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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이학재 의원과 바른미래당 측이 이 의원이 국회 정보위원장직을 유지하는 문제를 두고 ‘전례(前例) 공방’을 벌였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바른미래당이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19일 “2016년 진영 의원은 당시 당적 변경을 하면서 안행위원장 자리를 내놓았고, 1998년 김종호 정보위원장도 한나라당에서 자민련으로 옮기면서 정보위원장직을 내놓았다”며 이 의원에게 정보위원장 자리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적 변경과 관련해 상임위원장을 내려놓은 전례가 없다는 이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이 의원이 한국당으로 가면서 정보위원장 자리를 갖고 간 건 벼룩의 간을 빼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1일 이 의원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반격에 나섰다. 이 의원은 “진영 의원은 2016년 3월 새누리당을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위원장을 사임하겠다고 했지만, 본회의에서 사퇴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19대 국회가 끝날 때가지 위원장으로 남아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김종호 의원은 1998년 4월 3일 한나라당을 탈당해 같은 달 7일 국회의장 허가로 위장에서 사임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달인 5월 29일에 15대 국회 전반기가 끝나는 상황이어서 보궐로 후임 선출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오히려 당적을 바꾼 수많은 상임위원장들이 아무 일도 없이 위원장직을 수행한 것이 더 정확한 사실”이라며 “‘마녀사냥’으로 나의 복당을 흠집 내는 것은 한국당 중심의 보수통합 본격화를 경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21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특별감찰반에서 직무 배제를 당하기 직전 현역 의원인 A 장관의 비위 정보를 수집했다”고 폭로했다.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비위 보고서 외에 또 다른 여권 실세의 뒤를 캐다가 청와대의 눈 밖에 났다는 주장이다. 김 수사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 대사 보고 건은 시작점이었고 마지막 즈음 A 장관 비위 건이 큰 화근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 “실세 장관 뒤 캐다가 팽당했다” 김 수사관은 “올 10월경 조사 중이던 사건 가운데 A 장관의 직무 관련 비위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A 장관이 산하 공공기관에서 진행 중이던 납품업체 B사에 대한 내부 감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것. A 장관은 정치권에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수사관이 보고한 내용에는 “A 장관이 B사 사장과 친분이 두터워서 예전부터 정부, 지방자치단체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수사관은 “(A 장관 관련 보고는) 내용의 골자 정도는 조사를 했다. 근거 자료가 있어야 하는 ‘첩보’로는 미흡하지만 ‘동향(정보)’으로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 수사관은 또 “A 장관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은 상세하게 ‘일일보고서’에 썼다”며 “일일보고는 무조건 비서관에게까지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김 수사관은 “여권 인사 관련 보고를 안 좋게 생각한다고 계속 느껴 왔다”며 “일일보고 내용을 모른다는 건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형철 대통령반부패비서관은 “일일보고는 김 수사관이 피감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관에 지원해 물의를 빚은 뒤 근태관리를 위해서 받은 것이다. 정식 보고가 아닌데 거기에 쓴 내용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경찰청 조회 메모엔 지인 이름 없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김 수사관을 특감반에서 내보낸 일이 A 장관 비위 첩보 수집 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국당 특감반 의혹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시작 단계부터 청와대와 김 수사관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김 수사관이 누명을 썼는지도 핵심 조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지난달 2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방문해 지인 최모 씨가 연루된 사건의 수사 정보를 알아본 일이 문제가 돼 감찰을 받았고 검찰로 원대복귀 조치됐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 수사관은 “최 씨 사건을 알아보려 한 일이 없다. 최 씨가 수사를 받는 중이라는 걸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청 방문 당시 사건 제목을 프린트해 가져갔던 메모지에 경찰 관계자가 진행 상황을 적어준 손 글씨에 최 씨 이름이 없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한편 이날 한국당은 청와대가 김 수사관이 작성한 김상균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의 비위 첩보를 묵살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김 수사관이 ‘김 이사장이 부이사장일 때 부하 직원들에게 금품을 갈취한 적이 있다. 인사비서관실로 이첩해 인사 참고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올렸다는 것. 김도읍 진상조사단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상당한 지위에 있던 정권 실세가 김 이사장을 비호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인사검증 라인이 금품 상납 내용을 검증했지만 목격자로 지목당한 당사자가 금시초문이라고 확인했고 상납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임명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한국당 진상조사단 의원들은 이날 김 수사관과 만나 “검사 출신 전직 의원 및 당직자 등을 변호인으로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김 수사관은 한국당 제안을 검토해 변호인단을 구성하기로 했다.최우열 dnsp@donga.com·최고야 기자}

대통령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 지난해 박근혜 정부 실세였던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의 지역구 후원 단체 및 관련 기업과 기업인 등 민간인 동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정황이 20일 드러났다. 전날 한국당이 폭로한 전 특감반원 김태우 검찰 수사관 작성 보고서 리스트에 이어 각각의 문건 내용도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 김태우 “최경환 첩보 작성 지시받았다” 추가 폭로 동아일보가 입수한 김 수사관의 ‘전 기재부 장관 최경환 비위 관련 첩보성 동향’은 유력 기업의 A 대표와 최 의원 간 모종의 의혹이 있다는 취지로 작성된 A4용지 3장 분량의 보고서다. 지난해 7월 25일 작성된 이 보고서엔 “A 대표가 (최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 청도 지역의 30여 개 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모임의 회장으로 활동 중이며, 이 모임은 최 의원의 후원 단체”라고 야당 의원 관련 구체적인 동향이 적시되어 있다. 또 A 대표와 최 의원 사이에 오간 구체적인 후원 관련 정황도 있다. 최 의원 및 기업인 관련 인물 프로필 자료, 관련 언론기사 출력물, 기업 소개 자료 및 사업보고서 등이 첨부되어 있다. 김 수사관은 이 보고서가 이인걸 특감반장에게까지 보고가 됐고, 이 반장은 김 수사관에게 또 다른 최 의원 관련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구체적인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수사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보고서를 특감반장에게 보고했는데, 특감반장은 ‘최경환에 대한 보고서는 이미 많이 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이후 “특감반장이 ‘내용은 좋은데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동향성 정보이니 내용을 보완해 (어느 정도 사실관계가 확인된) 첩보로 만들어 오라’고 지시했다”고 김 수사관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특감반장은 김 수사관이 자신에게 각종 보고를 올리는 과정과 관련해 “정식 보고서를 쓰는 단계는 내가 (김 수사관 등을) 불러서 이런 건 더 확인해보고 조사하고 보고서를 올리라고 했을 때 진행된다”고 해명한 바 있다. 박형철 대통령반부패비서관은 이 문건에 대해 “김 수사관이 초기에 업무 파악을 못하고 썼다가 이 특감반장으로부터 지적받고 폐기된 문건”이라고 했다. 최 의원 측은 “검찰이 이 잡듯 수사를 했는데 이런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수사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민정수석실이 조직적으로 야당 정치인 동향을 파악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 한국당 조국 등 고발 vs 청와대 “개인 일탈” 한국당은 최경환 의원 관련 첩보 문건 등에 대해 “명백한 야당 정치인 사찰”이라고 규정하면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미 드러난 것만 해도 민간인 사찰을 했고 정권 실세들 비리는 묵살했다는 게 명백히 드러났다”고 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 실세 사찰 보고 묵살 및 불법 사찰 의혹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당 법률지원단장 최교일 의원은 “청와대가 김 수사관을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수원지검으로 이송하기로 한 것은 사건 축소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김 수사관에 의해 작성된 한국도로공사 이강래 사장 관련 의혹 보고서에 대해 국토위 긴급 현안질의를 요구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민평당 정동영 대표는 20일 라디오에서 “정부 여당의 대응이 안이하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옷 로비 사건은 실체적 진실이 별것은 아니었지만 그 과정에서 정권이 엄청난 치명상을 입었다”고 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청와대에서 (김 수사관의 민간인 사찰) 사실을 알면서도 한참 동안 가만히 뒀다는 정황이 있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범죄자(김 수사관) 얘기에 근거해 공당(한국당)이 그런 식의 폭로를 하면 되느냐”라고 비판했다. 김 수사관의 폭로에 연일 브리핑을 갖고 적극 반박에 나섰던 청와대는 20일 침묵을 지켰다. 이번 파문을 “개인의 일탈 행위”로 규정하고 논란을 더 키우지 않겠다는 의도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모든 설명이 끝났다고 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추가 반박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최우열 dnsp@donga.com·최고야 기자}

자유한국당이 19일 공개한 ‘김태우 리스트’는 총 104건이다. 김태우 수사관이 대통령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특별감찰반원으로 활동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생산한 첩보 문건 목록들이 담겼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리스트를 공개하며 “민간인 사찰과 정권 실세의 비리 은폐 의혹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당이 문제를 제기한 문건 중 최소 3건은 조국 대통령민정수석에게까지 보고됐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책임론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 정보 수집 등 문제성 문건 지목 한국당은 이날 1차로 김태우 리스트 가운데 11건을 문제 문건으로 꼽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관계자에 대한 첩보 보고와 민간인 정보 수집, 여권 핵심 관계자에 대한 비리 의혹 묵살 등에 관한 것이다. 이 가운데 전(前) 정권 관계자 첩보 보고는 모두 3건. ‘전 기재부 장관 최경환 비위 관련 첩보성 동향’ ‘박근혜 친분 사업자, 부정청탁으로 공공기관 예산 수령’과 이명박 정부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의 주파수 경매와 관련해 한 민간기업에 특혜 제공 의혹이 있다는 문건이다. 민간인 관련 정보 수집 의혹이 있는 문건들도 공개됐다. 특히 이 중에는 앞서 청와대가 해명한 고건 전 국무총리의 아들 고진 씨의 비트코인 사업 관련 동향 보고와 함께 ‘진보 교수 전성인 사감으로 VIP(대통령) 비난’이라는 제목의 보고가 포함됐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 문건이 생산된 올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히자 정부 경제정책이 개혁성을 잃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측근의 대선자금 모금 시도 의혹과 언론사에 대한 동향 보고는 야당과 언론 사찰 의심 문건으로 지목됐다. 한국당이 문제 문건으로는 분류하지 않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에 대한 첩보 보고 문건도 포함돼 있었다. 김 수사관이 지난해 7월 12일 작성한 ‘한국금융연수원장 과거 부적절 처신 동향’과 지난해 8월 7일 ‘산업은행장 관련 비위 동향’이다. 조영제 전 금융연수원장은 올 4월 임기 6개월을 남기고 사퇴했으며 이동걸 전 KDB산업은행장은 8월 취임 1년 만에 사퇴했다. 나 원내대표는 “정치 보복과 권력 유지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작성할 이유가 없는 문건”이라며 “청와대는 개인 일탈로 몰아가려 하지만 김 수사관은 분명 윗선의 지시를 따른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靑 “지시한 적 없다” 해명… 일부 윗선 보고 김 수사관의 상급자인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갖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아무런 지시 없이 자신이 생산한 문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문제를 제기한 11건의 문건 중 10건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전성인 교수 관련 문건과 MB 정부 방통위 황금 주파수 경매 관련 보고서에 대해서는 “특감반 데스크도 그렇고 이인걸 특감반장도 그렇고 이 두 보고서를 보고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올 8월 김 수사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사 민원이 적발된 때라는 점을 언급하며 “(김 수사관에게) 근신 기간 한 달을 뒀는데, 그 기간에 본인이 작성한 보고서로 추정된다”고 했다. 또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관련 보고와 홍준표 전 대표의 대선 자금 모금 보고에 대해선 “특감반 초기에 (김 수사관이) 이전 정부에서 민간 영역까지 다양한 첩보 수집을 하던 관행을 못 버리고 특감반장에게 보고했다”며 “우리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다르니 앞으로 이런 첩보를 수집하지 말라고 제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특감반장에 의해 폐기된 보고서”라고 덧붙였다. 또 언론사 관련 보고 문건에 대해선 “언론 사찰 소지가 있으니 작성하지 말라고 해서 이인걸 특감반장이 폐기한 보고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 친분 사업가의 부정청탁 의혹 문건과 ‘방통위 고삼석 상임위원,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갈등’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관련 비위 첩보’ 등 3건은 조국 수석에게 보고됐다고 밝혔다. 일부 문건은 반부패비서관실을 넘어 윗선까지 보고됐다는 점을 인정한 것. 박 비서관은 “직무범위 내의 업무”라고 밝혔지만 문건에 어떤 내용이 담겼느냐에 따라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최고야 best@donga.com·문병기·한상준 기자}

이학재 의원이 18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복당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통합해 바른미래당이 만들어진 후 현역 의원 탈당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2년여 동안 당을 떠나 무너진 보수를 되살리고자 했지만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봤듯 국민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며 “한국당에 돌아가 보수의 개혁과 통합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역할을 4번이나 맡아 한때 원조 친박(친박근혜)으로 통했다. 한국당은 15일 당협위원장 인적 쇄신안을 발표하며 이 의원의 복당에 대비해 그의 지역구(인천 서갑)를 비워두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바른미래당 당원 10여 명이 “이 의원은 바른미래당 몫 상임위원장인 정보위원장직을 내놓고 가라”며 항의해 한때 소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 의원은 정보위원장직을 고수할 뜻을 분명히 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신동엽 시인의 시 ‘껍데기는 가라’를 인용해 “본래 자기 것이 아닌 것은 놓고 가라”는 논평을 냈다. 손학규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이지만 절에서 준 이부자리까지 들고 가는 법은 없다”고 불쾌감을 내비쳤다. 내년 2월 말 열리는 한국당 전당대회를 전후해 바른미래당 의원의 추가 탈당도 점쳐지고 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는 측근들에게 “바른미래당으로는 개혁보수의 가치를 실현할 수 없게 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꾸준히 해왔다. 유 전 대표와 가까운 이혜훈, 지상욱 의원도 탈당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 전 대표의 측근인 류성걸 전 의원도 이날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한국당에 복당했다. 17일에는 이명규, 배영식 전 의원도 한국당에 복당했다. 한편 당협위원장에서 배제된 한국당 의원들은 보수 재편 가능성을 언급하며 벌써부터 ‘포스트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대비하고 있다. 홍문종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새 지도부가 나름의 스크럼을 다시 짤 것”이라며 기대를 보였다. 윤상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반문(반문재인) 연대는 통합의 문을 활짝 여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자유한국당이 당협위원장 인적 쇄신 명단을 발표했지만 21대 총선 공천에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2020년 총선이 아직 1년 4개월 남아 있는 데다, 2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를 끝으로 마무리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직접적인 총선 공천 배제 권한을 가진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쇄신안 발표로 당협위원장 자격이 박탈되거나 응모를 제한받는 현역 의원 21명은 차기 총선에서 선수(選手)를 쌓는 데 큰 장애 요인을 만난 것은 사실이다. 당 차원에서 보수정당 몰락의 책임자로 ‘공인’했고, 당협위원장을 뺏기면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 안팎에선 “일시적 조치 아니냐”란 얘기가 계속 나온다. 실제로 나경원 원내대표는 15일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병준 위원장에게 1년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면 다시 구제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면 안 된다고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인적 쇄신을 주도한 조직강화특별위원회와 김병준 비대위로선 공모지역 79곳에 새 피를 얼마나 수혈할 수 있느냐가 이번 물갈이의 성패를 가를 듯하다. 당 관계자는 “6·13지방선거 때도 출마한다는 사람이 없어 고생했고, 지금도 당 우세 지역이 아니면 현역 의원에 대항해 지역조직을 맡겠다고 나설 사람이 거의 없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선 물갈이 대상 지역에 바른미래당 의원의 지역구가 일부 포함된 것을 두고는 보수 통합을 염두에 둔 결정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바른미래당에서 한국당 입당을 준비하고 있는 이학재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서갑,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 지역구인 서울 관악을 당협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됐다. 원외 당협위원장 중 당내 유력 인사의 계보로 꼽히는 인물들이 배제된 것도 눈에 띈다. 홍준표 전 대표가 영입한 국민의당 출신 강연재 변호사와 김대식 전 여의도연구원장(공모 지원은 가능),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이었던 홍지만 홍보본부장, 서청원 의원과 가까운 박종희 전 의원 등이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당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자유한국당이 15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김무성 최경환 의원 등 현역 국회의원 21명에 대해 당원협의회 위원장직을 박탈하거나 향후 공모에서 배제하기로 전격 결정해 파장이 일고 있다. 복당파는 9명, 친박(친박근혜)계 또는 잔류파는 12명이다. 소속 의원 112명 중 18.8%를 물갈이하는 것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에 책임이 있는 사람과 탄핵 및 분당을 추진한 사람 양쪽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 원외 당협위원장을 포함하면 전체 253개 당협 중 79개인 31.2%가 교체 대상이 됐다. 이번 물갈이를 주도한 한국당 조직강화특위의 전주혜 위원은 “2016년 총선, 최순실 사태, 보수정당 분당(分黨), 대선과 지방선거의 패배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인적 쇄신 배경을 설명했다. ○ 탄핵 둘러싼 친박·비박 모두 심판 이번 조치는 총선 국면이 아닌 ‘평시’에 이뤄진 것으로는 전례 없는 수준의 인적 쇄신 규모다. 1년 전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서청원 유기준 배덕광 엄용수 의원 등 현역 4명을 포함한 62명을 물갈이했던 것과 비교해도 규모가 크다. 조강특위는 비박(비박근혜)계·복당파의 좌장인 김무성 의원에게 2016년 총선 공천 당시 ‘옥새 파동’으로 청와대와 대립하면서 한국당이 원내 2당으로 밀려난 책임과 탄핵 정국에서의 보수정당 분열 책임을 물었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박근혜 정부 요직을 지내면서 최순실 국정 농단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도록 했다. 김 의원은 이미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협위원장을 사퇴했고 최 의원도 기소 수감 등으로 현직 당협위원장은 아니지만 상징적 의미에서 배제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게 조강특위의 설명이다. 친박계·잔류파 배제 대상 현역 의원(12명)인 홍문종 윤상현 의원 등은 당 사무총장을 이어 맡았고, 원유철 김정훈 의원은 2016년 총선 당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서 패배를 막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박근혜 정부의 요직을 지낸 김재원 곽상도 윤상직 정종섭 의원 등은 국정 농단을 막지 못한 점이 고려됐다. 복당파 중 배제 대상이 된 권성동 김용태 이군현 황영철 홍일표 의원 등 8명은 탈당을 주도한 책임을 물었다.○ 반발 움직임, 당 대표 선거로 수렴될 듯 당초 조강특위는 현역 의원 38명을 물갈이하는 쇄신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과도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재논의 끝에 ‘21명’으로 조정됐다. 15일 명단을 확정하기 위한 비대위원회에선 나경원 원내대표가 “각각의 배제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자, 이진곤 조강특위 위원은 “비대위가 특위 안을 받든지 거부하든지 양단간에 선택을 하라. 수정안은 없다”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나 원내대표는 회의 뒤에도 “단일대오를 이루고 대여 투쟁을 하는 데 진통이 있지 않을까 싶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배제 대상이 된 의원들의 움직임은 엇갈렸다. “소명과 재심의 기회를 줘야 한다”(홍문표) “특정 지역, 특정 인물만 겨냥한 표적 심사”(곽상도)라는 반발도 나왔지만 수용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할 말이 많지만 말을 아끼겠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이라면 따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 반발한 탈당이나 집단행동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최우열 dnsp@donga.com·최고야 기자}

“행정부와 달리 국회의원들한테는 차량을 정부에서 지급을 안 해요. (국회의원) 보수체계를 바꾸면 (행정부와) 비슷하게라도 해 주나요?”(야당 국회의원 A) “연봉제로 바뀌면 국회의장과 부의장, 위원장, 국회의원 연봉 간에 차등이 발생한단 말이에요. 다들 헌법기관으로서 선출된 공직자들인데 누구는 연봉이 많고 누구는 연봉이 적은 건 맞지 않고….”(여당 국회의원 B) 올해 3월 2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운영소위 회의록에 담긴 내용이다. 국회의원 보수 중 비과세 혜택을 없애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개편안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어깃장을 놓았다. 국회의원 스스로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게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날 소위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의견을 반영해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의장 의견’으로 제시한 국회의원 보수 개편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정 전 의장은 국회의원 보수 중 비과세 대상인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를 폐지하고, 국회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회의원 보수 산정위원회’를 설치해 의원 보수를 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활동비를 폐지하면 국회의원 세후 보수가 15% 정도 감액된다. 비슷한 내용을 담아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이 각각 발의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이날 함께 상정됐다. 그러나 소위 여야 의원들은 행정부와의 처우 비교나 의장단, 상임위원장 연봉과의 형평성만 따지다가 회의를 끝냈다. 20대 국회 들어 의욕적으로 추진되는 듯했던 국회의원 보수 개편은 이렇게 흐지부지됐다. 두 여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아직까지 국회 운영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한 여당 국회의원은 “‘셀프 인상’이다 뭐다 해서 국민 여론이 들끓을 때만 의원 보수 개편안이 반짝 논의될 뿐 여론이 식으면 국회 논의 자체가 진척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보수 어떻게 정해지나 최근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세비 인상 논란이 불거졌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연봉을 1억4000만 원에서 1억6000만 원으로 2000만 원(약 14%)가량 올렸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청원에 순식간에 19만 명이 참여했다. 결과적으로 연봉 14% 인상 보도는 오보로 밝혀졌다. 국회 사무처는 “세비가 14% 인상됐다는 보도는 사무실 운영경비와 차량 유지비, 유류비 등 의원 개인 보수와 상관없는 각종 지원 비용을 합산한 데 따른 오해”라고 밝혔다. 사무처에 따르면 국회의원 보수는 크게 수당과 활동비로 나뉘어 있다. 수당은 △일반수당 △관리업무수당 △정근수당 △명절휴가비 △정액 급식비로 구성된다. 활동비는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로 돼 있다. 이 중 이번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인상된 것은 일반수당과 관리업무수당, 정근수당, 명절휴가비 등 4개 항목이다. 나머지 3개 항목은 동결됐다. 금액으로는 의원 수당이 행정부 공무원들의 내년도 보수 인상률(1.8%)을 반영해 연 1억290만 원에서 1억472만 원으로 올랐다. 여기에 전년과 같은 금액으로 동결된 활동비(4704만 원)를 합친 의원 총 보수는 지난해보다 1.2% 오른 1억5176만 원으로 정해졌다. 잘못된 보도로 인한 해프닝이었던 셈이지만 국민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연봉 인상률을 정하는 ‘셀프 인상’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이 거세다. 국회의원 보수 산정 절차를 살펴보면 먼저 기획재정부가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그대로 적용한 수당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해 국회에 제출한다. 그러면 국회 운영위 혹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거나, 스스로 삭감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직접 자신들의 수당을 증액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기재부에서 증액이 돼서 올라온 예산안을 추인하면서 인상이 확정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보수를 결정하는 외부위원회를 별도로 두자는 의견이 나온다. 매년 되풀이되는 ‘셀프 인상’ 논란을 근원적으로 차단하자는 것. 올 3월 정 전 의장이 제안한 ‘국회의원 보수 산정위원회’는 비슷한 구조지만, 의장 직속기구여서 엄밀하게는 외부위원회로 보기 힘들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의원들이 문제가 생기면 세비 동결한다고 한번쯤 생색을 냈다가 다음번에는 슬그머니 올리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국회의원 보수 산정위원회를 의회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 의회는 어떻게 영국은 2011년 의회와 독립한 외부기구로 독립의회기준처(IPSA)를 설치해 국회의원 수당 산정은 물론 사용 내역까지 사후 감독하고 있다. 이 기구는 사법·감사 분야 전문가 3명과 전직 하원의원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의회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5년 내 의원을 지낸 사람은 위원이 될 수 없다. 영국도 이전에는 우리나라처럼 의회가 직접 보수를 결정했지만, 2009년 의원들의 활동비 부정 사용이 도마에 오르면서 제도가 바뀌었다. 당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지난 2세기 이래 영국 의회 최대의 부정 사건”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심각했다. IPSA는 주로 공공기관의 평균 임금 인상률과 연동해 의원 보수를 조정하고 있다. 영국 의원 보수는 2016년과 2017년 각각 1.3%, 1.4%씩 올랐다. IPSA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의원들의 각종 수당을 산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런던이나 지역구 중 한 곳에 집을 얻을 수 있는데 호텔에서 머물 경우 런던 지역은 1박에 175파운드로 제한돼 있다. 의원들의 택시비는 오후 10시까지 근무했을 경우에만 지원한다. 지역구별로 의원들의 사무실 운영비와 인건비, 숙박비 등이 IPSA 홈페이지에 두 달마다 공개된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의회가 보수를 결정하는데 2009년 이후 현재까지 10년째 동결돼 있다. 매년 정부가 발표하는 노동자 임금 인상률에 따라 자동 인상되지만,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 국민의 세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보수를 동결했다. 미국 연방의회 상·하원 의원 보수는 17만4000달러(약 1억9640만 원)로 동일하다. 다만 상원 임시의장(19만3400달러)과 하원의장 및 여야 당 대표(22만3500달러)는 일반 의원보다 많은 보수를 받는다.○ 국회의원 특권 ‘적당히’ 내려놓기 국회의원 보수와 더불어 ‘특권 내려놓기’에 대해서도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여야 모두 선거철이나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특권 내려놓기를 약속했지만, 국민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2016년 국회의장 직속으로 출범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가 개혁안으로 △국회의원 보수 산정위원회 구성 △체포동의안 본회의 표결 의무화 △면책특권 남용 방지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 투명화 △해외출장 의전 축소 등을 내걸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개혁안 추진 성과는 미흡하다. 폭로와 막말로 인한 회기 내 면책특권 남용 방지 법제화는 “헌법에 관련 규정이 있어 폐지가 불가하다”는 의원들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해외출장 시 공항 귀빈 대기실 사용과 재외공관 의전은 간소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특권으로 남아 있다.김상운 sukim@donga.com·최고야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전남 강진 만덕산에서 2년 전 하산할 때 주장했던 ‘제7공화국’의 시작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선거제 개편은 합의제 민주주의를 위한 첫 번째 길이다.” 선거제도 개편을 주장하며 6일부터 9일째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 농성 중인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사진)는 14일 느리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대 단식 정치인 가운데 최고령(71세)인 손 대표는 9일간 물과 소금만으로 25번의 끼니를 걸렀다. 혈압과 혈당 수치는 정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새 몸무게는 7kg이나 빠졌다. 이날 손 대표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청와대가 모든 걸 틀어쥐고 있어 권력 균형을 못 잡는 죽은 의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합의제 민주주의를 위한 선거제 개편에 몸을 바치겠다. 몸이 버티는 한 정자세로 꼿꼿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손 대표는 “대통령 임기 초에는 지지율이 80, 90%대로 높았지만 이제는 40%대”라며 “예산안 통과를 계기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의 연대가 깨졌다. 앞으로 협치를 하려면 우리한테 줄 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의 선거제 협상은 답보 상태여서 ‘선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 후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논의’를 주장하는 손 대표가 농성을 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오후 두 차례 만나 임시국회 소집과 선거제도 개편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를 17일에 소집하기로 한 것 외에 추가 합의는 보지 못했다. 특히 이날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선거구제 개편과 ‘원 포인트 권력구조 개헌’을 함께 논의한다면 적극 검토하겠다”며 개헌과의 연계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선거제 개편에 대한 여야 합의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합의제 민주주의를 위한 선거제 개편에 몸을 바치겠다. 몸이 허락하는 한 정장을 하고, 정자세로 꼿꼿하게 임하겠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며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 농성을 벌인지 9일째인 14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느리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쉼 없이 밀려드는 외부 손님들을 웃으며 맞이하고 일어나 악수도 청할 정도로 아직은 건강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역대 단식 정치인 가운데 최고령(71세)인 손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내년도 예산 통과에 합의한 6일부터 단식을 선언하고 이날까지 25끼를 걸렀다. 물과 소금만으로 버텨 9일간 몸무게는 7kg이 빠졌다. 밤에는 차가운 로텐더홀 대리석 바닥에 이부자리를 펴고 잔다. 혈압과 혈당 수치는 정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당 대표 비서실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전날부터 구급차를 대기시켜 놨다. 하지만 단식 시작 9일이 지나도록 여야의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새로 취임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날 “선거구제 개편과 ‘원 포인트 권력구조 개헌’을 함께 논의한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개헌과 연계 주장을 펼치면서 합의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출구전략은 없다”며 더욱 강경 투쟁을 예고한 손 대표에게 앞으로 전망과 다짐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물과 소금만으로 버티신다고 들었다. “탄식 투쟁 많이 해본 강기갑 전 의원이 찾아와 효소를 먹으라고 하더라. 안 그러면 뇌손상이 오고 사람 구실을 못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내 몸 바쳐서 선거제도를 바꿔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마지막 한 가지를 기여하려고 한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청와대가 모든 걸 틀어쥐고 권력 균형을 못 이루면서 죽은 의회가 됐다. 제1당이 과반수 차지해서 청와대와 여당이 다 결정하는 시대는 갔다.” ―한국당은 선거제 개편과 개헌을 연계하자는 입장이다. 여야 합의가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 “전남 강진 만덕산에서 2년 전 (칩거 마치고) 하산할 때 ‘제7공화국’을 얘기했다. 연동형 비례제가 제7공화국을 여는 첫 번째 길이다. 당장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표심을 의석수에 반영하는 비례성을 강화해 선거제도를 개혁하면 합의제 민주주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 의회의 합의제 민주주의가 살아나면 그때 대통령제에 대한 재고를 할 수 있다.” ―청와대와 여당 역시 선거제도 개편 의지가 크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지난 대선 때부터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선거제 개편 목소리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도 임기 초반에는 지지율 80, 90%였지만, 이제는 40%대가 됐다. 이번 예산안 통과 계기로 여당은 민주평화당 정의당과도 연대가 깨졌고, 앞으로 여당이 협조를 구하려면 우리한테 줄 것을 줘야 한다. 그게 협치다. 야3당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합의해주고, 그 다음에 협치를 말해야 한다.” ―단식 말고 다른 투쟁 방법은 없겠나. “나 살자고 하는 출구전략은 없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짬짜미’ 예산통과를 할 때 어안이 벙벙하더라. 제3당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꼈다. 거대 기득권 양당에 자극이라도 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단식을 결심했다.” ―이 와중에 당내에선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탈당 얘기가 나오고, 한국당에서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과 함께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냈다. “바른미래당에 정치적 정체성을 고민하는 의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게 한국당과 함께 하는 것이 쉽게 이뤄지겠나. 정치권에 금도라는 게 있는데 특히 정치 지도자는 말이 정제가 돼야 한다. 예의를 지켜 달라.” 최고야기자 best@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1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선거제 개편 합의안을 마련해 2월 임시국회에서 의결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는 야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국회 정개특위가 아닌,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간 합의안 마련이 우선이라며 맞서고 있어 꼬인 실타래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그동안 여야가 논의해온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개편의 기본 방향에 동의한다”며 “정개특위 활동 시한을 연장하고 2019년 1월 중 특위 내에서 선거제도 개편안에 합의해 이를 2월 임시국회에서 최종 의결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사무총장은 “여야 5당의 합의를 위해선 특히 한국당의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며 “새로 구성된 한국당 원내지도부와도 적극 협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에 대한 구체적 일정표를 제시하면서 기존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였지만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도농복합형 선거제를 주장하는 한국당을 설득하지 못하면 야3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어렵기 때문.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현재 권력구조에서 딱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권력구조와도 같이 논의해야 하고, 여러 안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한다”며 민주당의 제안에 부정적이다. 야3당도 당장 민주당이 한국당과 큰 틀에서 합의안을 마련해야 농성을 풀 수 있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민주당과 한국당이 지역구 의석을 줄이거나 전체 의석을 늘리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날로 7일 차에 접어든 단식 농성을 계속하기로 했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의원들도 릴레이 단식을 이어가기로 했다. 청와대 앞 1인 시위 등 장외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협상을 해서 합의안을 갖고 얘기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정의당 이 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야3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 집중농성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이 한국당과 예산안을 처리할 때처럼, 두 당이 밀실에서 문 걸어 잠그고 합의안을 논의하기 바란다”며 “거대 양당이 합의안을 갖고 오면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를 찾은 한병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한국당을 뺀 4당이 합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4당이 합의하면 국회에서 통과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한 수석은 바른미래당 손 대표와도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손 대표는 “내 나이에 오죽하면 단식을 하겠느냐. 오래오래 시간을 끌어라. 내가 죽을 때까지 하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한 수석은 “대통령은 권역별 비례대표 비례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대선 때 말했고,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도 공개적으로 말했다”며 “국회에서 좋은 합의안이 나오면 국민을 설득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전달했다.박효목 tree624@donga.com·최고야 기자}

“현행 주 52시간 근로제는 대단히 경직된 합의인 만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뿐만 아니라 형사처벌 규정과 예외업종 범위까지 전반을 수정하는 개정안 발의를 검토하겠다.” 원내대표 취임 첫날인 12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사진)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첫 번째 대여(對與) 투쟁 어젠다로 근로기준법 개정을 내세웠다. 올해 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현행 주 52시간제를 ‘잘못된 합의’로 규정하고, 관련 제도 전반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주 52시간제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위반 시 업주 형사처벌 규정 완화 △처벌 예외업종 확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3가지를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대해서는 “여야가 당연히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며 “단위기간 확대는 길수록 좋다. 6개월이든, 1년이든 빨리 늘려야 경제현장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 계파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에 대해서는 “의원 평가 과정에서 페널티(벌점)를 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이 “나 원내대표가 친박계와 손잡고 당선됐다”고 말하는 등 당내 계파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자 사전 경고에 나선 것이어서 친박계의 반응이 주목된다.최고야 best@donga.com·장관석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11일 KTX 강릉선 탈선 사고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현안보고를 열었으나 정작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직전에 사의를 표명하고 불출석하는 일이 벌어졌다. 오 사장 측은 이날 오전까지도 국토위 측에 “국회로 가고 있다. 40분 후에 도착하겠다”고 했지만 이날 낮 12시경 최종 불참을 통보했다. 오 사장 없이 ‘단일 표적’이 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의원들의 추궁에 “책임질 각오가 돼 있다”며 진땀을 흘렸다. 야당은 사고 수습도 하지 않고 사의를 표명하더니 국회에도 출석하지 않은 오 사장을 맹비난했다.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은 “날씨가 추워져서 사고가 났다는 것은 동네 아저씨가 남의 얘기하듯 한 것”이라며 “야당이 (오 사장에게)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했지 누가 수습 전에 그만두라고 했느냐”고 말했다. 같은 당 민경욱 의원은 “오 사장이 나갔으니 다음은 김 장관(이 나갈) 차례”라며 오 사장을 향해 “다음 총선 출마에 불리하다고 생각해 나가버리는 책임 없는 정부의 단면을 봤다”고 지적했다. 여야는 오 사장 대신 정인수 부사장을 불러놓고 코레일의 관리 부실 문제를 집중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이번에 문제가 된 선로전환기 부품은 한 회사에서 공급했다”며 강릉선 39곳의 선로전환기 전수 조사를 요구했다. 정 부사장은 “13일까지 철길이 2개로 나뉘는 ‘분리개소’에 대해 긴급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이헌승 의원은 “최근 3주 동안 사고가 11건 발생했는데 사장, 장관, 국무총리가 지시해도 전혀 말발이 먹히지 않았다”고 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세종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느라 오후 늦게 국회에 왔다. 김 장관은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고, 내년 1월 감사가 시작된다. 전체 시스템을 정비하겠다”며 “사고 원인 규명을 통해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오 사장에 이어 책임질 각오가 돼 있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엔 “저도 그럴 각오가 돼 있다”고 답했다. 한편 여야는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KTX 관련 현안보고를 소집해 놓고선 정작 회의 소집 절차 문제를 놓고 서로 싸우는 추태를 연출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일정 때문에 한국당 소속 박순자 국토위원장이 의사일정을 일방적으로 잡아 통보했다”고 항의했다. 양당의 항의에도 박 위원장이 회의를 강행하려 하자,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위원장이 독선적이다, 횡포다”라며 소리를 질렀다. 이에 박 위원장은 반발하는 의원들에게 “깡패 집단이야?” “무슨 완장이라고 하고 있나. 싸구려 노동판에서 왔나”라고 말해 약 15분간 회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KTX 사태나, 주무 상임위나 국민 보기에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임명된 공공기관들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공공기관에 비전문가를 ‘보은 인사’로 임명한 부작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고속철도(KTX) 강릉선 탈선 사고가 일어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산하 자회사에는 총 6곳에 13명의 여권 인사가 임명됐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취임 초부터 대표적 보은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2기 의장 출신인 오 사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과 민주통합당에서 16, 17,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오 사장은 의원 시절에도 철도 관련 상임위원회 활동을 한 적이 없다. 김정근 이충남 코레일 비상임이사도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에 있었다. 코레일 자회사들에도 ‘낙하산 인사’가 포진해 있다. 강귀섭 코레일네트웍스 대표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보좌관 출신이다. 코레일유통 이덕형 박윤희 비상임이사는 19대 대선 때 각각 선거 캠프와 외곽 조직(‘더불어포럼’)에서 활동했다. 코레일로지스의 김종옥 비상임이사와 권은찬 비상임감사는 서울 지역 구의원, 코레일관광개발 김두진 상임이사는 민주당 경북도당 사무처장 출신이다. 자유한국당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 사장의 문책을 주장하고 나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레일 사장은 전문성 있는 인사가 맡아야 한다. 탈선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김 장관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 고양시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에서 발생한 열수송관 누수사고 현장 보고 때 ‘웃음 보고’로 물의를 일으킨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도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다. 황 사장은 한명숙, 이해찬 전 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을 거쳤다. 올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는 이해찬 후보 캠프 공보업무를 총괄했다. 친형 최규호 전 전북도교육감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최근 자진 사퇴한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도 3선 의원 출신이다. 최 전 사장은 고(故)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계파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회장을 지냈다. 정치권에서는 태양광발전업체를 운영했던 최 전 사장이 수상태양광발전사업을 벌이는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맡은 것부터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런 낙하산 인사는 최근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지난달 문 대통령이 몸담았던 ‘법무법인 부산’의 사무장 출신인 송병곤 씨를 상임이사직에 앉혔다. 김현미 장관의 의원실 보좌관을 지낸 백모 씨도 최근 인천공항철도 기획본부장으로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야 best@donga.com·장원재 기자}

연이은 철도 사고에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51)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야당은 물론이고 친정인 여당과 정부에서조차 비난 여론이 거세다.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9일 사고 현장을 찾아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김 장관은 “이렇게 대형사고가 일어나고 하는 것은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의 운행 시스템이 얼마나 정밀하지 못한지에 대한 방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더 이상 좌시하기 어렵다”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등 이례적으로 날 세운 발언을 이어갔다. 관가에선 김 장관이 오 사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장관은 “코레일의 정비 불량, 사고 대처 등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지난달) 감사원의 감사를 청구했다”며 “또 사고가 난 데 대해 더 이상 변명의 말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코레일이 남북철도 연결의 주무 기관인데 본업인 철도 안전에서 문제가 계속 터지면 대북사업 자체가 비판을 받을 수 있음을 의식했다는 관측도 있다. 2016년 개정된 3차 철도안전종합계획에는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1년에 네 번 이상 발생하면 국토부가 대통령에게 코레일 사장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오 사장이 사고 발생 당일 “기온 급강하에 따른 선로 이상 때문”이라며 자연재해 탓으로 돌린 데 대해서도 책임 면하기에 치중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도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확실한 사고 재발 방지책을 세워 국민 불안을 해소해 달라”고 요구했다. 야당은 이번 사고를 “낙하산 인사가 낸 인재(人災)”로 규정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송희경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현 정부 들어 임명된 코레일과 그 자회사 임원 37명 가운데 13명이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낙하산인 것에 근본적인 사고 원인이 있다”며 “특히 코레일 사장은 전대협 제2기 의장으로 운동권 출신의 전형적인 캠코더 낙하산”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오 사장이 취임 직후 불법파업으로 해고된 노조원을 복직시킨 것을 예로 들며 “노사 간 긴장이 풀어지면서 안전 점검 등에 총체적 구멍이 생겼다”고도 했다.최고야 best@donga.com·박재명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8일 가까스로 내년도 예산안을 정기국회 회기 안에 통과시켰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배제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이 ‘더불어한국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의 정치 야합’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제도 개혁,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 공공부문 채용비리 국정조사계획서 채택 등 굵직한 쟁점 사안들이 해결되지 못한 과제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달 임시국회가 열릴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단식농성도 4일 차로 접어들었다. 손 대표는 이날 “거대 양당의 폭거이자 망동이다. 어떻게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세력이 촛불혁명으로 망한 당과 예산 야합을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화당 천정배 의원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규탄 행사에서 “개혁세력을 외면하고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은 민주당 지도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대표는 12월 임시국회를 열어 선거제도 개혁과 남은 민생법안을 처리하자고 역제안하기도 했다. 향후 문재인 정부 개혁 법안 처리를 위해서라도 평화당과 정의당을 마냥 외면할 수 없는 민주당에 다시 한번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고리로 손을 내민 것. 이 대표는 국회에서 “붕괴 위기에 놓인 개혁연대를 복원하고 국회 정상화를 위해 12월 임시국회를 즉각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 후 첫 주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손 대표의 단식농성장을 찾은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원내대표 선거(11일)가 끝나면 선거제 개편에 대해 (당론을) 정리해 보겠다”고 말한 것도 부담이다. 민주당은 선거구제 개혁이 핵심 의제가 될 수 있는 임시국회 대신 20일경 남은 법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개의를 고려하고 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한국당과 야3당이 선거구제 ‘빅딜’에 합의할 경우 완벽한 여소야대 정치지형이 구현될 수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진 psjin@donga.com·최고야 기자}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지각 처리’했지만 여야 실세 정치인은 어김없이 ‘지역구 챙기기’에 성공했다.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복지, 일자리, 교육 예산은 대폭 삭감하면서 정작 지역구 민원성 예산은 늘린 것이다.○ 여야 따로 없었던 ‘쪽지 예산’ 의원들의 민원성 ‘쪽지 예산’이 집중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정부안보다 1조2000억 원 늘었다. 늘어난 SOC 예산은 국회와 여야 지도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들의 지역구로 상당 부분 돌아갔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없었던 망월사역 시설개선비(15억 원), 의정부 행복두리센터 건립비(10억 원) 등을 추가로 배정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지역구인 세종시 관련 사업들도 예산이 늘었다. 국립세종수목원 조성 예산이 정부안(303억4500만 원)보다 253억 원 늘었으며 국립세종의사당 건립비, 세종 산업기술단지 조성사업비는 정부안보다 각각 10억 원, 5억 원이 추가 배정됐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을에선 당초 정부 예산안에는 없었던 서울 지하철 9호선 증차 사업비를 서울시 예산을 500억 원 늘리는 방법으로 우회 증액했다. 김포공항 안에 지어질 국립항공박물관 건립비(48억4000만 원)와 운영비(11억9800만 원)도 정부안에는 없었지만 여야 협상 과정에서 추가됐다. 막판 ‘밀실 협상’을 주도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핵심 의원들도 지역구 예산을 챙겼다. 한국당 소속 안상수 예결위원장의 지역구에 속한 인천 강화에선 얼체험공원(7억8700만 원 증액), 황청리 추모공원(8억4000만 원 증액) 예산이 정부안보다 늘었다. 선거구제 개편을 주장하며 올해 예산을 ‘더불어한국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의 짬짜미 예산이라고 비판했던 다른 야당도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동참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하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역구인 전북 군산의 노후 상수관망 정비(22억4900만 원 증액), 군산 예술콘텐츠 스테이션 구축(15억 원 증액) 등 약 64억5900만 원을 추가로 따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시는 흥도로와 신원동 도로 개설에 10억여 원의 예산이 추가로 반영됐다. 심 의원 측은 “정의당은 예결소위에 들어가지 않아 쪽지예산에 관여하지 않았다. 고양시에서 여당 의원에게 증액 제안을 한 것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 국회 삭감 특활비 우회 반영, 세비 인상도 논란 특수활동비를 전면 폐지한다고 발표했던 국회는 삭감한 특활비 일부를 국회 예산에 우회 반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예산 가운데 교섭단체 지원금 10억7300만 원, 위원회활동지원금 4000만 원, 의원외교협의회 5억 원, 외빈초청비 5억 원을 각각 정부안보다 증액시킨 것. 국회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특활비 상당수를 정당과 상임위 운영비로 써왔는데, 꼭 필요한 운영비를 예산으로 양성화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의 세비를 1.8%(약 182만 원) 인상한 1억472만 원으로 확정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여전하다. 수당과 활동비를 합산하면 국회의원의 총보수는 1억5176만 원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세비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이틀 만에 13만 명가량이 동의했다. 바른미래당 의원 전원, 민주평화당 유성엽 의원은 내년도 세비 인상액을 반납하기로 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최고야 기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구도가 3선의 김학용 의원과 4선의 나경원 의원(기호 순) 간 2파전 구도로 확정됐다. 출사표를 던졌던 유기준 의원과 김영우 의원은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를 구하지 못해 중도 사퇴했다. 9일 김 의원과 나 의원은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후보로 정식 등록을 마쳤다. 정책위의장 후보로 나 의원은 재선의 정용기 의원과 짝을 이뤘고, 김 의원은 초선 비례대표인 김종석 의원과 함께 후보로 등록했다. 한국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후보자 등록을 마감하고, 기호를 추첨해 김 의원에게 기호 1번, 나 의원에 기호 2번을 배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단핵국면에 바른정당으로 탈당했다 돌아온 복당파 김 의원은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김종석 의원과 짝을 이뤄 승부수를 띄웠다. 김 의원은 이날 정책위의장 후보를 발표하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방위원장 출신이자 30년 정치 내공을 가진 제가 안보를 맡고, 최고의 경제 전문가인 김종석 의원이 경제를 책임지며 멋진 협업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나 의원도 이날 정책위의장 후보를 공식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최장수 당 대변인을 시작으로 치열하게 싸워온 4선 원내대표와 재선 구청장과 재선 의원의 경험을 가진 정책위원장이 경륜과 실력으로 품격 있는 투쟁을 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나 의원 역시 계파색은 옅지만, 상대적으로 친박 및 잔류파의 지지를 얻고 있는데다 한때 친박으로 분류된 정 의원과 손잡으면서지지 세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다. 한편 유 의원과 김영우 의원은 정책위의장 구인난으로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계파 정치의 벽을 넘지 못했다”며 불출마 의사를 공식화 했다. 유 의원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우리 당에 남아있던 계파정치의 잔재가 되살아나 사실상 계파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힘겨움과 환멸을 느꼈다”고 밝혔다. 김영우 의원 역시 “정책정당 특히 경제정당을 위해 경제 전문가를 정책위의장 후보 러닝메이트로 모시고자 많이 노력했으나 부덕의 소치로 실패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연이은 철도 사고에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51)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취임 초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전문성 부족’ 논란에 야당에서는 이번 KTX 강릉 탈선사고를 “낙하산 인사가 낸 인재(人災)”로 규정하고 나섰다. 정부 내에서도 “코레일 사고를 더 이상 방관해선 안된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9일 자유한국당 송희경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현 정부 들어 임명된 코레일과 그 자회사 임원 37명 가운데 13명이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낙하산인 것에 근본적인 사고 원인이 있다”며 “특히 대통령이 코레일 사장으로 인사한 자가 전대협 제2기 의장의 운동권 출신의 전형적인 캠코더 낙하산 인사”라고 했다. 운동권 출신으로 17·19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별다른 관련 경력 없이 코레일 수장을 맡은 오 사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한국당은 오 사장이 취임 직후 불법파업으로 해고된 철도노조원 98명을 복직시킨 것을 예로 들며 “총체적 기강해이가 사고를 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대변인은 “노사 간 긴장이 풀어지면서 근로 기강해이와 이에 따른 안전점검, 시설관리 등에 총체적으로 구멍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오 사장의 우군인 정부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코레일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이날 사고 현장을 찾아 “이런 사고가 일어난 것을 더 이상 좌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사고가 재발한 만큼 더 이상 변명의 말이 필요 없다. 사고원인 결과에 따라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오 사장을 직접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2016년 개정된 3차 철도안전종합계획에는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1년에 4번 이상 발생하면 국토교통부가 대통령에게 코레일 사장 해임을 건의할 수 있도록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확실한 사고재발 방지책을 세워 국민 불안을 해소해 달라”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오 사장이 사고 발생 당일인 8일 “기온 급강하에 따른 선로 이상 때문”이라며 자연재해 탓으로 돌린 데 대해서도 책임 면하기에 치중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최고야기자 best@donga.com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예산안 심사에 선거제도 개편을 연계 처리하자고 주장해 온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원내 1, 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내년 예산안에 전격 합의하면서 그야말로 ‘군소야당 패싱’을 당했다. 야3당은 “기득권 양당의 기득권 동맹”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목숨을 바치겠다”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당의 기득권 욕심이 정치개혁의 꿈을 짓밟고 있다”고 규탄했다. 야3당 가운데 유일한 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은 특히 큰 충격에 빠졌다. 손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제 나이가 70이 넘었다. 무슨 욕심을 갖겠나. 저를 바치겠다”며 국회에서 단식 돌입을 선언했다. 손 대표는 “예산과 선거제 개혁은 함께 해야 한다”며 “그때까지 단식하고, 그게 안 되면 국회 로텐더홀에서 목숨을 바치겠다. (민주당과 한국당) 당신네들은 민주주의를 생각하라”고 격한 심정을 토로했다. 평화당은 논평에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앞 글자를 따 이번 예산 합의를 “민자당의 뒷거래”라고 성토했다. 또 “뒷거래 조건으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의심한다”며 과격한 주장을 펼쳤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비교섭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를 던지는 것”이라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야3당이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이날 오전까지 선거제 개편에 대한 교섭단체 3당 간 논의가 비교적 순조로웠기 때문. 김관영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야 3당 간사와 위원장이 모여 합의문 초안을 작성했고, 추후 정개특위에 위임해 세부사항을 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오늘 오전 민주당 이해찬 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김종민 정개특위 간사가 합의안 검토 후 합의문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한국당마저 ‘도농복합형 선거구제 방식을 검토한다’는 문구를 삽입하지 않으면 합의를 못하겠다고 버티며 논의가 최종 결렬됐다는 것. 여당은 제1야당인 한국당의 협조로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지만, 야3당의 반발로 앞으로 각종 개혁법안 처리 등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야3당은 여야정 상설협의체 활동도 중단하기로 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예산안이 마지막) 논의되는 과정에서 한국당 원내대표와 지도부가 요구하는 많은 예산들이 상당히 관철되는 상황을 목격했다”며 담합 의혹을 주장하기도 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