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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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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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2-25~202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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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깐부’ 오영수에게 받은 것은…[이진구 기자의 대화, 그 후- ‘못 다한 이야기’]

    오영수 선생님과의 인터뷰는 이달 중순 선생님 자택 앞 공원 벤치에서 진행됐습니다. 볕이 따뜻한, 날이 아주 좋은 오후였지요. 오징어게임이 개봉한지 얼추 한 달 가까이 되던 시점이었습니다. 뵙자마자 가장 궁금한 것부터 여쭤봤습니다. 전 세계가 오징어게임에 빠졌는데 어떻게 그동안 인터뷰 기사가 없는지 이해가 안 갔거든요.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이 없을 리가 없을 텐데 말입니다. 알고 보니 홍보 쪽에서 개봉 한 달 정도까지는 인터뷰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더군요. 인터뷰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작품 내용이 언급될 수밖에 없고, ‘오일남’이 어떤 인물인지 알려지면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다른 배우들의 인터뷰가 거의 없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합니다. 저는 어떻게 할 수 있었냐고요? 재수가 좋았지요. 인터뷰 날이 개봉한 지 얼추 한 달 가까이 된데다, 기사가 나가는 날도 한 달이 지난 이달 18일이어서 괜찮았다고 합니다. 오징어게임은 지난달 17일 공개됐습니다.선생님이 모 치킨 광고를 거절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일입니다. 오징어게임의 주제를 함축한 ‘깐부’란 말의 의미가 훼손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하셨죠. 그런데 선생님의 작품에 대한 애정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인터뷰 사진촬영을 위해 저는 마른 오징어와 소주 한 병, 라면을 소품으로 준비해갔습니다. 첫 번째 게임(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후 게임이 무산된 뒤에 편의점 앞에서 일남과 기훈이 생라면 안주에 소주를 마시는 장면처럼 사진을 찍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서로 소주 한잔 기울이며 안주로 오징어 다리를 들고 있는 모습을 찍으면 작품 제목과도 어우러져 괜찮은 사진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 부탁을 드렸는데 완곡하게 “조금 진지하게 했으면 싶은데…”라고 하시더군요.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치킨 광고 거절 이유를 듣고 나니 이해가 갔습니다. 선생님이 직접적으로 말씀하신 건 아니지만 자신의 모습이 다소 희화화되는 것이 작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개봉 이후에도 작품의 이미지를 위해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한다고 할까요. 진심을 다하는 모습은 팬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인터뷰가 끝날 때 쯤 주변을 보니 산책 중인 주민들이 선생님을 알아보고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있더군요. 10여 명 쯤 됐는데, 선생님은 모든 사인에 緣(인연 연)자를 써주셨습니다. 이렇게 만난 것이 다 인연이기 때문이라고 하시더군요. 인터뷰 기사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작품을 위해 거액의 광고를 거절한 것을 칭찬하신분도 계셨고, 조금이라도 더 갖기 위해 아옹다옹하는 세상에서 뭔가 더 숭고한 가치를 지향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참된 어른을 만난 것 같다고 하신 분도 계셨고, 연기력을 칭찬한 분도 계셨지요. 선생님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당신도 남들에게 주면서 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우리 모두가 선생님께 이미 아주 큰 것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서있는 자리에서 편법과 술수를 쓰지 않고, 묵묵히 성실하게 한 길을 걷는 것은 결코 바보짓이 아니라는 믿음이지요.주위를 돌아보면 온통 어지럽고, 암울한 모습뿐입니다. 부당한 방법으로 하루아침에 수천억원을 꿀꺽하고도, 고작 6년 일하고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고도 정당한 노력의 대가라고 우기지요. 자기 자식 의사 만들기 위해 대학 교수라는 부모가 허위 경력에 표창장까지 위조해주고도 부끄러운 줄 모릅니다. 모 국 사태가 한창일 때 아주 유명한 한 대학교수분이 제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자녀들끼리의 논문 품앗이는 대학 교수 사회에서는 얘깃거리도 안 될 정도로 만연된 현상이라고.선생님도 사람인데 성공과 인기, 돈을 싫어할 리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에게 인기와 부는 연기를 하는 이유가 아니라 그 길을 다 걷고 난 뒤에 따라오면 좋고 아니면 할 수 없는 것 정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걸 못 견디지요. 노력한 만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시작을 안 합니다. 노력한 만큼 얻는 것은 당연하고, 그 이상 얻어야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받았다고 여기지요. 적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얻는 게 잘하는 것이라는 그릇된 믿음. 최근 뉴스를 도배하는 대장동 사태, 모 국 교수 부부의 파렴치한 행동 등이 다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사람들이 배우 오영수에게 감동을 받은 것은 단순히 대박 난 작품에 출연해서도, 연기력이 탁월해서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도 있을 것입니다만 더 큰 것은, 우리가 믿고 싶지만, 나만 손해볼까봐 꺼려했던 어떤 삶에 대한 자세가 사실은 맞는 것이고, 충분히 걸을 만한 길이라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믿음은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아주 드물게, 간간히만 알려주지만… 그때마다 우리에게 그래도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위안과 살아갈 힘을 주지요. 누군가에게 그런 위안을 줄 수 있는 삶이 많아진다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깐부 천지인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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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가 ‘○○치킨 맛있어요’하면 ‘깐부’ 의미가 뭐가 됩니까”[이진구 기자의 對話]

    어두운 방 안(자정 무렵)의문의 초대를 받은 기훈. 그곳에 죽은 줄 알았던 일남이 있다. 놀라 다가가는 기훈. 얼굴 C.U.(Close Up) 괘종시계의 분침이 12시를 향한다. (※ 이 인터뷰는 오징어게임 기훈-일남의 마지막 만남 장면을 차용했습니다.)기훈=당신… 살아… 있었습니까.일남=물 좀… 주겠나.기훈=(물을 건네주며) 당신은… 누구입니까. S#1. 오영수가 되던 날일남=나? 오…세강. 그동안은 오영수로 불렸지. 지금은 오일남으로 더 알지만….기훈=오…세…강?일남=그게 내 본명이야. 영수는 예명이고. 젊을 적 막 연극을 시작했을 때 돌아가신 오세강 선생이 형, 아우 하자며 지어줬지. 그 시절에는 연극 하는 게 그리 환영받는 일이 아니라서 본명을 안 쓰는 경우가 많았거든. 배우로서의 인생이 시작된 날인 셈이지.기훈=배우는 어떻게 하게 된 겁니까. 연극영화과를 나왔던데….일남=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다녔다는 건 사실이 아니야. 어디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정말 모르겠어. 연기를 시작한 건 제대하고 1967년 극단 광장에 들어가면서였으니까. 20대 초반이었을 때지.기훈=그 전에는 연기를 안 했습니까. 일남=그때는 경험이 없어도 극단에 들어갈 수 있었어. 물론 쉽게 무대에 오를 수는 없었지만…. 몇 년을 청소하고, 잡일 하고 그랬지.기훈=50여 년을 주로 연극만 고집한 이유가 있습니까.일남=순수성이라고 할까? 우리 세대 때는 그런 게 있었지. TV나 영화 이런 데를 기웃거리면 순수성을 잃는다고 보는…. 대배우인 고 장민호 선생조차 칠성사이다 광고를 찍었더니 스승인 이해랑 선생이 거기까지만 하고 더는 하지 말라고 혼을 내던 시절이니까. 그렇다고 내가 TV나 영화를 전혀 안 한 건 아니야. 40, 50대 때는 ‘나는 왜 연극만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을 했으니까. 경제적으로도 좀 어려웠고…. 그래서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교육방송에서 성우도 몇 년 했어.기훈=절충할 수도 있지 않았습니까.일남=고민을 하긴 했는데 마침 그때 국립극단에 들어가게 됐거든. 공무원 신분이 되니까 경제적으로 좀 안정이 됐고 다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지, 허허허. 지금 생각하면 잘한 선택 같아. 사실 그동안도 TV나 영화 제의는 꽤 있었어. 그런데 배역에 대한 생각이 서로 좀 안 맞아서 못 한 게 많지. 좀 너무하다 싶은 것도 있었고….기훈=너무하다니요.일남=그래도 내가 연극판에서 50여 년을 있었는데 단역 한두 마디 하는 걸 하라고 하니… 자존심이 좀 상했던 것 같아. 그런데 또 상대방은 나를 ‘알려지지도 않았으면서…’ 이렇게 보는 것 같고… 그래서 못 한 게 많아. 서로 좀 맞았으면 좀 더 빨리 했을 거야. 하지만 지금까지 거의 한길을 걸었으니 이제는 이것저것 그동안 안 해본 걸 좀 해보고 싶어.S#2. 영수에서 일남으로기훈=그래서 이 게임에 참여한 겁니까.일남=꼭 그런 건 아닌데…. 전에 황동혁 감독이 영화 ‘남한산성’을 하자고 했는데 일이 있어서 거절을 했어. 황 감독이 기분이 안 좋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다 잊고 오징어게임을 하자며 연락하더라고. 대본을 봤는데 말도 살아 있고 참 좋았지. 그래서 나도 내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서 마침 그때 하고 있던 연극(‘노부인의 방문’)을 보러 올 수 있냐고 했어. 정말 오더라고? 그렇게 인연이 된 거지.기훈=‘무궁화 …’ 게임에서 혼자만 즐거워하는 건 감독이 요청한 겁니까.일남=그 장면에서 웃으면서 게임 하라는 말은 없었어. 황 감독이 ‘옆에서 사람들이 죽어도 선생님은 좀 다르게 할 수 있다’고는 했지. 일남 역에 대해서도 특별한 주문은 없었어. 그냥 ‘어떤 인물인지 아시죠?’ 그러더라고? 문제 되는 게 있으면 현장에서 말하겠다면서. 그런데 별로 말이 없었던 걸 보면 내 연기가 감독 생각이랑 별 차이가 없었던 것 같아.기훈=‘무궁화 …’ 게임은 해봤습니까.일남=우리 어릴 땐 없던 게임이라…. 구슬치기, 딱지치기는 잘했지. 깐부도 있었고. 내게도 동네 딱지 우리가 다 따먹자고 맺었던 깐부가 있었어. 누구였을까…. (과거를 회상하며 눈을 감는 일남. 멀리서 아이들 노랫소리가 들린다.) 이제는 누군지 기억도 안 나지만….기훈=일남 역을 위해 준비한 건 없었습니까.일남=따로 준비할 게 별로 없는 게… 지금 내가 약간 치매기가 있어서 돌아다니면 그냥 일남이랑 비슷할걸? 허허허. 나이도 그렇고….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변신을 잘하냐고 하는데 별로 변신한 게 없어. 맨 꼭대기 침대 위에서 ‘그만해, 이러다가 다 죽어’라고 절규하는 장면이 좀 힘들기는 했지. 고소공포증이 있거든. 그래도 한번 해보려고 올라갔는데 아이쿠… 안 되겠더라고. 그래서 몸에 안전장치를 매고 했지. S#3. 깐부는 치킨이 아닙니다.기훈=치킨 광고는 왜 거절한 겁니까. 배우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싶다고?일남=(손사래를 치며) 아니야, 아니야. 완곡히 고사를 하기는 했지만 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 내가 한 말이 아니야. 억울해…. 그 말 때문에 마치 내가 상업적인 것은 전혀 안 하고, 마치 순수 예술만 추구하는 사람처럼 보인 것 같은데…. 전에도 이동통신 광고도 찍고 TV나 영화도 다 했는데 무슨…. 이순재, 신구 선배가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도 들고…. 그분들도 다 광고 찍고 하는데 내가 뭐라고. 그렇게 써서 내가 아주 이상해졌어. 기훈=그럼 왜 거절한 겁니까.일남=이유가… 구슬치기할 때 자네가 나를 속여서 거의 다 땄잖아. 그걸 알면서도 나는 자네에게 마지막 구슬을 주고 죽음을 선택했지. ‘우린 깐부잖아’ 하며…. 깐부끼리는 내 것, 네 것이 없는 거니까. 서로 간의 신뢰와 배신, 인간성 상실과 애정 이런 인간관계를 모두 녹여 함축한 말이 ‘깐부’야. 작품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고. 난 사람들에게 그 의미를 전달하고 싶어서 혼신의 힘을 다해 깐부 연기를 했어. 그런데 내가 닭다리를 들고 ‘○○치킨 맛있어요’라고 하면 사람들이 깐부에서 뭘 연상하겠어? 그건 작품이 지향하고자 하는 뜻도 훼손시키는 것이고…. 그래서 안 한다고 한 거지. 내가 광고니 뭐니 아무것도 안 하고 오직 배우로서의 길만 걷기 위해서 안 하겠다는 게 아니거든.기훈=당신은… 돈이 아쉽지 않습니까. 쉽게 벌어온 삶도 아닐 텐데.일남=자네도 벌어봤으니 알 테지. 그게 쉽던가? 내가 왜 돈을 생각하지 않겠나. 집사람이 그러더군. ‘좀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내 뜻을 이해해줘 다행이지. 요 근래에는 광고가 많이 들어오긴 해. 그래도 할 만한 걸 해야지 들어온다고 다 할 수는 없잖아? 좀 가벼운 광고가 많았거든. 그래서 ‘콘티를 좀 보고 얘기하자’ 이런 식으로 완곡하게 고사한 것도 여러 편이 있어. 지금 얘기가 오가는 것도 있지만…. 내가 광고는 다 안 한다고 한 게 아니야. 단지 내 손으로 ‘깐부’의 의미를 훼손시킬 수는 없다는 거지. 기훈=꼭 해보고 싶은 역이 있습니까.일남=파우스트 박사 역. 30대 중반에 한 번 하고 지금껏 못 했는데, 그때 내가 죽을 쒔거든. 젊을 땐데도 지쳐서 공연 중에 잠깐 의식을 잃었지. 한 30초 정도 멈췄을 거야. 사실 파우스트라는 인물을 30대 중반에 연기한다는 게 무리한 거지. 인생에 대해 뭘 안다고…. 이 나이가 되니까 좀 알 것 같은데 아직 기회가 없어. 죽기 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은 바람이지. 그리고 지금껏 받은 걸 사람들에게 돌려주고도 싶고…. 나는 아직도 사람을 믿으니까.기훈=사람을… 믿는다?일남=내가 지금껏 존재할 수 있는 건 크든 작든 사람들에게 뭐든 받았기 때문이겠지. 나를 믿으니까 줬을 테고…. 지금 이렇게 인터뷰 자리가 생긴 것도 다 내가 받는 거 아닌가? 이제는 나도 그동안 받은 것만큼 뭔가를 줘야겠지. (저무는 노을을 바라보는 일남.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얼굴 C.U.)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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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구 기자의 對話]“군 내 성피해 신고? 법무관인 내 성희롱 사안도 묻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군 혁신의 핵심은 인권”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처럼 군 인권이 참담하게 무너진 적이 또 있을까. 육해공군을 돌아가며 연이어 성범죄가 벌어졌고, 피해자의 절규를 무시한 결과는 여성 부사관들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졌다. 14년간 육군 법무관을 지낸 이지훈 변호사(44·예비역 소령)는 “밑바닥에 곪아 있는 문제들을 수술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에 꽤 오래 있었는데 혹시 당신은 성 차별이나 피해를 겪은 적이 있나. “법무관이다 보니 신체적으로 당한 적은 없다. 언어적 성희롱을 겪은 적은 있는데… 소령 때 육군본부 헬스장에서 리모컨을 잘못 눌러 옆 사람 트레드밀(러닝머신) TV채널이 돌아갔다. 그랬더니 화를 내며 ‘어디 여자가 감히’라고 하더라. 체육복 차림이라 낮은 계급의 여군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너무 화가 났는데 법무장교인 나 자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참을 만해서 그런 건가. “문제 삼고 싶었지만 그 이후에 일어날 일을 생각하니 하기 힘들었다. 문제를 삼으려면 일단 알려야 하지 않나. 그러다 보면 소문이 날 수 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나한테 이런저런 걸 물어보는 데 시달려야 하고…. 그 과정에서 또 이상한 시선을 받을 테고…. 그런 게 싫고 부담스러웠다. 언어적 성희롱도 알려졌을 때 벌어질 상황이 고민스러운데 더 심각한 피해를 입은, 계급도 나보다 낮은 여군들은 어떨까. 여군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는 군 시설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군을 위한 시설이 많이 열악한가. “2005년 입대해 유격훈련을 받는데 남자들과 같은 목욕탕을 시차만 두고 썼다. 언제 씻으라고 시간도 안 정해줘서 남자들이 오기 전에 다들 굉장히 허겁지겁 씻고 나왔다.” (1980년대도 아닌데… 항의는 안 했나.) “나도 그렇고 다들 사회 경험도 없이 들어와서 그때는 미처 생각을 못 했다. 사단급 등 상급부대는 시설이 좀 나았지만 연대나 대대급에는 본관 건물에도 여자 화장실이 따로 없는 곳이 수두룩했다. 야외 시설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런 거 개선하라고 군 양성평등센터가 있는 것 아닌가. “국가인권위원회가 여군 화장실 인프라를 개선하라고 한 게 언제인지 아나?” (당신 입대 시절인가?) “2018년이다.” (최근까지도 그런 상태였다는 건가?) “모 부대 유격장에서 벌어진 일인데, 주임원사가 여군 화장실은 대대장이 쓰게 하고, 여군에게는 차로 이동해야 할 거리에 있는 화장실을 쓰도록 했다. 물론 차량 지원은 없었고. 해당 여군이 이 사실을 육군본부 양성평등상담관에게 알렸더니 ‘성 문제가 아니라 도와주기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다시 국가인권위에 진정한 거다. 시설이라는 게 여군에 대한 배려나 생각이 있어야 개선하는 것 아닌가. 군 내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게 우연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해당 여군은 열악한 부대환경 때문에 급할 때는 탄약통을 요강으로 사용한 뒤 세면대에 버린 적도 있다고 한다. ―폐쇄적인 근무문화 때문에 군 사법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2사단 법무실장 할 때인데 우리 사무실에 군 검사, 국선변호장교, 징계장교, 군법원 서기가 다 함께 있었다. 민간으로 치면 검찰과 법원이 함께 있는 셈이다. 군 검사가 사건을 올리면 내가 같이 검토한 뒤 사단장에게 보고한다. 심판관제도에 따라 재판관이 될 일반 장교는 누구를 시키겠다고 결재도 올리고…. 최근에 폐지됐지만 전에는 지휘관 감경권이 있었으니까 판결 결과를 보고하면서 필요하면 감형 의견도 상신한다.” ―사단장이 검사에게 보고받고, 재판관 중 한 명을 지정하고, 감형까지 해줄 수 있으면 견제가 불가능하지 않나. “그래서 늘 재판의 독립성이 문제가 되니까 이번에 감경권과 심판관제도는 폐지했는데, 그 외에도 문제가 많은 게 한둘이 아니다. 특히 재판이 필요 없는 징계는 정말 ‘노(NO)답’이다.” ―징계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내리는 것 아닌가. “언론에 알려져 커지면 세게 내리고 아니면 그냥 묻히고…. 한 번은 모 장군이 징계위원장으로 들어온 적이 있는데 장군이 위원장을 할 정도면 피의자 계급도 높고 큰 사건이다. 그런데 그분 말 한마디로 징계가 ‘휙휙’ 좌우됐다. 이런 징계를 왜 하느냐 이러면서…. 군 감찰도 진짜 문제가 많다. 마음만 먹으면 사건을 키울 수도, 줄일 수도 있다.” ―군사경찰이나 법무관들이 지켜보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사건이 들어오면 항상 수사보다 먼저 감찰 조사를 시작하고 지휘관에게 모두 보고한다. 지휘관이 거의 100을 안 상태에서 수사가 시작되는 거지. 지휘관 판단에 따라 감찰 내용을 모두 수사에 넘길 수도 있고, 선별해 넘길 수도 있다. 사건을 줄이고 싶다면 선별해 수사에 넘기고, 수사가 다시 몇 개를 추려서 법무로 보낸다. 수사하는 데는 규율도 많고 권한도 한계가 있지만 감찰은 그런 게 없다. 모든 걸 다 할 수 있으니 수사기관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이미 갖게 되고, 그게 그대로 지휘관에게 보고된다. 체계상으로는 법무가 뭘 결정하는 위치 같지만 사실은 법무가 가장 조금 안다.” ―군 내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 여성 지휘관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글쎄… 남성 중심 조직에서 상위 직급에 올라간 여성 중에는 오히려 더 남성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여군 대령이 유부남 소령과 미혼 여성 대위의 불륜 사건 징계위원으로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이분이 징계위에서 여군 대위에게 뭐라고 했냐면 방문을 왜 열어줬냐는 거다. 네가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이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이분이 위촉된 이유가 징계위원이 다 남성이라 여성의 시각에서 들어보라는 취지였다. 여군 대령이 그러니까 남자 위원들도 자유롭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징계위 결정은 남자는 정직, 여자는 해임이었다.” (헐….) “여성이 국방부에 항고해서 최종적으로는 정직으로 내려왔지만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그런 말이 징계위 속기록에 적히면 곤란할 텐데.) “징계위 속기록은 취지만 적고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까지 기록하지는 않는다. 공개하지도 않고. 그래서 그 안에서 엄청난 인권유린이 벌어진다.” ―지금 군에 2차 가해로 엮이는 게 두려워 피해자의 불법을 묵인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는데…. “최근 모 부대에서 남자 부사관이 여자 부사관에게 언어적 성희롱을 한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가 전출되는 걸로 끝났는데 이후에 피해자가 가해자를 찾아가 일과시간에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게 불법인가?) “우리나라 법은 사적 제재를 금지하고 있다. 군인복무기본법도 사적 제재를 금하고 있고, 이를 알았을 때는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피해자는 당연히 보호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피해자에게 사적 제재 권한을 준 건 아니다. 마침 지나가다 그 상황을 본 상사가 중지시키니까 피해자가 ‘내가 피해자인데 이 정도도 못하냐’며 화를 냈다. 그런데 문제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공교롭게 그 직후에 성 관련 2차 가해 실태에 대한 전군 전수조사가 벌어졌다. 올해 성추행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이 워낙 커서 그 후속 조치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피해자가 자신의 사과 요구를 중지시킨 상사를 2차 가해자로 지목했고, 그 상사는 징계위에 회부돼 서면 경고를 받았다.” (불법을 막았는데 왜 징계를 받나?) “해당 상사가 너무 황당해서 피해자의 사적 제재 행위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더니 위에서 ‘그건 불문에 부친다’고 했다. 공군, 해군에서 2명이 죽은 뒤다. 피해자의 잘못을 문제 삼았다가 만에 하나라도 또 무슨 일이 벌어지면 정말 큰일이 나니까 그냥 넘어간 거다. 군 내부에 소문이 파다하게 나서 이제는 문제가 있어도 아무도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 ―일반 장교야 조직논리 때문에 문제를 지적할 수 없다고 해도 법무관은 그럴 필요가 없지 않나. “예전에는 법무관들이 기개가 있었다고 하는데…. 진급은 당연히 신경도 안 썼고. 그런데 요즘은 변호사 시장이 어렵다 보니까 웬만하면 안 나가려 하고, 안 나가려면 진급을 해야 한다. 계급 정년이 있으니까. 그러려면 인사고과가 좋아야 하는데 그걸 주는 사람이 지휘관이니 똑같아지는 거지….”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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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계 선생도 세 명이 모셨는데…”[이진구 기자의 대화, 그 후- ‘못 다한 이야기’]

    해마다 명절을 앞두고 빼놓지 않고 인터뷰 기사가 나는 분이 있습니다. 퇴계 이황 선생님의 17대 종손인 이치억 공주대 윤리교육과 교수지요. 네, 1000원 짜리 지폐에 나오시는 그 이황 선생님 맞습니다. 이황 선생님 제사상은 과일 몇 개에 전, 포 정도가 전부입니다. 명절 스트레스란 말이 나올 정도로 변질된 우리의 제사 모습과는 많이 다르지요. 오죽하면 몇 년 전에는 한 여대생이 30여 년간 수십 명 친인척의 명절 뒤치다꺼리를 도맡아온 어머니를 위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명절 폐지를 간청합니다’란 글까지 올렸겠습니까. 재작년 추석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이 교수는 “주자가례에도 ‘홍동백서 조율이시(紅東白西 棗栗梨枾)’란 말을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제사상에 통닭을 올린 적도 있다고 합니다. 명절을 앞두고 언론이 이 교수를 찾는 것은 마음보다 형식에 더 치우친 우리 제사문화를 바꾸자는 취지지요.문득 코로나19 시대에 퇴계 선생 집안은 어떻게 제사를 지내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코로나19로 ‘올해는 내려오지 않는 게 효도다’라는 플래카드까지 붙는 세상이니까요. 원래도 간소했지만 코로나는 역시 종가집의 제사도 바꿔놓았습니다. 올 설 제사도 평소에는 최소 20여명은 모였는데 3명 정도만 참석하고, 대신 화상회의 시스템인 ‘줌(zoom)’을 이용해 비대면 제사로 지냈다고 하더군요. 모였다가 병에 걸리면 그게 불효라는 생각 때문이지요.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 종류는 원래부터 간단했지만 코로나 시대에는 참석자가 적다보니 양도 확 줄었다고 합니다. 덩달아 그에게 쇄도했던 언론 인터뷰도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줄었다네요. 코로나19 때문에 안 내려가도 되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줄어서 굳이 그런 기사를 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겠지요. 아, 참고로 퇴계 선생 가문에서는 추석 때는 차례를 지내지 않고, 설 명절에만 차례를 지냅니다. 원래 아주 옛날에는 계절의 변화에 맞춰 지내는 사시제(四時祭)가 더 중요해서 돌아가신 날에 각각 맞춰 제사를 지내지 않고 사시제에 맞춰 함께 차례를 지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추석 차례 대신 중양절(음력 9월9일)에 시제를 지내는데, 중양절은 연휴가 아니다보니 매년 10월 셋째 주 일요일에 한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바뀌고 있습니다만 관혼상제도 그런 부분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모임이 줄면 당연히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함께 줄 수밖에 없으니까요. 명절 스트레스 때문에 이혼까지 생각하는 며느리들이 만든 음식을 드시는 조상님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증조할아버지 성함은 모르면서 제사상 홍동백서를 따지는 건 코미디지요. 우스개 소리입니다만, 저 자신도 간혹 차례를 지낼 때마다 ‘우리 증조할아버지 체하시는 거 아니야?’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며칠 전부터 음식 준비하고, 예법에 신경을 쓰는 것에 비하면 너무 빨리 수저를 거두니까요. 마음보다 형식에 더 신경을 쓴다는 반증이겠지요. 그럴 바에는 할아버지 생전의 사진이라도 한 장 꺼내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이 교수가 늘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제사는 미풍양속인데 그걸 지키기 위해서라도 제사가 변해야한다고요. 지키기 힘든 형식을 계속 유지하려다보면 가족간에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고 결국 ‘이럴 바엔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것이죠. 코로나 때문이라는 게 유쾌하지는 않습니다만, 제사가 간소화되고 그로인해 가족간의 갈등이 준다면 그 자체는 바람직하지 않나 싶습니다.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장례 문화도 코로나로 인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감염 우려 때문에 과거와 달리 가족끼리만 치르는 경우가 많아졌으니까요. 슬픔을 나눈다는 취지는 아름답지만 솔직히 그동안 슬픔을 나누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사회생활, 회사 생활을 위해 참석한 적이 더 많지 않았는지요. 한 때는 신문의 부고란에 망자가 자신의 이름이 아닌 누구의 부(父), 누구의 모(母)로 명기된 적도 있었으니까요. 장례식장에 즐비하게 늘어선 사람들과 화환이 망자가 아닌 그의 성공한 자식들 때문에 온 것이라면 그런 장례문화는 바뀌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이 교수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습니다. 중학생인 장남은 퇴계 이황 선생님의 18대 종손이 되겠지요. 당시 인터뷰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엉겁결에 “아…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었지요. 2년 전이니까 코로나가 발생하기 한 참 전인데 이 교수는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지 않겠습니까?”라고 반문하더군요. 퇴계 이황 선생님의 18대 종손이 결혼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 세상이 온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 제사 문화가 바람직하게 바뀌었다는 바로미터가 아닐 런지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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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유소 하나 짓고 140배 빼먹은 아프간… 美 도움에도 자립 못해”[이진구 기자의 對話]

    《오죽하면 원조받은 돈의 절반만 제대로 썼어도 카불은 두바이가 됐을 거란 말이 나왔을까. 미국이 국익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을 버렸다는 비난도 있지만, 지켜주려야 지켜줄 수 없을 정도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면…. 진기훈 전 주아프간 대사는 “20년간 그 많은 돈을 지원받고도 작은 공장 하나 없을 정도로 아프간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10월∼2018년 1월 아프간 대사, 이후 지난해 말까지 인접한 투르크메니스탄 대사를 지내며 아프간이 곪아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거두절미하고, 얼마나 부패했던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미국에서 특별검사가 와서 지원한 돈과 물자가 제대로 집행되는지 감사한 적이 있다. 그런데 주유소 하나 짓는 데 통상 드는 비용의 140배를 빼먹었다고 하더라. 주유소 140개 지을 돈으로 한 개 지은 거지. 고스트 폴리스(ghost police)라고는 들어봤나?” (군인의 태반이 유령군인이라고 하던데 경찰도 그런가.) “아이고, 경찰이 더하다. 우리 같은 경찰이라기보다는 준군인에 가까운데, 아프간 사람들은 군인은 전방에서 싸우는 사람, 경찰은 후방에서 싸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탈레반과 싸운다는 명목으로 엄청난 지원을 받았는데 거의 다 허투루 쓴 거지. 내무부 차관이 만날 때마다 어떻게 하면 경찰개혁을 할 수 있냐고 고민을 토로할 정도였다. 그리고 우리가 잘 모르는 부분인데… 국제사회의 엄청난 원조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국민 중에는 원조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등록된 군인 30만 명 중 25만 명이 유령군인이라고 한다. ―미국이 지원한 돈만 2조 달러가 넘는데 못 느낀다니…. “미국이 그러더라. 아무리 지원해줘도 아프간 중앙은행에 달러가 안 쌓인다고. 예를 들면 국제기금에서 들어온 돈으로 월급을 주는데 그걸 자루에 넣어 인출한 뒤 외국으로 보낸다. 돈이 다시 은행으로 돌아와야 그 돈으로 공장도 만들고 산업을 일으킬 텐데 다 증발해 없어지는 거다. 아프간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철도도, 고속도로도, 기업도…. 수도에 중앙역이 없으니까. 그리고 원조 방식도 구조적으로 누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중간에서 떼먹는 경우가 많은가. “워낙 위험한 곳이다 보니 각 나라가 국제기구로 돈과 물자를 보내면, 국제기구는 그걸 아프간 현지 NGO로 내려보내고, NGO가 집행하는 방식으로 원조가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아래에서 새는 게 굉장히 많다.” (국제기구에서 모니터링을 안 하나.) “너무 위험해서 현장까지 직접 가서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 그리고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국제사회도 그렇게 철저하게 모니터링을 하려고 하지는 않더라.” (우리도 20년간 1조 원이 넘게 지원했는데….) “나름대로 확인해 보려고 애를 많이 썼는데… 우리 국민 세금이니까 당연히 확인할 권리도 있고. 그런데 각 나라가 지원한 돈을 합쳐서 주다 보니 우리 돈만 어떻게 쓰였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현장에 가본 적도 있지만 그 정도로는 파악하기가 어렵다.” ―아프간 정부 고위층은 20년 동안 뭘 한 건가. 탈레반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죽는 게 자신들인 걸 모를 리가 없지 않나. “보면서도 안타까웠던 게… 장관이나 고위 관료들을 만나 보면 의식 수준이 받쳐 주지 못했다. 힘들고 어려워도 어쨌든 작은 공장이라도 만들어 스스로 먹고살길을 찾아야 하는데 그냥 원조 받아 나눠 먹는 식이니까. 지방은 사병을 거느린 군벌들과 탈레반 때문에 행정력이 안 미친다. 행정력이 안 미치는데 원조를 해봐야 무슨 소용인가.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나라를 바꿔 보고 싶어 했지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돈 싸들고 해외로 도망갔다고 욕을 먹던데….) “그런 뉴스가 나오긴 하던데 정확하게 확인된 건 아닌 것 같고… 대통령 한 사람 힘으로 상황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지 않나 싶다.” ※가니 대통령의 전임자인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파키스탄 대통령에게 마약 단속을 요구했다가 “당신 동생이나 잘 단속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의 동생 별명이 ‘마약왕’이었다. ―당신은 국제사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자립할 수 있게 산업화 기반을 마련해 주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그냥 밥을 먹여주는 식이 많았으니까. 미국도 엄청난 돈을 퍼부었지만 군사 부분을 제외하면 주로 민주주의 보급, 인권, 여성의 지위 향상 이런 분야에 지원을 많이 했다.” (필요한 지원 아닌가?) “중요한 분야지만 먼저 먹고사는 것부터 해결하는 게 순서 아닌가. 아프간 여성들의 처지가 워낙 참혹하다 보니 여성 인권도 중요하고, 민주주의를 보급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걸 넘어서는 뭔가를 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다. 그래서 미국에 물어봤다. 너희들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이래야 워싱턴에서 먹힌다’고 하더라. 그래야 사인을 받을 수 있다고….” ―혹시 연락되는 아프간 고위층이 있나. “얼마 전 친하게 지냈던 여성 국회의원이 비서를 통해 메일을 보냈다. 지금 카불에 숨어 있는데 탈출하는 걸 도와달라고…. 국회의원 교류 프로그램으로 한국에도 왔던 사람이다. 안타깝기는 한데 내가 어떻게 해줄 방법이 없어서 일단 파키스탄으로 피신한 뒤에 연락하라고 했다. 아프간 사람들은 파키스탄에 뭔가 하나씩은 끈이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로 오는 방문 비자 정도는 알아봐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재직 시 알던 다른 고위층 인사들에게도 전화를 해봤는데 신호는 가는데 받지는 않았다.” (우리는 전투병을 파병한 것도 아니고 원조만 했는데 왜 우리를 도운 현지인들까지 목숨이 위험한 건가.) “내가 있을 때도 요리사, 운전기사, 비서 등 대사관에서 일하는 아프간 직원들은 늘 협박 전화를 받았다. 외세에 부역했으니 가만 두지 않겠다는 거지. 미국과 가까운 나라는 더 그렇게 여긴다.” ―우리 대사관에서 6월 20일까지 우리 국민은 모두 철수해 달라고 공지를 했는데 왜 아프간 협력자들은 두 달 후에야 데리고 들어온 건가. “지금 상황은 나도 잘 모르는데… 내가 있을 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철수하는 매뉴얼은 있었지만 협력자들까지 단계적으로 어떻게 대피시킨다는 계획은 없었다.” (협박까지 받는 걸 안다고 하지 않았나.)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갑자기 붕괴될 거라 예상하지는 못했다. 미국이 탈레반과 협상해 어느 정도 평화가 보장되는 상태는 만들어 놓고 나갈 거라 생각했다. 그러니 우리도 우리 협력자들까지 어떻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못한 거지. 내 입으로 현지 직원들에게 한국은 전투도 안 하고 원조만 했으니 탈레반이 들어와도 당신들은 안전할 거라고 말했으니까.” ―대사관 직원들은 어떻게 생활을 했나. 외출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 “우리를 직접 대상으로 한 테러는 없지만 묻지 마 테러를 당할 수 있어 외출은 거의 안 한다. 갑자기 옆에서 폭탄 조끼를 입은 사람이 터지거나, 양 몸통에 폭탄을 감은 뒤 터뜨리는 일이 종종 있으니까. 미 대사관에서 주재하는 회의나 외부 행사에 참석하는 정도가 전부다. 사실 갈 데도 없다. 일본 대사는 허리띠에 여권하고 3000달러를 차고 있더라. 외부에 있다가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공항으로 가라는 거지. 대사관 외부는 아프간 경호업체와 경찰이 경비를 서고, 내부는 무장한 한국 민간경호회사가 지켰다.” (무장? 테러범을 가스총으로 막을 수는 없을 텐데….) “파병됐던 오쉬노 부대원 20여 명이 잠시 대사관을 지킨 적이 있는데 철수하면서 두고 간 총과 실탄이 있었다.” ―군대가 총과 실탄을 두고 갔다는 건가. “군용기가 아니라 민항기로 귀국하기 때문에 총기 반입이 안 돼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 내가 부임하니까 그 상태였다. 대사관 경비를 위해서는 무기가 필요한데 한국에서 총을 가져올 수도 없고, 현지에서 사려면 너무 비싸서 감당이 안 됐다. 그래서 국방부, 외교부, 경찰청 등과 협의해서 그 총을 경호회사에 무상 임대하는 방식으로 제공했다.” (로켓 포탄은 어떻게 대비하나.) “한 달에 한두 번은 늘 대피 경보가 울렸다. 미국이 카불 상공에 레이다가 설치된 대형 풍선을 띄운 게 있다. 그걸로 로켓 발사를 파악해 각 대사관에 경보해 준다. 그러면 지하실로 대피하는 거지. 그런데 경보음이 울리면 우리나 다른 나라 대사관에서 더 겁냈다.” (우리에게 쏘는 건 아닐텐데….) “우리랑 미국 대사관은 200m 정도밖에 안 떨어져 있다. 그런데 탈레반의 로켓 거치대가 정교하지 않아서 늘 엉뚱한 데 떨어진다. 일본 대사관 유리창에 맞았는데 방탄유리라 뚫지는 못하고 마당에 떨어진 적도 있다.” (미국·일본대사관 유리창은 방탄인가?) “방탄이다.” (우리도?) “우리는 아니고….”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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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구 기자의 對話]“인기는 한순간… ‘어펜저스’ 띄우기에 취하지 말아야”

    《21세에 떠오르는 신성이라며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하지만 바로 이듬해 도핑테스트에 걸려 1년간 자격 정지. 세계 랭킹은 184위까지 곤두박질쳤고, 급기야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마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너무 안 풀려서 ‘군대나 가자’ 하고 입대했는데 제대하니 서른. 도쿄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 김정환(38·국민체육진흥공단)은 “남들은 운동을 접을 나이인데 그때야 비로소 펜싱이 뭔지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례지만 메달을 많이 따서 군 면제를 받은 줄 알았습니다. “올림픽 금메달은 제대한 뒤 딴 거라…. 대학 졸업하고 실업팀에 있다가 2010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지요. 마침 그해 광저우 아시아경기가 열렸는데 금메달을 따면 조기 제대할 수 있었지만 1점 차로 져서 못 했습니다. 그 당시 너무 안 풀려서 운동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러면 상무에서 일반 부대로 이동되기 때문에 못했어요. 20대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도핑검사에 걸려 자격정지 받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선발전에서 탈락하고, 아버지 돌아가시고, 조기 제대도 실패하고…. 운동을 그만두려 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런 일들을 오래 겪어서인지 지금은 경기에서 이기건 지건 별로 슬퍼하지도, 기뻐하지도 않습니다.” (도핑테스트에는 왜….) “2005년 SK텔레콤 서울 국제그랑프리에서 우승했는데 경기 후 도핑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메달이 박탈되고 1년간 선수 자격 정지를 받았어요. 불안감 때문에 잠을 거의 못 자서 수면제를 먹었는데 그게 탈이 된 거죠.”※그는 우리 나이로 서른인 2012년 런던 올림픽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인전 동,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개인전 동, 단체전 금을 땄다. ―은퇴한 선수가 복귀 결심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나이도 출전 선수들 중 두 번째로 많았다고…. “그렇게 거룩한 이유 때문에 한 건 아닌데… 은퇴하고 1년 몇 개월 정도 지났는데 성취감도 없고 좀 무료했어요. 왠지 저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러던 어느 날 TV를 보던 아내가 ‘오빠는 저 정도는 해?’라고 묻더군요. 후배인 (오)상욱이, (김)준호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뉴스였어요. ‘당연하지’라고 했는데 ‘아∼ 그래?’ 하면서 안 믿는 눈치더군요. 아내는 제가 국가대표 할 때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 말이 사나이 가슴에 불을 지르는데… ‘왕년의 선수’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주려고 ‘컴백’했습니다.” (그냥 하는 말 아닙니까?) “제가 지고는 못 살 정도로 승부욕이 좀 과해요. 다트 500점 깨려고 한 달 넘게 다트장을 드나든 적도 있으니까요. 수십만 번을 던지다 보니 나중에는 숟가락도 못 들 정도로 팔이 아프더군요. 나중에는 아예 다트 기기를 샀습니다. 사람들이 들으면 유치하다고 웃지요.” ―펜싱이 유럽 국가들의 텃세와 편파 판정이 굉장히 심한 종목이라고 하던데 도쿄에서는 어땠습니까. “펜싱이 그런 게 좀 심한 편이에요.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15점(개인전 점수) 내고 이길 생각하지 말고 아예 20점 낸다고 생각하고 경기하라고 합니다.” (개인전 4강에서 이탈리아 루이지 사멜레에게 역전패하지 않았습니까?) “판정으로 진 부분 중에는 제가 이긴 부분도 있는 것 같기는 한데, 항의는 못했어요. 그러다 보니 분위기가 상대 쪽으로 넘어갔고, 그 기세를 이기지 못했지요. 그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왜 항의를 안 한 겁니까. 보통 감독이 작전 차원에서라도 항의하며 흐름을 끊지 않습니까?) “올림픽에서는 항의할 수 없는 게 룰이에요. 다른 국제대회에서는 판정에 불만이 있으면 감독들이 의자도 집어던지고 강하게 항의하는데, 올림픽은 전 세계에 중계되기 때문에 조직위에서 아예 못 하게 해요.”※그는 12―6으로 앞서다가 연거푸 9점을 내줘 역전패했다. 누가 득점했는지 따져보는 부분에서 심판은 모두 사멜레 손을 들어줬다. ―코로나19 때문에 훈련도 전과는 많이 달랐을 것 같은데요. “선수촌이 아주 고급스러운 감옥이 됐다고 할까요? 하하하. 전에는 선수촌 앞에 마트라도 다녀올 수 있었어요. 주말에는 외박도 되고. 그런데 이번에는 5개월 정도 진짜 한 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었지요. 전 아직 신혼인데….” (밤이 힘들었습니까.) “하하하, 뭘 그런 걸…. 도쿄에서는 재수 없게 자동 기권으로 쫓겨나면 어떡하나가 가장 걱정이었지요.” (자동 기권요?) “매일 아침 긴 플라스틱 통에 침을 뱉어서 제출했는데 만약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되면 자동 기권으로 처리되고 나와야 해요. 그래서 아침마다 굉장히 떨렸어요. 침도 물로 입 막 헹구고 뱉고…. 외국 선수 중에 검출돼서 중간에 나간 사람이 실제로 있었으니까요.” ―일부 비인기 종목은 국가대표도 아르바이트하며 훈련해야 한다고 하던데… 비인기 종목이라 겪은 서러움은 없었습니까. “비인기 종목이라서는 아닌데…. 런던 올림픽 때 함께 출전한 오은석 선수는 침대가 없어서 소파에서 잤지요. 제가 생각해도 올림픽 규정이 좀 이상한데…. 단체전은 3명까지만 TO(table of organization·규정으로 정한 인원)로 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에요.” (도쿄에서 4명이 뛰고 모두 메달을 받지 않았습니까.) “쉽게 말하면 주전은 3명이고 나머지 한 명은 교체 선수로 보는 거죠. 만약 교체 없이 경기를 치르면 시상대에 3명만 올라가요. 나머지 한 명은 메달을 안 주는 거죠. 그래서인지 선수촌도 3명만 들어가고, 나머지 한 명은 외부 숙소에서 자면서 훈련장으로 출퇴근해야 해요.” (함께 갔는데 입장이 곤란했겠습니다.) “그래서… 인정상도 그렇고, 팀워크 문제도 있고 해서 대회조직위에 제발 입촌만이라도 허락해 달라고 사정했지요. 그랬더니 정말 들어오게만 해주더라고요. 침대는 안 주고.” ―일본에서는 어땠습니까. “규정대로 하면 준호가 외부 호텔에 머물러야 하는데 요청했더니 입촌시켜줬어요. 골판지 침대라 (싸서) 그런지 침대도 주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본인이 펜싱 선수 출신 아닙니까?)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외국, 특히 유럽 선수들은 우리처럼 팀워크를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단체전 4명이 각자 코치가 다르니까요. 그래서 어떨 때는 경기 중에 자기들끼리 싸우더라고요.”※바흐 위원장은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플뢰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메달을 못 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까.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16개국 중 우리 랭킹이 꼴등이었어요. 그런데 1등을 했지요. 올림픽은 그런 곳이에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만약에 동메달 결정전에서 지면 4등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인천공항에서 집까지 어떻게 가지?’였어요. 눈앞이 캄캄해지고…. 후배들도 경험이 적으니 ‘형, 지면 어떻게 하죠?’라며 걱정이 많았지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지금 사람들이 어펜저스(어벤저스+펜싱)라며 띄워주는 거에 취하지 마라’고 했어요. 은메달 따면 오히려 비난이 쏟아질 수도 있다고. 우린 잘해야 본전이니 이집트도 쉽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다그쳤지요.” (이집트가 좀 못합니까.) “보통 외국에 나가면 미리 몸 안 풀고 이집트랑 경기하면서 몸 푼다고 생각하니까요. 런던 올림픽에서 독일이 우리를 그렇게 대했다가 우리에게 졌지요. 자만은 정말 무서워요.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예상외로 이집트와 초반에 5―6, 6―6 이렇게 가면서 고전했어요.” ―쟁쟁한 프로그램들에서 방송 출연 요청이 쇄도하던데, ‘도시어부’도 나가더군요. “낚시를 엄청 좋아해서…, 올림픽이 끝난 직후라 출연 요청이 많기는 해요. 그런 면에서 나잇값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후배들에게 이것도 다 한때의 바람이니 너무 취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제가 어릴 때 어쩌다가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어? 국제무대 별것 아니네?’ 하고 자만했어요. 그 뒤로 앞서 말했듯이 안 좋은 일이 막 겹치면서 곤두박질쳤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기까지 7, 8년이 걸렸지요. 그래서 좀 진부하지만 후배들에게 늘 ‘일찍 피는 꽃은 일찍 진다’고 얘기합니다. 펜싱 선수는 경기장 밖이 아니라 ‘피스트(piste·펜싱 경기대)’ 위에서 검으로 빛나야 한다고….”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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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정신’ 없는 청년정치인들이 왜 필요할까[이진구 기자의 대화, 그 후- ‘못 다한 이야기’]

    지난 5월 말 김재섭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인터뷰 했습니다. 열흘 후면 그가 속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하는데다, 한창 화두가 된 청년정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올해 34살인 그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청년최고위원 등과 함께 여의도에서 주목받는 청년 정치인중 한 명입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독자여러분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청년정치’란 과연 무엇일까요. 왜 우리 정치에 청년정치인들이 필요한 걸까요. 답을 찾기 위해 그동안 많은 청년정치인들을 만났습니다. 앞서 말한 이 대표. 이 최고위원은 물론이고 ‘박근혜 키드’로 불렸던 손수조 전 새누리당 부산 사상 당협위원장, 김창인 정의당 혁신위원, 국민의힘 최연소 당협위원장인 박진호 경기 김포갑 위원장,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강명구 전 국민의힘 영등포갑 당협위원장 등 모두 정치권에서 ‘괜찮은’ 청년 정치인들로 불린 사람들입니다. ‘청년정치가 무엇이냐’는 것은 ‘왜 청년 정치가 필요 한가’와 사실은 같은 말입니다. 만약 기성 정치인들이 청와대와 당, 실세 정치인들 눈치를 보지 않고 양심에 따라 정치를 했다면, 의원 배지에 연연해하지 않고 소신껏 할 말을 해왔다면, 극렬지지층과 지역 정서가 아닌 전체 국민을 보고 정치를 했다면, 정치인들의 나이가 90, 100살이 넘어도 청년정치가 필요하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청년정치의 목적은 ‘좋은 정치’지, 정치인들의 평균 연령을 낮추자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데 기성 정치인들은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습니다. 배지를 오래 달기 위해 실세와 권력에 줄을 섰고, 찍힐 까봐 입을 닫았고, 심지어는 ‘박비어천가’ ‘문비어천가’를 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친박·진박, 친문·비문 이런 말이 존재한다는 게 그 반증이지요.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고 하지만 의회가 제 기능을 했다면 ‘제왕 같은 대통령’은 나타날 수 없습니다. 기성 정치인들이 사리사욕을 위해 입을 닫고. 양심을 팔며 스스로 권력 앞에 기었기에 제왕적 대통령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청년정치’는 아직은 때 묻지 않고, 정의와 신념이 살아있는 청년들이 이런 잘못된 정치를 바꿔줬으면 하는 국민의 기대입니다. 청년들이 기성세대보다 전문지식과 경험이 더 월등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기성정치인들보다 청년정치인들에게 더 희망을 갖는 것은, 제아무리 해박한 지식과 경륜을 가졌더라도 마음이 올바르지 않으면 그 지식과 경륜은 오히려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도구가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금 감방에 있는 박근혜 정부의 고위직들, 영화 ‘기생충’ 뺨치는 조국 전 법부무 장관 부부, 서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편다면서 뒤로는 자신들 배를 불린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아직 검증되지 않은 36살의 ‘0선 의원’이 제1야당 당 대표로 뽑힌 것은 이런 국민의 마음이 뒤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청년 정치 바람 탓인지 청년정치인들은 전에 비해 많이 늘었습니다. 청와대는 25살 여대생을 1급 청년비서관으로 임명했고, 각 대선 예비후보 캠프에는 인지도 있는 청년 정치인들을 모셔가기 바쁩니다. 방송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평론가 중에도 청년들이 많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여당 최고위원 중에도 청년이 있고, 제1야당 대표도 30대 입니다.그런데 이상합니다. 청년 정치인들은 곳곳에 있는데, 당연히 함께 보여야할 ‘청년정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대선 승리를 위해, 우리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당을 감싸기 위해 편을 드는 젊은 정치인들만 보입니다. 일부는 자기편에 대해 쓴 소리도 합니다. 그러나 ‘젊은 애들이 그 정도는 말 할 수 있지’라고 넘어갈 수 있는 선에서 그칩니다. 그들이 과연 소속 정당과 자신이 몸담은 캠프의 후보에게 정말 약이 되는 아픈 말이 무엇인지 몰라서 안하는 걸까요? 말이 길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김재섭 전 비대위원으로 다시 돌아가지요. 당시 그에게 “젊은 비대위원들이 김종인 위원장 눈치를 보느라 할 말을 못한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가 비대위원에 임명됐을 때 “정의롭지 않다고 느낀 것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국민의힘은 4·7재·보궐선거를 이기기 위해 자신들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결정했던 김해신공항 확장을 뒤집고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여당보다도 먼저 발의해줬지요. 그는 “무리한 공약이 맞지만 선거에 영향을 줄까봐 말을 못했다. 좀 비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할 말을 하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과문한 탓인지는 모릅니다만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리 큰 소리는 아닌 것 같군요. 대신 그가 출연하는 시사방송에서 “다만~” “단지~”란 말은 많이 듣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에 문제가 있어 지적받을 때 앞에 약간 잘못을 인정하면서 “다만 이런 점도 있습니다”라며 사실은 옹호하는 화법이죠. 제가 본 모든 청년정치인들이, 스스로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어느새 그런 화법을 쓰고 있었습니다. 정당과 캠프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우리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게 중요하겠지만, 일반 국민에게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되던 아무 상관없습니다.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캠프와 정당은 상대 후보를 이기기 위한 전투 조직이 아니라, 우리 후보를 더 나은 사람으로, 더 나은 정당으로 만드는 ‘인큐베이터’가 돼야합니다. 그러려면 필요한 게 적의에 불타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겠습니까 아니면 애정을 가지고 우리 후보에게 쓴 소리를 하는 것이겠습니까. 나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유불리를 떠나 공동체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 청년입니다. 나이가 80이어도 그가 청년입니다. 그런데 잘못된 정치에 대해 가장 분노해야할 청년정치인들이 친해서, 우리 당이라, 우리 후보라… 이런 이유로 상대방만 공격하고 우리 편 잘못은 눈을 감습니다. 정치권과 청년정치인들이 착각하는 게 있습니다. 아이디어, 이벤트의 참신성이 마치 청년정치인 것처럼 여기는 것입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캠프에 등장했던 청년유세단, 셀프디스 마케팅 등은 기성 정치인들 머리에서는 나오기 힘든 작품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so what?’이라고 묻고 싶군요. 아이디어의 참신성과 기획 성공은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따라갈 사람이 없겠지요. 아이디어, 이벤트는 도구일 뿐이지 정치의 목적이 아닙니다. 탁 비서관의 이벤트는 탁월하지만 지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청년정신은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면, 네 편 내편을 따지지 않고 기성 체제에 저항하는 것입니다. 내편은 눈 감고. 남만 공격하며 마음과 철학의 부재를 이벤트로 메우는 사람은 비록 나이가 20살이어도 꼰대입니다. 지금 청년정치인들은 이구동성으로 “기성정치권이 청년들에게 문을 더 열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스스로 ‘젊은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청년의 탈을 쓴 기성정치’를 한다면 그것은 뒤에 올 후배 청년정치인들의 길을 스스로 막는 배신이 될 것입니다. 청년정치인들에게 묻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자기가 속한 당과 대선 후보의 승리, 정권 탈환과 연장을 위한 것 외에 국민을 위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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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구 기자의 對話]“감염병 대응 중요한데 투자 없어… 장기 플랜 마련이 지도자 역할”

    《감염병 방역은 정말 어렵다. 병만 생각하면 강하게 통제하고 싶지만 자영업자 등 직격탄을 맞는 이들을 생각하면 그러기도 어렵다. 죄면 생활고로 쓰러지는 사람이 속출하고, 풀면 확진자가 늘어난다. 그래서 완급을 조절하면 이제는 오락가락 행정이라고 한다. 윤태호 전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4일 “방역과 일상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었지만 정말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1월부터 방역총괄반장을 맡은 그는 올 6월 말 퇴임해 학교로 돌아갔다.》 ―고생한 사람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정부 방역이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이 많다. “처음부터 가장 큰 고민이 방역과 일상생활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였다. 질병관리청이 중심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복지부가 중심인 중수본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해 엄청나게 논의하고 결정했는데… 질병청은 방역 강화 입장이 강하고, 중수본은 여러 부처에서 올라오는 의견과 항의를 종합해 조정하다보니 솔직히 균형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항의가 많은 곳이 어디인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의견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공연, 영화, 스포츠는 물론이고 종교도 문체부 관할이니까. 왜 예배를 못 보게 하느냐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지만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너무 큰데….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많이 아팠다. 굶어죽을 바에야 차라리 장사하다가 코로나에 걸려 죽는 게 낫다고…. 왜 방역을 단체기합 방식으로 하냐고 할 때도….” (단체기합 방식이라니?) “어디 한군데 노래방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모든 노래방의 영업을 금지하는 식으로 하는 걸 단체기합이라고 말하더라. 솔직히 말해 일부 현장에 있는 분들을 만나기는 하지만 중수본 안에 있다보면 실제로 그분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어떤 일을 겪는 지 세세하게 알기는 어렵다. 그런 와중에도 의사결정은 해야 하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고…. 언론을 통해 그런 보도를 볼 때마다 많이 아팠다. 미안하고 죄송스럽고….” ―풀었다 놨다 하는 방역 대응이 혼선만 일으킨 건 아닌가. “그런 지적도 있는데… 방역 피로감에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방역수칙만 계속 요구하면 오히려 더 큰 저항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외국에서 벌어진 마스크 착용 거부 시위가 그렇다. 그러면 방역 수칙을 어긴 데 대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하는데 공포 분위기 조성으로는 대규모 감염병이 통제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처벌을 너무 강조하면 ‘에라, 난 모르겠다’는 식으로 이탈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는데 감염병이란 게 따라오는 사람만 데리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조금 완화하면 ‘왜 그렇게밖에 못하느냐’고 질타하지만 모두가 함께 가려면 강하게만 하기는 어렵다.” ―7월 1일부터 완화된 새 거리 두기로 전환한다고 했는데 하루 전날 입장을 바꾼 이유가 뭔가. “알려진 대로 몇 달 전부터 7월 1일부터 완화된 새 거리 두기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6월 말쯤 확진자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동안의 거리 두기는 전국이 다 똑같았던 게 아니다. 전남처럼 인원제한이 없는 곳도 있고, 경북처럼 완화된 새 거리 두기를 미리 시범 적용한 곳도 있었다. 지역별로 상황이 다르니까. 그래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이미 공표한 대로 새 거리 두기를 적용하는 게 나을지, 아니면 조금 중간 단계를 둬서 연착륙을 하는 게 나을지 각 시도의 의견을 취합 중이었다. 그게 다 모인 게 6월 29, 30일 쯤이다. 서울은 원래는 완화된 새 거리 두기를 할 생각이었는데 그 무렵 환자가 많이 발생하자 부담스러운지 기존 거리 두기를 연장하기로 했다. 서울이 그러니 같은 생활권인 수도권 지자체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거고.” (정부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려 했는데 지자체들이 반발한 것처럼 보였는데.) “그렇게 보인 면이 있는데… 거리 두기는 사회적인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정부가 지자체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따라오라고 할 수 없다. 매일 하는 온라인 회의에 기초자치단체까지 300여 곳이 넘게 참여하는데….” ―정은경 질병청장에게 실권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 있다. “아마 방대본 위에 중수본, 그 위에 중대본 이런 조직들이 있다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 같은데… 방역은 질병청이 중심이 된 방대본이 책임지고 하지만 질병청 힘으로 안 되는 부분들이 있다. 병상 확보 같은 문제는 질병청이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복지부가 중심이 된 중수본이 지원을 한다. 코로나처럼 대규모 감염병은 복지부 차원을 넘는 범부처 일도 많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중대본에서 지원해주는 거고. 수직관계로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수평적인 관계다.” (당신 위치에서야 당연히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닌가.) “중대본에서 결정한 사안도 시작은 질병청이 만든 안을 각 부처 의견을 들은 뒤 조정해 결정하는 것이다. 내 기억에는 질병청이 반대했는데 중수본, 중대본이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끌고 간 경우는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중요 방역 대책은 방대본이 초안을 만들면 중수본이 각 부처 의견을 취합해 조정한 뒤 중대본에서 결정한다. 그의 역할 중 가장 큰 부분이 중수본에 취합된 의견을 질병청과 조정하는 것이다. ―백신 도입은 왜 늦어진 건가. “백신 부분은 별도 조직으로 움직여서 정확히는 잘 모르는데….” (알 것 같은데….) “중수본 안에서 우리끼리도 ‘백신 도입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지?’ 하고 궁금해서 묻고 다녔으니까.” (작년 7월에 화이자에서 먼저 우리 정부에 구매 의사를 물었는데 우리가 거절했다는 말이 있다.) “그 부분은 나도 잘 모른다. 백신은 질병청이 각 부처에서 필요인력을 지원받아 진행했다. 접종 계획을 수립하고 구매계약서에 사인하는 사람도 질병청장이고. 단지 백신 도입 부분은 질병청 업무가 너무 많다보니 올 초에 복지부 장관에게 권한이 위임된 걸로 안다.” (치료제는 어떻게 되고 있나.) “혈장 치료제가 있기는 한데… 완치된 사람들의 혈장에는 항체가 있으니까 그걸 뽑아서 치료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사람의 피를 뽑는 방식이라 대량생산은 어렵다. 보통은 특별한 처치를 하지 않아도 증상이 악화되지 않고 나아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만약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산소치료, 열이 나면 해열제를 주는 식으로 하고 있다.” ―거리 두기를 그토록 강조하는데 왜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내 집단 감염은 아직 없나. “지하철이 대표적인 3밀(밀폐, 밀접, 밀집) 공간이기는 한데… 지하철 역사 내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걸린 경우는 있지만 객차 내에서 감염이 확산됐다는 사례는 나도 아직은 보지 못했다. 역학 조사가 세밀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지만, 지하철 안에서는 대부분 말을 안 하고 조용히 있으니까 바이러스를 배출할 가능성이 적어서가 아닌가 싶다. 같은 3밀 공간도 장소에 따라 특성이 좀 다른데, 말을 하는 등 행위가 결합되지 않으면 단순히 (3밀)공간 안에 있다고 감염력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버스도 사람은 많지만 그리 말을 많이 하는 공간은 아니니까….” ―내년 대선이 취약한 공공병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는데…. “대학병원도 있지만 공공병원이라고 하면 주로 지방 의료원, 적십자병원 등을 말하는데, 공공병원의 책무 중 하나가 감염병 대응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번에 지방 의료원들이 기존 입원 환자들을 다 퇴원시키면서 코로나 환자를 위한 병상을 확보했는데 사실 시설과 인력이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면 그러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모든 건물이 하나의 공조시설로 돼 있어 코로나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일반 환자를 다 내보낼 수밖에 없는 곳도 있었으니까. 사스(SARS),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을 겪으며 감염병 대응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그동안 이런 쪽으로는 투자가 없었던 거다. 코로나19보다 더 독한 대규모 감염병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지 않나. 지금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적인 투자를 하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내년 대선이 대규모 감염병에 취약한 사회 시스템을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정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게 국가 지도자를 하겠다는 사람들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윤태호(50)부산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2018년부터 3년 임기의 개방형 직위인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으로 일하다 지난해 1월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을 맡았다. 각 부처의 의견을 종합해 질병관리청과 함께 방역대책의 뼈대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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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구 기자의 對話]“청년들 월세 소작농 만드는 청년임대주택 보면… 화가 나”

    《방송에서는 어떻게 참았나 싶었다. 만약 이 인터뷰를 방송에 그대로 내보내면 2, 3분마다 ‘삐∼’ 처리를 해야 했으니까. 그만큼 그는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에 분노했고, 특히 월세로 사는 청년임대주택과 무책임한 정치인들을 말할 때는 이마에서 핏대가 솟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예견해 유명해졌던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는 “부동산 문제를 조언해 달라고 하는 정치인들을 만나보면 당장의 선거를 위한 것일 뿐 장기적인 정책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월세에 특히 분노하는 이유가 뭔가. “오래 살아 봐서 결과가 어떤지 아니까. 미국에서 유학을 포함해 7년 정도 살았는데 미국은 집값의 10% 정도만 있으면 대출받아 집을 살 수 있다. 당시 좋은 집이 우리 돈으로 5억 원 정도라 5000만 원만 있었으면 살 수 있었는데 없어서 매달 100만 원 좀 넘는 돈을 월세로 냈다. 7년이니 1억 원 가까이 되는데 만약 그때 샀으면 1억 원이 내 자산으로 남았을 거다. 월세로 산다는 건 그런 거다. 내 부동산 자산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반대로 내 노동의 대가가 사라지고, 내가 낸 돈은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의 자산으로 축적된다. 그래서 내가 월세는 21세기형 소작농을 만드는 제도라고 하는 거다. 월급의 일정액을 월세로 내는 게 소작농이 매년 일정분을 소출로 내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귀국 후에도 월세 살았나.) “집에서 도와줄 형편은 되지 않았으니까. 2005년 귀국했는데 너무 비싸 살 수가 없었다.” ―당시에는 어느 정도였기에…. “내가 살고 싶은 아파트가 7억 원 정도 했다. 근데 그때 사람들이 다 집값이 떨어질 테니 사지 말라고 했다.” (근거가 뭔가?) “인구가 줄기 때문에 집값도 내려간다는 거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때는 조금 내려가는 추세를 보였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4억 원까지는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고, 내 연봉이 그때 5000만 원 정도였으니까 어떻게든 2억 원 정도를 모으면 대출받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내려가지는 않았고 결국 못 샀다.” (그 집은 지금은 얼마나 하나.) “5배 뛰었다.” ※그는 다른 곳에 집을 샀는데 최근 몇 년 사이 갑자기 유명해져 수입이 늘어난 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 같은 특별한 행운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청년임대주택이 젊은층의 주거 부담을 줄여 주는 효과는 있지 않나. “임대주택에서 월세로 살던 청년이 중장년이 되면 돈을 모은다 해도 그 사이에 집값이 너무 올라 집 사는 걸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또 다른 형태의 임대주택을 정치인들에게 요구하게 되고 경제적 자립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정부가 임대주택을 공급하면서 청년주택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청년들에게 임대주택을 주는 건 2030세대를 영원히 가난하게 만드는 정책이다. 그리고 이미 부작용도 생기고 있고…. 작더라도 청년들이 자기 집을 가질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그런데, 부동산 얘기는 이제 안 하면 안 되나?” (이제 시작인데 안 한다고 하면 난 어떻게 하나.) “하도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잘 알지 않나. 내용은 안 보고 무조건 저놈이 우리 편인지 아닌지로만 판단해 공격하는 사람들. 뭐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고…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기가 점점 더 싫어지다 보니 이제는 말하기가 싫어진다. 할 만큼 말하기도 했고.” ―그러면 안 되고…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가. “공급이 부족해 생긴 과도한 압력(가격 상승)을 빼줘야 한다. 지금 집값이 엄청나게 뛴 이유가 공급이 부족하니 좋은 집 가격이 오르고, 순차적으로 그 압력이 아래로 전가돼 별로 안 좋은 집, 작은 집까지 10억 원이 넘게 된 거다. 그 압력을 빼줘야 집값도 내릴 수 있고 청년층이 나중에라도 자기 집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나는 정부가 1, 2인 가구를 위한 15, 20평 정도의 중소형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가구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지금 나이 드신 분들 중에는 40평대 집에 혼자 또는 부부만 사는 분이 많다. 이 분들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1, 2인 가구용 주택을 제대로 잘 만들어 공급하면 이분들이 나온 40평대 집에는 그 아래에서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순차적으로 숨통이 트여 고인 압력이 빠지면 지금처럼 비정상적으로 집값이 오르지 않을 테고, 결과적으로 청년층도 그 혜택을 보게 될 거다.”“우리는 (부동산)악당을 잡으면 세상이 좋아진다고 믿지만, 세상에는 그 악당을 손가락질하며 자신의 권력과 이익을 챙기는 위선자도 있다. 악당과 위선자 사이에서 국민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 유현준 교수 ―그러려면 시간이 꽤 걸리지 않나. “그래서 정치인들이 나쁜 사람들이라는 거다. 장기적으로 정책을 펴지 않고 늘 당장 다음번 선거만 생각하지 않나.” ―만나자는 정치인들이 많던데…. “4·7 재·보궐선거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만나기는 하는데… 부동산 정책이나 이런 걸 나한테 그렇게 관심 있게 물어본 사람은 없었다.” (부동산 문제 때문에 만나자고 하는 게 아니었나?) “부동산 얘기를 하기는 하는데… 그분들의 관심은 선거지 장기적인 정책에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얘기를 하다 보면 ‘미래에 대한 생각은 안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여야를 떠나서 모든 정치인이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정치인들을 믿지 않는다.”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재·보궐선거도 있었고 대선도 있는데….) “그래서 만나서 얘기는 할 수 있는데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는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함께 사진을 안 찍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러고 나서 건축에 대한 내 소신을 얘기한다.” ―요즘은 집을 안 사고 자유롭게 사는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도 꽤 있다. “그건 개인의 자유니까. 단지 청년들에게 젊을 때 집을 사지 않는 게 40, 50대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려줘야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집이 없다는 건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이고, 또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자본을 포기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만큼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지고 정부와 정치가에게 더 의존하는 사람으로 남게 된다. 많은 국민이 부동산을 갖지 못하면 결국 그 부동산 자산은 정부나 대자본가들이 갖게 된다. 점점 더 많은 국민이 국가 소유의 임대주택에 살게 된다는 것은 점점 더 많은 권력을 정치인들에게 넘겨준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한편에서는 공유경제도 늘고 있지 않나. “나도 처음에는 공유경제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 이거 되게 괜찮네?’ 하고 생각했다. 모든 걸 가질 수는 없으니까 빌려 쓰는 것도 좋다고 봤다. 그런데 순진했을 때 생각이었다. 자본가들은 ‘앞으로는 소유할 필요 없어. 이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야’라고 공유경제가 마치 굉장히 ‘쿨’한 시스템인 것처럼 말하면서 정작 자기들은 빌딩을 소유하지 않나. 가격이 오르는 혜택은 다 자기들이 가져가는 거지. 셰어하우스도 공동체를 향유하는 멋진 공간으로 포장하지만 결국 월세다. 평범한 직장인들에게는 치명적이다.” ―부동산이 워낙 문제다 보니 대선을 앞두고 반값 아파트류의 공약도 나온다. “반값 등록금부터 시작해서 어디서부터 반값 타령이 나왔는지 모르지만, 사기 좀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불가능할 거라고 보는데 그게 결국 시장을 교란하는 것 아닌가? 만약 땅은 공공이 갖고, 건물만 분양하는 아파트가 있다면 그런 곳은 나중에 슬럼화될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택지조성원가 연동제로 12억 원 아파트를 5억 원에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강북 대개발로 토지는 국가가 갖고, 건물만 분양해 반값 아파트를 넘는 4분의 1(쿼터)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LH 사태 등 그들만의 리그가 생긴 게 건축법 규제가 너무 많고 복잡한 탓도 있다고 했는데…. “내가 건축 분야에서 일한 지가 거의 30년이 됐는데 나도 잘 모르고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규정이 너무 많고 복잡하다. 심지어 허가권자조차 검토할 때 자기도 몰라서 넘어갔다가 다른 사람이 지적하니까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규정에 대한 해석을 놓고도 서로 다르고…. LH 출신들은 그걸 다 꿰고 있고, 규정 해석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건축 관련 회사들에 LH 출신들이 없으면 일이 안 되는 거지.” (LH 같은 곳이 규모만 작을 뿐 대구 대전 울산 평택 등 지자체마다 다 있던데….) “지자체마다 거의 다 있다. 대부분 LH와 비슷할 거다. 건축 토목 쪽을 보면… 하… 나라에 도둑이 너무 많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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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한은 적고 책임만…정은경 마음고생 심할 것”[이진구 기자의 대화, 그 후- ‘못 다한 이야기’]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해 3월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을 인터뷰했습니다. 사스(SARS),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감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지적됐던 문제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또 드러났기 때문이지요. 대규모 감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역학조사관 부족, 컨트롤타워 부재 등 문제가 지적됐고, 정부는 그때마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 수 있는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호흡기 내과 전문의이면서 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직전 전임자였던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요. 그는 2016년 2월~2017년 7월 재임했습니다. 감염병 발생은 천재(天災)지만 대응은 사람의 몫입니다. 그리고 그 대응의 가장 중추적 역할을 하는 곳이 지난해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된 질병관리본부지요. 하지만 그가 들려준 질병관리본부의 실상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가장 큰 힘을 가지고 모든 방역 대책을 진두지휘해야할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사실상 실권이 거의 없다는 것이죠. 그는 기관장인데도 취임 1년이 지나서야 겨우 6급 이하의 인사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규정에는 6급 이하 인사는 소속 기관의 장이 한다고 돼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보건복지부가 안 놔줬다고 하더군요. 그나마도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고 언론에서도 떠드니까 줬다고 합니다. 5급 이상은 여전히 사전에 의논도 하지 않고 그냥 내리 꽂았고요. 5급 사무관 인사도 할 수 없는 기관장이 대규모 감염병 상황에서 무슨 힘을 쓸 수 있겠습니까. 2015년 메르스 때도 그랬고, 대규모 감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늘 역학조사관 부족 문제가 제기됐고. 그때마다 정부는 확충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공염불이었죠. 그가 재임 시 역학조사관은 정규직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처음에 3년 계약하고 2년을 연장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하더군요. 재계약을 계속 할 수는 있지만 누가, 그것도 의사 출신이 2, 3년마다 재계약을 반복하는 불안한 직장생활을 하겠습니까. 그래서 역학조사관을 하다가 중간에 정년이 보장되는 복지부 5급 사무관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경력이 조금 쌓이면 이렇게 이직을 하기 때문에 베테랑 역학조사관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질병관리청으로 바뀐 뒤에는 얼마나 달라질지 모르지만 과거 질병관리본부를 복지부 고위직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곳으로 이용했던 행태도 문제입니다. 인터뷰를 했던 지난해 3월은 앞서도 말했듯이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기입니다. 감염병 대응에 가장 중요한 곳이 긴급상황센터와 감염병관리센터인데 어처구니없게도 당시 이 두 곳의 센터장은 복지부에서 온 지 1년도 안된 행정고시 출신들이었습니다. 문과생들이라는 것이죠. 당시 국민들은 매일 코로나19 브리핑에 나서는 정은경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하얗게 센 그의 머리가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물론 그의 책임감도 있었을 것입니다만 의료계에서는 의학적 지식이 없는 문과 출신 고위관료들이 기자들의 여러 질문에 답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 본부장이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많았습니다. 질병관리본부 사람들이 안타까운 것은 실권도, 인력도 없는데 방역 실패의 책임은 져왔다는 점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본인이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중징계를 받았지요. 당시 감사원은 질본이 초기에 병원 이름을 비공개로 해 감염을 확산시켰다는 이유로 양병국 본부장, 정 청장(당시 긴급상황센터장) 등 질본 간부들의 중징계를 건의했습니다. 그때 질본 내 많은 의사 출신 간부들이 정부의 행태에 실망해 떠났다고 하는군요. 책임을 지우려면 그에 합당한 권한을 주던지, 권한을 안 주면 책임을 지우지 말던지 그러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된 후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변한 것이 없다는 걸 반증하는 일이 최근 벌어졌습니다. 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2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정은경 청장을 대동하고 민주노총을 찾았지요. 집회 자제를 요청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의료계에서는 이 엄중한 시기에 방역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질병관리청장을 대동하고 가는 게 과연 적절한 것이냐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집회 금지를 통고하고 위반하면 그에 따라 대응하면 될 일을 밤잠도 못자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정 청장을 데리고 가 읍소하는 게 과연 맞느냐는 것이죠. 일종의 코스프레를 한 것인데 힘들게 일하는 정 청장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국가의 위신을 떨어트린 행동이라는 지적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더욱이 민주노총은 정부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강행했지요. 방역의 최고 사령탑인 질병관리청장을 데리고 가 읍소를 했는데도 소용이 없으니 도대체 누가 앞으로 정부의 방역 지침을 따를지 걱정입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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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구 기자의 對話]“깨끗한 정치로 잘사는 나라 만들자더니… 현실은 술수만 난무”

    《정치권에 청년 정치 바람이 불면서 청년 정치인들이 귀한 몸이 됐다. 과거에는 말석 한 자리도 얻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위원회 구성이나 회의에 이들이 없으면 “왜 안 불렀느냐”며 먼저 찾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신념과 실력, 자질보다 ‘나이’가 더 우선시되는 부작용도 벌어지고 있다.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청년최고위원(39)은 “청년들의 정치 참여는 바람직하지만, 동시에 과연 연공서열형 문화를 깰 만큼 괜찮은 사람인지 증명해 내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5월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취임하며 지명직 청년최고위원에 임명됐다.》 ―당신 자신은 어떻게 증명해낼 건가. “시작하자마자 ‘훅’ 들어오시네요. 하하하. 지금 당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못 나오고 있다. 아킬레스건이 찔리는 걸 보면서도 아픔을 못 느끼는 거대한 공룡 같은 상태라고 할까. 이달 중 청년미래연석회의라는 기구가 발족되는데 그곳을 통해 당내 ‘레드팀(Red Team)’ 역할을 하려고 한다. 내가 의장을 맡았는데 파열음이 나더라도 한번 세게 할 생각이다.” (대부분 그렇게 시작하지만 용두사미가 됐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견지해온 것을 지켜내야 정권을 연장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 강력한 의지가 다양한 목소리들을 계속해서 쳐내고 있는데 나는 우리가 좀 더 품이 넓어지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쪽이다. 내가 정치적 출세에 연연해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 본다.” ※레드팀은 조직 내 취약점을 찾아서 공격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팀을 말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검증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검찰총장 임명 때는 옹호하다가 지금은 왜 의혹을 제기하느냐는 건가?” (앞뒤가 안 맞지 않나.) “그때는 우리 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실드(shield·방패)’ 쳐준 거지. 그래 놓고 지금은 입장이 달라져서 다르게 얘기하는데, 당연히 좋아 보이지 않는다. 나는 당시에 당이 ‘실드’ 쳤던 걸 사과해야 한다고 본다. 대부분 당시에도 나온 이야기들이어서 검증 과정에서 모르지는 않았을 거다. 당시 검증에서 문제가 없었다면 지금 공격하는 건 안 맞는 거고, 지금 공격하는 게 맞다면 당시 검증 소홀에 실드 친 건 사과하는 게 상식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시대가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는데…. “그게 어떻게 현실에서 가능한지 방법을 모르겠다. 대기업은 노조가 있으면 10년 정도, 없으면 6, 7년 정도 근속한다. 중소기업은 노조가 있으면 6년 정도, 없으면 3, 4년 정도고. 통계가 이렇게 나오는데 이 모두를 정규직으로 만들자는 주장은 소설에나 나올 수 있는 얘기다. 생산가능인구가 3500만 명 정도 되는데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만들려면 아마 우리나라가 전 지구를 장악할 수 있을 정도의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어야 할 거다.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지 않나. 우리 당도 사회를 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당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관점을 어떻게 바꿔야 한다는 건가. “존재 자체를 없애려 하지 말고, 비정규직이어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본다. 비정규직이라도 보수나 안전 이런 부분에서 걱정 없이 일하고 살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실질적으로 까는 것.” (안에서 그런 말을 하면 국민의힘 가라고 하지 않나?) “그러더라. 가라고…. 하지만 난 할 수 있는 말이고, 또 해야 한다고 본다.” ―정치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 “의자 나르다가….” (의자?) “제대하고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대회에서 의자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런데 대기 중에 누가 연설을 하는데 ‘깨끗한 정치로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 이런 말들이 가슴에 꽂히더라. 이후 내 상황과 겹쳐서 많은 생각이 들면서 입당했다.” (어떤 상황과 겹쳤기에….) “아르바이트만으로는 살기 힘들어서 좀 무리해 생과일주스를 파는 트럭 노점상을 했다. 그런데 영화에서나 보던 일들이 벌어졌다. 동네 깡패가 돈 뜯으러 오고, 노점 단속반, 주차단속 요원도 수시로 오고, 가끔은 경찰도 왔다. 노점이 불법인 건 안다. 그런데 나처럼 낭떠러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먹고는 살아야 하는데 당시 고졸인 내가 취직을 하기는 어렵고, 살기 위해 하는 행동은 불법이니…. 그런 고민이 확장되면서, 그러면 국가는 이들에게 어떻게 해줘야 하는 건가를 생각하다 보니 정치가 보이게 된 것 같다.” ―집안 형편이 많이 어려웠나. “초등학생 때 군인이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어머니께 부담을 안 드리려고 6학년 때부터 신문 배달 등 아르바이트를 했다. 공업고등학교를 간 것도 인문계와 달리 일찍 끝나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는 다행히 국가장학금을 받아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게 늘 감사해서 국가유공자 자녀라 6개월 공익 가면 되는데 해병대에 자원했다. 뭔가 사회에 기여하고 싶기도 했고.” (꼭 해병대 입대로 기여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하하, 어린 마음도 있었고…. 입대 첫날 ‘잘못 왔다’는 생각은 들었다. 정말 힘들더라. 훈련도, 내무생활도.” (기간이?) “2년 2개월.” ―정의당은 생각하지 않았나. “정의당은 아직 많은 것을 담기에는 그릇이 협소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점이 그렇다는 건가.) “기업과 노동자를 대결주의로 보는 시각 같은 것…. 우리 당에서도 일정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저쪽은 더 심하니까. 대변하려는 계층을 정확히 대변하려다 보니 생기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양쪽을 다 봐야 하지 않을까? 나도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주 조그만 수준이지만 사업을 해봤기 때문에 사람을 고용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안다.” ―노점 말고 다른 것도 했나. “노점을 접고 대전역 근처 지하상가에 카페를 냈는데 아르바이트생을 8명이나 썼다. 그런데 인건비 주는 게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다. 내 월급도 다 챙겨가지 못했으니까. 나는 주인이니 적게 가져가도 할 수 없지만 직원들에게는 그럴 수가 없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자꾸 자영업자, 기업가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노동자 권리만 주장하면 사장 입장에서는 문 닫는 게 편하지. 그런 고민의 폭이 정의당은 작은 것 같다. 우리 당도 양자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 상대를 적으로 모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입장을 바꿔 적으로 몰리면 나는 가만히 있겠나. 그러면 남는 건 싸움밖에 없다.” ―대학생 때부터 정치활동을 했는데 뭐가 힘들던가. “시작하자마자 벌금 맞고 쓰러져서….” (벌금?)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열린우리당이 깨끗한 정치, 아래로부터의 공천을 표방하면서 후보 경선에 선거인단 투표를 처음 도입했다. 그런데 누군가 동의도 받지 않고 내 개인정보를 알아내 선거인단에 등록시킨 거다. 불법 선거인단인 셈이지. 그때 22세였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를 때였다. 그냥 당에서 투표하라고 해 투표를 했는데 그게 정당한 투표를 방해한 업무방해죄라고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나왔다.” (형량이 엄청 센데?) “국선변호인과 상의해서 항소를 했고 덕분에 벌금 300만 원으로 떨어졌지만 그때는 모든 게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첫 재판 받은 날 대전현충원 아버지 묘소에 갔는데… 함께 간 친구에게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남들은 나를 범법자로 볼 텐데 내가 깨끗한 정치를 말할 수 있을까?’라고 말하며 엄청 울었다. 정치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깨끗한 정치로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말이 멋있어서 들어왔는데, 현실은 술수가 난무했고 처참했다. 많은 고민 끝에 나는 그래도 정치를 바꾸기 위해 남기로 했지만, 함께 시작했던 친구들 중에는 떠난 사람도 많다.” ―17년이 지났는데, 지금은 정치가 달라졌다고 생각하나. “지금도 아래쪽, 밑바닥 정치를 보면… 변했다고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동학의 말·말·말“당원들도, 국민들도 586세대에 대한 기대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있다.” (2015년 페이스북에 올린 ‘586전상서’ 중)“(당이) 임금피크제 수용하고 노조 설득해야.”(2015년 당 혁신위원 시절)“비정규직 제로? 아름다운 구호지만 현실에서 가능할까?”(본보 인터뷰 중) 이동학82년생. 제대 후인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행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게 계기가 돼 정치권에 입문했다. 2015년 당 혁신위원일 때 만든 혁신안이 바로 당 소속 공직자 잘못으로 재·보선을 치를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이다. 현재 인천 영종도에 살고 있는데 쓰레기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보고 싶어서라고 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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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은 성공할 수 있을까[이진구 기자의 대화, 그 후- ‘못 다한 이야기’]

    정치판은 참으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곳입니다. 불과 두 달 전 더불어민주당 박성민 전 최고위원을 인터뷰했었지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로 촉발된 4·7 재보궐이 여당의 참패로 끝난 후였습니다. 25살의 여대생이 최고위원이 돼 본 집권 여당의 모습은 어땠을지 궁금했지요. 젊음만큼이나 그의 말은 패기만만했고, 아무튼 인터뷰는 잘 끝났습니다. 그도 학교로 돌아갔고, 그래서 인터뷰도 그가 다니는 학교 교정에서 했으니까요. 그 뒤로 저녁을 한 번 같이 했고, 나름 기성세대랍시고 청년 정치인으로서 앞으로 겪을 힘든 일에 대해 제 나름으로는 걱정과 조언도 해줬습니다. 그런데 제 걱정은 기우였나 봅니다. 물론 그 자신도 예상했던 일은 아니겠습니다만 불과 얼마 후 1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청와대 청년비서관에 임명됐으니까요. 박 비서관의 임명은 상당한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청년비서관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 산하로 별정직 1급 공무원에 해당하지요. 9급 출신은 꿈도 꿀 수 없는 자리이고, 5급 행정고시 출신도 20년 이상 해야 바라볼까 말까한 자리입니다. 사실 5급 출신이라도 3급으로 나오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자리에 약 8개월간의 당 최고위원 경력 외에는 사실상 특별한 사회경험이 없는 25살 여대생을 임명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지요. 특히 좁은 취업문을 뚫기도 힘든 데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은 청년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상당한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공부의 신’ 대표인 강성태 씨가 자신의 유투브에서 “매년 전국 수석이나 공공기관 합격자를 모셔 합격비결을 들어 왔지만 이 분이 탑인 것 같다”고 했겠습니까.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박 비서관은 민주당 최고위원 등을 지내며 현안에 대해 소신 있게 의견을 제기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는 균형감을 보여줬다. 청년 입장에서 청년의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하고 청년과 소통할 것으로 기대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무직이라 일반직 공무원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도 했지요. 하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의 해명이 불을 끌 정도로 충분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정무직 공무원을 놓고 ‘1급까지 올라가려면 몇 십 년이 걸리는데 벼락출세 아니냐’, ‘낙하산이다’ 는 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회 경험이 적다는 부분도 굉장히 포괄적인 비판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야를 떠나 선거의 공신이라는 이유로 벼락출세를 하는 사람들이 숱하게 있으니까요. 하지만 박 비서관이 해당 직무를 수행할 만큼의 능력이 있느냐는 지적은 문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 참모들, 그리고 박 비서관 자신이 새겨들어야할 대목입니다. 물론 청년들은 중장년층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세대간 비교를 할 때 그렇다는 것이지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부족해도 청년이면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치권이 흔히 하는 나쁜 행태가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본질적인 고민은 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척’하고 넘어가려는 것이지요. 박 비서관은 물론이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재섭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등 청년 정치인들이 저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있습니다. 다른 청년 정치인들도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입니다. 세상에 청년 문제만 따로 있는 것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죠. 청년들의 취업난은 전체 일자리가 줄기 때문에 파생된 것입니다. 청년 주거 문제도 전체 주택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죠. 다른 세대의 일자리는 넉넉한데 오직 청년 일자리만 부족해 문제가 생긴 게 아니지 않습니까? 따라서 청년 일자리 문제만 콕 집어서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대학생 주거 문제 해소를 위해 기숙사를 늘릴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 지원을 해줄 수도 있겠지요. 과거에 그런 적도 있습니다. 그러자 대학가 하숙집 주인들이 아우성을 쳤습니다. 세상일은 그물코처럼 얽혀있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습니다. 병은 나았는데 환자는 죽는 일도 다반사지요. 그래서 국정을 책임지고 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은, 완벽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많은 고려를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대상이 청년일 뿐이지 청년 문제에는 취업, 주거, 복지, 교육 등 우리가 사는 세상의 거의 모든 문제가 들어있습니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안별로 국토교통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숱한 부처는 물론이고 수많은 지자체 담당자들과도 협의하고 논쟁하고 싸워야 합니다. 모두 박 비서관보다는 훨씬 더 해당 분야의 전문성은 물론이고 왜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지 꿰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이겨내려면 그들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준비돼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쪽방촌이라고 부르는 동네가 있습니다. 주거 환경이 매우 열악한 곳이지요. 한 평 남짓에 화장실, 세면장은 공용이고 들어가는 길마저 아주 좁아 소방차는 갈 수도 없는 곳입니다. 그래서 화재 등 사고가 나면 인명피해가 크게 납니다. 사고로 뉴스가 날 때마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정비하겠다고 하지만 잘 개선되지 않습니다. 하도 답답해 지자체 담당 공무원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나라에서 지원해주면 평수도 늘리고, 길도 넓히고, 집마다 화장실도 놔줄 수 있지 않느냐고요.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왜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하면 주거환경은 개선되지만 지금 사는 사람 중의 태반은 쫓겨난다고 하더군요. 평수를 늘리면 한 건물에 10방 있던 게 5방으로 줄지 않겠습니까? 주거 환경이 개선됐으니 월세도 오르겠지요. 쪽방촌은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사는 곳입니다. 오른 값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은 전에 내던 가격에 살 수 있는 곳으로 옮길 수밖에 없습니다. 쫓겨난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여전히 열악한 처지로 살아야한다면 그 동네 주거환경개선사업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쪽방촌은 열악한 곳이고 사람이 그런 곳에서 살면 안 된다. 그래서 주거개선사업을 해야 한다’ 이런 단편적인 생각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능력과 시야가 중요합니다. 박 비서관은 저와의 인터뷰에서 20대 남성들의 표를 얻기 위해 군 가산점을 부활하고, 여성도 군대가게 하자는 식으로 대응하는 여당의 행태를 지적했습니다. 정치를 참 단편적으로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신도 그 단편적인 정치의 덕을 안 봤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난해 8월 여당 지명직 최고위원이 된 것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민주당이 진심으로 반성했다면 당헌대로 후보를 안내면 될 일입니다. 그러기는 싫고, 뭔가 반성하고 변하는 것처럼은 보이고 싶은데 20대 여대생을 최고위원에 올리면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의 말대로 참 단편적인 정치지요. 물론 박 비서관이 최고위원을 맡아 역할을 잘 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박 비서관이 실력으로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반대와 난관을 뚫고 가야합니다. 난관이 첩첩이 쌓여있으니 우리가 ‘문제’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이겨낼 실력은 없는데 오직 청와대의 권위로 끌고 가려 한다면 그게 바로 ‘꼰대’입니다. 자신의 역할을 청년들과의 소통 창구, 청년 문제를 위로 전달하는 것으로 한정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정도라면 굳이 1급 자리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군요. 청와대 국민청원 옆에 ‘청년청원’ 코너를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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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질하게 통계 비틀어…靑 참모들, 얼마나 머리 쥐어짰을지”

    《이달 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을 만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이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그의 대선 행보를 가늠하던 시기라 이 회동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떤 주제가 언급됐을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윤 의원은 ‘저는 임차인입니다’란 국회 연설로 스타 정치인이 됐고, 윤 전 총장은 윤 의원이 쓴 ‘정책의 배신’을 읽고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니까. 윤 의원은 24일 본보 인터뷰에서 “현 정부가 하면 더 좋겠지만 정권이 바뀌면 임대차2법은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저는 임차인입니다’ 연설 말미에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참느라 애를 쓰더라. “내게 그런 면이 있는지 처음 알았는데… 말을 하다 보니 점점 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보통은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면 되는데 국회에서 그럴 수는 없어서 억지로 참다 보니 그 화가 다 손으로 간 것 같다. 수전증 있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옆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있었으면 한 대 때렸을 것 같던데.) “하하하, 설마…. 카메라에 안 잡힐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떠는 게 다 나오더라.” ―연설은 공감을 얻었지만 당신은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이다. 일반 세입자 같은 상황에 처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집주인에 따라 다르겠지요?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 정책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이로운지, 아닌지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개인적인 어려움은 겪지 않았다 하더라도 정책의 부작용을 굉장히 깊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나도 월세, 전세를 거쳐 내 집을 마련해서… 세를 살아 본 사람들은 다 느낄 수 있다. 세 안 살아 봤나?” (독립도 못해서….) “음….” ―당신은 임대차보호법 덕을 안 보나. “2년은 더 보장됐으니까 당장은 덕을 봤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건 (보장기간이) 2년이냐, 4년이냐가 아니라 새로 집을 구할 때 매물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조삼모사도 아니고 사람이 2년만 더 살고 죽는 게 아니지 않나. 당장 2년만 보장되고 그 뒤에는 매물이 없어서 갈 곳이 없다면 그게 말이 되는 정책인가?” (지역구가 전국에서 가장 비싼 서초구인데 어떻게 전세를 구했나.) “아이고, 얼마나 많이 돌아다녔는지… 반포는 너무 비싸서 못 가고 방배동 나 홀로 아파트에 들어갔다. 서러운 하루였다.” (성북구에 있는 집은 전세를 줬다던데.) “35년 된 아파트인데 집 산 지 8년 동안 천 원도 안 오르다가 2018년인가 보니까 1억 올랐다. 너무 좋아서 친구에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맙다고 해야겠다’고 했더니 ‘희숙아, 우리 집은 10억 올랐어’라고 하더라.” (친구는 어디?) “반포….” ―그러면 임대차보호법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한 번 만든 법을 없애는 것은 아주 나쁜 수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국민들이 빨리 적응해서 익숙해지는 게 좋지 않나 생각도 한다. 그런데 그게 안 될 것 같다. 1년 가까이 됐는데 시장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이미 매물이 말라서… 그러면 (법을) 없애야지. 지금 정부가 없애 주면 좋지만 안 된다면 정권이 바뀐 뒤라도 없애야 한다. 지금 집을 구하러 다니는 사람들은 기가 막힐 정도다. 값이 문제가 아니라 집이 아예 없으니까.” ―폐지에 따른 부작용은 없을까.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거니까…. 제일 중요한 게 계약갱신청구권인데 우리가 생각했던 부작용보다 더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나는 이 법 때문에 매물이 없어지는 걸 걱정했는데 그것도 나타나지만 더한 것은… 갱신청구를 무효화시키기 위해 가격을 엄청 올려 세입자를 쫓아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디나 늘 독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굉장히 다양한 유형의 문제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데 어이없는 것은… 원래 우리나라 평균 임대 기간이 3년 정도였다는 점이다. 나도 그랬지만 보통 전세 줄 때 한 번은 더 갱신하니까. 그런데 지금 이 난리를 쳐서 모든 국민을 괴롭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올 신년사에 대해 “부동산 메시지 왜곡이 위험 수준”이라고 지적했는데…. “현 정부가 과거 정부보다 주택 공급을 많이 늘렸는데도 집값이 급증한 건 예상치 못한 가구수 증가 때문이고, 2020년 가구수 증가가 61만에 이른다는 게 요지다. 그러면서 2019년은 그 전년에 비해 2만 가구가 늘었을 뿐인데, 2020년은 2019년에 비해 18만 가구가 더 늘었다고 했다.” (61만은 뭐고 18만은 뭔가? 2020년 같은 해에 늘어난 가구수가 왜 다른가.) “하… 18만이 어떻게 나온 건지 알면 기가 막힐 거다. 2019년(12월 기준)은 2248만 가구. 2020년은 2309만 가구니까 61만(정확히는 61만1642) 가구가 늘었다. 2018년에서 2019년에는 43만 가구(정확히는 43만8519)가 늘었고. 증가분인 61만에서 43만을 뺀 17만3123을 무조건 올림 해 18만을 만들었다. 2만 가구도 2018∼2019년 증가분(43만8519)에서 2017∼2018년 증가분(41만96)을 뺀 2만8450가구를 무조건 버려 만든 거고.”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12월 기준)로 작년 전국 가구수는 2309만3108, 2019년 2248만1466, 2018년 2204만2947, 2017년 2163만2851이다. ―그럼 대통령이 언급한 18만, 2만 가구는 실제 늘어난 숫자가 아니란 뜻인가. “아무 의미 없다. 앞서 말했듯 집값 급등이 가구수 증가 때문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다 보니 미분의 미분을 한 거다. 2만에서 18만으로 늘었다고 하면 9배나 확 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43만 가구에서 61만 가구로 늘었다고 하면 절대 수는 많아도 확 늘었다는 느낌은 적고. 그러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자의적 올림, 내림을 한 거다. 정말 지질하게 통계를 비튼 건데… 화가 나기보다 오히려 짠하다. 이런 걸 생각해 내느라 청와대 참모들이 얼마나 머리를 쥐어짰을지 생각하면….” (들통날줄 몰랐을까.) “괜찮을 거라 생각했겠지. 나처럼 집요한 사람이 많지는 않으니까.” ―기본소득, 재산비례 벌금제, 청년 세계여행비 1000만 원 등 이재명 경기지사가 뭘 얘기할 때마다 신랄하게 지적하던데…. “선거 때는 선에서 좀 벗어나는 얘기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것도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그분은 벗어난 정도가 워낙 남다르니까. 그분이 민주당 내 경선 연기론자들에게 ‘한때 가짜 약장수들이 기기묘묘한 묘기를 부려서 가짜 약을 팔던 시대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고 했더라. 그런데 각종 정책에 대한 이 지사 말을 들으면 나는 본인이 그런 것 같다. 사람들이 상식에서 벗어난 기묘한 말에 홀리지 않으려면 누군가 그 말이 얼마나 정상에서 벗어난 건지 알려줘야 하지 않나. 워낙 기묘한 말을 많이 해서 덩달아 내 지적도 많아진 것뿐이다. 노벨상 수상자 저서 공방도 그런 과정에서 나온 거고.” ※이 지사는 최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바네르지·뒤플로 교수 부부의 책(‘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을 근거로 전 국민에게 연 100만 원 정도의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책은 읽어 보셨냐”고 저격했다. ―그 책이 나온 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당신은 이미 읽었나? 이 지사 주장이 나온 뒤에 찾아본 건가. “작년 5월에 국내에 출간됐을 때 바로 읽었다. 이 지사가 바네르지 교수 책을 기본소득의 근거로 들었을 때 처음에는 ‘그럴 리가 없는데?’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유승민 전 의원과 공방을 벌였기 때문에 내가 낄 자리도 아니고. 그런데 유 전 의원에게 ‘노벨상 수상자와 뭘 하셨는지는 몰라도 다선 국회의원 중 누구를 믿어야 하냐’고 하는데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책의 요지는 가난한 나라에서는 보편 기본소득이 유용할 수 있지만, 선진국은 일자리가 돈만 버는 게 아니라 성취감, 존엄성, 자아계발 등 삶의 의미를 주는 주축이기 때문에 기본소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거다. 초록이라도 읽어 보고 말을 하든지.” ―남들은 윤 전 총장을 못 만나서 안달이고, 만난 뒤에 자랑 삼아 부풀려 말하기도 하는데 당신은 왜 한마디도 안한 건가. “기자들이 굉장히 궁금해하기는 했다. 무슨 얘기를 했느냐, 어디서 만났느냐, 뭘 먹었느냐 등등. 근데 정말 한마디도 안 했다. 나는 정치 초보다. 그런 내가 윤 전 총장에 대해 서로 한 말을 전하거나, 인물평을 하면… 내가 인지하지도 못하고, 의도하지도 않게 그 사람에 대한 오해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아예 입을 닫았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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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석(定石)은 어디 가고, 강수 꼼수만…”[이진구기자의 대화, 그 후- ‘못다한 이야기’]

    국수(國手) 조훈현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그가 국회의원이 된 지 2년이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그가 속한 자유한국당은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갈등과 혼란만 난무한 상태에서 두 달 후 지방선거를 치러야 했습니다. 당 개혁이라는 정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데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는 아노미 상태인 당 상황을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 이러더군요. “사실 바둑도 내가 잘해서 이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누가 더 실수를 많이 하느냐로 갈릴 때가 더 많다”고요. 솔직히 믿기지는 않았습니다. 정치에 반사이익이 다반사이긴 하지만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도 제대로 된 노력은 없이 내부 분란만 가중되는 정당이 다시 일어설 거라 생각하기는 어려웠으니까요. 자유한국당은 이 지방선거에서 대구, 경북을 제외한 전 광역지자체에서 전멸합니다. 그리고 2020년 20대 총선에서도 말 그대로 ‘폭망’했지요. 그런데 정말 희한한 일입니다. 국민의힘이 특별히 뼈를 깎는 노력이나 혁신을 한 것도 아닌데 그의 말처럼 현 정권의 숱한 실정으로 이번 4·7재·보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으니까요. 돌이켜보면 박근혜 정부와 당시 새누리당도 외부의 힘 때문에 무너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실정과 강변, 억지, 진박 논쟁 등으로 민심이 떠나 무너졌지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검찰개혁,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문빠’ 등 강성 친문 세력의 발호 등을 보면 데자뷔를 보는 것 같습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국회 당 대표실에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는 플래카드는 걸었는데 그 말대로 되가는 것 같네요. 안타까운 점은 양대 거대 정당이 스스로의 힘이 아닌 반사이익으로만 이기다보니 정권은 바뀌어도 여전히 정치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늘 기다리다보면 반사이익으로 이기다보니 굳이 힘들게 자기 혁신을 할 필요가 없는지도 모릅니다. 정치의 정석(定石)은 언제나 돼야 볼 수 있을까요. 그는 스스로 정치 하수라고 했지만 그의 말을 곱씹어보면 정말 하수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세 번째 인터뷰는 2019년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 대표가 되던 날이었지요. 그는 “크게 보면 살 길이 있는데 황 대표가 과연 둘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한국당은 당 내 인사들의 5·18 망언으로 국민적 지탄은 물론이고 내홍까지 겪고 있었습니다. 망언도 문제지만 징계도 미약했지요. 그는 “돌 몇 개 잡는 것보다 대국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이나 당의 입장보다 전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한다는 뜻이지요. 황 대표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도 대다수 국민이 인정한다면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정치는 국민을 보고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당시 한국당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여전히 소극적이었고 이듬해 21대 총선에서도 역시나 ‘폭망’합니다. 바둑에서 ‘귀신보다 무섭다’는 자충수를 둔 것이지요. 여담입니다만 바둑을 좋아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조 국수를 연희동 자택으로 불러 몇 차례 바둑을 뒀다더군요. 아마 초단 또는 2단 정도의 실력인데 9점을 놓으면 조 국수가 지고 7점을 깔면 비슷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의 기질대로 수비고 뭐고 없는 엄청난 싸움 바둑이었다고 합니다. 내친김에 “혹시 대국료를 받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세간에 전 전 대통령이 주는 금일봉은 생각하는 것에 0이 하나 더 붙을 정도로 손이 크다는 말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때가 마침 재판장에서 그가 “전 재산이 통장에 29만원 밖에 없다”고 했을 때였다는군요. 전 전 대통령이 미안한데 그 말이 워낙 퍼져서 대국료를 줄 수가 없다고 했답니다. 그 뒤로는 못 봤다고 하네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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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구 기자의 對話]“당 개혁하면 尹오지 말라 해도 올텐데 러브콜만 하니…”

    《열흘 후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하고 바통을 차기 지도부에 넘긴다. 김종인 비대위로 불린 국민의힘 비대위는 4·7 재·보궐선거 승리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근본적인 내부 개혁에는 미흡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비대위원 겸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34)은 “반사이익으로 이기다 보니 재·보선 승리가 오히려 독이 된 면도 있다”고 말했다.》 ―어떤 면에서 독이 됐다는 건가. “선거에서 이기자마자 탄핵이 잘못됐다는 소리가 나오더라. 탄핵 부정은 재판 불복이고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 요구도, 선거가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해야 할 말은 아니었다. 국민들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한 게 박근혜 정권이 잘했다는 뜻은 아니지 않나. 더불어민주당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재수사 주장이 나왔을 때 우리는 ‘왜 끝난 판결을 다시 끄집어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느냐’고 비난했다. 뭐가 다른지…. 더 놀란 건 서병수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탄핵을 부정하는 말을 했는데도 당 안에서 아무런 지적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가 비대위 회의에서 말했더니, 아… 하루에 전화가 100여 통씩 날아오는데 욕을 하며 뭘 알고 까부느냐고 하더라. 그러다 보니 당이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전대에서 민심 반영 비율을 30%만 하기로 한 이유가 뭔가.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큰 게 문제라고 늘 얘기하면서…. “첫 선관위 회의에 들어갔더니 ‘이게 정당이냐?’ ‘당원들에게 부끄러워서 (7 대 3은)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더라.” (민심 반영 비율이 너무 낮아 부끄럽다는 뜻인가?) “그 반대로 당의 주인은 당원들이니 9 대 1, 10 대 0으로 해야 한다고. 일반 여론조사는 하지 말자는 뜻이다.” (누가?) “영남 쪽 의원들인데 정당에 당원들이 왜 있느냐 이러면서….” ―자칫했으면 9 대 1이 될 수도 있었다는 건가? 반대는 없었나. “5 대 5 주장도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토론을 좀 하다가 현재 당헌당규에 있는 7 대 3으로 지도부에 올리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7 대 3에 동의한 적이 없으니 선관위원 전부가 동의했다고 하지 말고 반대 의견이 있었다고 명기해 달라고 했다. 더 이상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룰을 바꾸기에는 시간이 없었다고도 하던데.) “당헌당규를 바꾸려면 전국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 개최 3일 전에만 공고하면 된다. 오늘 비대위가 의결하고, 내일 공고하면 길어도 일주일 안에 할 수 있다. 선관위가 늦게 발족됐지만 시간이 없었던 건 아니다. 바꾸기 싫은 거지. 말은 젊은층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하지만 지금 당 구조로는 민심, 특히 20, 30대 의사는 반영되기가 거의 어렵다.” ―비대위가 성과도 있지만 비판받을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재·보선에서 가덕도 신공항에 한일 해저터널까지 공약했는데. “해저터널은 정말 할 말이 없고 선거 때문에 휩쓸려 갔는데 무리한 공약이었다고 생각한다.” (비대위원 될 때 인터뷰에서 정의롭지 않다고 느낀 것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던데.) “(그 공약에) 반대하지 못했다. 좀 비겁했는데, 변명이지만 선거에 영향을 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선거 때문이라면 다른 당의 포퓰리즘은 왜 비판했나.) “…논리가 안 되긴 한다.” ※2019년 정부가 24조 원 규모의 국책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하자 당시 자유한국당은 ‘총선을 겨냥한 매표 행위’라고 비난했다. 반면 올해 4월 부산시장 보선을 앞두고는 민주당보다 먼저 예타를 면제해주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그러다 보니 젊은 비대위원들이 눈치만 본다는 말도 나왔다. 헬스장 같은 다소 작은 사안만 이야기한다고…. “정국 상황이나 우리 당 비판을 안 한 건 아닌데 힘이 실리지는 않았다. 아직 잘 모르다 보니 깊이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스스로 자신이 좀 없어졌다. 헬스장 문제는… 여의도에서는 정치적으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20, 30대는 중요하게 보는 것들이 있다. 젠더 문제도 그중 하나다. 젊은층을 대상으로 여러 통계를 분석한 적이 있는데 젠더 문제가 1등이었다. 안보·대북 문제보다 8배 이상 관심이 높더라. 젊은 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다 보니 그렇게 보인 것 같다.”김재섭의 말·말·말“탄핵 부정은 재판 불복”(4월 20일 대정부질의에서 탄핵 부정 발언이 나오자)“국민들이 ‘저 당 이제 먹고살 만한가 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재·보선 승리 후 오세훈, 박형준 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직 대통령 사면을 요청하자)“돌아오면 우리 당의 꼰대력이 평균 10% 상승할 것”(홍준표 의원 복당 관련)“당비보다 국고보조금을 더 받는데 당원만의 정당이라 할 수 있나”(본보 인터뷰 중) ―홍준표 의원의 복당 문제도 뜨거운 감자인데 비대위에서 논의가 좀 됐나. “서울시당에서 요청서를 올렸는데 그냥 계류 상태다. 사무총장과 원내대표가 협의해 비대위 회의에 올려야 하는 걸로 아는데 아직 안 올라왔다.” (홍 의원은 빨리 받아 달라고 하는데.) “지금 비대위에는 홍 의원 복당에 반대하는 기류가 많다. 당 규정상 만약 올렸다가 부결되면 1년 후에야 다시 신청할 수 있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예민하고 전대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차기 지도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보고 미루는 것 같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결국 누가 뭐래도 공천에 불복해 탈당한 것 아닌가. 그리고 자꾸 탄핵 직후 당 지지율이 턱없이 떨어졌을 때 총대를 메고 대선에 나가 당을 살려놨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때 더 많은 국민은 우리 당이 반성 차원에서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때 후보를 안 냈다면 이후 총선, 지방선거 등에서 4연패는 안 당했을 거다.” ―비대위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문제를 언급했다가 시민단체로부터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했던데…. “지역구인 도봉구에 한일병원이 있는데 지역에서 거의 유일한 대형종합병원이라 위상이 굉장히 크다. 그때 조 전 장관 딸이 이 병원 인턴에 합격했다고 기사가 났는데 주민들이 많이 불안해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인턴이라도 어떤 식으로든 그가 자기 진료에 관여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회의에서 딱 한마디 했다. 한일병원에 소위 ‘무자격자’로 불리는 조 전 장관 딸이 온다고. 거의 1년이 넘게 조 전 장관의 딸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았나. 공익적인 목적으로 세간의 평을 전했을 뿐인데, 그게 왜 명예훼손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왜 조 전 장관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개 질의를 한 건가. 그가 고발한 것도 아닌데…. “그분이 늘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인용하며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어떤 식으로든 보장돼야 한다고 강의했으니까. 1년 넘게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안을 공익적인 목적으로 딱 한마디 했는데 그게 명예훼손에 해당되는지 형법 교수인 조 전 장관에게 물은 거다. 형법 제307조가 명예훼손에 관한 것이다. 명예훼손을 가르치면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고.” (조사는 받았나.) “고발인 조사는 끝난 것 같은데 아직 나오라는 말은 없다.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됐으니 경찰이 조 전 장관의 딸 문제가 허위인지 아닌지도 밝혀줬으면 좋겠다.”※조 전 장관은 2010년 6월 오마이뉴스와 4차례에 걸쳐 ‘조국 교수의 법 고전 읽기’를 강의했다. 첫 강의는 밀의 자유론이었고 조 전 장관은 “밀은 남을 해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는 무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현재 밀의 문제의식은 한국사회에서도 살아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이고, 그때는 이렇게 말했다. ―당 대표 후보들이 모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데려오겠다고 하는데 가능하다고 보나. “답답한 게, 윤 전 총장을 데려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을 개혁해 그가 ‘저 당에 안 들어가면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들어가는 게 마이너스란 생각이 들면 올까? 윤 전 총장이 오면 당이 바뀌는 게 아니라, 당이 바뀌면 알아서 올 수밖에 없는데… 그건 없고 용광로를 만들겠다, 원탁회의를 만들겠다고 하니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 김재섭(34)서울대 법학부 졸. 청년정당 ‘같이오름’ 대표로 정치를 시작했다. 지난해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 입당해 21대 총선에서 서울 도봉갑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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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응천 “이성윤 기소와 직무배제가 별개? 그러시면 안 되지”[이진구 기자의 對話]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을 견제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추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가 조직에 찍혀 검사를 그만뒀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하던 박근혜 정부에서는 비선 실세 정윤회의 국정 개입 의혹을 보고했다가 거꾸로 문건 유출자로 지목돼 해임되고 기소까지 당했다. 아이러니하게 그 덕(?)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됐지만 잦은 쓴소리로 강성 지지층에서 “차라리 나가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공천 걱정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의원) 안 하면 그만이지 할 말을 안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사람인데 마음고생은 없나. “답답한 건 있는데… 동료들 중에 강성 의원들을 보면 ‘왜 민심을 저렇게 해석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서울시당에서 큰돈을 주고 저명한 곳에 의뢰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결과를 보고도 그러니까.” (민심은 언론을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그거야 항상 언론지형이 기울어졌다, 그래서 언론개혁이 필요하다고 하니 안 듣는다 쳐도 서울시당에서 만든 보고서를 보고도 왜 그러는지. 그리고 당도… 가치를 추구하고 기득권을 깨자는 건 좋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가 대한민국의 주류가 됐는데도 여전히 비주류로 인식하고, 기득권 집단이 따로 있는 것처럼 말하면 안 된다. 그런 게 좀 힘들다.”※FGI 보고서는 선거 패인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무리한 검찰개혁, 부동산정책 실패,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내로남불에 편 가르기 등을 꼽았다. ―검찰, 청와대, 당 등 늘 조직에서 싫어하는 일을 하는 이유가 뭔가. 검찰 힘 빼는 일에 앞장선 검사를 조직이 좋아할 리가 없을 텐데. “그 때문에 결국 검사를 그만뒀는데… 난 원래 판검사 비리를 전담하는 법조비리수사처 같은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참여정부 공약이었고, 당시 부패방지위원회(부방위)가 주도했는데 거기에 파견되다 보니….” (자원했나.) “자원했다기보다는 이리저리 보니 내가 갈 차례인 것 같고, 생각도 있었고, 마침 김성호 부방위 사무처장과 인연도 있다 보니… 그런데 하… 대검찰청에서 쓸데없는 짓 한다고 매일 전화해서 뭐라 하더라. 파견 끝나고 검찰에 복귀한 뒤 인사가 났는데, 생각지도 못한 수원이었다. 그동안의 보직 경로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찍혀도 서울중앙지검 아니면 서울 내 지청은 갈 거라 생각했는데… 고민하다 수원 출근한 날 사표를 냈다.” ―대통령 공약을 수행한 검사는 영전하지 않나? 지금은 그런데…. “그때는 부장급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공안1부장 정도나 청와대가 신경 쓰지 다른 자리는 안 그랬다.” (살다 보면 내리막도 있는 것 아닌가. 수원 간 게 그렇게 못 견딜 일이었나.) “견딜 수 있는 일이지… 그러니까 나도 참… 주변에서 ‘이 미친 놈아 그렇다고 나가냐’고 하더라. 하하하.” ―쓴소리 때문에 당내에서 “나가라”는 말도 나오는데 공천 걱정은 안 드나? 금태섭 전 의원 경우도 봤는데. “안 하면 되지 그걸 뭘…. 할 말 하다 못 받으면 그냥 팔자고, 운명인 거고. 지역에서도 걱정해주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에게 ‘지역 주민들을 믿는다. 그런데 만약 못 받으면 냉동식품 장사를 하겠다’고 했다.” (냉동식품 장사?) “공직기강비서관에서 해임된 뒤에 ‘별주부짱’이라는 해물전문점을 했는데 생물이라 재고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냉동식품은 재고 걱정이 없으니까.” (해물전문점은 왜 한 건가?) “식당을 하기로 하고 이름부터 고민했는데 처음에는 ‘정윤횟집’을 생각했다. 근데 그건 너무 티가 나는 것 같고, ‘십상스시’로 짓고 스시집을 하면 어떨까 했는데 그것도 좀 그렇고. 그러다 보니 어쩌다 해물 쪽으로 하게 됐다.”※그가 유출 배후로 지목돼 해임된 계기가 된 세칭 ‘정윤회 문건’은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최순실의 전 남편)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담고 있다. ‘십상시(十常侍)’는 당시 박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청와대 안팎의 측근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는 이 사건으로 기소됐지만 1, 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6년 20대 총선 직전 당시 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식당에 찾아와 정계 입문을 권유했다던데. “당시 정치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문 대표에게 민주당 비판을 여러 번 했다. 그랬더니 ‘민주당이 수권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당신 같은 사람들이 들어와 그런 마음으로 변하지 않고 해 달라’고 하더라. ‘당신이 겪은 아픔을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정치가 아니겠느냐’고도 하고….” (그 아픔을 금 전 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겪던데.) “나중에 여당이 되니까….” ―당신더러 문자폭탄 얘기 좀 그만하라고 하는데 얼마나 많이 오나. “진짜 얘기하는데… 나는 나한테 문자폭탄 오는 걸 문제 삼은 적이 없다.” (그런데 왜 그렇게 각인된 건가.) “나더러 ‘조응천은 왜 자꾸 문자폭탄 이야기를 하느냐’ ‘정치인이라면 감내해야 한다’고 하는데 내가 문자폭탄 이야기를 한 건 지난달 중순이 처음이다. 당 게시판에 민주당 권리당원 일동이라며 초선 의원 5명의 자성을 비판한 성명서가 나왔을 때다. 강성 당원들이 초선 의원들을 두드려 패는데, 당시 비상대책위원회는 아무 말을 안 했다. 그래서 ‘지도부가 초선 의원들을 보호해라. 지금 문자폭탄이 쏟아지는데 내버려 둘 거냐’고 한 거다. 그랬더니 그때부터 이 난리다. 왜 당원들의 목소리를 막느냐고…. 김두관 의원도 조응천이 처음 얘기할 때는 괜찮았는데 자꾸 들으니 짜증난다고 하는데, 좀 제대로 알고 얘기를 하시든지. 오히려 나는 진짜 전체 당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자는 쪽이다. 권리당원이 70만 명인데 소수의 강성 당원 때문에 전체 목소리가 묻히면 안 되지 않나. 어느 쪽이 더 당원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건가.” ―그 성명서 때문에 조국 사태를 반성한 초선들은 ‘초선 5적’으로 몰렸다. “성명서에 ‘일동’이라고 한 권리당원이 과연 몇 명이나 되는지, 정말 70만 명이 다 동의한 건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아니라면 참칭한 것 아닌가. 당헌당규에 어긋난 일이라면 징계를 하고….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당원들 모두 각자 생각이 있다. 그런데 과도한 열정을 가진 소수가 어느 한쪽으로 물꼬를 틔우면, 그게 방향이 돼서 다른 이야기는 하기 어렵고 침묵하게 만든다. 조국 사태 때 그랬다.” (그들은 의견 표현의 한 방식이라고 한다.) “공격 대상으로 지목된 사람이 더 이상의 언행을 포기하게 만드는 걸 의견 표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나는 더 많은 당원들의 목소리를 듣자고 그러는 건데, 왜 자꾸 거꾸로 모는지 정말 답답하다.” ―지금 정부에서 거꾸로 가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 않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어쨌거나 본인 말처럼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면 2선으로 빠져야 한다. 전에는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모두 용퇴했다.” (지금은 사표도 낼 수 없다.) “그러니까 (돈 봉투 만찬 사건 때) 본인들이 했던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처럼 하면 된다. 서울중앙지검장이 직을 유지하며 재판을 받는다? 그럼 공소 유지에 지장을 줄 게 너무 뻔하지 않나. 이미 조사 받으러 나오라는데 4번이나 안 나가고, 검찰을 못 믿어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도 요구했으니까.” (이 지검장이 12일 하루 연가를 낸 것도 관련이 있을까.) “그날 기소됐으니까 직접 결재하는 걸 피하기 위한 게 아닌가 싶다. 중요 사안이라 검사장 전결인데 연가를 내면 차장이 대신 결재하니까.”※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감찰국장 간의 이른바 ‘돈 봉투 만찬’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이 지검장은 사표를 냈으나 감찰 중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부산고검 차장 검사로 전보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기소된다고 해서 다 징계하는 건 아니다”라고 한다. “하… 박 장관이 그러시면 안 되지. 항상 보면 편에 따라 말씀이 달라지는데… 그러면 자꾸 신뢰가 떨어진다. 어떤 일이든 적용되는 법이나 원칙은 같아야 하지 않나. 예쁜 놈이건 미운 놈이건 사안을 봐야지 사람을 보면 어떻게 하나.” 조응천의 쓴소리“우리 동네 하천 정비도 그렇게 안 한다.”(올 2월 가덕도 특별법 졸속 처리 때)“법무(부)·검찰을 보면 고려 무신정권 행태 떠올라.” (지난달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내로남불’을 빗대)“(박범계 장관은) 항상 보면, 편에 따라 말씀이 달라진다.”(올 5월 본보 인터뷰 중)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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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수인 나도 수가 보이는데, 고수들이 왜…”[이진구기자의 대화, 그 후- ‘못다한 이야기’]

    흔히 정치판을 바둑판에 비유합니다. 사소취대(捨小取大·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부득탐승(不得貪勝·승리를 탐하면 이기지 못한다) 등 정치판에 인용되는 바둑 교훈도 수두룩하지요. 그래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조훈현 국수(國手)가 영입됐을 때 당대의 일가(一家)를 이룬 사람은 정치판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습니다.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바둑과 비유해 쓰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요. 이후 매년 한 번씩 4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했습니다. 당시 조 국수(그는 국회의원대신 국수로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의 조언을 돌이켜보면 지금 곱씹어 볼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의원 신분이기는 했지만 스스로도 정치인이라고 여기지는 않았고, 그러다보니 정치판에 매몰되지 않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판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당대의 국수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과 날카로운 외모 탓에 처음 만났을 때는 다소 기가 죽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그는 굉장히 털털했고, 말도 허세나 꾸임 없이 인정할 것은 솔직히 인정했습니다. 첫 만남에서 만약 2002년 한일 월드컵이 2016년에 열렸다면 자신이 아니라 허정무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이 국회의원이 됐을 거라 하더군요. 20대 총선 직전인 2016년 3월 9일 저 유명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 있었죠. 당시 이 9단이 알파고에게 1승을 거두면서 엄청난 화제가 됐는데 이것이 새누리당이 조 국수를 영입한 계기가 됐습니다. 바둑 애호가인 원유철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권유했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에는 허 전 감독도 신청을 했었지요. 만약 그 해에 월드컵이 열리고, 우리나라가 4강에 진출했다면 그 인기 덕에 자신 대신 허 전 감독이 됐을 거란 뜻입니다. 첫 인터뷰(2017년 6월)는 그가 의원이 된지 1년 정도가 지난 후였습니다. 그 1년 동안 새누리당에서는 20대 총선 막장공천, 최순실 정유라 사태,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등 엄청난 일이 벌어졌지요. 그 스스로도 “10년 동안 겪을 일이 1년 사이에 벌어지는 통에 정신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여당에서 시작해 대통령 탄핵을 겪고, 정권을 빼앗기고, 당명도 자유한국당으로 바뀌고, 인명진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서는 등 당이 난리였으니까요. 그는 개별 정치 사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지적을 하거나, 특정인을 비판하지는 않았습니다. “바둑으로 치면 겨우 죽고 사는 것과 간단한 정석을 아는 정도일 뿐”이라고 했지요. 하지만 “하수인 나도 수가 보이는데, 고수들이 왜…”라며 요즘 표현으로 묵직하게 ‘뼈 때리는’ 지적을 하더군요. 국민의 눈높이에서 상식적인 변화를 하면 살 수 있는데 살길은 안 찾고 내부에서 서로 싸우기만 하는 당 인사들에게 일침을 가한 거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끌고는 가야하지만 내세울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열성 지지층의 자제를 당부했고, 핵심 친박 인사들에 대해서도 이제는 자신들이 손해라고 생각해도 희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명진 비대위에 대해서도 내부에서는 성과를 자화자찬했지만 그는 “미흡했다”고 잘라 말했지요. 이후 지금까지 세 번의 비대위가 더 들어선걸 보면 정치 고수들보다 그의 눈이 더 정확했던 것 같습니다. 그가 말한 “하수인 나도 수가 보이는데…”는 그런 뜻입니다. 그는 당시 취임한 지 한달도 채 안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조이구승자 필다패(躁而求勝者 必多敗)’란 바둑 10훈 중 하나를 들며 조언했습니다. ‘조급하게 이기려고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인데 “국정을 급하게 하지 말고 속도를 지키면서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 뒤로 세월이 흘렀고, 이제 문 대통령의 임기도 1년 남짓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벌어진 검찰개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부동산 정책 실패,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 등 숱하게 벌어진 일들의 진행과정과 속도를 보면서 4년 전 그의 말이 왜 서늘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사족일 수는 있습니다만 그가 문 대통령에게 ‘조이구승자 필다패’를 조언했을 때 “정작 당신은 현역 프로기사 시절 행마가 아주 빨라서 별명이 ‘제비’아니었느냐”고 반문했지요. 빠르지만 이길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었는데 이렇게 답하더군요. “빨랐다. 그래서 창호(이창호 9단)에게 잡혔다”고요.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 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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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대생 군대 보내 ‘이남자’ 표 얻겠다니… 정치 참 단편적으로 해”[이진구 기자의 對話]

    《청년 정치인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아직 미숙하지 않을까’라는 주변의 시선이다. 하지만 4·7 재·보궐선거 후 정치권에서 이탈한 20대 남자들 마음을 돌리겠다고 군 가산점을 부활하고, 여자도 군대 보내겠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보면 미숙함은 나이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박성민 전 최고위원(25)은 “우리가 진 것은 무능과 위선 때문이지 여자들 군대 안 보내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여당 최연소 최고위원에 임명된 그는 지난달 초 선거 패배로 지도부가 일괄 사퇴하면서 물러났다.》―군 가산점을 부활해주면 20대 남자들이 돌아오나. “청년 유권자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완전 대찬성이다. 그런데 왜 20대 남성의 마음을 잡는 것에만 집중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비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의 연령층에서 돌아섰기 때문에 진 것 아닌가. 우리가 진 건 무능하고, 위선적이고, 오만했기 때문이지 여성들을 군대 안 보내서가 아니다. 더군다나 군 가산점은 이미 20여 년 전에 위헌 결정이 났다. 사회적 합의가 끝난 문제를 왜 다시 끄집어내는지…. 청년들이 민주당에 원하는 게 정말 여성들 군대 보내는 거라 생각하는 걸까? 당장의 민감한 이슈를 건드려서 마치 민주당이 20대 남성들을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여주려는 게 아닌가 싶은데… 해법이 너무 얄팍하다.” ―선거 몇 달 전(지난해 10월)에도 당에서 BTS 병역면제 주장이 나왔다. “본인들은 간다는데 왜 정치권이 부담을 주는 건지…. 병역제도는 우리 사회에서 아주 뿌리 깊은 틀을 이루고 있다. 수백 번의 국민 토론을 거치고 합의를 해도 엄청난 갈등이 생기는 사안이다. 그런 문제를, 본의는 아니더라도 잘나가는 연예인 빼주자는 것처럼 보이게 건드리면 안 되지 않을까? 접근법이 좀….” (순수예술 분야와의 형평성 차원이라 했지만 정치적 계산도 없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BTS가 군대 안 가면 당 지지율이 올라가나. 그리고 그걸 청년 문제로 보는 시각이 (당내에) 있는데 그 자체가 정말 청년을 모른다는 방증이다. BTS가 청년 문제와 무슨 관계가 있나. 잘살고 있는데…. BTS 군 문제를 언급하면 마치 청년들을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걸로 착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지난해 BTS가 빌보드차트 1위에 오르자 정치권에서는 BTS에게 병역특례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작 가장 입대가 가까운 BTS의 진은 지난해 2월 기자회견에서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지 응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선거 패배 후 ‘역사 공부 더 한다고 민주당 찍지 않는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이번 선거 캠페인 중에 ‘우리는 다시 독재정권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있었다. 그걸 보고 굉장히 올드(old)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독재정권이 나쁘다는 걸 누가 모르나? 청년들도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의식이 있다. 그런데 당에는 20대 유권자들은 역사를 잘 모른다는 시각이 있다. ‘너희들은 독재정권을 경험해 보지 못했잖아. 역사를 안다면 우리를 찍어야 해. 왜냐하면 쟤들은 나쁜 놈들이니까.’ 이런 생각이 굉장히 뿌리 깊다. 20, 30대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안 찍는 걸 우리가 잘못해서라고 생각하지 않고 ‘젊은층들이 아직 뭘 잘 몰라서’라고 여기는 거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의 역사적인 경험을 가르치고, 주입시키려 한다.” ―지도부에서 얘기를 좀 하지 그랬나. “했다. 청년들이 역사를 몰라서 민주당을 안 찍는 게 아니고 정치를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투표한다고…. 왜 청년들의 투표를 미성숙한 시민들의 미성숙한 행위로 여기는지 답답하다. 청년들이 원하는 건 우리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능한 정치를 보여 달라는 거다. 그러지 못해서 졌는데 해법이 군 가산점 주고, 여자들 군대 보내자니…. 이게 국정을 책임진 여당이 해야 할 정치인가? 청년들은 이미 충분한 기준을 갖고 투표를 한다. 그 심판을 받아들여야지 왜 ‘얘들이 뭘 잘 몰라서 그래,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그래, 보수화돼서 그래’ 이런 식으로 자꾸 호도하는지….” ―올 초 정의당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처지에서 그런 말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 “민주당 소속으로 이런 말 하는 게 부끄럽지만… 우리 사회는 피해자들이 자꾸 자문을 하게 몰아간다. ‘내가 많이 예민했나?’ ‘피해 사실을 밝힌 게 잘못한 건가?’라는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지게 만든다. ‘네가 잘못한 건 아니야?’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이런 말들이 따라오는 사회는 잘못된 거다. 그래서 장 의원이 잘못한 게 아니고, 또 당신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은 갔었나. 민주당에서는 많이 갔는데.) “그때는 내가 최고위원이 되기 전에 당 청년 대변인을 할 때였는데… 사람들이 함께 가자고 했지만 나는 가지 않았다. SNS에 추모 글은 올렸지만….” (추모 글은 올렸는데 조문은 안 갔다?) “박 전 시장이 생전에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걸 부정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추모 글을 올렸는데… 조문까지는 못 가겠더라.” ―당내에 개혁을 더 강하게 하지 않아 선거에서 졌다는 사람들이 있다. “왜 졌는지 정말 진지하게 성찰했다면… 우리가 개혁을 덜해서 졌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오히려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국민의 삶을 소홀히 한 데 대한 심판을 받은 것 아닌가. 그동안 해온 개혁을 잘 매듭지을 필요는 있지만 더 강한 개혁을 외치는 건 이번 선거 결과를 완전히 오독하는 거다.” (하지만 반성 입장을 냈던 초선 5명은 강성 지지층의 극심한 공격을 받았고, 장경태 의원은 결국 사과했다.) “그분들이 당이 망하라고 고사를 지낸 것도 아닌데… 의도가 있다, 생각이 다르면 나가라,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건 문제가 있다. 모두가 내가 가는 길로만 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국회의원도 강성 지지층의 공격을 받고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했는데 당신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건드렸다. “추 전 장관 아들의 휴가 문제가 불거졌을 때 지도부에서 너무 사법적으로 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추 장관)가 전화한 게 아니라 보좌관이 한 거라 문제없다는 식으로 엄호했으니까. 그래서 최고위원회의에서 ‘평범한 청년들에게는 보좌관이 없다’는 게 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얘기했다. 나름대로는 진영 논리로 싸우는 게 너무 심화돼 있어 우리가 유턴할 수 있도록 돕자는 생각에서 했는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도 있는데.) “그냥 심호흡 한 번 하고 했다.”※그는 지난해 11월 추 전 장관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법’에 반대해 친문 지지층의 소위 ‘조리돌림’ 대상이 됐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어리다고 다 용서가 안 되니까 나대지 말라’ ‘24살 그냥 웃지요’ ‘이낙연 라인 잘 타서 최고위원 타이틀 거저 얻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청년들은 아직 전문성이나 경험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있다. “부족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인데…. 그런데 그런 기준을 다 채울 수 있는 사람이나 계층, 연령은 또 어디에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기성 정치인들이라고 다 충족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런데 유독 청년들이 제대로 못하거나 실수했을 때는 ‘역시 젊으니까 미숙해서…’라는 식으로 프레임을 씌운다. ‘청년들이 왜 정치를 해야 해’라는 질문 속에 이미 ‘아직 미숙하고 부족한 청년들은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시각이 깔려 있는 것 아닌가. 왜 청년들은 그걸 매번 증명해 내야 하는지…. (부족한 부분이 많은) 나이 든 정치인들에게는 요구하지 않으면서….” ―좀 다른 얘기인데, 인터뷰를 꽤 했는데 의외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못 본 것 같다. “안 부르던데… 부를 만도 한데 왜 안 불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당에 대한 지적을 많이 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당을 막 옹호하고 강변하고 이러지는 않았으니까 (뉴스공장과) 안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하하."박성민의 말·말·말△“평범한 청년들에겐 보좌관이 없다.”(아들 휴가 의혹에 추미애 전 장관이 보좌관에게 부대 장교 전화번호를 전달한 건 보좌관에 대한 지시가 아니라고 하자)△“본인들이 간다는데 왜 정치인들이 나서나.”(여당 내 BTS 병역특례 주장에 대해)△“단언컨대 ‘원래 민주당 편’이었던 계층은 없다. 환상에서 깨야.”(재·보궐선거 직후)△“역사 더 공부해도 민주당 찍지 않아.”(역사를 알면 민주당을 찍어야 한다는 주장에)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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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정부는 전체 국민 백신접종률을 발표하지 않을까[이진구기자의 대화, 그 후- ‘못다한 이야기’]

    7일자 ‘대화’의 주인공은 최은화 국가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장이었습니다. 당시 아스트라제네카(AZ)백신의 안전성 문제가 논란이 된데다, 접종 기피자도 상당수여서 백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나가고 난 뒤 한 예방의학 전문의가 정부가 발표하는 백신 접종률이 국민들에게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을 해왔습니다. 전체 국민대비 접종률이 아니라 정부가 정한 접종대상자에 대한 접종률만 발표하기 때문에 공급 차질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백신 접종이 잘 진행되는 것처럼 착각한다는 말이었습니다. 무슨 말일까요?질병관리청은 매일 백신예방접종 현황을 발표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전체 국민 중에 몇 %가 맞았냐는 수치는 없습니다. 대신 1분기 대상자 중 몇 %, 2분기 대상자 중 몇 %가 맞았다는 수치만 있지요. 그동안 전체 국민 접종률이 1%대다, 2%대다 하고 나온 건 뭐냐고요? 이 수치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게 아닙니다. 언론이 임의로 현재 인구로 계산하거나,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운영하는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자료를 인용한거죠. 그래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20일 기준 누적 접종자 163만9490명을 올 3월 주민등록인구 5170만5905명으로 대비하면 전체 국민 접종률은 3.17%입니다. 우리가 백신을 맞는 이유는 집단 면약을 갖추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면 가장 중요한 통계는 전체 국민 대비 접종자죠. 1분기 접종률, 2분기 접종률, 병원 종사자 중 접종률 이런 것은 공무원들이 행정을 할 때 필요한 자료입니다. 이해가 안 가서 관계 기관에 문의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현재 전체 국민에 대한 접종이 아니라 접종 대상자들에 대한 접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지금 접종은 고위험군, 병원 등 의료기관 종사자, 코로나 1차 대응 요원 등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접종률만 집계하지 전체 국민 대비 접종률은 안 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극히 행정적인 일처리죠. 이게 당연한 걸까요?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1분기(1~3월) 접종률은 20일 현재 89.4%입니다. 대상자 87만8181명 중 78만5011명이 맞았기 때문이죠. 이걸 ‘접종률 1’이라고 표기하더군요. ‘접종률 2’도 있습니다. 대상자 중 접종동의자 81만6241명의 접종률이지요. 96.2%까지 올라갑니다. 코로나가 접종비동의자들을 피해가나요? 물론 이런 현황도 행정부처가 일을 하기위해서는 필요합니다. 일이 얼마나 진행이 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목표인 전체 국민 대비 접종률은 내지 않으면서 단기 진행과정만 파악한다는 건 뭔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조차 “지금까지 나온 전체 국민 접종률이 정부가 낸 게 아니었느냐?”며 깜짝 놀라 반문하더군요. 이 때문에 불필요한 해석도 나돌고 있습니다. 자랑할 게 K방역뿐인데 국민 접종률이 너무 낮아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아한다는 해석도 있고, 또 얼마 전 끝난 4·7 재보궐 선거에 악영향을 줄까봐서라는 말도 나옵니다. 지금은 접종률이 너무 낮아 굳이 통계를 낼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얼핏 그럴듯해 보입니다만 접종률 현황이 높으면 내고, 낮으면 안내도 되는 것은 아니지요. 연말까지 집단 면역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그러면 일년 내내 전체 국민 접종률 통계를 안 내도 되는 걸까요. 원래 안 내는 것이라 100%를 달성해도 집계하지 않는다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군요. 공급이 수월해져서 전체 국민 접종률이 하루가 다르게 40%, 50%, 60%로 올라가면 ‘집단 면역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할게 뻔하니까요. 벌써 1년이 넘게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고 얼마나 더 갈지 아무도 모릅니다. 조금 나아진다 싶으면 방역의 고삐를 풀고, 악화되면 다시 죄는 일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민이 지쳐있다는 반증이겠지요.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핑계를 댈 거리가 있으면 기대서 느슨해지고 싶은 게 사람 마음입니다. 실제 전 국민 접종률은 한 자리 숫자인데 정부가 이건 말하지 않고, ‘대상 목표 대비 80~90%를 접종했다’고만 발표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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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구 기자의 對話]“바뀐 세상 모르고 예전 방식만 찾는 사람들은 빨리 집에 가야…”

    《재·보궐선거는 끝났지만 그렇다고 정치가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두 거대 정당의 다음 먹잇감이 대선으로 바뀐 것 외에는. 국민 입장에서는 이전투구만 일삼는 기성 정치판이 못마땅하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는 게 사실이다. 최근 ‘리셋(reset), 대한민국’을 출간한 김세연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미래의 발목을 잡는 과거의 정치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킬 방법을 찾으려는 작은 시도”라고 말했다. 18, 19,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당 해체’를 주장하며 지난해 총선에 불출마했다.》 ―정치판을 떠났는데 왜 그런 고민을 하는 건가. “과거에 파묻혀 서로 이전투구하는 정치로는 우리의 미래를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 때문에 국민이 만성적인 고통을 받는 나라가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현실 정치인은 아니지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시민 각자가 져야 할 일정 부분의 공적 책무도 있다고 생각하고….” (찾았나?) “나름대로는… 정치와 행정이 혁신하려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을 시간조차 갖지 못하게 우리가 환경변화를 더 빠르게 수용해서 이들을 끌고 가자는 것이다.” ―‘우리’가 국민을 말하나? 국민이 그런 일을 하기는 쉽지 않은데…. “구성원들에게 공동체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적·정신적 여력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여유가 없거나, 있어도 내 문제라는 생각을 못하기 때문에 무관심해지기 쉬운 점은 있다.” (대신 그런 고민을 하라고 정치인들이 있는 건데 당신은 기성 정치판을 못 견디고 나오지 않았나.) “음… 현역 정치인으로 남는 게 더 추가적인 효용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주어진 시간에 같은 노력을 했을 때 더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을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뜻은 좋은데 현실은 문빠, 태극기 부대 등 극단주의자들이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래서 침묵하는 다수가 깨어나서 극단주의자, 분열주의자들을 몰아내야 한다. 그런 힘을 한번 모아보자는 것도 책을 만든 이유 중 하나고. 바른정당 창당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기존 힘은 너무 강하고, 새로운 힘은 미약해서 넘어서지 못했다. 그렇다고 정치 혐오증에 빠져 정치를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바뀔 거라 믿고, 또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해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 (정치 혐오증은 당신이 더 강한 것 같은데.) “하하하, 과거의 정치를 놔두면 공동체의 불행으로 이어질 게 분명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의무감도 함께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소수의 사람만이 정치인이 되는 것보다 더 많은 시민들의 폭넓은 정치 참여가 이뤄져 시민과 정치인의 경계가 흐려지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 교과서적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모두가 ‘깨어있는 시민’이 돼 스스로 정치 주체가 되자는 것이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와 기본소득 논쟁을 벌였는데… 상대와 주제가 모두 대선과 관계가 있다보니 ‘혹시 생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그건 아니고…. 작년 하반기부터 ‘기본모임’이라는 연구모임을 통해 기본소득에 대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실 정당이 해야 할 일인데 보수정당은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다가올 현실이 위중한데 아무 대책 없이 무방비로 있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보수 정당이 쓸 수 있을 정도의 정리된 기본소득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그런데 왜 이 지사와 논쟁을 한 건가. “이 지사가 단기 목표로 제시한 1인당 연 50만 원이면 월 4만 원, 중기 목표인 연 100만 원이면 월 8만 원 정도인데 이걸 기본소득이라고 하는 건 유권자 기만행위다. 우리가 제시한 1인당 월 30만 원 지급을 위해서는 180조 원 이상이 필요한데 이 재원을 만들어내는 것은 나라를 새로 만드는 것에 준할 정도로 크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월 4만 원 정도로 시작하는 건 지금도 이리저리 빼서 할 수 있다. 기본소득을 시행한 세계 최초의 국가지도자라는 타이틀을 남기고 싶어서 기본소득이 아닌 것을 무리하게 이름 붙인 것 같아서….” (그래서 화장품 샘플을 주면서 화장품 주는 척한다고 꼬집은 건가? 이 지사가 뭐라고 반박하던가.) “1000억대 자산가라 서민의 어려움을 잘 모른다고…. 4인 가구에 연 400만 원이 얼마나 큰돈인 줄 아냐고 하더라. 논리적인 반론을 듣고 싶었는데 논의가 더 진전되지 못했다.”※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1인당 월 4만∼8만 원은 1000억대 자산가로 평생 어려움 없이 살아오신 김세연 의원께는 화장품 샘플 정도의 푼돈이겠지만 먹을 것이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저축은커녕 빚에 쪼들리는 대다수 서민들에게 4인 가구 기준 연 200만∼400만 원은 엄청난 거금”이라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853억 원을 재산 신고했다. ―국민의힘은 기본소득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 “지난해 김종인 비대위원장 시절에 정강정책에 넣기는 했는데 실제로는 주요 정치인 중 한두 명을 제외하면 별로 관심이 없다. 하지만 시간문제일 뿐 인간이 기계의 업무를 보조하든가, 더 이상 노동할 필요가 없는 때가 올 것이다. 그때 닥칠 생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대비해야 한다.” (일자리 문제를 꼭 기본소득으로 풀어야 하나.) “민주당처럼 공공분야에서 불필요한 일자리를 만드는 방식이 제대로 된 처방이 아니라고 한다면 보수 정당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서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도록 해야 한다는 원론적이고 상투적인 말밖에 못 했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요즘 기업들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개발 등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분야는 대거 채용하지만 그 외의 분야에서는 고용을 줄이고 있다. (정치인들이) 환경변화에 맞게 스스로를 업데이트 하지 않고 자신들이 젊었을 시절 이야기를 지금도 계속하면 안 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돼도 이제는 고용이 늘기 어렵다. 무지하거나, 나태하거나 아니면 둘 다거나…. 일자리 증발 시대에도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은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 면에서 기본소득의 도입은 불가피할 것 같다.”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실패했고, 스위스는 2016년 월 300만 원의 기본소득안을 국민투표에서 부결시켰다.) “그 나라들은 연금·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데다 우리처럼 인구가 급감하지 않고 있다. 나라마다 처한 여건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우리 현실에 맞게 공적연금 등 기존 복지제도를 정비하고, 국민의 삶에 짐이 되는 방만한 행정부를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하는 계기를 기본소득 도입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기성세대가 자신이 젊었을 때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건 미래세대에 못할 짓을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예를 들어 연금개혁도… 기성세대가 젊을 때는 인구도 늘고, 취직도 잘될 때라 연금에 대한 고민이 덜했다. 더군다나 지금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고위직에 있는 연령층이 대체로 은퇴를 앞두고 있다보니 미래 세대가 받게 될 영향에 대해서는 무의식적으로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결정을 미루는 것 같다. 건강한 공동체라면 다음 세대의 문제를 내 것처럼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기성세대가 ‘세상이 바뀐다고 하던데?’ ‘바뀌나?’ 정도의 인식만 갖고 제대로 된 대비를 안 하면 그 여파는 미래 세대가 전부 뒤집어쓸 수밖에 없지 않나.” (좀 다른 질문인데 박근혜 정부 시절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를 주장했다.) “나름대로는 보수정당이 바뀐 세상에 더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당시 청와대가 관심을 보이던가.) “그런 인식이 있었으면 전경련을 통해 K재단, 미르재단을 만들지도 않았을 테고 역사가 달라졌겠지.” ―그렇게 나라를 바꾸고 싶다면 왜 직접 하지 않나. “왜 여의도 밖에서 떠들기만 하느냐는 건가? 하하하. 봉사하는 마음으로 정치에 몸을 담았지만 내가 갈 길이 아닌 것 같아서…. 지금은 영웅 한 사람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시대가 아닌 것 같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물러나니까 불과 며칠 만에 과거로 돌아가는 걸 보고 있지 않나. 혼자서는 풀 수 없다. 깨어있는 다수의 시민들과 이들의 연대를 기반으로 한 집단이 등장해야 하는데… 10년, 20년이 걸려서라도 되면 정말 다행일 것 같다. 결과와 관계없이 그런 노력을 계속 하려고 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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