지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와 함께 북한 군사 활동 정찰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아오모리 현 미사와(三澤) 기지에 고(高)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2기를 최근 배치했으며 7일부터 운용을 시작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납북자 문제 재조사를 위해 북한이 구성할 특별조사위원회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직할 조직이어야만 수용할 것이라고 산케이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이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 재조사 결과는 결국 김정은의 의향과 판단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한 포석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납치 피해자 재조사를 실행하는 시점에 3가지 제재를 동시에 해제한다”고 확인했다. 3가지 제재는 일본이 독자 시행 중인 △북-일 간 인적 왕래 규제 △송금 및 휴대 금액 제한 △북한 국적 선박의 일본 입항 금지 조치다.워싱턴=정미경 mickey@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공화당 예비경선(프라이머리)에서 최대 이변이 일어났다. 공화당 2인자인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51)가 10일 실시된 버지니아 주 공화당 예비경선에서 강경 보수세력 티파티가 지지하는 정치 초년생 데이비드 브랫 랜돌프 메이컨대 교수(경제학)에게 참패했다. 가장 유력한 차기 하원의장 후보로 거론돼온 정치 거물이 무명에 가까운 정치 신인에게 무너지자 미 정치권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 현대 정치사상 가장 충격적인 패배로 여겨지면서 ‘정치적 지진(Political Earthquake)’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티파티는 2010년 창설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됐던 7선의 캔터 원내대표는 이날 경선에서 도전자인 브랫 후보에게 55.5% 대 44.5%로 패했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티파티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원내대표에 오른 캔터가 이번 경선에서 무명의 티파티 후보에게 참패하는 대이변이 벌어진 것은 그가 공화당 지도부로 활동하면서 보수 성향이 크게 퇴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티파티 세력은 보수의 중심축 역할을 기대했던 캔터 원내대표가 민주당에 온건한 태도를 보이자 변절자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티파티가 강력히 반대한 이민개혁법안에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은 것이 결정적 패인으로 지적된다. 브랫 후보는 이 틈을 파고들어 “캔터가 ‘불법 이민자 사면의 최고 치어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난해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초 이번 경선은 캔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것으로 예상됐다. 캔터가 워낙 정치 거물인 데다 자금력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했기 때문이다. 캔터는 이번 경선을 위해 540만 달러를 모금한 반면 브랫 후보는 고작 20만 달러를 모았을 뿐이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캔터가 경선 승리를 과신해 유세에 관심을 쏟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는 지역구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유세를 펼치기보다 워싱턴에 머물며 TV 선거 광고에 주력해 왔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생존한 미국 전직 대통령 중 최고령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사진)이 12일 90세 생일을 맞는다. 메인 주 케네벙크포트 별장에서 열리는 구순 잔치에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가족과 친구, 부시 전 행정부 시절 인사, 텍사스 A&M대 내 부시 대통령 기념관 인사 등 200여 명이 참석한다. 부인인 바버라 부시 여사는 8일 89번째 생일을 맞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민주당 출신 대통령으로부터도 존경을 받는 부시 전 대통령은 2004년 쓰나미 피해를 입은 동남아시아를 방문하고 2009년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맞아 독일을 찾는 등 퇴임 뒤에도 활발한 활동을 펼쳐 ‘전직 대통령의 모델’이 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컬러풀한 양말로 유명한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백혈병 어린이 환우를 위해 삭발을 감행하고 올 4월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안방인 텍사스 주 휴스턴을 방문하자 휠체어를 탄 채 활주로까지 나가 대통령을 맞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퍼터 판다’라는 이름의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해커부대가 하나 더 존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정보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9일 61486부대로 알려진 중국군 해커부대의 해킹 활동을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국 법무부가 지난달 중국군 61398부대 소속 장교 5명을 해킹 혐의로 기소했으나 별도의 해커부대인 61486부대가 미국과 동맹국들의 기관과 업체들을 해킹해 왔다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이 제기한 해킹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가운데 “중국군에 또 다른 해킹부대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미중 해킹 갈등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군 해커부대는 지난 7년 동안 △미국 유럽 일본의 정부기관 △핵무기 무인항공기(드론) 등의 부품을 정부에 납품하는 군수기업 △위성업체 근무자들의 컴퓨터를 해킹해 통상 및 군사 기밀 정보를 빼내갔다. 또 해킹 주체로 명시된 61486부대는 지난달 미 법무부가 기소한 장교 5명이 소속된 61398부대와 같은 인터넷 주소(IP)를 사용했으며 e메일을 수시로 주고받으며 정보를 공유했다. 이번에 정체가 드러난 61486부대는 ‘퍼터 판다’로 불린다. 골프에서 쓰이는 ‘퍼터’와 중국을 상징하는 ‘판다’를 합친 용어다. 해커들이 골프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에 자주 참석하는 인사들을 겨냥해 초대장 등 관련 메일을 보낸 뒤 무심코 열어본 인사들의 컴퓨터에 해킹프로그램을 설치해 주요 정보를 빼갔기 때문이다. 이들은 군수 및 위성 콘퍼런스에 자주 참석하는 인사들에게도 유사한 방법으로 해킹을 시도했다고 보안업체는 밝혔다. 퍼터 판다에 해킹당한 주요 기관 및 기업들의 인사는 수백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미국 국가안보국(NSA)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현재 중국 내 20개의 해커그룹을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 국방부는 지난주 발간한 ‘2014 중국 군사·안보정세’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전략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부대의 전력을 설명하면서 중국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41’을 처음으로 거론했다. 이 미사일은 차량이동식 발사대에 장착되며 1만4000km의 최대 사거리에 핵탄두 10개를 탑재할 수 있고 미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뉴욕=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탈출’을 감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 오후 백악관 인근 펜실베이니아 애버뉴의 스타벅스 매장에 나타나 커피를 주문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예정에 없던 ‘깜짝 행보’로 백악관 출입기자들마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행선지를 잘못 안 일부 기자들은 부랴부랴 던킨 도너츠로 달려갔다가 허탕을 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주문한 커피를 손에 든 채 거리를 활보(사진)하기도 했다. 백악관을 찾은 관광객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자 오바마 대통령은 관광객들과 악수를 하며 “곰이 풀려났다(The bear is loose)”고 농담을 건넸다. 핫도그 판매상과 공사현장 인부 등과도 잡담을 나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조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백악관 인근 셰이크� 식당을 방문했고 내무부 행사에 가던 중 경호원 몇 명만 데리고 백악관 앞 내셔널몰에 깜짝 출현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나는 쇠고랑을 깨고 나온 서커스단의 곰”이라며 자신을 곰에 비유했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이 자주 백악관을 빠져나가는 것은 보훈병원 비리 의혹과 탈영 의혹에 휩싸인 ‘버그달 병장 구하기’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바닥권을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또 자신의 개혁 조치들이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와의 갈등으로 진척이 없는 데에도 불만을 품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도 대학 학자금 부담 완화 조치에 공화당이 반대하자 화를 낸 뒤 백악관을 나섰다는 후문이다. 한편 USA투데이와 퓨리서치 센터가 미국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의 ‘버그달 병장 구하기’가 ‘잘못한 것’(43%)이라는 답변이 ‘잘한 것’(34%)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최근 2주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곳곳에 돈을 숨겨 놓고 보물찾기 게임을 벌인 ‘히든 캐시’의 주인공이 부동산 개발업자 겸 벤처 투자자인 제이슨 부지 씨(사진)인 것으로 7일 밝혀졌다. 그는 지난달 23일부터 돈을 숨겨 둔 뒤 트위터에 히든캐시(@HiddenCash) 계정을 만들어 돈을 숨긴 장소에 대한 힌트를 주고 이를 찾는 게임을 벌였다. 대부분 20∼100달러짜리 지폐를 숨겼다. 부지 씨는 “사업 홍보 차원에서 한 일이 아니다. 돈을 찾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제사정이 나빠진 사람들의 주택을 싸게 사들여 되파는 방식으로 백만장자가 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논란에 휩싸였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중국이 탈북자들을 강제 송환시킬 때면 언제나 미국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앞이 시끄러워진다. 북한인권 단체와 한인 사회가 ‘강제 북송 중단하라’고 쓴 피켓을 들고 행진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인다. 그런데 이런 시위 현장에 일본인들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들은 일본인 납북 피해자 문제에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현장에 나온다. 시위대의 기세에 눌려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하지만 주변에서 일본 납북자 문제를 설명하는 팸플릿을 열심히 돌리며 미국인들에게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한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시마다 요이치(島田洋一) 후쿠이 현립대 교수에게 “왜 직접 관련도 없는 중국 탈북자 강제 송환 반대 시위대에 섞여 일본 납북자 시위를 벌이느냐”고 물었다. 그는 “인권 차원에서는 비슷한 문제다. 일본 납북자는 오래된 이슈라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다. 중국 강제 송환 반대 시위대에 얹혀서라도 이슈로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일본 납북자 문제에 관심이 있는 미 의회와 정부 관계자들도 만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납북자구출연합 대표로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에서 건너왔다. 그 후 한 일본 신문 워싱턴 지사장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서재는 일본 납북자 문제 해결 팸플릿과 포스터로 가득했다. 그의 미국인 부인 수전 발소 씨는 워싱턴에서 일본 납북자 구출 단체를 조직하고 미국 정계를 상대로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의 부인은 변호사가 본업이었지만 일본 납북자 문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듯했다. 일본 납북자 역사를 장시간 설명하는 발소 변호사를 보며 미국에서 일본 납북자 문제가 주목받고 그 해결을 위한 청문회가 열리는 이유를 알아냈다. 다름 아닌 일본계 인사들의 끊임없는 활동 덕분이었다. 최근 일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과 일본 간 합의를 지켜보며 이들의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미국에서는 북-일 합의가 한미일 동맹에 균열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와 미국과 사전 협의 없이 너무 앞서 나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은 북-일 대화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이 인권 차원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점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아베 정권 훨씬 이전부터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일본 납북자 문제를 빠짐없이 거론하며 미국의 관심을 촉구해왔다. 시마다 교수나 발소 변호사 같은 민간단체들의 활동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본은 최근 세계 분쟁, 재난 지역에 구조지원 활동을 강화하고 납북자 문제의 인도주의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미국에서 지지 기반을 넓히고 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 실장은 “미국은 애초부터 북핵과 인권 문제를 분리해서 봐왔다”며 “미국에는 일본의 행보에 불만도 있지만 국제사회 기여와 인류의 보편적 가치, 지역안정 차원에서 환영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최상의 한미관계를 일본이 부러운 눈길로 바라본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그러나 더이상 이런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한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대, 납북자 문제 해결 등에서 미국의 시각이 우리와 미묘하지만 중대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이상 ‘찰떡 공조’만을 외치며 미국을 믿고 있기에는 일본이라는 변수가 너무 크다.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 어정쩡한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고차원의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정미경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세계적 명저 ‘역사의 종언’의 저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6일 “중국이 지난 100년의 굴욕기를 거쳐 다시 돌아왔다”고 밝혔다. 후쿠야마 교수는 이날 워싱턴 싱크탱크인 케이토 연구소에서 열린 ‘역사의 종언? 25년 후’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중국은 과거 왕조시대처럼 아시아에서 ‘넘버 원’의 지위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관련해선 중국이 아시아를 잘게 쪼개 야금야금 잠식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살라미 전술’(하나의 과제를 여러 단계별로 세분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전술)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크림 반도를 합병한) 러시아와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중국의 행동은 권위를 인정받기 위한 투쟁”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동중국해의 조그만 섬이나 남중국해의 산호초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향해 ‘내(중국)가 돌아왔다’고 말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6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 체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 현 체제의 정통성과 공산당의 장기 집권은 지속적인 고도성장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중국 사회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점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중국의 발전모델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불평등 확대 등으로 인해 ‘중국의 꿈(中國夢)’은 소수가 빨리 부자가 되는 길에 지나지 않는다고 깎아내렸다. 후쿠야마 교수는 “‘역사의 종언’ 출간 뒤 25년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시장경제가 침체를 겪는 등 예견 내용과는 다른 현실이 나타나고 있다”고 인정했다. 러시아는 소련보다 더 강력한 독재국가가 돼서 주변국을 위협하고 있으며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지만 여전히 공산 독재로 영토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시장경제의 간판주자인 미국과 유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고실업과 저성장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여러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실패한 것은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정치적 지배구조가 정착되지 못하고 부패가 득세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가설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1989년 ‘내셔널 인터레스트’ 잡지에 기고문 형식으로 처음 발표된 ‘역사의 종언’은 공산주의가 종말을 고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예견해 당시 학계와 일반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