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이승우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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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승우 기자입니다.

suwoong2@donga.com

취재분야

2026-03-20~202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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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법으로 안되니 칼로 죽이려해”… 한동훈 “이 정도면 망상”

    “법으로도 죽여 보고, 펜으로도 죽여 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습니다.” 피습 사건 보름 만인 17일 국회에 복귀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첫 일성부터 이같이 말하며 정부·여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 대표는 ‘전쟁 위기론’도 거듭 언급하며 “이번 총선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권력에 대한 심판 선거”라고도 했다. 이낙연 전 대표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탈당 및 창당으로 야권 분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며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칼로 죽이려 한다”는 발언에 “정권 심판론과 분열을 조장하는 변함없는 모습에 무척이나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그 정도면 망상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최고위 발언 대부분 정부·여당 직격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윤석열 정권의 2년간 행태나 성과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를 쏟아냈다. 이 대표는 약 8분 분량의 최고위 발언 대부분을 정부 여당을 향한 비판에 할애했다. 애초 원고 초안에는 당내 통합을 촉구하는 메시지 비중도 많았는데 이 대표가 현장에서 즉석으로 정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면서 시간상 화합 관련 메시지 대부분이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히 최근 안보 위기를 고리로 정부 무능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이 대표는 “전쟁이 당장 내일 시작돼도 이상할 게 없다”며 “(윤 대통령) 말 한마디로 전쟁의 참화가 시작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가 동북아의 화약고가 되는 것 아니냐, 한반도의 전쟁을 걱정하기 시작했다”며 “이런 분위기가 국민 삶을, 또 대한민국의 미래를 얼마나 위험하게 만드는지를 정부 여당은 모르는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가 발언 막바지에 “법,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한다”고 언급한 것도 원고에 없었던 현장 즉석 발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현 정권의 검찰 장악, 언론 길들이기를 통한 야당 탄압을 비판한 것”이라며 “이 대표가 복귀 첫 일성부터 정부와 각을 세운 건 총선 모드가 본격화한 가운데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이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피의자 김모 씨의 실명과 얼굴을 직접 공개하며 ‘배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 최고위원은 “(김 씨가 과거 온라인에 쓴 글을 보니) 윤석열 추종자인 것 같다. 경찰은 왜 신상을 공개 못 했느냐, 윗선에 누가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은 이 대표의 ‘칼로 죽이려 한다’는 발언에 대해 “지나친 음모론”이라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누가 죽이려 한다는 건가”라며 “저냐, 국민의힘이냐, 아니면 국민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냥 굉장히 이상한 사람이 나쁜 범죄를 저지른 것뿐 아니냐”며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걸 정치적으로 무리하게 해석하는 건 평소 이 대표다운 모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탈당 안타까워… 단일대오가 우리 책임” 이 대표는 최고위 회의 이후 열린 당 인재영입식에서 처음으로 최근 이어진 탈당 이슈를 언급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이낙연 전 총리께서 당을 떠났고 몇 의원들도 떠났다. 통합과 단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참으로 안타깝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한 대오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 소명”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칙과 상식’ 소속으로 민주당을 탈당하고 ‘미래대연합’ 창당을 준비 중인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님, 복귀하시고 일성이 또 증오와 거짓말로 시작하시네요”라며 “원칙과 상식 의원들에게 전화 한 번이라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라고 썼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 202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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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훈 “김경률, 정청래 상대 출마” 자객공천…마포을 당협 반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김경률 비상대책위원이 출마한다고 직접 공개했다. 한 위원장은 김 위원장에 대해 “진영과 무관하게 공정과 정의를 위해 평생 싸워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한 위원장이 특정 후보를 띄우고 나서자 “낙하산 공천 예고편”이라는 반발이 나왔다.한 위원장은 17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서울 마포(을) 지역구에 민주당 정청래가 있다. ‘개딸 전체주의’, 운동권 특권정치, 이재명 사당으로 변질된 안타까운 민주당을 상징하는 얼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서울에서 통쾌한, 흥미진진한, 놀랄 만한 선거를 하겠다”며 김 비대위원을 소개했다. 경제민주주의21 대표인 김 비대위원은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는 등 진보 진영에서 활동하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 이후 야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김 비대위원은 단상에 올라 “낡은 시대와 이념을 청산하라는 과제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며 “약속한다. 술잔이 식기 전에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젯밤에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며 한 위원장이 출마를 요청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의 손을 잡고 함께 들어올렸다.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전략공천을 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당내 절차를 당연히 거치는 것”이라며 “도전을 대단히 의미 있게 생각하고 국민들께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서 말씀했다”고 했다.그러나 국민의힘 마포을 당협에선 “사실상 전략공천”이라며 반발했다. 마포을 당협 관계자는 현장에서 “당협위원장이 버젓이 있다”고 고함을 쳤고 원외 당협위원장인 김성동 전 의원은 곧바로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김 전 의원은 통화에서 “(한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이렇게 발표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느냐”고 했다. 당내에서는 “한동훈 비대위의 내리꽂기식 공천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동훈표 시스템 공천’ 도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한 위원장의 입으로 시스템을 다운시킨 셈”이라고 비판했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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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같은 지역구 3선이상 최대 35% 감점”… 영남-중진 물갈이

    국민의힘이 올해 총선 공천 심사에서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의원 평가를 진행한 뒤 권역별로 하위 10%에 해당하는 7명을 컷오프(공천 배제)하고 하위 10∼30%에 포함된 18명은 경선 득표율에서 20%를 감산해 경선하기로 했다. 특히 동일 지역구에서 3선 이상을 한 의원이 해당 지역구에 재출마할 경우 경선 득표율에서 15% 감산하는 페널티를 준다.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90명 가운데 영남 의원 10명을 포함해 22명이 해당된다. 영남과 중진 의원을 겨냥한 물갈이가 본격화된 것이다. 앞서 12일 공천관리위원회를 가동한 더불어민주당도 18일 회의 등을 거쳐 공천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공천 인적 쇄신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이번 총선에서 현역 물갈이 폭이 역대급에 달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16일 공관위 첫 회의 뒤 브리핑에서 “객관적이고 계량적인 세대교체를 구현하도록 정했다”며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의원에게는 15% 감산 조정 지수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한 지역구에서 3선 이상 한 의원들이 재출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정 위원장은 현역 의원에 대해 “4개 권역별 하위 10% 이하는 컷오프, 하위 10% 초과∼30% 이하는 경선에서 20%를 감산한다”고 밝혔다. 현역 의원 90명에 대해 4개 권역별 평가 결과에 따라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 1권역은 서울(강남 3구 제외)·인천·경기·전북, 2권역은 대전·충북·충남, 3권역은 서울 송파·강원·부산·울산·경남, 4권역은 서울 강남·서초·대구·경북이다. 불출마 선언 의원은 평가에서 제외한다. 현역이면서 3선 이상인 경우에는 페널티가 중복돼 최대 35%까지 감산될 수 있다. 현역 의원 평가는 당무감사 결과 30%와 공관위 여론조사 40%, 당 기여도 20%, 면접 10%로 진행한다. 국민의힘은 경선에서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과 충청·호남·제주에서는 국민 여론조사 80%, 당원 투표 20%로 진행하기로 했다. 나머지 지역은 국민 여론조사와 당원 투표 각각 50%다. 정 위원장은 “민심을 받들어 본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與 “수도권 경선, 일반국민 80%- 당원 20%로”… 영남 10명 감점 공관위장 “질서있는 세대교체”동일지역 3선 이상 22명 페널티2018년 12월 이후 음주운전자성폭력 2차가해-학폭 등 공천배제20대 청년엔 경선비 지원-가산점 “질서 있는 세대교체를 하겠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16일 3시간 40분간의 첫 공관위 회의를 마치고 이같이 밝혔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이날 “객관적이고 계량적인 세대교체를 구현하기 위해 현역 의원들에 대한 교체 지수를 세밀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총선을 85일 앞두고 ‘시스템 공천’을 앞세워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및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에 대한 인적 쇄신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평가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다선 중진과 문재인 정부 장관 및 청와대 출신 ‘올드보이(OB)’ 물갈이 방식을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도부 의원은 “국민의힘이 ‘중진 용퇴’ 카드를 들고나온다면 자연스레 국민들의 관심은 ‘민주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TK·PK 의원 10명 등 3선 22명 감점 대상 정 위원장은 이날 “경쟁력 있는 곳과 없는 곳으로 4개 권역을 나눠 평가하고 권역별 하위 10%는 컷오프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4개 권역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되는 현역 의원은 총 7명이며, 권역별 하위 10∼30%에 해당하는 의원 18명은 감점을 부여해 경선을 치르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공관위원 중 현역 의원으로 포함된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이자 당 인재영입위원장인 이철규 의원(재선·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과 장동혁 사무총장(초선·충남 보령-서천)은 지역구에서 경선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동일 지역구에서 연속이 아니더라도 3번 이상 당선된 다선 의원은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경선을 할 경우 득표율에서 15%를 감산하는 추가 페널티를 받는다. 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김기현 전 대표 등 전·현직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민주당에서 탈당해 최근 입당한 이상민 의원(5선·대전 유성을)도 감점 대상에 포함된다. 이 밖에 5선의 정우택 국회부의장과 정진석 조경태 의원, 4선의 김학용 권성동 윤상현 이명수 홍문표 의원, 3선의 김도읍 김상훈 박대출 박덕흠 유의동 윤영석 이종배 이채익 이헌승 조해진 한기호 의원 등이 해당된다.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과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을 제외하면 22명이다. TK와 PK 등 영남 의원 중 10명이 대상이다. 국민의힘 전체 영남 의원은 56명이다. 22명 가운데 지난해 당무감사 결과와 공관위 주관으로 향후 실시될 컷오프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권역별 하위 30% 이하에 해당하면 경선 득표율이 최대 35%까지도 감산된다. 사실상 쇄신을 위한 ‘단계별 희생 권고’로 풀이된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3선 의원들과의 오찬 회동에서 “이기는 공천이 제1 기준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만에 이 같은 현역 교체 기준을 내놓으면서 영남과 중진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다선 의원은 통화에서 “첫날 회의에서 공천 룰이 결정된 것은 미리 준비를 해둔 것”이라며 “(용산 대통령실의) 인위적인 개입 결과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수도권 경선서 “일반 국민 80% 반영” 공관위는 또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강남 3구 제외) 경기 인천 등에서 당원 20%, 일반 국민 80% 비중으로 경선을 치른다고 밝혔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수도권처럼 열세이거나 힘든 지역은 당헌당규대로 ‘5(당원) 대 5(일반 국민)’로 가면 지역 주민 의사 반영도 어렵고 본선 경쟁력도 어렵다”고 밝혔다.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에서는 기존대로 ‘당원 50%, 일반 국민 50%’ 비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세대교체’를 거듭 강조한 공관위는 정치 신인 우대 원칙을 제시했다. 20대 청년에게 경선 비용 전액을 감액하고, 청년 가산점을 최대 20%로 높였다. 정 위원장은 성폭력 2차 가해, 직장 내 괴롭힘, 학교폭력, 마약범죄를 ‘신4대악’으로 규정하고 “부적격 대상으로 보겠다”고 했다. 음주운전은 윤창호법이 시행된 2018년 12월 18일 이후엔 한 번이라도 적발됐으면 공천을 받을 수 없다. 여당발 현역 물갈이 바람에 민주당은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제3지대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미리 현역 컷오프를 할 경우 이들이 제3지대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능하면 공천 시점을 늦춰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온다”고 했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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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훈 “의원수 250명으로 축소”… 野 “총선 앞둔 떴다방식 포퓰리즘”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 개정을 제일 먼저 발의해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에서 열린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의원정수 축소안을 던진 것이다. 민주당은 “정치 개혁의 비전 제시도 없이 정치권을 공격하는 포퓰리즘”이라며 반발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의원 수 감축에 대해 “사실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답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 문제는 실천할 의지와 결의가 있느냐 차이”라며 “지금 민주당만 반대하지 않는다면 의원 정수는 올해 4월 250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세비 반납, 당에 귀책 사유가 있을 시 재·보궐선거 무공천 등에 이은 4번째 정치 개혁 공약이다. 한 위원장은 윤재옥 원내대표 등 당 일부 핵심 인사와 이 같은 의견을 교환한 뒤 공약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은 “비례의원 중 직무를 대표하기보다는 지역구를 따내기 위해 당에 권한이 있는 사람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며 정치를 혼탁하게 하는 것을 봐 왔다”며 현재 47석인 비례대표부터 감축할 뜻을 시사했다. 야당은 “정치 혐오만 부추기는 여의도 사투리의 전형”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의원 정수 문제를 선거철 반짝 인기를 위해 ‘떴다방’식 공약으로 던졌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나쁜 포퓰리즘의 정수, 유권자가 가진 표의 가치를 줄이는 악수”라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원 숫자를 줄인 해외 사례에서 보듯 의원 수를 감축한다는 논리가 일리는 있다”면서도 “정치 불신 정서에 기대 현실성이 낮은 공약을 내놨다”고 말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이 대표와의 맞대결을 공식화했다. 그는 이날 인천시당 행사를 찾아 이 대표를 돌덩이에 비유하며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돌덩이 하나가 자기만 살려고 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 제가 온몸으로 돌덩이를 치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출마지라면 어디든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인천=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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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같은 지역구 3선이상 최대 35% 감점”…영남-중진 물갈이

    국민의힘이 올해 총선 공천 심사에서 현역 의원 7명을 컷오프(공천 배제)하고 18명은 경선 득표율에서 20%를 감산해 경선하기로 했다. 특히 동일 지역구에서 3선 이상 의원이 해당 지역구에 재출마할 경우 경선 득표율에서 15% 감산하는 페널티를 준다.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90명 가운데 영남 의원 10명을 포함해 22명이 해당된다. 영남과 중진 의원을 겨냥한 물갈이가 본격화된 것이다. 앞서 12월 공관위를 가동한 민주당도 18일 회의 등을 거쳐 공천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공천 인적 쇄신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이번 총선에서 현역 물갈이 폭이 역대급에 달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국민의힘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16일 공관위 첫 회의 뒤 브리핑에서 “객관적이고 계량적인 세대교체를 구현하도록 정했다”며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의원에게는 15% 감산 조정 지수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한 지역구에서 3선 이상 한 의원들이 재출마 하는 경우 경선 득표율에서 15%를 깎는 페널티를 주겠다는 것이다.정 위원장은 현역 의원에 대해 “4개 권역별 하위 10% 이하는 컷오프, 하위 10% 초과~30% 이하는 경선에서 20%를 감산한다”고 밝혔다. 현역 의원 90명을 총 4개 권역으로 나눠서 권역별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 총 컷오프는 7명, 20% 감산 대상은 18명이다. 현역이면서 3선 이상인 경우에는 페널티가 중복돼 최대 35%까지 감산될 수 있다. 현역 의원 평가는 당무감사 결과 30%와 공관위 여론조사 40%, 당 기여도 20%, 면접 10%로 진행한다.국민의힘은 경선에서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과 충청·호남·제주에서는 국민 여론조사 80%, 당원 투표 20%로 진행하기로 했다. 나머지 지역은 국민 여론조사와 당원 투표 각각 50%다. 정 위원장은 “민심을 받들어 본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민주당도 ‘중진 불출마’ 바람이 불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2월 말부터 순차적으로 경선을 실시할텐데, 물갈이 부담을 안고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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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상욱, 총선 불출마 선언… “수도권 승리 위해 내려놓는다”

    국민의힘 지상욱 전 의원이 15일 올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 전 의원은 국민의힘 중-성동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지 전 의원은 이날 불출마 선언문을 내고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22대 국회의원 총선에 불출마 하고자 한다”며 “백의종군해 어떠한 역할이라도 마다않고 우리 당의 승리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밀알이 되겠다”고 밝혔다.지 전 의원은 “그간 활동해 온 서울 중-성동을은 수도권 중심인 서울의 가장 핵심 지역으로 반드시 필승해야만 한다”며 “저보다 더 뛰어나고 참신한 시대가 요구하는 최적의 인재가 나서서 바람을 일으켜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야 수도권 선거에서 승리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기에 저는 내려놓는다”고 했다.2009년 10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특보로 정계에 입문한 지 전 의원은 2016년 제20대 총선 때 정계에 입문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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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훈 “공천 받는다고 말하는 사람 믿지말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공천 받기로 돼 있는 사람은 결단코 없다”고 밝혔다. 비대위 출범 이후 국민의힘 총선 예비후보들이 한 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하는 움직임이 생기자 견제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충남 예산군에서 열린 충남도당 신년인사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공천받는다’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 공정성 훼손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자기 피알(PR·홍보) 방법으로 과거부터 늘 있어 왔다”며 “그런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분들 말을 믿지 말라”고 답했다. 여당 총선 출마 예비후보들은 한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활용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와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세비 전액 반납’을 재차 언급하며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묻는다. 더불어민주당은 받을 것인가, 안 받을 것인가”라고 각을 세웠다. 한 위원장은 이어 “이재명을 보호해야 하는 민주당은 절대 할 수 없는, 바로바로 실천하는 정치개혁을 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민주당 노웅래 의원을 거론하며 “이재명과 김남국(의원)이 돈봉투 부스럭 소리를 내며 시트콤 비슷한 걸 했던 시기에 돈 받은 게 맞다고 인정했다”며 “정치개혁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저는 어릴 적 충청인으로 살았다. 서울에 와서도 충청인의 마음으로 살았다. 제 인성이나 태도, 예의 모두 충청의 마음에서 배웠고, 오늘 이 자리도 바로 그 충청인의 마음으로 왔다”며 “충남은 늘 대한민국 전체 생각을 좌우해온 스윙보터였다. 충남인 마음을 얻는 것은 곧 대한민국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한 위원장은 4년간 충북 청주시의 운호초등학교를 다녔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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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정 “5월까지 빚 다 갚으면 연체기록 삭제”… “성실 상환자 역차별, 도덕적 해이 심화” 지적

    정부와 국민의힘이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연체된 채무를 전액 상환한 대출자에 대한 신용회복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 소외층의 재기를 돕는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성실 상환 대출자에 대한 역차별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신용사면으로 인해 일부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서민·소상공인에게 힘이 되는 신용사면 민당정 협의회’를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연체 채무 전액 상환자 최대 290만 명에 대한 신용회복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며 “금융권은 신속히 신용회복 지원 방안을 마련해 이르면 내주 초 협약을 체결하고 조치를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용사면이란 신용점수가 낮은 소비자의 정상적인 금융활동을 돕기 위해 연체 기록을 삭제해주는 것이다. 2021년 9월부터 이달까지 2000만 원 이하 연체자 중 올해 5월 말까지 전액 상환한 취약계층이 대상자다. 당정이 이같이 협의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서민들이 고물가 등으로 힘겨워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서민들의 대출 통신요금 등의 연체 기록을 삭제해주는 것”이라며 “약 700만 명의 소상공인 가운데 290만 명이 혜택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정책위의장도 “지난 정부에서도 신용사면을 추진했던 만큼 취지에 공감한다”며 “어려운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이 신속히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지지를 표했다. 당정은 금융 채무와 통신 채무를 통합하는 취약계층 채무조정 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신속채무조정 이자 감면 폭을 현행 30∼50%에서 50∼70%로 확대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대한 신속채무조정 특례도 확대한다. 당정은 이를 통해 연간 5000명 정도의 수급자가 상환 부담을 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신용사면에 대해 빚을 제때 갚아온 대출자에 대한 역차별이란 지적이 나온다. 취약계층의 경제 부담을 덜어줄 수는 있겠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체를 남기지 않으려 노력해온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만성적인 신용사면 정책이 금융시장의 건전한 질서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연체자들 사이에서 ‘경기 어렵고 금리 높으면 신용사면을 또 해주겠지’라는 믿음이 확산될 수 있다”며 “이 같은 기류로 인해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가 심화된다면 금융 시장의 질서를 저해하는 안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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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민식 前보훈부장관 “영등포을 출마…운동권 세력과 정면승부”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제22대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박 전 장관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22대 총선 영등포을 예비후보로 등록했다”며 “영등포를 서울의 중심으로 다시금 자리매김 시키겠다”는 출마 선언문을 남겼다.박 전 장관은 “서울 서남권의 중심 영등포는 산업화의 본고장, 수도권 100년 교통의 중심이자 입법의 중심인 국회가 있는 곳”이라며 “그러나 영등포의 발전은 너무나 더뎠고, 자부심마저 상처를 입을 정도로 찬란한 역사는 빛을 바랬다”고 말했다.이어 “대한민국은 위기다. 그 이유는 야당의 입법 폭주와 모든 것을 투쟁으로 몰아가는 운동권적 사고”라며 “기득권이 되어버린 운동권 세력의 낡아 빠진 이념 공세와 무조건적 트집잡기는 대한민국 발전의 걸림돌이 됐다”고 지적했다. 박 전 장관은 “이번 총선을 통해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를 놓고 야당 기득권인 운동권 세력과 정면승부를 펼쳐나갈 것”이라며 “영등포 구민의 마음을 얻고자 최선을 다하겠다. 영등포 재탄생에 앞장서겠다”고 했다.박 전 장관은 경기 성남 분당을 지역구 출마가 점쳐졌으나 지난해 12월 “지역구는 당에 백지위임했고 어떤 희생과 헌신 요구도 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험지 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현역 영등포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 의원은 1980년대 초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인물로 운동권의 대표주자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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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기념회 오늘부터 금지… 어제 막판 러시

    올해 총선 출마자의 출판기념회가 금지되는 11일을 앞두고 전국에서 현역 국회의원과 정치인의 출판기념회가 줄을 이었다. 정치권에선 “사실상 총선 자금을 마련하는 창구로 출판기념회를 활용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출판기념회 모금액은 정치자금과 달리 한도와 회계 보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5선인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부산 부산진갑)은 10일 오후 지역구인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비례대표)은 이날 오후 대구에서 북콘서트를 열었다. 조 의원은 대구 동을 출마를 준비 중이다. 현역 의원들의 출판기념회에는 1000여 명 이상이 참석했다. 전날에는 여당 소속으로 지역구 출마가 거론되는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이기순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각각 서울과 세종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야권에서도 막바지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과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조응천 의원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출판 순회’ 형식의 출판기념회도 등장했다.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전국을 순회하는 방식의 ‘북콘서트’를 진행했다. 일부 야당 의원 사이에서는 출판기념회 수익과 관련한 ‘검찰 수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개최를 삼가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지난해 노웅래 의원이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온 현금 3억여 원에 대해 “2020년 출판기념회에서 모은 후원금”이라고 해명하면서 논란이 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에도 이 같은 이유로 출판기념회를 열려다 취소한 의원이 있다”고 전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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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야, 11일 ‘출판기념회 금지’ 앞두고 막판 러시

    올해 총선 출마자의 출판기념회가 금지되는 11일을 앞두고 전국에서 현역 국회의원과 정치인의 출판기념회가 줄을 이었다. 정치권에선 “사실상 총선 자금을 마련하는 창구로 출판기념회를 활용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출판기념회 모금액은 정치자금과 달리 한도와 회계 보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5선인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부산 부산진갑)은 10일 오후 지역구인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비례대표)은 이날 오후 대구에서 북콘서트를 열었다. 조 의원은 대구 동을 출마를 준비 중이다. 현역 의원들의 출판기념회에는 1000여 명 이상이 참석했다.》 전날에는 여당 소속으로 지역구 출마가 거론되는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이기순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각각 서울과 세종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야권에서도 막바지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과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조응천 의원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출판 순회’ 형식의 출판기념회도 등장했다.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전국을 순회하는 방식의 ‘북콘서트’를 진행했다.일부 야당 의원 사이에서는 출판기념회 수익과 관련한 ‘검찰 수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개최를 삼가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지난해 노웅래 의원이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온 현금 3억여 원에 대해 “2020년 출판기념회에서 모은 후원금”이라고 해명하면서 논란이 됐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에도 이같은 이유로 출판기념회를 열려다가 취소한 의원이 있다”고 전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 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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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낙연, 11일 탈당 선언… 제3지대 ‘빅텐트’ 본격 속도낼 듯

    신당 창당 작업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다. 이어 늦어도 2월 초까지 신당 창당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전 대표는 9일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 등과 만난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의 탈당 선언 이후 제3지대 ‘빅텐트’ 구상에도 본격 속도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8일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 계획을 알리며 “오랫동안 몸담은 민주당을 탈당하는 것에 대한 소회를 전하고, 본인이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문에는 다당제의 필요성과 함께 “합리적 진보와 따뜻한 보수가 함께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 측은 이날 이준석 전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가칭)과 광주에서 합동 토론회에 나서는 등 외연 확대 작업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개혁신당 천하람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이낙연 전 대표 측 신경민 전 의원과 함께 광주에서 열린 정치 혁신 토론회에 참석해 “양대 정당이 가진 안전 의석 기득권을 깨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신당 1호 공약으로 ‘공영방송 중립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연합 정당 논의와 별개로 신당 창당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빅텐트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도 예상된다. 이준석 전 대표는 통화에서 “(빅텐트 논의를) 서두를 이유는 없다”며 “우리는 창당이 거의 완료된 시점이라 여유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 4명도 이번 주 탈당 관련 입장 표명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은 당장 이낙연 전 대표 신당에는 참여하지 않고 제3지대 연합 추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만약 우리가 탈퇴(탈당)를 한다면 이준석 전 대표, 이낙연 전 대표를 포함한 많은 신당 창당 추진 세력을 묶어 세우는 데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원칙과 상식은 금 공동대표의 새로운선택을 비롯해 정태근 전 의원, 박원석 전 의원이 주도하는 ‘당신과 함께’와의 연합 정당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주축이 된 싱크탱크 ‘리셋코리아행동’도 11일 공식 출범한다. 이들은 세 차례 세미나를 거쳐 이달 말 발기인 대회에 돌입할 계획이다. 해당 싱크탱크는 4월 총선에서 친문(친문재인)계 비례위성정당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 측은 “22대 총선에서 범민주진보세력이 연대해 윤석열 정부 심판과 정치 혁신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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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낙연, 11일 민주당 탈당…제3지대 ‘빅텐트’ 논의 속도

    신당 창당 작업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다. 이어 늦어도 2월 초까지 신당 창당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 전 대표는 9일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 등과 만난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의 탈당 선언 이후 제3지대 ‘빅텐트’ 구상에도 본격 속도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8일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 계획을 알리며 “오랫동안 몸담은 민주당을 탈당하는 것에 대한 소회를 전하고, 본인이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문에는 다당제의 필요성과 함께 “합리적 진보와 따뜻한 보수가 함께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이 전 대표 측은 이날 이준석 전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가칭)과 광주에서 합동 토론회에 나서는 등 외연 확대 작업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개혁신당 천하람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이낙연 전 대표 측 신경민 전 의원과 함께 광주에서 열린 정치 혁신 토론회에 참석해 “양대 정당이 가진 안전 의석 기득권을 깨고 싶다”고 강조했다.다만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신당 1호 공약으로 ‘공영방송 중립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연합 정당 논의와 별개로 신당 창당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빅텐트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도 예상된다. 이준석 전 대표는 통화에서 “(빅텐트 논의를) 서두를 이유는 없다”며 “우리는 창당이 거의 완료된 시점이라 여유가 있다”고 했다.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 4명도 이번 주 탈당 관련 입장 표명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은 당장 이낙연 전 대표 신당에는 참여하지 않고 제3지대 연합 추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만약 우리가 탈퇴(탈당)를 한다면 이준석 전 대표, 이낙연 전 대표를 포함한 많은 신당 창당 추진 세력을 묶어 세우는 데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원칙과 상식은 금 공동대표의 새로운 선택을 비롯해 정태근 전 의원, 박원석 전 의원이 주도하는 ‘당신과 함께’와의 연합 정당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주축이 된 싱크탱크 ‘리셋코리아행동’도 11일 공식 출범한다. 이들은 세 차례 세미나를 거쳐 이달 말 발기인 대회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싱크탱크는 4월 총선에서 친문(친문재인)계 비례위성정당 성격을 띌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 측은 “22대 총선에서 범민주진보세력이 연대해 윤석열정부 심판과 정치혁신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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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원 찾은 한동훈 “경기도 교통 등 격차 해소 집중”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올해 총선 핵심 승부처인 경기도를 찾아 “경기도는 상당히 불합리한 격차가 모여 있는 곳”이라며 “격차 해소를 위해 경기도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열세로 꼽히는 경기도에서 ‘격차 해소’를 꺼내 들어 총선 승리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한 위원장은 이날 경기 수원 경기도당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다양한 영역에서의 불합리한 격차를 줄이고 없애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격차 해소를 통해 개별 시민의 삶이 개선될 만한 사항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여기 경기도”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교통 격차 문제가 중요하다”며 “특히 (서울로) 생활이 더 편입된 젊은 분들이 많은 고충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경기도 교통망 확충 등이 총선 승리의 원동력이 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표를 받아내기 위한 차원도 솔직히 있다”며 “(총선의) 에너지가 없으면 강력하게 추진할 수 없었던 문제를 모아서 할 것이다. 그래서 저희를 좀 찍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김포 등을 서울로 편입하는 ‘메가시티’ 구상에 대해 “당이 굉장히 진지하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이라며 “화두는 던져졌고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어제 한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병문안 가능 여부를 문의하였으나 아직 안정이 필요하므로 한동안 어렵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6일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이상민 의원과 일대일 오찬 회동을 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수원=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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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훈 “혐오 언행땐 자리 없을 것”… 민주당 “막말땐 페널티 방안 논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을 계기로 올해 4월 총선 공천 때 증오 정치를 부추기는 언어를 사용한 정치인을 배제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극단적인 혐오 언행을 하는 분들은 우리 당에 있을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증오 언어나 막말을 하는 정치인에게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동훈 “극단 언행땐 공천 자리 없을것” 野 “공천과정 막말 전력 살필것” 윤재옥 “막말 정치인 책임질 건 져야”野 “후보 적격 판정 보류 의원도 있어”4월 총선 중도 표심 잡기 의도도… 표현 수위 등 객관적 기준이 관건 국민의힘이 5일 “22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증오를 야기하는 발언이나 막말을 사용하는 분들의 자리는 국민의힘에 없다”고 밝혔다. 올해 총선 공천 과정에서 증오 정치를 부추기는 언어를 사용한 정치인을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총선 공천 심사를 주도하는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한 뒤 공천 심사에서 증오 발언 여부를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총선을 96일 앞두고 여야가 정치 양극화를 부추기고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증오 언어 정치인 퇴출에 나섰다.● 與野 “증오 언어 뿌리 뽑아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경기도당 신년인사회 후 ‘극단적 언행을 하는 이들을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원칙인가’란 본보 기자의 질문에 “자유로운 언행과 극단적 언행은 어떤 경우에 모호한 경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그 여부를 국민 눈높이에서 판단해 국민이 수용할 수 없는 극단적 혐오 언행을 하는 분은 당에 자리가 없는데 무슨 공천을 노리겠나”라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 사무처 시무식에서도 “국민들이 공감하지 않는 극단적인 혐오의 언행을 하는 분은 당에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극단적인 갈등과 혐오의 정서는 전염성이 크기 때문에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금세 퍼질 것이고, 주류가 돼 버릴 것이고, 그건 망하는 길”이라며 “소위 ‘개딸 전체주의’ 같은 것은 국민의힘에는 발붙일 수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당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계기로 ‘증오 정치’ 퇴출 쇄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브리핑에서 ‘막말한 정치인들에 대해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냐’는 물음에 “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공천 심사 과정에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출범한 공관위를 중심으로 증오 발언 여부를 공천 심사에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의 막말 여부를 공천 심사 과정에 반영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향후 공관위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공직자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 단계에서부터 막말, 설화 등에 대해 검증하고 공천 심사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총선기획단 소속 한 의원은 “정치권의 증오 언어 문화를 이번 사태를 계기로 뿌리 뽑아야 한다”며 “총선 출마 예비 후보 검증 때 막말 여부를 보겠다고 한 만큼 공천 과정에서도 막말 전력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로 막말 논란으로 예비 후보 적격 판정이 보류되고 있는 현역 의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증오 언어 객관적 지표 세우기가 관건 여야가 증오 발언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사들을 공천 배제까지 검토하는 배경에는 올해 4월 총선에서 ‘무당층’으로 분류되는 중도 표심을 잡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 ‘반드시 이번 총선에선 거야의 폭주를 막겠다’는 여당과 ‘과반 의석의 원내 1당 지위를 사수하겠다’는 야당 모두 외연 확장이 시급한 가운데 먼저 자정 움직임을 보이는 당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관건은 증오 표현 수위나 ‘사회적 물의’ 등을 객관적이고 계량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지이다. 국민의힘 윤 원내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구체적으로 막말의 정도, 불이익의 정도를 계량화할 수 없는 사안이니까 일률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앞으로 기준을 세워 나가야 한다고 시사했다. 의원들 사이에선 ‘상임위 회의록이나 언론에 공개된 막말 발언 횟수나 빈도를 세는 것도 방법’이란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도 ‘증오 언어’를 규정하는 기준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민주당 4선 정성호 의원은 통화에서 “여야가 극단적 발언을 한 사람은 선출직으로 기용하지 않겠다는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선 무엇이 증오 발언인지에 대한 공감대부터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수원=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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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아’들 사연에 먹먹, 입양부모엔 찬사… “공적체계 필요” 큰 호응 [히어로콘텐츠/미아]

    부모의 품에서 멀어져 유기·방임된 아동·청년 47명을 추적한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의 ‘미아: 품을 잃은 아이들’ 시리즈가 18∼23일 5회에 걸쳐 보도되자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길 소망한다”는 응원이 쏟아졌다. 전국의 독자와 누리꾼들은 “저출산 시대에도 돌봄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고 먹먹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모든 아이를 품을 수 있는 사회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미아’에게 쏟아진 응원과 공감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 되어 보니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아가들아,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서 꼭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렴.”(독자 shdb****) 독자들은 먼저 시리즈에 등장한 아이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릴레이로 보냈다. 특히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의 성원이 한 주 내내 이어졌다. 베이비박스(부모가 아이를 두고 가도록 마련된 상자) 아동 유준(가명)이의 사연을 담은 1회 “왜 날 떠났나요”(18일자 A1·2·3면)가 보도되자 한 누리꾼(jung****)은 “부모가 있어도 세상은 온통 가시밭길에 진흙탕인데 저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얼마나 춥고 힘들고 외로울지…. 제발 우리 세금을 저 아이들을 위해 써주길 바랍니다”라고 댓글을 적어 많은 공감을 받았다. 방임 가정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혁재(가명)를 양육하고 있는 ‘엄마’ 김정선 씨의 2회(19일자 A1·2·3면)가 보도된 후에는 김 씨에 대한 찬사가 잇달았다. 그중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정말 존경스럽다. 또 다른 사랑의 표현 방식을 알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baay****)는 글이 큰 호응을 얻었다. 고진예 정재호 씨 부부에게 입양·위탁된 두 아들을 다룬 4회(21일자 A1·2·3 면)를 접한 독자(bisa****)는 “지독히도 혈연에 집착하는 우리나라 가족문화에 이처럼 두 아이를 입양해서 양육하기는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부부를 응원했다. 고 씨는 “따뜻한 응원 댓글이 많아서 두 아이에게 좋은 선물이 됐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해 왔다. 갓난아기부터 보육시설에서 자란 박가람 씨의 일대기를 담은 3회(20일자 A1·2·3면)에도 많은 독자들이 감정을 이입했다. 자신도 보육시설 출신이라고 밝힌 한 독자(qwe0****)는 “늘 완벽을 꿈꾸었다는 각오가 내가 느낀 그 감정이었다. 좋은 삶이 너에게 임하기를 기원한다”고 응원했다. 아동복지 전문가들은 박 씨를 비롯해 아동·청년들의 음성을 담은 디지털 콘텐츠 ‘사운드트랙: 품을 잃은 아이들’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를 전해왔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당사자들의 목소리와 경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담아서 특히 진정성이 느껴졌다”라고 했다.● “모든 아이 책임지는 공적 체계 필요” 국가와 사회가 모든 아이를 품에 안고 책임지는 ‘공적 체계’가 필요하다는 히어로콘텐츠팀의 제언에도 많은 독자가 공감했다. 한 누리꾼(wind****)은 “비록 엄마의 품은 사라졌지만…. 사회의 품, 국가의 품을 잘 만들어서 이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만들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이슈”라고 댓글을 적었다.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보호출산제’(익명으로 아이를 출산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인도하는 제도)에도 독자들은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한 독자는 “아는 것 같았지만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됐다”며 “미혼모들의 심정을 헤아려 보게 됐다”고 적었다. “이건 기사가 아니라 완벽한 정책보고서, 그 자체”(grea****)라는 댓글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2일 보호출산제 시행 추진단 1차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시행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국회는 21일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출생정보 전자의무기록 활용 △위기임산부 상담기관(중앙 1곳, 지역 12곳) 운영 및 정보시스템 구축 등에 필요한 예산을 52억 원 증액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이번 시리즈를 계기로 가정위탁이나 입양, 보육시설 아동 멘토링 등이 활성화되고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도 많아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관계 기관과 함께 철저히 준비해 모든 아동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미아: 품을 잃은 아이들’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차별화한 보도를 지향합니다. ‘히어로콘텐츠’(original.donga.com)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취재: 조유라 이승우 조민기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 ▽사진: 홍진환 기자▽편집: 하승희,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수진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뉴스룸 디벨로퍼▽인터랙티브 디자인: 여하은 차설 인턴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찍으면 따뜻한 요람 대신 차디찬 바닥에 놓였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사로 구현한 ‘그 아이들이 버려진 곳’(original.donga.com/2023/poom1)과 ‘사운드트랙: 품을 잃은 아이들’(original.donga.com/2023/poom2)로 각각 연결됩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조민기 기자 minki@donga.com}

    • 20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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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양 보내주세요” 무작정 달려온 미혼모, 보호출산 있었다면…[히어로콘텐츠/미아⑤]

    아이가 보배인 저출산 시대에도 ‘품을 잃은 아이들’이 있다. 친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유기된 아이들. 그리고 부모가 방임한 아이들까지.올해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되 ‘익명 출산’을 허용하는 두 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우리 주위엔 여전히 미아처럼 품을 찾아 떠도는 아이들이 있다.그동안 이 아이들은 뭘 감내하며 살아왔을까.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베이비박스’(부모가 아이를 두고 가도록 마련된 상자)를 500시간 동안 관찰하고, 품을 찾아 떠도는 0~29세 아동·청년 47명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말한다. “미안해 아가야.”미아 - 품을 잃은 아이들[5] 모든 아이를 품어줄 세상베이비박스의 ‘맏언니’ 소라올해 9월 4일 서울 관악구 베이비박스에 놓였던 유준(가명·본보 12월 18일자 A1·2·3면 참조)이가 다음 날 아침 나가는 모습을 지켜본 아이가 있다. 6월 30일 태어나 이미 두 달 넘게 베이비박스를 지키고 있던 ‘맏언니’, 김소라(가명) 양이다.미혼인 엄마는 임신 30주에야 소라의 존재를 알았다. 도움을 요청할 곳을 찾지 못한 채 머릿속만 하얘졌다. 구청이나 공공기관을 찾아갔다간 건강보험 청구서가 날아와서 주변에 들통날 것 같았다. 배가 불러오고 두려움과 막막함만 몰려오던 순간 소라가 세상에 왔다. 엄마는 그제야 소라의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무조건 입양 보내 주세요.”소라가 태어난 지 나흘째 되던 날. 아이를 안고 베이비박스로 온 엄마는 상담사를 만나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아이로 인해 자신의 삶이 완전히 뒤바뀔 거란 두려움이 모든 감정을 압도했다. 그렇게 베이비박스에 살기 시작한 소라가 100일 잔치를 앞두고 있던 10월 6일. 국회에선 소라와 엄마, 그리고 베이비박스의 다른 아이들을 위한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보호출산제)이 통과됐다.위기 임신부터 정부가 지원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보호출산제는 임신부가 익명으로 병원에서 출산한 후 지자체에 아이를 인도하는 제도다. 소라 엄마처럼 임신과 출산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거나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임산부들이 익명으로 찾을 수 있는 지역상담기관 10곳도 24시간 운영된다. 이곳에 상담을 요청하면 아이를 키울 때 받을 수 있는 지원 정책과 입양을 보낼 경우 절차 등을 먼저 안내받게 된다. 필요한 자원도 모두 연계 받을 수 있다.이 모든 상담을 거쳤음에도 보호출산을 택한다면 본인의 가명과 함께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관리 번호’를 받게 된다. 산전 검사를 위해 병원을 갈 때도 관리 번호를 제시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드는 의료비는 전액 정부가 지원한다. 출산 후 1주일의 ‘숙려 기간’에도 엄마가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입양 절차가 시작된다. 하지만 아이가 입양 허가를 최종적으로 받기 전까지는 직접 양육하겠다고 마음을 바꿀 수 있다.보호출산을 신청한 엄마는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보호출산을 선택하게 된 상황 등을 담은 ‘출생증서’를 남겨야 한다. 아기가 성인이 되면 출생증서 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친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인적사항은 알 수 없다.“입양, 가정위탁 더 활성화해야”전문가들은 이 법으로 인해 사회·경제적으로 내몰렸거나 주변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는 ‘위기 임신’ 단계부터 공공이 개입할 근거가 마련됐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보호출산제의 1차 목표가 ‘위기 임신’ 상태인 부모가 상담기관을 쉽게 찾도록 하는 데 있어서다.보호출산제가 모방한 독일의 ‘신뢰출산제’는 전국 1500여 개 임신상담센터에서 거주지와 상관없이 원하는 지역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위기 임신 상태의 부모가 언제 어디서든 접근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촘촘한 지원 체계를 갖춰놓은 것이다.서울 서대문구 출산지원시설 애란원의 강영실 원장은 “사실 한국도 한부모 지원 체계가 굉장히 촘촘한 편”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동안 위기임신 단계를 지원할 ‘초입구’를 공공에서 운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산을 앞두고 극도의 혼란을 겪는 미혼모들에게 한부모 지원 체계가 충분히 연결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다만 보호출산제가 실효성 있게 자리 잡으려면 ‘운영의 디테일’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기 임신의 경우 임신 사실 자체를 뒤늦게 아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상담사들이 상당히 훈련돼야만 하고, 전산정보가 차질 없이 공유되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동을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해서도 세부 정책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복지부는 내년 1, 2월 중 구체적인 보호 방안을 담은 시행령을 입법예고할 계획이다.‘품을 잃은 아이들’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 입양과 가정위탁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부가 ‘보호아동 가정형 거주로의 전환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2차에 걸쳐 실시한 연구용역에선 가정위탁에 유급제를 도입해 보상을 늘리되 책임감을 높이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입양의 경우 연장아(만 1세 이상 아동)와 장애아 등 양부모들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아이들의 입양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보호출산제의 목표는 역설적으로 보호출산으로 태어나는 아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모든 아이를 품는 세상으로보호출산제가 도입되더라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현장에서는 ‘정상 가족’에 대한 고정 관념이 변하지 않는다면, 보호출산제를 통해 익명으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계속해서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아이를 출산한 뒤 직접 양육하고 있는 미혼모들은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주위의 편견이 가장 두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정수진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상담팀장은 “드라마에서도 미혼모는 대부분 첩, 술집 작부나 가정 파탄자로 나오지 않나”라며 “내가 아이를 키우겠다고 결정해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가정을 유지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어렵사리 주변인들에게 임신 사실을 알려도 돌아오는 건 냉대였다. 김모 씨(22)는 임신 당시 가족, 친구 등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하다 올 9월 딸을 출산한 뒤에야 부모님에게 알렸다. 그러나 부모님은 아기 사진을 보지 않으려 할 정도로 거부했다. “임신했다는 것 자체가 눈치가 보였다”는 그는 아이를 결국 입양 보내기로 했다. 가족의 반대에 부딪혀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맡겼다가 결국 100여일 만에 집으로 데려간 이모 씨(26)는 “아이가 자라면서 아빠 없이 컸다는 놀림에 상처를 받을까 두렵다”며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엄마, 보통 아이라는 따뜻한 시선으로 품어줬으면 한다”고 했다.전국 위기임신 상담전화(가나다 순)구분운영 기관번호공공경기도 위기임산부 안심상담 핫라인010-4257-7722공공서울시 위기임산부 상담지원1551-1099공공여성가족부1644-6621공공1388청소년전화1388민간동방사회복지회 미혼모상담1588-9874민간1549임신상담출산지원센터010-2172-1549민간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02-322-5007민간한국위기임신출산지원센터1422-37자료: 각 단체 등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미아: 품을 잃은 아이들’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차별화한 보도를 지향합니다. ‘히어로콘텐츠’(original.donga.com)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취재: 조유라 이승우 조민기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 ▽사진: 홍진환 기자▽편집: 하승희,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수진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뉴스룸 디벨로퍼▽인터랙티브 디자인: 여하은 차설 인턴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찍으면 따뜻한 요람 대신 차디찬 바닥에 놓였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사로 구현한 ‘그 아이들이 버려진 곳’(original.donga.com/2023/poom1)과 ‘사운드트랙: 품을 잃은 아이들’(original.donga.com/2023/poom2)로 각각 연결됩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조민기 기자 minki@donga.com}

    •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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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에 품을 찾아주는 일” 최저임금 박봉에도 손 못놓아[히어로콘텐츠/미아⑤]

    아이가 보배인 저출산 시대에도 ‘품을 잃은 아이들’이 있다. 친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유기된 아이들. 그리고 부모가 방임한 아이들까지.올해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되 ‘익명 출산’을 허용하는 두 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우리 주위엔 여전히 미아처럼 품을 찾아 떠도는 아이들이 있다.그동안 이 아이들은 뭘 감내하며 살아왔을까.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베이비박스’(부모가 아이를 두고 가도록 마련된 상자)를 500시간 동안 관찰하고, 품을 찾아 떠도는 0~29세 아동·청년 47명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말한다. “미안해 아가야.”미아 - 품을 잃은 아이들[5] 모든 아이를 품어줄 세상아이와 세상의 가교“이제 두 분이서 같이 대화를 좀 하세요 어머니.”상담실 책상에 놓인 박진한 씨의 스마트폰에서 “네…” 하는 여자 음성이 나왔다. 맞은편에 앉은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가 길게 목을 빼고 망설이다가 입을 뗐다.“엄마아!” “아들!” 단 한 마디 만에, 여자의 상기된 음성 사이에 흐느낌이 섞여 나왔다.“하하 목소리가 다 컸네.” “맞죠?”“응…. 아들, 엄마 안 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요.”아이는 목덜미를 빡빡 문지르더니 괜히 윗옷 끝자락을 잡아 내렸다. 몸을 배배 꼬는 아이를 박 씨가 쿡 찔렀다. “네가 얘기를 해야지. ‘우리 언제 보면 좋을까’ 하고!”박 씨는 면접 교섭 날짜를 정하는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들었다. 아직은 수화기 너머에만 있는 엄마는 과거 아이를 학대해 수감됐다가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상태. 아이는 엄마의 칼에 허벅지를 찔린 뒤 분리돼 그룹홈(공동생활가정)에 나와서 살고 있다.학대받았던 아이와 뉘우치는 엄마.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갈라진 두 사람은 지금 “보고 싶다”며 눈물을 떨어뜨리고 있다. 하지만 그리워하는 마음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엄마가 다시는 아이를 아프게 하지 않도록 단단히 교육하고 다짐받아야 하는 것. 이 가족이 안전하게 살아가도록 모든 자원을 연계해줘야 한다. 설령 다시 위기가 생겨도 재빠르게 막을 수 있도록 오래도록 지켜보는 것 또한 그의 역할이다.때로는 ‘선생님’, 때로는 ‘박 주사’, 종종은 ‘아빠’라고도 불리는 그의 직함은 부산 강서구청의 ‘아동보호전담요원’이다.아동 보호의 ‘컨트롤타워’오전 8시. 박 씨는 크기가 제각각인 신발 수십짝이 꽉 찬 현관을 뒤로 하고 출근길에 나선다. 그의 하루가 시작하는 곳은 강서구청 별관 1층에 있는 ‘아동보호계’ 사무실이다.박 씨가 전담하는 아동은 40여 명. 최소 3개월에 한 번씩 직접 만나야 하는 ‘고객’들과의 약속은 일러야 오후 3시부터 잡을 수 있다. 대개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방과 후 수업, 학원까지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좀 있는 아이들은 아르바이트 때문에 바쁘다며 일정을 주말로 미루기 일쑤다.지난달 21일은 오후 3시에 그룹홈 한 곳을 방문하기로 한 날이었다. 박 씨는 이날 동행 취재에 응하기 위해 전날 야근까지 하며 급한 일들을 미리 처리해뒀지만 큰 소용은 없어 보였다. ‘두루루루’ 하며 그를 찾는 전화벨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청소년 쉼터에서는 아이가 자퇴를 하려 한다며 도움 요청이 왔다. “걔한테 학교 그만두면 자립생활관(청소년자립지원관)에서도 안 받아줄 수 있다고 얘기를 해 주셔야 돼. 네네… 상황 생기면 또 말씀 주세요.”이번엔 ‘콜백’이 온 그룹홈 보호아동 친모의 근황 파악. “어머니, 저 박진한입니다. 그때 새로 결혼하신 분 있죠. 아이에게 혹시 이야기하셨어요? 네네… 제가 아이 만나보고 늦어도 4시 전엔 다시 연락드릴게요.”옆자리 동료 전담요원은 위탁가정 관계자와의 통화가 20분째 이어지고 있었다.“아이가 심리치료를 받으려면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병원에 가서 받아야 한다고 보호자한테 말씀드렸는데, 지난번 전화해보니까 여태껏 안 받았다는 거예요.”학교 선생님과 양육시설 상담사. 각종 ‘센터’ 관계자와 친부모, 친인척에 보호자까지. 전화 너머 사람은 모두 달랐다. 아이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사람이라면 모두가 ‘클라이언트’였다.‘사건 그 후’의 삶도 중요겨우 시간 맞춰 도착한 곳은 겉보기엔 평범한 아파트.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유기, 폭력, 방임, 지적장애 등 복잡한 사연을 지닌 남자아이 7명이 사는 그룹홈이다. 전담요원의 일 중 가장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양육 상황 점검. 아이들이 충분히 돌봄을 받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 오늘의 임무다. 이들의 일은 대부분 장기적이고 잔잔하다. 아동 유기나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전담요원들의 역할은 ‘그 이후’를 도와주는 것이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어디에서 지내야 좋을지를 판단하고, 어떻게 지내는지를 점검하고, 언제 다시 원래의 가족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를 결정한다.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사실 아이에게는 중요한 일”이라며 그는 웃었다.박 씨가 이날 학원을 마치고 그룹홈으로 돌아온 아이들을 일대일로 만나 잘 지내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목표를 만들고 있는지를 묻는 데에는 한 명당 거의 30~40분이 걸렸다. 건물 앞에 주차된 그의 차 트렁크에는 디퓨저(방향제) 재료와 슬라임 만들기 세트가 실려있었다. 이 집 아이들을 처음 만날 때에 쓰던 것들이다. 상처가 있는 아이들은 낯선 사람 앞에서 여간해선 말문을 열지 않았지만, “오늘은 너와 친해지기 위해서 찾아온 거야”라며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물건들을 하나둘 늘어놓는 박 씨에게 아이들은 천천히 마음을 열었다.사각지대 발굴하고 ‘빈틈’ 연결전담요원은 역할은 크게 세 가지다. 사각지대 아이들을 발굴해내는 것, 곳곳이 끊어진 아동보호체계의 틈을 메우는 것, 그리고 아이들을 오래도록 지켜보는 것이다.기존 아동보호는 분절된 체계였다. 한국전쟁 이후 우후죽순 만들어진 고아원에 뿌리를 두고 입양, 가정위탁, 자립지원, 보호아동 양육 등을 모두 민간이 주도하다 보니 복잡한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보호 대상 아동 발굴과 상담, 지원, 사후관리도 전부 따로 이뤄졌다.2019년 정부가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선포한 뒤에야 전 과정을 공공에 통합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시군구가 아동보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되면서 아동보호전담요원 제도도 이듬해 도입됐다. 전담요원 인원이 충분한 시군구에서는 아이들의 보호조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집단지성이 발휘될 수 있다. 10월 17일에 찾은 서울 노원구청에선 아동보호팀이 내부 사례회의를 열고 현재 그룹홈에서 지내는 아동의 퇴소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석한 아동보호전담요원은 전원 6명, 서울 시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원이다. “아동은 친할머니, 할아버지와 아주 좋은 라포(친밀함)를 형성하고 있고, 친부는 10월 12일에 친권 및 양육권을 부여받았습니다… 양육 의지가 확고해서 퇴소에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담당 요원의 ‘2분 브리핑’이 끝나자 모두 기다렸다는 듯 질문과 조언을 쏟아냈다. “앞으로는 원가정이 있는 동작구가 관리해야 하는 집이니까, 가정 방문을 갈 때 아예 시간을 맞춰서 같이 가시는 게 나을 거예요.” ”가족 상담 2회기는 너무 짧아 보이는데요. 저는 예전 사례 때 최소 네 번은 했어요.” “이 사례는 저도 처음에 관여했었는데요. 어머니가 친권이랑 양육권은 포기했는데, 나중에도 채무 관계를 빌미로 가정에 개입할 수 있어서 잘 대처해야 할 것 같아요.”문제는 이런 일이 가능한 시군구가 드물다는 것이다. 전담요원 제도가 도입된 지 3년이 지났지만 기초지방자치단체 229곳 중 73곳은 전담요원이 단 한 명이거나 아예 없는 실정이다. 두 명에 불과한 곳도 부산 강서구를 비롯해 51곳이나 된다.반면 이들이 전담해야 할 ‘아동보호’의 범위는 급격하게 확장됐다. 이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자기 아이의 입양을 의뢰한 친부모를 상담하는 일이다. 70년간 민간이 맡아온 국내 입양 업무 일부분이 2021년부터 전담요원들에게 갑자기 넘어간 것이다. 전담요원들은 낯선 ‘입양실무 매뉴얼’ 책을 붙잡고 한부모 지원제도와 입양 절차를 부모들에게 설명해줘야 했다.아이를 돌보면서 부모도 챙기다 보니 박 씨는 상반된 상황에 자주 직면했다. 2년 전 미혼모시설의 한 여성이 그에게 입양 상담을 요청해왔다. 여성은 4차 상담 때 마음을 바꿔 아이를 데리고 퇴소했다. 그리고 다음에 들려온 소식은 ‘아동학대 신고’였다.‘내가 막을 수 있었던 일인데….’ 박 씨는 소식을 듣자마자 허탈감에 빠졌다. 지역 복지시설을 연계시켜봤지만, 그 시설도 난감함을 호소했다. 운전대를 잡고 복지시설을 오가는 동안 ‘그냥 입양을 보내는 게 아이에겐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만 이어졌다.어떤 여성은 아이와 분리 조치 된 뒤 몇 달째 협박 전화와 문자를 하고 있다. “죽어도 같이 죽읍시다” “우리 애한테 당신이 뭘 해줬어요?” “강서구청 주민복지과 모두 죗값을 치러야 할 거예요…” 그는 아이의 입소 동의서에 스스로 서명을 하고도 박 씨가 자기 딸을 납치해 갔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한번은 미혼모 가구에서 아이를 분리하고 나서 전화를 받았다. 아이 삼촌이라던 그 사람은 “내가 조폭인데, 당신 집을 알고 있으니 처와 자녀들 조심시키는 게 좋을 거요”라며 위협했다.이런 협박을 당해도 대응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한 팀에 2명이 전부여서 2인 1조 대응도 언감생심이다. 부서 예산으로 호신용품을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박 씨는 지인인 경찰에게 “내가 문제없이 살 수 있는 호신용품이 뭐가 있느냐”고 물었고, ‘호루라기’가 전부라는 답이 돌아왔다.최저임금 처우의 시간제 공무원‘아동보호의 컨트롤타워’라는 타이틀을 가진 전담요원들은 똑같은 직함을 달고도 지역마다 다른 처우를 받으며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3명 중 2명(67.5%)은 5년 임기로 채용되는 ‘시간선택제임기제 공무원’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가나다라마’ 5단계 중 가장 낮은 ‘마’급이다. 주 35시간으로 책정되고 9급 공무원의 60%를 받는다. 최저임금(월급 기준 201만580원)에 가까운 수준이다. 1년 단위 계약직도 적지 않다. 정식 공무원이 아닌 ‘공무를 하는 민간인’ 신분이라서 권한도 부족하다. 아동과 부모의 분리조치 업무를 다룰 땐 연락이 두절된 친부모를 맨바닥에서 수소문해야 한다.제도 도입 초창기엔 전국의 전담요원들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보호아동 사례가 생기면 해결 방안을 다 같이 논의했고, 처우 개선 의견도 모았다. 하지만 한 목소리를 내기엔 각각의 고용 형태와 업무환경이 천차만별이었다. 한때 800명이 넘었던 채팅방 참여자는 현재 400명대로 내려앉았다.전담요원들은 열악한 처우와 제한된 권한 속에서도 복잡하게 얽힌 수많은 주체들을 서로 연결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입양 업무에 이어 보호아동 보조금 집행, 자립준비청년 사후관리까지 맡고 있다. 특히 내년 7월부터 시행될 보호출산제가 이들을 더 긴장시키고 있다. 보호출산과 상담 자체는 전국에 만들어질 상담지원기관이 주도한다. 하지만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는 ‘보호대상 아동’이기 때문에 성본창설과 출생등록, 보호시설 입소, 입양 등을 전담요원이 맡아야 한다.서울 노원구청 전담요원 설한나 씨는 답답한 마음에 보건복지부 담당 직원에게 항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며칠 뒤 받은 답장은 ‘친절한 문장’으로 그를 좌절시켰다. “일에 대한 열정이 느껴집니다만, 업무분장은 각 지자체의 권한이기 때문에 저희가 관여할 수 없습니다.” 전담요원으로 일을 시작하며 설 씨가 기대했던 것은 ‘질적 향상’이었다. 기존에 공공에서 발만 걸쳤던 분야에 전담 인력이 생기면 아이들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현실은 ‘도돌이표’였다.인력 확충 예산을 늘리기 쉽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전담요원 운영비는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가 절반씩 분담한다. 한쪽에서 늘리려 해도 다른 쪽이 호응하지 않으면 예산 확대가 어려운 구조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동학대도 아닌 아동보호는 지자체 사업 우선순위에서 상위권에 있진 않다”며 “실적이라고 내세울 게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현 정부가 정부예산 긴축 기조를 이어가면서 보건복지·사회복지 예산의 아동·청소년 예산 비중도 2년 연속 감소했다. 아동보호시설 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아동보호 인력의 처우가 불안정하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불안정을 겪은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불안을 얹어주는 것을 뜻한다고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선욱 교수는 말한다.“업무만 늘리고 인력은 제자리라면 반드시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이에요. 그 피해를 입게 되는 건 결국 가장 약한 존재인 아이가 될 거예요.” “아동보호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지역에 모세혈관처럼 배치할 수 있는 아동보호전담요원이 사회복지 전문 역량만 갖춘다면 아동보호체계가 한층 두터워질 수 있다. 하지만 열악한 처우와 제한된 권한은 개선되지 않은 채 아동정책이 우후죽순 쏟아질 때마다 이들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또 끌려가겠군”이라며 자조한다.정책의 초점을 아동 개인에서 가족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담요원은 “아동은 간신히 회복돼도 정작 부모는 잘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돼 우리 모두의 노력이 빛이 바랠 때가 많다”며 “정부 정책이 가족 전체가 아닌 아동 개인의 단기적 보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박 씨에겐 친자녀 넷과 가정위탁으로 양육 중인 8개월 아이 외에도 그를 ‘아빠’라 부르는 아이가 8명 더 있다. 과거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 연을 맺은 아이들은 어느덧 상처를 딛고 성장해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있다. 아이를 돌보는 일에 보람을 느껴왔지만, 감정과 사명감만으로 할 수는 없는 일도 적지 않다.전문가들은 “아이를 지키는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결국 사람이 전부다. 아동보호 인력은 장기적으로 일하며 연속성을 가져야 역량이 쌓인다”며 “그래야 아이들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성장 기반이 만들어진다”고 했다.무엇보다 아이들에겐 스스로 목소리를 낼 공간도, 투표권도 없기에 이들을 든든하게 지켜줄 존재가 중요하다. 박 씨는 말했다.“우리가 ‘전담’하는 것은 부모와의 신뢰가 깨진 아이들이 상처만 받고 가라앉는 대신, 세상으로 한 발짝 나올 수 있도록 돕는 것 아니겠습니까.”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미아: 품을 잃은 아이들’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차별화한 보도를 지향합니다. ‘히어로콘텐츠’(original.donga.com)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취재: 조유라 이승우 조민기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 ▽사진: 홍진환 기자▽편집: 하승희,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수진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뉴스룸 디벨로퍼▽인터랙티브 디자인: 여하은 차설 인턴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찍으면 따뜻한 요람 대신 차디찬 바닥에 놓였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사로 구현한 ‘그 아이들이 버려진 곳’(original.donga.com/2023/poom1)과 ‘사운드트랙: 품을 잃은 아이들’(original.donga.com/2023/poom2)로 각각 연결됩니다.부산=홍정수 기자 hong@donga.com부산=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조민기 기자 minki@donga.com}

    •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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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남에서 형과 이모로, 마침내 아빠 엄마가 되었다[히어로콘텐츠/미아④]

    아이가 보배인 저출산 시대에도 ‘품을 잃은 아이들’이 있다. 친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유기된 아이들. 그리고 부모가 방임한 아이들까지.올해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되 ‘익명 출산’을 허용하는 두 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우리 주위엔 여전히 미아처럼 품을 찾아 떠도는 아이들이 있다.그동안 이 아이들은 뭘 감내하며 살아왔을까.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베이비박스’(부모가 아이를 두고 가도록 마련된 상자)를 500시간 동안 관찰하고, 품을 찾아 떠도는 0~29세 아동·청년 47명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말한다. “미안해 아가야.”미아 - 품을 잃은 아이들[4]품을 내어준 새부모“겁이 없으시네요”6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둔 12월 23일. 고진예(52), 정재호(47) 부부의 집은 밤 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진예 씨는 다음날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해성보육원에서 열리는 성탄절 행사에서 희재를 처음 만나기로 돼 있었다.희재는 1년 동안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재호 씨가 “눈도 똘망하고 웃는 것도 너무 예쁘다”고 연신 자랑하던 다섯 살 아이였다. 하지만 부부에겐 기대 못지않은 걱정도 밀려왔다.“겁도 없이 큰 아이를 입양하시네요. 그냥 평범하게 어린아이로 입양하세요.”입양 결정 소식을 듣고 주위에서 만류하던 말들이 부부의 마음을 마지막까지 망설이게 만들었다. 입양 절차를 문의하러 찾았던 입양 상담사에게 받은 상처 역시 아직도 선명하다. 그 상담사는 “보육원에서 3년 이상 자란 아이는 부모와 애착도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며 “키우기 어려우니 포기하시는 게 좋다”는 말을 부부에게 툭 던졌다.“아이를 낳아 본 적도 없는데…. 다 큰 아이와 함께 잘 지낼 수 있을까?”부부는 기대감과 불안감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결혼 후 5년이 지나도록 부부에겐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7남매였던 진예 씨와 4남매였던 재호 씨의 가족은 양가 합쳐 40여 명에 달하는 대가족이다. 진예 씨의 막냇동생이 이제 막 조카를 낳아 가족 모임 때 대화는 아이들 이야기로 채워졌다. 하지만 모임에 참석한 부부의 얼굴에는 늘 아쉬움이 묻어있었다. 그런 그들을 불러세운 건 진예 씨의 어머니였다. “혹시 입양은 알아 봤니? 주변에 들어보니 요샌 입양해서도 잘 산다고 하던데….”남에서 형과 이모로마침 먼저 아이를 입양한 지인 부부가 아이 얘기를 할 때마다 관심이 가던 차였다. 재호 씨는 2017년 1월 해성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만 6세 미만 아이들만 보호하는 보육원에서 아이들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배워 보고 싶었다.5, 6세 ‘최고참’들이 모인 별빛반의 놀이도우미가 된 재호는 이곳에서 희재를 처음 만났다. 힘이 좋은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하고 자전거를 타며 빠르게 친해졌다. 아이들도 재호 씨가 오는 날이면 신발도 신지 않고 현관으로 달려와 반겼다. 똘똘하고 밝은 성격의 희재는 서른여섯 살 위의 재호 씨를 ‘형’이라고 부르며 먼저 마음을 열었다. 재호 씨도 “앞으로 재밌게 놀아보자”며 손을 붙잡고 눈도장을 찍었다. 둘은 책 읽기, 게임, 만화 캐릭터 이야기를 하며 빠르게 친해졌다. 재호 씨도 아이들을 만날 주말을 손꼽아 기다렸다.시간이 쌓이자 사랑에 목마른 아이들의 애교가 눈에 점점 밟혔다. 아이들은 낯을 가릴 줄 몰랐다. 잘 걷지도 못하는 아기가 동전만 한 손바닥을 뻗으며 안아 달라고 보채기도 했다. 해성보육원은 영유아 보육원이라 만 6세까지만 있을 수 있었다. 별빛반 8명 중 5명은 돌아갈 친부모가 있었고, 두 명은 가정 위탁이 결정됐다. 가장 고민인 건 ‘동생’ 희재였다. 갈 곳 없는 희재는 이듬해 이곳을 떠나야 했다. ‘형’ 재호 씨의 걱정이 커졌다.재호 씨의 고민을 들은 진예 씨는 얼마 전 아이를 가정위탁 한 선배 부부 이야기를 떠올렸다. 7세 아이를 2년 동안 키우기로 했던 그들은 1년 만에 아이를 보육원으로 돌려보냈다. “의지할 어른이 없다가 부모가 생겼다고 너무 매달리는 통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부부는 걱정했다. “아이가 한 번이라도 부모랑 떨어지는 상처를 겪으면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 하거나 반대로 집착이 심해지기 마련이래. 그 집 사정 자세히는 모르지만, 죄 없는 애만 악순환을 겪는 거야.”재호 씨는 희재가 평생 보육원과 보호시설을 떠돌며 상처받는 모습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진예 씨도 희재를 직접 만나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괴로워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조심스럽게 말했다.“희재, 우리 가족으로 데려오는 건 어때요?”부부는 입양기관을 방문하고 관련 모임에 참여해 입양 방법과 과정을 배우기로 했다. 결심만 어렵고 이후엔 수월할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처음으로 부딪힌 벽은 가장 먼저 입양을 권유했던 진예 씨의 친정어머니였다.“왜 데려와도 큰 아이를 데려오려 그러니! 말 안 들으면 부모가 고생한다는데….” 6년 동안 보육원에서 살던 아이를 데려온다는 말에, 그는 딸과 사위에게 걱정을 쏟아냈다. 다른 가족도 “갓난아이를 데려온다더라”며 말렸다. 예비 양부모 교육을 담당하던 한 직원은 “양육 경험도 없는 분들이 곧 초등학교 들어가는 아이를 데려오는 건 무모하다”고도 했다. 양부모 자격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는 원칙엔 동의했다. 하지만 만류가 반복될수록 부부의 마음이 위축되고 있었다. “우리가 아이에게 잘못하는 건 아닐까” 자신감이 떨어져 갈 즈음, 부부는 일단은 희재를 만난 후 마음을 정하기로 했다. 성탄절의 선물그렇게 찾아간 성탄제, 진예가 처음으로 본 희재는 산타 복장을 한 동생 6명과 함께 동요 ‘꿈꾸지 않으면’을 부르고 있었다. 흰 상의와 청바지를 입고 무대 중앙에서 멜로디에 맞춰 부지런히 수화로 노랫말을 그려 나갔다.“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 하네….”키 120cm에 몸무게 20kg, 다섯 살 치고도 작은 체구였지만 똘망한 눈빛엔 에너지가 가득했다. 부부는 성탄절 선물처럼 다가온 희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내내 안고 살았던 고민이 눈 녹듯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희재에게 품을 잃은 슬픔보다 품에 안기는 기쁨을 전해주고 싶었다. “다섯 살 아이나 갓난아이나 가족을 원하는 마음은 똑같을 거야.”다음 날 부부는 보육원을 다시 찾아 결심을 전했다. 고민은 끝났지만 과정은 이제 시작이었다. 입양 의뢰 후 △상담 △입양 기관 신청 △가정조사 및 교육 △가정조사서 발급 △아동결연 △가정법원 서류 제출 △법원 입양 허가 △아동 인도 △입양 신고 △사후관리 최소 10단계에 걸친 절차를 거치려면 빨라야 1년이 걸린다고 했다. 깐깐한 건강검진에 약물검사까지 했다. “친자식도 임신 10개월이면 낳는데…” 절차는 부부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길고 복잡했다. 서류만 24개를 썼다.예비 양부모 교육을 받기 위해 연차도 번갈아 썼다. 양육 안내서를 사고 대학 강의도 들었다. 매주 한 번씩 희재를 보육원에서 데리고 나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희재는 부부의 삶에 서서히 녹아들었다. 희재가 처음 부부의 집에 온 날, 재호 씨는 일할 때 말곤 써본 적 없던 컴퓨터를 켜고 밤새 희재가 좋아하던 게임을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함께했다. 바닷가에 놀러 가 거대한 풍력 발전기 앞에서 목말을 태우기도 했다. 그렇게 한 달쯤 됐을까. 부부와 함께 경주 여행을 다녀온 날 희재는 갑자기 물었다. “형이 내 아빠하고 이모가 내 엄마 해주면 안 돼요?”1분 1초라도 빨리 함께 가족이 되고 싶었다.가정법원의 결정을 앞둔 2018년 2월 말, 희재는 부부의 집에 들어왔다. 법적으로 명시된 제도는 아니지만, 부모와 아이가 공식 입양 허가 전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한 ‘입양 전 위탁(사전위탁)’이다. 큰 아이를 데려온다고 걱정하던 진예 씨의 어머니도 예비 손주를 환영하기 위해 손수 집을 꾸몄다. 온 가족이 모인 집에 풍선과 현수막, 그리고 희재 이름이 들어간 케이크까지, 환영을 위한 준비는 완벽했다.정체성의 혼란과 신데렐라하지만 집에 들어선 희재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또래인 사촌 동생이 인사를 건네도 본체만체했다. 좋아하는 초콜릿을 내밀어도 웃지 않았다. 당혹스러웠다. “여기가 아닌데… 아, 진짜 여기가 아닌 거 같고, 잘못 온 것 같은데…”아이는 콧물을 훌쩍이며 알 수 없는 말만 중얼거렸다. 부부는 “괜찮아. 오늘부터 함께 살 가족들이야. 행복하게 잘 지내보자”며 허둥지둥 아이를 달랬다. 하지만 희재의 시선은 외삼촌 품에 안겨 떠나가는 한 살배기 아이에게 멈췄다.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힘겨운 상견례를 마친 뒤에야 희재는 입을 열었다. “생각했던 모습과 너무 달라요….”희재는 이날 친부모에게 안긴 갓난아기를 처음으로 만났다. 희재의 눈에는 앞으로 친해질 사촌이 아닌, 희재가 누리지 못 한 ‘부모의 품’을 독차지한 아이로 보였다. “보육원에서 부모님 만나러 간다고 해서, 그래서 진짜 엄마아빠 만나러 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요.”희재는 중얼대며 눈을 감았다. 부부를 원망한 건 아니었지만 친부모를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다. 입양을 권유하던 지인들이 건넨 우려가 다시 떠올랐다. 하지만 부부는 ‘똘똘한’ 희재를 믿어보기로 했다. 두 사람은 희재의 이야기를 동화처럼 만들어 잠들 때마다 들려줬다. “옛날옛날에, 서로를 너무 사랑한 남자와 여자가 있었어요”.부부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친부모가 희재를 너무 아꼈지만 어쩔 수 없이 보육원에 맡겨야만 했던 사정을 덤덤하게 풀어냈다. 처음엔 듣기 싫어하던 희재는 “항상 친부모님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아무도 말을 해주지 않았어요”라며 마음을 열었다. “내가 미워서 두고 간 건 아니었구나” 안심하기도 했다.어느 순간 희재는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라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슬퍼 보이지는 않았다. 진예 씨는 희재가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싶다는 느낌을 담아 부르는 것 아닐까, 짐작했다.그해 10월 가정법원은 진예 씨 부부의 입양 신청을 인용했다. 부부가 처음 희재의 손을 잡은 지 1년 11개월 만에 ‘진짜 가족’이 된 것이다. 보육원에서 열린 네 번째 생일 파티 날, 생활지도원 ‘이모’가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마중 나오던 ‘진짜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인생에서 가장 슬픈 날을 보냈다”고 했던 희재. 아이는 그렇게 새로운 엄마아빠의 품에 안겼다.‘입양 가족’이란 정체성“엄마아빠 없는 후레자식!”이듬해 희재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날. 친구들에게 입양아라는 것을 밝힌 희재는 이런 말을 들었다고 했다. 희재는 “학교 가기 너무 싫어. 친엄마아빠가 보고 싶어”라고 울먹였다. 부부는 마음을 다잡았다. 알 것 다 아는 나이, 7살에 입양됐는데 친부모를 찾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부부는 희재와 인연이 닿았던 모든 기관을 반년간 수소문해 친부모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만나고 싶지 않다”는 단 한 줄. 몇 달 동안의 노력이 무색했다.그래도 부부는 희재를 아침마다 안아주며 말했다.“희재가 잘못해서 보육원에 맡겨진 게 아니고, 우리가 잘못을 해서 입양을 한 것도 아니야. 놀림 받을 이유는 전혀 없어.” 아이가 주눅이 든 날이면 더 많이 얘기했다. “희재가 우리 집에 와서 엄마아빠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단다.”가랑비에 옷 젖듯 희재에겐 조금씩 확신이 쌓여가는 것 같았다. 입양아라 놀리는 친구들의 눈을 피하는 대신에 당당하게 나섰다. 희재는 어느새 “입양에 대해 잘 알지도 않고 하는 말에 대꾸해줄 필요 없잖아요”라고 말했고, 부부는 그 순간 희재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친부모가 보고 싶다고 눈물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 대신 다짐을 밝혔다.“나중에 크면 저를 낳아 주신 엄마 아빠를 꼭 만나러 갈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낳아주셔서 감사하고 덕분에 이렇게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고요.”희재는 엄마아빠의 ‘껌딱지’가 됐다. 엄마가 밥을 준비하며 쌀을 씻거나 양치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간 잠깐의 순간에도 안겨 있었다. 매일 밤 부부 사이에서 잠을 자고 싶어 하는 통에 안방은 온 가족의 침실이 되고 희재의 방은 창고가 돼 버렸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모든 시간을 함께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희재는 “동생이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희재의 입양과정이 그토록 지난했지만, 그래도 자식이 원하는 것은 반드시 해주는 것이 부모라고 했던가. 부부는 동생 입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그러나 2020년 양부모가 생후 8개월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정인이 사건’ 이후 입양 절차가 더 복잡해졌다. 교육이 강화됐고, 입양 전 대면 상담이 의무화됐다. 2021년 경기 화성에서 보육원에서 만난 아이를 입양했던 부모가 아이를 숨지게 한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면서 특정 아동을 지정해 입양하는 것도 금지됐다. 입양 자체가 어려워지자 민간 입양기관도 하나둘 문을 닫았다.앞서 희재를 입양했던 기관으로부터 “무모하다”는 말을 듣고 상처를 받았던 부부는 다른 기관에 입양을 문의했다. 그때 돌아온 대답은 “왜 굳이 새로운 기관에서 하느냐”였다. 담당자는 “지금 당장은 입양이 어려우니 내년에 다시 문의 주세요”라고 했다.어쩌다 가족그즈음, 해성보육원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희재 동생을 하면 좋을 것 같은 아이가 있는데, 얼마 전 다른 보육원으로 갔다가 적응을 잘 못하고 있데요. 한 번 만나보시겠어요?”한걸음에 달려간 부부는 지난해 8월 나종민 군을 처음 만났다. 2016년 태어난 종민이는 여러모로 희재와 닮은 아이였다. 해성보육원 출신에 활발한 일곱 살, 그리고 친부모를 모르는 아픔까지. 희재와 종민이라면 형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희재처럼 아이를 지정해 입양할 수는 없었다. 수소문 끝에 “오래 위탁한 아이라면 나중에라도 예외적으로 ‘지정 입양’이 가능한 사례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친권 없이 아이를 맡아 기르는 제도인 ‘가정 위탁’은 입양보다 절차가 간단하다는 장점도 있었다.넉 달의 위탁 준비 과정을 거쳐 종민이는 진예와 재호의 둘째 아들이 됐다. 그해 12월 25일 성탄절이었다.종민이가 집에 온 첫날 희재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보드게임을 모조리 꺼내 들고, 꽁꽁 아껴뒀던 포켓몬 카드도 전격 공개했다. “이렇게 즐거울 수 없어요”라며 행복한 표정으로 잠이 들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다. 부부는 아이의 빠른 적응을 위해 종민이에게 집중했다. 종민이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을 알아차린 뒤엔 더 그랬다. 여러 양육시설을 옮겨 다닌 불안감 때문에 후천적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상담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희재는 평소 입에도 대지 않았던 물냉면과 ‘뼈 있는 치킨’이 식탁에 올라오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밤마다 희재의 전용석이었던 ‘엄마아빠 사이 자리’도 동생과 함께 누워야 했다. 외로움 때문에 동생을 원했는데, 동생 때문에 더 외로워지다니… 어느 날 희재는 말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말이 있던데요, 제가 오히려 장난감이 될 줄은 몰랐어요.”겨울방학이 끝나갈 즈음. 네 가족이 모여 사진 앨범을 펼쳐보던 중 형제는 문득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앨범은 같은 추억으로 가득했다. 엄마처럼 따랐던 생활지도사 ‘이모’ 사진을 짚으며 “지금도 잘 지내실까?”하고 그리워하고, 보육원에 남은 친구들 이야기를 하며 과거를 그리워했다. 그렇게 형제는 서로에 대한 공감대를 조금씩 싹틔웠다.엄마아빠를 두고 경쟁했던 형제는 서로 적응하며 양보하는 법을 길러 나갔다. 희재는 자신이 아끼던 자전거를 동생에게 물려줬다. 종민이도 차분히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어쩌다 이뤄진 가족이었지만 끈끈한 연과 유대로 묶여가기 시작했다.아무도 가지 않은 길“형 진짜 부럽다….”종민이가 온 지 1년이 됐을 무렵. 거실 가족사진을 본 종민이가 혼잣말을 했다. 엄마와 아빠, 희재 세 사람이 밝게 웃고 있었다. 그 후 종민이는 가족과 등산을 갔을 때 돌로 탑을 쌓으며 소원을 빌었다.“하루빨리 제 이름이 ‘나종민’에서 ‘정종민’이 되게 해주세요.”종민이의 바람과 달리 입양은 쉽지 않다. 최근 민간 입양기관 인력이 과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면서 입양을 의뢰하는 데만 최소 2년은 기다려야 했다. 종민이처럼 특정 아이를 입양하려면 시간이 더 걸렸다. 구청과 입양기관에 전화를 돌릴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매번 “2~3년 후 다시 연락 주세요”였다.2025년 7월 입양특례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민간기관이 수행하던 입양 업무가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이관된다. 이 때문에 민간기관도 선뜻 인력을 늘리지 않고 있다.“사전 검증도 정말 중요하죠. 하지만 결연 이후 과정을 더 검증한다면 입양 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의 입장도 헤아려주면 좋겠어요.”부부는 현실의 벽 앞에 답답해졌다. 두 아들을 보면서 부부는 “돌 지난 애들은 입양해서 키우기 어렵다”고 했던 주위의 만류를 떠올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 말 듣질 않길 잘했다고. ‘생후 1년’이라는 시간을 놓친 아이는 아무리 부모를 원해도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입양된 182명 중 종민이 같은 만 3세 이상 아동은 13명(7.1%)에 그쳤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도 부모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이들이라고 부부는 굳게 믿고 있다.가족은 올 추석을 충북 청주에서 보냈다. 2년 전 온라인 입양 커뮤니티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스물네 살 정수진(가명)도 함께였다. 무연고아동 출신으로 보육원을 퇴소한 그는 “제 엄마아빠가 돼 주실 분을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회생활 요령이 전혀 없는 상태로 사회에 나오니 매일 죽고 싶은 마음”이라고 털어놨다.부부는 그런 수진을 ‘큰딸’로 맞았다. 수진은 부부와 명절과 주말을 함께 보내며 인생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의지한다. 희재와 종민이도 정 씨를 자연스럽게 누나로 여긴다. 연휴 내내 아이들은 수진의 품에 안겨 나뭇가지로 솔방울을 치며 골프를 치거나 수진이 키우는 강아지와 뛰어놀았다. 부부는 “나이를 조금 먹은 아이들도 사랑받고 싶어 하는 것은 똑같다”고 입을 모았다.곧 사춘기를 맞는 희재는 “엄마 배 속에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부부는 “아들이 어둠을 털어내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 준비할 수 있게 해주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희재는 엄마아빠, 그리고 종민이 사이에 누워 보육원에서 불렀던 동요를 흥얼거린다.“아름다운 꿈 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 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정희재의 입양이야기―2일 광주에서 열린 입양 말하기 대회에서 낭독한 편지안녕하세요. 저는 정희재라고 합니다. 먼저 제가 누구인지 아셔야 하니까 제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저는 해성보육원이라는 곳에서 6살 때까지 별빛반이라는 곳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7살이 되어서 다른 보육원으로 떠나야 할 때 해성보육원에서 무료봉사를 하고 계셨던 우리 아빠인 정재호 아빠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해성보육원을 떠나기 전에 간디학교 교가라는 것을 수화(손으로 말하는 말)로 공연을 했는데 저희 엄마인 고진예 엄마가 공연을 보고 정재호 아빠한테 입양하자고 하시고 입양 과정을 거쳐서 저를 입양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엄마랑 아빠랑 같이 지내고 있습니다. 저의 소개는 간단하게 여기서 마치도록 하고 처음 입양 됐을 때를 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처음 입양됐을 때는 모든 것이 다 신기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보육원에 있었을 때는 많은 것을 못 보았기 때문이지요. 입양이 된 첫째 날 아빠가 게임을 무진장 시켜주셨습니다. 얼굴이 빨개지도록요. 하지만 이런 것을 아이한테 많이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아신 엄마아빠는 그 뒤로 게임을 1주일에 한 번 10분을 시켜주셨습니다. 지금은 1주일에 2시간입니다. 많이 달라졌지요. 엄마아빠를 만나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희 아빠는 평소에는 엄청 착하시지만 한 번 화내시면 엄청 무섭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제가 아빠를 무서워합니다. 참, 그리고 제가 입양아라는 것을 친구들에게 말해 보았는데 제가 친구들에게 입양아라는 걸 처음 말했을 때는 8살이었습니다. 친구들 중에는 그냥 ‘그렇구나’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어떤 애는 호로자식이라고 욕한 적도 있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참 슬펐지요. 가서 한 대 때려주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어쨌든 입양아는 호로자식이 아닌 것을 모르는 그냥 상식이 없는 애를 때려서 뭐하겠습니까. 입양아는 호로자식이 아닙니다. 내 동생 종민이(갑자기 이야기): 갑자기 제 동생 종민이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아까 가족을 소개할 때 미처 말을 못 했기 때문입니다. 제 동생 종민이는 2022년 12월 24일에 우리집으로 위탁되어 왔습니다. 사실상 말만 위탁가정이지 실제로는 입양과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애가 왜 들어왔느냐면 저는 엄마아빠가 없을 때는 혼자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동생이 있으면 같이 놀 수도 있어서 엄마아빠한테 입양해 달라고 조른 적이 많습니다. 속담 중에 동생은 내 장난감이라는 속담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위탁가정 했는데 공부도 잘하고(나보다는 아니지만) 운동도 잘하는(나보다는 아직 훨씬 부족하지만) 종민이를 위탁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동생이 생겨보니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며 사랑을 독차지 했습니다. 그리고 동생이 내 장난감이 아니라 내가 동생 장난감인 것처럼 종민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신데렐라 마냥 들어줘야 했습니다. 그래도 하나 밖에 없는 동생이니까 잘 해주려고 합니다. 자, 이야기가 많이 비틀려 갔군요.그리고 마지막입니다. 저에게 입양을 감정으로 표현해 보면 ‘감사’입니다. 저를 입양해준 엄마아빠한테도 감사하고 보육원에서 저를 잘 길러주신 이모들한테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다른 아이들도 다 이런 느낌일까를 생각해 보면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끝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미아: 품을 잃은 아이들’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차별화한 보도를 지향합니다. ‘히어로콘텐츠’(original.donga.com)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취재: 조유라 이승우 조민기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 ▽사진: 홍진환 기자▽편집: 하승희,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수진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뉴스룸 디벨로퍼▽인터랙티브 디자인: 여하은 차설 인턴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찍으면 품 밖으로 내몰렸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디지털 콘텐츠로 구현한 ‘그 아이들이 버려진 곳’()과 ‘사운드트랙: 품을 잃은 아이들’()로 각각 연결됩니다.광주=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광주=조민기 기자 minki@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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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정을 거둬주세요, 편견 없는 시선을 보내주세요”[히어로콘텐츠/미아③]

    아이가 보배인 저출산 시대에도 ‘품을 잃은 아이들’이 있다. 친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유기된 아이들. 그리고 부모가 방임한 아이들까지.올해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되 ‘익명 출산’을 허용하는 두 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우리 주위엔 여전히 미아처럼 품을 찾아 떠도는 아이들이 있다.그동안 이 아이들은 뭘 감내하며 살아왔을까.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베이비박스’(부모가 아이를 두고 가도록 마련된 상자)를 500시간 동안 관찰하고, 품을 찾아 떠도는 0~29세 아동·청년 47명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말한다. “미안해 아가야.”자립준비청년. 성인이 된 청년들에게 ‘자립준비’라는 모순적인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는 남들보다 빠르고 외로운 홀로서기를 맞닥뜨리기 때문일 것이다.과거 ‘보호종료아동’이라 불렸던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보육원), 공동생활가정(그룹홈), 가정위탁 등의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된 이들을 뜻한다. 친부모의 손에 자랄 수 없었던 각자의 사정은 모두 다르지만, 보호가 종료되는 순간부터 의지할 곳이 사라진다는 점은 같다. 2020년 유권자 연령이 하향되면서 만 18세는 선거에서 투표권도 행사할 수 있는, 거의 완전한 ‘법적 성인’인 나이가 됐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은 진학과 취업 같은 거대한 결정들 앞에 선 막막한 청년들이기도 하다. 세상의 편견도 날 것 그대로 마주해야 한다. 지난해 광주에서는 보육원에서 자란 자립준비청년 2명이 연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들의 유서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 “삶이 고달프다”라는 글이 남겨져 있었다.정부는 올해부터 자립 수당을 인상하고 맞춤형 사례관리를 강화하는 등 정책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돈과 제도만으로는 해소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10대부터 20대까지의 자립준비청년 35명을 만났다. 청년들은 말했다.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삶의 고비에서 도움을 줄 ‘믿을 만한 어른’, 눈치 보지 않고 꿈을 향해가라는 응원, 그리고 자신들을 있는 그대로 봐줄 편견 없는 시선이라고.이 가운데 4명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실어봤다. 링크를 통해 인터랙티브 기사 ‘사운드트랙: 품을 잃은 아이들()’에 접속하면 자립준비청년과 현재 보호를 받고 있는 아동들의 실제 음성으로 담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조병익(19·보육원 퇴소)친부모를 알 수 없는 무연고 아동으로 보육원에서 살다가 만 18세가 된 올해 퇴소했다. 올해 3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5월까지 수술을 받지 못한 채 ‘방 안에만 누워 뼈아픈’ 19번째 생일을 보냈다. 아직 만 19세 미만이라 수술을 받기 위해선 보호자 동의가 필요한데, 시설에서 퇴소해 후견인은 없는 ‘공백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홀로서기의 첫걸음을 내딛는 대학교 1학년에 겪은 그 일로 그는 인간관계 범위도 좁아지고 아르바이트도 더는 할 수 없었다. 치료를 마친 뒤 그는 노래 작사, 책 집필 등 세상을 향한 ‘날개’를 조금씩 펼치고 있다.후견 공백으로 수술 못 받고 방에서 은둔한 ‘19번째 뼈 아픈 생일’올해 3월에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다가 신호위반 차량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어요. 근데 생일인 5월 말까지 수술받지 못해서 집에 누워만 있었어요. 병원에서는 제가 만 19세 미만이라 보호자 동의가 없으면 수술을 안 해준다는데, 시설에선 퇴소 후에는 (후견인 역할을) 해줄 수 없다고 해서요. 두 달 동안 진통제와 항생제 처방만 받고 거의 은둔하면서 살다가 5월에 수술받았죠. 그동안 손목 인대도 파열되고 잃은 게 많아요. 스트레스 때문에 불면증까지 왔어요. 정부도 병원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하고, 세상이 다 부정적으로 보이더라고요.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까 보육원 과장님이랑 선생님만 주구장창 찾아갔어요. 혼자 사는 게 나쁜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저처럼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생겨요. . 보호종료 후에 이런 공백이 생기지 않게 후견인 제도가 개선되어도 좋을 것 같아요. 예외적인 상황에선 본인이 혼자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어요. 부모 없이 혼자서 컸다는 게 제 잘못은 아니잖아요어렸을 땐 부모님 없는 보육원 애는 불쌍하고 딱하다는 인식이 박혀있었던 것 같아요. 학교 친구들도 제가 보육원에 산다는 소문을 듣고 나서부터 저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보육원 선생님은 ‘보육원 출신은 절대 창피한 일이 아니야. 오히려 또래 애들보다 풍족할걸? 누가 불쌍하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너희도 우리처럼 돈 많니’라고 당당하게 나서라’고 말해주셨어요. 고등학교에 가서야 비로소 학기 첫날에 반 친구들에게 “나 보육원 출신이야”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실제로 저희는 돈 관리도 일찍 배웠고, 삶에 대한 경험이랑 지식도 다양하게 얻었어요. 사람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아유, 불쌍한 것” 하기보다 “우리와는 다르지만 잘 사는 것 같다”, “대견하다”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최근에 가사를 쓴 자작곡 ‘웃고 있네’에도 이런 마음을 담았어요.김민정 (23·가명·그룹홈 퇴소)부모님이 이혼한 뒤 아버지와 살며 심한 폭력과 방임을 당했다. 한겨울에도 찬물로 씻고 반찬은 김치뿐인, ‘쓰레기장’에 가까운 집에 살았다. 중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의 아동학대 신고로 그룹홈으로 분리됐다. 하지만 아버지의 집에서도, 그룹홈에서도, 자립한 뒤에도 그는 든든히 의지할 곳 없이 눈치를 보는 생활을 해야만 했다. 아동복지 전문기관 초록우산이 지원하는 경기 남부 청년 자조모임 ‘청자기’를 만나며 조금씩 자신감을 찾은 그는 정책 제안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나중에 결혼할 때 혼주석에 앉을 사람이 없어요제가 가족에 얽힌 사연을 꺼내서 이야기하면 듣고 ‘잘 컸다’고 다독여줄 사람은 없을 것 같아서 두려워요. 나중에 제가 결혼을 할 때를 상상해도, 혼주석 자리에 누가 앉을까 생각하면 좀 슬퍼져요. 진짜 앉을 사람이 없거든요.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랑 정말 풋풋하고 귀엽게, 꽤 오래 사귀었어요. 1년 정도 만났을 때 남자친구 군입대를 앞두고 (남자친구) 어머니께 처음 제 이야기를 해드렸어요. 그분께서 그동안 계속 제게 부모님에 대해 질문하셨는데 매번 둘러대고 거짓말했거든요. 근데 그분이 제가 자라온 이야길 듣고 첫 번째로 하신 말씀이 “야. 너는 결혼식 작게 해야겠다”였어요. 그리고 “너는 상대방 부모님이 좀 세야겠다. (남들이) 너 못 건드리게”였어요. 절 그렇게 깎아내리실 줄은 몰랐어요. 저는 노력 되게 많이 했거든요. “이렇게 자랐지만 할 수 있는 게 많다”라는 걸 보여주려고요. 남자친구 집에서 놀고 나서도 굳이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했어요.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은 사이가 좋아질 수 있을 거라고 믿었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해도 결국 돌아오는 건 “너 이젠 우리 집 오지 말아라”는 한마디 였어요.지원책이 있으면 뭐 해요. 필요할 때 옆에 있어 주지 않는데.“정부가 하는 자립지원통합서비스에 대해 정말로 할 말이 많아요. 최대 5년까지 주기적으로 맞춤형 지원을 해준다는 정책이거든요. 근데 실제로는 일대일로 배정되는 상담사 개인 성향에 따라 너무 달라져요.최근에 제가 치과 진료비를 최대 1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큰맘 먹고 치과에 갔어요. 선천적으로 이가 안 좋아서 임플란트를 해야 했거든요. 담당자분께도 시간 맞춰 와달라고 말씀을 드렸죠. 근데 그분이 약속 시간이 한 시간 넘게 지났는데 전화도 안 받는 거예요. 겨우 통화가 됐는데 “카드 번호만 알려줘도 결제 가능하다니까 안 갈게요” 하더라고요. 전 병원 직원이랑 다른 환자들에게 민폐 덩어리가 돼서 눈치를 보는 동안, 본인은 그냥 여기까지 오는 게 귀찮다고 당일에서야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한 거죠. 한두 번이 아니에요. 처음에도 다짜고짜 “과거 얘기 좀 해보세요” 하기에 기분이 나빠서 “조금 불친절하신 것 같네요”라고 했더니 “일이니까”라고 대꾸하더라고요. 한 번은 제가 너무 열이 나고 아파서 아침 일찍 전화를 건 적이 있어요. 근데 바로 거절하고 문자로 “오전 9시~오후 6시 사이에 연락해주세요”라고 답장이 온 거에요. 너무 서러웠어요. 당장 와달라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약값이나 병원비 지원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려던 건데 너무 매몰찼어요.물론 제가 필요했던 게 지원금이긴 해요. 하지만 지원제도의 가장 큰 취지는 옆에서 지켜줄 어른을 만들어주겠다는 것 아닌가요? 정말 필요할 때 옆에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정혜세(22·보육원 퇴소)정혜세의 엄마는 건강이 좋지 않은 미혼모였다. 태어나자마자 보육시설에서 여러 ‘엄마’(생활지도원)의 손에 자랐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야 보통 아이들의 엄마는 1명뿐이라는 걸, 엄마는 ‘출근’하거나 ‘퇴근’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태어나 첫 충격에 빠졌다. 사춘기에 꽤나 방황하다 “야, 엄마아빠 없는 게 네 잘못은 아니잖아”라는 같은 반 친구의 말에 큰 위안을 받았다. 현재 LH 매입임대주택에서 살며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그는 자신에게 여전히 집요하게 따라붙는 ‘부모님 관련 질문’에서 벗어나고 싶다. 대한민국에선 모든 질문이 ‘부모님은?’으로 끝나요고등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거든요. 그럼 사람들이 “부모님이 용돈 안 주냐”고 물어보죠. 부모님이 맞벌이라고 둘러대기는 좀 그래서 “그냥 제가 용돈 벌려고요”라고 얘기하면 또 “부모님이 뭐라고 안 하시냐”고 해요. 제가 “부모님이 괜찮다고 하셨어요” 해도 “그래도 학생 때 공부를 해야지” 하고 이어져요. 그나마 학생이었을 땐 제가 좀 무례하게 대답해도 “애가 사춘기라 예민하네” 하면서 넘어가 줬거든요? 성인이 되고 나니까 함부로 쳐내기가 더 힘들어졌어요. 요즘은 사람들이 물어봐도 대꾸를 안 하게 돼요. “(가족들과) 집에서 살아요?” 하고 물어보면 “아, 예, 그냥 혼자 살아요.”하고, “부모님은?” 이러면 “뭐, 알아서 잘 사시겠죠.” 이런 식으로 넘겨요. 대한민국에서는 뭐만 하면 ‘부모님’으로 끝나는 거예요. 확실히 부모님이 있다는 게 디폴트(기본값)에요. 없다는 게 창피하거나 부끄럽진 않은데, 뒤에서 사람들끼리 제 얘기를 하는 게 너무 싫었어요. 그런 게 왜 궁금한지 모르겠어요. 저는 살면서 남의 부모님이 궁금한 적이 없었거든요.부모님이 없는 게 꼭 ‘마이너스’는 아닌 것 같아요가족관계증명서를 떼면 전 아무도 없어요. 스무살 때 군대 면제 처리할 때 구청 직원분께 증명서를 보내드렸더니 ‘오, 혜세 씨 깔끔한데요’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둘이서 “어유 좋은 거죠” “깔끔해요, 빨리빨리 처리할 수 있네요” 하고 농담했죠, 하하.부모님이 없는 게 제게 꼭 ‘마이너스’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집도 좋은 곳을 지원받아서 살고 있고요. 물론 부모님이 있으면 ‘플러스’일 수도 있지만 늘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부모가 자기 애들을 학대하거나 빚을 물려주는 경우도 많더라고요.제 친구는 미술 쪽에 재능이 있어요. 그런데 자기 부모님께 “저 부모님 가게 물려받기보다 미술을 하고 싶다”라고 얘기했다가 곧바로 거절당했어요. “무슨 미술이야. 와서 일이나 도와. 우리한테는 네가 짐이야” 이런 식으로 얘기하셨다더라고요. 어떻게 반응을 해야 될지 딜레마였어요. 친구 부모님을 욕할 수도 없잖아요.이동권(28·가정위탁 종료)초등학생 때 부모가 이혼한 뒤 아버지, 큰아버지와 같이 살았다. 아버지는 2, 3일씩 집을 비웠고, 큰아버지는 동권을 자주 때렸다. 두 사람이 피운 담배 냄새는 어린 동권의 온몸에 깊이 스며들었다. 같은 반 아이들은 ‘담배 피우는 아이’라며 동권을 따돌렸다. 13살 때 이모 집에 위탁돼 사촌들과 함께 자랐다. 독립한 뒤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현 아동권리보장원에 통합됨)에서 운영한 가정위탁정책참여단 ‘라온제나’에서 활동했다. 남들이 꿈과 진로를 얘기할 때 저는 꺼낼 말이 없어요저는 중학교 때부터 역사에 정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막상 대학 진학할 땐 이모와 집안 어른들한테 갑작스럽게 진로를 부정당하면서 어른들에 대한 신뢰도 잃었고, 의지할 곳도 없었어요. 그러면서 방황이 시작됐어요. 선생님들도 저를 굉장히 불쌍하고 도움을 줘야 되는 존재, 군대로 치면 관심 병사로 취급하는 게 느껴졌어요. 지금도 남들이 꿈이라던가 진로 얘기를 할 때 저는 사실 얘기할 게 없어요.‘라온제나’를 접하고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였어요. 먼저 들었어요. 그동안 주변 애들은 다 정상적으로 엄마 아빠 밑에서 자라는데 나는 왜 이모 밑에서 이렇게 커야 하는지 의문이었거든요. 그런데 저처럼 ‘가정위탁’이란 울타리 안에서 지원받는 친구들이 상당히 많고, 활발하게 잘 지내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처음 본 거죠.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 감정은 ‘나도 나중에 저렇게 잘 자립할 수 있겠구나’라는 안도감이 가장 컸어요. 그전까지는 제 미래가 아예 어두컴컴한 느낌이었다면, 그때부터 길이 여러 갈래 보이는 느낌이었죠.너무나 다른 ‘자립준비청년’들, 한 명 한 명 기댈 곳 생겼으면최근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긴 했는데, 여전히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은 것들도 반반인 것 같아요. 단순히 ‘지원금 주면 되겠지’ 멘토 붙여주면 되겠지’ 하는 식으로요. 근데 장학사업을 예로 들자면, 솔직히 자신의 꿈을 이미 명확하게 정한 친구들만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일반 가정에서 자라는 친구들도 진로를 못 찾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시설이나 위탁으로 자란 친구들은 더욱 그렇거든요.자립준비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을 하나 고르기엔. 각자의 차이도 너무 커요. 보호시설과 가정위탁이 다르고, 특히 가정위탁의 경우에는 집집마다 환경이 더 달라요. 어떤 집은 보호가 종료된 뒤에도 정말 친자식처럼 여길 수 있지만, 보호기간에만 보살피는 집도 있죠. 지금도 지역별 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 가장 연락이 안 되는 아이들이 가정위탁이래요. 보호자가 연락을 안 받으면 방법이 없으니까요.당사자에게 여러 선택지를 주고 고르라고 하기보단, 차라리 아이들이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센터를 활성화하고 그곳에서 각 아이에게 맞는 자원을 배분해 준다면 좋겠어요. 사실 갓 스무살 된 친구들은 자기에게 뭐가 부족한지 자체를 알기 어려워요. 특히 돈 관리는 정말 닥쳐봐야 알거든요. 저도 대학생 때 신용카드 발급이 된다기에 해봤다가 연체된 적도 있었어요. 보호가 종료되기 전, 아직 보호 중일 때부터 지원이 시작되면 아이들이 덜 헤맬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미아: 품을 잃은 아이들’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차별화한 보도를 지향합니다. ‘히어로콘텐츠’(original.donga.com)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취재: 조유라 이승우 조민기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 ▽사진: 홍진환 기자▽편집: 하승희,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수진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뉴스룸 디벨로퍼▽인터랙티브 디자인: 여하은 차설 인턴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찍으면 품 밖으로 내몰렸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디지털 콘텐츠로 구현한 ‘그 아이들이 버려진 곳’()과 ‘사운드트랙: 품을 잃은 아이들’()로 각각 연결됩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조민기 기자 minki@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 202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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