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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의 한 장례식장에선 취업 후 친구들과 함께 졸업 여행을 가려다 숨진 안모 씨(24)의 발인이 진행됐다. 안 씨는 친구와 함께 여수 여행을 하기 위해 오송역으로 가던 중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참변을 당했다.안 씨는 마지막 순간 메신저로 친구들에게 버스 안까지 물이 들어찬 사진을 보내며 ‘살려줘 제발’이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밝혀져 유가족들의 슬픔을 더했다. 안 씨의 외삼촌은 “취업 기념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는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애통해했다.이날 서원구의 다른 장례식장에선 희생자 박모 씨(76)의 발인을 30분 앞두고 장례식장이 유족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한 자녀는 “엄마가 가는 걸 못 보겠다”며 주저앉았다.운구가 시작되자 유족과 지인 20여 명은 고개를 숙인 채 영정사진을 따라갔다. 운구차에 박 씨의 관이 실리자 박 씨의 남편은 붉어진 눈시울로 부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바라봤다.이날 참사 희생자 14명 중 8명의 발인이 진행됐다. 유족들은 장례 절차가 마무리된 후 충북도와 청주시 등을 상대로 원인 규명 요청 등 합동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충북도는 “합동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청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둘째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35년 만에 처음 가족 여행 가는 날이었는데….” 1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시내버스 운전기사 이모 씨(58)의 부인 박모 씨(60)는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싸늘한 주검이 된 남편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사고) 당일 낮 12시에 퇴근 후 여행을 가기 위해 전날 여행지에서 남편이 신을 가죽 신발도 사고, 먹을 음식도 구입했다”며 “떠나지 못한 가족 여행이 남편과의 마지막 가족 여행이 됐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날 새벽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선 이 씨를 비롯해 침수 사고로 숨진 피해자 시신 5구가 추가로 수습됐다. 침수된 747번 시내버스를 운전했던 이 씨는 퇴근 후 둘째 아들 사돈댁과 다 같이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부인은 “남편은 9년간 버스 운전을 하면서 단 한 번도 휴가를 쓴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했다”면서 “그랬던 남편이 올 10월에 둘째 아들이 결혼하니까 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던 것”이라며 침통해했다. 사고 당일 이 씨는 평소처럼 관절통이 심한 부인을 위해 10분간 안마해주고 출근길에 올랐다고 한다. 가족들은 사고 당일 오전 지하차도 침수 소식을 접한 뒤 이 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실종 신고를 했다. 부인 박 씨는 “애들 아빠가 평소 다니는 노선을 나도 잘 아는데 저 길이 아니니까 설마 (사고 지하차도에)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했다”고 했다. 이 씨 가족들은 이 씨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했다. 부인 박 씨는 “전해 듣기론 남편이 마지막까지 승객들에게 ‘빨리 탈출하라’고 외쳤다고 한다”며 “사고 당일 원래 다니던 도로가 통제됐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해 우회한 것 같다”면서 울먹였다. 이날 이 씨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직장 동료들은 “이 씨는 오전 6시 첫차 운행을 맡으면 두세 시간 일찍 나와 동료들이 마실 커피를 준비하던 사람이었다”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동료 A 씨는 “모든 동료와 원만하게 잘 지냈고, 봉사 활동도 활발히 해 주위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평소 청주시에서 어르신을 모시고 관광하러 가는 봉사활동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 정리 봉사활동 등에도 앞장서 표창장도 여럿 받았다고 한다.물 빠진 지하차도 온통 진흙탕… 시신 14구 수습 분당 8t씩 배수… 모습 드러내구겨진 철판 등 참혹한 현장 생생 14명이 숨지며 역대 최악의 지하차도 참사로 기록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사고 현장이 17일 새벽 언론에 공개됐다. 공개된 지하차도 입구는 강물과 함께 쓸려온 모래 등이 쌓이며 온통 진흙탕이었다. 발을 옮길 때마다 장화 발목까지 잠기는 데다 미끌거려 제대로 걷기 힘든 수준이었다. 어두운 지하차도에는 소방차와 작업 차량의 불빛만 번쩍거렸다. 지하차도를 가득 채웠던 6만 t의 강물은 80%가량 배수됐다고 했다. 외부에 대용량포 방사시스템 등을 설치하고 만 하루 넘게 분당 8t의 물을 배수한 덕분이었다. 취재진이 들어가는 와중에도 배수 호스는 꿈틀거리며 끊임없이 흙탕물을 외부로 날랐다. 하지만 지하차도를 100m가량 걸어 들어가니 지하차도 중심부에는 여전히 흙탕물이 가득했다. 해양경찰청 대원들이 들어가니 목까지 찰랑거릴 정도였다. 차량은 보이지 않았지만 중간중간 구겨진 철판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 등은 “흙탕물이 시야와 이동을 막아 구조 작업에 애를 먹었다”고 입을 모았다. 취재진이 지하차도를 나온 후 한나절이 더 지난 오후 3시경 소방 관계자는 “드디어 가장 높은 곳 수심이 무릎에 닿는 수준으로 낮아졌다. 배수도 사실상 끝났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시신 14구를 수습한 소방 당국은 신원 확인이 완료된만큼 지하차도 수색을 종료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지하차도 폐쇄회로(CC)TV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실종자 여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터널 내부에 있던 차량 17대도 이날 오후 모두 견인됐다.청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청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둘째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35년 만에 처음 가족 여행 가는 날이었는데….”1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시내버스 운전기사 이모 씨(58)의 부인 박모 씨(60)는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싸늘한 주검이 된 남편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사고) 당일 낮 12시에 퇴근 후 여행을 가기 위해 전날 여행지에서 남편이 신을 가죽 신발도 사고, 먹을 음식도 구입했다”며 “떠나지도 못한 가족 여행이 남편과의 마지막 가족 여행이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이날 새벽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선 이 씨를 비롯해 침수 사고로 숨진 시신 4구가 추가로 수습됐다. 침수된 747번 시내버스를 운전했던 이모 씨는 퇴근 후 둘째 아들 사돈댁과 다 같이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부인은 “남편은 9년간 버스 운전을 하면서 단 한 번도 휴가를 쓴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했다”며 “그랬던 남편이 올 10월에 둘째 아들이 결혼하니까 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던 것”이라며 침통해 했다.사고 당일 이 씨는 평소처럼 관절통이 심한 부인을 위해 10분간 안마해주고 출근길에 올랐다고 한다. 가족들은 사고 당일 오전 지하차도 침수 소식을 접한 뒤 이 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실종 신고를 했다. 부인 박 씨는 “애들 아빠가 평소 다니는 노선을 나도 잘 아는데 저 길이 아니니까 설마 (사고 지하차도에)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했다”고 했다.이 씨 가족들은 이 씨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했다. 부인 박 씨는 “전해 듣기론 남편이 마지막까지 승객들한테 ‘빨리 탈출하라’고 외쳤다고 한다”며 “사고 당일 원래 다니던 도로가 통제됐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해 우회한 것 같다”며 울먹였다.이날 이 씨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직장 동료들은 “이 씨는 새벽 6시 첫 차 운행을 맡으면 두세 시간 일찍 나와 동료들이 마실 커피를 준비하던 사람이었다”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동료 A 씨는 “모든 동료와 원만하게 잘 지냈고, 봉사 활동도 활발히 해 주위의 존경을 받던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평소 청주시에서 어르신을 모시고 관광하러 가는 봉사활동과 어린어보호구역(스쿨존) 교통 정리 봉사활동 등에도 앞장서 표창장도 여럿 받았다고 한다.청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13일부터 17일까지 5일 동안 충남과 충북, 경북 등에 최고 570mm가 넘는 기록적인 ‘극한 호우’가 내리면서 40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특히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선 궁평2지하차도가 미호강 범람으로 침수되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버스 승객 등 1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오송지하차도에 고립된 차량이 더 있어 역대 최악의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오전 11시 현재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40명, 실종자는 9명에 달한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등으로 78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이후 12년 만에 최대 피해다. 특히 오송지하차도는 15일 오전 8시 30분경 집중호우로 불어난 미호강 물이 제방을 무너뜨리고 지하차도로 밀려들기 시작했고, 오전 8시 45분 신고 접수 후 단 2분 만에 물이 터널 구간 길이 436m인 지하차도를 가득 채우며 버스 1대와 트럭 2대, 승용차 12대 등 차량 15대가 고립됐다. 지역 주민과 유족들 사이에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제대로 대응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고 4시간 전인 15일 오전 4시 10분경 금강홍수통제소가 미호강 범람 가능성을 경고하는 홍수경보를 발령했고, 금강홍수통제소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청주시 흥덕구청과 경찰에 주민 및 교통 통제 등을 요청했지만 침수 직전까지 오송지하차도 진입이 통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산림이 밀집한 경북에선 장맛비로 지반이 약해진 곳에서 토사가 밀려 내려오는 산사태 피해가 집중되면서 1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곳곳에서 댐이 넘쳐 흐르는 월류, 하천 범람, 주택 침수 등이 이어지면서 8852명이 대피했고, 5541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했다. 폴란드 등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화상 집중호우 점검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가 현장에서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기상청, 산림청 등 유관기관은 위험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파해 달라”고 주문했다.지하차도 2회 통제요청에도 지자체-경찰 방치… 강변엔 모래제방 ‘안전 불감증’이 부른 참변 침수 4시간 30분전 홍수경보 발령완전 침수때까지 차량 진입 안막아… 충북道 “통제시간 확보할 수 없었다”목격자 “모래 제방서 강 범람 시작”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 미호강의 범람 가능성을 통보받고도 지하차도의 통행을 통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송 지하차도 인근에 교각(미호천교)을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하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역시 기록적 폭우 속에서 미호강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어 이번 참사 역시 전형적인 ‘인재(人災)’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수경보에도 교통 통제 없어 1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침수 발생 4시간 30분 전인 15일 오전 4시 10분경 금강홍수통제소는 미호강 미호천교 지점의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상향 발령했다. 또 2시간여 뒤인 오전 6시 30분경에는 금강홍수통제소 관계자가 흥덕구에 전화해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 관계자는 “흥덕구청에 지자체 관련 매뉴얼에 따라 주민 통제 조치를 내려 달라고 했다”며 “환경부에도 같은 내용을 알렸다”고 했다. 흥덕구는 청주시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지만, 청주시는 충북도에 알리지 않았고 오전 8시 45분 침수 신고가 접수된 지 2분 만에 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될 때까지 교통 통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홍수 위기 상황은 상위 기관인 충북도 등에도 전파된 걸로 안다. 도에서 하위 기관인 시나 구에 통제를 지시해야 했다”고 했다. 하지만 청주시의 자연재난재해 매뉴얼에는 ‘침수 및 범람 지역의 주민 대피와 통행 제한’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충북도는 대응 매뉴얼상 지하차도 중심 부분에 물이 50cm 정도 차올라야 교통 통제를 하는데 제방이 무너지기 전까진 그런 징후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특보가 내려진다고 무조건 도로를 통제하진 않는다. 도로 상황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결정하는데 단시간에 물이 차면서 차량 통제 시간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행복청 관계자는 “(미호천교 확장 공사) 감리회사 단장이 오전 7시 56분경 경찰에 ‘궁평 지하차도 침수 우려가 있으니 차량을 통제해 달라’고 신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의 조치도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나갔지만 인근 다른 도로에서 통제를 했다”고 말했다.● 임시제방 관리도 ‘부실’ 의혹 지하차도와 불과 400∼500m가량 떨어진 미호강 제방도 부실하게 관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인근에는 미호천교 확장 공사를 행복청이 진행하면서 미호강변에 임시제방을 쌓은 상태였다. 미호강 범람 당시 상황을 목격한 장모 씨(68)는 “모래로 제방을 쌓고 방수포로 덮은 곳에서 물이 넘치더니 제방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행복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홍수경보가 발령되며 미호강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자 작업자 6명과 굴착기 1대를 투입해 오전 6시 반부터 임시제방 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오전 8시 10분경 미호강이 제방을 넘어서면서 작업을 중단하고 경찰 측에 통보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홍수를 대비해 미호강의 과거 100년 최고 홍수 수위보다 1m 높게 임시제방을 쌓았는데 예상보다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내렸다”고 했다. 오송 지하차도의 경우 침수 시 차량 진입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시설은 올 9월에야 설치될 예정이었고, 배수펌프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충북도 관계자는 “지하차도 안에 설치된 4개의 배수펌프가 침수 전까지 작동되다 물이 밀려드는 순간 전기가 끊겨 작동을 멈췄다”고 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바르샤바=장관석 기자 jks@donga.com청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목요일(13일)이 아들 생일이라 오늘 다 같이 밥 먹기로 했는데….” 16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하나병원에 마련된 30대 남성 조모 씨의 빈소를 지키던 그의 부모는 “연락이 안 되기에 늦잠 자는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흐느꼈다. 청주의 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조 씨는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벌어진 15일 출근하기 위해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지나다가 참변을 당했다. 조 씨 부모는 “사고 전날 주말에 맛있는 거라도 먹자며 통화했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차라리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통곡 끊이지 않는 빈소 16일 청주 곳곳에 마련된 지하차도 침수 사고 피해자 빈소에는 유가족과 지인들의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하나병원에 차려진 안모 씨(24)의 빈소에는 외삼촌 이모 씨(49)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조카가 대학 졸업 전에 보건 분야에 취업했다며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사고를 당했다니 믿을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안 씨는 전날 친구와 전남 여수로 졸업 여행을 떠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오송역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폭우 때문에 버스가 원래 다니는 길 대신 오송 지하차도로 경로를 바꿔 친구와 함께 사고를 당했다. 이 씨는 “어릴 때부터 사람 돕는 걸 좋아하는 심성이 착한 아이였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먼저 오송역에 가 있던 친구들에게 통화로 “버스에 물이 찬다. 기사 아저씨가 창문을 깨고 나가라고 한다”고 전한 게 마지막이었다. 사고로 선생님을 잃은 아이들이 빈소를 찾기도 했다. 청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 결혼 2개월차 새신랑인 김모 씨(30)는 임용시험을 보는 처남을 시험장에 데려다주기 위해 운전을 해 지하차도에 들어섰다. 그러다 갑자기 들이닥친 물 때문에 차량이 지하차도에서 침수됐다. 처남은 간신히 헤엄쳐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지만, 김 씨는 끝내 나오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그의 빈소엔 그가 가르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과 학부모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일부 학생은 조문 중 단체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 씨의 이모부 유모 씨(54)는 “착한 성격에 좋은 선생님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청주성모병원에 빈소가 차려진 김모 씨(70)의 남편 유모 씨(75)는 “아내는 매주 토요일마다 하나뿐인 여섯 살 손자를 돌보러 서울로 갔다”며 “15일도 손주를 돌보러 가다가 그런 일을 당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연락 안 돼” 실종자 가족들 전전긍긍이날 오후 하나병원 앞에서 기다리던 피해자 가족들은 병원으로 구급차가 올 때마다 달려가 얼굴을 확인했다. A 씨는 “조카가 전날 KTX를 타려고 오송역으로 가던 길이었는데, 이후 연락이 없다”며 “혹시나 잘못된 건 아닌지 구급차가 올 때마다 심장이 멎는 것 같다”고 했다. 큰아들과 연락이 안 된다는 김모 씨(75)는 “오창읍에서 치과 의사로 일하는 아들이 출근길에 사고를 당한 것 같다”며 애통해했다. 유족들은 도로를 통제하지 않은 지자체의 미흡한 대처가 사고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A 씨는 “사고 전날부터 폭우가 쏟아졌는데 왜 하천 근처 도로를 통제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 앞에서 기다리던 박모 씨는 “지난해 경북 포항 주차장 사고처럼 지하 시설 사망 사고는 매년 반복되는데 개선이 안 되다 보니 피해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청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청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청주=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목요일(13일)이 아들 생일이라 오늘 다 같이 밥 먹기로 했는데….”16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하나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30대 남성 조모 씨의 빈소를 지키던 그의 부모는 “연락이 안 되기에 늦잠 자는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흐느꼈다. 청주의 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조 씨는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벌어진 15일 출근하기 위해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지나다가 참변을 당했다. 조 씨 부모는 “사고 전날 주말에 맛있는 거라도 먹자고 통화했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차라리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통곡 끊이지 않는 장례식장 16일 청주 곳곳에 마련된 지하차도 침수 사고 피해자 장례식장에는 유가족들과 지인들의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이날 하나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안모 씨(24)의 빈소에는 외삼촌 이모 씨(49)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조카가 대학교 졸업 전에 보건 분야에 취업했다며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사고를 당했다니 믿을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안 씨는 전날 친구와 전남 여수시로 졸업 여행을 떠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오송역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폭우 때문에 버스가 원래 다니는 길 대신 오송지하차도로 경로를 바꿔 친구와 함께 사고를 당했다. 이 씨는 “어릴 때부터 사람 돕는 걸 좋아하는 심성이 착한 아이였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먼저 오송역에 가 있던 친구들에게 통화로 “버스에 물이 찬다. 기사 아저씨가 창문을 깨고 나가라고 한다”고 전한 게 마지막이었다.사고로 선생님을 잃은 아이들이 빈소를 찾기도 했다. 청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김모 씨(30)는 임용고시를 보는 처남을 시험장에 데려다 주기 위해 운전하다가 지하차도에 들어섰다. 그러다 갑자기 들이닥친 물 때문에 차량이 지하차도에서 침수됐다. 처남은 간신히 헤엄쳐 물밖으로 나올 수 있었지만, 김 씨는 끝내 나오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그의 장례식장엔 그가 가르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과 학부모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일부 학생들은 조문 중 단체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 씨의 이모부 유모 씨(60)는 “착한 성격에 좋은 선생님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말을 흐렸다. ● “연락 안 돼” 실종자 가족들 전전긍긍 이날 오후 하나병원 앞에서 기다리던 피해자 가족들은 병원으로 구급차가 올 때마다 달려가 얼굴을 확인했다. A 씨는 “조카가 전날 KTX를 타려고 오송역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이후 연락이 없다”며 “혹시나 잘못된 건 아닌지 구급차가 올 때마다 심장이 멎는 것 같다”고 했다. 큰아들과 연락이 안 된다는 김모 씨(75)는 “오창읍에서 치과 의사로 일하는 아들이 출근길에 사고를 당한 것 같다”면서 “엄마에게 매일같이 연락하는 효자였는데, 사고 이후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애통해했다. 유족들은 폭우에도 도로를 통제하지 않은 지자체의 미흡한 대처가 사고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A 씨는 “사고 전날부터 폭우가 쏟아졌는데 왜 하천 근처 도로를 통제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 앞에서 기다리던 박모 씨는 “장모님 마지막 위치가 오송지하차도로 표시되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안 된다”며 “지난해 포항 주차장 사고처럼 지하 시설 사망 사고는 매년 반복되는데 개선이 안 되다 보니 피해자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청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청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청주=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한국전력에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문의하라고 하고, 관리사무소는 들은 게 없다고 하니 황당할 따름입니다.” 법적으로 TV 수신료와 전기요금 분리 납부가 가능해진 12일 서울 성북구에서 만난 아파트 주민 김모 씨(27)는 하소연을 쏟아냈다. 그는 “한전과 관리사무소가 서로 책임을 미루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황당해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이 통과되면서 KBS 수신료 위탁 징수를 맡은 한전은 전기요금과 별개로 KBS 수신료 전용 청구서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 자동이체로 전기요금을 내는 경우 이날부터 고객센터(123)에 전화하면 전기요금만 자동이체하고 TV 수신료 계좌는 별도로 안내할 방침이다. 문제는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다. 한전은 “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를 통해 전기요금과 TV 수신료 등을 통합 징수해 온 만큼 관리사무소가 별도 수납 시스템을 갖춰야 분리 납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성북구 아파트의 한 관리사무소는 “(분리 징수 내용을) 뉴스로만 들었고 한전 측에서 따로 공지나 공문을 받은 게 없다”며 “공문이 언제 내려올지도 모르는데 주민들 전화는 계속 오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주상복합 관리사무소 역시 “아직 관련 공문이나 지침을 받은 게 없다”며 “주민들에게 현재로서는 따로 낼 방법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 측에도 TV 수신료 분리 납부 방법에 대한 문의가 오전부터 빗발쳤다. 한전은 “이날 오후 4시까지 약 7만 건의 고객 문의가 접수됐는데 이는 평소 대비 15%가량 늘어난 것”이라며 “이 중 70%가량인 약 5만 건이 분리 납부 관련 문의였다”고 밝혔다. 문의가 늘면서 전화 연결도 잘 안 됐다. 강북구 주민 조모 씨(27)는 “한전에 전화 연결이 안 돼 오전부터 몇 번이나 시도했다”며 “오후에 7분 이상 기다린 끝에야 겨우 통화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전 측은 “12일 오전 전국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에 수신료를 따로 낼 수 있도록 별도의 수납계좌를 만드는 등의 방법을 안내했다”며 “일부 관리사무소와 소통이 잘 안 이뤄진 것 같은데 전국 한전 사업소에서 관리사무소 2만8000곳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며 분리 징수 방법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분리 징수 시스템을 완전히 구축하기까지 3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한국전력에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문의하라고 하고, 관리사무소는 들은 게 없다고 하니 황당할 따름입니다.” 법적으로 TV 수신료와 전기요금 분리 납부가 가능해진 12일 서울 성북구에서 만난 아파트 주민 김모 씨(27)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하소연을 쏟아냈다. 그는 “한전과 관리사무소가 서로 책임을 미루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황당해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이 통과되면서 KBS 수신료 위탁 징수를 맡은 한전은 전기요금과 별개로 KBS 수신료 전용 청구서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 자동이체로 전기요금을 내는 경우 이날부터 고객센터(123)에 전화하면 전기요금만 자동이체하고 TV 수신료 계좌는 별도로 안내할 방침이다. 문제는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다. 한전은 “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를 통해 전기요금과 TV 수신료 등을 통합 징수해 온 만큼 관리사무소가 별도 수납 시스템을 갖춰야 분리 납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성북구 아파트의 한 관리사무소는 “(분리 징수 내용을) 뉴스로만 들었고 한전 측에서 따로 공지나 공문을 받은 게 없다”며 “공문이 언제 내려올지도 모르는데 주민들 전화는 계속 오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주상복합 관리사무소 역시 “아직 관련 공문이나 지침을 받은 게 없다”며 “주민들에게 현재로서는 따로 낼 방법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 측에도 TV 수신료 분리 납부 방법에 대한 문의가 오전부터 빗발쳤다. 한전은 “이날 오후 4시까지 약 7만 건의 고객문의가 접수됐는데 이는 평소대비 15% 가량 늘어난 것”이라며 “이 중 70% 가량인 약 5만 건 가량이 분리 납부 관련 문의였다”고 밝혔다. 문의가 늘면서 전화 연결도 잘 안 됐다. 강북구 주민 조모 씨(27)는 “한전에 전화 연결이 안 돼 오전부터 몇 번이나 시도했다”며 “오후에 7분 이상 기다린 끝에야 겨우 통화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전 측은 “12일 오전 전국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에 수신료를 따로 낼 수 있도록 별도의 수납계좌를 만드는 등의 방법을 안내했다”며 “일부 관리사무소와 소통이 잘 안 이뤄진 것 같은데 전국 한전 사업소에서 관리사무소 2만8000곳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며 분리 징수 방법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분리 징수 시스템을 완전히 구축하기까지 3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적금을 해지해 엔화를 200만 원어치 샀어요. 1년 뒤에는 적금 이자보다 엔화 수익률이 더 높지 않을까 싶어서요.” 올해 취업한 권유진 씨(23)는 10일 오전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시중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원-엔 환율부터 확인한다고 했다. 권 씨는 “1년 넘게 들었던 적금을 깨 엔화를 산 후 시중은행 엔화 통장에 넣어놨다”며 “처음엔 일본 여행 경비로 쓰려고 했는데 환율이 계속 떨어지는 걸 보고 투자 목적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최근 몇 달 동안 원-엔 환율이 900원대 초반으로 내려갈 때마다 50만 원어치씩 엔화를 구매했다고 한다. 8년 만에 엔화 가치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자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사이에선 엔화를 구매해 환차익을 노리는 이른바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외환 투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엔테크에 몰리는 2030세대 엔화 환율이 약세를 이어가면서 청년들 사이에선 “초저금리 시대에 예·적금보다 엔화 투자가 낫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대학생 이모 씨(24)는 아르바이트 주급을 매주 저금하는 대신에 받을 때마다 엔화로 환전하고 있다. 이 씨는 “일주일에 20만 원어치씩 두 달 동안 엔화를 사 모았다”며 “지금까지 160여만 원을 투자했는데 적금 이자를 연 4, 5% 받느니 1년 정도 묵혀 두고 원-엔 환율이 1000원대로 올라가면 파는 게 낫지 않겠나 싶다”고 했다. 대학생 한모 씨(23)도 최근 원-엔 환율이 9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지자 저금해 뒀던 1000만 원으로 엔화를 샀다. 한 씨는 “절반은 여행 경비로, 나머지 절반은 투자 목적으로 엔화를 구매했다”며 “앞으로 400만∼500만 원을 추가로 엔화 사는 데 쓰려 한다”고 했다. 직장인에 더해 대학생들까지 이른바 엔테크에 나서면서 수수료를 줄이는 비결도 공유되고 있다. 한 씨는 “블로그 등을 참고해 수수료가 없는 앱을 찾아 엔화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 전문가 “외환 투자 변동성 커” 엔화에 몰리는 투자금 때문에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급등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달 말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은 8601억2038만 엔(약 7조8856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달 말(6795억8340만 엔·약 6조2304억 원)에 비해 26.5% 늘어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환 투자 비중을 지나치게 늘리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환율은 전문가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식은 상승이든 하락이든 전반적인 추세가 있는데 환율은 주식보다 훨씬 변동 가능성이 크다”며 “자금이 제한적인 청년들이 환율 차익을 얻기 위해 자산의 상당수를 투입해 엔화 투자를 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통화 투자는 일반적으로 기대수익이 크지 않아 노련한 투자자들은 엔화에 ‘몰빵’하는 대신에 관련 주식이나 국채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에 투자한다”고 했다. 안지은 하나은행 PB부장도 “엔화 추가 하락 가능성이 우려되면 예금 외에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적금을 해지해 엔화를 200만 원어치 샀어요. 1년 뒤에는 적금 이자보다 엔화 수익률이 더 높지 않을까 싶어서요.” 올해 취업한 권유진 씨(23)는 10일 오전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시중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원-엔 환율부터 확인한다고 했다. 권 씨는 “1년 넘게 들었던 적금을 깨 엔화를 산 후 시중은행 엔화 통장에 넣어놨다”며 “처음엔 일본 여행 경비로 쓰려고 했는데 환율이 계속 떨어지는 걸 보고 투자 목적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최근 몇 달 동안 원-엔 환율이 900원 초반대로 내려갈 때마다 50만 원어치씩 엔화를 구매했다고 한다. 8년 만에 엔화 가치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자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사이에선 엔화를 구매해 환차익을 노리는 이른바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외환 투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엔테크에 몰리는 2030세대 엔화 환율이 약세를 이어가면서 청년들 사이에선 “초저금리 시대에 예·적금보다 엔화 투자가 낫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대학생 이모 씨(24)는 아르바이트 주급을 매주 저금하는 대신 받을 때마다 엔화로 환전하고 있다. 이 씨는 “일주일에 20만 원어치씩 두 달 동안 엔화를 사 모았다”며 “지금까지 160여만 원을 투자했는데 적금 이자를 연 4, 5% 받느니 1년 정도 묵혀두고 원-엔 환율이 1000원대로 올라가면 파는 게 낫지 않겠나 싶다”고 했다. 대학생 한모 씨(23)도 최근 원-엔 환율이 9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지자 저금해 뒀던 1000만 원으로 엔화를 샀다. 한 씨는 “절반은 여행 경비로, 나머지 절반은 투자 목적으로 엔화를 구매했다”며 “언제 다시 반등할지 몰라 모아둔 과외비 400만~500만 원까지 추가로 엔화 사는 데 쓰려 한다”고 했다. 직장인에 더해 대학생들까지 이른바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나서면서 수수료를 줄이는 비결도 공유되고 있다. 한 씨는 “블로그 등을 참고해 수수료가 없는 앱을 찾아 엔화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 전문가 “외환 투자 변동성 커”엔화에 몰리는 투자금 때문에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급등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달 말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은 8601억2038만 엔(약 7조8856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달 말(6795억8340만 엔·약 6조2304억 원)에 비해 26.5% 늘어난 것이다.다만 전문가들은 외환 투자 비중을 지나치게 늘리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환율은 전문가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식은 상승이든 하락이든 전반적인 추세가 있는데 환율은 주식보다 훨씬 변동 가능성이 크다”며 “자금이 제한적인 청년들이 환율 차익을 얻기 위해 자산의 상당수를 투입해 엔화 투자를 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통화 투자는 일반적으로 기대수익이 크지 않아 노련한 투자자들은 엔화에 몰빵하는 대신 관련 주식이나 국채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에 투자한다”고 했다. 안지은 하나은행 PB부장도 “엔화 추가 하락 가능성이 우려되면 예금 외에 주가연계증권(ELS) 등 상품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다”고 조언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고속도로를 10년 넘게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백지화라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7일 오후 경기 양평군 강상면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주민 A 씨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백지화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10년 넘게 기다려온 지역 숙원사업이 정치권 공방 때문에 한순간에 무산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008년부터 추진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이 최근 가시화되면서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부풀었던 주민들은 이날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다. 정부의 고속도로 노선 변경안에 포함됐었던 병산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신모 씨(63)는 “주말에 차가 하도 막히니 예약한 손님들도 못 오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오죽하면 팔당댐에 선착장이라도 만들자고 주민들끼리 얘기할 정도”라며 “우리의 숙원 사업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했다.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노모 씨(71)도 “지금은 서울 잠실까지 20㎞ 거리가 1시간 넘게 걸리는데, 고속도로가 들어왔으면 25분이면 충분했을 것”이라며 “장관 말 한마디로 하루아침에 백지화가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주민 이모 씨(70)는 “우리 마을에 70∼80년 산 어르신들도 이 일대 땅이 김건희 여사와 관련됐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정치권 사람들이 국민의 편익 시설을 갈취하고 훼방을 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평군과 주민들은 조직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양평군은 이날 오전 전진선 군수와 12개 읍면 이장협의회장 등이 참석한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장협의회장들은 범군민대책위원회를 꾸린 뒤 백지화 반대 10만 명 서명 운동과 국민청원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양평군의회도 이날 임시회를 열고 백지화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재적 의원 7명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 5명만 참여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은 불참했다. 특히 일부 주민들은 ‘상경 투쟁’을 주장하고 있어 반발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농민 이모 씨(65)는 “강상면 주민들은 주말에 응급환자가 생기면 그냥 죽어야 한다. 읍내 병원까지 가는 데 1시간은 족히 걸린다”며 “서울에 가서 규탄 시위를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전 군수는 “가짜뉴스가 상상하기도 어려운 결과를 초래했다”며 “정치적 쟁점화를 중단하고 국토교통부는 사업 전면 중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너무나 안타깝고 한심스럽다”며 “오랜 기간 준비한 정책을 장관의 감정적인 말 한마디로 바꾸는 것 자체가 ‘국정 난맥상’”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양평=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고속도로를 10년 넘게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백지화라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7일 오후 경기 양평군 강상면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주민 A 씨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백지화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10년 넘게 기다려온 지역 숙원사업이 정치권 공방 때문에 한순간에 무산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2008년부터 추진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이 최근 가시화되면서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부풀었던 주민들은 이날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다. 국토부의 고속도로 노선 변경안에 포함됐었던 병산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신모씨(63)는 “주말에 차가 하도 막히니 예약한 손님들도 못 오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오죽하면 팔당댐에 선박장이라도 만들자고 주민들끼리 얘기할 정도”라며 “우리의 숙원 사업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했다. 복덕방을 운영하는 노모 씨(71)도 “지금은 잠실까지 20㎞ 거리가 1시간 넘게 걸리는데, 고속도로가 들어왔으면 25분이면 충분했을 것”이라며 “장관 말 한마디로 하루 아침에 백지화가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주민 이모 씨(70)는 “우리 마을에 70~80년 산 어르신들도 이 일대 땅이 김 여사와 관련됐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정치권 사람들이 국민의 편익 시설을 갈취하고 훼방을 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양평군과 주민들은 조직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양평군은 이날 오전 오전 전진선 군수와 12개 읍면 이장협의회장 등이 참석한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장협의회장들은 범군민대책위원회를 꾸린 뒤 백지화 반대 10만 명 서명 운동과 국민청원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양평군의회도 이날 임시회를 열고 백지화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재적 의원 7명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 5명만 참여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은 불참했다.특히 일부 주민들은 ‘상경 투쟁’을 주장하고 있어 반발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농민 이모 씨(65)는 “강상면 주민들은 주말에 응급환자가 생기면 그냥 죽어야 한다. 읍내 병원까지 가는데 1시간은 족히 걸린다”며 “서울에 가서 규탄시위를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전 군수는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가짜뉴스가 상상하기도 어려운 결과를 초래했다”며 “정치적 쟁점화를 중단하고 국토부는 사업 전면 중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너무나 안타깝고 한심스럽다”며 “오랜 기간 준비한 정책을 장관의 감정적인 말 한마디로 바꾸는 것 자체가 ‘국정 난맥상’”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양평=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2011년 후쿠시마 사고로 방출된 방사성 핵종인 세슘이 10년간 국내 해안의 세슘 농도를 1%가량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추산했을 때 일본이 방출할 오염수 내 삼중수소 역시 낮은 수준으로 유입되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5일 한국해양학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조양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해류 및 수온 등의 변화에 따른 세슘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발표했다. 5분 간격으로 수집한 해양 환경 데이터를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2020년 ㎥당 0.01Bq(베크렐) 수준의 세슘이 국내 해안에 유입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내 해안의 평균 세슘 농도는 약 1Bq로 10년간 세슘 농도가 1%가량 높아진 셈이다. 바다의 아래 수심대를 의미하는 아표층에서는 방출 시점으로부터 9년 후 0.01Bq 수준의 세슘이 유입됐다는 결과치가 도출됐다. 조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 역시 비슷한 경로와 시기에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며 “10년 뒤 0.001Bq 수준의 삼중수소가 우리 해역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옥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책임연구원 역시 삼중수소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 조 교수와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김 책임연구원은 “2년 후 0.0001Bq의 삼중수소가 국내 해역에 일시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이나, 4∼5년 후부터 10년 후까지 0.001Bq로 수렴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0.001Bq은 국내 해역 삼중수소 평균 농도의 10만분의 1 수준이다. 강건욱 서울대 핵의학과 교수는 “사람이 100억 년을 매일 먹어야 1년간 방사선 허용량에 도달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방사성 물질이 우리 해역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북태평양 환류 때문이다. 북태평양 환류는 북태평양 전체를 시계 방향으로 느리게 도는 해류다. 김 책임연구원은 “방출된 오염수가 구로시오 해류와 북태평양 해류를 따라 미국 서부를 거쳐 우리나라 해역으로 돌아오는 데 10년이 걸린다”고 했다. 인공방사능이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자연방사능보다 해롭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과학자들은 “근거 없다”는 의견을 냈다. 김규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핵종의 붕괴 방식, 그때 발생하는 에너지, 생물 체내에 농축되는 방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핵종의 출처가 자연인지 인공인지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어제 하루 매출이 4만3000원이었어요. 평소의 10∼20% 남짓인데 일본에서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얼마나 더 심각해질지 걱정입니다.” 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한 수산업자는 한산한 시장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노량진에서 40년 넘게 수산물을 판매했는데 이렇게 장사가 안 된 적은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보다 매출이 더 떨어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에 안전성 문제가 없다는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자 국내 수산시장 상인들은 “안 그래도 오염수 괴담 때문에 손님이 줄었는데 매출이 더 떨어지게 생겼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이날 둘러본 노량진수산시장엔 입구 근처 가게를 둘러보던 손님 4, 5명을 제외하곤 손님 발길이 끊긴 모습이었다. 수산시장 상인들은 “여름이 원래 비수기이긴 하지만 오염수 괴담 때문에 손님 발길이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 오염수 방류 전이고 국산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설득해도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수산시장 측은 궁여지책으로 시장 내 모니터를 통해 국산 수산물의 경우 철저한 방사능 검사를 거쳐 안전하다고 강조하는 동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수산시장에서 일해 온 차덕호 씨(54)는 “오염수 괴담이 퍼진 후 2주째 적자라 직원 3명 월급을 주려고 적금까지 깼다”며 “나도 먹고 우리 가족도 먹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잘 안 통한다”고 했다. 어민들도 울상이다. 경남 고성군에서 새우 양식장을 운영하는 최창명 씨(61)는 “올 1월에 새우 20만 마리를 풀었는데 예전 같으면 6월이면 출하가 모두 끝났지만 올해는 거의 안 나갔다”며 “남은 새우는 냉동시키거나 헐값에 내놓아야 해 투자비의 20%도 못 건지게 생겼다”고 말했다. 경남 남해군 어업인들로 구성된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한국자율관리어업연합회 등 4개 단체 구성원 1000여 명은 이날 오후 남해군 창선면 단항 일원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열었다. 천명조 한국수산업경영인 남해군연합회장은 “정부는 지금이라도 피해 어민과 지역을 지원하는 특별법을 만들고 수산물 소비를 촉진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남해=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어제 하루 매출이 4만3000원이었어요. 평소의 10~20% 남짓인데 일본에서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얼마나 더 심각해질지 걱정입니다.” 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만난 한 수산업자는 한산한 시장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노량진에서 40년 넘게 수산물을 판매했는데 이렇게 장사가 안 된 적은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보다 매출이 더 떨어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날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에 안전성 문제가 없다는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자 국내 수산시장 상인들은 “안 그래도 오염수 괴담 때문에 손님이 줄었는데 매출이 더 떨어지게 생겼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이날 둘러본 노량진 수산시장엔 입구 근처 가게를 둘러보던 손님 4, 5명을 제외하곤 손님 발길이 끊긴 모습이었다. 수산시장 상인들은 “여름이 원래 비수기이긴 하지만 오염수 괴담 때문에 손님 발길이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 오염수 방류 전이고 국산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설득해도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수산시장 측은 궁여지책으로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국산 수산물의 경우 방사능 검사를 거쳤으며 안전하다고 강조하는 중이다. 20년 가까이 수산시장에서 일해 온 차덕호 씨(54)는 “오염수 괴담이 퍼진 후 2주째 적자라 직원 3명 월급을 주려고 적금까지 깼다”며 “나도 먹고 우리 가족도 먹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잘 안 통한다”고 했다. 어민들도 울상이다. 경남 고성군에서 새우 양식장을 운영 중인 최창명 씨(61)는 “올 1월에 새우 20만 마리를 풀었는데 예전 같으면 6월이면 출하가 모두 끝났지만 올해는 거의 안 나갔다”며 “남은 새우는 냉동시키거나 헐값에 내놓아야 해 투자비의 20%도 못 건지게 생겼다”고 말했다. 경남 남해군 어업인들로 구성된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한국자율관리어업연합회 등 4개 단체 구성원 1000여 명은 이날 오후 남해군 창선면 단항 일원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열었다. 천명조 한국수산업경영인 남해군연합회장은 “정부는 지금이라도 피해 어민과 지역을 지원하는 특별법을 만들고 수산물 소비를 촉진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남해=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지하철 출입문에 고의로 발을 6차례 밀어 넣으며 운행을 방해하고 전동차 운전실에 난입한 취객(사진)이 경찰에 고발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열차 운행을 방해한 30대 남성 A 씨를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3일 밝혔다. 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후 9시경 지하철 2호선 열차를 타고 있던 A 씨는 왕십리역과 한양대역에서 정차한 전동차의 문이 닫힐 때 총 6회 발을 끼워 넣었다. 이 때문에 열차 운행이 3분가량 지연됐다. 당시 승무원은 안내방송을 통해 A 씨를 저지하려 했지만 A 씨는 이를 무시했고 전동차 운전실까지 무단 침입했다. 서울시는 철도안전법에 따라 A 씨에게 최대 2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성동경찰서도 조만간 A 씨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철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폭언·폭행 혐의도 적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지하철 출입문에 고의로 발을 6차례 밀어 넣으며 운행을 방해하고 전동차 운전실에 난입한 취객이 경찰에 고발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열차 운행을 방해한 30대 남성 A 씨를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3일 밝혔다.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후 9시경 지하철 2호선 열차를 타고 있던 A 씨는 왕십리역과 한양대역에서 정차한 전동차 문이 닫힐 때 총 6회 발을 끼워 넣었다. 이 때문에 열차 운행이 3분가량 지연됐다. 당시 승무원은 안내방송을 통해 A 씨를 저지하려 했지만 A 씨는 이를 무시했고 전동차 운전실까지 무단 침입했다.서울시는 철도안전법에 따라 A 씨에게 최대 2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성동 경찰서도 조만간 A 씨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철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폭언·폭행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이채완기자 chaewani@donga.com}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4일 일본을 방문하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만나 IAEA 최종보고서를 전달받는 것으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사전 작업은 마무리를 짓는다. 오염수 해양 방류는 사실상 기시다 총리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 두게 된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12년 4개월 만에, 2013년 방사성 물질 정화(淨化) 시설인 다핵종제거설비(ALPS) 시험 운전을 시작하며 오염수 해양 방류를 준비한 지 10년여 만에 후쿠시마 오염수의 태평양 방류가 현실화하는 셈이다. 일본 정부와 IAEA 그리고 권위 있는 세계 원자력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적절하게 정화 처리돼 방류된다면 해양 생태계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일부 태평양 섬나라 등 주변국은 물론이고 일본 국내에서도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또 일본 정부로서는 오염수 방류를 위해 후쿠시마 및 인근 지역 어민들의 이해를 얻어야 하지만 이들의 반대도 상당히 거세다. 지금대로라면 오염수를 방류해 당장 해양 환경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과학적 논쟁뿐만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논란이 지속될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희석한 오염수 삼중수소 농도는 빗물 수준” 후쿠시마 오염수는 2011년 3월 내부 수소가 폭발하면서 망가진 원자로에서 발생하고 있는 물이다. 자연 발생하는 지하수 빗물 등이 원자로 내부에 침투해 고농도 방사성 물질과 섞이며 만들어진다. 원자로 내부에 녹아내린 핵연료 파편은 고농도 방사능 때문에 사고 12년이 지난 현재도 겨우 안정화만 시켜놓았을 뿐 처리에는 손도 못 대고 있다. 원자로 내부 오염수는 그대로 두면 바다로 넘쳐흐르기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뽑아내 원전 부지에 설치한 1000개 넘는 탱크에 담아두고 있다. 현재 약 137만 t이 담겨 있다. 사고 초기 오염수는 하루 170t가량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하루 100t 안팎으로 감소했다. 폭발로 부서진 원전 지붕을 보수하고 물막이 벽을 설치해 원자로에 유입되는 자연수 양이 줄었기 때문이다. 오염수에는 세슘 스트론튬 요오드를 비롯해 각종 방사성 물질 70종가량이 섞여 있다. 도쿄전력은 이 오염수를 1차 정화 처리해 인체에 치명적인 세슘 스트론튬을 제거한다. 이어 ALPS를 통해 62종류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다. 두 차례 정화 처리를 통해 오염수에 함유된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은 없어지지만 삼중수소는 남는다. 삼중수소 처리를 위해 도쿄전력은 바닷물을 끌어와 오염수와 희석한다. 이렇게 하면 삼중수소 농도가 일본 규제 기준(L당 4만 Bq·베크렐)의 40분의 1 수준인 L당 1500Bq 밑으로 떨어진다. 일본 정부는 정화 전 오염수와 정화를 마친 처리수는 다르다며 방류하는 오염수를 ‘ALPS 처리수’라는 공식 용어로 부른다. 정화 및 희석이 끝난 오염수는 길이 1km 해저터널을 통과해 바다 밑 12m 지점에 설치된 방류구를 통해 바다로 유입된다. 도쿄전력은 방류구 앞 삼중수소 농도가 L당 700Bq, 방류구에서 10km 떨어진 곳의 삼중수소 농도가 L당 30Bq 이상으로 측정되면 이상(異狀) 상황으로 판단해 오염수 방류를 중단한다. L당 30Bq은 한국 원전 배출수 삼중수소 농도 기준치(L당 4만 Bq)의 0.075%에 해당한다. 한국 원전 4곳 인근의 바닷물에서 측정한 농도(4.22∼66.9Bq)와도 큰 차이가 없다. 한국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 정범진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는 “후쿠시마에서 방류하는 물 전체에 들어 있는 방사성 물질은 (결과적으로 무단 방류된) 2011년(원전 폭발 당시)의 1000분의 1에도 못 미친다”며 “삼중수소 역시 바닷물에 희석하면 한강이나 빗물에 있는 양과 같아진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2021년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을 당시 “방사성 물질은 일본 규제 기준을 밑돌 때까지 정화 처리하고 삼중수소는 충분히 희석해 규제 기준을 크게 밑도는 농도로 방출한다”며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해양 환경 및 수산물 안전성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ALPS를 비롯한 일본 정화 설비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박구현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올해 도쿄전력이 돌린 ALPS 입출구 데이터 분석 결과를 시찰단이 받아서 분석하고 있는데 현재 ALPS 기준으로는 배출 기준 이상 검출되는 핵종은 없는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핵 오염수가 한 번 바다에 버려지면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다”며 “윤석열 정부가 오염수 방류 중단을 일본에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日 “방류는 폐로 첫 단추, 미룰 수 없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오염수 해양 방류 의지는 확고하다. 도쿄전력 측은 지난달 28일 주주총회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해 “폐로(閉爐)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결코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도 “처리수 방류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범정부적으로 안전성 확보와 소문 피해 대책을 철저히 추진하는 동시에 정중한 설명과 의견 교환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염수 방류 일정을 조정할 뜻은 없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일본으로선 오염수 방류가 2050년을 목표로 하는 후쿠시마 원전 폐로 작업의 첫발이다. 후쿠시마 원전은 이미 완전히 망가졌기 때문에 해당 지역을 ‘죽음의 땅’으로 치부해 버리지 않는 한 폐로 작업은 지역 재건의 필수다. 후쿠시마 지역 재건을 담당하는 일본 부흥청 측은 “폐로에는 30∼40년이 걸린다고 본다. 예측은 어렵지만 국가가 책임지고 폐로 대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폐로 작업 첫 단계가 원전 부지를 가득 채운 오염수 처리다. 바다에 방류해 오염수 탱크 수를 줄여 나간 뒤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토지 복원, 녹아내린 핵연료 제거 등이 뒤따른다. 문제는 오염수 방류 이후 폐로 작업을 위한 구체적인 세부 계획이나 기술을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향후 폐로 작업 진전을 위해서라도 현 단계에서 오염수 처리는 급선무라는 얘기다. 일본 정부는 최근 오염수의 안전성을 알리는 홍보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오염수가 방류되면 일본산 수산물을 수입하지 않기로 한 홍콩 당국에 금수(禁輸) 조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오염수 설명 자료에서 중국 저장성 타이산 제3원전에서 나오는 연간 삼중수소량(143TBq·테라베크렐)이 후쿠시마 오염수로 방류될 연간 삼중수소량(22TBq)의 6.5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일본 정부가 IAEA에 100만 유로(약 14억 원)의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취지의 한국 인터넷 매체 보도에 이례적으로 마쓰노 장관이 직접 나서 “허위 정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우리는 국제기구의 과학적 검증을 받고 투명하게 설명하지만 중국은 (삼중수소 배출과 관련해) 이웃 나라와 상의도, 설명도 하지 않는다”며 “한국의 삼중수소 배출량이 일본보다 많다는 건 한국 국민도 알고 있지 않나”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태평양 섬나라의 반대 목소리도 높다. 뉴질랜드 최대 일간지 뉴질랜드헤럴드는 올 2월 “100만 t 이상의 오염수를 호주 앞에 버리려는 부당한 계획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핵무기 실험으로 피해를 본 태평양 지역 주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것이라는 환경단체 행동가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과학적 논리만으로는 설득 어려워” 오염수 방류를 두고 한국에서는 과학적 검증 결과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정부와 ‘정부가 일본 대변인이냐’며 비판하는 야당이 격렬하게 대립하지만 일본 정치권에서 이런 갈등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다. 일본 제1야당 입헌민주당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논의한 뒤 결정하고 실효성 있는 피해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염수 방류 자체를 비난하거나 반대하지는 않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 60%가 오염수 방류에 찬성해 반대(30%)의 배에 달했다. 일본에서는 소금 사재기, 해산물 소비 위축 같은 현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도쿄 시나가와구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가와사키 씨(48)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논란을 TV로 접하긴 했지만 그것 때문에 해산물이나 소금에 문제가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과 (방류 논란에 대해) 얘기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가장 세게 반대하는 측은 후쿠시마 및 인근 어민들이다. 노자키 데쓰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정부와 도쿄전력이 어민들의 요청에 따라 설명을 거듭하고 있는 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어민들의) 이해를 얻지 못했다. 방류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에는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달 22일 일본 전국어협연합회가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는 특별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과거 3차례 특별 결의안에 썼던 ‘단호한 반대’라는 표현은 빠졌다. 연합회 관계자는 “처리수(오염수)를 내보내도 상관없느냐고 한다면 그건 전혀 아니다”라면서도 “정부가 ‘안전하다’고 언급한 설명은 확실히 들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지역을 연구해온 이가라시 야스마사(五十嵐泰正) 일본 쓰쿠바대 교수(사회학)는 “방류에 반대하는 후쿠시마 어민 중에서 건강에 해로울 것이라고 실제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방류하면 수산물을 사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에 따른 피해를 걱정하는 것”이라며 “과학적인 안전성 자체에 (일본 국민이) 불안을 가진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2015년 후쿠시마 어협연합회에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어떤 처분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했다. 이를 두고 일본에서는 ‘관계자’는 누구까지인지, ‘이해’는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논란이 있다. 일본 정부가 설명회를 거듭 가진 뒤 ‘주민(어민)들이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도 약속을 어긴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일본 캠페인에서는 ‘안전과 안심은 다르다’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검증됐어도 이를 통해 사람들이 안심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는 의미다. 후쿠시마어협에 따르면 지난해 후쿠시마 수산물 어획량은 5525t으로 동일본대지진 이전의 20% 수준이다. 사고 초기 도쿄 수산물 도매시장에서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경매 입찰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을 지낸 가이 미치아키(甲斐倫明) 일본문리대 교수(방사선보건)는 “과학적 논리와 근거만으로는 한국이든 일본이든 이해시킬 수 없을 것”이라며 “제3자가 방사선(방사성 물질) 모니터링을 계속하면서 우려하는 사람들의 신뢰를 만들어 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 흑인이나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을 배려하는 소수인종 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미 대법원은 이날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이 인종을 부정적인 방식으로 사용하며 오히려 인종에 기반한 고정관념을 강화시킨다”며 대법관 9명 중 6대 3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우리는 입시가 그런 식으로 작동하도록 허용한 적이 없으며, 이제부터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판시했다.‘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A)’이란 단체는 2014년 미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상대로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들이 대입에서 역차별당하고 있다”며 연방대법원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아시아계의 경우 미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로 히스패닉(19%)이나 흑인(14%)보다 낮지만 소수 인종에 포함되지 않아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그동안 제기돼왔다.앞서 1, 2심 법원은 “인종은 지원자를 평가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는 대학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입에서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은 1961년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도입됐다. 미 대법원은 1978년 첫 판결 이후 가장 최근인 2016년까지 이 제도가 합헌이라는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 구성이 ‘6대 3’으로 보수 대법관이 수적 우위를 차지하면서 기존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이날 위헌 판결이 나온 직후 흑인 인권 단체인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는 성명을 내고 “아직도 인종 차별의 상처가 남아 있는 사회에서 대법원은 우리 현실에 대한 의도적인 무지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반면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이번 판결을 반겼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성명에서 “인종차별을 영구화하며 시민권과 헌법을 침해했던 입시 과정에 대법원이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창간 이래 135년 동안 과학과 자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미국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28일(현지 시간) 소속 기자 전원을 해고했다. 한때 구독자 1200만 명을 헤아렸지만 디지털 시대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차원이다. 이날 미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내셔널지오그래픽 소유주 월트 디즈니사는 지난해 9월 구조조정 이후 남아 있던 기자 19명 등 직원들을 해고했다. 디즈니 측은 올 4월 대상자들에게 미리 해고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프리랜서 기자에게 기사를 맡길 예정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선임 기자 크레이그 웰치는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방금 새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도착했다. 내 16번째 작품이자 선임 기자로서 마지막 작품이 들어 있다. 믿을 수 없이 좋은 기자들과 일하면서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력 감축은 2015년 21세기폭스사에 인수된 후 이번이 네 번째다. 2019년 폭스사를 인수한 디즈니는 지난해 9월 내셔널지오그래픽 편집 업무를 이례적으로 개편하며 선임 기자 6명을 해고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수준 높은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현장에서 몇 개월을 투자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해고된 기자들은 사측이 이 같은 촬영 일감을 축소해 왔다고 밝혔다. 앞서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비용 절감을 위해 내년부터 가판대 판매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WP는 “광속으로 변화하는 디지털 미디어 세계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장인(丈人) 콘텐츠로 남아있었다”며 “결국 멸종위기종처럼 가혹한 하향세를 타고 있다”고 전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전성기인 1980년대 말 미국 구독자만 1200만 명에 이르렀고 인쇄출판이 쇠락하는 현재도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읽는 잡지에 속한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구독자는 180만 명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측은 “(이번 구조조정이) 잡지를 계속 발행하려는 회사 계획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경로로 다양한 독자를 만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