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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의 핵심은 ‘부자 증세’다. 법인세, 소득세, 상속·증여세 세율을 높여 고소득층과 자산가로부터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세 기반을 넓히는 방안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 아닌 ‘좁은 세원, 높은 세율’ 방안으로 조세 정의라는 당초 세법 개정의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부자 감세를 통한 경제성장을 시도했지만 성장은 제로 상태다. 이대로는 저성장·저부담·저복지 틀을 깰 수 없다”라며 세 부담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민주당은 이날 기업 대주주(시가총액 25억 원 이상 보유)의 주식 거래로 발생한 차익에 대한 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금융·배당소득(1000만∼2000만 원)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을 현행 14%에서 17%로 올리는 등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소득세는 과세표준 5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41%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과세표준 1억5000만 원 소득에 대해 최고세율 38%를 적용하고 있다. 상속·증여세는 연령이 낮을수록 세율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과세표준 500억 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고 절세를 목적으로 한 가족회사에는 법인세를 추가 과세하는 ‘우병우 방지법’도 도입한다. 반면 저소득층에 대한 세제 혜택은 확대하도록 했다. 대학등록금을 최대 200만 원까지 환급해 주고 근로장려금 수급액을 높이면서 수급 기준은 완화한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더민주당은 정부에 증세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날 최운열 정책위 부의장은 “증세 없는 복지에 얽매여 1년에 30조∼50조 원씩 국가 채무가 늘어났다”며 “다음 정부나 후손에게 비용을 넘기는 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변 의장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부안과 논쟁을 벌일 각오를 하고 추진하는 것”이라며 ‘세법 전쟁’을 예고했다. 그러나 더민주당은 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데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장 내년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4년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48.1%로 세액공제 혜택을 늘리기 전인 2013년(32.4%)보다 15.7%포인트나 늘었다. 더민주당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정부·여당과 추후 협의하겠다”고만 했다. 변 의장은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사람들도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는 내고 산다”며 역풍을 경계했다. 더민주당은 이번에 전체 0.1%에 해당하는 기업 대주주에만 주식양도소득 세율을 높였다. 증권거래세만 부담할 뿐 차익을 얻어도 세금을 물지 않는 일반 주식투자자에 대한 과세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은 반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날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현재의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지금은 법인세, 소득세를 인상할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새누리당의 의견이 모두 반영된 안으로, 법인세율 인상이나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 등은 찬성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다만 법인세 인상 등에 대한 더민주당의 의지가 예년보다 강한 만큼 기획재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의 대응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우경임 woohaha@donga.com·홍수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법인세·소득세·증여세 인상 등 ‘부자 증세’를 추진한다. 그 대신 주거비 세액공제 및 대학등록금 환급을 확대하는 등 저소득층의 세제 혜택을 늘려주기로 했다. 더민주당은 이 같은 내용의 자체 세법 개정안을 2일 발표한다. 당초 거론되던 담뱃세 인하는 갑론을박 끝에 포함하지 않고 장기 과제로 검토하기로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달 27일 “담뱃세 인상 때 (정부가) 국민과 약속했던 금연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 담뱃세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흡연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에 한 발 물러섰다. 정책위 관계자는 “금연 정책의 후퇴로 비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이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전했다. 다만 더민주당은 정부의 담뱃세 인상이 사실상 증세였음을 사과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더민주당은 자체 세법 개정안에서 법인세·소득세·증여세 등 ‘직접세 3종 세트’ 세율을 높이기로 했다. 과세표준 500억 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를 22%에서 25%로 올리고, 소득세는 5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38%에서 41%로 올린다. 이대로라면 내년 법인세는 2조1000억 원, 소득세는 6000억 원이 각각 더 걷힐 것으로 보인다. 미성년자 대상 증여세를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최운열 정책위 부의장은 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며 “조세 정의 강화 차원에서 부자 증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인세를 내린 노무현 정부, 이명박(MB) 정부에서 절대 세수가 오히려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인세 인상은 투자를 위축시키고 외자 유치에 장애가 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민주당은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신용카드사가 세금을 징수해 대리 납부하는 부가가치세 원천 징수도 추진한다.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해서다. 다만, 생활필수품의 부가가치세를 낮추고 생필품이 아닌 품목의 부가가치세를 올리려던 방안은 보류됐다. 더민주당은 저소득층의 세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월세비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대학등록금을 연간 최대 200만 원까지 환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가족회사를 통해 절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막을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류병수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이 의원의 당 대표 선거 출마 선언 전날(지난달 27일) 전격 회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대선 출마를 고심 중인 박 시장이 당내 ‘비주류’ 후보인 이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고 친문(친문재인)계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박 시장과 이 의원 측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후 11시경 이 의원이 서울 종로구 가회동 공관 인근으로 박 시장을 찾아가 ‘번개’ 만남이 이뤄졌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잘해 보라”는 취지로 덕담을 건넸고, 분위기도 줄곧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이날 오전 이 의원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당 대표 선거 출마를 만류하면서 예정됐던 출마 선언을 미뤘지만 이튿날 출마 선언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출마 결심을 굳힌 데에는 박 시장과의 면담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잠재적인 대선주자인 박 시장은 친문 진영의 당 대표보다는 ‘비주류’인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친문계는 내년 초 일찌감치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고 문재인 후보 체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박 시장 측은 서울 시정의 성과가 나기 시작하고 대선 지형이 요동칠 수 있는 내년 후반이 후보 경선에 유리한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내년 초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치른다면 사실상 박 시장의 출마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이 본격적으로 친문계와 거리를 두고 이 의원을 지원하면서 대선 출마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에서는 박 시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천준호 전 비서실장(서울 강북갑 지역위원장)의 이 의원 캠프 합류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천 위원장은 4·13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박 시장 측은 “이번 면담은 오랜 친분이 있었던 이 의원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앞으로 송영길, 추미애 의원,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과의 면담도 예정돼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박 시장과 이 의원은 경기고 동창으로 1990년대 초 변호사 시절 10년 가까이 같은 법무법인에서 일했다. 이들은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을 공동 변호했고 참여연대 창립에도 도움을 주고받았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헌법재판소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합헌 결정에 새누리당은 28일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법 시행 전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권이 ‘시행 후 보완’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데다 헌재의 합헌 결정으로 시행 전 개정 논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여야 보완 시점 엇갈려 새누리당 김현아 대변인은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가 보다 투명하고 깨끗해지기를 바라는 국민의 간절한 염원과 명령으로 만들어진 청렴 사회법”이라면서도 “부작용에 대한 안전장치는 여야가 계속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영란법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부패를 뿌리 뽑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 되길 희망한다”고 적었다. 다만 “이 법에 불완전하거나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앞으로 보완해야 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경 대변인은 “김영란법의 제정 취지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이날 “김영란법 합헌 결정이 우리나라가 좀 더 투명하고 부패 없는 사회로 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문 전 대표 측은 전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우리 사회의 투명성이 제고되길 바란다”면서 “법 시행과정에서 농어민과 중소 상공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일단 법을 시행한 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보완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보완책 마련 잰걸음 시행 두 달을 앞둔 김영란법 시행령은 현재 법제처 심사만 남겨두고 있고, 심사가 끝나면 국무회의에서 의결, 공포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날 “9월 28일 법이 안정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동안 시행령 제정, 직종별 매뉴얼 마련 등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은 이르면 29일 법제처에 김영란법 시행령에 대한 조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단 법제처의 정부 입법정책협의회에 시행령 조정을 요청한 후 가액 기준에 대해 3개 부처가 협의를 거쳐 공통된 기준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법제처는 법리적 문제는 입법정책협의회에서 처리하고, 법리 문제가 아닌 내용은 국무조정실 등에 조정을 요청해야 한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이 이의 제기를 앞두고 황교안 국무총리의 양해를 구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절차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장관이 전면에 나선 것은 김영란법 개정을 위해 국회가 힘써 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해수부는 이날 수산경제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소상공인진흥원이 합동 분석한 결과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수산업 피해가 연간 6000억∼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시행 전 개정 동력 상실한 정치권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 여야는 부작용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국민 여론을 의식해 헌재 결정을 관망해 왔다. 하지만 이번 헌재 결정으로 여야가 당장 법 개정에 나설 동력을 얻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는 김영란법 개정안이 4개가 발의돼 있다. 주로 농축수산물과 가공품을 금품 수수 금지 품목에서 제외하자는 취지다.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은 언론사 및 사립학교 임직원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강 의원은 이날 헌재 결정에 대해 “여론의 눈치만 살핀 정치 재판”이라며 “(헌재가) 사학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사익’으로 폄훼하고 헌법적 가치를 의도적 무지로 일관하는 믿기 어려운 행보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헌재가 한국기자협회의 위헌심판 청구를 청구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아예 각하한 데 대해서도 “민감한 사항에 판결을 미룬 비겁한 태도”라고 비난하며, 여야 지도부에 법 개정 작업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시행이 불과 두 달밖에 남지 않아 법 시행 전 개정은 물리적으로도 쉽지 않다. 추가경정예산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에서 9월 정기국회에서나 법안 심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더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합헌 결정이 난 법안을 시행하기도 전에 개정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강경석·한우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추가경정예산은 그 속성상 빠른 시일 내에 신속히 집행돼야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며 국회에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하지만 국회의 추경안 심사과정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또다시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문에서 “우리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다”며 “엄중한 대내외 여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추경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시정연설은 휴가 중인 박 대통령을 대신해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독했다. 앞서 정부는 11조 원 규모의 ‘구조조정·일자리 추경안’을 편성해 전날 국회에 제출했다. 박 대통령은 추경안에 대해 “일시적인 경기부양이라는 유혹을 극복하고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기 위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사업은 과감히 제외하고 일자리 관련 사업 위주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추경이 확정되는 대로 최대한 신속히 집행해 경제의 체질 개선과 일자리 창출에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시정연설 직후 추경안 심사에 착수하기 위한 의사일정을 협의했지만 불발됐다. 누리과정 예산을 별도 항목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 때문이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국고에서 지원하는 대신 추경안에 포함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1조9000억 원)으로 쓰게 할 계획이었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현미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예결위 여야 3당 간사가 함께했다. 더민주당의 태도는 전날보다 더 강경해졌다. 더민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이번에는 ‘어음’ 가지고는 안 된다. 정부가 진전된 안을 가져와야 심사 일정을 논의할 수 있다”며 협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추경안 심사를 보이콧할 수도 있다는 태도다. 더민주당의 태도가 한층 강경해진 데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에 대해 매우 못마땅해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당 비대위 회의에서 “재정 확장 방안이라면서 (추경 재원 11조 원 중) 1조2000억 원으로 부채를 탕감하겠다고 한다”며 “추경이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불확실하다”고 혹평했다. 다만 국민의당은 더민주당과의 공조에 다소 소극적이다. 박 대통령의 공약대로 중앙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져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추경안에 포함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1조9000억 원)으로 올해 부족분은 메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이날 “(추경 심사 일정과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연계하겠다는 더민주당의 고민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면서도 “연계 방식의 심의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수영 gaea@donga.com·우경임·황형준 기자}

8·2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후보 등록(27일)을 앞두고 이종걸 의원(사진)이 당권 도전을 결심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이 의원 측은 “27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하고 곧바로 출마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며 “내년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당내 낙관론을 경계하고 당내 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수 비주류 의원들은 국회의장, 원내대표에 이어 당 대표까지 친문 세력에 ‘3연패’를 당하면 급격히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데 공감하고 이 의원의 출마를 만류해 왔다. 하지만 이 의원은 김부겸, 박영선, 원혜영 의원 등 비주류 진영 중진들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하자 비주류 진영을 대표할 후보가 필요하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의원은 지난해 원내대표 시절 문재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 의원이 출마하면 당 대표 후보자가 4명으로 늘어나 예비경선을 통해 후보를 3명으로 압축하게 된다. 이 의원은 물론이고 당내 경선에 첫 도전장을 던진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도 예비경선에서 탈락할 경우 정치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과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이 24일 각각 ‘야권 통합’과 ‘탈(脫)계파’를 내걸고 당 대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앞서 출마 선언을 한 추미애 의원까지 친문(친문재인) 표심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되자 후보들이 차별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출마 선언이 끝나자마자 송 의원은 경남 김해로, 김 전 위원장은 경남 양산·김해로 향해 다시금 친문 공략 행보를 이어갔다. 문재인 전 대표 시절 당 혁신위원장을 지낸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계파의 눈치를 보며 표를 구걸하는 대표는 필요 없다. 집권이 목표인 대표가 되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친문 표심 잡기에 다걸기하는 추 의원과 송 의원을 비판하면서 ‘다른 색깔’을 보여준 셈이다. 그러면서 대선 승리를 위해 민생복지 정당을 만들고 대선 레이스를 정책 위주로 끌고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에 이어 국회 기자회견장에 선 송 의원은 “호남 민심을 회복하고 야권 통합을 이뤄가겠다. 강한 야당을 만들어 정권교체를 하겠다”며 ‘호남 민심 회복’을 내세웠다. 스스로 “호남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며 광주 출신인 김 위원장을 견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송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은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자마자 문심(文心) 잡기에 나섰다. 이날 오후 세 사람은 일제히 경남 김해을 지역대의원 개편대회가 열린 김경수 의원 사무소를 찾았다. 김 의원은 2012년 민주통합당(더민주당 전신) 대선 후보였던 문 전 대표의 수행팀장으로 문 전 대표의 ‘복심’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송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김해 봉하마을에서 권양숙 여사를 면담했다. 김 전 위원장은 25일 권 여사를 예방할 예정이다. 추 의원은 출마 선언 전에 미리 권 여사를 찾은 바 있다. 문심을 반영한 발언도 이어졌다. 송 의원은 “수권비전위원회를 설치해 집권 로드맵을 만들어 어떤 후보가 되더라도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수권능력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 역시 “대선 후보 정책 배심원제를 구성해 대선 후보의 정책을 공개 토론, 심의하고 선택된 정책은 당론화하겠다”며 “이는 수권정당추진위원회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4월 문 전 대표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 제안했다고 밝힌 수권비전위원회와 같은 맥락이다. 또 고고도미사일방어(THADD·사드) 체계 배치 문제에 있어서도 송 의원은 “안보 국익에 실효 없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김 위원장은 “사드 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의원 역시 ‘사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피력해 왔다. 문 전 대표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는 사드 배치 결정을 재검토하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 달 27일 전당대회에서 추 의원, 송 의원, 김 전 위원장의 3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종걸 의원과 정청래 전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당 대표 및 부문 대표위원 후보자 등록은 27, 28일 이틀간 이뤄진다. 당 대표 후보자가 4명 이상이면 다음 달 5일 예비 경선을 실시해 3명으로 압축하게 된다. 한편 경남 양산에 머물던 문 전 대표는 24∼26일 2박 3일 일정으로 경북 울릉도·독도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8·15를 앞두고 우리의 영토 주권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뜻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문 대표의 측근은 전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유근형 기자}
다음 달 27일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에서 당 대표 선거보다 ‘마이너리그’인 최고위원 선거 열기가 더 뜨겁다. 전당대회에서 전국 대의원과 당원들이 최고위원을 뽑는 기존 방식과 달리 권역·부문별로 위원장을 선출해 위원장이 최고위원을 겸하도록 한 첫 선거이기 때문이다. 최고위원은 서울·제주, 인천·경기, 강원·충청, 호남, 영남 등 5개 권역별로 1명씩 뽑고, 청년, 노인, 여성, 노동, 민생 등 부문별로도 1명씩 모두 10명을 선출한다. 최고위원 10명은 당 대표, 원내대표와 함께 12명의 최고위원회를 구성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당 지도부 역할을 맡게 된다. 이 때문에 ‘썰렁한’ 당 대표 경선과 달리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이 최고위원 선거에 대거 뛰어들었다. 시도당위원장에는 윤호중 전해철 의원(이상 경기도당), 박남춘 의원(인천시당), 도종환 의원(충북도당)이, 부문별 위원장에는 문재인 전 대표가 직접 영입한 김병관 의원(청년), 양향자 광주 서을지역위원장(여성)이 도전장을 냈다. 한편,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이 21일 페이스북에 “박근혜 정권을 포위해 민생 파탄을 막아야 한다. 대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은 그렇게 시작될 것”이라며 출마를 공식화함에 따라 다음 달 27일 더민주당 당 대표 경선은 추미애 송영길 의원, 김 전 위원장 간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친문 표심을 놓고 각축을 벌이던 추 의원과 송 의원의 양자 구도에 역시 친문으로 분류되는 김 전 위원장이 가세하면서 경선 판도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20일 처가의 서울 강남땅 매매 과정 의혹 등을 둘러싼 정치권의 사퇴 요구에 대해 “정무적으로 책임지라고 하는데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자신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해 대부분 부인했지만 야권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어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우병우 “정무적으로 책임질 생각 없다” 이날 우 수석은 눈이 충혈된 모습으로 청와대 춘추관을 찾았다. 민정수석이 언론을 직접 만나 본인 문제를 해명한 것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그는 약 1시간에 걸쳐 자신과 관련된 의혹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때로는 한숨을 섞어 호소했고, 목소리를 높여 결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먼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법조 브로커) 이민희 씨 등 세 명 다 모르는 사람”이라며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상식적으로 안 맞다. 이런 문제를 갖고 그때마다 공직자가 관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처가의 강남땅을 넥슨 측이 매입한 것에 대해선 “김 회장한테 사 달라고 한 적이 없다”며 “진경준 검사장이 다리를 놔줬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일부 언론의 취재 태도를 언급하면서 “모멸감을 느꼈다”고도 했다. 다만 강남땅 계약서 작성 당일 본인이 직접 현장에 참석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장인이 열심히 일해 번 땅인데 장모가 지키지 못하고 판다는 부분에 대해 많이 우셨고 내가 위로해 드렸다. 그것이 전부”라고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강남 부동산 매각과 관련해 ‘처갓집 일이다, 나는 전혀 관여한 바 없다’더니 장모가 서글피 우셔서 달래고 왔다고 한다”며 “(계약) 날짜를 찾아 보니 금요일(2011년 3월 18일)이었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으로 계셨을 텐데 근무시간에 장모 달래러 장시간 계약 현장 옆방에 계신 게 맞는지, 공사 구분 못하시는 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우 수석은 의무경찰로 복무 중인 아들이 전보 제한 규정을 어기고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운전병으로 옮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아들 상사의 얼굴을 본 적도 없고, 만난 적도, 부탁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어 “내가 한 일을 넘어 가정사라든지, 심지어 아들 문제까지 거론되는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 매우 고통스럽다”고 했다. 우 수석이 아들의 ‘꽃 보직’ 전출 사실을 알고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만큼 그 자체로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조 의원은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은 매번 인사 때마다 파일이 올라가는 최고위급 간부인데 알지 못한다니 납득이 안 된다”고도 했다. 우 수석은 이날 검찰에 출석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부르면 가야겠지만 (가서 답할 것은) ‘모른다, 아니다’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현직 민정수석 직을 유지한 채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이 부적절한 데다 검찰이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국민이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진 검사장에 대한 부실한 검증 책임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 수석이 앞으로 공직후보자 인사검증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 사퇴 압박 수위 높이는 野 더불어민주당 민주주의회복 태스크포스(TF)는 이날 회의를 열고 우 수석을 압박했다. TF 팀장인 박범계 의원은 “과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검증에 실패한 곽상도 전 민정수석은 즉시 사퇴했다”며 “대한민국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이 수석의 위치에서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신경민 의원은 “우병우 홍만표 진경준은 정부와 정치권의 비호 속에서 살살 자라 암 덩어리처럼 우리 눈앞에 드러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응천 의원은 “정무직인 분이 정무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한다”며 “왜 정무직에 앉아 있는지 정말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우 수석이) 자신이 고소한 것만 사건으로 생각하고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한 사건은 간과하고 있다”며 “옷을 벗고 수사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우경임 기자}
여야가 임시국회까지 열어 정부를 상대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 나섰지만 이틀째인 20일에도 ‘맹탕 질의’에 ‘맹탕 답변’만 반복됐다. 국회 본회의장 곳곳은 자리가 비었고, 황교안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만 온종일 자리를 지켰다. 여당 의원들은 사드 배치 이후의 정부 대책을 물었고, 야당 의원들은 국회 비준동의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괌과 일본도 부지가 결정된 후에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다”며 “(경북 성주도) 국내법에 따라 환경평가나 환경영향평가를 미국 측과 협의해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파 측정시설 설치에 대해서는 “그런 문제도 배치 과정에서 주민들과 협의해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당 민경욱 의원은 “성주 특산품인 참외도 사드 레이더 앞에서 깎아 먹겠다”며 “레이더 전자파의 측정 결과 인체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사드 배치로 인한 국론 분열이 큰 문제인데 이를 해결하려면 국회에서 토론을 거쳐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했고, 같은 당 정재호 의원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장관 교체와 해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은 “과거에도 국회 동의 없이 정부 간 결정에 따라 주한미군이 새로운 무기체계를 한미 동맹조약에 따라 전개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사드 배치 역시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육군사관학교 선후배인 국민의당 김중로 의원(30기)과 한 장관(31기) 간에 공방이 벌어졌다. 김 의원은 육사 생도 시절 한 장관의 집을 찾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으나 이날 두 사람은 사드 배치를 놓고 찬반으로 갈려 날 선 신경전을 펼쳤다. 김 의원은 한 장관을 발언대로 부른 뒤 “믿었던 선배가 (사드 배치에) 반대해서 야속하고 밉죠?”라고 포문을 열었다. 한 장관이 “국가의 공적인 업무를 논의하는 자리니까 무슨 말씀을 하셔도 상관이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이 “국가안보의 대전제가 전쟁 방지가 되어야 하고 엄청난 국익 손실이 있을 수 있어 찬성할 수 없다”고 하자 한 장관은 “김 의원님께서도 군대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것으로 보면 찬성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이런(국익 손실을) 이유로 반대라고 말씀하셨는데 나라 방위를 책임지는 저로서는 국방력 강화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찬성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우경임 woohaha@donga.com·송찬욱 기자}

국회 긴급현안질의 첫날인 19일 여야 의원들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사드의 군사적 효용과 배치 결정 과정, 외교적 파장을 따지겠다고 했지만 그동안 나온 의혹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드 실익 있나” vs “북핵 위협은 현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사드는 대한민국을 더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게 아니라 한반도를 군비 경쟁의 늪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은 “미국이 우리의 수호천사냐. (사드 배치가) 미사일 (방어)체계를 완성하려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거라 본다”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은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2000년 6월 비무장지대(DMZ) 수색 중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은 새누리당 이종명 의원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현실”이라며 “이런 위협 앞에 대비하지 않으면 무책임한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전희경 의원은 “사드는 최소한의 방어수단”이라며 “(야당이 한미)동맹에 대해 강한 불신을, 주적의 혈맹국가에 대해 맹신을 보인다. 과거 운동권 의식, 반미 의식에 뿌리가 있지 않나”라며 야권을 겨냥했다.○ ‘사드 괴담’ 적극 방어 나선 정부 정부는 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미국 회계감사국 보고서를 인용해 “2025년까지 (한반도에 배치되는 사드를 포함한) 7개의 사드를 다른 모든 미사일 방어자산과 연동한다고 나와 있다. 이는 미국의 중앙 컴퓨터가 전 세계 MD를 관리하고 한국 사드는 단말기에 불과해진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는 대한민국 보호를 위한 사드”라며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중국이 경제적인 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한중 관계가 고도화되어 있다. 쉽게 경제 보복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중관계의 악화 가능성을 지적하는 질의가 이어지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국내에서 마치 중국이 입장을 정해 보복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국익에 손상이 된다”고 했다. 황 총리는 “(사드에 대한) 근거 없는 괴담, 유언비어 등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중한 범죄로 단호하게 대처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경북 성주군민들이 방청석에 앉아 현안질의를 지켜봤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은 “이미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는 성주가 지역 이기주의로 비판받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한편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18대 국회인 2011년 10월 이후 4년 9개월 만에 본회의장에서 정부를 상대로 현안 질의를 해 눈길을 끌었다.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의원은 “우리가 한미일 남방 삼각 동맹을 선택한 것은 역사적 실책”이라며 “(사드 배치를) 연기하거나 취소하거나 국회 동의를 받거나 세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송찬욱 기자}
18일 국회를 찾아 야당 지도부를 면담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국 배치 반대 전국대책회의’ 8명 가운데 6명은 진보단체 소속으로 확인됐다. 정작 경북 성주군 주민은 단 2명만 참석해 외부세력 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사드 대책회의’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를 잇달아 면담했다. 이날 면담에는 ‘사드 대책회의’ 소속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 정동익 4·19혁명동지회 명예회장, 오혜란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오미정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사무처장, 조승현 평통사 평화군축팀장이 참석했다. 진보연대 등은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2011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불법 시위에도 가담했던 단체들이다. 지역주민으로는 이재동 성주군 농민회장과 노광희 성주군의원만이 참석했다. 17일 ‘사드 대책회의’ 측에서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면담이 성사됐다면서 참석해 달라는 부탁에 따른 것이다. 한편 이날 면담에서 사드 배치 당론 확정 요청에 대해 우 원내대표는 “당은 사드 배치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유보적 반응을 보였다. 또 사드 배치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라는 국민의당의 압박에 대해 “우리 당에 연일 충고하는 게 적절치 않다”라며 “우리 당을 새누리당 대하듯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유근형 기자}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정부가 이번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경북 성주 배치로 더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말 사드 배치 지역을 결정하고도 지역 주민을 설득할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갈등과 혼란만 키운 형국이 됐다. 보안이 필요한 국책사업이나 안보 현안뿐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민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논란이 된 민생 현안마다 ‘뒷북 대응’ 비판이 나온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이런 뒷북 대응이 국정 전반에 걸쳐 점점 고착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장관이나 기관장, 직업 관료 등이 대통령 눈치만 살피면서 ‘책임 행정’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예견된 갈등도 ‘수수방관’ 최근 갈등이나 혼란이 뻔히 예상되는 현안에도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가 불씨를 더 키운 사례가 적지 않다. 기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영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가 대표적이다. 대다수의 국민은 신공항 입지가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가운데 하나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신공항’을 강조했을 뿐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제3의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서다. 청와대는 논란을 우려해 여당에 ‘신공항 관련 언급 자제’를 당부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제3안’을 결정하자 지역민들의 동요도 커졌다. 법 시행 이후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도 사전에 법안 제정 단계에서 좀 더 정밀한 검토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란법은 2011년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이 출발점이었다. 공직 사회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상자가 크게 확대되는 등 허점투성이가 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당시 여론에 떠밀려 국회에 조속한 법안 통과를 당부하기까지 했다가 최근 ‘경제 위축’ 등 부작용이 우려되자 뒤늦게 시행령에서 보완하겠다고 했다. 특히 규제개혁위원회까지 나서 ‘중요 규제’로 분류해 심사하겠다고 하자 대체 정부 내 논의도 없었던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안일하게 판단하다 ‘뒷북’ 가습기 살균제 사건, 폴크스바겐 소음·배기가스 시험성적서 조작 사건 등은 대표적인 ‘뒷북 대응’ 사례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비록 과거 정부에서 시작되긴 했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관련 부처 어느 한 곳이라도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행정 조치를 했다면 충분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더 큰 문제는 피해 수습 과정도 졸속이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원인 불명의 폐질환을 2008년 처음 접수하고도 정밀 역학조사를 벌이지 않았다. 현 정부 들어 사건이 커진 뒤에도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습기를 씻는 용도로 허가를 내줬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산품으로 분류돼 식약처 관리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까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 접수만 3698건(사망 피해 신고 698건)으로 늘었다. 국민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문제를 방치하다가 불필요한 논란만 키우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폴크스바겐의 경유차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141억 원의 과징금만 부과하면서 “형사고발 사안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은 결함시정 명령에 불성실하게 응했고, ‘정부가 물렁하다’는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다. 올해 1월에야 정부는 업체를 검찰에 고발했고 수사 과정에서 업체의 부정 행위가 드러났다. 어린이가 무리하게 매달리거나 올라타면 쓰러지는 이케아 서랍장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북미 지역에서 어린이 6명이 깔려 숨져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판매가 중단됐다. 하지만 한국에선 업체가 판매는 계속하면서 환불 조치만 하고 있어 ‘반쪽 리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외국 기업들의 간을 키워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인사(人事)까지 난맥상 국정 운영이 혼선을 거듭하는 데는 인사 난맥상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가 만사’라고 할 만큼 인사는 정부 국정 운영의 동력을 좌우하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대박’ 파문은 박근혜 정부의 인사관리 시스템의 구멍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대통령민정수석실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진 검사장을 ‘검찰의 꽃’인 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또 논란이 불거진 뒤 4개월 가까운 기간 동안 새 의혹들이 불거졌지만 검찰이나 법무부는 진 검사장 ‘해명’ 이상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진 검사장의 해명이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검찰 전체는 물론이고 정부에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왔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자리를 날려 버린 ‘홍기택 사태’는 잘못된 인사로 국익에 손해를 끼친 사례다. 공직 윤리도, 전문성도 확인되지 않은 인물을 국제기구 고위직에 보낸 청와대의 무리한 낙하산 인사가 ‘참사’를 부른 셈이다. 현안이 발생했을 때는 관료들이 직을 걸고 치밀하게 사후 전략을 세워 돌파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청와대 눈치만 살피고 있는 ‘보신주의’가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부산 학교전담경찰관(SPO)의 여학생 성관계 파문은 사건 자체만으로도 충격이지만 이후의 경찰 대응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해당 경찰서장은 사건 직후 조직적인 은폐에 나섰고 사건이 공개된 뒤 경찰청장은 국회에서 유감을 표했을 뿐 대국민 사과도 없었다. 경찰 수뇌부가 처음부터 발 빠르게 진상 규명을 지시하고 공개 사과를 했다면 경찰 조직 전체가 질 부담은 덜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 난맥상을 놓고 여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집권 4년 차 관료들의 무사안일과 보신주의가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무사안일 뒷북 대응’ 문제는 각 부처와 기관에 자율권을 주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지만 여권이 4·13총선에서 참패한 뒤 관료들의 눈치 보기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홍수영 gaea@donga.com·임현석·우경임 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로 들끓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황교안 국무총리가 15일 경북 성주를 방문했지만 설득은커녕 6시간 반 동안 준(準)감금 상태에 놓이는 봉변을 당했다. 황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 반경 헬기 편으로 성주군 성산포대에 내려 오전 11시경 성주군청에 도착했다. 이어 군청 입구에서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으며 3000여 명의 주민을 상대로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주민들은 ‘사드 목숨으로 막자’ 등의 문구를 적은 피켓을 흔들며 항의했다. 황 총리는 “안전에 문제가 있으면 사드를 배치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로 분위기가 격앙됐다. 일부 주민은 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향해 수십 개의 물병과 계란을 던졌다. 황 총리는 결국 설명회를 포기하고 군청으로 피신해 있다 낮 12시경 미니버스로 상경하려 했지만 주민 300여 명이 총리와 장관 등이 탄 버스를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주민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부상자도 발생했다. 오후 5시 반경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미니버스에서 탈출한 황 총리는 주민들에게 붙잡혀 옷이 찢기는 등 1시간가량 곤욕을 치르다 겨우 승용차를 타고 현장을 벗어났다. 이 같은 불상사의 근본 이유는 상황이 악화될 때까지 주민 설득을 도외시한 정부의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집회에 참가한 한 농민은 “사드가 그렇게 국가 안보에 중요하다면 확정 발표하기 전에 제대로 안내하고 설명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총리실도 비판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총리가 봉변당할 것을 예상하고도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영악한 술수를 부린 것 아니겠느냐”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총리실은 비상이 걸렸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 참석차 몽골 울란바토르에 머물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책임져야 할 총리가 이날 오후부터 연락도 제대로 닿지 않는 공백 상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의 집단행동이 지나쳤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주민들은 황 총리가 제안한 주민 대표 협상도 거절했다. 이날 사태를 지켜보던 성주군의 한 공무원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충분한 보상을 요구하며 항의하는 것은 좋지만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며 “자칫하면 무분별한 ‘님비(NIMBY)’로 비치고,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성주=장영훈 jang@donga.com / 우경임 기자}
“A기업 대표인데, 고교 동창인 경제 부처 B 과장의 부친상에 화환을 보내면 부의금은 따로 할 수 없는 건가요?” “케이스별로 다릅니다. 직무관련성을 따져 봐야 하는데….”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두 달여 앞두고 국민권익위원회에는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문의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12일 “하루 평균 100건이 넘게 걸려오니 일일이 답변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직접 적용 대상만 대략 400만 명에 이르는 데다 해석에 따라 위법 여부가 애매한 사례가 무수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법을 제안했던 권익위는 최근에야 법 적용 대상 기관과 종사자 수를 확정했다. 대상 기관은 3만9969개, 종사자 수는 약 235만 명으로 집계됐다. 배우자까지 합하면 4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회 통과 과정에서 법 적용 대상 등에 대한 사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기업 사외보 업무 관계자, 소식지를 내는 각종 시민·사회·문화단체, 재단 관계자 등과 같이 입법 취지와 관련성이 적은 대상자도 대거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은 20대 국회 시작과 함께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은 12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치권에서도 (김영란법과 관련해) 해결할 문제점이 있는데 헌법재판소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며 헌재에 위헌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신진우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입법 당시 미처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 법을 처음 제안했고, 법 시행 후 관련 업무를 담당할 국민권익위원회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김영란법이 직접 적용되는 대상은 공직자 교원 언론인 등 235만 명과 그 배우자 등을 합치면 4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은 부정 청탁을 한 사람과 받은 사람, 금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을 모두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실제 적용 대상은 이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공무원을 접촉해야 하는 민간 기업 직원, 학교나 유치원 교사 등을 만나야 하는 학부모 등도 적용 대상이다.○ 각종 편법 불 보듯… 로펌, “새로운 시장” 법 시행이 임박하면서 현장에서는 벌써 법의 사각지대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인당 한도인 3만 원을 초과해 식사를 한 후 계산할 때는 참석 인원이 실제보다 많은 것처럼 꾸며 1인당 식사 비용을 줄이는 방법, 저녁 식사 때는 밥값보다 술값이 더 나온다는 것을 고려해 와인이나 양주 등 술을 미리 구입해 가져가 비용을 줄인다는 등의 ‘꼼수’가 공공연히 회자된다. 법인카드가 아닌 개인카드로 결제한 뒤 차후 회사에 증빙 서류를 제출하고 개인 인센티브 형식으로 돌려받는 편법도 얘기된다. 또한 개인의 일상을 촘촘히 규제하면서도 법의 그물망 곳곳에 구멍이 있다 보니 “뭐는 걸리고, 뭐는 안 걸리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 혼란스러운 틈을 이용해 벌써부터 일부 법무법인은 ‘김영란법 자문’이라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대형 로펌마다 공정거래법 전문가, 노동법 전문가 등을 동원해 자문단을 꾸려 기업들을 대상으로 홍보까지 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김영란법이 당초 취지대로 시행되기 위해선 법 시행 후 횡행할 수 있는 편법과 탈법을 막거나 잡아낼 장치가 준비되어 있는지를 미리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권익위 담당 부서 직원 10명도 안 돼 김영란법은 ‘부정 청탁’과 ‘금품 수수’라는 두 가지 부패 유형을 금지한다. 누구든지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한 부정 청탁을 할 수 없다. 부정 청탁을 받은 사람은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하고, 소속 기관장은 신고 내용이 부정 청탁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 위반 행위를 발견한 사람은 위반 행위자의 소속 기관, 권익위, 감사원, 검찰, 경찰 등에 신고할 수 있다. 공익 신고자 보호가 되는 권익위에 신고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는 신고가 들어오면 신고자를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해 소속 기관에 과태료 부과를 요청하도록 하거나,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 검찰과 경찰도 신고 처리 결과를 반드시 신고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권익위는 관련 업무를 담당할 청탁금지제도과를 법 시행에 맞춰 신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인원은 8, 9명에 불과하고 결국 나머지 인력도 대부분 김영란법 관련 업무 처리에 동원될 처지다. 권익위는 혼란을 막기 위해 올해 3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예상되는 사례별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권익위는 이미 하루 평균 100건 이상 밀려드는 유권해석 요청 문의에 대한 대응에도 허덕이는 상태다. 피신고자 조사권이나 계좌추적권조차 없어 위반 사실을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권익위가 현재의 조직 형태와 역량으로 과연 법 시행 후 접수할 각종 문의와 신고를 제대로 소화해서 사실관계 확인과 처분, 공평한 해석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권익위는 당초 공직자로 한정됐던 법 적용 대상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사립학교 교사, 언론사 재직자 등으로 대폭 확대됐는데도 법안 통과 자체에만 매달렸다. 여기엔 김영란법 시행으로 권익위의 조직 및 권한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하루 몇 건 조사를 나가야 할지, 몇 천 건이나 유권해석을 해야 할지 예측이 어렵다”며 “시행 초기에는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김창덕 기자·강주헌 인턴기자 한양대 행정학과 4학년}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해 3월 3일 19대 국회 본회의장. 당시 정무위원회 간사였던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표결에 앞서 “대상자에 있어서 고위 공직자·공무원·민간인을 포함하고 부정 청탁, 금품 수수, 이해 상충이라는 3개의 다른 영역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에서 입법례가 없는 포괄적 입법”이라고 하면서도 ‘개혁’을 내세워 법 통과를 호소했다. 이날 재석 의원 247명 가운데 228명이 찬성했고 4명만 반대했다. 하지만 법 시행을 앞두고 미처 예상치 못한 부작용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20대 국회에선 보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국회의원 “과잉 입법 보완 필요” 공감 11일 동아일보의 국회의원 대상 ‘김영란법’ 긴급 설문조사에서 의원들은 보완 입법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 항목 중 ‘의례적인 사회 상규까지 포괄적 규제’(34.2%)를 가장 많이 꼽았다. 법 적용 대상을 민간 영역으로까지 확대한 부분(22.6%)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과 직결되는 부분에 대해선 소극적이었다.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맡지 못하도록 한 이해 충돌 방지 조항 삭제, 부정 청탁 유형에서 국회의원의 제3자 민원 전달 행위 예외 인정 등의 항목에 대해선 보완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각각 17.4%, 14.2%에 그쳤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당초 법의 취지는 이해 충돌 방지 조항을 통해 공직자의 부패 고리를 끊자는 것”이라며 “해당 조항이 빠진 채 민간으로 대상이 확대된 것은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내수 경기가 침체될 것’이란 전망(37.5%)이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32.6%)을 다소 앞섰다. 다만 정부의 주장처럼 장기적으로는 투명성이 높아져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별도 의견을 밝힌 의원도 있었다. 반면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항목을 선택한 응답자가 51.4%나 됐다. 의정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응답은 7.6%에 불과했다. 오히려 김영란법 시행이 정치 개혁을 촉진할 것(34%)이라고 보는 의원도 많았다.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이라는 시행령 가액 기준에 대해서는 ‘현실을 감안해 한도액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60.4%)이 ‘적절하다’는 의견(33.3%)의 2배 가까이 됐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의원은 각각 73.9%, 68.2%가 한도액을 높여야 한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적절하다’는 응답이 46.9%로 ‘한도액을 높여야 한다’(42.9%)는 응답보다 약간 많았다. ○ 김영란법 개정안 속속 발의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김영란법 개정안 발의가 줄을 잇고 있다.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은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가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할 경우’ 부정 청탁의 예외로 인정한 조항을 삭제하는 김영란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같은 당 이완영 의원 등 13명은 농축수산물과 가공품을 금품 수수 금지 품목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맞서 농축수산물 업계는 품질 고급화 전략을 취해 왔는데 판로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앞서 같은 당 강석호 의원은 명절에만 농축수산물을 선물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9월 시행 전 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시행 전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A 의원은 “김영란법=반부패라는 인식 아래서 선뜻 개정에 나서려는 의원은 없을 것”이라며 “국회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우선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무위 관계자는 “이르면 8월 논의될 수 있지만 예산 심사가 늦어지면 지연될 수 있다”며 “찬반이 워낙 팽팽해 실제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아연 기자강주헌 인턴기자 한양대 행정학 4학년 한미연 인턴기자 성균관대 독어독문학 4학년 ● 자문단 명단 (가나다순) 강신업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김상겸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 김용철 한국반부패정책학회장, 김주영 명지대 법학과 교수, 김현용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실장, 박재영 서울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호상 국립극장장,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이병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완 대진여고 교사, 임영호 한국화훼협회장,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두 달여 앞두고 개정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원들은 ‘일단 시행 후 보완하자’는 의견과 ‘시행 전 개정하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동아일보가 11일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이 법 시행 자체에는 84.0%가 찬성했다. 하지만 49.3%는 ‘시행 후 보완’을, 40.9%는 ‘시행 전 개정’을 주장했다. 법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은 4.9%였다. 이번 설문에는 국회의원 300명 중 △새누리당 69명 △더불어민주당 49명 △국민의당 22명 △정의당 2명 △무소속 2명 등 모두 144명이 응답했다. 새누리당 의원 중에선 ‘시행 전 개정’ 의견이 60.9%로, ‘시행 후 보완’ 의견(29.0%)의 2배 이상이었다. 반면 더민주당은 ‘시행 후 보완’ 의견(73.6%)이 ‘시행 전 개정’(16.3%) 의견을 압도했다. 국민의당은 ‘시행 후 보완’(50.0%)과 ‘시행 전 개정’(40.9%) 의견이 팽팽했다. 여야 합의를 통한 ‘시행 전 개정’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완이 필요한 부분으로는 △의례적인 사회 상규까지 포괄적 규제(34.2%) △공직자만 대상으로 하던 법 적용 대상을 민간까지 확대(22.6%) 등을 주로 꼽았다. 반면 국회의원의 특권 유지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 삭제(17.4%) △부정청탁에서 국회의원 배제(14.2%) 등을 꼽은 응답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김영란법 시행령에 담긴 규제 한도액(현행 1회 식사 대접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을 두고는 ‘현실을 감안해 한도액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60.4%)이 많았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변수연 인턴기자 연세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A대기업은 최근 30년 이상 발행해온 사외보를 폐간했다. 한때 20만 부까지 고객에게 발송하던 사외보를 계속 낼 경우 발행인인 최고경영자(CEO) 등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대상인 언론인으로 분류돼 기업 활동에 큰 제약이 온다고 판단한 것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9월 28일)을 앞두고 기업들이 사외보를 폐간하거나 폐간을 검토하고 있다. A대기업의 법무담당자는 “면밀히 검토한 결과 정기간행물로 등록한 사외보를 계속 펴내면 발행인과 관련 임직원은 언론인, 기업은 언론사가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에 준해 언론사를 규정한다. 방송사업자, 신문사업자, 잡지와 정기간행물사업자 등이 언론사다. 기업 등이 발행하는 사외보는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등록해야 하는 정기간행물이기 때문에 언론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계간지, 잡지를 발행하는 출판사도 적용 대상이 된다. 지난해 말 현재 문체부 등에 등록된 정기간행물은 총 1만8692종이다. 주무 부서인 국민권익위원회도 이런 사실을 인정했다. 권익위 담당자는 “법에 따르면 사외보 발행인과 직원은 언론인 및 기자에 해당하고, 발행 기업은 언론사가 맞다”면서 “다만 사외보의 성격 등을 고려해 직접 관련된 사람들에게만 이 법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발행인이 기업 오너, CEO인 경우 예외로 인정할지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 CEO, 직원을 예외로 인정할 경우 자의적 법 해석이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다른 언론사들의 경우 관리직 등 모든 임직원이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권익위는 지난해 3월 법이 통과될 때 이런 문제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여야 의원들이 검토 없이 언론을 막판에 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사외보 때문에 일반 기업이 언론사가 된다는 건 황당한 일”이라며 “혼란을 막으려면 법규의 기준을 최대한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우경임·백연상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재용 씨의 하루 일당 400만 원 노역 논란 속에 ‘황제 노역’을 막기 위한 형법 개정안이 7일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이날 현행 최장 3년인 노역장 유치 기간을 6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최근 전재용 씨는 탈세 혐의로 38억6000만 원의 벌금을 미납해 노역장에 유치됐는데, 유치 기간이 3년으로 제한되다 보니 일당이 400만 원 가까이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나 경범죄자의 벌금 탕감이라는 도입 취지에 맞도록 ‘전재용 방지법’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2014년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의 일당 5억 원 황제 노역 이후 국회는 벌금액 규모에 따라 유치 일수가 늘어나도록 했다. 하지만 유치 기간 상한선(3년)이 있어 소액 벌금 미납자와 고액 벌금 미납자 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