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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강원 평창군의 한 스키장에서 운행하던 리프트가 멈춰 51명이 공중에서 길게는 3시간 이상 고립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19일 평창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12분경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장 리프트가 갑자기 멈추면서 리프트에 타고 있던 스키장 이용객 51명이 공중에 고립됐다. 소방당국은 오후 4시 47분경 해당 소방서 인력 전원이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장비 24대와 64명을 투입해 긴급 구조작업을 벌였다. 소방당국은 리프트 줄을 로프로 연결하고 이용객들을 천천히 하강시키는 방식으로 어린이와 여성 등을 우선 구조했다. 그러나 강풍이 불어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고 한 번에 한 명씩만 내려올 수 있는 탓에 오후 7시 48분에야 구조가 완료됐다. 이용객들은 길게는 3시간 반가량 한파와 공포에 떨어야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반 대관령면의 기온은 영하 10.3도였다. 특히 바람이 초속 6.3m로 강하게 불어 체감 온도는 영하 18.7도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리프트에 고립됐던 이용객 중 3명은 저체온증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고 소식을 듣고 “이용객에게 방한용품 등을 전달해 구조되기 전까지 저체온증으로 인한 추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리조트 측도 객실에서 사용하는 이불을 공수해 구조자들을 감싼 뒤 실내로 이동시켰다. 리프트가 멈춘 이유는 경찰 수사를 통해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알펜시아리조트는 6개의 슬로프 가운데 초·중급인 2호 슬로프 하나만 10일부터 개장했다. 2호 슬로프는 길이가 1351m이며 지상으로부터 리프트까지 높이는 최대 10m다. 알펜시아리조트는 강원도가 평창 겨울올림픽을 위해 건설한 복합휴양시설이다. 강원도와 강원개발공사 소유였지만 올 2월 7115억 원에 KH그룹에 매각됐다. 알펜시아리조트 관계자는 “사고 원인을 빠르게 규명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올 1월에는 경기 포천시 베어스타운 스키장에서 리프트가 역주행하면서 이용객 40여 명이 부상을 입은 바 있다.평창=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최근 극악한 성범죄자의 출소 뒤 거주지를 둘러싼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성범죄자가 우리 동네에 사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 집회가 이어지는 한편 성범죄자가 전입한 일부 동네에서는 주민들이 줄줄이 이사를 나가기까지 하는 실정이다. 지역 사회가 성범죄자 주거지를 두고 서로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우리나라에선 현행법상 출소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제한할 방법이 없지만 일부 국가는 법령을 통해 아동성범죄자 등의 주거를 제한하고 있다. ‘우리도 다른 나라처럼 주거지를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형기를 마친 출소자를 이중 처벌하는 격으로 과도한 인권 침해’라는 반론도 나온다.》○ 성범죄자 출소에 불안 커지는 주민들 “성범죄자 박병화는 즉시 퇴거하라. 박병화 거주를 끝까지 저지하겠다.” 성인 여성 10명을 연쇄 성폭행한 박병화(39)가 올해 10월 31일 출소해 살고 있는 경기 화성시의 한 대학가 원룸촌에서는 최근 이 같은 구호가 매일같이 울려 퍼지고 있다. 주민들은 박병화의 출소 이후 그의 집 근처에서 2개월 가까이 퇴거 촉구 집회를 여는 중이다. 이 지역 인근에는 대학교 3곳과 초등학교 1곳, 유치원 1곳이 있다. 한 주민은 “교육시설이 밀집한 이 동네에 연쇄 성폭행범이 들어왔다는 소식에 동네 분위기가 폭탄을 맞은 듯하다”고 했다. 화성시의 한 여성단체 회원은 재범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하루빨리 박병화가 퇴거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박병화의 출소 2주 전에는 미성년자 12명을 성폭행한 김근식(54)이 출소해 경기 의정부시로 옮겨온다는 소식에 주민뿐 아니라 시장까지 나서 초강경 대응을 했다. 김근식이 의정부시에 있는 법무부 산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지부에 입소한다고 알려지자, 김동근 시장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송을 막겠다”며 출소일 공단 인근 도로 680m를 폐쇄하는 긴급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다만 김근식이 출소를 하루 앞두고 다른 성범죄 혐의가 밝혀져 다시 구속되면서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는 사태는 피했다. 초등학생을 성폭행해 복역하다 2020년 12월 출소한 조두순(70)은 현재 살고 있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집 임차계약이 만료되자 지난달 단원구의 또 다른 동네 집을 계약했다가 신원이 들통 나 계약이 파기되기도 했다. 조두순이 전입한 뒤 이사하는 주민이 잇따르면서 동네는 곳곳에 빈집이 생겼고, 근처 어린이집 9곳 중 2곳이 폐업했다고 한다. 이 같은 갈등은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계속되고 있다. 논란이 잦아진 건 2010년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성범죄자의 신상 정보가 공개되고, 2020년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을 통해 2013년 이전 형을 선고받은 성범죄자의 거주지도 도로명 주소와 건물명까지 공개되면서부터다. 보호감호제가 2005년 폐지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보호감호제는 형기를 마친 출소자 중 재범 우려가 있는 이들을 교도소 등 수용시설에 다시 수용하는 제도다. 당시 형벌을 받은 출소자에 대해 같은 범죄로 보호감호처분을 내리는 건 헌법상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논란이 있어 해당 제도는 국회에서 폐지됐다. 주민 불안이 계속되지만 법무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하는 것 외엔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출소 성범죄자의 주거를 제한하는 법령이 없는 만큼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전자감시장치 부착, 외출 시간 제한 등의 조치만 가능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주민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외출 가능 시간을 제한하고 24시간 전담보호관찰관도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 지자체는 청원경찰의 순찰 빈도를 늘리고, 폐쇄회로(CC)TV를 추가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주거 제한해야” vs “이중처벌”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재범 우려가 높은 성범죄자에 대한 주거 제한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많다. 동아닷컴이 이달 2∼8일 온라인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출소 성범죄자에 대해 주거 제한을 둬야 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1만5514명)의 84%(1만3097명)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성범죄자가 학교나 학원가 인근, 피해자 집 등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거주하도록 하거나, 출소 이후 시설에 입소시켜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대는 16%(2417명)에 그쳤다. 실제로 일부 국가는 출소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2005년 ‘제시카 런스퍼드법’을 제정하고 아동 대상 성범죄자는 출소 이후 학교나 공원 등 아동이 많은 곳으로부터 2000피트(약 610m) 이내에 거주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독일 역시 2013년 재범 우려가 있는 성범죄자에 대해 출소 이후 보호시설 등에 수용해 기간 제한 없이 사회로부터 격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전문가들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성범죄자의 거주·이전 자유와 국민의 생명 재산 보호라는 가치를 두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선택해야 하는 문제”라며 “성범죄자 주거지 제한이 공공의 이익과 헌법상 가치에 더 부합한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위헌 소지가 있는 주거지 제한보다는 전자감시장치 부착 및 약물치료 확대와 재범 위험을 낮추기 위한 사회적응훈련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자발적 시설 입소 기회 마련해야” 출소자들이 지역 사회에 바로 나가 거주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시설에 입소해 적응 교육을 받을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거 밀집 지역과는 떨어진 곳에 출소자들이 6개월∼1년가량 머무를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에선 이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2007년부터 시행된 ‘갱생보호법’은 형을 마친 출소자나 보호관찰 중인 출소자가 자발적으로 지자체나 민간기관 등에서 제공하는 시설에 입소해 숙식하며 취업 지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출소자의 주거를 당분간 지역사회와 격리하는 동시에 사회복지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당장은 성범죄자 거주 지역에 대한 ‘범죄 예방 환경설계(CPTED)’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CPTED는 성범죄자 주거지 인근 어두운 골목 등의 벽을 밝게 도색하거나, 움직임을 인식해 켜지는 조명등을 설치하는 등 범죄 발생 소지를 낮추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범죄 가능성을 0%로 만들 수는 없지만 당장은 이 같은 조치들을 통해 재범 기회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공황장애와 불면증으로 약 3년 동안 준비했던 공무원 시험을 포기했던 우현우 씨(26)는 최근 카타르 월드컵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보며 다시 도전할 힘을 얻었다고 했다. 우 씨는 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모두가 어려울 거라고 했던 16강 진출을 이뤄낸 뒤 대표팀이 펼쳐든 태극기 속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문구가 마음에 와닿았다”며 “시험이 주는 압박에 짓눌리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보려 한다”고 했다.○ 새 월드컵 정신은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문구가 월드컵 이후 폭발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대표팀이 보여준 불굴의 의지에 감동받은 이들이 ‘중꺾마’라는 축약어를 통해 스스로를 응원하는 모습이다. 취업준비생 이성재 씨(26)는 “포르투갈전에서 손흥민 선수가 수비수 5, 6명이 에워싼 상황에서 공을 끝까지 지켜낸 뒤 어시스트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꺾이지 않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취업 준비를 하면서 마음이 꺾일 일이 많은데 새해엔 ‘중꺾마’의 정신으로 난관을 이겨 내겠다”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학업, 취업, 운동 등 각자의 목표를 담은 글과 함께 ‘#중요한것은꺾이지않는마음’ ‘#중꺾마’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 문구는 원래 게임 프로팀 ‘DRX’의 주장 데프트(본명 김혁규·26)가 지난달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 대회 우승 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프로게이머로선 노장에 속하는 그가 약체 팀을 이끌고 우승하자 감동을 받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그러다 이달 3일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포르투갈전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뒤 관중으로부터 건네받아 펼쳐든 대형 태극기에 쓰인 채 카메라에 잡히면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전문가들은 ‘N포족’ 등 주로 부정적 표현으로 묘사됐던 청년세대 속 ‘내면의 의지’가 월드컵을 계기로 분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청년세대가 ‘역경을 견디지 못한다’는 편견이 있지만 ‘입시 지옥’을 버텨낸 성실성과 끈기는 다른 문화권 청년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끝까지 해내겠다는 결기가 반영된 키워드가 ‘중꺾마’”라고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집값 상승과 주가 폭락, 취업난 등 ‘역경의 시대’를 사는 청년세대가 월드컵을 계기로 느낀 카타르시스와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중꺾마’로 표현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응원단 ‘붉은악마’의 카드섹션 문구 ‘꿈은 이루어진다’가 유행한 것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문구가 ‘결과’를 중시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문구는 ‘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실제로 한국 대표팀이 승리하지 못한 가나전과 우루과이전, 브라질전에서도 서울 광화문에 모인 거리응원단은 끝까지 대표팀의 멋진 빌드업 플레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직장인 황다영 씨(29)는 “대표팀이 브라질에 0-4로 끌려가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후반전에 골까지 성공시키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며 “결과를 떠나 내용이 보람차고 즐겁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공황장애와 불면증으로 약 3년 동안 준비했던 공무원 시험을 포기했던 우현우 씨(26)는 최근 카타르월드컵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보며 다시 도전할 힘을 얻었다고 했다. 우 씨는 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모두가 어려울 거라고 했던 16강 진출을 이뤄낸 뒤 대표팀이 펼쳐든 태극기 속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았다”며 “시험이 주는 압박에 짓눌리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보려 한다”고 했다.● 새 월드컵 정신은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문구가 월드컵 이후 폭발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대표팀이 보여준 불굴의 의지에 감동받은 이들이 ‘중꺾마’라는 축약어를 통해 스스로를 응원하는 모습이다. 취업준비생 이성재 씨(26)는 “포르투갈전에서 손흥민 선수가 수비수 5, 6명이 에워싼 상황에서 공을 끝까지 지켜낸 뒤 어시스트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꺾이지 않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취업 준비를 하면서 마음이 꺾일 일이 많은데 새해엔 ‘중꺾마’의 정신으로 난관을 이겨 내겠다”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학업, 취업, 운동 등 각자의 목표를 담은 글과 함께 ‘#중요한것은꺾이지않는마음’, ‘#중꺾마’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 문구는 원래 게임 프로팀 ‘DRX’의 주장 데프트(26·본명 김혁규)가 지난달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 대회 우승 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프로게이머로선 노장에 속하는 그가 약체 팀을 이끌고 우승하자 감동을 받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그러다 이달 3일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포르투갈전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뒤 관중으로부터 건네받아 펼쳐든 대형 태극기에 쓰인 채 카메라에 잡히면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전문가들은 ‘N포족’ 등 주로 부정적 표현으로 묘사됐던 청년 세대 속 ‘내면의 의지’가 월드컵을 계기로 분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청년 세대가 ‘역경을 견디지 못한다’는 편견이 있지만 ‘입시 지옥’을 버텨낸 성실성과 끈기는 다른 문화권 청년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끝까지 해내겠다는 결기가 반영된 키워드가 ‘중꺾마’”라고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집값 상승과 주가 폭락, 취업난 등 ‘역경의 시대’를 사는 청년세대가 월드컵을 계기로 느낀 카타르시스와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중꺾마’로 표현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응원단 붉은악마의 카드섹션 문구 ‘꿈은 이루어진다’가 유행한 것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문구가 ‘결과’를 중시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문구는 ‘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실제로 한국대표팀이 승리하지 못한 가나전과 우루과이전, 브라질전에서도 광화문에 모인 거리응원단은 끝까지 대표팀의 멋진 빌드업 플레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직장인 황다영 씨(29)는 “대표팀이 브라질에 0대 4로 끌려가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후반전에서 골까지 성공시키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며 “결과를 떠나 내용이 보람차고 즐겁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 대표팀 너무 잘했습니다. 국민들에게 기쁨을 안겨줘 정말 고맙습니다.” 브라질을 상대로 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이 패배로 끝난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응원하던 직장인 윤금선 씨(68)는 “졌지만 잘 싸웠다”며 경기의 감동을 전했다. 옆에서 응원했던 대학생 정석훈 씨(22)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최근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비롯해 안타까운 일이 많았는데, 오랜만에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날 새벽 광화문광장에는 영하 3도의 추위가 무색하게 이번 월드컵 경기 중 가장 많은 3만5000명(경찰 추산)의 응원객이 모여들었다. 전반에만 4골을 내줬지만 시민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눈발도 응원 열기 못 막아눈이 내리는 가운데 시민들은 응원단 ‘붉은악마’를 상징하는 뿔 모양 머리띠와 함께 두꺼운 잠바를 입고 핫팩과 담요 등을 챙겨 거리 응원에 나섰다. 경기 시작 1시간 전인 오전 3시경부터 광장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자 경찰과 붉은악마 측은 세종대로까지 응원공간을 넓혔다. 오전 4시경에는 세종대로 양방향 7개 차로 중 2개 차로를 제외한 전 차로에 시민들이 돗자리를 깔았다. 경기가 시작되자 시민들은 추위를 잊은 듯 태극기를 흔들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고등학생 전민규 군(16)은 “다음 주에 기말고사가 있고, 경기가 끝나면 오전 8시까지 등교해야 하지만 16강전이 열린다는데 안 올 도리가 없었다”고 밝혔다. 대학생 안태영 씨(20)는 “1%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거리에 나오게 됐다”고 했다. 브라질 선수들의 골이 잇달아 터지자 곳곳에선 아쉬운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내 시민들은 “할 수 있다!” “끝까지 지켜보자!”며 응원을 이어갔다. 직장 동료 11명과 함께 거리 응원을 한 모준수 씨(28)는 “지더라도 대표팀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경기를 끝나길 빌었다”고 했다.○ 졌지만 다 함께 “대∼한민국!”후반 2분 손흥민 선수의 돌파에 이은 슛이 브라질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자 곳곳에서 탄식이 새어나왔다. 후반 31분 백승호 선수의 중거리 슛이 골로 이어지자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함성을 지르고 응원가 ‘승리의 함성’을 합창했다. 경기 후에도 서로 위로하기보다 “잘 싸웠다”는 칭찬을 교환했다. 대학생 이시원 씨(24)는 “처음에 실점을 많이 해서 안타까웠지만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한 만큼 선수들이 자긍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전국 번화가와 대학가 주점은 실내 응원에 나선 축구팬들로 밤새 북적였다. 이날 오전 3시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호프집은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손님 60명이 가게를 가득 메운 상태였다. 백 선수가 극적인 골을 터뜨리자 손님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다함께 “백승호”와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가게 주인 공현준 씨(40)는 “손님들이 새벽까지 가게를 가득 채운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며 “태극전사들이 자영업자들에게도 희망을 줬다”고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4년 만에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월드컵 거리 응원은 성숙한 시민의식과 주최 측의 철저한 인파 관리 대책 덕분에 안전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6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부터 6일 새벽 16강전까지 4번의 거리 응원에 총 7만 8000명(경찰 추산)의 인원이 참가했지만 안전사고 신고는 0건이었다. 브라질을 상대로 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16강전이 열린 6일 새벽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안전요원 지시에 따라 정해진 구역에서 응원전을 펼쳤다. 경기가 마무리되자, 안전요원 지시에 맞춰 차례대로 광장을 빠져나갔다. 시민 대다수는 자리에 있는 쓰레기를 스스로 치웠다. 주최 측인 붉은악마와 경찰, 서울시 등은 많은 인파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광장을 5개 구역으로 나눴다.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무대도 200m 간격을 두고 총 3개를 설치했다. 광장에는 1~2m 간격으로 안전요원을 배치해 한 구역에 사람이 몰리지 않도록 밀집도를 관리했다. 애초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자 광장 옆 세종대로 차로를 통제해 응원 구역을 넓혔다. 경찰은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췄다. 거리 응원 인파 관리를 위해 경비 기동대와 경찰 특공대까지 많게는 1000명이 넘는 경찰을 광장에 배치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도 한파로 저체온증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생길 가능성에 대비해 광장 주변에 구급대원과 구급차를 상시 대기시켰다. 광장 중앙에는 난방 기구와 환자용 간이침대가 설치된 임시대피소도 마련했다. 서울시는 혼잡 상황 방지를 위해 광화문광장과 인접한 버스 정류소를 무정차 통과시키고 광장 인근 지하철 역사 4곳에는 평소보다 4배 많은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붉은악마 관계자는 “광장을 찾은 분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관계 기관의 안전관리 대책 덕분에 아무런 사고가 없이 거리 응원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무게가 450g인 축구공의 움직임을 쫓아 TV 앞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영하의 날씨에도 서울 광화문광장에 나온 축구 팬들은 시린 손을 불어가며 응원의 함성을 질렀다. 태극전사 26명의 카타르 월드컵 ‘알 리흘라(Al Rihla)’가 6일 브라질과의 16강전 이후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함성에 실었다.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이름이기도 한 ‘알 리흘라’는 여정(旅程)이라는 의미다. 대표팀이 좋은 기회를 놓치면 아쉬움의 탄식이 쏟아졌다. 브라질 선수들이 한국 골문 가까이에서 슈팅 기회를 잡으면 “안 돼!” 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TV 앞에서, 광장에서 국민들은 이렇게 뜬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광주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도 거리 응원을 위해 광화문광장을 찾았고 해외 교민들도 삼삼오오 모여 태극전사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었다. 5000만 국민의 밤샘 응원을 모를 리 없는 축구 대표팀은 7000km 이상 떨어진 열사(熱沙)의 땅 카타르에서 세계 축구의 절대 강자를 상대로 온 힘을 다해 뛰었다. 이날 오전 4시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의 월드컵 16강 경기 상대 브라질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로 이번 대회 우승 후보 0순위 팀이었다. 한국은 이날 경기 전까지 브라질과 7번을 싸워 6번을 패했고 한 번밖에 이기지 못했다.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거뒀던 대표팀은 브라질을 상대로도 꺾이지 않겠다는 각오로 경기장에 나섰다. 길이 105m, 너비 68m인 그라운드를 각자의 축구화 발자국으로 다 채우겠다고 마음먹은 듯 쉴 새 없이 뛰고 또 달리며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홍명보 울산 감독(53)은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라면 늘 국민들에게 희망과 웃음을 안겨 드리고 싶어 한다”며 “이번 대회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는 대표팀은 그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잠 못 든 대한민국… 영화관-파티룸-호프집서 밤샘 응원 16강 브라질전 ‘뜨거웠던 새벽’“경기 응원하고 바로 출근해야죠”술집들은 영업 연장해 매출 껑충해외동포들도 “오 필승 코리아” “취업한 지 7개월 된 사회 초년생이라 여러모로 막막했는데, 세계무대의 부담 속에서 맹활약하는 우리 선수들을 보고 앞으로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광주 서구에 사는 직장인 김재훈 씨(27)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김 씨는 친구들과 함께 응원하기 위해 회사에 6일 연차 휴가를 내고 5일 저녁 서울로 올라왔다. 김 씨는 “세상 살기가 팍팍하고 어려운 요즘인데, 태극전사들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해줘 정말 고맙다”고 덧붙였다.○ 새벽 4시 경기에도 “대∼한민국”브라질을 상대로 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이 열린 6일 새벽 시민들은 곳곳에서 밤을 새우며 대표팀을 응원했다. 밤샘 영업한 주점과 브라질전 경기를 중계한 영화관 등에서 응원단은 한마음이 됐다. 서울 중구에 사는 대학원생 정모 씨(27)는 친구와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정 씨는 “우루과이전 때는 광화문광장에 갔는데 날씨가 추워 이번에는 친구와 브라질전 영화관 단체관람을 왔다”며 “요즘 사회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는데, 월드컵 대표팀의 활약으로 활력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아 고맙다”고 했다. 평소 같으면 불이 꺼졌을 번화가나 대학가의 주점도 새벽까지 환했다. 대학생 박모 씨(25)는 “친구들과 같이 브라질전을 즐기려고 16강 진출이 확정되자마자 바로 학교 근처 술집을 예약했다”면서 “원래 새벽 3시까지만 여는 곳인데 연장 영업을 한다고 해서 왔다”고 했다.○ 호텔·파티룸에서도 “오 필승 코리아!”호텔·모텔이나 파티룸 등을 대여해 밤샘 응원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광화문 인근 직장에 다니는 이모 씨(26)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친구들과 함께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응원했다. 이 씨는 “포르투갈전 때 극적으로 이기는 걸 보고 혼자 보면 아쉬울 것 같아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고 했다. 직장인 김승현 씨(32·경기 용인시)는 직장 축구 동호회원 10명과 함께 용인의 파티룸을 빌렸다. 김 씨는 “2002년에도 조별리그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이기고 16강에 올라갔는데, ‘어게인 2002’ 느낌이어서 흥분됐다”면서 “휴가는 못 내서 경기를 본 뒤 잠깐 눈을 붙였다가 출근할 생각”이라고 했다. 수도권 지역에서 파티룸 5곳을 대여하는 사업을 하는 서모 씨(40)는 “한 곳에 25명이 들어가는데 서울 신촌 파티룸은 일찌감치 예약이 다 찼고 다른 곳도 대부분 예약이 끝났다”고 했다. 응원 열기는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미국 뉴욕에 사는 박성재 씨(28)는 경기를 앞두고 동아일보 기자와 나눈 메신저 대화에서 “경기가 현지 시간으로 월요일 오후 2시라 오후 반차 휴가를 내고 직장 동료, 한국인 친구들과 술집에서 만나기로 했다”며 “한국에서 거리응원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이렇게나마 달래려고 한다. 승패와 관련 없이 16강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자랑스럽다”고 했다.○ “주인장도 손님도 다 함께 응원”자영업자들은 ‘카타르의 기적’이 낳은 ‘월드컵 특수’를 맞기 위해 전날부터 분주한 모습이었다. 5일 서울 강남역 인근을 비롯해 번화가의 상당수 술집들은 영업시간을 브라질전이 끝나는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로 연장한다는 안내 문구를 붙였다. 서울 용산구에서 와인 바를 운영하는 차영남 씨(34)는 “손님들과 다 같이 응원하며 에너지를 느끼고 싶어서 월요일 휴무도 반납하고 늦은 시간 가게 문을 열었다”며 “손님들이 아침까지 드실 수 있도록 북엇국 재료도 따로 준비했고, 출근 때문에 술을 안 드실 분들을 위해 알코올이 없는 음료도 추가로 마련했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송재호 씨(36)는 “가게에 총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5일 오전부터 예약 전화가 계속 들어오더니 오후 3시가 넘어 벌써 100명 이상이 예약했다”며 “강남역 인근 상권이 회사원 위주이다 보니 평소엔 늦은 시간엔 발길이 끊기는데, 요즘 월드컵 기간에는 가게가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매출도 3배 가까이 늘었다”며 웃었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탱크로리(유조차) 기사들의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참여로 불거진 ‘주유대란’과 관련해 정부가 투입한 대체 차량 운행과 일부 기사들의 운송 복귀 움직임으로 거점 저유소에서 각 주유소로 보내지는 석유제품 출하량이 소폭 증가하는 추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체 물량을 충당하는 데 한계가 있어 현장의 어려움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2일 정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군용 탱크로리 5대와 농·수협 탱크로리 29대를 투입해 각 주유소에 석유제품 공급을 지원하고 있다. 또 운송거부 영향으로 운행을 일시 멈췄다가 다시 운행을 시작한 기사들이 하나둘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서 일하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민노총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눈치 보느라고 운행을 중단했던 기사들이 꽤 있었다”며 “일부 기사들이 어제(1일) 오후부터 다시 운송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거점 저장고인 판교 저유소에서 각 주유소로 내보내는 출하량도 소폭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0일 출하량은 평상시 대비 87%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1일에는 이보다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9일째 공급 부족이 누적된 각 주유소의 재고 부족 상황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투입한 대체 차량 30여 대와 일부 업무 복귀한 차량만으로는 총 3000여 대가 운행했던 평상시 공급 물량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급한 주유소 위주로 공급을 했는데, 우선순위에서 제외됐던 주유소들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불안감에 미리 기름을 넣는 소비 양상도 지속되고 있어 수급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오전 8시까지 휘발유나 경유가 품절된 주유소가 전국 52곳으로 전날(33곳) 대비 19곳 늘었다고 발표했다. 서울 등 수도권만 보면 27곳에서 32곳으로 5곳 증가했다. 석유제품 부족에 따른 피해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요식업, 배달업 종사자들은 추운 날씨에 월드컵으로 특수를 맞았는데 자칫 기름을 구하지 못해 대목을 놓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배달 기사 박모 씨(27)는 “최근 주유소에 12L 페트 용기를 들고 가 기름을 미리 사뒀다”고 했다. 한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사무실에 기름통을 구비해 기사들에게 공급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아들 인생이 걸린 입시 면접인데 갑자기 열차편이 취소되면 못 갈 수도 있잖아요. 파업 소식을 들으니 갑자기 걱정되더라고요.” 광주에 사는 학부모 이모 씨(55)는 1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아들과 3일 대입 면접시험을 위해 당일 새벽 KTX를 타고 서울에 갈 예정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2일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파업에 돌입한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하던 이 씨는 결국 표를 취소하고 전날 자동차를 운전해 올라가 하룻밤 자기로 했다. 이 씨는 “중요한 시험인데 잠자리가 바뀌는 게 결과에 영향을 줄까 봐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4일부터 준법투쟁(태업)을 진행 중인 철도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중요한 약속 등을 위해 열차를 예매한 승객들의 걱정이 커지는 모습이다.○ “면접 놓칠까 봐 열차표 취소”특히 이번 주말 지방에서 열차편으로 상경하려던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크다. 서울대를 비롯해 건국대 경희대 중앙대 등 서울 주요 대학 면접 고사 일정이 2, 3일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부산에 산다고 밝힌 학부모는 “면접 당일 새벽 열차로 올라가려다 철도 파업이 걱정돼 표를 취소하고 전날 숙소를 잡았다”고 했다. 경북 포항에 사는 학부모 A 씨도 “딸 면접 때문에 전날 KTX를 예약했는데 철도 파업이 걱정돼 다른 교통편을 찾아보고 있다”고 썼다. 철도 파업으로 차량 이용이 늘면서 도로가 막힐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3일과 4일 오전에 대학 면접을 앞둔 수험생 김서현 양(18·경기 광명시)은 “철도를 포기한 사람들이 도로로 몰리면 평소 1시간 만에 갈 거리가 2∼3시간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몇 시에 출발해야 늦지 않을지 고민”이라고 했다.○ “열차 언제 출발할지 불확실”지난달 24일부터 진행 중인 준법투쟁(태업)의 여파로 현장에선 이미 열차 이용객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1일 오후 2시 반경 서울역 매표소 앞에는 시민 8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전광판에는 “철도노조 태업으로 일부 열차 중지 및 지연 운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안내문구가 떠 있었다. 시민들은 그대로 열차를 기다려야 할지, 지금이라도 다른 교통편으로 변경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경기 평택시에 사는 박모 씨(22)는 오후 2시 6분에 타려 했던 평택행 무궁화호 열차를 기다리던 중 열차가 90분 지연된다는 안내문자를 받았다. 매표소에 찾아가 열차가 언제 출발하느냐고 물었더니 “불확실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박 씨는 “지금도 열차 이용에 불편이 큰데 파업까지 더해지면 열차 이용이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 서울에서 세종시까지 KTX를 타고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최모 씨(42)는 “KTX가 중단되면 버스밖에 방법이 없는데, 시간도 1시간이나 더 걸리고 표도 구하기 힘들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항구에 컨테이너 발 묶여”8일 차에 접어든 화물연대 파업의 여파도 점차 산업계 및 일상생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 중국 제품 구매대행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27일부터 평택항에 쌓인 제품을 이송해 줄 화물업체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1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컨테이너 3개 분량의 물건이 그대로 항구에 쌓여 있어 고객에게 배송을 못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해외 직구 대행업체 관계자는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우리 물류센터가 있는 웨이하이시 항구가 봉쇄돼 물건을 돌려보낼 수도 없는데, 국내 배송마저 못해 매출이 바닥을 치고 있다”라며 울상을 지었다. 이 관계자는 “하루에도 배송 지연 항의 전화가 수십 통씩 오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유류 등 필수품 배송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전남 장성군에 거주하는 김모 씨(27)는 “비닐하우스에 기름 보일러를 사용하는데 보일러용 기름까지 구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중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62)는 “혹시라도 (화물연대가 하이트진로 공장을 점거했던) 올 6월 파업 때처럼 주류 구입에 차질이 생길까 두려워 미리 많이 사둬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아들 인생이 걸린 입시 면접인데 갑자기 열차편이 취소되면 못갈 수도 있잖아요. 파업 소식을 들으니 갑자기 걱정되더라고요.” 광주에 사는 학부모 이모 씨(55)는 1일 동아일보 기자와 통화에서 “최근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아들과 3일 대입 면접시험을 보러 당일 새벽 KTX를 타고 서울에 갈 예정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2일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한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하던 이 씨는 결국 표를 취소하고 전날 자동차를 운전해 올라가 하룻밤 자기로 했다. 이 씨는 “중요한 시험인데 잠자리가 바뀌는 게 결과에 영향을 줄까봐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4일부터 준법투쟁(태업)을 진행 중인 철도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중요한 약속 등을 위해 열차를 예매한 승객들의 걱정이 커지는 모습이다.●“면접 놓칠까봐 열차표 취소” 특히 이번 주말 지방에서 열차편으로 상경하려 했던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크다. 서울대를 비롯해 건국대 경희대 중앙대 등 서울 주요 대학 면접 고사 일정이 2, 3일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부산에 산다고 밝힌 학부모는 “면접 당일 새벽 열차로 올라가려다 철도 파업이 걱정돼 표를 취소하고 전날 숙소를 잡았다”고 했다. 포항에 사는 학부모 A 씨도 “딸 면접 때문에 전날 KTX를 예약했는데 철도 파업이 걱정돼 다른 교통편을 찾아보고 있다”고 썼다. 철도 파업으로 차량 이용이 늘면서 도로가 막힐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3일과 4일 오전에 대학 면접을 앞둔 수험생 김서현 양(18·경기 광명시)은 “철도를 포기한 사람들이 도로로 몰리면 평소 1시간만에 갈 거리가 2~3시간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몇 시에 출발해야 늦지 않을지 고민”이라고 했다.●“열차 언제 출발할지 불확실” 지난달 24일부터 진행 중인 준법투쟁(태업)의 여파로 현장에선 이미 열차 이용객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1일 오후 2시 반경 서울역 매표소 앞에는 시민들 8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전광판에는 “철도노조 태업으로 일부 열차 중지 및 지연운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안내문구가 떠 있었다. 시민들은 그대로 열차를 기다려야 할지, 지금이라도 다른 교통편으로 변경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경기 평택시에 사는 박모 씨(22)는 오후 2시 6분 타려 했던 평택행 무궁화호 열차를 기다리던 중 열차가 90분 지연된다는 안내문자를 받았다. 매표소에 찾아가 열차가 언제 출발하느냐고 물었더니 “불확실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박 씨는 “지금도 열차 이용에 불편이 큰데 파업까지 더해지면 열차 이용이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 서울에서 세종시까지 KTX를 타고 출퇴근 한다는 직장인 최모 씨(42)는 “KTX가 중단되면 버스밖에 방법이 없는데, 시간도 1시간이나 더 걸리고 표도 구하기 힘들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항구에 컨테이너 발 묶여” 8일차에 접어든 화물연대 파업의 여파도 점차 산업계 및 일상생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 중국 제품 구매대행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27일부터 평택항에 쌓인 제품을 이송해줄 화물업체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1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까지 컨테이너 3개 분량의 물건이 그대로 항구에 쌓여있어 고객에게 배송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해외 직구 대행업체 관계자는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우리 물류센터가 있는 웨이하이시 항구가 봉쇄돼 물건을 돌려보낼 수도 없는데, 국내 배송마저 못해 매출이 바닥을 치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 관계자는 “하루에도 배송 지연을 항의 전화가 수십 통씩 오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유류 등 필수품 배송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전남 장성군에 거주하는 김모 씨(27)는 “비닐하우스에 기름 보일러를 사용하는데 보일러용 기름까지 못 구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중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62)는 “혹시라도 (화물연대가 하이트진로 공장을 점거했던) 올 6월 파업 때처럼 주류 구입에 차질이 생길까 두려워 미리 많이 사둬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겨울철 별미 ‘구룡포 과메기’를 홍보하는 행사가 국회에서 열렸다. 경북 포항시는 올해 첫 과메기 출시에 맞춰 29일 오전 10시 반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2 포항 구룡포 과메기 서울 홍보 및 미디어 설명회’를 열었다. 국민의힘 김병욱 김정재 의원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선 ‘700만 캠핑족 겨울의 맛, 과메기에 꽂히다’를 주제로 야외 활동 시 쉽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과메기 꼬치(사진)를 선보였다. △가족과 즐기는 밥상 꼬치 △친구들과 함께하는 술상 꼬치 △한입에 쏙 간식 꼬치 △연말 파티 꼬치 등 과메기 꼬치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도 공유됐다. 포항시 관계자는 “과메기는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DHA)과 비타민A 등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두뇌 성장 및 심혈관 질환 예방, 노화 방지, 빈혈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권성동 안철수 의원 등 국회의원 10여 명이 참석해 과메기를 홍보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오토바이에 휘발유 5000원어치만 넣으면 되는데 그것도 없다고 하네요. 빨리 배달 가야 하는데….” 2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주유소에 도착한 오토바이 운전자 황병승 씨(58)는 ‘휘발유 품절’이란 안내판을 보더니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신문을 배달하는 황 씨는 전날부터 신림동 일대 주유소 3, 4곳을 전전했다고 했다. 황 씨는 “또 어디 주유소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 무슨 문제인지 하루빨리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 씨가 헛걸음을 한 주유소에서는 30분 만에 8명의 운전자가 차를 돌렸다. 주유소 관계자는 “휘발유 공급이 며칠째 안 돼 4만 L 저장 탱크 2개가 모두 동났다”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 여파는 국민들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탱크로리(유조차) 기사들이 집단 수송 거부에 나선 지 엿새째에 접어들면서 재고가 떨어진 동네 주유소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 정보 플랫폼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등 수도권 주유소 중 재고가 바닥난 곳은 파업 전인 23일 5곳에서 이날 오후 5시 기준 24곳으로 늘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지난 주말 재고 부족 관련 민원이 하루 5, 6건이었는데 어제(28일)부터 10건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완성차 탁송차량(카캐리어)을 운전하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신차 인도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자동차회사는 직원들이 직접 ‘로드 탁송’에까지 나서 급한 불을 끄고 있다. 고객들로서는 주행거리가 많게는 200km까지 찍힌 차를 받아들게 되니 “사자마자 중고차”라는 말까지 나온다. 로드 탁송을 거부하면 차량 대기 순서가 맨 뒤로 밀리기에 계약 후 길게는 1년 이상 차를 기다려 온 고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인도를 받고 있다. 출고가 늦어지는 것도 걱정이다. 고객 A 씨는 ”이래저래 출고와 인도가 늦어지다 내년에나 차를 받으면 올해 말까지인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못 받는 게 아닐까 걱정”이라고 했다. 아파트 공사 기간이 더 길어지는 것도 문제다.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은 25일부터 5일째 레미콘 타설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가 멈추면서 시멘트 운송에 차질이 생기고 레미콘 생산도 중단된 탓이다. 현장에서는 골조공사가 이미 진행된 곳에서 후속 작업인 배선 작업이나 창호 시공 등을 먼저 진행하고 있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는 현장이 멈출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둔촌주공 조합원 B 씨는 “안 그래도 입주가 1년 5개월이나 늦춰지면서 이주비 대출 부담이 큰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공사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소식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985개 건설현장 중 577개(59%)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시멘트 출하량은 평소의 11%(2만1000t)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레미콘도 평소의 8%만 생산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0시부터 29일까지 6일간 산업계 출하 차질 금액이 1조60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집계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총장 후보 3명 중 2명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예비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유홍림 정치외교학부 교수와 남익현 경영학과 교수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예비조사를 진행 중이다. 예비조사는 혐의가 인정되기 전 논문 표절 여부를 검증하는 단계로 표절 가능성이 인정되면 본조사로 이어진다. 이 중 유 교수는 지난달 제28대 총장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올 9월 서울대가 논문 검증 사이트 카피킬러로 분석한 결과 2015년 12월 남 교수가 학술지 ‘경영정보논총’에 발표한 논문과 같은 달 남 교수가 학술지 ‘경영논집’에 발표한 논문의 유사도가 51%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문장은 전체 97문장 중 16문장이었다. 유 교수의 경우 1996년 11월 발표한 논문과 1995년 당시 구범모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가 발표한 논문의 유사도가 48.5%였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당시 지도교수였던 구 교수가 동의 없이 논문을 가져다 쓴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남 교수는 “일반적 방법론에 대한 설명은 동일한 문장을 사용했고 각 실험에 관한 내용은 별도의 데이터에 기반해 논문을 작성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서울대 관계자는 “유 교수의 경우 대부분의 의혹이 소명돼 본조사로 넘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두 교수 모두 논문 표절 의혹이 증명되지 않으면 예비조사 단계에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고3이라 제대로 응원하지 못했던 한을 풀기 위해 빗속 응원을 나왔습니다. 대∼한민국!” 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대표팀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린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민기웅 씨(39)는 비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목이 터져라 응원 구호를 외쳤다. 빗속에서 응원봉을 흔들던 시민들은 전반전 가나에 선제골과 추가골을 내주자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후반전 조규성 선수의 멀티골로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자 분위기가 반전돼 광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대표팀에 힘을 보탰다. 경찰은 이날 오후 11시 기준으로 거리응원에 모인 시민을 약 3000명으로 추산했다.○ 경기 4시간 전부터 우비 입고 모여이날 광화문광장에선 24일에 이어 두 번째 거리응원전이 펼쳐졌다. 경기를 4시간 앞둔 오후 6시경부터 광화문광장에는 이미 붉은 옷을 입고 응원봉을 든 응원단 100여 명이 모여 경기를 기다렸다. 대부분 우비를 입은 채 응원 구호를 외치며 오랜만의 거리응원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2시간 전인 오후 8시경에는 1000여 명이 모여 ‘오 필승 코리아’ 응원가를 불렀다. 대학생 김남현 씨(25)는 “기말고사가 2주 남았지만 한국이 16강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시험을 제쳐두고 응원 나왔다”며 “비가 와도 개의치 않고 목이 터져라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대학교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응원하러 왔다는 최민규 씨(23)는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대표팀 모두 부상 없이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빗속에서 울려 퍼진 “대∼한민국”시민들은 젖은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고 두꺼운 점퍼와 우비를 입고 경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날씨가 무슨 상관이냐는 듯 자리에서 일어서 열띤 응원에 합류했다.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치고 박수를 치자 분위기가 금세 달아올랐다. 전반전 24분과 34분에 잇따라 가나 선수들의 골이 터지자 곳곳에서 아쉬운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내 “괜찮다” “이길 수 있다”며 목청 높여 응원했다. 일부는 전반전이 끝나고 발을 돌렸지만 대부분은 자리를 지켰다. 후반전에 조규성 선수가 두 골을 몰아치자 시민들은 서로 끌어안고 함성을 지르며 “다시 시작”이라고 외쳤다. 이후 응원단 구호에 맞춰 열띤 응원을 이어갔지만 결국 가나에 한 골을 더 허용하고 경기가 끝나자 일부는 눈물을 보였다. 일부 시민들은 “잘 싸웠다”, “3차전은 꼭 이기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안전요원, 1차전 때보다 많은 1500명 투입주최 측인 붉은악마와 경찰 소방 등은 비가 오는 점을 감안해 안전 관리 인력을 1차전 거리응원 때보다 더 늘려 약 1500명을 투입했다. 1차전 때 광화문광장에 8개 기동대를 투입했던 경찰은 12개 기동대를 투입했다. 현장 투입 인력은 경찰관 150명, 기동대 700여 명, 특공대 20명 등 870여 명으로 1차전 때 620명에 비해 40% 이상 늘었다. 서울시와 붉은악마는 1차전 때와 동일하게 각각 276명과 341명의 안전요원을 투입했다. 비로 인해 체온이 급격하게 저하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서울시는 이날 광장 중앙에 난방기구와 환자용 간이침대 등이 구비된 임시대피소를 설치하고 저체온증이 온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도 비로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시민이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 1차전보다 소방차량 3대를 더 배치해 구급대원 67명을 현장에 대기시켰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위치추적장치를 끊고 도주한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사라지기 직전까지 ‘중국 밀항’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최근 10년 동안 밀항 단속법 위반으로 적발된 이들 10명 중 3명은 김 전 회장 같은 경제사범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밀항 행선지로는 일본이 53.3%로 가장 많았고 중국(28.9%)이 뒤를 이었다. 밀항 비용으로 지불한 최고액은 6500만 원이었다.○ “돈 있는 경제사범 밀항 많아”동아일보 취재팀은 최근 10년 동안 밀항 단속법 위반으로 확정된 1심 판결문 45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밀항사범 45명 중 12명(26.6%)이 사기 횡령 다단계 등 경제범죄를 저지르고 도피하기 위해 ‘밀항’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주저축은행 총괄이사 이모 씨의 경우 2012년 6월 고객 예금 약 174억 원 등 총 210억 원을 횡령하고 부당대출로 회사에 290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후 경남 창원시 마산항에서 중국으로 밀항했다. 이후 현지에서 검거돼 2014년 4월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이 씨는 밀항 브로커에게 6500만 원을 건네고 화물선을 이용했다고 한다. 강도나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밀항을 시도했던 이들이 3명(6.7%)으로 뒤를 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 경제 발전 후 과거에 많았던 해외 취업 목적의 밀항은 거의 사라졌다. 최근에는 돈이 어느 정도 있는 경제사범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밀항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장 많은 21명(46.7%)은 외국에서 불법체류를 하다가 강제 퇴거를 당한 후 재입국을 위해 밀항을 시도한 경우였다. 2001년 일본에서 절도 혐의로 체포돼 8년 형을 선고받고 가석방된 후 한국으로 쫓겨난 A 씨의 경우 정상적 방법으로 일본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자 2015년 3월 어선을 타고 일본으로 밀항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 등이 현지에 있는 경우 밀항을 수차례 시도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어선이나 화물선 타고 환기구 등에 숨어판결문에 공개된 밀항 비용은 수천만 원이 많았다. 판결문과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한주저축은행 총괄이사 이 씨가 밀항 대가로 지불한 6500만 원이 최고액이었다. 다만 무단 승선해 밀항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었다. 2013년 3월에는 인천항에서 파나마로 향하던 화물선에 무단 승선한 B 씨가 밀항 시도 중 체포됐다. 밀항은 대부분 어선이나 화물선 등을 이용해 이뤄진다. 밀항 알선책을 찾은 다음 선박을 매수하고 신분증을 위조한 후 돈을 건네는 식이다. 배에선 보통 선박 냉각수 탱크, 밀실, 환기구 등에 은신한다. 밀항 목적지는 일본과 중국이 많았다. 45건 중 24건(53.3%)은 일본, 13건(28.9%)은 중국으로 향했다. 필리핀 호주 파나마 등으로 향한 이들도 소수지만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일본에서 쫓겨난 후 재입국을 위해 일본으로 밀항하거나,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후 도피 목적으로 중국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최근 밀항사범은 줄어드는 추세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2건 검거 후 최근 2년 동안 검거 실적이 없다. 해경 관계자는 “항만 보안이 강화되면서 밀항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검찰과 해경 등은 김 전 회장이 현재까진 국내에 숨어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수사망이 느슨해지는 타이밍에 밀항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전국 항구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생활고와 부채에 시달리던 모녀가 세 들어 살던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또다시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모녀는 전기료를 5개월 이상 체납했지만 정부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의 허점 탓에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23일 오후 11시 22분경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어머니(65)와 딸(36)이 숨진 채 집주인에게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진이 찾은 모녀의 집 앞엔 각종 공과금 미납 고지서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고지서에는 올 5∼10월 전기요금 총 9만2430원, 6∼10월 도시가스요금 3만4550원이 체납됐다고 나와 있었다. 현관 신발장 위에는 “월세가 밀렸다”는 집주인의 안내문이 놓여 있었다. 모녀의 냉장고 안에서는 덩그러니 남은 빈 반찬통과 함께 케첩과 두어 줌의 쌀만 발견됐다. 모녀는 적지 않은 부채에도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모녀의 주민등록상 거주지인 서울 광진구의 한 주택 앞에서는 모녀 앞으로 발송된 약 8000만 원의 카드대금 미납 고지서가 발견됐다. 모녀는 2020년 4월부터 1년 동안 이 집에 세 들어 살았다. 모녀 이름으로 된 통신요금과 주민세, 지방세 미납 고지서 등도 가득 쌓여 있었다. 모녀는 주변인들과의 교류가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모녀가 살던 건물에 입주했던 A 씨는 “엄마와 따님 두 분이 조용하게 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만 했다. 본보 취재 결과 모녀는 별다른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지만 건강보험료와 통신비 체납, 금융 연체 등으로 위기 정보가 포착돼 위기가구 발굴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주민등록상 주거지가 있는 광진구의 복지 담당자는 모녀가 실제 살지 않아 만나지 못했고, 실거주지인 서대문구는 모녀의 집 전기료가 잇달아 연체됐음에도 위기가구가 살고 있다는 걸 파악하지 못했다.‘신촌 모녀’ 前세입자 명의로 전기료 체납… 생활고 파악 한계 ‘복지 사각’ 또 비극 집 앞엔 공과금 미납 고지서 수북석달전 ‘수원 세모녀’ 사건 닮은꼴숨진 모친, 중학교 교감으로 퇴직 전기요금 3개월 이상 체납은 위기 정보 34종 중 하나에 해당돼 한국전력공사가 보건복지부로 체납자 이름과 주소를 알린다. 하지만 이 모녀는 서대문구로 이사한 뒤 전기요금 명의 변경을 하지 않아 과거 세입자 명의로 요금을 내고 있었다. 한전은 과거 세입자가 요금을 체납했다고 보고 복지부에 통보했고, 이에 따라 엉뚱한 이전 세입자가 정부의 복지 발굴 시스템에 포착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시스템상 전 세입자 명의로 체납 내역이 넘어왔을 것으로 보인다”며 “요금 납부 명의자가 거주자와 다른 경우 위기가구로 발굴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특정 주택에 전기요금이 체납됐다면 명의자와 무관하게 주소지 기준으로 위기가구 존재 여부를 확인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기요금 미납으로 한전 측 직원이 서대문구의 모녀 집을 방문했지만 이 직원도 모녀를 만나지 못했다. 서대문구청은 해당 주소지를 서류상 ‘무(無)거주지역’으로 보고 있었다고 밝혔다. 모녀는 건강보험료 등 다른 체납 정보를 바탕으로한 올해 7월과 9월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확인 조사’에서 위기가구 발굴 대상자로 선정되기는 했다. 그러나 선정 내용은 주민등록상 주소지(광진구)로 통보됐다. 광진구는 올 8월 25일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 안내를 위해 모녀 연락처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올 8월 ‘수원 세 모녀’ 때와 같은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모녀가 부채와 생활고의 늪에 빠지게 된 경위는 아직 확실치 않다. 숨진 모친은 경기 지역에서 1982∼2006년 교사로 근무했고, 중학교 교감으로 재직하다가 퇴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녀는 최근 3년간 거주지를 4번 옮겨 다녔다. 광진구 관계자는 “숨진 모친의 남편을 수소문해 연락해 봤으나 ‘연이 끊겼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생활고와 부채에 시달리던 모녀가 세 들어 살던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또다시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모녀는 전기료를 5달 이상 체납했지만 정부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의 허점 탓에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23일 오후 11시 22분경 서울 서대문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어머니 채모 씨(65)와 딸 김모 씨(36)가 숨진 채 집 주인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진이 찾은 모녀의 집 앞엔 각종 공과금 미납 고지서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고지서에는 모녀는 올 5~10월 전기요금 총 9만2430원을, 6~10월 도시가스요금 3만 4550원이 체납했다고 나와 있었다. 현관 신발장 위에는 “월세가 밀렸다”는 집주인의 안내문이 놓여 있었다. 모녀의 냉장고 안에는 덩그러니 남은 빈 반찬통과 함께 케첩과 두어줌 가량의 쌀만 발견됐다. 모녀는 적지 않은 부채에도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모녀의 주민등록상 거주지인 서울 광진구의 주택 앞에는 모녀 앞으로 약 8000만 원의 카드대금 미납 고지서가 발견됐다. 모녀는 2020년 4월부터 한동안 이 집에 세 들어 살았다. 이 집 앞에도 모녀 이름으로 된 통신요금과 주민세, 지방세 미납 고지서 등이 가득 쌓여 있었다. 모녀는 주변인들과의 교류가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모녀가 살던 건물에 입주했던 A 씨는 “엄마와 따님 두 분이 조용하게 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만 했다. 집주인은 “1년 전 이사온 뒤 (나와는) 개인적 교류는 없었다”고 했다. 본보 취재 결과 모녀는 거주지인 서대문구와 주민등록상 주거지인 광진구 모두에서 별다른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지만 건강보험료와 통신비 체납, 금융연체 등으로 위기정보가 포착돼 위기가구 발굴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광진구의 복지담당자는 모녀가 실거주하지 않자 발길을 돌렸고, 서대문구는 모녀의 집 주소지에 전기료가 잇달아 연체됐음에도 위기가구가 살고 있다는 걸 파악하지 못했다. 전기요금 3개월 이상 체납은 34종 위기정보의 하나인 ‘전기요금 체납’에 해당돼 한국전력공사가 보건복지부로 체납자 이름과 주소를 알린다. 하지만 이 모녀는 서대문구로 이사한 뒤 전기요금 명의변경을 하지 않아 과거 세입자 명의로 요금을 내고 있었다. 한전은 과거 세입자가 요금을 체납했다고 보고 보건복지부에 통보했고, 이에 따라 엉뚱한 이전 세입자가 정부의 복지 발굴 시스템에 포착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시스템상 전 세입자 명의로 체납 내역이 넘어왔을 것으로 보인다”며 “요금 납부 명의자가 거주자와 다른 사례는 위기가구로 발굴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인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서대문구청은 해당 주소지를 서류상 ‘무(無) 거주지역’으로 보고 있었다고 밝혔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기요금 미납으로 서울 서대문구의 모녀의 집을 방문한 것은 한국전력공사 측 요급수납 직원뿐이었지만 이 직원도 모녀를 만나지 못했다. 모녀는 건강보험료 등 다른 체납정보를 바탕으로 올해 7월과 9월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확인 조사’에 따라 위기가구 발굴 대상자로 선정되기는 했다. 그러나 선정 내역은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민등록상 주소지(광진구)로 통보됐다. 광진구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올 8월 25일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 안내를 위해 모녀 연락처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모녀가 부채와 생활고의 늪에 빠지게 된 경위는 아직 확실치 않다. 숨진 모친은 경기 지역에서 1982~2006년 교사로 근무했고, 중학교 교감으로 재직하다가 퇴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녀는 최근 3년 간 거주지를 4번 옮겨 다녔다. 광진구 관계자는 “숨진 모친의 남편을 수소문해 연락해봤으나 ‘연이 끊겼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수배 중)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김 전 회장의 지인 2명이 구속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도주 직전 사진 등을 공개하며 12일째 행방을 쫓고 있다. 22일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는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연예기획사 관계자 A 씨와 지인 B 씨를 범인도피 혐의로 20일과 21일 각각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김 전 회장이 도주한 지 이틀 후인 13일경 휴대전화 메신저 등으로 김 전 회장에게 수사 상황을 알리는 등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지난해 7월 보석으로 풀려난 김 전 회장에게 차명 휴대전화 1대를 제공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도 받고 있다. A 씨는 2019년 12월 김 전 회장이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도주하자 그를 서울 강남의 호텔 등에 숨겨주기도 했다. 검찰은 당시 범인도피 혐의도 이번에 함께 적용했다. B 씨는 김 전 회장의 누나와 연인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김 전 회장의 도주 전부터 텔레그램 대화방 등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다가 도주 후에는 수사 상황을 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주변 인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도피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며 “도피 조력자는 예외 없이 엄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도주한 11일 오전 4시 40분경 조카 C 씨와 함께 서울 강남구 개포동 자택을 나서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김 전 회장은 당일 결심 공판을 앞두고 오후 1시 반경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남단에서 위치추적장치를 끊었다. 검찰은 C 씨가 김 전 회장의 도주 직전까지 함께 있다가 도피를 도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친족의 도주를 도운 경우 현행법상 처벌이 불가능하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사진·수배 중)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김 전 회장의 지인 2명이 구속됐다. 22일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는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연예기획사 관계자 A 씨와 지인 B 씨를 범인도피 혐의로 20일과 21일 각각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김 전 회장이 도주한 지 이틀 후인 13일경 휴대전화 메신저 등으로 김 전 회장에게 수사 상황을 알리는 등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지난해 7월 김 전 회장이 보석되자 차명 휴대전화 1대를 제공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도 받고 있다. A 씨는 2019년 12월 김 전 회장이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도주하자 그를 서울 강남의 호텔 등에 숨겨줬던 인물이다. 검찰은 당시 범인도피 혐의도 이번 A 씨 구속에 함께 적용했다. 검찰은 17일 A 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A 씨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바 있다. B 씨는 김 전 회장의 누나와 연인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김 전 회장의 도주 전부터 텔레그램 대화방 등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다가 도주 뒤 수사 상황을 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주변 인물 주거지 등을 대거 압수수색해 도피행적을 추적하고 있다”며 “도피 조력자는 예외 없이 엄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도주한 11일 오전 4시 40분경 조카 C 씨와 함께 서울 강남구 개포동 자택을 나서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도 공개했다. 김 전 회장은 당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오후 1시 반 경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남단에서 위치추적장치를 끊었다. 검찰은 C 씨가 김 전 회장의 도주 직전까지 함께 있다가 도피를 도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친족의 도주를 도운 경우는 법령상 처벌할 수 없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국내에서 도피를 이어가고 있을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해외로 밀항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해양경찰과 군 당국의 도움을 받아 전국 항구를 대상으로 순찰과 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

“매일 타던 열차인데 고장이 이렇게 자주 나면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마다 지각을 걱정해야 할 것 같아요”18일 오전 8시경 관악산역 방향 신림선 열차를 타기 위해 보라매역에 도착한 대학원생 박모 씨(27)는 “제동장치 이상으로 열차 운행을 중단한다”는 안내방송을 듣고 나서야 신림선이 멈췄다는 사실을 알았다.전날에는 긴급재난문자를 통해 정보를 들을 수 있었지만, 이날 아침에는 문자를 받지 못해 역에 도착해서야 소식을 접한 것이다. 박 씨는 “어제 사고 소식을 듣고 아침에 10분 정도 일찍 나온 덕분에 버스를 타도 겨우 지각은 면할 것 같다“면서도 ”더 큰 고장으로 이어지진 않을지 불안하다”고 말했다.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50분경 신림선 샛강역에서 열차 제동장치 이상으로 경전철 신림선 운행이 중단됐다. 신림선 운영사인 남서울경전철은 구원 열차를 투입해 고장 열차를 견인했고 이 과정에서 오전 8시 35분경까지 약 45분간 하선 운행이 중단됐다. 신림선은 전날 오후 6시 32분경에도 궤도 이상으로 전 구간이 1시간 25분 동안 운행을 중단했다. 전날은 사고 12분 후인 오후 6시 44분경 열차 운행 중단을 알리는 긴급 재난문자가 발송됐지만, 이날 오전에는 문자가 발송되지 않아 출근길에 열차를 이용하려던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열차고장으로 신림선이 정지돼 출근이 늦어졌다”, “신림선 또 고장났냐”, “왜 긴급 문자로 알려주지 않아 고생하게 만드냐”는 등의 글이 이어졌다. 서울대 재학생 이모 씨(28)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평소 여의도 방향으로 나갈 때 자주 이용하던 노선인데 또 고장 나 열차에 갇히진 않을까 두렵다. 앞으로는 버스를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신림선은 서울 여의도 샛강역과 관악산역을 잇는 경전철로 올 5월 28일 개통됐다. 총 7.8km로 지하철 1·2·7·9호선과 이어진 환승역 4곳을 포함해 정거장 11곳을 연결한다. 기관사 없이 무인으로 운전하는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적용했지만 개통 직후인 6월 21일 보라매역~서울지방병무청역 구간에서 전동차가 1시간가량 멈추는 등 오작동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곽상록 한국교통대 철도공학부 교수는 “신림선의 경우 개통 초기다 보니 기술적인 문제로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조사 과정에서 설계, 제작, 운행 시 유지보수 등 다양한 조건을 엄격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서울시 관계자는 “전날 궤도 문제와 달리 이날 오전은 단순 열차 고장으로 인한 운행 중단이었다. 조치가 일찍 끝나는 줄 알고 문자를 보내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조치가 지연됐다”고 밝혔다. 또 “이른 시일 내 전문가들과 신림선 전반에 대해 점검을 해보고 상황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