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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53)이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최종 후보 2인에 올랐다. 8일 산업부 등에 따르면 유 본부장은 이날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와 함께 차기 사무총장 선출 최종 3라운드에 진출했다. 두 후보 모두 여성이다. 유 본부장이 최종 선출되면 WTO의 첫 한국인 수장과 첫 여성 사무총장 타이틀을 쥐게 된다. 당초 5명이 진출한 2라운드에서는 인물보다 지역 기반으로 지지표가 결집해 유 본부장에게 불리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유 본부장이 직접 스위스 제네바와 미국 등을 돌며 지지 활동을 벌이고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것이 표심에 영향을 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WTO 35개 회원국에 친서를 보내고 5개국 정상과 통화하며 유 본부장을 지원했다. 유 본부장은 25년간 통상 분야에서 일한 현직 통상 전문가라는 것이 강점이다. 한국의 경제적 위상, 정부의 전폭적 지원도 등에 업고 있다.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세계은행에서 25년간 근무했고 2012년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총재직을 두고 막판까지 경쟁을 벌여 국제적 인지도 측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다. 3라운드는 회원국 간 합의로 결정되는 만큼 WTO 내 영향력이 큰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관계자는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물론 중국 표심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반대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건이다. WTO는 다음달 7일 전까지 합의를 도출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유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20분간 통화하고 격려했다. 또 이날 오전 참모진 회의에서 “제일 큰 고비가 남아있다. 여기까지 온 이상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해 달라”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핵추진 잠수함(핵잠수함) 개발에 필요한 핵연료를 공급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핵잠수함 개발 사업에 본격 적으로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와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 해제에 이어 핵잠수함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임기 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첨단 전력 증강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6일 핵잠수함 개발을 위한 한미 논의에 대해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 국익에 관한 문제이니 신중한 접근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핵잠수함 개발과 관련해 한미 간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김 차장은 지난달 중순 미국을 방문해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 계획을 설명하고 이를 위한 핵연료(저농축우라늄)를 미국에서 공급받고 싶다는 뜻을 전했지만 미국은 일단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연료 공급 문제 등을 포함해 핵잠수함 문제를 계속 풀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핵잠수함 개발 필요성을 밝힌 만큼 미국을 계속 설득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지난해 말부터 핵잠수함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마련에 착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이 지난달 미국 측에 핵잠수함 연료 공급을 타진한 것도 가급적 11월 미국 대선 이전에 핵잠수함 도입을 위한 물꼬를 트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7월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하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이어 곧바로 핵잠수함 도입을 위한 움직임에 나선 것을 두고 일각에선 임기 내 자주국방 ‘레거시(유산)’ 완성 프로젝트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등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하우스 대 하우스(청와대와 백악관)’ 차원에서 미국을 설득해 자주 국방력을 확충하고 미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핵잠수함의 최대 관건인 핵연료의 안정적 확보가 일단 난항을 겪으면서 핵잠수함 개발 프로젝트가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많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르면 ‘양국 협의’를 전제로 미국산 우라늄에 한해 20% 미만까지 농축이 허용되지만 군사적 전용은 금지돼 있다. 원자력협정의 모법(母法)에 해당하는 미국 원자력법도 군사용 농축우라늄의 대외 판매를 불허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핵잠수함용 핵연료를 확보하려면 한미 간 새로운 틀(협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김 차장이 사전 탐색차 미국을 방문했지만 일단 이번엔 뚜렷한 성과를 못 거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문제를 풀려면 결국 한미 정상 간 담판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가 북핵 대응과 중국 견제 등 미국의 안보전략에 득이 된다는 데 양국이 합의하고, 미 대통령의 특별 행정명령 등으로 핵잠용 핵연료를 한국에 공급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것. 미국 공급이 불발로 끝날 경우 제3국에서 천연 우라늄을 가져와 독자 농축을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관련 연구와 시설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미국의 간섭과 국제기구의 사찰 등으로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박효목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요트 구입을 위한 미국 여행으로 논란이 되면서 연내 중폭 개각 가능성이 다시 한 번 여권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강 장관의 대응과 여론 추이에 따라 당초 연말로 예상되던 개각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강 장관이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현 시점에서 청와대는 강 장관 교체 가능성은 높게 보고 있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강 장관 남편이 불법 행위를 한 것이 아니고 장관 본인 문제도 아닌 만큼 책임을 묻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선 추석 연휴 기간 정부의 집회 원천 봉쇄와 여행 자제 권고를 두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계엄령’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터진 이번 사안을 두고 곤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7일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 병가 의혹에 이어 다시 ‘내로남불’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원년 멤버로 이른바 ‘K5(강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간 장관직을 유지한다는 의미)’로 불린 강 장관의 거취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국감에서 강 장관 본인이 어떻게 해명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여권에선 문 대통령이 정기국회가 마무리된 12월 인적 쇄신을 위한 개각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교체 대상으로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원년 멤버’들과 함께 후임 대통령비서실장 하마평이 있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2022년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는 추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거론돼 왔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요트 구입을 위한 미국 여행으로 논란이 되면서 연내 중폭 개각 가능성이 다시 한번 여권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강 장관의 대응과 여론 추이에 따라 당초 연말로 예상되던 개각시기가 앞당겨지면서 강 장관이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현 시점에서 청와대는 강 장관 교체 가능성은 높게 보고있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강 장관 남편이 불법행위를 한 것이 아니고 장관 본인 문제도 아닌 만큼 책임을 묻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선 추석 연휴기간 정부의 집회 원천봉쇄와 여행 자제 권고를 두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계엄령’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터진 이번 사안을 두고 곤혹스러운 반응이 역력하다. 7일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 병가 의혹에 이어 다시 ‘내로남불’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원년 멤버로 이른바 ‘K5(강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간 장관직을 유지한다는 의미)’로 불린 강 장관의 거취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국감에서 강 장관 본인이 어떻게 해명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여권에선 문 대통령이 정기국회가 마무리된 12월 인적쇄신을 위한 개각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교체 대상으로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원년 멤버’들과 함께 후임 대통령비서실장 하마평이 있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2022년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는 추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거론돼왔다.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각국 정상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쾌유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잇달아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에게 위로전을 보내 “우리 내외는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 대통령님과 여사님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드린다”며 “가족들과 미국 국민들에게도 각별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3일 위문 전문에서 “나는 당신과 영부인이 하루빨리 완쾌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당신은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외국 정상에게 공개적으로 위로 메시지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 “친애하는 트럼프 대통령께, 당신과 영부인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트윗을 읽고 매우 걱정했다”며 “두 분이 조속히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썼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이날 위로전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하기 바란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위로전에서 “당신의 타고난 활력과 뛰어난 정신력, 낙관주의는 이 위험한 바이러스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존슨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신아형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추석 연휴 동안 국민들의 고향 방문과 국내외 여행 자제를 당부한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미국에 호화 요트 구입 여행을 떠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외교부의 조치를 남편이 ‘개인의 자유’를 내세워 무시했는데도 강 장관이 4일 “남편 본인 결정이기 때문에 귀국하라고 얘기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여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강 장관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블로그 등에 따르면 이 교수는 미국 뉴저지 인근 뉴욕에서 요트를 구입해 미 동부 해안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뒤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이 교수가 구입할 것이라고 밝힌 요트는 ‘캔터51 파일럿하우스(Kanter 51 Pilothouse)’로 부엌과 객실 3개를 갖췄다. 건조한 지 30년이 지난 중고임을 감안하더라도 가격이 약 1억4000만∼2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교수는 요트를 사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9000만 원에 사위에게서 7000만 원을 빌리고 6000만 원 정도를 신용대출 받기로 했다고 올렸다. 이 교수가 사려던 요트가 매물로 나왔던 미국 요트 거래 사이트의 판매상은 동아일보에 “이 요트가 팔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냥 자유여행이다. (코로나가) 걱정돼서 마스크 많이 갖고 간다”라며 “만날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라고 했다. 외교부는 3월 23일부터 코로나19 감염과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국가에 특별 여행주의보를 내린 상태다. 여행을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앞서 이 교수는 6월에도 요트 구입을 위해 그리스행을 계획했다가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이 금지됐음을 알고 취소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기 시작한 2월에는 열흘 동안 베트남 호찌민을 여행했다. 이 교수는 이후 카리브해 프랑스령인 마르티니크섬도 여행했다. 이와 함께 그는 강 장관이 부임하기 전이기는 하나 2016년부터 본인 소유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단독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개조해 임대사업을 할 구상을 블로그에 밝히기도 했다. 파장이 커지자 강 장관은 4일 기자들과 만나 “어쨌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상황에 대해 (남편이) 잘 알고 나도 설명했지만 결국 본인이 결정해서 떠났다.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 간 거라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신영대 대변인 브리핑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부적절한 처사”라며 “코로나19로 명절 귀성길에 오르지 못한 수많은 국민께 국무위원의 배우자로 인해 실망을 안겨 드린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코로나19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죽어나가는데 고관대작 가족은 여행에 요트까지 챙기며 욜로(Yolo)를 즐긴다. 그들만의 추석, 그들만의 천국”이라고 비판했다. 강 장관의 거취를 놓고 여권에선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한 여권 관계자는 “강 장관 스스로 거취를 결단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그렇다고 강 장관에게 이혼을 요구할 것이냐”며 경질 가능성을 일축했다.최지선 aurinko@donga.com·황형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47) 피살 사건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 국민들께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해온 것에 대해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인다”며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반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로서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서 곧바로 직접 사과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번 사건을 풀어 나가는 데에서부터 대화의 불씨를 살리고, 협력의 물꼬를 터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공개 발언을 한 것은 22일 피살 사건 발생 엿새 만에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의 신속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거론하며 “남북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북한의 분명한 의지 표명으로 평가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북한 만행에 대한 규탄 없이 김 위원장의 사과를 ‘각별한 의미’ ‘매우 이례적’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등의 표현을 동원하며 평가한 게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문 대통령이 이날 “비극이 반복되는 대립의 역사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한 것을 두고 23일 유엔총회 화상 연설에서 제안한 종전선언 추진 의지를 재확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선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 등이 발의한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과 ‘북한 개별관광 허용 촉구 결의안’ 등이 자동 상정됐다가 야당의 반발로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됐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지현 기자}

북한이 해상에서 표류하던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47)를 사살한 것과 관련해 사건 이튿날인 23일 새벽에 열린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종전선언을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에 반영해도 되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는 주장이 보수 야당에서 나왔다. 야당은 청와대 참모진이 피살 첩보를 확보하고도 10시간 뒤에야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한 것은 종전선언 내용이 들어간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과 무관치 않다는 주장을 해왔다. 28일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사진)은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가 되지 않은 건) 유엔총회 종전선언 강조 연설에 배경에 있다고 본다”며 “그 관계장관회의 참석자 중 한 사람이 ‘이 와중에 종전선언 연설을 유엔에서 방영해도 되느냐’는 문제 제기를 했던 것으로 들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군으로부터 사살 관련 보고를 22일 오후 10시 반경 받았고 문 대통령은 10시간 뒤인 23일 오전 8시 반 관련 첫 대면 보고를 받았다. 서훈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이 참석한 안보관계장관회의는 23일 오전 1시에 열렸으며,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은 이날 오전 1시 26분 시작됐다. 정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누가 그런 문제 제기를 했는지 특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유엔총회 연설 문제는 형식적으로라도 얘기가 나왔어야 하는 부분인데, 그러면 유엔총회 연설이 나갈 수 없으니 일부러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박진 의원 역시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군 첩보를 받은 청와대 실무진도 관계장관회의 전에 이미 유엔 종전선언 연설을 두고 격론을 벌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유엔총회 연설과 이번 사건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정부는 토막토막 난 첩보를 잇고, 그렇게 추려진 조각조각의 첩보로 사실관계를 추론하고, 그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사실로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관계장관회의가 끝난 지) 6시간 뒤 대통령에게 (첫) 정식 보고됐다”고 밝혔다. 유엔 연설 전후로는 피살 관련 첩보가 완전한 상태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뜻이다. 김준일 jikim@donga.com·황형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3시부터 4시 반까지 청와대에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해양수산부 산하 어업지도원 이모 씨(47) 피살 사건에 대한 공동조사를 북한에 거듭 요청했다. 북한군이 이 씨를 사살한 뒤 113시간 20분 만에, 이 씨 사살 보고를 받은 지 102시간 30분 만에 문 대통령이 첫 관련 회의를 주재한 것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문 대통령과 서욱 국방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등이 참석했다. 서 차장은 이어 “남과 북이 파악한 사건의 경위와 사실관계에 차이점이 있으므로 조속한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를 요청한다”며 “남과 북이 각각 발표한 조사 결과에 구애되지 않고 열린 자세로 사실관계를 함께 밝혀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공동조사를 위한) 소통과 협의, 정보 교환을 위해 군사통신선의 복구와 재가동을 요청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앞서 북한이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측에 (이미) 사건의 전말을 조사 통보했다”고 밝힌 만큼 이미 우리의 공동조사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우리 군의 수색 작전을 비판한 점은 언급하지 않은 채 이틀 전 사과 대목을 긍정 평가한 게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북측 지도자의 한마디 사과를 하늘처럼 떠받들고 우리 국민의 피눈물 나는 현실을 외면한 채 ‘긍정적’이라는 말을 썼다. 태어나서 ‘긍정적’이라는 말을 이토록 슬프게 바라본 적이 있나 싶다. 절망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북한이 27일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47)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정상적인 수색 작업을 ‘영해 침범’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엄중 경고”에 “불미스러운 사건 예고”까지 거론하며 무력도발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하지만 청와대가 북한의 이날 발표 이후 8시간 뒤 열린 문재인 대통령 주재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이에 대한 반박 없이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회의는 사건 발생 후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주재한 첫 관련 회의로, 이 씨 피살 후 113시간 20분, 문 대통령이 피살을 첫 대면 보고 받은 지 102시간 반 후에 열렸다. 청와대는 북한에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를 요청하면서 “남북 각각의 조사 결과에 구애되지 않고 사실관계를 함께 밝혀내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공동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지만 보기에 따라선 “북한군이 상부의 지시에 따라 이 씨를 사살하고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웠다”는 24일 우리 군 발표 내용 자체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 한국의 NLL 이남 정상 수색 방해 뜻 드러내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측이 자기 영해에서 어떤 수색 작전을 벌이든 개의치 않는다”면서도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 무단 침범 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의 발표는 자신들이 1999년부터 북방한계선(NLL) 이남에 이른바 영해라고 주장해 온 ‘조선 해상 군사분계선’을 내세워 정부의 실종자 수색을 방해할 뜻을 드러낸 것이다. 군 당국은 북한의 주장과 관계없이 시신 수색을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시신 수색 인원을 후방으로 빼거나 수색 범위를 축소할 경우 북측의 주장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주장해 온 영해 관련 논란에 군이 휘말리는 것 자체가 북측이 원하는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북한은 또 “남측에 벌어진 사건의 전말을 통보했다. 최고지도부의 뜻을 받들어 북과 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훼손되는 일이 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안전 대책을 보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남 해상과 서부 해안 전 지역에서 수색을 조직하고 조류를 타고 들어올 수 있는 시신을 습득하는 경우 관례대로 남측에 넘겨줄 절차와 방법까지도 생각해 두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주장은 이미 사과했고 자체적으로 시신 수색을 하고 있으며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했으니 더 이상의 추가 진상조사를 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26일 밝힌 ‘북한에 대한 추가 조사 실시 요구 및 필요시 북측과의 공동조사 요청’을 북한이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NSC 사무차장인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날 오후 3시∼4시 반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안보관계장관 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남과 북이 각각 파악한 사건 경위와 사실관계에 차이점이 있으므로 조속한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를 요청한다”며 재차 공동조사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의 직접 언급은 공개하지 않은 靑 서 차장은 이어 “남과 북이 각각 발표한 조사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열린 자세로 사실관계를 함께 밝혀내기를 바란다”며 “이를 위한 소통과 협의, 정보 교환을 위해 군사통신선의 복구와 재가동을 요청한다”고 회의 결과를 전했다. “시신과 유류품의 수습은 사실 규명을 위해서나 유족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배려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일”이라며 “남과 북은 각각의 해역에서 수색에 전력을 다하고 필요한 정보를 교환해 협력해 나가기를 바란다”고도 밝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시신과 유류품 수습을 위해 협력하자고 한 부분 등은 (시신을 불태웠다는) 정부의 이전 발표를 사실상 뒤집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직접 언급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북한과의 물밑 접촉을 염두에 두고 문 대통령의 언급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의 공동조사 수용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북한에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날 청와대 회의에는 서욱 국방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등이 참석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권오혁·신규진 기자}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당한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긴급 조율에 나섰다. 정부 일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직접 사과가 긴장 국면을 전환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됐으나 한미 당국 모두 ‘북한과 대화 재개를 적극 모색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다음 달 초로 추진 중인 한국 방문 때 보일 행보와 메시지를 놓고 한미 당국이 긴급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7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 등과 회동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이 본부장은 출발 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사과로 상황 반전이 이뤄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런 관측은) 조심스러운 것이다. 우리의 현재 과제는 (사건의)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건 부장관과 어떤 논의를 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도 “현재 상황의 안정적 관리, 그다음 대화 재개, 한반도 비핵화 등 과제를 어떻게 추진해 나갈지 협의할 것”이라며 ‘상황 관리’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낸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남북과 북-미 대화의 극적인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이 다음 달 초 방한해 ‘옥토버(10월) 서프라이즈’로 북한과 깜짝 이벤트를 벌일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은 가능성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국무부는 25일 “(북한의 민간인 사살에 대한) 한국의 규탄과 북한의 완전한 설명에 대한 요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과 비건 부장관 간 협의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입장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협의 사정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도 “긴장 국면 고조를 어느 정도 완화하려 했다는 측면에서 북한의 사과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대목이 있다”면서도 “여전히 (우리 국민의 사살 사건은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한미가) 북한과 대화 재개를 논의하기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 이번 한미 북핵 수석대표 간 협의는 북한이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맞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반도 상황 관리를 위해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본부장은 다음 달 북-미 간 깜짝 이벤트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모든 가능성에 대해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남북이 국가정보원과 대남 공작부서인 노동당 통일전선부 간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북한의 25일 통지문으로 드러난 만큼 물밑 움직임을 통해 대화 국면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친서를 교환한 직후인 16∼20일 비공개로 미국을 다녀온 점도 주목된다. 청와대는 27일 뒤늦게 이런 사실을 공개하면서 “김 차장의 방미는 (문 대통령이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밝힌) 종전선언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김 차장이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을 비롯한 국무부, 국방부, 에너지부, 상무부 등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하는 등 역내 정세 등에 대해 협의했다”며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 행정부 및 조야의 한미 동맹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남북 정상은 김 차장의 방미 전인 8일과 12일 친서를 주고받았다. 이 때문에 김 차장이 친서 교환 결과를 미국에 전하고 미국에 북-미 간 협상 재개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기재 record@donga.com·황형준 기자}

국민의힘은 2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북한의 공무원 총살 사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시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도 ‘대통령의 24시는 공공재’라고 했다. 국민은 국가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24시간 동안 조치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참담한 국민 앞에 청와대는 명명백백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대한민국 대통령을 찾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지금 어디 계신건가요’라고 쓰인 피켓을 번갈아 들고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이날 시위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곽상도 전주혜 배현진 의원, 주 원내대표, 최승재 의원 순으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현장을 찾아 힘을 실었다. 김 위원장은 “김정은이 사과한다는 전문 하나를 보고 여권이 감격한 사람들처럼 행동을 취하는데, 왜 그런 자세를 취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도 “문 대통령, 국군 통수권자라면 국민에게 사과하라. 북한 김정은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하라”며 “북한 땅 아니면 바다에 있을 ‘미귀환’ 우리 국민을 이 땅으로 데려오라”고 촉구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는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대통령의 ‘코멘트’를 들었을 뿐”이라며 “국민은 대통령의 사과와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야당은 물론이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 씨 피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에 거주 중이라는 한 30대 남성은 “대체 우리나라 국민이, 두 아이를 둔 40대 가장이, 동물에게 저질러져도 참혹하다 여길 일을 당하는 동안 대한민국 정부와 대통령은 무엇을 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 이념과 국제 정세의 흐름 속에서 저 또한, 제 가족 또한, 제 이웃 또한 이렇듯 버려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두렵다”고도 했다. 이 밖에 “휴대전화 요금 2만 원 안 받아도 되니 죽은 공무원 다시 살려내라”며 “국민의 생명이 끊어지는 순간 그저 보고만 받고 넘겨버린 대통령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주장하는 글도 올라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문 대통령은 입장을 밝혔고 관련 보고 경위도 투명하게 공개한 상태”라고 말했다.박민우 minwoo@donga.com·황형준 기자}

북한이 25일 통지문을 보내 표류하던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시신을 불태웠다는 우리 군의 발표를 부인하며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만행’ 등과 같은 불경스러운 표현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전했지만 책임자 처벌 등 정부 요구에 대한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25일) 오전 북측에서 우리 측에 보내온 통지문 내용을 말씀드린다”며 북한의 통지문을 공개했다. 대남공작을 담당하는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에서 북한은 “(22일 저녁)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다. 이어 “(사격 후)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우(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이 사실 확인이 어려운 일방적인 주장으로 잔혹한 살해 과정을 은폐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날 군이 감청 정보 등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 씨가 사망한 시간은 오후 9시 40분으로 북한의 설명처럼 80m 밖 해상에서 신원 확인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는 것. 또 군은 이 씨가 월북 의사를 밝혔다고 했지만 북한은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통전부는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 대통령과 남녘 동포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 서 실장은 이날 오후 두 번째로 브리핑에 나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주고받은 친서를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8일 친서에서 김 위원장의 수해 현장 시찰에 대해 “생명 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12일 친서에서 “대통령께와 남녘 동포들에게 가식 없는 진심을 전해드린다”고 했다. 청와대가 정상 간 친서 전문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우리 국민이 무참히 짓밟힌 초유의 사태를 친서 한 장, 통지문 한 통으로 애써 덮고 ‘실수’였다고 편들어 주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박효목 기자}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47)를 사살한 사건에 대한 청와대와 군의 소극적인 대응을 두고 여전히 의문점이 풀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오후 10시 반 북한군이 이 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는 군의 첩보가 청와대에 접수된 뒤에도 다음 날 오전 8시 반까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은 배경은 물론이고 문 대통령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국민들에게 알리라”는 지시 이후 다음 날까지 발표가 늦어진 이유 등에 대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오히려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청와대와 정부당국에 따르면 22일 오후 10시 반 청와대로 이 씨 관련 첩보가 도착하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서훈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서욱 국방부 장관 등이 참여하는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 이들이 청와대에 모인 시간은 두 시간 반이 지난 23일 오전 1시. 각 기관의 감청, 화상 등의 정보를 놓고 신빙성 검증에 나섰지만 1시간 반 만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해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관계장관회의를 하고도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할지를 정하지 못했다는 것. 서 장관 등은 23일 오전 7시경에도 다시 한 번 청와대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 시간 반 뒤인 오전 8시 반경 노 실장과 서 실장은 문 대통령에게 북한군의 이 씨 사살 경위 등에 대해 처음 대면보고를 했다. 하지만 이 보고 이후 문 대통령은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에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로 보고된 군 첩보에 ‘사실관계 확인이 안 된다’는 표현 등이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판단이 늦어진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감청 정보 등 ‘시긴트(SIGINT·신호 정보)’뿐만 아니라 시신과 부유물을 불태우는 불꽃을 감시 장비로 확인하고도 군과 청와대가 남북관계 경색 등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판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첫 대면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이 23일 북한에도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린 뒤 24일 발표까지 하루가 걸렸는지를 두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문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지 약 8시간이 지난 당일 오후 4시 35분에야 유엔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북한에 첫 통지문을 보냈다. 청와대는 “북한과의 핫라인이 끊겨 있어 직접 연락을 취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25일 청와대가 북한 통일전선부의 통지문과 9월 중순 남북 정상 간 친서를 공개하면서 ‘핫라인 단절’이란 청와대의 설명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통지문과 남북 정상의 친서가 국가정보원과 통전부 간 핫라인을 통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국정원-통전부 핫라인이 살아있었다면 애초에 군이 이 씨가 북한 등산곶에서 발견됐다는 첩보를 확보한 뒤 이 씨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될 때까지 약 6시간 동안 군과 국정원 간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야당은 이 씨 사살 첩보가 접수된 22일 오전 10시 반부터 첫 대면보고를 받은 23일 오전 8시 반까지 약 10시간 동안의 행적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대통령의 동선은 공개 일정을 제외하면 보안사항인 만큼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역시 보안사안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한 상황에서 당시 행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의혹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종전선언 제안을 담은 유엔 연설문을 왜 수정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청와대는 25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달 주고받은 친서 전문을 공개하면서 친서 교환 이후 종전선언이 포함된 유엔 연설이 이뤄졌다는 점을 부각했다. 일각에선 북한과의 대화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유엔 연설을 수정하는 대신에 사후 보고를 택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신규진 기자}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에서 실종됐던 우리 국민을 북한군이 총으로 사살한 뒤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우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군은 우리 국민이 실종된 이후부터 사살되기 전까지 34시간 동안 구출작전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청와대는 군에서 피격 보고를 접한 뒤 10시간이 지나서야 이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문 대통령은 우리 군과 정부가 피격 사실을 인지한 뒤에도 유엔총회 화상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통한 비핵화를 강조했다. 북한 정권의 잔학성과 함께 문재인 정부가 주요 성과로 내세웠던 대북정책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군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47)는 21일 오전 실종된 뒤 다음 날(22일) 오후 3시 반경 서해 NLL 이북 등산곶 인근 해역에서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발견됐다. 당시 이 씨는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부유물을 잡은 채로 기진맥진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후 북측 선박은 이 씨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표류 경위와 북한에 오게 된 과정에 대한 진술을 들었고, 이날 오후 9시 40분경 북한 단속정 1척이 나타나 이 씨에게 총격을 가한 뒤 시신에 접근해 기름을 붓고 불태웠다고 군은 밝혔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코로나19에 대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코로나 방역 차원에서 이 씨를 사살하고 불태웠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시신을 태우는 불빛이 40분 동안 보였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22일 오후 6시 36분 실종자 관련 서면 첩보를 받았으나 피격 사실은 청와대에 보고된 22일 오후 10시 반에서 10시간이 지난 23일 오전 8시 반 처음으로 대면 보고를 받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는 피격 보고 후 23일 오전 1시경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장관 회의까지 가졌으나 피격 사실은 문 대통령에게 당시 즉각 보고하지 않은 것이어서 청와대 위기관리 시스템에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24일 서 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연 뒤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사과 등 조치를 요구했다. NSC 사무처장인 서주석 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저항 의사도 없는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반인륜적 행위를 사과하고 이런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노 실장 등으로부터 NSC 상임위원회 회의 결과와 정부 대책을 보고받고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군은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황형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8시 반 북한에 의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 살해 사실을 보고받은 뒤에도 이날 합참의장 등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 “강한 국방력의 목표는 평화를 지켜내고 평화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발언을 해 일각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신임 군 지휘부 신고식에서 “강한 국방력의 목표는, 전쟁의 시기는 당연히 이기는 것이고, 평화의 시기는 평화를 지켜내고 평화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평화의 시대는 일직선으로 곧장 나 있는 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럴 때 국방력은 전쟁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미동맹을 존중하면서 전시작전권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진전이 있다가 때로는 후퇴도 있고, 때로는 멈추기도 하고, 때로는 길이 막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말한 것이 북한 만행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군 지휘부에는 유엔총회에서 밝힌 종전선언 제안을 뒷받침하는 평화 발언만 하고 이런 상황에서도 전시작전권 전환을 언급한 것이 청와대의 다소 안이한 안보인식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북한군이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를 22일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초유의 만행을 벌인 가운데 청와대의 대응을 두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오전 11시 반경 이 씨가 서해상에서 실종된 뒤 다음 날 사살되기까지 ‘34시간’은 물론 사살 첩보가 도달한 22일 오후 10시 반부터 정부가 공식 발표한 24일 오전 11시까지의 ‘36시간 반’도 총체적인 늑장 대응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피살 정보 받은 후 10시간 만에 文에 보고한 靑 24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이 사건과 관련해 처음 보고를 받은 건 22일 오후 6시 36분. 청와대는 “(해수부 소속) 서해어업관리단 직원이 해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북측이 그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했다”는 내용을 문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했다. 3시간 뒤인 오후 9시 40분경 북한군이 해수부 공무원에게 총격을 가한 뒤 시신을 불태웠고, 청와대는 50분 뒤인 오후 10시 반 군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첩보를 보고받았다. 하지만 참모진은 이를 10시간이 지난 23일 오전 8시 반에야 문 대통령에게 첫 대면 보고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서욱 국방부 장관 등 5명은 23일 오전 1시부터 2시 반까지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첩보의 신빙성을 먼저 확인하는 과정에서 보고가 늦었다는 것. 관계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던 23일 오전 1시 26분부터 16분간 문 대통령은 사전 녹화된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이후 서훈 실장과 노 실장은 23일 오전 8시 반 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했고 문 대통령은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에도 확인하라. 만약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라”라고 했다. 사실 확인 후 대응을 지시한 것.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에 대한 첫 보고가 지연된 데 대해선 “그 당시에는 신빙성 있는 첩보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서실장과 국가안보실장, 국정원장 등이 긴급회의를 가질 정도로 긴급한 사안을 두고 첩보 신뢰성을 문제 삼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남북관계는 지속되어야” 사살과 시신 훼손 사실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이후 청와대 대응도 긴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사실관계를 파악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가 8시간가량 지난 23일 오후 4시 35분에야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북한에 통지문을 보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과는 핫라인이 끊어져 있다. 핫라인이 끊어져 유엔사를 통해 북한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하루를 넘겨 24일 오전 8시 또다시 관계장관회의를 연 뒤 문 대통령에게 “첩보의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고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NSC 사무처장인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정부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북한군의 이런 행위는 국제규범과 인도주의에 반한 행동으로 우리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첫 입장을 내놨다. 서 차장은 이어 “북한은 그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한편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며 “반인륜적 행위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종전선언 정신은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사고가 있었지만 남북관계는 지속되고 앞으로도 견지돼야 하는 관계”라고 했다. ‘이번 사안을 단순 사고로 보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사고가 아니고 반인륜적 행위였다”고 번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북한이 실종자를 사살 후 화장했다”고 했다가 “시신 훼손으로 보겠다”고 정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NSC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하지 않고 오후 2시부터 경기 김포시에서 열린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에 참석해 실감 콘텐츠 아카펠라 공연을 관람하는 등 일정을 소화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정이 빠듯해서 NSC 회의를 지시하고 사후 보고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이르면 24일 스가 총리 취임 8일 만에 첫 전화 통화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민영 방송인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23일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 간 정상 통화를 24일 오전에 진행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며 “스가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총리 취임 인사를 한 후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한일 정상 간 전화 회담에선 강제징용 소송이나 수출 관리(수출 규제)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본 측과 통화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가 총리는 취임 4일 만인 20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는 등 릴레이 전화 통화를 이어왔다. 25일에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할 예정이다. 한일 정상 간 통화가 성사되면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9개월 만의 한일 정상 간 공식 접촉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스가 총리가 취임한 16일 서한을 보내 “일본 정부와 언제든지 마주 앉아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유엔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협력을 요청한 것은 11월 미국 대선 이후 남북, 북-미 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한 카드로 풀이된다. 하지만 비핵화가 아직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먼저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을 두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종전선언의 조건으로 뒀던 그동안의 원칙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여전히 “남북협력은 비핵화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역 협력→대북제재 완화→북한 대화 참여’ 문 대통령은 이날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하고 세계질서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했다. ‘평화의 시작’ ‘평화체제의 문’이라는 표현을 통해 사실상 종전선언을 통해 비핵화를 견인한다는 선(先)종전선언 구상을 내비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 9월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문 대통령은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종전선언의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방역과 보건협력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대화와 협력의 단초가 될 것”이라며 “북한을 포함해 중국, 일본, 몽골, 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한다”고 했다.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제시한 미국 등이 참여한 동북아 철도공동체가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대북제재 완화가 막히며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번엔 미국이 빠진 다자간 방역협력체 구상을 제시한 것. 북한에 방역물자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대북제재 완화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여러 나라가 함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협력체는 북한이 국제사회와 다자적 협력으로 안보를 보장받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다자간 방역협력체가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체제안전 보장과도 맞닿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백신 개발을 위한 정보 교류는 모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문제”라며 “중국과 일본이 적극적으로 나서 준다면 북한도 따라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종전선언으로 북한 변화 기대 어려워” 하지만 문 대통령이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은 종전선언을 제시한 것을 두고 안보 현실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의 비핵화 대화 제안을 잇달아 거부한 북한이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우리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해 계속 노력해가야 한다”고 밝히는 등 미국은 확고한 선비핵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내년 1월 김 위원장의 신년사까지 약 두 달이 비핵화 대화 재개의 사실상 마지막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도 한반도 평화는 아직 미완성 상태에 있고 희망 가득했던 변화도 중단돼 있다. 그러나 한국은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장은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도 불투명하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북-미 간 상시적인 소통 경로인 ‘뉴욕채널’도 사실상 닫혀 있는 상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북한에 메시지를 띄워도 북한이 제대로 된 답을 하지 않는 구도가 이어진 지 꽤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한기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의 위기를 초래했던 불법집회가 또 다시 계획되고 있다”며 “우리 사회를 또 다시 위험에 빠트린다면 어떤 관용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단체 일부가 추진 중인 개천절 집회와 관련해 무관용 원칙을 밝히며 강력 경고를 보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공동체의 안녕을 위태롭게 하고 이웃의 삶을 무너뜨리는 반사회적 범죄를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옹호해서는 안 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방역에 힘을 모으고 있는 국민의 수고를 한순간에 허사로 돌리는 일체의 방역 방해 행위에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사랑제일교회 등이 참여한 광복절 집회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자 방역 방해 행위와 관련해 “공권력이 살아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꼭 보여주길 바란다”, “공동체를 해치는 반사회적 범죄” 등 표현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인천 초등학생 형제 화재 사고에 대해 “조사 인력을 늘려 학대 사례를 폭넓게 파악하는 등의 각별한 대책을 세워 달라”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학대 아동을) 이웃이 신고하더라도 부모의 뜻을 따르다 보니 가정에 맡겨두다가 비극적 결과로 나타나고는 한다”며 “강제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조치까지 포함해서 제도화할 필요가 없는지 적절한 방안을 찾아 보완해달라”고 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