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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 보유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무원 승진을 취소시킨 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4일 경기도 공무원 A 씨가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강등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 강화를 추진하던 2021년 8월, 경기도는 A 씨를 4급에서 5급으로 강등했다. 그가 4급 승진임용대상자였던 2020년 12월에 주택 2채와 오피스텔 분양권 2건을 보유하고 있었었는데도 경기도가 소속 공무원을 상대로 벌인 주택보유조사에서 ‘주택 2채를 보유하고 있다’고만 답변했다는 이유였다. 2021년 2월 4급으로 승진한 A 씨는 경기도가 뒤늦게 ‘허위 답변’을 문제 삼아 자신을 강등하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A 씨가 승진한 당시 전체 후보자 132명 중 다주택 보유자로 신고한 35명은 승진하지 못했다. 당시 경기도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였다. 1심과 2심 모두 징계 사유는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강등 처분에 관한 판단이 엇갈렸다. 1심에선 “비위 정도가 강등 처분할 정도로 심하다고 볼 수 없다”고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주택 보유 현황을 거짓으로 진술해 인사의 공정성을 해친 것으로 비위 정도가 약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1심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징계 자체부터 부당하다고 봤다. 경기도 공무원에 대한 주택보유조사는 법령상 근거가 없고, 직무수행능력과 무관한 다주택 여부 조사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공무원의 주택 보유 현황 자체가 공무원의 직무수행능력과 관련되는 도덕성·청렴성 등을 실증하는 지표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이를 승진임용 심사에서 일률적인 배제 사유 등으로 반영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법령상 근거가 없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지 않은 것이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면, 이는 공무원이 부당한 지시에도 복종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재판 개입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판사 13명 중 판결이 선고된 12명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핵심 범죄 사실로 내세웠던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 사법부가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사법농단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 중 재판 개입 의혹을 판단한 4곳 모두 헌법상 판사가 독립적으로 하는 재판에 대법원장을 비롯한 다른 법관들이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논리를 일관되게 적용했다. ● 사법농단 핵심 혐의 ‘재판 개입’ 모두 무죄 사법농단 사태의 뼈대를 이루는 직권남용 혐의는 크게 재판 개입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나눌 수 있다. 13명 중 재판 개입 의혹에 연루된 판사는 12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판사는 8명이다. 사법농단 사건 관련 피고인은 14명이지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유일하게 아직 1심 선고가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76·사법연수원 2기)의 핵심 범죄 사실로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재판 개입’을 꼽았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부장판사 이종민)는 양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 사건의 주심 대법관에게 법원행정처 입장을 전달해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에 대해 “대법원장은 재판에 개입할 직권이 없고, 설령 직권을 행사했다고 보더라도 이를 남용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려면 다른 판사의 재판에 개입할 직무상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어떤 판사도 그런 권한이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 같은 판단은 다른 재판부에서도 동일하게 나왔다. 이를 놓고 앞서 사법부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당시 박 전 대통령 등 핵심 피고인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것과 달리 다른 기준을 적용해 사실상 면죄부 판결을 내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법원 내부에선 “재판 개입에 연루된 일부 피고인에 대해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단했으면서 형사처벌만 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수도권 법원 판사는 “월권이라 무죄냐”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지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부장판사는 “국정농단 사건의 경우 대통령의 직무권한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개입이 인정된 것”이라며 “사법농단 사건에선 재판부가 독립돼 있기 때문에 대법원장이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단순히 비교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도 있다”고 주장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도 유죄는 2명뿐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범죄 사실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사법부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2명만 유죄로 판단했다. 이 전 실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키려 한 혐의가, 이 전 상임위원은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관련 보고서를 행정처 심의관에게 작성하게 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법관에게 의무 없는 일을 지시한 점이 인정된 것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직접적인 재판 개입 혐의는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선고 과정에서 임 전 차장의 재판 개입 의혹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일부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기도 했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서기호 전 국회의원의 판사 시절 재임용 탈락 관련 사건’과 관련해 당시 담당 재판부에 ‘신속종결’ 의견을 전달한 것과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탈퇴하게 한 행위 등에 대해 “직무권한에서 벗어난 행위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임 전 차장에 대해 사법부가 다음 달 5일 1심 선고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임 전 차장의 1심 선고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부장판사 김현순)가 맡아 별도로 진행한 만큼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재판개입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판사 13명 중 판결이 선고된 12명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핵심 범죄 사실로 내세웠던 재판개입 의혹에 대해 사법부가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사법농단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 중 재판개입 의혹을 판단한 4곳 모두 헌법상 판사가 독립적으로 하는 재판에 대법원장을 비롯한 다른 법관들이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논리를 일관되게 적용했다. ● 사법농단 핵심 혐의 ‘재판개입’ 모두 무죄사법농단 사태의 뼈대를 이루는 직권남용 혐의는 크게 재판개입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나눌 수 있다. 13명 중 재판개입 의혹에 연루된 판사는 12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판사는 8명이다. 사법농단 사건 관련 피고인은 14명이지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유일하게 아직 1심 선고가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76·사법연수원 2기)의 핵심 범죄 사실로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재판개입’을 꼽았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부장판사 이종민)는 양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 사건의 주심 대법관에게 법원행정처 입장을 전달해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에 대해 “대법원장은 재판에 개입할 직권이 없고, 설령 직권을 행사했다고 보더라도 이를 남용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려면 다른 판사의 재판에 개입할 직무상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어떤 판사도 그런 권한이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같은 판단은 다른 재판부에서도 동일하게 나왔다. 이를 놓고 앞서 사법부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당시 박 전 대통령 등 핵심 피고인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것에 비해 다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법원 내부에선 “재판개입에 연루된 일부 피고인에 대해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단했으면서 형사처벌만 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수도권 법원 판사는 “월권이라 무죄냐”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지우기도 했다.이에 대해 한 부장판사는 “국정농단 사건의 경우 대통령의 직무권한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개입이 인정된 것”이라며 “사법농단 사건에선 재판부가 독립돼 있기 때문에 대법원장이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단순히 비교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도 있다”고 주장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도 유죄는 2명 뿐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범죄 사실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사법부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2명만 유죄로 판단했다. 이 전 실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키려 한 혐의가, 이 전 상임위원은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관련 보고서를 행정처 심의관에게 작성하게 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법관에게 의무 없는 일을 지시한 점이 인정된 것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직접적인 재판개입 혐의는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다만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선고 과정에서 임 전 차장의 재판개입 의혹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일부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기도 했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서기호 전 국회의원의 판사 시절 재임용 탈락 관련 사건’과 관련해 당시 담당 재판부에 ‘신속종결’ 의견을 전달한 것과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탈퇴하게 한 행위 등에 대해 “직무권한에서 벗어난 행위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임 전 처장에 대해 사법부가 다음 달 5일 1심 선고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임 전 차장의 1심 선고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부장판사 김현순)가 맡아 별도로 진행한 만큼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 후 첫 법원장 등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축소한 법원행정처 조직을 확대했다. 김 전 대법원장이 도입해 ‘인기 투표’ 논란을 빚었던 법원장 후보 추천제 없이 실력과 평정 위주의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역대 가장 많은 4명이 여성 법원장으로 승진했다. 대법원은 법원장 16명과 각급 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에 대한 보임·전보 인사를 다음 달 5일 자로 실시한다고 26일 밝혔다. 고법 부장판사, 고법 판사 전보 인사는 다음 달 19일 자다. 이번 인사에서 전국 13개 지법과 가정·행정·회생법원 모두 지법 부장판사가 법원장으로 승진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까지는 고법 부장판사가 법원장에 임명됐고, 김 전 대법원장 체제에선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거쳐야만 지법 부장판사가 지방법원장에 임명될 수 있었다. 지법 부장판사가 추천체 없이 지방법원장에 임명된 건 사실상 처음인 셈이다. 서울행정법원장에는 김국현 창원지법 부장판사(24기), 서울동부지법원장에는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민사제1수석부장판사(26기)가 임명됐다. 수원지법은 김세윤 수원지법 수석부장판사(25기), 대전지법은 김용덕 대전지법 부장판사(27기), 전주지법은 정재규 전주지법 부장판사(22기)가 이끌게 됐다. 지난해 3월 개원한 수원회생법원은 같은 법원 김상규 수석부장판사(26기), 부산회생법원은 권순호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26기)가 법원장을 맡는다. 법원 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판사들이 사법행정을 진두지휘할 수 있도록 법원장에 적극 배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성 법원장은 4명이 임명됐다. 인천지법원장에는 김귀옥 의정부지법 부장판사(24기), 수원가정법원장에는 이은희 수원지법 부장판사(23기), 대전가정법원장에는 문혜정 대전지법 부장판사(25기)가 각각 임명됐다. 정계선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27기)는 서울서부지법원장으로 승진했다. 이에 따라 여성 법원장은 서경희 울산지법원장(24기)을 포함해 5명이 됐다. 대전고법원장에는 박종훈 부산고법 부장판사(19기), 특허법원장에는 진성철 대구고법 부장판사(19기)가 보임됐다. 김 전 대법원장 시절 법관 인사 이원화 정책으로 법원장 보임 기회가 없었던 19기 고법 부장판사 2명을 고법원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 이후 3분의 1로 축소됐던 법원행정처도 확대된다. 배형원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21기)를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임명하고, 기고문 등을 통해 ‘재판 지연’ 문제를 강하게 비판해온 이형근 특허법원 고법판사(25기)를 사법지원실장에 임명했다. 일반직 공무원이 맡아온 정보화 관련 조직을 신설된 사법정보화실로 통합해 원호신 대구고법 판사(28기)에게 맡겼다. 차세대전자소송시스템과 인공지능(AI) 등을 도입하고 사법행정 기능을 강화하면서 재판 지연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대법원은 “장기간 재판 업무를 담당하면서 훌륭한 인품과 경륜 및 재판 능력 등을 두루 갖춰 법원 내 신망이 두터운 법관을 법원장으로 보임했다”고 밝혔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판사 출신인 조한창 법무법인 도울 변호사(59·사법연수원 18기)와 신숙희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5·25기) 등 6명이 이달 1일 퇴임한 안철상 민유숙 전 대법관의 후임 후보로 추천됐다. 조 변호사를 제외하면 5명 모두 현직 법관이고 여성은 3명이다. 대법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25일 오후 대법원에서 회의를 갖고 심사 대상자 42명 중 6명을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조 대법원장은 추천받은 후보들의 주요 판결 등을 공개하고 법원 안팎의 의견을 수렴한 뒤 후보자 2명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예정이다. 통상 추천위의 추천 후 대법원장이 임명을 제청하기까지 열흘가량 걸린다. 후보자가 제청되면 윤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추천 명단에는 조 변호사와 박영재 법원행정처 차장(55·22기), 엄상필 서울고법 부장판사(56·23기)가 이름을 올렸다. 조 변호사는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직무대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내고 2021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박 차장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도 지내는 등 사법행정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엄 고법부장판사는 2021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교수의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바 있다. 여성은 신 상임위원과 박순영 서울고법 판사(58·25기), 이숙연 특허법원 고법판사(56·26기)가 추천됐다. 신 상임위원과 이 고법판사는 젠더법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박 고법판사는 대법원 노동법 실무연구회 등에서 활동한 노동법 전문가다. 법원 안팎에선 조 대법원장이 남성과 여성 각각 1명을 임명 제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대법원 3개 소부 가운데 1부에는 오경미, 3부에는 노정희 대법관이 있지만 2부에는 민유숙 전 대법관이 퇴임하면서 여성 대법관이 없는 상황이다. 이광형 추천위원장은 “법률가로서의 전문성은 물론이고, 국민의 자유와 인권 보호에 대한 사명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보호 의지,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통찰력과 감수성 등을 두루 갖춘 후보자를 추천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기업이 공탁한 돈을 받아갈 수 있게 하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강제동원 피해자 측이 일본 기업의 공탁금을 배상금으로 받기 위해 청구한 압류추심명령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피해자 이모 씨 측이 히타치조선을 상대로 낸 공탁금회수청구권 압류추심명령 신청을 23일 인용했다. 이 결정과 공탁금에 대한 담보 취소 결정이 모두 확정될 경우 이 씨는 처음으로 일본 기업의 돈을 받는 피해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히타치조선은 2019년 한국 내 자산의 강제 집행을 막기 위해 담보 성격으로 6000만 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이 씨 측은 이 돈을 배상금으로 받고자 압류추심명령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법원 결정이 정부로 송달되면 이 씨 측은 송달 증명서를 근거로 서울고법의 담보 취소 결정을 구하게 되고, 결정이 나면 공탁금을 수령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서울고법의 담보 취소 결정 역시 정해진 수순이라 이르면 2∼3개월 내에 이 씨가 6000만 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사소송법은 담보 권리자의 동의를 통해 담보 취소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법원 결정으로 이 씨 측이 히타치조선이 낸 공탁금에 대한 ‘실질적 권리자’가 됐기 때문이다. 서울고법이 담보 취소 결정을 내리면 히타치조선은 즉시항고를 통해 불복할 수 있다. 그러나 히타치조선 역시 공탁금을 회수하려면 이 씨처럼 담보 취소 결정을 받아내야 하는데, 법원이 히타치조선의 항고 이익이 없다고 보고 각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모든 강제징용 피해자가 이 같은 절차로 배상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강제동원 기업이 한국 법원에 공탁금을 낸 것은 히타치조선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한편 대법원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유족 41명이 일본 군수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등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25일 확정했다. 일본 정부는 “극히 유감스럽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한국 정부가 지난해 3월 6일에 판결금과 지연 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뜻을 이미 표명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대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기업이 공탁한 돈을 받아갈 수 있게 하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지난달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강제동원 피해자 측이 일본 기업의 공탁금을 배상금으로 받기 위해 청구한 압류추심명령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피해자 이모 씨 측이 히타치조선을 상대로 낸 공탁금회수청구권 압류추심명령 신청을 23일 인용했다. 이 결정과 공탁금에 대한 담보 취소 결정이 모두 확정될 경우 이 씨는 처음으로 일본 기업의 돈을 받는 피해자가 될 전망이다.히타치조선은 2019년 한국 내 자산의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담보 성격으로 6000만 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이 씨 측은 이 돈을 배상금으로 받고자 압류추심명령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법원 결정이 정부로 송달되면, 이 씨 측은 송달 증명서를 근거로 서울고법의 담보 취소 결정을 구하게 되고, 결정이 나면 공탁금을 수령할 수 있다.법조계에선 서울고법의 담보 취소 결정 역시 정해진 수순이라 이르면 2~3개월 내에 이 씨가 6000만 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사소송법은 담보 권리자의 동의를 통해 담보 취소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법원 결정으로 이 씨 측이 히타치조선이 낸 공탁금에 대한 ‘실질적 권리자’가 됐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담보 권리자인 이 씨가 요청하는 담보 취소를 고법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서울고법이 담보 취소 결정을 내리면 히타치조선은 즉시항고를 통해 불복할 수 있다. 그러나 히타치조선 역시 공탁금을 회수하려면 이 씨 처럼 담보 취소 결정을 받아내야 하는데, 법원이 히타치조선의 항고 이익이 없다고 보고 각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다만 모든 강제징용 피해자가 이 같은 절차로 배상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강제동원 기업이 한국 법원에 공탁금을 낸 것은 히타치조선이 유일하기 때문이다.한편 대법원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유족 41명이 일본 군수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등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25일 확정했다.일본 정부는 “극히 유감스럽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한국 정부가 지난해 3월 6일에 판결금과 지연 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뜻을 이미 표명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대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야시 장관은 히타치조선 공탁금에 대한 법원 결정에 대해서도 “한국의 지난해 3월 조치에 따라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올해 4월 10일 치러지는 총선에선 지방공사 직원도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교회 등 종교기관에서의 선거운동은 지금처럼 계속 금지된다.헌법재판소는 25일 지방공사 상근직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안산도시공사 직원들이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헌재는 “공직선거법은 지방공사 상근직원이 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상근직원에까지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밝혔다. 반면 이종석 헌재 소장과 이영진 재판관은 “직급이 낮다고 하여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낮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헌재는 2018년 2월 정부 공기업인 코레일 직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2022년 6월 지방공사인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정당 내 경선 선거운동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국회는 헌재 결정을 반영해 지방공사 직원이 정당 내 경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지난해 8월 공직선거법을 개정했는데, 이날 헌재 결정으로 당내 경선은 물론, 총선 등 일반 선거에서 모두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됐다.다만 헌재는 종교기관에서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으로 결정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교회 목사는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교회에서 설교를 하면서 “여러분, 2번, 황교안 장로 당입니다. 2번 찍으시고”라고 말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50만 원이 확정되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전남 광주의 한 교회 목사도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대선후보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며 표를 주지 말라고 신도들에게 말했다가 1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법원행정처가 경륜 있는 판사의 전문성과 경험을 계속 활용하는 ‘시니어 판사’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관 부족과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니어 판사 도입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최근 시니어 판사 제도 도입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시니어 판사란 정년을 마치거나 정년에 임박한 판사를 법원에 계속 남도록 하는 제도다. 법관들이 퇴직 후 변호사로 개업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판사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특히 만성적인 법관 부족과 재판 지연, 전관예우 논란 등을 동시에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 법원행정처는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시니어 판사를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년(65세)에 임박한 현직 판사 가운데 시니어 판사를 선발해 정년을 75세로 10년 늘려주는 대신, 보수는 일반 법관보다 낮게 책정하는 게 기본 구상이다. 다만 시니어 판사들을 ‘정원 내 법관’으로 둘 경우 사무 분담 등에서 다른 판사들의 불만을 살 우려가 있어 ‘정원 외 법관’으로 운영하는 안이 유력하다. 법원행정처는 시니어 판사가 정착된 미국 등 해외 사례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연방법원은 ‘80의 원칙(Rule of 80)’에 따라 65세 이상인 판사의 법관 재직 기간과 나이를 합친 수가 ‘80’이 되면 퇴직하지 않고 시니어 판사 트랙을 선택할 수 있다. 원로 판사들이 변호사로 개업하지 않고 국가를 위해 여생을 헌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다. 일본도 일반 판사 정년(65세)을 넘어 70세까지 근무할 수 있는 ‘간이재판소 판사’ 제도를 운영한다. 시니어 판사 도입에 대한 법원 내부 반응도 긍정적인 편이다. 한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지금도 판사들의 만성적 과로와 재판 지연으로 법원 내 위기 의식이 상당하다”며 “우수한 경력 법조인들이 법관에 지원하도록 할 유인책으로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선 정년 이후 근무를 보장하는 ‘정원 외 법관’을 시니어 판사 제도의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안건이 가결되기도 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법관이 중도 퇴직해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전관예우 논란이 유독 심하게 나오는 풍토가 있다”며 “전관예우 논란을 줄이면서 평생법관제를 정착시킬 수 있는 시니어 판사 도입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 채모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사진)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의 수사가 해병대 수뇌부와 국방부 고위층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전날 경기 화성시 봉담읍 해병대사령부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김 사령관과 부사령관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7월 폭우 당시 경북 예천군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다가 순직한 채 상병 사건 조사와 관련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채 상병 사건을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하려고 하자, 국방부 검찰단이 수사 보고서를 불법적으로 회수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16∼17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사무실 및 자택,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의 사무실 등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는 “국방부 및 해병대 관계자를 대상으로 수사상 필요한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김 사령관 등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 의혹은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던 박 전 수사단장이 윗선의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하며 시작됐다. 박 전 수사단장 측은 지난해 8월 23일 국방부 김동혁 검찰단장과 유 법무관리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도 같은 해 9월 5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김 사령관, 대통령실 관계자 등 7명을 고발하자 공수처는 수사에 착수했다. 한편 김 사령관은 다음 달 1일 열리는 박 전 수사단장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라고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검찰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보류 지시를 어기고 채 상병 사건 조사 보고서를 지난해 8월 2일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혐의(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등)로 박 전 수사단장을 재판에 넘겼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대검찰청은 17일 전국 검찰청에 소방대원과 응급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 범죄에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했다.대검은 소방대원과 응급 의료인에 대한 폭력 범죄는 원칙적으로 정식 재판에 넘기며, 일반 형법보다 법정형이 중한 특별법(119구조구급에관한법률, 소방기본법,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의료법 등)을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행한 폭력에 대해서는 주취감경(심신미약 감경)을 배제할 수 있는 특별법의 특례규정을 적극 적용하도록 한다. 특별법은 일반 형법상 폭행·상해보다 형량이 무겁고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형량을 줄일 수 없도록 특례 규정 조항이 있다.대검은 구조·구급, 응급의료 기능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상습·반복적인 폭력을 저지른 사범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구속 수사하고, 양형자료를 법원에 적극 제출해 중형을 구형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소방청에 따르면 구급대원 폭행사건은 2020년 196건, 2021년 248건, 2022년 287건, 2023년 244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호흡이 곤란하다’는 119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이 의식 확인을 위해 가슴을 누르자 욕설을 하며 주먹으로 구급대원의 목을 때린 피고인에게 지난해 10월 징역 1년이 선고된 사례가 있다. 최근 강원도 강릉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주취자의 폭력으로 응급실 업무가 마비되는 사건도 있었다.대검은 “소방대원과 응급의료인에 대한 폭력 행위는 위급상황에 직면한 국민이 적시에 필요한 조치를 받지 못하도록 해 국민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중대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경기 일산소방서를 직접 방문해 소방대원들을 격려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사진)이 퇴임을 앞두고 휴가를 낸 뒤 해외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공수처장 후보 인선이 늦어져 처장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처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처장은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휴가를 내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열린 반부패학회에 참석했다. 김 처장은 지난해에도 이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공수처 안팎에서는 “퇴임 직전이라도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기관장이 자리를 비운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최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차기 처장 후보를 추천하지 못하고 파행돼 공수처장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자리를 비운 것은 신중하지 않은 처사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 처장이 영국을 다녀오는 사이 공수처와 검찰의 갈등이 노출돼 부패 사건이 붕 뜨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공수처가 검찰로 보낸 감사원 3급 공무원의 뇌물 수수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며 공수처로 돌려보냈는데, 공수처가 “법률적 근거가 없는 조치”라며 접수를 거부한 것이다. 공수처 측은 김 처장이 학회에서 해외 반부패 수사기관장들과 교류하며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고, 출장이 아닌 휴가를 내고 비용을 자비로 충당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동아일보는 김 처장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한편 19일 퇴임하는 김 처장은 1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수처 무용론’ 등 비판 여론에 대해 “오해가 많다. 나중에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처장이 이끈 ‘1기 공수처’는 직접 기소한 사건 3건 중 현재까지 유죄 판결을 받아낸 사례가 없고, 공수처가 직접 청구한 구속영장 5건이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천대엽 법원행정처장(60·사법연수원 21기·사진)이 15일 취임하면서 사법부의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판사가 한 재판부에서 근무하는 기간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판사가 사건 심리 도중 교체되면 새 판사가 사건을 파악하느라 재판이 길어질 수 있는 만큼, 한 곳에서 근무하는 기간을 늘려 재판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천 처장은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당면한 과제는 재판 지연 해소”라며 이같이 밝혔다. 법원행정처장은 전국 법원의 인사, 예산 등 사법행정을 총괄한다. 천 처장은 “분쟁 해결 적기를 놓쳐 처리 기간이 장기화되는 등 사법부 역량에 대한 여러 의구심이 제기되는 현실이 뼈아프게 느껴진다”며 “신속, 공정한 재판을 통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은 사법부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재판 지연 해소 방안에 대해 천 처장은 “법관 및 직원들의 잦은 사무 분담 변경은 전문성 약화, 직접심리주의의 왜곡과 재판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속성 있는 재판을 위해 한 법원에서는 가급적 한 재판부에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인사 및 사무 분담 원칙이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는 법관이 한 재판부에 근무하는 기간이 늘어나도록 법원 예규를 개정할 방침이다. 재판장은 최소 2년에서 3년으로, 배석판사는 최소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법원행정처는 이번 주 중 이런 방안을 법원 내부망에 공지하고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천 처장은 “재판과 민원 업무의 인공지능(AI) 활용 등 대국민 사법서비스 편의성의 획기적 개선을 위한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천 처장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한 뒤 2021년 5월 대법관으로 임명됐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법학 교수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15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기소하고,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 불기소하라고 검찰에 권고했다.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위원장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는 15일 오후 2시부터 7시간 가량 회의를 열고 김 청장과 최 서장의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 안건을 심의해 이렇게 결정했다. 김 청장에 대해선 9(기소) 대 6(불기소) 의견으로 기소하도록 검찰에 권고했다. 최 서장에 대해선 기소(1) 대 불기소(14) 의견으로 불기소 권고안을 의결했다. 대검찰청이 이날 수심위 의결 내용이 담긴 심의 의견서를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에 보내면 수사팀이 내용을 검토해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서부지검은 회의 종료 후 입장문을 내고 “검찰은 현재까지의 수사결과와 오늘 수심위에서 심의 의결한 내용을 종합해 증거, 사실관계 및 법리를 면밀하게 분석한 다음 최종적인 처분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김 청장 등은 2022년 10월 29일 핼러윈 참사 당시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릴 것을 알고도 안전관리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부실 대응해 사상 규모를 키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1월 두 사람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며 1년이 넘도록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서부지검의 이전 수사팀에선 구속 수사를 주장했다. 반면 인사이동 등으로 바뀐 수사팀에선 불기소해야 한다는 ‘신중’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 검찰 내부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고심 끝에 직권으로 수심위를 소집했다. 수심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는 기구다.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수사의 계속 여부, 기소 여부를 판단해 수사팀에 권고한다. 다만 수심위 권고를 수사팀이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윤복남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 )단장은 “수사심의위원장이 다른 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밝힌 요지에 따르면, 검찰 측에서 ‘두 피의자 모두 (업무상)주의 의무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회의 참석 후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심위는 검찰이 판단하기 어려운 사건을 두고 외부전문가로부터 자문을 구하는 것인데 검찰이 지금처럼 불기소하는 게 맞다고 주장해버리면 수심위를 왜 열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늘 수심위를 열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굉장히 회의적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회의에 들어갔지만 수심위를 왜 열어야 하는지에 대해 제 상식으로는 이해를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김 청장과 최 서장의 기소 여부가 결정되면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도 사실상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김 청장은 이태원 참사 수사에서 경찰관 신분의 피의자 중 최고위급이다. 앞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또다시 인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1일 피해자 김모 씨의 유족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씨는 1943년 3월 규슈의 일본제철 야하타 제철소로 강제로 끌려가 월급을 전혀 받지 않고 일했다고 한다. 1944년 4월 일본군에 배속됐다가 전쟁이 끝난 뒤 귀국했고 2012년 사망했다. 유족 3명은 2015년 5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유족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대법원의 결론도 같았다. 판결에 따라 일본제철은 유족에게 합계 1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최근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에서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직접 배상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대신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최근 히타치조선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가 확정된 강제징용 피해자 이모 씨 측은 히타치조선이 법원에 공탁한 돈(6000만 원)을 배상금으로 확보하기 위해 10일 서울중앙지법에 압류추심명령신청서를 제출했다. 일본 강제동원 기업이 한국 법원에 돈을 낸 사례는 히타치조선이 유일하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부모가 자녀 가방에 몰래 넣어둔 녹음기로 교사의 발언을 무단 녹음했다면 형사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1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 광진구 한 초등학교 교사였던 A 씨는 2018년 3∼5월 담임을 맡은 3학년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고 하는 등 16차례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학생의 어머니가 자녀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수업 내용을 녹음해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고, 검찰은 이를 근거로 A 씨를 기소했다. 1, 2심은 녹취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 유죄로 판결했다. 통신비밀보호법 14조 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데, 교사가 교실에서 한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반면 대법원은 “대화 내용이 공적인 성격을 갖는지, 발언자가 공적 인물인지 등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부모가 몰래 녹음한 교사의 수업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해 증거 능력이 부정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부모는 수업 중 학생과 별개의 인격체이자,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이기 때문에 교사의 수업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학부모가 녹음한 경우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A 씨의 발언이 아동학대처벌법이 금지하는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의 이날 판결이 특수교사의 발언을 녹음해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자녀 등 쟁점이 유사한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원단체는 대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학부모가 교사의 교육 활동을 무단 녹음하고 유포하는 것이 명백히 불법임을 밝힌 판결”이라고 반겼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지난해 12월 11일 취임한 조희대 대법원장(사진)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법원장 공관에 7일 입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대법원장과 전셋집에서 함께 살던 미혼의 막내아들은 공관에 들어가지 않았고, 누나 집으로 이사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 대법원장은 배우자와 함께 7일 한남동 공관으로 이사했다. 조 대법원장이 취임 직후 “대법원장 개인이 아니라 사법부 주요 현안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하고 도배 등 간단한 수리만 한 채 조용히 이사하면서 법원 내부에도 뒤늦게 알려졌다.대법원장 취임 직전까지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아파트에서 함께 살던 미혼의 막내아들은 공관으로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아들은 학업을 위해 학교와 가까운 서울의 누나 집으로 다음 달 이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혼인 조 대법원장의 장녀와 차녀는 모두 서울에 거주 중이다. 다만 막내아들이 학업을 마친 이후 부모와 함께 공관에 거주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조 대법원장은 아파트 전세 계약도 연장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대법원장 공관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이른바 ‘공관 재테크’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김 전 대법원장의 아들 부부는 2017년 9월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 청약해 당첨됐고, 2018년 1월∼2019년 4월 김 전 대법원장과 함께 공관에 살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아들 부부가 분양대금을 마련하려고 입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김 전 대법원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서울중앙지검은 법원 규정에 가족의 관사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2022년 12월 무혐의 처분했다. 김 전 대법원장이 손자를 위해 공관 마당에 미니 축구 골대를 설치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는데, 최근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법원장 며느리 강모 변호사의 ‘공관 만찬’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진그룹 법무팀 소속이던 강 변호사가 2018년 초 동료들과 함께 대법원장 공관에서 만찬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던 것이다. 당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집행유예를 선고한 직후여서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한진그룹 계열사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대법원 양형위원회(양형위)가 8일 올해 첫 정기회의를 열고 산업기술 유출 범죄의 권고형량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양형위는 18일 회의를 속행한 후 이르면 다음 주 내 심의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관계기관 의견 수렴을 거쳐 3월 내에 양형 기준을 최종 의결할 방침이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은 국외 기술 유출의 경우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유출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일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15억 원 이하의 벌금도 함께 선고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현재 기술 유출 범죄에 적용하는 양형 기준은 징역 1년∼3년 6개월이고, 형을 가중시킬 수 있는 요소를 적용해도 2∼6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선 대법원의 양형 기준이 법정 최고형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반도체 등 국가핵심기술에 대해서도 일반 영업비밀 유출 범죄와 동일한 양형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이에 양형위는 △국가핵심기술 국외 유출 및 침해 △방위산업기술 국내외 침해 △저작권 침해 등의 양형 기준을 새로 정하기로 하고 지난해 8월부터 논의를 이어 왔다. 검찰은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사범에 대해 최대 징역 12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 권고 범위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술 유출범의 처벌을 강화하도록 2019년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양형 기준은 이에 못 미치고 있다”며 “양형 기준 상향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지난해 국내 반도체 기술의 해외 유출 적발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해 올 3월 최종 의결할 방침이다. 8일 한국의희망 양향자 의원실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적발한 반도체 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13건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2022년 9건보다 44%(4건) 증가한 수치다. 최근 반도체 해외 기술 유출은 2016∼2018년 매년 1건 적발되다 2019년 3건, 2020년 6건 등 늘어나는 추세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심화되며 국내 기술을 노린 해외 정부 및 기업들의 탈취 시도가 늘고, 한국 수사기관도 적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적발된 사건 상당수가 과거 수년 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삼성전자 전 부장 김모 씨가 구속 기소된 사건도 2016년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18나노 D램 공정 정보를 중국 창신메모리(CXMT)에 무단으로 넘긴 혐의를 받는다. 기술 유출은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자동차, 조선 등 한국의 주력 산업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일어나면서 국가 안보 및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 최근 경남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전 직원 2명에 대해 잠수함 설계도면을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기술 유출이 끊이지 않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기술 유출로 얻는 이득이 적발 시 손실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8일 정기회의를 열고 기술유출 범죄와 관련해 법원 판결의 지침이 되는 양형 기준 범위 등을 심의했다. 양형위는 18일 추가 심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 주 내 상향된 양형 기준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핵심 기술을 유출한 산업스파이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금으로 물게 하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지만 처리가 무산됐다. 야당이 면책조항이 광범위하다고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양 의원은 “지금 드러난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며 “유출자에 대해 엄격히 처벌하고 사전 예방을 위한 시스템도 철저하게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반도체 기술 유출 38건, 수십조 피해… “정보 다 털린 뒤 발각 많아” [해외로 새는 첨단기술]美-中 갈등 속 한국기술 ‘표적’… 2019년이후 총96건 유출 적발반도체가 38건으로 가장 많아산업계 “처벌-제재부터 강화해야… 인력관리 통한 예방조치도 시급” “반도체 기술 탈취는 주로 첨단 공정을 겨냥해 시도되기 때문에 적게는 수천억 원, 많게는 수조∼수십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피해를 낳는다.” 반도체 업계 한 임원은 반도체 기술 유출에 대해 8일 이같이 말했다. 무엇보다 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맞붙는 경쟁사에 기술이 넘어가면 단 한 번의 유출로 한국 기업 및 국가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힐 수도 있다. 중대 범죄인 셈이다. 미국은 2022년 첨단 반도체 및 관련 장비에 대한 대(對)중국 수출 통제에 나선 데 이어 지난해 말부터는 저사양 반도체까지 규제를 추진했다. 특히 중국 기업이 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선두를 달리는 한국 기술에 대한 탈취 시도가 갈수록 심화되는 배경이다.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이른바 ‘산업스파이’ 사건은 총 96건이었다. 산업별로는 반도체가 38건으로 가장 많았고 디스플레이(16건), 자동차(9건), 이차전지(7건) 등 경제 안보 핵심 기술 분야가 뒤를 이었다. 기술 유출은 이미 핵심 정보가 경쟁사에 다 털린 이후 뒤늦게 발각되는 경우가 많아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3일 재판에 넘겨진 전 삼성전자 부장 김모 씨 등은 2016년에 범죄를 저질렀다. 당시 중국 경쟁사로 이직해 D램 18나노 기술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2016년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18나노 D램 양산에 성공하며 메모리 기술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았던 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최첨단 공정인 D램 10나노 초반대나 파운드리 3나노, 2나노에 대한 기술 탈취 시도가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며 “뒤늦게 발각된다 한들 이미 해당 기술은 옛날 기술이 돼 있고 경쟁사는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우선적으로 처벌 강화 및 강력한 제재를 통해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인텔에 3나노 공정 기술을 유출하려다 적발된 전 삼성 직원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중국에 삼성 판박이 공장을 세우려 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임원 출신 최모 씨는 당초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해 11월 보석으로 풀려나 논란이 일었다. 사전 예방을 위한 제도 마련도 시급한 과제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미국은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개인의 일탈, 범죄 정도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시스템 문제로 접근한다”며 “사후 제재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막을 예방 조치에 더 많이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인력 관리 시스템이다. 퇴직 또는 이직하는 전문 인력들에 의한 리스크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2022년 우수 인력 유치 및 퇴직 인력 관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겠다고 했으나 지난해와 올해 모두 관련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은 “기술 유출은 결국 사람 문제”라며 “국가 핵심기술과 관련된 전문 인력은 아예 퇴직 시 6개월 이상 취업제한을 두거나 다른 곳으로 갈 유인이 안 생기게 보상체계를 강화하는 등 당근과 채찍 모두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는 데 따른 감시 및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에서는 첨단 기술 기업이 해외 사업장에서 외국 정부로부터 자료 제출 요구를 받을 경우 대통령령으로 보호 조치한다는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실제 미국 조 바이든 정부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상대로 안보를 이유로 들어 공급망 정보를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중도 성향의 천대엽 대법관(60·사법연수원 21기·사진)을 법원행정처장으로 임명했다. 조 대법원장 취임 후 첫 인사인 행정처장 임명을 신호탄으로 사법부 개혁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은 이날 오전 “조 대법원장이 이달 15일자로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후임에 천 대법관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장은 전국 법원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으로, 현직 대법관 중에서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행정처장은 대법관 후보 추천 위원회, 공수처장 후보 추천 위원회 등에도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행정처장으로 재임하는 기간에는 대법원 재판은 맡지 않는다. 대법원은 “천 대법관은 약 28년간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며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두 차례 역임하는 등 다양한 재판 및 연구 활동과 사법행정 업무를 담당해 왔다”며 “국민을 위한 합리적인 사법제도를 구현하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데 헌신적인 노력을 해나갈 적임자”라고 임명 배경을 밝혔다. 천 대법관은 앞으로 조 대법원장이 최우선과제로 꼽은 재판 지연 문제 해결과 법관 충원, 인사 제도 개선 등과 관련한 사법행정 개혁 실무를 지휘하게 된다. 천 대법관은 지난해 3월 기준 약 3억3000만 원의 재산을 신고해 고위 법관 중 재산이 가장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